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12
진짜 끝났어?
끝냈다며
(단아) 누구 마음대로 끝내?
끝내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 해?
끝내지 마
[부드러운 음악]
[영화의 한숨]
아니, 애도 아니고
왜 이렇게 떼를 써요?
(영화) 설마 나한테 정이라도 들었어요?
그런가 봐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
뭐야, 우, 울어?
(단아) 왜…
하지 말라며
대표님에 대한 생각, 기대, 실망
그게 뭐든 하지 말라며
그래 놓고 대표님은 왜 나한테 이런 거 해요
협조는 못 해도 방해는 말아야지
내가 당신 좋아하는 거 내 마음대로 끝내지 말란 거잖아, 지금
(영화) 내가 마음대로 끝낸 거에 꽂힌 거잖아요, 나한테 꽂힌 게 아니라
얘기가 그렇게 되나?
여기서 긍정하면 어떡해요!
부정하기엔 네 논리가 적확한 듯해서
하, 그렇지
이런 사람이었지
(영화)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됐어
[익살스러운 음악] 웬 깍두기 같은 사람 보내서 끌고 오고
(단아) 끌고 오다니
(영화) 가둬서 고문한댔다가
웃지 말랬다가 웃으랬다가
지금 저기 문 열리는 거 맞아요?
문 앞에 실장님 버티고 서 있는 거 아니에요?
이제서야 무서운 나도 미친 새끼지
지금 이 말 하는 이 순간도 너무 무서워
- (단아) 미쳐 가네? - 미친 지는 한참 됐거든요
누구 덕분에
네 심신 나약한 걸 지금 내 탓 하는 거야?
(단아) 안 잠갔어, 안 버티고 있고
(영화)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가면 어쩌자는 거야
(영화) 이거 놔요
(단아) 이봐, 학생
내 마음 좀 그만 헤집어요, 좀!
[영화가 울먹인다]
진짜 돌아 버리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요?
아니?
끝냈다는데 왜 자꾸 흔들어요
흔들리게
[영화가 흐느낀다]
(단아) 그…
아, 알았어
그러면, 그…
데려다만 줄게, 어? 그건 되지?
지금 심신이 나약한 상태잖아
그, 밥은?
배 안 고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 (점원) 맛있게 드세요 - (여자) 감사합니다
안 드세요?
나?
(단아) 어, 난 됐어, 너 먹어
그럼 남은 다리도 제가 먹어요?
다리?
아, 닭 다리
(단아) 그래, 어, 너 먹어, 너 다 먹어
[한숨]
그…
이거 내가 사 줄 건데
이제 대답해야지
[코를 훌쩍인다] 뭘요?
(단아) 끝낼 거…
(영화)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데
그래, 너 다 먹어, 너
이거 날개도 먹어
저 날개 싫어해요
(단아) 다리만 추가 돼요?
(영화) 잘 먹었습니다
(단아) 어딜 도망가
이거 해결 못 하면 나 두 발 뻗고 못 자
잘됐다
[흥미진진한 음악]
저, 이씨…
발이 겁나 빠르네?
집 어디야, 데려다준다니까?
실장님이 알아서 잘 찾아오던데
그때가 진짜 제일 무서웠는데
그 실장님이 좀 무섭게 생겨서 그래?
집을 안 알려 줬는데 찾아와서 무서운 거잖아요
오케이, 그럼 이제 안 보내면 돼?
데려다준대 놓고 어디 데려가서 고문할 줄 알고
네가 운전해, 그럼 되잖아
저 장롱면허예요
아, 그럼 왜 땄어! 이씨
택시 탈래?
그럼 저 드라이브시켜 주세요
그래
- (단아) 어? - 싫으세요?
안녕히 계세요
(단아) 하자, 드라이브
드라이브하려고 차 가져오신 거 아니에요?
하, 내가 학생이랑? 꿈 깨세요
(미주) 하, 진짜
아니,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왜 자꾸 말로 죄지어요?
엎지른 말 주워 담을 수 없어
잘 닦아서 치우면 돼
(매이) 예상보다 빠른 방문 고마워
할 거지? 할 거잖아, 한다고 해
(미주) 허, 뭐 하는 거야?
어머나, 이렇게 애원하는 모습이 참 귀여우시네요
(매이) 야!
(미주) 아, 뭐, 해야지 어떡하겠어 언니가 이렇게 귀여운데
그 양반이 귀여워서 아니고?
그 양반이 귀엽기는 하지만 이거랑 무슨 상관이지?
(매이) 영화를 같이 봤던데?
밥을 사겠다던데
[놀란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선겸)
(매이) 이름을 안 남겨서 난 또 정의로운 도둑인 줄 알았잖아
(미주) 어머나, 글씨 이쁜 것 좀 봐
언제 또 남겼대, 이거를?
언니, 나 이거 줘라
개발새발이구먼
매달려 봐, 귀엽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으음, 언니, 이거 미주 주세염
(미주) 아니, 이 양반은 아주
나 만난다고 막 동네방네 자랑, 자랑을 하고 다니는구먼
- 괜찮냐? - (미주) 안 괜찮아
(매이) 아니, 방금 그 '미듀' 말고 네 연애
걔네 아빠가 네 돈도 줬었잖아
내가 좋다는데 걔네 아범이 무슨 상관이야
뭐, 국회 의원 아들?
하! 난 유권자다
난 그게 계속 걸린다, 마음에
인센티브 그 아저씨가 푸시한 것도 그렇고
아니, 뭐
그 나이 드시고서 공과 사 구분 못 하실까?
(매이) 어
(미주) 아유, 몰라, 나 어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
어쨌든 기선겸 씨네 가족이니까
그래라
그 양반 어떻게 지내?
아, 그 양반 요즘 너무 바빠 가지고 아주 적응이 안 돼
너도 이제 너무 바쁜데 적응해야지
[한숨] 적응하기 싫다
메일로 스크립트 넣어 드릴게요 선생님
어머? 어머, 눈빛 변하는 거 봐?
(미주) 어머머, 어머머, 참 나
아이고, 알았어, 간다, 가
출근하겠습니다, 그럼
[문이 드르륵 열린다]
[밝은 음악]
[거친 숨소리]
앞발 뒤꿈치 확실하게 들어 올려 주고
- (선겸) 버텨 주고 - 네!
