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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7

 (지운) 괜찮으십니까, 저하?


 (혜종) 세자의 서연관인  사서 정지운이


 삼개방이란 곳의 진짜 의원이다?


 [지운의 놀란 숨소리]  - (휘) 안 돼  - (문수) 저하!


 (지운) 이 책이 왜  여기 있는 것입니까?


 (휘) 그 아이가  많이 특별했나 봅니다?


 첫사랑이었습니다


 (만달) 큰일 났습니다, 큰일


 이판 대감께서 나리를  파직시키라는 상소를 올렸답니다


 (지운) 파직?


 (지운) 도와주십시오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은  이제 저하뿐이십니다


 (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질금과 영지가 외친다]


 그러니 그만 마음을 접으시지요


 (지운) 애초에 저만 벌하시면  될 일이었습니다


 왜 죄 없는 그 아이들까지 붙잡아


 모두를 힘들게 하시는 겁니까?


 (혜종) 임금인 나와 세자를 속여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


 (휘) 죽이다니? 대체 누굴 말이냐?


 [질금이 흐느낀다]  [질금의 힘겨운 신음]


 (휘) 세자로서 명하마  [수하들의 힘겨운 신음]


 그 아이들을 넘겨라


 하면 오늘 밤


 이곳에선 어떤 피도  흐르지 않을 것이다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휘) 거기에 대한 답은


 제가 해 드리지요


 [긴장되는 음악]


 죄인들을 옮긴 것은


 바로 저입니다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옥사는 죄인들을  징계하기 위한 곳이지


 죽이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하셨습니다


 하나 그러한 전하의 뜻과는 달리


 옥사의 환경은 몹시도 참혹하여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죄인들이  부기지수였습니다


 이에 미처 윤허를 받지 못하고  급히 죄인들을 옮긴 소자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고작 이를 고하고자


 조계 중인 정전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것이더냐?


 소자 삼개방 사건에 대해


 전하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창천군) 이는 세자께서  나설 일이 아닙니다


 (혜종) 좋다


 말해 보거라


 (휘) 정 사서는 반상의 법도를  거스른 적이 없사옵니다


 오히려 법도를 거스른 자들은


 바로 저자들이지요


 [의미심장한 음악]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양반들의 헛기침]


 들어오거라


 [백성들의 겁먹은 숨소리]


 이들은 얼마 전까지


 도성의 약방에  약초를 공급하던 약초꾼과


 저기 있는 최 진사의  집안 창고를 지키던 자입니다


 내게 한 말들을  전하께 다시 고하거라


 (백성1) 삼개방 의원님께서  비싼 약재만 처방하셨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러니까 여기 계신  진사 댁 어르신께서


 동리의 모든 약재를 사들여  창고에 모아 놓는 바람에


 애, 어른 할 것 없이  약 한 첩 못 쓰고


 죽어 나가기가 다반사였습죠


 사실을 알게 된 의원님께서


 비슷한 효과가 있는  약재를 구해 와


 값싸게 나눠 주셨고


 그 일로 창고에 있는  약재값이 폭락하자


 괜한 시비를 걸어 오셨던 겁니다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창천군) 저 말이 다 사실이냐!


 아닙니다, 영상 대감


 (양반) [울먹이며]  모, 모함이옵니다


 아닙니다, 사실이옵니다!


 (백성2) 제게 약재를 관리한  대장이 있사옵니다!


 [어두운 음악]


 [양반의 당황한 신음]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영수) 삼개방이  드러난 것과는 달리


 어려운 자들을 돕는 곳이었다


 이 말씀이십니까?


 이치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요?


 예, 하나


 이판께서 생각하는  이치와 도리가 무엇인지에 따라


 그 기준은 달라지겠지요


 (휘) 적어도 제가 앞으로  이 나라에서 보고 싶은 정의에는


 어긋나지 않은 곳이었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숨]


 (휘) 정 사서 역시  그런 자이고 말입니다


 소신 역시 저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하옵니다, 전하


 (창천군) 이판께서 제일 먼저


 이 일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영수)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보고  깊게 생각지 못한


 소신의 경솔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혜종) 좋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정지운은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시강원 사서가 되었다


 (휘) 송구하오나 정 사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적이 없사옵니다


 소자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서연에 들었으며


 전하께도 이미 말씀드렸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옵니다


 [한숨]


 하나 전하께선 소자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정 사서의 임명을  강행하신 것은 전하이시니


 잘못이 있다면


 서연관의 신변 문제를  정확히 꿰뚫지 못한 전하와


 여기 있는 대신들의 탓이  아니겠습니까


 [대신들이 웅성거린다]  [아름다운 음악]


 무심했던 나와 대신들의 탓이다?


