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11
이산 11부 대본
S#1. 문과과장. 낮
시권을 받아든 영조, 그것을 읽어 내려간다. 그러다 순간, 하얗게 질리는 영조!
무슨 일인가..걱정이 어려 보이는 산.
그때, 영조...참을 수 없는 노기에 찬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는데.
산 전하, 무슨 일이시옵니까?
영조 (본다, 그러다가 시권을 건넨다)
산 (의아한 얼굴로 받는다)
영조 읽어라.
산 ....예?
영조 뭣하느냐? 어서 읽으라지 않느냐?
산,. 떨리는 얼굴로 시권을 본다. 순간, 사색이 되는 산.
산 전하...이것은.....
영조 읽어라. 이것은 어명이다!!
산 (당혹감, 어쩔 줄 모른다. 그러다가 겨우)
....위로는..패왕이...아래로는 간신이 권세를 잡고 있으니...
이는 곧 나라가 망할 징조다....
갑진년...노론과 그 뜻을 합하여 황형을 독살한 금상은
노론의 임금이자.....역적의 수괴가 아니고 무엇이랴?
영조 ........
산 (어떻게 이럴 수가.....머뭇거린다)
영조 계속해라.
산 ....!.....
영조 무엇 하느냐? 계속 하라는대두!
산 전하...!!
영조, 산을 서늘하게 보다가.
영조 오냐, 니가 못하겠다면 내가 하마.
하고 영조, 산이 가지고 있는 시권을 뺏어든다.
영조 ....허나 그 아들 사도세자는...
어진 성정으로 백성에게 추앙받았으나....
금상은 그 아들마저 참혹하게 죽이니 그 죄를 다할 길이 없다.
산 ....!!....
영조 ...하여 세자께서 승하하신 임오년 이후 우리에게 임금은 없다.
산 ....!!....
영조, 산을 본다. 그러다가.
영조 우리에게 임금은 오직 사도세자의 아들이신 세손저하 뿐이다.
산 .....!!....
영조, 서늘하고 매서운 눈으로 산을 바라본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산,두렵고 떨리는 얼굴로
영조를 보는데.
보면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정후겸의 시선.
영조, 시권을 움켜쥐고 산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영조 ...금군별장은 어디 있느냐!!
금군별장 예, 저하.
영조 이놈을 잡아들여라! 알아듣겠느냐!
지금 당장 이 역당을 잡아 내 눈앞에 끌고 오란 말이야!!
영조, 노여움으로 미간이 파르르 떨려오고. 그런 영조를 바라보는 산,
이 엄청난 사태가 당혹스러운데.
S#2. 궁궐 일각. 낮
과장 밖을 달려 나가는 금군들!
S#2-1. 저자거리. 낮
저자거리를 살벌하게 뒤지는 모습들.
S#3. 대궐 문과과장 부근 궐문 앞. 낮
문과가 중단되고, 금군들이 과장 문을 지키고 서 있는 가운데 응시생들을 일일이 몸수색하고 있다. 삼엄하다!
또 한쪽에선 금군별장이 강두치 탁지수등의 화공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옆에는 초비 미수가 보인다. 화공들, 다모들의 표정도 잔뜩 얼어있다.
금군별장 시권을 제출한 역당의 용모파기를 그릴 것이다!
지금 당장 저들의 말을 듣고 그려 내거라!
강두치 예.
화공들, 긴장한 얼굴로 한쪽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응시생들에게 간다. 화공들, 응시생들에게 이것저것 묻는 그림! 응시생들 답을 하면 빠르게 얼굴을 그려나가는 화공들의모습. 긴박한 상황.
S#4. 무과 과장. 낮
박영문, 이천 등이 무과 과장의 풍경을 담아내는 모습으로 오버랩 된다. 보면, 곁에서 이들을 수발하고 있는 송연의 모습. 송연, 그러다 걱정 어린 얼굴로 문득 보면. 멀리, 과거장 보사(걸어가면서 쏘는 것) 로 활을 쏘고 있는 대수.
말을 타고 창 대련을 하는 대수, 잘하는 모습인데.
S#5. 동. 실내 강독 시험장. 낮
시관들이 3~4명 쭉 앉아있고 대수와 또 다른 응시생이 강독을
하기 위해 들어온다. 대수, 긴장한 얼굴.
시관 (살펴보며, 대수에게) 자넨, 보사(步射) 성적이 아주 좋구만.
대수 (...!!...신난다) 송구합니다..!
시관 (기대감 어려) 자, 이번엔 강독(講讀)이네.
삼략의 삼십 육법 중 경영육법을 강독해 보게.
대수 (당황)삼략....경영 육법이요...?
시관 시작하게.
대수, 미치겠다. 모르겠다.
시관 뭣하는가?
대수, 난처한데. 그런 대수의 위로 10부 청지기의 봇짐에서 꺼낸 서찰에 적혀있던 회고천사(會高千司)가 떠오른다.
대수 (도리 없다. 이거라도..) 경영육법은....회.....
시관 (눈빛을 반짝인다. 그렇다는 표정이다)
대수 (살피며) 회.....고천....사..
시관 (잉..? 뭐야 그게) 회고...천사..?
대수 (더듬더듬) ....예...회고천사는 그러니까...모아라, 높은...뭐를...
시관 (끌끌, 보다가) 불!
대수 ....!....
시관 (붓으로 아닐 不자를 적어 넣으며) 다음.
대수 ....!!....저, 나으리..한번만 더...(하는데)
시관 다음!
응시생1 예. 경영육법은 하나, 획애색지(獲애塞之) 좁은 목을 얻거든 적의 통행을 막고 또 적을 기다리기도 좋다 둘, 획난둔지(獲難屯之)험난한 곳을 얻거든 아군이 진쳐 머물도록 한다....셋, 획성할지....
응시생1 줄줄 막힘없이 외워 내려가고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시관들.
대수는, 속상하고 참담한 기분이 되는데.
그때, 갑자기 문을 열고 들이닥치는 내금위 종사관과 금군들.
종사관 지금 당장 무과를 중단하라는 어명이오!
갑작스런 금군의 말에 놀라는 시관들, 그리고 대수.
시관 아니, 무과를 중단하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종사관 문과를 치르는 과장에 역당이 나타났소. 하여, 오늘 문무과는 모두 중단 되었소.
사람들, 웅성거리고...“뭐야?” “역당이라니”...수근거린다..
대수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데
S#6. 문과 과장 밖(인정전 부근). 낮
영조, 차갑게 굳은 얼굴로 연 앞으로 걸어온다. 뒤로는 내관들과 금군들이 따르는데. 연에 오르려는 영조 그때, 다급하게 쫓아오는 산.
산 (결연) 전하, 전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오소서.
영 ....!.....(멈춘다)
산 소손,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전하!
영조, 멈춰 선다. 사람들 긴장한다.
영조, 천천히 돌아선다. 산, 긴장한 얼굴. 그러나 결연한 눈빛으로 영조를 보는데.
영조 (냉랭하다) 무엇이냐?
산 혹, 소손의 뜻이라 여기시는 것이옵니까?
영조 ....!....
산 저 시권(試券)에 담긴 참담한 말들이 진정 소손의 뜻이라 생각하시옵니
까? 그래서 소손에게 이토록 진노하신 것이옵니까?
영조 허면, 너는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냐?
산 (너무한다) 전하! 어찌 그런 하문을 하시옵니까?
영조 .....!....
산 역당(逆黨)이 적어낸 저 말들에 소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사옵니 다. 더욱이 역당의 글은 황망하게도 소손(小孫) 역심을 품은 듯
소손을 음해하고 있사옵니다. 진정, 소손의 충정을 모르시옵니까?
소손이 어찌 그런 참담한 역심을 가슴에 품을 수 있습니까?
영조 .....!.....
산 .......
영조 (가만, 그러다가) ....허면...니 아비의 일은 어떠냐?
산 (멈칫)
영조 (착잡한 마음, 차갑게 묻는다)
....내가 어진 니 아비를 억울하게 죽음으로 몰아갔다는데
그것도 네 뜻이 아니냐?
