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5
(윤지) 어? 여기 있다
아…
(정연) 근데 나비 언니랑 재언 오빠 뭐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윤지) 야, 솔직히 유나비가 박재언 같은 애를 어떻게 만나냐?
(정연) 왜요, 나비 언니 예쁘잖아
(윤지) 그게 아니라 박재언이 문제란 거지
누굴 진짜 좋아하긴 하는 건지
그래서 내가 걔랑 썸만 타고 정리한 거잖아
[피식 웃는다]
(정연) 아, 진짜요?
언니가 재언 오빠를 찼다고요?
(윤지) 어, 난 잘 빠져나왔는데
유나비는 완전 망했지, 뭐 과에 소문 다 나고
학교 잘만 다니다가 막판에 그게 뭐냐?
(정연) 그러니까
언니, 다 챙긴 거죠? [무거운 음악]
(윤지) 어, 가자, 가자
[멀어지는 발걸음]
[휴대전화 진동음]
(나비)
(나비) 너 나 말고 이렇게 만나는 사람 또 있어?
없어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나비) 그래?
실례지만
혹시 박재언 씨 되십니까?
(재언) 네
(남자) 아…
맞구나
[무거운 음악]
야, 이 개새끼야!
[남자의 힘주는 신음] [나비의 놀란 신음]
- (나비) 아저씨, 왜 이러세요 - (남자) 뭐야
(나비) 왜 이러세요!
(솔) 나 솔직히
네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게 이해가 안 돼
잠수 탈 일은 아니잖아
[솔의 한숨]
난 너랑…
- (남자) [버럭 하며] 비키라고, 좀! - (나비) 아, 왜 이래요
(지완) 뭐야?
[나비의 아파하는 신음]
(재언) 나비야
[나비의 아파하는 신음] [재언의 거친 숨소리]
(남자) 일어나, 이 새끼야
[재언의 힘주는 신음] [남자의 신음]
(나비) 야! 야, 박재언, 그만해!
[남자의 가쁜 숨소리] [나비의 다급한 신음]
[남자의 힘주는 신음] - (남자) 이 새끼… - (나비) 아, 아저씨! 잠시만요
- (남자) 비켜, 비키라고! - (나비) 잠시만요!
[나비가 다급하게 소리친다]
- (남자) 왜 그랬어? - (솔)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 (남자) 왜 그랬냐고! - (나비) 그만해, 그만해
- (남자) 왜, 왜! - (솔) 지완아, 빨리 신고해
[나비가 말한다] - (지완) 네, 거기 경찰서죠? - (남자) 왜 그랬냐고!
아, 네, 여기 홍서대학교인데요 [남자의 울먹이는 신음]
[지완이 신고한다] - (남자) 왜 - (나비) 야, 솔아, 좀 말려 줘
(남자) 왜 그랬냐고! [거친 숨소리]
- (지완) 빨리 좀 와 주세요 - (나비) 괜찮아?
[지완이 울먹인다] (남자) 왜
[나비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나비) 그만해, 그만해
[솔의 한숨]
(솔) 우리 먼저 갈게
(지완) 어? 아, 왜? 나도 어떻게 되는지 궁금…
아니, 걱정되는데 [나비의 한숨]
(솔) 혹시 무슨 문제 생기면 연락해
- 어, 얼른 들어가 - (솔) 응
(지완) 어, 갈게
- (솔) 조심하고, 간다 - (지완)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무전기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남자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남자) 어디 새파랗게 어린 놈의 새끼가
할 짓이 없어서 임자 있는 여자를 건드려?
한 번만 더 내 동생 옆에 얼쩡거리면
그땐 정말 죽는다, 이 쓰레기 새끼야
학생
내 동생 같아서 충고 한마디 할게요
남자를 만날 거면 제대로 된 놈을 만나요
이딴 새끼 잘못 만나면 인생 한 방에 좆 되는 거니까
오늘 뭐 할 말 있다며, 뭐야?
나중에 얘기하자, 나 먼저 갈게
(재언) 너 아까 다친 거 같은데 병원 가자
됐어, 너나 잘해
(지완) 지금 무슨 얘기 하고 있을까 완전 싸우고 있겠지?
하, 내가 괜히 신고해 가지고 일이 너무 커진 거 같아
(솔) 아니야, 잘했어, 해결도 잘됐고
잘못하면 나비도 다칠 뻔했잖아
(지완) 그렇지?
근데 나비
그 아저씨랑 박재언 사이에 막 끼어들어서 막는 거 좀 대박이었어
- 진짜 무서웠을 텐데 - (솔) 그러게
(지완) 하여튼 유나비
화를 내도 모자랄 판에
뭔 증언까지 해 주고 앉았냐고
많이 좋아하니까 그랬겠지
[발을 탁 내려놓는다]
(지완) 나 이제 가야겠다
내일 봐
집까지 데려다줄게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아까 우리 하던 얘기 마무리 못 했잖아
(지완) 아이, 됐어, 무슨
우리 원래 이렇게 화해하잖아
적당히, 없던 일처럼
이번엔 그럼 안 될 거 같아서
너한테 교환 학생 얘기 말 안 한 거
미안해
나는 네가
우리 사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네 어쩌네 한 게 더 기분 나빴는데
야, 그건 네가 먼저 한 말…
어, 그것도 미안
나도 플리 마켓 때 짜증 낸 건 좀 미안
(지완) 근데 왜 그 남자 얘기 안 한 건 사과 안 하냐?
야, 그건 좀 억울하다
(솔) 나랑 주혁 씨랑 그런 사이 전혀 아니야
아이, '그런 사이' 아니면 무슨 사이인데?
[다가오는 발걸음]
[부스럭 소리가 난다]
(나비) 상처에 발라
(재언) 고마워
오늘 진짜 흉한 꼴 많이 보였네
너도 나 아플 때 돌봐 줬잖아
(나비) 이걸로 빚 갚은 걸로 쳐 나 먼저 간다
(재언) 이제 나 안 볼 거야?
