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16
1. 노식 회장실 / 밤
15부 엔딩 연결로...
선우;공소 시효는 이제 저한테 큰 의미가 없습니다.
노식;(웃으며)그렇습니까.
선우;이장일은 유능한 검사고, 회장님은 최고의 변호사들을 기용하실테 니.... 기소가 된다 해도 제가 바라는 만큼의 벌을 받진 않으시겠 죠.
노식;나한테 어떤 벌을 주고 싶으신데요.
선우;..........
노식;..........
선우;회장님한테 가장 소중한 걸 제가 뺏겠습니다.
노식, 선우를 빤히 보다가 껄껄 웃는다.
노식;나한테 가장 소중한 게 뭡니까.
선우;(미소)뺏긴 후에 회장님이 아시겠죠.
노식;나한테 왜 그러는데요.
선우;15년 전, 저한테 가장 소중한 걸 뺏으셨으니까요.
노식;눈에는 눈?
선우;(웃으며)제가 많이 무식해서, 고급스럽게 되돌려 주는 법을 모릅니 다
노식;까불지 말고 돌아가라.
선우;15년 전에 우리 아버지한테도 이랬습니까.
노식;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데이빗 김 대표. 나는 너 같은 애송이가 돌팔 매로 자빠뜨릴 수 있는 엉터리 골리앗이 아니라니까.
선우;(웃으며)아니시길 바랍니다.
선우, 목례하고 나온다. 노식, 책상에 놓인 화병을 집어던진다.
2. 도 로 / 밤
달리는 차. 선우의 차 달리고 있다.
3. 장일네 거실 / 밤
용배, 마루에 널려 흩어지고 터진 포도송이들을 상자에 버리듯이 툭툭 담으며
치우고 있다. TV엔 세탁소집 아줌마 인터뷰. 장일, 리모콘을 든 채 TV로 시선. 다시 보기하는 중.
장일, 발치에 떨어진 포도송이를 기분 나쁜 듯 실내용 슬리퍼 신은 발로 툭 차버린다. 소파 테이블에는 ‘이 시대의 검사’ 신문 기사 스크랩 놓여있고.
장일;(자신의 모습이 맘에 드는 듯 보는)
용배;....선우 그 녀석이 포도 상자에 기분 나쁜 편지라도 놓고 갔냐?
장일;(TV에만 시선 둔 채)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장일, 리모콘을 눌러 자신이 말하는 장면을 다시 돌려 본다. 맘에 드는 표정.
장일;저 어쩜 상 받아요. 상반기 최우수 검사상. 제일 유력하대요.
용배;내 아들이 누군데 그럼.
장일;걱정 하실 필요 없어요.
용배;..... 뭘.
장일;조사에 와서 얘기 잘하셨고, 의심하는 사람 없어요. 그리고.....
용배;.............
장일;공소시효 얼마 안 남았어요. 이제 며칠만 더 끌면 돼요.
아무한테도 죄를 물을 수 없어요.
용배;(한숨).... 어서 시간이 갔음 좋겠다.
장일;우리도 이만큼이면 됐어요. 어쩔 수 없었잖아요. 김선우, 계속 미친 놈처럼 나온다면 제가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4. 한강이 보이는 일각 / 밤
차 세워놓고 서 있는 선우. 마음을 가라앉히는 중.
(E);핸드폰 벨
선우;(핸드폰을 본다)
5. 장일 방 / 밤
장일, 통화 중.
장일;포도 상자 안에 든 이상한 편지는 뭐야.
선우;13년 전에 누가 나한테 보내준 거야.
장일;누가?
선우;그날 밤 너희 아버지랑 우리 아버지를 본 사람이.
장일;그게 누군데?
선우;곧 만나게 될 거야. 얘기하러 가신다니까.
장일;13년 전에 보낸 편지를 왜 지금에서야 까는 거야.
선우;그 땐 내가 읽을 수가 없었잖아. 다행인 줄 알아.
장일;다행?
선우;내가 그 편지를 미리 읽었다면 니가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나 있었 겠어?
장일;(웃는)그래?
선우;우리 회사 세무조사 니 작품이었지? 혐의없다고 나왔다. 니가 원하 는 결과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전화 끊는)
6. 선우 사무실 / 밤
선우, 들어온다. 지원, 소파에 기다렸다는 듯 앉아있다. 선우, 들어와 털썩. 지원 옆에 앉는다.
지원;차 한잔 줄까요?
다정하게 나란히 놓여있는 찻잔.
나란히 소파에 기대 앉아있는 선우와 지원. 선우, 피곤하고 지친 듯 눈감고 있고 지원도 선우 어깨에 기대 눈 감은 채 점자로 책 읽어준다. (연어이야기를 점자로 읽는)
지원;(왼손 검지로 짚어가는)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건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은 아니야.
지원, 눈 뜨고 선우를 본다. 선우, 눈감고 있다. 지원, 선우의 손가락을 끌어다
책에다 대주며
지원;이 다음은 선우씨가 읽어줘요.
선우;(눈 감은 채 점자 짚는)니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니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
지원;선우씨.
선우;(움직임 없이 눈만 뜬다)
지원;(선우 손가락을 명치끝에 갖다 대며)내 마음도 읽어 봐요.
선우;(눈 감는다)........잘 모르겠는데요.
지원;내가 옆에 있으니 힘을 내요 김선우.
선우;(눈 뜨고 미소)고마워요.
지원;혹시 필요하면 내가 장일씨나 최수미씨도 만날게요. 진노식 회장도
만날 수 있어요.
선우;헤밍씨는 관여하지 말아요.
지원;진회장 차 유리창 깨던 한지원이예요. 내가 못할 것 같아요?
선우;걱정말구 들어가서 쉬어요.
지원;아버지 사건 말고도.... 선우씨가 당한 사고도 따져 물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
선우;......그건 나중에요.
지원;진정서에 왜 다 안 썼어요? 사고 순간은 왜 기억이 안 난다고 한거 예요.
선우;.....그건 직접 듣고 싶어서요. 본인한테.
사과든 변명이든..... 내 앞에 세워놓고 직접 들을 거예요.
7. 지검 일각 / 낮
7. 지검 일각 / 낮
7. 지검 일각 / 낮
노식, 여유 있는 얼굴로 걸어온다. 기자들, 서너 명 몰려든다. (사진 찍는 건 없이)
기자;진노식 회장님이 웬일이십니까.
노식;(웃으며)오늘은 그냥 다른 일로 도움 말씀 드리러 온 겁니다.
기자;다이아 광산 개발권을 따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셨던 거 아닙니 까.
노식;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다른 일로 도움 말씀 드리러 왔다니까요.
수고하십시오.
노식,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고 걸어간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노식.
노식;(핸드폰에)이 검사, 나 도착했다. 느그 아버지 조사받고 갔음 됐지 꼭 나까지 불러내야 쓰겠나.
