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14
1. 선우 사무실 / 밤
13부 엔딩 연결로....
지원;날 매일 구경하면서 재밌었어요? 그동안 당신 미친거야? 날 갖고
놀면서 무슨 생각을 했어?
선우;얘기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어요.
지원;무슨 타이밍이 필요했는데. 난 널 기억한다... 이 얘기에 타이밍이
필요한가요.
선우;.........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난 널 기억한다 그 한마디 뿐이
아니었으니까.
지원;(억지변명처럼 느껴진다... 픽 웃는)됐어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 아. (나가는데)
선우;(따라가 팔을 잡으며)헤밍씨 내 얘길 좀 들어봐요.
지원;(선우의 팔을 건조하게 떼낸다)당신은 예전의 김선우가 아니야.
지원 싸늘하게 돌아서 나간다.
선우;..............
선우, 마음을 가눌 수 없는 듯 창밖을 보며 힘들어 하는.... 자켓을 들고 달려 나간다.
2. 빌딩 앞 / 밤
지원, 걸어간다. 눈물이 그렁. 택시를 잡아탄다. 선우, 달려 나온다.
선우;헤밍씨!
지원이 탄 택시 떠난다.
선우;.........(어디론가 달려간다)
3. 00 대교 / 밤
지원이 탄 택시달리고 있다. 택시 뒷좌석에 멍하니 앉아 있는 지원.
한참 뒤로 바이크 한 대 달려온다. 선우의 바이크, 속력을 내 택시를 따라간다.
수많은 가로등을 지나 잡힐 듯한 차이의 거리를 두고 달리는 택시와 선우의 오토바이. 택시 바로 옆까지 따라오는 오토바이. 선우, 택시 안의 지원을 바라본다.
7부 공연장. 지원을 껴안는 선우.
선우;이제 다른 거 다 놓쳐도 괜찮아요.
7부 운동장. 지원의 얼굴을 더듬는 선우.
선우;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예뻐요.
8부 반 지하 방.
선우;기적처럼 눈을 뜬다 해도 난 거리에서 헤밍씨를 알아볼 수 없어요.
지원;내가 알아보면 되죠. 선우씬 그냥 그 자리에 서있으면 돼요.
9부 호텔 방.
지원;이런 게 사랑 아닌가요.
00대교 위. 택시, 오토바이 달려간다.
4. 동네 일각 / 밤
택시에서 내려 걸어가는 지원. 그 앞으로 오토바이 달려와 선다.
선우;헤밍씨.
지원;(무시하고 가면)
선우;(다가와 터프하게 팔을 잡는다)내 말 좀 들어요.
지원;듣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어요.
선우;기억 못해요? 헤밍씨가 했던 말. 내가 앞에 두고 못 알아봐도,
거리에서 스쳐가도, 당신이 알아볼 거라고 했잖아요.
지원;............
선우;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약속도 못하고 떠났는데
내가 어떻게 먼저 아는 척을 할 수 있습니까.
지원;....... 기다려 달란 편지는 왜 남긴 거죠.
선우;(놀라)!...... 그걸 봤어요?......그건 일기처럼 낙서처럼 쓴 거 였어요.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헤밍씨가 봤을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해요.
지원;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기다리지 않았으니까. 그냥 시간이 흘렀을 뿐 이예요.
선우;오랫동안 혼자 둔 거 용서해 줘요.
지원;솔직히 말할게요. 난 선우씨 잊고 살았어요.
선우;..............
지원;그 긴 시간 동안 선우씨만 생각한 것도 이상한 거죠.
선우;난 그동안 헤밍씨만 생각했습니다.
지원;...........(심장 쿵... 흔들림 참는)
선우;하루도 당신 생각 안했던 적 없어요. 우리 같이 갔던 곳, 같이 걸었 던 거리.... 이젠 둘이서 보고 싶다, 매일 그 생각으로 견뎠습니다.
지원;(어이없다는 듯 픽 웃는)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숨어서.... 매일
내 생각을 했다구.
선우;난 이제 헤밍씨가 원하는 건 뭐든 지 다 해줄 수 있어요.
원하는 걸 말해요. 내가 다 해줄게.
지원;.........그럼 내 앞에서 사라져 주세요.
선우;..............
지원, 돌아서 간다. 돌아서 걷는 길 눈물이 그렁.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간다.
선우;..............
5. 선우 사무실 / 밤
선우, 들어와 책상 앞에 털썩 앉는다.
선우;............(멍하니).....
선우, 창밖을 본다. 유리창에 비친 지원의 모습, 나타난다. 선우, 반가움에 뒤 돌아보면 지원 보이지 않는다. 지원의 사진을 보는 선우. 손가락으로 사진을 쓰다듬는다.
6. 조사실 / 밤
광춘의 꿈. 광춘, 손목과 경동맥 부근에 거짓말 탐지기 센서를 붙이고 긴장 잔뜩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광춘;저는 그날 술을 잔뜩 마셨습니다. 소주 두병 반은 마신 것 같아요.
그래프가 그려져 나오는 용지. 그래프가 평이하게 그려진다.
광춘;그리고 집에 와서 잤습니다. 저는 그날 밤에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요동을 치며 들쭉날쭉 그려지는 그래프.
광춘;아무 것도 못 봤어요. 정말입니다.
경필(E);광춘씨!
광춘;(깜짝 놀라 고개 돌리면)
경필, 광춘 앞에 서 있다. 광춘, 두려움에 눈이 커지면서 덜덜 떤다.
경필;(한 발짝씩 다가오며)마지막으로 한번만 도와주세요.
우리 선우를 도와주세요.
광춘;나.... 나한테 왜 이래요! 난 아무것도 못 봤어요.
그래프를 그리는 기계 무섭게 요동치며 들쭉날쭉 그려지고
경필;그날 왜 날 모른 척 했어. 당신이 도와줬으면 난 살 수 있었는데!
광춘;저리 가요! 저리 가!
광춘, 손에 붙어있던 센서 다 떨어지고 광춘 그래프 그려져 나오는 종이를 다
찢어버리며 발작하듯 소리친다.
광춘;난 아무것도 몰라. 난 아무것도 못 봤어!
7. 수미 레지던스 / 밤
소파에서 놀라 요동치다 옆으로 쿵 떨어지는 광춘.
수미(E);(방안에서) 무슨 소리야!
광춘, 식은 땀 난 얼굴로 헉헉 정신없다. 수미, 방에서 나와 불을 켠다. 광춘, 얼굴 허옇게 떠서 땀을 흘리고 있다.
수미;왜 그래, 가위 눌렸어?
광춘, 거실 탁자 위에 있는 생수병을 열어 물을 마신다.
수미;참고인 조사 받을 생각에 악몽 꾼 거 아냐.
