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8
나비가 보면 좋아하겠다
(도연) 양도혁!
(도혁) 응, 왔어?
너 손 왜 이래?
(도연) 좀 다쳤어
(도혁) 어? 어쩌다가? 많이 다쳤어?
괜찮아 나비 언니가 꼼꼼하게 치료해 줬어
(도혁) 아휴, 아프겠다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근데 나비는? 같이 안 왔어?
아, 나비 언니 너무 피곤하다고 안 온대
(도혁) 안 온다고?
그렇게 아쉽냐?
뭐, 이모님 댁으로 바로 간 거야?
음, 뭐, 그럴걸? 왜 그래?
아니야
(도연) 근데 재언 오빠는 어디 있어?
[무거운 음악]
(도혁) 도연아, 손님들 좀 챙겨 줘
(도연) 응? 오빠 어디 가는데?
[차분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진짜 괜찮아?
다시 하면
나 못 멈출 거 같은데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멀어지는 발걸음]
(도혁) 어? 여기 있었네
도연이가 집에 갔다길래
(나비) 어
이제 가려고
(도혁과 나비) - 데려다줄게 - 아니야,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도혁) 늦었어, 같이 가자
그러자, 그럼
[멀어지는 발걸음]
[풀벌레 울음]
(도혁) 어쩌지?
(나비) 응?
(도혁) 뭔가 타이밍이 별로인 거 같아서
(나비) 뭐가?
(도혁) 어…
[차분한 음악]
(나비) 이게 다 뭐야?
[한숨]
(도혁) 저, 리시안서스란 꽃인데
꽃말은…
받아 줄래?
도혁아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
- 그럼… - (나비) 근데 내가 지금은
타이밍이 좀 아닌 거 같아
난 지금 예쁘게 연애를 할 여력이 없어
[도혁의 한숨]
(도혁) 박재언 때문이야?
솔직히 아니라곤 말 못 해
(나비) 애초에 여기로 도망친 것도 다 걔 때문이고
그럼 다시 잘되고 싶은 거야?
그런 거 아니야
나한테 실망했어?
어
너한테 실망할 거라고 미리 예상해서
(도혁) 겨우 이런 걸로
너한테 실망 같은 거 절대 안 해
네가 날 지금 미화시키고 있는 거야
나 이거 말고도…
(도혁) 그럼 차라리 더
실망하게 만들어 줘
나는 지금 네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거든
좋아해, 진심으로
네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
그러니까 자꾸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
미안 [힘겨운 숨소리]
[목멘 소리로]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는데
(도혁) 안아 줘도 돼?
(나비) 안 돼
(도혁) 마음껏 울면 기분 좀 나아질 텐데
너한테 미안해서 안 돼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바닷소리가 들린다]
(나비) 사실
내 눈물의 의미는 잘 알고 있다
이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바스락 소리가 난다]
(재언) 잘 데려다줬어요?
많이 좋아하나 봐요?
네, 누구랑은 다르게
그러니까 이제 그만 흔드시죠
[재언이 피식 웃는다]
주제넘은 참견은
듣기 좀 그러네요
나비가 나한테 많이 흔들리나 봐요?
[한숨]
아니요, 전혀
흑역사라던데요
(도혁) 그쪽이랑 보낸 시간
자기한테는 전부 흑역사라고
[멀어지는 발걸음]
[새가 지저귄다]
[휴대전화 알람음]
[잠에 취한 신음]
[피곤한 신음] [알람이 멈춘다]
[피곤한 신음]
[한숨]
[따뜻한 음악]
[도연이 달그락거린다]
[물이 찰랑거린다]
[칼질을 탁탁 한다]
[바닷소리가 들린다] [쓱쓱 소리가 난다]
(나비) 이모
뭐야?
(정숙) 음
음, 시간 좀 걸리니까 나가서 기다립시다
(재언) 네
[정숙이 흥얼거린다]
(정숙) 아, 나머지는
내가 마무리할 테니까 저기서 손 씻어요
네
[물이 찰랑거린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물이 찰랑거린다]
(정숙) 우리 나비 여기로 도망치게 만든 장본인이구나?
[정숙이 피식 웃는다]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나비) [가쁜 숨을 내쉬며] 이모
(정숙) 일어났어?
(재언) 잘 잤어?
여기서 뭐 해?
이모님께 도자 배우고 있었어
(정숙) 아침에 불쑥 네 친한 친구라면서 찾아왔어
도자 배우고 싶다길래
어디서도 못 듣는 나만의 꿀팁들을 전수해 주고 있었지
[작은 목소리로] 누군지 알고 위험하게
(나비) 나 깨워서 확인했어야지
(정숙) 친구 아니야?
- 맞긴 맞는데 - (정숙) 그럼 됐지
우리 이제 밥 먹자, 먹고 갈래요?
(재언) 네 [정숙의 웃음]
(나비) [작은 목소리로] 무슨 밥이야
(정숙) 둘이 얘기하고 나와
(나비) 어디 가?
[물소리가 솨 들린다]
[물소리가 멈춘다]
[재언이 앞치마를 툭 내려놓는다]
여기 왜 왔어?