8. 선우 사무실 / 낮
금줄, 앉아있다. 선우, 통화 중.
선우;예, 시간 됩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전화 끊고)넌 좀 알아봤어?
금줄; 진회장도 몸조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수상한 행동은 안해.
선우;이제부터 하게 될 거야. 땅 속이 텅 빈 광산을 큰 돈 주고 잘못
사들였으니까.
금줄;계속 지켜볼게.
선우;공소시효 전까진 수미한테도 자주 좀 가봐.
금줄;(좋아서)수미한테? 가서 뭘 하면 돼?
선우;그냥 자주 찾아 가. 와인도 사다주고 케익도 사가고. 누구랑 통화를 하는 지, 누굴 만나는 지 계속 주시해.
금줄;(웃으며)나야 좋지.
선우;그리고 TV로펌이란 프로 알지?
금줄;알지. 검사랑 변호사들 나오는 생방 프로그램.
선우;이장일 스타검사를 출연시켜달라고 의견 댓글 좀 올려봐.
난 다른 쪽으로 접근 할테니까.
9. 조사실 / 낮
일어서서 노식을 맞는 장일.
장일;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장일 검사입니다.
노식;아이구 이거 유명한 검사님 아니십니까. TV에서 많이 뵜습니다.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장일;.......(악수 한다)
노식;.......(악수하며 장일과 눈 맞추고 웃는)
장일과 노식, 앉아있고. 옆에는 다른 수사관. (순태 백구는 위장 취재 했으므로)
영상녹화실 안에선 소영, 순태, 백구 보고 있다.
장일, 노식 앞에 사진을 내보인다. 경필, 노식, 태주가 함께 찍은 사진.
장일;이 분들을 아십니까.
노식;.......(일부러 눈이 잘 안 보이는 듯 멀리 대보며) 보자.....
아.... 옛날에 같이 일했던 직원들하고 찍은 사진이네요. 야유회 같은 데서 찍었던 모양입니다.
장일;15년 전에 이 중 한 분을 회장님 별장에서 만나신 적이 있습니까.
이 분 중 한분이 회장님을 찾아갔었나요.
노식;....(웃으며)처리해야 할 일들이 워낙에 많다보니 엊그제 일도
깜빡깜빡 합니다. 15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합니까.
장일;(경필을 가리키며)이 분이 회장님 별장 근처에서 택시를 내린 후 그 다음날 뒷산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셨습니다.
노식;..... 쯔쯔쯔.... 그랬습니까....
장일;이 분의 아들은 타살을 자살로 위장한거다 주장하고 있구요.
노식;(전혀 모르는 것처럼) 타살이라고요?
장일;김경필씨 아드님은 진회장님을 김경필씨의 살인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노식;(어이없다는 듯)내가 죽였다는 말입니까.
내가 왜요?...... 15년 전이면 회사도 커지고 사업도 잘 굴러가고
있을 땝니다. 내가 왜 사람을 해칩니까....
장일;.........혹시 이 분이 회장님의 어떤 비밀이나 알아선 안되는 일을
알고 있습니까. 그래서 그날 회장님을 협박했다거나....
노식;그런 일 없습니다. 협박 받을만한 짓을 한 게 없고, 설사 협박을
당했다 해도... 제 이름하고 얼굴을 다 아는 동네에서 제가 이 사람 을 메고 뒷산에 가서 나무에 매달아 놨다구요?
장일;..........
노식;(웃으며)제가 통뼈이긴 하지만 사람하나 매달만큼 그렇게 힘이 좋지
않습니다.
장일;누구한테 시키셨을 수도 있잖습니까. 회장님이 살인을 하시고.
노식;(눈썹이 꿈틀...)
노식(E);그런 질문은 너한테도 좋을 게 없을 텐데.
장일(E);날 맘대로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마. 빠져나갈 구멍은 당신보다 내가 더 잘 알아.
노식;그런 일 없습니다. 타살을 자살로 위장했다면 나무에 갖다 걸어놓은 사람이 범인이지요.
장일;회장님의 강압에 의한 단순가담일 경우 정상참작이 될 수도 있습니 다.
노식;(웃으며)난 죽이지도 않았고, 누구한테 매달라고 시킨 적도 없습니 다.
10. 준호 검사실 / 낮
(또는 조사실. 정식 조사 아니므로 채광 좋고 좀 밝은 곳.)
선우, 준호 앉아있다.
준호;최수미씨가 참고인 진술 하고 간 거 아시죠.
선우;압니다.
준호;김경필씨가 뒷산에서 발견되기 전날, 시장 철물점에서 마주친 적이 있답니다. 우울한 얼굴로 로프를 사셨다네요.
선우;....... (이상한 듯) 수미가요?
준호;그런 얘기 최수미씨한테 들은 적 없으십니까.
선우;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얘긴 저한테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준호;어디 아프시냐고 물어봤더니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이런 대답을
하셨었답니다. 발견되기 바로 전 날이요.
선우;.........(뭔가 생각하는)..........
준호;그래서 저희가 수사관을 보냈는데.... 철물점도 그 때 문을 닫고 있었 어요.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아들이 입원을 해서 일주일 동안 서울 에 가 있었답니다. 서울대학병원에 확인해본 결과 입원 기록도 사실 이구요.
선우;(계속 생각에 빠진)
15부 플래쉬 백 -- 선우 사무실
광춘;수미가 이장일 그 놈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어서, 내가 그것만은
막아야겠다 싶다.....
준호 검사실.
선우;.......
준호;최수미씨가 날짜를 착각하신 것 같은데.... 그때 아버님한테서 이상한 점을 느끼진 못하셨습니까.
선우;수미는 기억력과 관찰력이 무섭도록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렇게 큰 일을 착각할 리가 없어요.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수미가 저한테
얘기 안 할 리도 없습니다.
준호;.....친구가 마음 아플까봐 굳이 안 꺼냈을 수도 있죠.
선우;아닙니다. 분명히 아버지 돌아가시고 며칠 지난 후에 와서 위로를
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준호;........미술대회 날짜도 저희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13. 선우 사무실 / 낮
수미, 창가에 서서 책상에 놓인 지원의 사진을 본다.
수미;이 사진..... 책상에 두니까 얼마나 좋아. 서랍 속에 있는 거 내가
꺼내놓은 거 알아?
선우;수미야.
수미;뭐야?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선우;우리 아버지가 철물점에서 로프 사는 걸 봤음 나한테 얘길 바로
했어야지.
수미;......미안하다 나도 후회하고 있어.
선우;그런데 너 그 때 제주도에 있지 않았어? 미술대회 나갔잖아.
수미;제주도는 그 다음 주 였을거야.
선우;(물끄러미 미소로 보는)
수미;왜 그렇게 봐?
