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6
(교수1) 원, 투, 쓰리, 시, 시작
(재언) 난 언제나
상대와의 적당한 거리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진수) 뭐야, 남녀 한 쌍이야? 아, 나도 저거 들을걸
[세훈이 혀를 끌끌 찬다]
(세훈) 저 성비 불균형 사태 봐라 아이고, 참
다 너 같은 애들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작은 소리로] 쟤 유나비 좋아하네
(진수) [한숨 쉬며] 백 타 종강 날 데이트 신청 각이다
(세훈) 가자
[진수가 재촉한다]
(세영) 예! 우리 안 틀렸지?
나 잘했어, 봤어, 봤어? 어?
앗싸, A 플 각이다, 그렇지? [나비의 웃음]
[감성적인 음악]
(재언) 춤 잘 추더라
- 봤어? - (재언) 응
[나비가 노트를 탁 덮는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재언의 힘주는 신음]
(재언) 내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그래도 파트너 발은 한 번도 안 밟았다
- 고마워 - (재언) 말로만?
밥 사 줄게
(재언) 좋아
[재언의 피곤한 신음]
(나비) 또 밤새웠어?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네 덕분에 정신 차렸지
진지해져 보라며?
[작은 목소리로] 그건 연애 얘기 한 거였는데…
(재언) 유리에다가 옻칠을 시도했는데 망했어
자꾸만 떨어지고 옻이 올라오더라고
방법 없나?
이거 아마 유리 단면 거칠게 하면 될걸?
어떻게 알아?
우리 이모가 도자 하거든
(나비) 옆에서 배웠지
나도 배워 보고 싶다
(재언) 유리에다 유약을 발라서 구워 봤는데
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색감이 나와서 신기하더라고
[나비의 호응하는 신음]
내가 가르쳐 줄게
(나비) 아무래도 너보다는 내가 좀 더 나으니까
(재언) 상처를 주지도 [재언이 말한다]
상처를 받지도 않을 [나비가 살짝 웃는다]
하지만 충분히 가까운 관계
(재언) 잘했지?
(나비) 아니
(재언) 못했어? [함께 웃는다]
예쁘지, 이거?
[새가 지저귄다] (설아) 근데
재언이랑 친구신 거 맞죠?
네, 맞아요
[살짝 웃으며] 다행이다
제가 괜한 소리 했나 싶어서
(나비) 머리
그냥 두세요
네?
박재언
머리 묶고 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무거운 음악]
[멀어지는 발걸음]
(교수2) 여러분, 나눠 준 자료를 보면
제일 흔하고 많이 쓰이는 색깔들이랑 [쓱쓱 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그 색깔들과
가장 흔하게 많이 연관 짓는 이미지와 단어들을
나열해 놓은 게 보일 거예요 [차분한 음악]
같은 색이라도 연관되는 이미지 중에는
서로 상반되는 단어들도 있고
문화나 국경에 따라 다르리라고 예상되는 것들도 보일 겁니다
당연히 개인적인 인식이나 경험이나
(교수2) 오늘 수고했어요
(학생들) 고생하셨습니다!
(지완) 아, 힘들어
[세훈과 빛나의 찌뿌둥한 신음]
(세훈) 드디어 끝났다
- 이거 아니야? - (지완) 어, 나 가방 줘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학생들의 웃음] (지완) 근데 혹시 오늘 나비 본 사람?
(규현) 나비야? 난 못 봤는디?
- (세훈) 나도 - (빛나) 나도
- (지완) 너희는? - (진수) 저는 톡 씹혔어요
- (진수) 형한테도 연락 없었어요? - (재언) 응
(지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계속 톡도 안 읽고 전화도 안 받아
(빛나) 별일 있겠냐 자체 휴강 때렸나 보지, 뭐
(지완) 나비가 너냐? [성윤의 웃음]
얘들아, 우리는 먼저 가 볼게
- (지완) 내일 봐, 오늘 고생했어 - (성윤) 가
(세훈) 야, 야, 어디 가? 야, 같이 가, 야, 나 간다
- (세영) 순댓국 먹으러 갈래 - (성윤) 두 그릇 사 줄게
(진수) 형, 저 그냥 순댓국 먹고 올게요
- (세영) 진수 껴 - (진수) 앗싸!
(빛나) 떡볶이 먹으러 갈까?
야, 재언아, 떡볶이 먹으러 갈래?
- 그래 - (빛나) 너 지갑 들고 왔지?
(재언) 내가 살게 [빛나의 웃음]
(빛나) 그래야지
- (규현) 가자 - (빛나) 가자, 가자
[새가 지저귄다]
[부드러운 음악]
[다리를 탁 친다] [심호흡]
[자전거가 끼익 멈춘다]
[도혁이 자물쇠를 달그락거린다]
[살짝 웃는다]
[한숨]
(재언) 걱정이네
(설아) 뭐가?
나비, 갑자기 연락이 안 돼서
(설아) 그래?
충격이 컸나 보네
- 뭐? - (설아) 아니야
걔 매력 있더라?
잠깐 봤다면서 매력까지 느꼈어?
네가 넘어갈 만하던데?
넘어가다니
절대 아니야
(설아) 나 크리스랑 헤어졌어
왜?
[헛웃음]
이유를 물어본다고? 박재언이?
(설아) 내가 자기를 만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대
그 기분 이제 나도 알 거 같아서
(재언) 그래서
그냥 끝이야?
(설아) 응
미련 없이 놔줬어
[피식 웃으며] 잘했지?
왜?
