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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 온 16

 

 (미주)  갑자기 나한테 밥을 왜 해 먹여요?

 

 (선겸)  오미주 씨 잘 때도 많이 했는데

 

 한 번을 같이 못 먹었네요?

 

 그땐 그랬었지

 

 기선겸 씨는 해 떠 있을 때가 낮인데

 

 난 달 떠 있을 때가 낮이라서

 

 그래도 우리 이제  밤낮이 같아졌어요

 

 고마워요

 

 뭐가요존재 자체가?

 

 그것도 그렇고

 

 우리 누나요

 

 (선겸)  우리 누나 얘기 들어 주고  어루만져 줘서

 

 그거는 내가 못 하는 거거든요

 

 (미주)  [헛기침하며]  못 하시는구나

 

 먹어 볼게요

 

 [미주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맛있는데?

 

 [미주의 놀란 신음]

 

 뭐지이거 거의  리비에라에서 먹었던 클래스인데?

 

 맛집이에요?

 

 으음나 원래

 

 작업 하나 마치면  여행 가고 싶어지거든요?

 

 언제였더라?

 

 내가 작업하던 영화 배경지가

 

 이탈리아 휴양지였어요

 

 (미주)  사용 언어는 영어였고

 

 근데 그 작업 하는 내내

 

 마치 내가 거기 사는  외국인인 그런 기분이 드는 거예요

 

 도시 자체도 너무 아름답고

 

 그래서 뭐  결국 페이 몽땅 털어 가지고

 

 여행 갔지

 

 거기 사는 외국인 기분 내러

 

 - 혼자요?  - (미주

 

 (미주)  나 원래 혼자 잘 다니거든요

 

 핸드폰으로 지도도 안 보고

 

 그냥 이정표만 보면서 따라다니는

 

 그런 자발적으로  혼자인 시간이 좋아 가지고

 

 (선겸)  얘기 더 해 줘요

 

 더 듣고 싶어요

 

 (미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웬 독일 영화 한 편을 봤는데

 

 기내 자막이 꽤 괜찮았던 거 같고

 

 꽤 괜찮았고

 

 식당을 가도 그렇고  카페를 가도 그렇고

 

 (미주)  다 외국인들뿐이니까

 

 내가 웬만한 영어는 다 들리거든요?

 

 근데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영어를 쓰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답답했어요?

 

 아니요

 

 그 외국어의  정확하게 닿지 않는 지점이

 

 오히려 좋더라고요저는

 

 딱 필요한 말만 하면 되니까  쓸데없는 말 안 해도 되고

 

 예를 들면요?

 

 예를 들면  '안녕하세요', '이거 얼마예요'

 

 '감사합니다이런 거?

 

 말하다 보니까 다시 가고 싶네

 

 언제 다시 갈 건데요?

 

 글쎄요

 

 다음엔 나랑 같이 가요

 

 (선겸)  나도 거기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같이 가게 해 준다내가

 

 (미주)  같이 가요갑시다

 

 짐 싸요

 

 지금요

 

 나 내일 출근해야 돼서

 

 아유아쉽지만 같이 못 가겠네요

 

 [미주의 웃음]

 

 (미주)  아니그냥 해 본 말이잖아요

 

 누가 지금 당장 같이 가재?

 

 (선겸)  아쉽다

 

 [심전도계 비프음]

 

 [명민이 훌쩍인다]

 

 [명민이 흐느낀다]

 

 (태웅)  누나

 

 [단아의 거친 숨소리]  [문이 쓱 닫힌다]

 

 우리 단아도 왔구나

 

 [헛웃음]

 

 (단아)  회장님이 잘 숨기신 덕분에  이제야 왔네요제가

 

 저 패륜아 만드시게요진짜?

 

 너처럼 예쁜 패륜아가 어디 있어

 

 (명필)  그래도

 

 다들 보니

 

 좋구나

 

 [단아의 한숨]

 

 [명필의 한숨]

 

 사랑했다

 

 어쩌라는 거예요

 

 그랬다고

 

 [잔잔한 음악]  [피식 웃는다]

 

 좀 주무세요

 

 아버지

 

 [심전도계 경고음]

 

 [심전도계 정지음]

 

 [엘리베이터 조작음]  서명민

 

 나중에나 바빠

 

 눈 감으신 지 5분도 안 지났어

 

 애도는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버지 생전에 효도한 건 나야

 

 [단아의 헛웃음]  (명민)  네가 아니고

 

 그래

 

 알겠으니까

 

 품위 지키라고아버지한테

 

 넌 여유 있나 보다?

 

 (명민)  그래너는 지킬 거 다 지키면서 살아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차피 승진은 내가 할 거니까

 

 [통화 연결음]

 

 차 대기시켜 놨지?

 

 

 

 [무거운 음악]

 

 [영화의 한숨]

 

 성에 사는 사람이었지

 

 [코를 드르릉 곤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현진)  의원님급한 일입니다

 

 (정도)  

 

 아휴

 

 - 이제 겨우 잠들었는데  - (현진대외비입니다만

 

 서명필 회장 임종했답니다

 

 [어두운 음악]

 

 ?

 

 뭐라고?

 

 [헛웃음]

 

 결혼은 어떡하고

 

 (정도)  육 배우는

 

 스케줄 맞춰 봤어?

 

 조만간 휴차가 이틀 있는데  미국 간답니다

 

 (현진)  할리우드 영화 최종 미팅인데  거의 픽스 단계랍니다

 

 그리고

 

 기 프로 스캔들 건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결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노근성이 지지율이라도  계속 깎아내려야지

 

 두라니 무무슨 말씀이십니까

 

 처리하기로  은비랑 약속하신 거 아닙니까

 

 아유쓸모없는 새끼

 

 아들이라고 낳아 주고  키워 주고 그랬더니

 

 쓸데라고는 없고

 

 - 의원님  - (정도!

 

 너는 대체 언제 쓸모 있어질 거야

 

 (정도)  나하고 계속 같이 가려면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꺼

 

 - (단아오랜만이네  - (영화싫어요

 

 뭐가

 

 - 뭐든  - (단아무슨 일이었는진

 

 - 안 물어봐?  - (영화물으면

 

 - 말해 주긴 할 거고?  - (단아

 

 회장님 돌아가셨어  장례는 아직이고

 

 [잔잔한 음악]  [한숨]

 

 (영화)  괜찮아요?

