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10
1. 카페 / 낮
9부 엔딩 연결로.....
장일;넌 누가 데려다 줬냐.
선우;이젠 나 혼자서도 잘 찾아다녀. 걱정 마.
장일;그래 그럼 또 보자.
선우;또 만나주면 영광이고. 장일아 오늘 반가웠다.
장일;그래, 간다.
창밖에서 선우를 보는 장일, 걸어간다. 멍한 선우의 눈동자, 점점 돌아와 초점이 딱 맞는 그 순간.
2. 외국 병원 병실 / 낮
(과거)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선우. 선우의 눈에 감은 붕대를 푸는 외국인 의사.
커텐이 쳐져 있는 병실. 고요하게 그늘 져 있는 방. 옆엔 태주 서 있다. 의사, 붕대를 다 푼다. 선우, 눈을 서서히 뜬다. 촛점 나간 눈동자. 태주, 선우 앞으로 와 눈을 맞춘다.
선우;.........(멍하니)
태주;(실망한 내색 없이 싸늘하게 일어선다)수술날짜 다시 잡자.
3. 펍 Pub / 밤
선글래스 쓴 선우를 데리고 태주, 들어온다. 바텐더와 익숙하게 인사하는
태주. 바에 걸터앉거나 선다. 바텐더 스트레이트 잔에 위스키를 따라 준다.
태주;한 잔 해. (선우 손에 술잔을 대 준다)
여긴 지금 미녀들이 버글버글하다. 어떻게 생겼는지 얘기해 줄까?
선우;아뇨. (술 마시는데)
태주;(별 관심 없다는 듯)장일이가 누구냐.
선우;.........
태주;니가 나더러 그랬었잖아. 장일이냐구.
선우;친구였습니다.
태주;지금은 아니고.
선우;......장일이네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 죽음이랑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요.
태주;..........
선우;장일이 아버지는 진회장네 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셨어요. 아버지가 산에서 발견 된 후로 장일이는 진회장의 장학금을 받게 됐습니다.
태주;우연일 수도 있지.
선우;장일이는 경찰서에 진정서를 내러가는 저를 뒤에서 쳤습니다. 우린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태주;제일 친한 친구를 내려쳐야 했던 그 녀석 심정은 어땠겠냐.
선우;(웃으며)그러게 말입니다. 너무 불쌍한데 용서해줄까요.
태주;지금 넌 용서할 주제도 못된다. 그 놈을 칠 힘을 가졌을 때 하는 게 진짜 용서야. 용서할 생각이 있어도 니가 그 놈을 밟을 수 있을 때
해.
선우;용서할 생각 없습니다.
4. 법대 일각 / 낮
제 42회 사법고시 1차 합격자 명단 붙어있다. 장일과 명석 학생들 명단 앞에 서 있다. ‘이장일’ 이름 보인다.
명석;어! 이장일 됐다. 1차 됐어.
‘와.... 축하해.... ’ 친구들 장일의 어깨 두드려주고.
장일;(웃는.... 크게 들뜨진 않고)
5. 병실 / 낮
의자를 던져 병실 유리창을 깨는 선우. 태주와 의사 간호사 옆에 서 있고. 바닥엔
풀린 붕대 떨어져 있다.
선우;(소리 지르는)이대로 놔 둬. 눈 감고 살게 놔 두라구.
태주;그게 소원이면 그렇게 해. 재수술은 이제 없다.
선우;날 다시 한국으로 데려다 줘.
태주;가서 한지원일 만나게?
선우;......그 사람을 어떻게 알아요.
태주;너한테 사진을 한 장 줬더구나. 그 애가 사진 뒷면에 예쁜 글씨로
너한테 메모를 남겼다. 난 가르쳐 주지 않을거야. 영원히 모르던가
눈 뜨고 니가 직접 봐.
선우;............
6. 외국 병원 병실 / 낮
커튼 친 병실. 바닥으로 풀려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붕대. 살며시 천천히 눈을 뜨는 선우. 뿌연 빛이 들어온다. 가물하니 보이는 흐릿한 영상. 눈을 깜빡 깜빡 해본다. 선우의 시야로 웃고 있는 지원의 얼굴이 들어온다. 점점 영상이 또렷해지며 웃고 있는 지원의 얼굴.
선우;..........
태주, 선우 앞에 사진을 들고 서 있다.
태주;눈 뜨고 맨 처음 보는 사람이 나면 김새잖아.
지원의 사진을 보는 선우.
태주;상상하던 모습이랑 비슷해?
선우;............
선우, 조심스레 사진 뒷면을 본다. 지원의 글씨.
'선우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 옆에 있어달라고 말해줄래요? 한지원’
지원(E);선우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 옆에 있어달라고 말해줄래요?
선우, 눈물이 핑글.
7. 몽타주
선우, 땀으로 몸이 흠뻑 젖게 뛰고 근력 운동을 하고 쿤과 함께 검도장에서 칼을 맞춘다. 햇빛 들어오는 도장. 호구와 호면을 갖춰 쓴 두 사람. 쩌렁쩌렁 울리는 기합 소리와 함께 쿤과 죽도로 대련하는 선우. 호면 틈 사이로 보이는 선우의 두 눈, 날카롭고 빛난다.
8. 영문과 사무실 / 낮
가운입고 사각모 들고 친구들과 들어오는 지원. 커다란 꽃바구니 놓여있다. 리본엔 ‘영문과 한지원 / 졸업 축하’ 지원, 어벙벙.
지원;이거 저한테 온 거 맞아요? (꽃 사이 뒤져보며)카드도 없고.
친구1;지난 번에 너 좋다고 따라온 애 아냐?
친구2;너 이거 자작극이지?
친구들 큭큭 거리고 지원은 그냥 어벙벙. 어떤 의심도 없이 단순하게 어벙벙.
9. 외국 대학 도서관 / 밤
초록색 스탠드 놓여있는 자유열람실. 안경 쓰고 앉아있는 선우. 책(영문)을 잔뜩 쌓아두고 책 읽으며 꼼짝 없이 앉아있다. 그 옆으론 학생용 후드티를 입은 윤주, 피곤해 보이는 얼굴. 커다란 가방 메고, 책을 잔뜩 든 채 걸어 나가다 선우를 본다.
윤주;(건조하게)데이빗, 런던 워크샵 가니?
선우;응.
윤주;난 집에 갈려구. 너무 힘들어. (한숨 쉬면서 간다)
선우, 별 관심 없는 듯 책을 바꿔 다른 책을 파고든다.
10. 호텔 지원 사무실 / 낮
(겨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트리 서 있는 사무실. 지원, 추운 듯 코트를 입고 목도리 두르고 들어온다. 꽃바구니 놓여있다.
지원;?
카드가 있다. 지원, 열어보면 ‘Merry Christmas&Happy New year' 라 인쇄된
글씨만 덜렁. 영국 런던 소인과 우표들 찍혀있고. 보내는 사람 이름 없다.
지원;.......?
통화중인 지원.
지원;나영아, 너 혹시 나한테 크리스마스 카드 보냈니? 런던 소인이 찍혀 있어서...... 아냐?
11. 호텔 지원 사무실 / 낮
(초 봄. 발렌타인 데이)수소풍선 사무실에 가득하고 ‘Happy Valetine's day' 문구 붙어있다. 출근하는 지원 들어온다. 꽃바구니에 초콜렛 놓여있는 책상.
지원;.................
12. 복지관 / 낮
카세트 테잎과 CD 정리하는 지원. 실장(예전보단 좀 나이 들게 분장)옆에서
실장;이젠 녹음 파일로 직접 보내줄 수도 있고 세상 참 편해졌어.