광춘;난 안 갈란다. 분위기에 눌려서 그날 밤 본 걸 술술 불게 될지도
몰라.
수미;.........그러든가 그럼.
광춘;(수미 보며)!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라고 윽박지를 땐 언제고.
수미;그럼 이렇게 벌벌 떨면서 바보짓이나 하지 마.
광춘;선우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어. 도와 달란다.
수미;......그럼 조사에 나가서 한 마디만 해.
광춘;뭐라고.
수미;정말 선우 아버지 혼이 실린 것 같았다고. 그 사람, 자살은 절대
아니라고.
광춘.너 이제 그 놈한테서 미련 끊었어?
수미;끊은 지 오래야. 자요!
수미, 일어서서 방으로.
8. 장일네 부엌 / 아침
장일, 용배 식탁에 마주 앉아있다.
용배;.........(눈치 살피며)....진회장님은 뭐 심각한 수사를 받게 된 거야?
장일;아버지.
용배;왜.
장일;혹시.... 수사관들한테 전화가 오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받으세 요.
용배;...........수사관들이 나한테 전화를 왜 해.
장일;(용배를 바라본다..... 슬픈 눈)김선우가 진정서를 냈어요.
용배;진정서라니.
장일;.........15년 전 그 사건.
용배;..........!
장일;진회장한테 살인혐의가 있다고 선우가 진정서를 냈어요.
용배;그.... 그런데 내가 왜 조사엘 나가야 해.
장일;그날 선우 아버지가 별장 근처에서 택시를 내렸대요. 그 당시
별장에서 일했던 직원들을 지금 찾고 있어요. 그냥 참고인 조사니까
긴장하지 마세요.
용배;(불안함과 두려움)장일아, 나 어디 시골로 가서 숨어버릴까. 내가
조사받으러 왔다 갔다 하는 게 너한테 좋을 게 뭐 있어.
장일;가족 관계 조회는 별도로 해야 나와요. 우리가 가족인거 알 리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용배;...........난 그날 가서 그럼 너한테 조사를 받는 거냐.
장일;연수원 동기가 할거 예요. 아버진 그날 일하느라고 아무 것도 못
보셨어요. 누가 찾아왔는지 별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시잖아요.
용배;(눈물이 울컥 할 것 같은)선우 그 놈이 끝내..... 그 놈이 끝내....
언제적 일을 지금 다시 들춰서 니 앞길을 막을려고...
장일;이건 진회장과 선우의 싸움으로 보이겠지만 저와 선우, 저와 진회장 의 싸움이기도 해요.
용배;눈 뜨고 돈 벌어 돌아왔으면 됐지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해.
선우 그 놈은 왜 일을 이렇게 까지 만드냐.
장일;........(비수같은)재수사를 해도 결론은 단순자살로 내려질 거예요.
(E);핸드폰 벨
9. 선우 사무실 (+ 장일네 식탁)/ 아침
통화중인 선우.
선우;장일아.
장일;어, 그래 선우야.
용배;(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는)
장일;아침부터 웬일이야.
선우;오늘부터 광춘 아저씨랑 수미가 참고인 조사 받으러 가는 걸로 아는 데... 잘 부탁한다.
장일;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 걱정 마.
선우;솔직히.... 너희 아버지가 한마디만 해주시면 게임 끝인데.
장일;그게 또 그렇게 간단하지 가 않아. 니가 그날 우리 아버지 통화를 잘 못 들었을 수 있고.
용배;나 좀 바꿔다오.
선우;아버지한텐 여쭤 봤니.
장일;(한 손으로 용배를 싸늘하게 제지하는) 참고인으로 채택되면 그 때
조사실에서 여쭤보려구.
선우;그럼 내가 먼저 여쭤볼까. 오늘이라도 찾아가서.
장일;내가 잘 알아서 할게. 너무 걱정 마라. 내가 진회장을 감쌀 이유는 전혀 없어. 안 그래?
선우;수미나 광춘 아저씨는 다른 검사한테 진술 조서를 받음 좋겠는데.
장일;그게 무슨 뜻이지.
선우;아는 사람은 불편하잖아.
장일;그런 게 어딨어.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내가 언제 니 편만 들었니.
선우;아 그렇구나 내가 깜빡했다. 니가 훌륭한 검사란 걸. 또 연락할게.
전화 끊는 두 사람.
10. 복 도 / 낮
장일, 꼿꼿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11. 선우 사무실 / 낮
선우, 비어 있는 지원의 책상을 보고 있다.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책상. 헤밍웨이의 책들 ‘노인과 바다’ ‘킬리만자로의 눈’
선우;.......... (킬리만자로의 눈을 집어 들어 펼쳐본다)
쿤 다가온다.
쿤;한지원씨 아직도 출근 안했어요? 전화도 꺼져있고 이상하네.
선우;..... 어제 나가면서 오늘 하루 월차 쓰겠다고 했어요.
쿤;몸이 많이 안 좋은가.....
선우;........하루 이틀 쉬고 나오겠죠.
선우, 쿤 걸어 나온다.
쿤; 오늘부터 최광춘씨 부녀가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갈텐데.
선우;광춘 아저씨는 내 편이 돼 줄 것 같은데.... 수미는 잘 모르겠어요.
12. 수미 레지던스 / 낮
광춘,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다. 수미, 차분한 색깔(검정이나 진회색)의
정장 한 벌을 들고 나온다. 안에는 흰 셔츠.
수미;이따 가 이거 입고 가.
광춘;..........(대꾸 없이)
광춘의 핸드폰 밧데리 다 빼놓고 꺼져있다.
수미;진짜 안 가겠단 거야. (밧데리 끼우고 전화기 다시 켜놓는)
광춘;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나가 봐.
수미;정 가기 싫음 관둬. 내일 내가 가서 말할 테니까.
광춘;뭐라고 할껀데.
수미;날 무시했던 복수를 할 거야.
광춘;(발끈)그 놈이 널 무시했어? 널 어떻게 무시했는데?
수미;김선우 하나 빼곤 다 날 무시했어요.
광춘;.........선우를 도와야지.
수미;어떻게 도울 거야?
광춘;.........
수미;패는 한 번에 다 까는 게 아니야. 알지?
광춘;(일어서 양복 집으며 한숨)아이고..... 내가 왜 그날 그 자리에 있었 는지 모르겠다.
13. 검찰 조사실 / 낮
광춘, 들어서면 준호 웃으며 인사한다. 준호 뒤 쪽으론 광춘의 정면을 찍는 작은 카메라가 있다. (거울 벽의 뒷방에선 이 녹화 영상을 모니터로 볼 수 있음)
준호;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담당 검사 신준홉니다.
광춘;(건성으로 인사하며 둘러보는)예.... 검사님도 수고가 많으십니다...
