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11
해 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되잖아
(선겸) 내가 돼 볼게
네가 믿어 주면
그걸 해내는 사람
오늘은 일단
일어나는 것부터 해 볼까?
[밝은 음악]
[훌쩍인다]
(선겸) 아휴, 쯧
너 통증은
많이 심해?
아휴…
잘했어
오늘은 일단 일어섰고
그다음에는 뭐 할까?
밥 먹을까? 배고픈데
가자
천천히 걸어, 천천히
안 오냐?
온다는 얘기 아니었냐?
'그럴게요'라면서
오늘 온단 얘기가 아니었나?
배도 안 고픈가?
[휴대전화 진동음]
(희진)
[탄성]
누구랑은 다르게 아주 정확하신 우리 희진 피디님, 아유
[휴대전화 진동음]
(미주) 응? 뭐야? 웬일이지?
- 어, 최보윤이 - (보윤) 오, 미주
(보윤) 나 물어볼 거 있어서
너 요새도 과외하냐?
왜 이래, 나 번역가 오미주야, 어?
네가 직접 하지 그래? 아, 너 곧 출산이지?
(보윤) 내가 출산은 처음이라
알겠어, 다른 사람 알아보지, 뭐
응, 응, 그래그래, 알았어 그러면 건강 관리 잘하고
- (보윤) 응 - 응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
뭐야, 이렇게 스친다고?
아니, 잔액 비주얼은 또 왜 이래?
아씨…
[통화 연결음]
(미주) 어, 보윤, 나 번역가 오미주인데
이번엔 선생님 오미주도 한번 해 볼까 해서
[우식의 한숨]
너무 옛날에 걸어서 잊고 있었네
[잔잔한 음악]
(선겸) 되게
자랑스러우셨나 봐
거기다 대고 공무원이니 연예인이니
아휴, 한심한 놈
할머니 속상하셨을까요?
응원하셨겠지
들어가자
(우식) 네
(사장) ♪ 너의 입술이 ♪
[사장이 계속 노래한다] (우식) 안녕하세요
아이고, 우식이 아니여? [문이 탁 닫힌다]
(사장) 아이, 아련인 어쩌고 혼자 왔어
(우식) 어? 아, 같이 왔어요
(사장) 아, 그때 함께 왔던 그 친구?
- (사장) 그렇지? - (우식) 네, 네
(사장) 아이고, 그럼 서 있지 말고 어서 와서 앉아
[사장의 웃음]
저, 2인분이면 되지?
- (우식) 네 - (선겸) 네, 네
(선겸) 아, 아, 저, 죄송한데
우리 얼음이랑 수건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물수건도 상관없어요, 예
우식아, 너 아직 통증 남아 있는 거 같으니까
얼음찜질 잘해 줘
- 자, 이거 좀 대고 있어 - (우식) 감사합니다
너 재활은 이때까지 어떻게 하고 있었어?
어…
팀 소속일 때는 감독님이 산재 처리 해 주셔서
전문 재활 센터 다녔는데
그럼 이제 혼자서 해야 되겠네?
너 나랑 할 거지?
재활은 확실하게 해 둬야 근육에 상처도 작게 나고
(선겸) 손실도 적어질 거야
너 청소일 하는 거에도 영향 미친다? 근 손실 되면
안 돼요
(우식) 이게 어떻게 키운 삼각근인데
나는 길게 볼 거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뭐, 근시안적으로 앞에 닥친 대회나
뭐, 아시안 게임 이런 거 목표로 하지 말고
기본부터 다시 쌓아 올려 보자 이번 기회에
기량 끌어올리는 거는 나중 문제고
저, 근데 청소일 하던 거는…
(선겸) 그거는 너 스케줄 나오는 대로 그때그때 나한테 공유 좀 해 줘
네 시간 맞춰서 짤게
우식아, 근데 재활은
정확한 자세가 중요해
그러니까 웬만하면 나랑 직접 하고
- (선겸) 알았지? - 네
(우식) 저, 선배님
선배님 지도자 했었으면요
진짜 빡셌을 거 같아요
이래서 하기 싫었는데
형이라고 불러
(선겸) 왜 자꾸 선배님이야
[익살스러운 음악] 예? 갑자기요?
나 이제 선수도 아닌데?
왜 자꾸 선배님이라 불러?
아니, 선배님 연차하며 나이가…
저는 그냥 선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너 또 나이 공격했어
아니, 누구는 형이라고 쉽게만 부르던데
누구요?
형이라고 하면
- 빡세게 안 할게 - (우식) 형
(선겸) 거짓말이야
(예준) 야
- (영화) 응 - 뭐 하냐?
캔버스나 짜는 거지, 뭐
(영화) 너는?
어, 도서관 갔다가
(영화) 응
형이 술 한잔 사 줄까?
[영화의 힘주는 숨소리] 형은 무슨
안주 뭔데요, 형?
[예준의 헛웃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의 시원한 숨소리]
(예준) 뭐가 문제인데?
의뢰야, 과제야?
아, 그게 참…
둘 다 문제구먼
티 많이 나?
너 뭐 안 풀릴 때 캔버스 짜잖아
- (예준) 기계처럼 - 고예준은
날 참 잘 알아
[예준의 헛웃음]
20년쯤 봤으면
내가 너고 네가 나인 거지
멋지다, 고예준
야, 넌 어쩜 이름도 예준이냐
(영화) 이름 참 이뻐요
난 싫어, 내 이름
(예준) '예수님의 준비된 사람'
그게 뭐야
야, 차라리 개똥이가 낫지
[술을 졸졸 따르며] 왜, 소똥이, 말똥이는 안 되고?
뭔가 양보한 느낌이라 싫어
(예준) 야, 할 거면 개똥이지
난 너 개똥이라고 부르기 싫어 그냥 고예준 해
(점원) 주문하신 안주 나왔습니다
(영화) 아, 저, 이것 좀 치워 주세요
- 아, 네 - (영화) 감사합니다
(영화) 오…
(예준) 너 방학 때 국제 교류 가는 거 준비는 하고 있냐?
지금 네 토익 점수에서 100점은 올려야 돼
경쟁률 세다, 은근
뭐, 돈도 돌려받았겠다
인강이라도 들어야 되나?
봉사 점수도 채워 놓고
두 달은 나가 있을 거니까 정리할 건 정리하고
(예준) 나는 알바 대타 구해 놓고 가려고
나 당첨되게 기도나 좀 해라
(영화) 아, 너 교회 끊었지?
아하! 나도 끊었지, 참
나대느라 바빠서
기도는 가끔 해, 묵음으로
모두를 위해서
기도 제목 따로 하나 추가해, 인마
이영화만을 위한 기도로, 어?
(예준) 넌 참…
나를 몰라
(영화) 내가 너고 네가 난데 왜 몰라, 내가
[예준의 헛웃음]
(예준) 몰라, 너는
(선겸) 조깅 10분에
스트레칭까지 하면
이거 해서 20분
이 정도는 무리 안 되겠지?
허들 좀 껴야 되는데 허들이 가능하려나?