난 계속 너랑 친구 하고 싶은데
(나비) '친구'?
도대체 너한테 친구란 건 어떤 의미인데?
(재언과 나비) - 무슨 말이야? - 너 왜 나한테 그딴 거짓말 해?
나 말고 만나는 사람 없다며
그게 그렇게 중요해?
야
(나비) 너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아
난 그냥 멍청하게 모른 척 네가 원할 때마다…
- 왜 그래? - (나비) 왜 그러냐고?
네가 맨날 이딴 식으로 나한테 선 그으니까
[애잔한 음악] (나비) 왜?
적당히 필요할 때만 만나고 싶은데 내가 질척댈까 봐 겁나니?
걱정하지 마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재언) [나비를 탁 잡으며]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도대체 우리 무슨 사이인데?
지금까지 괜찮은 거 아니었어?
- 왜 갑자기… - (나비) 그래
여태까지 내가 되지도 않게 쿨한 척해서 미안
솔직히 너 만나고 나서부터
주위에서 좋은 얘기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고
네가 나한테 진심 아닌 거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모른 척했어, 왜냐면!
[거친 숨소리]
왜냐면…
(나비) 너 좋아하니까
[한숨]
하, 근데 진짜 더는 못 하겠다 우리 그만하자
뭐?
(나비) 어이없지?
우린 끝내고 뭐고 할 것도 없는 사이인데, 그렇지?
유나비
차라리 이렇게 마음 정리할 계기 만들어 줘서 진짜 고맙다
(재언) 그래, 그만하자
선택권은 너한테 있으니까
와, 너는 진짜 끝까지…
끝까지 개새끼구나
[쓸쓸한 음악]
[한숨]
[옷걸이가 툭 떨어진다] [나비의 거친 숨소리]
[나비가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세훈) 야, 박재언이랑 유나비가 바람나 가지고
그 여자가 완전 빡해서 학교까지 쳐들어온 거라던데?
(성윤) 맙소사 둘이 현장에서 딱 걸린 거야?
(세훈) 어
(성윤) 아니, 그, 우리가 아는 그 재언이가
여자한테 맞아서 얼굴이 그렇게 된 거라고?
(세훈) 그렇지
(진수) 전 남자로 들었는데?
[놀라는 신음]
- (세훈) 박재언이… - (진수) 에이!
(세영) 근데 그거 확실해요?
나는 나비 언니가 재언 오빠를 때렸다고 들었는데
밤에 싸우는 것도 누가 봤대요
(성윤) 에이, 나비가 재언이를 왜 때려
- (세영) 바람피운 거 알고 화나서 - (세훈) 아이, 무슨
(세훈) 야, 세영아 아니, 박재언을 그렇게 팼으면
유나비 지금 UFC 가지 여기 왜 있냐?
[진수의 한숨]
(진수) 나비 누나 나 버리고 갔으면 행복해야지
- (세훈) 확, 씨! - (성윤) 에이…
(빛나) 놀고 있네, 아휴
- (세영) 와우! - (빛나) 반응이 뭐야? [사람들의 놀란 신음]
염색한 사람 처음 봐?
- (세훈) 아이고, 가지가지 한다 - (세영) 완전 예쁘다
(성윤) 야, 어떡하니
(세훈) 야, 얘는 진짜 하늘이 내린 관종이야, 와
- (세영) 왜요, 완전 예쁜데 - 별로냐?
미용실에선 반응 좋았는데
(진수) 예쁘긴 한데 좀 파격적이긴 해요
(세영) 색 완전 잘 나왔어요, 언니 이거 탈색도 한 거죠?
응, 머리털 빠지는 줄 알았어
[진수가 피식 웃는다]
(세영) 근데 언니
어제 나비 언니랑 재언 오빠 얘기 뭐 들은 거 없어요?
[나비가 말한다] (성윤) [중얼거리며] 자기야 입 다물어, 나비 온다
[남학생1이 인사한다] [작은 목소리로] 솔이도 온다
[발을 탁 구르며] 야!
너희 둘 다 MT 안 간다고 했다면서? 아이씨
(나비) 어, 빛나 머리 바꿨네? 잘 어울린다
[헛웃음 치며] 고마운데 말 돌리지 말고
(빛나) 진짜 너희 둘 다 그럴 줄은 몰랐다
이게, 내가 진짜, 내가 배신감이
(세훈) 야, 그래, 같이 가자
이번에 교수님들 아무도 안 가
(빛나) 완전 그냥 우리끼리만 놀 수 있는 거라니까, 응?
글쎄
(세영) 아, 언니들, 같이 가요
재언 오빠도 같이 가자고 꼬셔 주면 안 돼요?
오빠 간다고 하면 백 타 사람들 더 붙을 텐데
(솔) 직접 부탁해, 나비 시키지 말고
(세영) 아무래도 친한 사람이…
(세훈) 야, 근데 그, 박재언 얼굴의 상처 뭐냐?
(빛나) 뭔 상처?
(진수) 누나는 알죠? 재언이 형 누구랑 싸운 거예요?
그, 부탁인데
박재언 얘기 나한테 그만 물어볼래?
나도 걔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
- (세훈) 야, 야, 진짜 - (진수) 응?
(세훈) 뭐 하니? 야, 장갑 껴, 빨리빨리, 빨리
[세훈이 쓱쓱 사포질한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1) [잔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왔어?
진짜 미안해
오빠가 뭘 보고 혼자 착각한 건지
갑자기 미쳐 가지고
[한숨]
화 많이 났구나?
여자 친구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 줘
여자 친구요?
