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31
<이산 31부>
S#1. 궐 전경. 밤
무언가 급한 일이 생긴 듯 별감 내시들이 바쁘게 궐을 오간다. 상인 나인들도 부산하게 움직이고..
S#2. 궐. 일각. 밤
김상궁이 다급한 걸음으로 혜빈 처소 쪽으로 오고 있다. 보면, 이상궁을 비롯한 나인들이 앞에 서 있는데.. 김상궁, 급히 이상궁 한테 와서.
김상궁 마마님, 큰일 났사옵니다.
이상궁 큰일이라니, 무슨 일인가.
김상궁, 다급한 얼굴로 얼른 이상궁의 귀에 대고 말을 아뢰는데.. 보면, 놀라는 이상궁의 얼굴.
S#3. 동. 혜빈 처소. 밤
혜빈, 상념에 잠긴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때 밖에서 '마마, 이상궁이 옵니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혜빈,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 이내
혜빈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이상궁이 다급한 얼굴로 들어와 앉는다.
혜빈 무슨 일인가?
이상궁 마마, 큰일났사옵니다..지금, 동궁전에 세손저하께서 아니 계신다 하옵니다. 동궁전 뿐 아니라, 궐 어디에도 아니 계신다 하옵니다, 마마.
혜빈 (놀란다)뭐...? 아니.. 자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혜빈, 놀라고 당혹한 얼굴로 보는데.
S#4. 동. 동궁전. 앞. 밤
효의, 초조하게 걱정이 어린 굳은 표정으로 동궁전 상고와 박상궁을 놓고 혼을 내고 있다.
효의 자네들은 대체 무얼 하는 사람들인가? 뭘 하길래, 저하께서 동궁전을 나 서시는 것도 몰랐단 말이야?
상고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마마.
박상궁 망극하옵니다, 마마.
효의 (어찌하면 좋은가, 답답함이 어리는데)
그때 한쪽에서 이상궁 등을 거느리고 다급하게 오던 혜빈, 그 모습을 보고.
혜빈 빈궁..!
효의 (놀라 돌아본다)어마마마..!
혜빈 어찌된 일입니까? 세손이 사라지다니요? 동궁전을 지키는 익위사 관원들 한테도 아무 말씀이 없었단 말입니까?
효의 예 어마마마. 누구한테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홀로 궐 밖으로 나가신 듯합니다.
혜빈 ...!!....
혜빈, 당혹 무슨 일인가 싶고..효의, 그런 혜빈을 걱정 어려 바라보는데.
S#5. 도성 일각. 밤
어두운 들판을 무섭게 내달리는 말. 보면, 산이 말고삐를 움켜쥐고 거칠게 휘두른다. 고통과 아픔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산.
S#6. 궐. 영조의 침전. 밤
영조와 송연이 있다.
영조 (송연이 그린 매화도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송연 ...
영조 네 재주는 이제껏 보아온 어떤 화원에 비해 모자란 것이 없구나.
송연 망극하옵니다, 전하.
영조 허나, 그렇다 해도 다모가 화원이 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어찌 된 것이냐?
송연 (조심스럽다)이 모든 것은 세손저하의 혜량이셨습니다.
영조 (멈칫)지금 세손이라 했느냐?
송연 예, 전하. 세손저하께서 대리청정을 하시던 때 매사에 신분과 성별에 구애 되는 것은 낡은 구태이니 개선하라 명을 내리셨습니다. 하여, 소인처럼 미 천한 다모까지 그 은혜를 입게 된 것이옵니다.
영조 (마음이 애잔해진다)....
송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다모들 모두 그림을 배우게 되어 도화서에 큰 힘이 되고 있사옵니다.
영조 ..내가 수십 년 용상에 앉아서도 보지 못한 것을 그 아이가 살피고 어루만 져 줬구나.
송연 ...!!...
영조 (혼잣말을 하듯)...그래..그런 아이지.(하고 가만 그러다가)그런 세손이 그 토록 원망어린 눈을 했을 땐.. 아프고 힘들어 견딜 수 없단 뜻이거늘..내 가 그 아이한테 대체 무엇을 견디라 한 건지...
송연 ..!!.....
송연, 혼잣말 인 듯 아프게 읊조리는 영조를 보며 무슨 일일까..걱정되고.
영조, 먹먹한 얼굴로 상념에 잠기고.
S#7. 침전 앞. 밤
송연이 지밀상궁의 안내를 받으며 화구통을 들고 대전 침전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밀 가늘 길을 알겠느냐?
송연 예에 마마님.
지밀 그럼 가보거라.
송연 예에(인사하고)
송연, 가다가 뭔가 아쉬운 얼굴로 침전 쪽을 돌아보는데...
S#8. 동. 안. 밤
영조, 착잡한 얼굴로 매화도를 보고 있다. 그런 영조의 위로..
산 (E)전하! 어찌하여 그 같은 하명을 내리셨는지? 어찌하여 이 모든 참혹한 일을 그냥 덮어두려 하시는지 소손, 이해할 수가 없사옵니다.
흔들리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산의 모습.
영조,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착잡한 얼굴로 그대로 눈을 감는데..
S#9. 산길. 일각. 밤
지축을 울리며 달려가는 말발굽. 보면, 거친 얼굴로 말에 박차를 가해 달려 가는 산. 보면 산의 얼굴, 마치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격정에 휩싸여 있는데.
말고삐를 움켜쥔 채 내달리는 산의 격한 모습. 그런 산의 위로.
