연모 17
(형설) 부탁한다
[형설의 기합]
[형설의 힘겨운 신음]
안 돼!
[무거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무거운 음악]
부호군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돌아가셨습니다
(가온) 부호군께서 전하께 꼭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흐느낀다]
[문이 달칵 닫힌다]
부호군께서 그러더군
벗이었다고
양화진에서 절두산으로 향하는
물길 옆 조용한 곳에
부호군을 묻어 두었습니다
찾아가 보시지요
[슬픈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복동과 김 상궁이 흐느낀다]
[허탈한 한숨]
[새가 지저귄다]
[긴장되는 음악]
[박진감 넘치는 음악] [거칠게 싸운다]
[거칠게 싸운다]
[의미심장한 음악]
[휘와 창운군의 힘주는 신음]
숙부님께서 어찌…
[힘주는 신음]
[휘의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창운군이 칼을 쓱 들이민다]
[칼로 푹 찌른다] [자객1의 힘겨운 신음]
전하
[칼이 쓱 뽑힌다] [지운의 힘주는 신음]
[지운의 힘주는 신음]
[창운군의 기합]
[챙]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극적인 음악]
[창운군의 기합]
[성난 숨소리]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아버지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성난 숨소리]
[석조의 힘주는 신음]
[석조의 거친 숨소리]
[창운군과 석조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자객2의 힘겨운 신음] [석조의 거친 숨소리]
넌 전하를 지키거라
[창운군의 못마땅한 신음]
[자객2의 힘겨운 신음] [석조의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자객3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창운군의 다급한 숨소리] [박진감 넘치는 음악]
[석조의 거친 숨소리]
[칼 뽑는 소리가 챙챙 울린다]
[자객들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거칠게 싸운다]
[석조의 거친 숨소리]
괜찮으십니까, 전하?
다치신 곳은…
괜찮소
(지운) 어떻게 됐습니까? 자객들은
송구합니다
[한숨]
분명 창운군 숙부였습니다
하지만
창운군 대감은 이미 돌아가신 분이 아닙니까
(휘) 일단 자객들에 대해선 우리만 알고 있는 것이 좋겠소
창운군 숙부가 벌인 일이라 말했다간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니
예, 그리하겠습니다
(석조) 길을 잡겠습니다
위험하니 조심히 따르시지요
[어두운 음악]
[밝은 효과음]
[창운군의 다급한 숨소리]
[가쁜 숨을 몰아쉰다]
확인은 하였습니까, 계집인지?
(창운군) 아이씨, 그…
그,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어두운 음악] 뭐라?
[분한 숨소리]
[원산군의 고함]
아, 깜짝이야, 씨
(창운군) 가, 갑자기
갑자기 내금위장이 나타나서…
[창운군의 못마땅한 신음]
(현) 전하를 공격한 자가 창운군 숙부라니?
숙부께선 이미 돌아가시지 않았느냐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귀신이 되어 나타난 것도 아니고, 참
[김 상궁의 한숨]
정말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휘) 응
[한숨]
(김 상궁) 한데 내금위장께서 어찌 거기에…
설마
전하에 대해 눈치를 채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아니
서로 보았다 하더라도 함부로 말하지 못할 것이야
(휘)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자의 목숨 또한
보존하기 어려울 것이니
제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그럴 순 없을 것이야
예
(상궁1) 전하 자은군 대감 드십니다
부호군의 무덤가에서 자객을 만나셨다 들었습니다
[한숨 쉬며] 예
알려져선 안 됩니다
궐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현) 알고 있습니다
한데 그자가 창운군 숙부라는 말이 사실입니까?
[한숨]
믿기진 않으시겠지만
틀림없습니다
이 일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현) 창운군 숙부는 저희 형님과 친밀하였으니
형님께서 분명 뭔가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무거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지운) 아버지께서도 부호군의 무덤에 오셨던 것입니까?
어머님께 들었습니다
그분과 오랜 벗이었다고
(석조) 전하께선 괜찮으시더냐?
예
오늘 일은
내가 좀 더 알아본 후에 보고한다 전해 드리거라
상헌군께도
말씀드리실 겁니까?