(선겸) 뒷발 통증 오기 전까지만 다리 빼 주고
(우식) 네, 어, 같이 가요
[우식이 숨을 후 내뱉는다]
[우식의 거친 숨소리]
- (우식) 선배님, 저, 근데요 - 무릎 너무 앞으로 나오지 말고
(우식) 원랜 제 일정 마치고 훈련을…
너무 빨리 올라오지 말고
(우식) 일하면서 할 수 있는 세트 만드신 건 알겠는데요
(선겸) 지금도 빠르잖아 너 호흡 왜 놓치고 있어
(우식) 씁! 제가 알아서
[우식이 숨을 후 내뱉는다] 하면 되는데
여유가 되나 봐? 말이 많네? [우식의 거친 숨소리]
혹시
저 하나 안 하나 감시하러 오신 건 아니죠?
저기 더 닦아야 되겠다, 덜 닦였네
(우식) 뿌려 주세요
[우식의 거친 숨소리] (선겸) 빨리 와
[마사지기 작동음]
(선겸) 강도 그렇게 너무 세게 하지 마
(우식) 네
- (선겸) 잡고 있어 - (우식) 아, 네
요새 너무 황송해요
[따뜻한 음악] 뭐가
(우식) 일정 맞춰서 픽업 다 해 주시고
훈련 끝나면 이렇게 직접 살펴 주시고
저한테 이러고 계실 분이 아니잖아요
나 내 일 하는 거야
내 선수 내가 챙겨야지 그럼 누가 챙겨
(선겸) 너도 네 일에 집중해
네가 최고 기록이 얼마였지?
(우식) 저요?
어…
훈련할 때는 스탠딩 스타트로 10초 플랫
그리고 대회 때는 전자 기록으로 10초 31 나왔습니다
영일이가 신기록이
10초 08이었지?
(선겸) 평균 17 정도 왔다 갔다 하고
영일 선배님
혹시 치타 아닐까요?
사람이야
(선겸) 우식이 너는
앞으로 0.20 정도 단축시키자
갑자기요?
(우식) 선배님, 길게 보시는 거 맞죠?
자신감 가져
너 우리 중에서도 탄성 높았잖아
(선겸) 스타트도 제일 빨랐고
다음 주에 신체 측정도 한번 같이 한번 해 보자
어, 분명히 천천히 가자고 하셨는데
(선겸) 그럼 집에 갈 때 천천히 가야 되겠다
(우식) 안 웃겨요
(선겸) 웃기라고 한 말 아니야
- 어떻게 안 웃어요 - (선겸) 그럼 웃어
안 웃겨요
웃기라고 한 말 아니야
어떻게 안 웃어요
[우식의 당황한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영화) 안녕히 가세요
생각할 시간과 배려 충분히 줬잖아
대답하자, 이제
나 구질구질 처음이라 적응이 안 돼, 지금
계속 적응 안 되실 거예요
내가 해 봐서 알아
(영화) 그래서 끝냈다고 한 거예요
더 이상 대표님한테 구질구질하기 싫어서
'이제 진짜 그림만 그려야지'
혼자 보고 싶어 하다가
잘 정리해야지 마음 다잡았는데
나한테 왜 이래, 진짜
[감성적인 음악]
그림 뒤에 내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데
내가 안 끝내면 어떻게 되는데
답 찾으면 연락 주세요
오래 안 기다릴 거예요
나는요
대표님이 무슨 짓을 해도 싫어지지가 않고
계속 좋아요
그게 제일 싫어
[한숨]
나도 싫다
까마득한 기분
쯧
시간 다 날리고
(선겸) 대표님
기 선수?
아니, 대표님이 여기는 무슨 일로요?
모르겠어, 나도
어디 아파요?
기 선수는
출가했다던데 왜 아직도 이 동네야?
월세를 미리 냈으니까
저 친구가 좋다고도 했고
(선겸) 근데 나 출가한 건 또 왜 알지?
좋대?
잘 살아, 알콩달콩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
오미주 씨네 갈 걸 그랬네?
그 학생이랑 집도 가깝던데
[문이 달칵 닫힌다]
누나
(태웅) 1분만
[한숨]
아직도 실장님은 나보다 네가 더 좋은가 봐
왜 왔어
형이 누나 거 뺏어갔다며?
걔만 뺏어갔을까
뺏긴 게 한두 개여야지, 그중에 뭐
자선 행사
그래서? 잘됐니?
(태웅) 미술관
그거 누나 줄까?
형이 거기다 그림도 걸었다며
생각이란 걸 해 봤거든
누나 기분 풀어 주고 싶어서
생각이란 걸 할 줄도 알아?
(태웅) 할 줄 아는데 잘 안 하는 것뿐이야
[헛웃음]
고작 내 기분 풀어 주는 데 네가 가진 걸 주겠다
조건 없이 맹목적으로?
- (태웅) 싫어? - 싫다 그러면 안 주게?
네가 뭘 줘야 네 형이 제일 빡칠까?
나중에 내 편 한 번만 들어 줘, 그럼
난 늘 누나 편인데
그 순간엔 못 할 수도 있잖아 여러모로
(태웅) 누나라고?
[심전도계 비프음] [차분한 음악]
나 말로만 들었지, 실물 처음 봐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진짜 내 누나라고?
이게 내 동생이라고?
(단아) 하…
왜 이래, 느끼하게
'내 동생'이라며
(태웅) 한국에서…
나 보러 여기까지…
너 보러 온 거 아닌데
정지현한테 침 바르러 온 김에 구경 온 거야, 너 죽어 간대서
정지현 누군지 몰라? 네 가정 교사
(단아) 아, 가정 교사가 뭔지 모르나?
[영어] 네 가정 교사
(태웅) [한국어] 알아, 이유가 뭐든
나 보러 온 거잖아
[감격한 숨소리]
어느 날 내가 해 달랄 때
그때 내 동생 해 줘
그날까지 죽지 마, 절대
[태웅의 헛웃음]
그걸로 누나 기분 풀리면 그렇게 할게
[잔을 탁 내려놓는다]
1분 한참 넘었지, 아마?
차라리 꺼지라고 해, 갈 테니까
[문이 탁 열린다] 좀 컸나?