복근 위주로 일단 넣어 보자
하, 허벅지 무리 안 되는 선에서 한번 찾아봐야겠다
그럼 플랭크랑
프랭크랑 사이드 플랭크 [휴대전화 진동음]
넣어 줘야지
(우식)
[잔잔한 음악]
아휴, 원래는 나랑 비슷했는데
[한숨]
[글씨를 쓱쓱 쓴다]
김우식 현재 상황
전력 질주 후 통증
걸을 때 상태도 확인 한번 해 봐야 되겠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웨이트랑
[도어 록 조작음]
스트레칭도 무리해서 들어가면 안 되고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영화가 흥얼거린다]
(영화) [술 취한 목소리로] 어? 선겸이 형!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선겸이 형 보고 싶었어
- (영화) 내가 왔어요 - 어디서 그렇게 술을 마셨…
[영화의 기분 좋은 웃음]
- (영화) 어? 술 냄새? - 술 냄새
[영화가 입 냄새를 맡는다]
아, 술 많이 먹고 왔으니까 술 냄새 나지, 당연히, 예?
오, 뭐야
아, 지금 저 바가지 긁는 거예요?
형은 눈 되게 커 가지고 바가지 긁는 거 다 보여
이렇게, 이렇게 [휴대전화 진동음]
(영화) 이렇게 보고 있어
아, 형, 내가 형 얼마나 좋아하는데
- 어딜 가, 형, 가지 마, 형 - (선겸) 여보세요
- (선겸) 잠깐만 있어요 - (영화) 아…
(영화) [앙탈을 부리며] 가지 마, 가지 마, 형
[영화의 술 취한 신음] (선겸) 잠시만요
(영화) 내가 진짜 고백하고 싶단 말이에요 [문이 탁 닫힌다]
(미주) 뭐 해요?
(선겸) 바가지 긁어요
영화 씨? 왜요?
돈 없다더니 술 먹고 들어와서요
집인가 보네?
그래서 도망 나왔어요?
(선겸) 어떻게 알았어요?
(미주) 요렇게 고개 좀 돌려 봐요
어, 좀 더 옆에, 여기 [선겸의 당황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미주의 웃음]
기다려요, 나 내려갈게요
아유, 진짜 왜 자꾸 저렇게 웃어, 진짜
나 죽이려고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요?
어, 밥 먹고 산책하러 나왔다가
(미주) 여기가 그, 산책 동선이라서
그, 산책해야 소화도 되고
보고 싶어서 왔죠?
김칫국 마시지 마요
나는 보고 싶었는데?
연락을 하지
바쁠까 봐
보통 밤에 바쁘잖아요
(미주) 음, 맞네
바가지 긁기 전엔 뭐 하고 있었어요?
나 보고 싶어 하고 있었어요?
(선겸) 그러기도 하고
일하고 있었어요
뭐, 일 시작한 거 있어요?
나한테 얘기해 줘도 되는 거예요?
나중에 보여 줄게요, 무슨 일인지
오미주 씨 도움도 필요하고요
치…
자기 전까지 나 궁금해 죽으라고
아, 나 자기 전에 일기도 쓸 거예요
아직 쓰고 있어요? 콘셉트인 줄 알았는데
콘셉트 아니에요
한 줄씩 쓰다 보니까 재밌어서 [미주가 호응한다]
오미주 씨는 안 쓰죠?
난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에 한 번도 써 본 적 없어요
그때도 뭐, 숙제니까 몰아서 썼지
뭐, 일기에 기록하고 싶을 만큼 좋은 일이 잘 없었어 가지고
다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선겸) 좋은 거, 싫은 거, 무서운 거
하, 좀 써 봤다 이건가? [선겸이 헤 웃는다]
되새김질하는 것도 싫고요
또 일기장이 아니라 반성문이 될 거 같아 가지고
나 어릴 때 나쁜 짓 많이 하고 살았거든요
오늘 나 만난 것도 일기장에 쓰겠네?
내가 일기거리 만들어 줄까?
(선겸) 아, 오늘은 안 될 거 같은데
[함께 웃는다]
(미주) 그…
미안해요, 아까
[부드러운 음악]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한 거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말하면 되는데
매번 말을 그렇게 꼬아서 뱉고
나 스스로도 참 모나고 못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반성합니다
그래서 일기 안 쓴 거라고 [미주가 코를 훌쩍인다]
손잡을래요?
아, 밤 산책 좋다
(미주) 하…
핑계 없이 볼 수 있는 거 좋다 그렇죠?
근데 그 핑계가 보고 싶은 거인 건 너무 좋다
(선겸) 내가 더 좋다
[미주의 웃음]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
(미주) 왜 이렇게 따뜻해요
[미주의 웃음]
[문이 탁 여닫힌다]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아…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손에 물을 알아서 묻히시네
[놀란 신음]
[거친 숨소리]
내가 저거 갔다 와서 꼭 치운다, 아유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방 감독)
(방 감독)
(방 감독)
아, 띄어쓰기를 왜
다 점으로 해 놨어?
(선겸)
(선겸)
(방 감독)
[휴대전화 진동음]
(선겸) 여보세요
- (영화) 형, 밥 먹었어요? - 네
(영화) 그럼 혹시 그 냉장고 한번 열어 보실래요?
(선겸) 열려 있어요
거기에 혹시 그 음식물 아닌 거 있나요?
뭐, 메탈 소재에 손가락만 한 거?
(선겸) 검은색 맞아요?
(영화) 아, 거기 있었구나
혹시 그, 일정 없으시면
학교까지 배달 가능할까요?
배달 팁으로 제가 밥 살게요
(선겸) 방금 밥을 먹었다고 말했잖아요 이 양반아
아, 제가 다음부턴 진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드릴게요
(영화) 아, 진짜요, 아, 제발요, 형
(선겸) 신뢰가 안 가는데
(영화) 아, 제발요!
[익살스러운 음악]
(태웅) 어?
야, 기선겸!
너 여기서 뭐 하냐?
아직도 학교를 다녀?
누구세요? [태웅의 한숨]
나 서태웅인데?
(태웅) 그새 까먹었냐?
우리 5년 전에!
너희 아빠 뭐…
세 번인가 당첨돼서 축하 파티 한 날
(선겸) 세 번 당첨…
아버지 3선 축하 파티?
어
- 기억나지? - (선겸) 아니요
나 서단아 동생, 어?
(태웅) 그때 누나가 소개해 줬잖아
아, 너 여기서 뭐 하냐니까?
볼일 있어서요, 그럼 이만
(태웅) 왜 자꾸 피해?
- 왜 자꾸 막지? - (태웅) 싫으니까
그날 통성명까지 한 건 기억나고
그 나머지는 기억이 없는데
그날 혹시 내가 무례하게 굴었나요?
[태웅의 헛웃음] (선겸) 그쪽이 지금 무례하게 구는 게
그 이유인가 해서
뭐…
네 존재 자체가 무례하긴 했지
(태웅) 평생을 운동 근처에도 못 가 본 내 앞에 나타난 게 너였으니까
네가 내 약점을 자꾸 들여다보게 해서 싫었으니까
근데 네가 싫은 게 아니라
누구든 내 앞에 운동선수로 나타났으면 싫어했을 거야
나 이제 운동선수 아닌데
(태웅) 뭐?
그럼 뭔데
나도 지금 찾고 있어서
나중에 알게 되면 알려 줄게요
(태웅) 어어?
