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1
(미주) 미쳤다, 미쳤어
[개가 왈왈 짖는다] [견주가 사과한다]
[미주의 거친 숨소리]
[다가오는 엔진음]
- (지우) 어머, 아들 왔어? - (선겸) 네, 왔어요
[지우의 웃음]
[거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환호]
카메라 있어서 많이 떨리니?
그냥 눈이 좀 부셔요
[지우의 웃음]
싱겁기는
(기자1) 쟤 육지우 아들이잖아, 육상 국대
국회 의원 남편 두고 웬 아들?
남편 쪽이 더 유명하잖아
(기자2) 기왕 같이 설 거 한 살이라도 어린 게 낫지
잘생겼네
오, 끝났다, 수고했어
(매니저) 누나, 다음 스케줄 이동하셔야 돼요
보이는 라디오라 의상 연결로 갈게요
아, 요샌 라디오도 보여?
누나니까 보이게 하죠
(매니저) 그리고 요거는 팬분들이 드리랍니다
(지우) 아휴
아들, 다음 스케줄 뭐야?
동료 선수들 만나기로 했어요 극장 근처에서
오, 같이 가자, 가는 길이네
(지우) 아들, 보이는 라디오 출연할 생각 없어?
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행자) 오늘은 영화제로 안남을 찾아 주신
칸의 여왕 육지우 배우를 모셨습니다
- (진행자) 안녕하세요 - (지우) 안녕하세요 [지우의 웃음]
내년에는 차기작으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지우) 아, 글쎄요 초청해 주시면 감사하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영화제 관계자분들
(진행자) 네, 오늘 무대에 같이 올라가신 분은 누구세요?
혹시 다음 영화 파트너인가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자
(지우) [웃으며] 날 닮아서 사랑하나?
(진행자) 네, 차기작 이야기 좀 해 주세요
기다리시는 분들 많으신데
음, 아직 크랭크 인 전이라서 뭐
그렇게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고요
뻔한 사랑 얘기예요
그 이야기에서 나는
[흥미진진한 음악]
(지우) 미친놈일 수도 있고
찌질이일 수도 있고
(라디오 속 지우)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고
어? 나 이 여자 아는데
씁, 육…
아, 육…
(라디오 속 지우) 쓰레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일 수도 있어요
나도 가고 싶었는데
(지우) 많이 기대해 주세요 [지우의 웃음]
[진행자와 지우가 계속 대화한다]
저기, 죄송한데 혹시 지금 이거 뭐 하는 거예요?
영화제 행사래요
아…
저, 혹시 안에 계신 분…
육지우요, 육지우
[미주의 놀란 신음]
헐, 대박, 미쳤다, 미쳤다
(진행자) 최고 여배우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계신데
그 비결이 뭘까요? [미주의 설레는 신음]
(미주) 언니 [휴대전화 진동음]
[지우가 말한다] 어머, 여기서…
어, 언니, 언니
(매이) 야, 상영 얼마 안 남았어
언제 와, 오긴 와?
어, 나 안 가, 안 가, 안 가
왜?
오다 뭔 일 났어? 사고 났어?
사고는 사고지 나 지금 극장 앞까진 오긴 왔는데
나 지금 누구 보고 있는지 알아?
(미주) 나 지금 눈앞에 육지우 있어 미쳤지? 대박이지?
어, 내가 진짜 첫 회차라 보려 그랬는데 나 그냥 GV 때 볼게
내가 지금 '지금' 아니면 육지우를 언제 봐
오미주 계 탔네
첫 회차 스크롤 인증 숏 찍어 준다, 내가
어, 생큐, 생큐
(미주) 어, 끊어, 끊어
[통화 종료음]
(진행자) 네, 구체적으로 어떤… [미주가 말한다]
규칙적인 운동 어떤 거 하시죠?
(지우) 아, 규칙적인 운동은
아침에 일어나서 만 보 걷기 운동
[진행자와 지우의 웃음]
(진행자) 자기 관리 대단하세요 [미주의 설렌 신음]
어머, 저게 뭐야?
[흥미진진한 음악] - (지우) '언니, 굴이 제철이래요' - (미주) 어머, 내 거 봤어, 내 거
(지우) '언니 얼굴'
- (진행자) 와, 정말 센스 있네요 - (미주) 맞아요, 언니 얼굴이에요
(지우) 아, 저기, 굴처럼 뽀얗고 예쁜 팬분
[미주의 당황한 신음] 생큐, 고마워요
- (미주) 어떡해 - (지우) 최고예요
(미주) 아이 러브 유 소 머치
(지우) 너무 예뻐라
(여자1) 밥 먹고 영화 볼까? 영화 보고 밥 먹을까?
(여자2) 밥 먹고 영화 보는 게 나아 나 배고파
(여자1) 아, 배고파?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규덕) 아까 최태리 보셨습니까?
와,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생겼지?
(기범) 야, 그러니까, 진짜 엄청 이쁘더라 야, 장난 아니던데?
아휴, 선수촌 코앞에서 영화제 하는 거 알았으면
(영일) 매년 왔을 텐데, 진짜
- (규덕) 그러니까요, 선배님 - (우식) 저, 티켓 좀 사 와도 될까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요
(규덕) 맨날 돈 없다 염불이면서 영화 볼 돈은 있냐?
음료수 하나를 안 사더니, 이, 씨, 쯧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에 상금 받으면 꼭 사 드릴…
(선겸) 내가 보여 줄게, 영화
(영일) 또 허세, 또 돈 자랑 아유, 지겨워, 씨
(우식) 선배님, 아까 무대 사진 진짜 멋있었습니다
사귀자고 할 뻔
[규덕의 헛웃음]
(우식) 하하
- 저 그럼 티켓 사 오겠습니다 - (영일) 내 것도
(우식) 네
넌 왜?
넌 부자니까
야, 너랑 육지우…
그, 어머니랑 둘이 찍은 사진 메인에 떴다
엄마가 같이 사진 한 장 찍고 싶다고 하셔서
사진은 사진관에서 찍지
(영일) 왜 인터넷까지 장식하고 그래
이 정도면 너도 관종 아니냐?
- 뭐? - (영일) 뭐
관종?
관종 뭐
관종이 뭐야?
모르면 인터넷에 찾아봐
뭐 이렇게 자랑이라고 당당해
알려 줄 뻔했네, 씨
안녕하세요 저 '어제 같은 밤' 두 장…
- 아니다, 세 장 주세요 - (직원) 네, 잠시만요
네
[마우스 클릭음]
[스크린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크린 속 성우) 승우의 질주 본능이 윤선의 총구를 당기고 말았다
[스크린 속 총성]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
[관객들의 박수]
[관객들이 저마다 말한다]
[카메라 셔터음]
(매이) 육지우는?
잘 보셨나?
나 진짜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다, 정말로
번역 쌈박하니 잘했더라?