믿을 수가 없는 일이 아니냐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석조) 내가 좀 더 알아보고
전하께서 상헌군께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거 같구나
(휘) 어찌 되었습니까?
내금위장께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것이 아무것도 보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안도하는 한숨]
예, 다행이네요
[한숨]
(지운) 이거
많이 놀라셨지 않습니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옅은 웃음]
[지운이 함을 달칵 닫는다]
참, 강은서 그 아이 말입니다
당분간 삼개방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삼개방이요?
(지운) 예
전에 보니 몸도 성한 곳이 없는 것이
그곳이 딱일 거 같아서요
삼개방 아이들과 함께
독초를 찾는 일도 도울 수 있을 것 같고요
[옅은 웃음]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덕분에 마음을 놓을 수 있겠습니다
[옅은 웃음]
[냄새를 씁 맡는다]
[약재를 탁 내려놓는다] [헛기침]
[질금의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질금) 씁, 우리가 구면인가?
아, 난 신사년 뱀띠
내가 형이니까 말 편히 할게
요
아, 우리 지운 형님께서 보냈으니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지내
세요
(영지) 이것 좀 드셔 보세요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차인데…
[영지의 놀란 신음] [밝은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온) 괜찮소?
더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영지) 더 많이 있으니까
잘 마시겠소
이것들이…
(질금) 영지야 이게 얼마짜리인데!
[까마귀 울음 효과음] [헛기침]
아, 거, 얼른 마시고 이제 밥값 하러 가야지
요
빨리, 빨리, 빨리빨리, 아, 빨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질금) 자, 여기가 궐에 약초를 대는 곳 중에
제일 큰 곳이거든
(약방 주인1) 어서 옵쇼
뭐, 필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 그게
(질금) 듣자 하니 여기서 좋은 걸 거래한다던데?
좋은 거? 뭐 좋은 거?
간에 좋은 거? 눈에 좋은 거?
(질금) 아이, 아, 그런 거 말고
씁, 그, 그, 있잖아 그, 귀한 건데
약초 중에…
(약방 주인2) 나리, 오셨습니까
(남자) 전에 말한 약재들은 들여놓았는가?
[의미심장한 음악]
[가온의 다급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약방 주인2)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 이리로 오시지요
[약방 주인2의 조심스러운 신음]
[문이 삐걱 열린다]
[약방 주인2의 조심스러운 숨소리]
(약방 주인2) 궐에서 쓰실 건지
아니면 상헌군 대감께 들이실 건지요?
(남자) 오늘은 내가 쓸 걸세
(약방 주인2) 아, 예
건지황이랑 황련이 새로 들어왔는데
물건이 아주 좋습니다
살펴보시지요
쌍생의 태라니요?
(원산군) 태실을 옮기다
주상 전하의 태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태를 확인한 의원의 말이 쌍생의 태가 확실하다는데
혹 할마마마께서도 전혀 모르시는 일이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아닙니까
(대비) 그 의원이 실언을 한 게지요
왕실에 쌍생이라니
당장 목을 내어놓아도 시원찮을 자가 아닙니까
당장 그자를 내게 데려오시지요
전하를 모욕한 죄 내 엄히 벌할 것이니
송구합니다, 마마
소손이 괜한 심려를 끼쳤습니다
군께서도 행여나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마시지요
자칫 역심을 품었다 오해나 받을 것입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도성에 와 안부를 여쭙는다는 것이
괜히 불편하게 해 드린 거 같아 송구합니다, 할마마마
[어두운 음악]
[옅은 한숨]
(과거 대비) 계집아이가 죽었다고요?
(기재) 전하께서 쌍생의 비밀을 아는 자는
모조리 죽이라 명하셨으니
마마께옵서도 그리 알고 계시지요
이 비밀은 끝까지 묻어 두셔야 할 것입니다
[풀벌레 울음]
대왕대비전엔 어쩐 일로 드신 겁니까?
어쩐 일이라니
오랜만에 도성에 왔으니 문후를 올려야 할 것이 아니냐
(원산군) 별일은 없는 것이냐?
