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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에나 7


 (필중)  이번 내사 문제는 단순하지가 않아


 검찰이 아주 작정하고 시작했어


 쓰다가 언제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사람이 필요해


 (지은)  황금의 제국에 들어오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금자)  말해 뭐 해, 잘 털어먹어 보자고


 (기혁)  D&T 건?


 그거 우리가  이미 준비 끝내 놓은 거잖아


 - (금자) 아, 아직 모르는구나?  - (현아) 뭘요?


 (희재)  양아치 뒤치다꺼리나 해 주던  길거리 변호사가 팀장?


 (금자)  회의는 이틀 뒤부터 시작합니다


 (창욱)  그래요?


 (지은)  마지막으로


 - (금자) 가기혁 변호사님  - (기혁) 저는 절대로...


 [문이 쾅 닫힌다]  [놀란 신음]


 (기혁)  나 너무 생각 없이 빨리 깐 건가?


 야!


 (희재)  이럴 줄 몰랐어?


 우리 관계, 언제든 들킬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어야지


 우리 사이가 뭔데?


 사랑했던 사이


 (진수)  지금 회사 상장이 코앞이에요


 누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주호)  몸 사려, 우리가 놀던 물이 아니야


 잃을 게 더 있니?


 (창욱)  제보자가 '아이고, 반갑습니다' 하고  만나 주겠어요?


 잠깐만요


 (영준)  뭐 하러 저를 만나려고 하시는 건데요?


 진실


 (창욱)  와, 아따, 마, 역시  뒷골목 출신 변호사답네요


 (혁권)  증거가 불충분하다?  [혁권의 어이없는 웃음]


 (금자)  뭔가 더 있지?


 (영준)  제가 그걸 왜 말해야 하죠?


 제대로 준비하셔야겠네요


 (수사관)  손진수 씨  [긴장되는 음악]


 현 시각 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내가 변호사입니다


 자, 여기 너희들이 좋아하는 영장


 (용운)  그리고 이건 압수 수색 영장


 싹 뒤져


 (수사관들)  네


 (희재)  너무 걱정 마시고요


 일단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성난 숨소리]


 나야, 손진수 체포됐어


 (희재)  영장 나왔다고


 [한숨]


 [희재가 씩씩거린다]


 (금자)  김영준 씨


 혹시 검사한테  따로 제출한 증거가 있나요?


 (금자)  나한테 얘기했던 이 증언 말고


 제가 그걸 왜 말해야 하죠?


 [격정적인 음악]


 (영준)  손진수 체포됐나 봐요?


 그럼 이제


 제대로 준비하셔야겠네요


 저의 증언과  제가 뭘 갖고 있을지 모를


 그 증거를


 (영준)  그럼 이제 가 봐도 될까요?


 김영준 씨


 정금자 변호사님


 (영준)  앞으로


 또다시 이렇게  저를 만나려는 시도를 하면


 당신이 증인석에 서지 못하게


 협박과 회유를 했다고  검찰에 고소할 겁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영준)  송&김 대단한 로펌이죠


 저 같은 사람  감히 상담조차 받을 수도 없는


 손진수니까, 아니


 손진수의 돈이 당신들을 산 거겠죠


 그럼


 법정에서 봅시다


 어떻게 생각해?


 (희재)  손진수 대표는  김영준이 자신을 모함한 거라던데?


 그럼 자기가 했다고 하겠어?


 지금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자각이 안 돼?


 손진수 체포 영장이 발급됐다는 건


 김영준의 증언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확실하다는 얘기야


 [긴장되는 음악]  하, 결국 그걸 놓친 거네, 씨


 [한숨]


 당신이 박 부장 찾아가서 들쑤신 게  체포 영장을 앞당겼을 수도 있고


 이봐


 (금자)  나 지금 사무실 들어갈 테니까  당신은 검찰청 다녀와


 손진수 케어 잘하시고


 [통화 종료음]  이봐, 정 변, 이봐!


 씨


 하, 이제 명령까지, 진짜, 씨


 [한숨]


 하, 씨


 (기혁)  D&T CFO 김영준


 D&T 창립 멤버고 카이스트 때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


 그런데 1년 전 돌연 퇴사


 무슨 이유로?


 (기혁)  뭐, 뻔한 거 아니겠어?


 손진수 대표하고 사이가 틀어졌나 보지


 추측 말고 사실만


 (창욱)  어, 원래 그런 스타트업 회사들이  잘될수록 불화가 있는 법이죠


 [한숨]


 상장 앞둔 회사 다니는 직원들이  회사에 안 좋은 얘기 하겠어요?


 (금자)  퇴사한 사람들  직접 만나서 얘기 들으세요


 직, 직, 직접요?


 책상머리에 앉아서  서류만 끄적거리지 말란 말입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희재)  발로 무식하게 뛴다고  다 효과가 있는 건 아니죠


 (기혁)  어, 알았어


 (기혁)  손진수


 구속 적부심 청구 기각됐답니다


 [흥미로운 음악]


 도주 우려가 있다고


 D&T 상장 어디까지 준비됐죠?