어제 누구랑 같이 있었다며
(여자1) 애인 아니야?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꼭 연락 줘, 그게 아니더라도
그럴 일 없어요 그게 서로한테 좋잖아요
(여자1) 그래야지
[문이 달칵 열린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빛나) 남규현?
[다가오는 발걸음]
[여자2가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규현) 고맙습니다
(여자2) 어때요?
(빛나) 미, 민초를 먹어?
[기막힌 신음] [발랄한 음악]
(빛나) 아빠는 외계인이랑 캐슈너트 봉봉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 (여학생1) 하이 - (여학생2) 어, 하이, 하이 [남학생2가 인사한다]
(빛나) 야, 아이스크림 시킬 건데 너도 하나 골라
(규현) 나는…
(세영) 아, 쏘리, 마감요
하나는 민초 시킬 거라 두 가지만 가능
헐
둘 다 민초 싫어해요?
- 극혐 - (규현) 치약을 왜 사서 먹냐?
(빛나) 내 말이
(규현) [웃으며] 아, 예
[훌쩍인다]
[탁탁 소리가 들린다]
[기계음이 요란하다]
[다가오는 발걸음]
[차분한 음악]
[작업실이 분주하다] (이 교수) 그렇게 쉽게 되는 것들이 아니지, 이것들이
예술이 어떻게 쉽게 돼, 어?
이게 뭐, 이렇게 모형만 떠 가지고 만들면
이게 뭐, 다 작품이 돼?
내가 누누이 얘기하지?
(나비) 그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이 교수가 계속 말한다]
상처받은 건가?
아니야, 박재언이 그럴 리가 없잖아
(이 교수) 유나비
내 말 듣고 있어?
네?
(이 교수) [한숨 쉬며] 상태가 이게 뭐야
이 속도로 갤러리전은커녕
제때 마무리나 할 수 있겠니?
죄송합니다
[이 교수의 한숨]
[한숨]
(빛나) 배신자 새끼
공사다망한 오빛나 씨가 웬일로 작업실에 붙어 있나 했네 [빛나의 놀라는 숨소리]
너도 차였어?
[빛나의 당황한 웃음]
(빛나) [큰 소리로] 무슨 말씀이세요, 교수님
저는 차면 찼지 절대 차이는 일은 없다고요
[작은 소리로] 그리고 저도 작업실에 꽤 자주 붙어 있습니다
- 어, 그러세요? 어 - (빛나) 네
(이 교수) 그럼 작업한 건 언제 보여 줄 건데?
제가 그, 다음에
꼭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네
(이 교수) 솔아
윤솔!
너도 요즘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어
교환 학생도 안 가겠다
그냥 다 놔 버리기로 한 거야? [차분한 음악]
(솔) 아, 아니요, 죄송합니다
[이 교수의 한숨]
윤솔, 나한테 또 말 안 했어
[지완의 한숨]
(이 교수) 아주 다 엉망이야, 어?
너희들 단체로 봄 타니?
제일 정신 바싹 차려야 할 시기에 이게 무슨…
내가 작품적 영감을 받으랬지
마냥 생각 없이 놀랬어?
또 안 해, 또, 아무도 안 하고
나는 또 짖는다, 짖어, 어?
아이고
난 무슨 전생에 개였나 보다
아닙니다!
[학생들이 저마다 대답한다] (세훈) 죄송합니다
[솔의 다급한 숨소리] - (세훈) 윤솔, 윤솔, 이거 - (솔) 어
- (솔) 어 - (세훈) 교수님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세훈) 난 네 거 진짜 좋던데?
(솔) 어, 고마워
(세훈) 어, 근데 그, 교환 학생은
진짜 안 가기로 한 거야?
(솔) 어
(세훈) 왜? 뭐, 무슨 일 생겼어?
(솔) 그냥
떠나기 싫어서
[차분한 음악]
(나비) 음
혀에 감각 없어진다며?
[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비) 하, 근데 진짜 더는 못 하겠다 우리 그만하자
(재언) 그래, 그만하자
선택권은 너한테 있으니까
[나비가 젓가락을 잘그랑 놓는다]
[쇼핑백을 부스럭 집어 든다]
[문이 탁 닫힌다]
[부스럭거린다]
[잔잔한 음악]
(남자) 좀 비키라고!
[나비의 아파하는 신음]
(재언) 나비야
[귀걸이를 잘그락거린다]
[목걸이를 툭 내려놓는다]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 주십시오
[안내 음성이 영어로 흘러나온다]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거리 소음이 들린다]
[입바람을 호 분다]
[휴대전화 진동음] [새가 지저귄다]
[나비의 찌뿌둥한 신음]
[잔잔한 음악]
[차분한 음악]
(나비) 보고 싶다
(빛나) 유나비 박재언이랑 쫑 나고 완전 맛 갔어
아까도 교수님한테 공개 디스 당했잖아
(세영) 언니 요즘 좀 이상하긴 해요
야작도 열심히 하는데 진도가 안 나가
(빛나) 그러니까 왜 연애 같은 걸 해서
(세영) 차라리 연애를 했으면 이것보다는 나았겠죠
(빛나) 그거나 그거나
아니, 왜 사서 고생이야?
어차피 쫑 나면은 한 놈은 저 지랄 나는데
[세영의 한숨]
너도 조심해
[빛나의 웃음] (세영) 헐
우린 괜찮아요
[빛나의 한숨] [세영의 안타까운 숨소리]
(세영) 아, 저기도 있네 사랑의 희생양
(빛나) 나, 남규현?
남규현 무슨 일 있어?
(세영) 내가 규현 오빠 소개팅시켜 줬었잖아요
[작은 소리로] 잘돼 가는 줄 알았는데 내 친구가 찼대요!
[발랄한 음악] 하, 오빠 상태 안 좋은 거 봐
어휴, 괜히 내가 다 미안하네
(빛나) 그러니까 남규현이 지금 걔한테 까여서 꼬락서니가 저렇다고?
