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12
1. 수미의 작업실 / 밤
봄 밤. 장일이 선우를 치는 그림들 세워져 있는 작업실 벽. 열리진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 붉은 빛 커튼을 휘날리고 있다. 수미, 와인 마시며 그림 보고 있다.
수미;이장일......나 그날 거기 있었어.
수미, 와인이 퍼져 나른하다. 슬픈 눈으로 그림을 본다.
플래쉬 백 -- (바닷가 벼랑. 수미의 시선으로 촬영 한 것 짧게! 수미, 어디론가
시선 준다. 멀리 장일이 선우를 내려친다)
수미;...... 이 그림은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바뀌 었어.
수미, 각목으로 치는 제일 적나라한 그림을 하나 뽑아 든다.
수미;........(술기운에 눈이 살짝 젖어들 듯 말 듯)
수미, 그림을 뽑아 책상에 놓는다. 그림을 거칠게 흰 종이로 싸고, 비닐로 싸고,
상자에 넣어 포장한다.
2. 장일 검사실 / 밤
전화벨 울린다. 장일,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다 전화 받는다.
장일;여보세요.
노식(F);이검사 그동안 바빴나보네....
장일;.....진노식 회장님?
노식;지금 어디 있나? 잠깐 좀 보세.
장일;죄송한 데 지금 바쁩니다.
노식(F);이검사 혹시 데이빗 김이라고 알아요?
장일;..........
3. 한강 고수부지 / 밤
노식, 장일 마주 보고 서 있다.
노식;사업에 조언 해줄 사람을 하나 찾아서 만났는데, 김선우가 왔다.
장일;.......(선우가 노식을....?)
노식;광산 개발을 해서 돈을 엄청 번 사업가가 됐어.
이 검사는 알고 있었나. 김선우가 데이빗 김이 된 걸.
장일;.....얼마 전에 우연히 알았습니다.
노식;나한테 얘길 했어야지.
장일;왜 얘기해야 합니까.
노식;..... 그런가. 얘기할 필요가 없었나.
장일;.........
노식;눈을 떴으니 장일군은 살았다 이 소린가.
장일;........ !
노식;그 놈 눈 먼 사고 장일군 짓 아닌가.
장일;......무슨 말씀이십니까.
노식;내가 넘어 뜨렸지만 다시 일어났으니 죄가 없다, 이거지?
장일;(스스로 흔들리지 않게 세우려 노력하는)지금.... 무슨 얘기를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노식;이검사, 용배씨, 나. 우리 셋은 한 배를 타고 있어.
지금이야 우쭐해서 세상은 내 편이다 생각하겠지만....
몸을 낮춰야 할 때는 내 뜻대로 일이 풀려 갈 때야.
장일;김선우를 만났건 데이빗 김을 만났건 회장님 일입니다.
노식;십 여년 전에, 아버지 일로 날 찾아왔었단 얘길 하던데. 그 녀석
사업 때문에만 한국에 들어온 건 아니다. 이 검사가 좀 알아봐.
장일;..........
노식;출입국 내역도 알아보고 돈 거래, 만나는 사람들.... 다 알아봐. 사업 하는 사람 치고 먼지 털어서 완벽한 사람 없다. 뭐 하나 걸어서
덮어씌울 껀 없나 찾아보던지.
장일;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십시오.
노식;........
장일;회장님이 뭔데 나한테 명령합니까.
노식;..... (웃는)
장일;......(아버지 일, 처음으로 말한다. 힘들다)......그날.........실수는 회장 님이 하셨고........ 아버지는.... 회장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끔찍한 심부름을 했을 뿐입니다.
노식;(악마처럼 속삭이듯)그래서....... 니 아버지는 무죄라 이거냐.
장일;(치밀어 오르듯 울컥해 버럭) 죄가 없다는 게 아니라!
노식;(쏘아보는)
장일;회장님에 비하면....... 회장님에 비하면 그래도......
노식;내가 실수를 크게 했나 보군. 이 검사,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걸어간다)
장일;..........(서늘하게 서 있는데)
노식;(멈추고 돌아본다)아! 만약에 말이요..... (장일쪽으로 몇 걸음 다가와) 용배씨가 김경필을 산 속으로 데려갔을 때.... 그 때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되나.
장일; !!
노식;(웃으며 돌아선다)내 앞에서 함부로 큰소리 내지 마라.
노식, 멀어지고 장일 강물을 보며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춥고 아득하다.
4. 공원 / 아침
선우, 아침 조깅. 이어폰 꽂고 뛰고 있다. 핸드폰 벨 울린다. 선우, 이어폰 스위치 눌러 전화 받는
선우;여보세요.
쿤(F);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5. 호텔 스위트 룸 / 아침
‘민원사건 처리 결과 통지’ 라 쓴 용지를 보는 선우.
쿤; 살인 사건으로 판단될 증거나 목격자가 없어 귀하가 진정하신 사항을 종결함을 알려 드립니다.
선우; 예상대로 예요.
쿤; 전 그래도 혹시나 했었습니다. 진노식 회장 이름이 거론돼서....
선우;(물을 마시며 뭔가 생각하는 눈빛)
쿤; 그 다음 스텝은?
선우;우리 시나리오 대로.
쿤; 레스토랑 예약할게요.
6. 장일네 식탁 / 아침
국과 밥, 반찬들 놓여있다. 간단하고 정성 담긴 식탁. 장일, 입맛 없는 듯 깨작거린다.
용배;아 좀 푹푹 떠먹어.
장일;(젓가락 놓는다)입맛이 없네요.
용배;일이 계속 바쁘고 힘드냐. 밤새 뒤척이는 것 같던데.
장일;푹 잤어요.
용배;최작가가 작업실에 한번 놀러 오라더라.
장일;아버지 자꾸 수미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용배;난 맘에 들어. 난 최작가 좋다.
장일;.........걔가 누군 줄 아세요?
용배;화가 선생이잖아. 너랑 동창.
장일;(말하기 싫다는 듯)어쨌든 수미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용배;이래저래 좋은 여자 다 마다하고 나중에 애 딸린 이혼녀 데리고 오는 건 아니겠지? 난 촌사람이어서 그건 정말 싫다.
장일;별 걱정을 다 하시네요.
용배;매실차나 마시고 가 그럼. (일어서 싱크대 쪽으로)
장일;(용배를 본다)
노식(E);아! 만약에 말이요..... 용배씨가 김경필을 산 속으로 데려갔을 때
그 사람이 살아있었다면 어떻게 되나.
장일;아버지...........
용배;왜 아들?
장일;........진회장한테 무슨 얘기 더 하신 거 있어요?
용배;어떤 얘기?
장일;........
문자음. 장일, 옆에 놓인 핸드폰 본다.
선우(E);장일아 할 얘기가 있다. 점심 때 시간 좀 내줘.
장일;......(핸드폰 내린다)출근할게요.
7. 이태리 레스토랑 / 낮
오픈된 형태의 주방.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스탭들이 ‘본 주르노!’ ‘그라찌에’ 이태리어 인사를 복창하며 활기찬 분위기. (ex살바토레 키친 같은 곳.....)
장일 들어와 둘러본다. 선우, 앉아있다.
선우;여기!
장일;(와서 앉는다)
선우;시간 내줘서 고맙다.