이모님 꼭 한번 뵙고 싶어서
장난하지 말고
아직 마무리가 안 됐잖아, 우리
무슨 마무리?
아, 어제 일은 그냥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말라는 건
'아무 의미 없었다'
뭐, 그런 거야?
실수였잖아
너나 나나 둘 다 취했었고
그래?
네 마음이 그렇다면
(나비) 비겁한 자식
(재언) 양도혁이랑은 사귀기로 한 거야?
그것도 신경 쓰지 마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피식 웃는다]
와, 매몰차네
나 방금 좀 상처받은 거 같은데
[다가오는 발걸음]
(정숙) 나비야
어, 미안, 미안
아, 뭐 좋아하는 거 있어요?
이모님, 저 가 보겠습니다
(정숙) 아, 밥 안 먹고 가게요? 왜, 금방 차리는데
아, 일이 있어 가지고요
(재언) 장조림 맛있었는데 아쉽네요
(정숙) 내 장조림을 먹어 봤어? 무슨 수로?
난 우리 나비한테만 보내 줬는데
[나비의 한숨]
저 방학 때마다 내려와서 배워도 돼요?
얼마든지
(정숙) 아니, 어린 친구가 감각도 있고 잘 가르치면
조수로 너보다 낫겠는데?
(나비) 뭐래
- 저 가 보겠습니다 - (정숙) 그래요
서울에서 봐
(정숙) 조심히 가요
[문이 드르륵 닫힌다]
밥 먹자
(나비) 놀랍게도 나의 흑역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도연) 자, 맛있게 드세요
(학생들) 잘 먹겠습니다
(도연) 근데 재언 오빠는 안 먹는대요?
(성윤과 세훈) - 그러게요, 재언이 아직 자나 봐요 - 감사합니다
(진수) 재언이 형 일 있다고 먼저 갔어요
(도연) 갔다고요?
무슨 일?
(진수) 어,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도혁이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 야, 유나비는? - (솔) 어제 이모네 집으로 갔지
(빛나) 음…
[빛나의 흥미로운 신음] (솔) 야
근데 규현이는? 안 먹는대?
(빛나) 몰라 [빛나의 한숨]
속 안 좋나 보지
[솔의 한숨]
(지완) 아, 나 진짜 죽겠다
(빛나) [웃으며] 야, 야, 서지완 너 어제 기억은 나니?
아, 나 어제 술 게임 한 거까지는 기억나는데
아, 그 뒤로는 싹 사라졌어
(빛나) 그러니까 왜 혼자 폭주를 해 가지고
- (빛나) 에이그 - (세영) 어제 솔 언니가 [성윤의 못마땅한 신음]
(세영) 방까지 데려다주고 화장 지워 주고 다 했어요 [빛나의 한숨]
(빛나) 넌, 넌 진짜 윤솔 없으면 어떻게 살래?
이제는 애가 좀 정신 좀 차리고 그러고 살아, 응?
(세훈) 하이고 네가 할 소리 아닌 거 같은데?
- (세훈) 너야말로 남규현 없었으면… - (빛나) 닥쳐
(세훈) 네
[세훈의 탄성]
아이씨
[한숨]
[한숨]
[버스가 끼익 멈춘다]
[버스 문이 쉭 열린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도혁) 나비야
도혁아
(도혁) 응
다행이다, 아직 출발 안 해서
올 줄 몰랐는데, 어떻게 왔어?
이번엔 배웅해 주고 싶어서
아… [어색한 웃음]
[살짝 웃는다]
조심히 가
(나비) 응 너도 식당 오픈 준비 잘하고
(도혁) 너튜브, 네가 말한 대로 콘텐츠 다양하게 해 보려고
콘셉트도 좀 바꾸고 [호응하는 신음]
잘 생각했네
편집본 나오면 봐 줄 수 있어?
당연하지
내가 틈틈이 보고 피드백 줄게
[도혁이 살짝 웃는다]
[나비의 웃음]
(도혁) 이건 별건 아니고 올라가면서 먹어
(나비) 고마워
난 맨날 너한테 받기만 하네
무슨
[자동차 시동음]
(도혁) 나 갈게, 조심히 가
- (나비) 응, 조심히 가 - (도혁) 응
[멀어지는 발걸음]
맛있겠다
[나비가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도혁이 차창을 똑똑 두드린다]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도혁) 나비야, 생각해 봤는데
난 너 쉽게 포기 못 할 거 같아
적어도 너한테 다른 사람이 생기거나
네가 난 절대 아니라고 할 때까지는
[잔잔한 음악]
연락할게
또 보자
[버스 문이 쉭 닫힌다]
[기계 작동음]
[토치를 탁 내려놓는다]
[사람들의 비명]
너무 예쁘다
[세훈의 힘겨운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세훈의 찌뿌둥한 신음]
(규현) 들어가 차는 내가 반납하고 갈라니까
(솔) 어, 생큐
- (지완) 고마워, 조심히 들어가 - (규현) 어
- (솔) 조심히 가고 - (세훈) 야, 너희 어디 가?
- (지완) 우리 집 가, 어, 안녕, 안녕 - (세훈) 집? 어
- 야, 나 작업실 간다 - (규현) 어
(규현) 안 내리냐?