 [피식 웃는다]


 [대신들의 헛기침]


 (기재) 잊지 마십시오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곧


 저하의 길이 된다는 것을


 그 길을 벗어나면


 아무리 귀애하는 저하일지라도


 제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휘) 가시려는 그 길


 함께 가고자 함입니다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제가 어떤 방책으로


 외조부님을  따르고자 하는지 말입니다


 [대신들의 헛기침]


 이것이 세자 저하의  첫 번째 출사표인가?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밝은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지운) 고맙다, 정말


 감사 인사는 내가 아니라  저하께 드려야지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저하


 어찌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었을 뿐이니


 (휘) 서린방으로 가 보십시오


 기다리던 아이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드러운 음악]


 [옅은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현) 저하께서 이렇게까지  나서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뭐


 형님의 벗이지 않습니까


 저의


 스승이기도 하고요


 "한성부"


 [지운의 가쁜 숨소리]


 [바람이 쏴 분다]


 - (질금) 형님! 형님  - (영지) 오라버니


 (석조) 짧은 시간에  세자 저하의 신임을 얻어 냈더구나


 하긴 넌 어릴 적부터  영특하단 소리를 듣고 자랐으니


 다시 한번 이 아이들을  건드리셨다간 그땐…


 출사의 뜻이 없다면


 내 억지로 시키진 않으마, 하나


 (석조) 또다시 내 앞에서  의원 행세나 할 생각은 말거라


 다른 누구도 아닌  너와 네 어미를 위해서다


 하나뿐인 아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견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무거운 음악]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몸종) 마님, 마님!


 [김씨 부인이 씩씩거린다]


 마님, 밤이 늦었습니다


 - (몸종) 마님  - (김씨 부인) 내가 정말


 (몸종과 김씨 부인)  - 마님, 이 밤에 어디 가십니까?  - 아, 더는 못 참아, 아!


 (몸종) 마님, 위험합니다


 - (김씨 부인) 아, 이거 놔!  - (몸종) 마님


 (김씨 부인) 내 이번에는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몸종) 마님, 위험해요


 (김씨 부인)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 (김씨 부인) 아, 놔!  - (몸종) 마님


 (김씨 부인) 하, 내가 진짜…


 [떨리는 숨소리]


 [심호흡]


 - (김씨 부인) 이것들을 그냥…  - (지운) 내 이럴 줄 알았지


 (지운) 누구 목소리가  이렇게 크시나 했더니


 [반가운 숨소리]  지운아


 (김씨 부인) 아유, 괜찮아?  괜찮은 거야? 어?


 괜찮죠, 그럼


 [안도하는 숨소리]


 (몸종) 마님, 신 잘못 신으셨어요


 (지운) 아, 이리 주시고 일 보시게


 [살짝 웃는다]


 [지운의 힘주는 신음]


 또 북촌댁 마님들이 제 흉 봤어요?


 아, 그게 아니라…


 아니, 네가 준 약이라고  좋다고 나눠 먹을 땐 언제고


 (김씨 부인) 이제 사람  염장을 지르잖아


 네가 서연관이 되니까  배가 아픈 거지


 내가 그걸 그냥 듣고만 있어?


 (지운) 아유


 집의 댁 마님께서  이렇게 거칠어서 어떡하나?


 시집오기 전엔  동네에서 제일 수줍음 많고


 정숙한 분이었다더니


 아들 하나 때문에  내 속이 문드러져서 그렇다, 왜


 [피식 웃는다]


 대체 언제까지  밖에서 그렇게 지낼 거야?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와


 (김씨 부인) 아버지  네 걱정 많이 하셔


 죄송해요


 [잔잔한 음악]


 [김씨 부인의 멋쩍은 웃음]


 (김씨 부인) 아, 내가  또 똑같은 말만 했다, 그렇지?


 그냥 너 오고 싶을 때 와


 오늘처럼


 네 방 항상 그대로 있으니까


 그래, 뭐  꼭 궐에 들어가야 출세하니?


 네가 하고 싶은 거 하고  행복하면 그게 출세하는 거지


 안 그래?


 그러니까 어디 가서 기죽지 말고  네 마음 가는 대로 살아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알겠지?


 [피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한숨]


 [한숨]


 어?