홍국영 (E, 소리)그건 중전마마셨습니다 저하!
산, 격한 얼굴. 치밀어 오르는 격정을 가누지 못하겠다는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춰 세운다. 멈춰서는 산. 보면, 격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그런 산의 위로 다시..
영조 (E)미안하구나!
고통스러운 산의 얼굴.. 그 위로 다시..영조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영조 (E)너에게 그런 고초를 겪게 해 미안하다. 그런 고초를 겪게 하고도 또 이렇게 모든 걸 덮을 수 밖에 없어..미안하다.
산, 눈시울이 뜨겁게 붉어진다. 산, 입술을 깨물며 다시금 말에 박차를 가해 더욱 거세게 달려가는데..
S#10. 사헌부 집무실. 밤
홍국영과 남사초가 있고, 안으로 채제공이 급히 들어온다.
채제공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홍국영, 남사초..당혹스런 얼굴로 착잡해 하는데.
채제공 (홍국영에게) 혹, 저들이 무슨 짓을 꾸민 건 아니겠는가?
만약 저하의 안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하는데)
홍국영 (OL)아닐 것입니다. 사복시(자막:가마와 말을 관리하는 관청)에 알아보니 저하께서 술시에 말을 찾으셨다 합니다.
채제공 말을?
홍국영 예, 분명 말을 타시고 홀로 나가신 듯 합니다.
채제공 (당혹스럽다)...아니 대체 무엇 때문에?
남사초 지금, 저하의 심정이 어떠하실 지는 대감께서도 잘 알지 않습니까? 아마 답답하신 마음에..그리하셨을 것입니다.
모두 ...!....
남사초 .....
채제공 (착잡)아무리..그렇다 한들 호위할 자들도 없이 이리 나가시면 어찌하시는 가? 그러다 안위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찌하시려구...
체제공,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착잡함이 어리고..
홍국영, 남사초의 얼굴도 걱정이 가득한데..
S#11. 도성 일각. 밤
강석기, 서장보 등 익위사들이 말을 달려 어디론가 급히 가는 모습.
S#12. 동. 노인의 집 앞. 밤
대수, 다급한 얼굴로 노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인 (의아)자네 주인이 안 왔냐고?
대수 예...!
노인 아니, 난 못 봤는데..
대수 (실망 어린다)그러 십니까?
노인 왜, 무슨 일이 있는 게냐?
대수 아닙니다. 저..혹시, 저희 주인 나으리께서 어르신을 찾아오거든 이놈이 다급히 찾고 있다고 꼭 좀 전해주십시오.
S#13. 동. 저자거리. 밤
대수가 심란한 얼굴로 저자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대수 (E,소리)저하..대체 어디 계신 겁니까?
안타깝고 절박한 대수의 얼굴.
S#14. 강가. 일각. 새벽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보면 산이 허망한 얼굴로 서서 멀리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산의 위로.. 1부, 시민당에서 사도세자의 손을 부여잡고 울던 어린 자신의 모습과 가슴에 어떤 원망도 담지 말라던 사도세자의 말이 떠오른다.
사도세자 (E)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로 인해.. 가슴에 어떤 원망도 담지 말거라.. 마음과 분노로..자신을 망쳐서도 안돼..알겠느냐 산아.. 이 아비 말을.. 알아듣겠느냐..어린 산 (E)아바마마...
보면, 지난 일을 떠올리며 이내 격정에 휩싸이는 산.
산 (E)이런대도..그리해야하는 것입니까? 아바마마! 이런대도.. 어떤 원망도 담아선 안 되는 것입니까? 미움과 분노로,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이런대 도 소자는 견뎌야 하는 것입니까?
산 (절규한다) 못하겠습니다..아바마마.. 소자 더 이상은..더 이상은 못하겠습 니다..!
산, 아프게 절규하며..고통스러워하는데.. 가슴이 터져버릴 듯, 아파오는 산..이제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는데..그런 산의 모습에서 카메라 점점 멀어진다.
S#15. 궐. 일각. 낮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이 있는데..이때, 한쪽에서 산이 굳은 표정으로 온다. 모두 놀라 급히 산을 향해 오고
남사초 저하!
산 (담담히) 이 시각에 다들 어인 일들인가?
남사초 대체 어딜 가신 것이옵니까? 전하.
산 답답해서..바람 좀 쐬고 왔네.
채제공 답답하고 어지러운 저하의 심정은 모르는 것은 아니오나 행여 무슨 변고 라도 생기면 어찌 하옵니까?
홍국영 익위사들은 반드시 대동을 하셔야 하옵니다.
산 (씁쓸하지만 담담하게)그래, 그래야겠지. 또 누가 어디서 내 목을 노릴지 모르니..
산의 말에 모두들, 멈칫..하는데. 산, 그런 이들을 보며 애써 미소 짓는다.
산 나로 인해 공연한 심려를 끼쳤군. 미안하네. 허나, 이리 무탈하게 돌아왔 으니 이만들 퇴궐하게.
남사초 저하..
산 난 괜찮네. 아니 다들, 어렵겠지만 나한테 마음쓰지들 말게.
모두들 ...!...
산 (아프고 힘들지만, 미소 지으며)그게..모두들 이러면 내가 마음껏 힘든 척 도 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허니, 내게 조금만 시간을 주면 안 되겠는가?
산, 담담히 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기고, 남은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 착잡한 얼굴로 가는 산을 보는데..