(지완) 와, 야 날씨가 확 더워진 거 같다, 그렇지?
우리 빙수 먹고 갈까?
(솔) 아니, 난 집에 갈게
(지완) 치, 그러면 나도 못 먹지
(솔) 아직도
어제 일 기억 안 나?
(지완) 어? 어제 일?
(솔) 응
내가 너 방에 데려다줬잖아
그리고 그 뒤에
(지완) 아유, 야, 나 기억 안 나는데 아, 나 진짜
와, 나 진짜 술 끊어야 되겠다
아, 혹시 내가 어제 너한테 뭐 실수했어?
(솔) 어
(지완) 아, 그래?
아유, 야, 나 진짜 미안해 아이, 솔아, 나
내가 만약에 내가 또 술 마신다 그러면
어? 그냥 이렇게 막 한 방을 날려 줘, 그냥
정신 차리게
(솔) 농담이야, 별일 없었어
(지완) 아, 야, 뭐야! 놀랐잖아
(솔) 너무 피곤하네
간다
(지완) 아, 어, 어, 조심히 가
[멀어지는 발걸음]
(규현) 내려라
(빛나) 야
우리 헤어진 거냐?
(규현) 너도 동의한다면
동의하는 거지?
[빛나의 한숨]
(빛나) 아니…
솔직히 우리가 서로 어떤 캐릭터인지 모르고 만났던 것도 아니고
(규현) 그건 맞는데
그래도 우린 친구일 때가 더 좋았던 거 같다
너도 나 같은 선비랑 사귀기 힘들잖아
[당황한 신음]
너…
너 진짜 소심하구나
그걸 아직까지 신경 쓰고 있었던 거…
(규현) 솔직히 나도 니 감당 안 되고
그리고 우리 사귄 뒤로 안 싸운 날이 없잖아
니 나랑 사귀면서 행복했냐?
야, '행복'이라니 우리가 사귄 지 얼마나 됐다고
너무 거창한 거 아니야?
[규현의 한숨]
(규현) 너나 나나 서로를 위해 변할 의지도 전혀 없는 거 같고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맞는 거 같다
(빛나) 그래, 그럼
그럼 다시 친구 해
(규현) 뭐야?
(빛나) 친구일 때가 더 좋았던 거 같다며
오래 사귀지도 않았고 친구로 지낸 시간이 더 긴데 [규현의 한숨]
못 할 것도 없잖아
(규현) 니 말대로 그라고 지내면 친군디
나중에 뭐, 잠만 자는 사이
그런 것도 하자고 하겄다?
안 하자고 할 테니까 그냥 다시 친구 하자고
(규현) [한숨 쉬며] 어차피 애들은 우리 일 모른께
티 안 내도록 최대한 노력은 해 볼게
니 안 곤란하게
[한숨]
[안전띠를 달칵 푼다] [한숨]
[차 문이 쾅 닫힌다]
[성난 숨소리]
(나비)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한숨]
(재언) 작업하러 왔어?
(규현) 그냥 담배 한 대 피우고 갈라고
차 반납하러 가야 돼
(재언) 고생이 많다
(규현) 니야말로 고생 많았다
뭐가?
(규현) 아니, 내가 괜히 유나비 MT 온다고 니한테 연락해 갖고
(재언) 뭐, 덕분에 수확이 좀 있었어
(규현) 뭔 수확?
작업이 잘돼
[규현이 숨을 후 내뱉는다]
(규현) 나 인자 걔랑 그만할라고
- 왜? - (규현) 지쳐서 못 해 먹겄다
(규현) 걔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역시 사람은 안 변하는갑다잉
그렇지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다] [마우스 조작음]
(남자1) 오랜만이다?
(빛나) 아, 보조개
[헤드셋을 툭 내려놓으며] 헬로
(남자1) 야, 너 왜 내 연락 씹냐?
(빛나) 언제?
아, 그때?
그때 남친이랑 있었거든
남친? 너 남친 생겼어?
(빛나) 응
근데 이제 없어, 까였어
[웃으며] 네가? 왜? 왜 까였어?
아, 몰라
(빛나) 야
넌 연애가 뭐라고 생각하냐?
연애?
(남자1) 사랑하는 사람이랑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뭐, 아침에 일어나서 통화하고 자기 전에 통화하고?
하, 미친, 다들 왜 이러냐
왜? 넌 연애가 뭐라 생각하는데?
키스하고 섹스하는 거
정해진 사람이랑
설마 남친한테 그렇게 얘기한 건 아니지?
안 했…
아닌가?
한 거 같기도 하고
(남자1) 아…
왜 까였는지 알겠다
[휴대전화 진동음] [남자1의 헛웃음]
[휴대전화 조작음]
응, 꼬마 아가씨
오빠 갈게
어
[나비가 그림을 쓱쓱 그린다]
[연필을 툭 놓는다]
계속 생각났어
[잔잔한 음악]
보고 싶었다고, 네가
[연필을 달그락거린다]
(나비)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넌 연락이 없지
[연필을 탁 놓는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그래도 전보다는 비교적
타격감이 덜하다
이런 것조차 내성이 생기는 건가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 (나비) 어, 도혁아 - (도혁) 어, 나비야, 잘 도착했어?