 [밝은 효과음]


 (휘) 아, 저, 삼개방을  돕던 아이들만 구하면


 그, 궐을 나가기로 한 게  아니었습니까?


 아, 저하께서 저를 위해  그리 애를 써 주셨는데


 그럴 수야 없지요


 (지운) 제 마음이 향하는 곳에서


 잠시만 더 머물기로 하였사옵니다


 [머뭇거리며] 마음?


 (지운) 그간 제가 저하에 대해  요만큼 오해를 좀 했었습니다


 오 보 저하라느니 동빙고라느니


 그런 쓸데없는 말에 휩쓸려서는


 안하무인에 차갑기만 한  뭐, 그런 분인 줄 알았지요


 하나


 아니었습니다


 저하께선 이…


 이 태산과 같은 마음을 가지신


 이


 경서에나 나올 법한  그런 분이셨던 겁니다


 [잔잔한 음악]


 사람이 죽어 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차가운 분이다?


 (지운) 아니요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지요


 바로 제가 그 증인이 아닙니까


 하면  [익살스러운 음악]


 동빙고 저하가 왜 동빙고냐?


 (만달) 그야 사시사철  얼음처럼 차가운…


 [날렵한 효과음]


 (지운) 얼음은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이


 그 어떤 보석보다도 기품 넘치지요


 그걸 빗댄 말이 바로


 동빙고라 이 말입니다!


 [사람들의 탄성]


 [입소리를 쩝 낸다]


 씁, 저러다 저거, 저  나보다 먼저 승진하는 거 아니야?


 [새가 지저귄다]


 [밝은 효과음]


 저하


 [흥미로운 음악]


 (지운) 저하


 날이 참 좋습니다


 [휘의 헛기침]  그…


 [까마귀 울음 효과음]


 [멋쩍은 웃음]


 [지운의 상쾌한 한숨]


 (지운) 오랜만에  야외에서 서연을 하니


 참으로 좋지 않습니까, 저하?


 (휘) 앞이나 잘 보고 걸으십시오


 그리 정신없이 걷다  물에 빠지기 딱 좋아 보이니까


 (지운) 씁, 제가 이래 봬도  몸놀림이 다부지고 재빨라


 살면서 넘어지거나  그런 일이 없…


 [지운의 놀란 신음]


 [복동과 김 상궁의 놀란 신음]


 [지운의 놀란 신음]  [아름다운 음악]


 저하


 [휘가 지운을 탁 밀친다]  [지운의 힘겨운 신음]


 [감격한 숨소리]


 멋있다


 같이 가시지요, 저하!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뭘 그리 진지하게 쓰시는 겁니까?


 [숨을 들이켠다]


 [붓을 탁 내려놓는다]


 [바람이 살랑거린다]


 "춘야희우"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


 지난번 도와주셔서  감사했다는 인사


 제대로 드리지 못한 거 같아서요


 (지운) 적절히 내려  참 좋은 비처럼


 저 역시 저하께  그런 사람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저하께서 제게  그리하신 것처럼 말이지요


 [비가 쏴 내린다]


 [김 상궁의 당황한 신음]


 [지운의 웃음]


 [지운의 웃음]


 (지운) 비가 내립니다, 저하


 때마침 말이지요


 [웃음]


 (복동) 저하, 저 복동입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휘) 무슨 일이냐?


 (복동) 아, 저  기, 김 상궁 마마님께서


 저하의 침수를  살펴 드리라 하여서요


 (휘) 아…


 [복동이 쟁반을 탁 내려놓는다]


 저기, 복동아


 (복동) 예, 저하


 정 사서 말이다


 시강원 사람들하고는  잘 지내는 것 같더냐?


 아유, 말도 마십시오


 (복동) 궐 생활에 도가 텄는지


 그, 술도 갖다 바치고  대신 번도 서 주고


 싹싹하기가 이를 데가 없답니다


 다들 어찌나 칭찬을 하던지


 저하께 하는 것만 봐도


 제 아비랑은  영 다른 사람 같지 않습니까?


 근데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휘) 응?


 아니다


 정리 다 끝났으면  그만 물러가 보거라


 예, 저하, 어…


 어, 그럼 쉬십시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련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대비) 주상의 옥체가  미령하시다 하니


 세자가 영접의 주체가 되는 것이


 나쁠 건 없지요


 슬슬 세자에게 큰일을  맡겨 보고 싶은 좌상의 뜻도


 내 모르는 바가 아니니


 하면 마마께옵서


 전하께 주청을 올려 주신다


 그리 알고 있겠습니다


 (대비) 한데 좌상의 뜻이라고


 내 무조건 따른다  여기는 건 아니시겠지요?