전하께서도 괜찮으시고 말이다
[의미심장한 음악]
(창운군) 아니야, 계집이야, 계집
확실해
그 사내 녀석이 날 공격하지 않고 주상을 덥석 안았어
그거 좀 이상하지 않아?
죽으려고 환장한 게 아니라면…
궐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창운군) 아, 미쳤어?
왕이 자객한테 당했는데
지금쯤 궐이 난리일 것이다
가서 괜한 의심이나 사지 말고…
만약 시끄럽지 않다면
진정 여인이란 뜻이겠지요
오늘의 일을 최대한 숨기고자 할 터이니
(현) 한데 계획보다 일찍 도성에 올 것 같다던
그 말은 대체 무엇입니까?
(원산군) 아
생각보다 일이 더 잘 풀릴 것 같아 말이다
[피식 웃는다]
[멀어지는 발걸음]
- (궁녀1) 야, 그 얘기 들었어? - (궁녀2) 응? 무슨 얘기?
(궁녀3) 전하랑 승정원의 주서랑?
(궁녀1) 오늘 새벽에도
전하랑 둘이서 어디 갔다 온 걸 본 자가 있다던데?
[어두운 음악] - (궁녀2) 새벽에? 둘이서? - (궁녀1) 어, 어
(궁녀2) [놀라며] 어머머, 대체 어딜?
(궁녀1) 그야 모르지
둘만 아는 어떤 곳?
- (궁녀3) 어유, 야, 뭐야 - (궁녀2) 미쳤어, 미쳤어 [궁녀1의 웃음]
(궁녀2) 웬일이니 진짜, 사내들끼리
(궁녀1) 야, 그래서
중전마마랑 합방도 자꾸 피하시는 거 아니야? [궁녀2의 놀란 숨소리]
- (궁녀3) 맞네 - (궁녀2) 그런가 보다
[궁녀들이 속닥거린다] (궁녀1) 와, 어쩐지
[궁녀2의 당황한 숨소리] 어쩐지…
[궁녀들의 헛기침] 집중해
전하께서 정 주서와 사사로이 만나신다니?
(유공) 오늘 새벽에도 두 분이서 함께
궐 밖을 나갔다 들어온 것을 본 자가 있다고 합니다
두 분의 모습이
주군과 신하의 분위기 그 이상이 느껴진다고…
(하경) 그야
주서라는 자리가 원래 전하를 곁에서 모시는 것이니까
(유공) 합방일마다 요를 두 개씩 넣으라 하시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혹 전하께선 여인보다 사내를…
쉿
[작은 목소리로] 그 일은
너와 나만 알기로 한 일이지 않느냐
그렇지만…
[한숨 쉬며] 내가 널 사가에서부터 얼마나 아꼈는데
어찌 그런 해괴한 소문을 들고 와서는…
[한숨]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잖아
전하께서 내게 얼마나 다정하신데
(하경) 너도 봤지 않느냐
벗과 나누라고 음식도 내려 주시는걸
그때도 주서 나리가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어두운 음악]
[당황한 신음]
다시 또 그런 망측한 소리를 하면
널 본가로 데려가라 이를 거야
[한숨]
(범두) 뭐? 나, 남색?
(만달) 지금 궁녀들 사이에 소문이 쫙 퍼졌답니다
전하와 주서 나리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문수) 씁, 거, 조용히 못 해? 쯧
어디서 상스러운 소문을 듣고 와서는
저, 저기 보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궁녀4) [놀라며] 어머 저기 봐, 저기 봐
(궁녀5) 어머, 맞네, 맞아 그 소문대로네
(궁녀4) 둘이서 그렇고 그런 사이라더니
(궁녀5) 사내끼리 어쩜…
[궁녀들이 키득거린다] (궁녀4) 둘이 그렇게 밤마다 어딜 간대
(궁녀5) 하, 어쩌다 저렇게 되셨을까?
[궁녀들의 웃음]
[궁녀들의 놀란 숨소리]
(문수) 아, 저…
(범두) 저러다 정말 뭔 일 나는 거 아닙니까?