 상장 예비 심사는 통과했고요


 (현아)  수요 예측을 시행해서  발행 가격을 정하는 중입니다


 어, 근데 지금  그, 공모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요


 (창욱)  원래는 주당 만오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만이천 원


 [희재의 한숨]


 (영상 속 앵커1)  유니콘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알려진


 [태블릿 조작음]  금융 핀테크 회사  D&T의 대표 손진수 씨가


 개인 정보 보호법상 위반으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영상 속 기자)  괜찮으신가요? 심정이 괜찮으신가요?


 야, 이거 상장은 물 건너간 거 같은데


 (영상 속 앵커1)  유출과 관련된 정보가


 금융과 관련된 민감한 사항인 만큼


 (기혁)  이야, 무슨 스타트업 회사 대표가  구속된 게 메인 뉴스에 뜨냐?


 [뉴스가 계속된다]  아니, 이거는 검찰 측에서 만든  플레이 아니야?


 (영상 속 앵커1)  이어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중앙 지검 소속


 박혁권 부장 검사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뭐야


 (기혁)  박 부장도 인터뷰했네?


 (영상 속 혁권)  D&T 고객 정보 유출 사건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경로와  관리 차원...


 (기혁)  아주 그냥 스타 나셨네  [혁권의 인터뷰가 계속된다]


 어쩌냐, 이제?


 [한숨]


 (금자)  어쩌긴 뭘 어째?


 [금자의 한숨]


 [TV 조작음]


 하나하나씩 풀어 가죠


 (금자)  김 변, 가 변


 [흥미로운 음악]  이번엔 진짜 무식하게 뛰세요


 손진수와 김영준의 관계


 직접 발로 뛰면서  더 확실하게 알아보시고


 검찰이 확보한 확실한 증거가  뭔지부터 알아내야 돼


 부 변, 나 변이랑 같이


 (금자)  검찰 측 증거 목록 찾아서  세세하게 검토하시고


 우리가 처음부터 놓친 게 뭔지  다시 세세하게 따져 봐야 됩니다


 윤 변호사님은


 [한숨 쉬며]  뭐 할까요?


 뭐, 커피라도 타다 드릴까요?


 [한숨]


 나랑 같이 대표님 만나시죠?


 아까부터 찾으셨는데


 [코웃음]


 (기혁)  뭐지?


 이렇게 둘이 합쳐지는 건가?


 그 난리를 쳐 놓고?


 (창욱)  야, 아따, 비상사태다, 비상사태, 응?


 지금 누구 편 뭐, 이런 게 뭔 소용이고  이 상황에서


 이게 비상사태라고  이렇게 쉽게 합쳐질 사이가 아니거든요


 아이, 뭐, 됐고, 일단 가자고, 쯧


 (기혁)  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무슨 조사관도 아니고


 [말을 더듬으며]  아니, 추워요


 (희재)  이건 확실히 하자고


 효율성을 위해서 같이 일하는 건  나도 오케이


 근데 당신 멋대로 팀원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특히 나한테는 더욱


 (금자)  당신만 제대로 하면


 (희재)  그건 말할 필요도 없고


 손진수는 그쪽에서 조사하겠다며?


 (금자)  상장 준비하면서 몇 번을 만났을 텐데  그렇게 몰라?


 여하튼 사람 보는 눈은 영 삐꾸야


 그래!


 (희재)  [작은 목소리로]  그러니까 내가 당신한테...


 법전 말고 인간


 (금자)  특히나 형사 소송은  [희재의 한숨]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어?


 모르는 거 같아서


 (금자)  그렇게 당해 놓고도


 [한숨]  진짜


 (TV 속 앵커2)  검찰은 D&T 손 대표가  기업형 업로드업체에


 불법으로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팔았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습니다


 급속한 성장...  [리모컨 조작음]


 (필중)  시끄러워, 온종일


 두 사람한테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닌데


 박 부장 만난 건  소득 없이 끝난 거 같고


 제가 검토할 땐 정황 증거뿐이라  불기소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재판은


 판사가 누구 말을 믿어 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증인이냐, 손진수냐


 [의미심장한 음악]


 (금자)  진실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진실로  보여지게 하느냐가 중요하겠죠  [필중의 한숨]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재판에서 무죄, 그리고 상장


 그게 당신들 미션입니다


 - (희재) 네  - (금자) 네


 (필중)  만약 손진수가  유죄 판결이라도 받는 날엔


 긴말 안 해도 알겠죠?


 두 사람이 협력을 하든 안 하든  나한테는


 두 사람이 만들어 낸 결과일 뿐입니다


 - (금자) 네  - 네


 [금자의 짜증 섞인 신음]


 [희재의 짜증 섞인 신음]


 - (금자) 좀, 좀!  - (희재) 뭐, 뭐!


 [희재의 한숨]


 (희재)  아직 안 갔냐?


 (기혁)  아휴


 야, 진짜 이렇게 하나하나  발로 뛰면서 찾아야 되는 거야?


 이게 변호사가 할 일이야?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일 수 있어


 (희재)  정 변호사 말이 맞아


 아휴, 나 진짜...


 [흥미로운 음악]


 [한숨]


 [문이 쾅 닫힌다]


 어, 나 변


 D&T 퇴사자 명단 당장 가져와


 (비서)  대표님, VIP실에  손봉우 회장님 오셨습니다


 (필중)  죄송합니다, 회장님


 자식 키워 봐야, 뭐


 다 그렇지


 (손 회장)  하 회장도 그렇고


 씁, 우린 자식 복은 없나 봐


 담당이 누구라고?