선우;난 니가 기억력이 엄청 좋은 앤 줄 알았어.
수미;기억력 좋아.
선우;미술대회 날짜 확인했어. 너 그 때 금상 탔던데.
수미;그랬나.... 15년 전 일이라 헷갈렸나부다. 하여튼 너희 아버지를 철물 점 앞에서 본 건 맞아.
선우;니가 왜 그랬는지 알고 있어.
수미;......뭘.
선우;수미야, 우린 친구 아니었니.
수미;......
선우;장일이도 친구였지.... 너랑 장일이는 내가 제일 사랑했던 친구였어.
수미;.........난 지금도 널 내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선우;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다. 혹시 검사가 다시 부르면 기억을 좀
제대로 떠올려서 가줘.
수미;그럴게.
14. 수미 작업실 / 낮
광춘, 양복을 다리고 있다. 수미,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나온다.
수미;나 잠깐 홍콩엘 좀 다녀와야겠어.
광춘;홍콩엔 왜.
수미;작업 때문에 가지.
광춘;잘 다녀와라.
수미;양복은 왜 다려. 어디 가요?
광춘;..........그래.
수미;........어디 가는데....
광춘;운명이란 건 거창하게 계획돼 있지 않아. 그냥 재수 좋거나 재수
없거나....우연이야. 내가 왜 그때 그 장소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수미;뭔 소리야.
광춘;선우한테 말했다. 나 내일 검사 앞에 말하러 간다.
수미;........ ! 선우한테 말했다구? 선우가 알아?
광춘;말했다. 이장일이 살인자 아들이란 걸 내가 밝히면 너랑 그 놈은
절대 이어질 수 없어. 그래서 말하기로 했다.
수미;미쳤구나.....
광춘;미친 건 너야. 내일 가서 말할거다.
수미;.......(멍하니 한참을 말이 없다가)...... 하지 마요.
광춘;이미 강을 건넜다. 그 놈 아버지랑 대질 심문이고 뭐고 다 하겠다고 할 거니까.
수미;경필 아저씨가 로프를 사는 걸 봤다고 내가 말했어.
광춘; 니가 돌아도 단단히 돌았구나.
수미;내가 포기할게. 하지 마.
광춘;.........
수미;내가 포기할게. 정말 이장일 포기할게. 그러니까 하지 마.
광춘;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구!
수미;(가서 양복을 집어 던지며)내가 포기한다니까. 약속할게. (무릎 꿇고)
아버지 부탁이예요. 하지 마. 내가 포기한다니까. 정말이야.
광춘;넌 누굴 닮아 이렇게 독하고 못났냐. 선우한테 이미 얘기했다니까.
수미;그럼 며칠만 더 생각해봐. 우리 내일 여행가서 며칠만 더 생각해
보구 그래도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결정해. 응? 부탁이야. (눈물 뚝)....
광춘;.......(흔들리는)
수미;며칠만 더 생각해....
15. 장일 검사실 / 밤
장일, 심란한 표정.
준호;내일 최수미씨 최광춘씨 다시 한 번 와달라고 했어. 최수미씨가 얘기 한 내용하고 너무 달라.
장일;뭐가 다른데?
순태;아시아 학생 미술대회 참가 중이었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그때
금상까지 받았더라구요.
백구;정말 착각을 한건지. 일부러 거짓말을 한건지.
장일;15년 전 일이예요. 정확한 날짜를 기억 한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소영;저 같음 기억할 것 같아요. 친한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인데.
준호;만약 거짓말을 했다면 이유가 뭘까.
장일;........
16. 작업실 건물 앞 / 낮
차에 커다란 트렁크 가방을 2개 싣고 있는 수미와 광춘. 광춘, 손에 여권을 들고 있다. 찜찜한 표정으로 택시를 타는 광춘.
수미;빨리 타. 비행기 놓치겠다.
광춘;......(미적미적 거리다 차에 타는)
17. 장일 검사실 / 낮
장일, 탁상시계를 본다. 초침 째깍째깍....
준호;(손목 시계보며)어떻게 된 거지.
소영;전화가 꺼져있는데요.
순태;지난 번에도 늦으셨잖아요. 좀 더 기다려보죠.
장일, 초침을 바라보고 있다. 초침 째깍째깍....
장일;.....
18. 선우 사무실 / 낮
지원, 쿤 계속 핸드폰 버튼 누르고 귀에 대고 있고.
선우;(예상 했다는 듯 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지원;아침 부터 계속 꺼져있어요.
쿤; 최광춘씨 전화도 마찬가지예요. 벌써 도착해서 전화 꺼놓은 건 아니 겠죠?
지원;확인해 봤는데 검찰로도 안가셨대요.
선우;예상했던 일이예요. 공소시효 지날 때까지 안 나타날 겁니다.
지원;제가 최수미씨를 만나볼게요.
19. 노식네 거실 / 낮
전화를 내리며 화를 버럭 내는 윤주.
윤주;아으, 얘 진짜 피곤하다. 그냥 제 멋대로야, 말도 안통하고.
희정;누구.
윤주;누구긴 누구야, 최수미지. 어젯밤부터 전화가 불통이야.
희정;남자 친구랑 같이 있나부지.
윤주;성격 이상해서 남자친구도 없어요.
희정;그건 너랑 똑같네.
윤주;엄마까지 짜증나게 왜 이래.
희정;걔 외로운 애야. 잘 쓰다듬고 달래서 빼먹을 껀 빼먹어야지.
윤주;3개월 계약한 동안은 기획전시회, 홍보, 사인회...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해놓고 지금 지키는 게 뭐가 있어. 작업실이랑 레지 던스도 제일 좋은 데로 얻어 줬구만! 렌터카도!
희정;혹시 아니, 거기서 와인에 취해 미친 듯이 그림만 그리고 있을지.
윤주;가서 머리채라도 잡아야겠다.
희정;데이빗이랑 약속 좀 잡으라니까.
윤주;머리채 잡고 약속도 잡을게.
20. 수미 작업실 / 낮
밖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며 문 두드리는 지원과 그 옆에 금줄.
지원;최수미씨 안계십니까?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금줄;(유리창 들여다보며)저 안에 있는 것도 같은데 대답이 없네요.
지원;(두리번 거리며)뒷마당으로 저 좀 넘겨주세요.
금줄;(지원의 스커트를 보며) 담을 넘게요?
지원;눈 감고 계심 되잖아요.
담벼락에 서서 기웃거리는 지원과 금줄.
금줄;이건 넘을 수 있는 담이 아닌데요...
지원,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든다. 보안장치(세콤같은)세팅된 벽에 던진다. 빗맞는다.
금줄;뭐하는 거예요.
지원;저걸 때리면 보안업체에서 올 거예요. 그때 들어가면 돼요.
금줄;.......(허걱! 지원이 다시보이는)......