야, 쌩까냐? 씨
아, 어디 가…
서태웅?
저격 글 좀 올렸다고 쪼르르 찾아오셨어?
누구…
아이돌 새끼들은 화장이나 하고 애교나 부리지
(래퍼) 왜 남의 학교 앞을 얼쩡거려
(태웅) 아, 이거 마라쿠자 새끼 아니야?
(래퍼) 하, 잠깐, 마라 뭐?
[익살스러운 음악] - 하… - (래퍼) 새끼?
어, 새끼야, 왜
아이돌 새끼 처음 봐? 마라쿠자같이 생긴 게
(태웅) 야, 너 루시안보다 랩도 못하는 게 왜 이렇게 나대
그러니까 넌 언더고 루시안은 오버지
(래퍼) 야!
내가 누구보다 뭘 못해
진짜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진짜, 이씨
- (여대생1) 야, 야, 태웅이 아니야? - (태웅) 야, 이거 놔라
- (여대생2) 어? 진짜네? - (태웅) 어? 놓으라고 했다, 씨
[여대생들이 웅성거린다] (태웅) 야, 기선겸
이 상황 좀 어떻게 해 봐
(래퍼) 정정해라
내가 걔보다 뭘 못해, 어?
(여대생1) 저기요!
우리 태웅이한테 뭐 하시는 거예요
(래퍼) 아, 이것 좀 놔
(태웅) 나 좀 데리고 제발 좀 빠져 줘
(여대생1) 아, 이것 좀 놔!
놓으세요, 진짜!
(선겸) 준비해요
[여대생들이 화낸다]
[흥미진진한 음악]
(래퍼) 왜 쳐? 오!
[여대생들이 소리를 지른다]
선겸이 형, 어디 가…
(영화) 아, 제 거 주고 가요!
(래퍼) 너 때문에 놓쳤잖아, 지금!
(영화) 선겸이 형!
선겸이 형!
[여대생들이 소리를 지른다]
(여대생3) 어디 갔어?
[함께 거친 숨을 내쉰다]
와, 진짜 빨라
형 방금 전력 질주 한 거 맞죠?
(영화) 와, 놓칠 뻔했어, 오!
(선겸) 아, 나 이제 이렇게 뛸 일 없을 줄 알았더니
도망치는 데 쓰네, 또
뭔 소리야, 맨날 뛰러 나가면서
(선겸) 괜찮아요?
[영화의 거친 신음]
(영화) 아, 쉬는 시간에 잠깐 나온 건데, 이거
줘요, 그거, USB
[거친 숨소리]
- (선겸) 이거 - (영화) 예
(영화) 아, 근데
제 과제물이랑
이 상황이랑 뭐, 관련이 있나요?
(선겸) 튀는 게 제일 간단하니까
근데 쟨 왜 데리고 튀었어요?
(선겸) 얘 때문이라서
아, 나 튀는 거 진짜 질색인데
그런 거치고는 잘 뛰던데?
아, 너 마침 잘 만났다
(영화) 야, 너 일로 와 봐, 야
내가 너 때문에 지금 얼마나 귀찮아졌는지 알아? 어?
언팔 좀 하라고, 어? [태웅의 가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이게 안 들리는 척하네?
야, 야
야
야!
야!
[심전도계 비프음]
[옅은 숨소리]
병원 냄새
(영화) 어, 지윤아, 어
어, 메일 보냈으니까 출력해서 제출 좀 해 줘
알았어
알았다니까, 응
진짜 고마워, 응
[통화 종료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선겸이 형 어디 갔어
방금 깼는데 알겠냐, 내가?
수납하러 가셨나 보네
병원비 제대로 갚아라
너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서단아가 널 찾아가?
(태웅) 그거 물어보러 여기까지 와야 돼?
내 디엠 왜 씹냐
애초에 너 때문에 묻힌 거잖아
디엠을 너만 보냈겠냐?
[영화의 헛기침]
- (선겸) 과제는요? - 보냈어요
(영화) 마지막 교시도 못 듣고
허리도 아프고, 씨
(선겸) 그러니까 내가 업는다니까
- 좀 어때요? - (태웅) 아, 몰라
(태웅) 나 언제 가면 된대?
다 들어간 거 같은데, 이거
(영화) 잠깐만
형은 존대하는데 너는 반말하는 이 형국은 뭐냐?
(태웅) 하, 나 원래 그래, 어?
존대 입에 안 붙어서
핑계 좋다
한국 예절 다 늦게 배운 걸 어쩌라고
(태웅)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영화) 야
- (태웅) 왜 - 사인 좀 해 줘
[익살스러운 음악] 네가 내 사인이 왜 필요해?
나 말고
(영화) 알파벳 2기래
뭐, 뜨코가 홈마인가 그렇대
뜨코가, 홈마가…
아, 알, 알파벳 그건 다 뭔 말이에요?
- 몰라요, 저도 - (태웅)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임지윤에게
- 부탁드립니다 - (태웅) 아
[사인을 쓱쓱 한다]
- 형은 얘네 그룹 알아요? - (선겸) 아, 몰라요
(영화) 분발 좀 해라, 나도 형도 모르잖냐
체력은 또 그래 가지고 아이돌은 또 잘만 하네
잘할 거야
[사인펜 뚜껑을 탁 닫는다]
살아 있는 거 같잖아
(태웅) 살아 있는 건 움직이는 거잖아
[영화의 헛기침]
저, 조, 조, 조혜원에게도
(영화) 부탁드릴게요
(태웅) 아씨…
알파벳이래
1, 1기, 1, 1기도 했었대
'해'야? '혜'야?
'혜'
'혜'?
[태웅이 사인을 쓱쓱 한다]
(직원1) 잘 나온 것부터 봐 줘요
- (직원1) 어떤 게 더 좋아요? - (매이) 디테일하게 잘
(직원2) 난 블랙이 더 나은 거 같아요
- (매이) 그래요? - (직원2) 네, 전 그렇습니다
(매이) 음…
역시 비싼 디자이너 쓴 보람이
(직원1) 담배 이거 괜찮을까요?
저도 스틸에 이게 있는 걸 깜빡해 가지고
심의 걸릴 수도 있겠다
(매이) 지난번에도 여배우 배꼽 조금 노출됐다고 심의 반려됐잖아
삭제한 버전도 대비하겠습니다
티저 포스터로 나가는 건
드라마 버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해외 버전이랑 한국 버전이 차별성이 보이면 좋잖아
(매이) 보다 관계에 초점을 맞췄으면 싶어서
해당 내용 피드백 주고
자, 다음 이슈
- 번역자 선정이지? - (직원1) 네
이번 영화만큼은
경력이 보장된 번역가들로 알아봤는데요
[매이가 호응한다]
이 사람은
경력은 많은데 너무 액션 위주 아닌가?
(매이) 감정선을 믿고 맡기기에는 좀…
후반부 감정도 따라가야 하니까
오, 이 친구 유명하지
대형 프랜차이즈만 하는 걸로
페이 맞출 수 있을까?
