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11
1. 중앙 지검 조사실 / 낮
창을 등지고 앉은 장일. 놀란 시선. 세련된 차림의 선우가 걸어 들어온다. 자신에게 똑바로 눈을 맞추며.
장일;..........(경악.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선우, 다가와 선다.
선우;이장일 검사님 되십니까.
장일;(일어선다. 선우와 눈을 맞춘다)
선우;반갑습니다. 데이빗 김입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장일;.......(선우의 손을 잡으며) 이장일입니다.
장일, 선우 악수한다. 선우, 온화한 미소 지으며 장일은 경직된 표정. 장일, 악수하고 손을 먼저 뺀다. 공황상태가 된 듯 뻥하니 서 있다.
순태;...... (장일이 왜 이러나 싶은)....언제까지 서 계실 겁니까.
장일;(정신 차리고)앉으시죠.
선우;(의자에 앉는다)
선우, 자신감 있고 여유 있다. 일부러 비아냥거리지 않는다. 담담하고 밝은.
순태;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커피나 녹차...
선우;전 그냥 물 한잔 주십시오.
순태, 나간다. 장일과 90도각을 이루는 자리에 백구가 앉는다.
(조사실에서 검사는 언제나 창을 등지고, 수사관은 90도 각으로 앉음)
장일, 공황상태에 빠진 듯 아득하고 정신없다. 선우는 편한 표정으로 조사실을 둘러보고 장일도 보고.
장일, 아무 말도 안하고 선우를 보고 있다. 선우의 눈동자를 쫓고 있다. 옆에 앉은 백구, 장일이 왜 이러나 싶어 장일에게 싸인 보내듯 흠흠 기침한다. 장일, 정신이 들어
장일;..........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우;별 말씀을요.
장일;데이빗 김 대표님.
선우;예, 검사님.
장일;현장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서 모셨습니다.
선우;제가 뭐 크게 아는 건 없지만 힘 닿는데 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순태, 머그 잔 들고 들어온다.
순태;드시죠.
선우;감사합니다. (물잔 들어 한 모금 마신다)
장일도 호흡을 가라앉힌다. 놀람과 충격, 며칠 전 농락했다는 기분에 불쾌함까지
섞여 복잡한 장일.
장일;그 일을 하신지는 오래 됩니까?
선우;음.... 미국에서 공부 마치고 부터니까. 한 7년 정도?
장일;.........(미국....이란 말에... 눈썹이 살짝 실룩해도 좋겠고)
선우;물론 저보다 앞서 준비를 하신 분이 있죠. 매장량 조사를 하고 정부 에 개발승인을 신청하고... 그런 작업은 13년 전부터 시작했어요.
광물 개발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장일;그럼 미국에선 지질학을 공부하셨습니까?
선우;전공은 경영학을 했는데 뭐 두루두루 관심이 많아서 졸업도
늦었습니다.
백구;(데이빗 김 인적사항 메모 들춰보며)아이비리그에서 공부를 하셨네 요?
선우;고등학교 때까지 공부 안하고 싸움질만 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어요. 공부 따라 잡느라고 아주 힘들었습니다.
장일;..........(들고 있는 날카로운 연필 끝을 수직으로 세워 서류에 가볍게 톡톡톡)
순태;(선우에게 자료를 내민다)여기 자료 한번 보시죠.
선우;(보는)뭐 엄청 거창하게 써놨네요.
장일;저희가 지금 수사를 진행 중인 업체입니다. 그 쪽에서 낸 자료인데
한번 읽어봐 주세요.
선우;(자료를 읽어 보는)
장일;.......(책상위로 손가락 다그락. 자료를 읽고 있는 선우의 눈동자를
주시하고 있다)
선우;이 지역엔 여기 명시된 만큼의 매장량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일;그렇습니까?
선우;저희도 이 일대의 지질을 탐사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매장량이나
여러 조건이 맞질 않아서 다른 지역을 선택했어요.
장일;그렇군요....
선우;그런데 이런 수사는 금조부에서 하는 거 아닙니까?
장일;저희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우;...... 내가 지금 피의자로 조사받는 겁니까?
장일;........(순간 연필심을 부러뜨릴 뻔)
선우;.......(빤히 바라보는)
장일;금융 조세 조사부에서 하는 수사가 있고 특수부에서 하는
수사가 또 따로 있죠. 수사대상도 좀 다르고.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 니다.
선우;괜찮습니다.
장일;데이빗 김 대표님은 이 업체가 매장량을 과장한 것 같다는
말씀이시죠?
선우;그렇습니다. 하지만 계획적인 사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장일;무슨 말씀입니까.
선우;첨단 장비가 있어도 매장량 조사엔 오차가 있습니다. 실제로 남이
훑다 버리고 간데서 광맥이 터지기도 하구요.
순태;아... 그렇군요.
선우;그래서 너는 못 찾았지만 나는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포기를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은 못해도 나는 해낼 수 있다, 조금 만 더 깊이파면 있을지 모른다.
장일;대표님도 그렇게 개발에 성공하신 겁니까.
선우;최악의 조건에 부딪힐 때 마다 그렇게 생각했죠. 이게 끝이 아니다.
플래쉬 백 -- 6부. 장일네 거실.
선우;이게 내 인생 끝이 아니라고 믿는 거.
조사실. 장일, 선우를 보며 미소 짓는다.
장일;훌륭하시군요.
선우;별 말씀을요.
2. 복도 엘리베이터 앞 / 낮
선우를 배웅하는 장일과 수사관들.
장일;오늘 감사했습니다.
선우;또 필요한 게 있으심 언제라도 연락 주십시오.
선우, 엘리베이터를 탄다. 문 닫히며 장일과 선우, 엇갈리는 시선.
세 사람, 사무실로 걸어간다. 장일은 딴 생각에 잡혀 멍해있다.
순태(E);매장량 뻥튀기에 고의성이 있는 지 없는지가 또 관건이네요.
백구(E);아 이거 얘기 풀기 더 어려워 진 거 같은데....
장일 갑자기 옆에 있는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장일;먼저 들어가 계세요. (엘리베이터 타고)
3. 야외 주차장 / 낮
선우, 고급 승용차를 향해 키 ‘삑’ 누르며 걸어간다. 차 문을 여는데
장일;김선우!
장일, 저만치서 걸어온다. 아까보단 긴장을 풀고 차분한 얼굴로 간다. 선우, 차에 타지 않고 서서
선우;안 바빠?
장일;(다가와 선우 앞에 서는)너 어떻게 된 거야.
선우;내 눈? 수술에 성공했어. (장일의 넥타이를 가리키며)남청색 맞지?
장일;........ 며칠 전에 나 만나서 쇼한 건 뭐야.
선우;놀래켜 주고 싶었는데 니가 기회를 안 줬어. 바쁘다고 빨리 가
버렸잖아.
장일;성공한 사업가 데이빗 김이 그렇게 유치한 생각을 했단 말야?
선우;나 원래 유치하고 무식했어. 기억 안나?
장일;기억 나는 것도 같다.
선우;니 앞에서 안 보이는 척하다가.... 장일아 이제 니가 보여!.... 이럼
얼마나 놀라고 기뻐해줄까.... 상상하고 갔는데 허탕 치고 왔잖아.
섭섭했다.
장일;나도 섭섭하다. 기뻐할 타이밍이 애매해졌잖아. 이런 기적이 일어났 는데.
선우;다시 봐서 반갑다.
장일;너 대체..... 미국은 언제 어떻게 간 거야. 10년 넘게 계속 외국에
있었던거야?