 권용운 검사인데  평검사라서 잘 모르실 겁니다


 위의 부장이


 박혁권 검사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박혁권이?


 (손 회장)  예전에는 그룹에서 뭐 터졌다 하면  주인 맞는 개처럼 뛰어다니던 놈이야


 상놈이 양반 되고 싶어 안달이 났구먼!


 [어이없이 웃으며]  허, 참


 (필중)  남자가 오십 넘으면


 조급해지지 않습니까?


 이런 고얀 놈


 이게 감히 나를 건드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해결될 겁니다


 그래야지


 그렇지 않으면은  송 대표도 날 보기 힘들어질 거야


 [웃음]


 (손 회장)  야, 이 그림 좋다


 이거 얼마나 할까?


 [커피 머신 작동음]


 (지은)  D&T 퇴사자 명단입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지은)  빡센 근무 시간, 쥐꼬리만 한 월급  지랄맞은 상사


 뭐, 회사를 그만두는 데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스타트업 회사  이직률이 높다고 해도


 이거는 좀 지나친데


 [흥미로운 음악]


 (기혁)  송&김의 가기혁 변호사입니다


 (창욱)  김창욱입니다


 (퇴사자1)  워라밸은커녕  퇴근이라는 게 아예 없었어요


 (퇴사자2)  거기선 오래 버틸 수가 없어요


 소문 다 났는데 쉬쉬하는 거죠


 (퇴사자3)  손 대표 만나 보세요


 앞에선 욕하고 뒤에서 격려했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갈구는데, 와


 (퇴사자4)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차라리 한 대 치는 게 낫지


 근데 소문내면  다른 데 이직하기 어려워요


 (퇴사자5)  맞는 게 낫지, 그렇게 말로 사람을...


 [한숨]


 화내는 거보다  자책하게 만드는 게 더 무섭더라고요


 (기혁)  그냥 킹 오브 갑


 그거 알지? 그...


 가스라이팅


 어, 어, 가스라이팅, 그...


 (창욱)


 (창욱)


 (창욱)


 (기혁)  카, 그래, 이거


 그건 알았고, 다음


 (기혁)  뭐,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다 보니까


 비전과 가치를 미끼로


 직원들의 열정이나 지식을  빼먹었던 거지


 (기혁)  그리고 그 바닥이 워낙 좁은 데다가  손진수가 파워가 있고 잘나가니까


 그냥 다들 참고 견뎠던 거래


 알았어


 (희재)  수고했어


 손진수 회사에서 퇴사한 직원만  지금까지 백여 명이야


 뭐,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손진수한테 괴롭힘을 당해서  퇴사한 직원도 상당수였겠지


 김영준의 오피스텔


 김영준 엄마가 사는 그 빌라


 잘나가는 스타트업 회사의  이인자의 집치고는


 너무 초라한 거 같지 않아?


 (금자)  창립 멤버에다가


 회사의 핵심 기술까지 만든 김영준인데


 제대로 된 처우는 받지 못했다?


 게다가 대표는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직원들을 괴롭히는...


 김영준의 말 그대로를 빌리자면


 악마 같은 놈이었다고 한다면?


 [코웃음]


 정작 회사를 만든 자기는 잘렸고


 그 회사는 지금 상장을 준비 중이라면?


 억울하겠지?


 [손가락을 딱 튀기며]  그래서 지금이 적기인 거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왜 김영준이 증인이 됐는지를  말하고 있는 거잖아


 아니, 아니


 손진수가 유죄라고 말하고 있는 거지


 (희재)  법을 어기고도 남을 인간이라고


 나쁜 놈이라는 이유로  유죄가 되는 건 아니거든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현아)  팀장님, 핵심 증거를 찾은 거 같아요


 [흥미로운 음악]  다이어리요


 증인 김영준이 직접 작성한  자그마치 4년간의 다이어리예요


 이번 공판에서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물 사본입니다


 여기에는 손진수가 개인 정보 도용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요


 어떤 루트로 어떻게 팔았는지


 어떻게 가상 화폐로  그 대가를 받게 됐는지까지요


 [금자가 서류를 팔랑 넘긴다]


 (이준)  정말 이 다이어리는 너무 꼼꼼하게  [금자의 한숨]


 손진수 대표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적혀 있습니다


 빼박 증거예요


 이거 때문에 구속 영장이 나온 거구나?


 (희재)  확실한 증언에 확실한 증거


 손진수 대표 직접 만나서  얘기해 봐야겠네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 재판 집니다


 (금자)  윤 변호사님


 나 변 챙겨 가세요


 [한숨]


 (희재)  검찰 쪽 증거입니다


 D&T 고객 정보를  언제 어디에 얼마를 받고 팔았는지


 아주 자세히 적혀 있죠


 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


 믿을 겁니까?


 [희재의 한숨]


 (전문의)  가스라이팅이 추구하는 목표는


 [의미심장한 음악]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권력을 쥐고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휘두르는 것입니다


 안 믿을 거잖아요


 손진수 씨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


 (진수)  이게 뭐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변호사가 말입니다


 이렇게 의뢰인을 못 믿으면


 그 의뢰인은 어떻게 해야 하죠?


 네?


 (전문의)  어, 스스로 누군가 실수투성이이고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피해자에게 보임으로써


 (전문의)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고립시키죠


 전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어요


 (진수)  그런데 자꾸 의심하기 시작하면


 저는 누구를 믿어요?