S#16. 익위사 훈련장. 낮
대수, 허탈한 얼굴로 터덜터덜 걸어온다. 그때, 한쪽에 있던 서장보, 강석기가 대수를 보는데
강석기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건가?
대수 도성 밖까지 가보느라구요. 헌데 어디에도 저하께선 안계셨습니다.
서장보 저하께선 돌아와 계시네.
대수 (놀라)예?
강석기 조금 전에 동궁전으로 들어가셨네.
대수 저하께선 괜찮으십니까? 대체 어딜 다녀오셨답니까?
서장보 그건..우리도 모르네.
대수 예?
강석기 어딜 다녀 오셨는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네. 난, 멀리서만 잠깐 뵈었는데 낯빛이 어두우셨네. 이제껏, 그런 모습은 처음 뵙는 듯 해.
서장보 왜 아니겠는가? 내 속이 이리 뒤집어지는데 저하께선 오죽하시겠냐고.
대수 에이..씨..
대수가 화난 얼굴로 어디론가 가려고 하면..
서장보 어딜 가?
대수 동궁전으로 가서 자하께 따질 것입니다.
서장보 뭐?
대수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는지 다신..그러시지 못하도록 따지겠다구요.
서장보 (얼른 대수를 잡으며)이 친구가 미쳤나. 가긴 어딜 가?
대수 어이구 정말, 저하는..애들도 아니고..
대수의 속상한 얼굴..
S#17. 동궁전 앞. 낮
혜빈, 효의, 급하게 온다. 동궁전 앞에 남사초, 동궁전 상고, 박상궁이 있다.
남사초, 예를 갖추고.
혜빈 (급하게)세손이 돌아왔다 들었네. 어서 고하게.
남사초 (난처하다)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마 다음에 드심이 어떠하시온지요?
혜빈 ...!...
효의 그게 무슨 말인가? 저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셨는가?
남사초 그것은..아니옵니다 마마.
효의 헌데, 어째서 지금은 아니된다는 것인가?
남사초 ...
남사초, 대답하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조아린 챈데.. 혜빈, 그런 남사초를 보다가.
혜빈 알았네. 내 자네 말대로 하지.
남사초 ..!...
효의 하오나, 어마마마(하는데)
혜빈 (OL)빈궁. 남내관이 그리 말할 땐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겝니다.
남내관 (...!!..)망극..하옵니다 마마.
혜빈 세손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알았으니 됐습니다. 허니, 그만 돌아갑시다.
효의 ...
효의, 안타가운 시선으로 동궁전을 바라보고. 혜빈, 가슴 아픈 시선으로 효의를 본다.
S#18. 궁궐 일각. 낮
효의, 김상궁과 나인들 간다. 효의, 문득 멈처 선다.
효의, 휴하고 긴 한숨을 내쉬는데..
김상궁 마마..바람이 차옵니다. 밤새 한잠도 못 주무셨는데 행여 고뿔이라도 드시 면 어찌 하옵니까?
효의 가슴이 답답해 그러니 잠시만 있겠네.
김상궁 (안타깝게 보고)
효의 (착잡한 마음 어려 보는데)
김상궁 (휴..)혜빈마마께서도 너무 하십니다. 밤새 노심초사하신 걸 아실텐데 이 대로 걸음을 돌리라 하시다니요?
효의 지금은 저하의 마음이 어지러우실 때네. 그걸 아시니 공연히 번거롭게 하 지 말라는 뜻인 게지.
김상궁 (속상하다)그럼, 마마는요? 어지럽다 못해 터져 버릴 것 같은 마마의 마음 은 어찌하구요?
효의 그래도 내 맘은 자네가 달래주지 않는가?
김상궁 마마..! 그걸 지금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효의 (씁쓸한 미소 짓는데)....
김상궁 정말, 세손저하께서도 너무하십니다. 이럴 땐 누구보다 마마를 먼저 찾으 셔야지요. 얼마나 걱정하실 지 뻔히 아시면서 어쩜 이리 무심하실 수 있 습니까?
효의 (가슴 아프다. 가만..그러다가)...저하를 탓하지 말게. 내가 저하께 그런 사 람이 되어드리지 못한 것이야.
김상궁 마마..
무겁게 마음이 가라앉는 효의
S#19. 동궁전. 낮
산이 혼자 있다. 상념에 잠겨 있던 산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데..
S#20. 동궁전. 앞. 일각. 낮
남사초와 동궁전 내관 그리고 박상궁이 있는데.. 산이 나온다.
남사초 저하.
산 중궁전으로 갈 것이네.
남사초 (놀란다)..저하 지금 중궁전이라 했습니까?
산 그렇네.
남사초 하오나 저하 지금 중궁전으로 가셔서 뭘 하시겠다는 것인지?
산 뭘 할지..무슨 말을 할지는 나도 모르겠네. 허나 이대로는 못 있겠네.
산이 앞장서서 나가면..당황한 남사초와 내관 상궁들이 산을 따라가는데..
S#21. 궐. 일각. 낮
중궁전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가는 산. 난감한 얼굴로 그런 산을 뒤따르는 남사초의 모습.
S#22. 동. 정순 처소 앞. 일각. 낮
산 일행이 중궁전 앞으로 당도하면..중궁전을 지키고 있던 강상궁 일행이 산을 보고 놀라는데.. 얼른 예를 갖추고..
산 내가 왔다고 고하거라.
S#23. 정순 처소. 낮
정순이 있는데 강상궁이 들어온다.
강상궁 마마
정순 무슨 일이냐?