스포팅 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아유, 영화제에 스포팅이 웬 사치야 데드라인도 간신히 맞췄는데
내가 진짜 해외 영화제 보내려고 애 좀 썼다
만약에 이거 초청되면 내가 잘한 거야
너 선댄스만 잘 보내잖아
- (매이) 음 - (미주) 어? 찍었네 [카메라 셔터음]
- (여자3) 감사합니다 - (여자4) 저, 사인 한 번만 [여자5가 사인을 부탁한다]
- (석원) 아, 예 - (매이) 너도 참
(매이) 부지런하다
어떻게 영화제 번역을 매년 하냐 영한도 아니고 한영을
아유, 그래도 해냈을 때 더 짜릿하잖아, 어?
내가 이거 한 줄 보려고 하는 건데, 카…
(석원) 오미주?
[흥미진진한 음악]
맞네
이야, 영화제에서 다 보고
- 반갑다 - (미주) 반가우세요?
우리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하면 반가울 수가 없는데
우리가 어떻게 헤어졌더라?
마치 영화처럼?
누나, 오랜만이에요 배급사 차리셨다면서
어, 안녕
내 영화 한영도 다 하고
많이 컸다, 축하해
(미주) 기왕 하는 거 되게 프로페셔널하게 했습니다
프로페셔널치곤 남주 돌아보는 독백 대사 있잖아
(석원) 그거 되게 중요한 대사인데 자막은 너무 짧게 했더라고
제대로 한 거 맞지?
[헛웃음]
아, 그림 해치기 싫어서 압축적으로 번역한 거지
의미는 다 넣었어
(미주) 뭐, 자막만 길게 쓴다고 좋은 건 줄 알아?
감정 몰입에 방해되잖아
- (관계자) 한 감독님 - (석원) 예
그래도 잘했어 이따 뒤풀이 때 회포 풀자
(석원) 누나, 뒤풀이 때 봐요
(미주) 에이, 씨, 잘나가서 좋겠다, 한석원
(매이) 어쩌냐, 난 영화인의 밤 행사 때문에 저 뒤풀이 못 가는데
알아서 할게
(매이) 난 네가 알아서 할 때가 제일 무섭더라
[한숨]
[사람들이 대화한다]
- (우식) 안녕하십니까 - (규덕)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기범이 인사한다]
(영일) 뭐야, 너희 영화 안 본다 그래서 선수촌 들어간 줄 알았더니
[규덕의 멋쩍은 웃음]
(규덕) 선겸 선배가 사는 고기인데 놓칠 수 없죠
(기범) 아, 맛있겠다
(규덕) 야, 똑바로 줘
(우식) 죄송합니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국건) 아, 한 감독, 영화 아주 잘 봤어
- (국건) 아, 좋더라고, 어? - (석원) 아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 (국건) 아, 축하해 - (석원) 아닙니다 [국건의 웃음]
(국건) 느낌이 아주 좋아, 어?
올해 한번 칸 한번 가는 거야, 어?
(학생1) 근데 전 한석원 선배 잘될 줄 알았어요
젊은 감독 중에 벌써 제일 유명하시잖아요
(학생2) 영화제 전 회차 매진이라잖아 [학생1이 호응한다]
(미주) 여기 해물떡볶이 언제 나와요?
- (종업원) 네, 곧 나옵니다 - (학생2) 아, 선배님
(학생2) 선배님이 GV 통역도 하신다면서요
- (학생1) 아, 진짜? - (미주) 어
아, 나는 통번역 호환이 잘되는 편이라서
천재인가 봐
- (학생1) 와, 대박 멋있어 - (학생2) 멋있어
(석원) 저는 교수님 가르침 들은 거밖에 없습니다
(학생2) 야, 진짜 잘생겼어
(석원) 저 교수님한테 엄청 혼났거든요 운 적도 있어요
(학생1) 아, 황 교수님이 선배님 말씀 엄청 많이 하시던데
제자 중에 통번역 하면 오미주라고
(학생2) 두 분이 되게 친하신 거 같더라고요
응, 친하지
너무 친해 가지고 내가 학부생 때부터
통역 알바에 논문 번역까지 싹 다 해 드렸거든
(미주) 얼마나 친한지 그때 떼먹힌 페이가 한두 푼이 아니고 그래
(석원) 오미주 번역가!
거기 있었네, 일로 와, 어? 아, 일로 와
- (학생2) 저희요? 여기요? 여기요? - (석원) 야, 양주 한잔하자, 일로 와
(석원) 그, 그래, 너희도 와, 같이 와
자, 자리 만, 만들면 될 거야, 일로 와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 한 번 더 - (석원) 여기
(국건) 어유, 오미주, 오랜만이야 [흥미진진한 음악]
(미주) 예, 좋은 영화 연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국건) 어,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가 내 동기인데 걔가 추천한 거야
너희 둘도 동문이고 하니까 학교 위상 한번 세워 보자는 거지
아, 예, 프로그래머님 알죠
저 영화제 자봉도 몇 년 했었잖아요
그때 급한 번역 주시면 제가 다 했었는데 잘 봐 주셨나 봅니다
응, 난 반대했지만
아, 예, 반대하셨군요
[석원의 헛기침]
(석원) 어? 내 술이 없네?
빈속에 강술 처드시면 속 버려요, 감독님
(국건) [웃으며] 아유
될성부른 감독이라고 벌써 따로 챙기는 거야?
- 아, 제가요? - (국건) 그렇잖아
(국건) 우리 학교에서 대기만성형 감독 나온 게 몇 년 만이야
내가 평론 끝내주는 걸로 하나 써 줄게, 한 감독, 어?
(석원) 감사합니다, 예 [국건의 웃음]
(국건) 자, 다들 잔 채웠지? 한잔들 해
한… 아! [석원의 웃음]
(국건) 아이고, 우리 한 감독 잔이 비었네? 어?
자, 한석원을 위하여!
(함께) 위하여!
[컵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관심병'?
'관심 종자'?
뭐
자, 먹어
[술 취한 목소리로] 내 논문을 말이야
[잔을 탁 내려놓으며] 카, 그, 연출론 듣는 애들이 이게 꼭 읽어 봐야 되는 건데
- 그렇죠, 예 - (국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국건) 그, '희생', '잠입자'
아, 거기에 나온 그, 롱 테이크의 미학
롱 테이크의 미학, 미장센 [미주의 한숨]
- 집에 가고 싶다, 진짜 - (국건) 그, 그…
(국건) 뭐, 뭐라고?
교수, 교수님, 잔이 비셨네요 제가 따라 드리겠습니다
(국건) 아니야, 내 술은 오미주가 따라야지
(미주) 교수님, 오늘은 이만 파하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좀 피곤해 보이시기도 하고
(국건) 네가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니야, 늙어서
더 시키든지, 응? 2차로 옮기든지 하자고
[석원의 당황한 탄성]
- (석원) 교수님, 괘, 괜찮으세요? - 아, 뭐, 제대로 서지도 못하시잖아요
(국건) 뭐? 제대로 안 선다고? 내가?
