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11
 
 해 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되잖아
 (선겸)  내가 돼 볼게
 네가 믿어 주면
 그걸 해내는 사람
 오늘은 일단
 일어나는 것부터 해 볼까?
 [밝은 음악]
 [훌쩍인다]
 (선겸)  아휴, 쯧
 너 통증은
 많이 심해?
 아휴…
 잘했어
 오늘은 일단 일어섰고
 그다음에는 뭐 할까?
 밥 먹을까? 배고픈데
 가자
 천천히 걸어, 천천히
 안 오냐?
 온다는 얘기 아니었냐?
 '그럴게요'라면서
 오늘 온단 얘기가 아니었나?
 배도 안 고픈가?
 [휴대전화 진동음]
 (희진)
 [탄성]
 누구랑은 다르게  아주 정확하신 우리 희진 피디님, 아유
 [휴대전화 진동음]
 (미주)  응? 뭐야? 웬일이지?
 - 어, 최보윤이  - (보윤) 오, 미주
 (보윤)  나 물어볼 거 있어서
 너 요새도 과외하냐?
 왜 이래, 나 번역가 오미주야, 어?
 네가 직접 하지 그래?  아, 너 곧 출산이지?
 (보윤)  내가 출산은 처음이라
 알겠어, 다른 사람 알아보지, 뭐
 응, 응, 그래그래, 알았어  그러면 건강 관리 잘하고
 - (보윤) 응  - 응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
 뭐야, 이렇게 스친다고?
 아니, 잔액 비주얼은 또 왜 이래?
 아씨…
 [통화 연결음]
 (미주)  어, 보윤, 나 번역가 오미주인데
 이번엔 선생님 오미주도  한번 해 볼까 해서
 [우식의 한숨]
 너무 옛날에 걸어서 잊고 있었네
 [잔잔한 음악]
 (선겸)  되게
 자랑스러우셨나 봐
 거기다 대고 공무원이니 연예인이니
 아휴, 한심한 놈
 할머니 속상하셨을까요?
 응원하셨겠지
 들어가자
 (우식)  네
 (사장)  ♪ 너의 입술이 ♪
 [사장이 계속 노래한다]  (우식)  안녕하세요
 아이고, 우식이 아니여?  [문이 탁 닫힌다]
 (사장)  아이, 아련인 어쩌고 혼자 왔어
 (우식)  어? 아, 같이 왔어요
 (사장)  아, 그때 함께 왔던 그 친구?
 - (사장) 그렇지?  - (우식) 네, 네
 (사장)  아이고, 그럼 서 있지 말고  어서 와서 앉아
 [사장의 웃음]
 저, 2인분이면 되지?
 - (우식) 네  - (선겸) 네, 네
 (선겸)  아, 아, 저, 죄송한데
 우리 얼음이랑 수건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물수건도 상관없어요, 예
 우식아, 너 아직  통증 남아 있는 거 같으니까
 얼음찜질 잘해 줘
 - 자, 이거 좀 대고 있어  - (우식) 감사합니다
 너 재활은 이때까지  어떻게 하고 있었어?
 어…
 팀 소속일 때는  감독님이 산재 처리 해 주셔서
 전문 재활 센터 다녔는데
 그럼 이제 혼자서 해야 되겠네?
 너 나랑 할 거지?
 재활은 확실하게 해 둬야  근육에 상처도 작게 나고
 (선겸)  손실도 적어질 거야
 너 청소일 하는 거에도 영향 미친다?  근 손실 되면
 안 돼요
 (우식)  이게 어떻게 키운 삼각근인데
 나는 길게 볼 거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뭐, 근시안적으로 앞에 닥친 대회나
 뭐, 아시안 게임 이런 거  목표로 하지 말고
 기본부터 다시 쌓아 올려 보자  이번 기회에
 기량 끌어올리는 거는 나중 문제고
 저, 근데 청소일 하던 거는…
 (선겸)  그거는 너 스케줄 나오는 대로  그때그때 나한테 공유 좀 해 줘
 네 시간 맞춰서 짤게
 우식아, 근데 재활은
 정확한 자세가 중요해
 그러니까 웬만하면 나랑 직접 하고
 - (선겸) 알았지?  - 네
 (우식)  저, 선배님
 선배님 지도자 했었으면요
 진짜 빡셌을 거 같아요
 이래서 하기 싫었는데
 형이라고 불러
 (선겸)  왜 자꾸 선배님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예? 갑자기요?
 나 이제 선수도 아닌데?
 왜 자꾸 선배님이라 불러?
 아니, 선배님 연차하며 나이가…
 저는 그냥 선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너 또 나이 공격했어
 아니, 누구는 형이라고  쉽게만 부르던데
 누구요?
 형이라고 하면
 - 빡세게 안 할게  - (우식) 형
 (선겸)  거짓말이야
 (예준)  야
 - (영화) 응  - 뭐 하냐?
 캔버스나 짜는 거지, 뭐
 (영화)  너는?
 어, 도서관 갔다가
 (영화)  응
 형이 술 한잔 사 줄까?
 [영화의 힘주는 숨소리]  형은 무슨
 안주 뭔데요, 형?
 [예준의 헛웃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의 시원한 숨소리]
 (예준)  뭐가 문제인데?
 의뢰야, 과제야?
 아, 그게 참…
 둘 다 문제구먼
 티 많이 나?
 너 뭐 안 풀릴 때 캔버스 짜잖아
 - (예준) 기계처럼  - 고예준은
 날 참 잘 알아
 [예준의 헛웃음]
 20년쯤 봤으면
 내가 너고 네가 나인 거지
 멋지다, 고예준
 야, 넌 어쩜 이름도 예준이냐
 (영화)  이름 참 이뻐요
 난 싫어, 내 이름
 (예준)  '예수님의 준비된 사람'
 그게 뭐야
 야, 차라리 개똥이가 낫지
 [술을 졸졸 따르며]  왜, 소똥이, 말똥이는 안 되고?
 뭔가 양보한 느낌이라 싫어
 (예준)  야, 할 거면 개똥이지
 난 너 개똥이라고 부르기 싫어  그냥 고예준 해
 (점원)  주문하신 안주 나왔습니다
 (영화)  아, 저, 이것 좀 치워 주세요
 - 아, 네  - (영화) 감사합니다
 (영화)  오…
 (예준)  너 방학 때 국제 교류 가는 거  준비는 하고 있냐?
 지금 네 토익 점수에서  100점은 올려야 돼
 경쟁률 세다, 은근
 뭐, 돈도 돌려받았겠다
 인강이라도 들어야 되나?
 봉사 점수도 채워 놓고
 두 달은 나가 있을 거니까  정리할 건 정리하고
 (예준)  나는 알바 대타 구해 놓고 가려고
 나 당첨되게 기도나 좀 해라
 (영화)  아, 너 교회 끊었지?
 아하! 나도 끊었지, 참
 나대느라 바빠서
 기도는 가끔 해, 묵음으로
 모두를 위해서
 기도 제목 따로 하나 추가해, 인마
 이영화만을 위한 기도로, 어?
 (예준)  넌 참…
 나를 몰라
 (영화)  내가 너고 네가 난데  왜 몰라, 내가
 [예준의 헛웃음]
 (예준)  몰라, 너는
 (선겸)  조깅 10분에
 스트레칭까지 하면
 이거 해서 20분
 이 정도는 무리 안 되겠지?
 허들 좀 껴야 되는데  허들이 가능하려나?