지원;CD랑 카세트 테잎 쓰는 분들도 여전히 많네요.
실장;바뀌지 않는 것도 있어야지.
지원;그동안 못 찾아뵈서 죄송해요.
실장;죄송하긴. 지원씨 일도 바쁠텐데.
지원;실장님.... 혹시 김선우씨 소식은 모르세요?
실장;나도 궁금해서 한번 찾아본 적이 있어. 여기서 전국으로 발송되는
소식지 주소에도 선우씨는 없더라구.
지원;우리 나라에 없는 거 아닐까요.
실장;부모 형제도 없는 사람이 외국엘 어떻게 나가겠어.
지원;..........
13. 외국 펜트하우스 / 낮
사각모에 졸업 가운을 입은 선우 사진 놓여있다. 선우, 노트북 무릎에 올려놓고
(노트북엔 CNBC나 Bloomberg TV )창밖을 보며 앉아있는.
태주;애썼다 그동안. 힘든 수술도 공부도.
선우;이젠 얘기해 주세요.
태주;뭘?
선우;절 이렇게 도와주신 이유가 뭔지.
태주;아버지가 아들을 돕는 데 이유가 있나.
선우;제 아버지는 김경필입니다.
태주;.......넌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이다.
선우;........
태주;경필이와 나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배부른 네
엄마가 찾아와서 부탁했어. 나중에 자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널 찾아봐 달라고.
선우;그럼 제 친 아버지는 누굽니까.
태주;........그건 나도 모른다.
선우;...........
태주;그리고 진노식이 경필이를 죽였다는 증거는 없다. 증오도 분노도
앞서 키우지 마.
선우;.......알겠습니다.
태주;넌 이제 계획이 어떻게 돼? 한국으로 가서 그 여자를 만날거냐.
선우;(말 끊어)저는 적도로 갈 겁니다.
태주;........
선우;그동안 저 돌봐 주시느라 현장은 엉망이 됐잖아요. 컨소시엄 꾸렸던
회사들 다 떨어져 나가고 지금 위기상황인 거 잘 압니다.
제가 뭐라도 하게 해주세요.
태주;너 같은 초짜가 가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우;그래도 해보겠습니다. 절 도와주신 데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요.
태주;거긴 생각보다 험한 곳이다. 패기로만 달려들 수 있는 데가 아니야.
선우;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패하면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태주;..........
두 사람, 어떤 뜨거운 감정으로 마주 보고 있다. 아들과 아버지, 동지, 친구로.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주는 깊은 눈빛.
14. 인도네시아 광산 / 낮
밀림 일각. (석탄 채굴 설정. 노천 채굴법Open pit mining method. 평지에서 땅을 파서 석탄 캐는) 중장비 기계들 덤프트럭 서 있고 땅 아래서 시커먼 탄가루가 나온다. 온 몸에 땀과 석탄 투성이인 선우, 탄가루를 만져본다.
차실장(E);컨소시엄 꾸렸던 업체들 다 떨어져 나가고 상황이 아주
나빠져서 문태주 사장은 손을 뗀 걸로 알고 있습니다.
15. 회장실 / 낮
노식 앞에 서 있는 차 실장.
노식;그랬군....
차실장;그 쪽 정부에서 요구하는 로얄티도 너무 비싸 주저앉았다고 합니 다. 개발비는 다 날리구요. 회생불능이라는 소문이 지배적입니다.
노식;.......(비웃듯 말 듯 엷은 웃음)
16. 인도네시아 회의장 / 낮
선우, 투자자들에게 설명 중. 한국, 아시아, 미국인 사업가들 앉아 있다. 통역부스에선 일어, 중국어, 영어로 통역 중.
(인도네시아 팔리만탄 광산. 면적 54000hr. 매장량 9억 만톤 추정, 채굴법 Open pit mining method. 등의 자료들로 ppt)
선우;인도네시아 팔리만탄 광산에서 채굴되는 탄은 수분함유량과 회 성분 이 적어서 따로 워싱washing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그만큼 질
이 좋고 추가 비용도 절약된다는 뜻이죠.
17. 인도네시아 광산 / 낮
비가 쏟아진다. 선우, 커다란 비닐을 탄 더미위에 씌우고 있다. 씌우다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고. 온 몸이 까맣게 젖는다.
선우(E);회 함유량이 낮아 타고 난 후 남는 재의 량도 적습니다.
환경 친화적 에너지를 우선시 하는 유럽으로의 수출에도 유리한
조건입니다.
18. 도로 / 낮
달리는 차 안. 조수석에 앉은 차 실장, 뒷좌석의 노식에게
차실장;문태주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재미교포 사업가로 알려진
사람이 그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발에 반대하는
현지인들한테 잡혀서 죽을 뻔 했다고도 하구요.
노식;문태주도 못한 걸 해내는 놈이면 보통 독종이 아닐거야. 인적사항 좀
파악해 봐.
차실장; 예.
19. 인도네시아 밀림 / 낮
작렬하는 태양. 선우, 온 몸이 땀으로 젖은 작업복. 탈진해 걷고 있다.
선우(E);광산에서 항만까지의 전용도로 건설과 대형선박까지 연결할 수 있는 바지선이 필요합니다. 열정으로 개발을 추진 중인 저희에게 여러분의 적극적인 투자를 부탁드립니다.
선우, 풀썩 쓰러진다. 뒤에서 따라오던 인도네시아 원주민 소리친다.
원주민;헤이! 데이빗!
원주민, 와서 선우를 만져본다. 땀에 젖은 창백한 얼굴.
차실장(E);나이는 30대 중 후반이고 데이빗 김이라고 합니다.
20. 회장실 / 낮
소파 테이블에 앉아있는 노식과 차실장.
노식;데이빗 김. 젊은 친구가 그래 독종이란 말이지.
차실장;벌써 다른 광산의 개발승인도 따내 추진중 이라고 합니다.
노식;(끄덕끄덕)데이빗 김. 그 친구가 새로 추진하는 곳은 개발권을 우리 도 욕심을 내보면 좋겠군.
차실장;....... 개발권을요?
노식;..........
21. 대 회의실 / 낮
박수치는 사람들. 악수하는 선우와 외국인 회장. 태주는 뒤에 서서 뿌듯하게 웃으며 박수치고 있다.
22. 외국 펜트 하우스 / 밤
커다란 여행가방과 서류가방 놓여있다. (이제부터 선우 의상은 최고로 멋지게 입어주세요)
태주;고맙다. 애썼어.
선우;서울에서 뵈요.
태주;본격적인 싸움은 이제 부턴가.
선우;싸우러 가지 않습니다.
태주;.......
선우;무너 뜨리러 갑니다.
태주;벌레 먹은 나무는 바람이 불면 쓰러진다. 굳이 도끼질을 할 필요는
없어. 넌 그냥 바람이면 된다.
선우;잘 알고 있습니다.
태주;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 것도 알고 있지?
선우;.........예.
23. 호텔 지원 사무실 / 밤
웨딩드레스 여러 벌 걸려있다. 실장과 마주 서 있는 지원.
지원;이 드레스들은 우리 호텔하고 제휴한 디자이너가 아니잖아요.
실장;우리가 추천 하는데는 좀 올드하다는 말들이 있어서....
지원;그건 전체회의 때 얘기할 사항이지 실장님 마음대로 받으심 곤란하 죠. 오해의 소지도 있구요.
실장;무슨 뜻이지 오해라는 게?
지원;재작년에 중식당 식기 바꾸면서 커미션 받고 영엄팀장 해고된 일
있었잖아요.
실장;그래서 지금 내가 뒷돈 받고 드레스 샵을 찔러 넣었다는 얘기야?
