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9
(재언) 빨리 마시네
무슨 일 있어?
(나비) 아니
[휴대전화 진동음]
[나비가 휴대전화를 쓱 집어 든다]
별로 [휴대전화 조작음]
(도혁)
(나비)
[휴대전화 조작음]
(재언) 나비의 시선이
자꾸만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한다
(재언) 아까 너 같이 있는 거 봤어
학교에서
(나비) 어?
(재언) 양도혁
[나비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나비) 아…
(재언) 걔 좋아해?
(나비) 그런 건 왜 물어보는데?
(재언) 그냥
궁금해서
(나비) 좋지
좋은 애야
[달그락 소리가 난다]
(재언) 어떤 점이?
(나비) 요리도 잘하고
속도 깊고
가끔 귀여울 때도 있고
무엇보다 걔랑 같이 있으면 편해
(재언) 그럼 왜 연애 안 해? 양도혁이랑
[나비가 잔을 쓱 집어 든다]
(나비) 네가 물어볼 건 아니지 않냐?
[재언이 피식 웃는다]
(재언) 그런가?
[나비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나비) 사귀면 나한테 실망하겠지
쯧, 난 도혁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적어도 걔한테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기도 하고
(재언) 그럼 나는?
[부드러운 음악]
[사장이 입소리를 쩝 낸다]
(사장) 그렇게 좋나?
네, 좋아요 [사장이 젓가락을 잘그랑거린다]
계속 보고 싶고
(사장) 그럼 뭐 하고 있노, 인마, 어? 더 확 들이대야지
(도혁) 쩝, 씁, 아, 그게 그, 아직은 좀…
혹시 그러다 망칠까 봐
(사장) 하이고, 답답하다, 답답해 [휴대전화 진동음]
(도혁) 응?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넌 잘 놀고 있어?
[사장의 옅은 웃음]
(사장) 집이래?
아, 형, 보지 마요
[사장의 옅은 웃음]
(직원) [술 취한 말투로] 뭘 봐?
(사장) 니 안 본다, 자라, 그냥, 어?
(직원) 잔다
(사장) 도혁아
헹님 말 듣고, 어? 지금 만나자고 해
니 저거 주는 거 깜빡했다매
(도혁) 쯧, 아이, 그건 좀…
아, 뭐, 급한 것도 아니고
[사장이 혀를 쯧 찬다]
아, 그리고 저 좀 취했어요
(사장) 아따, 자슥, 답답하네
니는 다 좋은데 가만 보면은 아가 한 방이 없다, 어?
아휴
(사장) 사랑은 있제
타이밍이야, 어?
니 계속 그렇게 조심하다가 니 그냥 놓친다
(도혁) 아니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사장이 술을 조르르 따른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으면은 지금 만나자고 하라니까, 어?
(사장) 안 갈 거면은
이거 한 병 더 들고 오고 이거 다 떨어짔다
(도혁) 네 [사장이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사장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나 먼저 갈게
집까지 걸어가?
(나비) 응, 술도 깰 겸
간다, 내일 봐
[나비의 한숨]
왜 따라와?
따라가는 거 아닌데
(나비) 그럼 어디 가는데?
- 너희 집 - (나비) 어?
내 짐 가지러
(나비) 아…
[휴대전화 조작음]
(도혁) 씁, 아직 자지는 않겠지?
[다가오는 발걸음]
(나비) 여기서 잠깐 기다려
(재언) 여기서?
(나비) 아직 안 챙겨 뒀어 이렇게 갑자기 챙겨 갈 줄 몰랐지
같이 챙기지, 뭐
[인터폰 조작음]
들어가도 되지?
(나비) 응
[시끌시끌하다] (여자들) 짠
(여자1) 짠 하고 먹어야지, 그렇지? [여자들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 (여자2) 언니, 언니, 저기 봐 봐 - (여자1) 응?
[빛나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여자2) 잘생겼지?
[여자1이 못마땅해한다]
(여자1) 야, 적당히 마셔 우리가 무슨 술 마시러 나왔니?
나는 술 마시러 나왔거든?
(여자1) 아휴, 진짜, 못 말린다
왜 이런 델 와 가지고 [여자2의 탄성]
(여자2) 언니, 언니, 저기 남자 봐 봐
아니, 괜찮은 애들은 뒤에 있는 거 같아
(여자1) 아, 어떡해 나 너무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아
- (여자2) 외로워? - (여자1) 어 [한숨]
[여자2의 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여자1의 한숨]
(여자2) 저쪽도 괜찮은 거 같은데
- (여자2) 야, 잠깐만 - (여자1) 어?
(여자2) 야, 내 친구들이 여기 오고 싶다는데
남자 셋, 어때? [여자1의 놀란 숨소리]
(여자1) 딱 맞네 오라고 해, 오라고 해
(여자2) 오케이 [여자2의 웃음]
(여자1) 잘생겼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시원한 숨을 내뱉으며] 나 먼저 간다
- (여자1) 어? - (여자2) 야
(빛나) 재밌게 놀다 가 [여자1의 한숨]
(여자2) 야
[여자1의 짜증 섞인 한숨]
(여자1) 야, 그냥 두 명만 오라 그래
[달그락거린다]
[나비가 책을 달그락거린다]
(재언) 맘에 들어?