(세영) 응
(빛나) 야! [세영의 놀란 숨소리]
아니, 네 친구가 그렇게 잘났냐?
솔직히 생긴 것도 애가 그냥 그렇더구먼
뭐야, 언니 내 친구 본 적 있어요?
(빛나)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다라는 거지, 말이
솔직히 남규현 정도면 뭐, 애가 봐 줄 만은 하잖아
(세영) 그렇죠, 그렇긴 한데
나 이제 소개팅 주선 같은 거 안 할래
하, 씨…
[달그락거린다]
[잔잔한 음악]
(나비) 앞머리 다 내리면 안 돼?
나 보는 용으로 한 번만
[피식 웃는다]
[왁스를 탁 내려놓는다]
[재언이 가방을 탁 집어 든다]
[문이 달칵 열린다]
[나비의 다급한 숨소리]
(나비) 아이씨
아, 그, 목걸이
돌려주려고 했는데
안 가질 거면 버려
넌 참 버리라는 소리 잘해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설아야
(재언) 뭐?
[멀어지는 발걸음]
지금 갈게
(빛나) 그럼 회비는 5만 원대로 맞춰야 되니까 [규현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숙소는 이번에 바꾼 데로 결정하는 걸로 하고
적고 있어, 서기?
(세훈) 응, 다 적었는데
그래,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
[세훈의 찌뿌둥한 신음] [세훈과 진수의 웃음]
(세영) 뭐 먹을까?
- (성윤) 보드카 - (세영) 아, 좋아!
(세훈) 야, 오늘 후문에서 한잔할래?
- (성윤) 가자! - (진수) 콜!
(진수) 다른 애들도 부를까요? 사람 많으면 재밌잖아
(세영) 누구 부르게?
저번에 해물탕 먹을 때도 그렇고 아무나 오니까 좀…
(빛나) 야, 야, 남규현 넌 같이 안 가냐?
(규현) 어, 안 가
(세영) [울먹이며] 어떡해 많이 좋아했나 봐
내가 친구한테 말이라도 한번 해 볼까?
[안내 방송 알림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재언) 좀 어때, 괜찮아?
(설아) 어, 고마워
얼마 나왔어?
(재언) 됐어
빈혈 수치가 너무 낮대
약 잘 챙겨 먹고
[설아가 피식 웃는다]
(설아) 음, 귀찮은데
그러다 길에서 쓰러지면 어쩌려고
(설아) 앞머리 내렸네?
잘 어울린다
그래?
그럼 계속 내려야겠다
무슨 일 있어?
(설아) 번호도 바꿔 헤어스타일도 바꿔
박재언이 왜 이러나 싶어서
[한숨]
그냥
너무 지겨워서
뭐가?
내 자신이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비) [중얼거리며] 단단한 뿌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겁니다
(도혁) 형
(나비) [작은 목소리로] 너 진짜 여기 있어도 돼?
(도혁) 잠깐은 괜찮아
[나비의 탄성]
아, 이거야? 내일 발표하는 거
어… [살짝 웃는다]
어
나 궁금한데 한번 봐도 될까?
(나비) 그래, 응
별건 아니고 뭐, '이렇게 작업을 해서 낼 겁니다'
하는 뭐, 예고 같은 거?
아휴
근데 솔직히 진짜 저렇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와 [나비의 감탄]
- (나비) 맛있다 - 멋있다
[도혁과 나비의 웃음]
[태블릿 피시 조작음]
(도혁) 이런 걸 생각해 내다니
유나비, 대단한데?
(나비) 대단하긴, 이거 별거 아니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예술에도 잘하고 못하고가 있어?
(나비) 응, 당연하지
씁, 약간 요리 실력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취향은 확실하게 있어도
맛있는 음식, 맛없는 음식은 확실하게 갈리잖아
(도혁) 난 잘 모르긴 하지만
네 건 좋다, 그냥 느낌이
[살짝 웃으며] 그래?
[나비의 멋쩍은 웃음]
(나비) [감탄하며] 진짜 맛있다
[태블릿 피시를 탁 놓으며] 맛이 어떤지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줘라
[나비가 숨을 들이켠다] [감성적인 음악]
분명 어릴 때 먹었던 할아버지 국수 맛이 있긴 한데
(나비) 뭐랄까
약간 국물이 좀 더 고소하고 담백한 느낌?
[살짝 웃는다]
아무튼 내 입맛에는 이게 더 맞아
다행이다
씁, 아이, 이거 할아버지한테 자랑하고 싶어지는데?
(나비) 아유, 아직 안 될 거 같은데?
[도혁과 나비의 웃음] (도혁) 아
이거, 그냥 지나가다가
어, 네 생각 나서
발표 잘하라고
[웃으며] 이게 뭐야?
(나비) 립스틱인가?
[놀라는 숨소리] [상자를 부스럭거린다]
응원 선물이야?
(도혁) 응
[나비의 탄성]
어때?
응, 잘 어울리네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고맙다
[나비가 립스틱 뚜껑을 탁 닫는다]
내일 발표 진짜 열심히 할게
(사장) 도혁아
(도혁) 어, 네
맛있게 먹어
(손님1) 사장님, 저희 또 왔어요
- (사장) 어서 오세요 - (손님2) 안녕하세요
[사장이 숨을 들이켠다] (도혁) 네
(사장) 아주 입이 찢어지겠다, 어? 그렇게 좋나?
(도혁) 뭐가…
[나비의 탄성]
(도혁) [작은 목소리로] 아, 그, 티 나요?
(사장) [웃으며] 어, 완전
네 마음 들키는 거 시간문제겠는데?
