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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6

(지운) 괜찮으십니까?


 저하


 [달려오는 발걸음]


 [휘의 당황한 숨소리]


 [가온의 거친 숨소리]


 (가온) 어찌 된 일입니까, 저하?


 (지운) 아, 그게, 그…


 경미한 사고가 조금 있었네


 [지운의 멋쩍은 숨소리]


 [가온의 한숨]


 [달려오는 발걸음]


 [가온이 칼을 쓱 집어넣는다]


 (복동) [놀라며] 아이고, 이…


 아니, 이게 왜…


 어서 사람을 불러  치우라 이르겠습니다


 한데 정 사서께선 여기 왜…


 (지운) 아, 그게, 그…


 보덕 어른께서 저하를  좀 뫼시고 오라고 하셔서


 (복동) 오늘은 제가  서연에 못 가실 거 같다고


 방금 말씀드리고 왔는데!


 서연은 그냥 하는 게 좋겠다


 (휘) 가서 다시 말씀드리거라


 아유, 하지, 하지만, 저하…


 [복동의 난처한 신음]


 (복동) 아휴, 저, 저하, 아유


 [지운의 아파하는 신음]


 [다급한 숨소리]


 [밝은 음악]


 [밝은 효과음]


 (문수) '춘지생기 관철사시'  [새가 지저귄다]


 '춘즉춘지생이요'


 '하즉춘지장이니'


 '추즉춘지수요'


 '동즉춘지장이라'


 '봄이란 봄의 생겨남이요'


 '여름은 봄의 자라남이요'


 [잔잔한 음악]


 [숨을 들이켠다]


 '가을은 봄의 거두어들임이오'


 (휘) '겨울은 봄의 간직해 둠이라'


 (문수) 옳습니다


 [옅은 탄성]


 [의아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만달) 아이고, 사서 나리  저하께서 오신 지가 언제인데


 뫼시러 가신 분은  어찌 이제 오십니까?


 [문수가 경서를 강독한다]


 아, 그게…


 사고가 조금 있었네


 사고요?


 (문수) 아, 근데 손은 왜, 그…


 [심장 박동 효과음]


 [놀란 숨소리]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심장 박동이 울린다]


 [심장 박동이 빠르게 울린다]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대, 대체 왜?


 (만달) 사서 나리께서도


 술병이 아주 독하게  걸리셨나 봅니다, 아유


 [혀를 쯧쯧 찬다]


 (문수) '그래서 정자는 말하기를'


 '사덕의 으뜸은  오상의 인과 같아서'


 '한 가지로만 말하면  하나의 일이요'


 '오로지 하나로 말하자면'  [한숨]


 '네 가지를 다 포함한다고 했으니'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문수가 경서를 강독한다]


 (문수) '하늘과 땅의 이치는  확고하다' 이 말씀입니다


 아시겠습니…


 씁, 지금 두 분이서  지금 뭐 하시는 거…


 [헛기침]


 (휘) 뭐…


 뭐, 뭐가 말입니까?


 지금 저하의 안색이


 씁, 그, 무슨 뭐, 저  감홍로처럼 붉어지셨습니다


 [휘의 당황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문수) 어, 어, 어찌 그러십니까?


 책…


 책을 두고 왔나 봅니다


 여기 있으신데?


 석강 때 필요한 책 말입니다


 아…


 잠시만 다녀오겠습니다


 (문수) 쓰읍


 저하께서 어찌…


 편히 계십시오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정 사서


 예?


 (문수) 씁, 오늘 유난히  할 일이 없나 봐?


 아니요, 저, 저, 저  저 할 일 많습니다


 (문수) 어, 어, 됐고


 그, 비현각에 가서  어, 그, 책 좀 가져와


 어, 저하께서  석강 때 필요하다 하시니


 얼른 빨리 가


 씁, 빨리, 쯧


 [달그락 치우는 소리가 들린다]


 [숨을 씁 들이켠다]


 (문수) '춘즉만물시생하고'


 '하즉'…


 [의미심장한 음악]


 "춘추좌씨전"


 (문수) '만물장양하며'


 [휘의 놀란 숨소리]


 안 돼


 (문수) 어, 어, 어찌  어찌 그러십니까?  [휘의 다급한 숨소리]


 저, 저, 저하


 저하, 어디 가십니까?


 저하!


 내가 뭐 잘못했나?