(나비) 응
예쁘다
오늘 보니까 더 예쁘다
[나비가 책을 달그락거린다]
(재언) 어… [책을 탁 집는다]
[책을 탁 내려놓는다]
이제 대충 다 챙긴 거 같은데
그러네
근데 좀 아쉽다
뭐가?
미처 전해 주지 못한 생일 선물
이런 거 기대하고 기습한 건데
[피식 웃는다]
(나비) 그런 거 없어
대충 다 챙겼으면 얼른 가
나 좀 피곤하다
[재언이 나비를 탁 잡는다]
다 나았네?
(나비) 응
역시 내가 치료를 잘했나 봐
[함께 웃는다]
(나비) 우리 또 실수하지 말자
그만 가 줘라
(재언) 정말 실수라고 생각해?
당연하지,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재언) 거짓말
난 아닌데
(재언) 난 역시 너랑 있는 게 좋아
너 지금 나 놀려?
이렇게 화낼 때 짓는 표정도 좋아
이딴 게 재밌어?
놀리는 거 아니야
우리 사귀자
[차분한 음악]
(나비) 뭐?
생각해 보고 말해 줘
갈게
[재언이 가방을 부스럭 집어 든다]
[문이 달칵 열린다]
[고양이 울음]
[민영의 놀란 신음] (경준) 들어가서 자, 감기 걸려
(민영) 아니야, 나 지금 자면 안 돼
아직 할 일이 많아
(경준) 응?
뭐야? 얘는 붙었는데 나비는 떨어졌어?
(민영) 나비가 지원한 학교가 워낙 경쟁이 셌잖아
[경준의 호응하는 신음]
난 언제 연락 돌리고 서류 만드냐
죽었다, 죽었어 [민영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연락 돌리는 건 내일 나랑 같이 해, 얼른 자
(민영) [살짝 웃으며] 됐어 선배도 할 일 많잖아
괜찮아, 내일은 한가해
(경준) 왜?
[멋쩍은 웃음]
그냥 좀 민망하네
뭐가?
선배 오지랖 과하다고 내가 맨날 뭐라 그랬는데
그 오지랖 내가 제일 많이 누리는 거 같아서
[경준의 웃음]
고맙다는 얘기지?
[웃음]
뭐, 대충?
[민영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네가 좋은가 봐
어?
너랑 계속 붙어 있잖아
[고양이 울음]
(민영) 아…
어, 아, 그러네
[경준의 어르는 신음]
[감성적인 음악] [경준의 웃음]
[잘그랑거린다]
[재언이 그림을 쓱쓱 그린다]
우리 사귀자
[연필을 툭 내려놓는다]
[책상을 탁 친다]
(재언) 나비와 있을 때 내 모습이
조금 낯설다
우리 사귀자
(나비) 뭐야, 갑자기
진심이긴 한 건가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도혁) 지금 잠깐 볼 수 있어?
[입소리를 쯧 낸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늦게 봤네, 미안
그런데 급한 일 아니면 다음에 보자
오늘 좀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차분한 음악]
[한숨]
(남학생) 막아, 막아
[남학생들이 소란스럽다]
(규현) 니 오늘 컨디션 영 별론가 보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네
점점 더 안되네
잘하고 싶은데
(규현) 원래 저절로 되던 것도 욕심나기 시작하면 잘 안된다
내가 지금 욕심난 건가?
(규현) 아니, 뭐, 나쁠 거 있냐?
이왕 욕심난 김에 열심히 하면 되제
열심히 해 봐라
뭣 하냐? 한 게임 더 치자
어
(성윤) 나비, 안녕, 솔, 안녕
- (나비) 어, 왔어? - (성윤) 어
(여학생) 하이!
- (여학생) 예, 예, 예 - (나비) [힘없는 목소리로] 하이
솔아
[나비가 솔을 툭툭 친다]
- (나비) 솔아, 솔아 - (솔) 어
너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사귀자는 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둘 중 하나네
쓰레기거나
좋아하는 건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를 못 느꼈거나
[나비의 한숨]
너 중간보고 몇 시야?
(솔) 중간보고?
(나비) 갤러리전
맞다
- 언제였지? - (나비) 내일
준비 안 했어?
[한숨]
(솔) 어
(나비)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다가오는 발걸음] (솔) 아니
- (나비) 어, 지완아, 응 - (지완) 응?
나비야, 나 먼저 강의실 가 있을게
(나비) 우리랑 같이 가
(지완) 아, 아니야, 이따 보자
[멀어지는 발걸음]
(나비) 지완이는 또 왜 저래?
[한숨]
몰라
[밀대로 반죽을 쓱쓱 민다]
[잔잔한 음악]
[바닷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진짜 다 그대로네
[나비와 도혁의 웃음]
- (나비) 야, 도혁아 - (도혁) 응?