지원;.........
실장;혼자만 정의롭고 잘났어 한지원 과장. (나간다)
24. 특급호텔 웨딩 홀 / 낮
지원, 속상한 듯 고개 숙이고 걸어온다.
지원;(헤드폰 마이크에 얘기하는)예, 꽃 장식은 끝냈습니다.
7시 예식까진 여유 있습니다.
지원, 꽃과 장식 촛대 살핀다. 꽃장식도 매만지고. 홀 밖에서 홀 안을 보고 있는 시선. 선글래스 낀 선우.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장식을 (또는 전구를 살피고) 사다리 흔들거려 ‘어어’ 하다가 중심잡고 내려오는 지원. 선우, 지원이 흔들릴 때 같이 움찔하고. 신랑 신부 입장하는 버진 로드에 흰색 꽃잎을 뿌리는 지원. 선우, 꽃 뿌리는 지원을 한참 바라보다 돌아서 간다.
25. 자동차 정비소 / 낮
(부산이라 설정) 고급 외제 승용차 밑에 들어가 부품을 만지는 금줄.
금줄;(궁시렁)새 차에 말짱한데 뭘 봐달라고 맡긴 거야...
금줄,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말끔한 구두가 보인다. 와서 멈춰선다.
금줄;?
금줄, 차 밑에서 나와 보면 고급스런 수트에 선글래스를 낀 선우가 서 있다.
금줄;......(놀라고 믿어지지 않는)
선우;제 차 아무 이상 없습니까?
금줄;.......(믿기지 않는다는 듯 차를 한번 보고 다시 선우로 시선)
서.... 선우냐?
선우;(마술 하듯 손에서 금 목걸이를 툭 내린다)목걸이 사다 준다고 했지.
금줄;선우야!
금줄, 달려가 선우를 껴안는다.
금줄;이 자식 어디서 십년 넘게 소식도 없이.... (포옹 풀고)어디 보자.... 너 선우 맞지? 김선우 맞지?
선우;(선글래스 벗으며)넌 많이 늙었다. 못 알아 볼 뻔 했어. (금줄과 눈을 맞추고 웃는다)
금줄;(시선을 맞추는 선우의 눈동자를 보고 놀라)..... 내.... 내가 보여?
선우;(배를 툭 치며)목걸이랑 배 나온 건 여전하구나.
금줄. 혼절 하듯 쓰러지는. 옆에서 젊은 보조기사들 달려와 ‘부장님’ 부축하고.
26. 호프 집 / 낮
눈 동그랗게 뜨고 선우를 보면서 생맥주 벌컥벌컥 마시는 금줄. 선우가 사 온
목걸이를 하나 더 걸었다. 선우는 금줄 보며 푸근하고 여유로운 미소.
금줄;(잔 내려놓고)이거 꿈 아니지?
선우;꿈일 지도 모르지.
금줄;넌 어떻게 된거야. 수술을 한거니? 그때 그 아버지 친구가 나쁜 사람 은 아니었어? 그동안 어디서 지냈어. 지금은 뭐하고 살고?
선우;하나씩 물어봐야 대답을 하지.
금줄;.......선우야.... (눈물 나는 듯 눈 비비며)너무 좋다. 니가 다시 살아와 서 너무 좋아 죽겠어.
선우;(웃는)좋다고 죽음 어떡해. 내가 다시 살아왔는데.
금줄;(눈물 닦으며)이거 꿈이면 정말 싫은데.
선우;장일이랑 수미 소식은 알아?
금줄;둘 다 유명해 졌지. 장일이는 TV 광고에도 나오는 검사가
됐고, 수미도 전시회 한다고 신문에 났더라.
선우;(미소)다들 잘됐네.
금줄;니 얘기 좀 해봐.
선우;난 계속 외국에 있었어. 수술이 잘됐고 공부도 했고, 지금은 투자회 사를 하고 있어.
금줄;(놀라운)니가 그럼 사장이야?
선우;어려운 일 있음 말해. 뭐가 됐든 도와줄게.
금줄;다 필요 없고 니가 살아온 거면 됐다.
선우;금줄.
금줄;(좋아서)왜 임마!
선우;니 수입에 열 배를 내가 줄게. 당분간 정비소는 다른 사람한테 맡겨.
금줄;무슨 소릴 하는거야.
선우;나를 좀 도와줘.
금줄;당연히 돕지. 뭔데.
선우;너 예전에 우리 아버지를 진회장 별장까지 태워다 준 택시기사 있다 고 했지?
금줄;......그랬지. 하우스에 포카 다니던 아저씨.
선우;그 분 좀 찾아줘.
금줄;(의아 놀람)그 분을?
선우;응. 꼭 좀 찾아 줘. 그리고 그때 아버지 사건 담당했던 형사분 들도.
금줄;너 설마....
선우;(미소)그냥 궁금해서 그래. 부탁한다.
27. 부산 경찰서 형사지원팀 / 낮
선우, 파일 하나를 받아 펼쳐본다. (까만색 표지, 위에 구멍 두 개 뚫어 묶은 기록철) 당시 나무 사진들과 함께 ‘이경필 97. 4. 12. 기장 00공원 뒷산에서 목맨 채 발견’ ‘친자 김선우와 친구 이장일 하교 길에 발견 신고’ ‘시신에 난 얼룩과 얼굴 상처는 친자 김선우가 시신을 끌어내리려다가 생긴..... ’ 선우, 사진을 물끄러미 본다.
선우;............
28. 검사실 / 낮
부산하고 정신없는 분위기. 자료뭉치 바쁘게 넘겨 보는 장일. 옆에선 쓰레기 봉지 여러 개 놓여있다. 뜯어보는 수사관들. 달걀껍질과 기타 쓰레기에 섞여 잘게 파쇄 되고 거칠게 찢은 종이들이 나온다.
고순태;검사님 추측이 맞았습니다. 쓰레기통에서 뭔가 나왔어요.
황백구;이것만 다 맞추면 윤 회장 소환할 수 있겠죠? 매장량을 부풀려
발표한 국장인지 뭔지도 조사할 수 있고.
고순태;자원개발 이 쪽은 우리가 너무 모르니까 감정인 신청을 하면 어떻 습니까.
장일;마땅한 분 누구 있습니까?
백구;교수 보단 현장에서 세 빠지게 고생한 분 얘길 듣는 게 나을 겁니다.
제가 알아본 바론 데이빗 김이라는 한국인 사업가가 있다는데요.
장일;감정인 신청 해보세요.
소영;서면 질의로 하실거죠.
장일;직접 모셔서 얘길 듣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순태;(쓰레기 종이 맞춰보며)어어.... 여기 벌써 국장 차장 이름 나오네.
소환은 시간 문젭니다.
차소영;윤회장 또 두 다리 멀쩡하면서 괜히 업혀서 나오겠지.
장일, 문득 자료 넘기는 걸 멈춘다.
장일;.........(뭔가 생각 난 듯) !
플래쉬 백 -- 9부 카페 밖. 선우를 대놓고 쳐다보고 있는 장일. 옆에 지팡이가
없다. 선우 왼쪽, 오른 쪽 지팡이가 보이지 않는다.
장일(E);넌 누가 데려다 줬냐.
선우(E);이젠 나 혼자서도 잘 찾아다녀. 걱정 마.
장일, 의심 가득한 표정.
장일;지팡이가 없었는데.....
고순태;예?
장일;아닙니다.
29. 화훼 비닐하우스 / 낮
용배, 통화중.
용배;어, 아들 웬일이야.
장일(E);선우가 연락했던 전화 번호 있으시죠?
30. 중앙 지검 일각 / 낮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장일. 신호가 간다. 긴장한 표정으로 들고 있다.