 

 애도할 시간도 없이

 

 바로 다음 과정 준비하느라 바빠서

 

 모르겠네

 

 그런 건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잖아

 

 (단아)  어떨 때 보면

 

 꼭 얼른 돌아가시길  기다리는 사람 같을 때가 많았어

 

 패륜아처럼

 

 근데 그건 회장님

 

 아니아버지도 마찬가지셨어

 

 (단아)  회장님으로 부른 날이 더 많았고

 

 거의 그 이름으로만 받아들여졌으니까

 

 회장님 이렇게 되시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르겠구나'

 

 창창한 이영화가

 

 자기 시간 알차게 썼으면 좋겠는데

 

 그게 나는 아닌 거 같고

 

 그래서요

 

 어차피 결말

 

 정해져 있는 거 알고 만났잖아

 

 결말이 어떻게 될지 내가 어떻게 알아

 

 - (영화나 봐야 알지  네 해피 엔딩 못 해 준단 소리야

 

 (단아)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더 위로 올라가야 해서

 

 [떨리는 숨소리]

 

 나 집에 갈래

 

 나 따라오지 마요

 

 나 따라오면

 

 나 진짜 죽어 버릴 거예요

 

 나한테 협박을 한다  너를 담보로?

 

 협박이 될 걸 아니까

 

 [잔잔한 음악]  [헛웃음]

 

 그건 그러네

 

 (단아)  미안해

 

 내가 네 세계로 들어가면 됐는데

 

 너를 내 세계로 끌어들여서

 

 너는 결승선을 향해 가는데

 

 나는 반환점을 향해 가서

 

 미안해

 

 [영화의 옅은 숨소리]

 

 안 자고 뭐 해요

 

 아까워서

 

 (단아)  잡아 두려고시간

 

 대표님이

 

 미안하기로 결정했으면

 

 난 최대한 미뤄 볼 거야

 

 미뤄 보려고

 

 [한숨]

 

 [현진의 한숨]

 

 (현진)  요샌 여기서 지내는 거야?

 

 (선겸)  호텔보다 편해요

 

 보좌관님은요?

 

 그냥 어렸을 때처럼 불러  아저씨라고

 

 사표 냈거든

 

 사표를 냈다고요?

 

 아버지 지금 경선 한창이실 텐데

 

 똥 묻은 개로 오래 살아서 그런가

 

 (현진)  원래 그랬었는지

 

 똥통에 빠진 건지 헷갈리더라

 

 요즘엔 특히나

 

 [한숨]

 

 은비 스캔들

 

 의원님이 터뜨리신 거야

 

 노근성 의원 깎아내리고

 

 그걸 아름답게 수습해서

 

 이미지 챙기는 것까지가 목적이고

 

 은비 일 안 덮고 두시길래

 

 좀 캐 봤더니 그렇더라

 

 근데 그걸 굳이 저한테  말씀해 주시는 이유가

 

 나는

 

 너랑 은비 참 예뻐했거든

 

 (현진)  너희 위해서 한 말들이 많았는데

 

 상처였다면 미안했다

 

 너무 눈이 멀었어내가  의원님한테

 

 [한숨]

 

 아저씨 처음 봤을 때 생각나네요

 

 처음 만났을 때?

 

 (현진)  지금보다 젊고 잘생겼었나

 

 정의로운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선겸)  그게 참 멋졌거든요  어린 마음에저한테는

 

 [현진의 한숨]

 

 말씀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가실 길도 응원할게요

 

 (현진)  두 분

 

 이혼 얘기 나오는 건 알고 있니?

 

 [어두운 음악]  떠나는 마당에 무슨 말을 못 하겠냐

 

 이혼 아마 안 될 거야

 

 의원님이

 

 육 배우 관련해서  준비해 둔 게 없을 리 없잖아

 

 간다

 

 [선겸의 한숨]

 

 [한숨]

 

 [통화 연결음]

 

 통화 가능해요?

 

 집이에요?

 

 배고파서요

 

 최선은 다해 봤는데

 

 맛은 장담 못 하겠네요

 

 - (선겸잘 먹겠습니다  - (미주

 

 어때요?

 

 [미주의 한숨]

 

 아니레시피대로 음식을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야

 

 그러면 그 레시피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음식을 하는 내가 잘못한 걸까?

 

 아니요아니요맛있기만 한데요?  되게 맛있는데

 

 (미주)  

 

 상냥해

 

 딴 반찬들도 먹어요

 

 

 

 (선겸)  근데

 

 나 위로해 주는 거예요?

 

 내가 왜 위로를 해 줘요?

 

 내가 지금 위로받고 있는데

 

 왜 또무슨 일 있었어요?

 

 (선겸)  우리 누나요

 

 우리 누나는

 

 나보다 훨씬 더  아버지한테 사랑도 받고

 

 또 그만큼 정신적 학대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아버지는 그것도 다  사랑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뭘 받고 자랐는지  모를 때가 더 많았거든요

 

 [숨을 들이켠다]

 

 내가 오늘

 

 누나에 관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는데

 

 누나가 그걸 모른 채 있으면  바보 되는 기분이라서

 

 내가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근데 그걸 말하면 상처받을 거고

 

 그 상처 바라보기도 어려울 거 같고

 

 기선겸 씨는

 

 원래 생각한 건 바로 행동하고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죠

 

 근데 이번엔 왜 망설였어요?

 

 (미주)  왜 여기 있을까?

 

 본인도 상처받았기 때문이죠

 

 그 불편한 사실에

 

 [잔잔한 음악]

 

 [한숨]

 

 몰랐네

 

 아직도 모르는 거 너무 많네

 

 누나가 이럴 거다저럴 거다

 

 우리끼리 이렇게 추측하지 말고

 

 그냥 말을

 

 마음을 잘 전달해 봐요

 

 누나가 상처받으시면  이렇게 안아 드리고

 

 그런 게 가족 아닌가?

 

 그런 게 가족이구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네요

 

 (선겸)  고마워요

 

 [선겸의 한숨]

 

 (은비)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해

 

 네가 아버지가 너무 미워서  돌아 버린 거라고 해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가

 

 이걸 알아서 뭐가 달라져?

 

 (은비)  세상에 널리 알려?