(나비) 너 저기 기억나?
우리 어릴 때 저기서 숨어서 놀다가
내가 유리잔 깨 가지고
괜히 네가 할아버지한테 혼났었잖아 [도혁의 웃음]
아, 그런 걸 다 기억해?
당연하지
[혀를 쯧 찬다]
뭐, 그때는 몰래 숨어서 노는 재미가 좀 있었어
맞아
초딩들의 나름의 일탈이었지
그렇지 [도혁이 살짝 웃는다]
[나비의 웃음]
[칼질을 탁탁 한다]
(나비) 오, 좀 하는데?
[나비의 탄성]
[웃음]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도연) 양도혁
[달그락 소리가 난다]
사람들 반응 되게 좋아
역시 나비 언니 코치 듣길 잘했네
[휴대전화 조작음]
[도혁의 한숨] [도혁이 밀대를 툭 내려놓는다]
[도혁이 앞치마를 툭툭 턴다]
[국자를 달그락거린다]
이거 맛 좀 볼래?
[도연의 괴로운 신음]
(도연) 맛이 왜 이래?
왜? 이상해?
[한숨]
(도연) 저기요, '국수집 손자' 님
도대체 서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아무 일도 없었어
[도혁이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도연) 나비 언니 본다고 세상 들떠서 간 사람이
하루아침에 좀비가 돼서 왔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결국 박재언한테 졌어?
아유
그냥 포기하고 딴 사람 찾아 봐
오빠 인기 많잖아, 응?
나 국수 끓여 줘라
배고픈데 [앞치마를 쓱쓱 푼다]
(도혁) 네가 끓여 먹어
[도혁이 앞치마를 탁 내려놓는다]
[바닷소리가 들린다]
[난간을 탁 짚는다]
[도혁의 한숨]
다 때려치울까
[한숨]
[부드러운 음악] [작업장이 분주하다]
(진수) 형
뭐 만드는 거예요?
펜던트
(진수) 형, 그럼 이건 뭐예요?
[피식 웃는다]
고마워요
[홍삼 스틱을 부스럭거린다]
[태블릿 피시 조작음]
[빛나가 살짝 웃는다]
(세훈) 그렇게 좋냐?
(빛나) 뭐가?
(세훈) 고기
야, 이날 바비큐 진짜 맛있지 않았냐?
[세훈의 탄성] [빛나의 헛웃음]
[태블릿 피시 조작음]
쟤는 어딜 저렇게 요즘 싸돌아다니냐?
(세훈) 몰랐냐? 쟤 피시방 알바 하는데
- 알바? - (세훈) 응
(세훈) 몰랐다고?
웬일이래, 둘이 모르는 것도 있고
아, 근데 거기 피시방 이름이 또 되게 로맨틱하긴 하지
뭔데?
'퍼햅스 러브'
[세훈의 탄성과 웃음] [빛나의 한숨]
(세훈) 야, 뀨 오랜만에 술 한잔할래?
난 안 돼, 난 위염 걸려 가지고 술 못 먹어
(세훈) 응? 위염?
너 위장 개튼튼하잖아
(빛나) [태블릿 피시를 탁 놓으며] 아, 몰라!
- (빛나) 스트레스성인가 보지 - (규현) 야, 오빛나
(빛나) 뭔데?
(규현) 어디 가서 얘기 좀 해 할 말 있응께
(빛나) 여기서 해
(규현) 잠깐이면 돼
[빛나의 어이없는 신음]
(빛나) 뭐야?
[한숨 쉬며] 왜? 뭐?
(빛나와 규현) - [놀라며] 어, 이거… - 왜 니 택배를 우리 집으로 보내냐?
[한숨]
아, 내가, 내가 아주 죽을죄를 지었다
할 말이라는 게 이거야?
(규현) 어
그래, 그럼
(규현) 이거 내 옷 아니냐? [빛나의 헛웃음]
네, 네가 그때 나 입으라고 해서 준 거였었잖아
다시 돌려줘?
(규현) 됐어, 다음에 줘
[한숨]
너 진짜 생각보다
애가 되게 쪼잔하구나
됐어
[빛나가 혀를 쯧 찬다]
[규현의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혁) 혹시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어…
(주혁) 이 전시가 이번 주부터 오픈이더라고요
같이 가면 어떨까 해서
같이요?
맞아요, 데이트 신청
저 솔이 씨 좋아해요
(주혁) 카페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솔) 아…
지금 만나는 분은 없으신 거죠?
그렇긴 한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아, 설마 짝사랑…
(주혁) 그럼 고백…
아, 실례죠? 죄송합니다
고백했어요
점점 욕심이 생겨 버려서
아…
(나비)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며칠 전에 친구한테 고백을 받았는데
너도 그 친구가 좋고
근데 사귀긴 싫고?
관계가 틀어질까 봐?