선우;(지갑에서 명함을 빼 건넨다)조만간 술 한 잔 하자. 밀린 얘기는
그때 하구.
‘Loyal Tree 대표 데이빗 김’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가 적힌 심플한 명함.
선우의 차, 떠난다.
장일;...............
4. 복도 / 낮
장일, 걸어간다. 묘한 소용돌이에 빠져가고 있는 느낌. 다시 어깨를 세우고 걸어간다.
5. 소 회의실 / 낮
흰색 보드판 위에 앞에 빨강 노랑 초록 자석을 붙이며 설명중인 신준호. 장일, 들어선다. 준호와 같은 팀 수사관들 모여 있다. 장일, 문 닫고 나가려다가
보드에 쓰여 있는 ‘진노식 회장’ 이란 글씨를 보곤 멈칫. 들어와 뒷자리에 앉는다. 준호, 개의치 않고 보드펜으로 화살표 그리며 설명 중. 커피와 군것질 꺼리 놓고 하는 가벼운 회의.
< DC증권 대주주 김은태(초록) / 상범 그룹 오현범 (노랑)/ 진승 그룹 진노식 회장 (빨강)>
준호;DC증권 대주주인 김은태는 상범그룹 오현범 회장을 만나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DC증권을 인수해 달라고 했어요. 이때 두 사람 사이에
줄을 놓은 것이 이고영 전 차관. 진회장으로부터 금품 수수의혹을
받고 있구요.
장일;...........
준호;진노식 회장은 상범의 2대 주주로 상범이 DC증권을 인수할 수 있게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어요.
수사관들 주섬주섬 챙겨 나가고 준호, 장일 앞에 사이다 캔을 놓아준다.
준호;피곤해 보인다.
장일;오늘은 집에 가서 좀 자야지.
준호;너 진노식 회장 잘 알아?
장일;........무슨 뜻이야?
준호;같은 고향 아냐? 부산에선 유명한 사람이라던데.
장일;그 때 캐고 있다는 사람이 진회장 이었어?
준호;응. 뭐 얘기꺼리 없냐.
장일;그 사람 그냥 부지런한 사업가야. 머리 쓸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의심 끊어.
준호;비자금 만들어 로비하고 있는데도? 그것뿐만이 아냐.
장일;(말 끊어)준호야, 세상에 백 퍼센트 순도를 가진 조직이나 오너가
어딨겠어. 누구나 흠집은 조금씩 다 있는거지. 진노식 회장은 니가 그렇게 열심히 캐기엔 허접하다.
준호;그건 내가 판단할게.
장일;내가 알찬 소스하나 줄게 기대해 봐. 진회장 같은 피라미는 치우고.
준호;내가 판단 한다니까. 넌 가서 좀 자. 피곤해 보인다.
6. 장일 검사실 / 낮
장일, 들어와 털썩 앉는데 책상에 예쁜 소포와 사탕 초콜렛 선물 카드가 여러 개.
클래식 CD도.
장일;이게 다 뭐죠?
소영;검사님 팬들이 보낸 선물이죠. 지난주에 견학 왔던 학생들이 보냈나 봐요.
장일, 큼지막한 카드 하나 열어보면 “아저씨처럼 훌륭하고 잘생긴 검사가 되고
싶어요!” “억울한 사람도 많이 도와 주세요, 아이 러브 검사님”
장일;............
(E);전화벨
소영;네 이장일 검사실입니다...... 네. 잠깐 기다리세요. (장일 보고)
데이빗 김씨라는데요.
장일;(전화 들어)여보세요.
7. 서울 선우 사무실 + 장일 검사실 / 낮
(21층 펜트하우스) 선우, 창을 등지고 앉아 통화 중.
선우;장일아, 내가 아까 하나 깜빡한 게 있다.
장일;...... (서류를 카트에 넣고 있는 소영을 보며)네, 말씀 하십시오.
선우;니가 조사 중인 그 업체 사람들 사기꾼이야. 현지에서도 소문이 아주 안 좋아. 거기 매장량 없다는 건 꾼들이면 다 안다.
장일;아깐 왜 그 얘기 안하셨습니까.
선우;내가 너무 쉽게 답을 주면 니가 유능한 검사처럼 안 보일 거 아냐.
수사관들 앞에선 내가 일부러 꼬이도록 대답을 했지.
장일;그런 배려까진 필요 없는데요.
선우;너, 나한테 돈 꿨었니.
장일;(날선)뭐?!
소영;(이상하다는 듯 장일을 본다)
장일;......(표정 가다듬고)
선우;내가 연락한 걸 못마땅해 하는 눈치라서 말야. 돈을 꿨어도 상관 없 다. 기억 안 나니까.
장일;뭔가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장일 검사실. 소영, 카트를 끌고 나간다.
장일;(기다렸다는 듯이)김선우, 오늘 저녁에 만나자. 시간 좀 내.
선우;미안하다. 오늘 저녁은 미팅이 있어. 다시 연락할게. (끊는)
장일, 전화 들고 있다 쾅 내려놓는다.
8. 호텔 비즈니스 룸 / 밤
선우, 독일 사업가와 회의 중. 통역사가 중간에서 통역한다.
독일남;(독어)우리 사업장은 프랑크프루트 공항과 아주 가깝습니다.
물류수송은 다른 어느 곳 보다도 강점이 있죠. 저희 은행에서도
투자에 긍정적입니다.
지원, 프로젝션을 살피고 연결된 노트북 스피커들을 점검한다. 점검하는 척 하면서 선우를 본다. 선우, 회의에만 몰두해 있다.
통역;(통역하는)프랑크 푸르트 공항하고 사업장이 가깝기 때문에..........
선우;(됐다고 통역에게 손짓하며)그건 알아들었고,
지원;.......
선우;그 쪽에선 몇 퍼센트나 투자 가능한지 물어봐 주세요. 예상 시기하 고.
통역;(독일남에게 독어로 묻고)
한 쪽에 차려진 다과 테이블에서 커피를 따르는 선우.
지원;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
선우;질문을 좀 바꿔 봐요.
지원;네?
선우;정말 필요한 게 있으면 해줄 거예요?
지원;.......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선에선.....
선우;회의 끝나면 다 같이 공연 보러 가기로 했는데 동행할 수 있어요?
지원;그건 곤란합니다. 저희 호텔 내에서 가능한 것만....
선우;다음 부턴 필요한 거 없냐고 묻지 마세요.
지원;...........
선우, 커피에 설탕을 넣는데 지원 핸드폰 벨이 울린다.
지원;네, 장일씨.
선우;.........
지원;내가 다시 전화할게요. (끊는)
선우;수고하세요.
지원;필요 하신 거 있음 연락주세요. 제 핸드폰 번호는 아시죠?
선우;질문을 바꾸라고 했을 텐데요. 1분 전에.
지원;원하시는 게 아니라 필요하신 거요. 회의 팀과 공연에 동행하는 게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냥 그랬음 좋겠다 원하신 거지.
선우;......면접 때 그런 태도면 불합격입니다. 참고하세요.
선우, 커피 들고 가서 앉는다. 지원 무시하고 다시 회의로. 지원, 선우 쪽을 바라보다 돌아서 간다.
9. 장일 검사실 / 밤
예쁘게 꾸며진 6인용 테이블 세팅의 소연회장 사진, 출력된 상태로 보고 있는
장일.
장일;맘에 들어요. 지원씨가 꾸민 건데 당연히 맘에 들죠.
지원(F);다행이네요.