 일전에 서연관의 일도 그러하고


 좌상께서 부쩍


 월권을 행하시는 것이 영


 걸려서 말이지요


 [어두운 음악]


 (기재) 월권이라니요


 소신 선대왕과 함께


 삽혈로 회맹한 공신이옵니다


 목숨을 바쳐  옥좌를 찾아 드린 저에게


 어찌 그리 섭섭한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세자를 아끼는 마음은 이해하나


 주상 역시 좌상이  모셔야 하는 사람입니다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내가 용납지 않을 것입니다


 (기재) 하면 마마께서 먼저  모범을 보이셔야지요


 [긴장되는 음악]


 뭐라고요?


 (기재) 대비전의 뜻으로  요직에 들어선 이들이


 날로 늘고 있지요?


 친정 가문의 세를 키우고 싶은


 마마의 심정을 헤아려 드리는 것이


 다름 아닌 저라는 것을  잊으시면 아니 될 것입니다


 감히 지금 나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기재)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큰 목소리로] 제가  바라는 건 그저


 저하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이 이상 설쳐 대지 않는 것!


 그뿐입니다


 하니


 무용한 입씨름은  하지 말자는 말이지요


 [새가 지저귄다]


 [화기애애하다]  [어두운 음악]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휘) 족질?


 아바마마의 족질이  재발하신 겁니까?


 (형설) 예


 전하께서 만기에 시달리시어  예후가 좋질 못하셨습니다


 한데


 김 상궁과 홍 내관을 제외하곤


 저하의 곁을 지키는 자가 처음인데


 어디 불편하진 않으십니까?


 [한숨 쉬며] 익숙해져야지요


 언제까지 김 상궁과 홍 내관만  곁에 둘 순 없지 않습니까


 예


 [의미심장한 음악]


 [혜종의 한숨]


 (상선)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탕약은 놓고 가거라


 [문이 달칵 닫힌다]


 (휘) 아바마마


 소자이옵니다


 (혜종) 응, 네가 어쩐 일이냐?


 아바마마께 드릴  청이 있어 왔사옵니다


 [한숨]


 이번 사신단 영접을  소자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사신단의 영접은  자은군이 맡기로 한 걸 모르느냐?


 사신단이 궐에 들었을 때


 아바마마를 대신할  영접의 주체가 되고자 하옵니다


 (휘) 이미 대비전에서도  주청을 드렸다 들었사옵니다


 (혜종) 자전의 뜻이  나의 뜻이더냐?


 이번 사신단의 맞이는  관례대로 내가 할 것이니


 그만 물러가거라


 (휘) 아바마마께선


 아직도 소자를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무거운 음악]


 아바마마께서 소자의 세자 책봉을


 반대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제 외조부님의 문제 때문입니까?


 아니면


 겸이


 그 아이 때문입니까?


 (혜종) 이제 와서


 그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란 말이냐?


 아바마마께서 제 외조부님을  불편해하신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휘) 하지만 이건


 오로지 저의 뜻입니다


 부디 이번 만큼은


 소자를 믿어 주십시오


 소자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옵니다


 [새가 지저귄다]


 [지운의 놀란 신음]  [밝은 음악]


 [복동과 김 상궁의 놀란 신음]


 [지운의 놀란 신음]


 [휘가 지운을 탁 밀친다]  [지운의 힘겨운 신음]


 (지운) 아휴!


 아, 귀여우셔, 응?


 귀여우신 면이 있다니까


 [피식 웃는다]


 (휘) 태평관과 모화관의  준비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의주에 접반사로 갔다던  관찰사의 소식은요?


 차근차근 하시지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한숨]


 전하를 대신하는 자리니  무리가 되더라도 잘해 내야지요


 잠시 머리 좀 식히고 계십시오


 (현) 곧 저자에도 나가 봐야 하니


 전 관찰사에게서 온  장계를 찾아오겠습니다


 (지운) 저하


 영접 일로 당분간  서연에 들지 못하신다고요


 예, 당분간은 들지 못할 것입니다


 [휘가 부스럭거린다]  예


 (지운) 바쁘신 듯하니  짧게 설명만 드리고 가겠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이것으로 말할 거 같으면


 전설의 명의 화타도 본 적 없는


 용의 눈물을  한 방울 넣어 만든 환약으로…


 (휘) 할 일 없으십니까?