아니, 저는 교수님이 잘 못 서시길래 걱정이 돼서 그런 거죠
(국건) 이게 어디서 [석원의 당황한 탄성]
[학생들의 놀란 신음] (석원) 교수님, 왜 이러세요!
- (석원) 미주야, 괘, 괜찮아? 어? - (미주) 아, 알아서 할게
(국건) 야, 요즘 여자 번역가들 이거 정신 차려야 돼
낯짝 좀 반반하다고 아주
야, 암만 다홍치마라도 너 그거 적당히 해야 매력이야
알아? 응?
[한숨]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사과하세요, 교수님
사과하시면 저도 참겠습니다
야, 오미주 많이 컸다, 참아?
(국건) 아, 좀 나가는 번역가 됐다고 내가 아주 만만해
아주 맞먹어, 나를!
예, 그럼 질문으로 바꾸겠습니다
제 낯짝 반반한 게 번역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미주) 교수님 보시는 영화에는 번역자 얼굴이 자막이랑 같이 나옵니까?
제가 본 영화엔 안 그렇던데요
- (국건) 뭐? - (미주) 다홍치마요? 다홍치마?
그거 무슨 뜻인진 알고 쓰신 거죠?
하, 참
아,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뭐, 저랑 다른 시대에 살고 계신가 봅니다
뭐, 조선 시대에 사세요?
아, 혹시 타임 슬립 하신 건가요? 뭐, 어느 정권에서 오셨는데요?
(미주) 예? 세종? 철종?
(국건) 이게, 이게 [석원의 당황한 탄성]
- (석원) 교수님, 그만하세요 - (국건) 놔
- (석원) 아, 교수님 - (미주) 야, 야, 놔 드려
(미주) 놔 드려, 놔 달라시잖니, 응? 그거 지금 노인 학대야
(석원) 야, 오미주, 너도 좀 그만 좀 해라, 좀
(미주) 왜 이래, 진짜, 씨
제가 언제까지 교수님 제자도 아니고요
어엿한 직업인이고 인권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체 제가 뭘 어쨌다고 '여자, 여자' 운운하면서
이렇게 모욕을 주시냐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모욕은 네가 줬잖아!
(국건) 나보고 안 선다며, 나보고 안 선다며!
아, 이게 무슨 소리야
나보고 안 선다며!
내가 안 선다니!
그 말을 어떻게 그렇게…
이게 무슨 소리야! [음악이 점점 고조된다]
(음악 속 남자1) 이보시오, 의사 양반
(국건) 나보고 안 선다며, 나보고 안 선다며 나보고 안 선다며
(음악 속 남자1) 이보시오, 의사 양반
(국건) 나보고 안 선다며, 나보고 안 선다며 나 보고 안 선다며
[울려 퍼지며] 나보고 안 선다며!
놔, 이거 안 놔? 야, 이놈의 자식들이 이거, 야! [석원이 제지한다]
가발?
(석원) 어휴… [애잔한 음악]
[사람들이 키득거린다]
너, 너…
너 오미주 너, 너 가만 안 둬! [석원의 말리는 신음]
(석원) 아, 진짜, 진정하세요
- 저도요 - (국건) 뭐?
오늘 일
반드시 후회하실 겁니다
- (석원) 아, 씨, 아, 저… - (국건) 야
(국건) 야, 오미주 너 거기 안 서?
(석원) 교수님, 제발, 제발, 제발 진정
제가, 제가 찾아올게요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제가
- (석원)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 (국건) 오미주!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미주의 거친 숨소리]
그래, 길거리에다 쓰레기 버리면 안 되지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쾅 소리가 들린다] [선겸이 통화한다]
[미주의 짜증 내는 신음]
[발랄한 음악] (미주) 아, 아이고
[당황한 신음]
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오, 감사합니다
아, 그거 라이터예요
(선겸) 안 물어봤어요
(미주) 그러게요
그, 못 본 걸로 해 줄래요?
(석원) 미주야!
오미주!
(미주) 아, 씨…
저 잠깐만
미안해요, 3분만, 3분만
- (미주) 아! 아, 싫어 - (석원) 오미주, 가자
(미주) 아, 싫어, 안 가
- (석원) 야, 미주야 - (미주) 아, 아, 아파
- (석원) 좀 가자 - (미주) 아, 싫어, 안 간다고
- (미주) 아, 진짜… - 네가 한 번만 이해해, 알겠지? 가자
(미주) 아, 싫다니까, 절대 안 가 너 왜 이래, 진짜, 아, 씨
(석원) 야,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교수님 그냥 취해서 입으로 똥 싸는 거잖아, 어?
뭐 어쩌라고, 안 간다고, 놓으라고
- 가자 - (미주) 아, 아파! 아, 씨
(석원) 어머 [흥미진진한 음악]
어머
이거 진짜예요?
쏘면 뭐, 진짜로 나가요?
나가면 뭐, 어쩌시게요?
그 손은 놓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미주야, 아는 분이셔?
아, 제가 좀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지금 저 도와주시는 건가요?
방금 나 때문에 넘어졌잖아요
(선겸) 그 덕분에 발목 잡혀 있는 것 같고
아직 3분 안 지났고요
도와주는 거랑 총이랑 무슨 상관이죠?
진짜 총이니?
보통 이렇게 하면 손을 놓거나 들거나 둘 중 하나는 하던데
안 되네요
그런 거는 영화에서나 그렇고
조금 미친놈 같으신데
그러게, 이 미친 분은 누구시니?
아니면 웬 미친놈인가 싶어서 얌전히 갈 수도 있고
뭐야
[긴장되는 음악]
[침을 꿀꺽 삼키는 효과음]
[펑 소리가 들린다] [석원과 미주의 놀란 신음]
(석원) 아, 씨!
아, 깜짝이야, 진짜, 씨
(석원) 아, 씨…
(선겸) 일어나요
[석원의 아파하는 신음]
(선겸) 가요
(석원) 아, 예…
하, 어디 간 거야
[밝은 음악]
(이 코치) 제자리
[물소리가 들린다]
(영일) 잘 썼어
(선수1) 먼저 가 보겠습니다
(영일) 야, 우리 스포츠 뉴스 촬영 이번 주랬냐?
너 인터뷰 요청 안 들어왔어?
[영일의 한숨]
기선겸, 너 인터뷰하냐고
(선겸) 거절했는데?
(영일) 네가 뭔데 거절을 해? 나도 하는데
(선겸) 너는 한국 신기록 보유자고
나는 뭣도 아니니까 거절하지
(영일) 야, 네가 뭣도 아니면 다른 애들은 뭐가 되냐, 어?
겸손한 거야, 뭐야, 재수 없게
(선겸) 그거 칭찬이야?
너는 칭찬을 참 희한하게 해
내가 네 칭찬을 왜 하냐 약 먹었냐? 돌았어?