강상궁 세손 저하께서..중전마마 뵙기를 청하옵니다.
정순 (경악)...세손이? 세손이..지금 예까지 왔단 말이냐?
S#24. 동. 앞. 일각. 낮
산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강상궁이 나온다.
강상궁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중전마마께서는..지금 저하를 뵐 처지가 못 된다 하 옵니다.
산 (얼굴이 서늘하게 굳어지는데)..
산이..중궁전을 향해서..외친다.
S#25. 정순 처소. 낮
정순이 있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산의 목소리.
산 (소리)소손 중전마마께 여쭐 말이 있습니다. 중전마마..!
산의 목소리를 듣는 정순의 불안하고 초조한 눈빛.
S#26. 동. 앞. 낮
산이 있는데..
산 중전마마..! 어이하여 소손을 피하시는 것입니끼?
산 옆에서 안절부절 하던 남사초가..산을 만류하는데..
남사초 저하..그만하시옵소서.
산 ..(안타깝고 답답한)...
S#27. 정순 처소. 낮
정순이 불안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있는데 이때 강상궁이 들어온다.
정순 어찌 됐느냐? 갔느냐?
강상궁 예..마마.
정순..초조하고 불안하던 얼굴이 굳어지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 싶은데..
S#28. 궐. 일각. 낮
산이 심란한 얼굴로 상념에 잠겨 있고 한쪽에서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런 산을 바라보는 남사초의 시선.
S#29. 달호의 집. 마당. 낮
대수, 걸어 들어오고. 그때, 방안에서 송연이 나온다.
송연 지금 들어오는 거야?
대수 응..궐에 일이 좀 있어서...
송연 무슨 일인데?
대수 어..그게 저하께서 밤새 갑자기 사라지셔서 동궁전이 발칵 뒤집어 졌었어.
송연 (놀라고)뭐어?대수 다행히 아침에 돌아오셨는데 많이 힘드신 거 같애.
송연 ...!!...
대수 진짜... 나라두 나서서 그 사람들 다 죽여버리고 싶은데 이걸 참고 견뎌야 하는 저하께선 얼마나 괴로우시겠냐?
송연 (안타까운)....
S#30. 저자일각. 낮
이천이 헐레벌떡 저자를 지나가고 있다.
S#31. 동. 주막 안. 낮
달호, 주막을 쓸고 있고, 막선은 평상에 앉아 야채를 다듬고 있는데 그때 이천이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온다.
이천 이보게 달호...!
달호 (놀라서)아니, 나으리. 식전 댓바람부터 웬일이십니까?
이천 송연인... 송연인 어찌 되었는가?
달호 송연이가 어찌됐냐니요? 뭐가요?
이천 ...이 사람!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찌하는가? 내, 그게 궁금해 눈뜨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달호 ...예...?(눈만 말똥말똥)
이천 이 사람, 정말 모르는 눈치구만.(하고) 어젯밤, 송연이가 집에 왔는가? 안 왔지?
달호 예, 밤엔 안 오고 새벽이 다 돼서 들어왔습니다.
이천 (경악)여..역시..그런 게로군!!
막선 (답답하다)아니..역시 그렇다니 뭐가요? 좀 알아듣게 말씀을 해주세요.
이천 ...다들..놀라지 말게. 송..송연이가 승은을 입었네.
달호 예...?승은...이요?
막선 ....??....
이천 그래! 송연이가 어젯밤 주상전하의 침전에 들어 수..수발을 들었단 말이 네!
모두 (헉, 놀란다)
달호 ..치...침전...수발...? 정말 우리 송연이가요?
달호, 막선...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S#32. 도화서. 마당 낮
송연이 도화서 마당으로 들어서면.. 마당에 있던 화원들과 다모들..일제히 송연에게 시선이 향하는데.. 송연, 왜 그러나 싶어 당혹스러운 도화서 마당 한 켠엔..궐에서 나온 상궁 나인과 내관들이 보이는데...
미수 (얼른 송연에게 와서)너..빨리 박별제 나으리께 가봐.
송연 왜?
미수 궐에서 대전내관이 널 만나러 왔데.
송연 ...?
송연이 한쪽으로 가면 다들 그런 송연을 보면서 웅성거리는데..
시비 이제 송연연닌 어떻게 되는 거에요? 첩지도 받고 후궁이 되시는 거에요?
'후궁'이라는 말에 다모들 굳어지고, 그때 한쪽에서 탁지수가 온다.
세모 설마..궁인도 쉽지 않다던데, 다모가 될까?
미수 그거야 임금님 마음이지 안 될 게 뭐가 있어?
초비 (문득)잠깐만 잠깐만.. 근데.. 송연이가 후궁이 되면 도화선 어떻게 되는 거야?
탁지수 (무슨 소린가 보는데)
초비 송연이 화원 됐을 때, 들고 일어났던 나으리들 전부(손으로 목을 긋는 시 늉을 하며)이렇게 되는 거 아냐?
탁지수 ....!....
미수 설마..송연이 그런 애 아냐!
초비 아냐! 니들도 생각을 해봐. 송연이가 도화서에서 좀 고생을 많이 했냐? 그 림 그렸다고 내쫓길 뻔했지, 화원 수업 때도 얼마나 구박 많이 받았는데 (의미심장하게)특히 그 일에 앞장선 사람들은 절대 무사하지 못할 걸?
...곧 도화서에 칼 바람이 불거야!
다모들, 대체로 수긍하는 눈치고. 탁지수, 초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온다. 전부 자기가 그랬다..이제 어째야 하나 불안함에 떨려오고.