장일;아냐 연락 잘 했다. 나도 언제 밥 한번 사야지 생각하고 있었어.
선우;나한테 밥을?
장일;데이빗 김한테 사는 거야. 조언해 준 거 고맙다고.
선우;오늘은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까 내가 낸다. 오케이?
장일;정 없게 왜 그러냐.
선우;이런 게 니 스타일 아니었나. 내가 오늘 보자고 한 이유는 이거다. (봉투를 내민다) 열어 봐.
장일;........(뭔가 불안한... 봉투를 집는다)......
웨이터, 식전빵을 갖다 놓으며 올리브 오일을 따라준다.
선우;와인 한잔 할래?
장일;회의가 있어.
선우;하우스 와인 한 잔만 주세요.
장일, 열면 진정서. 들춰보면 진노식 이름 외에도 형사와 도박 택시기사 이름과
그들의 도장 날인. 진정서 중에 ‘당시 진혼굿을 하던 무당 최광춘은 누가 내 목을 졸랐다고 소리쳤음..... ’ 하는 내용도 보인다. 노식 경필 용배 세 사람이 찍은 사진도.
장일;(흔들 하는 느낌)
장일, 경직된 표정 위로 ‘본주르노’ 연달아 외치는 스탭들 소리 활기차게 들린다.
선우, 빵을 올리브 오일에 찍어 맛있게 먹는다. 장일의 표정을 구경하며.
막 서빙 된 화이트 와인도 한 모금.
선우;진정서야. 우리 아버지 사건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았어.
장일;자살에 무슨 공소시효가 있어.
선우;아버진 타살이야. 경찰에 진정 접수를 했는데 증거나 목격자가 없어 서 재수사를 할 수가 없대.
장일; (냉정을 찾고).....경찰에선 벌써 연락을 받은거야?
선우;응. 너한테 신세 안지고 해결해 보고 싶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됐다.
친구 좋은 게 뭐냐. 좀 도와주라 장일아.
장일;말했잖아. 내 부서관할이 아니라서 직접 도와줄 수는 없어. 대신
형사부에 있는 후배한테 부탁할게. 오늘 당장.
선우;그래 고맙다. 빵 좀 먹어.
장일,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지으며 올리브 오일에 빵을 찍는데 손에 미세한 경련. 선우, 보고도 못 본 척 한다. 장일, 빵을 먹는다. 선우, 와인 한 모금 마시며 아무렇지 않게 툭!
선우;(봉투로 시선 주며)너희 아버지 이름은 일부러 안 썼다. 니가 수사해 줄 줄 알고.
장일;..... 무슨 소리야?
선우;우리 아버지 산에서 발견 되기 전날, 진회장 별장에 갔었다.
너희 아버지가 통화하는 소리 들었어..... 그날 별장엔 회장님과 저,
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게 새 나갈 일은 없습니다.
장일;너 지금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선우;눈 감고 너희 집에 있을 때, 옆방에서 통화하는 소리 들었어.
장일;(기가 막힌 듯 웃는데)
선우;내 말이 안 믿겨? 오늘 집에 가서 여쭤 봐 그럼.
장일;......만에 하나 진회장네 별장에 갔다고 해도, 꼭 진회장이 너희 아버 지를 죽인 건 아니잖아.
선우;당연하지. 오해 받기 싫어서 두 분이 말 맞춘 건 내가 이해해.
장일;...............
선우;우리 아버지가 그날 별장에 갔던 거 증언해 줄 사람이 너희 아버지 셔.
장일;내가 잘 알아서 할게.
선우;잘 알아서 어떻게.
장일;...........
선우;그래 잘 부탁한다. 너한테 맡길게. 참, 담주에 우리 회사 창립 파티 를 조촐하게 할거 거든. 그때 초대할 게 시간되면 와라.
장일;그래.
8. 도로 / 낮
운전하는 장일. 조수석에 놓인 봉투.
선우(E);장일아, 너 뭐 공부하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없어? 내가 니 학비
생활비 대준다고 한 약속, 이제 지킬 수 있게 됐다. 뭐든 필요하면
말해. 다 지원해 줄게.
횡단보도 앞. 빨간 불, 차 멈춰 선다. 장일, 조수석에 놓인 봉투를 본다. 장일, 차 안에서 소리 지른다. 핸들을 치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 견딜 수 없다는 듯
혼자 차안에서 소리치고 있는 장일을 이상하다는 듯 본다.
9. 장일 검사실 / 낮
봉투 들고 들어오는 장일, 책상 제일 아래 서랍을 열어 봉투 던져 넣고 서랍을 탕
닫는다.
10. 도 로 / 낮
달리는 차. 운전 중인 선우. 핸즈 프리로 통화 중.
선우;형사 1부 부터 7부 중에 진정서가 어디로 갈 것 같으세요?
쿤(F);이장일 검사 쓰레기통으로 가겠죠.
선우;빙고.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운동가시죠.
쿤(F);예,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달리는 차. 남자들의 기합 소리와 죽도로 내리치는 소리 마룻바닥 구르는 소리 격렬하다.
11. 검도장 / 낮
‘검찰 검도부 정기 운동 PM12:30~ 1:30’ 이라 쓴 안내문 붙어있다. 호면을 쓴 쿤과 준호 대련 중. 나머지 사람들은 호구만 벗은 채 빙 둘러 앉아 두 사람을 지켜본다.
쿤 (E);신준호 검사라고, 오래전부터 진노식 회장을 비밀리에 수사하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진회장 귀에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퍼져있는 공공연한 사실 이예요.
준호;이얍!
준호, 기합과 함께 쿤의 허리를 칼로 베듯이 제대로 친다. 쿤, 극적으로 비틀하며 죽도를 떨어뜨리며 한 쪽 무릎 쿵! 쿤, 준호를 향해 엄지를 세워준다. (검도용 벙어리장갑)
12. 사우나 / 낮
땀 흘리며 앉아있는 준호. 수건 두르고, 작은 수건 하나를 들고 들어오는 쿤.
쿤; 아까는 한 수 잘 배웠습니다.
준호; 선생님도 실력이 대단하시던데요.
쿤; 과찬이십니다.
준호; 검찰 검도부 운동은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쿤; 같은 도장 다니던 차장 검사님이 계세요. 그 분 빽으로 오늘
하루 껴봤습니다.
준호; 자주 오세요. 운동은 격주로 있으니까.
쿤; 고맙습니다.
전화벨이 울린다.
준호;.....(헐.... 황당한)
쿤; 죄송합니다. 마누라가 의부증이라서요. (수건에서 전화 꺼내 발신자 보곤 갸우뚱)
준호;........(호기심으로 보는)
쿤; 여보세요... 아 최기자님. 네..... (놀란 듯)아 그래요? 진노식 회장을
살인죄로요?
준호; !
쿤; 아.... 아직 기소한 건 아니구 진정서만..... 어느 경찰서에 접수 됐었는 데요? (밖으로 나간다)
준호;..........(따라 나간다)
13. 선우 사무실 / 낮
커다란 종이 상자에서 경필의 타자기, 각종 서류들, 오래된 까만 장부, 수첩, 작은
지구본 등등 꺼내놓는 금줄. 필통 연필 조각칼 스탠드 등등.... 선우, 나오는 물건들을 멍하니 보고 서 있다.