이때 차 와서 서는 소리.
금줄;(반가운)수미다.
작업실. 윤주, 수미를 부르며 찾는 중. 작업실 벽 커텐 열려 있고 다른 그림들 걸려있다.
윤주;최작가! 최수미씨!.....(점점 화나는) 최수미! 어딨어. 여기
없어?
지원과 금줄 들어선다. 2층에서 식식대며 내려오던 윤주와 마주친다.
윤주;.........
금줄;....수미 찾으러 오셨나요.
윤주;누구시더라....
금줄;지난 번 전시회 때 선우 꽃 심부름한 친군데요.
윤주;아..... (지원을 보며)낯이 익는데....
지원;로얄 트리 창립파티 때 뵜었죠.
윤주;아.... 기억나요. 두 분은 웬일이예요?
지원, 그림을 구경하고 있다. 한 옆에선 금줄과 윤주 얘기 중. 금줄은 빈 술병들 치우면서 윤주 달래는 중.
윤주;컨셉 바꿔서 전시회를 한 번 더 해야하는데 도통 연락도 없고
전화도 꺼져 있고....
금줄;작품 구상 때문에 머리 아파서 그렇겠죠. 창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해 주세요.
윤주;데이빗 요즘 바빠요? 상의할 일이 하나 있는데.
금줄;오늘은 계속 사무실에 있어요. 연락해 보세요.
지원, 한 쪽 구석에 자질구레한 소품들 쌓아둔 곳에 시선이 계속. 흰색 공단천으로 덮여있는 뭔가 위에 정물화 소품으로 썼을법한 소품들 놓여있다. 지원, 그리 다가간다. 윤주는 계속 금줄을 추궁하는 중.
윤주;최수미 어디 있는 지 솔직히 알죠?
금줄;몰라요.(좋아서)저랑 수미랑 그렇게 친한 사이 같아 보이세요?
지원, 소품을 걷어내고 흰 천을 걷어낸다. 장일이 선우를 치는 그림들, 차곡 차곡 쌓여있다.
지원;.......!
지원, 그림을 하나하나 보고 있다.
지원;......(이상한 느낌으로 계속 보는)....
윤주;(고개 돌려)뭘 그렇게 봐요?
윤주, 다가온다. 지원이 보는 그림 옆으로 고개를 내미는
윤주;(의아하고 놀란)어머!......이런 건 처음 보네. 시리즈로 그렸잖아.
21. 선우 사무실 / 낮
핸드폰으로 동영상 보고 있는 선우와 쿤. 벽에 그림을 주르륵 세워놓고 찍은 모습.
선우;........
지원(F);최수미씨가 그린 그림 같아요. 스무 점이 넘게 있어요. 박윤주
실장말로는 찾아보면 어딘가 더 있을 거래요.
클로즈업으로 당겨 찍은 그림 속 선우의 표정, 장일의 표정....
쿤; 지금의 제 심정을 사자 성어로 표현하면 뭔지 아십니까. 멘탈붕괴!
두 글자로는 멘붕. 세 글자로는 나쁜 년.
선우;수미가 그 때 우릴 봤나보네요.
쿤;지금 까지 말을 안 하고 있던 이유는 뭔데요.
선우;장일이가 걱정돼서 겠죠.
쿤;최수미는 대표님 친구잖아요.
선우;장일이를 좋아해요.
쿤; 야......역시 여자들은 무서워. 그래서 내가 결혼을 안 하고 있는 겁니 다.
선우;...... 수미 솜씨 뛰어나죠.
쿤; 극사실화가 정말 묘하네요. 사진보다 더 진짜 같아요.
선우; 이렇게 뛰어난 그림을 우리만 보긴 아깝지 않아요.
쿤; 당연히 아깝죠. 블로그에 올릴까요.
선우,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선우;그럴 수야 없죠. 이렇게 훌륭한 그림을 겨우 블로그에 올려서 되겠습 니까. 최수미 작가랑 상의를 해야죠.
쿤;연락이 안 되고 있는데....
선우;참, 잡지 편집장은 연락 왔어요?
쿤;예, 회사 광고 싣겠다니까 좋아하던데요.
선우;1년 계약을 해주세요. 제일 비싼 페이지로. 대신 매달 내가 원하는
기사나 화보를 싣는 조건으로.
쿤; 그 정도는 해줄 겁니다. 이 바닥 암묵적인 딜 같던데요.
선우;편집장 미팅 하세요. 나한테 재밌는 계획이 있으니까.
쿤;알겠습니다. 참, 경제 채널 게스트로 출연 하실 건가요?
선우;점잖은 색으로 옷이나 한 벌 준비해 주세요.
22. 외딴 도로 / 낮
차 두 대 서 있다. 진노식 회장 차, 고위 공직자의 차. 차 실장, 밖에 나와 서 있다. 핸드폰으로 차와 차 안의 두 사람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다.
한 쪽 차 뒷좌석엔 노식과 말끔한 중년 남자.
노식;이번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글로벌 마이닝을 우수 개발업체로 선정 만 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그동안 고생한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번 한번만 도와주시면 저희도 세계적인 회사로 올라설 수 있습니 다.
중년 남자 나와서 차에 탄다. 트렁크 문을 연다. 차 실장, 진회장 트렁크에서 사과박스를 꺼내 남자의 차에 옮겨준다. 5만원권 가득한 박스 상자를 열고 핸드폰으로 한 번 더 찍는 차 실장.
노식;(엷은 미소로 창밖을 보고 있다)
23. 선우 사무실 / 낮
희정, 윤주 차 마시며 선우와 얘기 중.
희정;나도 돈 버는 일엔 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갤러리만 하긴
갑갑해서 말이예요.
윤주;엄마는 외국에서 그릇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싶어하셔.
선우;기존의 수입업체에 돈을 대고 지분을 나눠가지는 방식이 있고,
나머진 PF투자라고 해서 직접 수입하고 매장을 임대해서 판매하는 방식이죠.
윤주;기존의 수입회사에 지분 나눠달라고 끼는 것 보단 우리가 새 걸
들여오는 게 낫지.
윤주;내 생각도 그래. 얼마나 들까요.
선우;브랜드나 인지도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보통 50에서 70억선입니다.
희정;생각보단 좀 쎈데.
윤주;그 정도는 당연히 생각했어야지.
희정;요건 지금 들여오면 반드시 된다.... 이런 그릇들이 몇 개 있긴
한데....
윤주;그러게. 엄마가 다른 건 다 허술해도 그릇엔 귀신인데. 데이빗, 좋은 조건으로 투자 좀 해주면 안될까.
선우;물론 해드려야죠.
희정;정말? 투자해 줄거야?
선우;담보는 부경화학 지분으로 하면 어떨까요.