 저 변호사님 백 프로 믿고 의지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변호사님의 자질이  부족한 거 아닌가요?


 (전문의)  '네가 그렇게 행동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야?'라든가


 '그 사람은 화낼 리가 없는데  네가 뭔가 잘못한 거 아니야?'


 (전문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저니까 진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변호사님이 지금 이 상황을


 전혀 잘못 보고 있거든요


 죄, 죄송, 죄송합니다


 (전문의)  지속적인 조작으로  피해자는 가해자의 말을 믿어 버리거나


 자신의 감정과 인지를 불신하게 되고  절망에 빠지죠


 이제 좀


 저 믿으시겠어요?


 [희재의 한숨]


 제가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희재)  재판에 이겨서 풀려나시는 게 중요하죠


 날 안 믿는데  어떻게 재판에서 이깁니까?


 그게 제 일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희재의 한숨]


 (이준)  정말 진실을  얘기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나쁜 사람 같지가 않아요


 (희재)  딱 나 변 또래 애들이야, 그 직원들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거지


 그럼 저는, 저는...


 실험 대상


 [한숨]


 (금자)  왜 1년 전일까?


 (지은)  예?


 그동안 멀쩡하게 잘 지내다가  왜 하필 1년 전이냐고


 왜 손진수는 하필 딱 그때  김영준이를 내쫓았을까?


 다이어리를 보면


 개인 정보 유출 시기는  한참 전인데 말이야


 [의미심장한 음악]


 [깊은 한숨]


 그 시기에 퇴사한 사람들  따로 조사해 봐야겠다


 정리해서 가져와


 (지은)  그, 아, 네


 (금자)  어, 1년 전 퇴사자 명단


 퇴사자들 현황 체크에  이 사람만 공란이던데요? 유서영


 (창욱)  응, 죽었어요


 자살했는데 인터뷰를 뭐, 어찌하노?


 손진수 갑질 때문에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 많더라고요


 손진수한테 불리합니다


 너무 자주 나타나신다


 (희재)  전화를 받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뭐래, 손진수는?


 [코웃음]


 아,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지


 (희재)  손진수가 계속 모른다고 발뺌하면


 형량만 높아질 가능성이 많아


 반성하지 않는 피고인은  판사가 보기에 최악이니까


 [부정하는 신음]


 (금자)  문제는 판사가 누구 말을  더 믿어 주느냐야


 손진수냐 김영준이냐


 검사는


 무조건 손진수와 가스라이팅을  들고나오겠지


 판사도 인간이니까 영향받을 테고


 (희재)  그래서 우리는


 가스라이팅과 이번 사건이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돼


 인간쓰레기라는 것과  개인 정보 도용한 것은


 사실 연관이 없으니까


 (금자)  그럼 다시 원점이라는 걸 몰라?


 판사가 누구 말을 더 믿어 주겠어?


 쓰레기인 인간과 상처받은 인간


 우리 그냥 까고 가자


 [흥미진진한 음악]


 손진수 쓰레기다


 인정하고 가자고


 [답답한 한숨]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그건 김영준한테 힘을 실어 주는 거야


 (희재)  김영준이


 그동안 손진수한테 당한  모든 직원들을 대표해서


 손진수의 범행을  폭로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고


 그건 치명적이야


 아, 그래서?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그 포인트?


 (희재)  자, 재판에서는


 김영준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겁니다


 김영준은 손진수와 오랜 시간 일하면서  정신적 학대를 받았습니다


 그건 김영준이 데려온 후배와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 변과 김 변이 인터뷰한  퇴사자들에 따르면


 (금자)  다들 김영준이 심성이 착했다고 해요


 그럼 뭐, 자기 문제뿐만 아니라


 동료나 후배들 일로  많이 고통스러웠을 거고


 그 점을 집요하게 추궁할 겁니다


 (현아)  그럴수록 피고인 손진수에게  더 불리해지지 않을까요?


 이번 사건에서는 손진수의 평소 행실이  문제가 될 거 같은데요


 손진수에게 당했다고 작성한 그 지점


 손진수가 악마 같아서 미칠 만큼  밉고 싫었다고 작성한 그 지점


 (금자)  그럼 김영준이가 뭘 할 수 있을까?


 손진수가 너무 미워서


 거짓 증언으로 모함을 할 수도 있겠죠?


 [흥미로운 음악]


 (이준)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저희도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판사만 의심하면 돼


 (희재)  어, 거짓 증언을 할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


 (기혁)  그럼 증거는?


 김영준의 그 빼박 다이어리


 김영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면


 김영준이 직접 작성했다는


 (희재)  그 다이어리의 신뢰성도 떨어지는 거지


 (금자)  손진수가 고객 정보 도용을  지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심


 손진수가 백 프로 했다고 믿지 못하면


 유죄가 나올 수 없다는 얘기예요


 (금자)  문제는 이 다이어리야


 (희재)  김영준도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어떻게 사람이 몇 년 동안


 이렇게 꼼꼼하게 기록하고 작성하나?


 [코웃음]  이상하지?


 왜 녹취를 안 했을까?


