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4
(나비) 미쳤다
근데 어쩌라고
좋았단 말이야
(재언) 이대로 더 자고 싶다
나도
그냥 학교 가지 말까?
[피식 웃는다]
[차분한 음악]
[멀어지는 발걸음]
[재언이 스위치를 탁 누른다]
[문이 달칵 열린다]
(나비) 차라리 술이라도 마셨으면 핑계가 될 텐데
[부드러운 음악]
[달그락 소리가 난다]
[빛나의 아파하는 신음]
- (규현) 괜찮애? - (빛나) 어, 어, 어, 어
(빛나) 아, 이거 드, 드라이 드라이어기가 어디 있지? 아씨
얘기 좀 하자
(빛나) 어, 야, 야, 옷부터 입어
나 알코올성 치매인가 봐
어제 일이 잘 기억이 안 나네
- 그러니까… - (규현) 실수였다고야?
(빛나) 어?
아…
어
솔직히 술김이었잖아, 우리 둘 다
실수였으니까 딱히 달라질 것도 없고
안 그래?
나 먼저 간다
(빛나) 야, 야!
야…
[문이 쾅 닫힌다]
[한숨]
아이씨, 미쳤지!
아휴, 왜 하필 쟤랑 아이, 미친, 아!
[빛나의 괴로운 신음]
[재언이 지퍼를 직 닫는다]
(재언) 이거 내 옷이야?
어, 빨아 놓긴 했는데
괜찮아, 너 가져
싫으면 버려도 돼
(재언) 아, 아침 밖에서 먹을 거야
밖?
혼자
아, 그래, 뭐
그렇겠네 [살짝 웃는다]
(나비) 나는 좀 더 자야겠다
먼저 가
난 계속 너 만나고 싶은데
넌 어때?
(나비) 올 것이 왔다
[차분한 음악] 뭐가?
앞으로도 가끔 볼래?
(나비)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사귀는 건 아니지만
종종 만나서 잠은 자는 사이 같은 거 하자는 거지?
글쎄 [어색한 웃음]
생각해 보고 말해 줘
(재언) 갈게 아프면 병원 꼭 가야 돼, 알겠지?
(나비) 응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빛나의 한숨]
(빛나) 박재언?
[문이 달칵 여닫힌다]
[빛나의 힘겨운 숨소리]
[빛나가 콜록거린다]
[코를 훌쩍인다]
난 실수 아니었어
- 어? - (규현) 달라질 거 없다는 말도
난 아니여 긍게 없던 일로는 안 될 거 같다
[한숨]
없던 일로 안 되면? [발랄한 음악]
인자 나는 더 이상 너랑 친구로는 못 지낼 거 같응께
[당황한 숨소리] 그럼 뭐
설마…
우리 연애하자
[놀라는 숨소리]
[빛나의 괴로운 숨소리]
(빛나) 야!
[웃으며] 그…
솔직히 한 번 잤다고 사귀자는 거는 그건 좀 오버 아닐까?
너 나 좋아해?
봐, 너 대답 못 하잖아
그리고 나는 우리 과처럼 이렇게 좁고 소문 빠른
막 이런 데서 연애하는 거 진짜 극혐이야
귀찮아지는 거 딱 질색이라고
[한숨]
그래
니 마음 잘 알았응께 내가 알아서 정리할게
(빛나) 뭐, 뭔 정리?
야, 야!
[세훈이 캔을 탁 내려놓는다]
[숨을 카 내뱉는다] (경준) 자
(세훈) 어제 부스에 데려온 남자 솔이 남친이야?
(지완) 몰라
[세훈의 답답한 신음]
(세훈) 아, 네가 모르면 도대체 누가 알아, 어?
아, 뭐 하는 사람인데? 뭐, 둘이
[한숨]
[혀를 쯧 찬다]
뭐, 진지한 사이냐?
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물어봐
(지완) 난 윤솔이 누구를 사귀든 말든 관심 없거든?
진짜 짜증 나게
(세훈) 뭐야, 너희 싸웠냐?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민영) 그러게, 저번에 솔이 교환 학생 가는 것도 모르더니
안 싸웠어요, 그냥 걔랑 나 사이가 딱 이 정도인 거죠, 뭐
(지완) 저 가요
[툭 부딪는다]
[차분한 음악]
(솔) 서지완
지완아
지완아!
얘기 좀 해
[한숨]
그래, 해 봐, 아이, 뭐부터 할 건데?
(지완) 네 유학 얘기? 아니면 네 남자 얘기?
[헛웃음 치며] 야 나 빼고 애들 다 알더라
너한테 말하려고 했어
아…
아, 언제 말하려고 했는데?
뭐, 너 떠나기 전날이나 결혼하기 전날쯤에?
(솔) 왜 이래 관심 없다며, 내가 누굴 만나든 말든
어, 관심 없는데
네가 이딴 식으로 날 소외시키는 게 기분 더러워서 그런다
내가 언제 널 소외시켰다고…
(지완) 너 예전부터 그랬어
중요한 건 나한테 절대 말 안 한다고
알아?
중요한 거 뭐?
[솔의 한숨]
(솔) 네 말대로 이 정도인가 보다
너랑 내 사이가
[자판기가 달칵 열린다]
[자판기가 탁 닫힌다]
(나비) 고마워
다음 수업 뭐야?
(재언) 나 인체 해부학
너무 어려워
나 그거 A 맞았는데
- (재언) 진짜? - (나비) 응
(재언) 그럼 나 시험공부 도와줘
뭐 해 줄 건데?
뭐 해 줄까?
[부드러운 음악]
(나비) 뭐야
아, 그…
있잖아
어…
나는 우리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그래, 그러자
- 응 - (재언) 응
(나비) 그리고
어…
그, 혹시
너 병 같은 거는 없지?
있어? [나비의 웃음]
[함께 웃는다]
아, 웃지 마, 나 진짜 진지하다고
그런 거 없어, 걱정 마
(나비) 응
(재언) 이따가 시간 돼?
어, 뭐, 괜, 괜찮아
[난간을 탁 치며] 아니다 토요일 날 볼까?
다음 날 쉬는 게 낫지?