자
서비스
(도혁) 아이, 형
(사장) 빨리 가, 갖다줘라, 빨리
(도혁) 아, 근데 하트가…
(사장) 그럼 하트지, 인마 동그라미 할까? 빨리 가라
(도혁) 아유…
(사장) 아, 이래 부끄러움이 많아 가지고, 빨리 가 봐라
아이, 아, 예, 예, 예 예, 예, 예, 예, 예
[규현이 달그락거린다]
[규현의 기침]
[규현이 약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세훈) [술 취한 말투로] 야, 뀨! 너 오빛나 집 어디인지 알지?
나한테 문자로 주소 좀 보내 봐
빛나 집은 왜?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세훈) 쟤 지금 개꽐라 돼 가지고 택시 태워 보내려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규현) 어?
(세훈) 왜?
아니면 뭐, 네가 데리러 오든가
(세훈) 어쩔래?
(규현) 느그 어딘데? 지금 갈게
(세훈) 어? 진짜? 너 아프다 하지 않았냐?
(규현) 괜찮애 갈라니까 위치 톡으로 보내라
[문이 달칵 열린다]
[섬뜩한 효과음] [휴대전화 조작음]
[음산한 음악]
[불안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아, 뭐야
[문고리가 달그락거린다]
[민영의 겁먹은 신음]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작은 목소리로] 누, 누구세요?
[문고리가 연신 달그락거린다]
[민영의 겁먹은 숨소리]
(민영) 누구야
아, 진짜…
[민영의 비명] (경준) [놀라며] 아, 깜짝이야
(민영) 아, 뭐야!
[울먹이며] 놀랐잖아
[민영이 흐느낀다] [웃음]
- (성윤) 야, 4차 가자 - (진수) 콜! [저마다 호응한다]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세훈) 얘 보내고, 얘 보내고
(성윤) 아니, 얘도 가야 돼 빛나야, 가자 [저마다 말한다]
- (진수) 맞아, 누나, 가요 - (성윤) 빛나야
(세훈과 성윤) - 보내 버려 - 빛나야, 지금 어떻게 된 거야?
- (성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 (세영) 언니, 일어나세요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세훈) 야, 근데 어디 갈래?
뭐야, 아, 택시를 타고 왔어?
- (세영) 오빠, 헐, 이러고 왔어요? - (세훈) 이 거리를?
(성윤) 왔어, 왔어? [세훈이 중얼거린다]
들어가라 빛나는 내가 데려다주고 갈라니까
(세영) 안 돼! 빛나 언니 혼자 보낼 수 없어
나도 같이 가요!
(성윤) 어디 가, 예쁜이, 나랑 가
[사람들의 야유] (세영) 난 자기랑 가야지
[윤지와 진수가 부러워한다] - (성윤) 왜 쳐다봐 - (규현) 가라, 제발
(세훈) 야
덕분에 막차 탄다
[세훈의 힘주는 신음] - (규현) 아, 술 냄새, 이씨 - (성윤) 가기 싫은데
(세영) 도착하면 빛나 언니 잘 데려다주고
[세훈이 인사한다] - (세영) 도착하면 인증 숏 보내요 - (규현) 가
- (성윤) 야, 인증 숏 꼭 보내 - (규현) 가, 언능, 가 [윤지가 인사한다]
(성윤) 늦으면 뒈져, 진짜
(규현) 야, 오빛나
[빛나를 툭 치며] 일어나 봐, 좀
[빛나의 한숨]
뭐야, 누구야?
(규현) 누구긴 누구야
아휴, 업혀
[빛나가 흐느낀다]
뭐여, 울어?
(빛나) 너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 이 썩을 놈아
꺼져! 난 배신자 새끼랑 신체 접촉 같은 거 안 한다고
(규현) 데리러 왔드만 뭔…
[한숨 쉬며] 내가 술 취한 애한테 뭘 묻고 앉았냐
아, 빨리 업혀, 언능 가게
(빛나) 이씨! [규현의 아파하는 신음]
(규현) 아, 미쳤냐?
(빛나) 민트초코 극혐이라면서!
- (빛나) 민트초코 극혐단이라면서 - (규현) 씨…
(빛나) 그렇게 그 계집애가 그렇게 좋았냐?
(규현) 어? [빛나가 씩씩거린다]
(빛나) 이씨, 나쁜 새끼
나 좋다고 사귀자고 했을 때가 엊그제인데
근데 어쩌냐, 그렇게 극혐하는 민초까지 처먹었는데 까여 가지고
겁나 슬프겠다 [빛나가 훌쩍인다]
(규현) 아니, 누가 까였다 그랴? 아니거든?
(빛나) 꺼져, 난 민초 먹은 새끼랑은 말 같은 거 안 섞는다고
(규현) 그러는 니는 왜 조교님한테 오빠라고 하냐?
(빛나) 내가 언제?
그러면 너는 그때 왜 술집에서 나 쌩깠는데?
(규현) 하, 어이가 없네
너도 그때, 그때 다른 사람이랑 있었냐, 안 있었냐, 어?
[빛나가 훌쩍인다]
(빛나) 씨, 알 게 뭐야
(규현) 울지 마, 좀 [빛나의 짜증 섞인 신음]
[규현이 입소리를 쩝 낸다]
걔가 먹자고 해서 먹은 거 아니야
민트초코 그거 먹으면은 스트레스랑 불면증 없어진대서 먹었다
먹어 본께 뭐, 똑같더만
그리고 나 요새 니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갖고 아주 잠도 못 자야
(빛나) 웃기지 마 그게 왜 나 때문인데 [발랄한 음악]
(규현) 아니, 뭐
그…
밤마다 니 생각 나니께
(빛나) 뭐야
왜 또 지금은 나 꼬시는데?
(규현) 일로 와 봐
[빛나가 훌쩍인다]
(규현) 울지 마
가자, 인제, 늦었다
가자
[규현의 힘주는 신음]
[빛나가 연신 훌쩍인다]
자
업혀
[빛나의 힘주는 신음]
으쌰
(빛나) 야
이제 딴 년 만난다고 깝치지 말고 그냥 나만 만나
[규현의 헛웃음]
(규현) 고백이 너무 구린디?