장일;그때 그 실장과의 일은 잘 해결됐어요?
10. 대연회장 / 밤
텅빈 연회장. 테이블 놓고 테이블 보 씌우고 준비 중인 스탭들. 한 켠에 서서 전화받는 지원.
지원;해결하는 중이예요. 고마워요 장일씨.
장일;.......맥주 한잔 할래요?
지원;내일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야근이예요.
다음에 내가 살게요, 장일씨.
장일;그래요 그럼.
11. 장일 검사실 / 밤
핸드폰 내려놓는 장일. 장일 혼자 있는 방. 쓸쓸하다.
12. 호텔 스위트 룸 / 밤
쿤, 진정서 겉표지를 선우에게 보여준다. A4용지 윗칸에 ‘진정서’ 그 아래로
<진정인 김선우 780412- 1097654. 로얄트리 인베스트먼트 대표>
<피진정인1 진노식 진승그룹 회장 02 5550- 0001 / 피진정인2 김용배 푸른
화훼농원 /피진정인 3 이장일 서울중앙지방 검찰청 검사>
쿤;피진정인은 진노식 김용배 이장일 세 사람으로 할까요?
진정 내용에 이장일씨의 살인미수도 넣구요.
선우, 종이를 찢는다.
쿤;............(인상 쓰는)...
선우;일단 진노식 회장 한 사람으로만 해요. 아버지랑 셋이 찍은 옛날
사진 첨부하고.
쿤; 진노식 회장만요?
선우; 일단 하나씩 목을 조이는 겁니다.
쿤; 새로 발견된 확실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는 이상 재조사를 해주진
않을 겁니다.
선우;그럴 확률이 크죠. 우린 그 다음 스텝을 기대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쿤, 샴페인을 잔에 따른다.
쿤; 미스터 문은 다음 주 도착이십니다.
선우; 아버지가 쓴 편지를 가지고 오실 거예요. 중요한 증거물이 될 겁니 다. 진회장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가 써 있다니까.
쿤, 선우에게 샴페인 잔을 건넨다 선우 잔을 잡으려고 하는 찰라 거두면서
쿤; 아, 여기서 말고 바에서 한잔 할까요. 한지원 과장 불러놓고 괜히
트집도 잡으면서? (악동같은 애교 표정)
선우;(샴페인 잔을 뺏는다)
쿤;.......
선우;내가 너무 늦게 온 것 같아요. 그 사람한테는.
쿤;만약 그렇다해도 세상의 반이 여자예요.
선우;내 인생의 반이 그 사람 이예요. 그 사람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요.
쿤;(어깨 으쓱...)진정서 다시 만들게요.
선우, 서랍을 연다. 지원의 사진, 눕혀진 액자 속에서 웃고 있다.
13. 장일네 거실 / 밤
수미의 전시회 팜플렛 애정 어린 눈길로 보는 용배. 예쁘게 나온 수미 사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용배; 참 곱다.....
용배, 팜플렛에 볼펜으로 쓰인 전화번호 보고 잠시 수줍은 듯 망설이는....
14. 호텔식 레지던스 / 밤
수미, 통화중.
수미;(놀라)어머! 안녕하세요.
용배;주말쯤 시간 어때요? 내 생일이라고 장일이가 저녁 한 끼 근사한
데서 먹자는데.... 최작가 내가 초대하고 싶어서요.
수미;아버님이 초대해 주시는 거면 당연히 가야죠. 그런데 장일이가 황당 해 할 것 같은데요.
용배;내 손님 내가 초대하는 데 뭐가 황당해요.
수미;초대 감사합니다. 꼭 갈게요.
용배;그럼 주말 저녁에 봅시다. 장소는 다시 알려줄게요.
수미, 전화 끊는다. 미소.
15. 장일네 거실 / 밤
용배, 흐뭇한 표정으로 TV보는데 장일, 들어온다. 피곤한 얼굴.
용배;(TV 끄며)아들 왔냐. 오늘은 웬일루 12시 전에 집엘 왔어.
장일;이런 날도 있어야죠.
용배;저녁은 먹었고?
장일;네.
장일, 귀찮다는 듯 건성으로 대답하고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낸다.
용배;생일날 내 손님 한 둘 더 초대해도 되겠지?
장일; (캔을 딴다) 아버지 좋으실 대로 하세요.
장일, 소파에 털썩 앉는다. 맥주를 마신다.
용배; 한치 한 마리 구워주마.
용배, 일어서 주방쪽으로 가는데
장일;선우가 눈을 떴어요.
용배; !
장일;선우가 앞을 봐요.
용배;그게 무슨 소리냐. 선우가 눈을 뜨다니.
장일;선우가 눈을 뜨고 제 앞에 나타났어요.
용배;.........그게 무슨 소리야 그저께 우리가 만났을 때만 해도....
장일;쇼 였대요.
용배;뭐!?
장일;우리를 놀래켜 주려고 쇼한 거래요.
용배;그 녀석 제 정신인거냐.
장일;이름도 데이빗 김이 돼 있고 미국에서 공부를 마쳤어요. 성공한
사업가가 돼서 오늘 감정인 자격으로 왔다갔어요.
용배;그 녀석이 어떻게? 무슨 수로?
장일;모르죠.
용배;진노식 회장님한테 말씀 드려야겠다.
장일;진회장 한테 선우얘길 왜 하시게요?
용배;........
장일;아버지, 알아두세요. 선우 소식을 진노식 회장한테 알릴 필요가
없어요.
용배;...그래.
장일;진회장한테 연락와도 만나지 마시구요.
용배;미국엔 누가 보내준 거래? 어쩐지 그날 입성이 추레하진 않더라니.
장일;조만간 만날 거예요.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겠죠.
용배;(캥기는)선우 녀석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장일;.......(불안함 누르고 애써 담담)선우는 그냥 수술해서 눈을 뜨고,
잘돼서 돌아온 것 뿐 이예요. 선우도 우리도 지금처럼 그냥 잘 살면 돼요.
16. 브리핑 실 / 낮
장일, 브리핑 중.
장일;빅토리 마이닝 대표 윤철식 회장을 광산개발에 관한 허위 공시와
주가 조작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빅토리 마이닝은 2011년 1월, 5억 톤이 묻혀있는 석탄 매장의 개발 권을 획득했다는 공시를 낸 뒤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17. 장일 검사실 / 낮
장일 들어서면 박수쳐주는 수사관들.
장일;오늘 우리 회식할까요.
순태;그럼 안 할려고 하셨어요?
백구;삼겹살 횟집 중에 어디.
소영;횟집.
순태;삼겹살.
장일;1차 횟집, 2차 삼겹살. (판결)탕탕탕!
소영;콜! 지금 예약할게요.
순태;데이빗인지 데리민지 그 분 말 무시하고 가길 잘했습니다. 밀어 붙이 길 잘했어요.
장일;..........(씁쓸히 웃는)
18. 카페 / 낮
경필 사건 당시의 형사1과 마주 앉아있는 선우. 경필과 어린 선우의 사진을 보고 있는 형사. 사진을 보고 선우를 본다.
형사1;기억 나요.
선우;형사님은 그대로시네요. 새치만 좀 생기시구.
형사1;큰일을 겪었는데도 잘 이겨내셨네. 그때 도움이 못 돼 미안했어요.
선우;그 당시에 듣기론 형사님께서 이 사건 좀 의문점이 있다고 하셨다면 서요.
(2부 플래쉬 백 -- 경필 매다는 용배와 경필 끌어내리는 선우....
플래쉬 백 너무 많은가?)