[문이 탁 닫힌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탄산수 한 잔 주세요 - (바텐더) 네
다 크셨습니다 술을 먹자고 다 불러내시고
(태웅) 하, 탄산수 시킬 거면 왜 왔어
숙소 모셔다드리려고 왔죠
내가 그렇게 좋아?
우셨습니까?
아, 내가 미쳤어?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어하는데
우는 설정까지 붙어 봐
이야, 진짜 다 크셨나 봅니다
(지현) 어렸을 땐 거의 대표님 앞에서 수도꼭지였는데
이상하게 요즘은 누나 앞에서 눈물이 잘 안 나
(태웅) 근데 팬들 앞에선 난다?
나는
'너 좋아'에 우는 애인가 봐
아직 사랑에 면역이 없어서 그런가?
실장님은 누구 앞에서 울어 본 적 있어?
(지현) 어…
얼마 전에 우리 고양이가 아파서
수의사 선생님 앞에서
그만 막…
그래 버렸네요
무서웠겠다, 의사 선생님
[태웅의 쓴 숨소리]
(태웅) 아, 누나는 아직 그 대딩 만나?
아, 좀 말려 봐
내가 그럴 권리가 있나
오…
권리 있으면 말릴 건가 보다?
핸디캡 더 생겨서 좋을 게 없으니까
[잔잔한 음악] 성별, 지병만으로도 충분히 얕잡아 보는데
대딩까지 달고 있을 필요 없죠
하긴
애초에 아버지가 나 부른 것도
핸디캡 보완용이었지
(태웅) 누나나 형 아프면
나라도 아버지 거 잘 지켜라
[헛웃음]
내가 제일 먼저 뒈질 거 같은데
어…
사는 게 참
참 힘들어요
나는 대표님 모셔다드리고 바로 퇴근하나 했는데
[태웅의 헛웃음]
그놈의 회사 때려치워
마시고 죽자, 나랑
[헛기침]
[한숨]
솔깃한데?
(지현) 여기 갓파더 한 잔 주세요
[태웅의 웃음] (바텐더) 예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뚝 멈춘다]
그래, 자자, 두 시엔 자기로 했잖아
세 시까지만 한다, 진짜
진짜다, 맹세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뚝 멈춘다]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뚝 멈춘다]
[알람이 울린다]
[짜증 섞인 신음]
[알람이 뚝 멈춘다]
[짜증 섞인 신음]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뚝 멈춘다] [한숨]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시작이 반인데
일단 깼잖아, 그렇지?
시작이 반일까?
[알람이 울린다] 아! 진짜
[밝은 음악]
[미주의 한숨]
(미주) 아이고
[거친 숨소리]
[숨을 깊게 내뱉는다]
달리는 삶?
[헛웃음] 내가 어쩌다가, 진짜
(어플 속 남자) 자, 힘을 빼고 편안하게 달려 보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저씨
[미주의 거친 신음]
아, 살려 줘
(어플 속 남자) 여기서 힘들어하시면 안 됩니다
아니, 아니, 왜 안 되는데
(어플 속 남자) 다음 코스는 더 힘들 테니까요
[힘겨운 신음]
(선겸) 괜찮아?
(우식) 예, 괜찮습니다
- (선겸) 무리하지 말고 - 네!
[우식이 숨을 후 내뱉는다]
(선겸) 당겨? 저릿해?
안 되겠다, 오늘은 무리인가 보다
오늘은 한 손만 짚고 스타트 해 보자
(우식) 아니요
해 볼래요
(선겸) 오늘은 시작만 하는 거니까
너무 세게 뛰지 마
알겠습니다
(선겸) 자, 준비
[긴장되는 숨소리]
(우식) 선배님! 대박
[흥미진진한 음악] [우식의 웃음]
자, 영일이가 피니시 라인이라고 생각하고 제자리
(우식) 네
(선겸) 차렷!
땅!
그만
(영일) 그만! [영일의 힘주는 신음]
보고 싶었어요, 선배님
잘 있었어?
- 다리는? - (우식) 괜찮아요
(선겸) 우식아!
상체 딱 펴 가지고 빠밤 이렇게 치고 나가야지
우리 배웠잖아
넌 대체 뭐 하는 놈이냐?
너 하체 때문에 아직까지 잘 안 펴지는구나? 신경 쓰여 가지고
근데 그래도 잘했어 되게 많이 발전했는데?
너 대체 뭐 하는…
(영일) 네가 얘 에이전트라도 돼?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불러도 되고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도 되는 거면 욕으로 불러도 될까?
(선겸) 안 돼
- (영일) 한 번만 - 안 돼
(선겸) 뭐라고 부를 건데
'씨'
뒤에 뭐?
그만해, 자식아
(선겸) '씨' 뒤에 뭔데
- 가자 - (우식) 네
아, 나와
[통화 연결음]
어, 오늘도 훈련이에요? 밥은?
나 일어난 거거든요? 나 완전 아침형인데, 치, 뭐래
살려면 움직여야 될 거 같다면서요
나 좀 살려 줘요
[드라이기 작동음]
살려 주고 싶으려면
오랜만에 좀 아름다워야겠군
[드라이기 작동음]
(미주) 기선겸 씨
뭐야
왔어요?
뭐예요? 지금 나 보고 인상 쓴 거예요?
우리 오랜만인데
아, 오미주 씨 맞나 싶어서요
잘 안 보이길래
잘 안 보고 싶은 거 아니고요?
(미주) 치, 식전인데 이럴 거예요?
(선겸) 아, 시력이 좀 떨어졌나 봐요
운동만 할 땐 잘 몰랐는데
떨어진 채로 그냥 둔 거 아니에요?
씁, 안 되겠다 우리 밥 먹고 검사하러 가요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아니, 또 나 보고 인상 쓰면 내가 오해하고 성질낼 거잖아요
이건 서로를 위한 일이에요
(미주) 가요
(안경사) 자, 턱 제대로 고정해 주시고요
깜빡이지 마시고요, 네, 네, 네
자, 2초면 됩니다, 네
자, 어떻게, 잘 보이세요? [미주의 한숨]
- (선겸) 오… - (안경사) 어지럽지 않으세요?
- (선겸) 네 - 시력 조금 떨어진 건데
꼭 안경이어야 되나?
뭐라고요?
