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3
3부-촬영고
S#1. 사채 차 안 + 시골길 (밤)
2부 엔딩에 이어서...
안개들 사이로 가장 먼 가로등부터 차례로 퍽! 퍽! 퍽! 터져나간다. 흡사 어둠이란 동물이 차근히 기어오는 것처럼 사위 점차 어두워지더니, 헤드라이트 불빛만 형형한 가운데.. 점점 더 가까운 곳 가로등들도 퍽! 퍽! 터져 나가, 드디어 차 서 있는 곳 가로등 하나 남았다. 마침내 헤드라이트까지 퍽 퍽 나간다! 불빛이라곤 자동차 내부 LED들만 반짝이는데,
은탁 !!! (저 멀리 보이는 무언가!!)
멀리, 일렁이는 안개 속을 걸어 나오는 두 개의 검은 실루엣.
실루엣 점점 선명해지더니 뚜벅뚜벅 걸어오는 두 사람의 구둣발 보인다.
이내 안개 속을 나오는 선명한 두 사람의 얼굴, 바로 도깨비와 저승사자다!!
서리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도깨비와 저승,
은탁 !!!
사채1 뭐, 뭐야, 저 새끼들! 맨인블랙이야?
다음 순간, 도깨비와 저승, 눈앞에서 휙 사라지더니,
착각인지, 환상인지 가늠할 새도 없이 차체에서 우지끈! 쉭! 알 수 없는 소리 나며,
달리는 차 부감으로 보이는데,
달리는 차가 보닛부터 트렁크 쪽으로 반으로 찢어지며, 도로바닥의 노란 중앙선 보이는데!!
은탁 옆에 앉아있던 사채1의 오른쪽 옷자락, 칼에 베인 듯 예리하게 베어져 나풀나풀..
차 안의 사채1,2와 은탁, 정확히 반으로 찢어져가는 차에서,
그제야 상황 인지한 듯, 사채1,2 “으아아아아악!!!” 비명 지르고,
“아.. 아..!” 공포에 숨도 못 쉬며 조수석 붙잡고 얼굴 묻은 은탁이고! 다음 순간,
E 우당탕 쾅! 끼기익-!!
사채업자 쪽 차, 어딘가에 부딪치고 구르는 요란한 소리.
반면, 은탁 쪽은 부드럽게 속도가 줄어들더니, 천천히 도로 일각에 멈추는 차.
은탁 ...?!! (겁먹은 얼굴로 겨우 눈 떠보면..!)
잘려나간 차 옆 부분에 가볍게 기대서서 은탁 보고 있는 저승!
은탁, 그대로 굳어 저승만 보는데, 은탁의 옆 차문 열린다.
은탁 놀라 보면, 도깨비 차문 연 채, 은탁 보며 서 있다. 도깨비의 다른 손엔, 물의 검 들려 있다.
은탁 !!!...
은탁, 물의 검에서 시선 못 떼는데, 그 순간 팟, 물방울로 사라지는 물의 검.
도깨비 내려야지.
은탁 (아직 정신 반쯤 딴 데 가 있지만 끄덕끄덕)
도깨비 니 물건들 챙기고.
은탁 아.. (핸드폰 지갑, 목도리 등 챙기고 내리려하면)
도깨비 물의 검 잡고 있던 손, 가만히 은탁에게 내민다.
은탁, 잠시 두려운 눈빛으로 도깨비 보다, 도깨비 손 꽉 잡고 차에서 내리는데,
그대로 다리 힘 풀려 무릎 훅, 꺾인다. 그런 은탁, 탁 받아 부축해 올리는 도깨비.
도깨비 (!) 다쳤어? 어디.
저승, 은탁 내리자, 가볍게 기대고 있던 몸 떼면 반쪽 차체, 그대로 바닥에 쾅! 처박힌다.
은탁, 쾅!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아!” 도깨비 쪽으로 얼굴 묻었다, 자신이 탔던 반쪽 차 보며,
은탁 (놀라 목소리도 잘 안 나고) 다쳤.. 그게..
도깨비 (잘 안 들려 가까이 다가가며) 뭐?
은탁 ..다쳤냐고. 그렇게 묻기 있어요?! 차를 저렇게 갈라놓고?!
도깨비 아니 그.. 저렇게 하기 전에 저 자들이 다치게 하지 않았냐 뭐 그런 물음..
(화제 바꿔) 여기 잠깐만 있어. (사채업자들 쪽으로 가는데)
은탁 ! (그제야 사채업자들 생각나 보면!)
저만치 반쪽짜리 차체와 함께 널브러져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사채1,2.
도깨비와 저승 무서운 얼굴로 사채업자들 쪽으로 저벅저벅.
은탁 !! (설마) 어떡하려구요? 죽일 거예요? 죽일 건 아니죠?
도깨비 !! (날 그렇게 보는 건가..) 아니야.
은탁 뭐 말만 하면 다 아니래. 저승, (눈짓으로)도 같이 왔네요 뭐.
저 양반이 나 구해주자고 왔겠어요?
저승 저 맥락이 더 자연스럽긴 하지.
도깨비 걱정 마. 안 죽여. 단지 내가 화가 났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뿐이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게.
은탁 !!!
도깨비, 다시 사채업자들에게 뚜벅뚜벅 다가간다.
사채업자들 귀신 본듯 놀라,
사채2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사채1 내 다리.. 악.. 내 다리..!!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도깨비 이틀 동안 이 길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거야.
이틀 동안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는 행운 따위, 없단 뜻이다.
죽을 만큼 아프겠지만 죽진 않을 거야. 다행히 이틀 후에 경찰에 의해 발견되거든.
사채1,2 !!
도깨비 죗값은 경찰서에 가서 치르면 된다. 내게 치르지 않게 된 걸 감사히 여겨라.
신은 때론 네가 핍박한 자들 사이에 숨어있는 법. 감사인사는 저 아이에게 하고.
(사채1,2의 어깨 위로하듯 탁탁 치면)
사채1,2 (사고로 부러진 팔이며 어깨가 아파서) 으아아악!
도깨비 아, 미안.
옆에서 그 모습 지켜보고 있던 저승, 다가와
저승 (최면 거는) 둘이 싸운 거다. 그뿐. 너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 둘은 평생 화해는 못할 거야. 참고로.
사채1,2의 눈빛 묘해지는데... 그 모습 지켜보는 은탁이고.
S#2. 시골길 (밤)
시골 밤길, 터벅터벅 걷고 있는 도깨비, 저승, 은탁.
은탁, 말없이 앞만 보고 걷고 있다. 걸음에 알 수 없는 예민함 묻어난다.
도깨비와 저승 그런 은탁 눈치 보며 걷는데..
은탁 (....) 차를 안 가져 온 거예요?
도깨비 ..우린 차를 잘 안타고 다녀서. (쩝..)
은탁 아. (끄덕 끄덕 하더니) 혹시 진짜 혹시 해서 묻는 건데요,
두남자 ! (보면)
은탁 저 혹시 죽었나요? 지금 저승 가는 길인가요 이 길은?
도깨비 여긴 그냥 시골길이지. 좀 전에 우리가 널 살렸고.
은탁 아 그럼 이제부터 죽일 거예요? 저 혹시 생포된 건가요? 산 채로?
저승 (텔레파시) 궁금해서 그러는데, 살려줘서 고맙다 감사하다는 언제 듣는 거야?
도깨비 (텔레파시) 침착해. 우린 지금 화가 안 풀린 열아홉 살 여고생과 함께야.
은탁 두 분이 이렇게 친하신 줄 몰랐네요.
살려달라는 사람한테 저승사자를 데려 오면 어떡하지?
저승 (텔레파시) 궁금해서 그러는데, 살려줘서 고맙다 감사하다는,
도깨비 조용히 해!
은탁 (!..) 왜 소린 지르구..
도깨비 (아차.. 빡! 저승 째려보면)
저승 (어깨 으쓱)
은탁E (괜히 서러워) 내가 뭐 못할 말 한 것도 아니고.. 뭐 살려주면 다야?
(신경질) 근데 여긴 무슨 도로가 지나가는 차도 한 대 없어!!
저승 (텔레파시) 이 길에 이틀 동안 차가 안 다니게 했는데 누가. (도깨비 보면)
도깨비 (텔레파시) 조용히 하라고! (눈으로 막 일갈하고)
S#3. 분식집 (밤)
자글자글 끓고 있는 즉석 떡볶이. 떡볶이를 사이에 둔 도깨비와 은탁은 서로 말이 없다.
은탁, 국자로 떡볶이 휘휘 젓고 있다. 끓는 떡볶이 소리만 계속... 그러다,
은탁 (국자 내려놓고 가스레인지 끄고 부탄가스 버튼도 야무지게 탁 올리고는) 왜 아직 안 떠났어요? 떠난다면서요.
도깨비 조만간.
은탁 아. 신경 쓰지 마세요. 뭐 엄청 궁금해서 물어본 거 아니에요.
도깨비 알아.
은탁 !.. (치..) 근데 어떻게 왔어요? 나 아까 라이터 못 불었는데.
도깨비 글쎄. 그냥 들린 거.. 같은데? 살려주세요 뭐 그런 거?
은탁 (?) 속으로 생각 한 건데?
도깨비 속으로 생각을 크게 하는 편인가보지.
은탁 (창피해서 괜히) 안 올 수도 있었잖아요.
도깨비 안 올 이유가 없었어.
은탁 !!!
도깨비 (보면)
은탁 죄송하네요. 이렇게 신부도 아닌 저를 바쁜 와중에 구하러 와주시고.
도깨비 (끙.. 보면)
은탁 제가 수소문을 좀 해봤는데, 전에 저한테 덤으로 산다고 하신 거요.
도깨비 (보면)
은탁 그 말 맞더라구요. 19년 전에 저랑 울 엄마 살려주셨다면서요.
그래서 저 덤이라도 괜찮아졌어요. 태어난 덕에 엄마도 만났으니까요.
그래서 이제 아저씨 미워 안 할라구요.
도깨비 미워하는 것 같은데.
은탁 아니거든요? 혹시 만나게 되면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안 만나길 바라셨겠지만. (뒤끝)
도깨비 미워하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은탁 아니고요, 앞으로 소환도 안하고 생각도 안하고 아무 것도 안 할 테니까
맘 푹 놓고 잘 떠나시고요,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요, 꼭 좋은 분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해주는 그런 막 예쁜 그런 분.
아 얼굴 말고 마음이요. 얼굴 안 보신댔으니까.
도깨비 (끙, 보면)
은탁 다 끓었으니까 이제 드세요. 그럼 전 이만. (가방 챙겨 발딱 일어나면)
도깨비 저기.
은탁 (멈칫, 샐쭉하게 보면)
도깨비 나 안 먹었는데 내가 내?
은탁 (띵!) 아저씨가 먹자 그랬잖아요 저도 안 먹었어요. 그리고 저 돈 없어요.