금줄;우리집 지하실에 넣어 놓구 까맣게 잊고 있었어. 옛날에 산속 아지트 짐 빼면서 쳐 박아 놨던 건데.
선우, 타자기 자판을 손가락으로 톡톡 눌러본다.
선우;나도 잊고 있었다. 아버지 물건들.
금줄;챙겨 놓은 나도 까먹고 있었다니까. 인터넷에서 타자기 리본 팔더라.
끼워서 쓰던지.
선우;아버지가 보내주셨나 보다.
선우, 가장 자리가 말리고 너덜해진 수첩을 펼쳐 넘겨본다. ‘서울 상회 배달 3시.
30일 수금..... 선우 생일. 진노식 회장 051- 3302- 0098. 진회장 별장 기장군 영일리 34-1. ‘ 등의 메모 적혀있다.
금줄; 진정서는 언제 낼 거야. 이번엔 조심해라. 너 옛날에두 진정서 준비 하다 사고 당했어. 여기만 몰두해서 생각 놓구 다니다 발 헛디딘 거 잖아.
선우;금줄, 넌 거기가 발을 헛디딜 수 있는 데라고 생각해?
금줄;......... 발을 헛디딘 게 아니면?
선우;이 수첩이랑 아버지 자료들 전부 스캔해서 파일로 보관해 줘.
금줄;발 헛디딘 게 아니면 뭐냐니까.
선우;기억해 낼 테니까 기다려.
금줄;수미 전시회는 언제 갈 거야.
선우;글쎄.
금줄;팜플렛 봐봐. 수미 대단해.
금줄, 선우에게 팜플렛 펼쳐 보여준다. 선우, 그림들을 본다.
금줄;수미 그림 특이하지? 사진 같은데 이게 다 붓으로 그린거래.
선우;........이상하네?
금줄; 뭐가?
선우;이 그림 하나만 튀잖아. 다른 건 다 인물환데.
선우, 바닷가 벼랑 그림을 가리킨다.
금줄;그러구보니 너 사고 나고 발견된 데네. (질투)널 걱정하고 있다는
뜻인가. 옛날에 맥주 심부름 부려먹던 나는 본체 만 체고?
선우;........이건 사람 뒷모습 같은데.
금줄;그러게..... 누가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선우;수미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지....
14. 우체국 / 낮
납작하게 포장된 상자의 무게를 다는 직원.
직원;안에 뭐가 들었어요?
수미;캔버스요. 그림 그리는 캔버스.
직원;빠른 등기로 하실 거예요?
수미;아뇨 그냥 보통 등기로요. 며칠 걸려도 상관 없어요.
15. 우체국 앞 / 낮
우체국에서 나오는 수미. 표정 없이 걸어간다.
16. 현금 인출기 앞 / 낮
현금 인출기 앞에 서 있는 지원. 현금 10만원 나오고, 통장이 정리돼 나온다.
지원, 돈을 꺼내 들고 통장을 보다 깜짝 놀란다.
지원;흡!
송금인에 ‘로얄 트리’ 라 찍힌 글씨.
17. 선우 사무실 / 낮
사무실 전화로 통화 중인 쿤. 선우는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쿤; 연봉의 반은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로 미리 지급해 드리라고 하셨는데요.
지원(F); 대표님이요?
쿤; 예. 그렇게 얘기 된 거 아니었습니까? 호텔 쪽 잘 정리하시고
다음 주부터 출근하세요. (끊는다)
선우; 우리 거처도 이리 옮기죠. 이젠 정신없이 바빠질 것 같은데.
쿤; 사실 처음부터 여기서 지냈어도 됐습니다. 호텔은 괜히 가신거죠?
한지원씨 때문에.
선우; (본다)
쿤; (시선 피하며) 녹차 한잔 드릴까요?
선우;운동은 잘했어요?
쿤; 제가 연기가 좀 되잖습니까. 한 번에 훅 낚았습니다.
18. 검찰 구내식당 / 낮
샌드위치 먹으며 진정서 넘겨보는 준호. 푹 파묻혀 있다. 열심히 넘겨본다. 끝장을 거의 넘길 때쯤, 장일 걸어 들어오다 준호가 앉아있는 걸 본다.
장일;점심을 이제 먹는거야?
준호, 진정서 덮어 비닐파일에 넣으며 장일을 본다.
준호;어, 오늘은 좀 정신이 없어서. (음료수 하나 주며)이거 하나 마셔라.
장일;(음료수 딴다)뭐 재밌는 거 보고 있었나봐.
준호;응, 기대해 봐.
19. 장일 검사실 / 밤
순태 백구 소영, 가방 챙기며 서 있는
순태;안 가세요?
장일;먼저 가세요.
백구;연애 하신다더니... 데이트 있으신가보네.
소영;데이트 하지 마세요, 검사님 팬들 울어요.
장일;(웃으며)내일 뵈요.
모두 나가고 고요한 방. 장일, 서랍에서 진정서 봉투를 꺼낸다. 진정서를 다시
읽기 시작하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장일, 깜짝 놀라는.
장일;어 선우야.
20. 선우 사무실 / 밤
타자기 앞에 놓고 통화 중인 선우.
선우; 아버지가 쓰던 타이프를 찾았어. 이것도 증거물로 채택해주면 좋겠 다.
장일; 그래.
선우;재촉하는 것 같아 미안한데 후배한테 얘기했니.
장일;그럼. 형사 3부 후배한테 얘기했지.
선우;형사 3부에 누구.
장일;.........날 못 믿는거냐.
선우;못 믿는 게 아니라 어짜피 나한테 연락 올텐데 미리 알고 있음
좋잖아.
장일;형사 3부 신정민 검사. 나랑 아주 각별한 후배야.
선우;그렇구나 고맙다.
21. 장일 검사실 / 밤
장일, 전화 끊는다. 진정서 봉투를 다시 서랍 속 다른 서류들 밑에 깔아놓는다.
장일, 핸드폰을 눌러 전화를 건다.
장일;정민아, 너 지금 어디야?
22. 포장 마차 / 밤
우동 먹는 장일과 신정민. 옆엔 소주.
장일;자, 한잔 해. (소주 따라준다)연수원 식당에서 우리 둘이 새벽에
노래하다 걸린 거 생각 나냐?
정민;(킥킥 웃으며)그땐 시험 때문에 돌기 직전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추억이예요.
장일;아우야, 내가 요즘 골치 아픈 민원이 하나 있다.
정민;뭔데요.
장일;고향 친구 녀석이 하나 있는데 어릴 때 아버지가 자살을 하셨어.
정민;저런.....
장일;그때 충격이 컸는지 약간 이상해졌어. 아버지가 타살이라는 거야.
유서까지 나오고 수상한 점도 없는데.
정민;..... 쯔쯔....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부죠.
장일;또 본인도 사고로 다쳐서 오래 누워있었든. 십 몇 년 만에
날 찾아와선 아버지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거야.
정밀;그런 건 거절을 하셔야죠.
장일;그래도 어릴 때 같이 자란 친군데 어떻게 그러냐....
정민;형은 인간성이 너무 훌륭해서 탈이야.
장일;내가 형사부 후배한테 얘기했다고 할게. 후배도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건 방법이 없다고 내가 잘 다독일 테니까, 혹시 너한테 전화가
가면 알아보고 있다고 대답해. 알았지?