아니
나, 나도 완전 괜찮은데
[경쾌한 음악]
[버튼 조작음]
[스타일링기 작동음]
[버튼 조작음]
[스타일링기를 탁 내려놓는다]
[나비의 한숨]
(나비) 괜히 센 척했다
너무 충동적이었어 [한숨]
[작은 목소리로] 어떡해 진짜 미쳤다, 미쳤어 [발을 탁 구른다]
[휴대전화 조작음]
지금이라도 오지 말라 그래야겠다
[초인종이 울린다]
[한숨]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나비) 어서 와 [나비가 살짝 웃는다]
(재언) 응
[나비의 어색한 웃음]
웬 술이야?
(나비) 어, 그냥 같이 한잔하면 좋잖아
기분 전환도 할 겸
아, 그, 나는 먼저 마셨어
(나비)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안 되겠어서
[피식 웃는다]
이건 반칙인데
뭐가?
우리 그런 거 안 정해 놨잖아
뭘 정해?
(재언) [부스럭거리며] 우리 오늘
같이 인체학 공부 하러 온 거 아니었어?
(나비) 아…
[손뼉을 짝 치며] 아, 인체학
[멋쩍게 웃으며] 어, 공부해야지
[웃음]
[나비의 멋쩍은 웃음] [재언이 책을 탁탁 정리한다]
웃지 말라고
선물 있어
[잔잔한 음악] [잘그랑거린다]
(나비) 박재언은 정말 자연스럽다
마치 '지구는 둥글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재언) 다 됐다
맘에 들어?
(나비) 응
예쁘다
아침에 햇빛 받으면
더 예쁠 거야
[살짝 웃는다]
(나비) 원래 우리가 이렇게 될 일이었던 것처럼
(나비) 또 말렸어
(재언) 잠깐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저장했네
(나비) 응
(나비) 지금이라도 멈추면 된다
이 짓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니까
[재언이 뽀뽀를 쪽 한다]
하지만
[나비가 살짝 웃는다]
너 여기 점 있는 거 알아?
어디?
(재언) 여기
몰랐어
오늘 보니까
더 예쁘다
(나비) 난 지금도 박재언에게 끌린다
미친 듯이
그 단순한 이유 하나가
오늘도 내 모든 걱정을 덮어 버린다
[차분한 음악]
(나비) 너 그 목뒤의 타투 할 때 안 아팠어?
(재언) 완전 아팠지
죽을 뻔했어
[재언과 나비의 웃음]
중간에 관둘 뻔
[나비의 웃음]
조만간에 하나 더 할 거야
(나비) 어디?
(재언) 여기쯤에
(나비) 또 나비?
(재언) 응
뒷날개에 검은 점이 여러 개 찍혀 있는 나비인데
이름도 어려워
대만검은별부전나비
(나비) 대…
진짜 기네
얘네들은 애벌레일 때
나뭇잎이 아니라 꽃을 먹고 자란대
특별하지?
(나비) 응
(나비) 그날 이후 우리 사이는 많은 것이 달라졌고
박재언은 내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었다 [부드러운 음악]
[쓱쓱 닦는 소리가 들린다]
(나비) 빨리 씻어
[살짝 웃는다]
[나비의 웃음]
나 내일부터 과사에서 일해
(나비) 일하기로 했어? 바쁘지 않아?
(재언) 오래는 아니고 잠깐 동안만
[나비의 호응하는 신음]
다 너 때문이야
왜 나 때문이야?
(재언) 자주 놀러 와
내가 왜?
- (재언) 응? - (나비) 응?
[나비의 웃음]
(재언) [웃으며] 놀러 오라고
자주 놀러 와야 돼
내가 왜?
놀러 갈게
[나비의 웃음]
(정연) 오빠 그때 만들던 선캐처 어디 있어요?
(여학생1) 그, 나비 모양이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재언) 아, 그거?
누구 선물 줬어
(정연) 아, 아쉽다 완성된 거 보고 싶었는데
(여학생2) 저희 그거 만드는 법 알려 주시면 안 돼요?
(정연) 알려 주세요!
(경준) 유리 공예는 도예 유리과 애들한테 배워, 정연아
재언이는 이제 내 거거든
(정연) 치, 뭐예요, 조교님 [경준의 웃음]
(민영) [짜증 내며] 아! 정신없어
제발 볼일 다 봤으면 좀 나가
얘들아, 어? 빨리 나가, 아휴 [경준의 어색한 웃음]
(정연) 안녕히 계세요 [여학생들이 인사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세영) 연애를 안 한다더니 여친이 있나 보네
(정연) 누굴지 궁금하다 엄청 이쁘겠지?
[문이 탁 닫힌다] [잔잔한 음악]
[마우스 조작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 (나비) 비가 많이 와 - (재언) 응
(재언과 나비) - 하지 마 - [웃으며] 아, 이거 해야 된다고
- (나비) 이거… - (재언) 나랑 놀자 [나비의 웃음]
(재언) 나랑 자자, 같이
- (나비) 벌써? - (재언) 응
(재언) 응, 졸려
(나비) 비록 우리 사이엔
밤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함께 웃는다]
(나비) 설거지해?
(재언) [그릇을 달그락 놓으며] 응
너 나 오는 날 일부러 설거지 안 하지?
(나비) [웃으며] 들켰다 [재언의 웃음]
근데 너 살림에 퍼텐이 좀 있는 것 같아
[탁 소리가 난다] 빨래도 하고 갈래?
- 그럴까? - (나비) 그래
- 그럼 같이 하자 - (나비) [웃으며] 싫어, 안 해
(나비) 싫어, 싫어, 싫어
(나비) 어떤 때는
흡사 연인 같기도 했다
오늘 목표는?
(나비) 오
과감한데?
괜히 무리하지 말고
뭐야, 갑자기?
(재언) 이거 먹으면 혀에 감각이 없어지더라고
그래서 키스 먼저
(나비) 박재언은 아직 미지수다
(나비) 뭐래
- [부스럭거리며] 먹자 - (재언) 응
[재언과 나비의 웃음]
(재언) '아'
(나비) 음, 뭐야
혀에 감각 없어진다며, 맛있는데?