가만있자
승정원 주서와 전하의 추문이라니
(문수) 막아
막아, 저 소문 더 퍼지면 승정원은 끝이야, 막아
얼른, 얼른 마, 막아, 막아!
(지운) 질금이 그 아이가
의심이 가는 약초방을 찾았다 합니다
오늘 밤 강은서 그 아이가
전하를 뵙고 따로 말씀드리겠다 하니
사당으로 함께 가시지요
(문수) 전하!
전하!
[문수의 다급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운의 당황한 신음]
[숨을 헐떡이며] 전하
도승지께서 갑자기 무슨 일이오?
(휘) 뭐 급한 일이라도…
(문수) [헛기침하며] 아닙니다, 아
아, 사, 사, 산보 중이셨나 봅니다
아, 이, 날…
[문수의 어색한 웃음]
[문수의 놀란 신음] (지운) 아니…
(문수) 날씨가 참 좋지요? 날씨가
[만달과 범두의 어색한 웃음] 이런 날은 사, 산보를 해야 됩니다, 그렇지요?
(만달) 주서 나리께서는 할 일이 있으시다면서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지운) 아직 전하께 고할 일이 남… [범두의 헛기침]
(범두) 정 주서 우리 얘기 좀 나눌까? [문수가 말한다]
(지운과 만달) - 아니… - 그, 그러시지요, 그러시지요
(문수) 전하, 전하 그, 지방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아, 이런 날은 그래도…
(지운) 아유! 대체 왜 이러십니까?
저 아직 전하께 고할 일이 남았는데
더는 전하께 다가가선 아니 되네
아니 되다니요?
(만달) 지금 궐에
나리와 전하에 대한 민망한 소문이 막 퍼지고 있습니다
두 분이 막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뭐?
(만달) 그렇고 그런 사이…
[만달의 한숨]
[어두운 음악]
[한숨]
그저 궁녀들 사이에서 떠돌다
사라질 소문이다 싶어 넘기려 하였는데
도승지께서도 아시는 걸 보니
이제 대신들도 거의 다 아는 모양입니다
(김 상궁) 당분간 정 주서와의 만남을
삼가셔야 합니다, 전하
혹 소문이 상헌군 대감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면
전하와 정 주서 두 분 모두 위험해지실 것 아닙니까
[한숨]
[풀벌레 울음]
(유공) 이리 갑자기 대전으로 가신다니
어쩌시려고요?
진짜 소문에 대해 물어라도 보시려…
내 그 얘기 하지 말랬지?
[한숨]
(하경) 그냥
멀리서 용안이라도 뵈려는 거야
그래야 마음이 좀 놓일 거 같아서
[하경의 한숨]
(하경) 아니 계시다니?
(상궁2) 잠시 산보를 가신다고 나가셨습니다
그래
어느 쪽으로 가셨는진 모르느냐?
예, 그것은…
[어두운 음악]
[밤새 울음]
[복동의 한숨]
(가온) 찾아간 약초방에서
내의원 복색을 하였다던 그자를 보았습니다
(휘) 지난번 네가 말한 조 내관을 죽였다던 그자 말이냐?
(가온) 예
내의원 의원인 서승규라는 자라 합니다
그때 보았던 손목의 상흔도 똑똑히 보았습니다
내의원 서승규?
(가온) 소낭초가 그 약방에 있다면
상헌군의 짓이라는 것이 더 명확해질 겁니다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지운) 내의원의 서승규라면
전하의 옥체를 살피는 어의가 아닙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당장 그자를 파하고 잡아들이셔야 합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쉬며] 갑자기 그자를 파한다면
외조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챌 것입니다
(휘) 일단은 곁에 두고 지켜보도록 하지요
그러는 편이 내게 더 유리할 것입니다
하나…
걱정 마십시오
[옅은 웃음]
내 홍 내관에게 일러
그자의 행적을 유심히 지켜보라 할 터이니
(휘) 가시지요
편전에 가서 내의원과 거래 중인 약초방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지운) 전하 먼저 나서시지요
전 조금만 있다가 따르겠습니다
궐의 소문 때문입니까?