(선겸) 아이고, 우리 영일이
말하는 것도 어쩜 그렇게 예쁘게 잘할까
가슴이 시키는 대로
인터뷰 때도 기자님들이 엄청 좋아하겠다
그렇게만 말하면
인터뷰 잘하세요
(영일) 아유, 하여튼 저 밥맛 없는 새끼는 아주
맨날 자기만 고고하고 똑똑해, 어? [문이 탁 여닫힌다]
(규덕) 기선겸 재수 털리는 게 하루 이틀입니까?
(기범) 그러니까, 맨날 저러잖아
(영일) 박규덕
(규덕) 예?
기선겸이 내 친구지, 네 친구야?
- '선배' 붙여 - (규덕) 예
(영일) 간다
- (기범) 예, 들어가십시오 - (규덕) 들어가십시오
[문이 탁 여닫힌다] [차분한 음악]
(선겸) 애들이 또 나 갖다가 씹었구나?
(우식) [헛기침 하며] 어…
어, 그게
영일 선배님은
1등인데도 선배님을 엄청 견제하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 좋은 분인데, 그렇죠?
그래서 영일이가 1등 하는 거지, 뭐
그러면 딴 선배들은 왜들 그렇게 선배님을 싫어할까요?
너 되게 해맑게 사람 먹인다
(우식) 저요?
[우식의 웃음]
제가 성격이 좀 변하나 봐요
매일 기록, 단축, 훈련
그런 생각만 해서 그런가
아니, 위계질서도 어렵고요
선수촌이 처음이라 그런 거겠죠?
네 탓 하지 말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남 탓부터 해
선배님도 포함합니까?
당연하지
나라고 거기에 일조 안 했을까?
(우식) 선배님
이건 제가 쏘는 겁니다
어제 영화 쏘셨잖아요, 재밌으셨어요?
재미없었어
(우식) 그럴 수 있죠
[팬들이 저마다 칭찬한다] (석원) 아유,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 (팬) 작품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석원) 예, 감사합니다
(석원) 감사합니다, 예, 예
그날은 잘 들어갔니?
(미주) 여러모로 최악의 하루였죠
구 남친이랑 재회도 하고 총도 잃어버리고요
존대하니까 설렌다 모르는 여자 같아서
[헛웃음]
이거 진짜 웃기는 새끼네?
인중 확 쳐도 되나요? 세게?
(석원) [한숨 쉬며] 난 너 서울 갔을 줄 알았는데
제가 왜요?
저 감독님 GV에 인터뷰 통역까지 있잖아요
무척 설레는데 초 칠래?
그만 설레도 될걸? 황 교수님이 직접 하신댔거든
[익살스러운 음악] 뭐?
[초인종이 울린다]
저, 교수님
경황이 없으셨는지 가발을 두고 가셨더라고요
제가 잘 챙겨 가지고 드라이도 잘해 놨습니다, 교수님
존경하는 황국건 교수님
계세요?
교수님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저 그 영화 GV 진짜 꼭 하고 싶었는데
이런 식이시면 진짜 죽여 버린다
(국건) 말은 바로 해야지
네가 갖고 튄 거지, 내가 놓고 갔어?
(미주) 아이고, 교수님, 오셨어요?
(국건) 당신 들어가 있어
(미주) 들어가세요 [카드 인식음]
[도어 록 작동음]
그, 한 감독 통역 교수님께서 직접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국건) 어, 영화 반응이 좋더라고 제2의 봉준호니 어쩌니
아, '어제 같은 밤' 보시긴 하셨고요?
어제 첫 회차 때 봤지
아, 그거 딱 한 번 보셨습니까?
(미주) [웃으며] 아, 아, 예
영화가 비선형 구조에 복잡한데 메타포도 많습니다
그리고 한 감독 평소 화법도 영화랑 비슷해 가지고 좀
통역하기에 까다로운 구석이 많고요
제가 괘씸해서 통역 모가지 하신 거 십분 이해합니다, 교수님
그렇지만 외국인 관객들은 무슨 죄입니까, 제가 죄죠
제가 통역 일정 다 마치고 나서 정식으로 사죄를 드리러…
(국건) 타임 슬립 해 주면 통역시켜 주고 [익살스러운 음악]
- 예? - (국건) 타임 슬립 하셨냐며
(국건) 잘나신 오미주 번역가님께서 좀 시켜 봐, 그 타임 슬립
기왕, 어? 지금, 어? 이거, 어?
아, 머리카락 있던 때로요?
아, 진짜, 아, 이게 진짜
아이고, 아이고, 교수님
(미주) 그 말은 그게 아니라 그…
아니, 요즘은 멋으로도 미는 시대 아닙니까
근데 왜 당당하게 드러내질 못하세요
[가슴팍을 탁 치며] 이게 저의 진심이거든요
그 진심이 문제야!
왜 진심에 화를 내세요, 교수님
가! 꺼지라고, 이 사이코패스야
너, 너 절대로 용서 못 해
(국건) 아, 나 참 [카드 인식음]
[미주의 당황한 신음]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미주) 문 앞에 걸어 뒀어요, 교수님
아, 씨…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죄하러 간 거야 약 올리러 간 거야?
(미주) 아, 몰라, 혼자 대머리에 발작 버튼 눌려 가지고, 꺼지래
나보고 사이코패스란다
가발 쓰면서?
나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
한파는 나날이 지독해지고 가발은 비싸잖아
(매이) 너 몰랐지? 모자만 써도 체온이 1도 올라간대
(미주) 하, 여보
겨우내 우리 집 난방비 걱정이나 하시죠?
넌 북극곰 걱정은 안 하니?
아, 나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아니, 자기 머리 벗겨진 게 도대체 왜 내 잘못이냐고, 아, 쯧
가발도 머리라면 너 때문에 벗겨지긴 했지
하, 언니
나 사는 게 너무 힘들다
- (매이) 갑자기? - 응, 원래 사는 건 갑자기 힘들어
마음 비우고 영화나 보다 가자
숙소 잡은 거 아깝잖아
씁, 아, 진짜 그날 밤엔 내가 뭐에 씌어도
단단히 씐 거야, 그렇지?
아, 내 총은 어떡하냐, 진짜
그래, 너 총
영화제 때 사인받은 거 아니야?
(매이) 그, 뭐야, 응? 콜
- 아… - (미주) 응?
- 콜라 - (미주) 언니
(미주) 미셸 콜란젤로 감독이라고 내가 지금, 응? 몇 번째 말하지?
[잔을 탁 내려놓으며] 아, 아까 홍삼이라도 좀 사 갈 걸 그랬나?
넌 아까 마음만 다녀왔니? [밝은 음악]
야, 빈손 꺼져
[총성]
[총성]
[타이머 조작음]
(이 코치) 오, 기선겸 10초 플랫!
훈련 최고 기록이야, 좋아!
이야, 아깝다 9초대 진입할 수 있었는데
(감독) 응? 얼마 만의 기록 단축이냐
대회 때도 이렇게 하자, 어? 잘했어
[선겸의 거친 숨소리]
야, 너희들은 어떻게 기록이 뒤로 가냐? 어?
뭐, 격투기 선수야?
너 그, 뭐, 보디빌더야?