희정;우리야 나쁠 꺼 없죠. 우리 둘이 갖고 있는 지분을 합치면 꽤 됩니 다.
선우;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24. 작업실 / 낮
장일이 선우를 치는 그림들, 벽에 주르륵 기대 서 있다. 보고 서 있는 선우.
선우;이 그림으로 전시회를 하는 겁니다. 전시회 투자도 저희 로얄 트리에 서 하겠습니다.
희정, 윤주 난처하단 얼굴로 잠시 마주본다.
희정;그건 우리도 너무너무 원하는 바인데 지금 최작가랑 연락이 안되고
있어요.
선우;화가가 혼자만 숨어서 보려고 그림을 그리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일단 그냥 걸면 되죠.
윤주;작가 동의 없이 전시를 했다간 소송감이야 데이빗. 일단 저작권 문제 부터 해서.......
선우;제가 책임질게요.
희정.윤주;......??
선우;작가의 동의 없이 전시를 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제가 책임지겠 습니다.
희정;그렇게까지 전시를 하고 싶은 이유라도 있어요?
선우; 이 그림 속 주인공, 접니다.
윤주;어머! 이제 보니 그러네.
희정;어쩐지 눈에 익다 했어. 이 사람은 이장일 검사 비슷하게 생겼고.
친구들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구나.... 이때 바닷가에서 직접 모델을 해준거죠?
선우;(웃으며)그럼요.
희정;좋아요, 이거 걸지 뭐. 틴에이저 기획전은 한 주 미루고.
선우;대신 홍보자료는 전시회 오픈 당일 아침부터 돌려주세요.
25. 방송사 로비카페 / 낮
PD와 얘기중인 금줄.
금줄; 좋은 프로에 제작지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찾아 왔습니다.
PD: 감사합니다.
금줄; 대신, 저희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 출연을 하셔야 저희도
지원을 할 맛이 날 것 같은데요.
PD;어떤 분을 원하시는지.
금줄;게시판 의견 보니까 이장일 검사 팬들이 많더라구요. 이왕이면 시청 자들이 원하는 사람이 나와야 시청률도 오르겠죠.
PD;섭외해 보겠습니다.
금줄; 그 분이 출연하시면 제작지원비의 5퍼센트는 추가로 피해자 가족
지원센터를 위해 기부하겠습니다. 그분한테 꼭 알려드리세요.
방송에도 그걸 강조해 주시구요.
25. 방송사 로비카페 / 낮
(쿤 스케줄 되면)
예쁜 여배우 지나간다. 여배우를 따라 고개가 돌아가는 금줄.
쿤(E);사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은데다 방송 쪽
사정은 저희가 더더욱 모릅니다.
쿤 얼른 금줄의 고개를 돌려놓는다. PD와 얘기중인 쿤과 금줄.
쿤; 좋은 프로에 제작지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찾아 왔습니다.
PD: 감사합니다.
금줄; 대신, 저희가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 출연을 하셔야 저희도
지원을 할 맛이 날 것 같은데요.
PD;어떤 분을 원하시는지.
금줄;게시판 의견 보니까 이장일 검사 팬들이 많더라구요. 이왕이면 시청 자들이 원하는 사람이 나와야 시청률도 오르겠죠.
PD;섭외해 보겠습니다.
쿤; 그 분이 출연하시면 제작지원비의 5퍼센트는 추가로 피해자 가족
지원센터를 위해 기부하겠습니다. 그분한테 꼭 알려드리세요.
방송에도 그걸 강조해 주시구요.
26. 부장 검사실 / 낮
부장과 마주 앉아있는 장일.
부장;교양국 부국장이 내 고등학교 동창이야. 좋은 취지로 만드는 프로그 램인 것 같은데 출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장일;..... 이번 수사는 마무리 짓고 나가겠습니다.
부장;어떻게 돼 가나.
장일;살인죄로는 기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소시효도 곧 앞이고.
부장;공소시효 하루 남기고도 판을 뒤집은 적 여러 번 있으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봐.
장일;그럼요. 걱정 마십시오.
27. 장일 검사실 / 낮
준호, 자료 뒤적이다가
준호;난 아무래도 진노식 회장 압수수색 한번 해야 할 것 같아.
영장 청구하자.
장일;..........
28. 옥 상 / 낮
통화중인 장일.
장일;김판, 잘 지냈어? 서로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드네 언제 등산도 한번
가야하는데.,.. (웃으며)응, 다른 게 아니구 내가
지금 준호 녀석이랑 같은 팀인데.... 그 녀석 지금 튀고 싶어서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어. 영장 신청도 남발하고....
이번에도 하나 갔을 텐데 알아서 좀 커트해주라. 이거 잘못하면
또 무리한 수사라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응.... 부탁해.
장일, 전화 내린다. 멍하니 서 있다.
장일;하루 반.......서른여섯 시간만 지나면 돼....
29. 선우 사무실 / 밤
식탁에 마주 앉아있는 지원, 선우. 요리(스테이크나 연어 요리 같은)가 담긴 큰
접시를 놓아주는 웨이터. 지원, 포크만 들고 가만히 있다.
선우;입맛이 없어요?
지원;먹어요.
선우;그림 찾아줘서 고마워요.
지원;장일씨가 아니길 바랬는데....
선우;난 수미가 더 놀라워요.
지원;난 일단 선우씨가 장일씨를 만나서 얘기를 해봤음 좋겠어요.
선우;무슨 얘길?
지원;두 사람이 극한까지 치 닿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지원, 미리 준비해온 듯, 가방에서 부경화학 회사 건물로 보이는 사진을 꺼내 선우에게 보여준다.
선우;이게 뭐에요?
지원;아버지 회사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와 직원들의 회사죠.
선우;멋진 곳이었네요. 이런 곳을 진노식 회장이 뺏었군요.
지원;선우씨... 나는 아버지가 부경화학을 잃고 주저앉는 걸 보면서
세상전부를 다 잃은 것 같았어요.
선우;.........
지원;진노식회장을 찾아가 집에 불이라도 질러 버릴까... 별 생각을 다했 어요. 하지만, 그러는 동안 망가질 엄마랑 동생들..., 그리고 제일 망 가져버릴 지도 모를 내 자신이 그려지더라구요.
선우;...........
지원;선우씨도 다치게 될 거에요. 차라리 장일씨에게 그림을 보여요.
그리고 용서를 구하게 해요. 부탁이에요.
선우;난 장일이가 그 그림 봤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지원;장일씨도 괴로웠을거예요.
선우;미안해요,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을 것 같네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지원;...........
30. 장일 방 / 밤
걸레질 하는 용배.
용배;..........
플래쉬 백 --15부. 포도 상자를 집어 던지고 편지를 보다 구겨 버리는 장일.