 보덕께 내 말씀드려…


 아니요


 아주 바쁜 업무가 있사옵니다


 [지운이 함을 탁 집는다]


 (지운) 아주아주 힘드실 때  그때 드십시오


 용기를 주고  불안을 없애 줄 것입니다


 전 그럼


 아…


 [피식 웃는다]


 방금 나간 사람이  정 사서였습니까?


 [함을 달칵 닫는다]  [피식 웃는다]


 싱겁기론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부스럭거린다]


 [지운의 휘파람]


 (상인1) 아이, 다 괜찮습니다


 (지운) 다 괜찮기는 무슨


 가만있어 보시오  내가 보는 눈이 있으니


 [헛기침]


 [호미를 탁 내려놓으며] 쓰읍


 아, 이걸로 주시오


 [헛기침]


 (소은) 삼개방으로 보낼 걸세


 여기 이거


 [의아한 숨소리]


 그리고 이거, 이것도


 아닐세


 여기 있는 거 다 보내 주시게


 (상인2) 예


 [다가오는 발걸음]


 (지운) 이걸 다  삼개방으로 보내신다고요?


 내 그 아이들에게  진 빚이 있어 그렇다 하지 않는가


 [소은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소은의 놀란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뭡니까?


 [피식 웃는다]


 [당황한 숨소리]


 [한숨]


 [시끌시끌하다]


 (지운) 주로 말보다  재물로 사과를 하는 편인가 보오?


 (소은) 아, 그것이…


 왜, 뭐, 그럼 안 되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상대방이 가장 필요한 걸  도와주는 것으로


 마음의 빚을 갚겠다는데


 그럴 능력이 돼서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지운이 살짝 웃는다]


 아니, 뭐…


 (소은) 한데 호미는  왜 들고 다니시는 겁니까?


 아, 그, 꽃을 좀 받아 심으려고요


 전 누구처럼 능력이 되질 않아


 직접 구해다 써야 해서


 (소은) 저기…


 송구했습니다


 저 때문에 고초를 겪으신 거요


 찾아가 사과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


 왜 웃으시는 겁니까?


 아니, 그


 농담한 건데


 (지운) 그쪽이  사과할 일이 아니지 않소


 뭐, 없는 일을  그, 거짓으로 고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안 봤는데


 놀리는 재미가 꽤 있으신 분이네


 [헛웃음]


 [밝은 음악]  [살짝 웃는다]


 [풀벌레 울음]  [지운의 힘주는 신음]


 [소은의 옅은 탄성]


 [숨을 씁 들이켠다]


 (소은) 한데 궐에 꽃은  왜 심으신다는 겁니까?


 아니, 뭐, 예쁘지 않습니까


 [웃음]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소은의 놀란 숨소리]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신음]


 [시끌시끌하다]  (휘) 사방등을 더 달아


 길을 훤히 밝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 그렇게 하겠습니다


 채붕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휘) 채붕도  마땅히 준비하여야겠지요


 (현) 왜 그러십니까?


 (휘) 아…


 아, 아닙니다


 [한숨]


 [밝은 음악]


 (소은) 누구…


 (지운) 아, 아, 이분은 저…


 와 같이 일하는 분들입니다


 (소은) 아, 그럼 다들  시강원에 계시는 분들이십니까?


 뭐, 그렇소


 (소은) 아


 (현) 한데 이분은?


 (소은)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신소은이라 합니다


 [못마땅한 숨소리]


 (휘) 자리가 없는 듯하니  하면 두 분…


 (지운) 아, 그…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인데


 식사나 한 끼 하시지요


 여기 국밥 네 그릇만 주시오


 [익살스러운 음악]


 [거리가 시끌시끌하다]


 [한숨]


 바쁘시다더니


 (휘) 정 사서께  이런 다정한 면이 있으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지운이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다]


 다정이요?


 예쁘네요


 그 꽃


 (소은) 아


 [웃음]


 이거 도련님께서 나눠 주셨습니다


 [소은이 살짝 웃는다]


 (현) 한데 두 분  어찌 아는 사이십니까?


 아, 예, 그것이…


 (지운) 아유, 말하자면 깁니다


 (주모) 여기 국밥이요


 (지운) 아이고  식사나 먼저 하시지요


 - (주모) 맛있게 드세요  - (지운) 고맙소


 (지운) 자, 자, 이렇게 한 분씩  해 드리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휘) 됐습니다, 제가 하지요  [흥미로운 음악]


 (지운) 아유, 이런 건  제가 전문입니다


 이리 주십시오


 됐다니까, 왜…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지운) 아유  [단지를 탁 내려놓는다]


 괘, 괘, 괜찮으십니까?