네가 제일 싫어하는 거잖아
구질구질하게 질척거리는 거
(간호사) 윤설아 환자분 이쪽으로 오실게요
(설아) 바쁘면 가도 돼
아니야, 갔다 와
[차분한 음악] [멀어지는 발걸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통화 종료음]
[재언의 한숨]
(재언) 나비가 사라졌다
(나비) 고맙습니다
(정숙) 유나비!
(나비) [웃으며] 이모
(정숙) 아유, 아유, 아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나비를 탁탁 토닥이며] 고생했다
- (나비) 아, 맞다, 이모 - (정숙) 응
나 여기 내려온 거는 엄마한테 비밀
뭐, 범죄에 연루된 건 아니고?
[웃음]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됐다
아, 얼마나 있다 가게?
나 한…
(나비) 한 일주일?
(정숙) 아이고, 그렇게나 오래?
(나비) 뭐야, 이모 나 귀찮은가 보네?
(정숙) 아니야
[나비가 살짝 웃는다]
- 집 청소 열심히 할게요 - (정숙) 그래
이참에 귀찮아서 미뤄 뒀던 집안일 좀 확 처리해야겠다
좋았어, 열심히 할게
[탄성]
[함께 웃는다]
[새들이 지저귄다]
[나비의 개운한 숨소리]
(나비) 살 거 같다
(정숙) 날씨 좋다
(나비) 그러게
(정숙) 아, 아까 시장에서 도혁이 봤는데 [나비의 호응하는 신음]
아주 잘 컸더라?
아, 도혁이도 내려왔구나 [정숙의 웃음]
(정숙) 너희들 어릴 때
너 서울로 돌아간다니까 다른 애들은 다 배웅하러 나왔는데
도혁이 걔만 안 나왔잖아
그랬었지
넌 서운하다고 가는 내내 찔찔 울고
에이, 이모, 내가 울었다고?
그랬다니까
(정숙) 둘이 나름 엄청 절절했어
그, 그렇지
[정숙을 탁 잡으며] 내가 도혁이를 좀 좋아하긴 했었지?
제일 좋아했지
(나비) 아, 뭘 또 제일 좋아해 [정숙의 웃음]
[따뜻한 음악] - (정숙) 제일 좋아했지 - (나비) 아니야!
[정숙의 웃음] [나비의 힘주는 신음]
(정숙) 아이고, 줘, 줘, 줘
(나비) 아니야, 이모, 내가 들게
- (나비) 이모, 공방 갈 거지? - (정숙) 어, 어, 가자
[나비의 힘주는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 (정숙) 아, 가자 - (나비) [애교스럽게] 가자, 가자
- (정숙) 짐 풀고 내려와 - (나비) 어, 알겠어
- (나비) 이모, 이따 봐 - (정숙) 이따 봐
[나비의 탄성]
[칼질을 탁탁 한다]
[살짝 웃는다]
[숨을 들이켠다]
[잘그락 소리가 난다]
[천을 툭툭 두드린다]
왜 이렇게 이뻐, 응?
(규현) 뭘 이뻐
(빛나) [웃으며] 귀여워
(규현) 일단 먹자
[빛나의 거부하는 신음]
[빛나의 칭얼대는 신음] 먹어, 시간 없어, 이제
[빛나의 속상한 신음]
근데 우리
이제 슬슬 애들한테 말해야 되지 않을까?
- 뭘? - (규현) 우리 사귄다고
(빛나) 굳이?
무슨 결혼한 것도 아닌데
난 애들한테 말하고 싶은디야
굳이 숨길 필요 없잖아
[빛나의 한숨]
아, 싫어, 나는 좀 별로야
뭐가 별론디?
(빛나) 아니, 얘기하면 괜히 막 말만 많아지고
[규현의 한숨]
우리 이럴 시간에 뽀뽀라도 한 번 더 할까? 응?
(규현) 니 또 그라고 얼렁뚱땅 넘어갈라 그러지?
(빛나) 아니… [빛나의 놀란 신음]
(세영과 성윤) - 사람 없잖아, 아이, 사람 없다니까 - 에헤, 이 손 좀 놔, 좀
[세영의 놀란 숨소리] (세영) 둘이 여기서 뭐 해요?
(빛나) 밥 먹는다! [세영의 가쁜 숨소리]
너희는 여기 왜, 이 시간에 왜 왔어? 너희 막 야한 짓 하려고 왔지?
(성윤) 지금 그게 무슨 소리니 우리 플라토닉이야 [세영이 숨을 후 내뱉는다]
(세영) 하, 정말 언니, 할 말이 있어요
민영 조교님이랑 경준 조교님이랑
둘이 같이 모텔에서 나오는 거 누가 봤다는데 그거 진짜예요?
(빛나) 노! 모텔이 아니라 집
(세영) 어? 둘이 한집에서 나왔다고?
- 응 - (성윤) 야, 그럼 동거네
(세영) 동거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긴 한가 본데?
- (세영) 으, 말도 안 돼 - (규현) 왜 말이 안 돼야?
(세영) 둘이 안 어울리잖아요 캐릭터가 완전 다른데
아, 말도 안 되지 나도 그래서 그냥 듣고 그냥 걸렀어
아니
둘이 붙어 있다 보믄, 어?
같이 정들었을 수도 있제
[한숨]
[새들이 지저귄다]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 어, 솔아 - (지완) 뭐야, 유나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완) 너 왜 내 전화는 씹고 솔이 전…
(솔)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지완) 화는 받냐?
[살짝 웃는다]
지완이구나
(지완) MT 갈 거지? 내가 솔이도 꼬셨어
나는 못 갈 거 같은데
(지완) 진짜?