너는 한 번도 그리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이냐?
산 (당혹해한다!) ....전하...그것은.....(차마 말하지 못한다)
영조 .....
산 .......
영조 (시선 거둔다) 됐다! 니 뜻이 뭔지는 역당을 잡으면 자연히 밝혀질 터!
지금은 너한테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산 전하..!
영조 (내관들에게) 가자.
산 ...!!....
영조, 그 길로 연에 오르고 영조가 오르면 출발하고.
남겨진 산..이루 말할 수 없는 참혹함에 착잡해지는데...
S#7. 도화서. 대화실. 낮
송연을 비롯한 다모들이 과거장을 그린 그림과 화구들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쪽에선 초비와 세모 시비 등이 이야기하고
시비 이러다 추국이 열리는 거 아녜요?
세모 큰 역모라면 그렇겠지.
송연 (의식)
시비 그럼 추국장 기록하러 도화서에서두 가야되잖아요?
어뜩해요?...전 그런 건 죽기보다 싫은데요.
피 튀고 살점 튀고...추국장만 다녀오면 한숨도 못자요.
송연, 한쪽의 다모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송연 (미수한테)문과 과장에서..정말 큰일이 났었나봐?
미수 어, 말두 마.
송연 대체 무슨 일이었는데..
미수 누가 써낸 시권 내용이 엄청나게 살벌했나봐. 주상전하를 막 욕하고...
..우리한테 임금은 세손저하 뿐이다, 뭐 이런 말두 있었대.
송연 ...뭐...?!
미수의 말에 송연, 크게 당황하는 얼굴인데.
S#8. 동. 도화서 소화실. 낮
이천, 화실 안에서 춘화를 그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다 만 춘화. 다 그려진 춘화들이 어지럽혀져 있다.
이천 큰일 터지기 전에..주문받은 춘화부터 그려놔야지. (하고, 두리번거리며 찾 으면서) 파지가 어딨더라....연습을 좀 해야 되는데...
이리저리 찾는 이천. 그때 이천의 시선에 들어오는 조사용이 필적 연습을 한 종이.
이천 이건 전에 조사용이 흘리고 간 종인데....중요한 건가? 찾으러 오면 어떡 하지. (본다, 아무 생각 없이) 뭐라고 쓴 거야....“죄인들을..의금부로 압 송....
하는데,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안으로 송연이 들어온다.
이천, 화들짝 놀라서 얼른 펼쳐놓은 춘화 위로 엎어지는데.
송연 나으리!
이천 (어휴..깜짝이야) 송연아! 우리 제발 암호라도 정하자. 놀랐잖아!
송연 나으리, 오늘 과장에서 무슨 일이 났는지 자세히 아세요?
궐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들으셨어요, 네?
송연, 걱정 가득한 얼굴로 이천을 보는데.
S#9. 궐. 동궁전 앞. 낮
채제공이 다급한 걸음으로 온다. 보면 남사초가 초조한 얼굴로 있는데.
채제공 저하께선 안에 계신가?
남사초 예, 대감.
채제공 (걱정 어려 보는 얼굴)
S#10. 동. 동궁전. 낮
산, 남사초 채제공과 있다.
채제공 아직 역당은 잡지 못한 듯합니다.그 자를 봤다는 이들의 증언이 엇갈려...
용모파기부터 정확하지 않다 합니다. 아마, 쉽게 잡힐 것 같진 않습니다.
산 .......
남사초 이것도 분명 저들의 모략일 것입니다, 저하. 거짓 휘지 사건을 꾸민 자들 이 전하께서 말씀하신 옥인(玉人)의 북저(北著)위조(僞造)시한
인 달포가 다가오자 다급한 마음에 일을 벌인 것입니다.
산 (분노가 어려 있다)...용서할 수 없네!
나를 치려했다면, 차라리 내 목에 칼을 겨누어야 했어!
아바마마를 죽음으로 몬 것도 모자라 돌아가신 그 분을 다시 욕되게 하다 니!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채제공 (착잡 )
남사초 (착잡하고)
채제공 허나, 주상전하께선 쉽게 흔들리지 않으실테니 큰 심려 마십시오, 저하.
산 (보면...)
채제공 시권에 적힌 불온한 말들은 모두 주상전하의 심중에 맺히신 것들입니다.
선대왕이신 경종대왕을 독살했다는 참혹한 풍문이나
돌아가신 선세자 마마의 일이 모두 그러하지 않습니까?
산 ....!....
채제공 전하께서 진노하신 것은 저들이 사특하게도 그것을
건드렸기 때문이지 그 화가 반드시 저하께 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오늘 일의 본질을 바로 보실 것이니
믿고 기다리십시오 저하.
산 (착잡한데)
S#11. 동. 대전. 낮
어둡고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대전 침전 안. 보면, 서안 앞으로 놓여진 구겨진 시권. 그리고 참혹하게 굳은 얼굴로 석상처럼 앉아있는 영조가 비춰지는데.
S#12. 동. 화완옹주 처소. 낮
화완옹주, 정후겸 최석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화완옹주, 나긋한 얼굴로 수를 놓고 있는데..
화완 아바마마께선 어찌하고 계십니까?
최석주 중신들을 물리치고 조참과 경연을 모두 파하신 채 침전에 들어계십니다.
화완 (씁쓸) 그러실테지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내 마음도 편치만은 않습니다.
최석주 ......
정후겸 .......
화완 허나 모든 것이 효심과 충정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주시겠지요
정후겸 세손 쪽은 아직 아무 움직임이 없습니다.
다음 일은 눈치 채지 못한듯 합니다.
화완 그래야지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오늘 밤엔 기필코 그 아이의 숨통을 조여야해!
정후겸 ......
화완옹주, 정후겸과 최석주한테서 시선을 거둔다.
화완, 수틀 안 삼조룡의 가슴팍에 바늘을 찔러 넣는데.
S#13. 홍인한의 집. 마당. 낮
홍국영, 담담한 얼굴로 뭔가를 싼 보자기를 들고 서 있는데
그때 홍인한 집 집사가 와서, 드시랍니다..한다. 홍국영, 보는 표정.
S#14. 동. 사랑방. 낮
홍인한이 있고 그 앞으로 홍국영이 있다.
홍국영, 홍인한의 앞으로 보자기에 싼 것을 내민다.홍인한, 흘끗 보고는.
홍인한 그렇잖아도 며칠 전 자네 아비가 날 찾아왔더군.
홍국영 ......
홍인한 먼 친척이라 하나 자네도 우리 홍씨 일문이니
내가 거두는 것이 도리겠지.(하고)
동궁전 시강원(侍講院) 설서(設書)를 하고 있다지?
홍국영 예...
홍인한 설서라면 잡일을 도맡아하는 말직이니
젊은 친구가 좀이 쑤실 만도 하지.
그래, 어느 자리로 가고 싶어 그러는가?
홍국영 (가만, 그러다가) 사간원 정랑자릴 주십시오.
홍인한 (놀라는) 뭐..? 그 자린 청요직 중의 요직이네.
이 사람, 젊은 친구가 걷기도 전에 뛰기부터 하려는가?
홍국영 (담담) 잘못 보셨습니다.
여태 뛰었으니, 이제 날아볼 차례라 그렇습니다.
홍인한 (당혹)
홍국영 (담담)
홍인한 (이만하면 꽤 들고 왔겠지 싶다, 보자기를 푸르며)
자네 아비가 그 살림에 무리를 했겠구만.
정랑이라면, 꽤 여러 곳에 도움을 받아야 할 터인데...
홍국영 .....
홍인한 보자기 풀어보면 상자가 나온다.
홍인한, 상자를 열어보면, 이게 뭔가. 얼마 안 되는 엽전 꾸러미가 나온다. 홍인한, 기가 막힌다.
홍인한 아니...이게 뭔가?
홍국영 (담담)...예, 놀라실 만큼 적은 돈입니다.
허나, 대감께선 만금보다 귀한 재주를 얻게 되실 것입니다.