 (금자)  손진수랑 또 제일 가까운 게  김영준이었단 말이야


 손진수가 진짜  고객 정보 도용을 지시했다면


 왜 녹취를 안 했냐고


 4년 치 다이어리 쓰는 거보다  녹음 한 방이 훨 쉬운데


 [입소리를 쯧 낸다]


 자, 내가 검사라고 치자


 변호사가 고따위로 말을 한다면  [흥미로운 음악]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은


 (희재)  주인처럼 복종하는  사장의 말을 녹취해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할 것이고


 여기에는 손진수뿐만 아니라


 김영준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으므로


 손진수를 저격하기 위해  거짓 작성 된 게 아니다


 라고 상대방 변호인을 짓밟아 버리겠어


 변론 당신이 해라


 재판장은 당신을 더 신뢰할 거야  송&김 에이스


 (금자)  [한숨 쉬며]  이번 싸움은


 쯧, 결국 신뢰의 싸움이잖아?


 당신도


 날 믿어?


 [리드미컬한 음악]


 (금자)  퇴사자들 현황 체크에  이 사람만 공란이던데요? 유서영


 (창욱)  응, 죽었어요


 자살했는데 인터뷰를 뭐, 어찌하노?


 (주호)  유서영은 혼자 오피스텔에 살았고


 자살한 뒤로는 세입자가 바뀌었어


 부모는 농사짓고


 (서영 모)  서영이가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데


 카이스트 가고


 선배 따라서 회사 차린다고 할 때도  얼마나 대견했는데


 김영준요? 카이스트 선배


 (서영 부)  예, 그렇소


 회사에서 따님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두 분은 전혀 모르셨어요?


 (서영 모)  서영이가


 명절 때 집에 내려와도  회사 얘기는 전혀 안 했거든요


 (금자)  이 유서


 그 당시에는 공개하지 않으셨죠?


 우리는 당신들하고 달라요


 뭘 어떻게 공개하는지도 모르고요


 회사에 항의도 하지 않으셨다고요?


 (금자)  그렇게 대견한 딸이  이런 유서를 쓰고 자살했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오다가 봤는데요


 축사를 새로 지으셨더라고요


 (금자)  남의 땅 빌어서  근근이 농사만 해 오셨을 텐데


 그런 축사를 지을 돈은  갑자기 어디서 나셨을까요?


 아, 그, 그건...


 (금자)  네, 맞습니다


 저는 부모님들이랑 달라요


 계좌 추적도 할 수 있고요


 어디서 돈을 받았는지  바로 알아낼 수 있어요


 (서영 모)  [울먹이며]  그러게, 그러게 받지 말자고 했잖아요


 (서영 부)  아니, 이건, 이건 그...


 회사에서 주던가요?


 [탄식]


 (금자)  어차피 죽은 목숨은 죽은 목숨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되니까?


 그렇게 얘기하지 마시오


 당신이 뭘 안다고


 인정하기 싫으시겠지만  그게 진실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죠


 손진수 대표가 직접 찾아왔었나요?


 아니요, 김영준이가


 (서영 모)  괴로워했어요


 자신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우리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하, 그래서


 그래서 받은 거예요


 네


 그렇게 믿으셔야죠


 [흐느낀다]


 그래야 마음이라도 덜 괴로우실 테니까


 [한숨]


 저, 저기요


 오피스텔에 있었던 서영이 유품이에요


 (서영 모)  왜 찾아오셨는지  저희한테 뭘 바라시는진 모르지만


 그냥 보시고 서영이가


 서영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아봐 주세요


 [무거운 음악]


 [긴장되는 음악]


 [수리 기사의 한숨]


 [휴대전화 작동음]


 [마우스 조작음]


 (수리 기사)  이거 완전 다 나갔네


 복구할 수 있잖아요?


 무조건 복구하세요


 시간 없어요


 그럼 국과수 가 보시든가


 (수리 기사)  디지털 포렌식 잘해


 [한숨]


 얼마?


 [경쾌한 음악]


 (주호)  검사 측 증거 담당 직원들한테  빼돌린 거야


 몇 단계를 거쳐 온 줄 알아?


 나 이거 걸리면 잘려


 검찰이 제출한 증거 4년 치 다이어리에  이빨 빠진 구간이 있더라고


 일부러 누락시켰다는 거야?


 그랬을 수도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느 부분이?


 유서영이 죽고 난 뒤


 (필중)  이길 수 있겠어, 오늘?


 아, 이 사건  [필중의 한숨]


 손진수 때문이 아니다


 우리 회사 VVIP인  손 회장 사건이라고 생각해


 예


 이길 수 있습니다


 [리드미컬한 음악]


 (필중)  응


 - (금자) 어, 됐어?  - (지은) 예


 (지은)  역시 대한민국이  IT 강국이 맞긴 하는가 봅니다


 [지은의 가쁜 숨소리]


 (금자)  일단 2019년 파일부터 열어 보자  녹음 파일부터


 (지은)  네


 자


 (금자)  어, 그래, 그거


 [지은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재판까지 얼마나 남았니?


 (지은)  아, 이제 곧 시작합니다


 응, 일단 가자


 (지은)  네


 [통화 연결음]


 어, 나야


 (금자)  지금 가고 있어


 지금은


 당신을 믿어


 그래, 운전 조심하고


 [한숨]


 처음에는


 쯧, 손 대표도 그냥


 장난 반으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영준)  손 대표가 어울리는 친구 중에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근데 한번 팔아 보니까


 꽤 쏠쏠했던 겁니다


 그때부터였죠


 제가 투입돼서  본격적으로 관리를 시작한 게요


 (용운)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시진 않았죠?