23. 도 로 / 낮
달리는 차안. 선우, 핸즈프리로 통화중. 뒷좌석엔 비닐로 싸인 타자기가 놓여있다.
선우; 형사3부 신정민 검사님 좀 부탁드립니다...
24. 구내식당 / 낮
비닐에 깔끔하게 싸여있는 타자기. 선우와 정민, 마주 앉아있다. 정민, 깔끔한 차림의 선우를 찬찬히 뜯어보는 중. 미친 것 같지는 않네 싶은 느낌으로.
선우;이장일 검사한테 진정서는 건네 받으셨죠?
정민;........아, 예...... 아직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선우;진정서 내용 중에 나오는 아버지의 타자기입니다. 이응(‘ㅇ’) 글쇠에
이가 빠져있습니다. 증거물로 필요하실 까 해서.
정민;실례지만 하시는 일을 여쭤 봐도 될까요?
선우;투자회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명함 꺼내주며)아직 한국에 온지는 얼마 안 됩니다.
정민;(명함을 본다)대표님이시군요.
25. 장일 검사실 / 낮
정민,들어온다.
순태;어이구, 신검사님 오랜만입니다.
장일;..........(웬일인가 싶은)?
정민;나 지금 휴게실에서 김선우씨 만났는데요.
장일; !! 여기까지 찾아왔단 말야?
정민;아버지 타자기 놓고 가겠대서 내가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장일;........심각하네 그 녀석....
정민;겉보기엔 멀쩡 하던데요. 회사 대표라고 하고.
장일;실체도 없고 이름만 있는 회사야.
정민;그 사람이 보낸 진정서 좀 보여주세요.
장일;........ 그거 집에 놓고 왔는데....
정민;그럼 내일 주세요. 형 친구 분인데 내가 도울 수 있음 좋지.
장일;그래... 신경 써줘서 고맙다.
정민;연락주세요 그럼. (나가는데)
정민이 뒤돌아서 몇걸음 옮겨 손잡이를 잡기까지의 몇초.... 장일, 필사적으로 뭔가를 생각하는.
장일;참! 너 강남 오피스텔 사설 도박장 제보 들었어?
정민;(혹 해서 돌아본다)
장일;도박하는 사람 중에 고위 공직자도 끼어있다고 내 정보원이 준건 데.... 니가 해라.
순태 백구 소영 장일보며 황당한 표정.
26. 선우 사무실 / 낮
쿤에게 설명 듣는 지원. 쿤, 파일철 하나 보여주며
쿤;지금 검토 중인 서류들은 다 여기 있습니다. 주로 투자를 할까 말까,
할 경우엔 얼마나 수익을 나눠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구요.
지원;(서류 보며)리조트에 테마파크도 있고.... 큰 프로젝트가 많네요.
쿤; 그럼 데이빗 김이 분식집 차리는 데 돈을 대겠습니까.
선우, 들어온다. 지원보고
선우;월요일부터 출근 아닙니까?
지원;..............
쿤; 회사 사정 좀 미리 알고 공부하고 싶다고 왔습니다. 이 적극적인 자세 훌륭하지 않습니까.
선우;(관심 없다는 듯 자리로)
쿤;아까 하던 말 계속 하면..... 투자할 곳에 대한 조사와 자료찾기 말고도
우리가 사업을 기획해서 맡길 곳도 알아보고....
선우;한지원씨가 우선 할 일은 창립파티를 준비하는 겁니다. 그런 설명은 나중에 들으세요.
지원; 미리 들어놔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선우;파티 장소는 생각해 봤습니까?
지원; 이 근처 괜찮은 곳으로 알아봤는데 지금 한번 보실래요?
쿤; (놀라)벌써?
27. 파티 장소 / 낮
텅 비어있는 공간. 둘러보는 지원과 선우. 지원, 열심히 설명.
지원;원형 테이블을 놓고 손님들 자리를 정할까 스탠딩으로 캐주얼하게
갈까는 생각중이구요. 꽃이나 케이터링은 우리나라 최고로 할거예요.
선우;........(지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원;저 쪽 위로는 좀 특이한 조명을 부탁해서 손님들이 무료하지 않게
할 생각이고, 입장순서를 매겨서 럭키 드로우Lucky Draw를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입장번호표 넣는 함은 입구에 저쪽에.....
(하다가 선우의 시선을 느끼는. 선우를 보는데)
선우;(눈 마주치자 마자 시선을 피한다)
지원;......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선우;귀걸이 한 짝이 없어요.
지원;(귀를 만지며)어머!
선우;파티 날은 그렇게 허술하게 하고 오심 안됩니다.
지원;(귀걸이 한 쪽 떼서 주머니에 넣는)
선우;그날 입을 드레스는 있습니까?
지원;......... 드레스를 입어야 하나요?
선우;(짜증난다는 듯 휙 가버린다)
지원;(따라가며)대표님.
28. 디자이너 부띠크 / 낮
지원, 멀뚱히 서 있다.
선우;골라 봐요. 어울릴만한 걸루.
지원;집에서 찾아보면 긴 원피스 종류 있을 거예요. 제가 알아서 입을게 요.
선우;(점원에게)이 분한테 어울릴 드레스 좀 골라주세요.
지원;여기 너무 부담스러워서 싫어요.
선우;회사 창립 파티에 입을 거잖아요. 한지원씨한테 개인적으로
하는 선물이 아니란 걸 알았으면 하는데.
지원;..........
선우;우리 회사의 핵심멤버로 파티에 참석하는 겁니다. 그런 자리에 나가 면서 장롱 속에 쳐 박혀 있는 원피스를 찾아 입겠다구요.
(하나 골라 던지듯 주며)이거부터 입어 봐요.
지원, 아름답고 우아하고 화려하고 야한 드레스들을 입고 나와 거울 앞에 선다.
선우;(인상 쓰며)당장 벗어요.....(맘에 안 든 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다른 거! (도리도리)그거보단 더 파진 거!
지원, it 드레스를 입고 나와서 선다.
선우;..........(찌릿........)
지원;(뾰로통) 여기 있는 드레스는 다 입어 봤는데요.
선우; 그럼 이제 구두 보러 갑시다.
29. 호텔 로비 / 낮
‘<세계 법학자 포럼> 사파이어홀 3F’ 장일, 로비로 들어선다. 안내판 확인하고 걸음 옮기려다 문득......
30. 호텔 지원 사무실 앞 / 낮
케익 상자 들고 쓸쓸하게 걸어 나오는 장일.
장일(E);한지원 씨가 그만 두셨다구요? 어디로 옮기셨는지는 모르세요?
장일, 걸어간다. 쓰레기통 위에 (또는 빈 테이블 위에) 케익을 올려두고 간다.
31. 도 로 / 낮
달리는 차. 뒷좌석엔 쇼핑백이 한가득. 조수석에 앉은 지원. 운전하는 선우를 본다.
문자음. 지원, 핸드폰 보면
장일(E);호텔을 그만 두셨네요. 나한테 문자 한통 정도는 보내주지 그랬어 요.
지원;...............
선우;핸드폰 꺼놔요. 옆에서 계속 삑삑거리면 짜증나니까.