 복근 위주로 일단 넣어 보자
 하, 허벅지 무리 안 되는 선에서  한번 찾아봐야겠다
 그럼 플랭크랑
 프랭크랑 사이드 플랭크  [휴대전화 진동음]
 넣어 줘야지
 (우식)
 [잔잔한 음악]
 아휴, 원래는 나랑 비슷했는데
 [한숨]
 [글씨를 쓱쓱 쓴다]
 김우식 현재 상황
 전력 질주 후 통증
 걸을 때 상태도  확인 한번 해 봐야 되겠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웨이트랑
 [도어 록 조작음]
 스트레칭도 무리해서 들어가면 안 되고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영화가 흥얼거린다]
 (영화)  [술 취한 목소리로]  어? 선겸이 형!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선겸이 형 보고 싶었어
 - (영화) 내가 왔어요  - 어디서 그렇게 술을 마셨…
 [영화의 기분 좋은 웃음]
 - (영화) 어? 술 냄새?  - 술 냄새
 [영화가 입 냄새를 맡는다]
 아, 술 많이 먹고 왔으니까  술 냄새 나지, 당연히, 예?
 오, 뭐야
 아, 지금 저 바가지 긁는 거예요?
 형은 눈 되게 커 가지고  바가지 긁는 거 다 보여
 이렇게, 이렇게  [휴대전화 진동음]
 (영화)  이렇게 보고 있어
 아, 형, 내가 형 얼마나 좋아하는데
 - 어딜 가, 형, 가지 마, 형  - (선겸) 여보세요
 - (선겸) 잠깐만 있어요  - (영화) 아…
 (영화)  [앙탈을 부리며]  가지 마, 가지 마, 형
 [영화의 술 취한 신음]  (선겸)  잠시만요
 (영화)  내가 진짜 고백하고 싶단 말이에요  [문이 탁 닫힌다]
 (미주)  뭐 해요?
 (선겸)  바가지 긁어요
 영화 씨? 왜요?
 돈 없다더니 술 먹고 들어와서요
 집인가 보네?
 그래서 도망 나왔어요?
 (선겸)  어떻게 알았어요?
 (미주)  요렇게 고개 좀 돌려 봐요
 어, 좀 더 옆에, 여기  [선겸의 당황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미주의 웃음]
 기다려요, 나 내려갈게요
 아유, 진짜 왜 자꾸 저렇게 웃어, 진짜
 나 죽이려고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요?
 어, 밥 먹고 산책하러 나왔다가
 (미주)  여기가 그, 산책 동선이라서
 그, 산책해야 소화도 되고
 보고 싶어서 왔죠?
 김칫국 마시지 마요
 나는 보고 싶었는데?
 연락을 하지
 바쁠까 봐
 보통 밤에 바쁘잖아요
 (미주)  음, 맞네
 바가지 긁기 전엔 뭐 하고 있었어요?
 나 보고 싶어 하고 있었어요?
 (선겸)  그러기도 하고
 일하고 있었어요
 뭐, 일 시작한 거 있어요?
 나한테 얘기해 줘도 되는 거예요?
 나중에 보여 줄게요, 무슨 일인지
 오미주 씨 도움도 필요하고요
 치…
 자기 전까지 나 궁금해 죽으라고
 아, 나 자기 전에 일기도 쓸 거예요
 아직 쓰고 있어요?  콘셉트인 줄 알았는데
 콘셉트 아니에요
 한 줄씩 쓰다 보니까 재밌어서  [미주가 호응한다]
 오미주 씨는 안 쓰죠?
 난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에  한 번도 써 본 적 없어요
 그때도 뭐, 숙제니까 몰아서 썼지
 뭐, 일기에 기록하고 싶을 만큼  좋은 일이 잘 없었어 가지고
 다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선겸)  좋은 거, 싫은 거, 무서운 거
 하, 좀 써 봤다 이건가?  [선겸이 헤 웃는다]
 되새김질하는 것도 싫고요
 또 일기장이 아니라  반성문이 될 거 같아 가지고
 나 어릴 때  나쁜 짓 많이 하고 살았거든요
 오늘 나 만난 것도 일기장에 쓰겠네?
 내가 일기거리 만들어 줄까?
 (선겸)  아, 오늘은 안 될 거 같은데
 [함께 웃는다]
 (미주)  그…
 미안해요, 아까
 [부드러운 음악]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한 거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말하면 되는데
 매번 말을 그렇게 꼬아서 뱉고
 나 스스로도 참 모나고  못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반성합니다
 그래서 일기 안 쓴 거라고  [미주가 코를 훌쩍인다]
 손잡을래요?
 아, 밤 산책 좋다
 (미주)  하…
 핑계 없이 볼 수 있는 거 좋다  그렇죠?
 근데 그 핑계가 보고 싶은 거인 건  너무 좋다
 (선겸)  내가 더 좋다
 [미주의 웃음]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
 (미주)  왜 이렇게 따뜻해요
 [미주의 웃음]
 [문이 탁 여닫힌다]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아…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손에 물을 알아서 묻히시네
 [놀란 신음]
 [거친 숨소리]
 내가 저거 갔다 와서 꼭 치운다, 아유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방 감독)
 (방 감독)
 (방 감독)
 아, 띄어쓰기를 왜
 다 점으로 해 놨어?
 (선겸)
 (선겸)
 (방 감독)
 [휴대전화 진동음]
 (선겸)  여보세요
 - (영화) 형, 밥 먹었어요?  - 네
 (영화)  그럼 혹시 그  냉장고 한번 열어 보실래요?
 (선겸)  열려 있어요
 거기에 혹시 그  음식물 아닌 거 있나요?
 뭐, 메탈 소재에 손가락만 한 거?
 (선겸)  검은색 맞아요?
 (영화)  아, 거기 있었구나
 혹시 그, 일정 없으시면
 학교까지 배달 가능할까요?
 배달 팁으로 제가 밥 살게요
 (선겸)  방금 밥을 먹었다고 말했잖아요  이 양반아
 아, 제가 다음부턴 진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드릴게요
 (영화)  아, 진짜요, 아, 제발요, 형
 (선겸)  신뢰가 안 가는데
 (영화)  아, 제발요!
 [익살스러운 음악]
 (태웅)  어?
 야, 기선겸!
 너 여기서 뭐 하냐?
 아직도 학교를 다녀?
 누구세요?  [태웅의 한숨]
 나 서태웅인데?
 (태웅)  그새 까먹었냐?
 우리 5년 전에!
 너희 아빠 뭐…
 세 번인가 당첨돼서 축하 파티 한 날
 (선겸)  세 번 당첨…
 아버지 3선 축하 파티?
 어
 - 기억나지?  - (선겸) 아니요
 나 서단아 동생, 어?
 (태웅)  그때 누나가 소개해 줬잖아
 아, 너 여기서 뭐 하냐니까?
 볼일 있어서요, 그럼 이만
 (태웅)  왜 자꾸 피해?
 - 왜 자꾸 막지?  - (태웅) 싫으니까
 그날 통성명까지 한 건 기억나고
 그 나머지는 기억이 없는데
 그날 혹시 내가 무례하게 굴었나요?
 [태웅의 헛웃음]  (선겸)  그쪽이 지금 무례하게 구는 게
 그 이유인가 해서
 뭐…
 네 존재 자체가 무례하긴 했지
 (태웅)  평생을 운동 근처에도 못 가 본  내 앞에 나타난 게 너였으니까
 네가 내 약점을 자꾸 들여다보게 해서  싫었으니까
 근데 네가 싫은 게 아니라
 누구든 내 앞에  운동선수로 나타났으면 싫어했을 거야
 나 이제 운동선수 아닌데
 (태웅)  뭐?
 그럼 뭔데
 나도 지금 찾고 있어서
 나중에 알게 되면 알려 줄게요
 (태웅)  어어?