[웃으며] 어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그랬는데
- 아, 야, 브라우니 맛있더라 - (도혁) 다행이다
(도혁) 브라우니는 처음 시도해 본 건데
[웃으며] 못하는 게 없네
그때 내 생일날 만들어 준 케이크도 진짜 맛있었는데
(도혁) 네가 초코를 좋아하니까 열심히 배웠지
나 너 때문에 파티시에 되려고 했다니까
에, 진짜? 거짓말이지?
(도혁) 응 [웃음]
티 났어?
[웃음]
뭐야, 재미없어
[살짝 웃는다]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
네가 가니까
여울 전체가 텅 빈 것 같아
[피식 웃으며] 여울 사람들이 들으면 어이없겠다, 야
(도혁) 그분들도 지금 내 마음을 알면 충분히 이해할걸?
양도혁, 좀 과한데?
지금 뭐 하고 있었어?
[한숨 쉬며] 나?
갤러리전 준비
(나비) 며칠 동안 작업 안 하고 쉬고 놀았잖아
타격이 크다
나 곧 서울 갈 일 있을 거 같은데 만날까?
좋지
(도혁)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잔잔한 음악]
너 뭐 먹고 싶은데?
(나비) 서울까지 오는데 밥은 내가 사야지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경준의 웃음] [민영의 불편한 신음]
[TV 볼륨이 줄어든다]
(경준) 뭐야?
아, 이제 살 것 같네
(민영) 너무 시끄럽지 않아?
[발랄한 음악]
(경준) 무슨 소리
난 안 들려서 소리를 키우려던 참인데?
에? 이게 안 들린다고?
넌 이게 들린다고?
(민영) 와, 진짜 심하다
선배, 음악도 엄청 크게 듣지?
그거 지금부터 고쳐
나중에 나이 들어서 고생한다
아니, 인간적으로 한 자릿수는 너무하잖아, 어?
(경준) 오케이, 3 가자, 3
- 아, 싫어 - (경준) 3만 올리자
(경준과 민영) - 세 개만 올리자, 아, 10 가자, 10 - 아, 귀 아파, 아, 왜 이래
- (민영) 그냥, 다 들리잖아 - 아, 10 가자
(경준과 민영) - 아, 10만 가자, 10, 아, 10만 가자 - 왜 이래, 아, 그냥 봐…
[민영의 놀란 신음]
[경준의 힘주는 신음]
(경준) 괜찮아?
안 다쳤어?
(민영) 어, 괜찮아
안 다쳤어
[잔잔한 음악] [작업장이 분주하다]
(재언) [영어] 이게 제 작품이에요
(남자2) 곤충을 본떠 만들었다고요?
(재언) 네, 나비요
[남자2의 탄성]
(남자3) 나비의 어떤 점이 영감을 주었는데요?
자유를 갈구한다는 점이요
(남자3) 공감이 되네요
[남자3과 재언이 영어로 대화한다]
(민영) [한국어] 잘 먹을게
- (지완) 네 - (경준) 잘 먹을게
[지완의 탄성]
떡볶이는 여기가 제일 맛있어요
- (민영) 음, 그래? - (경준) 홍서대 아니야, 이거? [노크 소리가 들린다]
[힘겨운 신음]
- (지완) 어, 나비! - (나비) 응
- (경준) 야작 신청하려고? - (나비) 네 [나비의 웃음]
(지완) 얼른 와서 떡볶이 먹어
- (지완) [부스럭거리며] 젓가락 - (경준) 먹어, 먹어
[나비의 힘주는 신음]
(지완) 응, 젓가락 [나비가 의자를 드르륵 뺀다]
(나비) 감사합니다
(경준) 작업 잘돼 가? 작품 엄청 기대가 되던데?
(민영) 천하의 박재언이 어시를 자청했을 정도니 말 다 했지
(지완) 근데 아까 박재언 보니까
그, 어떤 외국인들이랑 얘기하고 있던데 그거 뭐예요?
(경준) 아, 그, VCU 사람들인데
재언이 작품 보고 연락 왔길래 연결해 줬어
(지완) [놀라며] 대박, 왜요?
그, 뭐, 스카우트해 가려고?
(경준) 안 놓치려면 콘택트를 빨리해야 되니까?
뭐, 국제 심포지엄 강연 하러 온 김에
신예들 미팅 싹 돌고 스카우트 제안 하려는 걸 거야
[지완의 탄성]
나비 어시 할 급이 아닌데?
(경준) 아이,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지완의 멋쩍은 웃음] 예술에 급이 어디 있어?
(민영) 왜 없어? 완전 있지
(지완) 응
그럼 박재언은 무조건 작가로 가겠네요?
그, 수영 선배처럼?
(민영) 음, 아마 그렇겠지?
(경준) 꼭 작가 아니어도 길은 많아
아이, 전공 살려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지완의 한숨]
(지완) 그것도 잘하는 애들 한정이죠
[한숨 쉬며] 우리 엄마 아빠도
집안에 예술가 하나 만들어 보자는 포부로
날 여기 보내셨을 텐데
비싼 돈까지 쓰시면서
하, 새삼 죄송하네
[나비의 옅은 웃음]
(경준) 괜찮아, 지완아
그 정도까지는 아니셨을 거야
뭐라고요?