 [한숨]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지운) 저하


 이 책이 왜 여기 있는 것입니까?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옅은 탄성]  [책장을 사락 넘긴다]


 [바람이 살랑거린다]


 [당황한 숨소리]


 찾으라는 책은 찾지 않고


 엉뚱한 책을 들고  왜 여기에 있냐니


 내 책이니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운) 이 책은


 담이


 아니, 제가 좋아했던 소녀에게  직접 필사해 준 책입니다


 [헛웃음]


 (휘)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군요


 책은 내가 찾을 테니


 그만 나가시지요


 (지운) 진정 담이라는 궁녀를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저하께선 세손이었던 시절


 불쑥 찾아뵈었던 제게


 그 아이가 남긴 선물까지  직접 전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궐에 흔해 빠진 것이 궁녀들입니다


 그리 오래전 일을  내가 어찌 다 기억하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저는 기억하셨지 않습니까


 기루에서 처음 뵈었을 때


 저하께선 분명 저를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휘) 그건…


 그저 맹랑한 소년이


 일찍부터 아첨에 능하다 여겨  기억에 남은 것뿐입니다


 이제 됐습니까?


 (현) 담이?


 [풀벌레 울음]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그 궁녀 말이다


 (현) 아


 공신연 때 만나  한눈에 반했다던 그 아이?


 그 아이한테 준 서책을  저하께서 가지고 계시더라고


 저하께서?


 (지운) 담이 말이야


 그때 왜 그렇게 사라진 걸까?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살아 있다면 지금쯤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겠지?


 그 아이를 꼭 닮은  애들도 낳고 말이야


 (현) 씁, 놀라운데?


 자네에게도 순정이라는 게  있었다니 말이야


 도성의 여인들론 성에 안 차  명나라에 간 거라


 그리 허세를 부리지 않았나


 [지운의 한숨]


 (지운) 한데  넌 좋아하는 사람 없냐?


 좋아하는 사람?


 인물이면 인물, 재력이면 재력


 (지운) 거기다가  성품까지 좋으신 우리 왕친께서


 있지


 (지운) 있다고?


 누군데? 어느 집 규수?


 먼 종친인가?


 얼굴은? 성격은?


 씁, 설마


 벌써 날을 잡은 건 아니지?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아주 어여쁘지


 따뜻하고


 [기가 찬 숨소리]


 (지운) 어찌 나한테  한마디 말도 안 하고…


 그래서 언제 소개시켜 줄 건가?


 여인들은 내가 딱 보면 알지


 글쎄


 소개시켜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구먼


 설마


 자네 혼자 품은 연심인 건가?


 [피식 웃는다]


 [헛웃음]


 며칠 무리를 하신 탓인지  안색이 좋지 않사옵니다


 (김 상궁) 오늘은  일찍 침수에 드시지요, 저하


 (휘) 저기…


 (김 상궁) 말씀하시지요, 저하


 혹시 내 기록…


 (휘) 아니


 담이에 대한 기록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어?


 갑자기 그건 왜…


 [아련한 음악]


 (김 상궁) 빈궁마마께서


 생전에 정리해 두신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4월 21일, 질병, 출궁"


 "한성부"


 [새가 지저귄다]  (판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고작 옥에 갇힌  의원 하나를 만나겠다고


 예까지 걸음을 다 하셨습니까?


 (영수)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제 여식이 그 의원에게  진 빚이 있다 하여


 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뵌 것이니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지요


 [판윤의 웃음]


 (판윤) 전하와 상헌군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하신 분이라  생각했는데


 자식 문제 앞에서는


 천하의 이판 대감도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영수의 멋쩍은 웃음]  [판윤의 웃음]


 [판윤의 고민하는 신음]


 [소은의 한숨]


 (참군) 그 의원을  데리고 올 터이니


 저쪽에서 잠시 기다리시지요


 [잔잔한 음악]


 [한숨]


 [떨리는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질금이 털썩 앉는다]


 [한숨]


 그 아이에겐 사과했소


 뭐, 그쪽이 꼭 하라고 해서  한 것은 아니고


 나 역시 옳고 그름은  아는 사람이라


 (소은) 이 말을 전하러 들른 거요


 [살짝 웃는다]


 내가 와서 많이 놀랐소?


 아니면 감동이라도 한 건가?


 [익살스러운 음악]  [놀라며] 누구요!