 야, 쌩까냐? 씨
 아, 어디 가…
 서태웅?
 저격 글 좀 올렸다고  쪼르르 찾아오셨어?
 누구…
 아이돌 새끼들은 화장이나 하고  애교나 부리지
 (래퍼)  왜 남의 학교 앞을 얼쩡거려
 (태웅)  아, 이거 마라쿠자 새끼 아니야?
 (래퍼)  하, 잠깐, 마라 뭐?
 [익살스러운 음악]  - 하…  - (래퍼) 새끼?
 어, 새끼야, 왜
 아이돌 새끼 처음 봐?  마라쿠자같이 생긴 게
 (태웅)  야, 너 루시안보다 랩도 못하는 게  왜 이렇게 나대
 그러니까 넌 언더고 루시안은 오버지
 (래퍼)  야!
 내가 누구보다 뭘 못해
 진짜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진짜, 이씨
 - (여대생1) 야, 야, 태웅이 아니야?  - (태웅) 야, 이거 놔라
 - (여대생2) 어? 진짜네?  - (태웅) 어? 놓으라고 했다, 씨
 [여대생들이 웅성거린다]  (태웅)  야, 기선겸
 이 상황 좀 어떻게 해 봐
 (래퍼)  정정해라
 내가 걔보다 뭘 못해, 어?
 (여대생1)  저기요!
 우리 태웅이한테 뭐 하시는 거예요
 (래퍼)  아, 이것 좀 놔
 (태웅)  나 좀 데리고 제발 좀 빠져 줘
 (여대생1)  아, 이것 좀 놔!
 놓으세요, 진짜!
 (선겸)  준비해요
 [여대생들이 화낸다]
 [흥미진진한 음악]
 (래퍼)  왜 쳐? 오!
 [여대생들이 소리를 지른다]
 선겸이 형, 어디 가…
 (영화)  아, 제 거 주고 가요!
 (래퍼)  너 때문에 놓쳤잖아, 지금!
 (영화)  선겸이 형!
 선겸이 형!
 [여대생들이 소리를 지른다]
 (여대생3)  어디 갔어?
 [함께 거친 숨을 내쉰다]
 와, 진짜 빨라
 형 방금 전력 질주 한 거 맞죠?
 (영화)  와, 놓칠 뻔했어, 오!
 (선겸)  아, 나 이제 이렇게 뛸 일  없을 줄 알았더니
 도망치는 데 쓰네, 또
 뭔 소리야, 맨날 뛰러 나가면서
 (선겸)  괜찮아요?
 [영화의 거친 신음]
 (영화)  아, 쉬는 시간에 잠깐 나온 건데, 이거
 줘요, 그거, USB
 [거친 숨소리]
 - (선겸) 이거  - (영화) 예
 (영화)  아, 근데
 제 과제물이랑
 이 상황이랑 뭐, 관련이 있나요?
 (선겸)  튀는 게 제일 간단하니까
 근데 쟨 왜 데리고 튀었어요?
 (선겸)  얘 때문이라서
 아, 나 튀는 거 진짜 질색인데
 그런 거치고는 잘 뛰던데?
 아, 너 마침 잘 만났다
 (영화)  야, 너 일로 와 봐, 야
 내가 너 때문에 지금 얼마나  귀찮아졌는지 알아? 어?
 언팔 좀 하라고, 어?  [태웅의 가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이게 안 들리는 척하네?
 야, 야
 야
 야!
 야!
 [심전도계 비프음]
 [옅은 숨소리]
 병원 냄새
 (영화)  어, 지윤아, 어
 어, 메일 보냈으니까  출력해서 제출 좀 해 줘
 알았어
 알았다니까, 응
 진짜 고마워, 응
 [통화 종료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선겸이 형 어디 갔어
 방금 깼는데 알겠냐, 내가?
 수납하러 가셨나 보네
 병원비 제대로 갚아라
 너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서단아가 널 찾아가?
 (태웅)  그거 물어보러 여기까지 와야 돼?
 내 디엠 왜 씹냐
 애초에 너 때문에 묻힌 거잖아
 디엠을 너만 보냈겠냐?
 [영화의 헛기침]
 - (선겸) 과제는요?  - 보냈어요
 (영화)  마지막 교시도 못 듣고
 허리도 아프고, 씨
 (선겸)  그러니까 내가 업는다니까
 - 좀 어때요?  - (태웅) 아, 몰라
 (태웅)  나 언제 가면 된대?
 다 들어간 거 같은데, 이거
 (영화)  잠깐만
 형은 존대하는데  너는 반말하는 이 형국은 뭐냐?
 (태웅)  하, 나 원래 그래, 어?
 존대 입에 안 붙어서
 핑계 좋다
 한국 예절 다 늦게 배운 걸 어쩌라고
 (태웅)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영화)  야
 - (태웅) 왜  - 사인 좀 해 줘
 [익살스러운 음악]  네가 내 사인이 왜 필요해?
 나 말고
 (영화)  알파벳 2기래
 뭐, 뜨코가 홈마인가 그렇대
 뜨코가, 홈마가…
 아, 알, 알파벳  그건 다 뭔 말이에요?
 - 몰라요, 저도  - (태웅)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임지윤에게
 - 부탁드립니다  - (태웅) 아
 [사인을 쓱쓱 한다]
 - 형은 얘네 그룹 알아요?  - (선겸) 아, 몰라요
 (영화)  분발 좀 해라, 나도 형도 모르잖냐
 체력은 또 그래 가지고  아이돌은 또 잘만 하네
 잘할 거야
 [사인펜 뚜껑을 탁 닫는다]
 살아 있는 거 같잖아
 (태웅)  살아 있는 건 움직이는 거잖아
 [영화의 헛기침]
 저, 조, 조, 조혜원에게도
 (영화)  부탁드릴게요
 (태웅)  아씨…
 알파벳이래
 1, 1기, 1, 1기도 했었대
 '해'야? '혜'야?
 '혜'
 '혜'?
 [태웅이 사인을 쓱쓱 한다]
 (직원1)  잘 나온 것부터 봐 줘요
 - (직원1) 어떤 게 더 좋아요?  - (매이) 디테일하게 잘
 (직원2)  난 블랙이 더 나은 거 같아요
 - (매이) 그래요?  - (직원2) 네, 전 그렇습니다
 (매이)  음…
 역시 비싼 디자이너 쓴 보람이
 (직원1)  담배 이거 괜찮을까요?
 저도 스틸에 이게 있는 걸  깜빡해 가지고
 심의 걸릴 수도 있겠다
 (매이)  지난번에도 여배우 배꼽  조금 노출됐다고 심의 반려됐잖아
 삭제한 버전도 대비하겠습니다
 티저 포스터로 나가는 건
 드라마 버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해외 버전이랑 한국 버전이  차별성이 보이면 좋잖아
 (매이)  보다 관계에 초점을 맞췄으면 싶어서
 해당 내용 피드백 주고
 자, 다음 이슈
 - 번역자 선정이지?  - (직원1) 네
 이번 영화만큼은
 경력이 보장된 번역가들로  알아봤는데요
 [매이가 호응한다]
 이 사람은
 경력은 많은데 너무 액션 위주 아닌가?
 (매이)  감정선을 믿고 맡기기에는 좀…
 후반부 감정도 따라가야 하니까
 오, 이 친구 유명하지
 대형 프랜차이즈만 하는 걸로
 페이 맞출 수 있을까?