S#33. 동. 화실. 낮
박영문과 강별제, 송연, 대전내관과 지밀상궁이 있다. 대전내관, 앞에 비단보자기에 싼 함을 내려놓는다.
대전내관 주상전하께서 이 아이한테 내리신 하사품이네.
송연 ...!!....
박영문 아직 어진화사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어찌 이런 망극한 일이..
대전내관 이것은 어진화사와는 별도로 지난밤 저 아이가 전하께 올린 그림에 대한 보답으로 내리는 것이네.
강별제 (놀라고)네가 주상전하께 그림을 올렸느냐?
송연 예. 전하께서 매화도를 그려 보라 하셔서..
대전내관 전하께서 이 아이의 매화도를 보시고 아주 흡족해 하셨네.
박별제 흐뭇하고..강별제는 놀라는데..
대전내관 이건 청 황실에서만 쓰이는 단계연(최고급 벼루)이니, 어진 화사에 더욱 성심을 다하거라.
송연 망극하옵니다.
S#34. 도화서 일각. 낮
다모들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눈빛으로 송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송연이 안에서 나오면 초비와 미수, 시비 세모 네모 등 다모들이 송연을 에워싼다.
네모 어디 가니?
초비 이제 가는 거야?
송연 어딜요?
초비 어디긴 어디야? 승은을 입었으면 이제 궐에 들어가는 거 아냐?
송연 승은요?
초비 어젯밤에 주상전하 침소에 들었다며? 지금 대전내관이 너 데리러 온 거 아냐?
송연 (이제야 왜들 이러는지 알 거 같은데)
송연..말없이 미소만 띠는데..
초비 ...호...혹시..그동안 내가 섭섭하게 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라. 다 용서 하 십시오.
한쪽에서 송연이 눈치만 보고 있던 탁지수. 송연과 시선이 마주치면..화들짝 놀라고 어쩔 줄 모르는데...
송연 (장난끼가 발동하고) 탁사용 나으리는 제가 뭐 할 말 없으세요?
탁사용 ..그..그게..내..내가 정말 널 미워했다면 내 어찌 어진화사에 널 수종다모 로 뽑았겠느냐? 내..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송연의 눈치를 살피며)..좋 겠습니다.
송연 (시치미 뚝 떼고)이제 여기..떠나야 되니 내 할 일은 다 하고 가야지. 시비 야 뭐해? 빨래하러 가야지.
시비 예..언니.
초비 (화들짝)마마. 그 무슨 황송한 말씀을 하십니까? 그런 건 저희들한테 맡겨 주세요.
송연 (그런 초비와 다모들을 보고 미소를 띠는데)..
S#35. 화완 처소. 낮
화원이 있는데 안으로 정후겸이 들어온다.
정후겸 이조에 급히 전할 감결이 있어 좀 늦었습니다.
화완 내 대전에 심어둔 아이들을 통해 전하께서 중전마마께 어떤 영을 내렸는 지 알아냈다.
정후겸 (보고)...?
화완 중궁전 밖을 한 발짝도 나서지 말라 했다는 구나. 죽은 듯 살라 그리 명 을 내리셨다는 게야!
정후겸 ..!...
화완 이게 무슨 뜻이겠느냐? 중전은 이제 끝난 것이다. 산 송장으로.. 죽는 날 가지 중궁전만 지키고 앉아있게 된 게야.
정후겸 (씁쓸한)세손을 폐위시키고 은전군을 내세워 수렴청정을 하려던 중전마마 의 뜻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군요.
화완 (냉소가 스친다)...
정후겸 (가만, 굳은 표정으로 화완을 보다가)소자 어머니께 한 가지 여쭐 것이 있 습니다.
화완 (보고)
정후겸 중전마마의 뜻이 수렴청정이었다면 어머니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것은 무 엇이십니까?
화완 ...
정후겸 어머니께서는 제가 무엇이 되기를 바라십니까?
화완이 침묵하고 있다가..
화완 ..니가 세손보다 못한 것이 뭐가 있느냐? 너라고..용상에 오르지 말란 법 이 없지!
정후겸 ..!!..
화완 내가 널..잘못 본 게냐?
정후겸 (미소를 띠고)
화완 이젠 허송세월할 시간이 없다.
정후겸 ...
화완 우리 앞을 막아서던 중전을 치웠으니 너와 내가 뜻을 펼칠 때가 온 것이 야.
정후겸 ...!...
화완 회합부터 소집하거라.
정후겸 예..어머니.
S#36. 정순 처소 안. 낮
정순, 참혹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앉아있다. 석상처럼 굳어 미동조차 없는 정순의 모습. 그런 정순의 위로.
영조 (E, 소리)한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중전이 어떤 사람인지..어떤 마음 을 갖고 있는 지.. 그것을 알고 있다고..
정순, 참혹한 얼굴로 입술을 깨문다. 그런 정순의 위로.
S#37. (회상)대전침전. 낮
영조, 정순과 있다.
정순 ...저...전하!
영조 설명 같은 건, 필요 없소. 중전은 이제부터 내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마 시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길 잘...들으시오.
정순 ...!!...
정순, 두려움 어린 얼굴로 영조를 바라보고. 영조, 그런 정순을 동정 없는 표정으로 응시하는데.
영조 내 이제껏... 당신한테 속은 것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당신을 내쳐도 성 에 차지 않을 것이오.
정순 ...!!...