저 때문에 전하께서 곤란을 겪으시는 거 같아 송구합니다
(휘) 그게 어떻게 정 주서의 탓입니까?
[휘의 한숨]
난 이런 소문에는 이골이 난 사람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감당할 거라지 않았습니까
모두
[잔잔한 음악]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풀벌레 울음]
(유공) 어?
(복동) 아니, 저, 이 시간에 이리 어? 위험한 길을 지나다니
대체 어느 전의 나인들이더냐! 어?
자, 따라오거라 내가 안전한 길을 알려 줄 터이니
자, 이리 오시게
이, 이리 오래도, 어?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중전, 그것이…
송구합니다
저, 저는 중궁전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유공) 송구합니다
마마께서 지금 침수에 드셨습니다
지금이라도 일어나시라 말씀 올릴까요?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 다녀갔다 전해 주거라
(유공) 예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유공아
오늘 일은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알겠지?
괜찮으십니까, 마마?
[애절한 음악]
[하경의 한숨]
(하경) 나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다 생각했는데
전하께서 내 손 한 번만 잡아 주시고
내 마음 한 번만 알아주시면
그거면 될 거라
그리 생각했는데
마마
[한숨]
이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 어찌해야 할지
[하경의 한숨]
[하경의 당황한 신음]
[하경이 흐느낀다]
[활시위가 빠드득거린다]
[화살이 휭 날아간다] [화살이 과녁에 탁 꽂힌다]
[새가 지저귄다]
[화살이 휭 날아간다]
(대비) 요 며칠 궐에
사특한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주상
어찌 그런 망측한 말들이 생겨난 건지, 원 [화살이 과녁에 탁 꽂힌다]
이게 다 주상과 중전 사이에
후사가 없으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혹 부원군이 상헌군의 사람이라
중전을 멀리하시는 겝니까?
그럴 리가요
(대비) [한숨 쉬며] 그래요
주상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영상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원자를 생산하지 못하고 추문이 커지는 날엔
어찌 돌변할지 모르니
행실을 항상 조심하세요
과전불납리라지 않습니까
[화살이 과녁에 탁 꽂힌다]
소문이 난 자를 계속 곁에 두어 좋을 것이 없으니
정지운이라는 자는
주상이 적당히 정리를 해 내보내도록 하세요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합니다, 할마마마
(휘) 하나 대전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할 것이니
염려치 마시지요
[어두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대비) 내 중전과 주상의 찻상을 봐 두라 일렀습니다
두 분이 자주 함께해야
괜한 소문도 바삐 꼬리를 감추는 법이니
어서 가 보시지요
[하경의 옅은 한숨]
중전
어제는 말이오…
진실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을 것입니다
(하경) 저의 마음을 받아 달라 보채지도 않겠습니다
그저
후사만 잇게 해 주십시오
[무거운 음악]
중전
(하경) 저는 이 나라의 국모가 아닙니까
아내로서, 중전으로서
해야 할 도리만이라도 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전하께서도 이 나라의 지존으로서
역할을 다해 주십시오
하면 신첩
그 무엇도 묻지 않을 것입니다
여인이 있었더냐?
(현) 이게 무슨 짓입니까!
궐에 전하와 정지운에 대한 묘한 소문이 돌더구나
(원산군) 정지운이라면 너의 오랜 벗이 아니냐
내 걱정이 되어 하는 말이다
왕을 사랑하는 사내라니
이 어찌 이해를 해 보아야 할지
[피식 웃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 따위를 전하시러 온 거면
그만 나가 주시지요
(현)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떠벌리는 추문 따위엔 관심 없으니
[피식 웃는다]
[원산군의 힘주는 신음]
최근 도성에서 창운군 숙부로 보이는 자가 나타났다던데
혹 아시는지요?