도깨비 그럼 돈은 내가 낼 테니까 넌 시간 내. 먹고 가.
은탁 (!) 지금 저 저녁 먹이시는 거예요?
도깨비 어. 그 자들이 밥 먹이고 납치했을 리도 없고.
은탁 !! (보다가) 싫어요. 아저씨랑 같이 먹기 싫어요. 정 그러심 싸주세요.
떡볶이만 감사히 받을게요.
도깨비 (픽) 미워하는 거 맞네.
은탁 (우씨.. 앙탈부렸다 본전도 못 찾고 그런 도깨비 분한 얼굴로 보는데..)
S#4. 치킨 집 (밤)
어둑어둑한 치킨 집. 배고팠던 듯 식은 떡볶이 맛있게 먹고 있는 은탁이다.
그러다 오늘 일이 너무 거대하고 이상한 꿈같아 잠깐 멍해지는데.. 그러다가 벽에 걸린 거울 앞에 가더니, 목도리 풀어 보면 목 이리저리 긁힌 생채기며, 멱살 잡혀 든 멍들로 엉망인데.
은탁 와.. 진짜 다... 있었던 일이구나 그게.. 나 진짜 죽을 뻔 했던 거구나..
/반으로 쪼개진 차.
/도깨비가 들고 있던 물의 검.
/도깨비의 차가웠던 얼굴과 눈빛.
목 주변 상처 만지는 은탁, 새삼 두려움에 떨리는데..
S#5. 도깨비 집/ 전경 (다음 날 낮)
덕화E (쩌렁쩌렁) 삼초온!!!!
S#6. 도깨비 집/ 거실 (낮)
도깨비, 소파에 앉아있고, 덕화, 털 잔뜩 달린 부티 나는 코트 입은 채 신났다.
손에는 서류 파일 들고 있고.
덕화 자 삼촌 잘 들어봐. (또박또박 대사로) 은탁이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이모와 남매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 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누가 울렸냐면, (파일 탁 펼치며 사진 가리키며) 이모와 남매들.
도깨비 (파일 보면)
덕화 이건 뭐 깊이 팔 것도 없어. 그냥 동네에 소문이 자자해. 은탁이란 애 앞으로 엄마가 남긴 보험금이 일억 오천인가 있는데 얘가 성인이 되면 그 돈을 자기가 맘대로 못하니까 애를 아주 잡는 모양이야 이 이모가.
도깨비 (보면)
덕화 (?) 왜 그렇게 봐?
도깨비 니가 쓸모가 있다는 것에 놀라는 중이다.
덕화 재벌이라 하면 응당 돈과 권력을 이용해 남 뒷조사 한 번쯤은 해봐야,
도깨비 (파일 속 이모와 남매들 사진 보며) 사진은 어디서 났어.
도깨비가 보는 서류에 이모네 식구들 사진과 이름, 나이 적혀 있다. 지은탁은 공란이다.
덕화 찍었지 잠복해서. 근데 은탁인가 걘 못 봤어. 바쁜가봐.
도깨비 이건 뭐야. (마지막 장에 있는 덕화 셀카 사진 가리키면)
덕화 나. 잘 나왔길래.
도깨비 (끙..)
덕화 근데 삼촌 이거 왜 알아오랬어?
도깨비 벌 주려고. (이모와 남매들 사진 보는)
덕화E 어떻게?
Cut to.
덕화와 도깨비 앞에 놓인 탁자 위에 한국은행 골드바 두 개 놓여있다.
덕화 삼촌 어디 아퍼? 이게 벌이야 금이지? 아니 무슨 벌을 금으로 줘! 나는!
도깨비 넌 수고했고.
덕화 아 왜! 나는! 난 왜 이 벌 못 받는데? (E) 나 죄 되게 많이 짓지 않았어?
나 진짜 천벌 받아 마땅하지 않아?
도깨비, 대꾸 않고 테이블 위에 금덩이 은탁의 서랍 속으로 휙 옮기는데.
/(은탁 집) 은탁의 어두운 서랍 속에서 반짝, 빛나는 금덩이들.
S#7. 은탁 집/ 거실 (낮)
거실에 가로로 누워 사채업자와 통화 시도하고 있는 이모.
이모 옆으로 경미와 경식, 세상 편하게 누워 과자 주워 먹으며 TV 보고 깔깔대고 있다.
이모 아니 이 새끼들은 애를 잡은 거야. 어쩐 거야. 왜 전화가 없어.
남매 (TV 보고 한 번 더 깔깔거리자)
이모 조용히 좀 해 이 새끼들아! 아주 지 엄마는 속이 타 들어가는데 어!
(은탁 방으로 들어가며) 쌩돈을 그 양아치들 뱃속에다가 다 넣어주게 생겼는데!
경식 어차피 다 엄마가 빌려 쓴 거잖아.
이모 (은탁 서랍 뒤지며) 아주 그래 니들 굶겨서 죽여 버릴 걸 그랬지?
경미 지금도 뭐 별반 다르지 않아.
이모 그래. 내가 미친년이다 내가. 뭔 영화를 보겠다고 연년생으로 싸질러서,
(하다, 헉!! 눈 커진다!!)
경미 (누운 채로) 거기 어제 내가 다 뒤졌어. 없어.
(하다, 엄마의 뒷 넋두리가 없자, !!! 튀어 일어나 방으로!!)
경식 (???) 왜.
후다닥 튀어 들어와 보면, 서랍 속에 떡하니 놓여있는 금덩이다.
경미 이거 뭐야?!!
경식 금이잖아 븅신아! 와 지은탁 그 돈을 다 금으로 바꿔놨어?
이모 그렇게 통장 없다고 잡아뗀 이유가 있었네. 이러니 통장이 없지.
경식 해 뜨자마자 금빵 가자. 약속대로 똑같이 나누는 거야. 똑같이.
허튼 수작 부리기만 해.
이모 (경식 뒤통수 빡!) 이 새끼가 엄마한테.
Cut to. (밤)
탁자 위에 놓인 금덩이. 이모네 식구들 서로 경계하며 누구 하나 잠들지 못한다.
커피만 죽어라 마셔대는데. 하나 둘 늘어만 가는 커피잔이고..
경식, 테이프로 감기는 눈 붙여도 보고, 경미 허벅지 꼬집고, 이모 제 뺨 때려가면서 잠 쫓는데..
Cut to. (다음 날 아침)
이모와 경식, 깜빡 존다. 경식, 아차! 싶은 얼굴로 경기하듯 일어나는데,
눈 탁 떠보면 경미도, 금도 없다!
경식 어..? 어?!! 엄마 일어나! 경미 이 년이 금 갖고 튀었어!
이모 뭐? 이 년이!!
S#8. 설렁탕집 앞 (다음 날 낮)
이모와 경식, 허둥지둥 사람 몰골 아닌 채로 길거리 막 뛰어간다.
이모 이 년 계속 통화 중이야!
경식 그니까! 계속 통화 중이야. 어떤 새끼랑 하는 거야!
하다가, 이모 둘 다 같이 전화하고 있다는 거 깨닫고 경식 머리 퍽 때리고!
이모 이 새끼랑 하네 이 새끼랑! 전화 안 끊어? 택시 잡아 얼른!
이모와 경식, 지나가는 택시 잡으려 난리치다가 안 되자 설렁탕집 앞에서 다른 사람이 잡은 택시 뺏어 탄다. 그렇게 요란하게 택시 떠나면 설렁탕집 창가에 앉아있는 도깨비와 덕화 보인다.
도깨비는 모자 떠난 쪽으로 흘깃 서늘한 시선 주고 있고, 덕화는 맞은편에 앉아 통화 중이다.
S#9. 설렁탕집 안 (낮)
식당 아줌마 이리저리 채널 돌리다가 아이돌 나오는 음악프로 틀어놓는다.
그러자 도깨비, TV 뚫어져라 보며 설렁탕 먹는다.
덕화 (통화, 짜증 참으며) 네 할아버지 삼촌 지금 밥, 아니 진지 한술 뜨셨고 내가
김치 얹어드렸어. (사이) 설렁탕. 30년 전통 순수 사골 육수 뭐 그런 데. (사이) 네.
네. 근데 할아버지 나 카드, (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고) 사실 이 문젠
삼촌이 한 마디만 거들어주면,
도깨비 (TV만 보고 있고)
덕화 삼촌? 내 얘기 들었어? (허나 도깨비 계속 TV만, 빡!) 아 뭐 보는데 뭐!
도깨비 (TV 속 아이돌에게 시선) 텔레비전.
덕화 (스스로 달래며) 불쌍한 사람이야. 불쌍한 사람한테 화내는 거 아니야 재벌3세는.
도깨비 딱 저 나이 대였다.
덕화 누가?
도깨비 내가 지키던, 왕. 열일곱 살이었다.
덕화 왕을 지켰어? 대박! 삼촌 혹시, 내시였어?!
도깨비 (아득히 어딘가 보며) 오시였다.
덕화 (말장난인줄 알고) 불쌍한 사람이랬지! 니 도움이 필요한 거라고 지금!
도깨비 하루 중 가장 화창한..
덕화 ?!!
도깨비 ..눈이 시려서, 누군가를 끊임없이 원망했는데,
왕이었는지, 신이었는지, 나였는지.. 그건 잊었다.
덕화 (묘한 눈길로 그런 도깨비 보는데..)
도깨비E 쟤야?
S#10. 도깨비 집/ 거실 (낮)
TV에 엠카운트다운 나오고 있고, 도깨비 저승에게 보여주고 있다.
저승 뭐가.
도깨비 내 천년의 분노. 나 죽인 왕의 환생. 잘 좀 봐.
저승 환생했대?
도깨비 나도 몰라. 환생하면 딱 저 나이대야.
덕화 (저승에게 빠르고 낮게 귓속말) 내시 내시. “마마~” 내시.
저승 잊어. 다 그런 미움과 복수에 대한 열망이 널 지금 불행하게,
도깨비 기억 못해서 행복하냐 너는?
저승 (깨갱) 보기만 해선 몰라. 손이 닿아야 알아.
덕화 뭐가요?
도깨비 대체 어따 써먹으라는 거야 너는! 커피도 하나 맛있게 못 타고!
봉지 뜯어서 물에 타면 되는데!
덕화 손이 닿으면 뭘 아는데요?
그때, TV에 나오는 걸그룹.
저승 근데 왜 꼭 남자로 환생했을 거라고만 생각해?
도깨비 (!!!) 쟤야?
저승 그냥 봐선 모른다니까. 손이 닿아야 안다고!
덕화 아 손 닿으면 뭔데 뭔데!
도깨비 쟤지. 쟤라고 해. 나 용서할 준비가 된 거 같아.
저승 (미친..) 천년의 분노라며.