영조 허나, 그래도 당신의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오. 대신..죽는 것 보다 더 가 혹한 형벌로 당신을 다스릴 생각이오.
정순 (떨려온다, 나직히)...전...하..
영조 (차갑게 보다가)..당신은 지금 이 순간부터 중전이 아니오.
정순 ...전하! 그..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신첩 억울하옵니다. 부디 신첩의 말부터(하는데)
영조 (OL)내 앞에서, 내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말라했소! 그새 잊은 것이오?
정순 ...!!...
영조 ..내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이고 나는..숱한 시간을..후회하고 또 후회했소. 내가 당신의 목숨을 살려주려는 것은 오로지 그 때문이오. 왕실에..다신 그런 비극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다신 내 손으로 그 같은 짓을 하고 싶 지 않아서란 말이오.
알겠소?
정순 ...!!...
영조 ....
정순, 너무도 매몰차게 매정한 영조의 말에 눈물을 뚝ㄸ구 흘린다.
그러나 영조, 그런 정순을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볼 뿐인데.
S#38. 정순 처소. 낮
보면, 옷자락을 쥔 정순의 손이 파르르 떨려온다. 정말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
정순, 미쳐버릴 것만 같다. 참담한 마음 가눌 길이 없는데. 그때, 밖에서 강사궁이 '마마, 강상궁이옵니다'하고 안으로 들어온다.
정순 그래...내 오라비는 만나보았느냐?
강상궁 (난처한)...
정순 뭘 하는 게냐? 묻지 않느냐?
강상궁 의금부 군관은 커녕 나졸들조차 소인을 상대해 주질 않았사옵니다.
정순 ...뭐라?
강상궁 마마. 어찌하면 좋습니까? 김귀주 영감께오선 곧 유배를 가신다 하옵니다. 마마 허면 이제 어찌되는 것입니까? 김귀주 영감마저 그리 되시면 이제 궐 안에 누가 있어 마마를 지켜드린단 말입니까?
정순 ...!!...
정순, 충격을 받은 얼굴. 멍해지는데..
S#39. 노론 안가. 외경. 밤
S#40. 동. 박초 큰방. 밤
정후겸, 최석주, 화완, 홍인한을 비롯한 노론 세력들이 모여 있다. 참담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인데.
화완 다행히 정승지가 발 빠르게 움직여 다른 큰 화를 면하게 되었다는 것은 잘 알고들 계실 것입니다.
최석주, 불편한 얼굴. 대신들.. 역시 비슷한.
화완 (짐짓, 안타깝다는 듯) 모두의 목숨을 구하자면 이 길 밖엔 없었지만 그렇 다 해도 중전마마를 끝내 지켜드리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제 가슴에 한으 로 남을 것입니다. 허니, 마마를 생각해서라도 여러분 모두 다시금 각오를 다지셔야 할 것입니다.
다들..표정...
화완 해서, 오늘 이렇게 여러분을 뵙자고 청한 것입니다. 비록 중전마마께서 아 니 계신다 하나 그렇다고 우리의 뜻인 꺾인 것인 아닐터.. 이젠 흩어진 조 직을 추스르고 다시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후겸 관망이라니요?
최석주 자네와 마마께선 이 일이 무마되었다고 하나 난 그리 생각지 않네.
주상전하께서 어떤 분이신가? 우리의 꼬리를 잡고도 이걸 덮으셨다면 거 기엔 그만한 까닭이 있으신 거네. 분명 의중에, 다른 계획을 갖고 계실 거 란 말일세.
하는데..그때 갑자기 밖에서.
오정호 (소리)소인, 오정홉니다.
정후겸 (멈칫, 본다)무슨 일이냐?
보면, 문이 열리고 안으로 오정호가 들어오는데.
오정호 지금..중전마마께서 납시셨습니다.
정후겸 뭐...?!
중전이라는 말에, 모두들 놀라는데..
S#41. 동. 밖. 밤
정후겸과 화완 최석주가 당혹한 얼굴로 나오고..보면 다른 대신들도 황급히 나오는데. 보면 정순이 강상궁을 대동하고 굳은 표정으로 오고 있다.
최석주 (당혹)마마..
정순 ..
정후겸 마마, 이곳까진 어인 일이십니까?
정순 어인 일이라니? 왜, 내가 못 올 데를 왔느가?(하고)왜들 나오는 것인가?
내가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인데..
하며 정순, 모두를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고..다들, 당혹해하는 얼굴인데.
정순 이만 들어가지.
하며 정순, 몸을 움직이려는데..그때 한쪽에서
화완 송구하오나, 그건 아니 될 말씀이옵니다.
갑작스런 화완의 소리에 놀라 보는 정순. 그리고 사람들.
정순 ..뭐..라...?
화완 (나서서 지지 않고 바라보고)
정순 (쏘아보는데)아니 될 말이라니? 지금, 나한테 한 말인가?
화완 그렇습니다, 마마..
정순 ...!!....
화완 중궁전을 나서지 말라는 전하의 어명이 계셨다 들었습니다. 헌데 이곳까 지 납시다니요? 어찌 이런 경솔한 행동을 하십니까? 마마께선 저희 모둘 죽일 작정이십니까?
정순 옹주..!!
화완 전하의 노여움이 풀리기 전까진 저희도 마마를 도와드릴 수 없단 걸 마마 께서도 아실 것입니다. 허니, 이만 처소로 돌아가시지요.