너 때문에 장소 바꾼 줄 알았는데
응? 어디로?
(지완) 그, 네 친구
'국수집 손자'가 한다는 그 게스트 하우스
(나비) 여기로 온다고?
(지완) '여기'? 너 지금 거기 가 있어?
아니, 그, 그건 아닌데
(나비) 그, 근처에 이모 집이 있어 가지고
(지완) 언제까지 있을 건데?
그, 주말까지 있을 거야?
그렇긴 한데
(나비) 어…
그래도 못 갈 거 같아
(지완) 아, 왜? 근처에 있다며 우리랑 같이 놀자, 응?
아, 그게…
그, 혹시 박재언도 와?
(지완) 어? 아니
걔 일 있어서 안 온다는데?
아, 그래?
- (지완) 응 - (나비) 시간 맞으면 갈게
(나비) 그리고 애들한테 나 여기 있는 거 비밀로 좀 해 줘라
응, 알겠어, 비밀로 할게
(지완) 너 이제부터 내 연락 씹지 마라
어, 알았어, 안녕, 뿅 [지완이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그, 박재언 MT 온다고 하지 않았어?
(지완) 응, 온댔어
근데 왜 거짓말해?
그러니까 [놀라는 숨소리]
나 왜 그랬지? 아, 몰라
박재언 안 온다고 해야 나비가 올 거 아니야
[지완의 웃음] [솔의 한숨]
(솔) 난리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지완) 아니야 우리 덕분에 다시 잘될 수도 있지
[웃으며] 그, '우리'라고 하지 말아 줄래?
(지완) 너도 같이 들었으니까 이제부터 공범이야
[솔의 헛웃음]
(솔) 아니 박재언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지완) 쯧, 그렇긴 한데
나비가 박재언 오냐고 물어보는 게
꼭 왔으면 좋겠다는 소리로 들리잖아
쯧, 그러니까 너도 나비한테 말해 주지 마
비밀 지켜!
[피식 웃으며] 알았어
(지완) 우리 오늘 영화 보자
(솔) 나 약속 있어
응? 나한테 말도 없이 누구랑?
유세훈이 아까 밥 먹자던데?
[한숨 쉬며] 진짜 걔는 또 뭔 개수작이야
[솔이 피식 웃는다]
(솔) 개수작 아니고 뭐, 작업 때문에 뭐 물어볼 게 있대
전화로 하면 되잖아
[바닷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지완) MT 꼭 와야 돼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나비) 박재언
머리 묶고 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한숨]
미쳤다, 진짜
아, 왜 이렇게 한심하냐
(나비) 아휴, 아니야
아니야
[한숨]
(나비) 아, 안 되겠다
[한숨]
[휴대전화 종료음]
[새들이 지저귄다]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도혁) 어, 나비야, 안녕
오늘 내려왔다며?
(나비) [살짝 웃으며] 어, 그, 방금 방금 내려왔어
아…
어디 가던 길이야?
나? 너 보러 가던 길
어?
나 보러 오던 길이라고?
(도혁) 응
[당황한 숨소리]
그럼 연락을 하지
(나비) 엇갈렸으면 어쩔 뻔했어
했는데 휴대폰이 꺼져 있더라고
무슨 일인가 걱정돼서
[손뼉을 딱 치며] 아, 맞다 내가 핸드폰을 꺼 놨었지
[살짝 웃는다]
(도혁) 넌? 뭐, 어디 가던 길이야?
난…
(나비) 산책? 어
(도혁) [작은 목소리로] 산책…
그래? 그럼
바다 보러 갈래?
[지직거리는 소리가 난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빛나) 씁, 이 사람은 잘생겼으면서 왜 얼굴 공개를 안 할까?
얼굴 까면 구독자 수 확 오를 텐데
(규현) 니 가성비 때문에 MT 숙소 바꿨다는 거 다 거짓말이지?
가서 얘 볼라고 바꾼 거 맞아, 아니여?
(빛나) 아니거든? 뭐, 겸사겸사?
근데 완전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야
[휴대전화를 툭 놓으며] 오해하지 마 나는 진짜 순수한 팬심이야
[규현의 힘주는 신음]
일로 와
[빛나의 아파하는 신음] 아, 머리야
(규현과 빛나) - 머리를 왜 찧어 - 아, 아파, 빨리 일로 와, '호' 해 줘
(빛나) 일로 와
빨리
오늘은 나가자
(빛나) 응?
(규현) 우리 요새 계속 안에만 있었잖아
- 안 답답하냐? - (빛나) 난 하나도 안 답답한데?
(빛나) [힘주며] 아, 빨리 와, 일로 와 [휴대전화 진동음]
으아! 으…
[웃으며] 왜 이렇게 무거워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왜? 누구야?
[빛나의 힘주는 신음]
[빛나의 힘주는 신음]
- 누구냐? - (빛나) 그냥 좀 아는 오빠인데
(빛나) 이름이, 이름이 뭐였더라?
와, 야,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김…
왜? 안 받았잖아
안 받는 게 더 이상해
뭣 한다고 니한테 전화했는디야?
나야 모르지, 전화해서 다시 물어봐?
니 아직도 틴썸 안 지웠지?
(빛나) 아…
아, 진짜
너… [빛나의 한숨]
너 나 좀 바꾸려고 좀 하지 마
나 진짜 숨 막혀
뭐라고? 숨 막힌다고야?
아, 솔직히 그렇잖아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니는 도대체 연애를 뭐라고 생각하냐, 어?