 (영준)  제가 그 사실을 안다고 해도


 제가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어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시키는 것도 못 하면 등신이라고요


 그런데요, 검사님


 판사님


 얼마나 저라는 인간을  하찮게 생각을 했으면


 이랬을까 싶어서요


 그 하찮은 인간이 용기를 갖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선 겁니다


 [헛웃음 치며]  미친 새끼


 [흥미로운 음악]


 (용운)  재판장님


 이렇게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심리나 상황을 조작하여


 피해자가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도록 하는 일을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


 증거 목록 순번 1번을 봐 주십시오


 김영준의 다이어리입니다


 날짜별로 손진수가 김영준을 시켜


 고객 명단을 빼돌리고 업체에 판 뒤


 그 대가로 가상 화폐를 받은 기록이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재판장)  피고인 변호인, 반대 신문 하세요


 [희재의 한숨]


 김영준 씨는 연봉이 얼마였습니까?


 퇴사한 연도에 3,600만 원이었습니다


 (희재)  그럼 세금을 떼면  3,180만 원 정도였겠군요?


 그 당시에 재무 담당  최고 임원 아니었습니까?


 (영준)  네


 임원이 그 정도였다면  다른 직원들은 정말


 쥐꼬리만큼 받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희재)  씁, 회사 창립 멤버신데  너무 억울하셨겠어요?


 (영준)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땐


 월 70만 원이었습니다  [희재의 놀란 숨소리]


 하루 열두 시간씩 일하는 건  기본이었고요


 지금도 애들은  매일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연봉 협상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착취에 가까운 일들이  일어난 거군요


 맞습니다


 근로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어요


 직원은 가족이라면서요


 (영준)  아주 악마 같은 자식이었습니다


 (희재)  악마 같은 자식이라


 참 힘든 시간을 보내셨겠네요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견디기 힘드셨기 때문에


 어떻게든 하고 싶으셨던 거 아닙니까?


 손진수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면?


 [긴장되는 음악]  네?


 (용운)  재판장님, 지금 변호인은  억측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희재)  대답해 보세요  정말 손진수가 싫었던 거 아닙니까?


 본인 김영준 씨를 포함한


 손진수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거 아닙니까!


 [울먹이며]  네


 고통스러웠고


 [울먹인다]


 할 수만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제 손으로 죽였을 겁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영준)  만약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하,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희재)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이 자료


 김영준 씨가 직접 작성한 다이어리죠?


 (영준)  네


 손진수가 김영준 씨를 시켰다는  어떠한 녹취록도 없는 상황에서


 (희재)  이 증거는


 오직 김영준 씨의 증언만을  기대고 있습니다


 아까 김영준 씨가 말씀하셨죠?


 죽이고 싶은 악마 같은 사람이라고


 아니, 그럼 뭘 못 하겠습니까?


 어떻게든 잡아넣고 싶은데


 아닙니다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1년 전에 퇴사하셨죠?


 네


 그런데 왜 지금일까요?


 (희재)  그렇게 견디기 힘들고  지옥 같은 생활을 했을 텐데


 그때가 아니라 왜 지금?


 재판장님


 (용운)  지금 변호인은


 본 재판과 아무 상관 없는 내용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희재)  D&T가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상장을 막으려고


 이렇게 무리한 조작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말입니다


 왜?


 손진수가 너무나 싫으니까


 너무나 미우니까


 조작이 아닙니다!


 이 다이어리는 사실이에요


 (영준)  고객 개인 정보를 빼도록  손진수가 시켰다니까요!


 (용운)  [책상을 탁 치며]  재판장님


 지금 변호인은


 단지 김영준이  손진수를 미워한다는 이유로


 김영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이어리에 적힌  회사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미 다른 직원들에 의해  사실 확인이 되었습니다


 증거 순번 5번을 보시면


 직원들의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재판장)  피고인 변호인


 다른 증거 있습니까?


 그냥 거짓말이라고  밀어붙이는 거 말고요


 재판장님, 지금 이 쟁점부터는


 (희재)  정금자 변호사가 변론하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재판장님


 (금자)  이 재판의 중요 쟁점은


 증인 김영준의 증언과


 김영준이 직접 작성했다고 하는  다이어리의 신빙성에 있습니다


 그 증언과 증거에 조금이라도  조작된 흔적이 있다면


 증인으로서, 증거로서  인정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죠


 (재판장)  그건 내가 판단합니다


 아, 조작된 흔적이 있어도


 (금자)  인정하시겠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죠?


 (재판장)  이봐요, 변호인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제대로 된 변론 하세요


 새로운 증거도 보여 주고


 네


 재판장님께서 원하시는  그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겠습니다


 (용운)  재판장님, 저희는...


 (재판장)  어서 갖고 와요!


 [경쾌한 음악]


 (금자)  본 변호인은


 오로지 증인의 증언과 증거의  불확실성만을 짚겠습니다


 손진수 대표의 지시로  고객 정보를 이용했다고 하셨죠?


 (영준)  그 다이어리를 보시면...


