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13
1. 복 도 / 낮
장일, 걸어간다. 착잡한 기분을 애써 다잡듯. 넥타이가 조이는 듯 손으로 당겨풀며 걸어간다.
2. 부장 검사실 / 낮
장일과 준호, 응접 소파에 앉아있다.
장일;(소리 나지막히 준호에게)우릴 왜 부르신거지?
준호;(눈을 찡긋 미소)
부장, 자료를 들고 장일 앞에 와서 앉는다. 장일 앞에 선우의 진정서와 노식 용배 경필 셋이 찍은 사진을 놓는다.
장일;...........!
부장;이 사건, 두 사람이 좀 맡아줘.
부장을 보는 장일의 외롭고 춥고 기댈 곳 없는 표정. 아득하고 사지死地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부장(E);이검사는 아직 진정서를 못 봤을테니까 간략히 얘기해 주지.
15년 전에 시골에서 평범한 한 중년남자가 자살을 했어.
준호; 그 사람은 진노식 회장의 전 직원이었고, 진회장네 별장 앞에서
택시를 내렸어. 그리고 그 다음 날 동네 뒷산에서 목을 맨 채
발견이 된거야.
장일;............
준호;단순 자살로 처리된 사건인데 그 분 아들이 진정서를 냈어. 진회장을 피진정인으로. 나는 진노식이란 이름 때문에 주목하게 됐구.
장일;........(웃으며)진노식 회장이 살인이라도 했다는 거야?
준호;그건 수사를 해봐야지.
장일;(말도 안된다는 듯)횡령이나 배임, 비자금이면 몰라도 살인은 좀.....
준호;진정서에 그렇게 돼 있다니까.
장일, 춥다. 멀리 창밖으로 시선. 창밖으론 밝은 햇살 벚꽃 잎들이 스산하게 바람에 흩날린다.
부장;이번 건을 수사하면서 진노식 회장이랑 얽혀있는 전 차관들과의
연결고리도 같이 밝혀 봐. 그래서 두 사람을 붙이는 거야.
진회장의 비리와 비자금, 15년 전의 살인 혐의를 함께 수사해 줘.
준호;예 부장님.
부장;만약 진회장이 피의자가 된다면 이건 모든 이목이 집중될 사건이야.
큰 껀이니 만큼 두 사람한테 맡기는 거니까 신경쓰고....(장일 보며)
이 검사는 어디 아픈가?
장일;아닙니다......열심히 하겠습니다. (태연한 척 미소 짓는 얼굴)
부장(E);수사 상황 새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 하고.
3. 복도 / 낮
걸어오는 준호와 진정서 파일을 손에 든 장일. 준호는 열성을 다해 얘기하고 장일은 혼이 빠진 사람 같다.
준호;김경필씨는 진노식 회장이랑 초창기부터 함께 일했던 고향 후배야.
내 생각에 돈을 좀 융통하러 간 게 아닌 가 싶어.
장일, 듣는 둥 마는 둥 창가에 기대선다. 창밖을 내다본다.
준호;(멈춰 서서 계속 이야기)옛날부터 잘 아는 사이니까 진노식의 비리 나 부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을 거구, 그걸 빌미로 돈을 요구하다
살해당한 게 아닐까.
장일;돈을 요구하다 거절당하고, 수치심에 자살을 했을 수도 있잖아.
준호;수치심에 자살을 하기엔.... 글쎄...
장일;진노식 회장은 비리 투성이다, 이렇게 정해놓고 보니까 그런 거지.
선입견 버리고 차근차근 그려가자.
준호;오늘 저녁 시간 괜찮지? 수사방향 같이 잡아보자.
장일;내일 하자. 난 (파일 들며)이것부터 좀 차근차근 읽어야 하구.
준호;..... 그래 그럼.
장일, 전화벨 울린다. 장일, 핸드폰 본다.
4. 대변인 실 / 낮
긴장하고 생각 많은 얼굴의 장일, 들어서는데 ENG 카메라가 비추고 사진 카메라
후렛쉬가 터진다. 검사 선배, 마이크를 든 TV 리포터, 사진기자들 여럿. 정신없는 분위기.
장일;(얼떨떨 카메라 손으로 가리며)무슨 일입니까.
수수한 차림의 60대 부인과 20대 남녀 서 있다.
부인;검사님 저 알아보시겠습니까. 예전에 수원지검 계실 때 소망이발 관......
장일;...... 그럼요. 기억하죠.
부인;제 남편이 보름 전에 세상을 떴어요.
장일;황태호 선생님이요?
부인;네......남편이 평생 검사님을 잊지 못한다면서 꼭 찾아뵙고 이걸 전해
드리라고..... (두툼한 편지봉투와 통장과 도장을 건넨다)
장일;.......(받는다)
카메라 후렛쉬 요란하게 터지고, 촬영 카메라도 바짝 들어온다. 장일 얼굴과 ‘존경하옵는 이장일 검사님께’ 라 쓰여진 봉투. 나무 막도장이 비닐에 같이 든 통장.
부인(E);남편이 쓴 편지하구요, 저희 마음을 모은 통장입니다.
장일;이걸 왜 저한테........
부인;(눈물 맺힐 듯)검사님 아니었으면 제 남편, 억울하게 전과자가
될 뻔 했잖아요. 이 돈은 검사님이 좋은 일이 써주세요.
저희처럼 못 배우고 몰라서 당하는 사람이 없게요. (장일의 손을
엄마처럼 잡으며)평생의 은인이십니다.
선배 검사, 장일의 등을 토닥이며
선배;미안하다. 미리 알려주면 어색해 할 것 같아서 그냥 오라고 했어.
이장일 검사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꼭 얘기하고 싶으시대서....
마이크 든 리포터 나서며
리포터;이제 저희가 인터뷰 해도 되나요?
선배;잠깐만요. 사진 좀 먼저 찍구요.
장일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장일 손을 꼭 잡는 부인. 장일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손잡고 사진 찍는다. 기자들 소리친다. ‘조금만 더 웃어주세요’ ‘여기도 한번만 봐 주세요’ ‘좀 더 밝게 웃어주세요’ ‘검사님 여기 좀 봐 주세요’ 웃고 있는 장일의 표정. 슬픈 듯, 행복한 듯, 불편한 듯.....
5. 중앙지검 구석진 일각 / 초저녁
사람들 통행이 없는 후미진 곳. 장일,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서 있다.
(6씬 먼저 가고 사이에 5씬을 끼워넣어 편집해주시거나!)
장일;.......
장일 핸드폰을 누른다.
6. 장일네 거실 / 초저녁
용배,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싱글 벙글. TV엔 이발관 가족과 만나고 있는 장일의 모습. (대변인실에서 카메라에 찍힌 장면)
용배;아들! 아버진 지금 여기저기서 전화 받느라고 정신없다. 이 방송
사람들이 은근히 많이 보나봐. 전화가 아주 빗발친다.