 

 막 사실을 밝히기라도 해?

 

 그것도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한숨]

 

 밝힌다 쳐

 

 아버지 인생은?

 

 그럼 그런 식으로 자식 이용한  아버지 인생은?

 

 그리고 누나 인생은?  그 묻은 얼룩은?

 

 라이언이 내 말 믿어 줬어

 

 (은비)  난 그거면 돼

 

 나머지는

 

 시간 지나면 묻히겠지

 

 누나가 왜 그래야 되는데

 

 가족이잖아우리

 

 지금 가족이라 그랬다누나 입으로

 

 그게 뭐

 

 (선겸)  그럼 어쩔 수 없지가족인데

 

 내가 이 방법까진 안 쓰려 그랬는데

 

 (은비)  어쩌게

 

 엄마한테 이르게

 

 (은비)  너무 예상 밖인데 신박하다

 

 근데 너무 애새끼 같지 않니?

 

 애새끼일 때 못 해 봤으니까  지금이라도 해 보려고

 

 보통 아빠가 잘못하면  엄마한테 이르고 그러는 거래

 

 [은비의 웃음]

 

 (은비)  너 친구 많이 생겼나 보다?  [통화 연결음]

 

 엄마바쁘세요?

 

 [무거운 음악]

 

 [한숨]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매니저)  누나공항 패션 이 중에 고르실게요

 

 이야영어 공부 해 두길 잘했네요

 

 - (매니저할리우드라니  나 미국 못 가겠다

 

 (매니저)  오늘 출국인데

 

 스케줄 제가 공지 안 해 드렸나?

 

 누나 저번에 영상 오디션 보신 거  최종 미팅이라

 

 그러니까

 

 - 나 오늘 못 가겠다고  - (매니저누나누나누나

 

 왜 이런 장난을 쳐요안 웃겨요

 

 웃기려고 한 거 아닌데?

 

 (매니저)  이거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에요

 

 저 대표님한테 죽어요누나

 

 한 대표가 너 죽이기 전에  내가 걔 처리해 줄게

 

 (지우)  현기야누나 믿지?

 

 지금은 못 믿겠습니다

 

 왜 그러시는데요갑자기!

 

 할리우드 진출?

 

 그거 앞으로도 할 수 있어  내가 연기하는 한

 

 근데 내 자식이 상처받는 건

 

 [한숨]

 

 내가 애들 내팽개치고  얻은 영광이 몇 개인데

 

 내일 할게배우

 

 아니누나누나!

 

 김현진이 이 새끼 전화도 안 받고

 

 [헛웃음]

 

 사직서만 내면 다야?

 

 (정도)  ?

 

 당신 오늘 출국…  [문이 탁 닫힌다]

 

 [지우의 힘주는 신음]  [정도의 신음]

 

 [긴장되는 음악]  (지우)  기정도

 

 너 아주 갈 데까지 갔구나?

 

 어떻게 애들 갖다가

 

 네 부성애를 전시해?

 

 [당황한 숨소리]

 

 [한숨]

 

 장인어른도 아셔?

 

 [어이없는 숨소리]

 

 난 적어도

 

 네가 날 사랑해서 결혼한 줄 알았어

 

 (지우)  근데 여기서 걱정되는 게

 

 처갓집 돈줄 끊기는 거네?

 

 애들은 내가 데려갈 테니까

 

 불만 있으면 소송 걸어

 

 위자료 세게 받아 줄게

 

 (정도)  육지우

 

 너 지금

 

 네 멋대로 이혼을 지껄여?

 

 난 왜 이혼을 내 마음대로  못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을까?

 

 내 인생인데

 

 지우야왜 그래

 

 (정도)  오빠가 잘못했어

 

 정도 오빠경선 준비

 

 혼자서 잘해 보시고

 

 (지우)  질척거리면 나도 확

 

 우리 아빠한테 이른다?

 

 [문이 탁 열린다]  [성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아이씨!  [수화기를 쾅 내리친다]

 

 다 자기 멋대로야

 

 [함께 감탄한다]

 

 너무 맛있겠다웬일이야

 

 우리 이거 좀만 더 익으면  김치찌개 해 먹자

 

 (매이)  엄마도 참

 

 김장 좀 그만하라니까

 

 이렇게 매번 김치를

 

 (미주)  언니네 가족은 참 화목한 거 같은데

 

 (매이)  화목하지화목은 한데

 

 - 소통이 잘 안돼  - (미주?

 

 - 내 이름 봐라  - (미주맞네

 

 아니언니네 어머니가 매희라고 한 걸

 

 아버지가 매이로 알아듣고  출생 신고 하신 거잖아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나도 계속 헷갈렸잖아

 

 엄마는 '매희야', 아빠는 '매이야'

 

 내가 매희인지 매이인지

 

 환장하지이제 와 생각해 보면

 

 '매이를 매희라 부르지 않아도  그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가 따로 없네아주?

 

 사랑해여보

 

 원래 가족은 모이면 싸우고

 

 흩어지면 애틋하더라

 

 그냥 언니네 가족이  애틋하고 화목한 거지

 

 (미주)  나는 내 인생에  나밖에 없는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닐 때가 더 많은 거 같아

 

 언니가 내 가족은 아니지만

 

 꼭 호적에 나란히 올라야 가족이냐?

 

 (매이)  같은 피 섞여야 가족이야?

 

 우리 엄마는 계속 너  막내딸이라고 하던데

 

 이 불효막심한

 

 맞네

 

 우리 여보를 낳아 주신 분한테 내가

 

 불효를 저질렀네

 

 우리 어머니 뵈러 언제 가지?

 

 그러게안 간 지 꽤 됐네

 

 언니우리 내년에는?

 

 이 동네 자취인들 모아 가지고  김장 한번 크게 할까?

 

 - (매이…  - 어머니 좀 보내 드리고?

 

 [매이의 놀란 신음]

 

 너나 많이 해

 

 난 원래 사 먹는 주의야

 

 하자하자?

 

 [잔잔한 음악]

 

 [건타카 작동음]

 

 [작동음]

 

 [건타카 작동음]

 

 [째깍거리는 효과음]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닫힌다]

 

 (지현)  [헛기침하며]  대표님

 

 (단아)  

 

 회의 시간 아직이지 않나?