아, 이럴라면 나랑 왜 사귀는디?
아, 좋아하니까 사귀지
- (규현) 좋아한다고야? - (빛나) 어
너 진짜로 내가 좋아?
그렇다니까
[빛나의 한숨]
나랑 자는 게 좋은 거 아니고?
그게 뭐, 그렇게까지 다를 일이야?
아니, 야, 남규현, 넌… [빛나의 한숨]
[한숨]
[침대를 툭툭 치며] 너는 애가 매사에 뭐가 이렇게까지 막 복잡하냐?
아니, 복잡한 게 아니라
솔직히 니 나랑 사귀고 나서 달라진 거 한 개도 없잖아
아, 이건, 이건 좀 어이없네?
(빛나) 넌 뭐 달라진 거 있어?
왜 나만 달라져야 되는데?
[한숨]
아, 뭐 해?
[옷을 쓱 입는다]
[규현의 한숨]
[빛나가 지퍼를 쓱 올린다]
[빛나의 한숨]
(빛나)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아, 선비 새끼
[문이 달칵 여닫힌다]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비의 가뿐한 신음]
(나비) 오랜만에 오니까 너무 좋다
야, 근데 너 진짜 이렇게 놀아도 돼?
오픈 준비 전이라며?
오늘은 괜찮아
(도혁) 뭐, 아직 국숫집도 게스트 하우스도 오픈 전이라
[살짝 웃는다]
그럼 다행이긴 한데
아니면 뭐 내가 도와줄 거 없어?
(나비) 나 뭐, 조립, 칼질 이런 거 다 잘해, 나한테 다 시켜
[웃음]
(도혁) [힘주며] 다 됐어
손님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비의 웃음]
네
[도혁이 숨을 들이켠다]
[도혁의 힘주는 신음]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완) 어제 이거 봤어?
(솔) 봤지 [지완의 놀라는 숨소리]
(지완) 아, 진짜 대박인 거 같아 [함께 웃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아, 맞다, 맞다 나 가고 싶은 데 있었는데
여기도 진짜 맛집이래, 여기 봐 봐
- (솔) 어디? - (지완) 여기도 맛집인데
(지완) 여기랑 가까운 거 같던데?
[지완과 솔이 대화한다]
(세훈) 내가 2인분만 예약했는데
우리 지완이가 함께 올 줄은 미처 몰랐네?
[지완의 웃음]
내가 여기 전부터 너무 오고 싶었거든
(지완) [손뼉을 딱 치며] 근데 마침 너희가 딱 여기서 만난다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내가 안 올 수가 있어야지
아이, 뭐, 둘이 진지한 얘기 할 거면 내가 빠져 주고
뭐, 중요한 얘기야?
어?
(세훈) 아, 어, 그, 그게, 어
아니, 그냥, 어 [세훈의 어색한 웃음]
그냥 뭐, 맛있는 거나 같이 먹자고
- (솔) 오늘 내가 계산할게 - (세훈) 아니야, 아니, 아니, 아니야
내가 살게, 내가, 내가 먹자고 했잖아
[솔과 세훈이 살짝 웃는다]
(세훈) 우리 지완이도 내가 살게
[종업원이 그릇을 달그락 놓는다] - 응, 고마워 - (세훈) 맛있게 먹어
- (솔) 감사합니다 - (지완) [감탄하며] 맛있겠다
(지완) 야, 사진 찍어야 돼, 사진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비) 와, 너 짱이다 이거 언제 다 준비했어?
(도혁) 아, 아까 이모님한테 너 온다는 소리 듣고
[나비의 탄성]
(나비) 근데 이거 진짜 영상 안 찍어도 돼?
나만 보기 너무 아까운데
네가 봐 주니까 됐어
[도혁이 달그락거린다]
뭐야? 너 은근히 훅 들어오는 멘트 잘해
연애 좀 해 봤나 봐?
안 해 봤는데
모솔이라고?
응, 근데 그게 뭐?
(나비) 아니, 아니 그, 뭐라는 게 아니라 의외라서?
인기 꽤 많을 느낌인데?
약간 뭐랄까, 이…
무해한 이미지로
[나비가 살짝 웃는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나비가 뚜껑을 달그락 딴다]
자꾸 알고 보면 임자 있는 사람을 좋아해서
아…
그렇구나
(도혁) 어, 나는 괜찮아 운전해야 돼서
아, 맞다
그럼 나 혼자 마셔?
(도혁) 어… 아, 그럼 나도 마신다고 생각하고
[도혁이 뚜껑을 달그락 딴다]
(나비) 짠! [도혁이 병을 탁 내려놓는다]
[함께 잔을 탁 부딪는다] (도혁) 짠
[도혁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아, 좋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그, 근데
넌 있어?
(나비) 응? 뭐가?
그,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귀는 사람
지금은 없어
[살짝 웃는다]
[잔잔한 음악]
(도혁) 먹어
- (나비) [웃으며] 어, 먹자 - (도혁) 응
[모닥불이 타닥거린다]
(나비) 그래서 그 나쁜 놈이랑은 오래 만나다가
올해 초에 헤어졌고
[도혁이 살짝 웃는다]
[웃음]
뭐야, 왜 이렇게 좋아해?
뭐, 솔로 동지다 이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예전에도 남자 친구 있었잖아
내가?
내가 언제? 나 이거 첫 연애인데?
어? 아닌데
(도혁) 그때 분명히 네가 누구랑 사귄대서 내가 포기했었는데…
포기?
[당황한 숨소리]
(나비) 뭐야?