집 전화벨 울린다.
용배;들었지? 또 온다, 또 와.
장일;얼른 받으세요 그럼.
용배;아냐, 얘기해. 이따 받지 뭐.
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부자의 통화가 신경 날카롭게 서 있고 긴장감 들게.
장일;아버지, 지금 밖으로 나가서 CC TV에 걸리지 않는 공중전화로 가세 요.
용배;.........
장일;공중전화로 진노식 회장한테 전화해서 지난번에 절 만났던 곳으로
오라고 하세요.
용배;그게 무슨 소리야.
장일;꼭 공중 전화로 하셔야 돼요. 그리고 진회장한테 제 핸드폰으로 전화
하지 말라고 하세요.
용배;장일아.... 무슨 일 있는 거냐.
장일;별 건 아니예요.
용배;별일이 아닌데 무슨 스파이처럼 전화를 걸라고 시키는거야.
(애타는) 대체 무슨 일이냐.
장일;별 거 아니고.... 진회장이 비자금 문제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어요.
꼭 공중전화로 하세요.
7. 선우 사무실 / 초저녁
TV에 나오는 장일 인터뷰. 선우, 책상에 앉아 여유있는 표정으로 장일의 모습을 바라본다.
장일(F);이발소 단골이던 사람한테 2백 만원 씩, 네 번에 걸쳐서 8백
만원을 꿔주셨답니다. 약속한 기간이 돼서 꾼 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도리어 이 분을 사기로 고소했어요.
꿔간 돈 천 만원을 안 갚고, 자신을 폭행 했다구요.
리포터(F); 이장일 검사님은 여성과 장애인 인권을 위해서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신 걸로 아는 데요.
장일(F);선배님들 하시는 거 옆에서 그냥 도와드린 정도예요.
장일 인터뷰 흐르는 위로 쿤 선우 대화.
쿤; 역시 스타검사답게 카메라를 아는데요. 남들이 자기를 멋있게 본다는
걸 알아요.
선우;(미소)이장일 진짜 근사하네요. 모든 걸 다 가진 사람 같아요.
쿤; 우쭐하면서 영웅심 느끼고 있겠죠?
선우;...............
플래쉬 백 -- 1부. 학생부실. 장일, 선우를 빤히 본다.
장일;혼자 영웅심 느끼면서 우쭐해 있는거야?
선우;........
장일;너한테 빚지기 싫어.
선우;빚 없으니까 꺼져도 돼.
장일;그럼 혼자 뒤집어 쓴 척 하지마.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현재 선우 사무실. TV속 이발관 가족들과 따뜻하게 웃으며 사진 찍는 장일.
선우, 물끄러미 TV를 보다 꺼버린다.
8. 공중 전화 / 밤
대로변 공중전화로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는 용배. 가로등 위쪽을 쳐다본다. CCTV 또는 주차단속 카메라 붙어있다. 용배, 다시 걸음을 옮긴다.
9. 한강 고수 부지 / 밤
장일, 강물 보며 서 있다. 노식, 다가온다.
노식;봄 날씨가 좋다. 꽃향기도 날리고.
장일;..........
노식;무슨 일 있나.
장일;(강물에 시선 준 채)김선우가 진정서를 냈습니다.
노식;....... 진정서?
장일;진노식 회장님을 피진정인으로요.
노식;왜?
장일;........옛날 김경필씨 사건.
노식;(흐흐... 웃는)
장일;제 동기 검사와 제가 한 팀으로 사건을 맡았습니다.
노식;....(큰 흔들림은 없다)배워라. 김선우처럼 두꺼운 얼굴.
뒤로 딴 짓하면서 회사 파티에 날 초대하고, 내 앞에서 웃고.
(웃으며) 그 놈이 아주 단단한 사업가가 됐구나.
장일;김경필씨 껀 외에, 각종 비리에 대한 내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오해나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정치인들도 만나지 마시고.
노식;난 지금 중요한 일이 여러 개 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근다 면 그게 어디 사업간가.
장일;그럼 어쩌시겠단 겁니까.
노식;이검사가 막아야지.
장일;......... 진노식 회장님!
노식;막을 수 있는 데 까지 막아야지.
장일;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으셔야죠.
노식;뭐가 죄고?
장일;...........
노식;아들 잘 키우고 싶었던 너희 아버지 욕심이 죄냐.
장일;지금 회장님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노식;장일군은 날 보호해야 한다. 난 널 위해서 사다리를 놔줬다.
장일;회장님을 위해서 내가 낭떠러지로 갈 순 없습니다.
노식;날 보호하지 않으면 장일군도 낭떠러지다. 다른 사람 명의로 전화를
하나 개통 할테니까 그리 통화하자. 데이트도 아니고 이게 뭐야.
(가는데)
장일;참고인으로 검찰에 나오시긴 할 겁니다.
노식;나가는 거야 뭐 어렵겠나.
장일;수사가 계속되면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실 수도 있습니 다.
노식;(흔들림 없다)이 검사가 있는데 내가 왜.
장일;........왜 선우 아버지를 죽이셨습니까.
노식;..........
장일;왜 그랬어요.
노식;오늘 집에 가서 물어봐라. 왜 그랬냐고.
장일;...........
노식;우리 윤주랑 신준호가 선을 보게 될 거다. 연애하라고 옆에서 바람
좀 넣어. (간다)
10. 장일네 욕실 / 밤
샤워 부스. 물을 맞고 서 있는 장일.
장일;........(멍하니)
밖에선 욕실 문 두드리는 소리.
용배(E);아들 너 괜찮냐. 샤워를 몇 시간째 하는 거야.
장일;(혼잣말. 벽에 거울 있음 더 좋고)괜찮아요.
아무 문제없어요, 아버지. 괜찮아요....
물 맞고 서 있는 장일. 멍한 얼굴에서 점점 또렷하게 자신을 세워간다.
11. 도 로 / 아침
선우, 운전 중. 전화벨 핸즈프리로 받는다.
선우;어, 장일아.
장일(F);어디냐? 출근 전이면 어디서 커피 한잔 하자.
선우;난 사무실 거의 다 왔는데.
장일(F);사무실로 갈게 그럼.
12. 선우 사무실 / 아침
아침 햇살 들어오는 사무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네 잔 포장해 들고 오는 장일.
선우 혼자 앉아있다. 장일, 밝은 표정으로 들어온다.
장일;뭐야 대표님이 제일 일찍 출근하셨네. 좋은 회사다.
선우;너 올래? 법무팀장 자리 하나 줘?
장일;(웃으며)생각해 볼게. (책상에 커피 박스 놓으며)한잔 해.
선우;(커피 두 잔을 포장 박스에서 뽑아 책상에 놓는다)
장일;파티 날은 내가 미안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잔데다가 술도 많이
마셔서.... 사과할게.