 

 이영화 씨 왔습니다

 

 - 들어오라고 해요  - (지현

 

 [문이 탁 닫힌다]

 

 (단아)  죽어 버린다더니

 

 네 발로 찾아왔다?

 

 대표님 시간 뺏기 싫어서

 

 (영화)  대표님한텐 시간이 제일 중요한데

 

 나한텐 대표님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런 대표님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내가 마음을 빨리 정리하는 거더라고

 

 안 받아요?

 

 대표님 그림

 

 (단아)  이걸 이렇게 받네

 

 나한테 주기 전까진 네 거라며

 

 그거 네 마음이잖아

 

 내 마음은 이미

 

 마음대로 다 가져가 놓고

 

 (단아)  어떻게

 

 돌려줄까?

 

 계속 갖고 있어요

 

 대표님 안에서 다 없어질 때까지

 

 잘 갖고 있다가

 

 분리수거만 잘해 줘요

 

 그거 중요하다면서

 

 [슬픈 음악]

 

 

 

 너 진짜

 

 [단아가 훌쩍인다]

 

 [흐느낀다]

 

 나는요

 

 아직도 똑같아요

 

 (영화)  대표님이 무슨 짓을 해도

 

 싫어지지가 않고

 

 계속 좋아

 

 그러니까

 

 계속 좋아하는 것도 내 자유잖아

 

 하지 말라고 할 거예요?

 

 아니

 

 (단아)  너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오래 살아요

 

 아프지 말고

 

 나의 첫사랑

 

 대답해야죠

 

 (영화)  ?

 

 오래 살게

 

 안 아플게

 

 "단 에이전시"

 

 [청소기 작동음]

 

 왔어요?

 

 [청소기 작동이 뚝 멈춘다]

 

 선겸이 형

 

 

 

 [잔잔한 음악]  (단아)  영화야

 

 목표는 내가 이뤄 줬고

 

 넌 꿈이 뭐니?

 

 대표님이랑 안 헤어지는 거

 

 (영화)  난 그 꿈 이뤄 보려고

 

 

 

 [흐느낀다]

 

 안 이뤄지는 거 맞았어

 

 (영화)  안 이뤄지는 거야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바텐더)  갈아 줄게요얼음 다 녹았네

 

 [단아의 한숨]

 

 아유땅 꺼지겠어요아까부터

 

 무슨 일인데

 

 일은 늘 있죠

 

 일이 늘 많아서

 

 [바텐더가 얼음을 잘그락거린다]

 

 걔를 포기했네

 

 그때 그관심 주던 사람?

 

 내가 관심을 꽤 일찍부터 줬나 보네?

 

 (단아)  이제 안 주려고요

 

 (바텐더)  누구나 자신만 열어 보고 싶은  보석함이 있대요

 

 그 안에 담긴 게  꼭 보석이란 얘긴 아니고

 

 바닷가에서 주운  씨 글라스일 수도 있고

 

 조개껍질일 수도

 

 누군가의 교복 단추일 수도 있지

 

 추억을 간직하는 거니까

 

 나만이 열어 볼 수 있는  보석함 속의

 

 반짝이는 추억이 되는 거

 

 그 시절을

 

 앞으로 영원히 없을 순간을

 

 소장하게 되는

 

 그런 거죠

 

 보석함에 넣기엔 애가 크긴 하던데

 

 보석함을

 

 크게 만들면 되지

 

 [함께 웃는다]

 

 (단아)  그건 그러네

 

 사장님은 뭐 넣어 놨어요?

 

 (바텐더)  난 보석함 작은 거

 

 처음에 샀던 집 열쇠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졌지만

 

 [다가오는 발걸음]

 

 - 어서 오세요  - (미주안녕하세요

 

 (미주)  아니왜 안 찾아와서  내가 찾아오게 만들어요?

 

 왜 찾아오는데?

 

 실장님이 부탁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친한 줄 아나 봐

 

 무슨 일 있어요?

 

 (미주)  대답하지 마요안 궁금하니까

 

 나 술 마시러 왔으니까

 

 여기 보드카 마티니 한 잔만 주세요

 

 젓지 말고 흔들어서

 

 이름이 어떻게 되죠?

 

 본드제임스 본드  [입바람을 후 분다]

 

 (단아)  느끼해

 

 (미주)  

 

 (바텐더)  빈 잔 치워 드릴까요?

 

 아니요아니요  제가 소주 마실 때도

 

 병을 잘 안 치우는 편이라

 

 그런 장르

 

 배려하겠습니다

 

 

 

 (단아)  

 

 알고 있었어요

 

 [잔잔한 음악]

 

 알면서 계속 만났어

 

 그랬으면서

 

 나는 또 걔가 끝내지 않길 바랐어

 

 내가 선 그어도

 

 계속 쫓아오길 바란 거지

 

 내가 어디에 있든 볼 수 있게

 

 영화 씨가 무슨 천리안도 아니고

 

 [단아가 피식 웃는다]

 

 나 이 엔딩 잘 알거든요

 

 좋아했던 건

 

 다 미련으로 남았으니까

 

 (미주)  미련 남기기 싫어서라도  안 좋아할 뻔했겠네

 

 그러려고 했죠

 

 근데 마음이

 

 마음대로 잘 안됐네내가

 

 [한숨]

 

 (미주)  

 

 여기 이거 술 대표님이 사는 거죠?

 

 메뉴 보니까 전반적으로 좀 비싸던데

 

 내가 재벌인데 얻어먹을까설마  서민한테

 

 오늘은 서민 소리가 나쁘진 않네

 

 (단아)  나도 서민 하고 싶다

 

 (미주)  바꿀래요?

 

 (단아)  아니요  [미주가 풋 웃는다]

 

 (영화)  대학생 한 장요

 

 (직원)  학생 할인 필요하세요?

 

 잠시만요

 

 맞는다잃어버렸지

 

 (영화)  다녀왔습니다

 

 뭐 해요?

 

 (선겸)  

 

 (영화)  뭐예요이게?

 

 (선겸)  선물

 

 (영화)  선물?

 

 갑자기?