형사1;아들한테 만나자고 해놓고 목을 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긴 했죠. 나무에 난 줄 자국도 보통 다른 사건과 달랐고. 뭔가 밟고 올 라 서서 목을 맬만한 게 마땅치 않았어요. 누가 줄을 걸고 잡아
땡겼으면 모를까.
선우;그런데 왜 강하게 어필 안하셨습니까.
형사;중요한 국제회의로 다들 정신도 없었고, 그때 아버지 끌어 내린다고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잖아요. 그래서 참 쉽지 않았어요.
선우; 그것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습니다. 제가 일을 더 그르쳤어요.
형사1;그 때 아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수없이 경찰서에 오고 해서....
마음에 걸리는 사건으로 남아있었어요.
선우의 핸드폰 벨 울린다. ‘이장일’ 이름 뜬다. 선우, 벨소리 줄이고 무시한다.
선우;진정서를 다시 낼 건데 형사님 의견 같이 써도 됩니까.
형사1;........그렇게 하세요.
19. 건물 옥상 / 낮
핸드폰 들고 서 있는 장일.
장일;전화 받아, 데이빗 김..... (계속 되는 연결음.... 버럭 소리치는)
전화 받으라고 김선우!
20. 회장실 / 낮
정장입고 반듯하게 찍은 신준호 사진을 보는 노식.
차실장;이장일 검사와 연수원 시절부터 친했고 두 사람 모두 우수한 성적 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근육으로 수사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추진 력이나 뚝심이 강한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노식;순진한 게 아직 애송이구만. 집안은?
차실장;아버지는 고등학교 교감으로 계시고 어머니는 전업주부, 밑으론 대기업에 다니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노식;미혼인가? 이혼남 아니지?
차실장;예, 아직 미혼입니다.
노식;모든 인맥 다 동원해서 우리 윤주랑 중신 좀 세워 봐. 이검사 한테
부탁하는 것 보단 그게 낫겠다.
차실장;윤주씨랑요?
노식;우리 윤주가 나이가 좀 위지만 어떤가. 요즘은 그게 대세라면서.
신준호 검사, 윤주랑 선볼 수 있게 해 봐. 탄탄한 중소기업 사장의
딸이라고 신분 감추고.
차실장;........알겠습니다.
노식;참, 데이빗 김은 연락이 됐나?
차실장;알아 보는 중입니다.
21. VIP 라운지 / 낮
커피 마시는 선우. 노트북으로 기사를 검색한다. 진노식과 마희정 박윤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辰乘 그룹 가족경영> ‘JS갤러리 재개관. 젊은 작가들 초대 기획전 ’
선우;.........
22. 고급 스파 / 낮
나란히 엎드려 등 맛사지 받고 있는 희정, 윤주.
희정;아으 시원해....
윤주;조용히 좀 받어. 할머니처럼 소리 내지 말고.
희정;(퍼뜩 생각 난 듯) 최수미씨도 데려 올 걸 그랬다.
윤주;공과 사는 구별해요. 이런 델 같이 왜 와.
희정;그런 화가랑은 친해놔야 돼. 지금 에이전트랑 계약 끝나면 내가 계약 하고 싶더라.
윤주;최수미 좀 특이해.
희정;특이하니까 예술가지. 난 걔 좋더라.
(E);핸드폰 벨
윤주;(맛사지 사에게)죄송해요. (엎드린 채 전화기 본다 모르는 번호.
갸우뚱)여보세요?
선우(F);잘 있었어요? 나야 데이빗.
윤주;(반갑게 벌떡 일어나)어머 너 어디야...... 언제 들어 온거야.
희정;(일어나 앉는 윤주를 보며 눈살 찌푸리는. 윤주 통화하는 위로)
쯔쯔..... 가슴 수술 좀 하라니까.
23. 카 페 / 낮
선우, 일어나 있다. 윤주, 다가오자 반갑게 손잡고 어깨 두드리며 인사. 편하고 친한 사이로 보인다.
선우;잘 지냈어요?
윤주;야 너 한국엔 언제 온 거야?
선우;온 지 얼마 안됐어요. 그새 많이 이뻐졌네.
윤주;방금 경락 받았거든. 아 목 말라.
쥬스 잔 찻잔 놓고 앉아있는 두 사람. 두 사람 앞에 상대방의 명함 놓여있고.
윤주;너두 장난 아니다. 완전 근사해졌는데.... 사업해서 큰 돈 벌었다는
얘긴 들었어.
선우;큰 돈은 무슨.... (명함 보며)갤러리에서 일해요? 실장님이네.
윤주;응 일단은.... 그런데 곧 기획 사업부로 보내질 것 같아.
선우;멋지네. 학교 다닐 땐 공부 제대로 안하더니.
윤주;쉿! 집에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줄 알아.
선우;아버지가 진노식 회장이었어요?
윤주;새 아버지. 그래서 성도 박윤주 그대로 쓰잖아.
선우;진회장님은 강동물산 주식 왜 그렇게 사들여요? 거기도 작업 중인가.
윤주;워낙에 꿈이 큰 분이니까. 야, 마침 잘됐다.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 광산개발에 요즘 관심 갖고 계시던데.
선우;(웃는)그래요. 나쁠 거 없지.
24. 회장실 / 낮
기분 좋은 듯 웃고 있는 노식.
노식;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윤주 친구일 줄은 몰랐구나. 당장 만나자.
윤주;그 친구가 계속 미팅이 잡혀있어서.... 금요일 쯤 시간된대요. 그날
선약 없으세요?
노식;차실장한테 조정하라고 하면 된다.
윤주;그럼 금요일로 하고 장소는 제가 잡을게요.
노식;그래 애썼다 윤주.
윤주;뭘요....
노식;참 윤주야.....
윤주;네?
노식;아니다....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25. 단란주점 / 밤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순태와 백구. 소영도 탬버린 치며 춤추고. 다들 취하고
기분 좋다. 장일, 앉아서 술만 마신다. 준호, 들어온다.
준호;(춤추는 세 사람 보고)가관이다.
장일;어서 와 신준호.
준호;축하한다.
노래 끝나고 순태 소영 백구 서로 먼저 노래 책을 뒤지려 실갱이하는
장일;(술 따라주며)한 잔하고 너도 노래 부르고 가야 돼.
소영;신준호 검사님 노래 못해요. 하지 마요.
준호;부르래도 안 불러요. (맥주 마시며)나 진회장 수사는 일단 스톱했다.
장일;.....(안심 시원 후련)...왜?
준호;진회장이 연관돼 있는 건 분명한데 박차관까지
치고 올라갈 수가 없네. 진회장, 박차관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더는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
장일;그래 잘했다. 더 큰 고기를 찾아봐.
장일, 준호 건배하고 마신다. 장일, 마음이 편해지는....
26. 호텔 지원 사무실 / 밤
지원, 컴퓨터 앞에서 바쁘다.
지원;흉부외과 닥터 포럼은 인원 확정된거야?
여직원1;네, 5백 명 확정이요.
지원;인원이 늘었네. 그런 건 빨리 알려줬어야지. (컴퓨터에 인원 수 바꾸 느라 정신없는)
여직원2;실장님 지금 쫄아 계셔서 바로 연락 못드렸나봐요.
지원, 핸드폰 벨 울린다. 지원, 컴퓨터 보며 정신없이 핸드폰 보는데 ‘이장일’ 이라 뜬다.
지원;(전화 받아 말하려고 하는데 )
장일이 부르는 노랫소리 들린다.
지원;............