 아, 친분으로 깎는 건  상놈들이나 하는 짓인데
 (직원3)  그건 그렇죠
 딱 중간만 하는 번역가 찾기가  이렇게 힘들 일인가
 전 대표님만 괜찮으시면
 직접 하시는 것도…
 그 대표님 안 괜찮아
 [한숨]
 역시 처음 생각한 게 맞았나 싶어
 걔는 참 중간을 가는 것도 힘든데
 그걸 유지를 하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 첫 수업이니까  간단한 실력 체크 먼저 할게요
 - (남자) 네, 알겠습니다  - 이거 천천히 푸시고
 - 다 푸시면 알려 주세요  - (남자) 예, 알겠습니다
 (미주)  음, LC 점수는 나쁘지 않으시니까
 제가 RC 위주로 수업 텍스트 짜 가지고  보내 드릴게요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하시고요, 언제든
 - (남자) 네, 알겠습니다  - 네
 - (남자)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 네, 고생하셨어요
 - (남자) 네, 감사합니다  - 네
 (노라)  서비스  [미주의 놀란 신음]
 - (미주) 감사합니다  - 당 충전해요
 (노라)  과외하시는 거예요?
 네, 한 두 달 정도만 해 보려고요
 혹시 저 너무 시끄러웠을까요?
 (노라)  아니요, 아이,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카페 과외하기 좋다고
 영화 씨도 여기서 과외하거든
 (미주)  아, 진짜요? 다행이다
 저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 볼게요
 저 생필품이 뚝 떨어져 가지고  사러 가야 되거든요
 - 감사합니다  - (노라) 네
 - 들어갈게요  - (노라) 들어가요
 [미주의 힘겨운 숨소리]
 - (영화) 누나  - 어?
 - (미주) 아이고  - 장 보고 오시는 거예요?
 (미주)  아, 고마워요
 네, 아니
 택시 타면 기본요금 거리인데
 걸으니까 왜 이렇게 먼지 모르겠네
 아, 영화 씨는요?
 근데 혼자 있네?
 (영화)  아, 아까까진 같이 있었는데  붙잡혔어요
 뭐? 누구한테?
 아, 깜짝이야
 (영화)  아, 몰라요
 매니저 올 때까지  한 명은 있어야 된다고
 아주 지랄을 쳐 가…
 난리를 쳐 가지고
 말하자면 길어요  뭐, 지금쯤 풀려났으려나?
 무슨 소리 하는 거지?
 둘이 비슷해서 같이 지내나?
 (미주)  뭐, 가던 데까지만 가요
 어디 가던 길 아니었어요?
 (영화)  누나 집까지  짐 들어 주러 가던 중이었죠
 [미주의 웃음]
 (미주)  영화 씨도 말로 죄짓는 스타일이구나?
 아주 둘이 천생연분이네
 아유
 (미주)  이쪽으로
 (영화)  여기 누나 집이에요?
 왜 이렇게 익숙하지?
 동네잖아요, 오며 가며 봤겠지
 (영화)  아!
 그때 그, 선겸이 형 차를…
 왜 누나 집 앞에다가…
 그러게요?
 뭐, 커피 마시고 갈래요?  고생했는데?
 (미주)  마시고 가요
 - (영화) 누나  - (미주) 응?
 (영화)  히치콕 최애가 '사이코'예요?  난 '현기증'인데
 (미주)  아, '버티고'
 아는구나?
 그 양반은 그거 봐도 잘 모르던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누나 집이랑 가까워서  형이 룸메 해 주는 거 같아요
 (영화)  형한테 이용당하는 기분이네
 (미주)  씁, 누굴 이용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닌데, 그 양반이
 앉아요
 그래서 집에서 생활은 어떻게 해요?
 - (미주) 방은?  - 방?
 - (영화) 원룸인데  - 원룸?
 그럼 기선겸 씨는 어디서 자?  같이 자요?
 아, 그, 수압은 괜찮죠?  물이 잘 나와야 되는데
 그, 난방 상태는 어때요?  추워지는데
 나 자취 시작할 때  울 엄마가 나한테 했던 얘기들인데
 혹시 선겸이 형 보호자예요?
 뭐, 보호가 필요할 나이는 아닌데
 자꾸 물가에 내놓은 애 같고 그렇네
 대표님도 나 애 취급 하던데
 애 취급 해서 그림 망쳤어요?
 아니, 자꾸 친한 척한답시고 막  이상한 거 물어보더라고요
 아, 친한 건 아니고요  오해하지 말고
 (미주)  커피 마셔요
 제가 아직 시야가 좀 좁아요
 어릴 적부터 그림만 그렸고
 [잔잔한 음악]  입시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로 밥만 먹고 그림만 그려서
 그때도 거리 유지하는 게  내 숙제였는데
 뭐, 원근감 그런 건가?
 내가 그림은 잘 몰라 가지고
 뭐, 비슷하죠
 너무 멀면 보이지가 않고
 너무 가까우면 시야를 다 가려 버리고
 (영화)  그 상황이 싫어서 망쳤어요
 내가 못 참고 못나게 군 거지
 씁, 그 대표님도 썩  잘나게 굴었을 것 같진 않은데?
 (영화)  부정은 못 하겠네
 계속 찝찝해요
 나도 비즈니스 할 땐
 뭐, 어른이란 걸 보여 주면  좀 덜 찝찝할까요?
 (미주)  음…
 그걸 보여 주겠다는 거 자체가  좀 애 같지 않나?
 쌍방 과실인데
 음, 본인 못난 걸 먼저 인정하는 게  더 어른스럽지
 (영화)  음…
 그럼 이번에는
 중간 지점을 잘 찾아서
 거리를 두고 그리면
 괜찮을까요?
 어떤 그림을 그렸는진 몰라도
 되게 마음에 들었나 보던데
 어머, 나 지금 희망 고문 한 거죠?  어머, 어떡해
 아, 누나, 왜 그런 말을 해요
 (미주)  아, 미안해요, 미안해
 아, 진짜, 아유, 이 조동아리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언니
 내일 뭐 해?
 일 있으면 짬 좀 내고  일 없으면 산책 좀 해
 좀 있다 집에서 볼 건데 굳이?
 일 없나 보네
 점심 먹고 선선히 걸어와
 나 오늘 늦으니까 저녁 잘 챙겨 먹고
 [통화 종료음]
 어?
 어? 나 요즘 산책 많이 하는데
 공포물 하고 싶은 마음 변함없니?
 (미주)  응
 - 오미주 번역가  - (미주) 응?
 (매이)  자네는 좋은 번역이 무어라 생각하나
 - (미주) 응?  - 편히 말해 보게
 음…
 최대한 기억에 안 남는 거?
 (미주)  안 거슬리고
 스치듯 사라지는 거
 나는 그런 번역이 좋은 번역…
 아니, 근데 지금 뭐 하는 거야
 '차가운 위로'라는 영화 기억나?
 (미주)  어, 그때 극장에서 못 봤던  기억만 나네?
 VOD도 안 풀려 가지고
 (매이)  그 영화 판권 리뉴얼돼서  이번에 내가 수입하기로 했어
 (미주)  [놀라며]  어머
 그거 언니 한창 번역 일 할 때  언니가 했던 거 아니야?
 이거 때문에 그날 무리해서  막 기차 타고 올라왔잖아
 [놀라며]  어머머, 언니, 너무 잘됐다
 진짜 소름 돋는다, 언니  너무 멋있다, 아유
 재개봉 일정 조율하면서  그때 했던 번역 다시 보는데
 (매이)  어디 숨고 싶더라  [미주의 웃음]
 10년 전 번역이 너무 낡아서
 나 스스로도 반성 많이 했고
 그 당시에 내가 갖고 있던 가치관이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그게 너무 후진 거야  이제 와 보니까
 아유, 뭘 또 그렇게까지, 어?