- 그래? - (나비) 응
(나비) 먹어 [함께 웃는다]
[재언의 탄성]
- (나비) 맛있지? - (재언) 응, 오늘이 더 맛있다
[나비의 웃음]
(나비) 따듯한 건지 차가운 건지
진지한 건지 까부는 건지
[나비가 연필을 달그락 놓는다]
과제 다 했어?
아니
이제 너희 집 가서 자
(재언) 그냥은 못 가는데
[잔잔한 음악]
(나비) 이런 박재언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재언이 그림을 쓱쓱 그린다]
(나비) 우린 생각보다 잘 맞고
그래서 이 횡단 아치는 발 정면에서 봤을 때 제일 잘 보여
[호응하는 신음]
- (재언) 그러네 - (나비) 응
(재언) 여기가 횡단 아치?
(나비) 응
(재언) 여기는 내측 종족궁
- (나비) [웃으며] 어, 응 - (재언) 여기는 외측 종족궁
(나비) 응
- (재언) 여기는? - (나비) 아, 하지 마, 간지러워
그만, 그만
(재언) 나 진지하게 공부 중인데? [함께 웃는다]
여기는?
(나비) 간지럽다고
(나비) 함께하는 밤은
제법 즐겁다
[새가 지저귄다]
(진수) 형, 잘 먹을게요
[사람들의 탄성과 박수]
- (빛나) 맛있겠다 - (진수) 나 옥수수
(나비) 다이어트하신다면서요?
(빛나와 나비) - 그래서 새우만 먹으려고 했어요 - 그러세요?
[나비가 살짝 웃는다] - (세영) 언니 - (나비) 응?
요즘 연애해요?
나?
아, 아니, 왜?
(세영) 그냥
뭔가 요새 기분이 좋아 보여서
씁, 뭔가 얼굴빛이 살아난 느낌
[어색한 웃음]
(나비) 잘 자서 그런가?
그, 잠을
[사람들의 탄성과 웃음] 잠을
(세영) 아
하긴 피부는 잠이 99%랬어
아, 맞는다, 참
규현 오빠, 소개팅할래요?
(규현) 소개팅?
누군디?
(세영) 제 고등학교 친구인데
SNS에서 오빠 사진 보고 맘에 든다고 난리
얘 연애 쉰 지 꽤 돼 가지고 요즘 외롭다고 난리거든요
(빛나) 그 친구한테 전해 줘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는 순간 뭐 되는 거라고
어차피 외로울 인간은 연애해도 똑같이 외롭다
(세영) 그리고 제 생각
그래도, 음…
사귀는 사이엔 뭔가
서로를 외롭게 하면 안 된다는 의무 같은 게 있잖아요 [휴대전화 진동음]
(나비) 그건 그래
(재언)
(진수) 세영아, 나 사진 좀 보여 줘
(세영) 어, 보여 줄까?
- (규현) 봐 봐 - (진수) 오, 예쁜데?
- (규현) 이쁜디야 - (세영) 오, 진짜? 괜찮아요?
(규현) 해 줘 봐
- (세영) 오빠 번호 줄까요? - (규현) 누군디?
(세영) 내 친구 얘가 오빠 마음에 든대
(나비) 네가 원하는 대로 안 해 줄 거거든
(규현) 이쁘네
(세영) 오, 마음에 들어요?
[빛나의 한숨]
(규현) 응
톡으로 보내 줘
(세영) 헐, 대박, 걔 완전 좋아하겠다 [휴대전화 진동음]
- (나비) 왜 안 먹어? - (빛나) 입맛 없어 [세영과 규현이 대화한다]
(진수와 빛나) - 누나, 그럼 새우 제가 먹어도 돼요? - 먹어
(세영) 먼저 할 거예요? 먼저 하라고 해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비와 재언의 웃음]
- (재언) 하나, 둘, 셋, 인사하고 - (나비) 하나, 둘, 셋
(나비) 안녕하세요
했고
(재언) 앞으로 한 번 갔다가
- (나비) 앞으로 한 번 갔다가 - (재언) [웃으며] 어?
- (나비) 어, 미안 - (재언) 아, 괜찮아
- (나비) [웃으며] 진짜 괜찮아? - (재언) 자, 어, 그럼
(재언) 다시 해 보자 인사부터 해 볼까?
잡아서 끌어안고
[나비의 웃음]
- (재언) 시작 - (나비) 시작
- (재언) 하나, 둘, 넘어가, 잡아 - (나비) 하나, 둘, 셋, 넷
- (재언) 이쪽도 넘어가고 잡아서 - (나비) 하나, 둘
(나비) 여기서? 엄마
[재언의 웃음]
괜찮아?
(재언) 오늘 밤 안에 발등 없어지겠는데?
아, 그냥 포기할까?
(나비) 아, 완전 사기당했어
오빛나가 이거 학점 따기 좋다 그랬는데
그게 과연
오빛나 잘못일까?
[나비가 혀를 쯧 찬다]
(재언) 한 번만 더 해 보자
너 저번에 클럽에서 보니까 댄스에 퍼텐 있어
아, 싫어, 그만 놀려
근데 너는 왜 이렇게 춤을 잘 추지?
(나비) 전에 배웠었나? 아니면 타고난 건가?
글쎄
엄마가 무용가긴 해
아, 진짜? 지금도 하셔?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돼?
(나비) 일요일? 일요일…
오늘 금요일인데?
(재언) 응?
아, 누굴 성욕의 노예로 보나 [함께 웃는다]
그럼 일요일에 왜?
이번 주말까지만 열리는 전시회가 있는데
같이 갈까 했지
그거…
보고 싶긴 했었는데
갈래?
일단 좀 생각을 해 보고
(재언) 가자
응?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나비) 걘 그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를 텐데
고민하는 내가 이상한 거겠지
[휴대전화 진동음]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이모
(나비) 오늘도 밤새웠어?
하, 진짜 본받아야겠다
맨날 하는 작업인데, 뭘 [웃음]
아, 너 이번 주 일요일에 엄마 집에 갈 거야?