벌크 업을 인마, 앞뒤로 해야지, 인마 야, 양쪽, 아유
그래 가지고 뛰겠냐?
너 근육 돼지야? 똑바로 좀 해, 똑바로
놀지만 말고 좀 뛰어, 이 자식들아
선겸이 좀 보고 배우라고, 인마, 어?
- (규덕) 알겠습니다 - (기범) 네
(이 코치) 좀 더 고! 버텨, 그렇지
야, 우식아
너 얼굴에 뭘 붙인 거야
씻다가 넘어졌습니다
땀 흘리면 쓰라릴 거 같아서요
[어두운 음악] (이 코치) 너, 이, 씨
첫 입촌인데 긴장 안 하지?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코치님
(이 코치) 어, 그래, 잘하자고
- (이 코치) 가 봐 - (우식) 예
[선수2의 거친 신음] (이 코치) 옳지, 한 번 더
버텨, 한 번 더
그렇지, 굿, 굿, 굿
(선겸) 김우식
내가 생각을 좀 해 본 게 있는데
어떤지 한번 들어 볼래?
코치님은 선수 보기를 금같이 하시고
영일이 걔는 자기 말고는 관심도 없는 애고
다른 종목 선수들한테 너는 생판 남이고, 그렇지?
그런 네가 자해하는 취미는 없어 보이고 [의미심장한 음악]
너랑 같이 체고 나온 박규덕, 김기범
내가 볼 때는 체고 때부터 쭉 이랬을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저,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 게 뭔데?
거짓말이라도 좀 할 줄 알든가
(우식) 제가
제가 기강이 안 잡혀 있어서 더 잘하라고 그러신 겁니다
하란다고 진짜 하네?
거짓말 아닙니다, 저 진짜 괜찮습니다
- 진짜? - (우식) 네
네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맞는 게 괜찮아?
[선겸의 한숨]
네가 잘못한 게 있다고 쳐
그래도 맞는 게 진짜 괜찮냐고
그냥 넘어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우식) 별거 아닌 일에 분위기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잘하겠습니다
네가 잘해야 될 게 내가 뭔지 알려 줄게
진단서 떼 놔
이거, 아휴
너 이거 사진도 꼭 찍어 놔
너 몸 엉망인 거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이거 꼭 찍어 놔
(선겸) 등도 다 찍어 놔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철컥 닫힌다] [한숨]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사모님, 저 교수님 제자 오미주입니다
혹시 교수님 계실까요?
(국건 처) 잠시만요
안 만나 주면 어떡하지?
언니, 황 교수 면상 보기 영 부대끼면 나 혼자 들어갔다 올까?
[매이의 코웃음]
출발하기 전에도 기회가 많았잖아, 미주야
(국건 처) 계세요? 없다 그러라는데요?
(미주) [작은 목소리로] 하, 뭐야
이 아줌마 뭐니?
저, 사모님, 저희가 교수님 드릴 홍삼을 좀 갖고 왔는데
얘라도 좀 어떻게 안 될까요?
(국건 처) 된대요, 잠시만요
[미주의 헛웃음]
(미주) 좀팽이, 진짜
홍삼은 좋나 봐
박매이, 오랜만이야?
(국건) 번역 일 관두고 영화사 차렸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만
- 제 덕분이죠 - (국건) 여전히 건방지고
그래서 남 밑에서 일 못 하고 대표 됐잖아요, 제가
사회생활을 못해서겠지
내가 너보다 번역 일 10년은 더 했어
(국건) 영화사 차렸으면 업계 선배한테
알아서 일거리 들고 인사도 찾아오고 그래야지
아유, 존경심은 얻다 팔아먹고, 아유 [국건이 혀를 찬다]
사골 국물도 뼈가 있어야 우러나옵니다
(매이) 공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요
제가 교수님한테 뭐 배운 게 있다고 존경을 하고 인사를 옵니까?
오늘 왜 왔어, 그럼!
내 장례식 치를 때서야 오지
[다가오는 발걸음]
(미주) [큰 목소리로] 교수님!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깜짝이야
오래 사셔야죠, 장례식이라니요
(미주) 말씀도 마세요
저, 그날은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국건) 그다음 날도 미쳤었어
저, 남은 GV 통역이라도
제가 좀 하게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 커리어에서 정말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국건의 한숨]
통역이 그렇게 하고 싶어?
예, 제가 최고로 잘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황 교수
겨우 일주일짜리 통역 하나 찾는데 얼마나 걸린 겁니까
(보좌관) 의원님
적당히 내 아들 훈련지 스케줄 따라다니면서
외신 기자들이나 좀 상대해 주면 되는데
조건이 많이 어려운가 보죠?
(국건) 명색이 국가 대표 전담 통역이니 제가 특별히 더 신경을 쓰느라
(정도) 기왕에 신경 쓸 거
좀 불우한 애였으면 하는데
그런 애들은 뒤탈 안 나잖아 돈 때문에
예, 말씀하신 조건 맞춰서 찾아 뒀습니다
예, 들어가십시오, 의원님
(매이) 통역 알바 같은 소리 하네
황 교수 저건 네가 아직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통번역대 학생인 줄 아나?
거기다 뭐? 무보수?
커미션이랑 네 페이까지 다 처먹겠다는 거 아니야
아이, 나 괜찮아
아, 타임 슬립 시키는 거보단 쉽잖아
그리고 내가 또 내 평생에 국대 통역을 언제 해 보겠냐?
이것도 다 내 커리어 아니겠습니까, 예?
이 수전노 새끼
하, 사람이 진짜 추하다, 추해
- 우리는 저렇게 늙지 말자, 여보 - (미주) 그래야지
귀신은 뭐 하나 몰라 황국건 안 잡아가고
바쁜가 보지
아, 언니, 먼저 숙소 들어가 있어
나 총 좀 쏘고 가야겠다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당황한 신음]
[게임 속 영어 안내 음성] 레드 팀 승리
(로이썬) 털보 님 영화제 간다더니?
(미주) 응, 영화제임
(로이썬) 근데 피방 옴?
(미주)
(로이썬) 헐, 찾았음?
(미주)
(미소천사) 나 스텀 루거 한정판 있는데
이거 사실? 싸게 해 드림
[흥미진진한 음악]
(미주) 헐, 진짜 레알?
(미소천사) 서울 직거래 가능?
(미주) 오키
인간적으로
인간답기가 참 힘들다, 진짜
[문이 달칵 여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휴대전화 진동음]
아, 뭐야
왜 이름 마음대로 바꿔 놔?
[시끌벅적하다] 그걸 이제 알았냐?
바꾼 지가 언젠데 보람 없게
용건 뭔데
없으면 어쩔 건데
보통 남매들은 용건 없으면 연락 안 한대
너 친구 생겼냐? 그런 거 어디서 배웠어
(은비) 다음 주에 가족 모임 올 거지?
기자들도 부를 텐데 안 오면 난리 난다
가야지, 나도
나 헐벗고 가지 말라고 옷도 보내 주셨는데
엄마 매니저가
전에 준 거 버렸을까 봐?