 [웃음]


 [질금이 코를 훌쩍인다]  아니, 너는…


 아이, 그 의원은 대체 어딜 가고…


 아이씨  네가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새가 지저귄다]  [연못이 찰랑거린다]


 "궁녀 출궁 장부"


 이게 무엇입니까?


 지난번엔


 내가 말이 좀  심했던 것 같아 말입니다


 (휘) 그 궁녀


 죽었다더군요


 병으로 출궁한 후 얼마 안 되어


 그리되었답니다


 [책장을 사락 넘긴다]


 [잔잔한 음악]


 "질병, 출궁"


 그랬군요


 (지운) 하여 저하께서도  기억을 못 하셨나 봅니다


 그 아이가


 많이 특별했나 봅니다?


 첫사랑이었습니다


 (지운) 저를 많이  바뀌게 해 준 아이였죠


 다시 만난다면


 '고마웠다'


 그리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이젠 그리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이런 일로 괜히 저하께  심려를 끼친 거 같아


 송구합니다


 [새가 지저귄다]


 [바람이 살랑거린다]


 [천이 펄럭거린다]


 [천이 탁탁 털린다]  [잔잔한 음악]


 [어린 지운의 웃음]  [담이의 당황한 신음]


 (담이) 아, 왜 그러십니까?


 (어린 지운) 빨래  널고 있지 않느냐


 [담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어린 지운의 웃음]


 [담이의 한숨]


 (담이) 여기 폐전각에  얽힌 얘기를 아십니까?


 (어린 지운) 무슨 얘기?


 (담이) 옛날에 궐 밖의 한 사내를  사랑한 궁녀가


 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곳에서  목을 매달았다지 않습니까


 그 후로 사람들의 발길도 끊기고  흉물스럽게 변해서


 역대 왕들이 이곳을  몇 번이나 없애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저주라도 붙은 듯이


 여길 건든 사람은  죄다 병에 걸리거나


 다 죽어 나갔다지요, 아마?


 그 후로 없애지도 못하고  이렇게 문을 닫아걸어 버렸답니다


 뭐?


 너는 무섭지도 않느냐?


 이런 곳에 혼자…


 [피식 웃는다]


 무섭긴 뭐가 무섭습니까?


 덕분에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  좋기만 한데


 [바람이 휭 분다]


 (담이) 귀신이다!  [어린 지운의 비명]


 (어린 지운) 아, 놀랐잖아!


 [담이의 웃음]


 거기 안 서?


 같이 가!


 잡히기만 해 봐


 같이 가! 무섭단 말이야


 [한숨]


 영접 일로 바쁘시다 들었습니다


 어쩐 일로…


 오늘 저하께서  서연을 일찍 물리셨다고?


 혹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겐가?


 (복동) 아, 간만에  그곳에 가셨습니다


 아, 그…


 심란하시면  늘 가시던 곳 있지 않습니까, 예


 [말 울음]


 [바람이 쏴 분다]


 [말의 투레질]


 (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이곳만큼  바람길이 잘 통하는 곳이 없지요?


 (휘) 형님


 영접 준비로 강화에 가신다더니  아직 안 가셨습니까?


 내일로 미뤘습니다


 오늘은 제게 더 중요한 일이  좀 있어서요


 중요한 일이라니요?  [현이 달그락거린다]


 무슨…


 지난번에 맛보고 싶으시다  하셨지 않습니까


 (현)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말이지요


 (휘) 아니…


 [피식 웃으며] 설마


 이것 때문에  미루셨다는 건 아니지요?


 씁, 뭐, 겸사겸사?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매번 실컷 달리고 싶으시다면서


 (현) 늘 여기서 멈추십니까, 왜?


 돌아가야 되지 않습니까, 궐로


 (휘) 제가 아는 길은


 딱 여기까지거든요


 형님께선 아주 멀리까지도  가 보셨다 하셨지요?


 저 멀리엔 뭐가 있습니까?


 성문을 지나 줄곧 달려가면


 정말로


 끝도 깊이도 알 수 없는  바다라는 것이


 있긴 한 겁니까?


 예, 있지요


 그곳에 돛이 아주 큰 배도  한 척 있습니다


 (현) 그 배에 오르면  어디든 갈 수 있지요


 아주 먼 곳이라도요


 저하께서 길을 물으시면  제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언제든 말이지요


 [현의 편안한 신음]


 앞으로 딱 반 시진입니다


 아쉽지만 반 시진 후엔  해가 질 터이니


 그때까지만이라도  편히 바람도 맞고


 풍광도 즐기시지요


 [힘주며] 저는  요 며칠 무리 좀 했더니


 잠이 쏟아져 말입니다


 [부드러운 음악]


 [바람이 쏴 분다]


 [새가 지저귄다]


 (서리) 동궁전에서 꽃을요?