 1년이 뭐야
 1분 단위로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어
 - 그래서 말인데  - (미주) 응
 네가 번역해 볼래?
 [잔잔한 음악]
 아, 언니가 안 하고?
 나 은퇴한 지가 언젠데
 나 언니보다 잘할 자신이 없는데
 (매이)  핑계가, 성의가 너무 없잖아, 인마
 아, 핑계가 아니고
 네가 지금 이 순간부터 드는 생각  나라고 밤새 안 해 봤겠냐?
 [한숨]
 아, 그게 아니라
 같이 일하면  우리 사이 금 갈까 봐 그렇지
 (미주)  루마니아 영화 감수 건은
 의견 부딪칠 일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했던 거고
 이깟 일로 금 갈 사이였으면
 우리 기회 많았다, 미주야
 하긴, 맞네
 [매이가 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고민할 시간 좀 줄 거지?
 시간 충분히 줄 테니까  빠른 결정 부탁해
 그게 뭐야  [함께 웃는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 나 왔어요  - (선겸) 어…
 - 오래 기다렸어요?  - (선겸) 아니요
 (선겸)  어? 동거인분은 잘 만나고 왔어요?
 네, 근데 뭐 숨기는 거지?
 아…
 혼자 있을 때 일기 쓰고 있었어요
 뭐라고 쓰게요?
 '오미주 씨한테'
 '마라톤 대회 같이 나가자고  물어볼 거다'
 [미주의 웃음]
 (미주)  아니, 누가 일기를 미래형으로 써요?  무슨 예언서예요?
 뭐,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
 근데 숨기면 뭐 해요  이렇게 찌르면 술술 불 텐데
 뒤 내용은 오미주 씨 대답 듣고  자기 전에 쓸까 했죠
 그랬어요?
 마라톤이면 되게 오래 뛰겠네?
 하프 마라톤인데, 잠깐만요
 (선겸)  나 서류 갖고 있어요
 이거
 [놀라며]  21km?
 (선겸)  옆에 5km, 10km 코스도 따로 있어요
 (미주)  아…
 기선겸 씨는 어딘데요? 하프?
 (선겸)  네, 근데 오미주 씨는 처음이니까
 그렇게 무리해서 안 뛰어도 돼요
 어차피 완주하는 게 중요하니까
 (미주)  어…
 근데 연습하면 하프 가능하지 않을까?
 좀 기간도 남았으니까
 가능할 거 같아요?
 [부드러운 음악]
 (미주)  치
 그럼 10km 하지, 뭐, 10km
 근데 이거 왜 한 장이에요? 신청서?
 (선겸)  아, 나는 인솔자로 참가해서  미리 냈어요
 육상부 애들 데리고 나가기로 했거든요
 [호응한다]
 아, 나 기선겸 씨가 선물해 준  운동화 신고 완주하면 되겠다, 그렇죠?
 아, 그 운동화 어떻게 닳을지 궁금하다
 벌써 닳을 거 걱정해요?
 예, 그, 신발이 닳은 걸 보면
 사람의 직업을 알 수 있대요
 [미주가 호응한다]  (선겸)  모든 걸음걸이에는
 그 사람의 감정과
 에너지가 드러난다고 했거든요
 책에서 봤어요
 어머, 책도 읽어요?
 참, 내가 또 이럴 줄 알고
 (미주)  짠
 운동화 선물 답례예요
 내가 빚지면 소화가 잘 안돼서
 - (선겸) '나를 사랑하는 연습'  - 응
 나 놀리는 거예요?
 (미주)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운동하느라고  수업 잘 못 들어 가지고
 자기애 같은 거 못 배웠다면서요
 학교에서 못 배운 건  보통 다 책에 있으니까
 - 오미주 씨도 읽었어요?  - (미주) 응, 당연하죠
 (미주)  봐요, 어, 여기 있다
 '맞지 않는 신발에  발을 억지로 구겨 넣을 필요 없다'
 크…
 참 우리 오늘 대화  너무 운명적이다, 그렇죠?
 나 책 선물 처음 받아 봐요
 - 그래요?  - (선겸) 잘 볼게요
 - 그래요, 끝까지 꼭 읽어요  - (선겸) 네
 (미주)  음…
 자기 그룹을 선택하라는데?
 음, 나 중간 정도는 가겠죠?
 (선겸)  에이, 음
 (미주)  이씨…
 기선겸 씨는 어딘데요?
 - (선겸) 음  - 뭐야
 같이 달리자면서요, 이 자식아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미주)  책 선물 회수
 - 아, 줘요  - (선겸) 아니요
 - (미주) 줘요  - 어? 맞는다
 내일 뭐 해요?
 육상부 애들 보러 안 갈래요?
 어, 안 갈래요
 아이, 줬다 뺏는 게 어디 있어요  앉아요
 - (미주) 줬다 뺏는 거 있어요  - 없어요
 앉아요, 커피 마셔요
 (선겸)  갈래요?
 몇 시에요?
 (미주)  아, 깜빡하고 술을 안 샀다
 (선겸)  술을 왜 사요?
 방 감독님도 오시는 거 아니에요?
 안 오세요
 산후조리 하셔야 된다 그래 가지고
 강아지 때문에
 아, 아유, 난 또  방 감독님이 산후조리 하신다고
 아…
 그럼 우리 누구 기다리는 거예요?
 우식이요
 아, 오늘 연습 끝나고  촬영 좀 해 줄 수 있어요?
 우식이 레퍼런스 필요한데
 어, 그럼 시작했다는 일이 혹시…
 (우식)  어? 안녕하세요
 (미주)  어?
 안녕했죠, 우식 씨도 안녕했어요?
 그럼요, 저야…
 아, 아니, 청혼은 다른 사람한테
 쓰레기
 [익살스러운 음악]  - 응?  - 응?
 어?
 (우식)  어, 어, 쓰레기
 쓰레기가 여기 있네요
 [작은 소리로]  아,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 (선겸) 뭐  - (우식) 아, 청혼은
 다른 사람한테 하셨다면서요
 근데 어떻게 통역사님이랑…
 (선겸)  아, 그거 다른 사람한테 받았다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해
 (우식)  조용, 좀, 좀
 아이, 그거는  그거대로가 문제가 있는 거죠!
 - (선겸) 왜  - 아니, 둘이 무슨 얘기 하길래
 (미주)  이렇게 쏙닥거려요
 (우식)  아, 아니에요
 오래 기다리셨죠?  저희 얼른 출발해요, 형
 (미주)  왜 저래요?
 (선겸)  몰라요
 얘
 "단 에이전시"
 (영화)  안녕하세요  서단아 대표님 뵈러 왔는데요
 (직원4)  네,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영화) 이영화요  - 네, 이영화 님
 (직원4)  음…
 저, 실례지만 따로 선약은 하셨나요?
 대표님 위에 안 계세요?
 선약은 하셨나요?
 아니요, 잠깐만 얘기하고 나올 건데
 죄송하지만 약속하지 않으시면  대표님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한숨]
 그, 아는 얼굴 올 때까지  잠깐 기다릴게요
 저쪽에서 조용히
 (지현)  대표님
 (단아)  참가 선수 명단? 이게 왜요?
 (지현)  보시면 기 선수도 신청을 했는데요
 - (단아) 아…  - 번호를 1번을 줘야 할까요?
 (지현)  좀 상징적이니까?
 (단아)  씁, 기 선수는 알겠는데  오미주 씨는 왜 있지?
 미팅 하나 잡아 줘요
 재밌을 거 같아서 확인 좀 하게
 (지현)  예, 기 선수요?