선우;아니야. 너 가고 나서, 너보다 더 취한 사람들 많았어. 다들 춤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재밌었어.
장일;아버지 껀 수사, 내가 맡게 됐다.
선우;......그래?
장일;널 진정인으로 몇 차례 부를 거다. 내일이나 모레쯤..
수사검사는 나랑 연수원 동기가 됐어.
선우;나야 좋지. 넌 누구보다 그 때 상황을 잘 아니까.
장일;내가 확실하게 수사해서, 너의 그 말도 안 되는 의심들 다 풀어
줄게.
선우;그래 잘 부탁한다.
두 사람 칼을 숨긴 채 마주보며 미소. 장일, 창가로 간다.
장일;이제보니 전망이 아주 좋네.
선우;그래서 여길 고른거야.
장일;매일 이렇게 서울 한복판을 내려다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니.
더 큰 돈을 벌겠다? 저 빌딩도 내가 사겠다?
선우;다신 저런 풍경을 못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하지.
장일;.............(미소)그렇구나. 나 이제 가 볼게.
선우;커피 고맙다.
장일, 문으로 가는데 테이크 커피를 두 잔 박스에 넣어 들고 오는 지원과 맞닥뜨린다.
장일;........ (지원 손에 든 커피 단 두 잔에 시선)........
선우;오늘 아침은 커피 풍년이네.
지원;장일씨가 웬일이예요.
장일;대표님이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또 뵈요. (선우에게) 간다.
장일, 나가는데 지원, 커피를 놓고 따라 나간다.
선우;................
13. 엘리베이터 앞 / 아침
장일, 서 있다. 지원, 뒤에서 다가온다.
지원;장일씨.... 지난 번에 엄마 병원비 도와준 거, 돌려드릴게요.
장일;천천히 줘도 돼요.
지원;마음이 안 편해서 그래요. 제가 언제 점심 사면서 돌려드릴게요.
시간 좀 내주세요.
장일;지원씨를 몰라 보는 김선우랑 같이 있는 건 편한가요?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장일, 탄다.
장일;연락 할게요. 점심 사요.
14. 선우 사무실 / 아침
지원, 들어온다. 선우, 책상에 앉아 눈길 안준 채
선우;이사님 곧 출근 할텐데 커피를 딱 두 잔만 사오면 어떡합니까.
지원;대표님이랑 이사님 껀데요. 전 마시고 왔습니다.
선우;.......(머쓱).....
지원, 공용 테이블에 놓인 파일들을 들춰본다.
선우;파티 준비 수고 많았습니다. 다들 칭찬 하더라구요.
지원;장일씨는 왜 온 거예요?
선우;회사 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지원;..........
선우;미술관 딸린 호텔은 어때요? 투자의향서를 받았는데 한지원씨가
호텔 쪽은 전문이잖아요.
지원;실사를 한번 다녀와서 보고 드릴게요.
선우;오케이.
지원;언제 가면 되나요?
선우;이번 주 중에 같이 갑시다.
15. 장일 사무실 / 낮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장일 준호. 장일은 다른 생각 중. 손에 잡은 볼펜이 불안정하게 헛돌고 움직인다.
준호;진회장을 참고인으로 부르는 건 맨 나중에. 그 전 까지는 김경필씨가
일하던 시기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수소문 해보자.
장일;거의 30년 전일 텐데....
준호;갑자기 회사 규모가 커지는 시기가 몇 군데 있어. 그 시기를 중점적 으로 조사하고.
장일;.......(생각하는 척)음.... 진승그룹 태동기부터 지금까지의 성장과정 을, 기업 소설을 준비하는 작가인 척 위장하고 가서 듣는 것도 방법일 것 같고.
순태;(끼어드는)저 대학 때 연극반 했어요. 자신 있습니다.
백구;연기는 저도 좀 됩니다.
준호;나쁘지 않은데.
장일;소설화 하고, 영화로까지 만들어 지면 좋겠다.... 이러면서 접근하면
진회장 당장 오케이 할 것 같은데.
소영;당장 오케이에 저도 한 표요.
준호;일단 택시 기사 먼저 참고인으로 부르자.
16. 옥상 / 낮
장일, 휴대폰으로 통화.
장일;어, 정민아. 사설도박장 수사는 잘 돼냐. 어디까지 진척됐어... 그렇게
늦장 부리다 문 닫고 튀겠다.
17. 도박장 / 낮
경찰들, 들이 닥쳐 도박하는 사람들을 체포한다. 칩 우르르 쏟아지고 딜러 테이블에 앉아있던 택시기사도 경찰에 잡힌다.
18. 옥 상 / 낮
장일, 휴대폰으로 통화. 슬프고 자기혐오. 어린 시절 선우를 치고 난 후의 장일처럼 간신히 자신을 가누고 있다.
장일;수사관 들이 소설가인척 위장해서 홍보실로 연락 할 겁니다.
협조하겠다고 하시고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대하세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의 성공스토리 준비하시고, 옛날 회사 직원으로
역할 해 줄 사람들도 정해주십시오.
장일, 전화기를 내린다. 햇빛이 화사하다.
19. 회장실 / 낮
차 실장, 노식 마주 앉아있다. 노식 옆엔 핸드폰 두 개.
노식;입 무겁고 눈치 있는 사람으로 두세 명 만들어 봐.
차실장;알겠습니다.
노식;호주 쪽 개발 투자 껀은 백 프로 백지화 하고.
차실장;재고의 여지는 없으십니까?
노식;없어.
차실장;.........(못마땅하지만) 알겠습니다.
20. 갤러리 / 낮
‘이 시대의 검사’ 표제의 장일과 이발소 가족 웃는 사진 신문 기사 놓여있다.
윤주, 신나서 얘기한다.
윤주;어제 방송에 이장일 검사 나온 거 봤어요?
수미;(무관심, 건성) 아뇨.
팜플렛에 싸인 받으러 오는 화구통 든 미대생들. 수미 싸인 해준다.
윤주;오늘 신문에도 났어요. 그래서 말인데, 최수미 작가랑 엮어서 우리는
동창이자 서로의 팬이다.... 뭐 이런 거 얘기되지 않을까요?
수미;저는 걔 팬 아닌데요.
윤주;(수미 말 듣지 않고) 갤러리보단 작업실이 더 좋겠다,
서로 그림 보면서 얘기하는 거 촬영하고... 얼마나 훈훈해. 이검사가
좋다고 하면 할 꺼죠?
수미;이장일한테 줄 그림이 있긴 한데... 생각해 볼게요.
윤주;(신나서)전화해서 물어볼게요.
21. 장일 검사실 (+ 갤러리 윤주)/ 낮
장일, 핸드폰 들고 있다.
장일;하고 싶지 않은데요.
윤주;날 봐서라도 한번 도와주면 안될까. 수미씨 작업실 와서 차 한잔만
마셔주면 되는 건데.