아, 친분으로 깎는 건 상놈들이나 하는 짓인데
(직원3) 그건 그렇죠
딱 중간만 하는 번역가 찾기가 이렇게 힘들 일인가
전 대표님만 괜찮으시면
직접 하시는 것도…
그 대표님 안 괜찮아
[한숨]
역시 처음 생각한 게 맞았나 싶어
걔는 참 중간을 가는 것도 힘든데
그걸 유지를 하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 첫 수업이니까 간단한 실력 체크 먼저 할게요
- (남자) 네, 알겠습니다 - 이거 천천히 푸시고
- 다 푸시면 알려 주세요 - (남자) 예, 알겠습니다
(미주) 음, LC 점수는 나쁘지 않으시니까
제가 RC 위주로 수업 텍스트 짜 가지고 보내 드릴게요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하시고요, 언제든
- (남자) 네, 알겠습니다 - 네
- (남자)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 네, 고생하셨어요
- (남자) 네, 감사합니다 - 네
(노라) 서비스 [미주의 놀란 신음]
- (미주) 감사합니다 - 당 충전해요
(노라) 과외하시는 거예요?
네, 한 두 달 정도만 해 보려고요
혹시 저 너무 시끄러웠을까요?
(노라) 아니요, 아이,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 카페 과외하기 좋다고
영화 씨도 여기서 과외하거든
(미주) 아, 진짜요? 다행이다
저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 볼게요
저 생필품이 뚝 떨어져 가지고 사러 가야 되거든요
- 감사합니다 - (노라) 네
- 들어갈게요 - (노라) 들어가요
[미주의 힘겨운 숨소리]
- (영화) 누나 - 어?
- (미주) 아이고 - 장 보고 오시는 거예요?
(미주) 아, 고마워요
네, 아니
택시 타면 기본요금 거리인데
걸으니까 왜 이렇게 먼지 모르겠네
아, 영화 씨는요?
근데 혼자 있네?
(영화) 아, 아까까진 같이 있었는데 붙잡혔어요
뭐? 누구한테?
아, 깜짝이야
(영화) 아, 몰라요
매니저 올 때까지 한 명은 있어야 된다고
아주 지랄을 쳐 가…
난리를 쳐 가지고
말하자면 길어요 뭐, 지금쯤 풀려났으려나?
무슨 소리 하는 거지?
둘이 비슷해서 같이 지내나?
(미주) 뭐, 가던 데까지만 가요
어디 가던 길 아니었어요?
(영화) 누나 집까지 짐 들어 주러 가던 중이었죠
[미주의 웃음]
(미주) 영화 씨도 말로 죄짓는 스타일이구나?
아주 둘이 천생연분이네
아유
(미주) 이쪽으로
(영화) 여기 누나 집이에요?
왜 이렇게 익숙하지?
동네잖아요, 오며 가며 봤겠지
(영화) 아!
그때 그, 선겸이 형 차를…
왜 누나 집 앞에다가…
그러게요?
뭐, 커피 마시고 갈래요? 고생했는데?
(미주) 마시고 가요
- (영화) 누나 - (미주) 응?
(영화) 히치콕 최애가 '사이코'예요? 난 '현기증'인데
(미주) 아, '버티고'
아는구나?
그 양반은 그거 봐도 잘 모르던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누나 집이랑 가까워서 형이 룸메 해 주는 거 같아요
(영화) 형한테 이용당하는 기분이네
(미주) 씁, 누굴 이용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닌데, 그 양반이
앉아요
그래서 집에서 생활은 어떻게 해요?
- (미주) 방은? - 방?
- (영화) 원룸인데 - 원룸?
그럼 기선겸 씨는 어디서 자? 같이 자요?
아, 그, 수압은 괜찮죠? 물이 잘 나와야 되는데
그, 난방 상태는 어때요? 추워지는데
나 자취 시작할 때 울 엄마가 나한테 했던 얘기들인데
혹시 선겸이 형 보호자예요?
뭐, 보호가 필요할 나이는 아닌데
자꾸 물가에 내놓은 애 같고 그렇네
대표님도 나 애 취급 하던데
애 취급 해서 그림 망쳤어요?
아니, 자꾸 친한 척한답시고 막 이상한 거 물어보더라고요
아, 친한 건 아니고요 오해하지 말고
(미주) 커피 마셔요
제가 아직 시야가 좀 좁아요
어릴 적부터 그림만 그렸고
[잔잔한 음악] 입시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로 밥만 먹고 그림만 그려서
그때도 거리 유지하는 게 내 숙제였는데
뭐, 원근감 그런 건가?
내가 그림은 잘 몰라 가지고
뭐, 비슷하죠
너무 멀면 보이지가 않고
너무 가까우면 시야를 다 가려 버리고
(영화) 그 상황이 싫어서 망쳤어요
내가 못 참고 못나게 군 거지
씁, 그 대표님도 썩 잘나게 굴었을 것 같진 않은데?
(영화) 부정은 못 하겠네
계속 찝찝해요
나도 비즈니스 할 땐
뭐, 어른이란 걸 보여 주면 좀 덜 찝찝할까요?
(미주) 음…
그걸 보여 주겠다는 거 자체가 좀 애 같지 않나?
쌍방 과실인데
음, 본인 못난 걸 먼저 인정하는 게 더 어른스럽지
(영화) 음…
그럼 이번에는
중간 지점을 잘 찾아서
거리를 두고 그리면
괜찮을까요?
어떤 그림을 그렸는진 몰라도
되게 마음에 들었나 보던데
어머, 나 지금 희망 고문 한 거죠? 어머, 어떡해
아, 누나, 왜 그런 말을 해요
(미주) 아, 미안해요, 미안해
아, 진짜, 아유, 이 조동아리
[휴대전화 진동음]
어, 언니
내일 뭐 해?
일 있으면 짬 좀 내고 일 없으면 산책 좀 해
좀 있다 집에서 볼 건데 굳이?
일 없나 보네
점심 먹고 선선히 걸어와
나 오늘 늦으니까 저녁 잘 챙겨 먹고
[통화 종료음]
어?
어? 나 요즘 산책 많이 하는데
공포물 하고 싶은 마음 변함없니?
(미주) 응
- 오미주 번역가 - (미주) 응?
(매이) 자네는 좋은 번역이 무어라 생각하나
- (미주) 응? - 편히 말해 보게
음…
최대한 기억에 안 남는 거?
(미주) 안 거슬리고
스치듯 사라지는 거
나는 그런 번역이 좋은 번역…
아니, 근데 지금 뭐 하는 거야
'차가운 위로'라는 영화 기억나?
(미주) 어, 그때 극장에서 못 봤던 기억만 나네?
VOD도 안 풀려 가지고
(매이) 그 영화 판권 리뉴얼돼서 이번에 내가 수입하기로 했어
(미주) [놀라며] 어머
그거 언니 한창 번역 일 할 때 언니가 했던 거 아니야?
이거 때문에 그날 무리해서 막 기차 타고 올라왔잖아
[놀라며] 어머머, 언니, 너무 잘됐다
진짜 소름 돋는다, 언니 너무 멋있다, 아유
재개봉 일정 조율하면서 그때 했던 번역 다시 보는데
(매이) 어디 숨고 싶더라 [미주의 웃음]
10년 전 번역이 너무 낡아서
나 스스로도 반성 많이 했고
그 당시에 내가 갖고 있던 가치관이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그게 너무 후진 거야 이제 와 보니까
아유, 뭘 또 그렇게까지, 어?