(지완) 응
괜히 어설프게 사귀었다가 헤어지면
아이, 뭐, 걔야 능력도 좋고 가진 것도 많아서
쯧, 나 하나쯤 없어도 괜찮을 텐데
나는 진짜 걔 없으면
내 인생의 반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나는 진짜 망한다고
[지완의 한숨]
부럽다
(지완) 응?
아, 나는 진짜 심란하다니까! 뭐가 부러워?
그 사람이 네 인생의 반이라니
(나비) 그 말은 지금 네 마음에도
그 사람 마음에도 확신이 있다는 거잖아
그거보다 좋은 게 어디 있어
아…
(나비) 아이, 뭐, 그리고 내 경험상…
아니
내 생각엔 이제 너랑 그 사람은 절대 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둘이 기억 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이상은
절대 예전 관계로 못 돌아갈걸?
[괴로운 신음]
제발 그 진실을 멈춰 주세요 [함께 웃는다]
그러니까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그 친구랑 얘기를 해 보라고
(나비) 혹시 모르지
그 친구도 너처럼 지금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지
근데 말하기가 너무 무서워
쩝, 그 마음 알지
[노크 소리가 난다]
[파일철을 달그락 집어 든다]
[차분한 음악]
(이 교수) 느낌은 나쁘지 않은데
기대했던 만큼이 아닌 건 확실하네
어시 둘 아니야? 다른 한 명은 어디 있어?
아, 진수는 알바 때문에 못 왔습니다
어시들 도움 많이 받고 있어?
(나비) 네 다들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 자주 회의도 하고요
그래?
(이 교수) 난 너희 둘이 붙으면 바로 시너지가 날 줄 알았거든
아직 서로의 장점을 파악 못 했나 봐?
나비 넌 내가 계속 얘기하지만
참 잘하는데
뭐랄까
감정이 잘 안 느껴져
계획한 대로 완성만 하는 게 다가 아니야
감상하는 사람들한테 영감을 줘야지
칭찬받는 작품이랑 눈길을 끄는 작품이 다른 거
잘 알잖아
네
(이 교수) 이 작품 욕심나니?
애정이 있어?
네, 당연하죠
(이 교수) 죽어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런 말 해서 서운하고 '뭔 개소리야' 싶겠지만
아까워서 그래
조금만 어떻게 하면 쭉 뚫고 나갈 수 있을 거 같은데
[한숨]
난 나비 네가 그걸 재언이한테 좀 배웠으면 하거든
[잔잔한 음악]
네, 노력하겠습니다
[나비의 한숨]
(이 교수) 건웅이, 좀 보자
[멀어지는 발걸음]
곱창 나왔습니다
[토치 작동음]
(진수) 이거 불 맛 제대로예요
누나, 크리틱은 잘하셨어요?
완전 망했지, 뭐
(진수) 에이, 근데 뭐 영감님한테 안 까이는 사람이 어…
[진수의 한숨]
있네요, 재언이 형
(재언) 안 바빠?
(진수) 에이, 그래도
[달그락거리며] 형하고 누나는 챙겨 줘야죠
자, 이거랑 이거랑
[젓가락을 탁 구른다]
형, 맛있죠?
(재언) 맛있네
(진수) 아…
그래도 오늘 제가 못 간 거 죄송하니까 서비스 많이 챙겨 드릴게요
아니야, 괜찮아, 고마워
(진수) 누나, 많이 드세요
(나비) 음, 맛있네
(진수) 제가 다음엔 진짜 안 늦을게요, 안 빠지고
[책을 탁 놓는다]
(세영) 이거 규현 오빠 말하는 거 같은데?
(빛나) 뭔데? 봐 봐
[발랄한 음악] (세영) '우리 학교 조소과라 들었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심각하게 제 스타일이세요'
'요즘 매일 피시방 출첵 중인데'
'맘에 드시면 22분 서비스로 사인 주세요'
[놀라며] 조소과면은 빼박 규현 오빠네
[빛나의 어이없는 웃음]
(빛나) '존잘'은 무슨, 더 없어?
(세영) 있어요
[빛나의 헛웃음]
'꿀단지를 숨겨'…
여자 손, 여, 여자 손님이 많아졌다고?
(민영) 아, 뭐야, 붙었잖아! [함께 웃는다]
아! 어떡해
어, 엄마
[민영의 당황한 신음] [경준의 헛기침]
아, 누가 보면 최종 합격 했는 줄 알겠네
이제 겨우 필기 붙은 거잖아
아이, 뭔 소리야
그것도 대단한 거지
(경준) 아, 그럼 이제 면접 준비 해야겠네?
[민영의 웃음] 파이팅!
[새가 지저귄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숨을 들이켠다]
[터치 패드 조작음]
[바람 소리가 흘러나온다] [차분한 음악]
[영상 속 나비의 웃음]
(영상 속 나비) 야, 도혁아 바다 진짜 이쁘다
보고 싶다
[휴대전화 진동음]
[도혁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새 영상 봤어
좋은데?