지원;초대장 리스트에 있는 분들은 다 대표님이 아는 분들인가요?
선우;아는 사람도 있고 알아둬야 좋을 사람도 있고.
지원;.......진노식 회장은 어디 속해요.
선우;알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
지원;이장일 검사는요?
선우;고등학교 동창이예요.
지원;..............
플래쉬 백 -- 7부. 복지관 일각. 선우 장일 지원 셋이 있는 자리. 선우, 지팡이
짚고 나간다.
장일;저 사람이 그 분인가 부죠.
지원;여긴 왠일이예요.
장일;내가 먼저 물었잖아요.
지원;......네 그 사람 맞아요.
달리는 차 안.
지원;그냥 동창인거죠? 친한 건 아니었고.
선우;아주 많이 친했습니다. 옛날엔.
지원;.........
32. 회장실 / 낮
차 실장과 마주 앉아있는 노식.
차실장;제가 알아본 루트로도 그렇습니다. 데이빗 김이 추천한 곳이 제일
투자 가치가 있다구요.
노식;그 녀석 보통내기가 아니야. 소문까지 조작했을 놈이야.
차실장;......꼭 그렇게 까지 보실 필요는 없을 듯 싶은데요.
노식;난 그 놈 눈빛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봤어. 차실장;그럼 로얄트리 창립기념 파티는 안 가실겁니까.
노식;그럴 수록 가야지. 시간 꼭 비워놔.
윤주, 들어온다.
윤주;부르셨어요?
노식;그래 윤주, 잠깐 앉아라.
신준호 사진을 내놓는 차실장. 윤주, 건성으로 눈길 한번.
윤주;제 타입 아닌데요.
노식;사귀고 결혼하란 말 아니다.
윤주;그럼 (손톱으로 사진을 콕 찍으며)이 남자랑 뭘 하면 되는데요?
차실장;우리 진승그룹에 대해서 물밑 조사를 하고 있는 검사입니다.
윤주;아직도요? 장일씨가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면서요.
노식;그 말 듣고 안심하는 건 초등학생이나 하는 짓이고.
차실장;신검사 이모님과 친한 분이 연결을 해줬습니다.
노식;미안하다, 이런 부탁해서.
윤주;회사 일인데요 뭐. 미안해 하실 필요 없어요.
차실장;중소 기업가의 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진회장님 얘기는 절대
하면 안됩니다.
윤주;그거야 기본이죠. 날짜 잡아주세요. 회사 일로 나가는 거니까 수당 따로 주시구요.
33. 선우 사무실 / 밤
지원, 가방과 쇼핑백 들고 나서며
지원;초대장은 내일 발송하겠습니다.
선우;수고했어요. (지원에게 짧게 시선주고 다시 노트북으로)
지원;......
지원, 나간다. 선우, 지원 책상으로 가본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영문판 ‘The old man and the sea' 두 권 놓여있다.
선우;.....
지원, 다시 들어오다 멈칫. 선우, 책상 앞에서 책을 보고 있다. 지원, 뒷걸음질.
숨어서 선우를 바라본다.
선우(E);니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
니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니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선우, 책을 보다 내려놓고 창문으로 간다. 지원, 돌아서 간다.
34. (kbs) 녹음실 / 낮
음반도서 녹음중인 선우. ‘연어 이야기’ 읽는.
선우;누군가 보고 싶어 아파 본 적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35. 갤러리 / 낮
흰 지팡이 들고 계단을 걸어올라오는 선우.
선우(E);보고 싶은 대상이 옆에 없을 때, 비로소 낯선 세계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호기심과 의지가 생긴다는 것을.
36. 갤러리 / 낮
흰 지팡이 짚고 바닷가 벼랑 그림 앞에 있는 선우.
선우(E);그렇게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었다. 나는 어둠을 박차고 뛰쳐나갔 다.
금줄, 수미를 데리고 갤러리 안으로 달려온다.
수미;.........선우야.
선우;(맹인인 척 눈 내리깔고 수미 쪽으로)수미냐.
금줄;(웃음 참는 듯 입 막고 한 쪽으로 피하는)
수미;선우야! 너 선우 맞지?
선우;수미야........
수미, 선우를 와락 안는다.
수미;너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지낸거야. (포옹 풀고 선우를 보는)너 근사 해졌다 선우야.
선우;전시회 축하한다.
수미;고마워. 와 줘서 고마워.
선우;이 그림.... 설명 좀 해줘.
수미;옛날에 우리 동네 바닷가 벼랑이야.
선우;그리고...?
수미;햇살 화창한 날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으로 그렸어.
선우;금줄이 그러는데 사람도 한 명 있다며.
수미;응.... 그냥 바다를 내려다 보는 사람.
선우;그런데 왜 이걸 그렸어?
수미;..... 별 뜻 없는데. 그냥 풍경을 그렸을 뿐이야.
선우, 버튼 눌러 벽에 칼을 꽂듯 안테나 지팡이를 눌러 접는다. 수미를 본다. 눈을 맞춘다.
선우;이뻐졌네. 최수미.
수미;(충격)!!
금줄;수미야 미안하다 선우가 놀래켜 주고 싶다고 해서.
수미;(금줄 정강이를 걷어찬다)
금줄;윽!
수미;선우야........
37. 호프집 / 밤
젊은 분위기의 생맥주집. 선우, 수미, 광춘 술 마시고 있다. 광춘, 술 취하고 기분
좋아서 업 돼있다.
광춘;요즘 들어 꿈에 부쩍 나타나더니만은... 선우야.,... 한 번 더 안아보 자. 선우야...... (선우 껴안고 얼굴에 뽀뽀)
수미;그만 좀 해.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어.
선우;아저씨가 나한테 그랬잖아요. 지금 당장 할 수 없다고 영원히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광춘;내가 말이다.... 알고 보면 훌륭해.
수미;장일이는 만나봤니?
선우;그럼. 그 녀석도 깜짝 놀랐지.
광춘;다 네 복이야. 아버지 친구를 통해서 하늘이 널 건진 거 라니까.
자, 건배!
세 사람, 잔 부딪히고 수미 광춘과 웃고 있는 선우를 본다.
수미;..........
플래쉬 백-- 10부. 점자를 문자표에 맞춰 읽는 수미.
수미;선우 너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술집. 수미, 선우를 물끄러미 보는데
선우;진정서를 접수했어요. 아버지 일루요.
광춘, 수미 놀라서 본다.
선우;아저씨 굿 얘기도 썼으니까 참고인으로 부를 거예요.
광춘;뭐! 지금 신분세탁해서 살고 있는데 나더러 엉터리 무당하던 때
얘길 하라고. 난 못해. 할 말도 없고.
선우;수미 너한테도 연락 갈거야.
수미;난 가서 무슨 애길 하면 되지.
선우;별 거 안 물을 거야. 언제부터 친구냐 우리 아버질 아냐 뭐 이 정도 겠지.
수미;알았어. 하지 뭐.
광춘;선우야.......다 지난 일을 지금 와서 다시 헤집는 이유가 뭐냐.
선우;저한테는 한 번도, 지난 일이었던 적 없어요.