남자(E);시각 장애인 복지관입니다.
장일;.........여보세요.
31. 음반 도서실 / 낮
남자 직원 통화중. 선우는 데스크에 서서 두 눈 뜨고 손으로 점자 짚고 있는.
남자;시각 장애인 복지관입니다. 말씀하세요.
장일;혹시 거기 김선우씨 계십니까.
남자;김선우씨요? 어느 부서에 계신 분이죠?
선우;(? 점자를 읽다가 남자를 본다)........
장일;그건 잘 모르겠는데 이 번호로 전화를 거셔서요.
남자;어느 부서인지를 아셔야 연결해 드릴 수 있는데요.
장일;시각 장애인이 지팡이 없이 외출을 하기도 합니까. 보호자 없이요.
남자;택시를 신청하시면 원하는 장소까지 모셔다 드리긴 합니다. 지팡이 없이 외출하기도 하세요.
선우;........(장일임을 느끼고 희미한 미소)
장일;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남자;(전화 끊으며 선우보고)어떻게 오셨습니까?
선우;며칠 전에도 왔었는데.... 녹음 봉사 신청 때문에 문의 드렸잖아요.
남자;(자원봉사 신청용지 찾으며)아, 예.... 잠깐만 기다리세요.
선우;방금 무슨 전화예요?
남자;사람도 찾았다 지팡이도 찾았다... 이상한 전환데요.
32. 중앙지검 일각 / 낮
장일, 들고 서 있다. 조금 안도하는 표정. 장일,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데 넥타이 바로 하며 바쁘게 걸어오는 신준호와 마주친다.
준호;야, 너 안 가?
장일;? 어딜.
33. 웨딩홀 / 밤
신랑, 당당하게 손 흔들며 입장한다. 박수 쳐주는 장일과 준호.
장일;(신랑 보며)짜식 되게 좋아하네.
준호;동기 결혼식인데 면도는 좀 하고 오지 그랬냐.
장일;몰라. 다시 들어가 봐야 돼.
준호;나도 들어갈 거야. 너만 일해?
장일;너 요즘 뭐 큰 거 캐고 있지?
준호;느낌이 그래? 보통 아닌데.
장일;뭔데.
준호;좀 더 윤곽이 잡히면 얘기해 줄게.
신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한다. 장일, 박수치며 뒤돌아보다가 맨 뒤에 서서 귀에 진행용 이어폰을 끼고 있는 지원을 본다.
장일;...........
지원, 무선마이크에 뭐라고 얘기하곤 홀 밖으로 나간다.
34. 웨딩 홀 앞 / 밤
장일, 나온다. 지원, 웨딩 사진 앞의 한 스탭에게 뭐라 얘기하고 걸어간다.
장일;.........(스탭에게)방금 저 분 한지원씨 맞죠?
스탭; 네.
장일;이 호텔 직원이신가요?
스탭;VIP 연회 담당매니저신데.... 왜 그러십니까?
장일;아.... 저도 결혼식 상담 좀 하려구요.
장일, 미소.
35. 호텔 지원 사무실 / 밤
지원, 옷 입고 퇴근 준비 중. 여직원1, 들어온다. 퇴근 할 듯 가방 챙기며 지원 눈치 보는데
지원;퇴근 안 해?
여직원1;(조심스럽게)선배님, 소문 사실 아니죠?
지원;무슨 소문?
36. 호텔 일각 / 밤
실장과 팽팽하게 맞서있는 지원.
지원;실장님, 제가 기존 제휴업체랑 뒷거래를 한다는 게 무슨 소립니까.
실장;나도 그 소문 듣고 놀랐어. 한과장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지원;제가 회의 때 말할까봐 미리 누명을 씌우시는 겁니까.
내일 이사님한테 다 말씀 드리겠어요.
실장;이사님 출장가시면서 한과장 일 제대로 처리하랬어. 감봉 차원에서 덮어주기로 했어.
지원;실장님!
실장;지금 입사 몇 년 찬데 아직도 사회생활 초짜처럼 굴어. (쌩하니 가버 리고)
37. 호텔 지원 사무실 / 밤
지원, 울적한 얼굴로 털썩 의자에 앉는데 핸드폰 벨. 발신자 보고
지원;응, 해원아. 수술을 해야 된대? 엄마는 지금 어때..... 진작 병원에 가 보라니까. 괜찮아. 수술비는 마련할 수 있지. 걱정 마.
38. 도심의 도로 / 밤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있는 버스. 지원, 앉아있다. 초라하고 외로운 느낌. 가방 안
명함케이스를 꺼내 명함 하나를 꺼내본다. <헤드 헌터스 본부장 정진우>
39. 호텔 연회장 일각 / 밤
회상. (결혼식이 있었다는 설정) 사람들 왔다갔다 부산한 중에 명함을 지원에게
건네는 남자.
남자;연봉은 오픈입니다. 현재 직급과 상관없이 딜을 하실 수 있어요.
지금 보단 훨씬 좋은 조건으로 옮기실 수 있습니다.
40. 도심의 도로 / 밤
달리는 버스. 지원, 명함을 만지작 거리다 핸드폰을 들어 명함의 번호를 찍는다.
지원;안녕하세요... 지난 주에 통화했던 한지원인데요. 그때 말씀하셨던
곳, 아직 진행 중 인가요?
41. 호텔 지원 사무실 / 아침
지원, 법률 관련 책을 들고 들어서다 멈춰 선다. 화려한 꽃바구니 놓여있다. 여직원1,2 들떠 있다.
여직원1; 한 동안 뜸하더니 다시 왔어요.
여직원2; 옛날 애인 장가갔다 이혼했나봐요.
지원, 주춤거리다 꽂혀있는 카드를 뽑아 펼쳐본다.
장일(E);다가가 말을 건네진 못하고, 꽃으로 인사 대신합니다.
오랜 만이예요 지원씨. 그동안 많이 궁금했습니다. 문득문득
생각 자주 했습니다.
지원;............
여직원 1,2 책상에 놓은 봉투 안을 본다. 명함이 나온다. <서울 중앙지방 검찰청
특수1부 검사 이장일> 여직원들 마주보며 눈 동그랗게 뜨고 ‘검사래!’ .
여직원1;드디어 커밍아웃 했네요. 그동안은 왜 익명으로 보낸거지?
여직원2;고시원에 있었겠지. 바빴거나.
지원, 카드를 접어 서랍에 툭 넣는다.
42. 웨딩 홀 / 낮
지원, 웨딩준비로 바쁜 스탭들. 꽃 장식을 하고 식기들을 놓고....
지원;........
여직원1;그 분.... 찾아보니까 스타검사예요. 그런데 왜 몇 년 동안 숨어서 꽃을 보냈을까요.
지원;......
플래쉬 백 6부 -- 지원네 집 앞.
장일;지원씨.... 나만 좋아해 주면 안되나.
플래쉬 백 9부 --
지원;우린 친구로서도 지낼 수 없을 것 같네요.
지원, 꽃 장식을 바로 해놓으며
지원;오늘 VIP 도착 시간이 몇 시지?
여직원1;데이빗 김 할아버지, 오후 다섯 시 도착이십니다.
여직원2; 30대란 소문도 있던데요. 성격 이상하고.
지원;난 3시에 잠깐 외부 미팅이 있어. 실장님이 찾으시면 금방 온다고
말씀 드려.
지원, 시계를 보고 나간다.
43. 거 리 / 낮
비 내린다. 차 꽉 막혀 서 있다. 택시 안의 지원, 초조하게 밖을 내다본다.
지원;비 온다는 예보 없었는데.