버렸어요?
- 아직요 - (동경) 버리고 새걸로 가져요
명함 디자인 바뀌었거든요
(동경) 예쁘죠?
제가 모실게요
저 차 타고 갈게요
[트렁크 조작음]
[동경의 한숨] 이게 다 뭐예요?
캠핑
(동경) 우리 애들이랑 주말에 캠핑 다니거든
좋은 엄마네요 [트렁크 조작음]
엄마도 취미죠
[트렁크가 탁 닫힌다]
[리드미컬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동경) 팜 스프링스는 어땠어요?
단아가 숙소 엄청 정성껏 고른 건데
(은비) 덕분에 몸은 가볍게 마음은 무겁게 보내다 왔어요
1년 동안 저한테 퍼부으신 정성만 합쳐도 몇억은 될 거 같아서
남의 에이전시 선수한테 그러면 안 되지 않나?
기은비 프로 올 초에 FA로 나온 거 모르는 머저리도 있어요?
아버지랑 유착 있는 기업이라 재계약해야 돼요
그분들한테 에이전시는
적은 돈으로 생색내기 좋은 사업일 뿐이에요
있는 놈들끼리 골프단 만들어서 후원금도 주고
(동경) 주먹구구식으로 에이전시도 하고
여긴 뭐, 다른 척하네요?
다른 척이라도 하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지
기 선수랑 국가 대표 남매로 화보 찍는 거 들었죠?
(동경) 단아가 기 프로한테 서명 패션 옷 입히려고
엄청 신경 쓴 화보예요
잘 부탁하려고 오늘 내가 의전하는 거고
(은비) 저 아직 그쪽 선수 아니니까 선겸이나 신경 쓰세요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한숨]
실장님, 수영 끝났어요
따뜻한 커피 한 잔 준비해 주세요
[통화 종료음]
하여간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기은비 동생 바보
(동경) 어떻게, 집으로 가면 돼요?
(은비) 음, 글쎄
집이 있긴 한가? 나나 선겸이나
집이 왜 없어
청운동이 본가 아니에요?
(은비) 사람이 살아야 집이죠
어렸을 때부터 선겸이 혼자 있다가
걔 나가고부턴 아무도 안 살아요
호텔로 가 주세요
(미주) 어? 아무도 없는데
[한숨]
와, 너무 수상해 보여
(미주) 저, 미소천사 님? 맞죠?
저 김털보예요
여자였네?
여자여서 마이크를 안 켠 거였어?
[미주의 헛웃음]
미소천사 님 같은 분들 때문이죠 물건 좀 볼까요?
(미소천사) 돈부터
아, 물건을 봐야 돈을 주죠
아이, 씨, 진짜 짜증 나게
돈부터 줘요, 그냥
아,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한숨]
[미소천사의 아파하는 신음]
[당황한 신음]
그럼 동시에 합시다, 공평하게
(미소천사) 아이, 진짜
아, 내가 지금 벽돌이라도 가져온 줄 아나
[미소천사의 헛기침]
(미주) 미쳤다, 미쳤어
[미주가 입바람을 후 분다] (미소천사) 자, 설명해 드릴게요
(미주) 알아요, 다
아, 줘 봐요 이건 장전이 좀 틀려서 그래요
(미주) 악! [흥미진진한 음악]
아, 씨
[미소천사의 신음]
- (미주) 야! - (미소천사) 아, 나와 봐
(미주) 야, 이 개새끼야!
[미주가 소리친다] [미소천사의 다급한 신음]
(미주) 야! 거기 안 서? 이, 씨
(미소천사) 아유, 씨
(미주) 야!
야, 개새끼야!
이, 씨, 죽으려고
야! 너 거기 안 서?
- (미주) 죽을라고 - (미소천사) 아유, 씨
(미주) 뒈졌어
지금 가는 중이에요, 대표님
저 거의 다 왔어요
(단아) 우리 기 선수, 오늘이 내가 올해 처음으로 연차 낸 날이었대
(선겸) 아, 몰랐어요
연차는 이미 빼놨는데 기 선수가 하필 오늘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기 선수 얼굴 보고 싶어서 급한 건 나지만 좀 서두를래?
(선겸) 네, 금방 갈게요
(단아) 하, 뚝배기라도 깨 주고 싶은데 아쉽게도 던질 게 없네
(미주) 도둑이야!
뭔 일 났니?
(미소천사) 나와!
[부드러운 음악]
[흥미진진한 음악]
[미소천사와 남자2의 당황한 신음]
(미소천사) 아이! [남자2의 놀란 신음]
- (선겸) 끊을게요 - (미소천사) 아이, 진짜! 씨
[통화 종료음]
뭐야, 끊은 거야?
나 그것 좀 빌릴게요
- (영화) 씁, 될까요? - 해 보죠, 뭐
[바람을 가르는 효과음]
[신음]
[놀란 신음]
[영화의 헛웃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
뭐야, 씹은 거야? [통화 종료음]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뭐야, 지금 급한 건 나다 이거야?
[미주의 다급한 신음]
(미주) 아, 나 진짜
깨진 줄 알고 진짜 식겁할 뻔했네 진짜 이 새끼가, 씨
[통화 연결음] [거친 숨소리]
예, 어, 제가 지금 그, 현장에서 도둑을 잡았거든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미주) 여기가 지금
그, 진국공원 중간 지점쯤인 거 같아요
예, 빨리 좀요, 예
[통화 종료음] 아이, 씨
아, 나 진짜 이 새끼를 진짜, 아…
야, 같은 덕후끼리 거래로 장난을 쳐?
아, 진짜, 확 그냥 진짜
야, 쏜다, 어?
쏜다, 내가 직거래 살인마 된다 오늘 진짜, 씨
이 새끼가, 정신 안 차리냐? 야!
아, 혹시 이거 던져 주신 분이세요?
아,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영화) 그, 어, 물건은 제 건데 그…
[다급한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던진 건 이 사람이에요, 예
(미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선겸) 못 본 걸로 해 줄래요?
직접 개입이냐 간접 개입이냐에 따라서
제 입장이 좀 달라져서요
못 보기는 했어요, 던지는 거
(선겸) 다행이네요
내용물은 멀쩡한가요?
뭐, 안 깨졌으면 됐죠, 뭐
(영화) 꿀물 넣어 놨거든요
다행이네요
그럼 제가 변상할 것들은 다 없는 거죠?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호루라기가 삑 울린다]
(경찰1) 네, 신고받고 왔습니다
[경찰1의 놀란 신음]
꼼짝 마 [사람들이 놀란다]
- (경찰1) 총 버려 - (미주) 아
아, 이거 가짜 총이에요, 이거
가짜 총이래요, 가짜 총
예, 제가 가짜인 건 알고 있었는데
(미주) 가짜 총인데, 아, 저…
[흥미진진한 음악]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말 좀 해 줘요
(경찰2) 이야, 이게 정교하게 아주 잘 만들어졌네요
- 깜빡 속겠어요 - (미주) 그렇죠?