 [서리의 의아한 숨소리]


 (서리) 그런 말은  들은 바가 없는데, 하


 혹 어디에 사용하신답니까?


 씁, 그것이, 음…


 (지운) 그것이…


 힘들면, 그…


 꽃씨만 좀 받을 수 없겠나?


 [난처한 숨소리]


 (서리) 씁, 궐에 옮겨 심으려


 꽃을 조금 가져다 둔 게  남기는 했는데…


 (지운) 조금만, 응?


 조금만 어떻게 안 되겠나?


 응?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옅은 탄성]


 [지운의 힘주는 신음]


 [숨을 씁 들이켠다]


 [피식 웃는다]


 [감미로운 음악]  [기합 소리가 들린다]


 [거칠게 싸운다]


 [익위사의 힘겨운 신음]


 [연신 거칠게 싸운다]


 [휘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그건 뭡니까?


 아, 그…


 꽃을 조금 심으려고요


 심고 싶은 곳이 생겨서


 음, 예


 (지운) 그때


 알아봐 주신 거


 감사했습니다


 [멋쩍은 숨소리]


 예


 이제 다시  서연에 드신다 들었습니다


 한동안 많이 바쁘셨다고…


 [옅은 신음]


 [달려오는 발걸음]


 (만달) 나리, 사서 나리!


 대체 여기서  뭐 하고 계시는 겁니까?


 큰일 났습니다, 큰일


 아, 무슨 일인가?


 그것이…


 이판 대감께서 나리를  파직시키라는 상소를 올렸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파, 파, 파직?


 세자의 서연관인 사서 정지운이


 삼개방이란 곳의 진짜 의원이다?


 (영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렇사옵니다, 전하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혜종) 이판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한성부 옥사에 있단 그자는  대체 누구란 말이오?


 그자는 그저  삼개방의 일을 돕던 자라 하옵니다


 (혜종)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좌상께서 한번 말해 보시오  [어두운 음악]


 사서 정지운은  좌상이 직접 추천한 자가 아니오


 이판께서 하신 말은  모두가 사실이옵니다, 전하


 (창천군) 하면 좌상께선  그 모든 걸 알고도


 한낱 저잣거리의 의원을


 세자 저하의 스승으로  천거했단 말입니까?


 (기재) 한낱 저잣거리  의원일지라도


 배울 점이 있으면 배워야지요


 전하께서도 지난 회강에서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정지운이란 자는 인품과 문재


 모두 누구보다  뛰어난 인재이옵니다


 그러한 자가 자신이 가진  의학적 지식을 나누기 위해


 삼개방이란 약방을 운영한 것이


 어찌 그리 큰 흠이  된다 하겠습니까


 (영수) 약방을 운영한 것이  흠이 아니라


 이를 숨겨  전하와 저하를 능멸한 것이  [긴장되는 음악]


 더욱 큰 죄가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풍속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헌부의 집의가  직접 삼개방의 철거를 명하였다면


 이는 분명 더 큰 폐단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겠습니까


 [한숨]


 [중전의 웃음]


 (중전) 이판께서 내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원망하였더니


 이리 기특한 일도 다 하시고


 [웃음]


 참으로 알 수 없는 분이 아닙니까


 [중전의 웃음]


 그리 좋아하실 거 없습니다


 (창천군) 상헌군이  어떤 인물입니까


 아마 적당한 선에서


 서연관 하나 문책하는 걸로  끝내려 하겠지요


 그러니 도와야지요


 전하께서 우리 제현 대군께  거는 기대가 크십니다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나서


 상헌군과 세자의 힘을  제대로 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왜 그 아이들을 살려 두었는가?


 [풀벌레 울음]


 (석조) 제가 이판 대감을 뵙고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판이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인 줄 아는가


 (기재) 제 입에 넣어 준 밥조차  받아먹질 못하고


 일을 그르치다니


 (석조) 송구합니다, 대감


 이번 일은 제가  어떻게든 해결하겠습니다


 물론 그래야지


 자네가 끔찍이 아끼는  아들의 생사가 걸린 일 아닌가


 [한숨]


 (지운) 이판 대감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시만 대감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관원) 어허


 전하의 재가가 있기 전까진  따로 뵙지 않겠다고 전하셨네


 돌아가게


 (지운) 정말 잠시면 됩니다  정말 잠시만…


 (관원) 어허, 이 사람!