기사;지나가는 비예요.
지원;(전화하는)해원아, 엄마 입원 수속 일단 하고 다시 전화 해.
오늘 일찍 퇴근하고 병원으로 갈게. 그래. (끊는다)
(E);핸드폰 벨
지원;아, 네. 본부장님. 지금 가는 길인데 차가 너무 막히네요.
오늘은 인사팀장님 인터뷰만 있는 거죠?..... 네? 대표님이 직접이요?
(전화 끊고)기사님 저 가까운 지하철역에 좀 내려주실래요?
지하철역에 와서 서는 택시. 하이힐 신은 지원,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44. 거 리 / 낮
지원, 지하철역 계단에서 뛰어 올라온다. 핸드폰이 울린다. 가방을 열어 주섬거리며 찾는데 어디선가 빵빵 날카로운 클락션 소리. 지원, 퍼뜩 고개 돌려보면 달리는 차 바퀴에 길가에 고인 물 튀겨 지원 왕창 젖는다. 지원, 머리와 블라우스가 옴팡 흙탕물에 젖어 비 맞은 쥐새끼처럼 추레하다.
지원;.......... (마음이 급하다. 시계를 본다)
45. 옷 가게 / 낮
흰 블라우스와 회색 스커트로 대충 면접의상 구색을 맞춰보는 지원. 스커트에
유치한 반짝이 장식이 달려있다.
지원;가위 좀 주실래요? 이거 좀 뜯게.
46. 선우네 빌딩 / 낮
Loyal Tree 라 붙어있는 고급스런 금장 로고.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싸구려 비닐 백(젖은 옷이 든)을 든 지원 급하게 내려서 걸어온다. 말쑥한 양복 입고 있는 리셉션 데스크 젊은 남자.
리셉션 남; 어떻게 오셨습니까?
지원;인터뷰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요.
리셉션 남; (컴퓨터를 체크하고) 아, 3시에 약속이 돼 있으시군요.
지원;제가 8분 늦었습니다.
리셉션 남; 이리 오시죠.
지원, 다급히 머리를 매만지며 따라간다.
지원;아참! 이것 좀......
지원, 어느 구석에 옷이 든 비닐 백을 놓는다.
47. 선우 사무실 / 낮
리셉션 남자, 문을 열어준다. 지원, 목례하고 들어선다. 제일 고층 펜트하우스.
근사한 뷰를 가진 창. 셔츠 소매를 걷어 붙인 남자. 창에 한 쪽 팔을 기대고 창밖을 향해 서 있다. 햇빛이 눈부셔 남자의 뒷모습 실루엣만 보인다. 지원, 몇 발자국 걸어와
지원;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좀 늦었습니다.
남자, 대꾸 없이 창밖만 보고 있다. 지원,
지원;오늘 길에 사정이 좀 생겨서....
선우;(창밖으로 시선 준 채 짧게)가세요.
지원;...........네?
선우;가시라구요.
지원;..........
선우;직장 면접에 지각하는 사람을 누가 씁니까.
지원;죄송합니다. 피지 못할 개인 사정이 좀 있었습니다.
선우;개인사정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선우, 돌아선다. 지원, 선우를 본다. 햇빛을 뒤로 가득 지고 서 있는 말끔한 차림의
남자. 사랑했던 김선우다. 지원, 휘청할 정도로 심장이 철렁.
지원;..........!
선우, 표정 변화 없이 보고 있다.
지원;..........
선우;돌아가세요. 면접은 없습니다.
지원;...........
선우, 관심 없다는 듯 노트북 앞에 앉아 체크하고 인터폰을 눌러
선우;미스터 쿤 올라오시라고 해요.
리셉션 남(E);예 사장님.
선우, 지원을 보고
선우;........아직도 안 가셨네.
지원;.......(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선우;정 아쉬우심 다음 주로 약속을 다시 잡으시던가. 그때도 지각이면
할 수 없구요.
지원;...........
선우, 지원에게 관심 없다는 듯 노트북 앞에서 커서 두드린다. 지원, 돌아서 한번 하이힐 휘청하곤 나간다.
48. 선우네 빌딩 / 낮
리셉션 데스크 앞을 정신없이 지나쳐 가는 지원.
리셉션 남; 엘리베이터는 이 쪽인데요.
엘리베이터를 타는 지원. 문 닫히면 풀썩 주저앉는다. 지원, 몸이 떨린다.
49. 거 리 / 낮
쨍한 햇빛. 걷다가 현기증이 나는 듯 주저앉는 지원.
플래쉬 백 - 7부. 운동장. 엎어져 있는 두 사람.
선우;(지원의 얼굴을 더듬어보는)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예뻐요.
거리. 지원, 호흡을 가다듬는.
지원;....그래.... 그 사람은 내 얼굴을 모르잖아.
지원, 숨을 가다듬고 일어서 왔던 길로 다시 간다.
50. 선우네 빌딩 / 낮
지원 걸어온다.
지원;대표님 안에 계시죠? 잠깐만 다시 뵐 수 없을까요?
리셉션 남; 대표님 조금 전에 나가셨는데요.
지원;제가 헤드헌터랑 급하게 연락이 닿아서.... 제대로 못 알아보고 왔는 데요..... 여기 대표님 성함이 김선우씨 맞죠?
리셉션 남; 아닌데요.
지원;그럼....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리셉션 남; 대표님 성함은 데이빗 김이십니다.
지원;..... 네?
51. 특급호텔 로비 / 낮
지원, 뛰어 들어간다. 급하다.
여직원1(F);선배님 큰일났어요. 데이빗 김 예정보다 빨리 도착하신대요.
여직원2(F);실장님이 지금 찾고 난리 났어요. 빨리 오세요.
지원, 정신없이 뛰어간다.
52. 스위트 룸 / 낮
선우와 쿤, 서 있다. 지원, 뛰어 들어온다.
실장;(지원 보며 인상 확 구긴다. 소리 낮춰)한지원 씨! 옷은 또 그게
뭐야.
지원, 보면 선우 와인들을 보며 서 있다.
지원;죄송합니다. 한지원입니다. 제가 직접 모시게 된 매니저입니다.
선우;......(지원만 듣게 지나가는 소리로)지각을 참 좋아하시는 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지원;.......죄송합니다.
선우;죄송할 게 뭐 있습니까. 예정시간 보다 미리 도착한 건 우린데.
실장;그래도 저희가 미리 대기하고 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오디오 옆에 비치된 클래식 CD들 보면서
선우;선곡들도 좋은데요. (CD 들어보이며) 바하의 파르티타 5번은 제가
아끼는 열 곡 중 하나인데.
실장;감사합니다. 언제라도 필요하신 음반 있으심 말씀해 주세요.
지원;..... (용기를 내) 혹시 음반 도서 같은 것도 비치해 드릴까요.
선우;아뇨. 빅뱅하고 투애니원만 더 준비해 주심 좋겠는데요.
지원;........알겠습니다.
선우;(쿤에게)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와인이나 술이나.
쿤; 전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 뭡니까?
관절염 파스와 찜질기 온열기 등이 한쪽에 비치.
지원;저희는 데이빗 김 사장님이 60대라고 들어서... (얼른 치우며)죄송합 니다.
선우;아뇨 두세요. (쿤에게)관절 안 좋으시잖아요.
쿤;.......
선우;일단 저희도 쉬고 싶은데요.
실장;예. 편안히 쉬십시오.
지원;(어정쩡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온다)
53. 호텔 지원 사무실 / 낮
지원, 멍하니 앉아있다.
지원;...............
플래쉬 백 -- 8부. 복지관 일각. 선우에게 사진을 주는 지원.