 

 

 

 - (영화형  부탄가스도 넉넉하게 사서

 

 저 안에 넣어 놨어요

 

 (영화)  저요

 

 전시 보러 갔는데

 

 학생증이 없어서 할인 못 받았어요

 

 그래서 안 봤어요

 

 나는요

 

 아프면 아픈 대로 둘 거예요

 

 안 아파지면

 

 그때 안 아파하면 되니까

 

 [잔잔한 음악]

 

 이게 피상적으론  새드 엔딩일 수 있겠지만

 

 전 대표님을 만난 덕에

 

 앞으로 다가올 감정들을  배우고 성장하겠죠?

 

 그래서 대표님이 학생이라고 불렀나 봐

 

 좀 배우라고

 

 기초 공사를 하는 시간이었을 거예요

 

 대표님이랑 미래를 꿈꿀 수는 없어도

 

 대표님이 없었으면  다가올 관계들을 미성숙하게 해냈을

 

 그런 거

 

 언젠가는 뭐

 

 '그 사람이 누구였지?' 하고  희미해질 수 있겠지만

 

 괜찮아요

 

 (영화)  여기에 다 남아 있으니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감독)  암만 출품을 해도

 

 영화제 측에서 초청을 안 해 줘서  못 가 봤었는데

 

 번역을 잘해 주신 거 같습니다

 

 덕분에 초청받아서 저

 

 두바이 영화제에 갑니다  [미주의 놀란 신음]

 

 (미주)  어머머웬일이야너무 잘됐다

 

 진짜

 

 너무 축하드려요

 

 내가 자막을 여러 번  수정한 보람이 있네

 

 여러 번 수정

 

 그렇죠제가 진짜  더럽게 많이 괴롭혔죠

 

 영어도 쥐뿔도 모르면서

 

 아유감독님 입장에서는

 

 직접 쓰신 글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거니까 이해해요

 

 덕분에 번역가님도 저 많이 괴롭혔죠

 

 (감독)  나 진짜 아차 싶더라

 

 내가 버튼 누른 거 같아서  [함께 웃는다]

 

 여전히 말씀을 참  아름답게 하시네요

 

 저한테 진짜 화도 많이 내셨는데

 

 참 엊그제 같은데

 

 번역 구하신다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거  콘택트했을 때

 

 불리하시면 꼭 그렇게  말 돌리시곤 하셨는데

 

 그때도 잡과 잡 사이에서  우연히 본 거였는데

 

 참 어쩐지 끌리더라고요

 

 영화는 착한데  넌 성격이 왜 그 모양이냐

 

 이 새끼저 새끼 욕도 많이 하시고

 

 아유진짜

 

 (미주)  아니지금 다 지난 일이라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번역가님이 인볼브해 주신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

 

 이제 와서요?

 

 이제라도  포장에 일조해 보자는 거죠

 

 아름답게

 

 [함께 웃는다]

 

 (미주)  진짜

 

 아유잘됐네요

 

 (감독)  고마워요진짜

 

 뭐야?

 

 왜 이렇게 근사하게 하고 왔어요?

 

 나 취직했어요에이전트로

 

 (미주)  어머어떡해아유너무 잘됐다  [밝은 음악]

 

 아유축하해요  어떡해기특해서?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내가 다 사 줄게요

 

 뭐 갖고 싶은 것도 있나?

 

 저기 저 하늘의 저거 별 갖고 싶어요?

 

 말만 해요다 따 주려니까

 

 괜찮아요안 필요해요

 

 다행이다

 

 별은 못 따 줘요어차피

 

 밥은 내가 사고 싶어요  나 취직했으니까

 

 - 배고플 때 탕?  - (선겸배고프니까

 

 날 추우니까 감자탕

 

 (미주)  

 

 참 이젠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다 말하고

 

 아유기특해아유다 컸어아이고

 

 (선겸)  또 애 취급나도 해야지

 

 다 컸어

 

 그럼 졸업을 하시든가요?

 

 !

 

 (미주)  우리 이제 말 완전 잘 통하지 않아요?

 

 웬일이야진짜?

 

 (미주)  직업이 뭔데요

 

 존 윅이세요?

 

 그게 뭔데요?

 

 - 몰라요?  - (선겸몰라요

 

 

 

 근데 그게 왜 변태예요?

 

 - 제가요?  - (미주아니

 

 제가요

 

 - 변태예요?  - (미주아니

 

 진짜 그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원래도 말 잘 통했는데

 

 그동안 누구랑 잘 통한 거예요?

 

 그러고 보니까  총은 요즘 안 들고 다녀요?

 

 못 본 지 꽤 된 거 같은데

 

 

 

 아무도 못 찾을 만한 데에다가  잘 모셔 놨어요

 

 우리 예전 얘기 하니까 생각난 건데

 

 진짜 변태 아니에요?

 

 - (미주야  우리 이제 말 막 놓는 건가?

 

 - 그럴까?  - (선겸아니

 

 (미주)  그래

 

 [함께 웃는다]

 

 (미주)  가자

 

 - 내일 바쁘니?  - (태웅내일?

 

 내일

 

 형이 어디 오라 그래서  거기 가야 되는데

 

 나도 가주주 총회

 

 [태웅이 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단아)  내일

 

 내 동생 해

 

 [섭섭한 숨소리]

 

 내일만?  [단아의 헛웃음]

 

 네가 내 동생이 아닌 적이 있었어?

 

 앞으로도 쭉 계속 그렇게 해

 

 [밝은 음악]

 

 (태웅)  누나!

 

 치대진 말고

 

 [지우의 힘주는 탄성]

 

 (은비)  짜잔!

 

 (지우)  어머

 

 이게 뭐야엄마 딸

 

 이혼 축하해요육지우 여사

 

 (은비)  우리 엄마 육지우 석 자로  제일 유명한데

 

 어디 가서 누구 아내 하시고  누구 엄마 하시느라 고생하셨어

 

 이제 누구 엄마도 하지 말란 거야?

 

 언제는 했어요?

 

 나도 이럴 때나 엄마 따라왔는데

 

 (지우)  아유엄마 딸

 

 잘 컸어엄만 해 준 것도 없는데

 

 해 준 게 뭘 없어

 

 너 아기 때

 

 다른 애들은 다 엄마가 케어해 주고  따라다녀 주는데

 

 못 해 줬잖아내가

 

 걔네가 다 똑같이 엄마라고 부르니까

 

 (은비)  난 엄마는 다 같은 줄 알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인데

 

 엄마 덕에

 

 이름은 같아도 역할은 다 다르다는 걸  좀 일찍 배웠네

 

 촬영해야 되죠?