홍인한 (기가 막히다) 뭐라?
네 이놈, 지금 날 가지고 노는 게냐?
핏줄을 못 속인다고..너도 꼭 니 아비짝이로구나!
젊어서 벼슬 한 자리 달라고 그렇게 빈대를 붙더니..
이젠 그 망나니짓을 자식한테 대물림 했어!
홍국영 ........
홍인한 (상자 밀치며) 일 없으니 도로 가져가거라.
조정의 일이 아이들 소꿉장난인 줄 아는 게야?
홍국영 (가만, 그러다가) 아이들 소꿉장난이라도 된다면 차라리 낫지요.
허면, 적어도 이런 구린내는 풍기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홍인한 (멈칫) 뭐...?!
홍국영 (보자기를 도로 싸며) 처음부터 내키는 걸음도 아니었습니다.
돌아가 아버지껜 강령해뵈이신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한참, 기다려야 겠다구요.
홍인한 기다리다니...뭘 말이냐?
홍국영 대감께서 돌아가시는 날 말입니다.
대감 같은 분이 조정에 계시는 한 제 뜻을 펼치긴 틀렸으니까요.
홍인한 뭐...뭐라..?! 네 이놈...너 지금 뭐라 했느냐!
홍인한 대노하지만 홍국영 아랑곳 하지 않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S#15. 동. 마당. 낮
홍국영 담담한 얼굴로 성큼성큼 나오는데 보면 한쪽, 그런 홍국영을 바라보는 정후겸. 홍인한 노발대발한 얼굴로 쫓아 나오며..소리치는데 홍국영은 그 길로 문을 열고 나간다.
홍인한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내 당장 저 놈을...!!
하는데, 그때 한쪽에서 정후겸이.
정후겸 목청이 이리 좋으신 걸 보니, 좀 나아지신 모양입니다.
홍인한 (멈칫, 본다. 놀란다) ...정승지....어..언제 왔는가?
정후겸 방금 전에요. (하고, 대문 쪽을 흘끗 보고는) ..헌데, 누굽니까 저 친구는.
S#16. 동. 안. 낮.
정후겸과 홍인한이 있다.
홍인한 (못마땅)홍낙천이라고 일문에 유명한 망나니가 있네.
그 자식 놈인데...꼭 지아비를 닮아 허풍과 허세만 있어.
정후겸 (미소) 본래 허풍과 허세는 요란한 법입니다.
저렇듯 미동 없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법이지요.
장차 저희와 큰 일을 하시자면 사람 보는 안목을 더 키우셔야겠습니다.
홍인한 (당황)
정후겸 (홍국영이 나간 쪽을 보며 가만, 생각에 잠기는 표정)
S#17. 민가 대청마루. 낮
홍국영이 응시생들을 가르치던 민가.
홍국영, 안으로 들어와 보자기를 대청마루에 툭, 던지듯 놓는다.
잠시 보자기를 바라보는 홍국영, 씁쓸하다.
홍국영 개를 따라다니면 결국 똥만 묻히는 법이거늘...
내가 정신 나간 놈인게지....
홍국영, 허탈한 듯 허허롭게 웃는데. 그때, 안으로 대수가 들어온다.
대수 나으리!
홍국영 어, 왔는가?(하는데)
대수 (다짜고짜) 대체 어찌된 겁니까?
병판대감댁 서찰만 보면 입격은 따논 당상이라더니!
나으리만 믿다가 큰일날 뻔 했지 않습니까?
홍국영 ....무슨 말인가? 서찰에 시제가 없었다는 게야?
대수 회고천사가 뭡니까 회고천사가...! 그게 무슨 시제냐구요?
홍국영 (의아) 회고천사?
대수 예, 서찰엔 달랑 그 네 글 자 뿐이었습니다.
진짜, 무과가 중단됐기 망정이지 어쩔 뻔 했냐구요?
홍국영 (끌끌) 쌍심지 끄게. 아니면 말지 뭘 그리 방방거리는가?
(뻔뻔) 공자도 못 외는 문자가 있고 부처도 못 외는 염불이 있네.
대수 (기막히다) 참, 말씀하난 청산유수십니다.
홍국영 (피식, 웃고는) 아무튼 이상한 일이군.
병판대감이 그런 꽁수를 안 썼을리 없는데...
대수 (치..하는 표정으로 마루에 걸터앉으며).....근데, 오늘 무과가 취소된 이유 가 진짜 뭐에요? 어떤 놈이 시권에 임금님을 욕해 큰일이 났다던데 정말 이에요?
홍국영 (가만, 그러다가) .....큰일 난 것은 전하가 아니라..세손이지.
대수 예...?
홍국영 (심드렁한 표정을 서책을 정리하며)
모르긴 몰라도 이번만큼은 세손이 무사하기 어려울 게야.
대수 (당혹)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나으리.
세손저하가 큰일이시라니요. 그 미친놈이 쓴 시권하구 저하가 무슨 상관 이라구요?
홍국영 ....세손이 벌인 일이든 세손을 겨냥한 다른 누가 꾸민 일이든
시권은 분명 시작에 불과할 것이네. 대수 : 예...?!
홍국영 요란한 천둥소리 뒤엔 반드시 큰 벼락이 치는 법이니까.
대수 .....!!....
대수, 놀라고 당혹해하는데...홍국영은 그저 선선하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서책을 정리할 뿐인데.
S#18. 궐 전경. 밤
고즈넉한 밤기운에 둘러싸인 궐 전경.
S#19. 동. 동궁전. 밤
산, 생각에 잠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그때 밖에서 남사초가 ‘전하, 남내관입니다’ 한다. 산, 보면 안으로 들어오는 남사초.
산 어찌 아직 퇴청하지 않았는가?
남사초 ...오늘은 동궁전에서 저하의 곁을 지키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산 (보면)
남사초 낮의 일로 금군들이 궐을 많이 비웠습니다. 경계가 삼엄한 때도 궐 담을 무시로 넘었던 저들입니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요.
산 ...!....
남사초 번암대감께서도 익위사에게 동궁전 경계를 강화하라 하명하셨을 것입니다.
산 (굳어지는 표정)
S#20. 효의왕후 처소. 밤
효의왕후가 서책을 보고 있다. 그 옆에는 김상궁이 걱정스런 얼굴로 보고 있는데
그때, 이상궁이 ‘마마, 혜빈마마 입시옵니다’ 한다.
효의, 놀라서 얼른 일어서면...안으로 들어오는 혜빈.
효의 어마마마.
혜빈 지나가다 불빛이 보이 길래 들렀습니다.
혜빈, 자리에 앉으면 그 옆으로 앉는 효의.
혜빈 서책을 보고 계셨습니까?
효의 예...잠이 오질 않아서요
혜빈 ....낮의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효의 (대답하지 못합니다)
혜빈 (안타깝다) 빈궁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꼭, 지난날의 나를 보는 듯해요
나도 늘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효의 어마마마.
혜빈 (허허로운 미소) 내가 빈궁을 잡고 괜한 소릴 다 합니다.
(하고) 걱정마세요 빈궁. 세손은 돌아가신 세자저하께서 지켜주실 겝니다.
세손에겐 아무 일도 없을테니 너무 심려 말아요.
효 .....!....
혜빈, 걱정 말라는 미소를 보여주고..효의 걱정스런 마음을 달래려 애쓰는데.
S#21. 궐 밖. 밤
높고 긴 궐 담벼락.
보면, 어둠을 따라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검은 그림자들.
S#22. 동. 대궐 일각. 밤
보면, 척, 척, 척...일사분란하게 폭약을 설치하는 박초들.
화약 가루를 길게 늘어놓는데..!
S#23. 동. 다른 일각. 밤
금군들, 담벼락 주위를 돌며 경계를 서고 있다.
그때 금군 중 하나가.
금군1 ...잠깐, 이게 무슨 냄샌가.
금군1의 말에 금군2 보면, 멀리 하얗게 늘어진 화약가루가 보인다.
뭐지? 놀라는 금군.
S#24. 동. 또 다른 일각. 밤
박초의 무사들. 오정호가 있는 곳으로 급히 온다.