(빛나) 이해해라
내가 고백해 보는 게 처음이라 그런 거니까
(규현) 너 이래 놓고 내일 술 깨고 또 딴소리하는 거 아니지?
(빛나) 아, 모르지
(규현) 그러고 니는 뭣 헌다고
머리를 이라고 하얗게 빼고 다니냐, 어?
안 해도 이쁘구먼
[빛나가 살짝 웃는다]
술도 좀 작작 마셔라, 어?
다 큰 대학생이 이라고 술 먹고 길바닥에 앉아 있으믄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 아냐?
- (빛나) 아, 진짜, 야! - (규현) 뭐?
(빛나) 넌 어떻게 이렇게 말마다, 하는 것마다 노잼인데
얘가 근데 키스는 잘해
(규현) 키스는 또 잘하제 [빛나의 웃음]
- (규현) 가자 - (빛나) 응
[빛나의 옅은 신음] 가자
[부드러운 음악]
[버튼 조작음] [스타일링기 작동음]
[버튼 조작음]
[버튼 조작음] [스타일링기 작동음]
[버튼 조작음]
[새가 지저귄다]
(민영) 약간 왼쪽으로 쏠린 거 같은데?
오른쪽으로 좀 밀어 봐
- (남학생3) 네, 알겠습니다 - (남학생4) 네, 네, 알겠습니다 [학생들이 분주하다]
[경준이 피식 웃는다]
(민영) 왜? 또 뭐?
(경준) 생각할수록 대박이네?
과방 무단 숙박이 웬 말이냐고
(민영) 아, 진짜!
(남학생5) 어, 조교님 뭐 문제 있나요?
(민영) 어? 아니, 지금 좋은데 어, 지금 괜찮아
오늘까지만 잘 거야, 모른 척해 줘
그럼 너 내일부터 어쩌게?
[영어] 너 친구 없는 거 다 알아
(민영) [한국어]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끄시지?
- (경준)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 (민영) 아, 됐다고
엄마 아빠한테 손 벌리기 싫다니까
우리 집에서 살래?
(경준) 아, 룸메 동생이 얼마 전에 군대 가서 방 하나 비거든
(민영) [헛웃음 치며] 뭐, 뭐라는 거야
같이 살자고?
선배랑 나랑?
그게 말이 돼?
왜? 어때서?
(경준) 아, 외국에서는 친구들끼리 같이 많이 살잖아
뭐, 그건 그런데…
[경준의 웃음]
(경준) 한번 생각해 봐
네가 전에 살던 그 집 월세 그대로 받을게
야, 재강아, 오른쪽, 오른쪽 올려
오른쪽, 오른쪽
(민영) 하여간
오지라퍼
[기계음이 들려온다]
(지완) 왜, 많이 떨려?
생각보다 그러네
[지완이 피식 웃는다]
(나비) 지완아, 나 봐 봐
머리 묶은 게 나아, 푸는 게 나아?
[숨을 들이켠다]
[지완의 생각하는 신음]
- 별 차이 없는데? - (나비) 쯧, 그렇지?
(지완) [웃으며] 둘 다 예뻐
아, 너도 어시 정했어?
그, 애들 보니까
누구랑 할 건지 미리 얘기 좀 하는 거 같던데?
아니
(나비) 아, 나도 진작 그랬어야 됐는데
아, 진짜 한 명도 지원 안 하면 어떡하지?
(지완) 아니야, 있을 거야
[지완이 살짝 웃는다]
(나비) 아, 맞다 아까 솔이가 너 찾던데
연락해 봤어?
아, 몰라
윤솔 꼴도 보기 싫어
(나비) 왜, 무슨 일 있었어?
넌 알고 있었지?
(지완) 윤솔 교환 학생 안 가기로 한 거, 어?
아니
(나비) 나, 나는 몰랐는데 왜? 안 간대?
(지완) 다 티 나거든, 어? 쯧
[한숨 쉬며] 윤솔 발표 끝날 때까지는 참아 보려고
계속 연락 씹고 있는데
아, 진심 몸에서 사리 나오겠다
(나비) [웃으며] 잘했어
발표 끝나면 막 뭐라 해 버려
아, 윤솔 진짜 짜증 나
(지완) 아니, 이럴 거면 내가 자기 베프라고 말을 말든가
매번 이러니까 나만 꼭 걔한테 집착하는 거 같잖아
[지완의 한숨]
나 갈래, 파이팅
[나비의 한숨]
(나비) 파이팅 [지완이 살짝 웃는다]
(지완) 유나비가 최고다
(나비) 고맙다
[지완이 살짝 웃는다]
[멀어지는 발걸음]
[휴대전화 진동음]
(나비) 발표 진짜 열심히 해서 어시스트 빨리 구해야지
당연히 잘하겠지만
혹시 안 구해지면 내가 도울게
[잔잔한 음악] (도혁) 나 뭐든 시키는 건 다 잘해
[웃음]
진짜다, 네가 말한 거다, 무르기 없어
(나비) 하, 근데 한 명도 진짜 지원 안 하면 어떡하지
[다가오는 발걸음]
걱정이네
[놀라며] 엄마
도혁아, 미안 나 친구가 장난쳐 가지고
내가 좀 있다 다시 전화할게
[휴대전화 조작음]
뭐야, 깜짝 놀랐잖아
질투 나서
(나비) 응?
넌 머리 묶는 게 더 잘 어울려
나 언제까지 피하게?
내가 언제?
(나비) 계단에서 마주쳤을 때 모른 척한 건 너잖아
그때?
(재언)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효과가 있었네?