 

 저도 가 볼게요이제

 

 우리 딸은 어디로 가니?

 

 [은비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은비)  이젠 진짜 하늘 좀 보고 살까 해요

 

 여차하면 바다 좀 보고

 

 평범하고 평화롭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탁 닫힌다]

 

 (단아)  아메리카노 한 잔 테이크아웃해 주시고

 

 [포스 단말기 작동음]

 

 미안해요

 

 ?

 

 그때 내가 했던 짓거리가 좀

 

 무례했던 거 같아서

 

 (단아)  남의 감정을 막 그렇게  묻고 그러면 안 됐던 건데

 

 [커피 머신 작동음]

 

 (단아)  좋아해요?

 

 저거 그린 학생

 

 좋아해요

 

 [잔잔한 음악]  물어 준 사람이 처음이라

 

 사실 대답하고 싶었어요그때

 

 말 한마디면 되는 건데

 

 (단아)  나 사실

 

 결혼하기 싫어서

 

 집에다가 가짜 커밍아웃 했어요

 

 누군가에겐 일생일대의 굴레였을 텐데

 

 나는 그거 핑계로 삼았어서

 

 미안합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컵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뭐야

 

 (영화)  우리 집에 청소기가 있었나?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화)  

 

 왔어?

 

 어유무슨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뭐야뭐가 이상한데

 

 뭐지?

 

 뭐가 이상하지?

 

 

 

 - 술 먹었어?  - (예준아니

 

 오늘은 맨정신

 

 밤에 맨정신으로 온 적이 드문데

 

 나 너희 대표님 만났다?

 

 ?

 

 (영화)  어디서?

 

 나한테 사과하더라

 

 너한테 사과를 왜 해

 

 (영화)  왜 너한테만 해?

 

 나한텐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는데

 

 너한텐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나 보지

 

 (예준)  헤어진 거 맞냐?

 

 계속 짝사랑 중이다

 

 에이씨너 누구 편이야

 

 너 내 첫사랑이야

 

 [잔잔한 음악]

 

 뭐야뭐라는 거야

 

 다 됐다 싶어서

 

 이게

 

 내 짝사랑의 완성

 

 완성되는 순간은 어떻게 알아?

 

 - (예준알긴 알아?  - 다 됐다 싶을 때?

 

 내가 완성해야

 

 끝나는 거잖아

 

 [떨리는 숨소리]

 

 그게 뭐가 완성이야

 

 마주 봐야 완성이지

 

 네가 왜 우냐?  나도 안 우는데

 

 몰라이 새끼야

 

 [예준의 한숨]

 

 난 진짜 너한테 안 되나 보다

 

 (예준)  아유속 시원하다

 

 예행연습 해 보길 잘했네

 

 (동경)  그렇게 진행하면 될 거 같아요

 

 - (선겸안녕하세요  - (동경왔어요?

 

 여기 제 선수 김우식 선수입니다

 

 안녕하십니까김우식이라고 합니다

 

 김우식 선수 말씀 많이 들었어요

 

 - 환영합니다  - (동경반가워요

 

 앞으로 잘해 봅시다

 

 

 

 [휴대전화 진동음]

 

 (태웅)  나 오늘 1위 했다

 

 기뻐서 울었어

 

 팬들이 내 눈물은 진주래

 

 갖다 팔든가

 

 옆엔 누군데

 

 [휴대전화 진동음]  (태웅)  옆엔 나랑 같이 유닛한 루시안

 

 리더야

 

 도청하나?

 

 [잔잔한 음악]

 

 (TV 속 앵커)  오늘 치러진 행복자유당 당내 경선으로

 

 차기 대권 후보가 가려졌습니다

 

 유력한 후보였던 기정도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노근성 의원에게 밀려  낙선한 가운데

 

 경선 결과 발표 후  정계 은퇴를 시사했습니다

 

 한편 노근성 의원은 얼마 전 제기된  불륜설에 대해

 

 오해로 생긴 해프닝이며

 

 자신의 불찰로  기은비 선수에게 피해를 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도의 한숨]

 

 [문이 탁 열린다]

 

 [영화가 흥얼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노트북 전원음]  (영화)  노트북 샀어요?

 

 뭐야  맨날 내 거 빌려 쓰더니?

 

 이젠 내 거가 필요할 거 같아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의미로  한번 사 봤어요

 

 좋은 걸로 샀어요?

 

 기계 이런 거 잘 몰라서  그냥 최신형으로 샀어요

 

 우아색감 되게 고급지다

 

 형이랑 분위기 되게 잘 어울려요

 

 새 출발 응원해요

 

 나도 새 학기 응원할게요

 

 (영화)  저 드로잉 과제 때문에 그러는데

 

 시간 되실 때 모델 좀 돼 주세요

 

 (선겸)  시간이 없는데

 

 (영화)  

 

 전 아까 형 응원했는데

 

 형도 저 응원한다면서요

 

 역동적인 모델  그릴 기회가 없어서 그래요

 

 형이 선수여서 딱인데

 

 (선겸)  내가 운동 그만둔 지가 언젠데

 

 그러지 말고 지금 시간 있어요?

 

 그럼 따라와요  내가 진짜 운동 보여 줄게요

 

 [거친 숨소리]

 

 (선겸)  몸에 열 좀 냈어?

 

 - (우식?  - (선겸일로 와요

 

 - (영화아  - (우식안녕하세요

 

 (선겸)  여기가 김우식 선수예요

 

 이 친구 뛰는 게 진짜 운동이지

 

 안녕하세요이영화라고 해요

 

 이름이 영화예요?

 

 진짜 멋지세요

 

 저 영화 진짜 좋아하거든요

 

 - (영화진짜요?  - (우식

 

 (영화)  그런 얘기 좀 많이 들어요

 

 이 친구가  오늘 너 뛰는 것 좀 그리고 싶대

 

 - 화가세요?  - (영화아유아니에요

 

 아직은 학생이에요

 

 그건

 

 졸업 이후가 되겠네요

 

 저 화가랑 처음 말해 봐요

 

 다음에 나는 대안 학교 벽화 그려 줘요

 

 제가 왜요

 

 내가 운동선수 소개시켜 줬잖아요  재능 기부로 갚아요

 

 그래요벽이 얼마나 큰데요?