(나비) 감정
감정…
도대체 감정을 어떻게 담아야 되나
[탁 소리가 난다]
[휴대전화 진동음]
[달그락 소리가 난다]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어, 도혁아
(도혁) 지금 통화 괜찮아?
바쁜데 나 때문에 방해되는 거면…
(나비) 아니야, 나 크리틱 때문에 멘붕 와서 그냥 멍때리고 있었거든
(도혁) 크리틱?
(나비) 교수님한테 작업 중인 작품 점검받는 건데
완전 혼났어
이번 학기 진짜 최악이다
아, 교환 학생도 떨어졌거든
[도혁의 한숨]
[나비의 씁쓸한 웃음]
(재언) 무슨 일 있어?
(나비) 아니
별로
우리 또 실수하지 말자
(재언) 어쩌면 나비는
이미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던 걸까?
(도혁) 많이 아쉽겠다
그 학교가 인재 보는 눈이 없네, 뭐 [웃음]
나 일 생겨서 서울 가는데
만날 수 있어?
그럼, 언제 올라오는데?
(도혁) 날짜는 아직
아…
양도혁 또 내가 교환 학생 떨어졌다고 하니까
신경 쓰이나 보네
뭐, 나 혼자 굴 파고 있을까 봐 놀아 주려고?
(도혁) 나비야
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괜히 이런 걸로 너무 위축되지 마
[살짝 웃으며] 고마워
내가 네 1호 팬인 거 알지?
나 맘껏 이용해
기분 전환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바로 갈게
(나비) 말이라도 고맙다
덕분에 힘이 좀 나네
아무튼 또 연락할게
끊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씁, 내가 너무 오버했나?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친구1) 나 결혼하려고
(친구2) 에? 결혼? [지완의 당황한 웃음]
(친구1) 뭘 그렇게 놀라냐
(솔) 언제쯤 할 건데?
(친구1) 아마 내년 초쯤?
안 그러면 헤어질 거 같아서
우리 벌써 사귄 지 5년 넘었잖아
둘 다 회사도 마의 3년 차고
변화 좀 줘야겠더라고
일종의 관계의 터닝 포인트?
[당황한 웃음]
'관계의 터닝 포인트'
[지완의 한숨]
솔아
(솔) 어?
만약에
(지완) 내가 널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야?
(솔) 지금처럼
난 널 계속 좋아하고
넌 날 좋아하지 않는 상태인 거지
[울먹이며]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하면
어?
우리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는 거잖아
(지완) 하, 그렇다고
이렇게만 지내는 것도 싫어
[솔이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솔) 그게 고민인 거였어?
(지완) 어떡해?
[솔이 살짝 웃는다]
서지완
내 마음 절대 안 변해
(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솔이 살짝 웃는다]
[솔이 살짝 웃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재언) 작업 다 했어?
(나비) 어, 이제 집에 가려고
(재언) 가자, 데려다줄게
아니야, 집 바로 앞인데, 뭐
나 너랑 같이 가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건데?
(재언) 어제 밤새웠다며, 피곤하잖아
데려다줘서 고마워, 나 먼저 갈게
(재언) 잠깐만
[재언이 달그락거린다]
선물
[재언이 나비의 손을 탁 잡는다]
(나비) 네가 만든 거야?
(재언) 응, 작업하다가
예쁘네 [재언이 피식 웃는다]
어디 팔아도 되겠다, 야
[재언의 웃음]
왜 별말도 아닌데 네가 하면 웃길까
들어가, 오늘은 푹 자고
(나비) 응, 고마워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남자1) 어? 빛나 회원님
(빛나) [놀라며] 트레이너님! 오랜만이에요
아, 요즘 왜 이렇게 운동을 안 나와요
[웃으며] 제가 요즘 좀 귀찮아 가지고
근데 근육은 안 죽었어요, 만져 보세요
(남자1) 오, 이두근, 오케이 [빛나의 웃음]
(빛나) 어디 가세요? 뭐, 약속?
(남자1) 아니요, 집에 저 여기 근처 살아요
(빛나) 아…
[탄성]
저, 그러면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같이 게임이라도 한판 하실래요?
게임? 좋아요
괜찮죠?
제가 잘 아는 곳이 있거든요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다]
어서 오세요
(남자1) 오, 여기 좋은데요?
괜찮죠?
[빛나의 옅은 웃음]
(규현) 빈자리 아무 데나 앉으세요
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남자2) 최진우라고 합니다
(도혁) 네
저는 양도혁이라고 합니다
(남자2) 예, 안녕하세요
저희 GKC 엔터에서 도혁 씨 SNS 정말 잘 보고 있어요
(도혁) 아유, 감사합니다
(남자2) 이거는 우리 도혁 씨 전속 계약서
한번 읽어 보세요
(도혁) 네 [도혁이 펜을 탁 내려놓는다]
아, 죄송한데 저 전화 한 통만
- (도혁) 아, 네, 네 - (남자2) 천천히 읽어 보고 계세요
[휴대전화 진동음]
[도혁이 숨을 들이켠다] [휴대전화 조작음]
(나비) 그래, 이따 거기서 보자
[숨을 들이켠다]
[중얼거린다]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재언) 몇 시 비행기랬지?