장일;죄송합니다.
윤주;장일씨한테 선물할 그림도 있다는데, 그거 그럼 내가 가져간다.
장일;.....
22. 갤러리 / 낮
윤주, 신나서 수미에게 다가오며
윤주;이검사 이따 오겠대.
수미;........그럼 데이빗 김도 부르시지 그래요. 걔도 동창인데.
윤주;(놀라)정말?
수미;데이빗이 한다고 하면 할게요.
윤주;(신나서)오케이! (전화 들고 버튼 누른는데)
23. 작업실 / 밤
수미,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다. 아이라인도 다시 그리고. 커텐 쳐진 벽.
윤주, 분주하다. 커다란 화병에 꽂힌 꽃을 다시 만지고 와인과 와인 잔 놓고 촛불도 켜놓는다.
수미;늦네요.
윤주;올 때 됐어요. 메이컵 빨리 마무리해요.
장일, 들어온다.
윤주;장일씨 어서 와요. 시간 내줘서 정말 고마워.
수미, 화장하다 돌아본다. 장일 수미를 보고 커텐 쪽으로 시선. 닫힌 커튼 뒤로
선우와 장일 그림인 듯. 바닥에 누워있는 손에 피가 흐르고 있는 그림 한 귀퉁이가 살짝 보인다. 장일, 불안하다.
수미;............(밉고 안쓰럽고 우습고.....)
윤주;데이빗도 올 때가 됐는데....
장일; !
선우, 꽃다발을 들고 들어선다. 장일, 커튼 쪽 의식하며 더 긴장하는.
윤주;데이빗! 어서 와. 자기도 양반은 못되는구나.
선우;전 그냥 친구들 얼굴 보러 온 거예요. 인터뷰 안 해요.
윤주;그런 게 어딨어! 안 돼.
선우;다음에 다른 걸로 도와드릴게요.
윤주;안된다니까.
선우;제가 진정서를 제출한 게 하나 있는데 이검사랑 같이 사진 찍히면
안 좋을 것 같아서요. 이해해 주세요.
윤주;무슨 일인데?
선우;그런 게 있어요 죄송해요.
윤주;할 수 없지 그럼.
선우;(둘러보며)수미 작업실 근사하구나.
윤주;(잘난 척)내가 더 멋있게 세팅한거지 지금. 가만 있어봐. 뭘 좀 더
갖다놓나....
선우;수미야, 너 옛날에 내 방에서 점자로 쓴 종이 한 장 가져갔지.
수미;.........응.......그림 그릴려구.
선우;그거 갖다 그림 그렸어?
수미;아니 그릴려다 말았어.
선우;.........(수미를 빤히 보는)
수미;너도 참 희한하다. 가나다라 연습한 종이 수북하게 쌓였던데 그
한 장 없어진 건 어떻게 알았어.
장일;가나다라 연습이 아니었나 부지.
선우;(웃으며)아쉽다. 그걸로 그림 그려도 재밌었을텐데.
윤주;(두리번 거리다) 참! 장일씨 한테 선물 줄 그림은 뭐야?
수미;(커텐을 가리키며)저 뒤에 있어요.
장일; !
윤주;그거 괜찮으면 이젤에 그 그림 세워놓자.
윤주, 벽에 내려진 커텐을 쭈욱......... 걷어 가는데
장일;(깜짝 놀라 굳은 듯 보고) !
선우;(뭔가....? 싶은 호기심의 시선)
수미;(재밌는 구경을 한다는 듯 장일의 표정을 본다)
윤주, 끝까지 커텐을 밀어 젖힌다. 커텐 뒤로 다른 그림들 서 있다. 큰 그림 뒤에 선우 장일 그림 피 묻은 팔 한부분이 가려진 채 세워져 있다.
장일;(안도감. 기분 나쁜 듯 수미를 본다)..........
윤주;(풍경화 하나 집어 들며)이거야?
수미;아뇨.
윤주;이거 좋네 이젤엔 이걸 세우자.
수미;저 안할래요.
윤주;안하다니.
수미;선우는 안한다잖아요. 재미없지 그럼.
윤주;장일씨랑 둘이 해도 그림 괜찮아.
수미;이장일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이런 억지 설정 웃겨요.
(촛불들 불어서 훅훅 끄며)취소하는 게 낫겠어요.
윤주;(열 받아 들고 있던 그림을 탁 집어던진다)지금 제 정신이야. 조금 있으면 기자들 들이 닥칠텐데.
수미;(버럭)지금 내 그림 함부로 집어던졌어?!
윤주;허! 도대체가 제멋대로야. (열 받아 나가버린다)
선우;그냥 장일이랑 같이 하지 그랬어.
장일;됐어. 나도 하고 싶지 않아.
수미;선우야 다음에 보자. 나 기분 나빠졌어.
선우;모처럼 우리 셋이 만나서 난 기대하고 왔는데...
수미;미안해. 다음에 보자.
선우;그래 그럼 다음에 내가 밥 한번 살게. 연락하자. (수미와 장일에게
눈 인사 하고 나가는)
장일과 수미, 싸아하게 남아있다.
장일;니가 남자였으면 벌써 한 대 때렸을 거야.
수미;어딜? (자기 머리 가리키며) 뒷통수? (웃는)
장일;............
수미;고맙다고 말 안 해? 선우한테 지금 보여줄 수도 있었어.
장일;다시 불러다 보여줘 그럼.
수미;난 맛있는 건 맨 나중에 먹어.
장일;(가까이 다가와 무섭게 수미 팔을 움켜잡는다)
수미;(빤히 노려보는데)
선우, 들어온다. 수미와 장일 키스 직전의 연인처럼 보인다. 수미 장일, 떨어진다.
선우;아, 이런! 미안하다..... (두리번 가져온 꽃다발 옆에 놓인 핸드폰을 챙겨든다)
수미;선우야! 내가 그림 하나 선물로 줄까.
수미, 커텐 뒤로 가 그림 (피가 흐르는 팔)을 꺼낸다. 장일, 눈에 불이 번쩍 하는데 꺼내고 보면 아름다운 여인이 야릇하게 누워 팔에 피를 흘리는 그림.
장일;...........
선우;이건 내 취향 아닌데. 장일이 줘. (나간다)
장일;....... (수미를 빤히 보는)재밌어?
수미;(와인을 잔에 따르며)내가 법 쪽으론 무식해도 옛날에 니가 한 짓 이 뭔지는 알아.... 살인미수 ! 살, 인, 미, 수!
장일;...........
24. 장일 방 / 밤
용배한테 사각모 씌우고 둘이 다정하게 찍은 졸업식 사진, 부자가 V자 그리며
장난스럽게 찍은 사진 액자에 담겨 책상에 놓여있다.
‘존경하옵는 이장일 검사님께’ 라 쓰인 겉봉투 놓여있다. 6장 정도 되는 분량의 편지지를 들고 읽는 장일.