우리 나비 생일인데 이모도 올라가게
(나비) 힘들게 뭐 하러, 오지 마
내가 종강하면 내려갈게
(정숙) [컵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그럼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다 사 줄게, 이모가
(나비) [웃으며] 와
아, 진짜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니까
[정숙의 웃음]
(정숙) 엄마도 있고 이모도 있으니까 더 좋지
[살짝 웃는다]
생일이니까
네가 제일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랑 보내
'같이 있고 싶은 사람'
[새가 지저귄다]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탁 닫힌다]
(재언) 응, 지금 나왔어, 금방 갈게
[멀어지는 발걸음]
(경준) 아유, 맛있겠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나비) 어, 안녕하세요
(경준) 어? 재언이 방금 나갔는데
(나비) 예? 아니요, 저 이거
야작 신청하러 왔는데요
[경준의 멋쩍은 웃음]
(경준) 밥 먹었어? [문이 탁 닫힌다]
(민영) 어, 이리 와, 같이 먹자
- 셋이 먹을 줄 알고 너무 많이 시켰어 - (경준) 어, 어
(나비) 네 [살짝 웃는다]
[경준이 부스럭거린다] [의자를 드르륵 뺀다]
(경준) 어
튀김
(민영) 왜, 뭐 할 말 있어?
어, 그, 저…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생일 같이 보내는 거는 조금 오버겠죠?
사귀는 사이가 아니면 뭐, 썸 타는 사이?
(나비) 썸은 아니고
그냥 할 건 다 하는 사이?
(민영) 할 건 다 해? 뭘 다 해?
(경준) 음…
[민영의 헛웃음]
(민영) 아, 별로다
나라면은 선물 정도는 몰라도
같이 보내는 건 좀 부담?
역시 그렇겠죠?
(경준) 사랑하니?
예?
아니요, 그…
아, 이거 제 얘기가 아니고 제 친구 얘기인데
[나비가 살짝 웃는다] 사랑한대?
(민영) 툭하면 사랑이야
그런 관계 별로야, 금방 현타 와
백 퍼 후회해
친구한테 피임이나 하라고 전해 줘
네
[옅은 한숨]
(설아) 나비는 아직 키우고 있어? [휴대전화 조작음]
(재언) 응
나랑 아주 잘 지내고 있지
(설아) 풀어 준다더니
(재언) 내가 그랬었나?
(설아) 생각해 보니까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재언) 뭐가?
(설아) 네 나비 말이야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애를 가둔 거라는 말
맞는 거 같다고
창밖엔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는데
희망 고문이 따로 없지
(재언) 그랬나?
근데 어떡하지?
놔주기 싫은데
아직은
(설아) 못 놔주겠으면 잘해 줘
네 문제가 뭔지 알지?
좋아할수록 괴롭히는 거
[휴대전화 진동음]
[차분한 음악]
잠깐만
(나비) 지금 통화돼?
(재언) 응, 무슨 일이야?
(나비) 다른 건 아니고
이번 주 주말에 전시회 같이 못 갈 거 같아서
집에 내려가기로 했거든
그래?
아쉽네
(나비) 미안, 다른 사람이랑 가
알겠어
더 할 얘기 있어?
아니, 끊을게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비가 쏴 내린다]
(도혁) 나비?
유나비?
도혁이?
(도혁) 어 [나비의 놀라는 신음]
양도혁?
[감성적인 음악]
야, 진짜 오랜만이다
우리 거의 한 10년 만인가?
그러게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나비) 그러니까 어떻게 여기서 딱 만나지?
서울 올라온 거야?
어, 전역하고 요리도 배울 겸 올라와 있어
너 요리해? 할아버지처럼?
(도혁) 아, 지금은 홍서대 사거리에 있는 국숫집에서 일해
홍서대 사거리?
아! 나 거기 알아
(도혁) 어?
(나비) 나는 가 본 적 없는데 애들이 막 맛있다 그러더라고
아, 그래?
한번 놀러 와
그래, 나중에 한번 들를게
[버스 알림음]
[버스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비) 어? 도혁아, 나 내려야겠다
(도혁) 아
저, 휴, 휴대폰 있지?
네 번호 알려 줄래?
(나비) 어 [나비가 살짝 웃는다]
있지
[휴대전화 조작음]
여기
(나비) 엄마! [도혁의 당황한 신음]
[나비의 놀란 신음]
[버스 문이 쉭 열린다] 아, 어떡해
[카드 인식음]
(버스 기사) 안 내려요?
(나비) 기사님, 잠시만요!
괜찮아, 얼른 가
도혁아, 미안해, 나 먼저 갈게
[카드 인식음]
[버스 문이 쉭 닫힌다]
[우산이 탁 펴진다]
[부드러운 음악]
(도혁) 너 비 맞을까 봐
가는 곳까지 내가 데려다줄게
(나비) 너, 너 감자는?
[웃음]
[멋쩍은 웃음]
[나비의 웃음]
이게 뭐야
[나비의 웃음]
(나비) 아, 애들은 잘 지내려나? 궁금하네
(도혁) 너처럼 바로 서울 간 애들도 있고
나도 한두 명 빼고는 연락 잘 안 해
(나비) 그렇구나
그땐 계속 볼 줄 알았는데, 그렇지?
(도혁) 그러게
같이 계속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 너 국숫집은?
너희 할아버지 국수 진짜 맛있었는데
몸이 좀 편찮으셔서 문 닫은 상태야
(도혁) 내가 다시 열어 보려고 준비 중이고
그럼 혼자 운영하는 거야?
(도혁) 일단은
할아버지가 기운 차리실 때까지만
바로 당장 매일 열지는 못해도
조금씩 늘려 가 보려고
너 멋지다
(나비) 되게 큰 결심 했네 할아버지께서 기뻐하시겠다
(도혁) 글쎄 걱정된다고 구박만 하시는데, 뭐
[나비의 웃음]
그래도 속으로는 뿌듯해하실 거 같은데?
(도혁) 아, 오픈하면 놀러 와
우리 게스트 하우스도 있고, 또…
같이 놀면 재밌을 거 같아서
(나비) 어…
[웃으며] 그래그래, 그럴게
나 다 왔어, 이쪽으로 들어가면 바로야
아, 그래?