데려다줄게
(설아) 아니, 나 혼자 갈래
그냥 인사나 하려고 들른 거야
태워다 줄게
[살짝 웃는다]
(설아) 됐어 이제 그런 애매한 친절은 사절이야
더는 흔들리기 싫거든
나 이제 쿨한 척 안 하기로 했어
진짜 좋아하면
절대 쿨해질 수 없다는 거
맞는 말이더라고
(재언) 미안
[피식 웃는다]
(설아) 솔직해지니까 좋은데?
박재언한테 사과도 다 듣고
(재언) 미국 가면 연락할게
얼굴이나 한번 보자
싫어
이제 너랑은 완전 안녕이야
(설아) 어설프게 네 옆에 있느니
차라리 아무 관계도 아닌 게 나으니까
마지막으로 굿바이 허그
갈게
[설아가 가방을 탁 집어 든다]
[멀어지는 발걸음]
[기계음이 들려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나비의 탄성]
(나비) 생큐
잘 안돼?
[한숨]
뭐라도 해야 되는데
머리가 꽉 막힌 거 같네
[솔의 한숨]
(솔) 그렇게 평생 안 풀릴 거 같다가도
갑자기 또 막 어이없게 풀리기도 하잖아
(나비) 너 뭐 좋은 일 있어 보인다?
(솔) 어?
딱히 뭐…
그런 거 없는데?
[나비의 웃음]
보기 좋다, 솔아
(솔) 아, 서지완, 진짜 [함께 웃는다]
(나비) 아이, 지완이가 나한테 얘기한 건 아니고
쩝, 내가 눈치를 채 버렸어
에이, 뻔하지
걔가 또 얼마나 티를 냈겠어
네가 더 티 났거든?
아유, 나도 내가 그럴 줄은 몰랐네
[함께 웃는다]
지완이가 너 카운슬러로 완전 인정이래
남한테는 말하기 쉬운데
[혀를 쯧 찬다]
정작 나는 그렇게 못 하면서
(솔) 박재언이랑은 영 아니야?
(나비) 어?
(솔) [한숨 쉬며] 난 너희 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잔잔한 음악]
뭐, 어떤 면에서?
아이, 그냥, 뭐
그렇게까지 서로에게 끌리는 상대를 만난다는 거 자체가
[피식 웃는다]
기적이잖아
[웃음]
기적은 무슨, 너랑 지완이가 기적이지
에이, 다를 게 뭐 있어
완전 다르지, 걔랑 나랑은
그냥 시작부터가 좀
틀렸다고 해야 되나
(나비) 아, 그런 느낌이야
[나비의 한숨]
답을 찾을 수가 없어
답을 찾으려는 게 문제인 거 같은데
[발랄한 음악]
[빛나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빛나)
(규현)
(빛나) 뭐라는 거야
[빛나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빛나)
(규현)
(빛나) 뭐라고, 뭐라고?
[책상을 탁 치며] 얘가 진짜, 씨
[빛나의 성난 숨소리] [통화 연결음]
하, 전화를 안 받아? [빛나가 책상을 쾅 친다]
뭐야?
어디 갔어?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규현) 뭐, 왜?
주문이 안 들어갔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내가 지금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규현) 니는 위염 걸린 애가 그런 거 먹어도 되냐, 어?
위에 빵꾸 나고 잪냐?
잔소리 또 시작이다
너 그런 식으로 일하다간 금방 잘려
(규현) 내가 잘리든 말든 니가 뭔 상관인디?
(빛나) 그럼 넌 내가 위에 빵꾸가 있든 말든 뭔 상관인데
니가 뭔디?
(규현) 니 친군께
아니, 뭐, 친구끼리 건강 걱정도 못 하냐?
[빛나가 피식 웃는다]
[헛기침] 뭣 하냐?
갑자기 왜 웃냐, 무섭게?
'오 마이 선샤인'이 뭐냐? 유치하게
(규현) 어? 아이, 뭔 소리여 내 거 전화기 어디 있어?
- 다 봤거든 - (규현) 씨…
(규현) 아, 왜 남의 거 훔쳐봐?
별 뜻 없시야 그냥 니 이름이 오빛난께
영어로 '오선샤인'
됐고, 너 오늘 알바 몇 시에 끝나?
(규현) 어?
나랑 데이트하자
[부드러운 음악]
(진수) 헐, 맛있겠다
재언이 형 왜 안 와요?
[부스럭거리며] 누나 재언이 형 오기 전에
짜잔!
[함께 웃는다]
이거 누나만 주는 거예요
고맙다
내가 누나 좋아하는 거 알죠?
근데 넌 어째 회의 때마다 늦더니 오늘따라 일찍 왔다?