이들, 오정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면.
오정호 ...시작해라.
오정호의 말이 떨어지자 화섭자를 꺼내
척, 척...화약들에 불을 대는 박초들.
오정호, 눈빛을 빛내며 보면...
화약이 빠르게 타들어 가는데....
S#25. 동. 다른 일각. 밤
금군1,2 의아한 얼굴로 온다. 이들 확인하고 놀란다.
금군 이건...화..화약이 아닌가?
하고 보면, 멀리서 치지직!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려오는 불꽃.
순간, 놀라 경악하는 금군1,2의 모습. 그 위로, 쾅! 하는 굉음이 들려오는데!
S#26. 동. 동궁전. 밤
산, 갑자기 터지는 굉음에 놀란다.
무엇인가! 산, 당혹스런 얼굴로 돌아보는데...
S#27. 동. 대전. 일각. 밤
영조, 대전에서 내관들과 함께 나오다가 멈칫, 놀라선다.
내관들...본능적으로 영조의 주위를 감싸는데.
영조 이게...무슨 소리냐?
영조, 놀라 보는 표정.
S#28. 동. 일각. 밤
오정호를 필두로 박초의 무사들이 궐 안으로 잠입한다.
그때, 한쪽에서 몰려오는 금군들. 오정호, 절도 있게 수신호 하면..
칼을 빼들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박초들. 이어 금군들과 싸움이 벌어지고..박초들, 전광석화와 같은 솜씨로 금군들을 쳐 나가는데..
S#29.동. 동궁전 밖. 밤
산, 다급한 얼굴로 뛰어나오면 그때 한쪽에서 강석기와 서장보가 온다.
산 무슨 일이냐?
강석기 (다급) 무장한 무리들이 홍제문을 파한 것 같습니다.
거병범궐입니다, 저하.
산 (경악) 뭐...?!
그때, 한쪽에서 남사초가 다급히 온다.
남사초 저하!
산 어찌 된 일인가?
남사초 역몹니다 저하. 역당들이 지금 대전으로 향하고 있다 하옵니다.
남사초의 말에 경악하는 산, 그리고 강석기 서장보.
산 어찌 이럴 수가.....(하고) 대전으로 가야겠네.
남사초 저하, 위험하십니다. 옥체를 보존하셔야 하옵니다.
산 역당들이 대전을 향하고 있네!
어찌 나더러 앉아서 목숨을 보존하란 말인가!
남사초 ...!!....
산, 다급히 가려는데. 그때. 머뭇거리던 강석기와 서장보.
강석기 저희도 가겠습니다 저하.
산 (멈칫, 본다)
강석기 (긴장했지만 결연한 눈빛을 빛낸다)
산 (고맙다) 조심들하게.
강석기 ...!!...
산, 칼을 움켜쥔다. 눈빛을 빛내는데.
S#30. 동. 일각. 낮
자객들과 금군간의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그때 일각에서 함성을 지르며 몰려오는 1초(哨: 일개중대)의 금군들!
오정호 (박초에게) 몇이나 잃었느냐?
박초1 여섯입니다.
오정호 그만하면 됐다. 가자!
오정호의 말에 박초1, 수신호를 하면 순간, 칼을 거둬들이고
물러서 도주하는 박초들. 이들, 궐 담으로 솟구치듯 뛰어올라 궐을 빠져나가는데...
금군별장 쫓아라! 한 놈도 놓쳐선 안 된다!
금군별장의 명에 소리 지르며 쫓아가는 금군들.
그때, 산이 남사초 강석기 서장보 등의 호위를 받으며 온다.
산 주상전하께선 무사하신가?
금군별장 저하, 여긴 위험하옵니다. 동궁전으로 돌아가시옵소서.
산 전하의 옥체는 어떠한가 묻지 않느냐!
산, 초조한 눈빛을 빛내는데.
S#31. 동. 화완옹주 처소. 밤
화완옹주, 앉아서 수를 놓고 있다.그때, 안으로 곽상궁이 들어온다.
화완 (시선도 주지 않고) 어찌 되었느냐?
곽상궁 자객들이 물러가고, 지금 금군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하옵니다.
화완, 서늘한 표정. 작은 가위로 실을 끊는다.
화완, 흡족한 미소를 띠며 완성된 수를 바라보며.
화완 드디어 다 되었구나!
S#32. 효의왕후 처소 앞. 밤
효의와 혜빈, 상궁나인들과 함께 나와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데, 그때 정순왕후가 한쪽에서 강상궁을 비롯한 나인들을 거느리고 급히 온다.
정순 다들, 별일 없는가? 괜찮은 것인가?
혜빈 마마, 궐에 자객이 들었다니요! 대체 무슨 일이옵니까?
정순 (착잡하게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데)
S#33. 동. 대전 침전. 밤
영조,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고
그 앞으로 산과 병조판서 한준호가 있다.
한준호 흉인들이 궐 담을 넘다니..모든 것이 소신의 불충이옵니다.
소신을 죽여주시오소서. 전하..
영조 .......
산 .......
그때, 밖에서 내관이 ‘전하, 금군별장 입시옵니다’ 한다.
영조 들라하라!
안으로 들어오는 금군별장.
영조 어찌 되었느냐?
금군별장 용호영 별기대가 잔당을 쫓고 있고 저는 지금 막 자객들의 시체를 수습하 고 오는 길입니다.
한준호 시신에선 무엇이 나왔는가? 혹, 저들의 정체를 알만한 것이 없는가.
한준호의 말에, 금군별장..품에서 종이를 꺼내 영조에게 내민다.
영조 이것이 무엇이냐?
금군별장 죽은 역당들의 품에서 나온 것입니다.
영조 ...!!....
산 ....!!....
영조, 굳은 얼굴로 종이를 펴본다. 보면 그곳에..‘회고천사’라는 글귀가 적혀있는데.
영조 (무엇인가) 회고..천사..?
산 (의아해보는)
금군별장 아마도 어떤..암호인 듯합니다, 전하.
영조 (굳은 얼굴로 보고)
산 (무엇인가..하는데)
그때.
한준호 전하....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고천사라함은....
영조 (본다)
한준호 그것은.....사도세자의 능이 있는...영우원의 옛 지명이 아니옵니까?
영조 ....!!....
산 ...!!....
영조 고천사가 영우원을 뜻한다니...그것이 사실이냐?
한준호 예, 전하...소신 분명 그리 알고 있사옵니다.
산 병판,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저들이 왜 그런 것을 품고 있단 말이오.
한준호 소..송구하오나. 저하...그것은 선세자 마마를 추존하는 세력이
역당의 배후에 있다는 뜻이...(하는데)
산 (OL)병판!
영조 (O.L) 그만! 그만 하거라!
산 ...!... 전하....
영조 병판의 말이 사실이라면 회고천사는 분명 저들이 영우원에 모인다는 뜻일 터... 병판은 지금 당장, 영우원으로 금군을 보내도록 하라!
한준호 예, 전하.
산 ..!!...
무섭도록 서늘한 시선으로 산을 바라보는 영조. 산, 이 엄청난 사태 앞에 그대로 굳어지는데.
S#34. 도성 일각. 새벽
어슴프레 동이 터오는 새벽녘.
말을 탄 금군들이 거침없이 달려간다.
S#35. 영우원 일각. 낮
서인수를 비롯한 일단의 양반들이 모여 향을 피우고
제례를 하고 있다.
그때 멀리서 몰려오는 금군들.서인수 등, 무슨 일인가...돌아보는데.
금군별장 역모를 꾀한 흉인들이다! 남기지 말고 모두 잡아들여라!!
서인수 ...!!....
금군별장의 명에 드리닥친 금군들 서인수등을 비롯한 이들을 잡아 포박한다
서인수등...무엇인가..이게 무슨 짓인가...항변하는데.
S#36. 서인수의 집. 낮
금군들이 들이닥쳐 아수라장이 된 서인수의 집. 식솔과 가솔들도 줄줄이 잡혀 나오고..