1년이 뭐야
1분 단위로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어
- 그래서 말인데 - (미주) 응
네가 번역해 볼래?
[잔잔한 음악]
아, 언니가 안 하고?
나 은퇴한 지가 언젠데
나 언니보다 잘할 자신이 없는데
(매이) 핑계가, 성의가 너무 없잖아, 인마
아, 핑계가 아니고
네가 지금 이 순간부터 드는 생각 나라고 밤새 안 해 봤겠냐?
[한숨]
아, 그게 아니라
같이 일하면 우리 사이 금 갈까 봐 그렇지
(미주) 루마니아 영화 감수 건은
의견 부딪칠 일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했던 거고
이깟 일로 금 갈 사이였으면
우리 기회 많았다, 미주야
하긴, 맞네
[매이가 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고민할 시간 좀 줄 거지?
시간 충분히 줄 테니까 빠른 결정 부탁해
그게 뭐야 [함께 웃는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 나 왔어요 - (선겸) 어…
- 오래 기다렸어요? - (선겸) 아니요
(선겸) 어? 동거인분은 잘 만나고 왔어요?
네, 근데 뭐 숨기는 거지?
아…
혼자 있을 때 일기 쓰고 있었어요
뭐라고 쓰게요?
'오미주 씨한테'
'마라톤 대회 같이 나가자고 물어볼 거다'
[미주의 웃음]
(미주) 아니, 누가 일기를 미래형으로 써요? 무슨 예언서예요?
뭐,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
근데 숨기면 뭐 해요 이렇게 찌르면 술술 불 텐데
뒤 내용은 오미주 씨 대답 듣고 자기 전에 쓸까 했죠
그랬어요?
마라톤이면 되게 오래 뛰겠네?
하프 마라톤인데, 잠깐만요
(선겸) 나 서류 갖고 있어요
이거
[놀라며] 21km?
(선겸) 옆에 5km, 10km 코스도 따로 있어요
(미주) 아…
기선겸 씨는 어딘데요? 하프?
(선겸) 네, 근데 오미주 씨는 처음이니까
그렇게 무리해서 안 뛰어도 돼요
어차피 완주하는 게 중요하니까
(미주) 어…
근데 연습하면 하프 가능하지 않을까?
좀 기간도 남았으니까
가능할 거 같아요?
[부드러운 음악]
(미주) 치
그럼 10km 하지, 뭐, 10km
근데 이거 왜 한 장이에요? 신청서?
(선겸) 아, 나는 인솔자로 참가해서 미리 냈어요
육상부 애들 데리고 나가기로 했거든요
[호응한다]
아, 나 기선겸 씨가 선물해 준 운동화 신고 완주하면 되겠다, 그렇죠?
아, 그 운동화 어떻게 닳을지 궁금하다
벌써 닳을 거 걱정해요?
예, 그, 신발이 닳은 걸 보면
사람의 직업을 알 수 있대요
[미주가 호응한다] (선겸) 모든 걸음걸이에는
그 사람의 감정과
에너지가 드러난다고 했거든요
책에서 봤어요
어머, 책도 읽어요?
참, 내가 또 이럴 줄 알고
(미주) 짠
운동화 선물 답례예요
내가 빚지면 소화가 잘 안돼서
- (선겸) '나를 사랑하는 연습' - 응
나 놀리는 거예요?
(미주)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운동하느라고 수업 잘 못 들어 가지고
자기애 같은 거 못 배웠다면서요
학교에서 못 배운 건 보통 다 책에 있으니까
- 오미주 씨도 읽었어요? - (미주) 응, 당연하죠
(미주) 봐요, 어, 여기 있다
'맞지 않는 신발에 발을 억지로 구겨 넣을 필요 없다'
크…
참 우리 오늘 대화 너무 운명적이다, 그렇죠?
나 책 선물 처음 받아 봐요
- 그래요? - (선겸) 잘 볼게요
- 그래요, 끝까지 꼭 읽어요 - (선겸) 네
(미주) 음…
자기 그룹을 선택하라는데?
음, 나 중간 정도는 가겠죠?
(선겸) 에이, 음
(미주) 이씨…
기선겸 씨는 어딘데요?
- (선겸) 음 - 뭐야
같이 달리자면서요, 이 자식아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미주) 책 선물 회수
- 아, 줘요 - (선겸) 아니요
- (미주) 줘요 - 어? 맞는다
내일 뭐 해요?
육상부 애들 보러 안 갈래요?
어, 안 갈래요
아이, 줬다 뺏는 게 어디 있어요 앉아요
- (미주) 줬다 뺏는 거 있어요 - 없어요
앉아요, 커피 마셔요
(선겸) 갈래요?
몇 시에요?
(미주) 아, 깜빡하고 술을 안 샀다
(선겸) 술을 왜 사요?
방 감독님도 오시는 거 아니에요?
안 오세요
산후조리 하셔야 된다 그래 가지고
강아지 때문에
아, 아유, 난 또 방 감독님이 산후조리 하신다고
아…
그럼 우리 누구 기다리는 거예요?
우식이요
아, 오늘 연습 끝나고 촬영 좀 해 줄 수 있어요?
우식이 레퍼런스 필요한데
어, 그럼 시작했다는 일이 혹시…
(우식) 어? 안녕하세요
(미주) 어?
안녕했죠, 우식 씨도 안녕했어요?
그럼요, 저야…
아, 아니, 청혼은 다른 사람한테
쓰레기
[익살스러운 음악] - 응? - 응?
어?
(우식) 어, 어, 쓰레기
쓰레기가 여기 있네요
[작은 소리로] 아,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 (선겸) 뭐 - (우식) 아, 청혼은
다른 사람한테 하셨다면서요
근데 어떻게 통역사님이랑…
(선겸) 아, 그거 다른 사람한테 받았다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해
(우식) 조용, 좀, 좀
아이, 그거는 그거대로가 문제가 있는 거죠!
- (선겸) 왜 - 아니, 둘이 무슨 얘기 하길래
(미주) 이렇게 쏙닥거려요
(우식) 아, 아니에요
오래 기다리셨죠? 저희 얼른 출발해요, 형
(미주) 왜 저래요?
(선겸) 몰라요
얘
"단 에이전시"
(영화) 안녕하세요 서단아 대표님 뵈러 왔는데요
(직원4) 네,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영화) 이영화요 - 네, 이영화 님
(직원4) 음…
저, 실례지만 따로 선약은 하셨나요?
대표님 위에 안 계세요?
선약은 하셨나요?
아니요, 잠깐만 얘기하고 나올 건데
죄송하지만 약속하지 않으시면 대표님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한숨]
그, 아는 얼굴 올 때까지 잠깐 기다릴게요
저쪽에서 조용히
(지현) 대표님
(단아) 참가 선수 명단? 이게 왜요?
(지현) 보시면 기 선수도 신청을 했는데요
- (단아) 아… - 번호를 1번을 줘야 할까요?
(지현) 좀 상징적이니까?
(단아) 씁, 기 선수는 알겠는데 오미주 씨는 왜 있지?
미팅 하나 잡아 줘요
재밌을 거 같아서 확인 좀 하게
(지현) 예, 기 선수요?