(진수) 에이, 너무 그러지 마요, 누나
안 그래도 재언이 형이
어시 일 너무 열심히 해서 쫄린단 말이에요
재언이 형 요즘 글라스 작업도 누나 거 때문에 하는 거 알죠?
씁, 수상하단 말이야
솔직히 재언이 형이랑 뭐 있죠?
(나비) 아, 뭔 소리야 이거나 먹어, 빨리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수) 아이, 또 재언이 형이 아니면…
국숫집 형아?
또 저희가 그 MT 이후로는
'국숫집 형이 더 유력하다' 뭐, 이렇게 보고 있거든요
맞죠, 누나?
(나비) 뭐?
(진수) 에이 인간적으로 말 좀 해 줘요, 누나
진짜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약속
내가 왜 그걸 너한테 얘기해야 되는데?
[나비가 젓가락을 탁 놓는다]
(진수) 아니 왜 갑자기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요
어? 형
[진수가 의자를 탁탁 친다]
- (진수) 아, 왜 이렇게 늦었어요 - (재언) 미안
[진수의 웃음]
(진수) 형도 왔으니까, 크
[뚜껑을 달그락 따며] 우리 술 먹어요, 술
자
누나도, 자 [진수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진수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진수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자, 짠!
[잔이 짠 부딪는다]
[새가 지저귄다]
(규현) 날씨가 참 좋네, 어
(빛나) 아, 맞다! 그…
[잘그랑 소리가 난다]
이게 그, 내가 너희 집으로 시켰었던 거였거든
커플 키 링인데
이렇게 되는
한정판이라 시켰는데
주기도 전에 헤어질 줄은 몰랐지
예쁘지?
(규현) 어, 이쁘네
[빛나의 헛기침]
그러니까 우리 어떻게 되는 건가?
- 우리? - (규현) 어
[숨을 후 내뱉는다]
글쎄…
뭐…
뭐, 이걸 굳이 말로 해야지 아나?
(규현) 당연히 말로 해야 알제
손 줘 봐
(빛나) 나랑 다시 만나자
나랑 다시 사귀자
내가 잘해 줄게, 진짜로
[손을 탁 맞잡으며] 내가 진짜 잘못했었고
[울먹이며] 내가 진짜 앞으로는 안 그럴게
[부드러운 음악] 내가 진짜 노력할게, 내가 변할게
(규현) 진짜 넌 뭔 애가 이라고 진지할 줄을 모르냐?
야, 네가 이렇게 매사에 진지한데
나까지 진지해져 봐
우리 둘 커플의 이 케미스트리가 말 되겠니?
- (규현) 그렇지 - 그렇지?
(빛나) 뭐야? 아…
(규현) 고마워
나도 고마워
(빛나) [냄새를 씁 맡으며] 음
그리웠어, 이 냄새
[킁킁거린다]
(규현) 변태냐?
(빛나) 변태라니, 너의 선샤인한테
[빛나의 애교 섞인 신음]
(규현) 나도 그리웠다
우리 이제 데이트 많이 하자
(빛나) 어, 영화관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규현) 좋제
(빛나) 이 누나가 널 위해서 금욕 생활 한번 해 볼게
(규현) 어? 금욕 생활이야?
(빛나) 노력해 볼게, 진짜로
(규현) 그럴 것까지는 없는디 아니, 뭐, 나도
그, 남자니까, 그리고
나도 좋아하는디야
뭘 좋아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
(규현)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냐?
(빛나) 네가 아까 말로 해야 안다며?
(빛나와 규현) - 너 이거 언행 불일치야, 말도 안 돼 - 아니지
- (빛나) 뭘 또 '아니지'야? - (규현) 니가 더 잘 알잖아
(빛나) 내가 어떻게 알아? 너 말 이렇게 하지 마!
[빛나의 웃음]
뭐?
쪼끄맣다고? 야, 내 키가 몇인데
[빛나의 웃음]
[빛나와 규현이 꽁냥거린다]
(설아) 걱정 마, 엄마
알겠어요
아빠한테 또 전화한다고 해 줘
나 이제 진짜 들어가 봐야 돼
도착하는 대로 바로 연락할게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도혁아
어, 나 이제 가려고
아니야, 올 거 없어 택시 타면 금방 가
(나비) 어, 얼른 갈게, 응
[다가오는 발걸음]
- (나비) 도혁아 - (도혁) 응?
(나비) 커피…
(도혁) 어?
[나비와 도혁의 웃음]
[도혁과 나비의 힘주는 신음]
- (도혁) 아 - (나비) 응? [도혁이 부스럭거린다]
- (도혁) 이거 - (나비) 뭐야?
(도혁) 그때 인화해 주기로 했던 거
- [놀라며] 사진? - (도혁) 응
(나비) 우아
이걸 어떻게 다 인화할 생각을 했대
[나비의 탄성]
[나비의 기분 좋은 신음]
야, 너 사진에 소질이 있다
(도혁) 요리는?