 

 너무 크면 저 혼자 다 못 그려요

 

 육상부 애들이랑요

 

 (선겸)  너무 운동만 하니까

 

 다른 방향으로 좀  환기 좀 시켜 주고 싶어서 그래요

 

 - (영화그래요  - (우식선배님!

 

 - (우식안녕하세요  - (영일잘 있었어?

 

 (선겸)  

 

 팀에서는 훈련 안 해?

 

 넌 말투만 다정하냐맨날

 

 - (영일누구시지?  - (영화!

 

 안녕하세요이영화라고 합니다

 

 선겸이 형 룸메이트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영일)  얘랑 같이 산다고요?

 

 어떻게?

 

 ?

 

 

 

 권영일이라고 합니다

 

 얘 친구예요

 

 형 친구라고요?

 

 어떻게?

 

 (영일)  

 

 그만들 해요둘이

 

 

 

 선배님 오늘 헬멧이 없네요?

 

 차에 두고 오셨어요?

 

 바이크 팔았어

 

 오늘 온 거는

 

 이것 때문에

 

 '신랑 권영일'?

 

 (영화)  결혼하세요?

 

 이야축하드립니다?

 

 (영일)  감사합니다

 

 제가 두 장밖에 안 가져와 가지고

 

 아유전 괜찮아요

 

 (우식)  드디어 하시는구나

 

 축하드립니다선배님

 

 (영일)  고마워  [우식의 웃음]

 

 (영일)  

 

 (우식)  원래 둘이 잘 싸워요

 

 - (영화그래요?  - 만나는 사람이 있었어?

 

 [영화와 우식이 대화한다]

 

 10년 만났어

 

 10

 

 [영일의 한숨]

 

 (예찬)  오늘 엄마 그냥 진짜 캠핑 온 걸까?

 

 (예준)  너 수능 때문에 계속 못 왔던 거니까

 

 (예찬)  둘이는 몇 번 왔었는데  오늘은 네가 있으니까 그러지

 

 (예준)  나 없이

 

 [다가오는 발걸음]

 

 (동경)  고예찬 성인 됐으니까 와인 한잔해

 

 (예찬)  나 술 처음 먹어 봐

 

 예준이가 동생 한 잔 줘

 

 (동경)  네가 여덟 살 때인가?

 

 나한테 그러더라

 

 '엄마는 나 낳은 거 후회해?'

 

 난 기억 안 나는데

 

 (예준)  대답은 뭐였는데?

 

 못 했어

 

 (동경)  스물한 살 때 너 처음 가졌을 때

 

 후회한 순간을 들킨 거 같아서

 

 그 죄책감을  모성애로 치환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됐네그마저도

 

 [잔잔한 음악]

 

 (예준)  엄마가 죄책감을 왜 가져

 

 남의 자식 신경 쓰느라

 

 내가 네 옆에 못 있어 줘서

 

 (동경)  내가

 

 너무 빨리 이혼을 해서

 

 그냥

 

 사람은 다 다르잖아

 

 그렇지

 

 (예준)  다른 게

 

 틀린 건 아니잖아

 

 (동경)  그렇지

 

 다 컸네고예준

 

 (큐레이터)  전시 기간은 2주가량 될 거 같아요

 

 (영화)  

 

 (큐레이터)  느낌은 오는데

 

 정확히 뭐예요?

 

 (선겸)

 

 [노크 소리가 들린다]

 

 - (미주기선겸 씨나 왔어요  

 

 얼른 와서 몸 좀 녹여요

 

 [밝은 음악]  (선겸)  아이고왜 그래갑자기

 

 - (선겸무슨 일 있어요?  - 나 진짜 무슨 일 있어요

 

 무슨 일?

 

 나 전에 그

 

 한국 단편 영화 자막 작업 했던 거  얘기한 적 있잖아요

 

 그 영화오미주 씨가  엄청 좋다고 했던 그 영화?

 

 근데 그게 국내에선  반응이 별로였는데

 

 해외에서 반응이 좋대요

 

 (미주)  감독님이 지금

 

 영화제 초청돼 가지고

 

 외국 나가 계시거든요?  이거 봐 봐요

 

 (선겸)  ?

 

 '오미주'

 

 '당신도 오늘 여기 함께 왔다'?

 

 (미주)  나 진짜 이런 거는 처음 받아 봐요

 

 나 앞으로도 작든 크든

 

 진짜 열심히 해 보려고요

 

 내가 또 하면  완전 잘하잖아요그렇죠?

 

 (선겸)  아유그럼요완전 잘하죠

 

 이 영화의 메시지가  참 마음에 들었거든요저는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상냥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 안 했으면 좋겠어'

 

 (미주)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서

 

 나 이제 알겠어요

 

 오미주 씨가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

 

 - 이제 와서?  - (선겸

 

 맞는다  나 온 김에 할 일 있는데

 

 일기장 좀 갖고 와 봐요

 

 (선겸)  일기는 혼자 써서  혼자 보는 거라면서요

 

 안 볼게요안 볼게  갖고 와 봐요빨리

 

 (선겸)  이거기는 한데

 

 [미주의 웃음]

 

 (미주)  안 볼게요진짜

 

 맹세안 봐요

 

 걱정을 하고 그래

 

 진짜 안 볼 거예요

 

 [미주의 헛기침]

 

 (미주)  

 

 (선겸)  '참 잘했어요'? 이게 뭐예요?

 

 - 참 잘했어요  - (선겸

 

 (미주)  도장 찍은 거예요이렇게

 

 - (선겸어  선생님들이 일기 검사할 때

 

 이렇게 보통 해 주지 않나?

 

 아휴나 또 애예요?

 

 참 잘했어요기선겸 어린이

 

 (미주)  역시 '참 잘했어요'는  어린이죠그렇죠?

 

 - (선겸맞아요  뿌듯하죠?