야, 야, 너 운전 어떻게 하려고 [도혁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도혁) 네가 내 첫사랑이야
뭐라고?
[한숨]
[잔잔한 음악]
나는 네가 좋아졌는데
곧 서울로 떠난다고 하니까 고백하려고 했었어
(도혁) 근데 남친 있다길래
마음 접었지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내가 너한테 남친 있다 그랬다고?
[숨을 들이켠다]
나한테는 아니고 다른 애한테
기억 안 나는데
(나비) 남자 친구 없다 그러면 애들이 놀릴까 봐 둘러댔나 보다
[살짝 웃는다]
[도혁이 컵을 쓱 집어 든다] 잠깐만
설마 그럼 너 그거 때문에 나 서울 갈 때 마중 안 나온 거였어?
(도혁) 응
[도혁을 탁 때리며] 야 내가 그때 얼마나 서운했는데
그때 내가 고백했으면 받아 줄 거였어?
(나비) 글쎄, 뭐, 연락은 계속했겠지
우리 그래도 제일 친했잖아
뭔가 달라지긴 했을 거란 얘기네?
(나비) 아, 몰라! 그냥 네가 바보였던 거네
[도혁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 (남자) 빨간색 가운데 잘 보고 - (여자1) 이렇게? 어
(남자) 하나, 둘, 셋
[여자1의 긴장한 신음] [다트 핀이 탁 꽂힌다]
오, 잘했어, 잘했어 [여자1의 웃음]
내 차례야, 내 차례
[다트 핀이 탁 꽂힌다] [다트 머신 효과음이 흘러나온다]
앉아도 돼요?
(나비) 이미 앉았잖아요
일행 있어요?
아니요, 없어요
[다가오는 발걸음]
[여자2가 살짝 웃는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2가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여자2) 메뉴 좀 건네주시겠어요?
(재언) 네
[살짝 웃는다]
예쁘네요, 나비
(여자2) 무슨 의미가 있는 거예요?
(재언) 행복의 추함과 고통
그리고 부자유
그게 나비 타투의 의미래요
(여자2) 아…
난 그냥 나비가 좋아서 하는 거지만
(여자2) 그러고 보면 나비는 참 생긴 건 예쁜데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나비 날개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실명한다는?
거짓말일걸요?
(재언) 어… 나비 날개에 비늘 가루라는 게 있는데
그게 인간한테 유해하다고 해 봤자
눈 알레르기 정도?
[피식 웃는다]
아, 뭐야
웃기죠?
뭐가요?
사람들이요
다치는 건 오히려 나비인데
(재언) 날개 비늘이 없어지면
나비는 자기 무늬도 색도 다 잃고
날 수조차 없게 되니까
[여자2가 피식 웃는다]
나비 보러 갈래요?
[바닷소리가 들린다]
[카메라 셔터음]
(도혁) 군대 마지막 휴가였는데
동기 하나가 전시회를 보러 가자는 거야
솔직히 난 그림 같은 거 잘 모르는데
그런 데는 평생 처음 가 봤어
(나비) [잠에 취한 목소리로] 응…
그런데 거기서
너랑 정말 닮은 사람을 봤어
[차분한 음악]
(도혁) 꼭 너 같았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이름 부를 자신이 없더라
후회했어
근데 버스에서 다시 만났어
내가 전시회에서 본 게 맞더라
그때 심장 터지는 줄 알았는데
(도혁) 바보 같지?
[새들이 지저귄다]
[차 문이 탁 닫힌다]
- (나비) 야, 도혁아 - (도혁) 응
(나비와 도혁) - 도혁아 - [잠긴 목소리로] 응? 어, 나비야
그, 잘 잤어?
야, 너 밖에서 자는데 나한테 담요를 다 주면 어떡해
아이, 괜찮아
[도혁의 헛기침]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물소리가 쏴 들린다]
(민영) 선배
선배! 안 들리지?
[방귀를 뿡 뀐다]
[웃음]
[민영의 웃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민영의 놀라는 신음]
[작은 목소리로] 깜짝이야
[중얼거린다]
선배, 안경 안 썼네?
(경준) 응
(민영) 왜? 뭐…
뭔데?
- 안경 - (민영) 뭐?
(경준과 민영) - 그거 내 안경이야 - 무슨 소리야, 이거 내 안경이…
[부드러운 음악] (민영) 아, 어, 그러네? 뭐야?
그럼 내 안경은 어디 있지?
네 거?
(경준) 어
(민영) 아…
[경준이 안경을 달그락 집어 든다] 어쩐지 선배 얼굴이 이상해 보이더라
- 자 - (민영) 생큐
(민영) 응
왜? 또 뭔데?
- 다행히 냄새는 안 나네 - (민영) 뭐?
우리 민영인 소리만 요란한 스타일이구나
[경준의 웃음] 아이…
(민영) 뭔 소리야, 아, 나 아니거든!
빈 수레가 요란하네
(경준) 부릉, 뿡, 뿡, 뿡!
(경준과 민영) - 이것 봐라,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네? - 아이, 나 아니거든!
- (민영) 아씨, 진짜, 아, 왜 저래 - (경준) 어? 뿡! [경준의 웃음]
(민영) 왜 저래, 진짜
- 뿡! - (민영) 나 아니라고
아, 짜증 나, 진짜, 왜 저래? [문소리가 달칵 난다]
[감성적인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규현) 니가 왜 여기 있냐?
(재언) 응
[휴대전화 조작음] 혹시
빛나 못 봤냐?
못 봤는데
(규현) 아…
MT 간댔나?