[사람들의 웃음]
(민영) 아, 나비야 넌 곧 교환 학생 발표 나지?
거기 낼 포폴 준비하고 있어?
어, 네, 뭐
(나비) 일단은 그, 갤러리전이랑 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민영) '일단'?
너 하고 싶은 게 뭔데?
(나비) 어…
글쎄요, 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 붙으면…
붙든 안 붙든 네 의지가 먼저지
(민영) 파리로 가고 싶은 이유는 뭔데?
(경준) 저, 무슨 압박 면접 하니?
[경준과 지완의 어색한 웃음] (민영) 아니
아니,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너 지금 선택과 집중을 해야 돼
굉장히 중요한 시기야
그렇죠
(나비) 솔직히 이러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될까 봐 불안하긴 한데
(경준) 아이고, 다들 그래, 어?
아, 대학원 다니는 우리도 마찬가지야
분명히 네가 좀 더 좋아하는 게 있을 거야
(민영) 계속 네 자신한테 한번 물어봐
네 [감성적인 음악]
[힘겨운 숨소리]
(나비) 내가 좀 더 좋아하는 거
이미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달그락 소리가 난다]
(재언) 내가 할게, 어디로 옮기면 돼?
(나비) 어? 아니야, 괜찮아, 내가 하면 돼
(재언) 내가 해야지, 네 어시잖아 잊은 건 아니지?
아,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어
(나비) 아, 그, 학과 사무실 갔다가
경준 선배한테 들었는데
스카우트 제안 받았다며?
미국 가기로 한 거야?
생각 좀 더 해 보게
(나비) 응, 그렇구나
아, 그, 우리 집에 있는 네 물건 버려도 되지?
아직 있어?
버릴게
[웃으며] 아니야, 버리지 마 곧 가지러 갈게
그러든지
작업할 거 많이 남았어?
(나비) 뭐, 다 끝내긴 했…
했는데 왜?
나랑 같이 갈 데 있잖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재언) [나비를 톡 치며] 가자
[재언이 피식 웃는다]
너 이거 보고 싶다고 했잖아
어때? 별로야?
(나비) 아니, 뭐…
좀 더 가까이서 봐도 되나?
(재언) 응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비) 차는 언제 샀대?
(재언) 이번에 생일 선물로 받았어 엄마한테
(나비) 통이 크시네 [재언이 피식 웃는다]
(재언) 열 살 때부터 떨어져 살았거든
많이 미안했나 봐
이번 전시 좋지?
또 보러 와야겠다
(나비) 그러게, 실제로 보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 하네
솔직히 여기 오기 싫었는데
왜?
전시 때문은 아니고
갤러리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래?
난 여기서 엄청 예쁜 여자 봤었는데
첫눈에 반할 정도로
어련하시겠어
눈이 오던 날이었는데
(나비) 안 궁금하거든?
(재언) 무슨 개인전 오픈 날이었어
작가 이름이 뭐였더라?
[잔잔한 음악]
따분해서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어떤 여자가 작품 앞에 한참을 서 있더라고
좀 전의 너처럼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마주쳤어
놀랐어
내가 운명을 믿는다면
운명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근데 너 운명 안 믿잖아
안 믿지
[피식 웃는다]
(나비) 그래, 운명 같은 게 어디 있어
그저 발에 치이는 대수롭지 않은 우연일 뿐이다
(지완) 윤솔!
[발을 탁탁 구른다]
[휴대전화 조작음]
아, 읏차, 읏차, 읏차
어이, 어이, 윤솔
핸드폰 고장 났지?
알아, 알아
[지완의 웃음]
고장 안 났는데?
(지완) 아, 그러면 손가락이 부러졌다가 이제 막 붙었나?
[지완의 당황한 숨소리] [솔의 한숨]
야, 너 진짜 왜 그래?
뭐가?
(지완) 아니, 요즘 툭하면 내 연락도 씹고
나한테 뭐 화나서 그래?
(솔) 내가 왜?
(지완) 어?
[솔의 한숨]
(솔) 아니야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지완) 몸이? 어디가?
[지완의 당황한 숨소리]
(솔) 어, 그…
작업 마저 해야 돼서, 먼저 갈게
[문이 탁 여닫힌다]
[부드러운 음악]
[빛나의 환호]
(빛나) 가자, 가자, 고, 고!
직진!
앞밖에 몰라!
[빛나의 한숨] [빛나가 손을 툭 떨군다]
[키보드 소리가 요란하다] [빛나의 한숨]
[마우스 조작음]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달그락거린다]
[빛나의 기합]
[책상을 탁탁 친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민영) 아, 완전 망했어 [민영이 휴대전화를 툭 놓는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민영) 아! 아, 어떡해
(경준) 왜, 왜, 왜, 또 왜? [민영의 한숨]
(민영) [울먹이며] 진짜 울고 싶다
- (점원) 피자 나왔습니다 - (재언) 아, 감사합니다
(경준) 아, 진짜, 당장 오후 수업인데 교수님한테 또 깨지게 생겼다
(민영) 아무리 페이가 짜도 그렇지
당일 날 빵꾸 내는 건 아니지 않아?