광춘, 둘러본다. 옆에 거울로 된 벽. 바짝 다가가 들여다본다. 거울 벽 안 작은 방엔 장일. 광춘의 표정이 영상 녹화돼 유리방 안의 모니터에 뜬다.
장일이 보는 쪽에선 유리. 광춘, 거울에 바짝 달라붙어 부담스럽게 쏘아본다.
장일;................
준호와 마주 앉아있는 광춘. 준호와 90도 각을 이룬 곳엔 수사관 황백구 앉아있다. 백구는 노트북으로 <진술 조서> 작성한다. 광춘의 이름과 주소를 쓴 후, 검사와의 문답을 정리하는.
준호;김선우씨 아버지와는 어떤 사이셨습니까.
광춘;어떤 사이라뇨 그냥 동네에서 스치면 인사하는 사이였습니다.
준호;김선우씨 아버지를 위해서 굿을 하자고 하셨습니까?
광춘;.....선우가 그렇게 썼습니까?
준호;그렇게 쓰지 않았어도.....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선우씨가 굿을 해달 라고 했다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광춘;아.... 역시 날카로우십니다. 네, 제가 하자고 했습니다.
준호;왜 그러셨습니까.
광춘;제 딸이랑 어릴 때부터 친구고,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어서요.
준호;그냥 인사나 하고 지냈던 사이셨는데요?
광춘;.....선우 놈이 맘에 걸려서요. 그냥 좋은 데 가라고 기도나 해주고
싶었습니다.
준호;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장사가 썩 잘되지는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14. 자동차 정비소 / 낮
수사관 순태, 금줄 앞에 서 있다.
금줄;기억 나다마다요. 여기 오래 산 사람들은 다 기억할겁니다.
손님 거의 없고 매일 파리나 날렸죠 뭐. (직원들에게 묻는)안 그러 냐? 그냥 무늬만 무당이었어요.
쿤;(한 쪽에 숨어 신문 펴들고 지켜보며 잘하고 있다는 듯 끄덕끄덕)
15. 조사실 / 낮
광춘, 기분 상한 듯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광춘;(발끈)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날 그렇게 과소평가했다는 겁니까.
준호;굿 하는 도중에 누가 내 목을 졸랐다고 외치셨다면서요.
광춘;검사님도 무당 돼 봐요, 무아지경에서 한 말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니까.
준호;김선우씨가 병원에 있을 때 거의 매일 면회를 가셨던 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면회 기록 시간도 일정하게, 하루의 일과처럼
가셨던데요.
광춘;(놀람 긴장 당황)그런 것 까지 조사를 했습니까.
준호;저희 부모님 같으면 제 친구가 다쳐서 누워있다고 그렇게 자주 면회 를 가실 것 같진 않거든요. 수사관님은 어떠세요.
백구; 거의 매일은 힘들겠죠.
광춘;선우가 재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뻗은 거라....
거울 방 안에서 침을 꿀꺽 삼키는 장일.
준호;김선우씨는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그 때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정서에 썼습니다.
광춘;선우 아버지는 그저 착한 소시민이었고 아들을 끔찍이 여겼습니다.
그런 사람이 아들 생일날 만나자고 해놓고 목을 맨 건 아주 많이
이상합니다. 그리고.........
장일;.............
광춘;선우의 아버지가 타살이라면, 선우의 사고도 선우 아버지를 해친
사람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준호;혹시 누구라고 의심가는 사람은 있으십니까.
광춘;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준호;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광춘;그런데 저 안에는 누가 있는 겁니까. 저 안에선 여길 볼 수 있지요?
준호;(웃으며)영화를 많이 보셨군요. 저랑 한 팀인 검사와 다른 수사관 분들이 계십니다.
광춘;저 쪽에서만 날 본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진 않네요.
준호;죄송합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16. 복도 / 낮
광춘 걸어가다 어떤 느낌에 돌아보면 장일, 광춘을 보고 서 있다가 돌아선다.
17. 거 리 / 낮
지원,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다. 꺼져있는 전화기를 켠다. 문자음 여러 번.
지원, 핸드폰을 본다. 선우의 문자. ‘데이빗 김’ 이라 저장돼 있는 이름.
선우(E);그동안 헤밍씨를 위해서 준비해 놓은 게 있어요.
우리 처음 만났던 곳에 가서 연어이야기를 찾아보세요.
지원;............
18. 복지관 / 낮
지원, 컴퓨터 앞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음성 파일로 듣는 설정)
선우(E);니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니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니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지원, 예전에 선우와 함께 앉았던 자리에 와 앉는다. 옆의 빈 의자를 보면 (플래쉬 백으로) 시각장애인 선우와 나란히 앉아있는 지원.
선우(E);선우;누군가 보고 싶어 아파 본 적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선우(E);보고 싶은 대상이 옆에 없을 때, 비로소 낯선 세계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호기심과 의지가 생긴다는 것을.
선우(E);그렇게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었다. 나는 어둠을 박차고 뛰쳐나갔 다.
지원;................
19. 선우 사무실 / 밤
지원의 사진을 다시 액자에 잘 넣어 책상에 세워놓는 선우. 자리에서 일어선다.
사무실 일각.
태주, 돋보기안경(세련된)을 쓰고 책을 본다. 선우와 쿤, 걸어온다. 태주,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태주;창립 파티날 진회장하고 눈이 마주쳤었다.
선우;........알아보는 눈빛이던가요?
태주;그럼, 옛날 눈빛 그대로 날 쳐다보길래 얼른 피했다.
쿤; 진회장이 나한테 물어보더라구요. 문태주란 사람이 초대 명단에
있냐고.
선우;이제 만나실 때가 되지 않았어요?
태주;아직은 아니다.
쿤;빈 손으로 만날 수 없잖습니까. 근사한 덫을 하나 마련해야지.
태주;진회장이 광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건 나에 대한 경쟁심 때문일거 다. 그게 스스로 덫이 될거야. 특별히 준비할 필요는 없어.
전화벨. 선우, 발신인을 본다.
선우;안녕하십니까 진회장님.
태주;.............
사무실 앞 복도. 통화하며 걸어오는 노식. 술을 살짝 마신 듯 호기롭고 기분 좋다.
노식;김 대표 사무실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봤습니다. 나 지금 26층인데
안 바쁘심 차나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 해서요.
사무실 안. 통화 중인 선우.
선우;물론입니다 회장님.
선우, 전화 내려놓는다.
선우;진회장이 문 앞에 왔는데요.
태주;(말없이 다른 방으로)
태주,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마자 노식, 들어온다.
선우;어서 오십시오..
태주;우리 김 대표,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선우;예 잘 지냈습니다. 회장님은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십니다.
태주;우리 데이빗 김 대표님을 만났는데 기분 좋지요.