종사관 전부 포박하라. 전 익위사 수장 익위(翊衛) 서인수의
가솔들은 모두 의금부로 압송할 것이다.
그때, 한쪽에서 다급히 오는 금군1
금군 역모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하며 금군1, 연판장을 금군종사관에게 내미는데.
S#37. 궐. 영조의 집무실. 낮
금군별장, 영조의 앞으로 연판장을 내민다.
영조, 참혹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그것을 보는데..
금군별장 전 세자익위사 수장 서인수를 비롯한 열 다섯명의 수결입니다.
영조 ...!....
금군별장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 연판장에는 저들이 모여 거사를 모의한 날짜와
세손저하를 택군(擇君)하여 옹립할 것이라는 결기가 적혀있사옵니다.
영조 ....!!!....
S#38. 도성. 주막. 낮
달호가 평차를 끌고 주막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때, 달호를 본 막선, 샐쭉해져서 온다.
막선 (퉁명스럽게) 뭐 줘?
달호 국밥 한그릇 주쇼.
막선 (휙 가려는데)
달호 저기 이봐 주모.
막선 왜요?
달호 ...지난번엔 퉁박 줘서 미안했수.
막선 ...!...
달호 그게 주모가 싫어 그런게 아니라 내 처지가 한심해 그랬수.
막선 (그 말에 마음이 조금 풀려서) 댁에 처지가 뭐 어때서 그러우?
이만하면, 잘난 얼굴에 그 수염두 사내답구 좋구만!
달호 (헉, 수염 만지며) 이건...! 아무튼 난 주모를 넘볼 주제가 안돼 그러우.
내가, 짝을 얻을 팔자가 못 된다구
막선 (치..좋았던 거구나) 아, 공연한 소리 말아요. 고리짝도 짝이 있고 헌신짝 도 짝이 있는데 멀쩡한 사내가 웬 팔자 타령?
좀 기다려봐요. 내가 전도 좀 뜨끈하게 내올테니까.
막선, 좋아서 가면...
달호 (휴..) 거참 고자 주제에 괜히 곁눈질에 정 붙으면 안 되는데....
하는데...그때 옆에서 사람들 수군거리는 소리 들린다.
남자1 알구 있나? 간밤에 역당들이 궐담을 넘었다던데.
남자2 말두 말게. 그것 때문에 도성이 발칵 뒤집어졌잖아.
달호 (무슨 말..?) 이보슈! 지금 그게 뭔 말들이요?
(시간경과)
막선 째진 얼굴로 한상 떡 차려 내온다.
막선, 자 여깄수...하고 보면 달호...사라지고 없는데.
막선 (기가 막히다) 아니 근데 이 치가 누구 놀리나?....진짜..!
S#39. 달호네 집. 낮
대수, 방에서 나오는데..그때 달호가 화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달호 대수야, 큰일났다. 사단이 났어!
대수 왜....뭐가?
달호 오다가 들었는데, 세손저하께서 역모를 하셨댄다.
지금 죄인들이 줄줄이 잡혀가고...세손께서두 딱 죽게 생겼대..!
대수 뭐...?
달호 (그러고보니) 야! 이러다 불똥이 우리한테 까지 튀면 어쩌냐?
야 이놈아! 니가 괜히 저하랑 동무 어쩌구 하는 바람에..
대수 (OL)삼촌! 지금 그게 대수야! 좀 자세히 제대로 좀 말해봐.
역모라니! 저하께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건데?
S#40. 도화서 대화실. 낮
화공들과 다모들이 수군거리며 서 있는데...
그때 박영문이 굳은 얼굴로 와서.
박영문 지금, 궐 안 태복시에서 추국이 있을 것이다.
탁사용, 이사용은 화구를 챙기고.
전에, 추국장을 수종했던 다모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게.
탁사용 예.
이천 (아..싫은데...)
송연, 굳은 얼굴로 보고.
S#41. 동. 일각. 낮
초비와 시비, 짐을 챙기고 있다.
울상이 된 시비, 가기 싫어 미치겠는데...
초비 그만좀 해라! 누가 보면 니가 주리틀리는 줄 알겠다.
시비 (훌쩍) 무서우니까 그렇죠!
하는데...그때 송연이 안으로 들어와서.
송연 저기..시비야...추국장 말인데..너 대신 내가 가면 안 될까?
세모 (반색) 정말요?
송연 (끄덕) 어. 그래두 괜찮아?!
S#42. 동궁전. 낮
산, 남사초 채제공과 있다. 모두들...엄청난 사태에 참혹함을 감추지 못하는데.
산 (굳어진) 아바마마를 모시던 익위사들이 모두 잡혀왔다 들었네.
사실인가?
채제공 (송구하다) 저하!
산 무서운 자들이네...정말....지독한 자들이야. 어찌..이럴 수가 있는가?
나 하나면 족할 일을....어찌 죄 없는 저들까지 죽이려 드는게야?
채제공 (착잡한데)
산 전하를 뵈야겠네. 전하는 지금 어디 계시는가?
남사초 추국을 하기 위해 태복시에 납셔계신다 하옵니다.
산 ....!....
S#43. 동. 태복시. 낮
한준호와 대신들, 영조가 있다. 서인수를 비롯한 죄인들이 잡혀와 형문을 당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그런 추국장 풍경을 그려내는 이천 탁지수 초비 송연의 모습.
송연, 추국장 안의 살벌한 풍경에...두려워 하고 있는데..
한준호 네 이놈들! 이래도 죄를 토설치 않겠느냐?
서인수 (힘겹다) 역모라니? 우리는 다만....사도세자 저하의 기일(忌日)을 앞두고
제(祭)를 올렸을 뿐이오. 그것도 제 날에 하면 주목을 받을까 두려워 날짜 를 당긴 것인데... 그런 겁쟁이인 우리가 역모를 꾸몄다는 것이오?
영조, 굳은 얼굴로 보는데.
한준호 (연판장과 시권을 들이민다) 허면 이것들은 무엇이냐?
너희가 거병범궐하여 세손을 옹립하려 했다는 물증이 있다!
서인수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지금 세손 저하라 하셨소?
한준호 네 이놈! 이리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하는데)
서인수 (영조를 가슴 아프게 보며) 하늘이 두렵지도 않으십니까? 전하!
아들로 모자라...이젠, 손자까지 죽이시려는게요!
좌중, 모두 놀라 어쩔줄 모른다.
굳은 얼굴의 영조, 어좌를 잡이 떨린다.
영조 뭐라...? 지금 뭐라 했느냐?
서인수 무엇이 그리 두려우시오? 무엇을 그리 탐한단 말이오?
왕의 자리로 벌써 천수까지 누리지 않았소!
영조 (OL)네 이놈!
서인수 그만하면 되었소. 정히 소원이거든 우리 목만 가져가시오.
죄 없는 세손저하까지 모함하지 말란 말이오!
한준호 닥쳐라. 저놈들이 죄를 토설할 때 까지 주리를 들어라.!
징을 치고, 죄인들의 고신이 다시 시작된다. 송연, 안타까운 얼굴로 차마 보지 못하는데.
이천 잠시 나가서 물을 떠오거라.
송연 예..?
이천 처음이라 보기 힘들 것이다..어서.
송연 ....!....
S#44. 태복시 앞. 낮
산이 남사초와 함께 태복시 앞에 와 있다. 그러나 그런 산의 앞을 가로막고 서는 금군들.
산 뭣하는 게냐? 어서 길을 비키라지 않느냐?
종사관 송구하오나..세손저한 들이지 말라는 판의금부사의 명이 있었사옵니다.
남사초 대체 판의금부사가 무엇 때문에 그처럼 망극한 령을 내렸단 말인가?
종사관 (난처하다) 그것이....세손저하께도...역모의 혐의가 있으시다 하여...
산 .....!!....
산, 기가 막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당혹감에 가슴이 떨려 오는데...
남사초 저하께서 역모라니!
감히, 누가 그런 무엄한 소릴 지껄인단 말인가?
산 관두게....
남사초 저하...!
산 그만...돌아가세..