장일 방. 용배, 여기저기 열어보고 찾기 시작. 서랍, 상자, 옷장....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구겨진 편지를 펼쳐본다. ‘김선우씨 당신 아버지는 이장일 아버지가 죽였습니다. 진노식 회장도 연관돼 있습니다’
용배;.........(심장이 쿵)........
용배, 주저앉는다.
31. 노식의 서재 / 밤
수십 개의 열쇠들 책상에 놓여있다. 희정, 서랍을 연다. 서랍을 뒤진다. 서류들과 도장.
희정;은애 사진을 분명 여기다 숨겨 놨을텐데.....
희정, 편지 봉투를 꺼낸다. 갸우뚱. 꺼내 읽어보는
광춘(E);당신은 큰 실수를 했소. 영원히 덮힐 거란 생각은 하지 마시오.
나무에 매달리며 버둥거리던 그 모습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좋은 때를 기다려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희정;.......(섬뜩한 느낌) 이게 무슨 소리지.....
노식(E);윤주야.... 내려와서 차나 한잔 하자. 여보, 어딨어?
희정, 얼른 서랍에 다시 편지를 넣는다. 급하게 서랍을 닫고 나간다.
노식의 거실. 소파에 앉아 피곤한 듯 넥타이를 푸르는 노식.
희정;요즘은 매일 늦네요.
노식;(서재 쪽을 보며)거기선 뭘 했어.
희정;읽을 책 좀 없나 봤지.
노식;책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32. 방송국 스튜디오 / 낮
경제전문 채널. (동아A채널처럼 거리에 공개된 스튜디오면 더 좋겠음. 지나가는 행인들이 생방송을 볼 수 있게) 선우, 앵커와 함께 앉아있다.
‘비즈니스 투데이’ 타이틀 로고와 음악 나가고 FD, 카메라 옆에서 사인을 준다.
앵커;요즘 자원개발 테마주 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우;자원개발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입니다. 우리나라같이 광물자원이
빈곤한 나라에서는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서라도 자원자립도를 높이 는 게 중요하죠.
앵커;이런 종목과 관련된 주식도 요즘 들썩 거리고 있는데요.
선우;다이아몬드, 루비나 사파이어 같은 광물 개발권은
특히나 소문이 많죠. 최근에 엄청난 매장량을 공시한 회사가 있어
주식이 움직인 걸로 아는데요.
앵커;그래서 개미투자자들까지도,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추세죠.
선우;전 백퍼센트 허위공시라고 봅니다. 매장량이 그렇게 많을 리도 없고,
있다 해도 그걸 다 캐내면 보석이 갖는 희소성의 가치가 있겠습니 까.
금줄, 구경하는 무리에 끼어 ‘아 맞네 맞어’ 적극적 리액션.
33. 노식 회장실 / 낮
노식,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경제신문에 ‘진승그룹 글로벌 마이닝 주가 추락’ ‘글로벌 마인 허위 공시 상장폐지 불가피’
차실장;.......다른 계열사들도 주가가 같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노식;(웃으며)김선우.... 그 놈이 제대로 한 방 먹이네.
차실장;무서운 놈입니다. 이제 어떡할까요.
노식;일단 비밀거래 자료나 주가조작 장난시켰던 작전세력들 입단속
부터 시키라. 참, 차명계좌 쪽도 체크해보고.
차실장;네 회장님.
33-1. 홍콩 거리 인서트 / 밤
34. 홍콩 술집 바bar / 밤
술 마시는 수미와 광춘.
광춘;가만 있어봐라.... 무슨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고 들었는데
벌을 줄 수 있는 기한 같은걸 뭐라고 하지?
수미;걱정 마. 아직 시간 있어요.
광춘;선우 녀석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텐데. 그 놈은 날 믿는단 말이야.
수미;믿는 사람이 잘못이지.
광춘;뭐라고?
수미;인생은 쓸쓸한 거라구요.
35. 선우 사무실 / 밤
12시를 향해 다가가는 시계 초침.
36. 장일 검사실 / 밤
째깍째깍 초침가는 소리. 12시가 된다. 장일, 서류에 공소시효 완성. 공소권 없음 도장 찍는다.
장일;(희미한 미소)
37. 멤버쉽 바 / 밤
사람들과 잔 부딪히며 하하하 웃는 노식.
38. 선우 사무실 / 밤
장일, 들어온다. 선우, 한쪽에서 위스키 따르며
선우;어서 와. 수고 많았다.
장일;니가 원하는 쪽으로 결론이 안 나서 미안하다.
선우;할 수 없지 뭐. 괜찮다.
장일, 책상에 놓인 지원의 사진을 본다.
장일;........
지원 방.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지원.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선우(E);저녁은 먹었어?
장일(E);그럼.
선우(E); 한잔 하자.
선우와 장일, 잔을 부딪힌다.
선우;장일아.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어.
장일;당연히 그랬겠지.
선우; 내 마음이 두 가지였어. 조급한 마음도 있었고, 이렇게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
장일;그랬어?
선우;넌 능력 있는 검사고, 진회장 재력으로 유능한 변호사를 총동원 할 텐데 기소가 됐다 해도 내가 원하는 선의 처벌은 아니겠지.
장일;선우야, 오늘로 분명히 이 얘기하고 끝내자. 진회장이나 우리 아버 지는 너희 아버지를 해칠 이유가 없다.
선우;그래서 궁금했던거야. 해칠 이유가 없는데 왜 죽인 걸까.
장일;그만해.
선우;그런데 너 그때 왜 그랬니.
플래쉬 백 3부 --
장일;(무릎 꿇고)내가 너희 아버지를 죽였다.
선우;.........
장일;선우야, 내 실수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치자. 그러니 날 용서해 줘. 경찰서 가지 마라.
선우 사무실.
선우;사고 순간이 기억 안 난다고 진정서에 썼지만, 난 모든 걸 다 기억 하고 있다 장일아. 니가 날 뒤에서 쳤어. 순간 머리 뒤가 뜨겁고 멍 하면서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어. 믿어지지 않아서 널 쳐다봤어
플래쉬 백 3부 -- 어린 장일, 선우를 한 대 더 친다. 퍽.
선우(E);그리고 넌, 날 한 대 더 쳤지.
장일;..........
지원;..........
선우;갑자기 불이 나간 것처럼 눈앞에 빛이 탁 꺼졌어. 그리고 차가운
물속에 빠지는 느낌까지 기억나. 넌 날 바다로 굴린 거야.
장일;(웃으며)이런 걸 피해망상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선우;장일아. 니가 이용배씨 아들이란 것도, 너한테 뒷통수를 맞았단
얘기도 안 했다.... 내가 널 살인미수로 걸려면 바로 했지. 왜 지금 껏 기억 안 나는 척 엉터리 연기를 했겠어. 니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 그런거야.
장일;(잔을 다 비우고)무슨 얘길 해줄까. 나한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어.