아니, 안 가
(규현) 왜?
니 안 간다 그러믄 애들 난리 날 텐디야
나비는 간대?
나비도 안 간다는디?
(규현) 몰랐냐?
(재언) 응
요즘 연락을 잘 안 해서
니 유나비한테 뭐 잘못했지?
글쎄
모르겠는데
모르긴 뭘 몰라야
(규현) 다 알면서
그래도 니 좋다는 사람인디
좀 진심으로 대할 순 없는 거냐?
[바닷소리가 들린다]
(정숙) 나비, 애들 조심해서 꺼내
걱정 마세요
[나비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물레 작동음]
[힘겨운 신음] [쟁반을 탁 내려놓는다]
속 쓰려
[한숨 쉬며] 술을 쏟아부으셨구먼
엄청 재밌었나 봐?
일단 음식이 너무 맛있었고
맛있지
(나비) 그리고 이 바다가 너무 예뻤고
아, 빨리 서울 가야겠어
맨날 놀기만 할 거 같아
그러려고 왔는데, 뭐
(정숙) 아, 그래도 가기 전에 저 책장은 고쳐 주고 가라
(나비) 응, 알았어
(정숙) 어, 얘네들 이쁜 것 좀 봐
(나비) 이모, 근데 이거 좀 이상하다?
왜 아까 거랑 색깔이 다르지? 같은 유약인데
(정숙) 아까 바람이 좀 불었잖아 [물이 찰랑거린다]
똑같은 유약을 발라도
습도, 기온, 이런 게 달라지면 바로 이렇게 변화가 생겨
그러니 불 한번 때고 나면
무슨 색이 나올지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
씁, 근데 그건 좀 너무 불안하다
[나비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무슨
오히려 예측 불허라 더 재밌지
(정숙) 그 맛에 내가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건데
(재언) 유리에다 유약을 발라서 구워 봤는데
할 때마다 예상하지 못한 색감이 나와서 신기하더라고
[살짝 웃는다]
이모도 똑같은 소리 하네
내가? 누구랑?
[물이 찰랑거린다]
(나비) 아니야
[헛웃음]
그래서 나는 조소 작업이 점점 무서워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걸 다 망쳐 버리니까
쯧, 차라리 저장도 되고 실행 취소도 되는
디지털 작업, 그런 게 나은 거 같아
으이그, 이름값 못 하는 소리 한다
네 이름이 왜 나비인지는 알지?
(나비) 응
- 그, 이모가 좋아하는 작가가… - (정숙) 아이
그건 네가 학교에서 발표해야 된다기에
[물이 찰랑거린다] (정숙) [웃으며] 급조했던 거고
(나비) 어? [잔잔한 음악]
(정숙) 아니, 네 엄마는
꿀만 빨고 살라고 나비라고 지었다지만
뭐, 나비가 정말 꿀만 먹는 줄 알아?
진딧물도 똥도 다 자양분 삼는 게 나비야
네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네 인생의 자양분인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
[새가 지저귄다]
(규현) 솔직히 나 걔 감당 안 된다
같이 있을 때는 이 세상에 나밖에 없는 것처럼 구니까
'아, 얘도 날 좋아하는구나' 싶었어 근디
또 금방 딴 데 관심 생기면 난 안중에도 없시야
긍게 좋다가도 계속 현타가 와
뭐, 날 좋아한다고는 하는디
그 말을 진짜로 믿고 싶으면서도
계속 의심만 하게 되고
[깊은 한숨]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디
친구에서 더 욕심내지 말 걸 그랬나?
(재언) 너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거 처음 본다
내가 뭣 한다고 니한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냐
이런 생각들
솔직하게 얘기해 봤어?
아니, 절대로
걔 앞에서 솔직해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서
(재언) 응?
아, 자존심 상하니까
(규현) 안 그래도 나만 좋아하고
나만 진지한 거 같아 갖고 화가 나 죽겄는디야
그 사람한테 네가 원하는 건 뭔데?
우리 관계에 대한 확신
나에 대한 진심
(재언) 비현실적이다
확신하는 순간 그 관계는 힘을 잃으니까 [무거운 음악]
그 확신이란 건
어떻게 생기는 건데?
(재언) 그게 진짜 너한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냐?
아따, 니도 생각보다 많이 꼬였다잉
꼬인 건 너 같은데?
(재언) 어쨌든 그 사람도 네 옆에 있는 이유가 있겠지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한숨]
[재언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나비) [작은 목소리로] 어, 도혁아
들어와, 어
[잔잔한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함께 웃는다]
(나비) 여기 진짜 예쁘다
어?
나 여기 기억나는 거 같아
- 그래? - (나비) 어
(도혁) 아, 그거 알아?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나비) [웃으며] 뭐야
너 그런 거 믿어?
(도혁) 낭만적이잖아
넌 안 믿어?
(나비) 응
난 안 믿어
씁, 왜?
그냥, 딱히 증명된 게 없잖아
그러니까 나는 더 좋던데
(도혁) 그냥 내가 믿으면 그만이니까
그런가?
- 잡았다 - (도혁) 얼른 소원 빌어
[카메라 셔터음]
(나비) 아, 나 이런 거 안 믿어
됐고, 카메라나 줘 봐
[카메라 셔터음]
근데 도혁아
너 일상 브이로그 같은 거 해 볼 생각 없어?
(나비와 도혁) - 식당 오픈 준비 그런 것도 괜찮고 - [작은 소리로] 일상 브이로그…
맨날 손이랑 풍경만 나오는 거 말고
(나비) 그러면 조회 수 엄청 오를 텐데
지금 영상들 지루해?