도깨비 다 사정이 있었겠지. 너도 알다시피, 분노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며,
저승 (상대하기 싫다는 듯 가버리는)
도깨비 어디 가!
덕화E 아 뭔데! 손닿으면 뭔데! 아 왜 자기들끼리만 얘기해!
S#11. 병원 응급실 복도 (밤)
페도라 든 채 손닿지 않으려고 팔짱 낀 채 병원 걷고 있는 저승.
한 쪽에서는 비명 지르고, 급하게 실려 온 환자 베드에 옮기고 베드 끌고 정신없고,
한쪽 대기 의자엔 쫙- 페도라 든 저승사자들 앉아있다.
후배들, 저승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 꾸벅,
후배1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21기 김차사입니다.
후배2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23기 김차사입니다.
저승 수고들 많다. 앉아. (동기 옆에 앉으면)
후배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앉고)
동기 파릇파릇하다.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저승과 카페에서 차 마시던 후배(민재) 다가온다.
후배1,2는 또 “21기, 23기” 하며 튀어 일어나 인사 열심히 하고.
민재 (후배들에게) 어 쉬어. (선배들에게 다가오며) 나오셨습니까. 근데 선배님들
왜 사내 메일 확인 안하십니까. 기타누락자 있잖습니까. 기안 통과돼서 전담팀
신설 됐답니다. 연말정산 전까지 명단 올려 주시지 말입니다.
동기 난 없다. 넌 두 건 있지.
저승 누가 그래 나 두 건 있다고.
동기 다 그래 너 두 건 있다고.
저승 (끙.. 민재에게) 금방 올릴게.
민재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지 말입니다. 전 그럼 시간이 돼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페도라 쓰며) 동계 워크샵 때 뵙겠습니다.
동기 어 수고. (하며 민재 보다) 쟤야 쟤 쟤. (저승 콕콕 찌른다)
저승 보면, 민재와 눈인사하고 비껴 걸어오는 여자 저승사자다.
S라인에 미모가 빼어나다.
여후배 (걸어오며)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23기 김차사입니다.
동기 어 그래. (저승 귀에 소곤) 아우 쟤는 천사를 해야지 왜 저승사자를 하고 있어.
쟤네 기수 아주 신났어 쟤 땜에.
저승 우리 기수에서도 니가 제일 신나 보여 쟤 땜에. (여후배 보는데)
여후배, 과거에 어린 왕 옆에 서 있던 궁녀였다! 둘은 모르지만.
“그럼 가보겠습니다” 페도라 쓰며 한둘씩 자기 망자 데리고 가는 사자들. 그때,
“앞에 비키세요!” 하며 의사들, 간호사들 붙어 베드 밀고 들어온다.
보면, 피 칠갑 된 환자 베드에 누워 신음하고 있고,
젊은 남의사 하나 베드 위에 올라타 심장 마사지 하고 있다.
베드, 응급실로 들어가자 저승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페도라 쓰며,
저승 그럼 나도 이만. 수고.
동기 어이. (손들어 주고) 월말에 23기 신고식 겸 회식 있다. 빠지면 벌금 있다.
저승 (끙.. 손들어 주고 가는)
S#12. 병원 응급실 안 (밤)
방금 전의 피 칠갑 환자 응급처치하고 있는 의료진. 저승 뚜벅뚜벅 환자 향해 간다.
남의사 수술실 콜 됐어요? 시간 없어 빨리요! (하고 돌아서는데)
저승 최영재씨?
남의사 죄송한데 나중에요. 보호자는 밖에서,
저승 33세. 병신년 무술월 기사일 17시 41분. 사인 과로사. 본인 맞으시죠?
남의사 (!!!) 저.. 죽었습니까? (하는데)
“야 최영재! 최영재!”하는 목소리와 함께 응급실로 들어오는 베드 하나. 베드엔 남의사다!!
음소거 되면서, CPR하는 다급한 동료들의 모습들만. 여자동료는 훅- 울음 터뜨리고..
남의사 !!!...
저승 의사선생 응급처치 덕에 저 환잔 살았습니다.
남의사 (자신의 모습 보다, 자신의 마지막 환자 보면)
간호사 바이탈 안정됐습니다. 환자 살았어요.
남의사 (희미하게 웃으며) 다행이네요..
하고, 다시 자기 보면, 동료들 사이로, 발에 신겨져있는 닳아 납작해진 크록스 샌들 보이는데..
S#13. 샌드위치 가게 (밤)
저승,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 보고 있다. 보면, ‘기타누락자 신청서’ 한 장 놓여 있고, ‘대상자: 지은탁, 무인년 경신월 계해일 출생’ 한줄 적혀 있다. 샌드위치 우걱 먹으며 무심히 서류 보는 저승사잔데.. 은탁의 서류 옆에 아직 이름 없는 빈 서류 한 장 더 놓여 있고..
S#14. 치킨 집 (밤)
은탁, 홀 테이블 닦고 있는데 테이블마다 귀신들 앉아있다.
전부 은탁 엄마 이야기 물었던 날 봤던 얼굴들이다.
고시원귀 부탁이 있어.. 나 살던 고시원 좀 가서,
은탁 (걸레질하며 휙 지나가는)
복수귀신 날 죽인 놈에게 복수를.. 처절한 피의 복수를!
은탁 (또 다른 테이블로 휙 가서 걸레질)
할매귀신 도깨비한테 부탁해서 로또번호 좀 알아봐 줘. 우리 아들 꿈에 나타나 알려주게. 어?
은탁 (마찬가지로 휙 가서 다른 테이블 걸레질)
처녀귀신 얘.. 같이 가자. 나 진짜 외로워서 그래...
다같이 야!!
처녀귀신 (움찔)
복수귀신 넌 그런 말을 하냐, 애한테. 너 같은 애들이 귀신물 다 흐려놓는 거야.
할매귀신 못 써! 애한테 그럼 안뒤여! 니가 이해해라잉? 야가 고독사해서 그려.
혼자 뒤졌어 야가.
은탁, 그런 소란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묵묵부답인데..
써니, 뻥튀기 먹으며 주방 입구에 삐딱하게 기대서서,
써니 이상해 이상해..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꽉 차 보이지..
은탁 (뜨끔해서, 더 열심히 빡빡 닦는데, 그때 전화벨! 살았다!) 전화 와요 사장님!
네, 써니치킨입니다.46번지, 반반 두 마리요? 감사합니다. (끊고) 사장님 배달이요!
써니 우리 배달 안하는데..
은탁 해요! 오늘부터! 저 그런 데 쓰시는 거예요.
써니 그래..? 그래. 해. (뻥튀기 와그작)
S#15. 거리 (밤)
자전거 바구니에 치킨상자 넣고 배달 가는 은탁이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 타고 쌩쌩 달려가는 은탁인데,
어..! 무언가 발견하고 시선 돌아간다. ‘깨비분식’ 간판이다. 우씨.. 얼른 시선 돌려 계속 달리는데,
‘도깨비 책방’ 간판 휙-, ‘연극 도깨비전’ 배너 휙-, ‘밤도깨비여행’ 포스터 휙- 지나간다.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갑자기 세상이 다 도깨비다.
도깨비 생각 안 하려고 앞만 보며 죽어라 더 페달 밟는 은탁이고..
S#16. 은탁 학교/ 교실 (다음 날 낮)
쉬는 시간. 귀에 이어폰 꽂은 채로 한쪽 볼 대고 엎드려 창 밖 바라보는 은탁.
/캐나다에서 은탁이 사랑해요, 했을 때 도깨비의 당황했던 표정.
/캐나다에서 쇼윈도 보고 있는 은탁. 가만히 보면 유리창에 비친 도깨비의 얼굴 보고 있다.
/자신의 묘비 앞에 한참을 서 있던 도깨비의 슬픈 뒷모습.
은탁 몰라.. 떠나든지 말든지..
S#17. 서점 (낮)
이 책인가? 이 책이었나? 은탁, 아동서적 코너에서 동화책 꺼내 페이지 마구 넘긴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꽂아놓은 단풍잎 어디에도 없다.
모든 불행이 단풍잎을 버려서 몰려온 것 같은 얼굴로, 허탈하게 서 있는 은탁인데, 그때,
덕화E 아니 대체 왜 환불이 안 된다는 거죠?
직원E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손님, 영수증이 없으시면 환불이 어렵습니다.
은탁 (시끄러워진 카운터 보면, 한 남자 자기가 찾던 동화책 손에 들고 흔들고 있다) !!!
/-1. 카운터
덕화 전 책을 사려했지 누군가의 추억을 사려는 게 아니었다니까요? 보세요.
(단풍 코팅한 거 들어 보이며) 책에 이런 게 들어 있음 전 어떡하죠? 환불해 주세요.
직원 그렇게 말씀을 하셔도 영수증을 가져오셔야..
은탁 그거 제가 살게요!
덕화 학생이 이 추억의 주인이야?
은탁 네. 제 추억 맞아요. 제가 살게요.
덕화 학생 거라는 증거가 없는데. 음. 이 단풍 어느 동네 건지 맞춰 봐.
은탁 (바로) 캐나다. 퀘벡이요.
덕화 (보다) 그렇게까지 우긴다면 뭐. 자.
Cut to.
책장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은탁과 덕화. 은탁, 도깨비 동화책 끌어안고 있다.
은탁 잃어버린 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덕화 뭐 알겠고 그거 읽을 나이는 지난 거 같은데.
은탁 아.. 그냥 조사차.. 근데 그러시는 분은요 이 책을 왜..?
덕화 아 나는 아는 도깨비가 있어서.
은탁 네?!!
덕화 왜? 다들 아는 도깨비 하나씩은 있는 거 아니야?
은탁 진..짜요?!
덕화 진짜요라니 이 소녀야. 누가 보증 서 달라 그러면 어떡해야 돼, 안 돼요. 이 옥장판
좋아요 하면 어떡해야 돼, 싫어요. 누가 과자 사준다 그러면 어떡해야 돼, 꺼져요. (손 내밀며) 책값은 주고. 만 원. 나 언제까지 앉아 있어야 돼.
은탁 (홀린 듯 듣다, 퍼뜩) 아. 죄송해요 잠시만요. (카드케이스 뒤에서 네 번 접힌 만 원
짜리 꺼내다가) 근데요 이거 중고 책으로 봐야하는 거 아닐까요?
덕화 (띵!) 안돼요. 싫어요.
은탁 (고개 절레절레 하며) 으으음. (그런 덕화 똘똘하게 쳐다보면)
덕화 꺼져요.
S#18. 도깨비 집/ 거실 (밤)
덕화, “삼초온~!” 하며 서점 봉투 들고 거실로 들어서는데, 헉!
거실에 떡하니 서 있는 저승과 유회장. 유회장, 세탁소 비닐 씌워진 외투 몇 벌 든 채다.
덕화 하, 할아버지..!
유회장 세탁물 찾아오는 김에 안부 차 들렀다. 근데 손님이.. 와 계시더구나.