 [지운의 당황한 신음]


 (휘) 제가 하지요


 [소매를 탁탁 턴다]


 도련님 옷도 많이 버렸습니다


 (지운) 아, 저는, 저는 괜찮은데…


 [휘의 헛기침]


 [시끌시끌하다]


 "광화문"


 [긴장되는 음악]


 (예부시랑) [중국어] 태감께선


 참으로 오랜만에  고국 땅을 밟으십니다


 고국은 무슨


 [의미심장한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지운의 힘주는 신음]


 [지운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숨을 후 내쉰다]


 (현) 계시는 동안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신경 써 봤는데


 머물 때 편안할 수 있도록


 대접이 변변치 못하여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부시랑)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어] 이제부터 말씀은  편안히 하시지요


 저희도 준비는  단단히 해 왔으니 말입니다


 [힘주는 신음]


 [태감의 헛기침]


 이 장도는 명에서부터  예까지 따라오고


 참으로 호강을 합니다  [예부시랑의 웃음]


 피곤하니 그만들 나가 보시지요


 [의미심장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풀벌레 울음]


 (현) 1년 전 새 황제가  즉위하신 건 아시지요?


 그때 저 두 사람이 황제의 즉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합니다


 (궁녀) 이쪽으로 오시지요


 들어가시면 됩니다


 (석조) 어서 오거라


 상헌군께서 정 사서를 왜…


 정 사서가 예부시랑과  인연이 깊다더니


 인사를 하러 들렀나 봅니다


 (현) 한번  가 보시겠습니까, 저하?


 [옅은 한숨]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 가  뭣 하겠습니까


 방해나 되겠지요


 (지운) 저를 급히 찾으셨단 분이


 아버지셨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잘못 온 거 같습니다


 (기재) 내가 자네를 불렀네


 [어두운 음악]


 [한숨]


 (예부시랑) 정 의원!


 [예부시랑의 웃음]


 [중국어] 오랜만입니다


 [예부시랑의 웃음]


 [한국어] 여길 어찌…


 [웃음]


 (예부시랑) 명에서도 찾지 못한  내 생명의 은인을


 좌상께서 만나게 해 주신다 하여


 내 그냥 농으로 알았거늘


 이리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예부시랑의 웃음]


 참으로 고맙습니다, 좌상 대감


 마침 제 사람이  예부시랑의 은인이었다니


 저야말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기재) 이런 것이 다 운명이고  인연 아니겠습니까


 [웃음]


 그 정도 가지고  뭐, 생명의 은인이라니


 너무 거창한 거 아니오?


 [예부시랑과 기재의 웃음]


 (석조) 실례를 범해야겠습니다


 헌부에 일이 있어  먼저 일어서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의미심장한 음악]


 [헛기침]


 [태감의 헛기침]


 (예부시랑) 정 의원  내 술 한잔 받으시겠나?


 [예부시랑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참으로 오랜만이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태감의 힘주는 신음]


 조선의 재물은 죄다  좌상 집 창고에 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구먼


 (태감) 그래, 좌상께서  바라는 게 뭐라던가?


 여연 땅 개발에 관한 허락을  받아 주시길 부탁하셨습니다


 여연?


 오랑캐가 출몰하는 땅의 개발권이  뭐가 필요하단 말인…


 (태감) 아


 [헛웃음]


 국경을 지킨다는 빌미로  제 군사를 키우시겠다?


 아주 욕심이 크시구먼


 그거라면 걱정 말라 전하시게


 [흥겨운 북 연주]  [풀벌레 울음]


 [무희들의 기합]


 [무희들의 기합]


 [무희들의 기합]


 이리 환대를 다 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태감) 한데 연회에 들일 품으로


 차라리 조선으로 오는  길목 정비에 더 신경을 썼다면


 내 이리 여독을  느끼진 않았을 텐데 말이지요


 [무희들의 기합]


 (혜종) 북방의 오랑캐들에게  길목을 열어 주는 셈이니


 섣불리 도로를  정비할 수야 없는 일이지요


 (태감) 그럼 명으로  통하는 길목이라도


 열어 두셔야지 않겠습니까


 여연 쪽 땅을 개발하면


 명과 조선의 교역도  훨씬 더 쉬워질 터인데


 (혜종) 그곳은  군사적인 요충지입니다


 섣불리 건드릴 수 없음을…


 하니 제가 돕겠다는 거 아닙니까


 (태감) 내 황제께  여연에 대해 말씀 올려 둘 터이니


 전하께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답을 보내 주시지요


 [어두운 음악]