남사초 ...!....
산, 착잡하고 굳은 표정으로 씁쓸히 돌아선다.그때...산,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란다.
보면 그곳에..물통을 든 송연이 눈물이 그렁하게 맺힌 채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송연 ...저..하....
산 ....송연아.....
송연 (눈물 어려 보고)
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데)
S#45. 동. 일각. 낮
산, 송연과 있다.
산 니가 태복시까진 어인 일이냐?
송연 ...추국장을 그리러 화공나으리들이 오신다 하여 따라왔습니다.
어찌된 것인지...저하께선 무사하신 것인지...너무 걱정이 되서...
산 .....!....
송연 (괜찮으시냐) 저하.
산 (애써 미소 지어 보인다) 나는...괜찮다. 별일 없을 것이니 걱정 말거라.
고작 이만한 일로...내가 너희와 한 약조를...못 지킬 것 같더냐?
송연 ....!!.....
산 (가슴이 먹먹하다).....그래도....이리 날 만나러 와줘...고맙구나...
송연 저하...!
산 ........
산, 힘들고 아픈 마음...그러나 송연을 안심시키기 위해 따뜻하게 웃어보 이고...그런 산을 바라보는 송연은 가슴이 시리도록 아파오는데...
S#45. 동. 다른 일각. 낮
보면, 산이 먹먹한 얼굴로 걸어와 먼 하늘을 보며 상념에 잠긴다.
신이 짊어져야할 혹독한 운명의 무게에 막막하고 힘겨운 마음을...어찌할 지 모르겠다...
S#46. 궐. 편전 앞. 낮
산, 동궁전 상고와 박상궁을 거느리고 온다. 착잡하고 무겁게 가라앉은 얼굴인데.
S#47. 동. 편전. 낮
문이 열리고, 산이 안으로 들어선다. 보면, 음울한 긴장이 감도는 편전 안.
영조와 신하들이 모여 있는데..홍봉한 홍인한 최석주 정후겸 등도 있다.
산이 들어서자 차가운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는 영조.
산,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면.
영조 태복시 추국장으로 찾아왔다 들었다.
왜냐, 저들이 니 이름을 자복할까...두려웠던 게냐?
산 전하!
영조 (연판장을 앞으로 던지며)너를 옹립하겠다는 저들의 연판장이다.
니가 정녕 이것을 몰랐다 둘러댈 수 있단 말이냐?
산 모르는 일이옵니다. 소손은 죽어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잡혀온
저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옵니다!
영조 ....!....
산의 말에 멈칫하는 영조. 술렁이는 대신들.
중신1 억울한 누명이라니요? 역모의 증거가 명백한 마당에
지금 죄인들을 위해 발명을 하실 작정이십니까?
산 난 경한테 하는 말이 아니오!
중신1 (움찔하는데)
산 저들은, 10년 전 단지 가엾은 아바마마를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략에 빠진 것입니다. 가슴에 암호를 품고 거병범궐을 자행한 자들이
버젓이 영우원에 나타나 제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어찌 이같은 사실에 의혹을 품지 않으시옵니까?
어찌 이런 황망한 일에 소손이 연루됐다 믿으시옵니까? 전하!
영조 ....!!....
산의 결연한 말에, 중신들 술렁인다. 그때.
정후겸 ...세손저하의 말씀에 일리가 있사옵니다. 저하.
저 또한 저하께서 역모에 관여됐다는 참담한 억지는 믿지 않사옵니다.
산 ....!....
영조 (보는데)
정후겸 하오나 소신,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사옵니다.
저들은 임오년에 죽은 죄인을 비호했던 자들이옵니다.
비단 오늘의 일이 아니어도 죽음으로 그 댓가를 치뤘어야 할
대역죄인이거늘....어찌 저하께선 저들을 감싸시는 것이옵니까?
혹, 지금 세손저하께선 임오년의 죄인을, 죄인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것이 옵니까?
산 ....!.....
영조 ....!!.....
산 ....!!.....
영조 ...세손은 어찌 대답이 없느냐?
산 .....!.....
영조 나 또한....승지 정후겸처럼 그것이 궁금하다.
임오년에 죽은 죄인은 죄인이냐? 죄인이 아니냐?
또 그 죄인을 옹호했던 저들은 죄인이냐 아니냐?
산 ....전하...!
영조 뭣하는게냐? 어서 답을 하라지 않느냐!
산 (당혹. 대답하지 못하는데)
그때, 보다 못한 홍봉한이 나선다.
홍봉한 전하, 어찌 그런 하문을 하시옵니까? 저들이 대역무도한 죄인임을
누구보다 세손저하께서 잘 알고 계실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오소서 전하..!
산 ...!....
영조 (매섭게 본다, 그러다가) 좋다. 그럼, 세손!.... 니가 친히 저들을 추국하거 라!
산 (무슨 말이냐) .전하...!
갑작스런 영조의 말에 일순 술렁이는 편전.
영조 ...니가 저들과 동패가 아니라면 니가 정말 저들을 죄인이라 생각한다면
니 손으로 저들을 추국해 진상을 밝혀내거라.
그렇지 않으면..너 또한 니가 말하는 그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할 것이야!
산 ....!!....
영조 (노기 어린 서늘한 눈으로 보는데)
내 손으로 저들을 추국하라니...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산, 짙은 당혹감에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S#48. 거리일각. 낮
이천과 송연이 걸어가고 있다.
송연, 산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운데.
이천 ..추국장은 처음 가봤지?
송연 예...? 예...
이천 (끌끌) 많이 놀랬을 거다.나도 처음 갔을 땐 경기를 했으니까.
송연 예.....
이천 (귀를 쑤시며) 에이..비명소리를 하두 들었더니.. 기분이 찝찝해.
난 듣기 좋은 소리 좀 듣고 귀를 정화해야겠다
(하고) 난 이리 갈 테니, 살펴가거라.
송연 예...나으리.
이천 (한쪽으로 가면)
송연 (착잡한 마음이 되는데)
S#49. 춘화남의 집 마당. 낮
이천, 흐뭇한 얼굴로 서있는데..그때 한쪽에서 춘화남이 나온다.
이천 이보게, 나왔네, 춘화계의 솔거.
춘화남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 오셨습니까?
이천 (품에서 그림을 꺼내며) 자, 여깄네.
너무 놀라지 말게. 이번엔 좀 강한 걸세.
춘화남 (심드렁한 표정으로 본다)
이천, 기대어린 표정으로 말을 기다린다.
그런데 춘화남, 아무 말이 없다.
이천 (흐흐. 놀랬구나) 허허. 이 사람, 왜 말이 없는가? 너무 놀라 말문까지 막 힌 겐가?
춘화남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이천 (당황) 뭐..? 그럭...저..럭..?
춘화남 그림은 두고 가십시오. 전 바빠서 이만..
이천 (당황) 아니..이보게...
춘화남, 찬바람 일으키며 가고..이천, 갑자기 왜 저러는가..당혹스러운데.
이천 갑자기 왜 저러지.....
(그림 보며, 갸우뚱) 좀 약했나....
S#50. 동. 뒷문 쪽 일각. 낮
이천, 풀죽은 얼굴로 나오는데.. 그때 저 앞에서 춘화남이 남종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춘화남 춘화를 받아오는 대로 내다 팔 것이니 준비하거라.
이천 (눈빛을 번쩍인다) 뭐? 춘화?!
이럴 수가...이천, 놀라는데.
S#51. 거리일각. 낮
춘화남 어디론가 가고...몰래 숨어서 그런 춘화남의 뒤를 따르는 이천.
S#52. 조사용의 집(초가). 낮
춘화남이 어디론가 들어가면..이천, 숨어 살핀다.
이천 (눈빛이 타오른다) 경쟁자가 있었다니....대체 어떤 놈인지 낯짝이나 보자.
이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때, 안에서 새어나오는 춘화남의 감탄사!
춘화남 (소리) 어찌 이리 황홀할 수가..!
이천 ...!...