 (단아)  아니요, 오미주 씨요
 그쪽에 확인하는 게 더 재밌으니까
 아, 그리고 그림
 나 작가 리스트 다시 꾸려 줘요
 나 건질 게 없어
 (지현)  아, 예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왜 웃어
 (단아)  네가 먼저 와서 꿇을 줄 알았어, 내가
 그래서 웃었어요?
 내가 왜 웃어?
 (단아)  내가 웃었어요, 실장님?
 연락도 없이 막 찾아오시면  안 됩니다, 이영화 씨
 실장님이 전화 안 받으셔서요
 (지현)  이영화 씨 번호 저도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때 전했던 것 같은데요
 나 귀찮아요?
 올라가서 얘기하자
 한 10분 낼 수 있겠네
 (단아)  내가 실수한 게 있더라?
 설마 사과하려고요?
 내가 너한테 사과를 왜 해?
 보통 실수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하니까
 내가 또 평범하게 생각했네
 하지 마
 (단아)  나에 대한 생각, 감상, 기대, 실망  그 외 기타 등등
 안 할게요, 아무것도
 (단아)  이게 내 실수
 문서로 남겼어야 됐는데
 나 주려고 만들어 놨어요?
 그게 누구든 자판기 오면 주려고  만들어 놨지
 [영화의 헛웃음]
 (영화)  진짜 비즈니스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제가 또 거지 같은 기대를 했어요
 나름 체념한다고 했는데
 너 나 좋아하니?
 [부드러운 음악]
 제가 대표님을…
 좋아했죠
 (영화)  그랬으면 뭐가 바뀌나?
 난 이미 끝냈는데
 (단아)  3주 스케줄이야, 사인해
 (영화)  1주 차 드로잉 컨펌  2주 차 스케치 픽스
 3주 차 채색 컨펌 후 마무리
 4주로 해 주세요
 마지막에 수정 보완 작업 필수니까
 수정 없이 완벽하게 하면 되잖아
 (단아)  3주로 해
 알겠어요
 - 알겠다고?  - (영화) 네
 (영화)  이제 내 그림 말고  대표님 그림 그려야죠
 가 볼게요, 10분 다 쓰신 거 같아서
 [문이 탁 여닫힌다]
 [약통을 잘그락 들며]  좋네, 안 귀찮고
 [약통을 탁 내려놓는다]
 (선겸)  안녕
 - (채이) 선생님!  - (장섭) 선생님!
 [육상부원들이 기뻐한다]
 (채이)  아, 김우식 선수다
 (장섭)  어? 그때 술 먹던 누나다
 [어색한 웃음]  예, 안녕하세요
 (선겸)  이거 받아 줄 사람
 - (채이) 아, 네  - (단아) 받아
 (장섭)  저희랑 같이 훈련해요?
 (채이)  어, 가기 전에 저랑  사진 좀 같이 찍어 주시면 안 돼요?
 - 사진요?  - (채이) 네
 제 목표가 김우식 선수  고등학교 기록 깨는 거거든요
 (장섭)  오늘 같이 뛰어요?
 (선겸)  오늘은 견학만 할 거야
 너희 어떻게  나보다 더 좋아하는 거 같아, 우식이
 [휴대전화 진동음]  실망이야
 [함께 웃는다]
 (채이)  아닌데
 (단아)  저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요
 무거워, 얼른 놔둬, 놔둬, 놔둬
 네, 실장님, 안녕하셨어요?
 네
 어? 왜 대표님이 저를…
 아…
 예,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날 봬요
 네, 네
 [통화 종료음]  [한숨]
 그 여자가 주최 측이라고?
 (선겸)  오늘 얘들아,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몸 더 확실하게 풀어 줘야 되겠다
 (육상부원들)  네
 (채이)  근데 오빠는  왜 오늘 견학만 하시는 거예요?
 어, 지금은 부상 때문에
 재활 중에 있거든요
 (장섭)  아, 형
 존댓말이 뭐예요, 거리감 느껴지게
 [우식의 멋쩍은 웃음]
 (우식)  어, 반말할게
 너희도 편하게 불러
 - (장섭) 네  - (채이) 네
 (선겸)  우식아, 네가 애들이랑  정신 연령이 잘 맞는다
 애들이랑 또래잖아요
 [우식이 숨을 들이켠다]
 (우식)  이 정도 터울은 돼야
 형 나이 아닐까요, 선배님?
 (선겸)  어, 너 지금 나이 공격했어
 (미주)  뭐야
 언니는 오늘도 술 마시러 온 거예요?
 아, 저 그날은 감독님 계셔 가지고  술 마신 거지
 평소엔 그렇게 많이 안 마셔요
 (선겸)  애들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미주의 헛웃음]
 그럼 연습 열심히 해요, 파이팅
 (우식)  파이팅
 (선겸)  이거 도와주세요
 이거 치워 줘요
 [선겸이 코치한다]
 (우식)  그때 책도 사 주셨는데
 한 장도 못 읽고  여기 와 있네요, 제가
 그거 손도 안 댔으면  중고 서점에 팔면 돼요
 아니면 마켓에 올리거나
 저 그거는 아직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어, 난 직거래 많이 해 봤거든
 거기다 올려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찾아갈 거예요
 우식 씨한테 필요도 없는데  안고 있을 필요 없잖아요
 맞아
 - 오, 되게 쿨하세요  - (미주) 뭐가요
 근데 어떡해요?
 (미주)  목표였던 사람이 달리기를 그만둬서
 우식 씨가 인터뷰 때 그랬잖아요
 (선겸)  천천히
 (미주)  기선겸 씨 때문에 시작했고  목표였다고
 다시 달리는 우식 씨한테는
 어떤 동기 부여가  필요할까 싶어 가지고요
 필요 없으면 말고
 똑같지 않을까요?
 [잔잔한 음악]
 선배님을 보고 시작하고
 할머니를 위해서 달리겠죠
 여러모로 어깨가 무겁겠네
 누군가의 목표로서 정진하려면
 선배님요?
 우식 씨가요
 저 친구들한텐 우식 씨가  가장 가까운 나이대의 목표일 거잖아요
 (선겸)  우식아
 이제 너 한번 해 볼까?
 (우식)  네
 나한테 영상을 남기네, 이 사람이
 참
 (선겸)  이 정도는 괜찮은 거지?
 그때는 힘 들어가서 아팠던 거고
 (우식)  어느 정도 힘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이제
 바로 다이버 운동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선겸)  통증 없어지면, 그때 해도 안 늦어
 자세 어떤지 보고 싶어?
 모니터링할래?
 - (우식) 네  - 그래
 (우식)  저 어땠어요?
 회복이 다 안 돼서 좀 절었으려나?
 (미주)  그건 잘 모르겠고 아주 보기 좋았어요
 요렇게, 훈훈하니
 (우식)  왜 그러십니까
 (미주)  뭘 '왜 그러십니까'예요?
 [미주의 웃음]
 (우식)  멋있죠?
 나도 볼래요
 (미주)  치
 그래요
 아, 우식 씨가 비율이 참 좋네
 (선겸)  그래서 잘 뛰는 것도 있어요
 비율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미주가 호응한다]
 (우식)  아…
 아, 왜 그러십니까
 (미주)  아까부터 자꾸 '왜 그러십니까'  왜 그래요?
 (우식)  부끄러워요
 (명필)  오랜만에 다 같이 나서니 좋구나
 (명민)  이제 좋을 일만 남았죠, 아버지
 [명민의 웃음]
 (명필)  아, 단아야
 자선 행사 그거
 올해는 명민이가 하는 걸로 하자
 공장 사고 건 때문에
 회사가 좀 시끄러워졌어
 이번엔 네가 양보해
 태어난 것도 양보했는데  뭘 더 양보해요, 제가?