[발랄한 음악]
아니에요
(선겸) 와, 제가 시력이 진짜 많이 떨어졌네요?
(안경사) 많이 나쁘죠?
이거는요?
(선겸) 그럼 이거는요?
안 괜찮아요
[선겸의 의아한 신음]
(선겸) 음, 이거요
[미주의 한숨] 아니, 안경도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아, 나는 인상 쓰는 거 싫다 그래서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 건데
나 뭐 또 잘못했어요?
(미주) 얼굴 요만큼도 가려지는 거 싫단 말이에요
(안경사) 렌즈는 싫어요?
일회용 렌즈도 있고
아, 저 렌즈는 한 번도 안 껴 봤는데
아,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끼고 나오는 사람도 없잖아요
그렇죠, 선생님? [안경사의 웃음]
- 렌즈, 렌즈, 렌즈 - (안경사) 그럼 큰일 나죠, 예
(미주) 아유, 큰일 했다, 큰일 했어
뿌듯하네요
(선겸) 이거 꼈다 뺐다 어렵지는 않겠죠?
안 어려워요, 쉬워요
(미주) 그럼 나는 이제 출근할게요
어, 나도 이제 가 봐야 돼요
나는 이쪽으로 출근해요
(선겸) 나는 이쪽으로 가면 될 거예요
- (선겸) 가요 - 아, 가요
아, 가요 나 가는 거 보고 갈게요
아, 먼저 가요, 괜찮아요
(선겸) 아이, 가요
(미주) 그럼 저기까지만 같이 갈래요?
[미주의 웃음]
(현진) 의원님 골프장으로 바로 오신대
손님 기다리시니까 나랑 먼저 출발하라셔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게 하네
요새 많이 바쁜가 봐요
늘 바쁘시지
지역 팀 창단 준비도 한창이고
음, 나는 노네, 놀아
투어 훈련이니 광고니 바빠 죽겠는데 오라 가라나 하시고
접대 몇 번 남았어요?
[한숨] 접대라니
(현진)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기 프로 조심하자
[헛웃음]
접대를 접대라 부르지 못하고
아, 가뜩이나 인생 지겹고 지루한데, 진짜
스케줄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기 프로? 무리하지 마
(은비) 아저씨
아저씨는 무슨 재미로 살아요?
낙 있으면 나도 좀 알려 줘요
나?
골프
(은비) 아이…
지금 저 약 올려요?
[문이 달칵 열린다]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근성의 당황한 신음]
[근성의 웃음]
(근성) 아, 기은비 프로 아닙니까
아, 드디어 뵙네요
아이고, 떨려 제가 아버님 많이 괴롭혔습니다
같이 라운딩 한번 돌게 해 달라고
노근성입니다
사회적 거리 유지해 주셨으면 해요
(은비) 괜히 오붓해 보이니까
(근성) 아, 뭐, 수상해 보이는 것보다는
오붓해 보이는 게 낫지 않나요?
내가 유부남이랑 말 섞는 걸 안 좋아해서
[웃음]
제가 골프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근성) 제 딸도 주니어 골프 클래스 나가고
우리 의원님은 사람 불러 놓고 퍽 늦으시네
기은비 프로 같은
세계권 선수로 키우고 싶은데
따님도 그러고 싶대요?
뭐, 아직 어려서 뭐가 뭔지 모를 겁니다
어려도 좋고 싫은 건 알지
(은비) 하고 싶다고 할 때 장려해 주셔도 안 늦어요, 의원님
(미주) 그, 고지식한 남자 주인공 태오 있잖아
(매이) 어, 얘가 서서히
쓰는 말투가 바뀌잖아 감정 깊어질수록
(미주) 그렇지, 아니, 근데 평소 말투를 보면
막 온갖 미사여구에다 거의 무슨 뭐, 셰익스피어 수준이거든?
근데 이 신은 흐름을 보면
여기서 좀 의역을 하긴 해야 될 거 같아
종교적으로 풀어서
실제 태오 대사들이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구절이 많지 [미주가 호응한다]
근데 이게 워낙 유명한 구절들이라서
이게 이미 번역이 돼서 관용구처럼 쓰이고 있는 거잖아
근데 이걸 내가 막 의역했다가 막 처맞으면 어떡해
대사 하나하나 있는 뜻대로 번역하는 게 다가 아니잖냐
(매이) 이야기엔 흐름이라는 게 있고
문맥을 전달하려고 보면 의역이 필요할 때도 있는 거지
세상에 완벽한 전달이 어디 있냐?
오죽하면 번역은 반역이래
허, 내가 반역자였구먼?
(매이) 천만 영화 번역할 일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기자
(미주) 맞네, 아니, 천 명한테 욕먹을 거 천만 명한테 먹는 거잖아, 그렇지?
나는 막 기억에 남는 오역 이런 건 진짜 죽어도 싫고
그냥 밥만 잘 벌어먹고 살았으면 좋겠어
(직원) 번역가님 오셨대서
오, 감사합니다, 대리님 [신난 신음]
(직원) 아, 한석원 감독 영화 또 상 받았다면서요
- (직원) 축하드려요 - (미주) 아, 예
어, 그 영화가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건
다 저의 자막 덕분이죠
(직원) 아… [미주의 웃음]
- (직원) 맛있게 드세요 - (미주) 네, 감사합니다
(미주) 나 이러다 진짜 큰 영화 막 오퍼 들어오면 어떡해?
이왕이면 지우 언니 거였으면 좋겠다
'캔디'? 그 영화 겁나 잘 빠졌다데?
김상호 감독에 육지우면 무조건 비행기 타지
아, 그 비행기에 내 자막도 같이 태우고 싶네
(미주) 나 저번에 지우 언니 거 할 뻔했다가 못 했었는데
(매이) 할 뻔했다가 못 한 사람 많지
너는 그냥 하고 싶었던 사람이고
마음은 알겠는데 각색은 하지 말자
치, 언니 꿈은 무료고 자유거든?
좀 마음대로 꾸게 놔두지?
꿈도 못 꾸나
- (미주) 어? - 아, 통역사님
(미주) 어, 프로님
(은비) 어디 다녀오세요?