정순 (파르르 떨고)
화완 (지지 않고 보는데)
정순 (최석주와 대신들을 향해) 다들..그리 생각하시오? 나더러 여기서 그냥..돌 아가라고? 말해보시오! 모두들.. 옹주와 같은 뜻이란 말이오?
정순, 분노가 어린 채 최석주를 비롯한 모여 있는 대신들을 본다. 이들, 모두 난처한 얼굴로 정순의 시선을 외면하는데. 그런 이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는 정순. 그리고, 화완 정후겸, 냉정한 눈빛으로 그런 정순을 바라보는데..
S#42. 동. 밖. 일각. 밤
정순, 문 밖으로 나온다. 그 뒤로는 강상궁과 최석주가 따라나서는데..
순간, 비틀거리는 정순, 놀란 강상궁.. '마마'하며 그런 정순을 붙잡는데..
정순 됐다.
강상궁 마마(하는데)
정순 됐다지 않느냐?
정순, 거칠게 강상궁의 손을 뿌리치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가마에 겨우 오른다.
정순 내 모두의 바람대로..죽은 사람이 되어주지.
최석주 마마..
정수 허나, 잊지 말게. 나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야! 다들 오늘의 일을 기억해 야 할 것이네. 언젠가 모두 피를 토하며 내 앞에 살려 달라며 엎드릴 날 이 올 것이니..
최석주 ..!!...
정순 (입술을 깨물며, 강상궁에게)가자.
강상궁 예, 마마.
최석주, 착잡한 얼굴로 보는데.. 하얗게 굳어진 정순의 얼굴 위로 가마의 덮개가 덮어진다. 보면, 이윽고 출발하는 가마. 최석주, 착잡한 얼굴로 멀어지는 가마를 보는데..
S#43. 가마. 안. 밤
덜컹거리는 가마 안. 보면 정순, 표정 없이 굳은 얼굴에 눈물이 그렁해지는데.
정순 ...내 결코 오늘의 수모를 잊지 않을 것이네 옹주!
S#44. 궐. 전경. 낮
조용한 궐 안이다.
S#45. 동. 영조의 집무실. 낮
영조가 있고 그 앞에 산과 홍국영이 있는데..
영조 앞으론 대소신료 회합을 세손이 주관하거라!
산 (놀라는데)
영조 지난 번 대리청정을 할 때의 잘못과 문제를 거울 삼아 세손의 뜻대로 정 사를 펼쳐 보거라.
산 전하! 소손 그럴 능력이 없사옵니다. 과분한 소임을 감당키 어려우니 거두 어 주십시오.
산의 말에 홍국영이 놀란 얼굴로 산을 보는데..
영조 아직도 나례희 사건을 떨쳐내지 못한 것이냐?
산 ....
영조 내 너의 심정이 어떨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허나 궐 안 도처에 아직도 너를 음해하고 위해 할려는 자들이 잔존하고 있음을 안다면 그리 약한 소 릴 해서는 안된다. 저들을 발본색원 하여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생기지 않 도로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산 ...
영조 (홍국영을 보고)네가 세손을 도와 저들의 뿌리까지 캐내거라. 내 그 일을 위해서라면 뭐든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알겠느냐?
홍국영 예에 전하.
S#46. 궐. 영조의 집무실 밖. 낮
나오는 산과 홍국영.
홍국영 주상전하의 명대로 이번 기회에 저들의 숨통을 조여 전의를 상실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산 아닐세.
홍국영 예에?
산 더 이상 나로 인해 궐 안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원치 않네.
홍국영 저하!
산 난 그럴 의지도 의욕도 없으니 주상전하의 명은 자네가 알아서 받들게.
산이 한쪽으로 가는데..홍국영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산을 바라본다.
S#47. 익위사 훈련장. 낮
대수와 익위사들 곤봉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긴 곤봉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세차게 부딪히는데. 그때 홍국영이 온다.
서장보, 강석기, 얼른 가고 대수도 상대편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얼른 홍국영에게로 간다.
대수 나으리!
홍국영 자넨 나만 보면 어미 젖 차즌 새끼 마냥 달려 드는구만.
대수 종일 기다렸으니까 그렇죠! 저하께선 어찌 지내십니까? 좀 괜찮아지셨습 니까?
홍국영 (심란한)...좋지 않네.
대수 ..!...
대수, 서장보, 강석기 얼굴에 근심이 어리는데..
홍국영 (씩 웃으며)이 사람들 저하께서 잠시 기운을 잃었다고 자네들까지 쳐지면 되겠는가?
대수 나으리..
홍국영 지금 저하껜 시간이 필요하신 것이네. 이제껏 수많은 일들을 견뎌 오신저 하가 아니신가? 이 시간이 지나면 더 강건해질 테니 마음 놓게.
대수 ....
홍국영 대신 그 사이 자네들을 나와 함께 해야 할 일이 있네.
강석기 뭡니까? 나으리.
홍국영 (미소를 띠며)저하께서 기운을 차리셨을 때 드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일세.
S#48. 기방. 낮
홍국영, 대수, 서장보, 강석기 있다. 그 앞에 술상 놓여 있고.
서장보 또 목숨을 걸어야 되는 일입니까?
홍국영 (웃으며)이번엔 그리 위험한 일은 아니니, 너무 걱정 말게.
강석기 허면, 대체 뭡니까?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홍국영 (술한잔 마시고 내려놓고 보고) 내 이번 기회에 노론 벽파 세력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볼 생각이네.