 [좌절하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한숨]


 [풀벌레 울음]


 (지운) 이제라도  그 아이들은 풀어 주십시오


 모든 것은  제가 다 책임질 것입니다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석조) 왕실을 기망한 죄로  네 목숨도 보전키 어려울 것인데


 대체 어떻게  책임을 진단 말이더냐?


 애초에 저만  벌하시면 될 일이었습니다


 왜 죄 없는 그 아이들까지 붙잡아


 모두를 힘들게 하시는 겁니까?


 (석조) 사흘 뒤 조참 때  전하께서 네 거취를 정하실 것이다


 그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연관 자리를 지켜 내거라


 그렇지 못한다면


 네가 끔찍이도 아끼는  그 아이들과 너와 나


 그리고 네 어미까지


 모두 무사치 못할 것이니 말이다


 [한숨]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복동) 저하


 (휘) 그래, 어찌 되었다더냐?  [문이 달칵 닫힌다]


 생각보다 일이  심각해진 모양입니다


 (복동) 전하께서  정 사서는 물론이고


 아들을 빼돌린 집의 영감의 죄까지  함께 물으실 것 같습니다


 [허탈한 숨소리]


 그것이 진정 사헌부 집의인  정석조만의 뜻이겠느냐


 그자의 뒤엔 늘 내 외조부이신


 상헌군께서 있다는 것을  모르는 자가 없을 텐데


 어찌 됐든 잘된 일 아닙니까?


 (복동) 둘 다 모두 저하껜  불편한 자들이니


 이참에 싹 다 내쫓는 것이…


 (휘) 늦었다


 그만 나가 보거라


 예?


 어, 예, 저하


 [멋쩍은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김 상궁) 정 사서의 일로  심란하십니까?


 정석조의 아들입니다


 세손마마를 돌아가시게 했던


 [어두운 음악]  아니, 저하를 죽이려 했던 자의  아들이란 말입니다


 [한숨 쉬며] 알아


 나도


 잊어선 아니 되옵니다


 절대로


 잊지 마시옵소서


 [풀벌레 울음]


 [훌쩍인다]


 [울먹이며] 형님 그렇게 된 거


 다 나 때문이야


 (질금) 이판 대감께서  하도 무섭게 말씀하셔서


 진짜 지금이라도 안 늦었을까?


 내가 삼개방 의원이 맞다고  다시 말하면


 영지랑 형님은 살 수 있는 거겠지?


 니 시방 그게 지금 뭔 소리여?


 (질금) 아, 집의 어른께…


 아니, 형님 아버님께서 그러셨어


 그렇게만 말하면 다 잘될 거라고


 [춘생의 성난 숨소리]  (춘생) 미친놈아


 시방 니 지금 그 말을 믿은겨?


 차라리 네놈 뒤져 불고  양지바른 땅에 묻어 준다 하면은


 그 말은 믿어 볼 만하겄다  이 미련한 놈아


 [울먹이며] 아, 그럼 어떡해!


 나 때문에 형님 목이 날아간다는데


 (나졸) 구 별감님  이제 그만 나가셔야 됩니다


 나가 정 사서한테  다 얘기할 테니께


 (춘생) 니 씨잘데기없는 생각 말고  모른다고 잡아떼


 무조건 모른다고, 알았어?


 (나졸) 아, 어서요


 (춘생) 무조건 모른다고


 [춘생의 힘주는 숨소리]


 [춘생의 한숨]


 [멀어지는 발걸음]


 [훌쩍인다]


 [새가 지저귄다]


 (소은 몸종) 아기씨, 아기씨!


 - (소은 몸종) 아기씨, 아기씨  - (소은) 아버지


 [소은의 다급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영수) 이게 무슨 짓이냐


 저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게 생겼습니다


 (소은) 아버지, 제발 이번 일은  모른 척 넘어가 주세요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일부러 속이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쁜 사람이라  단정할 수 있는 이가


 어디 있겠느냐


 (영수) 그저 죄를 지은 이와  짓지 않은 이들로만 구분할 것이다


 [소은의 다급한 숨소리]


 (소은) 아버지, 아버지, 제발요


 (영수) 그만하거라


 이미 전하께 말씀드린 일이다


 결정은 전하께서 내리실 일이니라


 (소은) 아버지, 아버지!