수미;.......(선우를 보며 서늘한 느낌)
38. 장일 검사실 / 낮
소영, 장일 책상 위에 우편물을 올려놓는다. 납작한 소포와 동문회 소식지, 보내는 사람에 ‘로얄 트리’ 찍힌 초대장 봉투. 장일, 소포를 집어 든다. 뜯으려 하면 테잎으로 뜯기 어렵게 꽁꽁 싸인 상자. 장일 호기심에 흔들어본다.
소영; 검사님 팬이 보낸 선물 같은데요. 이름도 없고.
장일;초콜렛 같은데 뜯어서 드세요.
소영;거기 두시면 출출할 때 뜯어 먹을게요.
장일, 초대장 봉투를 뜯어본다.
장일;오늘이 며칠이죠?
39. 파티 하우스 / 밤
Loyal Tree 창립 파티. 멋지게 차려입은 선우와 쿤. 다니며 사람들과 인사하고
악수하는 중. 윤주, 노식, 희정 걸어온다.
윤주;축하해 데이빗. 엄마도 같이 왔어.
선우;처음 뵙겠습니다.
희정;윤주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직 미혼이시죠? 우리 윤주는 어떤 가요.
윤주;데이빗 신경 쓰지 마. (희정 끌고 간다)엄마 왜 이래 진짜.
노식;(웃으며)우리 김 대표가 이렇게 거물 인지 몰랐습니다. 인맥이 아주
대단하시네요.
선우;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노식;초대 받은 내가 영광이지요. 허허....
선우;지난 번 투자 껀은 결정을 하셨습니까.
노식;아직 생각중입니다. 워낙에 아는 게 없다보니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선우;제가 회장님이라면 베팅할 것 같습니다. 결정은 회장님이 하시겠지 만.
노식;고맙습니다. 이따 또 얘기합시다. (윤주와 희정 있는 곳으로)
선우, 근사하게 차려입은 수미와 금줄에게 간다.
선우;와 줘서 고맙다. 금줄 오늘 멋진데.
금줄;이 옷 그대로 뒀다 장가 갈 때 입어야지.
수미;축하해 선우야. 난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장일, 들어온다. 두리번 하는데
금줄;어? 이장일! (반갑게 손을 흔든다)
장일, 선우 수미 금줄 세 사람 서 있는 쪽을 본다. 수미, 일부러 다른 쪽으로 빠진다.
금줄;(수미 따라가며)수미야, 샴페인 마실래?
수미;(쿤에게 가며)안녕하세요. 저 선우 친구 최수미예요.
쿤;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장일, 선우에게 다가온다.
선우;왔어? 고맙다.
장일;(둘러보는)진회장님도 오셨네.
장일, 진노식 윤주 희정과 눈이 마주친다. 희정과 윤주는 반갑게 손 흔들고.
장일, 고개 숙여 인사한다. 수미, 쿤, 금줄은 장일 선우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장일과 선우, 겉으론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
쿤;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셨죠? 저 두 사람은 진짜 그렇게 친했습니까. 수미;네 아주 많이 친했어요.
쿤; 흠........(고개 끄덕끄덕)
장일과 선우, 이야기 중.
장일;아버지도 같이 오고 싶어 하셨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선우;감사하다고 전해드려.....(하면서 어디론가 시선)
장일;(선우의 시선 따라 장일도 같이)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지원, 걸어온다. 선우와 장일, 지원에게로 시선.
장일;.........(놀라) 지원씨!
선우;(역시 놀라 장일 보는) ! (지원을 어떻게 알지....)
장일;지원씨가 여기 웬일이예요?
지원;저희 회사 런칭 파티예요.
장일;이 회사로 옮긴 거예요?
지원;네.
장일;............
선우;두 사람은 어떻게 알아?
지원;대학 동창이예요.
선우;세상이 참 좁네요.
쿤; (선우에게 와) 스웨덴 대사님 오셨는데요.
선우;그럼 두 분, 동창회 하고 계십시오. (쿤과 함께 간다)
금줄, 지원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옆에 있는 수미를 쿡쿡 찔러
금줄;그때 그..... 복지관... 맞지?
수미;.........(지원을 찬찬히 뜯어보며)맞네.
술잔 든 수미, 지원과 장일을 지켜본다.
지원;옛날에 복지관에선 왜 모른 척 했어요? 친한 친구였다고 하던데.
장일;김선우가 아니 데이빗 김 대표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지원;네......친했었다고.
장일;눈 멀어 있는데, 친했던 친구랑 한 여자 좋아하고 있는 걸 알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그래서 말 안했습니다.
지원;...........
장일;그 때 인연으로 이 회사에 온 거예요.
지원;아뇨 선우씨는 날 몰라요. 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잖아요.
장일;........(아.... 그렇지 싶은).
지원;시간도 많이 흐르고. 지금은 그냥 내가 모시는 대표님이예요.
지원, 선우 쪽으로 시선. 선우, 쿤과 함께 한 외국 노신사와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
지원, 선우를 보는 눈길 따뜻하다. 수미, 선우 보는 지원의 시선에 미소.
장일;...........(지원의 시선에 질투)........
지원, 노식 희정 윤주가 있는 곳으로 간다. 더 어깨를 당당히 펴고.
지원;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얄 트리 한지원 실장입니다.
윤주;(웃으며)이 회사는 미모로 사람을 뽑나보네요.
희정;(쿤 가리키며)저 분도 여기 직원이잖아.
윤주;저만하면 미남이지.
희정;맘에 들어? 학교 어디 나왔나 물어보자. (윤주를 끌고 가는)
노식;회사 런칭과 동시에 투자를 결정한 게 있습니까.
지원;검토 중인 게 몇 가지 됩니다.
노식;호주 회사가 하는 광산 개발엔 투자를 합니까.
지원;그건 안하시는 걸로 압니다.
노식;(그럼 그렇지 하는) 음......그렇군요.
수미와 금줄, 한 켠에 서서 샴페인 마시는 선우에게 다가간다.
수미;선우야, 저 사람 어떻게 찾았니. 옛날 니 여자친구.
금줄;넌 얼굴을 모르겠지만 저 분 맞아. 옛날에 봉사해주던 분.
선우;눈 감고 있는 동안 만났던 봉사자들은 한 두 명이 아닌데.
수미;장일이네 집에서 지낼 때 만났던 사람. 니가 좋아했던 사람.
선우;좋아했던 사람도 한 두 명이 아니라서....
커다란 꽃 기둥 뒤에서 듣던 지원, 씁쓸한 얼굴로 돌아선다.
문태주, (2층 같은 곳이면 좋겠음) 노식을 보고 있다. 노식, 무심코 고개 돌리다 태주를 본다. 두 사람 눈 짧게 마주친다. 노식, 눈에서 날카로운 불빛이 일어나듯. 태주,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기는데 노식, 태주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간다.
40. 파티 하우스 일각 / 밤
불 꺼진 곳. 문태주, 걸어온다. 마술처럼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파티장 안에선
행운의 추첨이라도 하는 듯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박수소리 들린다. 노식, 으르렁 대는 맹수처럼 걸어온다.
노식; 문태주 어딨나.... 선배를 봤으면 아는 척을 해야지 그렇게 숨어버리 는 건 예의가 아니지. 나와라 내 앞으로. 문태주. 어딨나.
고요하다. 움직이는 소리 하나 없이.
노식;(버럭)내 앞으로 나오라니까! 문태주!