(나비) 뭐래
(재언) 발표 잘해
[나비를 툭 토닥인다]
[멀어지는 발걸음]
(경준) 제12회 홍서 갤러리전 [부드러운 음악]
작품 설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박수
[사람들의 환호]
어, 오늘 발표자는 총 아홉 명으로
모든 작품 설명이 끝난 뒤
각 작품별로 어시스트를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씁, 어시스트는 말 그대로
그 해당 작품의 도우미로서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작가의 디렉션에 따라서 제작부터 전시까지
전반의 과정을 돕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품 규모에 따라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어시스트는 최소 한 명에서 많게는 세 명까지
추천을 합니다
어, 전체 지원자 수에 한계가 있으니까
내 작품에 지원자가 많더라도
너무 독식하지 않는 게 좋겠죠?
(남학생6) 제 작품의 주제는 사물의 관찰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여학생3) 바로 인간의 욕망입니다
[긴장한 숨소리]
안녕하십니까, 조소과 윤솔입니다
(솔) 이번 저의 작품 메인 테마는 결합입니다
주 소재로는 철도에 쓰이는 침목을 활용했는데요
버려진 침목에서 느껴지는 한없는 단단함과
인고의 시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소재의 본속성을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해
[문이 탁 닫힌다] 오랜 세월에 걸친 기름때와
소재의 매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살짝 웃는다]
노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솔 최고다!
(빛나) [웃으며] 뭐야, 뭐야
잘했어
(경준) 다음 발표자
조소과 유나비 학생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나비) 안녕하세요 조소과 유나비입니다
그, 저의 작품의 테마는
예…
네, 저의 작품의 테마는 여지입니다
어, 한자의 의미를 보면 '남을 여'에 '땅 지'
즉, 아무것도 심지 않은 비어 있는 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곧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을 의미합니다
(경준) 조소과 조성식, 작품명 '공존'
어시스트로 지원하시는 분 손 들어 주세요
(여학생4) 제가 하겠습니다
- (남학생7) 저도 하겠습니다 - (남학생8) 그럼 저도 하겠습니다
(경준) 조성식 학생
- (경준) 어시스트로 선정하시나요? - (남학생4) 네
(경준) 나와 주세요
조소과 유나비 학생
작품명 '여지'
어시스트로 지원하시는 분 손 들어 주세요
[감성적인 음악]
어?
(지완) 오, 뭐야? [세영의 흥미로운 신음]
(경준) 유나비 학생
박재언 학생 어시스트로 선정하시나요?
네
(경준) 네, 더 없으시면…
(진수) 조교님, 저요
저도 지원하겠습니다
(경준) 황진수 학생 어시스트로 선정하시나요?
네, 선정하겠습니다
(진수) 예스!
[진수의 웃음]
(경준) 네, 나와 주세요
자, 각자 매칭된 어시들과
앞으로의 작업 스케줄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보고서 양식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학생들) 네
(경준)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 수고하셨습니다
머리 묶었네?
어
좀 더워서
근데 너 이거 진짜 할 거야?
무슨 소리야?
솔직히 안 해도 되잖아
재밌을 거 같아서
(재언) 뭐, 아이디어도 좋고
금속으로 작업한다는 것도 매력적이고
근데 솔직히 금속은 다룬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
내가 도와줄게
그러라고 어시가 있는 거잖아
나랑 하기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좀…
좀?
(나비) 내 작품이 좋아 선택했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진수) 누나!
잘 부탁해요
[웃으며] 고마워
(진수) 나 드림 팀에 낀 듯
[어색한 웃음]
나도 잘 부탁해
어, 잘 부탁해
(나비) 둘 다 지원해 줘서 고마워
너희 자료
(재언) 아, 둘 다 오늘 밤에 시간 돼?
(진수) 결성 기념으로 한잔 고?
[피식 웃는다]
금속 작업 할 수 있는 곳을 아는데
갈래?
(진수) 카, 콜
[살짝 웃는다]
(나비) 응, 그래 [웃음]
응
[통화 연결음]
(재언) 들어와
[스위치 조작음]
(나비) 여기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재언) 대장공 아저씨는 퇴근
영업 안 하실 때는 내가 빌려서 쓰고 있어
난 여기 위에 살아
(나비) 아…
이렇게까지 하는 줄 몰랐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아직 멀었어
(나비) 저 열정이 부럽다
[휴대전화 진동음]
(진수)
진수는 좀 늦는대
저기 앉아
[냉장고 문이 탁 열린다]
- 마실래? - (나비) 어
[맥주를 달그락 꺼낸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 오랜만이다
(나비) 며칠이나 됐다고
왜?
파출소 갔던 날
미안해
너한테 그러면 안 됐는데
뭐야, 갑자기
(재언) 네 말이 맞아
나 선 긋는 거
인간은 그럴싸해 보이는 지점을 넘으면
결국 뭣도 없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이젠 좀 변하고 싶어
[잔잔한 음악]
(나비) 이제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나비) 뭐 어떻게 변하게? 연애라도 하게?
(재언) 글쎄
일단 조금씩
달라져 보게
그럼 또 모르지
임자 만나게 될지
멀리서 응원할게
이번엔 좀 진지해져 봐라
[한숨]
[한숨]
[감성적인 음악]
(재언) 이걸로 다 불 조절하면 돼
[불이 거세게 분출된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야 돼
중심에서부터 바깥으로
여기부터 살짝씩 펴면 돼, 조금씩
(나비) 안 펴지는데?
조금 더 세게
[나비의 웃음]
[재언이 탕탕 망치질한다]
- (재언) 펴졌잖아 - 와
- [탕탕 두드리며] 오, 펴진다, 펴진다 - (재언) 그렇지
(재언) 음, 음, 많이 좋아지고 있어 [나비가 탕탕 망치질한다]
(나비) 와, 황진수 30분 늦는다더니 아예 안 왔네
작업해 보니까 어때? 할 만하지?