지원(E);내가 준 사진은 끝내 못 보고 잃어버렸나요.
54. 스위트 룸 / 낮
샤워하는 선우. 멍하니 물 맞고 서 있다. 흉터 자국 많은 팔과 어깨, 허리.
55. 호텔 스위트 룸 / 밤
쿤, 지원의 옛날 액자 사진과 이력서에 붙어있는 사진을 비교해 보며
쿤; 같은 사람 맞는데 왜 모른 척 해요.
선우;......내가 너무 오래 떠나 있었잖아요. 아무것도 약속해주지 못하고
떠났다가 오래 걸려 왔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날 받아달라고 어떻 게 말을 해요.
쿤; 그 분은 알아보는 것 같죠?
선우; 모르겠어요.
쿤; 다음 주 면접에 올까요?
선우;.......모르죠..
쿤; 다음 달에 프랑스 출장이 있어요. 그때 근사한 선물을 하나 사다주면
어때요.
선우; 출장, 연기 해주세요.
쿤;..... 중요한 껀 인데.
선우; 아버지 사건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았어요.
56. 지원 방 / 밤
지원, 옷장 깊숙이에서 상자를 꺼낸다. 상자를 연다. 선우의 옛날 옷과 점자책.
‘김선우 앞’ 으로 온 뜯지 않은 편지. 물끄러미 보다 상자를 닫는 지원.
57. 검사실 / 밤
면도 못해 초췌한 모습의 장일, 셔츠 걷어 올린 채 자료 보고 있다. 책상에도 수북하게 쌓여있다. 실무관 소영, 산더미만한 자료들을 작은 카트에 싣고 있다. (결제 서류가 많아 대부분 카트에 싣고 다님)
장일;통화기록에 뭐 수상한 거 없죠?
백구;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면도도 좀 하시구.
소영;다들 미남 검사팀이라고 부러워하는데 신경 좀 써주세요.
장일;참 저한테 전화 온 거 없었습니까?
순태;증거물 보관소에서 한 통.
백구;부장 검사실에서 한 통.
소영;디지털 분석실에서 한 통.
장일;.......(실망한 기색으로 자료 보는)
소영;(카트 끌고 나가며)결제 다녀올게요.
소영 나가려는데 전화벨.
소영;네, 이장일 검사실입니다. 어디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장일;(기대감으로 보는)
소영;(수화기 막고) 진노식 회장이라고 하시는데요.
장일;.........나중에 전화 드린다고 해요.
소영;나중에 전화 드리시겠답니다.
58. 진노식 회장실 / 낮
불쾌한 얼굴로 수화기 내려놓는 진노식.
희정;왜요, 전화 안 받아요?
노식;(웃는)....우습다.
희정;기가 막혀서.... 대한민국에 검사가 저 하난 가. 개천에서 난 이무기 가 유세떨기는.
노식;장일군이 생각보다 다루기 쉬운 사람 같다.
희정;이제 좀 컸다고 기어오르는 사람들이 뭐가 다루기 쉬워요.
노식;안 좋을 때나 좋을 때나 똑같은 사람들이 무서운 거지. 속에 뭘 숨기 고 있는지도 모르고.
희정;지난 번 말한 그 판사랑 만나야 해서 그래요?
차실장;그게 아니라 평검사 하나가 우리 진승그룹에 대해서 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검사랑 연수원 동기라고 합니다.
희정;뭘 캐는데요?
노식;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59. 갤러리 / 낮
수미, 기자들 여러 명과 둘러 앉아 인터뷰 중이다. 그림, 설치 중이다.
수미; 현실은 현실인데 내 맘대로 바꿀 수 있는 현실. 그게 매력이라서
극사실주의를 선택했습니다. 현실을 내 맘대로 각색하는거죠.
윤주;최수미 작가님은 헐리웃에서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 50인에
선정이 되기도 하셨어요.
수미;(까칠)30인이요.
윤주;(째려보며)아, 예 30인.
수미, 그림들 보고 서 있다.
윤주;초대장은 정말 저희가 따로 안 보내드려도 되나요?
수미;(가방에서 한 장 꺼내며)이거만 하나 부쳐주세요.
윤주, 보면 ‘이장일 검사 앞’ 으로 된 봉투.
윤주;이장일 검사를 아세요?
수미;........?
윤주;학생일 때부터 잘 알아요. 저희 그룹 장학생이었거든요.
수미;아..... 그러시구나.... 고등학교 동창이예요.
윤주;세상 참 좁네요. 당장 부쳐드릴게요.
수미;(급 미소와 친절)감사합니다. 장일인 지금 어디 사나요? 아버지랑
같이 살아요?
윤주;아마 그럴 걸요. 결혼도 안하고 애인도 없고, 일에만 미쳐 있다고
들었는데.
수미;(기분 좋은)아......
윤주;언제 저녁 같이 먹어도 좋겠네요.
수미;(환하게 웃는)
(수미는 과거와 달라졌다. 사랑을 구걸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모멸감을 준 장일에게 성공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장일한테 입은 상처만큼 그를 파멸로 이끌고 싶은 다른 마음도..... 목격한 그림을 내밀 때도 이런 증거를 무시해줄테니 날 사랑해 줘가 아니라, 날 함부로 보지마... 하는 심리. 그러다 약해지고 무너지는 장일에게
다시 사랑을 느끼고 그를 껴안게 되는 수미로....)
60. 피트니스 센터 / 아침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선우. 귀에 이어폰 꽂고 있다. 지원, 멀리서 바라본다.
선우의 팔에 칼에 스친 흉터들이 보인다.
지원;........(그동안 어디서 무슨 일을 겪은거야.... 싶은 눈길)
지원, 다가간다.
지원;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선우;.......(이어폰 꽂아 못 듣는)
지원;..........
선우;(고개 돌리다 흠칫)! (이어폰 빼고) 여기서 뭐하십니까.
지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선우;아 예 잘 잤습니다.
지원;아침 식사는 룸 서비스로 드셔도 되고, VIP층 라운지에서도 준비해 드립니다.
선우;제가 알아서 먹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원;오후 3시 미팅은 12층 비즈니스 라운지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선우;네.
지원;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선우;(속도를 늦추고)어제 같이 있던 분이 실장입니까? 사수?
지원;예 그렇습니다.
선우;인상이 까칠해 보이는 게, 나 같아도 직장 옮기고 싶을 것 같아요.
지원;............
선우;비밀로 해 드릴게요.
선우, 땀을 닦으며 걸어간다. 귀에 다시 이어폰 끼는. 지원, 뭔가 말을 더 하고
싶은 표정으로 서 있다.
지원;..........제 목소리 기억 안 나세요?
선우, 뭔가 생각난 듯 뒤돌아 걸어온다.
선우;(이어폰 한 쪽 빼고)참! 옷 가져가세요. 젖은 옷 놓고 가셨대요.
(다시 가고)
지원;............
61. 장일 아파트 / 아침
장일, 넥타이 매고 서있다.
용배;아들 오늘은 시간 좀 내라. 저녁 먹을 시간에 잠깐만 나왔다 들어가. 멀지도 않은 데니까.
장일;무슨 일이신데요.
용배;회장님 사모님이 갤러리를 새로 오픈 하셨잖아. 너랑 같이 꼭 오라고 초대를 해서.
장일;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을 뭐 그렇게 신경 쓰세요. 진회장님
마주치면 불편한 부탁이나 하실텐데.
용배;오늘은 진회장님 못 오신댄다. 이럴 때 가서 생색내는 거지.
장일;정 마음 쓰이시면 아버지나 다녀오세요.
용배;이 애비 체면 한번 세워주면 안되겠니. 나도 너 데리고 그런 사람들 파티에 가서 한번 우쭐해 보고 싶은데.