 [술잔을 툭 내려놓는다]


 [옅은 한숨]


 [고풍스러운 음악이 연주된다]


 (학수) 아유, 좋다


 [학수의 웃음]


 아주 괜찮습니다  [태감의 웃음]


 (수하) 저는 두 번째가  마음에 듭니다


 [태감의 웃음]


 (관리) 혹 저 중에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으십니까?


 말씀만 하시지요


 열이든 백이든 제가 책임지고  태감께 올릴 테니 말입니다


 [관리의 웃음]


 공녀로 간 계집들이  그리 예쁨을 받는다 들었습니다


 개중에 하나는 승은을 입어  후궁까지 되었다니


 오늘 밤 대감을 모실 아이 역시


 얼마나 운이 좋은 아이겠습니까


 [웃음]


 (태감) 그래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누구든 말만 하라 그 말이지?


 (관리) 여부가 있겠습니까


 [관리의 웃음]


 내 듣자 하니 자네 부인의 미색이  그리 뛰어나다던데


 [쑥스러운 신음]


 이참에 내가 데려가도 되겠는가?


 예?


 (관리) 아이, 어찌 그런 농담을…


 [관리와 태감의 웃음]


 농담?


 [어두운 음악]


 하면 지금 네놈이  날 농락한 것이더냐?


 공녀로 가는 것이  그리 좋다 지껄이면서도


 제 가족이 끌려가는 건  싫은 모양이지?


 아니, 저…


 전 그, 그런 것이 아니오라…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관리의 힘겨운 신음]


 [태감의 성난 신음]


 (혜종) 대체 무슨 일이냐!


 [겁먹은 신음]  [긴장되는 음악]


 (태감) 아, 별일 아닙니다


 저자가 내게 지키지도 못할  허언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혜종) 내 진상을 파악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니


 그만 노여움을 푸시지요


 (태감) 아, 아유, 진상을  파악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필요하면 이 자리에서  그냥 죽여 버리면 되는 것을요


 [수하의 당황한 신음]


 [관리의 겁먹은 신음]


 (관리) 살려 주십시오!


 [흐느끼며] 아이고


 (휘) 그만하시지요


 여긴 조선의 궁입니다


 전하께서 진상을  확인하겠다 하셨으니


 법도에 따라 처리할 것입니다


 [헛웃음]


 물러가 처분을 기다리거라


 [떨리는 숨소리]  (관리) 예


 [관리의 다급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헛웃음]


 [태감이 칼을 탁탁 친다]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지운) 인사 올립니다


 시강원의 사서 정지운이라 합니다


 즐거운 연회에  기분이 상하신 거 같아


 제가 술 한잔 올리고자 하는데


 받아 주시겠습니까?


 아, 그러지 마시고  술 한 잔만 받아 주십시오


 소신 영광으로 알 것입니다


 [지운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예부시랑의 뒷배만 믿고  설치는 꼴이 아주 볼썽사납구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태감) 꺼지거라


 [피식 웃는다]


 (지운) 역시 태감께서 주신  술이라 그런지


 술맛이 아주 좋습니다


 (태감) [웃으며] 그래?


 그럼 더 마시거라, 어  [술병을 탁 잡는다]


 [태감의 웃음]  [태감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예부시랑) 그쯤이면 됐소


 계속 이리 무례하게 구는 것이  황제 폐하께 누가 된다는 것을


 진정 모르신단 말이오?


 [달려오는 발걸음]


 [수하의 다급한 숨소리]  (수하) 그만하시지요, 예


 [태감의 웃음]


 [어두운 음악]


 [학수의 못마땅한 신음]


 [태감이 연신 웃는다]


 [옅은 한숨]


 [풀벌레 울음]


 (지운) 여기 계셨습니까, 저하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시는 겁니까?


 중요한 자리지 않습니까


 (지운) 더 불편한 일이 생길까  염려되었을 뿐입니다


 (휘) 나를 염려하는 것은  정 사서의 일이 아닙니다


 [무거운 음악]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모른 척


 그리하십시오


 [아련한 음악]


 [풀벌레 울음]


 (병사1) [중국어] 멈춰  거기 아이 한 명 더 있어


 잡아 와라


 (병사들) 예!