진짜 우리 예산 늘려 달라고 시위라도 해야지
아니, 인간적으로 우리가 모델까지 땜빵 칠 순 없잖아
(경준) 일단 시간 될 거 같은 사람들한테
다 연락 돌려 보자
무슨 강의인데요?
아, 그게, 그…
재언아
(경준) 알바 한번 할래?
아, 저는… [달그락 소리가 난다]
- (경준) 재언아, 이것도 먹어 봐 - (재언) 예?
(경준) 아, 이거 푸짐하네
이거 먹으면 배부르겠다, 그렇지? 먹어 봐, 먹어 봐
- (민영) 많이 먹어 - 그렇지, 그렇지, 먹어, 먹어, 먹어
[재언의 탄성] (민영) 맛있지?
[민영의 웃음] (재언) 맛있는데요?
- (재언) 드셔 보세요, 맛있어요 - (경준) 어
[민영의 탄성] (재언) 맛있죠?
(민영) 너무 맛있다 재언아, 이거 찍어 먹고 [재언이 대답한다]
[강의실이 소란스럽다]
- (진수) 아, 왜 또 조교님임? - (성윤) 아!
[학생들의 탄식]
(세훈) 아, 언제까지 토르소로 토르소 떠요 [지완의 야유]
(세영) 누드 드로잉은 못 한다고 쳐도
또 조교님이 모델입니까?
(성윤) 약간 지겹습니다
(경준) [손뼉 치며] 자, 자 다들 조용히 해 봐
자, 오늘은
특별한 분이 모델을 해 주시겠습니다
- (세영) 특별한 분 - (성윤) 나?
(세훈) 또 민영 조교님이겠지, 뭐
(경준) 자, 들어오세요
[부드러운 음악]
(성윤) 대박
(세영) 나 진심 백 장도 더 그릴 수 있어
(진수) 하, 전속 모델 각이다
[학생들이 그림을 쓱쓱 그린다]
[타이머 조작음]
(경준) 자, 이제 포즈 바꿔서 다음 갈게요
(세영) 근데 재언 오빠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 (성윤) 조교님이 시키… - (경준) 쉿!
[그림을 쓱쓱 그린다]
(이 교수) 오케이 오늘 다들 너무 수고했어
[학생들의 환호] 특히 재언이, 너무 수고했어
- (성윤) 고생하셨습니다 - (경준) 수고하셨습니다
(이 교수) 오늘 모델이 참 좋았다 [저마다 인사한다]
(세영) 올, 모델이 너무 좋았대
[학생들이 대화한다] (솔) 너 작업하러 갈 거야?
- (나비) 이따 연락할게 - (솔) 응 [휴대전화 진동음]
(세훈) 밥 먹을래?
- (세훈) 유나비, 너는? - (지완) 솔아, 밥 먹을래?
(나비) 어? 아, 먼저 가
(성윤) 야, 재언아
아까 그 치명적인 윙크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이렇게?
- (재언) 나? 나 윙크 안 했는데 - (성윤) 어 [세영의 한숨]
- (세영) 윙크를 하면 어떡해! - (재언) 안 했어
- (세영) 좋아, 그런 발뺌 - (성윤) 에이
[성윤이 중얼거린다]
(경준) 야, 좀, 혼자 하잖아
- (성윤) 알겠습니다 - (경준) 재언아, 좀 도와줘
(재언과 성윤) - 네 - 아, 조교님, 재언이는 모델 했잖아요
[새가 지저귄다] [다가오는 발걸음]
(나비) 도혁아
[나비의 웃음] (도혁) 어
- (나비) 오느라 고생했네 - (도혁) 아니야
- (나비) 이거 뭐야? - (도혁) 응? 아무것도 아니야
(나비) 배고프지? 가자
- (나비) 일로 올라가면 돼 - (도혁) 그래, 응
[감탄하며] 대박
[도혁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 이거 네가 만든 거야? - (도혁) 응
우아
[도혁이 물을 조르르 따른다]
(나비) 맛있겠다
[도혁이 뚜껑을 딸깍 닫는다]
[감탄하며] 맛있어
요즘 계속 배달 음식이랑 편의점 음식만 먹었거든
자주 만들어 줄게
(나비) 응 [살짝 웃는다]
이거 만드느라고 잠도 못 잤겠다
아침에 올라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아니야, 금방 했어
(도혁) 아, 여기에 과일도 있어
(나비) 으음, 이건 뭐야?
열어 봐
(나비) 뭔데?
긴장하지 마
콩으로 하트 만들고 그런 거 아니니까
[웃음]
눈치챘어?
(나비) [놀라며] 나 이거 진짜 좋아해
- 여기 찍어 먹어 - (나비) 너도 좀 먹어
난 괜찮아
[다가오는 발걸음]
[나비와 도혁의 웃음]
(나비) 잘 먹을게
(도혁) 맛있게 먹어
[잔잔한 음악]
(진수) 재언이 형!