덕화 (땀삐질) 아.. 소,손님이 와 계시는 분은 누구세요? 저희 삼촌 집엔 어떻게 오셨나요?
저승 (찌릿!)
하는데, 그때 방에서 나오는 도깨비. 일동, 도깨비에 시선 집중된다.
저승 (도깨비 가리키며) 저 자의 친구.. 이 집에 놀러..
덕화 아 놀러오셨구나 친구 집에. 삼촌 되게 친한 친구 분이시구나. 삼촌 해외 가신다
그래서 송별회 하러 오셨구나.
저승 (도깨비에게) 잘 가고.. 몸 건강히.. 영영 오지 말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거기서...
도깨비 너나 잘 가. 우리 안 친하잖아. 나가 빨리 내 집에서. 영영 다시 오진 말고. (방긋)
저승 (빡!)
덕화 삼촌 왜 그래! 되게되게 친한 친구분한테!
도깨비 넌 아닐 거 같아? 너도 나가. 되게되게 빨리.
덕화 (헉!)
S#19. 도깨비 집 일각 (밤)
쫓겨난 저승과 덕화, 집 일각 담벼락 밑에 나란히 쪼그려 앉아있다.
저승 주변 담벼락과 바닥, 살얼음 끼어나가는데..
덕화 와, 진짜 너무 하지 않아요? 어떻게 저러지?
저승 그러게나 말이다.
덕화 그죠. 아니 어떻게 나까지 내쫓아? 친삼촌이면 저렇게 하겠어요 나한테?
저승, 덕화 빡! 째려보면 얼음에 짜작, 금 가고!
덕화 (힉 놀래 저승과 떨어진 벽에 최대한 붙으며) 그.. 금방 가실 거예요.
저승 그래야 할 거야. 아니면 니가 금방 가실 거니까. 어딘가로.
덕화 거기가 좋은 덴.. 아니겠죠? (하는데)
그때, 문 빼꼼 열리더니 도깨비 고개 내밀고,
도깨비 들어와.
덕화 됐어. 삼촌이 아무리 들어오라고 빌어도,
도깨비 너 말고. 넌 니네 집 가. 혼나러. (저승에게 의기양양) 일대 영(1:0).
저승 (도깨비 확 째려보고 툭툭 털고 일어나 벽으로 쓰윽- 사라지고..)
덕화 나 혼나? 나 왜 혼나? 설마 삼촌 할아버지한테 다 얘기했어?
와 치사하게 진짜! 어디까지 얘기했는데! 뭘 알아야 나도 말을 맞추지!
도깨비 넌 나랑 말 맞추고 집 내놨어? 가. 흥! (뒤끝 작렬, 문 쾅!)
덕화 (무릎 휘청 꺾여 주저앉은 김에 벽에 등 댄 채 무릎 꼬옥 끌어안는데..)
못 가.. 어딜 가.. 죽어도 이 집 귀신이야..
S#20. 도깨비 집/ 욕실 (밤)
저승한테 한방 먹이고 기분 좋아 콧노래 부르며 젖은 머리 수건으로 털며 욕실 문 열던 도깨비,
헉! 기겁하며 문에서 멀리 떨어진다. 보면, 욕실 앞 바닥에 말의 피로 ‘good night’ 써 있고 밑에 ‘1:1’ 써 있다.
도깨비 이,이거.. 말 피지..! 야 저승! 이거 안 치워?! 너 진짜 죽는다!
써니E 알바생.
S#21. 치킨 집 (다음 날 낮)
은탁 (마대자루 들고) 네?
써니 너 여기서 자니?
은탁 (!!!) 아.. 죄송해요.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계속 타이밍을 못 잡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써니 (앞치마 주머니에서 칫솔 빼 들고) 난 가게에서 이를 닦지 않아.
은탁 아..
써니 증거는 또 있어. (앞치마 주머니에서 한손 가득 종이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보면, 은탁이 썼다 버린 포스트잇들이다. 화면에 포스트잇 글자 마구 찍힌다.
[사장님 저 사실 가게에서 자고 있어요..]
[사장님 당분간 신세 좀 져도 될까요?]
[사장님 제가 가게에서 숙식 중 숙을 좀 해결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잘 묵고 갑니다][집에서 쫓겨났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살려주세요ㅠㅠㅠㅠㅠ]
등등 썼다가 지웠다가 구겨버린 편지들이고..
은탁 (꾸벅) 죄송합니다..
써니 이모 때문이야?
은탁 그렇기도 하고.. 뭐가 자꾸 엎친 데 덮쳐가지고..
써니 알았어.
은탁 (!..) ..더 안 물어보세요?
써니 물어봐서 뭐해. 해결해줄 것도 아닌데.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거나 해주는 거지. (봉투 주며) 여기. 일주일치 알바비.
알바비 주급으로 줄 거야. 왜? 월급으로 주면 너 못 받을지도 몰라.
여기서 자더라도 찜질방 가서 씻고 식혜 사먹어.
은탁 아.. 감사합니다.
써니 받을 거 받는데 그렇게까지 감사하면 너 사람들이 우습게 본다?
은탁 저는 돈이 아니라 사장님의 멋있음에 감사한 건데요.
써니 그게 돈이 멋있는 거야 알바생. 씻고 와. 가기 전에 오징어 한 마리만 구워주고.
은탁 술 드시게요?
써니 아니 오징어만. 나 술은 입에도 안 대. 많이 마시면 취해서.
은탁 네? (하다) 아.. 하하.
S#22. 치킨 집/ 주방 뒷문 밖 (낮)
작은 골목이다. 은탁,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오징어 구우며 멍하니 딴 생각 중이다.
/3부 1씬 도깨비가 들고 있던 물의 검 떠올리는..
그때, 오징어다리에 불 화륵 붙는다. 엇! 놀란 은탁 반사적으로 후- 불어서 불 끄는데!
은탁 으헉! 아니야! 아니라고! 아 취소 취소!
S#23. 메밀밭 (낮)
도깨비, 뒷짐 진 채로 푸른 메밀밭 사이 생각에 잠겨 천천히 걷고 있다.
도깨비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봉우리던 것이 활짝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흰 메밀꽃무리들...
그 순간, 선연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한 줄기.
연기 발견한 순간 아주 조금 웃는 듯한 도깨빈데..
그런 도깨비의 뒷짐 진 손엔, ‘목민심서’ 딱! 들려있고..
S#24. 치킨 집 일각 (낮)
은탁, 끙.. 하는 표정으로 어딘가 보면, 실수로 불렀다는 사실 모르는 도깨비 꽤 도도한 표정으로 책 든 채 완벽한 모습으로 그림처럼 서 있다.
은탁 책 보고 계셨나 봐요?
도깨비 (책장 넘기며)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음악과 그림에 조예가 깊은 편이야.
은탁 죄송하네요. 독서 하시는데 방해해서.
도깨비 (책 탁 덮고) 그니까 왜 방해해. 안 부른다더니.
은탁 안 불렀어요. 실수였어요. 오징어 굽다가 다리에 불붙은 바람에 불러진 거거든요?
도깨비 (띵..) 맛있었니?
은탁 근데 왜 여기 있어요? 아직 안 가셨어요?
도깨비 (빈정 확) 짐 싸던 중이었어. 책 싸다가, 항상 책부터,
(뭐래냐) 그럼 난 이만. 짐 마저 싸야 해서. (빈정 상해 확 돌아서는데)
은탁 (급히) 저기,
도깨비 (‘기’ 끝나기도 전에 돌아서며) 너는 꼭 가려고 하면 말 걸더라?
은탁 아저씨가 맨날 말 걸려고 하는데 가는 거거든요? 궁금한 게 있는데요,
도깨비 오백 안 해줄 거야.
은탁 깜짝이야. 고백 안 해줄 거야,로 들었어.
아저씨가 넘겨짚고 엉뚱한 대답 하니까 그렇잖아요.
도깨비 (어이없고) 어디서부터 내 탓인 거니.
은탁 거기서부터요. 제가 뭘 봐야한다는 거기.
도깨비 ?!
은탁 그러니까 제가 정확히 뭘 봐야 하는데요? 아저씨한테 효용가치 생기려면?
도깨비 !!! (예상치 못한 질문에 놀라 보면)
은탁 (보면)
도깨비 알려주면 보인다고 하게?
은탁 아뇨? 보여도 안 보인다고 할라구요.
도깨비 !!!
은탁 그거 보여서 아저씨가 막 잘해주면 어떡해요. 오백 딱 해주고, 괜히 고기 먹자
그러고, 갖고 싶은 거 없냐 그러고, 그럼 제가 피곤하잖아요. 난 아저씨 되게 별론데.
도깨비 (띵!) 되게 뭐?! 나 그런 말 처음 들어. 진짜야. 진짜 처음 들어 진짜.
은탁 대답하기 싫음 마요.
도깨비 뭐 특이한 거 안 보여? 되게 아파보이는 뭐 그런 거?
은탁 아. 그거..
도깨비 (!!!) 보여?!
은탁 난 또 뭐라고. 안녕히 가세요. 전 바빠서 이만. (휙 돌아서는데)
도깨비 (다급) 고기 먹을래?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은탁 (딱 멈춰 돌아보며) 오백이요.
도깨비 바쁘다며 가. 이만 빨리 가.
은탁 그럼 고기요. (앞장서 가며) 이쪽이요.
S#25. 고기 집 (낮)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소고기. 은탁, 표정 없이 오물오물 먹고 있다.
고기 뒤집어 은탁 앞에 놔주며 그런 은탁 얼굴 유심히 지켜보는 도깨비.
도깨비 (이 꽉) 마지막 고기야. 너 정말 보여?
은탁 네. 되게 맛있어 보여요.
도깨비 (빡!)
은탁 (마지막 고기 입에 넣고, 젓가락 딱 내려놓으며 웅얼) 잘 먹었습니다.
도깨비 보이냐고. 너 안 보이지.
은탁 지금 저한테 신경질 내신 거예요?
도깨비 그렇게 들렸어?
은탁 네.
도깨비 (깨갱..) 미안.
식후 생과일 주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묻는다는 게 그만 톤이 높았지?
은탁 (새침하게 바닥 보고 생각하는 척 하다가) 생과일 주스요?
S#26. 카페 (낮)
민재와 저승 만났던 카페다.
카운터 앞에서 뚱하게 메뉴판 올려다보고 있는 은탁.
도깨비 뭐 마실래. 비싼 거 시켜도 돼.
은탁 아 배부른데. (못 이기는 척 손으로 딱 짚으며) 전 저거 라지 사이즈요.
도깨비 (보면 제일 비싼 메뉴에 라지 사이즈다) 배가 안 부른데? (하는데)
저승E 나도 같은 걸로.
은탁과 도깨비, 이 목소리는! 헉! 돌아보면, 저승, 딱 서 있다.