<평생의 은인 이장일 검사님. 죽기 전에 꼭 편지를 남겨야겠기에 두서없이 씁니다.
이렇다 할 대접 한번 받은 적 없고, 늘 기죽은 인생이었지만 검사님은 저를 높은 분들과 똑같이 대해 주셨습니다. 제 말을 믿어주셨고 망가질 뻔한 제 인생을
구해주셨습니다. 저 세상에 가서도 검사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장일 검사님 고맙습니다. 저를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장일, 눈물이 고인다.
수미(E);(와인을 잔에 따르며)내가 법 쪽으론 무식해도 옛날에 니가 한 짓이 뭔지는 알아.... 살인미수 ! 살, 인, 미, 수!
수미(E);살인 미수! 살인 미수!
장일, 울음이 터져 나온다. 흐느낌 죽이는.
25. 장일네 거실 / 밤
장일의 흐느낌 소리 희미하게 새어나온다.
용배;...........
26. 선우 동네 뒷산 / 낮
경필이 매달렸던 곳. 선우, 태주, 쿤 서 있다. 나무 아래 흰 장미 다발 놓여있다.
세 남자, 기도하듯 묵념 하듯 눈을 감고 서 있다. 새 한 마리 날아온다. 경필의
마음이 찾아온 듯 카메라 위에서 세 사람을 따뜻하게 내려다본다.
태주;.......... (나무를 올려다본다)
선우;(눈물이 나는 듯 돌아선다)
쿤;(나무를 만져보고 주변을 살핀다)옛날이랑 많이 변했어요?
선우; 여긴 그대로예요.
쿤; 각이 안 나오는데..... 여기서 어떻게 스스로 목을 매지?
선우;예전엔 여기 간신히 밟고 올라설 수 있을만한 그루터기가 있었어요.
쿤;장소 물색을 나름 잘 한거네요. 이 동네 사람이니까 가능했단 얘기지.
27. 바닷가 벼랑 / 낮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선우 태주 쿤.
플래쉬 백 -- 3부 엔딩. 장일, 선우를 바다로 굴린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선우.
현재. 선우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눈을 감는다.
태주;(선우를 본다. 위로하듯 선우의 등에 손을 얹는다)
선우;(태주보며 희미한 미소)
쿤;.....(선우를 본다) 불사신이예요? 여기서 어떻게 살아났지.
28. 이기대공원 다리 / 낮
선우가 앞서 걷고 한 두 걸음 뒤에서 따라 걷는 태주와 쿤.
선우;그 날 장일이는 이 다리를 건너서 여길 떠났을 겁니다.
태주;그날 이후로 여긴 한 번도 오지 않았을까.
선우;안 왔을 겁니다.
전화벨 울린다. 쿤,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 보고 선우에게 전화 건넨다.
선우;아, 예. 방송 잘 봤습니다.
태주;.......(선우를 보며 염려스러운 눈빛)
29. 선우 사무실 / 낮
(회상) 선우와 쿤 마주 앉아있다. 쿤 앞엔 장일에 관한 자료들. 신문 인터뷰와
‘법조계 소식지’ 같은 데 쓴 장일의 칼럼 같은....
쿤; 검사로선 거의 완벽한 사람입니다. 형사부에 있으면서 조폭, 악덕
사채업자들 스무 명 넘게 구속을 시켰구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
누명도 많이 벗겨 줬더라구요. 이발소 주인 도와준 사건을 제일 뿌듯 하게 생각한다고 글도 쓴 적 있구요.
선우;이발소 가서 머리 한번 자르고 오세요.
쿤;벌써 다녀왔죠. 그 분, 지난 주에 돌아가셨더라구요. 이장일 검사를 못
잊고 편지를 써놓으신 게 하나 있대요, 곧 부치신다고.
선우;검사님께 직접 전달해 드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우리의 마음도 같이
전할 겸.
쿤;무슨 말씀이신지....
선우;우리나라에 이장일처럼 훌륭한 검사가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구요.
30. 장일 검사실 / 낮
소영, 장일 앞에 통장과 도장을 내민다.
장일;피해자 지원센터 드리라고 했잖아요.
소영;통장 안 열어보시고 주신 거죠?
장일;........(통장을 열어본다) !
31. 이발소 / 낮
(회상) 흰 봉투를 내미는 쿤.
쿤;저희도 이장일 검사한테 은혜를 입은 사람인데 앞으로 나서긴 좀 그렇 습니다. 대신 좀 전해주시죠. 사모님 이름으로 통장에 담아서.
32. 장일 사무실 / 낮
장일, 사무실 전화기 들고 있다.
부인(F);그 분도 심부름을 왔다고 하더라구요.
장일;심부름을 보낸 사람은 누군지 모르시구요?
부인(F);데이빗 김이라는 분이래요.
장일;...............
33. 바닷가 다리 위 / 낮
쿤은 저만치 앞서 걷고 태주와 선우 나란히 걸어온다.
태주;벌레먹은 나무한테 굳이 도끼질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을텐데.
선우;(웃으며)
태주;우리가 뭘 한다 해도 경필이가 돌아올 순 없다.
선우;용서하란 말씀입니까. 저는 곧 진정인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요.
태주;니가 열을 던지면 이장일은 백을 던져 너를 칠거야.
선우;압니다. 그러다 먼저 지쳐 쓰러지겠죠. 그렇게 만들려면 제가 먼저
던지긴 해야죠.
선우, 걸어간다.
선우;.......그날 참 추웠어요. 바닷물이 엄청 차가웠습니다.
34. 노식네 부엌 / 낮
진열장의 그릇을 구경하는 수미. 은쟁반에 티 포트 슈가와 크림 제대로 된 티
세트 차려놓고 찻잔에 차를 따르는 마희정.
수미;컬렉션이 대단하신데요.
희정;여행 갈 때 마다 꼭 사오고, 아니 그릇을 사러 여행을 간 적이 더
많았다면 많았죠. 영국 프랑스 덴마크 독일...
수미;(와서 앉으며)그릇을 왜 모으세요.
희정;좋은 질문!
수미;........
희정;(예술가처럼) 그릇들은 나에게 상상력이예요. 초여름 화사한 날,
화이트 포슬린 세트를 차려놓고 친한 사람들을 불러 차를 마신다.
찻잔 달그락 거리는 소리, 막 구은 쿠키 냄새, 유럽 영화 같은 웃음 소리 울려 퍼지면서....
수미;재밌네요.
희정;스산한 늦가을엔 금빛 테두리 화려한 꽃무늬 찻잔. 진하게
끓인 밀크티를 마시면서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생각 하는거죠.
수미;브라보.
희정;건배!
두 사람, 찻잔으로 건배. 희정, 웃으며 차 마신다. 수미, 어떤 느낌으로 찡하다.
수미;......이런 거 처음 해봐요.