장일;.............
62. 검사실 / 아침
소영, 우편물 들고 와 장일과 수사관들 책상에 우편물을 나줘 준다. 장일에게도 봉투 하나. 장일, 봉투를 본다. 보낸 사람이 적히지 않은 봉투. 장일, 뜯어본다. 최수미 작가 초대전.
장일;..........
장일, 보는 둥 마는 둥 하곤 한 쪽으로 치워놓는다. 치워놓다 문득...........
장일;참고인 조사 오늘 아니죠?
순태;얘, 내일 10시인데요.
장일;감정인 신청은 했습니까?
백구;네, 이따 통화하기로 했습니다.
장일;전 이따 오후에 2시간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63. 서울 선우 펜트하우스 / 낮
메트로놈 빠른 박자로 움직인다. 야구공 그 박자에 맞춰 위로 올라갔다 한다.
선우(E);아 예.... 기꺼이 도와 드려야죠. 어려운 일도 아닌데.
통화중인 선우. 야구공 하나 위로 던졌다 잡았다 하면서 통화중.
선우;네, 그 정도는 충분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 아닙니다.
담당 검사님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이장일 검사님이요.
네, 알겠습니다. 그날 뵙겠습니다.
선우, 야구공을 위로 던졌다 매가 새를 채듯 확 잡는다.
64. 하우스 / 낮
불법 사설 도박장. 어두침침한 곳. 담배연기로 자욱하다. 테이블을 여기 저기 두고
딜러가 있거나 딜러가 없이 도박을 하는 사람들. 딜러가 있는 테이블은 바카라.
선우와 쿤, 팔찌와 목걸이를 걸고 껄렁한 차림으로 딜러가 없는 테이블에 앉아서 포카 하고 있다. 쌓여있는 칩과 돈 다발.
금줄(E);그 때 그 택시 기사 요즘도 도박 못 끊고 있대. 서울 강남 오피스 텔에 있는 사설 도박장에 나가나봐. 돈 떨어지면 사라졌다 며칠
지나서 또 온대. 잠은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완전 도박 폐인처럼
지내나 봐.
음료수 병 갖다놓고, 재떨이 비우고 하는 남자에게 돈을 찔러 넣어주는 쿤. 남자에게 뭐라고 소곤소곤 말한다. 남자, 쿤에게 소곤소곤. 선우, 다른 테이블을 본다.
초췌한 남자, 앉아서 칩을 걸고 있다.
선우;...........
선우, 남자 옆으로 가 그 의 앞에 칩을 잔뜩 놓아준다. 남자, 선우를 본다.
선우;이건 원하시는 만큼 드릴 수 있어요. 우리 아버지만 기억해 준다면. 남자;.......
선우;(칩을 더 얹어준다)
65. 호텔 지원 사무실 / 낮
사무실 전화 울린다.
지원;(전화 받아)네, 연회 담당 매니저 한지원입니다.
장일(F);열 명 이하의 소규모 연회도 가능합니까?
지원;그럼요. 물론입니다.
장일(F);오늘 오후에 상담하러 들러도 될까요.
지원;그럼요. 몇 시가 편하십니까.
장일;5시쯤 괜찮으십니까?
지원;(예약, 상담 리스트 보며)네 좋습니다.
66. 선우 스위트 룸 / 낮
선우, 노트북 앞에 앉아 뭔가 써넣고 있다. <박경복 570815-1962978 前 동균 택시 기사. 97년 4월 12일 오후 4~5시경 진노식 회장 별장 진승원辰昇院으로 김경필을 태워 다 줌. 외진 곳이라 빈 차로 다시 시내까지 돌아가야 해서 차비문제로 얘기를 해 더 기억에 남음...>
벨 소리. 쿤, 나가서 문 열면 얼음 바구니와 샴페인 병을 든 지원 들어온다.
선우;..........
지원;방에 계셨네요. 저희 총 지배인님이 보내신 샴페인입니다.
쿤;감사합니다. 안주는 없나요?
선우;(픽 웃는)
지원;.....필요하시면 룸서비스에 말씀 드려볼게요.
선우;됐습니다.
지원, 테이블에 놓고 나간다. 선우, 한 쪽에 놓여있는 케익 상자로 시선.
67. 호텔 지원 사무실 / 낮
장일, 사무실로 들어온다. 한쪽에 놓여있는 꽃바구니. 책상에 법률에 관한 책들
여러 권.
여직원1;어떻게 오셨습니까?
장일;연회 상담 예약을 하고 왔는데요.
여직원1;아, 과장님 금방 오실 겁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장일, 책상에 놓인 법률책 들을 본다. 의아한데
지원;(들어서며)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신 건 아니죠.
장일;(돌아본다)
지원;.........(멈칫).......
장일;오랜만이예요.
지원;......... 장일씨.
장일;아버지 생신이 곧 있어요.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 고 싶어서요.
지원, 모니터로 소규모 연회장 사진을 보여준다.
지원;테이블이나 의자 천은 흰색, 아이보리, 곤색을 많이 하세요.
장일;(모니터는 안 보고 지원을 보는).........
지원;여섯 명 이하의 가족 모임도 많이 하세요.
장일;여섯 명 까지도 안돼요. 아버지랑 저, 이모하고 이모부가 전부예요.
지원;......네....
장일;.......잘 지냈어요?
지원;네. 장일씨 유명한 검사 된 건 알고 있었어요.
장일;지원씨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부고란 보고 갔었어요. 지원씨는 그 때
입관하러 갔다고 하더라구요. 기다릴 시간이 안돼서 그냥 왔어요.
지원;........방명록에서 이름 보고 혹시나 했는데....
장일;부경화학 옛날 직원 분 들이 많이 오셨던데..
지원;부경화학 제가 다시 찾아드리고 싶었는데....현실은 이러네요. 그냥 월급쟁이예요.
장일;그런 말 하지 마요. 우리나라 최고 호텔에 연회 담당 매니저가 아무 나 되나요. 아버지도 대견하다 생각하실 거예요.
지원;고마워요. 생신모임 준비 신경 쓰라고 할게요.
장일;책상 위에 있던 법률 책은 뭐예요.
지원;......그냥 좀....
장일;사시 준비 하는 건 아닐테고....뭐예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거면
도와줄게요.
지원;아니예요.
장일;뭐 억울한 일 당한 거 같은데. 내가 그럼 제대로 수사해 볼까요.
작은 케익 상자 들고 선우, 걸어온다. 지원의 사무실로 오는 데 유리로 들여다보이는 내부. 장일과 지원, 뭔가 자료를 보며 얘기 중. 장일, 지원을 사랑스런 눈길로 보며 웃기도 하고. 지원도 전표를 보이며 열심히 장일에게 설명한다.
선우;.........(돌아서 간다)
장일, 지원에게
장일;이건 단순히 커미션 문제가 아니라.... 가격 부풀리기, 허위 영수증
첨부, 미수금 장부 파손... 이런 증거를 들이대서 실장이란 분한테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요. 지원씨가 못하면 내가 하구.
지원;아뇨, 일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요. 전 그냥 이 직장 위해서 떳떳하 게 일했다 그것만 밝히면 돼요.
장일;.....그래요 그럼.
지원;고마워요 장일씨.
장일, 뿌듯하다. 기분 좋은 미소.
68. 갤러리 / 밤
칵테일과 스낵 테이블 차려져 있다. 희정, 그림 속 모델의 포즈 (한 쪽 손을 어깨에 올리고 고개를 뒤로 젖힌)를 흉내 내보며 손님들과 웃는다.
희정;최작가 그림 너무 좋다....