 (금자)  자, 제출한 녹음 파일  틀어 주시기 바랍니다


 [모니터 조작음]


 (녹음 속 서영)  다 선배가 저지른 거잖아요


 [어두운 음악]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녹음 속 영준)  서영아, 이러지 마


 넌 날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이 녹음 파일 속의 남성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증인 김영준 씨입니다


 (녹음 속 영준)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세웠니?


 그 돈밖에 없는 새끼 내가 뭘 믿고?


 근데 어쩔 수 없었어


 너랑 나랑 죽어라고 만든 이 기술


 이거 세상에 내보이려고


 손진수 그 새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어


 근데 돌아오는 게 뭐야?


 회사는 점점 성장하는데  내 연봉이 겨우 삼천 남짓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녹음 속 서영)  그래서, 그래서 고객 정보를 이용해요?


 그걸 팔아요?


 [버럭 하며]  선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녹음 속 영준)  내가 날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날 챙기지 않으니까!


 그 새끼는  가상 화폐 이딴 거 모르니까!


 [녹음 속 서영의 한숨]


 너 지금까지 그게 얼만 줄 알아?


 45억이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한숨]


 [영준이 책상을 탁 친다]


 (영준)  재판장님, 이 녹음 파일은 가짜입니다


 이건 만들어진 거예요!


 앉으세요, 증인


 이게 저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재판장)  앉으세요, 증인!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김영준 씨


 이 녹음 파일 속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영준 씨 본인이라는 사실은


 검사 측에서 바로 확인해 줄 겁니다


 이 대화가 이루어졌던 장소는  D&T 창립 멤버였던 유서영의 오피스텔


 날짜는 1년 전 3월 15일


 유서영이 회사의 부당함에  유서를 작성하고


 자살하기 딱 하루 전입니다


 (금자)  자, 그럼 그 날짜의  김영준의 다이어리를 볼까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검사 측에서 제출한 증거 다이어리에는


 이 날짜가 제외돼 있어서  찾으실 수 없었을 겁니다


 재판장님  나중에 원본 확인해 주시고요


 이건 복사본입니다


 자, 그럼 김영준의 그 날짜의  다이어리를 한번 볼까요?


 김영준은 그 날짜에 업무를 보고


 혼자 본인의 집에서


 영화를 봤네요


 맥주 네 캔에 피자 시켜 잡쉈고  영화 제목까지 적혀 있죠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했던 영화입니다


 자, 그런데 어디를 봐도


 유서영의 집에 갔다거나


 유서영을 만났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네요?


 김영준 씨


 여기까지 듣는 게  본인에게도 좋다는 거 아시죠?


 [영준의 분한 숨소리]


 (금자)  재판장님


 본 변호인이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은 건


 이 다이어리가 증인 김영준의 입장에서


 얼마나 교묘하게  조작될 수 있었나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손진수의 지시로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고 하는  이 김영준의 증언 또한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검사 측에서는  김영준의 다이어리를 제외하고는


 손진수가 직접 연관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재판정에서 나온  증인의 증언과 이 다이어리는


 100% 사실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범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리드미컬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금자)  이상입니다


 [용운의 한숨]


 [창욱의 한숨]


 (이준)  선고는 어떻게 날까요?


 (기혁)  뭐, 가장 유력했던  증인의 증언과 증거가


 다 의심스러워진 마당이니


 김영준 아웃, 손진수 세이프?


 (창욱)  야, 근데 그 유서영이를  끝내 추적했더라고, 정 변호사가


 손진수가 불리할까 봐  덮어 놓은 인물을


 - 그 녹음 파일의 여자?  - (창욱) 응


 - 자살했던 김영준 후배?  - (창욱) 응


 (기혁)  그래, 그것도 다 운 좋게  그런 증거가 걸려서 다행인 거지


 안 그랬으면 진짜 시간...


 아


 아, 그래서 담당 변호인에  정금자 변호사 이름도 올린 거였구나


 막판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


 [창욱의 웃음]


 야, 우리만 모르고 있었네


 요거, 요거, 요거


 아주 그냥 둘이서  이 요망한 것들, 진짜


 (현아)  근데 정 변호사님은


 검찰 측이 제시하지 않은 다이어리를  어떻게 찾아낸 걸까요?


 [창욱의 고민하는 신음]


 (기혁)  뭐, 뭔가 정금자 변호사님만의  방법이 있었겠죠


 아, 그, 솔직히 저는 궁금하지도 않아


 (이준)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김영준 이해가 되던데요


 너무 억울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손진수도 나쁜 놈이고  김영준도 그렇지만요


 [어이없는 웃음]


 (창욱)  에후, 변호사가 고객한테 감정적으로  그래 빠지면 일 몬 한다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도 않고


 (기혁)  그럼


 그래서 동업은 절대로 안 돼  만고의 진리지


 (창욱)  아, 그럼


 근데 여기 돼지 껍데기 말고  뭐 없어요?


 [현아의 불편한 신음]


 [잔잔한 음악]


 (창욱)  에이, 아이, 묵어 보고 얘길 해야지


 아니, 요거, 이거, 콩가루, 이거  찍어 가지고 한번 묵어 봐, 일단


 (기혁)  그래요, 맛있어


 [희재의 한숨]


 [희재의 한숨]


 [한숨]


 [피식 웃는다]


 [한숨]


 유서영 협박했죠?