태주, 다른 방. 안 쪽 의자에 앉아있다.
노식;(들러보며)사무실 멋있네요. 역시 김대표답습니다.
선우;편하게 앉으시죠.
노식;잠깐.... 나 손이나 좀 닦읍시다.
노식, 태주가 앉아있는 방문을 여는 찰라
선우;이 쪽입니다.
노식, 열렸던 문을 닫는다.
태주;.............
찻잔 놓고 마주 앉은 선우와 노식.
노식;오늘은 조그만 코스닥 업체를 하나 인수하는 일이 잘 돼서 다 같이
저녁 먹고 술 한 잔 걸쳤습니다.
선우;글로벌 마이닝 말씀이시죠. 광산개발 업체.
노식;(섬뜩 놀라)아..... 우리 김대표 역시 정보가 빠르시군요.
선우;저한테 자문을 구하지 그러셨습니까. 거기 그다지 썩 전망이 좋은
회사는 아닌데.
노식;남들이 보는 거랑 내가 보는 건 다르니까요. 저 평가돼 있지만 내실 있는 곳으로 판단 했습니다.
선우;잘 되시길 바랄게요. 축하 드립니다.
노식;김대표가 날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고 들었습니다.
선우;............
노식;잘했어요. 마음에 찜찜한 게 있으면 그렇게 해서라도 풀어야지.
처음 그 얘기 듣고는 뭐 이런 미친 경우가 다 있나 펄쩍 뛰긴
했지만.... 내가 그 심정이었다면 이해가 갑니다.
선우;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식;내가 기억도 가물한 옛날 직원을 죽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번 일 빨리 깨끗하게 끝내고 우린 멋진 사업 파트너가 됐으면 하 는 바람입니다.
방 안에서 귀 기울이고 있는 태주.
선우(E);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회장님.
노식;고향 바닥에선 내 얼굴 아는 사람 천진데 내가 어떻게 김대표 아버 지를 뒷산 나무에다.....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끔찍한 소리 하지도
마요.
노식, 테이블에 놓인 돋보기로 시선. 의아하다는 듯 선우를 보며
노식;김 대표 벌써 돋보기 낍니까.
태주;.............! (아차 싶은)
선우;..........아, 예.... 예전에 사고로 눈을 다친 적이 있어서 책 볼 땐
종종 씁니다.
노식;써 봐요. 잘 어울리나 봐줄테니까.
선우;(웃으며)취하셨군요.
노식;한번 써 봐요.
선우;(돋보기를 쓴다)어울립니까.
노식;잘 어울리시네. 김대표, 문태주란 사람 창립파티 왔었습니까.
다른 방에서 태주 숨죽이고 있다.
선우;(돋보기 벗고)그날은 제가 정신이 없어서 일일이 기억은 못합니다. 들리는 소문으론 다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식;준비라면 어떤.....
선우;시추를 해서 개발권을 넘기거나. 아니면 가능성 있는 곳의 개발권을 사거나죠.
노식;다시 한번 재기할 준비를 하고 있구만요.
선우;언제 기회가 된다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노식;그럽시다.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말도 있었는데. (아들에 관한)
선우;뭘 묻고 싶으신데요.
노식;그건 그 분 만났을 때 합시다. 차 잘 마셨어요. 눈 조심하고!
노식, 웃으며 걸어 나간다. 노식, 나간 후 태주 나온다. 돋보기를 챙겨 자켓 주머니에 넣는다.
20. 장일 사무실 / 낮
장일, 통화중인 소영을 보고 있다. 긴장해 있다. 준호는 옆에서 자료 뒤적이고
소영;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오늘 오후에 오시기로 한
참고인 최수미씨, 못 오신다고 다시 시간을 잡아달라고 하시네요.
준호;이유는요.
소영;뭘 좀 준비할 게 있다고 하시는데요.
준호;뭘 준비하겠단 거지.
장일;(넥타이가 끼는 듯 손으로 잡아당기는)
21. 복지관 / 낮
오디오 북 듣고 있는 선우.
지원(E);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눈 맑은 연어가 말했다.
지원;..............
플래쉬 백 — 8부 버스 키스.
선우(E);나도 그래 뭔가 가슴에 자꾸 사무치는 것 같아..
은빛 연어는 목이 메인다. 사무친다는 게 뭐지?
아마 내가 너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거야.
선우, 데스크에 다가간다.
선우;이 책, 제가 한 번 더 녹음하면 안될까요.
22. 지원 방 / 낮
책상에 올려져 있는 물건 상자. 선우가 입었던 옷, 옷걸이에 걸려있다. 지원, 서랍을 열어 깊숙이 넣어놓은 선우가 사준 스카프를 꺼낸다. 거울 앞에서 둘러본다.
23. 진회장 사무실 / 낮
노식, 사람 좋게 웃고 있다. 뿔테 안경을 쓰고 머리도 덥수룩하게 소설가처럼 꾸민 고순태와 황백구 앉아있다. 노식, 희정, 차실장, 윤주 매우 업 된 듯 좋아하는 척
연기한다.
노식;아직 그럴 주제는 안되지만 그래도 제 얘기가 소설이건 영화로건
나오면 젊은 사람들한테 큰 자극은 될 겁니다. 학연 없지, 인맥 없 지, 뭐 가진 게 없어도 무식하게 성실했더니 되더라.
윤주;제 인생에 존경할만한 사람 셋을 꼽으라면 그 중에 한분이 저희
아버지 진회장님이세요.
희정;잘 오신 것 같아요. 이런 엉터리 같은 성공담이 영화나 소설로 먹히 죠.
순태;사모님, 따님 모두 미인이신데 직접 출연도 하시죠.
희정;아....뭐.... 꼭 원하신다면야 못할 것두 없죠.
차실장;집필에 필요한 자료는 저희가 얼마든지 제공하겠습니다.
백구;감사합니다. 혹시 회사 초창기에 함께 일하셨던 분들 인터뷰도 가능
할까요.
노식; 차실장, 사우회 주소록에서 몇 분 골라봐라. 옛날에 같이
고생하면서 지낸 정이 참 깊습니다.
희정;아직도 연락하고 찾아오는 직원들도 종종 있어요.
노식;언제 다 같이 돼지갈비에 소주 한잔 하면 좋겠네.
순태;회장님 험담도 듣고 싶은데 다 같이 있으면 얘기 안해 주실 거
아닙니까.
차실장;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회장님 앞에서도 싫은 소리 많이들 합니 다.
희정;제가 제일 많이 하죠. 명품 옷은 아직도 절대 못 사게 하니까.
윤주;저도 명품 백 하나 사고 아버지한텐 짝퉁이라고 거짓말 한 적도 있 어요.
희정;명품 하나 살 돈이면 독거노인 분들 내복이 천(1000)장이라면서요.