(나비) 어떡해, 다 젖었어
- (나비) 어떡해 - (도혁) 괜찮아
말을 하지
(도혁) 근데
이렇게 다시 보니까 정말 좋다
[살짝 웃는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나 먼저 들어갈게
어
이거 쓰고 가
(나비와 도혁) - 어? 아니, 아니, 아니야 - 나는 후드 있어서 쓰고 가면 돼
(도혁) 저, 나비야
저기…
나 연락해도 되지?
어, 어
(도혁) 얼른 들어가
[새가 지저귄다]
(나비) 똘이야
[똘이가 왈왈 짖는다] (나비) 똘이야
아이고, 오랜만이야
언니 왔지
엄마
엄마 [문이 달칵 열린다]
저녁때나 올 줄 알았더니
(정란)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문이 끼익 닫힌다]
일단 방에 들어가 있어
아니면은 너 오랜만에 똘이 데리고 산책 좀 해라, 응?
빨리, 빨리! 아유, 빨리
똘이 데리고 산책 좀 해, 어?
빨리빨리, 야, 똘이, 가, 가, 가
난 또 뒷전이네?
얘가…
(정란) [작은 목소리로] 아저씨 곧 가실 거야
방에 들어가 있어
[정란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쓸쓸한 음악]
(고교생1) 야, 너 팬 사인회 갔다 왔지?
- (고교생2) 어, 나 사인, 아… - (고교생1) 야, 사진 찍었어?
(고교생2) 진짜, 아, 사진을 못 찍었어
- (고교생1) 야, 사진을 찍었어야지 - (고교생2) 너무 떨려서 [고교생3이 거든다]
(고교생2) 아, 그러니까 와, 진짜 잘생겼어
- (고교생1) 악수했어, 악수? - (고교생2) 악수 당연히 했지
(고교생3) 야! 나도 설렌다
(고교생2) 맞아, 너 콘서트 갔잖아 [고교생들이 소란스럽다]
(고교생1) 야, 1열에서 보는데, 와…
(고교생2) 와, 진짜 부럽다
[고교생들이 시끌시끌하다]
(나비) 친구밖에 몰랐던 때도 있었다
[폭죽이 펑 터진다] [친구들의 환호]
(친구들) 생일 축하해!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
♪ 사랑하는 유나비 생일 축하합니다 ♪
[함께 환호한다]
[웃음]
[소란스럽다] 야, 야!
야! 야 [친구들의 박수]
(친구들) 소원, 소원 소원, 소원, 소원!
소원? [중얼거린다]
[행복한 신음]
[입바람을 후 분다]
[신난 탄성] (나비) 연애를 시작하고는
[현우의 환호]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고
[나비와 현우의 웃음]
요란했던 첫 연애가 쫑 난 지
(나비)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 [고교생들이 시끌시끌하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적당히 연락하고 같이 밥 먹는 친구들?
있다
(나비) 섹스하는 친구…
도 있다
(남자1) 이제 곧 생일인데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여자1) 어, 나 오빠, 오빠 갖고 싶어 [남자1의 웃음]
근데 우리 어디 가?
(남자1) 비밀
(여자1) [애교스럽게] 뭐야
근데 열차 왜 이렇게 안 와
(남자1) 그러니까
놀이동산 갈래?
(나비) 하지만 생일을 같이 보낼 사람은 [남녀가 두런거린다]
없다
[전철 알림음]
[전철 문이 쉭 열린다]
[전철 알림음]
[전철 문이 쉭 열린다]
[부드러운 음악]
[재언의 가쁜 숨소리]
잡았다
[나비와 재언이 두런거린다]
[함께 웃는다]
[재언이 중얼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나비) 봐 봐
(재언) 된 거 아니야?
[나비가 살짝 웃는다]
(나비) 우리한테는 밤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재언) 선물받으니까 좋아?
근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받아 보긴 또 처음이다
아, 그래도 사 준 사람 뿌듯하게 좋아하는 티 좀 내 봐
(나비) 아, 그래, 고마워, 잘 입을게 [재언의 웃음]
(재언) 내일 꼭 입고 와
(나비) 응
아, 근데 너 전시회 가는 길 아니었어?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재언) 지금 전시회가 눈에 들어오겠어?
(나비) 또 기대하게 된다
(나비) 그러면
네가 선물 사 줬으니까 내가 맛있는 밥 살게
(재언) 어…
아, 약속 있어?
- 그러면은 다음에 가… - (재언) 아니야
네 생일이니까
(나비) 최악의 생일이라 생각했는데
[물이 보글보글 끓는다]
인생은 참 변수의 연속이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끓여 줄게
(나비) 누가 보면 네가 직접 끓이는 줄
[부스럭거린다]
요리는 마음이 중요한 거야
(나비) 그래도 생일날 미역국 먹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
그래?
(재언) 나는 나 빼고 다들 먹는 줄 알았는데
위안이 좀 되네
[잔잔한 음악]
왜?
이런 얘기 처음 듣는 거 같아서
넌 네 얘기 잘 안 하잖아
그거야
네가 이미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아서
나 너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데?
진짜야
점점 더 감이 안 잡혀
[웃음]
[부스럭거리며] 아, 장난치지 말고 빨리 이거 하던 거나 마저 해 줘
그거 말고
그럼 뭐?
[물소리가 울린다]
(나비) 왜 네가 내 애인이면 안 되는 걸까
(나비) 그래서 미역국은 언제 끓여 줄 건데?
(재언) 지금 해 줄게
(나비) [웃으며] 그러면서 왜 안 일어나
(재언) 방전, 5분만 있다가
[휴대전화 진동음]
나 전화 좀
[힘주며] 잠깐만
(남자2) 가볍게 한잔하고 들어갈까요?
아니면 바로?
(빛나) 글쎄요, 뭐, 편하실 대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리 여기서 마시죠
(규현)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 (여자2) 저요? - (규현) 예
[규현이 당황한다] [여자2의 놀란 신음]
(여자2) 괜찮으세요? [규현이 콜록거린다]
(규현) [콜록거리며] 네, 괜찮애요
(빛나) 막상 들어와 보니까 여기 되게
구리네요
그냥 딴 데 가서 먹죠
- (남자2) 네? - [테이블을 탁탁 치며] 딴 데 가요
(남자2) 딴 데… [살짝 웃는다]
[빛나가 테이블을 탁 친다]
[빛나가 의자를 달그락 넣는다]
[빛나의 웃음]
(여자2) 아시는 분이세요?