(미주) 아, 이런 퀄리티가 진짜 잘 안 나오거든요?
아, 이 귀한 거를 겨우 겟할 뻔했는데
물건 확인하려는 사이에 다 들고 튀어 버리잖아요
진짜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큽니다
(경찰2) 일단 피해자분 심경과 정황은 알겠습니다
여기 조서 작성해 주시고요
두 분 다요, 예?
[미주의 한숨]
[미주가 코를 훌쩍인다]
잘 던지시던데요?
던지는 거 못 봤다면서요
[흥미진진한 음악] 예, 그…
잘 던지셨을 거 같아요
덕분에 제 총도 찾았고
가짜는 맞아요?
아이고, 아, 진짜면 안 되죠
한국에서 총기 소지 불법이잖아요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어 하는 변태들이 워낙 많아서
저 변태 아닌데
그쪽이라고는 안 했는데
그럼 가짜에 그렇게 목숨 걸고 달린 거예요?
[미주의 어이없는 숨소리]
지금 뭐, 저를 심문하시는 걸까요? 뭐, 경찰이세요?
(미주) 아, 그래서 진짜일지도 모를 총기 보고서도 태연하셨구나?
원래 잘 안 놀라요
딱 봐도 가짜고
[헛웃음]
아, 딱 봐도 진짜 같게 만들어서 비싼 거거든요?
뭐, 총포류 전문가신가 봐요?
[총성]
그냥 직업 특성상 많이 접했습니다
직업이 뭔데요, 뭐, 존 윅이세요?
- 그게 뭔데요? - (미주) 아, 몰라요?
몰라요
아, 예
근데 그게 왜 변태예요?
- 제가요? - (미주) 아니…
제가요
변태예요?
아니, 아니, 그
아까 그, 불법, 예? 불법 그거
아, 됐어요
[미주의 한숨]
[통화 연결음] 하, 이건 나를 무시하는 거지, 응?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통화 종료음] (단아) 아직도 안 받는다 이거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단아) 실장님, 재떨이 하나만 사 와요
그, 유리로 된 거 있잖아요 되게 두꺼운 거
[통화 연결음]
- (지현) 대표님, 그것보다… - 기 선수가 왜 내 전화를 안 받죠?
- 이제 곧 미팅인데 - (지현) 예, 아마 못 받는 걸 겁니다
기 선수가 지금
경찰서에 연행됐거든요
아, 연행됐어요?
[통화 종료음]
누가 어떻게, 뭐 어떻게 됐다고요? 실장님은 왜 알아
아까 우연찮게 목도했습니다 그리고…
(태웅) 누나
(단아) 쟤 뭐, 뭐야?
(지현) 동생분 오셨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단아) 문을 잠그라니까
(태웅) 또 수영했어?
로브 예쁘다?
서태웅 씨 귀국 내일 아니었나요?
내가 내일도 오사카면 누나가 회사를 쉬잖아
주 5일에 불만 있니?
(단아) 그, 회사 앞까지 따라붙은 팬들 계신지 확인하시고
여기까지 오신 분들 계시면 융숭히 대접해서 보내라고 해요
- (지현) 네, 알겠습니다 - (단아) 네 팬들은 네가 왜 좋을까?
취향은 다양해, 존중 좀 하지?
[문이 달칵 열린다] 넌 내가 왜 좋니?
내 누나니까, 가족이니까 [문이 달칵 닫힌다]
(태웅) 그런 누나는 내가 왜 그렇게 싫은데
너랑 같은 이유
어?
내 동생이라, 내 가족이라
나 좀 그만 좋아해라, 귀찮다
(단아) 그만 와
[단아가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안 귀찮게 하면 괜찮아?
넌 왜 애먼 데 와서 구걸을 하니?
(단아) 네 팬들은 네가 살아만 있어도 기특해하던데
시간이 남아도니?
나한테 애정이니 그딴 거 구걸하지 마
너 그거 안 하려고… [태웅의 힘주는 신음]
[어두운 음악]
[한숨]
너 그거 안 하려고 아이돌 된 거잖아
[울먹이며] 짜증 나
서단아 진짜 짜증 나
(태웅) 이거, 이거 빨리 먹어야 맛있는 거라서 온 건데
먹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
[문이 달칵 닫힌다]
치울까요, 대표님?
대체, 어?
피도 적당히 반만 섞인 사이에
왜 저렇게 오버를 떠는 건지 모르겠어 [단아가 뚜껑을 달각 연다]
(단아) 심성이 고운 건지 곱게 미친 건지
내 시간이 얼마짜리인 줄 알고 뺏는 건지
[한숨 쉬며] 아, 기 선수 미팅 다시 잡아야겠네요?
왜 연행됐는지도 봤어요?
민간인 사건 같았습니다
아…
선수들은 그런 거 직접 개입하면 안 되는 거
기 선수 몰랐나 봐, 알려 줄걸
잘 조치하겠습니다, 기 선수 건요
의원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
아, 알아봤어요?
그 기정도 의원님이 감히 나 무시하고 들이민 통역사?
(미주) 아이고, 하루가 다 가 버렸구나
미팅 못 가셔서 어떡해요?
그러게요?
(선겸) 오늘이 제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대표님 연차 날려 먹어 가지고
(미주) 아, 배고프시죠?
제가 너무 감사하고 죄송해서 식사라도 좀 대접을…
(선겸) 저 배 안 고픈데요
(미주) 음, 그러면 언제쯤 고프실까요?
뭐, 아예 연락처나 명함 있으시면
아, 뭐, 수작 거는 거 아니니까 싫으시면 그냥 마음만 받으셔도 되고요
제가 반백수라서 심심해서 그러는 게 아니고요, 그냥
찜찜해서 그러는 건데
자꾸 그렇게 빤히 보시니까 제가
계속 아무 말이나 하게 되고 그렇네요
그쪽도 나 아까 딱 이렇게 봤잖아요
덕분에 우리 지금 지구대 앞이고
(선겸) 나는 대표님한테 죽었거나 죽을 예정이고
제가 아는 얼굴이 그쪽뿐이었어서
그, 제가 뭐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요?
연락처 주세요
[발랄한 음악] 배고플 때 연락하면 돼요?
(미주) 네, 네
백수예요?
아, 막 되게 백수는 아닌데 잠정적인?
(미주) 근데 보통 본업 쉬는 동안은 다 백수죠, 뭐
여기요
- '배고플 때 탕'? - (미주) 탕!
(미주) 일 수도 있고 후룩 매운탕일 수도 있고
그, 총 말인데
가짜라도 가지는 게 의미가 있나요?
뭐, 꼭 진짜만 의미 있나요?
가짜가 뭐 어때서 그냥 갖고 싶으면 갖는 거지
(미주) 그쪽은 나 왜 도와줬어요? 두 번씩이나?