아, 예, 저 장 좀 봐 오느라고
- 이거 잡채 재료인데 - (은비) 아…
요리 잘하시나 보다
아, 저 한 번도 안 해 봐서 연습해 보려고 산 거예요
근데 여기는 어떻게…
아, 그러니까
내가 여길 왜 알아야 돼
내가 이상한 걸 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왔어요
아, 혹시 저랑 기선겸 씨 손잡고 다니는 거 보셨어요?
내가 그걸 어떻게 봐요?
아, 맞네, 그렇죠
(미주) 그러면 뭐, 무슨 일로…
고민 많이 했어요
(은비) 모르는 게 약이니까 그냥 둘까 싶다가도
아는 게 약일 수도 있으니까
예전부터 아버지가 선겸이 선수촌 들어가면
훈련하는 거 보고받으세요
[어두운 음악]
(은비) 애가 연습 소홀히 하나 안 하나
연습 죽어라 하면 1등 하는 줄 아시는 거지
일적으로 안 풀리거나
대신 뭐 족치고 싶으실 땐
선겸이 일과도 랜덤으로 받아 보시는데
(선겸) 거짓말하지 마, 맵잖아
(우식) 맵찔이 같습니다
오, 아닙니다
(은비) 재수 없게 누가 거기 얻어걸린 거 같아서
(은비) 난 둘이 뭐 하는지 모르겠고 관심도 없는데
아버지는 아는 것 같아요 둘이 손잡고 다니는 거
하, 대박
내 말이
뭐, 연속극도 아니고
찾아와서 물 뿌리고 그러진 않으시겠죠?
연애 그거 뭐라고
(은비) 하, 그러니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날도 추운데
그렇죠
날 추운데 찬물 맞으면 감기 걸리죠
[한숨]
(미주) 해 떴네
[하품한다]
나도 모르게 또 일을 내가 너무 열심히 했… [알람이 울린다]
아씨… [휴대전화를 탁탁 두드린다]
안 가, 안 갈 거야, 쯧 [알람이 뚝 멈춘다]
그냥 씻고 잘 거야
[한숨]
[감성적인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헛기침]
(지현) 이영화 학생
드로잉 언제 컨펌 내 줄 거냐고 연락 왔습니다
[헛웃음]
이렇게 나오신다
그 학생 호출…
(단아) 아니다, 내가 직접 할래요
[단아가 숨을 들이켠다]
사적으로 밖에서 만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공적으로 숨겨서 만나는 게 나을까?
음, 안 만나는 게 낫겠죠?
어떻게 안 만나요? 걔가 내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니까요
[단아의 한숨]
귀찮게 된 거 같죠?
(단아) 귀찮은 거 질색인데
그 귀찮음을 감수하려는 거 같아, 내가
대표님
감수 안 하시면 됩니다
응원은 없어요?
예, 안 되네요, 응원이
나도
응원이 안 돼
딱 이 정도의 간질거림만 유지하면 좋겠는데
사람 마음이 사람 마음처럼 되나요?
난 돼
아니, 돼야 해
(단아) 아니
돼야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누구세요?
(단아) '누구세요'?
제가 먼저 물었는데요?
(단아) 네가 누구냐는 게 아니라…
나 누구냐고?
네, 저장 안 된 번호라
[단아의 헛웃음]
개인 번호 알려 달라고 귀찮게 굴 땐 언제고 저장이 안 돼?
정정할게요, 삭제당한 번호라
답은 찾고 연락한 거예요?
객관식 안 돼? 찍기라도 하게
대표님이 결정하는 사람이라면서요
이게 뭐라고 결정을 못 해요?
[짜증 섞인 한숨]
일단 만나, 만나서 얘기해
만나서 얘기하면 대표님이 유리하니까
(영화) 다른 시간 정하세요
시간이 제일 중요하시니까
장소는 제가 알려 드릴게요
이 번호면 되죠? 끊을게요
[통화 종료음]
아씨, 저 싸가지 진짜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어! 잘 마실게, 고마워
주문하기 전엔 죽을상이더니 이젠 쪼개네?
- 커피가 그렇게 좋냐? - (영화) 응
미쳤냐?
미친 지는 한참 됐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 빨리 주세요, 빨리 먹고 싶어요
빨리 주세요, 빨리 주세요, 고마워요
(예준) 커피 나왔으니까 데리고 꺼져
(영화) 알겠어
아, 따뜻해
[영화의 말소리가 들린다]
(예준) 왜 이렇게 신났어, 빨리 가, 꺼져 [영화가 계속 말한다]
하, 잘만 쪼개네, 저기선?
저걸 확
(영화) 간다, 어
[숨을 후 내뱉는다]
배우네, 인내심
참게 하네
야, 너 눈깔이 왜 이래
[문이 탁 닫힌다]
어서 오세요
(예준) 엄마 대표님
이사님 아드님이셨지
(단아) 그게 먼저였지
여기서 일해요? 왜 못 봤지?
(예준) 여기서 일합니다, 파트 타임이고요
주문하시겠어요?
(단아) 아메리카노 한 잔 테이크아웃요
(예준) 네
[카드를 탁 받는다]
[포스 단말기 작동음]
[선겸이 중얼거린다]
[한숨]
[피곤한 숨소리]
[물건을 탁 짚는다]
[물건을 탁 내려놓는다]
[통화 연결음]
바빠요?
(미주) 어, 어, 왜요, 왜요?
밥 먹자고, 밖에서
살려 달라면서
(미주) 아, 밖에서요?
어, 나 지금 일이 너무 바쁜데, 어…
그냥 다음에 봐요, 우리
네, 끊어요
[통화 종료음]
[차분한 음악] [한숨]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미주)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아범한텐 돈 봉투도 받아 봤고
그 전에 어멈한텐 물도 맞아 봤는데
하고많은 것 중에 왜 하필 감시야
그것도 랜덤
어머나, 뭐 하는 거야 미쳤나 봐, 드디어
(미주) 대표님, 번역 완본 보냅니다
감수 잘 부탁드려요
[한숨]
아, 나 진짜 거짓말 적성에 안 맞는데
요새 많이 바쁜가 봐요?
(영화) 그렇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가 봐요
(영화) 뭐, 그렇…
아닌데요? 저 가다가 먹을 건데요?
걱정이네요
요새 자주 못 봐 가지고
(영화) 형, 누구 얘기 하는 거예요, 지금
- 렌즈 낄 줄 알아요? - (영화) 렌즈요?