남편으로선 짜증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가로선 자랑스러운 사람이 죠.
노식;손바닥만하게 시작한 회사가 계열사 여러 개 거느릴 정도로 큰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난 스스로 모자란 사람이다 그러니 도와달 라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순태와 백구를 배웅하는 노식과 차실장 희정 윤주. 두 사람 나가자 다들 표정이 바뀐다. 차실장과 윤주, 테이블 밑을 손으로 훑고 여기저기 들춰본다.
차실장;도청기를 달고 간 것 같진 않습니다.
희정;사업하는 남자랑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네. 진짜 수사관들 맞아요?
노식;옛날 직원 역할 할 사람들 잘 준비하고.
차실장;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윤주;이감사한테 장학금 준 얘기는 안하는 게 좋겠죠?
노식;(웃으며)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24. 선우 사무실 / 낮
온화한 인상의 중년 남자 하나. 선우, 태주, 쿤과 웃으며 악수한다.
‘당선을 축하 드립니다’ ..........
부장(E);김선우라는 인물이 무시할만한 사람이 아니더구만. 우리 선배
중에 이번에 재선한 양재길 의원, 김선우가 그 분을 후원했더라 구.
25. 부장 검사실 / 낮
부장, 장일, 준호 마주 앉아있다.
부장;양의원은 아마 대선후보 보좌팀이 될 것 같은데.... 이번
수사 어떻게 돼가냐고 물으시더라구. 이제 매일 수사상황 나한테
보고 하고. 막히는 게 있으면 같이 상의하세.
준호;예, 알겠습니다.
장일;..........(넥타이가 조이는 듯 만지는)
26. 음반 도서실 / 낮
테이블에서 드르륵 울리는 전화벨. 책대여 리스트 보던 지원, 발신자 보고 약간 실망한
지원;...........(받아)장일씨.....
27. 카 페 / 낮
지원, 장일 마주 앉아있다. 지원, 테이블 위에 봉투를 꺼내놓는다.
장일;이건 됐고. 이따 밥이나 사요. 나 많이 먹을 거니까.
지원;아니예요. 꼭 받으셔야 돼요. (장일 쪽으로 깊숙이 밀어준다)
장일;그렇게 딱 선을 긋고 싶어요? 돈 돌려 주고 다신 안 볼 사람처럼.
지원;장일씨는 힘든 일 있어요? 얼굴이 안 좋아 보여요.
장일;지원씨.
지원;네?
장일;난 친구 이상으론 안되는 거죠?
지원;.............
장일;나도 매일 누군가한테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점심 뭐 먹었는지,
뭐 때문에 속상한 지 얘기하고 싶은데.... 그게 지원씨 일 수는 없는 거죠?
지원;.......우리는 그냥 동창친구예요.
장일;지원씨를 못 알아보는, 아니 어쩜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는 김선 우를 아직도 기다리는 겁니까.
지원;그런 질문 별로 기분이 좋질 않네요.
장일;김선우는 참 좋겠네요....선우가 참 부러워요.
지원;...........
장일;(일어서며)이 돈도 받고, 점심도 얻어먹은 걸로 할게요.
장일, 봉투를 안주머니에 넣고 나간다. 지원,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창밖으로
멀어지는 장일을 바라본다. 장일, 쓸쓸해 보인다.
28. 진회장 거실 / 낮
초상화에 색칠작업을 하는 수미. 포즈 잡고 앉아있는 희정. 윤주, 옷 두벌을 들고 와 보이며
윤주;나 선 볼 때 어떤 거 입을까?
희정;그거 말구 그저께 산거 푹 파진 거 있잖아.
윤주;그걸?
희정;어짜피 잘 될 것도 아닌데 강한 인상이라도 남겨봐.
윤주;아이그....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잘 된 껀 아니지만 회사를 위해선 좀 친해져야 하잖아.
희정;그럼 그걸루 해. (하나 찍는)
윤주;그치 이게 낫지.
희정;용배씨가 무슨 일이 있나..... 너 혹시 이검사네 집에 무슨 일 있는지 모르니?
수미;..........
윤주;왜?
희정;선물할 난을 몇 개 부탁 할려구 전화를 했는데 계속 안 받아.
한참 후에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딴 사람 같아. 힘이 없고 슬프고.
윤주;용배 아저씨가 힘없을 땐 이유 딱 하나지 뭐. 이장일.
수미;..........
29. 노식 장일 비밀장소 / 낮
노식과 마주 보고 앉아있는 용배.
용배;회장님이 어떻게 손을 좀 써주실 순 없습니까.
노식;장일군이 잘 알아서 할 겁니다.
용배;우리 장일이한테 피해가 가선 안됩니다.
노식;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습니까. 똑똑한 사람인데. 용배씨나 조사 받으 러 가서 떨지 마요.
용배;우리 장일이한테 뭐 더 다른 말씀 하신 건 없죠?
노식;다른 애기 할게 뭐 있습니까. 그리고 용배씨, 장일군이 그랬습니다.
이제 내가 누굴 만나는 지 누구랑 통화하는지 조사 들어올 거라 고..... 나한테 함부로 연락하는 거 용배씨 아들한테 안 좋을 겁니다.
용배;예 알겠습니다. (주변을 살피고 도망치듯 간다)
30. 작업실 / 낮
수미, 선우와 장일의 그림 보며 서 있다.
플래쉬 백 — 12부 수미에게 소리치는 장일.
장일;그래 니 맘대로 해. 니가 원하는 대로 다해.
플래쉬 백 — 1부 미술실
어린 장일;해미리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1부 서점 앞. 싸늘하게 걸어가는 어린 장일.
어린 수미;쟤 우리 아빠 무당인 거 알지?
현재 작업실. 수미, 그림 하나를 들어 쇼핑백에 넣는다.
31. 복지관 / 낮
선우, 걸어온다. 정문에서 울리는 벨소리.
지원(E); 남자가 하는 말이 전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오로지 습관
때문에, 편해지려고 하는 말일 뿐이라는 것을 여자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32. 복지관 / 낮
지원, 헤밍웨이 작품 ‘킬리만자로의 눈’ 녹음 중.
지원; 진심을 말하지 않게 된 이후로, 그는 여자들에게는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거짓을 말하는 것이 잘 먹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 마신다)잠깐 쉬었다 할게요.
지원 마이크 끄고 잠시 숨 돌리는데 부스 안 스피커에서 선우 목소리가 나온다.
선우(E);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눈 맑은 연어가 말했다.
지원;..............
지원, 창문을 보면 선우 지원을 보며 서 있다.
선우(E);나도 그래 뭔가 가슴에 자꾸 사무치는 것 같아..
은빛 연어는 목이 메인다. 사무친다는 게 뭐지?
아마 내가 너의 가슴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거야.