그런 건 아니고
(나비) 네가 이 화면발이 진짜 잘 받는단 말이야
씁, 분명히 네 얼굴 나오면
구독자 수 엄청 늘 거다
- 아니야 - (나비) 아, 빨리 한 번만
(나비) 아, 한 번만, 한 번만, 한 번만
[난감한 숨소리]
[헛기침] [나비의 웃음]
[도혁의 헛기침]
[나비의 웃음]
(나비) 그게 뭐야
[웃으며]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이거 봐, 잘 나온다니까
(도혁) 나도 찍어 줄게
(나비) 아, 나, 난 안 돼
아, 나 진짜 사진발 안 받아
아니야, 예쁘던데
(나비) 응?
[잔잔한 음악]
(도혁) 아, 그, 나 사실 저번에 너 찍었어, 미안
- 언제? - (도혁) 바닷가 갔을 때
- 지금 있어? - (도혁) 응
(나비) 봐 봐 [카메라 조작음]
(도혁) [작은 목소리로] 이거
[나비의 옅은 탄성]
[카메라 조작음]
[나비의 웃음]
잘 나왔지?
뭐
이건 좀 잘 나왔네?
[살짝 웃는다]
[웃음]
잘 나왔다
[나비가 살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설아) 서프라이즈, 생일 축하해
고마워
- 선물은 없어? - (설아) 선물?
(설아) 있지
근데 네가 좋아할지는 모르겠네
[웃음]
(재언) 이게 그렇게 갖고 싶었어?
내가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봐
갖고 싶더라고
나 거짓말했어, 네 친구 나비한테
무슨 말?
나한테 너랑 사귀는 거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어
바로 믿더라
(설아) 그렇다고 이렇게 잠수까지 탈 줄은 몰랐는데
미안하네
[피식 웃는다]
뭐, 걔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어
[새가 지저귄다]
[나비의 어색한 웃음]
(나비) 다 왔다
얼른 들어가
내일 시간 맞춰서 데리러 올게
아니야, 뭐 하러
(나비) 그냥 시장에서 바로 보자 나 혼자 갈 수 있어
이른 시간이라서 위험해
(도혁) 나 갈게, 내일 보자
(나비) 어…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물소리가 쏴 들린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달그락거린다]
(정숙) 나비, 사과 먹자
(나비) 응, 다 했어
[연필을 툭 내려놓는다]
'어디야? 얘기 좀 해'
이거 화난 거 맞지?
[헛웃음]
앞뒤 맥락은 얻다 팔아먹었어?
[한숨]
(나비) 나 진짜 엄마 보면서 평생 연애 안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사과를 쓱쓱 깎으며] 하이고 언제 그런 결심을 했대?
어릴 때
(나비) 서울 올라가기 전날 밤이었나?
엄마 여기 와서 펑펑 울었었잖아
아, 그때
네 엄마가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었지
(정숙) 유난히 절절매고
내가 나쁜 놈이라고 당장 헤어지라고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죽어도 말을 안 들었어
그래도 엄마는 사귀기라도 했지
난 걔랑 아무 관계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비) 진짜 통째로 흑역사야
진짜 최악이다
바보야, 세상에 아무 관계 아닌 관계라는 게 어디 있어
[숨을 들이켠다]
그래도 난 네 엄마 대단하다고 생각해
(정숙) 그렇게 상처받고도 또 새로운 사람 만나서
열심히 사랑하는 거
그게 뭐야
씁, 네 엄마가 그러더라
(정숙) 연애란 게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 골라서 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가장 특별한 사람이랑 하는 거라고
[피식 웃으며] 그래서 엄마가 맨날 실패한 거 같은데?
모르는 소리 마
(정숙) 네 엄마가 맨날 실패했으면
어떻게 너같이 예쁘고 귀한 딸을 낳을 수 있었겠어
[웃으며] 자
[함께 웃는다] [툭 소리가 들린다]
선반 삐뚤어졌다
(나비) 아, 뭐야, 구멍 다 뚫어 놨는데
아,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JM 호텔"
[초인종이 울린다]
(여자3) 오늘도 멋지네, 들어와
[문이 탁 닫힌다]
(여자3) 생일 축하해
조소과는 작업할 때 옮길 것도 많고
장비 싣고 나를 일도 많다면서
너무 과한데
이런 거라도 하게 해 줘
(재언) 고마워요
[차 키를 탁 내려놓는다]
엄마
공연은 잘하셨어요?
(재언 모) 응, 다음은 파리야
파리는 살기 어때요?
파리, 좋지
같이 갈래?
누가 가고 싶다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
아니요
그냥 성가신 애예요
[숨을 씁 들이켠다]
(재언 모) 재언아
엄마가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내 마음 모른 거야, 아니
모른 척한 거
나조차 돌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누가 사랑해 주겠어?
[드릴 작동음]
[장갑을 툭 놓는다]
[선반을 달그락 놓는다]
[선반을 탁 친다]
하, 됐다
[선반을 탁탁 두드린다]
[쓸쓸한 음악]
나조차 돌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누가 사랑해 주겠어?
(재언) 그 누구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네가 제일 싫어하는 거잖아
구질구질하게 질척거리는 거
(나비) 왜 그러냐고?
네가 맨날 이딴 식으로 나한테 선 그으니까
왜?
적당히 필요할 때만 만나고 싶은데 내가 질척댈까 봐 겁나니?