(나비) 응 [살짝 웃는다]
열심히 하면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재언) 작업하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 또 명작 하나 나오겠네
놀리지 마
놀리는 거 아니야
네 작품들 좋아
(재언) 특히 이번 작업 기대돼
[살짝 웃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네
나 간다
(재언) 나비야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나 번호 바꿨어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살짝 웃는다]
(나비) 갈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 (재언) 어, 설아야 - (설아) 응
혹시 기다렸어?
아니
(설아) 오늘 못 만날 거 같다고 연락한 거였어
괜히 나 기다릴까 봐
(재언) 다행이다
(설아) 많이 바빴어?
(재언) 어, 좀, 작업하느라
그래
그럼 작업해
네 작품들 좋아
(재언) 특히 이번 작업
기대돼
[잔잔한 음악]
[한숨]
[기계 작동음]
[기계 작동음]
[콜록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이 교수) 그래서 이건 형체가 무너지는 중?
아니면 형성되는 중?
(나비)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 교수) [피식 웃으며] 괜찮네
[부드러운 음악] [빛나의 기뻐하는 신음]
(솔) 야, 고생했다
가출했던 유나비 정신머리가 돌아왔다
(나비) 감사합니다
(빛나) 야, 근데 신기하다
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나비가 살짝 웃는다]
(이 교수) 오빛나 넌 언제 보여 줄 거야?
응?
[사람들의 웃음]
우리 빛나 이름값 좀 하고 살자, 어?
빛나, 한번 빛나 보자! 어? [달려가는 발걸음]
[사람들의 웃음] (나비) 쟤 어디 가냐?
(이 교수) 좋다
[나비의 한숨]
[공 튀기는 소리가 난다]
[세훈의 탄성]
[규현의 힘주는 신음]
[재언의 힘주는 숨소리]
(규현) 아…
(진수) 근데 재언이 형 뭔가 좀 달라지지 않았어요?
씁, 좀 청순해졌다고 해야 되나?
(세훈) 어, 느낌이 묘하게 바뀌었어
요새 여자들이랑도 안 논다던데
(진수) [의아해하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드디어 정착할 여자를 만났나?
(세훈) 얼굴 천재의 삶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겠냐
- (세훈) 고생했다 - (재언) 응
(진수) 수고했어요, 형
[한숨]
- (세훈) 야, 하나 줘 봐 - (재언) 응
(세훈과 재언) - 야, 너 이거 먹고 한 게임 뛰어 - 이거 먹어
(진수) 형이 해 봐요, 형이 어유, 맛있다, 어유, 맛있다 [세훈의 당황한 신음]
[웃음]
[부드러운 음악]
- (재언) 날개가 만들고 싶은 거야? - (나비) 응
근데 어떤 형태로 만들어야 될지 모르겠네
(나비) 이거는 뽑아 놔야겠다
[프린터 작동음]
[사진을 쓱 뽑는다]
이건 눈으로 직접 한번 보고 싶다
직접 볼 수 있어
(나비) 어떻게?
(재언) 이 작가님 특별전 하더라고 다음 주에 오픈
보러 갈래?
(나비) 그래, 그러자, 야, 진수야
[나비가 피식 웃는다]
쟤는 또 자네
(나비) 우리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그 허물없는 관계 속에서 나는 묘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새가 지저귄다]
(설아) 어, 왔어
아, 그냥
[나비가 동전을 잘그랑거린다]
나 머리 좀 잘라야겠어서
미국에 있는 동안 내내 방치했더니
좀 지저분해진 거 같아서
그래? 그럼 차라리 쇼트커트를 해 볼까?
[버튼을 탁 누른다]
그래, 그래야겠다, 알겠어, 내일 봐 [자판기가 달칵 열린다]
[자판기가 탁 닫힌다] [휴대전화 조작음]
[라이터가 툭 떨어진다]
(나비) 어, 제가 주워 드릴게요
고마워요
혹시 유나비 씨?
절 아세요?
재언이한테 들었어요
(설아) 같은 과 친구시라고
[나비의 옅은 웃음]
(나비) 네, 아, 박재언 보러 오셨어요?
네, 그냥 왔어요
갑자기 보고 싶어서
아마 정신없을 거예요
과제가 많아 가지고
그래요?
(설아) 바로 나온댔는데 미안하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재언아
아, 그래?
[설아가 살짝 웃는다]
괜찮아, 천천히 와
[설아가 살짝 웃는다]
나 줄담배 안 하거든?
어, 알겠어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저, 혹시
박재언이랑은 무슨 사이세요?
예전에 사귀었던 사이예요
아…
그리고
이렇게 다시 만나고 있고
[의미심장한 음악]
(설아) 근데
재언이랑 친구신 거 맞죠?
네, 친구 맞아요
(설아) [살짝 웃으며] 다행이다
제가 괜한 소리 했나 싶어서
(나비) 머리
그냥 두세요
네?
박재언
머리 묶고 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경쾌한 음악]
(재언) 상처 주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하지만 충분히 가까운 관계
(나비) 박재언 머리 묶고 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도혁) 나비가 온대요?
(정숙) 몰랐어?
(재언) 나비가 사라졌다
(설아) 네가 제일 싫어하는 거잖아 구질구질하게 질척거리는 거
(규현) 관계에 대한 확신
(재언) 그 확신이라는 건 어떻게 생기는 건데?
(세훈) 우리 지완이가 함께 올 줄은 미처 몰랐네?
(지완) 내가 여기 전부터 너무 오고 싶었거든
[나비와 도혁이 건배한다] (도혁) 그럼 이제 그 사람이랑은 확실히 끝난 건가?
(여자3)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
(재언) 아니요, 그냥 성가신 애예요
(재언) 그 누구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나비) 여기로 온다고?
(재언) 안녕하세요, 박재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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