희정;(다정하게)어떤 거?
수미;엄마 나이 또래 분이랑 단 둘이 차 마셔 보는 거....
희정;어머니가 안 계세요?
수미;.........네.
희정;가엾어라..... 앞으론 언제라도 편하게 차 마시러 와요.
수미;저도 선물을 하나 드릴게요.
35. 노식네 거실 / 낮
우아한 드레스에 화려한 반지 끼고 얼짱 각도로 살짝 비틀어 앉아있는 마희정.
수미, 초상화 얼개를 잡고 있다.
희정;나 사실 내 그림 하나 그려달라고 너무너무 부탁하고 싶었어요.
수미;(그림 그리며)아까 그릇들 보고 든 생각인데 외국 브랜드를
하나 수입해 보심 어때요.
희정;(반가움에 화들짝)나도 그 생각했어요! 너무 하고 싶지 나야.
수미;포즈 다 틀어졌다.
희정;어머어머! (다시 얼짱각도 부동자세로 앉아 수미를 곁눈질로만 보고
얘기하는)나도 너무 해보고 싶은데 우리 남편이 갤러리까지만
허락을 하네요.
수미;손 위치 다시요. 좀 더 앞으로.
희정;(우아하게 뻗는) 그릇도 수입하고, 예쁜 찻잔 그득한 레스토랑도 해 보고 싶은데.
수미;바지 사장 내세워서 뒤로 하시면 되잖아요. 돈 끌어올 데야 찾아보면 되는거구.
희정;(손가락을 딱!)
수미;손 위치 다시.
윤주, 외출복 차림으로 현관에서 들어온다. 수미를 보고 까칠한 표정으로 외면.
희정;왜 벌써 와?
윤주;옷 갈아입고 다시나가야 해. 좋겠수. 초상화도 그려주구.
희정;인물이 좀 되니까 그려 주시는거지 뭐, 내가 수세미 같았어봐 화가한 테 영감을 줄 수 있겠나. 안 그래요?
수미;맞습니다. (윤주에게)그날은 정말 죄송했어요.
윤주;(무시하고)엄마, 진회장님... 왜 데이빗이 추천한 데 투자 안 하는거 야?
수미;.........
윤주;걔가 추천하는 데는 믿어도 되는데 돌다리를 너무 심하게 두들겨
보고 안 건너가시네. 다른 루트로 알아봐도 거긴 할 만한 덴데.
희정;그건 나도 상관 못해. 사업얘기 참견하니까 찻잔 깨는 거 봤지.
윤주;거기 좀 아깝다.....
희정;내가 한번 해볼까 그럼. 그이 몰래?
윤주;(눈 반짝)
36. 수미 레지던스 / 낮
팩 붙이고 나란히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있는 수미와 광춘.
광춘;나 이거 근질근질하다. 지금 뜯으면 안되나.
수미;(누은 채 광춘 팔을 딱 때리며)조금만 더 참아. 이 팩 비싼 거야.
광춘;딸년 잘 둬서 팔자에도 없는 백가면이 됐네.
수미;(웃으며)이게 무슨 가면이냐.
광춘, 전화벨이 울린다. 광춘, 옆을 더듬어 전화받는다.
광춘;예, 여보세요.... 네 그렇습니다만. (놀란 듯 벌떡 일어나 앉아 팩을
뗀다)
수미;?? (의아한데)
수미의 전화벨도 울린다. 수미, 보면 모르는 번호. 전화 받는다.
수미;여보세요..... 네, 그런데요.....
광춘;안 나가면 안됩니까. 난 할 말도 없는데..... 어쨌든 알겠습니다.
수미;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는다)
광춘;선우 아버지 껀 참고인으로 나와 달란다.
수미;나두. 나갈 거야?
광춘;안 나가. 그런 똑똑한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 할 자신 없어.
수미 전화벨 울린다.
광춘;(신경질)또 뭐꼬!
수미;(발신자 본다)...........
37. 수미 작업실 / 낮
용배 앞에 찻잔 놓아준다.
용배;일하는 데 방해했죠 미안해요.
수미;아닙니다. 방해는요.....
용배;..........(걱정스런 한숨)......
수미;무슨 일 있으세요?
용배;우리 장일이한테 무슨 일 있는지 혹시 알아요?
수미;왜요....
용배;잠도 제대로 못 자고.... 어젠 새벽에 혼자 우는 소리가 나더니 막
토하더라구.
수미;........장일이가요?
용배;워낙에 강단 있는 놈이라 옛날에 내가 쓴 사채빚 때문에 깡패들한테
수모를 당할 때도 끄덕없던 놈이었는데... 요새 무슨 일이 있는건 지.... 최작가가 넌지시 한번 물어봐 줘요.
수미;..... 네....
용배;우리 장일이 나 같은 아버지 만나서 고생 많이 했어요. 난 그놈 우는 꼴 못 봐요, 못 봐.
수미;......(씁쓸).......
38. 선우 사무실 / 낮
지원, 혼자 바쁘게 노트북으로 작업하면서 이어폰 꽂고 통화 중.
지원;직원을 둘 셋은 보충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자료 찾고 PPT작업까 지 하기가 좀 벅차네요. 대표님은 언제 오신대요?
쿤(F);부산 온 김에 볼 일 다 처리하고 가신답니다. 목요일 아침까진
올라 갈 거예요.
지원;.......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문 열리는 소리, 돌아보면 와인병을 든 수미다.
지원;.........
수미;오랜만 이예요. 지난주에 파티에서 스치듯 인사한 거 말고. 복지관에 서 본 후로 오랜만. (병을 책상위에 놓고)
지원;웬일이세요.
수미;선우... 아니, 데이빗 김 대표님 좀 보러왔는데. 어디 갔어요?
지원;부산 출장 중이세요.
수미;선우가 몰라봐서 섭섭하진 않으세요? 그때 그 사람이 나라고 말은
해 봤나요.
지원;죄송합니다. 전 지금 업무시간 이라서요.
수미;아.... 그냥 서로를 잊고 직장 상사와 직원으로....
지원;휴게실에 커피 한잔 준비해 드릴게요. 드시고 가세요.
지원, 일어서서 나간다.
수미;(픽 웃는)
수미, 창가에 선다. 선우 책상에서 펜을 하나 뽑아들고 구도를 잡듯 한 쪽 눈을
감아본다. 사무실 쪽으로도.
수미;(밖에 소리치는)여기요! 큰 종이 몇 장만 주실래요? 나 지금 급한데 빨리.
지원, 대답 없다. 수미, 여기 저기 찾는다. 수미, 선우 서랍을 열었다 닫고.... 어느 서랍을 열었다 닫으려는데 뭔가 끌림. 보면 파일들 사이에 잘 안 보이는 사진 액자.
꺼내보면 지원의 옛날 사진. 뒤를 보면 지원의 고백 문구.