이천, 사립문 너머로 바짝 붙는다.보면, 춘화남이 한 사내로부터 그림을 받
아들고 감탄사를 연발 하는데.
춘화남 나으리, 나으리는 진정 천재이십니다!
춘화계의 솔거이십니다...!
이천 (이럴 수가) ..처..천재...? 솔거....?!
이천, 충격을 받는다. 천재는 난데..솔거는 난데..! 이천, 누구냐..궁금하다. 이천, 어떻게든 돌아서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려고 바둥댄다. 그때,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는 사 람. 이천, 놀라서 헉..숨는다.
춘화남 왜 그러십니까? 나으리.
조사용 아무것도 아니네. 참, 나에 대해선 절대 함구하란 약조는 꼭 지켜야하네.
춘화남 걱정마십쇼,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사용, 불안한 시선을 거둔다.
보면 조심스럽게 고개를 쳐드는 이천.
이천 ..저 친구는....조사용이잖아....!
이천, 놀라고 당혹스러운 얼굴로 보는데.
S#53. 궐 전경. 낮
S#54. 동. 화완옹주 처소. 낮
화완과 정후겸이 있다. 화완, 당혹스럽다.
화완 그게 무슨 말이냐?
전하께서 세손에게 추국을 맡기다니...!
정후겸 ......
화완 너는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보고만 있었느냐!
이러다 세손이 저들을 제물삼아 빠져나가면 어찌하느냐?
정후겸 아직...그건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화완 두고보다니....무엇을 말이냐?
정후겸 형판대감의 말로는 세손이 그럴 수 없다 버티고 있다 합니다.
화완 ...!...뭐...?
정후겸 본시 심약한 성품이 아닙니까? 살길이 열렸는데도 마다하고 있으니
우선은 더 지켜본 후 대비책을 세워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화완 ....!.....
정후겸 (보는 표정)
S#55. 동. 동궁전. 낮
산, 굳은 얼굴로 있는데..밖에서 홍봉한의 목소리가 들린다.
홍봉한 (소리) 저하. 지금은 사사로운 정을 버리셔야 하옵니다.
S#56. 동. 밖. 낮
홍봉한과 홍인한이 있다.
홍봉한 이것은 역모입니다!
이 누명을 벗지 못하시면 목숨을 보전치 못하시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오소서...저하..
S#57. 동. 안. 낮
산, 굳은 얼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산 박상궁은 뭘하고 있느냐? 좌상과 형판께 이만 돌아가시라 전하라니까.
박상궁 (소리) 예, 저하.
S#58. 동. 밖. 낮
홍봉한, 안에서 들리는 산의 목소리에 당혹해하는데.
나오는 박상궁
박상궁 (난처하다) 이만 돌아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홍봉한 (답답하다) 대체. 어쩌려구 이러시는지...
홍인한 (눈치만 살피는데)
S#59. 동. 안. 낮
산, 착잡한 얼굴로 앉아있는데..
무거운 공기가 침전을 가득 메우고 있다.
S#60. 달호네 집. 마당. 밤
대수, 초조하고 답답한 얼굴로 마당을 서성이고 있고..
그 앞에선 또 달호가 서성이고 있다.
대수 아 삼촌은 좀 가만있어. 가뜩이나 마당도 좁아 죽겠는데!
달호 이놈아! 역모로 홍살문에서 목이 잘릴 지도 모르는데.
앉아있게 생겼어!
대수 삼촌.....!
달호 저하께서 우리 집에 온 거 본 사람은 없겠지?
누가 의금부에 꼰질렀다간 우리까지 분명히 엮일텐데...
대수 (이씨..) 삼촌, 정말 이럴거야, 어?!
하는데, 그때 안으로 송연이 들어온다.
대수 송연아..!
송연 ...대수야...
대수 송연아, 추국장에 다녀왔다며?
저하는...혹시 저하는 뵜니? 어떠셔, 괜찮으셔?
송연 (글썽해져서 도리질 친다)
대수 .....!!....
송연 모두들..세손저할 역모의 수장으로 몰고 있대!
어뜩해 대수야! 지금은 아무도 세손저할 도울 수 없나봐!
대수 ....!!....
달호 (딸꾹) 죽었구나 이제...
대수 송연, 산을 걱정하는 마음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S#61.궐. 일각. 밤
채제공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는데..
그때 한쪽에서 남사초가 온다.
남사초 대감! 들으셨습니까? 오늘 편전에서...(하는데)
채제공 (담담하게) 알고 있네.
주상께서 세손저하께 친국을 명하셨다지.
남사초 예. 큰일이옵니다.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채제공 저하께선.....어찌한다 하시던가?
남사초 세손저하를 모르십니까? 어찌 그 같은 일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채재공 (가만, 그러다가) 저하께선...지금 어디 계신가?
채재공 남사초를 바라보는 표정.
S#62. 의금부 외경. 밤
S#63. 동.옥사. 밤
서인수를 비롯한 역모의 죄인들이 갇혀 있는 옥사 안.
심하게 형문을 받은 이들의 모습, 참담하기 이를 데 없고
여기저기서...참지 못한 얕은 신음들이 새어 나오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 보면, 참혹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이산이다.
산 그만 물러들 가거라.
산의 말에 물러나는 의금부의 나장들. 산, 이들이 물러나면...천천히 고개를 돌려 옥사 안의 이들의 모습을 보는 산. 저들의 상한 모습에 산...그대로 눈시울이 붉어져 오는데. 바로 그때....힘들게 고개를 돌리던 서인수가..그
런 산을 발견하고는....떨리는 목소리로.
서인수 ....저하....?
산 (순간, 멈칫한다)
서인수 (옥사 창살을 잡고) ...저하...세손저하...가 아니십니까?
산 .....!.....자네는.....
서인수 (창살을 잡고) 저이옵니다, 익위 서인수옵니다.
저하...소신을 기억하시옵니까?
산 (...그 손을 잡으며)..기억...하네...기억하고 말고.
서인수 ....!.....
산 내...자네의 무등에 올라 후원을 돌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네...
어찌...그걸 잊을 수 있겠는가?
서인수 (감격이 차오른다) 저하...!! 저하...어찌 이리 훌륭히 장성하셨습니까?
어찌 이리...돌아가신 선세자마마를...그대로....(목이 메인다)
산 ....!!......
서인수 (사람들에게) 여보게들, 정신들 차리게.
저하시네, 세손저하께서 오셨네..!
서인수의 말에...힘겹게 움직여 몸을 일으키는 이들.
이들...몸조차 가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저하..저하...하며
몸들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서인수 이 무슨 불충인가?
뭣들 하는가? 어서 저하께 예를 갖추어야지...
산 아닐세, 제발 그대로들 있게.
서인수 아니옵니다, 저하...
서인수의 말에....모두들 일어나 산에게 예를 갖춘다.
산, 저들의 모습에 눈앞이 흐려지는데.
서인수 불충한 소신들...이제야 세손저하께 문후올리옵니다.
그간...강령...하셨습니까?...저하....
산 ...!!!....
예를 갖춘 후, 산을 바라보는 이들. 저들의 눈가도모두 붉게 물든다.
산 어찌...이리들 상했는가? 어찌 이리도...참혹하게....
서인수 저하, 소신들...내일 저하께서 저희들을 친국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사옵니 다. ....그것이....사실이옵니까?
산 ...아닐세, 결단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네.
내 손으로 자네들을 추국하는 일 따윈...없을 것이야.
서인수 (눈가에 눈물이 맺혀온다) 저하...
소신들....진심으로 저하께 간청드리옵니다.
산 .....
서인수 부디, 내일 추국장에 나오시어..
소신들의 죄를 물어주시오소서.
산 ....!....
서인수 지금 저하께서 억울한 누명을 벗으실 길은
그것뿐이옵니다. 하오니...부디 저희들을 벌하시고...(하는데)
산 (OL)그게 무슨 말인가! 나더러 자네들을 벌하라니!
서인수 소신들...선세자마마를 지켜드리지 못하고 이제껏 불충으로 구차한 목숨을 연명해왔사옵니다. 허나, 이렇듯 장성한 저하를 뵈었으니
이제 죽는다 해도 아무 여한이 없사옵니다.