41. 파티 하우스 / 밤
가벼운 재즈나 클래식 4중주 연주 중인 사람들. 노식, 어두운 얼굴로 걸어와 공연을 보고 있는 쿤 옆에 선다.
노식;(쿤에게)오늘 초대장 문태주 사장한테도 보냈습니까. 한때 광산개발 을 했다고 들었는데.
쿤;...... 그 분은 초대 안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노식;...........
장일, 술잔을 들고 선우에게 다가온다.
장일;선우야. 형사부 후배가 당장은 어렵겠다고 그러네.
선우;......그래?
장일;지금은 사설도박장 수사로 바빠.
선우;니가 빽을 써줬는데도 안 되면 안되는 거지.
장일;미안하다. 도박장 수사 끝날 때까지 좀 기다려 보자.
선우;보통 그런 수사는 3~4개월 걸리지 않아?
장일;아마도.
선우;그럼 아버지 공소시효도 훌쩍 뛰어넘어버리는데....
장일;선우야.....너희 아버지 자살 하신거다.
연주 끝. 사람들 박수친다.
선우;(박수치며 무심히) 설마 거래는 아니었겠지.
장일;........거래?
선우;우리 아버지가 진회장 별장에 갔던 걸 얘기하지 않는 대신
너한테 장학금을 주겠다. 투자가 아닌 거래.
장일;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냐.
선우;아님 더 큰 비밀을 숨겨주는 거래 아닐까. 타살이 아닌 자살로
숨겨주는 거래.
장일;(발끈! 선우를 한 대 친다)
선우, 테이블에 넘어지며 함께 뒹군다. 와인 잔 술잔들이 와장창 깨진다.
모두들 시선 집중된다.
노식;(장일을 보며 인상 쓰는)! 저래서 어디 김선우를 이기겠나.
장일, 어정쩡하게 서 있다. 지원, 달려가
지원;대표님 괜찮으세요?
선우;괜찮아요. 저 친구 좀 취한 것 같네요.
지원;(원망의 눈길로 장일을 본다)
장일;.........
42. 장일 검사실 / 밤
빈 방. 장일, 들어와 책상 앞에 털썩 앉는다.
장일;............
장일, 책상 한켠에 놓인 소포로 시선. 소포 풀려서 비닐과 종이로 싸인 뭔가 놓여있다. 그 위에 쪽지. ‘초콜렛 아님^^; 예술 사진 같은데 검사님 닮았네요~ ’ 쓰인 메모. 장일, 종이를 풀어본다. 어린 장일이 선우를 치는 그림 나온다.
장일;........ (충격으로 쿵)!
43. 노식네 부엌 / 낮
진열장의 그릇을 구경하는 수미. 은쟁반에 티 포트 슈가와 크림 제대로 된 티 세트 차려놓고 찻잔에 차를 따르는 마희정.
수미;컬렉션이 대단하신데요.
희정;여행 갈 때 마다 꼭 사오고, 아니 그릇을 사러 여행을 간 적이 더
많았다면 많았죠. 이태리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수미;(와서 앉으며)그릇을 왜 모으세요.
희정;좋은 질문!
수미;........
희정;(예술가처럼) 그릇들은 나에게 상상력이예요. 초여름 화사한 날,
화이트 포슬린 세트를 차려놓고 친한 사람들을 불러 차를 마신다.
찻잔 달그락 거리는 소리, 막 구은 쿠키 냄새, 유럽 영화 같은 웃음 소리 울려 퍼지면서....
수미;재밌네요.
희정;스산한 늦가을엔 금빛 테두리 화려한 꽃무늬 찻잔. 진하게
끓인 밀크티를 마시면서 크리스마스를 생각 하는거죠.
수미;브라보.
희정;건배!
두 사람, 찻잔으로 건배. 희정, 웃으며 차 마신다. 수미, 어떤 느낌으로 찡하다.
수미;......이런 거 처음 해봐요.
희정;(다정하게)어떤 거?
수미;엄마 나이 또래 분이랑 단 둘이 차 마셔 보는 거....
희정;어머니가 안 계세요?
수미;.........네.
희정;앞으론 언제라도 편하게 차 마시러 와요.
수미;그럼 저도 선물을 하나 드릴게요.
44. 노식네 거실 / 낮
우아한 드레스에 화려한 반지 끼고 얼짱 각도로 살짝 비틀어 앉아있는 마희정.
수미, 초상화 얼개를 잡고 있다.
희정;나 사실 내 그림 하나 그려달라고 너무너무 부탁하고 싶었어요.
수미;작년부터 미국 에이전시에 계약이 돼서 내 맘대로 그림을
남한테 못 줘요. 이건 계약 이전에 그린 그림으로 할게요.
희정;땡큐!
수미;(그림 그리며)아까 그릇들 보고 든 생각인데 외국 브랜드를
하나 수입해 보심 어때요.
희정;(반가움에 화들짝)나도 그 생각했어요! 너무 하고 싶지 나야.
수미;포즈 다 틀어졌다.
희정;어머어머! (다시 얼짱각도 부동자세로 앉아 수미를 곁눈질로만 보고
얘기하는)나도 너무 해보고 싶은데 우리 남편이 갤러리까지만
허락을 하네요.
수미;손 위치 다시요. 좀 더 앞으로.
희정;(우아하게 뻗는) 그릇도 수입하고, 예쁜 찻잔 그득한 레스토랑도 해 보고 싶은데.
수미;바지 사장 내세워서 뒤로 하시면 되잖아요. 돈 끌어올 데야 찾아보면 되는거구.
희정;(손가락을 딱!)
수미;손 위치 다시.
45. 갤러리 / 낮
장일, 들어온다.
윤주;장일씨 웬일이야.
장일;최수미 어딨습니까.
윤주;오늘 우리 엄마랑 차 마셨거든. 지금쯤 작업실로 갔을텐데....
장일;작업실은 어딥니까. 수미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윤주;잠깐만 기다려 봐요. (핸드폰 뒤지며)문자로 날려줄게.
장일, 바닷가 벼랑 그림을 본다. 잠시 후 울리는 문자음.
46. 수미 작업실 / 낮
선우와 장일의 극사실화 긴 커튼 뒤에 (또는 비즈 발 뒤에) 아슬아슬하게 숨겨져 있다. 용배, 차 마시며 감탄하며 그림을 보고 있다. (극사실화 + 일반 정물화, 풍경화)
수미;오실 줄 미리 알았으면 과일이라도 좀 사다 놓는건데.
용배;아이구 아녜요. 내가 그림 그리는 거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
수미;아니요, 오셔서 전 너무 반가운데요.
용배;어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려.
수미;할 줄 아는 게 이거 하나 밖에 없어요.
용배;아이구 겸손하기까지 하면 어쩌란 거야.
수미;아버님 그림도 하나 그려드릴까요?
용배;아이구 싫어, 난 얼굴 커서 싫어.
수미;작게 그려드림 되죠.
용배;마음만이라도 고마워요. 그래 우리 최수미 작가 부모님은 뭘하시 나....
수미;......
핸드폰 벨이 울린다.
수미;잠깐만요.
수미, 책상으로 달려가 핸드폰을 집어 든다. 전화번호 보고 갸우뚱. (수미도 장일 전화번호는 갖고 있지 않음)
수미;여보세요.