[나비의 웃음]
[태블릿 피시 조작음]
[나비의 웃음]
- (도혁) 왜? - (나비) [웃으며] 어? 아니…
(나비) 난 네가 영상 편집본 보여 준다고 했을 때
당연히 메일이나 문자로 보내 줄 줄 알았거든
(도혁) 아…
[나비가 살짝 웃는다] 그냥 얼굴도 볼 겸
그렇지, 잘했어
(나비) 덕분에 맛있는 도시락도 얻어먹고 좋지, 뭐
[함께 웃는다]
빨리 보자,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해
(도혁) 응
[도혁이 태블릿 피시를 탁 내려놓는다] [부드러운 음악]
[나비가 태블릿 피시를 탁 내려놓는다]
[작은 목소리로] 여기
(나비) 왼쪽…
[도혁이 케이스를 탁 닫는다]
(나비) 재생
[감탄하며] 노래 좋고
어? 여기 국숫집 앞의 바다 아닌가? 그렇지?
(도혁) 응, 맞아 [나비의 탄성]
(나비) 우아, 나도 가고 싶다
(도혁) 씁, 좀 웃기지?
(나비) 아니, 괜찮은데?
어떻게 저렇게 칼질을 하지?
오… [웃음]
와, 멋있다
(나비) 아, 이제 그만 봐
이, 오래 볼수록 빈틈이 보인다고
(도혁) 역시, 내 느낌이 맞았어
나비야, 너 소질 있다
별거 아니야 뭐, 이 정도는 다른 애들도 다 해
아휴, 또 그 소리 한다
(도혁) 나비야
넌 네가 얼마나 능력 있고 매력적인 사람인지 잘 모르는 거 같아
뭐야, 갑자기
(나비) 너는 막 갑자기 이런 말 하더라
내가 날 모르는 게 아니라
네가 날 모르는 거라고
(도혁) 아, 그건 그렇고
어시스트는 구했어?
(나비) 어, 아, 내가 말 안 했었나?
같은 과 후배 두 명이랑 계속 작업하고 있어
(도혁) 어
(나비) 응
(나비) 그중 한 명이 박재언이라고 말을 못 하겠다
[도혁이 숨을 들이켠다]
왜 바람피우는 기분이 드는 걸까
(도혁) 잘됐다
내가 도울 기회를 잃은 건
아쉽지만 [살짝 웃는다]
(나비) [웃으며] 아, 응
(도혁) 아, 곧 수업 시작한다며 얼른 들어가 봐
(나비) 아니야 정문까지만 같이 가 줄게
[함께 웃는다]
너는 오늘 바로 내려가?
(도혁) 모르겠어
잠깐 식당에 들르기로 해서
(나비) 아, 그, 너 일했던 국숫집?
- (도혁) 응 - (나비) 응
(도혁) 오늘도 늦게까지 작업해?
[나비가 입소리를 쩝 낸다] [나비의 한숨]
(나비) 아마도
[도혁의 한숨]
(도혁) 밤 되면 무섭지 않아?
(나비) 전혀
난 오히려 그때 작업이 잘돼서
[도혁의 호응하는 신음]
(도혁) 데려다줘서 고맙습니다
[웃으며] 이게 뭐 데려다준 거야
영상 봐 준 것도 고맙고
네가 준 아이디어대로 더 해 봐야지
(나비) 응, 그래
- (나비) 나 간다, 그럼 - (도혁) 응
- (나비) 진짜 간다? - (도혁) 응
[웃음]
고마워, 오늘 잘 먹었어
나도 고마워, 얼른 들어가
(나비) 조심히 가
(나비) 도혁이는 절대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차분한 음악]
[솔의 한숨]
[떨리는 숨소리]
(솔) 나…
[한숨]
[한숨]
[솔이 장갑을 쓱쓱 벗는다]
(솔) 안 가?
(나비) 너 가게?
약속 있어
넌? 밤새우게?
글쎄
모르겠다, 그냥 가 버릴까
무슨 일 있어?
(나비) 으음, 딱히
야, 컨디션도 안 좋아 보이는데 적당히 하다가 가
- 그래 - (솔) 간다
(나비) 가라
[멀어지는 발걸음]
[지친 숨소리]
[한숨]
[그림을 쓱쓱 그린다]
[연필을 툭 내려놓는다] [한숨]
진짜 작업할 맛 안 난다
늦었네, 저녁 먹었어?
먹었어
(민영) 아, 그, 물 좀 컵에 따라 마시라니까
어, 알았어
[민영의 짜증 섞인 숨소리]
[경준이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민영의 피곤한 신음]
(경준) 피곤에 완전 쩔었네?
오늘 뭐였지? 학원 알바였나?
아니, 오늘은 전시 세팅 작업
학원은 주말
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우리 곧 논문도 있는데 어떡하게?
(민영) 근데 선배 전에 같이 살았던 룸메 누구랬지?
- 내 룸메? 윤… - (민영) 지?
(경준) 아, 윤석이라고 현미과 애인데 그, 군대 간 동생
- 그 사람이 다야? - (경준) 아니, 뭐, 그 전에도 뭐…
(민영) 아, 아, 됐어, 아니야
집 계속 알아보고 있어 곧 나갈 수 있을 거야
아, 뭐가 그렇게 급해?