걱정하지 마
그럴 일 없을 테니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살짝 웃는다]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도혁)
(나비)
(도혁)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도혁) 어, 나비야
- 안녕 - (나비) 어, 안녕
잘 잤어?
어, 너는?
(도혁) 나도, 갈까?
어 [살짝 웃는다]
[감성적인 음악]
[자전거가 끼익 멈춘다]
[도혁이 말한다]
- (도혁) 저기, 사장님 - (상인1) 어
- (도혁) 이거 자전거 좀 맡길게요 - (상인1) 아, 그려
- (상인1) 다녀와 - (도혁) 감사해요
- (나비) 감사합니다 - (상인1) 예, 예
- (나비) 어, 고구마도 있다 - (도혁) 먹고 싶어?
- (도혁) 이모, 고구마 좀 주세요 - (상인2) 어, 어
(나비) 안녕하세요
(상인2) 아이고 색시 될 사람 데려왔구나?
[상인2의 웃음]
아유, 아주 꼬순내가 진동을 하네 [상인2의 웃음]
그런 거 아닌데…
[도혁의 멋쩍은 신음]
(나비) [도혁을 툭 치며] 왜 아무 말도 안 해?
[도혁과 나비의 웃음]
[도혁의 헛기침]
(상인2) 고구마 8천 원
- (상인2) 오케이, 넣고, 응 - (도혁) 8천 원?
- (상인2) 감자? - (도혁) 감자도 조금만 주세요
[상인2가 부스럭거린다]
좋을 때다, 응? 자
(상인2) 만 3천 원
- (도혁) 만 3천 원? - (상인2) 응
에라, 기분이다
(상인2) 이쁘니까 저, 내가 본전치기할게
만 원만 내, 만 원
(나비) 감사합니다 [상인2와 나비의 웃음]
- 아이고, 이쁘니까, 오, 그래 - (도혁) 감사합니다
- 나 때문에 깎아 주신 거다 - (도혁) 맛있게 해 줄게 [상인2의 웃음]
- (나비) 안녕히 계세요 - (상인2) 잘 가요
(도혁) 저거 얼마예요?
(상인3) 아, 에밀리? 2만 3천 원이요
2만 3천 원이요?
- (도혁) 주세요 - (상인3) 아, 예 [상인3이 부스럭거린다]
- (나비) 야 - (도혁) 왜? 사 줄게
(나비) 아니에요 아니에요, 다음에 올게요
(도혁) 음
(도연) 망가진 거 같아
[한숨 쉬며] 양도혁, 왜 그랬어
- (도혁) 내가 안 했어 - (도연) 아휴, 진짜
(도혁) 어? 나비야
와, 진짜 나비 언니네?
(나비) 누구…
(도혁) 아 오래돼서 기억 안 나나 보구나
내 사촌 동생, 도연이
(나비) 아! 아…
아, 도연이
야, 오랜만이다
와, 언니 완전 미쳤네
(도혁) [작은 목소리로]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도연) 예뻐졌다고, 깜짝 놀랐네
- 그건 그렇지 - (나비) 아니야
야, 너도 많이 컸다, 몰라볼 뻔했어
(도연) 아, 언니 이거 지금 바퀴에 구멍 났어요
못 타, 못 타
이거 내가 그런 건가?
(도혁) 어, 아니야, 아니야 세워 둔 사이에 누가 장난친 거 같아
수리점 들러서 바퀴 갈고 가자
(나비) 응
(도연) 뭐 하러 그래?
그냥 둘이 오빠 거 타고 가
이건 내가 고쳐서 타고 갈게
[도연이 혀를 똑 튕긴다]
뭐 해? 아, 얼른얼른!
나 간다
- (나비) 이따 봐, 도연아 - (도혁) 고마워
[나비가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도혁이 옷을 쓱 묶는다]
(나비) 뭐 해?
어? 아, 너 불편할까 봐
(도혁) 타
[도혁이 킥스탠드를 탁 올린다]
[도혁의 힘주는 신음]
[도혁이 자전거를 달그락 세운다]
(도혁) 아, 오늘 여기서 친구들하고 자고 갈 거야?
아니, 나 저녁까지 있다가 이모 집 가서 자려고
그래?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할 얘기도 있고
무슨 얘기?
나중에 얘기해 줄게
[차 문이 탁 닫힌다]
(나비) 도혁아, 근데 이거 어디다 두면 돼?
[다가오는 발걸음] (도혁) 저…
아니야, 그냥 둬, 내가 할게
[잔잔한 음악]
안녕하세요
박재언입니다
안녕하세요, 양도혁입니다
[경쾌한 음악]
(재언) 잘 지냈어?
(나비) 응, 대충
(재언) 나는 잘 못 지냈어
(나비) 익숙한 박재언의 체취가 나를 무섭게 파고든다
(빛나) 매력 있더라 저기로 갈아타는 거면 내가 인정
(세훈) 둘이 저러고 있으니까 꼭 신혼부부 같네
(도혁) 나비가 제 첫사랑인 건 맞아요
(도연) 박재언 오빠랑은 무슨 사이예요?
(나비) 아무 사이 아닌데
(재언) 계속 생각났어
보고 싶었다고, 네가
- (나비) 너 여자 친구 있잖아 - (재언) 그게 문제야?
(규현) 인자 나 갖고 노는 것도 그만해라
인자 그만하자
- (나비) 그만해 - (재언) 뭘?
(나비) 네가 하는 짓
(도혁) 나비는?
- (도연) 너무 피곤하다고 안 온대 - (도혁) 안 온다고?
(재언) 한마디만 하면 돼 싫으면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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