(규현) [한숨 쉬며] 아니요, 몰라요
저기요, 얼음물 한 잔만 주세요
[한숨]
(재언) 미안, 친구가 급한 일이라
(나비) 응, 가 봐야지
(재언) 밥 잘 챙겨 먹고
괜히 엄마 연락 무시하지 말고
갈게
(나비) 응
[문이 탁 닫힌다]
배고프다
"영업 종료"
[칼질을 탁탁 한다] [부드러운 음악]
도혁아…
(도혁) 들어와
(나비) 미안, 영업 끝났지?
- (나비) 나… - 어? 아니, 아니야, 안 끝났어
[어색한 웃음]
(나비) 뭐야? 구독자 수 3천 명?
너 이거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다며
조회 수 왜 이렇게 높아?
이거 네가 편집도 직접 하는 거야?
(도혁) 어
오
(나비) 아니, 나도 전에 본 적이 있거든
국숫집 손자라고 하니까 딱 네 생각이 나더라고
내 생각을 했었어?
(나비) 응
[살짝 웃는다]
근데 이게 진짜 너라니까 신기하다
[도혁이 탁탁 칼질을 한다] 게다가 조리과?
씁, 내가 아는 양도혁은
국수에 막
간장 말고 액젓 같은 거 넣어서 장난치던 애였는데?
[웃음]
[도혁이 탁탁 칼질한다] [웃음]
난 너 미술 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도혁) 어릴 때도 그림 진짜 잘 그렸잖아
어… [도혁이 탁탁 칼질한다]
[살짝 웃으며] 잘은 아니고
좋아하긴 했었지 [휴대전화 조작음]
[숨을 들이켠다]
잘 찍었다
- (나비) 어 - (도혁) 자
(나비) 어…
국수 만들어 주는 거 아니었어?
그건 다음에
오늘 네 생일이었던 거 같아서
어, 맞아
[나비가 살짝 웃는다]
기억력 좋네, 내 생일도 다 기억하고
그야 당연히…
[웃음]
내가 기억력이 좀 좋아
(나비) [웃으며] 어
지금도 초코 좋아해?
(나비) 응!
설마 이것도 네가 만든 거야?
- 어 - (나비) 능력자다
(나비) 맛있겠다
(도혁) 아, 저…
[도혁이 라이터를 탁 켠다]
[웃으며] 뭐야
[따뜻한 음악]
자, 소원 빌어
소원?
(나비) 응
[나비의 웃음]
[나비가 입바람을 후 분다]
와!
나비야, 생일 축하해
고마워
(나비) 너한테 생일 축하를 다 받고
진짜 예상치 못한 전개다
그러게
(도혁) 꿈도 못 꾼 일인데
[놀라는 신음]
맛있어
- 진짜? - (나비) 응
(도혁) 다행이다
내가 저번에도 느낀 건데
(나비) 우린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한 게 없는 거 같아
초딩 때 친구라 그런가?
그래?
[웃으며] 뭐야, 너 나 어색해?
(도혁) 난 좀 긴장돼서
어, 아, 우리 같이 생일 파티 했던 거 기억나?
- (도혁) 바닷가에서 - 어, 어, 어
(나비) [웃으며] 기억하지
텐트도 치고 라면도 끓여 먹고
맞아
(도혁) 불꽃놀이도 하고
그렇지
진짜 좋았는데
돌아가고 싶다
[새가 지저귄다]
[나비가 달그락거린다]
(재언) 선물받으니까 좋아?
근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받아 보긴 또 처음이다
내일 꼭 입고 와
[새가 지저귄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 어, 여보세요 - (재언) 학교야?
어, 왜?
나 가는 중이야, 곧 도착해
(나비) 어, 나도 학교야
(재언) 옷 잘 어울린다
자기가 사 줬다 이거지?
(나비) 뭐, 하긴 옷거리가 좀 되니까
그래
아, 엄마랑은 화해했어
(나비) 사실 화해라기보다는
그냥 일방적으로 엄마 얘기만 듣다 끊었지, 뭐
잘했네
[살짝 웃는다]
너는? 친구랑 잘 만났어?
(재언) 응
좀 안 좋은 일이라
(나비) 또 선을 긋는다
치사하게 너 혼자 먹냐?
이거 무슨 맛인데?
(나비) 야, 미쳤다, 여기 학교인데
(재언) 사탕이 무슨 맛이냐고 물어보는 예쁜 여자가
빤히 쳐다보길래
너 말고 사탕 쳐다본 거거든
- (재언) 이거? - (나비) 그래, 이거
[재언의 웃음]
(재언) 맛있지?
[나비의 웃음] - (재언) [웅얼거리며] 맛있어? - (나비) 아니
- (재언) 맛없어? - (나비) 어
(세영) 둘이 좀 이상해 그리고 1학년 연주가
나비 언니네 집 앞 편의점에서 재언 오빠를 몇 번이나 봤대요
(세훈) 아이 나비 집 학교에서 가깝잖아
재언 오빠 평소에 그 편의점 절대 안 가요
[성윤의 웃음]
[솔이 계속 망치질한다] (성윤) 자기, 재언이에 대해서 정말 자세하게 알고 있네
(세영) [애교스럽게] '자기'라고 했어?
(진수) 아, 그러고 보니까
저번에도 둘이 눈빛 교환하더니 같이 없어졌는데?
(세훈) 뭐야, 그럼 둘이 몰래 사귀나?
[세훈의 장난 섞인 웃음] (빛나) 박재언 연애 안 한다
(세영) 그럼 그런 거예요? 인조이?
(규현) 잡담은 나중에 느그들끼리 하지?
[빛나의 한숨]
아직 MT 장소에 예산안 얘기도 남았는디
한 시간 안에 끝내기로 하고 모인 거 아니었냐? [세훈의 멋쩍은 웃음]
(세훈) [규현을 툭 치며] 아하 이 친구 참, 애들 민망하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선비님 데이트 가셔야 되나 보네
빨리 진행하자
(재언) 늦어서 미안
(빛나) 아니, 여기 앉아
아, 교수님이 예약하기 전에 직접 한번 갔다 와 보길 원하셔 가지고
이번 주 주말엔 다녀와야 될 거 같은데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안 되는 사람?