수미;........(피식 웃는다) 여기다 숨겨놓고
수미, 액자틀에서 사진을 뺀다. 액자를 다시 서랍에 넣어 닫아놓고 사진은 지원 쪽 책꽂이 서류 속에 끼워 넣는다. 수미, 나간다.
39. 선우네 옥탑 / 밤
평상에 앉아 캔 맥주 마시는 세 사람.
태주;많이 낡았네. 칠도 다 벗겨지고.
선우;여길 떠날 때 눈을 감고 떠났어요. 꿈에도 나타나고.... 너무 다시
와보고 싶었어요.
태주;진정인 조사가 언제라구?
선우;모레 10시요.
쿤, 뒤에 찌그러진 맥주 캔 들을 본다.
쿤;벌써 다 마셨나?
선우;제가 가서 더 사올게요.
쿤;내가 갈게요.
선우;동네 좀 걷고 싶어서 그래요.
쿤; 같이 가시죠. 안주도 좀 골라오게.
선우와 쿤, 계단을 내려간다. 태주,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평상에 놓여있는 선우 핸드폰. 발신자를 보는 태주. (발신자 누군지 보여주지 마세요)
태주;...........
40. 노식네 식탁 +거실 / 낮
희정과 윤주, 비밀토의 하듯 소곤소곤.
희정;나는 그냥 펀드로 들어가는 게 나을 듯한데... 데이빗 한테 좀 물어 볼까.
윤주;그래, 내가 말해볼게. 진회장님한텐 진짜 비밀로 해?
희정;당연하지. 말했다간 여기 그릇 다 깨진다. 너, 그 입 다물어.
윤주;(입술에 지퍼)
두 모녀 소근 대고 부엌 밖으론 거실 소파에 노식 앉아있다. 핸드폰 귀에 대고
있다.
노식;여보세요. 데이빗 김 핸드폰 아닙니까.
41. 선우네 옥탑 / 밤
태주, 통화 중.
태주;그렇습니다.
노식;전화 받으시는 분은 누굽니까.
태주;직원입니다. 잠깐 전화기를 두고 자리를 뜨셨습니다.
노식;다시 하겠습니다.
태주, 전화를 놓는다. 캔을 든 선우 올라오며
선우;이사님은 회 뜨러 가셨어요.
태주;(전화기를 주며)진회장이 전화했다.
선우;.........(버튼을 다시 누른다)김선웁니다.
42. 노식의 거실 (+ 선우네 옥탑)/ 밤
노식, 미소로 통화 중. 식탁에선 희정과 윤주, 계속 소근소곤.
노식;김대표가 좋은 데 추천을 해줬는데 우리 상황이 지금 여의치 않아
투자는 못하게 됐어요. 하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하고 싶어서.
선우;별 말씀을요.
노식;다음에도 좋은 거 있음 부탁드리고 언제 골프나 한번 나갑시다.
선우;예, 그러시죠.
노식;이검사도 시간되면 같이 부릅시다.
선우;예 회장님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노식;다시 연락합시다. 아, 방금 전화 받은 분은 누굽니까.
선우;(태주를 본다)
태주;.........
선우;저희 회사 직원입니다. 혹시 회장님께 무례하게 굴었습니까.
태주;.......
노식;아닙니다. 그냥 김대표의 전화를 자기가 받길래 무슨 직원이 그렇게 배포가 큰 가 했소. 또 연락합시다. (끊는)
43. 선우의 침실 / 밤
선우, 자다가 벌떡 일어나 머리를 감싼다. 아프고 힘든 듯.
선우;.......으흐........
손으로 더듬어 침대 옆의 벨을 누른다. 계속 힘든 듯 머리 잡고 있다. 쿤, 달려온다.
쿤; 왜 그래요, 또 악몽 꿨어요? 또 두통 이예요?
선우; 안 보여요.
쿤;(옆의 스탠드를 켠다)이래도 안 보여요? 요즘 진정서 때문에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 아닌가.
선우;...........(가물가물 눈을 떠는)
44. 중앙 지검 앞 / 낮
차 와서 선다. 가방을 든 선우, 내린다. 운전석엔 쿤.
쿤; 잘 하세요!
선우;끝나고 전화할게요.
45. 복 도 / 낮
장일, 걸어간다. 넥타이를 조이며 걸어간다. 한판 싸움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무장한 눈빛. 햇살 드는 창을 따라 걸어간다.
(E);전화벨
장일;(전화 받아)진정인 도착 했습니까? 오시면 바로 조사실로 안내하세 요.
46. 복도 일각 / 낮
말끔한 수트 차림으로 걸어가는 선우. 장일과 선우, 전장으로 향하듯 서로 각자의
방향에서 걸어간다.
47. 장일 검사실 / 낮
선우, 들어온다. 순태, 백구, 놀라 일어선다.
장일;.........
순태;데이빗 김 대표님 아니십니까.
선우;잘 지내셨습니까? (미소)
백구;검사님도 곧 오실 겁니다. 조사실로 가시죠.
소영;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48. 조사실 / 낮
방 입구 쪽 옆으로 유리벽이 있는 작은 방이 또 하나 있는 조사실. 조사실에서
볼 땐 거울. 햇살 가득히 들어오는 유리창을 등지고 서 있는 장일. 무시무시한
느낌. 선우, 들어온다.
장일;어서 오십시오 김선우씨.
선우;잘 부탁드립니다. 이장일 검사님.
장일;앉으시죠.
선우, 앉으며 둘러본다. 뒤에는 유리벽 방. 앞쪽으론 작은 카메라 설치돼 있다.
선우;영화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네요.
장일;사실 저 김선우씨랑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선우;..........
순태;...........
유리벽 뒤에서 보고 있는 준호와 백구.
장일;데이빗 김으로 나타날 땐 몰라봤어요. 옛날엔 지금보다 훨씬 미소년 이었거든요. 어쨌든 저도 이 사건을 잘 압니다. 최선을 다해서 진정 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우;감사합니다.
장일;저희도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성금은 피해자 지원센터에 드렸습니다.
선우;가해자 가족 지원센터는 없나요.
장일;.......가해자 가족도 함께 상담하고 도와드립니다 걱정마세요.
선우;.....다행이네요.
장일, 자료에 쓰여진 내용을 보며
장일;김경필씨는 진노식 회장의 별장 앞에서 택시를 내렸고 그 다음날
오후 동네 뒷산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되셨죠.
선우;그렇습니다.
장일;진회장을 만나러 갔다 살해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말씀이시죠.
선우;예.
49. 선우 사무실 / 낮
지원, 책꽂이를 파일을 펼치다 안에 낀 사진을 본다. 자신이 선우에게 건넨 옛날
사진. 뒷면엔 자신이 써준 문구 그대로.
지원;...........(멍한 충격)
50. 검찰 조사실 / 낮
선우와 장일 마주 앉아있다.