(단아) 아니요, 오미주 씨요
그쪽에 확인하는 게 더 재밌으니까
아, 그리고 그림
나 작가 리스트 다시 꾸려 줘요
나 건질 게 없어
(지현) 아, 예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왜 웃어
(단아) 네가 먼저 와서 꿇을 줄 알았어, 내가
그래서 웃었어요?
내가 왜 웃어?
(단아) 내가 웃었어요, 실장님?
연락도 없이 막 찾아오시면 안 됩니다, 이영화 씨
실장님이 전화 안 받으셔서요
(지현) 이영화 씨 번호 저도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귀찮게 하지 말라고 그때 전했던 것 같은데요
나 귀찮아요?
올라가서 얘기하자
한 10분 낼 수 있겠네
(단아) 내가 실수한 게 있더라?
설마 사과하려고요?
내가 너한테 사과를 왜 해?
보통 실수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하니까
내가 또 평범하게 생각했네
하지 마
(단아) 나에 대한 생각, 감상, 기대, 실망 그 외 기타 등등
안 할게요, 아무것도
(단아) 이게 내 실수
문서로 남겼어야 됐는데
나 주려고 만들어 놨어요?
그게 누구든 자판기 오면 주려고 만들어 놨지
[영화의 헛웃음]
(영화) 진짜 비즈니스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제가 또 거지 같은 기대를 했어요
나름 체념한다고 했는데
너 나 좋아하니?
[부드러운 음악]
제가 대표님을…
좋아했죠
(영화) 그랬으면 뭐가 바뀌나?
난 이미 끝냈는데
(단아) 3주 스케줄이야, 사인해
(영화) 1주 차 드로잉 컨펌 2주 차 스케치 픽스
3주 차 채색 컨펌 후 마무리
4주로 해 주세요
마지막에 수정 보완 작업 필수니까
수정 없이 완벽하게 하면 되잖아
(단아) 3주로 해
알겠어요
- 알겠다고? - (영화) 네
(영화) 이제 내 그림 말고 대표님 그림 그려야죠
가 볼게요, 10분 다 쓰신 거 같아서
[문이 탁 여닫힌다]
[약통을 잘그락 들며] 좋네, 안 귀찮고
[약통을 탁 내려놓는다]
(선겸) 안녕
- (채이) 선생님! - (장섭) 선생님!
[육상부원들이 기뻐한다]
(채이) 아, 김우식 선수다
(장섭) 어? 그때 술 먹던 누나다
[어색한 웃음] 예, 안녕하세요
(선겸) 이거 받아 줄 사람
- (채이) 아, 네 - (단아) 받아
(장섭) 저희랑 같이 훈련해요?
(채이) 어, 가기 전에 저랑 사진 좀 같이 찍어 주시면 안 돼요?
- 사진요? - (채이) 네
제 목표가 김우식 선수 고등학교 기록 깨는 거거든요
(장섭) 오늘 같이 뛰어요?
(선겸) 오늘은 견학만 할 거야
너희 어떻게 나보다 더 좋아하는 거 같아, 우식이
[휴대전화 진동음] 실망이야
[함께 웃는다]
(채이) 아닌데
(단아) 저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요
무거워, 얼른 놔둬, 놔둬, 놔둬
네, 실장님, 안녕하셨어요?
네
어? 왜 대표님이 저를…
아…
예,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날 봬요
네, 네
[통화 종료음] [한숨]
그 여자가 주최 측이라고?
(선겸) 오늘 얘들아,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몸 더 확실하게 풀어 줘야 되겠다
(육상부원들) 네
(채이) 근데 오빠는 왜 오늘 견학만 하시는 거예요?
어, 지금은 부상 때문에
재활 중에 있거든요
(장섭) 아, 형
존댓말이 뭐예요, 거리감 느껴지게
[우식의 멋쩍은 웃음]
(우식) 어, 반말할게
너희도 편하게 불러
- (장섭) 네 - (채이) 네
(선겸) 우식아, 네가 애들이랑 정신 연령이 잘 맞는다
애들이랑 또래잖아요
[우식이 숨을 들이켠다]
(우식) 이 정도 터울은 돼야
형 나이 아닐까요, 선배님?
(선겸) 어, 너 지금 나이 공격했어
(미주) 뭐야
언니는 오늘도 술 마시러 온 거예요?
아, 저 그날은 감독님 계셔 가지고 술 마신 거지
평소엔 그렇게 많이 안 마셔요
(선겸) 애들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미주의 헛웃음]
그럼 연습 열심히 해요, 파이팅
(우식) 파이팅
(선겸) 이거 도와주세요
이거 치워 줘요
[선겸이 코치한다]
(우식) 그때 책도 사 주셨는데
한 장도 못 읽고 여기 와 있네요, 제가
그거 손도 안 댔으면 중고 서점에 팔면 돼요
아니면 마켓에 올리거나
저 그거는 아직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어, 난 직거래 많이 해 봤거든
거기다 올려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찾아갈 거예요
우식 씨한테 필요도 없는데 안고 있을 필요 없잖아요
맞아
- 오, 되게 쿨하세요 - (미주) 뭐가요
근데 어떡해요?
(미주) 목표였던 사람이 달리기를 그만둬서
우식 씨가 인터뷰 때 그랬잖아요
(선겸) 천천히
(미주) 기선겸 씨 때문에 시작했고 목표였다고
다시 달리는 우식 씨한테는
어떤 동기 부여가 필요할까 싶어 가지고요
필요 없으면 말고
똑같지 않을까요?
[잔잔한 음악]
선배님을 보고 시작하고
할머니를 위해서 달리겠죠
여러모로 어깨가 무겁겠네
누군가의 목표로서 정진하려면
선배님요?
우식 씨가요
저 친구들한텐 우식 씨가 가장 가까운 나이대의 목표일 거잖아요
(선겸) 우식아
이제 너 한번 해 볼까?
(우식) 네
나한테 영상을 남기네, 이 사람이
참
(선겸) 이 정도는 괜찮은 거지?
그때는 힘 들어가서 아팠던 거고
(우식) 어느 정도 힘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이제
바로 다이버 운동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선겸) 통증 없어지면, 그때 해도 안 늦어
자세 어떤지 보고 싶어?
모니터링할래?
- (우식) 네 - 그래
(우식) 저 어땠어요?
회복이 다 안 돼서 좀 절었으려나?
(미주) 그건 잘 모르겠고 아주 보기 좋았어요
요렇게, 훈훈하니
(우식) 왜 그러십니까
(미주) 뭘 '왜 그러십니까'예요?
[미주의 웃음]
(우식) 멋있죠?
나도 볼래요
(미주) 치
그래요
아, 우식 씨가 비율이 참 좋네
(선겸) 그래서 잘 뛰는 것도 있어요
비율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미주가 호응한다]
(우식) 아…
아, 왜 그러십니까
(미주) 아까부터 자꾸 '왜 그러십니까' 왜 그래요?
(우식) 부끄러워요
(명필) 오랜만에 다 같이 나서니 좋구나
(명민) 이제 좋을 일만 남았죠, 아버지
[명민의 웃음]
(명필) 아, 단아야
자선 행사 그거
올해는 명민이가 하는 걸로 하자
공장 사고 건 때문에
회사가 좀 시끄러워졌어
이번엔 네가 양보해
태어난 것도 양보했는데 뭘 더 양보해요, 제가?