 [휘의 한숨]


 (휘) 내일 조참 때 전하의 교지가  내려질 거라 들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정 사서와의 인연은


 오늘이 마지막이겠군요


 길진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유익한 적도 있었다


 기억하지요


 소신 아직 궐을 떠날 수 없습니다


 (지운) 도와주십시오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은  이제 저하뿐이십니다


 내가 왜 정 사서를 돕겠습니까?


 처음부터 정 사서가  이곳을 떠나길 바란 사람이


 다름 아닌 나였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지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와 달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저하께서는 제가 처음부터


 삼개방의 의원이란 것을  아셨습니다


 그럼에도 저와의 서연을  받아들이셨지 않습니까


 내기에 진 탓입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운) 그 약속을


 한 번만 더  지켜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못마땅한 신음]


 [무거운 음악]


 [휘의 한숨]


 안타깝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만 마음을 접으시지요


 [한숨]


 [춘생의 가쁜 숨소리]


 (춘생) 정 사서


 아, 여기 있었구먼


 아이, 어딜 싸돌아다니길래  이렇게 만나기가 힘들어


 질금이는 잘 있는 거지?


 (춘생) 느그 아버지 말이여


 아무래도 질금이한테 그냥


 싸그리 뒤집어씌울 거 같은데  이거 어쩌냐?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참말로  [의미심장한 음악]


 형님


 [춘생을 탁 잡으며] 형님!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춘생) 그 미련한 것이  영지랑 니 살릴 거라고…


 설마 죽이지는 않겄지?


 그래도 아들이  가족같이 생각하는 애들인디


 그렇지?


 안 돼, 안 돼, 질…


 (지운) 안 돼


 [춘생의 당황한 신음]


 (춘생) 정 사서, 정 사…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아이고


 [옅은 한숨]


 (복동) 저하  자은군 대감께서 오셨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형님


 (휘) 강화엔 잘 다녀오셨습니까?


 예


 저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정 사서가  삼개방을 운영한 것이 모두


 빈촌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 말씀이십니까?


 (현) 그러하옵니다, 저하


 정 사서가 궐에 들어온 이유 역시


 삼개방의 아이들을  구하고자 했을 뿐


 자리에 대한 욕심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을 제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건…


 (휘) 형님의 오랜 벗인 정지운


 그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소용없습니다


 무슨 이유로든


 강상의 도를 어지럽히고  왕실을 능욕한 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정 사서는 저의 벗이기 전에  저하의 스승이 아닙니까


 [무거운 음악]


 피곤하네요


 (휘) 형님께서도  여독이 풀리지 않으셨을 테니


 오늘은 그만 물러가시지요


 [풀벌레 울음]  [궁녀들이 연등을 퐁당 띄운다]


 [아련한 음악]  (지운) 소신 아직  궐을 떠날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건  이제 저하뿐이십니다


 [풀벌레 울음]  [거리가 시끌시끌하다]


 (어린 지운) [살짝 웃으며]  너는 무슨 소원을 적었느냐?


 (담이) 음…


 아까 지나온 빈촌 마을을  기억하십니까?


 (어린 지운) 응?


 (담이) 그곳의 아이들이


 배곯지 않고  건강히 잘 자라게 해 달라


 그리 소원을 적었습니다


 뭐?


 (어린 지운) 아니, 그런 거야  그 아이들의 부모들이 할 일이지


 왜 네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태반입니다


 저도 그렇게 자랐고요


 [잔잔한 음악]


 (담이) 마음은 안타까운데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하니


 이리 소원을 띄우면


 언젠가 누군가는 그 아이들을  도와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아, 도련님은  무슨 소원을 적으셨습니까?


 어, 나?


 (어린 지운) 아, 나는…


 잠시만, 담이야, 잠시만


 [어린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담이) [놀라며] 도련님


 [걱정스러운 한숨]


 (담이) 갑자기 왜 그러신 겁니까?


 그게…


 네 얘길 들으니까  내가 적은 소원이


 너무 옹졸하고  못나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예?


 그래서 고치고 왔느니라


 내가 바로


 그 아이들을 돕는 누군가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야


 [풀벌레 울음]  [춘생의 한숨]


 그냥 모른 척할 걸 그랬나?