27. 노래방 + 호텔 사무실 / 밤
장일, 노래한다. 소영, 반한 듯 쳐다보고 옆에선 순태가 핸드폰 들어주고 있다.
장일;(노래..)
호텔 사무실. 장일의 노래 듣고 있는 지원.
지원;.............
장일 노래한다. 술 마시는 준호 소영 백구.
준호;누구한테 전화해서 저 짓 하는 거예요?
백구;당연히 여자겠죠.
소영;남자일 수도 있고.
순태, 술 취해서 노래에 맞춰 핸드폰 흔들다가 손에서 떨어뜨린다. 순태, 집어드는데
순태;검사님 다시! 전화 끊어졌어요.
소영. 백구; 으.........분위기 좋았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순태;왔네요 왔어. (발신자 보며)여자친구 이름이 김선우예요?
장일;.........
준호;남자 이름이네. 목소리 확인해 보세요.
장일;.........(전화 뺏어 얼른 받는) 여보세요.
선우(F);아깐 전화 못 받아 미안하다. 지금 술 한 잔 할까?
28. 선우 사무실 / 밤
장일, 들어선다. 넓은 사무실, 야경 좋은 방. 둘러보는 장일.
선우, 한쪽 테이블에 위스키와 와인 샴페인 꺼내놓고.
선우;니가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꺼내봤다.
(장일보고)술 좀 마신 얼굴이네?
장일;회식 하던 중이었거든. 위스키로 하자.
선우;아 맞다, 너 술 센 놈이었지.
장일;...........
얼음 잔에 가득 채워진 위스키. 건배하는 두 사람.
선우;넌 어릴 때랑 얼굴이 똑같다. 내가 눈 감고 있을 때도 그 얼굴이었 니.
장일;(픽 웃으며)너도 똑같애.
선우;나야 고생을 해서 팍 늙었지.
장일;너 어떻게 지냈어.
선우;아버지 친구 분 도움으로 미국엘 갔고, 수술했고, 공부했고.
그 분 일 도와서 무식하게 뛰다보니까 돈도 따라왔다... 끝!
장일;(웃는)간단하네. 아버지 친구는 누군데.
선우;니가 말하면 아냐? 그냥 좋은 분.
장일;하늘이 널 도왔구나 다행이다.
선우;진회장님은 안녕하시구?
장일;왜 그 분 소식을 나한테 물어?
선우;사업을 해보니까 돈에 대한 개념이 좀 달라지더라구. 진회장이 너한 테 장학금을 준 건 일종의 투자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너한테 귀찮은 부탁 같은 거 안하는 지 걱정도 되구.
장일;별 걸 다 걱정한다. 그런 일 없어.
선우;그럼 다행이구. 장일아, 우리 언제 시간 내서 한번 내려갈까.
우리 같이 벌 받던 교실도 그립고, 땡보네 애들 피해 도망치던
시장 길도 다시 가보고 싶다.
장일;아득한 옛날 일 같다.
선우;장일아. 왜 그랬니.
장일;........뭘.
선우;나한테 왜 그랬어.
장일;........... (초긴장)
선우;우리 아버지 내가 어릴 때 돌아가신 게 아니었잖아. 내 기억이
잘못돼 있음 바로 잡아 줬어야지.
장일;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기억이 났어?
선우;한참 후에 떠올랐어. 나한테 아버지 얘길 제대로 준 사람은 광춘
아저씨랑 금줄 밖에 없어.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니가 얘길
해줬어야 하는 거 아냐?
장일;미안하다. 배려였어. 니가 혼란스러워 질까봐 일부러 말 안 한거야.
선우;그럴꺼라 이해했다.
장일;미안해.
선우;장일아, 이제 약속 지켜줘.
장일;........무슨 약속....?
선우;니가 검사가 되면 우리 아버지 사건 제대로 조사해 주겠다고 약속했 잖아. 합격 잔치 날.
장일;...... 그래 그랬었지.
선우;아버지는 자살하지 않았어.
장일;.......... (대체 어디까지 기억을 하나 두렵고)
선우;내가 아버지를 발견한 것 까지 기억 나. 그때 너랑 같이 있었고
니가 경찰서에 같이 가줬어.... 나 그때 니가 옆에 있어서 많이 의지 가 됐다.
장일;..... 선우야 미안하다.... 그날 한 약속을 지금 당장 지켜주긴
어려워. 내가 지금 형사부 소속도 아니고... 그 사건을 조사하긴 좀 뜬금이 없다.
선우;나도 무리한 부탁이란 거 알아. 부담 줘서 미안하다.
장일;내가 형사부 후배한테 얘기는 해 볼게.
선우;그래 고맙다.
29. 거 리 / 밤
장일, 춥다. 옷을 여미고 걸어간다.
30. 장일 방 / 밤
양복 입은 채 침대로 추은 듯 들어가는 장일. 반팔 입은 용배, 따라 들어온다.
용배;아무리 피곤해도 옷은 벗고 들어가야지.
장일;아버지 추워요. 담요 좀 갖다 주세요.
용배;몸살이야? 그동안 애쓰고 긴장이 풀려서 그렇구나.
장일;(이불 더 여민다) 창문도 닫아주세요.
용배;뜨거운 물 받아 놓을테니까 푹 담궈 그럼.
장일;좀 있다가요 (이불로 파고 들며) 추워요.
용배;그래 그래. 물 받아 놓으마. (나가려는데)
장일;진회장님한텐 걱정 말라고 얘기하세요.
용배; (돌아본다)뭘?
장일;염려할 거 없다고 전하면 알아요.
장일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쓴다.
31. 입원실 / 밤
잠든 지원 엄마. 꽃바구니, 과일 바구니 놓여있다. 지원 엄마 손을 잡고 머리도
한번 매만져 준다.
해원(E);언니 오후에 언니 친구란 사람 다녀갔어. 이장일이라고 되게 미남 이더라. 엄마랑 한참동안 얘기하고 웃고... 우리 몰래 원무과에서
입원비도 내주고 갔어. 그 사람 언니 애인이야? 엄마가 그 사람 엄청 맘에 들어하던데.
지원;............
32. 장일 방 / 밤
핸드폰이 울린다. 장일, 이불 속에서 핸드폰 꺼내 본다.
장일;(반가움 와락)지원씨.....
지원(F);병원엔 언제 왔다간 거예요. 입원비는 나도 있어요. 돌려드릴게요.
장일;내가 지금 너무 춥거든요.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해요.
지원(F);어디 아파요?
33. 공원 / 밤
장일, 벤치에 앉아있다. 지원 다가온다.
장일;.......
지원;무슨 일 있어요?
장일;(옆 자리에 앉으라고 의자를 툭툭 친다)
지원;.........(옆에 앉고)
장일;너무 추워서 정신이 없네요.
지원;수사 끝나고 긴장 풀려서 그런 거 아니예요? 뉴스 봤어요.
장일;봤어요? 이번 것도 골치 아픈 수사였어요.
지원;이러다 진짜 몸살 오겠어요. 얼른 집에 가서 푹 자요. 내일은 출근하 지 말고 확 제껴요. 전화도 꺼놓구.
장일;(웃으며)내가 지원씨 이런 모습에 반했어.
지원;..........
장일;부경화학 강당에서 어린 한지원 멋있었어요. (지원 무릎에 누으며) 나 이렇게 10분만 자게 해줘요. 추위 가실 때 까지만.
장일, 지원의 무릎을 베고 누워 눈을 감는다. 지원, 어쩔 줄 모른 채 가만히 앉아있다. 장일추운 듯 몸을 웅크린다. 지원, 가방에서 스카프를 꺼내 덮어주는데 장일눈 감은 채 지원의 손을 잡는다.