 (병사2) 앉아, 앉아!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휘) [한국어] 나를 염려하는 것은  정 사서의 일이 아닙니다


 (태감) 이따위 것을  음식이라고 내온 것이냐?


 (휘) 어찌 그러십니까?


 내가 물을 말입니다


 (태감) 차려 놓은 음식들 수준이  하나같이 이 모양이니


 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한숨]


 송구합니다


 좋아하시는 것들로  준비를 시켰사온데


 입맛에 맞지 않으신가 봅니다


 (휘) 음식을 다시 가져오너라


 (궁녀들) 예, 저하


 [한숨]


 어제


 (태감) 연회장에서  날 농락한 자는 어찌하셨습니까?


 더는 허튼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그 입이라도  찢어 놨어야 되는 것인데


 헌부에 말해 진상을 확인 중입니다


 죄상이 밝혀지는 대로  엄히 벌하라 이를 테니


 노여움을 푸시지요


 그러지 말고 지금이라도  내게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태감) 내가 대신 벌을 하면


 그 수고를 좀 덜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대역죄를 지은 죄인 역시  법도에 따라 처리하는 법입니다


 (휘) 그러니 그 얘긴


 이제 그만하시지요


 (태감) [코웃음 치며]  꼴에 세자라고  [어두운 음악]


 지금


 뭐라 하신 겁니까?


 뭘 말입니까?


 지금 뭘 한 것이냐?


 (태감) 네까짓 것이  날 무시하는 것이냐?


 사람을 앞에 두고  밀담이나 나누고 있어!


 [김 상궁의 놀란 숨소리]


 (김 상궁) 그, 그것이 아니오라…


 밀담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휘) 음식을 다시 올리라 이르지요


 따라오거라


 (태감) 어딜 따라가는 것이냐


 제가 나설 자리가 어딘지


 구분도 못 하는  건방진 년 같으니라고  [김 상궁의 힘겨운 신음]


 [궁녀들의 놀란 신음]


 [휘의 놀란 숨소리]  (복동) 마, 마마님!


 (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김 상궁의 겁먹은 숨소리]


 [김 상궁의 힘겨운 신음]


 (태감) 보시다시피 버릇없는  아랫것을 가르치는 중이지요


 왜, 뭐, 이런 데도  절차가 필요한 겁니까!


 [김 상궁의 떨리는 숨소리]  [태감의 성난 숨소리]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뭔지 아느냐?


 방금 전에 네가 한 그것처럼  날 무시하는 행동이니라


 내 오늘 그 버릇을  똑똑히 고쳐 주마


 [김 상궁의 겁먹은 신음]


 [휘의 놀란 숨소리]  [태감의 성난 숨소리]


 [김 상궁의 놀란 신음]  (신하들) 마마!


 [무거운 효과음]


 (복동) 아유, 마마님!  [궁녀들이 술렁인다]


 (상궁) 마마님!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거친 숨소리]


 김 상궁…


 [넋 나간 숨소리]


 [휘의 떨리는 숨소리]


 (김 상궁) 아니 되옵니다, 저하!


 (복동) 아니 되옵니다, 저하!


 [칼 뽑는 소리가 챙챙 울린다]


 [거친 숨소리]


 [휘가 태감을 탁 잡는다]


 [휘의 힘주는 신음]  [태감의 아파하는 신음]


 [성난 숨소리]


 (복동) 아니 되옵니다  저하, 저하!


 [울먹이며] 저하, 저하


 [휘의 힘주는 신음]  [태감의 힘겨운 신음]


 아유, 저하


 (지운) 저하


 [힘주는 신음]  [태감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태감의 아파하는 신음]


 [휘의 떨리는 숨소리]


 [애절한 음악]


 (지운) 저하께선 분명  잘하신 것입니다


 (휘) 불만이 있으면  내게 직접 말하십시오  [무사의 기합]


 죄 없는 이들은 건드리지 말고!


 (태감) 백성들을 위하는 척  가증이나 떠는 인간들을


 모조리 밟아 버리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지요


 (지운) 태감의 처소에서  수상한 자를 봤다고?


 (휘) 태감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다


 (현) 태감께서  조선을 떠나시는 그날까지


 태평관의 호위를  더욱 강화토록 하지요


 (태감) 혹시라도  그 아이를 건드린다면


 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야!


 (휘) 고맙습니다, 함께해 줘서


 (지운) 앞으로도 늘  함께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하께서 허락하신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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