 (명필)  가족 경영 좋다는 게 뭐냐
 [단아의 어이없는 숨소리]
 가족 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단아)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 안 닿은 거 없어요
 그걸 가만히 누워 있던  쟤 입에 처먹이라고요?
 (명필)  회사 이미지 좀 생각하자며, 네가
 회사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마무리하자
 [차 문이 탁 여닫힌다]
 꽃다발을 아예 콧구멍에  처박아 줬어야 됐는데
 너 그러는 거 알레르기 있는 사람한테  살인 미수야
 - (단아) 그러니까  - 그러니…
 - 실장님, 안녕하셨어요?  - (지현) 예
 대표님 곧 오실 겁니다  아직 물에 계셔서
 - 물요?  - (지현) 아
 내부에 수영장이 있습니다
 와, 진짜 부자 같다
 커피, 물, 차, 뭐 드릴까요?
 아, 저 괜찮아요
 아, 이거, 이거  실장님 드시라고 좀 사 왔어요
 (미주)  대표님 드리지 말고 혼자 드세요
 - 이, 제 거라고요?  - (미주) 네
 (지현)  와, 잘 먹겠습니다
 (미주)  어? 근데 손…
 왜, 다치셨어요?
 대표님이 혹시 때려요?
 [지현의 당황한 웃음]
 이게…
 [발랄한 음악]  (미주)  헐, 뭐야? 턱시도 입었네?
 어머, 너무 귀여워, 웬일이야  [문이 탁 열린다]
 (지현)  귀엽죠?
 - (미주) 이름이 뭐예요?  - (지현) 먼지요
 - 먼지? 직접 지으신 거예요?  - (지현) 네
 (미주)  아, 너무 이쁘다, 아이고, 먼지야
 - (지현) 귀엽죠?  - 아이고, 이뻐라, 아이고, 이뻐
 (단아)  뭐가 그렇게 귀여워, 나?
 (미주)  고양이요  [지현의 헛기침]
 (지현)  차 준비하겠습니다
 (미주)  네
 수영을 왜 해? 생선이세요?
 살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생선이라니  인어라는 좋은 표현 놔두고
 내가 좋은 표현 하게 생겼어요?
 나한테 직접 와서 신청하라고  갑질했는데?
 그것도 죄라면 나 벌받았나 봐
 아침에 갑질당했거든
 어머, 어디서?
 (미주)  다음엔 가서 구경 좀 하게
 기 선수랑 둘이 사귀어요?
 [헛웃음]
 돌려줬어요? 더럽게?
 - (단아) 그게 왜 궁금해?  - 친한 척은 이렇게 하는 거거든요
 대표님이랑 나만 아는 얘기 하는 거
 아…
 똑똑하다니까
 역시 고학력
 (미주)  내가 원랜 스카이 갈 수 있는 성적인데  하향 지원 했잖아
 (단아)  하려면 상향을 해야지, 왜?
 (미주)  장학금 받으려고?
 (미주)  신청이나 받아 줘요  나 꼭 나가고 싶으니까
 왜, 기 선수 때문에?
 어차피 그룹 달라서  같이 뛰지도 못할 텐데
 으음, 나 때문에
 (미주)  나를 위해서
 난 보통 이런 거 하면
 달린 사람들 기부금  받는 입장이었거든요
 살다 보니까 내가 달리는 날이 다 오네
 (단아)  씁, 오미주 씨, 나 궁금한 거 있어
 (미주)  아, 궁금해하지 마요
 뭐야, 묻지도 않았는데
 궁금해하는 거 보통 다 옳지가 않잖아
 [찻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숨을 들이켠다]
 오미주 씨 어떻게 살았어요?
 [잔잔한 음악]
 사연 있어 뵈는 것치곤  억척스럽지도 않고
 뒷배도 없어 보이는데  무릎도 안 꿇고
 무릎 꿇는 거에 왜 이렇게 집착해요?
 몰라, 집착이 되네  안 꿇어서 그런가?
 [미주의 헛웃음]
 [미주가 입바람을 후 분다]
 필요 유무를 잘 선택하면서 살았죠
 못 가져도 원래 없던 거니까  욕심 안 냈고
 갖고 싶으면  비슷한 걸 만들어서라도 가졌고
 그게 가짜라도
 난 원래 갖고 있던 거  뺏기면서 살았는데
 그래서 갑질하면서 살아요?
 나 지금 여기 갑질 때문에 와 있잖아
 다 상대적인 거예요
 내 세계에서 나는 약자거든
 언제 가진 거 약탈당할지 몰라서  성벽 쌓는 게 일인
 [헛웃음]
 상대 봐 가면서 갑질한단 얘기네?
 (단아)  얘기가 그렇게 되나?
 (미주)  아니, 근데 왜 나랑 자꾸  이런 대화 해요?
 (단아)  이런 대화가 뭔데
 자꾸 나한테 심경 토로하잖아요
 (미주)  뭐야, 하지 마요  진짜 친한 거 같으니까
 내가 오미주 씨한테  심경을 왜 토로해
 하, 참
 본인이 뭘 하는진 좀  알고 행하셔야 될 텐데, 아유, 쯧
 (미주)  우리 너무 이 악물고 살지 맙시다
 턱 아프잖아
 신청 수리 꼭 해요
 나 직접 왔으니까
 [문이 탁 닫힌다]
 (미주)  뭐 해요?
 여기 안쪽에 앉으세요
 (선겸)  나 여기 뭐 하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왔네?
 (미주)  아, 여기서 나랑 영화 보자고
 언니가 직원분들 퇴근하고 나서  편하게 써도 된다 그래 가지고
 기선겸 씨 온다고 여기 이렇게  치맥 친구들도 와 있잖아요, 반갑다고
 [부드러운 음악]
 [선겸의 웃음]
 [미주의 놀란 신음]
 맛있죠? 응? 너무 맛있지 않아요?
 - 맛있어요  - (미주) 응
 - (선겸) 음, 근데  - 응
 나는 영화 많이 봤어요
 - (미주) 어디서?  - 집에서
 (미주)  아, 아, 아…
 그, 그 영화?
 [미주의 웃음]
 그럼 나랑 영화 보기 싫어요?
 참아 볼게요
 아유, 진짜 한마디를 안 지네  한마디를 안 져, 아유
 (미주)  틀게요
 [리모컨 조작음]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미주가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미주가 캔 맥주를 탁 내려놓는다]
 어땠어요?
 어렵다
 어떤 부분이?
 마지막에
 주인공이 왜 웃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음, 그럴 수 있겠네
 웃을 상황이 아닌데 웃었으니까?
 오미주 씨는요?
 음, 어렵다?
 좋은 영화여서
 이 영화 이번에 나한테  작업 의뢰 들어온 영화거든요
 그래서 모니터링 핑계 대고
 영화 데이트 하자고 한 거지
 근데 우리 지금 번역 있었잖아요
 음, 그게
 대략 10년 전 번역이거든요?
 (미주)  근데 그 세월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이 쓰는 언어는 또 어떻겠어요
 말이라는 게 원래 사라지기도 하고
 태어나기도 하고 그러는 거니까
 아까 비슷한 대사 본 거 같은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영화니까
 근데 뭐, 말만 사라지나?
 인공 지능 시대에  사라질 확률이 높은 직업 중에
 번역가도 있대요
 [잔잔한 음악]
 (미주)  하긴 뭐
 지하철도 무인으로 운행되고  그런 시대인데, 뭘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는 거지, 뭐
 세상 모든 게 다 기계로 대체돼도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요?