지원;.....(주춤..... 뺄수도 없고)..........
벚꽃잎 팔랑팔랑 거리며 두 사람 위로 떨어진다.
34. 스위트 룸 / 밤
침대에 자고 있는 선우. 악몽을 꾸는 듯 버럭 소리 지르며 일어나 앉는다.
선우;어두워, 불 켜! 안 보여. 불 키라구! 불 켜.
다른 방에서 미스터 쿤 달려온다. 스탠드, 침대 머리 맡, 책상..... 온 방의 불을
켠다.
쿤; 데이빗 왜 그래요. 또 악몽을 꾼 거예요?
선우;(머리 아픈 듯 잡는다)다시 눈이 안 보이는 꿈을 자꾸 꿔요.
쿤; 머리도 계속 아파요?
선우;......가라앉겠죠.
쿤; 내가 열 받아 못 참겠어요. 진정서에 이장일 이름도 씁시다. 살인미수 도 공소시효 15년 이예요.
선우;가서 주무세요.
쿤; 설마 친구라고 봐줄 생각 있는 건 아니죠?
선우;누가 내 친굽니까.
쿤; 그러니까요.
쿤, 방으로 돌아간다. 선우, 안정을 찾고.... 침대 옆의 스위치를 눌러 불을 하나씩 다 끈다. 침대에 눕는다.
35. 갤러리 / 낮
커다란 꽃바구니 리본에 ‘축하합니다! 옛날 친구 김선우’
금줄, 갤러리에서 핸드폰 들고 나온다.
금줄;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금줄 내려가고 잠시 후 수미 걸어오다 꽃바구니에 걸린 리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수미; !
수미,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린다. 문 밖으로 나와 다시 보고.
윤주;.......왜 그래요?
수미;실장님, 이 꽃바구니 누가 놓고 갔어요?
윤주;방금 어떤 남자분이요.
수미;시각 장애인이었죠?
윤주;아뇨. 몸집 이렇게 퉁퉁하고 목에 금목걸이 건 남자. 다시 또 보러온 다고 했는데.
수미;...........
36. 극단 소극장 / 낮
광춘, 연기 중.
광춘;그 놈이 여기 왔다. 그 놈이 여기 왔어.... 숨이 막혀....
단원;그만하세요. 이게 무슨 신이 내린 연기야.
광춘;내가 방금 한 게 뭔지 아냐? 사람 운명을 바꿔놓을 뻔한 연기였어.
단원;뻥치시네! 밥이나 시킬게요. 김치찌개 드실거죠? (분장실 쪽으로)
광춘;내 공기밥은 현미로! 찌개에 조미료 넣지 말고.
수미, 들어온다.
광춘;어이구 최화백!
수미;선우가 꽃바구니를 보냈어.
광춘;(깜짝 놀라는)! 내 느낌이 맞았다. 선우가 살아있었어.
수미;왜 꽃만 보내고 나타나진 않지?
광춘;너도 참 생각을 해 봐라. 눈 감은 놈이 그림 전시회에 와서 뭘하겠 냐.
수미;엄청 크고 비싼 꽃바구니를 보냈어.
광춘;그동안 지압해서 돈을 많이 벌었나...
수미;.......느낌이 이상해. 그동안 선우 소식 들은 거 없어?
광춘;전혀 없지.
수미;선우가 내 전시회에 올 것 같아.
광춘;난 선우 보고 싶은데. 넌 안 보고 싶냐?
수미;보고 싶지 물론.
광춘;선우오면 당장 연락해라. 바로 달려 갈테니까.
37. 공사 현장 / 낮
안전모 쓰고 빌딩을 보고 있는 선우와 쿤.
쿤; 이 앞은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라 복합문화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건물이라고 하네요.
선우;괜찮을 것 같네요. 원하는 투자액만큼 다 지불 하세요.
쿤;알겠습니다.
선우;3층이 공연장 시설이라고 했죠? 거기도 마저 보고 가요.
쿤; 지금 떠나도 이미 늦으셨는데요.
선우;..........?
쿤;오늘 두시가 면접이잖습니까. 지난 번에 늦었다고 그렇게 면박을 주고
대표님이 늦으심 어떡합니까.
선우;...........
38.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 / 낮
면접에 어울리게 말끔히 차려입는 지원. 강물을 바라보고 서 있다.
39. 도 로 / 낮
달리고 있는 선우의 바이크. 선우, 바이크를 타고 속력을 내 달려간다.
40. 거 리 / 낮
걸어가는 지원. 걸어가다 쇼 윈도우에 비친 모습 보며 머리를 한번 매만지고 걸어간다.
41. 도 로 / 낮
달려가는 바이크. 백미러에 비치는 선우의 모습. 햇빛 받아 반짝거리는 바이크.
인도로 걸어가는 지원의 옆을 지나 쌩하니 달려간다.
42. 로얄 트리 리셉션 / 낮
리셉션 데스크 앞. 가죽점퍼를 입고 헬멧을 든 선우 빠른 걸음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지원 걸어온다.
지원; 두 시에 인터뷰 약속이 있는데요.
리셉션 남;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지원; 한지원입니다.
43. 선우 사무실 / 낮
셔츠와 타이 차림으로 앉아있는 선우. (바이크 가죽점퍼 차림이 더 멋있으려나?)
리셉션 남, 지원을 안내해 데려온다.
지원;한지원입니다.
선우;앉으세요.
지원, 선우 앞 의자에 앉는다. 선우, 사무적이고 딱딱하다.
선우;회사를 왜 옮기려고 하시죠?
지원;한 분야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좀 타성에 젖는 느낌도 들고
다른 파트도 경험해 보고 싶어서요.
선우;(짜증 난다는 듯 입술로 바람을 훅)
지원;사업기획이나 투자 결정 같은 건 저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구요.
선우;준비해 온 티가 너무 나네요. 식상해요.
지원;....... 그렇게 보신다면 유감이지만, 제겐 진심입니다.
선우;돈 때문에 옮길려고 하세요?
지원;솔직히 돈도 이유가 되겠죠. 하지만 정말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여서 지원했습니다.
선우;호텔엔 얼마나 계셨죠?
지원;10년 있었습니다. 호텔리어로 자부심 갖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최근 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마음을 다쳐서 새 직장으로 옮기고 싶던 차 였어요.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
선우;늘 그렇게 솔직하고 당당하신가요?
지원;그런 편이죠.
선우;그거 하난 맘에 드네요. 괜히 착한 척 하는 여자는 질색이거든요.
지원;전 지금 여자가 아니라 이 회사에서 일할 직원으로 와 있는데요.
선우;그렇다고 남자도 아니잖습니까.
지원;......그렇습니다.
선우;(이력서 소개서 보며)결혼은 하셨습니까?
지원;아직 안했습니다.
선우;나이는 꽤 되시는데.
지원;결혼은 나이가 찼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인생의 짝을 만나야 하는 거 라고 생각하는데요.
선우;(고개 끄덕이며)흠........
지원;그런데 면접에서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합니까.
선우;같이 일하게 될수도 있는 직원한테 이 정도도 질문 못합니까?
성격은 좀 이상하시네.
지원;..........(지지 않고 빤히 보는)
선우;왜 그렇게 보세요?
지원;...........제가 아는 사람을 너무 닮으셨습니다.
선우;흔하게 생겼단 말이죠? 기분이 좋진 않네요.
지원;........