복지관 일각.
지원, 걸어온다. 옛날 두 사람 같이 앉았던 책상. 선우, 앉아있다.
지원;...........
선우;이리와서 앉아요. 오늘은 내가 책을 읽어줄게요. 헤밍웨이 작품이
좋겠죠?
지원;(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데)
선우;헤밍씨. 내 얘기 좀 들어봐요.
지원;..........무슨 얘길 들어야 하나요.
선우;내가 왜 바로 헤밍씨 손을 잡을 수 없었는지 지금부터 말할게요.
내 옆에 와서 앉아요.
지원;.........
선우;난 지금 힘든 숙제를 하나 안고 있어요. 헤밍씨를 만나서 그 동안
못해 준 거 다 해주고, 둘이서만 행복하고 싶은 데.... 지금 그러기엔
마음속에 큰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선우, 봉투에서 진정서를 꺼내 놓는다. 지원, 천천히 다가와 선우 옆에 앉는다.
진정서를 읽어보는 지원.
선우;15년 전 생일날 아버지가 뒷산에서 발견됐어요. 아버지랑 약속이
있어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리고 아버지는 자살이 아니다 재 수사를 해달라는 진정서를 준비하다 사고를 당해 눈이 멀었고, 앞이 안 보일 때 헤밍씨를 만났어요.
지원;.......
선우;요즘 이 준비로 바빴고, 참고인 조사 나가느라 사무실도 비운 겁니 다.
지원;.........그게 꼭 그렇게 날 모른 척 할 이유였어요? 힘든 일이 있다는 것 까지 말해주면 됐잖아요.
선우;내 맘속에 지독한 증오심을 갖고 헤밍씨를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지원;그래서 날 옆에 두고 구경꾼을 만들고 있었어요?
선우;속상한 얘기부터 들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이 일을 다 마무리 한 다음에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어요.
지원;그 용서를 내가 안 받아준다면.
선우;받아 줄 때까지 기다려야죠. 남자의 못난 자존심이었다고 이해해줘 요.
지원;정말 못난 자존심이네요. (일어서는데)
선우;(지원의 손을 잡는다)이젠 절대 보내지 않을 거예요. 나도 떠나지
않을거구.
지원;..........(선우에게 잡힌 손을 뺀다)김선우씨 생각이구요.
선우;내가 아는 헤밍씨는 이럴 때 날 한 대 치고, 날 받아 줄 여잔데.
지원;선우씨가 아는 헤밍이 아닌가 보죠.
선우;무릎이라도 꿇을까요?
지원;앞이 안 보일 땐, 그걸 이유로 떠나더니.... 돌아와선 다른 이유로 날 또 모른 척 한 거 네요.
선우;평생동안 갚을 게 기회를 줘요.
지원;선우씨가 미워요. (간다)
선우;.........이제부턴 내가 기다릴게요.
복지관 일각. 지원, 걸어 나온다. 한 쪽으로 시선. 5부. 지원과 눈 먼 선우 처음 만나던 곳. 플래쉬 백 — 5부.
지원;저 기억 하시겠어요?
선우;......지금 저한테 말씀 하신 겁니까.
현재. 복지관 일각. 지원,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 돌아본다. 선우, 서 있다.
지원;.........
선우;내가 기다릴게요. 지원씨 오고 싶을 때 돌아와요. 기다릴 수 있어요.
지원, 눈물이 핑글. 외면하고 걸어간다.
지원(E);내가 나빴네요. 선우씨가 눈을 뜬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하는데
내가 욕심을 부렸어요. 나만 힘들었다고. 나만 사랑해 달라고.
33. 지원 방 / 밤
선우의 옷을 잘 접어 상자에 넣는 지원.
34. 선우 사무실 / 아침
이른 아침. 지원, 상자를 들고 온다. 책상에 놓는다. 액자에 끼워져 서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본다. (시간 경과) 선우, 사무실로 들어온다. 책상에 상자가 놓여있다.
선우;............?
상자를 열어본다. 점자책과 옛날 옷, 선우가 쓴 편지....... 선우, 지원 방으로 달려간다. 지원 보이지 않는다. ‘햇빛 공원으로 오세요. 우리 옛날에 갔던 곳’
35. 호수 공원 / 낮
선우가 준 스카프를 한 지원, 서 있다. 선우 지원에게 걸어간다. 두 사람 마주 보다가 선우가 지원을 와락 안는다.
선우;여기......... 그 때랑 똑같아요? 우리 자전거 타던 때랑?
지원;나무가 더 심어진 것 빼곤, 다 똑같아요.
선우;고마워요. 이렇게 좋은 데 앞도 못 보는 날 데려와 줘서.
지원;앞을 볼 수 있어도, 앞을 볼 수 없어도.... 선우씨가 내 옆에 있으니 까 좋아요.
선우, 멈춰서 지원을 마주 보고 선다.
선우(E);이젠 죽는 날까지 혼자 두지 않을게요.
지원(E);나도 선우씨 옆에서 힘이 돼 줄게요.
선우, 지원 따뜻한 눈빛으로 마주 보고 서 있다가 입맞춤. 따뜻한 포옹, 오래
오래...
36. 검찰 복도 / 낮
하이힐 소리 따각따각 울리며 걸어가는 수미. 손에는 그림이 들었을 법 보이는
쇼핑백을 하나 들고 걸어간다. 장일, 어느 방에서 나오다 수미와 마주친다. 수미, 장일을 본 척도 안하고 싸늘한 얼굴로 걸어간다. 장일, 수미를 본다. 자신감 있는 발걸음. 손에 든 쇼핑백.
장일;..................
정민(E);형!
장일;(돌아보며)어! 정민아.
정민;형 덕분에 수사 잘 끝냈어요. 내가 술 한 잔 살게.
장일;좋지.
정민;그 때 형 친구 분 진정서, 주세요.
장일;그거 안 해도 돼.
정민;안해도 된다니... 다른 사람이 맡았어요?
장일;하여튼 됐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정민;난 그 분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데이빗 김 대표한테 연락 한번
해볼게요.
장일;(까칠)너 그렇게 한가해? 됐다니까. 신경 쓰지 마.
정밀;(어벙벙)....
37. 조사실 / 낮
수미, 들어온다. 준호와 백구, 서 있다.
준호;최수미씨 되십니까.
수미;그렇습니다. 제가 좀 일찍 도착을 했네요.
준호;조사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으시죠.
준호는 창을 등지고. 백구는 준호와 90도 각을 틀어 노트북을 앞에 놓고 (참고인 조서 작성해야 함. 질문과 대답 기록하는) 수미, 자리에 앉는다.
수미, 둘러본다. 장일, 거울 뒤의 방으로 들어와 수미를 본다.
수미;이런 데 처음 와 봐요.