 

 (선겸)  아이뿌듯해

 

 [흥미진진한 음악]

 

 축하드립니다부사장님

 

 '최연소붙여 주세요

 

 비현실적이라 더 짜릿하니까

 

 우리가 해냈어요실장님

 

 그 판타지 같은 일을

 

 우리라서 해낸 거죠

 

 그건 그러네

 

 이번 신인 작가전 퀄리티  정말 괜찮아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제 마음에 들어서 뭐 해요

 

 전시 보러 오시는 분들  마음에 들어야지

 

 (단아)  일 보세요

 

 시간 뺏으러 온 거 아니니까

 

 (큐레이터)  

 

 [감성적인 음악]

 

 나도

 

 나도 보고 싶어

 

 [부드러운 음악]

 

 잘 어울리네요

 

 둘 다

 

 네가 뒤에 있으니까

 

 (영화)  오늘은 없어요?

 

 그림 감상평

 

 (단아)  어떻게 하면 그렇게 그려요?

 

 대체 뭘 먹고 뭘 보면

 

 학생 안이 어떻게 돼 있으면  그림을 그따위로 그리나 싶던데

 

 (영화)  

 

 밥버거 많이 먹어요

 

 그리고 전시나 영화도 많이 보고요

 

 그리고 제 몸 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들어갔다 나와 본 게 아니라서

 

 안이 어떻게 돼 있는진 몰라도  그림엔 아주 시꺼멓던데끈적거리고

 

 (단아)  내가

 

 그 안에 들어갔다 나와 보니까

 

 아주 반짝이더라

 

 오늘로 하자

 

 내 진짜 생일

 

 생일 축하해요

 

 대표님

 

 (미주)  우리 잠깐만 쉬었다 갈까요?

 

 (선겸)  우리 좀 뛰다가 쉬어요

 

 (미주)  여기서여기서 쉴 건데

 

 [미주의 거친 신음]  (선겸)  우리 이제 뛰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아마 평생  서로를 이해 못 하겠죠?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

 

 [호응한다]

 

 저 사람은 저렇구나

 

 나는 이렇구나

 

 서로 다른 세계를  나란히 둬도 되지 않을까그렇죠?

 

 (미주)  그러니까 우리 서로를 이해 못 해도  너무 서운해하지 맙시다

 

 그건 불가해한 일이고

 

 우리는 우리여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면 되지

 

 내가

 

 사랑한다고 말한 적 있던가요?

 

 지금인 것 같아서

 

 우리가 사랑을 말할 때?

 

 사랑해요

 

 [부드러운 음악]

 

 (선겸)  쉬는 시간 끝

 

 (미주)  뭐야

 

 뭐야사랑한다면서요

 

 좀 있다가 내 영화 보러 갈래요?

 

 그럼 영화 보는 나를 봐요

 

 나는 좋아하잖아

 

 (선겸)  [웃으며]  나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아무 말 안 해도 이젠 알아요

 

 사랑하니까

 

 (미주)  이럴 땐 뭐  아무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진짜 해피 엔딩 같았는데 왜 흥을 깨

 

 (미주)  해피 엔딩이 대체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막 온갖 영화에 다 나오잖아요

 

 '사운드 오브 뮤직?

 

 (선겸)  그게 뭔데요?

 

 (미주)  음악 시간에 필수로  틀어 주는 거 있잖아요음악 영화

 

 (영화)  저 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는데

 

 요즘에는 '라라랜드틀어 주겠죠?

 

 (미주)  내가 진짜 온갖 콘텐츠를  다 보고 사는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

 

 그 해피 엔딩이라는 게 결국에는

 

 문명이 만들어 낸 환상이고 허상이야

 

 [영화의 탄식]  애초에 존재를 안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해

 

 (영화)  그건 너무 염세적이다

 

 (미주)  아유

 

 (단아)  애초에 정의가 뭔데?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다 갑니다?

 

 (미주)  

 

 [선겸이 캔 맥주를 쉭 딴다]  그래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세상

 

 죽을 때까지 함께라 쳐요

 

 근데 결국 죽는 그 순간부턴  이별인 거잖아

 

 그러니까 영원한 사랑 자체가  허상인 거야

 

 (영화)  아니죽어서도  천국에서 만날 수도 있죠

 

 (미주)  죽어서 만날 수 있는 건  키아누 리브스밖에 없어요

 

 그게 누군데요?

 

 - 존 윅요존 윅  - (선겸존 윅?

 

 (선겸)  존 윅은

 

 천국 못 갈 거 같은데  킬러잖아요

 

 [헛웃음]

 

 애초에 사후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

 

 근데 천국 가는 키아누 리브스는  '콘스탄틴아닌가?

 

 [놀라며]  맞네?  내가 순간 헷갈렸나 보다맞네

 

 근데 존 윅이 킬러인 거  어떻게 알았어요?

 

 - (선겸검색해 봤어요  - (미주검색해 봤어요?

 

 (영화)  저는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토끼 같은 자식 낳고 잘 살면

 

 그게 해피라고 봐요

 

 네가 토끼를 왜 낳아

 

 과학이 발전하면 제가 낳을 수도 있죠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오래 살아학생  토끼 낳을 수 있을 때까지

 

 대표님은요?

 

 해피 엔딩 기준 뭐예요?  저랑 같으면 안 돼요?

 

 우리 영원히 사랑할 건데

 

 난 결혼 싫어서  집에다가 가짜 커밍아웃까지 했는데?

 

 이런 의미 없는 대화에  시간 쓰는 거 아깝지 않아요?

 

 술이나 마십시다

 

 그러니까나도 영화에는  너무 문외한이라서

 

 - (선겸우리 건배라도 할까요?  - (영화좋아요

 

 건배도 뭐위할 게 있어야 하지

 

 뭘 위하지?

 

 (미주)  나 이번에 완주한 거?

 

 그거 위해서 건배합시다

 

 (영화)  좋아요좋아요좋아요

 

 - (미주그렇지그렇지?  - (영화

 

 - (미주완주를  - (영화완주를

 

 - (미주좀 같이 좀 하죠?  - (영화대표님

 

 (단아)  어떻게 위하는 건데

 

 - (미주그냥 부딪치기만 하면 돼요  - (선겸이렇게

 

 (미주)  하나

 

 - (미주완주를 위하여!  - (영화완주를 위하여!

 

 [밝은 음악]

 

 [청소기 작동음]

 

 [지우의 놀란 신음]

 

 (지우)  [작은 소리로]  어서 와

 

 [지우의 한숨]

 

 [발랄한 음악]

 

 (영화)  [작은 소리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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