장일;생일날,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목격 하신거죠.
선우;그렇습니다.
장일;보통 생일이면 집에서 밥을 같이 먹던가 외식을 하지 않습니까.
선우;그날도 아버지를 만나서 시내에 나가기로 했던 겁니다.
장일;고3이면, 시내 나갈 때 아버지랑 꼭 같이 가야하는 건 아닌데...
왜 아버지는 굳이 만나서 같이 가자고 했을까요.
선우;.........
장일;바로 어제 이사 와서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아버지는
만나기로 한 장소 근처에 목을 매셨습니다. 아들한테 먼저 보여주려 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요.
선우;전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장일;(웃으며 친절)물론 진회장 쪽으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진정인 김선우씨 편이지요, 다만...... 여러 각도에서
열어놓고 사건을 다시 보자는 겁니다.
선우;검사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장일;그날 김경필씨를 별장 근처에 내려줬다는 택시 기사 박경복씨.
상습 도박 혐의로 지금 구치소에 있습니다. 사기전과 3범 이구요.
이 분에게 돈을 주면서 그 당시를 증언해 달라고 하셨습니까.
선우;거짓 증언을 해달란 부탁은 아니었습니다.
장일;아쉽게도 그 분의 증언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우;.........
장일;다른 참고인들도 모셔서 다각도로 얘기를 들어 볼 겁니다. 김선우 씨도 다시 모시겠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선우;제가 미처 첨부하진 못했습니다만 그 당시 진회장 별장에 근무하셨 던 직원도 참고인 조사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일; !
선우;그날 아버지를 본 분이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거울 벽 뒤의 방.
준호;그 당시 별장 직원들, 당장 알아봐 주세요.
백구;예, 알겠습니다.
선우와 장일, 미소 지으며 긴장 속에 마주 보고 있다.
장일;........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51. 검사실 / 낮
장일, 넥타이를 신경질 적으로 당기며 들어온다. 뒤로 순태와 백구도 따라 들어오고.
소영;수고하셨습니다.
장일, 피곤한 듯 털썩 앉는다.
장일;..............
준호, 들어온다.
준호;오늘 수고했다. 참고인 최광춘, 최수미씨는 내가 할게.
장일;............
52. 선우 사무실 / 낮
지원, 멍하니 앉아있다. 선우 들어온다.
지원;......(멍하니 선우를 본다)
선우;무슨 일 있습니까?
지원;.......아닙니다.
선우;(시계보며)지금 떠나도 괜찮겠죠? 미술관 호텔 보러 갑시다.
지원;........
선우;한지원씨, 괜찮습니까?
지원;예. (일어선다)
53. 도 로 / 낮
운전하는 쿤. 뒷좌석엔 선우와 지원.
쿤;(백미러 보며)대표님, 한 실장 야단쳤습니까?
선우;(이상하다는 듯 지원을 보며)우리 없는 동안 다른 데 면접
보고 왔습니까.
지원;........(힘든 듯 고개를 숙인다)
쿤;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요.
선우;잠깐 쉬었다 갑시다.
야외 카페. 테이블에 앉아있는 지원. 선우, 쥬스를 갖다 테이블에 놓는다.
선우; 마셔요.
지원;.......대표님 왜 그러세요?
선우;제가 뭘요.
지원..... 왜..... 요즘 무슨 일로 나가는 지 통 설명도 안하시고 어딜 다녀 오시는 지 저는 알면 안됩니까.
선우;사적인 일이예요...한지원씨하곤 관계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시계보며)갑시다. 약속 시간에 늦겠어요.
지원;........ (일어나다 어지러운 듯 주저앉는다)
선우;한지원씨....
지원;........
선우;오늘 미팅은 연기합시다. 집에 가서 쉬어요.
54. 지원 방 / 낮
지원, 방에 들어와 쓰러지다 시피 눕는다. 멍하다. 벌떡 일어나 옷장 안에서 상자를 꺼낸다. 뚜껑 열어본다. 뜯지 않은 편지와 점자책, 선우가 떠나며 남긴 메모.
선우의 옷. 지원, 옷을 꺼낸다. 꺼내 툭툭 터는 지원. 어깨를 쓰다듬어 본다.
지원;..........
55. 선우 사무실 / 낮
한 쪽 어깨엔 백, 상자를 가슴에 안고 출근하는 지원.
쿤;굿모닝. (상자 받으려)제 선물입니까.
지원;대표님은 아직 안나오셨나요.
쿤;오늘 외부 미팅 가셨어요.
지원 자리로 가 상자를 의자 옆에 놓는다.
56. 사무실 / 밤
지원, 말없이 자료 살피고 컴퓨터로 작업하고 바쁘다.
선우;(문 앞 또는 벽에 기대 서서. 쭉 지켜 본 듯)그만 퇴근하세요.
악덕 사장 소리 듣긴 싫으니까.
지원;........(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보고)
선우;퇴근 하셔도 됩니다.
지원;전 일이 좀 남았어요.
선우;.............
지원, 피곤한 듯
지원;(눈이 피곤한 듯 손으로 누른다)
선우;피곤하면 들어가시라니까요.
지원;눈이 피곤할 땐 어딜 지압하면 좋아요?
선우;.........
지원;먼저 퇴근할게요.
지원, 가방을 메고 상자를 들어 선우 책상에 탕 올려놓는다. 선우, 상자를 열어본다. 지원의 사진과 선우가 쓴 편지.....
선우; !!
지원;이 사진을 파일 박스에 끼워놓은 건 무슨 뜻인가요.
선우;........(서랍을 열어본다. 빈 액자 꺼낸다).....
지원;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죠?
선우;...........
지원;말해요 얼른.
선우;알고 있었어요. 처음 만날 때부터.
지원;내 앞에 왜 나타난 거예요? 기억 못하는 척 하면서 왜 나타난거야.
선우;..........설명하면 믿어줄래요?
지원;아뇨, 믿고 싶지 않아요. 무슨 변명을 하든 듣고 싶지 않아요.
선우;헤밍씨......
지원;........(눈물이 핑글)
선우;내가 눈을 뜨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 헤밍씨 때문이예요.
지원;(말 끊어)날 매일 구경하면서 재밌었어요? 그동안 당신 미친거야? 날 갖고 놀면서 무슨 생각을 했어?
선우;얘기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어요.
지원;무슨 타이밍이 필요했는데. 난 널 기억한다... 이 얘기에 타이밍이
필요한가요.
선우;.........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난 널 기억한다 그 한마디 뿐이
아니었으니까.
지원;(억지변명처럼 느껴진다... 픽 웃는)됐어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 아. (나가는데)
선우;(따라가 팔을 잡으며)헤밍씨 내 얘길 좀 들어봐요.
지원;(선우의 팔을 건조하게 떼낸다)당신은 예전의 김선우가 아니야.
지원 싸늘하게 돌아서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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