[어두운 음악]
형님께서 숙부의 죽음을
가장 먼저 알려 온 사람이 아닙니까
생각해 보니 그때 시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던 자가 없더군요
장례 역시 급히 치러 버린 것이
혹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여 말입니다
[코웃음 치며] 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는구나
(원산군)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오다니
추문엔 관심도 없다더니
꼭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이는구나
[의미심장한 음악]
그 가락지의 주인은
언제고 꼭 내게 소개해 다오, 현아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수하) 군대감
창운군 대감께서 또 안가를 빠져나가신 모양입니다
[한숨]
다른 사람 눈에 띄기 전에 어서 가 찾아오너라
(수하) 예
(창운군) [술 취한 목소리로] 아, 나 여기 너무 오고 싶었어!
[함께 웃는다]
아,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 줄까?
응?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 나라의 왕이
계집이면 어떨 거 같아?
- (기녀1) 아유 - (기녀2) 계집? [창운군의 웃음]
(기녀2) 아, 미쳤나 봐 [기녀들이 시끌시끌하다]
아니, 이, 이, 이, 쌍생이
이렇게 딱 뒤바뀌어 가지고
계집이 된 거라면 말이야
[기녀들의 앙탈스러운 신음] [창운군의 웃음]
(창운군) [뽀뽀를 쪽 하며] 진짜인데
술 한번 따라 보거라
응, 네 이름이 무엇이냐? [기녀3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 (기녀3) 소월이라 하옵니다 - 뭐야?
- (창운군) 소월이 - 창운군 아닌가? [사람들의 웃음]
[비밀스러운 음악] (창운군) 마시자, 아유…
죽었다던 자가 어찌…
[창운군의 환호] [잔이 쨍 부딪친다]
[사람들의 웃음]
[멀어지는 발걸음]
창운군이 낙사하였다고 하였지?
예, 대감
그놈이 살아 돌아다니는 걸 본 자가 있더군
[헛웃음]
(기재) 자네가 어찌 된 일인지 좀 알아보게
알겠습니다, 대감
(기재) 참
자네 아들의 충심이
아주 지극한 모양이야
전하의 곁에서 함께 그리 붙어 다녔으니
그런 소문이 날 법도 하지
[긴장한 숨소리]
자네를 믿고 주상의 곁에 자리를 준 것이네
더 이상 나를 실망시키지 말게나
명심하겠습니다, 대감
[궁녀6의 놀란 숨소리] (궁녀7) [작은 목소리로] 저분이잖아
- (궁녀6) 왔어 - (궁녀7) 저분 맞아, 그 사람
(궁녀6) 안 오실 줄 알았더니
(궁녀7) 계속 올 건가 봐
(김 상궁) 입들 다물지 못하겠느냐
오늘은 제가 들여놓겠습니다
전하, 장계를 들이겠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저 좀 잠시…
[아련한 음악]
[휘의 한숨]
[풀벌레 울음]
당분간은 대전에 안 오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복동) 어제부터 중전마마와도
[한숨]
뭔 일이 좀 있었고
하여튼 전하의 마음이 좋지 않으니
정 주서께서도 대전 출입을 조금만 삼가해 주시지요
그리하겠습니다
(지운) 궐을 나가라니요?
대왕대비마마를 비롯해 왕실 어른들 모두
전하와 정 주서의 소문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네
(하경)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네
하나
전하를 향한 마음이 진정 충심이라면
부디
스스로 궐을 나가 주시게
중전마마…
(하경) 전하께서 더는
정 주서로 인해 웃전의 미움을 받아서는 아니 될 것 아닌가
[한숨]
(석조) 어찌 이리 늦은 것이냐?
(지운) 궐에 일이 조금 많았습니다
정말 승정원 일이 맞느냐?
예?
예
한데 어찌 그러십니까?
[한숨]
아니다, 들어가 쉬거라
[새가 지저귄다]
(영수) 의혼을 청하신다니요?
제 여식과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주전자가 달그락거린다]
잠시 나가 있거라
[소은이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떨리는 숨소리]
(영수) 내금위장께서도 아시다시피
세자빈 간택에 들었던 아이입니다
그걸 모르고 계시지 않을 터인데
어찌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겝니까?