 음, 뭐가 있을까
 아, 운동선수 대체 안 되겠네
 (선겸)  음…
 다이아몬드 리그라는 게 있는데요
 저번 대회에서
 몇 가지 종목이 사라졌어요
 그 사라진 종목 중에
 200m 달리기도 있었고요
 종목이 사라져요?
 관심이 없어서
 (선겸)  그러니까
 대체할 순 없어도
 관심이 없으면 사라지는 거겠죠
 종목도, 사람도
 나는…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을 때
 내 인생에서 달리기가  사라진 줄 알았어요
 근데
 여태 뛰었던 것들에만  미련이 남은 줄 알았는데
 앞으로 뛸 것들에도
 미련이 남아 있더라고요
 기선겸 씨 같다
 방금 본 영화에 대한 내 감상이에요
 사라지지 마요
 [부드러운 음악]
 나한테 계속 남아 있어요
 안 사라질게요
 (선겸)  계속 남아 있을게요
 (미주)  착해
 (선겸)  계속해 줘요, 착하다면서
 (미주)  아유, 착해, 아유, 착해
 (선겸)  이제 내 차례
 아유, 착해
 응? 계속 착하다고 해 주고  예쁘다고 해 주고
 내가요?
 아닌가?
 할 거예요?
 번역
 나 같다면서
 해 볼까?
 내가 또 하면
 진짜 잘할 텐데
 (미주)  응?
 뭐야? 취했어요?
 취했구나, 그렇죠?  그거 마시고?
 미치겠다, 진짜, 기선겸 씨
 (선겸)  취한 김에
 오늘도 실수 한번 할까요?
 [미주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 네  - (정도) 너
 (정도)  아직도 대안 학교 애들 봐 줘?
 (선겸)  종종요
 지역 팀 하나 만들까 해
 전폭적으로 지원도 해 줄 거고
 네?
 아들이 키워 놨는데  아비가 힘을 실어 줘야 하잖아
 방배정이하고도 얘기 다 됐어
 저 종교 봉사 데려가시고
 5년 동안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지금 갑자기 팀요?
 네가 5년 동안 잘 키워 놨는데
 이제 와서 다른 지역에 뺏길 순 없잖아
 (정도)  팀이라는 게 한번 생기면  잘 안 사라지는 거잖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렇게 알아
 [통화 종료음]
 [한숨]
 [감성적인 음악]
 (단아)  좋아
 네 그림에 내 시간이 묻은 거 같아서
 나한테 제일 중요한 게 시간이라
 그 중요한 시간에
 자꾸…
 환장하겠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음, 말씀하신 자선 행사 관련 내용
 서 전무 비서실로 이관했습니다
 (지현)  오후에 제가 직접 인수인계하러 갑니다
 (단아)  짜증 나, 내 건데
 [지현의 헛기침]
 (지현)  그, 마지막으로
 이영화 학생 문자입니다
 '실장님, 대표님께  수정 원하는 방향 있으면'
 '피드백 달라고 전해 주세요'
 갑자기 말을
 잘 들으니까 어색하네
 (단아)  원하는 대로 됐는데
 안 귀찮게 됐는데
 - 실장님  - (지현) 예
 한번 웃어 봐요
 [옅은 헛기침]
 (단아)  됐어요, 나가 봐요
 (지현)  이 피드백은 어떻게…
 (영화)  뭐지?
 왜 자꾸 손에 물을  알아서 묻히시지, 황송하게?
 아, 근데 왜 이렇게 답이 없어
 (영화)  마음에 안 들면
 [한숨]
 (영화)
 [휴대전화 진동음]  (지현)  대표님 호출입니다
 17시까지 에이전시로 와 주세요
 [헛웃음]
 통보?
 [직원4의 당황한 신음]
 (영화)  서단아 대표님 뵈러 왔는데요
 5시 선약이고 이영화요
 네, 전달받았습니다
 일전에 실례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세상 참…  [헛웃음]
 [단아의 한숨]
 (영화)  부르셨다면서요
 이제 와서 나랑 그림 얘기 하자고?
 이게 뭐예요?
 그림 얘긴 됐고
 (단아)  그림 좀 그려 봐, 학생
 진짜 별, 하, 참
 (영화)  아주 기상천외한 갑질을 하시네
 뭐, 어디서 수업 들으세요? 예?
 타고났나 봐
 지금? 여기서? 갑자기?
 그림 말고
 그림 그리는 걸 좀 봐야겠어서
 [차분한 음악]
 학생, 그림은 됐고
 싫어요, 펜 대표님이 주워요
 좀 웃어 봐
 웃어 보라니까?
 언젠 웃는 습관  개선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내가
 그럼 그랬어야지, 너도
 웃겨 주시면요
 - 뭐?  - (영화) 웃을 일이 있어야 웃죠
 (영화)  제가 더는 대표님 앞에서  웃을 기분 없거든요?
 [영화가 그림을 쓱쓱 그린다]
 [단아의 어이없는 숨소리]
 그런 습관, 버릇
 왜 들였는지 알겠네
 [영화의 웃음]
 왜 쪼개요?
 미소는 습관이고 친절은 버릇이라?
 진짜 너는 이렇구나?
 대표님이 날 얼마나 봤다고  '진짜'로 운을 떼지?
 [헛웃음]
 그림엔 다 티 났는데
 속 시커먼 거, 싸가지 없는 거
 역시 결과물을 믿어야 돼
 웃겨 줄 자신 없으면 말고
 이 건방진 게
 뭐 한 거예요?
 안 웃겨?
 나 보기만 해도 쪼갤 땐 언제고?
 안 웃는 것도 내 자유라서
 (단아)  짜증 나
 [영화가 그림을 쓱쓱 그린다]
 네 그림을 보고 싶은 욕구
 그리고 널 보고 싶은 감정  이 두 개가 상충해
 그래, 인정해
 모네, 피카소  그 사람들 살아 있어도
 학생은 불려왔을 거야  내 마음에 들었으니까
 학생 말고 학생 그림이
 진짜 끝났어?
 끝냈다며
 누구 마음대로 끝내?
 끝내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 해?
 끝내지 마
 [영화의 한숨]
 아니, 애도 아니고
 왜 이렇게 떼를 써요?
 설마 나한테 정이라도 들었어요?
 [부드러운 음악]
 그런가 봐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
 (미주)  기선겸 씨
 뭐예요, 지금 나보고 인상 쓴 거예요?
 시력 조금 떨어진 건데  꼭 안경이어야 되나?
 - 안 괜찮아요  - (선겸) 나 뭐 또 잘못했어요?
 (단아)  너 어딜 도망가
 (영화)  그림 뒤에 내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데
 내가 안 끝내면 어떻게 되는데
 (은비)  내가 이상한 걸 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왔어요
 (미주)  하고많은 것 중에 왜 하필 감시야
 그것도 랜덤
 (영화)  뭐 하세요, 남의 집 앞에서?
 (미주)  저기, 혹시 기선겸 씨랑 있을 때
 거동 수상자 보이면  저한테 제보 좀 꼭 해 주세요
 - (단아) 거슬려  - (영화) 제가요?
 잘만 쪼개네, 저기선? 저걸 확  [영화와 예준이 대화한다]
 - (정도) 기선겸!  - (은비) 놔!
 (선겸)  아버지 뜻에 자식 갈아 넣는 것 좀
 - (선겸) 제발 그만하세요  - (은비) 진짜!
 (정도)  네가 내 아들 망쳐 놨지?  [미주의 어이없는 숨소리]
 (선겸)  그 사람 제 약점 아니고 강점이에요
 그러니까 건드려 보세요
.런 온↲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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