선우;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못나게도 널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나봐.
장일;(픽 웃는)용서?
선우;장일아.... 어쨌든 난 살아 돌아왔고 큰 돈을 벌었어.
널 용서해도 내 인생 억울하지 않을 만큼 채웠어.
장일;그럼 됐네.
선우;나한테 사과해라. 그리고 니 얘길 해봐. 넌 그날부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장일;너 날 취조하냐. 니가 뭔데.
선우;난 아직도 악몽에 시달려. 뭔가 날아와 내 뒷통수를 치고 난 앞이 안 보여. 그리고 순간순간 실제로 앞이 안 보여.
장일;정신이 오락가락 한다는 소리네.
선우;날 정말 죽이려고 했던거지?
장일;.......피곤해 집에 가서 좀 자야겠다.
선우;니가 나한테 사과를 하면 어쩌나, 난 널 짓밟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니가 계속 모른 척하면 어쩌나 난 널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는데..... 나 이렇게 두 가지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그런데 니가 방금 깔끔하게 정리해 줬다.
장일;그래?
선우;어릴 때 나 기억해? 나 무식하고 무모하다. 너무 놀라지 마.
장일;취했다. 자라.
장일, 나가는데 선우, 잔을 들어 남은 술을 마시다 바닥에 던져 잔을 깨버린다.
장일, 기분 나쁜 듯 돌아본다.
선우;거래를 하나 할까.
장일;거래?
지원, 문 열고 나가려다 다시 가만히 서 있다.
선우;너 방송 출연 많이 하지. 방송에 나갔을 때 니가 한 짓을 밝혀.
그럼 내가 용서해줄게.
장일;미친 놈. (나간다)
선우;난 분명히 기회를 줬다. 기대해라 이장일.
39. 노식네 거실 / 낮
희정, 윤주 그릇 카타로그와 함께 영문 계약서 읽고 있는
희정;유학도 다녀온 애가 왜 이렇게 더뎌. 줘봐, 내가 읽어보게.
윤주;엄마, 글로벌 마이닝은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희정;수완 좋은 사람인데 어떻게든 만회하겠지.
윤주;회사 상황이 그러면 데이빗한테 부탁 좀 할걸 그랬어.
희정;오지랍 넓게 굴지 마. 진회장은 우릴 그냥 동거인 정도로만 생각하 고 있어. 가족으로 생각 안 해.
윤주;엄마가 먼저 사랑해주면 되잖아.
희정;내가 사랑해줘도 그 사람 맘속엔 너무 큰 동굴이 있어.
그 안에 은애라는 공룡이 살고 있지.
윤주;누구? 은애?
희정;시끄러 이거나 해석해봐.
40. 방송사 일각 / 낮
장일, 카메라 앞으로 걸어오며 (공익광고 촬영 중. ppl)
장일;대한민국 최초의 보통 선거, 언제였는지 아십니까?
편하게 앉거나 서서
장일;5월10일은 유권자의 날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
하세요.
PD; 네 수고 하셨습니다. 바로 방송 준비 하실게요.
41. 선우 사무실 / 낮
포스터 사진과 문구 시안 여러 개 체크하는 선우 윤주 희정. 장일이 선우 치는
모습 포스터에 있고 ‘어느 눈부신 날에’'One splendid day'
희정;어느 눈부신 날에 제목 괜찮아?
선우;전 좋습니다. 눈부신 날.
지원 방.
지원, 포스터 시안 보며 맘에 안 드는 듯 가만히 앉아있다. 지원, 일어나 태주 방으로 가 문을 노크하고 들어간다.
지원;선우씨를 좀 말려주세요. 저러다 둘 다 다칠까봐 너무 걱정돼요.
태주;지금은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현명한 사람이니까 어느
순간 깨닫고 멈추겠죠.
지원;....그 순간이 너무 늦어버리면요.
태주;.......
42. 분장실 / 낮
장일, 분장 중. 지원, 들어온다.
장일;지원씨....
메이컵 담당자, 목에 둘렀던 보호천을 풀어주고 일어선다.
지원;잠깐 얘기할 시간 돼요?
장일;여긴 웬일이예요.
지원;오늘 방청객으로 초대받았어요.
장일;지원씨가 본다니까 떨리는데요.
지원;장일씨.....선우씨랑 얘기해요. 용서를 구할 게 있으면 구하고
맺힌 걸 풀어요.
장일;선우한테 무슨 얘길 들은 겁니까.
지원;지금이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예요. 제발 끝까 지가지 말아요.
장일;누굴 위해서?
지원;두 사람 다를 위해서.
장일;선우를 위해서겠죠.
지원;지금이라도 선우씨랑 통화해요.
FD; (들어와)리허설 가실게요.
장일;(일어서며)가서 선우한테 전해요. 혼자만 피해자인 척 엄살 부리지 말라고. (나간다)
지원;.....
43. 스튜디오 주조정실
쿤, 음료수를 돌리며 ‘감독님들 수고 많으십니다....’
PD와 따로 얘기하는 쿤.
쿤; 선생님,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PD; 말씀 하시죠.
쿤; 별건 아니구요.....
44. 스튜디오 / 밤
방청객에 쿤과 금줄 지원 앉아있다.
MC; 생방송 TV 로펌 오늘도 다양한 사연들로 쉽게 법을 배워보는 시간,
오늘은 특별히 미남에 훈남....대한민국 스타검사 이장일 검사님
나오셨습니다.
장일, 인사한다. 방청객 박수. 쿤과 금줄 ‘우와’..... 열심히 박수쳐 준다.
지원은 우려스러운 표정.
불이 들어온 카메라에 비추는 장일 얼굴. 장일, 여유 있는 미소로 얘기 중.
핸드폰에 ‘훈남 검사님 짱♥’‘꽃검! 이장일’ 네온 띄운 여자 방청객도 여럿.
지원, 장일보며 걱정스런 얼굴.
장일;방금 드라마에서 보신 부분은 형법상 명예 훼손에 해당이 됩니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만 밝히 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피해자와 합의를 본 후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 명의의 표시된 합의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 시면 됩니다.
선우, ON AIR 라 불이 들어온 스튜디오를 향해서 뚜벅뚜벅 걸어간다.
MC(E) ; 네 쉽고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이장일 검사님의 출연으로
제작지원 금액의 5퍼센트를 피해자 가족지원을 위한 기부금으로 쓰게 됐습니다. 박수한번 드릴까요.
방청객 박수.
MC ;다음에도 또 출연하셔야 기부금이 계속 전달될 텐데요.
장일;시간 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MC;감사합니다. 자, 이젠 시청자 분들과 전화 연결을 해보겠습니다. 여보 세요.
선우(F);여보세요.
MC ;네 연결되셨습니다. 어디에 사는 누구십니까.
선우(F);서울 서초구에 김선우라고 합니다.