은탁 놀라, 도깨비 쪽으로 바짝 붙는데,
직원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승 계산 도와드린다는데? (씨익)
도깨비 (씨익) 저 자는 안 돕겠습니다.
저승 (빡!)
Cut to.
테이블에 마주 앉은 저승과 은탁과 도깨비. 은탁과 도깨비 앞에만 과일 주스 놓여 있다.
저승 웬일이냐? 과일 상스러워서 싫다며.
도깨비 너야말로 웬일이냐. 오늘은 여기서 누구 죽여?
저승 (빡!) 나 여기 단골이야.
은탁 혹시 전가요? 오늘 여기서 죽는 누군가가? 저 혹시 소고기로 유인당해 주스라는
매복에 걸린 건가요? 둘은 진짜 한 패고?
저승 오해야. 사실 난 너랑 한 패거든.
(은탁에게 텔레파시로 최면 거는) 너는 검이 보인다.. 검이 보인다.. 그 검을 뽑는다...
도깨비 (도깨비에겐 텔레파시 들린다. 빡!) 뭐하냐?
은탁 그게 무슨 말이에요? 왜 저랑 한 팬데요?
저승 (!) 얘 뭐야. 왜 안 통해.
도깨비 뭐든 예상을 벗어나는 애야.
저승 첨부할 서류가 장난이 아니란 얘기군.
(울리는 진동벨 보여주는) 그럼 좋은 시간 보내. 난 이쪽이 선약이라. (가면)
은탁 진짜 주스 마시러 왔나 봐요. 신선하다. 근데 왜 나랑 같은 편이라고 하는 거예요?
도깨비 신들의 일이야. 몰라도 돼.
은탁 (입 삐죽) 근데 저 아저씨 말이에요. 쓸데없이 잘생기지 않았어요? 잘생겨야
사람들이 잘 따라가니까 업무상 그런 사람만 뽑는 건가? 저승사자들 원래 다
저렇게 잘생겼어요?
도깨비 (어이없고) 저게 잘생긴 거야?
은탁 네. 저게 바로 잘생긴 건데요.
도깨비 그럼 난.
은탁 아저씬 그냥 생긴 거죠. (빨대 쪽쪽 빨면)
도깨비 (빈정 확 상해서) 그만 먹어. 너 배불러.
은탁 오 저 아저씨도 잘생겼어. 오~ 여기 물 좋은데.
도깨비, 빡쳐서 은탁이 보는 남자 보는데, 순간, 미간 확 좁혀진다!!
남자,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자기얌♥’ 이라고 저장돼있는 여자친구와 카톡 중이다.
“금방 갈게용 좀 따 봐~ 사랑해(이모티콘)” 보내는 남자.
그때, 테이블에서 일어나며 이어폰 끼고 남친과 통화 중인 한 여자.
“자기 보고 싶으니까 빨리 뛰어가야지!” 한껏 애교 담은 목소린데,
도깨비, 두 사람 향해 손짓하면,
들어오던 남자와 나가려던 여자의 가방과 이어폰 줄 마치 자석처럼 끌리며,
여자 이어폰 줄 남자의 가방에 확 걸려 그대로 핸드폰 바닥에 떨어진다.
은탁 (??) 뭐하세요?
도깨비 누구나 일어났으면 하는 일. 마법.
남자 괜찮으세요?
여자 (확 승질 내려고 보면, 잘생겼다! 표정 변하며) 어머. 죄송해요!
(핸드폰 주워드는데, 이어폰이 가방 줄에 꼬여있자) 제가 풀게요.
(꼬인 이어폰 줄 풀려고 애쓰며) 이게 왜 이러지..
은탁 (보다가) 참나. 이어폰을 빼면 되겠구만.
여차저차 바짝 붙어 이어폰 줄 푼 남자와 여자, 어색하게 목인사하고 가려는데
도깨비 다시 한 번 손짓하면, 이번엔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남자 셔츠 앞단추에 끼어버린다!
신기해서 흐어어어, 숨 삼키는 은탁이고.
남자 어어, 잠시 만요! 제가 풀어드릴게요. (머리카락 당기면)
여자 (아파서) 아!
남자 죄송합니다.
여자 아니에요..
완전히 남자 가슴팍에 여자가 안긴 꼴이다.. 겨우 풀고 다시 어색하게
남자 (풀린 게 아쉽다) 풀렸네요.
여자 (뭔가 아쉽다) 그러네요. 그럼. (돌아서 가려는데)
도깨비, 다시 손 까딱하자, 남자 뒤에서 트레이 들고 가던 덩치 큰 남자 발 삐끗하며
여자의 등 탁 치자, 여자 쓰러지려는데, 남자, 얼결에 여자의 허리 안는다!
둘은,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 리’처럼 서로를 바라보는데..
남자 괜찮으세요?
여자 네.. 오늘 참 이상한 날이네요.. 꼭 마법에 걸린 것처럼..
남자 그래서 묻는 건데, 남친, 있으세요?
여자 아뇨. 집이 엄해서요. 여친, 있으세요?
남자 모쏠입니다. 그쪽을 기다리느라.
일각에서 지켜보던 은탁, 허공 박수치며 입모양으로만 ‘뽀뽀해 뽀뽀해’ 한다.
그런 은탁 물끄러미, 지켜보는 도깨빈데..
S#27. 카페 일각 거리 (낮)
은탁과 도깨비, 카페 앞 거리 나란히 걷고 있다.
은탁 부업이 큐피트예요? 방금 그거 그거죠. 수호신 그거.
도깨비 백년에 한 두 명, 전생과 같은 얼굴로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때문에 사내의 전생을 안다. 저 여자는 사내가 놓쳐서는 안 되는 여자다.
은탁 우와. 전생이 뭔데요? 그 말로만 듣던 나라 구한 남자예요?
도깨비 저 자는 전생에 가난한 소작농을 등 처먹은 지주보다 더 나쁜 마름이었다.
은탁 (??) 근데 왜 도와줘요? 나쁜 사람도 수호신 해주는 거예요?
그런 게 어딨어요! 착하게 산 사람들 맥 빠지게.
도깨비 난 저들의 수호신이 아니라 방금 저들이 놓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수호신이다.
/여자와 통화중이던 남친 모습,
/남자와 카톡중이던 여친 모습 보이고.
은탁 우와..!!
도깨비 사내는 거짓말쟁이에 비겁하고 여자는 허영심 많고 감사할 줄 모른다.
이제 저 둘은 서로가 서로의 지옥이 되어 줄 것이다.
은탁 우와..! 쫌 멋진데?
도깨비 나는 종종 그렇게 인간들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은탁 근데요. 아까부터 말투 왜 사극 톤이신지?
도깨비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은탁 (픽 웃고) 그럼요, 제 인생이 이따윈 건 제가 전생에 죄를 지었기 때문인가요?
도깨비 신부로 태어난 건, 그 벌인가요?
도깨비 !!!..
은탁 (보면)
도깨비 전생이 어땠는진 모르겠고 현생을 논하기에 열아홉 살은 아직 이르고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고.
은탁 오. 안 속네. 다사다난 하긴 하지만 저도 뭐 제 인생 좋아요.
엄마한테 벅차게 사랑받았고 내 우산도 생겼고 아저씨 만난 것도 좋고.
아니 좋았고. (새침) 과거형이에요.
도깨비 뒤끝도 있고.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아직 대답 안 했고. 보여 안 보여.
은탁 울 엄마가 그랬어요.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고 갈 때를 알고 떠나야 한다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도깨비 모르겠는데.
은탁 우린 여기까지란 뜻이죠. 전 이쪽. 안녕히 가세요. (휙 가버린다)
은탁, 터벅터벅 앞만 보고 가다가 없어도 상처 받지 마 어차피 없을 거니까 하는 마음으로 뒤돌아보면, 도깨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은탁과 도깨비의 누구 하나 피하지 않는 시선들.. 하지 못한 말들은 시선이 되어 그렇게 서로에게 오래 머무르는데..
S#28. 도깨비 집/ 테라스 (밤)
도깨비, 멀리 풍경 보며 서 있다.
/은탁 우와..! 쫌 멋진데?
은탁이 아까 했던 말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는 도깨비. 그때,
덕화 (다가오며, 은탁과 똑같은 톤으로) 우와..! 쫌 멋진데?
도깨비 !! (깜짝 놀라 보면)
덕화 삼촌 방금 그림 같았어. 끝방삼촌은?
도깨비 (놀래라..) 아직.
덕화 하긴. 주로 야근이겠지. 삼촌 나 있잖아. 나도 나중에 죽으면 끝방삼촌처럼
저승사자나 할까봐. 인생이라는 복도의 끝방을 열면 죽음이 있는 거잖아.
그 마중을 끝방삼촌이 나오는 거고.
도깨비 꿈 깨라. 이런 말하기 싫지만 니 죄로는 어림도 없다.
전생에 큰 죄를 지어야 (?!!) 저승사자가...
덕화 큰 죄? 큰 죄 뭐? 헉 끝방삼촌 설마.. 살인범이야?
도깨비 너 어떻게 안 것이냐.
덕화 대박. 진짜 살인범이야? 사람이 진짜 얼굴만 보고는 모른다.
도깨비 말고. 그자가 저승사잔 줄 어떻게 알았냐고.
덕화 삼촌. 질문이 너무 늦었다는 생각 안 들어? 그때 왜 삼촌 우울해서 거실에 구름 끼고 번개 치고 그랬을 때 끝방삼촌 나오길래 나 약간 식겁했거든? 근데 그 삼촌 표정 하나 안 변하더라? 그리고 나 다 듣는 데서 저승사자의 예지력이 어쩌고 다 말했잖아 삼촌들이. 그뿐이야? 얼굴 하얘가지고 입술 빨개가지고 옷은 까매가지고,
저승 (어느새 슥 와서 덕화 옆에 서있고)
덕화 (헉!) 아우 나는 무슨 연예인인 줄. 그럼 전 이만. (냅다 문 열고 튀는데)
저승 (문 밖에 딱 서 있다!!) 너 내가 저승사잔 거 어떻게 안 거야.
덕화 (헉! 뒷걸음질 하며) 이러는데 어떻게 몰라! 이러는데! 막 저깄던 사람이 여깄는데!
저승 (아.. 뻘쭘하고)
덕화 진짜 조심들 좀 해라. 삼촌들 너무 부주의하고 천진난만해!
저승 너 때문에 들킨 거야. 남 뒷담화나 하는 도깨비.
도깨비 니가 하는 꼴을 보아라 나 때문인지. 전생에 살인자였을지도 모르는 저승사자.
저승 (쿵! 상처 받고)
도깨비 (말해놓고 엇! 뜨끔해서 보면)
저승 지는 아주 전생에 길 가는 개미 한 마리도 안 죽여서 그렇게 벌 받나봐?