선우;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지원;(일어선다)
선우;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지원;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 한 것 같은데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지원, 마지막으로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지원 나간 후 선우, 얼굴 가득 미소 창밖을 본다.
44. 기내
김경필이라 쓰인 항공봉투 놓여있다. 태주, 편지를 읽는다.
경필(E);형님,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 아이는 누구의 아들입니까.
진노식 회장 아들입니까, 아니면 태주 형님의 아들입니까.
태주, 편지를 내려놓고 와인을 마신다.
45. 묘지 / 낮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다발을 들고 걸어오는 노식. 이미 묘지 앞에 놓인 꽃을 보고 표정이 굳는다. 둘러본다. 저만치서 노식을 쏘아보다 돌아서는 태주. 걸어간다.
노식, 놓여진 꽃다발 옆에 자신의 꽃다발을 놓는다. 안 좋은 표정.
노식;태주가 다녀갔나.... 넌 아직도 태주를 못 잊고 있나.
경필(E);은애씨가 정말 사랑했던 건 태주형님 아니었습니까?
전 진노식 회장을 찾아가 진실을 밝힐 생각입니다. 선우는 과연 누구의 아들인지.... 만약 진노식 회장의 아들이면 그 아이를
품어달라고요.
노식, 쓸쓸히 혼자 걸어 내려간다. 차 앞에서 기다리는 차 실장.
차실장;매년 빼놓지 않고 오시는 걸 보면 꽤 친했던 분이신가 봅니다.
노식;...... 세상에서 제일 미워했던 사람이다.
46. 호텔 스위트 룸 / 밤
태주의 짐 가방 놓여있다. 화가 나 있는 선우.
선우;편지를 분실하셨다구요.
태주;(봉투만 놓으며)난 이 안에 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봉투 뿐이구나.
선우;진회장을 만나러 간다는 아버지의 편지가 꼭 있어야 합니다.
태주;내가 증언으로 하마.
선우;편지를 분실할 분이 아니란 거 압니다. 제가 알아선 안 되는 내용이
편지 속에 있는 겁니까.
태주;그런 거 없다.
선우;............
47. 바닷가 절벽 / 낮
바다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선우.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린 장일이 뒤에서 따라와 어린 선우 머리를 치는 모습.
선우;..........
성인 선우, 파도치는 벼랑 아래 바다를 내려다본다. 피가 번지며 바닷 속으로 가라앉는 어린 선우. 성인 선우, 생각하기 싫다는 듯 눈을 감는다.
다리 위. 선우, 다리를 걸어간다.
선우(E);날 벼랑으로 밀고 이 긴 다리를 걸어가면서 이장일 넌 무슨
생각을 했니. 내가 영원히 떠오르지 않길 바랐겠지.
저 차가운 바닷 속에 나를 던져 놓고서.
선우, 씁쓸하게 걸어간다.
48. 경찰서 / 낮
진정서를 제출하는 선우. 경찰 봉투에서 꺼내 본다. ‘진정인 김선우 피진정인 진노식’ 으로만 돼 있다.
49. 호텔 일식당 / 밤
별도의 룸. 윤주 혼자 앉아있다. 노식 들어온다.
윤주;오셨어요.
노식;시간 딱 맞춰 왔다.
윤주;데이빗도 올 거예요. 잠깐 방에 자료 가지러 올라갔어요.
노식;여기 묵고 있나 보구나.
윤주;네.
선우, 걸어 들어온다.
윤주;어서 와.
노식;(걸어오는 선우를 보고 얼굴이 굳는다)
윤주;인사하세요. 이쪽은 데이빗 김.
선우;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데이빗 김입니다. (깍듯이 인사)
노식;.............
윤주;이쪽은 내 새아버지. 진노식 회장님.
노식;진노식입니다. (악수 청하며)반갑습니다.
선우, 노식의 손을 잡는다. 가볍게 한번 잡고 놓는다.
노식;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으십니다. 잘 생기시고.
선우;감사합니다.
윤주;데이빗은 학교 때부터 독종으로 유명했어요. 근성이 아주 무서운
친구예요. 그러니까 그 뜨거운 적도에 가서 사업을 성공시키지.
선우;운이 좋았던 거지. 회장님께선 광권 분양이나 광산 개발에 관심이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노식;그래서 좋은 말씀 들으러 나온 거 아닙니까.
웨이트레스 다가온다.
윤주;저희 특정식 코스로 주시구요. (노식과 선우에게)와인은 내가 알아서 골라도 되죠?
노식;그럼. 최고로 좋은 걸로 골라 봐.
윤주;(웨이트레스에게)와인 셀러에서 고를게요.
윤주 나가고 선우와 노식만 남는다. 두 사람 머쓱.... 하나 노식이 노련하고 푸근하게
노식;서울 시내 일식당 다 다녀봤지만 이 집만 한 데 가 없어요. 마침 이 호텔에 묵고 계셔서 잘 됐습니다.
선우;회장님 저 기억 하시겠습니까.
노식;..... 무슨 말씀이신지.
선우;십여 년 전에 회장님을 찾아 뵌 적이 있습니다.
노식;저를요?
선우;저희 아버지 김경필씨를 아시냐고. 제 친구 이장일군과 함께 갔었는 데요.
노식;.....(기억나는 척)아.... 그 때 그 학생. 그 학생이 김대표란 말인가요?
선우;그렇습니다.
노식;그땐 이름이 데이빗 김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선우;네 미국에서 지낼 때 새로 얻은 이름입니다.
노식;아버지 돌아가시고 사고무친이라고 들었는데 미국은 어떻게 가게
됐어요?
선우;운 좋게 도와주는 분들을 만나서요.
노식;다행이네요.
50. 호텔 레지던스 수미 방 / 낮
침대와 옷걸이 방바닥에 원피스 열 벌 놓여있다. 디자인 색깔 다른 구두도 열 켤레.
광춘;(들어온다)주말 저녁에 뭐해. 공연이나 보러가자.
수미;미쳤어.
광춘;애비랑 공연 보면 미친 거냐.
수미;미친거야.
수미, 거울 앞에서 옷을 대본다.
광춘;안된다 너 내말 안들으면....
수미;......어릴 때 그랬잖아요. 뭐든 당해낼 수 있으니까 그런 불길을 맞는 거라구. 뭐가 오든 가볼거야.
광춘;............
51. 일식당 / 밤
노식, 선우, 윤주 앉아있고 와인 두 병 놓여있다. 건배하는 세 사람. 윤주는 즐겁고 노식과 선우는 긴장 속에서도 프로의 미소.
윤주;와인 괜찮죠?
노식;잘 골랐다. 이제부터 와인은 윤주 니가 골라라. 김대표도 마음에
드십니까.
선우;네 좋습니다.
윤주;합작투자 들어가기 좋은 데 좀 추천해 드려.
선우;지금 호주의 블랙 썬 Black Sun이라는 회사가 탐사중인 곳이 하나
있어요. 구리 광산인데, 제일 빠른 시기에 수익을 볼 수 있는 곳이예 요.
노식;좋은 정보 고마워요. 김 대표 말을 토대로 우리도 회의를 좀 해보고 결정해야지.
선우;데이빗 말은 백퍼센트 신뢰하셔도 돼요.
노식;혹시 문태주라고.... 이름 들어봤습니까? 그 쪽 방면으론 유명했다고 하던데.
선우;지금은 이 쪽 일에선 손을 떼신 걸로 압니다.
노식;어디서 뭐하는 진 모르고?
선우;모릅니다.