(나비) 요리는…
[함께 웃는다]
이날 날씨 진짜 좋았는데
[나비가 입소리를 쩝 낸다] (도혁) 그리고 이거
- (나비) 뭐야? - 이따가 비 온대
- 오늘? - (도혁) 응
(나비) 오늘 비 올 날씨가 전혀 아닌데
오면 쓰고 가 나는 하나 더 있어, 여기
(나비) 그래, 고마워 [나비가 살짝 웃는다]
(나비) 그래서 미팅은 잘했어?
(도혁) 응, 그럭저럭
계약서 수정해서 한 번 더 보기로 했어
[웃으며] '계약서'…
(나비) 그럼 뭐 소속사 이런 거 생기는 거야?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나비의 탄성]
(나비) 막 새로 올린 영상도 조회 수 엄청 높던데?
(도혁) 다 네 덕분이지
고마워
(나비) 아이, 그런 거 아니고 다 네가 잘해서 그런 거라니까
네가 해 주는 얘기니까 해 볼 마음이 생겼어
(도혁) 그래서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까 고맙네
[살짝 웃는다]
(도혁) 전에 학교에서 만났던 날
그날 밤에 너희 집 앞에 갔었어
사진 주려고
(나비) 아, 진짜?
근데 왜 연락…
(도혁) 그리고 봤어
너랑 박재언
같이 집으로 들어가는 거
[도혁의 한숨]
너한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 놓고선
질투 나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도혁아
(도혁) 나비야, 나는
네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
근데 박재언은…
[한숨]
걔가 널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느꼈던 순간
한 번이라도 있어?
[차분한 음악]
[비가 쏴 내린다]
(나비) 박재언?
너 왜 여기 있어?
(재언) [술 취한 말투로] 야
너 왜 이렇게 늦게 와
지금까지 양도혁이랑 있다 온 거야?
(나비) 너 술 취했어?
그리고 그거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되게 쌀쌀맞네
(재언) 난 이제 재미가 없나?
다른 카드도 있겠다
술 취했으면 추태 부리지 말고 맨정신에 얘기해
[나비의 놀란 숨소리] [우산이 툭 떨어진다]
(재언) 양도혁은
네가 나랑 같이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도 네가 좋대? [무거운 음악]
(나비) 뭐?
(재언) 대단하네
그래서 난 안 되고 양도혁은 되는 건가
너 그날 도혁이가 여기 왔던 거 알고 있었어?
너도 알고 있었어?
(나비) 그러니까 너 그날 여기서 도혁이를 봤다는 거지?
봤지
양도혁 표정 아주 볼만했는데
당장이라도 울 것 같더라고
근데 너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내가 왜?
(재언) 아, 맞다
양도혁은 실망시키고 싶지 않댔지?
[무거운 음악]
그럼 내가 당장 가서 해명이라도 하라고 말해 줬어야 됐어?
근데 너
나랑 그런 사이였던 거 맞잖아
너 미쳤어?
화내면 안 되지
나도 너랑 똑같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나비) 너 그럼 그날 그래서 나한테 사귀자고 한 거였어?
그게 네가 원하던 거 아니야?
아…
나한테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구나
이래 놓고 네가 날 좋아한다고?
개소리 좀 하지 마
(재언) 그러는 넌 그때 설아한테 왜 그랬는데?
그냥 나 엿 먹이려고 한 짓이야? 아니잖아
어, 맞아
너 엿 먹이려고 한 짓이야
(나비) 나한테 맨날 친구니 뭐니 애매하게 굴면서
여자 친구는 있으시다는 네가 진짜 개쓰레기 같았거든
(재언) 야
그래서 나만 쓰레기야?
후회돼?
우리 만난 거
후회하냐고
어
후회해
너도 이 거지 같은 관계도 너랑 했던 거 전부 다
근데 네 원망은 안 할게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나비) 애초에 우린 답이 없다는 거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네가 말하는 게 조금이라도 진심일까 봐 흔들린
내가 미친년이지
네가 전에 그랬었지?
우리 관계의 선택권은 나한테 있다고
너 이제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문이 쾅 닫힌다]
[한숨]
[나비의 한숨]
[나비가 훌쩍인다]
[흐느낀다]
(재언) 나비를
완전히
잃었다
[쓸쓸한 음악]
(지완) 야, 나비야!
(나비) 끔찍한 악몽이 이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재언) 다시 해 보자
(재언) 너는 작업할 때가 제일 행복해 보여, 제일 예쁘고
(도혁) 기대된다
(나비) 근데 너 올 수 있어? 그럼 무리하지 마
(도혁) 아니야, 당연히 무리해야지
나비 네 전시인데
(나비) 지금 내 안에 남아 있는 박재언에 대한 마음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 (재언) 나비야 - (나비) 나쁠 거면 끝까지 나쁘든지
(나비) 왜 이런 얼굴로 여기 있는데
도대체 나보고 어떡하라고?
(재언) 다시는 안 나타나, 약속해
(나비) 미련, 후회, 미움
[나비가 살짝 웃는다] 그것도 아니면
(재언) 나 아직 너한테 기회 있어?
(도혁) 받아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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