[잔을 탁 집는다]
하니 이것이 서로에게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혹 상헌군 대감이 청한 겝니까?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제 여식과의 혼인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할 생각이시라면 저는…
(석조) 궐에
제 아들과 관련된 터무니없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 혼사로 그 소문을 묻고 싶습니다
[어두운 음악]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결연한 숨소리]
(소은) 아버지
저
내금위장 댁과의 혼인 하고 싶어요
오래 좋아했습니다, 그분
세자빈 자리를 포기해도 좋다 생각했을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분이었어요
소은아
혼인시켜 주세요, 아버지
[한숨]
[새가 지저귄다]
[김씨 부인의 기뻐하는 숨소리]
(김씨 부인) 납폐서는 대감께 말해 곧 준비함세
잘 좀 부탁하네
(매파) 예, 마님, 걱정 마십시오
도성서 제일로 좋은 것들로만 준비하겠습니다
[김씨 부인이 살짝 웃는다]
(지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씨 부인) 아이, 얼른 가 보시게
(하인) 가시죠
[김씨 부인이 살짝 웃는다]
[김씨 부인이 살짝 웃는다]
(지운) 납폐서라니요?
(김씨 부인) 아버지한테 얘기 들었어
신부 될 집에서도 너 좋대
다 괜찮대
그러니 혼인해, 지운아
대체 무슨 말씀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니에요, 어머니
어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요
아, 그럼 뭔데?
대체 왜 그런 소문이 들리는 건데?
[무거운 음악]
(김씨 부인) 가정이라도 이루고 살아
그럼 다 잊어져
살 비비고 애 낳고
그냥 그렇게 남들처럼 살면 되는 거야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살라고 하신 분이 어머니시잖아요
그래, 그랬지
그래도 이건 아니야
(김씨 부인) 이러다 너 죽어, 정말
[김씨 부인이 울먹인다]
지운이 너 때문에 내가 손가락질당하는 건
백 번 천 번이라도 할 수 있어
근데 넌 안 돼
네가 힘든 거 못 봐, 난
어머니
[한숨]
[석조의 한숨]
따라오너라
(지운) 납폐서는 준비하실 필요 없습니다
혼인
안 할 것이니까요
네 의견 따윈 중요하지 않다
(석조) 이미 그 집에서 너와의 혼인을 받아들였느니라
[한숨]
그저 소문일 뿐이지 않습니까
한데 어찌 이렇게까지 하시는 것입니까?
(석조) 진정
소문일 뿐이더냐?
[석조의 한숨]
알고 있다
전하께서
여인이라는 거
[긴장되는 음악]
그게 무슨…
(석조) 더는 거짓을 고할 필요 없다
나 역시 모두 다 알고 있으니
하니 내 말을 따르거라
그렇지 않는다면
나도 더는 이 비밀을 묻어 둘 수 없을 것이니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면…
죽일 것이다
(석조) 그것이 너를 지키고 우리 가족을 지키는 것이니
지금
역모라도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코웃음]
왕이 여인인데
어찌 역모가 될 수 있단 말이더냐
(석조) 혼례를 올려야 할 것이다
네게 더는 선택지가 없으니 말이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창운군 대감을 찾았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박한 음악] [창운군의 다급한 숨소리]
[창운군의 놀란 신음]
[창운군의 다급한 숨소리]
[현의 거친 숨소리]
(현) 거기 서십시오, 숙부님!
(창운군) 아니 너 같으면 서겠냐? 씨
왕한테 잡히면 죽는데!
[거친 숨소리] [창운군의 다급한 숨소리]
[칼 뽑는 소리가 챙챙 울린다] [창운군의 놀란 신음]
[수하들의 기합] [박진감 넘치는 음악]
[거칠게 싸운다]
[창운군의 비명]
[창운군의 다급한 숨소리]
[창운군의 놀란 신음]
[창운군의 겁먹은 숨소리]
살려 주시게
이, 이거 다 원산군 그 자식이 시킨 거야
(창운군) 죽은 척을 하면 세자를 끌어내릴 수 있다 그랬다니까
갈대밭에서 전하를 공격하라 시킨 것도
그것도 그 자식이야
나 아니야, 어?