하오니 제발 전하의 명을 받들어 소신들을 벌하시오소서 저하.
사람들....눈물을 흘리며..통촉하여주시오소서..하는데.
산 그만하게!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아바마마를 살리지 못한 죄인은 나네.
헌데, 그런 나한테 자네들을 형문하라는 것인가?
어찌 나더러 자네들을 죽여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란 것인가?
서인수 소신들. 어떻게든 살아남기는 틀린 목숨이옵니다.
하오나, 저하께선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반드시 옥체를 보존하시어 보위에 오르셔야 하옵니다.
모르시옵니까? 그것이 선세자마마께서 목숨을 걸고 세손저할 지킨 까닭입 니다.
산 ....!!.....
서인수 저희들은...세자마마를 지키는 익위사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간청드리옵니다, 저하. 마지막까지..그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해 주시오소서. 소신들이 저할 지켜드릴 수 있도록..
소신들이 불충을 저지른 채 세상을 뜨지 않도록...
부디...추국장에 나오시어..저희들을...벌하여 주시옵소서...저하.
산 .....!!....
서인수의 눈물어린 읍소에...옥사의 사람들... 저하, 하면서 오열하고...저들의 기막힌 읍소에...산은 그저 망연히 선 채로 눈물만 흘리는데.
S#64. 동. 일각. 밤
산, 의금부를 빠져나온다. 참혹한 심정, 미어지는 고통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그런 산의 위로..1부, 뒤주 속 사도세자의 손을 잡던 어린 산..
그리고 살아남아야한다고 외치던 사도세자의 모습이 떠오르는데...고통스러운 산.
산 아바마마....아바..마마....
그때..한쪽에서 급히 오던 채제공과 남사초....산을 보고 다가온다.
채제공 저하...!
남사초 저하...!
산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 어찌...이렇게 모질 수 있는가?
어찌 나에겐...이토록 모든 것이..가혹하단 말인가?
채제공 ....!!.....
산 저들을 무고하네. 아무 죄가 없어.그런데도 내가 저들을 벌해야 하는가?
죄 없는 내 아비의 충신을 내 손으로 죽이고...
....그렇게라도 나는 살아야하는가?.....정말 그러한가?
채제공, ...저...하......
채제공, 남사초...산이 쏟아내는 가슴 아픈 말들에...
가슴이 저미는 고통을 느낀다.그리고 이 모든 것이 산에게는 너무나 견
디기 힘들고 아픈 시련이 되는데...
S#65. 궐. 익위사 숙위소. 낮
익위사들이 숙위소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때 안으로 들어오는 서장보.
서장보 들었는가? 세손께서 친히 선세자마마의 익위사들을 추국하신다던데...
강석기 세손도 살아남자면 다른 도리가 있겠는가?
서장보 (씁쓸하다) 그래도 저들은 세자한테 충정을 다했다던데..
그 댓가로 그 아들한테 형문을 당하다니...참.....
강석기 .........
S#66. 시강원. 낮
홍국영, 시강원에서 서책을 정리하고 있는데..그때, 시강원1이 와서.
시강원1 오늘 아침 조보는 어딨나? 아직 안 나왔는가?
홍국영 (본다)
S#67. 승정원 일각. 낮
홍국영, 승정원에서 조보를 받고 있다. 무심한 얼굴로 조보를 흟으며 돌아서던 홍국영.
그러다 멈칫, 하는데...잠깐...하는 표정.
홍국영 잠깐, 말씀 좀 물읍시다.
서리 (보면)
홍국영 ...여기 있는....이것이 무슨 뜻이오?
역당의 품에서 나온 암호로...저들의 근거지를 소탕했다니?
서리 듣자하니, 저들한테서 ‘회고천사’라는 암호가 나왔답 니다.
그걸 보고, 영우원에 모인 죄인들을 잡아들였다 들었습니다.
홍국영 .....!!.....
홍국영, 놀란다. 그런 홍국영의 위로.
대수 (E)회고천사가 뭡니까 회고천사가...! 그게 무슨 시제냐구요.
홍국영 (E 의아) 회고천사..?
대수 (E)예, 서찰엔 달랑 그 네 글 자 뿐이었습니다.
홍국영, 눈빛을 빛낸다. 뭔가가 있는 것이다.
홍국영 이럴 수가.....
S#68. 동. 밖. 낮
홍국영, 다급하게 승정원에서 나온다. 그때...뒤에서 홍국영을 부르는 소리.
오정호 (소리) 보시게.
홍국영 (멈칫 돌아본다)
보면, 군관복 차림의(용호영 군관정도로) 오정호가 서 있는데.
홍국영 나를 부르셨소?
오정호 자네가 동궁전 설서인 홍국영이 맞는가?
홍국영 그렇소만..무슨 일이시오.
S#69. 기방. 낮
오정호, 홍국영과 함께 기방으로 온다.
오정호..밖에서 안을 향해.
오정호 접니다.
정후겸 (소리) 모시거라.
오정호 (홍국영에게) 들어가 보시게.
홍국영 ....!...
S#70. 동. 안. 낮
홍국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보면, 그 안에서 홍국영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다름 아닌 정후겸인데...정후겸을 보고 놀라는 홍국영!
정후겸 (미소) ...이거, 먼 곳까지 오라 번거롭게 청해 미안하네.
홍국영 ....!....
정후겸 난, 승지 정후겸이라 하네.
홍국영 ....!!...
정후겸 (보는 표정)
S#71. 의금부 일각. 낮
서인수를 비롯한 죄인들이 추국장으로 옮지고 있다.
모두의 얼굴..결연하고 담담하다.
S#72. 궐. 대전. 낮
영조, 굳은 얼굴로 대전 내관의 이야기를 듣는다.
영조 세손은...어찌하고 있다더냐?
내관 지금, 의금부로 향하셨다 하옵니다.
영조 .........
S#73. 의금부 추국청. 낮
최석주와 정후겸 채제공을 비롯한 대신들이 있고..
한편에는 송연과 미수, 이천이 추국장을 그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미수 (송연에게) 들었니?
오늘 추국은 세손저하께서 직접 하신대.
송연 ....!!....
그때, 세손저하 납시오...하는 소리와 함께 산이 굳은 얼굴로 들어선다. 송연, 그런 산을 안타까운 얼굴로 보는데...산, 들어오다 송연을 보고..잠시 멈칫.
산, 아프고 저린 얼굴로 그녀를 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간다.
송연, 상할 데로 상한 산의 얼굴에 가슴이 아파오는데..
산, 자리에 앉으면..
한준호 죄인들을 끌어내라.
산 ....!!....
보면, 의금부 나장들...서인수를 비롯한 죄인들을 추국장으로 데려온다. 저들을 보는 산, 고통스러운데. 그때, 산을 발견한 서인수.. 나즈막하게 저하..하며 눈빛이 떨려온다. 그것은 분명...안도와 감사의 눈빛인데.... 산, 그대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한준호 (산에게) 추국을..시작하겠습니다. 저하.
산 ...!!....
한준호 ...죄인들에게 형문을 시작하거라!
한준호의 말에, 나장을 저들을 앉히고 형틀을 다리에
끼워넣으려 한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저들...눈을 질끈 감는데.그때.
산 ..아니, 멈추어라!
산의 말에, 순간 멈칫하는 이들. 놀라 보는 서인수. 그리고 송연...그리고 그때, 추국장으로 들어서는 영조.
보면, 산...모든 것을 각오한 듯 결연한 눈빛을 빛낸다.
산 형문을 중지하라! 고신은 없을 것이다.
영조 ....!....
한준호 (당혹) 하오나...저하.....(하는데)
산 저들은....죄인이 아니다..
영조 ....!!....
순간, 산의 말에 술렁이는 추국장.
무서운 노기가 번지는 얼굴로 산을 보는 영조.
그리고..보면, 절대로 굽힐 수 없다는 굳은 의지를 빛내며 반짝이는 산의 눈빛.
산의 그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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