라, 라섹 하기 전까진 렌즈 껴 봤죠
아, 나 이쪽은 어떻게든 꼈는데
아, 렌즈를 나는 끼기가 너무 어렵네요?
[부드러운 음악]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왜요, 렌즈 이상해요?
아니요, 렌즈 말고
이 거리 말이에요
깜빡여 봐요
왜요
형 눈망울에서
로맨스가 느껴지잖아요
(선겸) 아이, 느끼지 마
아이, 가까이서 일로 와, 일로 와 봐요
아, 너 저기 떨어져서 껴
아, 가까이서 껴야 돼요
일로, 아, 가까이 와 봐요
- (선겸) 눈 감고 껴 - 그렇지
[흥미진진한 음악]
[자전거가 철컹거린다]
뭐 하세요, 남의 집 앞에서?
(미주) 아…
지나가다가, 요 동네니까
[영화가 호응한다]
저, 기선겸 씨는요?
좀만 일찍 오시지
10분 전인가? 출발했는데, 형
아…
저, 혹시 여기 집 근처나 여기 전방 1km 내에서
거동 수상자 본 적 없어요?
나…
아니, 내가 걱정이 좀 돼 가지고
(영화) 근데 누나도 맨날 달리시는 분이었어요?
차림새가 꼭…
(미주) 아유, 단기적인 거예요
저 마라톤 준비하고 있거든요
뭐, 자선 뭐, 그런 거래요
내가 또 워낙 좋은 사람이니까
음…
아, 형한테 들은 거 같기도 해요
누나도 나가시는구나
(영화) 형이 걱정 많이 하던데 누나 밥도 못 먹을까 봐
근데 그 걱정을 왜 나한테 하는지
기선겸 씨는 밥 잘 먹어요?
야무지게 잘 드시던데요?
그…
나 연습하는 거 비밀로 좀 해 줄래요?
여기서 마주친 것도
저랑 아침 먹을래요?
(미주) 대학생이 아침도 챙겨 먹고 말이야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생각보다 건실한 사람이었네요?
근데 이거 왜 사 주는 거예요, 나?
(영화) 아, 누나
혹시 과외도 하세요?
과외는 격주로 하나 봐주고 있는 게 있긴 한데
근데 왜요?
(영화) 제가 딴건 다 잘하는데 언어에 좀 약해서
[미주가 호응한다]
근데 내가 지금 본업 때문에
과외를 하나 더 하긴 좀 힘들 거 같은데, 얼마나 약한데?
얼마나 약한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헛웃음] 그래서 밥 먹쟀구먼?
(미주) 그럼 내가 간단하게
테스트만 해 줄게요
음, 샌드위치값으로
어디 얼마나 약한가 보자
자, 3분 줄 테니까 한번 풀어 봐요
(영화) 다 했어요
(미주) 음…
(영화) 제가 듣는 건 잘하는데
읽는 게 좀 약해서 [미주가 호응한다]
RC가 진짜 심하게 약하네?
대학은 어떻게 갔어요?
뭐, 실기를 압도적으로 잘 봤나 보죠, 뭐
아, 저 딴 과목은 잘해요 [미주의 웃음]
그러면 취약한 부분 위주로 내가
음, 텍스트 몇 개 추천해 가지고 문자로 보내 줄게요
(미주) 뭐, 고득점까진 아니어도 점수 쑥쑥 오를 거예요
- (영화) 오! - 어차피 더 떨어질 데도 없어서
(영화) 아… [미주의 웃음]
(미주) 딱 보니까 벼락치기로 준비하는 거네 그렇죠?
뭐, 졸업할 때 필요해서 그래요?
학교에서 보내 주는 단기 연수 가려고요
[호응한다]
아, 근데 그 봉사 점수도 채워 놔야 되는데
(영화) 어? 혹시 그 대회
자원봉사자 같은 것도 뽑아요?
뽑겠죠, 그 여자 사람 부려 먹는 거 좋아하니까
네?
저기, 혹시 기선겸 씨랑 있을 때 그…
거동 수상자 보이면 저한테 제보 좀 꼭 해 주세요
네
근데 선겸이 형한테 뭐 붙었어요?
뭐, 스토커 같은 거?
아, 흉흉하게 스토커는 무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내 노파심
(영화) 노파심?
[한숨]
내놔, 모의고사 성적표
[못마땅한 신음] 엄마 사실 안 바쁘지?
바빠, 외근 나온 김에 잠깐 들렀어
(동경) 너 파스 붙였어?
(예찬) 어?
아,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아, 어깨가 막, 어휴
[동경이 피식 웃는다]
너 이거 멍 뭐야?
(예찬) 어, 박았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 책상에, 어
(동경) 너 설마
학교에서 엄마한테 말 못 할 괴롭힘 당하거나
에이, 나 친구 많아
네가 주동하는 것도 아니지?
아, 엄마, 사람을 뭐로 보고
복싱 다시 하는 것도 아니지?
바쁘다며, 빨리 가셔
동 이사님
내가 학교 폭력 당하는 게 싫어 복싱 다시 하는 게 싫어?
- 복싱 - (예찬) 왜?
학교 폭력은 네 의지가 아닌데 복싱은 네 의지니까
[당황한 숨소리]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알바를 옮겨야 하나
하, 학폭을 당해야 하나
[예준의 한숨]
야, 숨소리도 내지 마 나 공부하잖아
(예준) 네 방 가서 해
여기 내 방이고 그거 내 책상이야
내 방 책상 위에는 문제집 둘 데 없어서 안 돼
책상을 치워
고3은 그럴 시간 없어
(예준) 이럴 때만 고3이지
- 양심 있냐? - (예찬) 시끄럽고
(예찬) 나 이 문제 좀 알려 줘
하, 됐다, 네가 뭘 알겠냐
이영화 좋아하는 사람 생겼나 봐
(예준) 알아
(예찬) 아는구나?
[다가오는 발걸음]
거슬려
[감성적인 음악]
- (영화) 제가요? - 없는 시간 내서 너 보러 온 것도
그마저 10분 늦은 게 불편한 것도 다
늦을 수도 있지
어떻게 1분, 1초 다 완벽하게 맞추고 살아요
그렇게 살았어, 나는
속없이 또 좋네, 등신같이
없는 시간 내서 나 보러 왔다니까 기분 퍽 괜찮다고요
직접 만날 게 아니었네
자만했다, 서단아
(영화) 예?