(명필) 가족 경영 좋다는 게 뭐냐
[단아의 어이없는 숨소리]
가족 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단아)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 안 닿은 거 없어요
그걸 가만히 누워 있던 쟤 입에 처먹이라고요?
(명필) 회사 이미지 좀 생각하자며, 네가
회사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마무리하자
[차 문이 탁 여닫힌다]
꽃다발을 아예 콧구멍에 처박아 줬어야 됐는데
너 그러는 거 알레르기 있는 사람한테 살인 미수야
- (단아) 그러니까 - 그러니…
- 실장님, 안녕하셨어요? - (지현) 예
대표님 곧 오실 겁니다 아직 물에 계셔서
- 물요? - (지현) 아
내부에 수영장이 있습니다
와, 진짜 부자 같다
커피, 물, 차, 뭐 드릴까요?
아, 저 괜찮아요
아, 이거, 이거 실장님 드시라고 좀 사 왔어요
(미주) 대표님 드리지 말고 혼자 드세요
- 이, 제 거라고요? - (미주) 네
(지현) 와, 잘 먹겠습니다
(미주) 어? 근데 손…
왜, 다치셨어요?
대표님이 혹시 때려요?
[지현의 당황한 웃음]
이게…
[발랄한 음악] (미주) 헐, 뭐야? 턱시도 입었네?
어머, 너무 귀여워, 웬일이야 [문이 탁 열린다]
(지현) 귀엽죠?
- (미주) 이름이 뭐예요? - (지현) 먼지요
- 먼지? 직접 지으신 거예요? - (지현) 네
(미주) 아, 너무 이쁘다, 아이고, 먼지야
- (지현) 귀엽죠? - 아이고, 이뻐라, 아이고, 이뻐
(단아) 뭐가 그렇게 귀여워, 나?
(미주) 고양이요 [지현의 헛기침]
(지현) 차 준비하겠습니다
(미주) 네
수영을 왜 해? 생선이세요?
살려고 하는 거예요
근데 생선이라니 인어라는 좋은 표현 놔두고
내가 좋은 표현 하게 생겼어요?
나한테 직접 와서 신청하라고 갑질했는데?
그것도 죄라면 나 벌받았나 봐
아침에 갑질당했거든
어머, 어디서?
(미주) 다음엔 가서 구경 좀 하게
기 선수랑 둘이 사귀어요?
[헛웃음]
돌려줬어요? 더럽게?
- (단아) 그게 왜 궁금해? - 친한 척은 이렇게 하는 거거든요
대표님이랑 나만 아는 얘기 하는 거
아…
똑똑하다니까
역시 고학력
(미주) 내가 원랜 스카이 갈 수 있는 성적인데 하향 지원 했잖아
(단아) 하려면 상향을 해야지, 왜?
(미주) 장학금 받으려고?
(미주) 신청이나 받아 줘요 나 꼭 나가고 싶으니까
왜, 기 선수 때문에?
어차피 그룹 달라서 같이 뛰지도 못할 텐데
으음, 나 때문에
(미주) 나를 위해서
난 보통 이런 거 하면
달린 사람들 기부금 받는 입장이었거든요
살다 보니까 내가 달리는 날이 다 오네
(단아) 씁, 오미주 씨, 나 궁금한 거 있어
(미주) 아, 궁금해하지 마요
뭐야, 묻지도 않았는데
궁금해하는 거 보통 다 옳지가 않잖아
[찻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숨을 들이켠다]
오미주 씨 어떻게 살았어요?
[잔잔한 음악]
사연 있어 뵈는 것치곤 억척스럽지도 않고
뒷배도 없어 보이는데 무릎도 안 꿇고
무릎 꿇는 거에 왜 이렇게 집착해요?
몰라, 집착이 되네 안 꿇어서 그런가?
[미주의 헛웃음]
[미주가 입바람을 후 분다]
필요 유무를 잘 선택하면서 살았죠
못 가져도 원래 없던 거니까 욕심 안 냈고
갖고 싶으면 비슷한 걸 만들어서라도 가졌고
그게 가짜라도
난 원래 갖고 있던 거 뺏기면서 살았는데
그래서 갑질하면서 살아요?
나 지금 여기 갑질 때문에 와 있잖아
다 상대적인 거예요
내 세계에서 나는 약자거든
언제 가진 거 약탈당할지 몰라서 성벽 쌓는 게 일인
[헛웃음]
상대 봐 가면서 갑질한단 얘기네?
(단아) 얘기가 그렇게 되나?
(미주) 아니, 근데 왜 나랑 자꾸 이런 대화 해요?
(단아) 이런 대화가 뭔데
자꾸 나한테 심경 토로하잖아요
(미주) 뭐야, 하지 마요 진짜 친한 거 같으니까
내가 오미주 씨한테 심경을 왜 토로해
하, 참
본인이 뭘 하는진 좀 알고 행하셔야 될 텐데, 아유, 쯧
(미주) 우리 너무 이 악물고 살지 맙시다
턱 아프잖아
신청 수리 꼭 해요
나 직접 왔으니까
[문이 탁 닫힌다]
(미주) 뭐 해요?
여기 안쪽에 앉으세요
(선겸) 나 여기 뭐 하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왔네?
(미주) 아, 여기서 나랑 영화 보자고
언니가 직원분들 퇴근하고 나서 편하게 써도 된다 그래 가지고
기선겸 씨 온다고 여기 이렇게 치맥 친구들도 와 있잖아요, 반갑다고
[부드러운 음악]
[선겸의 웃음]
[미주의 놀란 신음]
맛있죠? 응? 너무 맛있지 않아요?
- 맛있어요 - (미주) 응
- (선겸) 음, 근데 - 응
나는 영화 많이 봤어요
- (미주) 어디서? - 집에서
(미주) 아, 아, 아…
그, 그 영화?
[미주의 웃음]
그럼 나랑 영화 보기 싫어요?
참아 볼게요
아유, 진짜 한마디를 안 지네 한마디를 안 져, 아유
(미주) 틀게요
[리모컨 조작음]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미주가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미주가 캔 맥주를 탁 내려놓는다]
어땠어요?
어렵다
어떤 부분이?
마지막에
주인공이 왜 웃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음, 그럴 수 있겠네
웃을 상황이 아닌데 웃었으니까?
오미주 씨는요?
음, 어렵다?
좋은 영화여서
이 영화 이번에 나한테 작업 의뢰 들어온 영화거든요
그래서 모니터링 핑계 대고
영화 데이트 하자고 한 거지
근데 우리 지금 번역 있었잖아요
음, 그게
대략 10년 전 번역이거든요?
(미주) 근데 그 세월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이 쓰는 언어는 또 어떻겠어요
말이라는 게 원래 사라지기도 하고
태어나기도 하고 그러는 거니까
아까 비슷한 대사 본 거 같은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영화니까
근데 뭐, 말만 사라지나?
인공 지능 시대에 사라질 확률이 높은 직업 중에
번역가도 있대요
[잔잔한 음악]
(미주) 하긴 뭐
지하철도 무인으로 운행되고 그런 시대인데, 뭘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는 거지, 뭐
세상 모든 게 다 기계로 대체돼도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요?