[솔이 뚝딱거린다]
뭐야?
박재언 안 돼?
(재언) 응
왜?
(지완) 어? 나비야
뭐야, 오늘 왜 이렇게 이쁘게 입고 왔어?
- (나비) 괜찮아? - (지완) 완전 잘 어울려 [함께 웃는다]
(나비) 너 학교 왜 안 왔어?
(지완) 좀 아팠어
봐 봐, 나 살 좀 빠졌지?
진짜 그런 거 같네, 지금 괜찮아?
(지완) 응, 괜찮아
아, 생일은 잘 보냈어?
연락 못 해서 진짜 미안해
(나비) 뭐가 미안해 [지완이 살짝 웃는다]
너 솔이한테 연락해 봤어?
네 걱정 많이 하는 눈치던데? [웃음]
(지완) 아, 야, 근데 오늘 날씨 진짜 좋다
[감탄하며] 완전 봄 날씨, 그렇지?
(나비) [웃으며] 그러게
[솔이 연신 망치질한다] (지완) 작업하기 싫은데
(빛나) 어유, 야, 유나비, 예쁘다?
- (진수) 나비 누나 이쁘다 - (빛나) 너 작업하게?
(빛나와 세영) - 우리 지금 잠깐 여기서 회의 중 - 왜, 둘 다 이쁘구먼
(세훈) 우리 할머니가 자주 입는 옷이다 [나비가 살짝 웃는다]
(나비) 어
해
(지완) 나는? 나는?
(빛나) 넌 진짜 오랜만이다
어울리지도 않게 무슨 잠수야, 잠수, 응?
(지완) 나? 좀 아팠어
(빛나) 야, 넌 체력도 좋은 애가 갑자기 왜 아프냐?
(세훈) 그러게 우리 지완이 장군감인데
(진수) 지완 누나, 어디 아팠는데요?
(빛나) 그러면 박재언은 주말에 일이 있어서 못 오고
또 못 오는 사람?
나비야, 우리 이번 주 주말에 MT 사전 답사 갈 건데 같이 갈래?
(나비) 어…
나는 선약이 있어서
[빛나의 한숨]
(빛나) 그렇지, 선약이 있으면 안 되지
[살짝 웃는다]
[빛나가 피식 웃는다]
[세훈의 헛기침]
[세훈의 한숨]
(세영) 나비 언니랑 재언 오빠 맞는 거 같지?
(진수) [한숨 쉬며] 나비 누나 나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빛나) [한숨 쉬며] 너는 그 아직도 그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니?
(진수) 아, 오늘 요 멤버로 후문에서 한잔 고?
(규현) 약속 있다
(진수) 치
나도, 나, 나도, 나도, 나도 약속 있어
(나비) 아, 진짜, 씨
여기서 뭐 해?
(현우) 나비야 오빠가 진짜 마음이 아프다
너 나랑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을 거 아는데
뭔 소리야
[한숨]
(현우) 소문 들었어
오빠가 너희 학교에 보낸 제자가 몇인데
안 들으려고 해도 자꾸 들리는 게 네 얘기야
소문이라니?
무슨 소문?
너 요새 이상한 놈 만난다며? 그…
박재언인가 뭔가
(현우) 아, 걔가 안 건드는 여자가 없다며
네가 그런 놈이랑 논다는 말 듣고 내가 얼마나…
내가 전 여친이 아무나 만난다는 얘기를 들어야겠어?
(나비) 아…
아유, 좀 놔
그래서 충고하러 왔니? 주제에?
뭐야, 진짜야?
진짜 그 이상한 놈 만나?
누가 누구보고 자꾸 이상한 놈이래?
- 유나비! - (나비) [버럭 하며] 뭐?
[현우의 당황한 웃음]
(현우) 아, 너 그런 애 아니잖아, 어?
갑자기 혼자 되니까 허했겠지
아니, 그렇다고 급히 찾아 들어간 게 고작 그딴 놈 어장…
헛소리할 거면 꺼져
야, 나비야
[도어 록 조작음] [헛웃음]
[도어 록 작동음]
[세탁기 작동음]
나쁜 새끼, 자기가 뭔데
(나비)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 어디 기가 막힌 여자애들 없냐?
(진수) 재언이 형한테 소개시켜 달라 해요
(선배) 박재언?
야, 솔직히 우린 박재언 영 껄끄럽다
(진수)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선배) 너는 걔가 자기 여자 많다고 나대는 거 못 느꼈냐?
접때 술 먹다 여자 소개 좀 해 달라니까
자기 입장이 있네, 어쨌네 막 이래 갖고 [진수의 한숨]
진짜 빡쳤어
(진수) '입장'…
재언이 형이 진짜 그렇게 얘기했어요?
(선배) 아, 그렇다니까
인기 좀 있다고 겁나 재는 거지, 뭐
우리는 근마 진정한 친구로 생각 안 한다
햄들이랑 친한 것도 마, 그기 참우정이겠나?
그냥 미관상 액세서리로 이쁘니까
[선배가 손가락을 딱 튀긴다]
근마 요즘 타깃 유나비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둘이 재미 좋던데 [달그락 소리가 난다]
내가 딱 눈치 깠지
(진수) 아, 저도 그거 듣긴 들었는데… [선배의 웃음]
(선배) 벌써 쫙 퍼졌구마
박재언 근마 뭐, 애초에 잃을 것도 없겠다
아주 자랑스럽겠네
[진수의 어색한 웃음]
(진수) 근데 나비 누나 의외네요 생각보다 개방적…
(선배) [헛웃음 치며] '개방'
야, 씨, 말이 좋아 개방적이지
진짜 사람 겉만 봐선 모른다니까
(진수) [어색하게 웃으며] 형 저 먼저 가 볼게요
(선배) 아, 왜? 아, 같이 가자
[다가오는 발걸음]
(이 교수) 유나비
(나비) 아,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이번 과제전에 내려고?