준호;(웃으며)자주 오는 것도 좋진 않죠.
수미;제가 뭘 말씀 드리면 되죠?
백구;일단 참고인 확인부터 하시구요.
장일, 거울 벽 뒤에서 수미를 본다. 수미, 백구에게 뭔가 말해 주며(주민번호 주소를 불러주며 고개 끄덕이고 웃는) 고개 끄덕이고 웃는 모습.
수미(E);그래, 너 후회하게 될 거야.
장일;...........
장일 옆엔 순태와 소영 서서 보고 있다.
준호;김경필씨가 뒷산에서 발견되던 날, 그 때 상황이 기억나십니까.
거울 벽. 장일, 고개를 숙인다. <장일의 상상>
수미;선우 아버지는 자살이 아닙니다. 누군가 죽였어요.
장일.........(고개를 들고 본다)
수미, 다리를 꼬고 앉아 즐기듯 이야기한다.
수미;아저씨가 선우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셨는데요. 선우도 그렇구,
부자간의 정이 남달랐어요. 아저씨가 자살을 할리 없어요.
준호;자살이 아니면요?
수미;15년 전에 진정서를 내러가다 선우가 사고를 당했어요. 누군가 계획 적으로 막은 거죠.
준호;누가요?
수미;(웃으며 거울 쪽을 돌아본다)
장일;...............
준호;왜 그러십니까?
수미;선우의 사고부터 사건을 거꾸로 풀어가 보세요.
준호;누가 진정서를 내지 못하게 김선우씨를 죽이려고 했단 겁니까.
수미;맞습니다. 그 사람을 조사하면 선우 아버지 사건은 자연스럽게 풀릴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도 벌을 받아야죠. 살인미수에, 선우가 죽은 줄 알고 바다로 굴렸으니 사체유기 미수까지 더해지겠죠.
준호;그 사람이 누굽니까. 김선우씨를 그렇게 만든 사람.
수미;(일어나 거울 벽 앞으로 간다)
장일;...........
수미;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이장일 검사입니다.
소영과 순태, 이상하다는 듯 장일을 보고
장일;(수미얼굴을 치듯 유리벽을 주먹으로 친다)거짓말이야.....
현실.. 장일, 고개 숙이고 있다.
준호;김경필씨가 뒷산에서 발견되던 날, 그때 상황이 기억나십니까.
순태, 장일을 툭 친다. 보라고 가리킨다.
수미;네.... 기억납니다.
준호;당시 상황이나 최수미씨가 느꼈던 것들을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수미;화실에서 그림을 늦게까지 그리느라고 나중에 알았는데 너무
충격이었죠. 선우랑 아저씨는 정말 사이좋은 부자였는데....
준호;최수미씨도 김경필씨의 자살 소식에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까?
수미;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후회도 했습니다. 내가 본 걸 선우 한테 말해줬어야 했는데 하구요.
준호;뭘 보셨는데요.
장일;(긴장).........
수미;...........
준호;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수미;이런 걸 말하면.... 수사에 혼선을 드리게 될 것 같은데....
장일;............(주먹을 꽉 쥐는)
수미;전 그냥 여기까지만 하면 안될까요. (살짝 웃을 듯 말 듯)
장일, 유리 밖으로 보이는 수미의 뒷통수와 모니터에 비치는 수미의 정면 얼굴, 움직이는 입술에 긴장하고 멈춰있다.
준호;말씀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뭘 보셨습니까.
수미;........(한숨 쉬며 망설이는).....
장일;............
준호;김선우씨한테 애기하지 않아서 후회하시는 게 뭡니까.
수미;.......(천천히 입을 떼는)
장일;(극도의 긴장)
수미;아저씨가 아주 힘없고 슬픈 얼굴로.... 시장 철물점에서 빨랫줄 같은
끈을 사는 걸 봤습니다.
장일;................!
수미;제가 인사를 했는데 받는 둥 마는 둥, 평소와 다르셨어요. 그래서
제가 아저씨 어디 편찮으세요?
빨랫줄을 들고 있는 경필. 카메라를 향해 (수미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경필. 장소는 어디라도 무관. 사고 당시와 동일한 의상)
경필;(우울한)쯧..........이러구 살아서 뭐하겠냐.......(돌아선다)
조사실.
수미;그땐 몰랐는데 다음날 아저씨 소식 듣고 그 말 뜻이 뭔지 알았어요.
장일;..........
수미;아저씬 그날 자살 결심을 하신 거였어요. 당장 선우한테 달려가서
아저씨가 이상하다고 말해줬어야 했는데... (눈물이 고일 듯...거짓말 을 하면서 까지 장일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선우에 대한 죄책감)
장일, 녹화 되는 영상으로 수미의 눈물을 본다.
수미; (쇼팽백에서 낡은 스케치북 꺼내며)이건 그 때 아저씨한테서 느낀
쓸쓸함을 그림으로 그렸던 거예요. 아저씨랑 마주친 그날 밤에.
수미, 스케치 북을 열어 그림을 보인다. 어깨 쳐지고 고개 숙인 쓸쓸한 남자의 옆모습 전신 연필 스케치로 대충 그려져 있다. ‘97. 4. 최수미’ 란 싸인도.
준호;(수미의 눈물을 본다).... 왜 우십니까?
수미;(쑥스럽게 웃으며)우는 건 아니구요. 돌아가신 아저씨 생각을 하니 까 좀 슬퍼져서....
손가락으로 살짝 눈물 닦는 수미를 모니터로 바라보는 장일. 유리창으로 수미의 뒷모습을 본다.
38. 검찰 복도 / 낮
쇼핑백 든 수미 걸어간다. 뒤 돌아본다. 장일이 보고 서있다. 두 사람 꽤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수미, 뒤돌아 걸어간다. 수미 뒷모습을 한참 보다 돌아서 걸어가는 장일. (누가 먼저 뒤돌아 걸어가는 게 좋을까요?)
39. 선우 사무실 / 낮
선우와 지원, 상자 앞에 서 있다. 스티커 붙은 점자책을 꺼낸다.
지원;읽어줘요.
선우;........(점자를 짚는)우리 둘만 아는 시간 우리 둘만 아는 길....
지원;엉터리.... 이거 지압 안마 책인거 다 알았어요.
선우;그랬구나....
선우, 편지를 꺼낸다.
지원;선우씨 떠난 후에 도착해 있던 편지예요.
선우, 편지를 뜯어 읽다가 놀라 경직. 지원, 선우의 표정을 보고 놀라 편지를 보는데
광춘(E);김선우씨 아버지는 이장일 아버지가 죽였습니다. 진노식 회장도 관련돼 있습니다.
선우, 굳어 있다. 지원, 옆에서 어떻게 할 줄 모르고 같이 굳어있다.
사무실 일각.