장일(F);수미냐? 나다 이장일.
수미;어, 그래 장일아.
용배;(장일이란 말에 수미를 돌아보고 미소)
장일(F);너 지금 어디야. 작업실 이니.
수미;응, 차 한 잔 마시러 올래?
장일;지금 들어갈게. 바로 앞이다. (끊는)
장일, 들어오다 용배를 보고 놀라 주춤한다.
장일;아버지........
용배;난 그만 일어 설란다. 둘이 데이트 하다 와. (나가면서 장일에게
넌지시)내 아들이 데이트할려고 땡땡이를 다 치는구만. 재미지게
놀다 와. (수미에게) 차 잘 마시고 가요.
수미;네, 또 뵈요.
용배, 흐뭇한 듯 웃으며 나간다.
수미;커피 줄까? 아님 와인?
장일;(차분한) 커피가 좋겠네. (앉는다)
수미;드립 커피로 줄게. 기막힌 원두를 선물 받았거든. (흥얼거리며
원두를 꺼내는)
장일;(아무렇지 않게)나한테 보낸 그림 뭐야.
수미;니가 선물하고 싶게 만들었어.
장일;그런 그림은 대체 왜 그린 건데.
수미;(원두를 분쇄기에 넣는다)아쉽네 그림 속에 있는 다른 주인공한테
먼저 보여줄 걸 그랬나.
장일;(경멸하듯)너 거머리야?
수미;선물한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다른 거 골라 봐.
수미, 벽에 쳐진 커튼을 연다. 커튼 뒤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연작시리즈. 장일이 선우를 치는 그림들. 장일, 흔들하지만 무섭게 자신을 잡는. 수미를 쏘아본다.
수미;(지지않고 장일을 보며)나 그날 거기 있었어. 내가 본 걸 그린거야.
47. 바닷가 벼랑 / 낮
수미의 회상. (수미 시선으로 촬영한 분량 밞고 임팩트 있게 넣어주세요!)
-- 앉아서 스케치 북 펼쳐놓고 그림 그리는데 잘 집중 안 되는 듯. 신경질 적으로
직직 그어 버리고 스케치북을 확 덮어버린다. 멀리로 시선 주며 잠시 멍하니....
스케치북 들고 일어서 몇 발짝 걷는데 저만치로 시선. 뭔가 보인다.
수미; ?
멀리로 선우와 장일 마주 보고 서 있는 게 보인다. 수미, 단순하게 뭐지? 싶은 표정인데 장일이 무릎을 꿇는 게 보인다.
수미;..........(아까보단 진지하게 무슨 일이지....싶은)
수미, 몇 걸음 움직여 잘 보이는 곳으로 가서 선다. 멀리로 선우, 걸어가는데 장일 따라가 각목으로 내려친다.
수미;(놀라)!!
48. 수미 작업실 / 낮
싸아한 공기 감도는 방. 두 사람 폭풍전야처럼 팽팽한 긴장 속에 조용하다.
수미;그날 밤부터 그림으로 그렸어.
장일;왜.
수미;그냥 내가 본 걸 그리고 싶었을 뿐이야.
장일;왜 지금껏 선우한테 안 보여줬는데.
수미;선우가 의식불명이었잖아. 깨어난 후엔 눈이 멀었고.
장일;지금이라도 가서 보여줘.
수미;혹시 알아? 선우도 다 알고 있을지.
장일;........
수미;니가 정 원하면 나머지 그림은 선우한테 선물할게.
장일;.......날 그렇게 갖고 싶어?
수미;......(불쌍하다는 듯 빤히 보는).....
장일;저 그림으로 협박하고 구걸해서라도 날 그렇게 갖고 싶냐구.
수미; 닥쳐, 이 미친 새끼야. 니 까짓 게 뭔데.
장일;.......(픽 웃는)
수미;난 선우한테 죄인이야. 그날 당장 경찰서에 달려가야 했었어.
너도 지금까지 힘들었을 거 아냐. 불안하고 미안하고.
장일;하지 왜 안했어?
수미;............
장일;(버럭)하지 왜 안했냐구.
수미;니가 너무 불쌍해서. 그렇게 친했던 친구를 친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장일;날 너무 갖고 싶어서 니가 돌았구나.
수미;돌아 버린 건 이장일 너 아냐? 너 왜 김선우 내리쳤어. (눈물이 나 는) 너 김선우 왜 죽일려고 했어. 니 제일 친한 친구를 왜 죽일려고
한거야, 선우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장일;.........(눈물이 터진다)입 닥쳐! 입 닥쳐! 거짓말이야!
수미;선우가 진정서 접수한 건 아니. 재수사 시작되면 내가 가서 말할거 야. 15년 전에 진정서 내러가던 선우를 니가 뒤에서 내려쳤다고.
뒤에서 치고 바닷 속으로 던져서 죽이려고 했다고 내가 다 말할거 야.
장일;그래 말해! 니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다해! (나간다)
수미,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그동안 자신의 죄책감도 다 올라오고 장일에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도 슬프다.
49. 동네 일각 / 낮
주차된 차. 운전석의 장일, 부들부들..... 눈물이 흐른다. 몸 속 깊은 곳,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통곡 같은 울음. 장일, 가라앉히려 숨을 고른다.... 무서운 자제력으로 차분해 지는가 싶다가 다시 올라오는 깊은 곳의 눈물. 목에서 숨 넘어 가는 소리까지 나며 울음을 참으려 한다.
50. 장일네 거실 / 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장일. 몸을 못 가눠 엎어지려 비틀
용배;너 왜 이러냐. 어디서 이렇게 떡이 되도록 마셨어.
장일;아버지 절 받으세요.
장일, 큰 절을 한다.
장일;아버지.....힘드시죠....
용배;너 왜 이러냐. 최 작가랑 지금껏 술 마신거야?
장일;아버지 나 수미랑 결혼해서 평생 불행하게 벌 받듯이 살까요.
용배;무슨 말을 그렇게 해.
장일;(껴안으며) 난 아버지가 너무 불쌍해....
용배;.....(장일 안은 채)무슨 일 생긴 건 아니지..... 선우 그 놈이 무슨 짓
한 건 아니지.
51. 복 도 / 낮
장일, 걸어간다. 착잡한 기분을 애써 다잡듯. 넥타이가 조이는 듯 손으로 당겨풀며 걸어간다.
52. 부장 검사실 / 낮
장일, 들어온다. 부장, 책상 앞에서 자료 뒤적이고 있다.
부장;어서 와. 이 검사. 차 좀 들어요.
장일, 찻잔이 놓인 응접 소파에 앉는다. 방금 놓인 듯 김이 올라오는 찻잔이 세 개 놓여있다.
장일;..........?
준호, 들어온다.
부장;(준호에게)어서 와.
준호, 장일 옆에 앉는다.
장일;(소리 나지막히 준호에게)우릴 왜 부르신거지?
준호;(눈을 찡긋 미소)
부장, 자료를 들고 장일 앞에 와서 앉는다. 장일 앞에 선우의 진정서와 노식 용배 경필 셋이 찍은 사진을 놓는다.
장일;...........!
부장;이 사건, 두 사람이 좀 맡아줘.
부장을 보는 장일의 외롭고 춥고 기댈 곳 없는........표정에서!
.적도의 남자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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