 (춘생) 아니여


 그랬다간 질금이가  옴팡 뒤집어쓰고


 개죽음당했을 것인디


 나가 또 그 꼴은 볼 수 없지


 암, 그렇고말고


 씁, 그려


 정 사서가 나섰으니께  무슨 수를 써도 썼을 것이여


 아니, 그, 뭐, 설마 즈그 아들을  뭐, 죽이기야 하겄어? 암


 [울먹이는 신음]


 아니여, 아니여, 아니여


 하, 이러다 정 사서까지  그냥 싹 다 죽는 거 아니여?


 그 집 영감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인디


 아휴, 아이고, 미쳐 불겄네


 아이고, 진짜 돌아 불겄네


 아유, 이제 어쩐다냐, 씨


 [춘생의 아파하는 신음]


 [비명]


 (휘) 죽이다니, 대체 누굴 말이냐?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관군) 웬 놈들이냐!  [수하들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질금의 놀란 신음]


 [긴박한 음악]  (질금) 누, 누구세요?


 아, 자, 자, 잠깐만요


 어디, 어디 가시는 건데요?


 [질금의 아파하는 신음]


 지금 어디 가시는데요? 예?


 어, 어르신


 - (질금) 영지야, 영지야!  - (영지) 오라버니, 오라버니!


 (지운) 멈추시오!


 [긴장되는 음악]  (질금) 형님!


 (영지) 오라버니!


 (지운) 정녕


 이 아이들까지 죽이시려는 겁니까?


 (석조) 비켜라


 도대체 제가 어디까지  실망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비키라 하였다


 [영지의 애절한 신음]


 [결연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지운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진정 네가 나를 벨 셈이더냐?


 아이들은 풀어 주십시오


 제발


 (석조)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 믿거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니


 [갓이 툭 떨어진다]


 [지운이 털썩 앉는다]  - (영지) 오라버니!  - (질금) 형님!


 [질금과 영지가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석조) 뭐 하는 짓이냐!


 (지운) 이리하면!


 저 아이들을 죽일 이유는  없으시겠지요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이 칼을 휙 들어 올린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지운이 칼로 푹 찌른다]


 [석조의 놀란 숨소리]


 [수하1의 힘주는 신음]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의 성난 숨소리]


 (지운) 저 아이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신다면


 아무리 아버지라 해도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질금과 영지가 절규한다]


 (석조) 돌아올 때까지  가두어 두거라


 [질금과 영지가 절규한다]


 [풀벌레 울음]


 [질금의 겁먹은 신음]


 계집은 잠시 치우거라


 (영지) 오라버니, 오라버니!


 - (영지) 오라버니!  - (질금) 영지야


 [영지가 연신 소리친다]  (질금) [울먹이며] 영지야


 (석조) 쓰거라


 겁이 나서 거짓을 고하셨고


 삼개방의 의원은 네가 맞다고


 후환이 두려워 한성부 관원들을  매수해 탈옥을 한 것이다


 알겠느냐?


 [질금의 떨리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질금의 겁먹은 신음]


 (질금) [흐느끼며]  살, 사,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죽을 위기에 처한 너와 저 계집을


 살려 준 것이 지운이라 들었다


 그 빚을


 여기서 갚거라


 [흐느낀다]


 [수하2가 붓을 탁 쥐여 준다]


 (질금) 영지야


 [연신 흐느낀다]


 [긴장되는 음악]


 [흐느낀다]


 [애원한다]


 [수하2가 질금을 탁 잡는다]  [질금의 겁먹은 신음]


 (질금) 잠깐


 [흐느끼며] 약속하신 대로


 형님이랑 여, 여, 영지를


 꼭 사, 살려 주십시오  제발요, 제발


 제발, 제발…


 [질금의 겁먹은 신음]


 살려 주세요


 [질금이 연신 흐느낀다]


 [질금의 힘겨운 신음]


 [수하들의 힘겨운 신음]


 [질금이 캑캑거린다]  [극적인 음악]


 (휘) 무뢰배들이 한성부의 죄인을  몰래 빼내 갔더군


 세자로서 명하마


 그 아이들을 넘겨라  [긴장되는 음악]


 하면 오늘 밤


 이곳에선 어떤 피도  흐르지 않을 것이다


 상헌군 대감께서도  허하신 일입니까?


 [코웃음]


 못 들었느냐?


 이 나라 조선의 세자라는 내 말을


 (휘) 어명이 아니면


 나를 불허할 자는 없다!


 (석조) 세자 저하께선


 정녕 그리 생각하십니까?