장일;........
플래쉬 백 --- 주조정실.
쿤 ;대표님이 전화 연결로 꼭 좀 여쭤보고 싶은 법률 문제가 있다고 하셔 서요. 전화 첫 통화는 저희 대표님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안 될까요.
스튜디오.
MC ;네 김선생님 말씀해 주십시오.
장일;(긴장)
스튜디오 방청석 한 켠에서 장일을 내려다 보며 통화중인 선우.
선우;제가 예전에 둔기로 뒷통수를 맞아서 죽을 뻔 한 적이
있습니다.
방청객들 웅성. 서로 마주보며 놀라는. 장일, 얼굴을 미소 짓고 있지만 테이블에 있는 손은 긴장으로 꼭 주먹을 쥐는. 지원, 어색한 미소 짓고 있는 장일을 안쓰럽게 본다.
선우(F);제 친구가 절 따라와서 나무 몽둥이로 제머리를 치고,
바닷가 벼랑으로 굴려 버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가 살아나긴
했는데 이런 경우 살인미수가 맞습니까 아니면 그냥 상해죄로
분류가 됩니까.
장일 표정을 주시하는 지원, 태주, 금줄, 쿤.
사무실의 노식.
장일;(냉정을 찾고)정말 큰일날 뻔 하셨군요. 지금은 괜찮으십니까.
선우;예, 뭐 덕분에요.
장일;가해자가 가격행위 당시 어떤 고의성을 갖고 있었나가 일단 중요합 니다.
선우;고의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일;제 생각에 그 행위는......살인미수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2007년 12월21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그 이후에 벌어진 범죄라면
2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될 겁니다.
선우;아쉽게도 2007년 이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장일;그렇다면 공소시효는 15년입니다.
선우;올해가 딱 15년입니다.
장일;증인이나 증거는 있으십니까.
선우;있습니다. 그럼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겁니까?
장일;.....그렇습니다.
선우;만약에 저를 친 그 친구가 지금 법조인이 되었다면 어떻게 돼죠?
장일;.....
선우;법은 만인에게 공평한 거죠.
장일;그렇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합니다.
선우;그 친구 이름을 말하면 수사해주실 수 있습니까.
장일;......
플래쉬 백 --- 선우 사무실. 쿤, 태주 앉아있다.
선우;그 친구 이름을 말하면 수사해 주실 수 있습니까.
쿤;나중에 개인적으로 얘기하자고 슬쩍 넘기겠지요.
선우;어떻게든 말하도록 유도해야지.
태주;거기까진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쿤; 저는 생방송에서 까는 데 한표.
선우;그 친구 이름은 이장일, 바로 당신입니다.
스튜디오.
장일;공개 수배자도 아닌데 방송에서 이름을 공개하는 건 좀 적절치
못한 것 같은데요.
선우;살인 미수죄에 해당한다면서요.
장일;방송 끝나고 저한테 개인적으로 알려주시면 제가 적절한 절차를
밟아 드리겠습니다.
선우;꼭 검사님이 수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지금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장일;......
TV를 보는 태주. 방청객의 지원, 금줄, 쿤. 흥미로운 듯 지켜보는 회장실의 노식.
주조정실.
TD;(PD를 보며 우려스러운 듯)이거 방송 나가도 돼요? 오디오 끊읍시다.
스탭;(태블릿 PC보며)실시간 시청률 수직상승 하고 있어요.
PD;계속 가요. 끊지 말구. 오디오 더 키우세요.
스튜디오.
선우;그 친구의 이름은 이..장.....
선우, 전화를 끊어버린다. 스튜디오로 ‘뚜뚜뚜....’ 하는 소리 울리고.
장일;..............
MC ;네, 연결 상태가 고르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김선우씨는 방송 후 에 다시 한 번 연락 주시구요. 다음 전화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45. 장일네 거실 / 밤
TV 보는 용배. 용배, 장일이 안쓰러워 눈물이 고여 있다. ‘ TV 소음: 네 전화 연결되셨습니다. 아디에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분당에 사는 오숙자라고 하는데요. 네 오숙자님 말씀하세요..... ’
용배;선우야....내가 널 죽이고 나도 죽었어야 했는데.... 니가 뭔데
내 아들한테 저래. 니 깟 놈이 뭔데.
46. 스튜디오 / 밤
박수치고 타이틀 음악 나오고 방송 끝. MC 장일과 방청객 카멜 스탭에게 수고 하셨습니다 인사하고.
장일, 기가 빨린 표정으로 스튜디오를 걸어 나간다. 지원, 장일을 보고 서 있다.
장일, 시선을 느껴 돌아본다. 지원과 눈이 마주친다. 고개를 돌려 걸어간다. 장일을 측은하게 보고 있는 지원.
47. 분장실 / 밤
장일, 들어와 털썩 앉는다. 장일, 멍하니 앉아있는데 선우 들어온다. 앞에 생수병 놔 준다.
선우;긴장했지. 마셔.
장일;.......
선우;표정이 왜 그래. 고맙단 말 안 해?
장일;앞으론 계획을 좀 알려주면 고맙겠는데.
선우;넌 오늘 충분히 벌 받았으니까 이제 진노식과 너희 아버지 차례다.
장일;(같잖다는 듯 픽 웃는)신이라도 된 것 같구나.
선우;너희 아버진 빼드릴까?
장일;.........
선우;아버지한테 가서 그래. 진회장하고 우리 아버지가 만나는 걸 봤다고
말하라고.
장일;공소시효 이미 지났어.
선우;증거인멸 교사일 땐 예외일 수 있지 않나. 니가 일부러 시간도 끌었 잖아.
장일;그런 적 없어.
선우;너희 아버지는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퇴근한 거야. 모든 걸
진회장 한테 뒤집어 씌워버리자니까.
장일;......왜?
선우;넌 내 친구였으니까.
장일;그렇게 못하겠다면.
선우;난 내일 신준호 검사를 만날 거야. 널 살인미수로 조사해 달라고
해야지.
장일;증거나 증인도 없이?
선우;(장일의 말 무시하고) 공소시효 지났어도 진회장은 비자금이나 주가 조작으로 계속 수사할거 잖아. 살인죄를 밝히면서 처벌은 못하게
됐다... 이거 얼마나 극적이야. 네티즌들의 공분을 이끌어내서 돌을
맞게 해야지. 너희 아버지 말고 진회장만 말이야.
장일;.......
선우;내 제안이 안 땡기나 보다. 할 수 없지 그럼.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장일;(일어선다)
선우;(소리에 멈춰 돌아서 보면)
장일;너희 아버지는 진회장이 죽였다.
선우;(웃는)
장일;김경필씨는 진회장이 죽였어. 진회장이랑 김경필씨가 별장에서 만난 걸 우리 아버지가 봤다.
선우, 장일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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