하, 나는 안 괜찮다고
(단아) 없는 걸 자꾸 내잖아, 내가
내가 네 속에 들어갔다 나와 본 게 아니라
네가 찾는 답이 뭔지 확실하진 않은데
나한테 넌
(단아) 위안이고
위로이자
어느 밤엔 절망이기도 했어
[잔잔한 음악]
절망?
네 그림을 보는 걸로 충분했는데
그럴수록 네가 보고 싶어지니까
아깝더라
널 못 보고 그 시간이 흘러가는 게
그 시간
(영화) 흘러가게 둬요
애초에 잡히지도 않는 거 잡으려고 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걸 잡아야지 이렇게 꽉
어딜 가르치려 들어, 건방지게
그런 말 해도 소용없어요 귀여우니까
(단아) 아, 숨 막혀
잠깐, 이봐, 학생 너 또 나 귀엽다고…
(영화) 씁, 이런 상황에서도 학생이라고 부르면 어떡하지?
그럼 학생을 학생이라고 하지 뭐라고 불러, 학생?
지난번에 알려 준 거 같은데
(영화) 아, 휴학할까?
그럼 다른 거로 부를 거예요?
음, 휴학생?
- 자퇴할까? - (단아) 그럼 자퇴생
나 언제까지 학생이라고 부를 거예요?
졸업할 때까지
확 조기 졸업 해 버릴까 보다
난 좋은데, 학생이라
씁, 설마 이번엔
뭐, 내가 대학생인 거에 꽂힌 건 아니죠?
학생 신분 말고 학생 본체가
뭐야, 왜 이렇게 훅 들어와
싫어?
- 싫으면 안 들어올 거예요? - (단아) 아니, 싫어도 참으라고
대표님 이제 누구 거?
- 내 거 - (영화) 그럼 난 대표님 거
너도 네 거 해, 내 거 하지 말고
(영화) 아유, 싫어도 참아요, 음
치
놔, 가야 해, 시간 다 썼어
나도거든요?
(영화) 저 수업 있어요
(단아) 수업 잘 들어, 학생
내 생각 하지 말고
(영화) 꿈 깨요
(동경) 기 프로 다음 주에 찍을 광고
계약 사항에 이상한 게 있던데?
뭔데요?
다이어트 내용이 있어요
그래서 야위었었나 봐
[어이없는 숨소리]
기도 안 차서, 진짜
기 프로 내일 스케줄 올린 거 변동 없죠?
(동경) 응 [통화 연결음]
기 프로, 난데요 내일 낮에 나랑 미팅 좀 하죠
(은비) 스케줄 있어요
담당 에이전트가 올린 스케줄이랑 다른 스케줄을 한다? 왜지?
(은비) 내가 선겸이 방패만 하겠어요?
왜지?
(은비) 그날 골프 라운딩 있어요 아버지 친구들이랑
(단아) 왜지?
(은비) 대표님이랑 계약했으니까
끊어요 [통화 종료음]
(단아) 왜지?
(동경) 그만해
(단아) 왜지?
[선겸이 중얼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네, 대표님
(단아) 알고 있나?
다짜고짜 뭘요?
(단아) 기 프로 허튼 데다 정력 낭비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 (정도) 나이스 버디! - (근성) 이야, 나이스 버디!
[함께 웃는다]
(정도) 대단하십니다, 아주, 응?
[작은 소리로] 웃으면서 좀 치자
- 안 우는 게 어디예요 - (근성) 아, 기은비 프로님
(근성) 저 코칭 좀 해 주시죠 머리가 자꾸 들리는데
어? 이야 이거 돈 주고도 못 받는 건데, 응? [근성의 웃음]
[정도의 웃음]
(근성) 아, 감사합니다
- 일단 머리 고정하시고, 네 - (근성) 아, 네
퍼터 지나가는 걸 보세요
[근성이 골프공을 탁 친다]
(은비) 그립을 더 아래쪽으로 잡으시고요 [근성이 대답한다]
완전하게
(선겸) 가자
[은비의 당황한 신음] (정도) 야, 기선겸!
[어두운 음악] (은비) 놔! 쪽팔리게 왜 이래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정도) 여기 어른들 계신 거 안 보여? 어? [현진의 한숨]
(명필) 아드님 인사를 이런 식으로 시키시나?
인사부터 드려, 서명필 회장님이야
서단아 대표 아버님
인사요?
(선겸) 지금 인사가 중요하세요?
이런 식으로 가족 이용하는 거
환멸 납니다, 진짜
친구들끼리 우정 다지는 거잖아
너 표현 똑바로 안 해? 어?
우정 다지는데 프로 골퍼가 왜 필요할까요?
(정도) 다, 다 내 뜻이 있는 거잖아, 인마
아버지 뜻에 자식 갈아 넣는 것 좀 제발 그만하세요!
쪽팔린 줄 아세요, 좀
[은비의 당황한 신음] (선겸) 가
(은비) 왜 이래, 정말
놔
진짜!
[은비의 어이없는 숨소리]
야!
하, 너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
하, 서 대표가 그새 일러바쳤니?
일러바쳤냐는 거 보니까 잘못됐다는 자각은 있는 거네?
[한숨]
너 어쩌려고 이래
그럼 어떡해, 내가 알게 됐는데
어떡하긴
가만있었어야지
아, 언제부터 이런 거야? [은비의 한숨]
아, 언제부터 이랬는지 중요하지도 않고
일단 내가 알게 된 이상
(선겸) 누나 이런 식으로 이용되는 거 나는 못 봐
[은비의 한숨] 이것도 내 몸빵이야?
아니잖아
네가 왜 이런 짓까지 해?
누나가 내 누나로 태어난 게 불쌍해서 그런다
쯧
누나가 나 구해 준 게 몇 번인데
나 이런 짓 몇백 번도 할 수 있어
[헛웃음]
구해 줄 줄도 알아?
기특하네
[선겸의 한숨]
(선겸) 요즘에 어디서 지내?