편지를 놓고 앉아있는 선우 태주 쿤.
태주;장난 편지일 수도 있다.
쿤; 전 장난 편지 아니라고 봅니다. 김대표가 눈 멀어 있을 때 온 거 잖아 요. 누가 눈 먼 사람한테 이런 편지를 보냅니까.
태주;눈 먼 걸 몰랐던 사람일 수도 있고.
선우;그 때 살던 주소 정확히 보냈어요. 눈이 안 보이는 상태라는 걸 아는 사람이예요.
쿤; 눈 먼 사람한테 편지를 보낸 이유는..... 누군가 읽어주라고?
이장일 한테 읽어달라고 했음 재밌었겠는데요.
선우;이걸 왜 나한테 보냈을까요. 장일이 아버지도 있고, 진회장도 있는 데.
태주;편지는 아직 증거물로 제출하지 마. 이걸 보낸 사람을 먼저 찾아보 자.
쿤;(황당하다는 듯)무슨 수로 찾죠?
태주;내 생각에 터무니 없는 사람은 아닐 것 같다. 선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플래쉬 백 2부 — 광춘의 굿.
광춘;누가 내 목을 졸랐어....숨막혀.....
광춘;(선우 안고 힘이 쭉 빠지며) 약속에 못가 미안하다.
어린 선우; 내가 약속에 간다는 소리는 안했어. 아저씨 뭔가 알고 있지?
사무실. 생각에 잠겨있는 선우.
선우;...... 전부터 의심 가는 사람이 있긴 있었어요.
40. 선우 사무실 / 밤
광춘, 들어선다.
광춘;와.... 근사하네.... 여기가 선우 니 사무실이냐.
선우;아저씨 진작에 초대하고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광춘;와.... 전망 좋네.
선우;앉으세요. 과일 좀 드세요.
테이블엔 과일과 찻잔. 광춘, 과일 먹고 있다.
광춘;와.... 이거 뭐가 이렇게 맛있어.
선우;망고예요. 아저씨, 주소 하나 적어주고 가세요. 내가 한 박스 보내 드릴게요.
광춘;아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사줘야지.
선우;얼른 주소 적으세요. 안 그럼 나 섭섭해요.
선우, 사인펜을 준다. 편지지와 질감 비슷한 종이와.
광춘;내가 그럼 니 성의를 생각해서 적는다. (주소 적는다. 강남구 서초동 32-7....)지금 수미 지내는 데서 같이 지내고 있거든.
선우;내일 당장 보내드리라고 할게요.
광춘;나 오늘 참고인 조사 다녀왔다.
선우;뭘 물어보던가요?
광춘;뻔하지 뭐. 대답은 잘 했다.
선우, 주소 쓰인 종이를 들고 다른 방으로 가며
선우;(일부러 광춘 듣게)이사님, 이 주소로 내일 과일 좀 보내드리세요.
쿤에게 건넨다.
선우;필적 감정 의뢰하세요, 지금 당장.
41. 장일 검사실 / 낮
장일, 의자를 돌려 창밖을 향해 앉아있다. 여유로워진 표정. 순태 백구 소영 얘기하는 소리 들린다.
순태;옛날 직원들도 만나보고 왔는데요, 진회장에 대한 충성도가 엄청
높아요.
백구;그리고 김경필씨를 얼핏 물어보니까 우울증도 있었고 예전에도
자살시도 비슷한 걸 했다고 하더라구요. 옛날 사옥 옥상에서.
장일;(얼핏 미소)
준호;(답답한 듯 한숨)............
소영;그런데 최수미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림까지 들고 올 이유는 뭐야.
순태;예술가의 결벽증? 완벽주의?
소영;하여간 이쁜 여자만 보면 다 좋은 쪽으로 해석한다니까.
42. 선우 사무실 / 낮
사무실 전화벨 계속 울린다. 선우, 머리가 아픈 듯 머리를 감싸고 힘들어 한다.
지원, 달려온다.
지원;왜 그래요 선우씨.
선우;수술한 후로 가끔 이렇게 두통이 와요. (참기 힘든 듯)으.........
지원;(와락 선우를 안고 도닥거린다)숨을 천천히 쉬어 봐요. 긴장 풀고...
43. 안과 / 낮
검사대에 앉아있는 선우. 옆엔 지원 서 있다.
의사;수술로 시력이 다시 회복 됐다 해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다시 충격을 받거나 심한 운동을 해도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선우;두통이 심하게 올 때도 많은데요.
의사;두통 때문에 눈이 아플 수가 있고, 눈 때문에 두통이 올 수도 있어 요. 스트레스 일수도 있구요.
선우;다시 시력을 잃는 일은 없겠죠?
44. 거리 / 낮
손잡고 걷는 선우와 지원.
지원;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요즘 아버지 일 준비하면서 힘들어서 그런거 지.
선우;....... 자주 안 보이는 악몽을 꿔요.
지원;내가 선우씨 눈이었잖아요. 이젠 내가 옆에 있으니까 그럴 일 없어 요.
선우;(미소)
지원;편지는 누가 보낸 건지 아직 모르죠?
선우;곧 알게 될 것 같아요.
지원;장난 편지일 수도 있잖아요.
선우;그랬음 좋겠어요.
45. 선우 사무실 / 낮
선우, 책상에 앉아있다. 쿤 다가온다.
쿤; 동일인일 확률이 95퍼센트인데요.
선우;.............
쿤;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선우;아저씨는 왜 미리 얘길 안해 주고 내가 눈이 멀어있을 때 알려준 걸 까요.
46. 장일 검사실 / 밤
빈 사무실. 장일, 책상에 앉아있다. 선우, 들어온다. 선우, 가다가 들린 것처럼 가볍게.
장일;진정인이 사무실 자주 찾아오는 거 별로 좋지 않은데.
선우;그래도 내가 찾아오는 게 낫지, 니가 나한테 오는 것 보다.
장일;마침 잘 왔다. 최광춘, 최수미 참고인 조사 다 받고 갔거든.
진노식 회장 주변도 조사하고.
선우;그런데.
장일;15년 전 결론 그대로 날 가능성이 커. 물론 진회장의 돈 거래나
비자금쪽으론 혐의가 나올 것도 같아. 하지만 살인은 아니다 선우야.
선우; 흠...........그렇구나. 진회장은 아니구나.
장일;니가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서 미안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살해 당한 것 보단 자살하신 게 맘이 더 편하지 않니.
선우;장일아, 그래서 지금 물어보러 온거야.
장일;뭘.
선우;우리 아버지는 너희 아버지가 죽였니.
장일; !!
선우;15년 전 그날 밤에 우리 아버지를 죽인 게 너희 아버지가 맞지?
멈춰있는 두 사람 표정에서!
.적도의 남자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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