엄청 상처 받아 축 처진 어깨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저승. 덕화도 헉해서 눈치 보며,
덕화 완전 상처 받았나봐. 어떡해?
도깨비 나도 별 대책 없는 얼굴론 안 보이니?
S#29.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저승, 오도카니 책상에 앉아있다. 보면, 책상 위에 빈 종이, 붓, 연적 등 놓여있다.
저승 큰 죄라.. (하더니 붓 들고 세로로 뭔가 적어 내려간다)
한자 한자 써내려갈수록 우울해져 방안 점차 어두워지고 벽에는 옅게 서리까지 낀다.
[불효. 불충. 불손. 불기(不覊)-도덕이나 관습 따위에 구속을 받지 않음- ..불륜. 불끈..]
저승 이렇게까지 가진 말자.. 아닐 거야.. (하는데)
도깨비E 어. 아니야.
보면, 도깨비, 저승방 문으로 스윽 들어오고.
저승 (아직 앙금 남아서) 왜. 뭐 하러 왔는데.
도깨비 책임감 있는 행동.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 보통 사과라고 하지.
저승 (뾰로통해서 보면)
도깨비 아깐 실언했다. 미안하다.
저승 (치.. 보다가) 이 중에 뭐가 아닌데.
도깨비 불효?
저승 (바로) 나가.
도깨비 (바로) 방금도 실언했다. 난 니가 웃을 줄 알았지.
저승 나가!!
도깨비 전생이 뭐가 중요해. 난 니가 전생에 뭐였든 뭘 했든 하나도 안 중요해.
저승 (약간 감동인데..) 진짜?
저승, 기분 나아져 방 안 서서히 밝아지고...
도깨비 어. 난 니가 뭘 했든 한결같이 니가 싫거든.
저승 (저도 모르게 푸하 웃고는 다시 확 정색하며) 아 웃으면 안 되는데.
도깨비 잘 자라. 불끈하고, 아 미안. 불 끄고.
저승 나가.. 나가라고!!!
S#30. 덕화 본가/ 서재 (밤)
유회장과 덕화, 나란히 앉아있는 뒷모습. 유회장은 돋보기 쓴 채 책 보고 있다.
덕화 첨 만났을 때만 해도 난 삼촌이 끝방삼촌 당장 쫓아낼 줄 알았거든?
근데 의외로 둘이 알콩달콩 잘 사는 거 있지.
유회장 한 분은 전생을 잊어 괴롭고, 한 분은 전생이 잊히지 않아 괴롭지.
그런 두 존재가 서로 의지하시는 거다.
우리야 그저 두 분의 긴 인생 중에 잠깐 머물다 갈 뿐이니.
덕화 (끄덕끄덕) 그렇구나.. (하다가 헉!) 근데 할아버지도 알고 있었어?
유회장 너도 아는 걸 이놈아.
덕화 아 삼촌들 진짜 밖에선 들통 안 나고 잘 다니는지 걱정이다 내가.
유회장 넌 니 걱정이나 하거라.
화면 넓어지면 덕화, 투명 의자 자세로 팔 앞으로 든 채 벌 받고 있는 상태다.
유회장 너도 이제부터 정신 차리고 제대로 교육 받아야하니까 그리 알고.
덕화 (화색! 자세 풀고 일어나며) 그럼 카드 다시 원위치 시켜줄 거야 할아버지?
유회장 아니. 넌 니 몸부터 원위치 시키거라.
덕화 (다시 자세하며) 내가 친손자일 리 없어.. 친손자한테 이럴 리 없어.. 복수할 거야..
S#31. 치킨 집 세 들어 있는 건물 앞 (다음 날 낮)
치킨 집 앞에 어울리지 않게 들어서 멈추는 덕화의 명차.
그 뒤로 승용차 한 대 따라와 바로 멎는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덕화, 그리고 뒤차에서 내리는 김비서(유회장의 비서).
덕화 김비서님도 아시겠지만 여기가 저 여덟 살 때 생일선물로 받은 건물입니다.
김비서 압니다. 아홉 살 땐 뭐 받으셨습니까?
덕화 미움을 받았죠. 다 한 때였죠. 무척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은,
김비서 여전히 미움을 받고 계시는 거 아시죠 덕화군. 무척 어엿하게 카드를 쓰시니까요.
덕화 그래서 끊으셨죠 김비서님이.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이 건물을 통해 현금융통을 좀 하려고 합니다. 장사 안 되는 가게는 내쫓든지 해서 비워주세요. 잡음 없이 깔끔하게. 일단 제일 파리 날리는 저 문 닫힌 치킨 집부터.
김비서 음.. 덕화군? 아까부터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우린 같이 온 게 아닙니다.
제가 덕화군을 미행한 거죠. 회장님 지시로.
덕화 뭔 미행을 이렇게 대놓고! 아우 난 같이 온 줄 알았네.
그럼 이렇게 하죠. 곧 비서실로 전화가 한 통 갈 겁니다.
김비서 ??
덕화 한 여자가 물을 겁니다. 제가 거기 다니냐고.
그럼 그때, 제가 그 회사 다닌다고만 해주세요. 그럼 됩니다.
김비서 안 다니시잖아요.
덕화 아 진짜 김비서님!! 일 참 정직하게 하시네! 할아버지 든든하시겠다 증말!
저 카드 새로 발급 받아야 된다구요. 아 제발.. 네?
S#32. 도깨비 집/ 거실 (밤)
가볍게 차려 입은 저승, 장바구니 들고 나가려고 거실 가로지른다.
소파에 앉아있던 도깨비 놀라서 얼른 몸 일으키고.
도깨비 어디가.
저승 슈퍼.
도깨비 아 슈퍼? 레퍼토리가 갈수록 성의가 없다?
저승 장바구니 든 거 안 보여?
S#33. 슈퍼 (밤)
카트 안, 수분음료 잔뜩 담겨 있고 그 옆으로 툭툭 던져지는 소고기 팩들.
카트 밀고 있던 저승 딱 노려보면, 도깨비 아랑곳 않고 고기 골라 담고 있다.
저승 (빡!) 어떻게 진짜 따라 오냐? 너 나 못 믿어?
도깨비 믿게 했어? 너 원랜 걔한테 가려고 했는데 내가 따라오니까 슈퍼로 튼 거잖아.
저번에 카페에도 걔 데려가려고 온 건데 나한테 딱 걸린 거고.
저승 나 걔 안 데려갈 거거든? 엄청 응원 하고 있거든 지금?
도깨비 니가 걜 왜 응원해.
저승 나 진짜 걔랑 한패야. 신부가 검 뽑으면 죽는다며. 해외로 떠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떠나는 게 더 좋지 않겠어? 걔가 당장은 검을 못 봐도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적 같은 걸 믿어보려고. 난 그 날에 승부수 걸었어.
도깨비 (몸에 불꽃 화르륵 일으키려는데!)
저승 여기 보는 사람 많다.
도깨비 (끙.. 추스르고) 좋아. 약속 하나만 해.
저승 뭐 갑자기. 뭔 약속.
도깨비 내가 떠나면 그 아이 안 건드린다고.
저승 (!) 진짜야? 진짜 가게?
도깨비 단, 걔 데려가려고 폼 잡는 순간 난 언제 어디서든 곧바로 돌아온다.
그 집으로. 그니까 걔 그냥 내버려둬.
저승 ..언제 가는데?
도깨비 모레. 좋냐? (앞서 가고)
저승 .... (그런 도깨비 뒷모습 보는데..)
Cut to.
계산 마친 두 사람, 봉지 들고 시적시적 문 향해 걷는다.
저승, 뭔가 쓸쓸한 얼굴이고.. 마트 봉지 든 도깨비 먼저 문밖으로 나가는데,
S#34. 슈퍼 앞 (밤)
저승, 곧장 문 열고 나오는데, 도깨비 감쪽같이 없어졌다.
뭐야, 얘 또 어디 갔어? 의아한 얼굴이고.
S#35. 은탁 집/ 마당 (밤)
도깨비, 슈퍼 문 열고 나왔는데 문 밖은 은탁 집 마당이다. 손에는 마트 봉지 든 채고.
도깨비, 내가 이 아이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어 당황스러운데.
그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대문 열고 들어온다. 은탁이다! 순간 눈 딱 마주친 은탁과 도깨비!
서로 놀라 보는데 은탁, 도깨비 손 확 잡더니 도깨비 끌고 대문 밖으로 나간다.
S#36. 은탁 집 근처 골목 (밤)
은탁에게 손목 잡혀가는 도깨비. 잡힌 손목 보는데, 은탁 손목 놓고 돌아서며,
은탁 아 집에까지 오면 어떡해요. 이모 알면 나 죽어요. 안 들켰어요? 우리 이모네 자요?
도깨비 몰라.
은탁 아 놀래라. 근데 우리 집엔 어쩐 일이세요? 나 보러 왔어요?
도깨비 그래볼까?
은탁 뭐라구요?
도깨비 내가 니 생각을 했나봐. 잠깐.
은탁 !!
도깨비 그래서 내가 너 보러 온 모양이라고.
은탁 (심쿵! 그러면서 괜히) 왜요? 내가 뭐 신부길해 예쁘길해 맨날 목숨이나 구해줘야
되고 민폐나 끼치는데 왜 보러 와요?
도깨비 이런 게 보고 싶었나보다.
은탁 !!!! (도깨비 보면)
도깨비 봤으니 갈게. 이모네 사라졌어. 집 비었으니까 들어가.
은탁 이모네가 사라졌어요?! 진짜요? 언제요? 이런 질문 좀 그런데, 죽인 건 아니죠?
도깨비 그걸 원하면 그것까지 하고.
은탁 아니요 농담인데!
도깨비 나도 농담이야. 근데 넌 몰랐는데 왜 왔어.
은탁 (당황) 놓고 간 게 있어서 뭐 좀 가지러요.
도깨비 뭐.
은탁 그냥 뭐. 아저씨는 몰라도 돼요.
/은탁 책상 위의 다 마른 메밀꽃..
도깨비 그래 그럼 간다.
도깨비, 골목 끝으로 걸어간다.
은탁, 왠지 모르게 아쉬워 서 있는데...
S#37.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다른 날 낮)
도깨비 크지 않은 가방에 떠날 짐을 챙겨 넣고 있다.
옷가지 몇 개, 여권, 책, 오래된 편지들.. 유언장 적힌 노트(300년은 넘어 보이는) 등 단출하다.
그러다가 괴로운 얼굴로 일각에 놓인, 작은 상자 바라보는데..
S#38. 육교 위 (낮)
일 끝나 수트 차림의 저승, 페도라 든 채 육교 건너고 있는데,
삼신 저기요, 거기 까만 오빠.
저승, 멈춰 보면, 한 여자 가판 펼쳐놓고 액세서리 팔고 있다. S라인 삼신이다.