어디겠어, 호텔이지
데려다줄게, 가자
따라와
하, 쯧
(선겸) 나 들어가서 자는 것까지 다 보고 갈 거니까 그런 줄 알아
- (은비) 재수 없어 - (선겸) 알아, 알아
부자간에 대화가
아직 많이 부족하신 거 같습니다, 의원님
저도 가 봐야겠네요
다음에 뵙죠
[어두운 음악]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아가씨
내 아들 만나요?
(정도) 예쁜 대답이어야 할 거야
대답…
해야 되나요?
[어이없는 숨소리]
안 하면 어쩔 건데
(정도) 네가 내 아들 망쳐 놨지?
그 착한 애가 이제 내 말을 안 들어
그리고
네가 내 아들 이상하게 물들여 놔 가지고
이제 내 딸까지 흠집 나게 생겼다 [미주의 어이없는 숨소리]
너 같은 거 때문에
내 얼굴에 또 똥칠하게 생겼고
이래도 대답 안 해?
그래, 네가 나한테 안 할 수 있는 거는
대답 하나 정도일 테니까 하지 마!
말씀을 막 계속 편하게 하시네?
야
내가 고작 너 같은 거한테 주려고 내 아들 키운 줄 아니?
[울먹이며] 의원님
기선겸 씨 물건 아닙니다
왜 자꾸만 소유물처럼 그렇게 말씀하세요?
이 당돌한 게 또 따박따박 말대꾸를…
(정도) 내 아들 소유권은
당연히 나한테 있다, 어? [미주의 어이없는 숨소리]
(미주) 그 소유물에 차압 딱지 붙으면 버리고 가시겠네요
[정도의 어이없는 숨소리]
- (정도) 뭐야? - 한 번만 더 찾아오시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정말로
가세요
[어이없는 한숨]
저거를 그냥 때려 버릴 수도 없고, 저거
[떨리는 숨소리]
[슬픈 음악]
[흐느낀다]
(정도) 왜 왔어?
이제야 네가 한 짓이 좀 무서워?
무서워야 되는 건 아버지 아니에요?
누나까지 등 돌리면 어쩌시려고요
은비가 그럴 리가 없잖아
너랑 달리 착한 딸이니까
그 착한 딸한테 그딴 걸 시키세요?
(정도) 너, 용서를 구하러 온 게 아니구나?
후회해서 온 게 아니야
후회할 거면 애초에 안 했죠
[헛웃음]
그래?
[한숨]
육상부
(정도) 김우식
오미주
네 약점 세 개
내가 이 중에서
뭘 건드렸을 거 같아?
[살짝 웃는다] 나는
내 아들은 안 건든다, 사랑하니까
근데! 네가 자꾸 이렇게 엇나가면!
내가 그 계집애를 족칠 수밖에 없잖아, 인마!
아버지가 틀렸어요
그 사람
제 약점 아니고 강점이에요
그러니까 건드려 보세요
[헛웃음]
아버지 약점은 저잖아요
제가 무슨 짓을 할지는 저도 몰라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가 자꾸 아버지를 흠집 내고 싶게 하지 마세요
[어두운 음악]
하…
[허탈한 웃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통화 종료음]
오미주 씨
오미주 씨!
잠깐만 나와 봐요
오미주 씨, 잠깐만 얘기 좀 해요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통화 종료음]
오미주 씨
오미주 씨
잠깐만 얘기 좀 해요
오미주 씨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문이 덜컹 열린다]
[문이 덜컹 닫힌다]
(선겸)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요
가요, 추운데 기다리지 말고
잠깐만 얘기 좀 해요 잠깐이면 돼요
부탁할게요
울었어요?
[선겸의 한숨]
(선겸) 사과하려고 왔어요
미안해요
뭐가요?
아버지 왔다 갔다면서요
[헛웃음] 아버지만 왔다 갔을까?
[미주가 훌쩍인다]
나중에 해요
나 지금 기선겸 씨랑 얘기하면
실수할 거 같아
실수해도 돼요
(선겸) 아, 바로 말했어야지
나 부르랬잖아요
아플 때, 힘들 때
나 부르라고 했잖아
그랬으면 나 저기서 시간 안 버리고 바로 여기로 왔잖아요
더 힘들어요
지금 기선겸 씨 보는 게
바로 불렀으면
그럼 뭐가 나아져요?
내 기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잖아요
내 기분이니까
근데 굳이 기선겸 씨를 불러다가
그 감정 노동을 어떻게 시켜요
그건 학대죠
(미주)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내가 훼손되면서까지
연애를 해야 되나?
[울먹이며] 나는 그래도
남들처럼
남들만큼은 하고 싶었는데
왜 자꾸 나는 맞지도 않는 신발에 발을 구겨 넣고 있는 거 같지?
실망하려면 해요
안 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훌쩍인다]
나도 지금 재차 쪽팔려요
이렇게 지금 얼굴 맞대고 있는 것도 화끈거리고
안 할래요
[잔잔한 음악]
뭘
실망
어차피 기선겸 씨 잘못도 아니잖아
기선겸 씨 가족을 욕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나는 그냥…
그냥…
[훌쩍인다]
내가 어때서
나 나름 잘 살아왔는데
(미주) 내가 어때서
나는
내가 더 소중해서
그냥 포기할래요
해도 된다면서요
실수
(선겸) 진짜 헤어지자는 건가?
(미주) 제가 기선겸 씨한테 내는 게 욕심이라고 생각 안 하세요?
(영화) 대표님 조만간 생일이네?
(예준) 이거 왜 불고 있는데, 나?
(영화) 대표님 생파 해 주려고
나 고백 처음 받아 봤잖아
(영화) 어디 가시는데 그렇게 멋져요?
믿음직해 보여야 되는데
(관계자) 그 빵빵한 배경 놔두고 왜 내부 고발자를 서포트하고 다녀요
(미주) 영화 씨요, 물건 아니거든요?
밀린 사과부터 해요
(단아) 어떻게 하는 건데요
(매이) 육지우 영화 한영 오퍼 들어왔어 영화제 출품한다고
진짜 잘하고 싶다
(매이) 그 번역 괜찮겠냐? 그 양반 엄마잖아
(미주) 무엇 때문에라도 일만큼은 잃고 싶지가 않아서요
(선겸) 나는 생각해 보니까
그냥 오미주 씨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지 마요
.런 온↲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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