(선겸) 어, 저는 그냥요
돕는 데 그냥이 어디 있어요
나는 있는데
그쪽도 그 가짜 총 그냥 가졌다면서요
(선겸) 그럼 피차 마찬가지네요
(선겸) 존 윅이 무슨 직업이야
존 윅
존 윅이 무슨 직업이야
아, 킬러?
(미주) 뭐야, 또 출장 가?
(매이) 필름마켓 때문에 [미주가 호응한다]
면세점 뭐, 필요한 거 있어?
(미주) 음, 나 총알
아하, 면세가 될까?
(매이) 볼일은 잘 봤어?
언니, 언니는 운명을 믿어?
난 잘생기면 믿어
뭐, 아니면 말고
[휴대전화 진동음] (매이) 그래라
뭐야, 모르는 번호인데?
어? 혹시
여보세요?
네? 어디시라고요?
헐, 뭐야?
모델이었어?
염병, 비매품이었구먼
(단아) 그 집의 셰프가 바뀌더니 영 맛이 없어졌죠?
(지현) 씁, 예
(단아) 아, 나 맛없는 거 먹고 배부른 거 너무 짜증 나는데
나 이러려고 돈 벌어요? [지현의 헛기침]
(지현) 저…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전 전지 훈련 통역 때문에 연락받고 왔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의원님이 특별히 통역으로 붙이신 오미자 씨?
오미주인데요?
(미주) 뭐, 특별히는 모르겠고 저는 대학교 은사님 가발…
아니, 소개로 맡게 됐습니다
오미주 씨 돈 많아요?
아닐걸요?
아, 통역사 자리 돈 넣고 청탁했나 해서
오미주 씨를 그 자리에 꽂아 넣은 은사님 황국건 교수는
기 의원 따까리고
돈이라면 환장한다잖아요
어? 그럼 오미주 씨는 그 따까리의 따까리인가?
고작 일주일짜리 통역사 자리가 유료 청탁 할 만한 그런 자리인가요?
결정권자 쌩까고 들이밀 만큼 우스운 자린 아닐걸요?
제가 안 들이밀었는데요
그 결정권자신가 봐요?
네
보다시피
(단아) 오미주 씨가 통역할 수도 있는 선수가 내 거거든
근처 카페로 갈까요? 내가 아직 식후 커피를 못 해서
- (단아) 실장님, 일 보세요 - (지현) 아, 예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새가 지저귄다]
[한숨]
저는 짧은 기간이나마 같이 일할 사이니까
인사나 하려고 부르신 줄 알았습니다
근데 꼭 화풀이하려고 부르신 거 같네요
하, 그, 어느 위정자께서 뒷구멍으로 사람 넣는 바람에
내가 기분이 안 좋아요
(단아) 그래서 오미주 씨도 같은 부류인지 알고 싶었는데
아닌 거 같네, 아직은
(미주) 저도 썩 기분이 유쾌하진 않네요
저 그 따까리의 따까리 맞는 거 같거든요, 아직도
제가 아니라 어느 위정자께 불쾌하신 거면
당사자에게 푸셨으면 좋겠고요
그건 그러네, 그럴게요
자, 그럼 정리된 거죠?
(단아) 오미주 씨도 이깟 통역 일로 골 썩지 마요
우리 에이전시에도 전담 통역사들 있거든요
아주 유능하죠
지금 저를 자르시겠다고요? 또요?
또 왜, 왜요? 왜요
'또요'는 모르겠고 '왜'는 우린 오미주 씨 필요 없으니까
(미주) 아, 그,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저, 저 이 통역 건 또 잘리면 또 그 인간한테 가 가지고
마음에도 없는 사죄 하고 비굴하게 굴어야 되거든요?
저…
와, 진짜 그것만은 진짜 죽어도 싫습니다
내가 알 바 아니잖아요
저 이 통역 무조건 제가 해야 됩니다
제가 그, 일주일짜리 중에 최고로 하겠습니다
방금 전이랑 캐릭터가 너무 다른데?
[놀라며] 어머, 막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네?
뭐야, 안 꿇어요?
예?
잔디라서 좀 그런가?
[단아의 웃음]
(단아) 하세요, 통역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야 돼
- 하, 미친 - (단아) 미친?
미친 듯이 감사하다고요, 미친 듯이 [휴대전화 진동음]
아
네, 실장님
[부드러운 음악]
저, 그…
제가 통역할 선수가 혹시…
응, 저기 오는 쟤
와, 되게 운명적이네?
- (선겸) 누구예요? - (미주) 제가 묻고 싶네요
대체 정체가 뭐세요?
(단아) 보통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던데
이쪽의 정체는 육상 국가 대표 기선겸 선수
그쪽은 뭐, 알아서
(미주) 우리 세 번째죠?
네 번째예요
(지우) '언니 얼굴'
[진행자와 지우의 웃음]
- (진행자) 정말 센스 있네요 - (지우) 아, 저기
(지우) 아, 굴처럼 뽀얗고 예쁜 팬분
- (지우) 생큐, 고마워요, 생큐 - (미주) 아이 러브 유 소 머치
신발 끈도 안 묶고
넘어질 텐데
(지우) 너무 예뻐라, 아유
영원히 사랑해요
오늘은 신발 끈 없는 신발 신었네요?
(미주) 네, 예?
(선겸) 오늘 여기는 무슨 일이죠?
- (선겸) 또 직거래해요? - (미주) 아니요?
(미주) 아니, 뭐,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거래 살인마
따까리 오미주라고 합니다
기선겸 선수 통역을 포함해서요
(미주) 뭐, 악수라도 할까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야 될 거 같으니까
(선겸) 탕
나한테 있던데, 그쪽 라이터
진짜 미친놈이세요?
(선겸) 미친놈 아니고
기선겸이라고 합니다
[밝은 음악]
(영일) 그, 은퇴할 때 되니까 없던 파이팅이 막 생기고 그러냐?
[규덕의 신음]
(선겸) 저 사람 때렸습니다, 코치님
(감독) 뭐? 기합 준 게 아니라 때렸다고 했어, 지금?
[놀란 신음]
(단아) [놀라며] 얼굴에 기스 났네?
(미주) 어? 지금 그 화구통, 그때 그 화구통
- 맞죠? - (영화) 이영화라고 합니다
(노라) 우리 카페 그림들 다 영화 씨가 그려 주거든요
(단아) 파는 걸로 합시다, 저한테
- (선겸) 최태리 - (단아) 열애설로
(단아) 아주 기특해 죽겠네, 진짜?
(미주) 나 도와주다가 경찰서 간 거 비밀로 해 주면 안 될까요?
(단아) 따까리, 아니, 오미주 씨
오미주 씨 자요?
- (미주) 내 영화 보러 갈래요? - (선겸) 우리 둘이서요?
술 먹을 줄 알아요? [선겸과 미주의 당황한 신음]
(미주) 세 잔에 이렇게 되지? 이거 완전 알쓰구나?
(선겸) 알겠냐, 이 쓰레기야!
(미주) 왜 그래요, 설레게?
더 설레면 제가 실수할 거 같거든요
.런 온↲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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