나는 그냥 전하께서 계집인지 그것만 확인하려고…
계집?
[못마땅한 신음]
아, 나, 나, 나를 상헌군께 데려가게
(창운군) 하면 내 그때 다 설명할 것이니, 어? [긴장되는 음악]
[창운군의 놀란 신음]
왜, 왜, 왜 이러나?
어? 갑자기 왜…
[창운군의 겁먹은 신음]
[창운군의 비명]
[창운군의 다급한 신음]
[창운군의 아파하는 신음]
아, 다쳤어
[아파하는 신음]
잠깐만, 잠깐!
너 내가 누구인지 몰라?
나 왕실의 숙부야, 숙부! 씨
[창운군의 거친 숨소리]
[창운군의 비명]
[창운군의 겁먹은 숨소리]
살려 주시게
내 한 번만 살려 주면
자네가 시키는 뭐든 다 할 것이야
구르라면 구르고 기라면 기고
어? 보시게
내가 이렇게, 어?
이렇게 한다니까
[울먹이며] 제발
제발, 제발 한 번만 살려 주게
제발
대감께서 아는 그 사실은
저승길에 묻어 두셔야겠습니다
[놀란 숨소리]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칼로 푹 찌른다]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칼을 쓱 뽑는다]
[힘겨운 신음을 내뱉는다]
[어두운 음악]
(석조) 왜
내가 진정 전하를 죽이지 못할 거 같으냐?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지운) 아버지
아버지, 제발…
혼인을 하고 도성을 떠나거라
(석조) 가서 의원 짓을 하든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말이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것입니까?
그저
그저 묻어 주시면 안 되는 것입니까?
전하의 그 비밀을
이 사실을 상헌군께서 모두 아는 날엔
어찌 될지 정녕 몰라서 이러는 것이냐?
(석조) 그만 내 말을 따르거라
그렇지 않으면
(석조) 나도 더는 너와 전하를 지켜 줄 수 없을 테니
혼인이라니요?
(하경) 소은이가 내금위장의 아들인 정지운
그분과 혼례를 올린다 합니다
[무거운 음악]
[풀벌레 울음]
(휘) 아니야
말도 안 돼
[떨리는 숨을 고른다]
하루 종일
어딜 가셨던 겁니까?
(휘) 승정원에도 나오지 않았다 하고
[한숨 쉬며]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지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전하
혼례를
올릴 것입니다
[애잔한 음악]
아, 어째서…
(휘) 혹 궐에 떠도는 소문 때문이라면
그만두십시오
각오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둘 다
제가 원해서 하는 것입니다
[당황한 신음]
원해서라니요?
어찌 그런 거짓말을 하십니까?
(휘) 대체 이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말씀해 보십시오
갑자기 왜 이러는지
함께 잘 버텨 오지 않았습니까 여기까지
왜…
내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전하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전하를 잃지 않는 방법은
이것밖엔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잃고 싶지 않다면서 왜…
(지운) 이제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전하
(휘) 거기 서십시오
나는 아직
멈추라 한 적이 없습니다
[울먹이며] 서거라!
[애절한 음악]
어명이다
[떨리는 숨소리]
송구합니다
전하
(휘) 혼인 준비는 잘되어 갑니까?
[근위병의 힘주는 신음] (지운) 예
(현) 그저 그런 감정으로
가만히 잘 있던 분을 흔들어 놓았던 거냐고 [현의 거친 숨소리]
(기재) 네 이놈!
(유공) [울먹이며] 송구합니다, 마마
제가 다 말해 버리고 말았어요
(하경) 뭐? 그건 내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현) 상헌군을 만나 대체 어찌하려 하십니까?
(원산군) 여인은 왕이 될 수 없다
나의 자리를 찾을 거다 [거칠게 싸운다]
(휘) 소낭초는 아직 소식이 없느냐?
(지운) 전하를 지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거다 [기재의 웃음]
(휘) 나를 믿거라
[김 상궁과 복동이 흐느낀다]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연모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