(경준) 너 이렇게 무리하는 것도 집 문제 때문이면…
아…
또 나왔다
뭐가?
(민영) 선배, 진짜 그 오지랖 좀 어떻게 해
적어도 나한테까지 그럴 필요 없어
[민영의 놀라는 신음] [고양이 울음]
뭐야, 고양이야?
(경준) 아, 깜빡했다
아휴, 혹시 고양이 알레르기 있어?
(민영)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경준) 아, 다행이네 [고양이 울음]
아, 내가 요 며칠 동안 밥 챙겨 주는 길냥이인데
엄마 고양이가 오나 안 오나 계속 지켜봤는데 안 오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밤새 비를 맞았는지
혼자 두면 안 될 거 같아서 데리고 왔어
와…
그 오지랖이 벌써 동물한테까지 간 거야?
[멋쩍은 웃음] (민영) 대단하다, 안경준
(경준) 귀엽지? 안아 볼래? [민영의 한숨]
(민영) 뭐야, 어머, 어떡해, 쪼끄매
[경준의 웃음]
(경준) 네가 좋나 보다 [민영의 웃음]
야, 인마, 형이 데리고 왔어
(민영) [웃으며] 이름 안 지어 줬어?
(경준) 응, 아직, 뭐가 좋을까?
(민영) 글쎄
[웃으며] 축하한다, 냥이야
너 아주 측은지심 넘치는
오지라퍼 집사를 만났다
[민영의 웃음]
[함께 웃는다] 일로 들어갔어
귀여워
뭐?
(경준) 응?
[민영의 웃음]
[다가오는 발걸음]
(지완) 윤솔
잠깐 얘기 좀 해
(솔) 나 약속이 있어서
나중에 얘기하자
이 늦은 시간에 누굴 만나는데?
오래 안 걸려, 빨리 말할게
[한숨]
[지완의 망설이는 신음]
네가 요즘
나한테 왜 이러는지 생각을 좀 해 봤어
(지완) 어, 내가 볼 땐
MT 다녀온 이후로 네가 달라졌고
그러니까 그거는
그날 밤에 내가 한 일 때문인 거 같은데
그러니까 내 말은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기억이 났다는 소리야
(솔) 그래서?
그게 다야?
다냐고?
아, 다는 아닌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 그러니까…
아, 몰라
내가 여기까지 말하면
네가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았단 말이야
그때 그 일
나한테 사과하고 싶은 거야?
(지완) 어?
어, 그러니까…
아무튼 내가 너한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너한테 그날 일이
그저 지워 내야 할 실수에 불과하다면
(지완) 어?
뭐라고?
아무 감정 없이 한 행동이었다면
[목멘 소리로] 나한테 상처거든
(솔) 난
너 좋아하니까
아이, 당연히 나도 널 좋아하지
친구로서 말고
[차분한 음악]
야, 윤솔
왜 그래
[한숨]
뭘 어쩌겠다는 거 아니야
(솔)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솔의 한숨]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되네
오히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나인 것 같아
미안해
좋아해서
아…
나 약속이 늦어서, 가 볼게
[지완의 다급한 숨소리]
(지완) [떨리는 목소리로] 아무 감정 없지 않았어
그러니까 사과는 안 할게
하지만 더 이상은 나도 잘 모르겠어
[한숨]
(도혁) 형들, 저 왔어요
(사장) 어? 우리 도혁이 왔나 [문이 탁 닫힌다]
잘 지내셨어요?
- (직원) 이, 뭐고? - (도혁) 아, 별건 아니에요
(직원) 얼굴이 너무 펴졌는데?
(사장) 사장님 아이가, 사장님, 어?
(직원) 헹님, 그런 느낌 아인데
씁, 얼굴이 너무 좋아졌는데?
아, 요즘 기분이 좀 좋긴 해요
(직원) 에?
하네 [딱딱 소리가 난다]
(사장) 뭘 해?
(직원) [장난스럽게] 도혁이 드디어 연애하네
(도혁) 아이, 아니에요
- (사장) 진짜로? 누구랑? - (도혁) 아, 형, 아유, 아니에요, 형
(사장) 그때 그분?
아이…
[감성적인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이 멈춘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이 멈춘다]
나비 보러 갈래?
[경쾌한 음악]
얼른 갈게
(재언) 나비의 시선이 자꾸만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한다
(도혁) 나비야 나는 네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
(재언) 걔 좋아해?
(나비) 우리 또 실수하지 말자
(재언) 어쩌면 나비는 이미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던 걸까
(도혁) 지금 잠깐 볼 수 있어?
(나비) 급한 일 아니면 다음에 보자
(도연) 결국 박재언한테 졌어?
(나비) 그냥 시작부터가 틀렸다고 해야 되나?
답을 찾을 수가 없어
보고 싶다
(재언) 나비와 있을 때 내 모습이 조금 낯설다
(도혁) 걔가 널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느꼈던 순간
한 번이라도 있어?
(재언) 정말 실수라고 생각해?
(나비) 당연하지
(재언) 거짓말
우리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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