윤주;데이빗, 한잔 더 해. (따라준다)
노식;데이빗.... 무슨 영화배우 같기도 하고 마술사 같기도 하고 이름이 참
멋지네요.
윤주;데이빗이 다윗이잖아요.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 아시죠?
노식;.....그래 데이빗 김한텐 누가 골리앗입니까.
선우;(노식을 빤히 보며)저에게 도전하는 모든 것들 이겠죠.
노식;(고개 끄덕이며 푸근하게 웃으면서도 사자같은 눈빛)
52. 호텔 스위트 룸 / 밤
선우, 들어선다. 태주, 진정서를 읽고 있다 돌아본다.
태주;.........
선우; 싸움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쿤; 싸움에선 이겨야죠.
태주;너한테 이기는 건 뭐냐. 진노식과 이장일 아버지가 구속당하는거냐.
선우;그 이상입니다.
53. 도로 / 밤
달리는 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는 노식 윤주 부녀.
윤주;데이빗은 허튼 말 하는 사람 아니예요. 믿으셔도 돼요. 제가 보장한 다니까요.
노식;(생각에 잠겨서 표정 굳어 있다)
54. 검사실 / 낮
울리는 사무실 전화. 장일, 싸늘한 얼굴로 앉아있다.
소영;네, 검사님 안 계십니다. 아직 회의에서 안 오셨어요. (전화 끊으며) 벌써 몇 번을 하는거야. 진노식 회장이예요.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진노식 회장’ 장일 밧데리를 빼 버린다.
55. 호텔 소연회실 / 밤
웨이터, 소연회장 문을 열어주면 우아한 실크 원피스(화사한 원피스도 좋고)를
입은 수미, 꽃다발과 선물 상자를 들고 온다. 혼자 앉아있던 용배, 일어선다.
수미;어! 언제 오셨어요. 제가 먼저 와서 기다릴려구 했는데....
용배;나도 지금 막 왔어요.
수미;생신 축하드립니다. (꽃과 선물 내미는)
용배;(부담줬나하는 미안함)아이구 뭐 이런 걸... 그냥 밥이나 같이 먹자는 건데.
수미;별거 아니예요, 받아주세요.
용배;장일이는 회의중 인가봐요. 전화가 안되네.... 우리 먼저 먹고 있을 까?
수미;아버님 많이 시장하지 않으심 기다려도 좋구요. 전 괜찮습니다.
용배;그럼 뭐 간단하게 마시고 있지 뭐. (테이블의 벨을 누른다)
56. 중앙 지검 로비 / 낮
장일, 바쁘게 걸어온다. 빨간 셔츠를 양복 속에 입은 광춘, 장일을 부른다.
광춘;이장일씨!
장일;.........(돌아본다)
광춘;저랑 딱 5분만 주세요.
장일;지금 바쁩니다.
광춘;그래서 5분만 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장일;왜 그러십니까?
광춘;우리 수미 근사하게 됐지만 만나지 마세요. 수미한테 허튼 눈빛도
던지지 말고.
장일;(기 막히고 가소롭다는 듯 픽 웃고 간다)실례하겠습니다.
광춘;나 아직 말 안 끝났습니다....
장일;(대꾸 없이 밖으로 나가버리는)
광춘;살인자 놈의 자식.
57. 호텔 소연회실 / 밤
화이트 와인 놓여있고 반 이상 비어있다. 취기가 돌아 기분 좋아 얘기하는 용배.
용배;40도 가까이 열이 나서 쩔쩔 끓는데도 시험에서 전교 1등을 맞아왔 지 뭐야. 내 아들이지만 존경스럽다니까.
수미;(웃는)정말 멋진 남자예요.
장일, 들어온다. 수미를 보고 멈칫 얼굴이 굳는다.
용배;(달려가 안는)아이구 아들.... 어서 와라.... 전화가 왜 꺼져 있는겨.
장일;이모랑 이모부는요?
용배;서울까지 오라는 것도 미안해서 내가 됐다고 했어. 대신에 귀한 손님 을 초대 했지.
수미;어서 와.
세 사람 스테이크 썰고 있다. 장일은 얼굴이 굳어있다.
용배;칼 질 이쪽으로 하는 거 맞지? 왜 이렇게 안 썰어지냐.
수미;제가 해드릴게요. 접시 이리 주세요. (접시를 가져다 칼질을 하는데)
용배;.....(수미를 물끄러미 보다가)이러니까 꼭 내 며느리 같네.
장일;....... (눈길도 안주고 대꾸도 없다)
용배;밥 먹고 난 먼저 갈테니까 두 사람은 영화라도 보고 들어와.
수미;아니예요.
용배;고맙게 시간내서 내 생일에 와줬는데.... 장일아, 알았지?
장일;...........(와인만 마시는)
빈 커피잔과 과일 케익 놓인 디저트 접시 그대로 놓여있다. 용배는 없고 수미와 장일 말 다툼 중.
수미;날 무시하는 니 눈빛은 여전하구나. 난 여전히 너한테 피하고 싶은 얼치기 무당 딸이니?
장일;너희 아버지, 오늘 나 찾아와서 너 만나지 말라고 하더라.
나한테 왜 이래.
수미;......널 찾아 간 건 몰랐어. 미안하다.
장일;내가 왜 너희 아버지 같은 사람을 검찰 로비에서 마주쳐야 하는데?
수미;너희 아버지 같은 사람?
장일;다신 그런 일 없게 해줘.
수미;........그래 없게 할게.
장일;유명한 화가가 돼서 나타나면 내가 널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니?
수미;.........(멍하다.... 가소롭다는 듯 푹푹 웃는다. 웃겨서 말이 잘 안나온 다) 이장일.... 너 기억해? 옛날에 서울역에서 내가 너한테 한 말.
(웃는)날 이렇게 무시하고 경멸한거 후회할 거 라고 했지.
너 그때 후회하겠다고 했어. 그래, 너 후회하게 될 거야.
수미, 계속 웃으며 가방을 챙겨 나간다. 장일, 짜증나는 듯 와인잔을 집어던져 깨버린다.
58. 수미 작업실 / 낮
(수미의 개인 작업실, 고정 화실. 20부까지 나옴) 수미, 오랫동안 봉인돼 있던 듯한 비닐포장을 풀고 있다. 먼지가 끼고 꽁꽁 동여매어져 있다. 꽤 오랫동안 풀어보지 않은 듯 한 포장. 줄 자국이 움푹 패이고 사이에 먼지가 끼었다. 수미, 가위가 잘 안 드는 듯 신경질적으로 내던지고 카터 칼을 가져와 칼날을 드르륵 올려 비닐의 줄을 끊는다. 줄을 끊고 먼지 묻은 비닐을 푸는 수미.
음악이 흐르는 오디오. 수미, 와인을 따른다. 팔에는 먼지 얼룩이 묻어있다. 특이한 빛깔의 1인용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와인을 마시며 벽 쪽으로 시선을 주고 있다. 손을 뻗어 치즈를 집어 먹는다. 맛있게 관능적으로. 수미, 앞에 있는 뭔가를 감상 하듯 고개를 갸우뚱 해서 보기도 하고, 고개를 바로 든다.
수미;...............
수미의 시선이 닿는 곳, 장일이 선우를 치는 그림이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진 극사실화들. 4개의 크고 작은 캔버스에 사진처럼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져 있다.
수미;...... 이장일..... 나 그날 거기 있었어.
수미, 눈물 나면서 웃는 느낌으로.... 슬프게 살짝 묘한 미소 짓는데서.
.적도의 남자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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