뭔가 뿌듯하고 설레고 따뜻한 분위기. 다들 멋지게 차려입고 행복한 자축의 시간.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수미, 조용히 서 있고 광춘, 근사한 차림으로 칵테일 잔 들고 수미 눈치 보며 그림 보고 있다 슬쩍 다가와
광춘;이 갤러리 진노식네 꺼란 거 왜 얘기 안했어.
수미;상관 있어?
광춘;진노식도 오늘 오냐?
수미;괜히 인사한다 어쩐다 하지 말고 우아하게 침묵해. 알았지?
광춘;내가 미쳤나 인사를 하게.
기분 좋은 윤주 다가오며
윤주;손님들 반응이 너무 좋아요.
수미;다행이예요.
윤주;....(광춘을 보며)?
수미;저희 아버지세요. 연극 극단에서 고문으로 계세요.
윤주;아 그러시구나 자랑스런 따님을 두셨어요.
광춘;말도 마세요. 어릴 때부터 다른 건 다 개차반이어도 그림 하나는 끝 내줬다니까. 그림은 얘한테 구원이고 종교, 신데렐라의 240미리
유리 구두 한 짝 이었다니까요.
수미;(말 막는)차에서 카메라 좀 갖다 주세요. 깜빡 하고 왔네. 얼른.
광춘;.... (쩝쩝 입맛 다시며 못마땅하게 퇴장)
광춘이 나가고 난 후, 난 화분을 든 양복 입은 용배, 들어선다.
희정;(반갑게 다가가) 어머, 어서 오세요.
용배;축하드립니다 사모님.
희정;직접 키우신 건 가봐요... 너무 이쁘다... (뒤를 보며)그런데 이 검사 는 같이 안 오셨어요?
용배;지금 오고 있어요, 곧 도착할 겁니다.
(난 화분은 입구에 놓고) 희정, 용배를 데려와 인사시킨다.
희정;이장일 검사 아버님 오셨다.
수미;............!
윤주;어머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용배;윤주 아가씬 더 이뻐졌네.
희정;빨리 이 검사한테 좋은 신랑감 좀 소개하라고 해요.
용배;벌써 일러뒀습니다.
희정;여긴 최수미 작가예요.
수미;(너무나 공손히 예쁘게 용배에게 인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주;장일씨랑 동창이라는데요.
용배;아 그래요? 아이구 장일이한테 이런 동창이 다 있었네 그랴..
윤주;(문으로 시선. 희정에게)이 교수님 오셨다.
희정;그럼 잠깐 말씀들 나누세요.
희정과 윤주는 새로 온 다른 손님에게 눈 맞추며 인사하러 이동.
수미;장일이는 학교 다닐 때부터 존경스러운 친구였어요. 성적도 우수하 고, 사람이 참 바르고 성실해요.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은 티가 났어 요.
용배;(좋아서)아이구.... 그랬어요.
수미;부모님이 누구실까 궁금했는데 오늘 뵙게 되네요. (공손히 고개 숙 여)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용배;아이구 영광은 무슨.....(수미가 맘에 드는)
수미;괜찮으시다면 제가 그림 안내를 해드려도 될까요?
69. 갤러리 / 밤
장일, 걸어오다 주춤 선다. ‘최수미 작가 귀국전’ 이라 쓰여있다. 안을 보면 수미, 용배와 그림 앞에 서서 다정하게 웃고 얘기하는 모습.
장일;..............
장일, 주춤하며 들어가지 않는다. 장일, 돌아서는데 용배, 장일을 본다. 반갑게 소리치는.
용배;장일아! 아들!
장일, 마지못해 안으로 들어간다.
희정;어머 우리 이 검사, 손 한번 잡아봐요. 얼굴 까먹겠다. 좀 자주 보여 줘.
장일;예......
윤주;장일씨 정말 너무 반갑다.
장일;잘 지내셨죠?
용배;(옆에서 벙글벙글, 으쓱해 서있는)
한 쪽에선 수미, 장일을 보며 서 있다.
용배;이 분이 화가 선생이래. 너랑 동창이라면서.
수미;와 줘서 고마워. 초대장은 보냈지만 올 수 있을까 싶었어.
장일;......축하한다.
수미;고마워.
장일, 불편하게 서 있다.
장일;전 바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용배;그래 그래 애쓴다 아들.
장일, 바쁜 걸음으로 나가다 불에 덴 듯 멈춰 선다. 제일 시선이 안 닿는 구석에 장일이 선우를 친 벼랑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화사한 햇빛이 비치는 이기대공원의 모습 부감으로 잡은 듯한 그림.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아주 작게
보인다. (또는 장일 떠날 때 헬리 캠 화면 그림이나)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보이지 않게 햇살은 풍성하다.
장일;...........
수미, 장일이 그림 앞에 서 있는 걸 본다. 수미, 외면한다.
장일;........(수미 쪽을 본다)
수미, 즐거운 듯 윤주와 웃고 얘기하는. 장일 쪽으론 관심도 없다.
장일;(그림 앞으로 한 발 다가선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소년의 뒷통수를
뚫어지게 보는데)
그림 속에 뒤돌아 서 있는 소년, 자신 쪽으로 고개를 쓱 돌리는 어린 장일의 얼굴.
장일; ! (얼어붙어 있는데)
노식;이 검사.... 오랜 만이네.
장일, 돌아보면 노식과 용배 걸어온다.
노식;잘 지냈나 이 검사.
장일;안녕하셨어요.(하고 용배를 보면)
용배;(아들 눈치보며) 원래 못 오시는 일정이었는데 니 얼굴 볼려고 들르 셨단다.
노식;(웃으며)얼굴 좋아졌네.
갤러리 밖 계단. 사람 통해 없는 곳. 카메라 들고 서 있는 광춘.
광춘;저 놈이랑 만나면 13년 동안 감추고 있던 비밀을 내가 폭로할거야. 그런 줄 알어.
수미;(노려보는데)폭로해서 뭘 하게. 선우도 없어진 마당에.
광춘;선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저 사람들은 끝이 안 좋을거야.
넌 그 옆에 있지 마. 알았어? (가고)
수미;..............
와인 잔 들고 이기대 공원 그림 앞에서 있는 노식과 장일.
노식;동기 중에 신준호 검사라고 있지.
장일;예.
노식;그 녀석이 날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유심히 좀 살펴봐라.
장일;회장님을 왜요?
노식;낸들 아나.
장일;아무리 친한 동기라도 수사에 간섭할 순 없습니다.
노식;내가 검찰 조사 받으면 이 검사한테도 좋을 게 없다.
장일;.............
70. 중앙지검 조사실 / 낮
창밖으론 햇살이 화사하다. 창을 등지고 장일 앉아서 자료 살펴보고 있다. 수사관
둘은 창가에 서서
순태;이런 날은 아들놈이랑 자전거 타줘야 하는데....
백구;오늘 이 분한테 얘기 들으면 금방 풀릴 것 같아. 주말엔 집에
갈 수 있겠어.
순태;검사님도 연애 좀 하셔야할텐데....
장일;할 겁니다 걱정마세요.
순태;....오셨나?
장일, 고개를 들면 세련된 차림의 선우가 걸어 들어온다. 자신에게 똑바로 눈을
맞추며.
장일;................!
선우, 다가와 선다.
선우;이장일 검사님 되십니까.
장일;(일어선다. 선우와 눈을 맞춘다)
선우;반갑습니다. 데이빗 김입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장일;.......(선우의 손을 잡으며) 이장일입니다.
장일, 선우 악수한다. 선우, 온화한 미소 지으며 장일을 보고 장일 경련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얼굴로 장일을 보는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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