음, 뭐가 있을까
아, 운동선수 대체 안 되겠네
(선겸) 음…
다이아몬드 리그라는 게 있는데요
저번 대회에서
몇 가지 종목이 사라졌어요
그 사라진 종목 중에
200m 달리기도 있었고요
종목이 사라져요?
관심이 없어서
(선겸) 그러니까
대체할 순 없어도
관심이 없으면 사라지는 거겠죠
종목도, 사람도
나는…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을 때
내 인생에서 달리기가 사라진 줄 알았어요
근데
여태 뛰었던 것들에만 미련이 남은 줄 알았는데
앞으로 뛸 것들에도
미련이 남아 있더라고요
기선겸 씨 같다
방금 본 영화에 대한 내 감상이에요
사라지지 마요
[부드러운 음악]
나한테 계속 남아 있어요
안 사라질게요
(선겸) 계속 남아 있을게요
(미주) 착해
(선겸) 계속해 줘요, 착하다면서
(미주) 아유, 착해, 아유, 착해
(선겸) 이제 내 차례
아유, 착해
응? 계속 착하다고 해 주고 예쁘다고 해 주고
내가요?
아닌가?
할 거예요?
번역
나 같다면서
해 볼까?
내가 또 하면
진짜 잘할 텐데
(미주) 응?
뭐야? 취했어요?
취했구나, 그렇죠? 그거 마시고?
미치겠다, 진짜, 기선겸 씨
(선겸) 취한 김에
오늘도 실수 한번 할까요?
[미주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 네 - (정도) 너
(정도) 아직도 대안 학교 애들 봐 줘?
(선겸) 종종요
지역 팀 하나 만들까 해
전폭적으로 지원도 해 줄 거고
네?
아들이 키워 놨는데 아비가 힘을 실어 줘야 하잖아
방배정이하고도 얘기 다 됐어
저 종교 봉사 데려가시고
5년 동안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지금 갑자기 팀요?
네가 5년 동안 잘 키워 놨는데
이제 와서 다른 지역에 뺏길 순 없잖아
(정도) 팀이라는 게 한번 생기면 잘 안 사라지는 거잖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렇게 알아
[통화 종료음]
[한숨]
[감성적인 음악]
(단아) 좋아
네 그림에 내 시간이 묻은 거 같아서
나한테 제일 중요한 게 시간이라
그 중요한 시간에
자꾸…
환장하겠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음, 말씀하신 자선 행사 관련 내용
서 전무 비서실로 이관했습니다
(지현) 오후에 제가 직접 인수인계하러 갑니다
(단아) 짜증 나, 내 건데
[지현의 헛기침]
(지현) 그, 마지막으로
이영화 학생 문자입니다
'실장님, 대표님께 수정 원하는 방향 있으면'
'피드백 달라고 전해 주세요'
갑자기 말을
잘 들으니까 어색하네
(단아) 원하는 대로 됐는데
안 귀찮게 됐는데
- 실장님 - (지현) 예
한번 웃어 봐요
[옅은 헛기침]
(단아) 됐어요, 나가 봐요
(지현) 이 피드백은 어떻게…
(영화) 뭐지?
왜 자꾸 손에 물을 알아서 묻히시지, 황송하게?
아, 근데 왜 이렇게 답이 없어
(영화) 마음에 안 들면
[한숨]
(영화)
[휴대전화 진동음] (지현) 대표님 호출입니다
17시까지 에이전시로 와 주세요
[헛웃음]
통보?
[직원4의 당황한 신음]
(영화) 서단아 대표님 뵈러 왔는데요
5시 선약이고 이영화요
네, 전달받았습니다
일전에 실례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세상 참… [헛웃음]
[단아의 한숨]
(영화) 부르셨다면서요
이제 와서 나랑 그림 얘기 하자고?
이게 뭐예요?
그림 얘긴 됐고
(단아) 그림 좀 그려 봐, 학생
진짜 별, 하, 참
(영화) 아주 기상천외한 갑질을 하시네
뭐, 어디서 수업 들으세요? 예?
타고났나 봐
지금? 여기서? 갑자기?
그림 말고
그림 그리는 걸 좀 봐야겠어서
[차분한 음악]
학생, 그림은 됐고
싫어요, 펜 대표님이 주워요
좀 웃어 봐
웃어 보라니까?
언젠 웃는 습관 개선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내가
그럼 그랬어야지, 너도
웃겨 주시면요
- 뭐? - (영화) 웃을 일이 있어야 웃죠
(영화) 제가 더는 대표님 앞에서 웃을 기분 없거든요?
[영화가 그림을 쓱쓱 그린다]
[단아의 어이없는 숨소리]
그런 습관, 버릇
왜 들였는지 알겠네
[영화의 웃음]
왜 쪼개요?
미소는 습관이고 친절은 버릇이라?
진짜 너는 이렇구나?
대표님이 날 얼마나 봤다고 '진짜'로 운을 떼지?
[헛웃음]
그림엔 다 티 났는데
속 시커먼 거, 싸가지 없는 거
역시 결과물을 믿어야 돼
웃겨 줄 자신 없으면 말고
이 건방진 게
뭐 한 거예요?
안 웃겨?
나 보기만 해도 쪼갤 땐 언제고?
안 웃는 것도 내 자유라서
(단아) 짜증 나
[영화가 그림을 쓱쓱 그린다]
네 그림을 보고 싶은 욕구
그리고 널 보고 싶은 감정 이 두 개가 상충해
그래, 인정해
모네, 피카소 그 사람들 살아 있어도
학생은 불려왔을 거야 내 마음에 들었으니까
학생 말고 학생 그림이
진짜 끝났어?
끝냈다며
누구 마음대로 끝내?
끝내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 해?
끝내지 마
[영화의 한숨]
아니, 애도 아니고
왜 이렇게 떼를 써요?
설마 나한테 정이라도 들었어요?
[부드러운 음악]
그런가 봐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
(미주) 기선겸 씨
뭐예요, 지금 나보고 인상 쓴 거예요?
시력 조금 떨어진 건데 꼭 안경이어야 되나?
- 안 괜찮아요 - (선겸) 나 뭐 또 잘못했어요?
(단아) 너 어딜 도망가
(영화) 그림 뒤에 내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데
내가 안 끝내면 어떻게 되는데
(은비) 내가 이상한 걸 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왔어요
(미주) 하고많은 것 중에 왜 하필 감시야
그것도 랜덤
(영화) 뭐 하세요, 남의 집 앞에서?
(미주) 저기, 혹시 기선겸 씨랑 있을 때
거동 수상자 보이면 저한테 제보 좀 꼭 해 주세요
- (단아) 거슬려 - (영화) 제가요?
잘만 쪼개네, 저기선? 저걸 확 [영화와 예준이 대화한다]
- (정도) 기선겸! - (은비) 놔!
(선겸) 아버지 뜻에 자식 갈아 넣는 것 좀
- (선겸) 제발 그만하세요 - (은비) 진짜!
(정도) 네가 내 아들 망쳐 놨지? [미주의 어이없는 숨소리]
(선겸) 그 사람 제 약점 아니고 강점이에요
그러니까 건드려 보세요
.런 온↲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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