(나비) 아, 네, 그럴 생각으로 작업 중입니다
[이 교수의 한숨]
무슨 고민 있니? 상태가 영 엉망인데?
(나비) 라이트 훅
(이 교수) 그래도 지금부터 잘 몰두하면
괜찮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네
네,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 교수) 사람들이 말이야
아무렇게나 함부로 입방아를 찧어 대고
아무나 쉽게 죄인 취급을 하고
우리나라는 특히 더 심해, 워낙 좁잖아
그래서 청춘이라고 아무렇게나 굴면 안 되는 거야
젊을 때 저지르는 치기 어린 행동들은 다 용서받을 거 같지?
[피식 웃는다]
근데 내가 좀 살아 보니까 그게 아니야
후폭풍이 있어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똥이 날아온다니까
(나비) 레프트 훅에
내 인생 아무도 책임 안 져 준다고
(이 교수) 정신 바싹 차려야지
나비 너 졸업이 코앞인데
요즘 누가 8학기 꽉 채우고 일 시작하니?
(나비) 어퍼컷까지 맞았다
네
(이 교수) 남 일 같지 않아서
아끼는 마음에 한 말이니까 잘 새겨듣고
알겠지?
네
(이 교수) 집중해
(나비) 네, 알겠습니다
(나비) KO다
(나비) 이건 마치
박재언이랑 정리하라고 온 우주가 나선 느낌인데
(재언) 유나비
[나비의 놀란 신음]
괜찮아? 방금 잘못하면 쓰레기에…
(나비) 어, 어, 괜찮아
[어색한 웃음]
너 잘 왔다, 그, 혹시
이따가 우리 둘만 좀 볼 수 있을까?
아니, 뭐, 먼저 나서는 건 좋은데
(재언) 나 오늘 작업 빡세게 할 거라 피곤할 거 같은데
아, 뭐래, 아, 그런 거 말고
얘기 좀 하자고, 얘기
알겠어
(재언) 밤늦게라도 괜찮아?
어, 괜찮아
작업 끝나면 연락할게
(나비) 응
[민영의 한숨] (경준) 교수님한테는 내일 보내자
(민영) 그래
(경준) 어차피 내일까지 안 보시겠지
[경준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경준의 힘주는 신음]
[펜을 달그락 정리한다]
- 퇴근 안 해? - (민영) 어?
아, 어
그, 아까 읽던 페이퍼 그거 마저 읽다 가려고
어디 갔지?
(경준) 그래, 그럼
먼저 간다
- 어, 먼저 가 - (경준) 응
[새가 지저귄다]
생각해 봤는데
그 새끼랑 헤어지고 나서 내가 어떻게 됐던 건지
(나비) 문득 '왜 이러고 살지' 싶더라
그것도 너랑 이런 식으로
무슨 소리야?
나 다시 작업이랑 학교생활에 집중하고 싶어
[차분한 음악]
나한테 정말 중요한 시기니까
(나비) 근데 쓸데없이 너무 말이 많지?
(재언) 응
사귀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까지
우리 그만하자
[한숨]
이건 너무 쌩까자는 건가?
[한숨]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박재언한테는 아무 타격 없겠지
[한숨]
(나비) 걘 한결같이 여유롭고 쿨한데 나만 맨날 전전긍긍
바람난 전 남친에 나 좋다던 후배한텐 되레 까이고
기껏 맘에 든 애랑은 섹파라고 소문나고
와…
한 방에 정리하니까 더 가관이야
[한숨]
(나비) '우리 그만하자'
그 한마디면 돼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나랑 잠깐 얘기 좀 해
또 할 얘기가 남았어?
[한숨]
나 솔직히 네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게 이해가 안 돼
잠수 탈 일은 아니잖아
(재언) 집에서 보자니까
(나비) 너 작업 오래 걸릴까 봐
(재언) 10시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어
그렇구나
(나비) 머릿속으로 질리도록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표정이 심각하네
할 말이 뭐야?
(나비) 박재언의 눈을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 버렸다
(나비) 그게…
전 남자 친구가 집 앞에 왔었어
어디서 너랑 나랑 만난다는 얘기를 들었나 봐
차라리 자기랑 사귀자 그러더라
넌 뭐라고 했는데?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지
그래?
(나비) '그래?'
그게 다야?
할 말이 이거였어?
[무거운 음악]
너 나 말고 이렇게 만나는 사람 또 있어?
(나비) 나 뭐야?
다 정리하려는 판에 이딴 건 왜 묻는데
없어
그래?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탁 여닫힌다]
(남자3) 실례지만
혹시 박재언 씨 되십니까?
(재언) 네
(남자3) 아…
맞는구나
야, 이 개새끼야!
[남자3의 힘주는 신음] [나비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나비) 어, 아저씨, 아저씨!
(나비와 남자3) - 아저씨, 왜 이러세요, 왜 이러세요 - 비켜
- (나비) 아저씨, 잠시만요 - (남자3) 비켜
왜 이러세요!
(남자3) 좀 비키라고!
[나비의 아파하는 신음]
(재언) 나비야
[나비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3의 거친 숨소리]
[숨소리가 울린다]
[경쾌한 음악]
(나비) 난 박재언을 가져 본 적조차 없는데 [나비가 흐느낀다]
잃은 기분이 든다
(윤지) 솔직히 유나비가 박재언 같은 애를 어떻게 만나냐?
(재언) 여자 친구요?
(여자3) 꼭 연락 줘, 그게 아니더라도
(나비) 온 집 안이 박재언투성이다
나쁜 놈
(재언) 효과가 있었네
나 언제까지 피하게?
(솔) 우리 하던 얘기 마무리 못 했잖아
(지완) 우리 원래 이렇게 화해하잖아 적당히, 없던 일처럼
(도혁) 지나가다가, 어, 네 생각 나서
- (나비) 응원 선물이야? - (도혁) 응
(재언) 질투 나서
발표 잘해
(경준) 유나비 학생 어시스트로 지원하시는 분?
(재언) 재밌을 거 같아서, 매력적이고
(재언) 어, 설아야, 지금 바로 갈게
(나비)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 해
보고 싶다
.알고있지만↲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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