 (휘) 그대의 생각은  나와 다른가 보군


 내 앞에서도 이리


 칼을 내리지 않는 것을 보니


 이자의 손이 잠시라도 움직인다면


 너는 즉시 내게


 이자의 목을 가져오거라


 [박진감 넘치는 음악]


 왜, 내가 못 할 것 같으냐?


 외조부 댁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아끼시는 손자를 벌하실까?


 [칼이 쓱 스친다]


 [김 상궁의 초조한 숨소리]


 (복동) 이게 무슨 일인가?  말 좀 해 보게


 [복동의 답답한 신음]


 (김 상궁) 저하  익위사들까지 대동하고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신 겁니까?


 상헌군 대감께서 아시는 날에는…


 [복동의 놀란 신음]


 [복동과 김 상궁의 긴장한 숨소리]


 [복동의 못마땅한 신음]


 (기재) 어찌 그러셨습니까?


 어쩌자고


 이리 건방진 행동을  하셨던 겁니까, 저하?


 죄인을 함부로 빼돌리다니요


 아무리 외조부님의 명이라 하나


 옳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휘) 하여 전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한숨]


 [긴장되는 음악]


 (기재) 틀렸습니다, 저하


 저하의 행동에는  옳고 그름이 전혀 중요치 않습니다


 저하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외조부인  내 말을 귀담아듣고


 나를 넘어서지 않는 것


 그것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잊지 마십시오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곧


 저하의 길이 된다는 것을


 그 길을 벗어나면


 아무리 귀애하는 저하일지라도


 제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걸쇠가 달칵거린다]


 [문이 덜컹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놀란 신음]


 [콜록거린다]


 [놀란 숨소리]


 (석조) 채비하거라


 조정에 갈 시간이다


 [다급한 숨소리]


 (지운) 아이들은  아이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 아이들이  무사한지부터 알아야겠습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하거라


 [울먹이며] 살아 있는 겁니까?


 죽이진


 않, 않으신 거죠?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창천군) 그러니까  [새가 지저귄다]


 여기 있는 정지운이라는 자가  시료를 핑계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값비싼 약재만 처방하고


 권하였던 것이 사실인가?


 (양반1) 예, 그러하옵니다


 (양반2) 그뿐만이 아닙니다


 삼개방을 찾은 저를


 천것들과 함께  기다리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천것들이 보는 앞에서


 문전 박대까지 하며  모욕하였습니다


 (창천군) 반상의 법도를 무시하고


 양반의 권위를 실추시킨 정지운과


 이를 비호한 집의 정석조를  엄벌에 처해 주시옵소서, 전하


 (대신들) 엄벌에  처해 주시옵소서, 전하!


 저들의 말이 모두 사실인가?


 예


 사실이옵니다


 [어두운 음악]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사서 정지운과


 삼개방 죄인들에 대한  전교를 내리겠소


 (혜종) 시강원 사서 정지운은


 양반의 신분으로  삼개방이라는 의원을 운영하며


 온갖 수탈을 일삼아


 양반의 권위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임금인 나와 세자를 속여


 왕실의 명예 또한 훼손하였으니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에


 서연관이라는 직첩을 거두고


 장 50대와 함께 유배를 명한다


 또한 정지운을 도와


 삼개방을 운영한 이들 역시


 천역에 처할 것이다


 그것이 제가 치러야 할 죗값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지운) 하나 죗값을 받으려면  죄인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개방에서  저를 도운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그 아이들의 행방을 알려 주십시오


 (혜종) 그게 무슨 소리냐?


 죄인들이 한성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더냐?


 그들을 데려간 자가 있습니다


 [극적인 음악]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휘) 거기에 대한 답은


 제가 해 드리지요


 [애절한 음악]


 (지운) 저하


 저하께선 이 태산과 같은 마음을  가지신 그런 분이셨던 겁니다


 (휘) 이번 사신단 영접을  소자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부디 이번만큼은  소자를 믿어 주십시오


 (태감) 이리 환대를 다 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관리의 힘겨운 신음]


 (휘) 그만하시지요


 여긴 조선의 궁입니다  [태감의 헛웃음]


 [김 상궁의 힘겨운 신음]  (태감) 세자 저하께 재미난 걸 좀  보여 드리고자 이리 모셨는데


 (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 (복동) 저하!  - (지운) 저하!


 (혜종) 널 믿은 날  이리 실망시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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