싸구려 머리핀, 목걸이, 귀걸이, 넥타이 핀, 앤틱한 척 하는 조악한 탁상거울 몇 개, 빗 등등
삼신 오빠 머리핀 안 필요해요?
저승 (...) 삔은 선호하지 않아서.
삼신 그럼 사서 애인 줘요.
저승 애인이 없어서.
삼신 애인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데 이건 일단 사면 계속 있어.
거울에 한 번 대봐 오빠. (하며 일각의 거울 내 놓는데!)
그 순간, 거울에 가려져 있던 무언가 눈에 띈다. 삔들 사이에, 반짝 빛나는 옥가락지다!
저승 !!! (이유도 모르게 심장 쿵.. 뭐에 이끌리듯 다가가 옥가락지 집어 들려는데)
써니 이거 얼마예요?
하며, 먼저 가락지를 낚아채는 화려한 손. 보면, 써니다! 저승, 써니와 눈 마주치고...
그 순간, 저승, 턱 막히는 숨과 함께 눈에서 눈물 툭툭 떨어진다.
써니 (당황해서) 내가 먼저 집었잖아요.. 그렇다고 뭘 또 울어..?
저승 ?!! (급히 눈가 만져보면 손에 묻어난 눈물에 자기도 놀라 다시 써니 보는데)
써니 양보해줘요?
저승 (끄덕 하면)
써니 (그런 저승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데, 잘 차려입었다. 무엇보다, 잘생겼다..!!)
공짜론 싫은데. 그쪽 전화번호 주면요.
저승 없는데 그런 거.
써니 핸드폰이.. 없어요? 가난해요?
저승 핸드폰이 별 필요가 없어서..
써니 번호 줄 맘이 없는 거 아니구요? 양보 취소. (하고 반지 껴보려는데)
저승 그쪽 전화번호 줘요. 번호 적어서 (좌판 일각 가리키며) 놔요. 여기. 반지랑.
써니 (어이없고 외려 반지 꼭 쥐며) 일단 통성명부터 하죠. 내 이름은 알아야 전활 할
거 아니에요. 반가워요. 써니예요. (악수하자고 손 내밀면 슬로우 걸리고 그대로
머리 찰랑, 환한 미소...)
저승 ... (그 손 보다가 자기 손 주머니에 넣고) 선희요?
써니 (띵!! 지금 내 악수 거절했어?) 그게 좋으면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예명이라 뭐든 상관없으니까.
삼신 카드? 현금? 돈은 누가 낼 거야? (하는 삼신의 얼굴 가판 일각의 탁상거울에
비치는데.. 다름 아닌 노파버전 삼신의 얼굴이다!) 누가 내든 상관은 없어.
(의미심장, E) 어차피 둘 다 아주 비싼 값을 치르게 될 테니까.
삼신의 목소리 위로, 다가올 운명 모른 채 서로 바라보고 있는 저승과 써니고..
S#39.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낡은 상자에서 족자 꺼내는 도깨비. 낡아 바스라질 것 같은 종이.
조심스럽게 펼쳐 보면, 고려시대 여인의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 속 얼굴, 바로 써니다!
/-1. (과거회상) 궁궐/ 침전 (밤) (1부 16씬에 이어서)
으드득, 손에 힘주어 간신 목을 부러뜨리고 휙- 집어 던진다.
허망한 복수가 끝난 침전, 고요하다.
공허한 눈으로 염습된 선왕 뒤로 한 채 걸음 옮기던 도깨비, 무언가 발견하고 굳는다!
침전의 저 끝 어두운 곳에 널려 있는 무언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보면,
줄에, 바닥에, 온통 널려 있는 한 여인의 초상, 바로 왕비의 얼굴이다.
그것이 왕의 마지막 행보였음을 깨닫는다.
눈물 핑 돌아 초상화 바라보던 도깨비, 그 중 웃고 있는 초상화 하나 툭- 떼어 손에 들더니
푸른 불꽃 일으켜 나머지 그림들 다 태워 버린다.
활활 불타는 화염 뒤로 한 채 침전 나서는 도깨비고...
/-2. 다시, 현재.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도깨비, 그림 속 여인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슬픔이 가득하다.
/왕비 ..저는 괜찮습니다. 혹여 이게 마지막이면, 이게 제 운명인 겁니다..
그러니 가십시오.. 멈추지 말고 왕께 가세요 장군..
마지막 순간까지 기품을 잃지 않던 그림 속 여인. 둘은 무슨 사이였을까...
S#40. 치킨 집 (다른 날 밤)
수분 음료 마시며 창밖만 내다보고 앉아 있는 써니. 옆에선 은탁, 유리문 마른걸레로 열심히 닦고 있다. 그런 은탁 옆에서 처녀귀신, 은탁 귀에 대고 자꾸만 음산하게 말 건다.
처녀귀신 너 진짜 이럴 거야? 너 도깨비 신부도 아니라며. 그냥 나랑 같이 가자. 음?
은탁 (계속 유리창만)
처녀귀신 나쁜 년. 내 말 귓등으로도 안 듣지? 나도 혼자 구천 떠돌고 있으니까 너도 어디
혼자 지내봐! 너 아는 사람들 전부 해코지 할 거야. 저 여자부터 죽일 거야!
하고, 검은 귀신 포스로 카운터로 확 달려간다! 헉! 은탁 어찌해볼 새도 없고. 그 순간,
써니 (음료병 쾅!) 아 이런 씨발라먹을 수박 조카 신발 확씨쁠비쁠에이쁠이.
처녀귀신 흐억! 무서워. 저 여자 무서워. (기겁해 은탁 옆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착 붙는다)
은탁 (역시 놀랐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써니 솔직히 말해봐. 나 요즘 미모 비수기니?
아 내가 사이즈 딱 나왔는데.. 분명 이쯤이면 연락 오고도 남았는데.. 왜 안 오지?
은탁 그 반지 그 남자요? 일단 진정 하시구요,
써니 진정 힘들어. 내가 본 남자 중에 제일 잘생겼단 말야.
(음료 병) 보여 내 노력이? 피부 생각해 매일 마시는 거? 근데 왜 안 오지 전화?
은탁 잘생긴 남자들은 원래 다 얼굴값 해요. 그냥 잊으세요.
써니 어떻게 잊니 내가 만난 남자 중에 나한테 양보 안한 유일한 남잔데.
(자신의 빈 약지손가락 만지며) 반지, 예뻤는데.. 딱 내 거 같았는데..
S#41.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책상 위에 옥가락지 놓여있고, 그 옆에는 반 접힌 메모지 놓여있다.
메모지 펼쳐보는 저승사잔데.
/플래시백
처음 만났던 시장. 써니, 저승에게 번호 적어주고 있다.
써니 펜 있어요?
저승 없어요. 그냥 부르세요.
써니 (픽) 쫌 웃겼다. (가방 뒤져서 아이라이너로 메모지에 번호 휘갈기며) 이과예요?
(다 적더니) 전화번호의 완성은 립이죠. (립스틱 바른 입술 꾹 찍어서 건네면)
저승 ... (손 닿을까봐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레 건네받는)
/다시, 현재.
전화번호와 입술 찍힌 메모지 보는 저승인데..
S#42. 도깨비 집/ 식당 (밤) → 삭제
S#43. 은탁 집/ 마당 (밤)
은탁, 피곤한지 어깨 주무르며 대문 들어서는데, 엇!! 집안 가구들 마당에 빼내져 있다.
주인아줌마와 인부 두엇 집안 잡동사니들 전부 빼고 있는데.
은탁 (!!) 안녕하세요. 이거 다 왜요? 우리 집 이사 가요?
집주인 (?) 이모랑 연락 안 했어? 니네 이모가 집 내놨잖아. 내일 모레 이사 들어오는데
짐 정리가 하나도 안 돼 가지구 내가 이 고생이다 지금.
은탁 집을 내놨다구요?! 그럼 저는요? 전 어떡해요?
집주인 그걸 나한테 물음 어떡해. 니네 이모한테 물어야지.
니네 이모가 전세금도 다 빼갔는데. 너도 챙길 거 있음 얼른 챙겨.
은탁 (하..!! 망연자실 섰는데..)
S#44. 길거리 (밤)
옷가지 든 짐가방 놓고, 길거리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은탁..
세상천지에 그 한 몸 갈 곳이 없다.. 근데 보면, 손에 메밀꽃다발 들려 있다.
그거 하나 챙겨 나온 것이다. 그때 바람 훅- 불면, 마른 메밀꽃들 휘 바람결에 날아가고..
앙상하게 남은 가지 중에 몇 개 붙어 있는 마른 꽃송이.
은탁, 가방에서 도깨비 동화 책 꺼내, 꽃송이 남은 가지 책갈피에 끼워 넣는데..
S#45. 지하철역 (밤)
낑낑대며 짐 가방들 코인로커 안에 넣는 은탁이고..
S#46. 은탁 학교 전경 (다음 날 낮)
담임E 지은탁.
S#47. 은탁 학교/ 교무실 (낮)
담임, 책상 위에 출석부 탕! 소리 나게 올려놓는다.
담임 너 가방이랑 주머니에 있는 거 다 꺼내 봐. 얼른!
은탁 !!..
은탁, 대꾸해봤자 손해다 싶어 주섬주섬 교복 주머니에 든 것들 꺼내 놓는데..
아차, 도깨비 소환하려고 넣어둔 라이터, 성냥, 생일초, 등등 다 나온다.
은탁 (지가 꺼내놓고 놀라서) 선생님, 이건요.
담임 조용히 안 해? 아주 불이란 불은 다 들고 다니네? 담배는 왜 안 꺼내.
마지막 양심이야?
은탁 선생님 정말 이건 제가 사정이 있어서, 선생님 저 담배 안 피워요.
담임 담배 안 피는데 이런 건 왜 갖고 다녀. 너 방화범이니?
/수진 (복도에서 그 광경 지켜보며 고소해하고)
은탁E 저 진짜 담배 안 피워요. 담배 살 돈도 없어요.
담임 애들이 너 담배 피우는 거 봤다는데! 짧게 가자 짧게? 어? 손 내밀어. 양손 다.
은탁 (할 수 없이 양손 내밀고)
담임 (킁킁 냄새 맡더니 손 탁 허공에 던져버리고) 와 얘 철저한 거 봐.
머리 좋은 애들이 이래서 무섭다니까.
은탁 !!....
담임 지은탁. 난 너 같은 애가 공부 잘하는 게 제일 무서워. (E) 앞에서는 착한 척
불쌍한 척 하고 뒤로는 이렇게 호박씨나 까고. 너 같은 애들이 사회 나가서 분란
일으키는 거야. 그러면 진짜 선량한 사람이 피해 보는 거야 은탁아. 어?
담임의 독한 말에 상처 입지 않으려고,
은탁, 죽을힘을 다해, 교무실 창밖의 무성한 노란 은행잎만 보고 섰는데..