 유서영, 기술 개발 팀장이었단 말이야


 당신은 재무 이사고


 (금자)  당신이 유서영 집에 찾아간 날


 유서영은 당신 설득에  넘어가지 않았어요


 개인 정보 도용을  눈감아 달라는 당신 설득에


 그래서 뭐라고 했더라?


 그때 막 유서영이 개발한 그 기술


 그 기술에 뭔가 중대한 오류가  있는 거처럼 만들겠다고


 유서영이를 협박했던데?


 [긴장되는 음악]


 회사 차원에서 수십억 원의  손해 배상 청구도 하겠다고 하셨고


 유서영 핸드폰 작살낸 거


 김영준 씨잖아요


 아직 젊어요, 김영준 씨


 개인 정보 도용으로 소송 걸려 봤자  2, 3년입니다


 다시 시작하세요


 손진수는 여기까지


 두 번 다시 건드리지 마세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기혁)  아니, 뭐예요? 손진수가...


 (TV 속 진수)  D&T를 믿고 투자해 주신


 모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이번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은


 창립 멤버였던


 전 재무 담당 김 모 이사의  단독 행동이었음을 밝힙니다


 D&T 법인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피해자 보상 절차도 진행하겠습니다


 같이 회사를 만들고  고생했던 사람으로서


 김 모 이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기혁의 헛웃음]


 손진수가 저걸 덮어?


 아, 이거 뭔 일이고?


 (TV 속 진수)  하지만


 관리 감독의 책임은


 [피식 웃는다]


 대표인 저에게 있습니다


 곧 풀려나십니다


 그러니까요


 이야, 정금자 변호사님


 (진수)  이래서 송 대표님이 추천하셨나?


 나가시면 기자 회견 하세요


 진심을 다해서 사죄하셔야 됩니다


 (금자)  울면 더 좋고


 그래야 상장 가능성이 생깁니다


 아, 그, 김영준은 내가 고소할까요?


 (진수)  그래야 깔끔하지 않나?


 어차피 걔가 다 한 거잖아요?


 회사 명예 실추까지 했으니까...


 (녹음 속 진수)  출입국 내역은요?


 [흥미로운 음악]


 그럼 외국으로 뜬 것도 아니란 거잖아


 이 좁은 땅덩이에  뭐 이렇게 오래 걸려?


 빨리 찾아내세요  얼마가 됐든 합의하자고


 서두르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모르지 않으셨죠?


 가상 화폐


 그건 왜 그냥 두셨어요?


 아까웠어요?


 [웃음]


 내가 김영준을 자른 건


 나한테 기어올라서였지


 (진수)  그깟 45억, 그게 뭐 대수라고


 [웃음]


 근데 바득바득 대들더라고


 어디서 감히 말이야


 손진수 대표님


 (금자)  김영준, 어차피 각종 소송에  걸리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만 밟아


 김영준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알겠어요?


 지금까지 그만큼 이용했으면  충분하잖아?


 그게 당신 살길이야


 (진수)  나 왠지


 정 변호사님 자꾸 마음에 드는데


 송&김 나와서 나랑 일하는 거 어때요?


 [코웃음]


 더 크세요, 그럼


 [흥미로운 음악]


 아직 턱도 없어, 당신


 [피식 웃는다]


 (TV 속 진수)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회사와 제가


 더욱더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댓글들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그래도 상장은 다른 문제입니다


 관리 책임의 문제가 따르니까요


 (희재)  쯧, 다른 식으로 풀죠


 사회적 기업과의 합병으로  기업 이미지 쇄신시키고


 공동 대표 내세웁시다


 [흥미진진한 음악]  마무리 남았습니다


 힘냅시다, 모두


 - (기혁) 네  - (이준) 네


 [창욱의 후련한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박수]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박수]


 (사회자)  5, 4, 3, 2, 1


 D&T 최초 상장 가격은


 25,15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박수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의 박수]


 [메시지 수신음이 연신 울린다]


 (석구)  나올 때가 됐는데


 (돈식)  네


 [석구의 한숨]


 D&T 상장됐답니다


 - 뭐?  - 손진수 건요


 [석구와 돈식의 한숨]


 (석구)  나 진짜...


 어, 김 대표님, 여기요  [돈식의 옅은 웃음]


 오래간만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석구의 웃음]


 대표님 오시기만을  정말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


 나 아니라도 송 대표가 잘할 텐데 왜?


 [석구의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석구)  고생하셨습니다


 H팀에 새로 영입한 게  정금자 변호사?


 (석구)  네


 좋은데?


 관상도 좀 보세요


 보통 센 여자가 아닙니다


 그래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경쾌한 음악]


 곧 회의지?


 [흥미진진한 음악]


 (유미)  쟤네들 진짜진짜 무섭단 말이야


 (금자)  좀! 닥치고


 (필중)  아, 정 변은 그게 좋아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날이 빠짝 선 칼 같아서  언제든 쓰고 싶거든


 (석구)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H팀이 되는 거지


 있어도 없는 팀


 (주호)  그 인간 나왔대, 모범수로 감형돼서


 (남자)  아주 은혜롭고 감사한 일이지


 [남자의 웃음]


 (금자)  기억이라는 게 이렇게 지독한 거구나


 (희재)  보고 싶어서 왔다, 밸도 없이


 필요하면 나 이용하고


 (금자)  그럴게


 이용할게,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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