S#47-1. 도깨비 집/ 식당 (낮)
칙-! 따지는 맥주 캔. 보면, 저승 맥주 마시려는 듯 캔 따고 티슈로 캔 입구 빙 둘러 닦는데 맥주 캔 갑자기 휙 미끄러져 식탁 끝으로 가더니 누군가의 손에 턱! 보면, 힘없이 앉아 있는 도깨비다.
도깨비 (캔 마시며) 고마워. 근데 갑자기 술은 왜.
저승 지는. (냉장고로 가서 맥주 캔 하나 더 꺼내며) 짐은.
도깨비 워낙 간단해서.
저승 ...
도깨비 전화할게
저승 나 전화 없잖아.
도깨비 그래서 한 말이야.
저승 (빡!)
도깨비 (무심히 맥주 넘기고..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 나간다)
저승 ??
S#47-2. 도깨비 집/ 거실 (낮)
의아한 얼굴로 팔짱끼고 서서 무언가 보고 있는 저승사자.
보면, 재킷 걸쳐 입은 도깨비 현관문으로 계속 들락날락하고 있다.
저승 뭐하냐? 정신 사납게?
도깨비 어딨는지 모르겠어.
저승 누가.
도깨비 날 안 불러. 부르지 않으니까 찾을 수가 없어. 전지전능까진 아니더라도 못할 게
없었는데, 그 아이 하날 못 찾겠어. 내가 가진 게 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저승 사실 그렇지. 놀고먹는 데나 좋지. 그럼 그 전에도 이랬냐?
도깨비 찾았지 매번 이렇게. (문고리 열고 다시 나가면)
문밖 또 환해졌다 어두워지고. 실망한 얼굴로 다시 들어오는 도깨비.
저승, 한심하게 보는데, 도깨비 다시 나간다.
저승, 닫힌 문 보는데, 이번엔 한동안 문 열리지 않는다.
저승 (문 잠시 보다) 찾았네.
S#48. 바닷가 (낮)
은탁, 바닷가 어디 책상다리하고 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보고 있다.
은탁 엄마.. 잘 지내? 엄마 천국 갔어? 천국은 어때? 여기보단 나아?
엄마 나는.. (눈물 차오르고.. 목도리로 얼굴 가렸다가) 엄마 나는.. 잘 못 지내..
아무도 내 안부를 묻지 않아..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그때, 비 툭툭 떨어지기 시작한다.
은탁 또야? 지겹다 진짜. 비 오는 인생.. (쪼그린 채로 무릎에 고개 푹 숙이는데)
그때, 은탁 위로 비 멎는다. 어? 뭐지? 이상해 고개 들어 천천히 올려다보면 거기에,
도깨비 우산 들고 조용히 서 있다.
은탁 !!
도깨비 내가 우울해서 그래.
은탁 뭐가요?
도깨비 비. 곧 그칠 거야.
은탁 (픽) 아저씨가 우울하면 비가 와요?
도깨비 (진지하게) 어.
은탁 그럼 태풍 땐 얼마나 우울한 거야?
도깨비 그건 나 아니야. 지구의 우울. 잘 지냈어? (안부를 묻는다)
은탁 (농담에 픽, 웃다가 이내 먹먹한 얼굴 되는데) !!!...
도깨비 (가만히 본다)
은탁 (빗방울 잦아든다) 비가.. 그칠라 그래요.
도깨비 방금 기분이 나아졌거든.
은탁 (신비한 사람.. 가만히 보면)
도깨비 (차분한 눈빛으로 보는)
은탁 나 아저씨 안 불렀는데..
도깨비 음 안 부르더라. 뭐 나도 바빴어. 여기저기, 일이 많았어 계속. (얼버무리는데)
은탁 (물끄러미 보다가) 큰일 났다.
도깨비 왜?
은탁 이제 비 올 때마다 아저씨 우울한가보다 싶을 거니까요.
사고무탁하기도 벅찬데 아저씨 걱정까지 늘어서. (설핏 웃으면)
도깨비 (은탁의 웃음에, 마음 쿵..) 안 추워? 왜 이러고 있어.
은탁 불행해서요. (목도리 더 꽁꽁 두르며) 이젠 그냥 감기 같아요.
도깨비 뭐가.
은탁 내 불행들이요. 잊을 만하면 찾아오고 때 되면 걸리거든요.
도깨비 ... (그런 은탁 약간 찡하고)
은탁 뭐 찔리라고 한 소린 아니에요.
도깨비 (!) 너 뭐 알고 하는 소린 아니지?
은탁 뭐 찔리는 게 있긴 한가 보네요.
도깨비 그 말 하지 마. 내가 젤 싫어하는 말이 ‘찔린다’야.
은탁 내가 엄청 잘 골랐네 그럼. (장난꾸러기 같이 웃는데)
도깨비 (보다가) 해봐. 니 얘기. 계속.
은탁 눈물 없인 못 들을 텐데.
도깨비 잘 참아볼게.
은탁 하하 (웃고) 혹시 그 얘기 알아요?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대요.
씨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을 쓰는 생.
도깨비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그건 사자가 망자들한테만 해주는 말인데.
은탁 도깨비신부노릇 19년차거든요? 귀신들이 하는 얘기 들었죠.
그래서 너무 억울해요. 난 뭔 놈의 인생이 1-1, 1-2야. 2로 안 넘어가.
도깨비 애도.
은탁 애한테.
도깨비 그럼.
은탁 많잖아요. 어깨 토닥, 머리 쓰담, 오백 턱.
도깨비 나참. 니 손은.
은탁 내 손은 하도 알바해서 좀 쉬어야 하거든요. (애기들 주세요 손모양) 뭐 중요한
거, 다발 뭐 그런 거 받을 때를 위해 아낄라구요. (빤히 보면)
도깨비 뭐. 왜.
은탁 (후..) 됐어요.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 내민다) 선물. (코팅한 단풍잎이다) 예쁘죠.
도깨비 !! (받고) ..예쁘네.
은탁 (기분 좋은) 그쵸.
도깨비 (쓸쓸히 보면)
은탁 (왜지? 눈빛이 왜 쓸쓸해 보이지? 싶은 순간!)
도깨비 (그런 은탁 보다가, 머리 담백하게 한번 쓰담 하는)
은탁 (!!...) 뭐.. 하신 거예요?
도깨비 머리 쓰담. (사이) 잘 지내라는 인사. 나 내일 떠나거든.
은탁 !!!
다시 투둑, 이내 쏴- 우산 위를 때리는 빗소리고...
S#49. 도깨비 집/ 거실 (밤)
소파 끝과 끝에 앉아있는 도깨비와 저승. 둘 다 표정 암울하다.
저승 짐은.
도깨비 낮에도 물어봤잖아.
저승 자꾸 듣고 싶어서 그래. 행복해 지니까.
도깨비 빡! 저승 보는데, 그때, “띵동” 초인종 소리.
저승 (심드렁) 문자 왔다.
도깨비 아니야. 초인종 소리야. 60년 만에 처음이군.
저승 아. (하다) 뭐?!
두 남자 (둘이 눈 딱 마주친다!!!!)
도깨비 ..내가 방금 뭐랬냐?
저승 우리 중 누구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
도깨비 아 무섭게 왜 그래! 너 투시해봐.
저승 나 못하는데.
도깨비 뭐 자랑이라고 그렇게 당당해. 무슨 저승사자가 투시도 못 해!
저승 지는.
S#50. 도깨비 집/ 문 앞 (밤)
끼기긱, 하고 혼자 열리는 문. 문 안까지 드리운 한 그림자. 카메라 발부터 올라가보면,
문 앞에 딱 서 있는 사람, 은탁이다!! 은탁, 문만 열리고 아무도 없자, 문 안 기웃 하며,
은탁 실례합니다 여기 혹시, (헉!!!)
문 앞에 딱 나타나는 남자, 도깨비가 아니라 저승이다.
은탁 (뒷걸음치며) 여기.. 도깨비집 아닌가요?
저승 여기 내 집인데? 날 찾아온 거야? 제 발로? 나랑 선약 있니?
은탁 아, 아뇨. (뒷걸음질 치며) 제가 잘못 알았,
하다 뒤에 서 있는 누군가와 쿵 부딪친다. 보면, 뒤에 서 있는 남자, 도깨비다!
저승 집도 알려줬냐?
도깨비 (손짓으로 저승 들어가라고 하며) 너 뭐야. 너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은탁 귀신들한테 물어서요. 도깨비 집 어디냐고. 근데 왜 저승사자가 이 집에 있어요?
저승 부부싸움 현재진행형인가본데 모쪼록 좋은 결과 도출해라.
난 심기가 불편한 중이라. (문 닫고 들어간다)
은탁 둘이 같이 살아요?
도깨비 오늘까진. 넌 왜 왔는데.
은탁 못한 얘기가 있어서요. 그거 있잖아요.
나한테 뭐 보이냐고 묻는 거요. 그게 보이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도깨비 왜 물어. 어차피 안 보이는데.
은탁 누가 안 보인대.
도깨비 ?!!
은탁 일. 그게 보이면 당장 결혼해야 되는 거예요? 이. 그게 보이면 오백 해주는 거예요?
삼. 그게 보이면 (사이) 안 떠날 거예요?
도깨비 !!!
은탁 가지 마세요.
도깨비 !!!
은탁 그냥 여기 있어요. 한국에. 안 돼요?
도깨비 (!!!) 너 정말, 보여?
은탁 보이면요?
도깨비 증명해봐.
은탁 아저씨 대답부터요. 일이삼 중에 뭐 할 건데요?
도깨비 너 안 보여.
은탁 보여요. 진짜요. 진짜 보이는데.
(하더니, 가만히 손 내밀더니 도깨비 가슴께 허공 가리키며) 이 검.
도깨비 !!!
그 순간, 우르르 꽝, 순식간에 번개 하늘을 가르며 떨어진다.
번개의 섬광에 번뜩 비친 도깨비의 본모습. 도깨비를 관통한 검, 섬광에 반짝 빛나고,
은탁의 손가락 정확하게 검의 손잡이 가리키고 있다! 검의 손잡이와 일직선으로 닿을락말락한다!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은탁과 도깨비가 처음 만났던 거리의 골목.
마주 선 도깨비 가슴에 꽂힌 검이.. 은탁의 눈에는 선명히 보인다!
신E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이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 하리라.
/다시, 현재.
은탁 처음 봤을 때부터 보였어요 이 검.
도깨비 ...!!!
은탁 그럼 이제 나 뭐예요? 나 아직도 도깨비 신부 아니에요?
도깨비 !!!
지옥 같은 계절을 살던 도깨비의 눈앞에 그렇게 나타나길 바랐던 신부가 나타났다.
신부 은탁과, 시간에 떠밀려 떠나려는 순간에 나타난 신부 생생하게 보는 도깨비에서..
3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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