대수, 강석기, 서장보, 보고
홍국영 지피지기면 백전불패하지 않던가? 나례희 사건을 조사하며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긴 했으나 아직 조정에 자리한 저들의 세력을 모두 파악하지 는 못했네. 하여 이번엔 반드시 조정을 장악해온 노련벽파의 실체를 캐낼 작정이네.
서장보 하지만, 나으리 이번에 그리 호되게 당했는데 설마 놈들이 나대겠습니까?
홍국영 모르는 소리 말게. 권세란 한번 맛들이면 죽기 전에 절대로 놓지 못하는 거네. 아니 죽어서도 놓지 못하는 것이 바로 권세지. 저들이 지금은 숨을 죽이고 있을지 몰라도 분명, 언제고 다시 저하를 위협할 것이네.
대수 맞습니다, 나으리. 이번 기회에 아주 끝장을 봐야 합니다.
홍국영 그간 드러난 승지 정후겸, 이판 최석주 뿐만 아니라 호판 민태식, 공조 참 의 박원명, 한성판윤 백동청까지 그들의 동태는 물론 어떤 자들을 가까이 하는지 모두 살펴봐야 하네.
S#49. 기방 마당. 낮
서장보, 강석기 나오는데, 금홍과 소향 등이 배웅을 한다. 서장보, 기생들이 지분거리면서 나오는데.. 집사가 다가온다.
집사 왜 먼저 나오십니까, 나으리?
서장보 우린 일이 있어 먼저 들어가 봐야 하네.
이때 나타나는 매향, 서장보에게 다가간다.
매향 나으리,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서장보 뭔가?
매향 안에 계신 집의 나리 말입니다. 그 양반이 기침만 해도 육조가 벌벌 떤다 는데 정말입니까?
서장보 거 소식 한번 빠르구만. 홍집의 나리로 말하자면 세손저하의 총애는 물론 주상전하의 신임까지 받고 계시니 실세 중에 실세지..
강석기 (당황)자네 무슨 소리하는 겐가?
서장보 사실인데 뭐 어떻나? 그러니 지금부터 잘 보이는 게 좋을 걸세.
저하께서 보위에 오르시는 날엔 홍집의 나리 기침에 이 나라가 벌벌 떨게 될 테니..
매향 ...!!...
S#50. 기방. 낮
홍국영, 대수가 있다. 보면, 홍국영 착잡한 얼굴로 술잔을 따른다.
홍국영 내 자네들한테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으나 저하의 상태가 심각하네.
대수 왜 안 그렇겠습니까? 저하만 생각하면 제 가슴이 다 터질 것 같은데요.
홍국영 뭔가 위안이 될 만한 것이 있었으면 싶은데.. 그게 뭘지..
대수 ....
S#51. 효의 처소. 낮
효의, 먹먹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고, 김상궁, 잠자리를 살핀다.
김상궁 (마치고 보며)마마 그만 침소에 드십시오. 벌써 며칠째 잠도 제대로 주무 시지 않고 계십니다.
효의 (이내 보고)알겠네. 그만 가 보게.
김상궁 아닙니다, 마마. 또 밤새 안 주무시고 한숨만 내쉬고 계실텐데 소인이라도 곁에 있겠습니다.
효의 (미소 지으며)자넨 늘 그렇게 나한테 떼를 쓰는군. 저하께서도 내가 그리 억지를 부리고 떼를 써주시면 좋을텐데 말이야.
김상궁 마마!
효의 언젠가 저하께선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네. 좋은 지아비가 되진 못하겠지 만 노력하시겠다고.. 힘들지 않게 외롭지 않게 최선을 다 하실 거라고 말 이야.
김상궁 ..!...
효의 저하께선 그 약조를 지키셨네. 늘 나를 보면 따뜻하게 웃어주셨고 늘 내 건강을 살펴주시고..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게 내 손을 잡아주셨지. 단 한 번도 내게 찌푸린 얼굴을 보이신 적이 없었어. 헌데도 나는 자꾸만 더 욕 심이 나네. 나는 저하께서 내게도 지친 얼굴을, 아픈 마음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
김상궁 ...!....
효의 아는가? 만약에 내가 더 욕심을 내도 된다면 나도 저하의 최선이 아닌 그 분의 마음을 얻고 싶네!
김상궁 (...!!..) 마마..
효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 눈물이 어려 고개를 돌리는데...
S#52. 동. 앞. 밤
김상궁, 착잡한 얼굴로 안에서 나온다. 눈물이 어려 보는데..
그러다 김상궁, 뭔가 결심이 어리는 얼굴.
S#53. 동. 일각. 밤
김상궁, 궐 안 나인 하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상궁 일전에 내가 일을 부탁했던 네 오래비 말이다.
한나인 예. 마마..
김상궁 가서 니 오래비한테 전하거라.
김상궁, 나인에게 뭐라 귓속말을 하는데...
S#54. 달호의 집. 밤
송연과 남사초가 마당에서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다.
그때 안으로 대수가 들어온다. 송연, 그런 대수를 보고 반색이 되는데.
송연 대수야..
남사초 이제 오느냐?
대수 남내관 나리께서 어쩐 일이세요?
남사초 급한 얘긴 나중에하고 일단 날 따라나서거라. 지금 저하께서 너희를 찾으 신다.
대수 예..? 저하께서요?
대수, 무슨 일인가..보는데...
S#55. 도성 일각. 밤
남사초, 앞장서 가고, 대수, 송연 뒤따라 간다. 좁고 어두운 길로 계속 가는 남사초.
대수, 아무래도 이상하다.
대수 나으리. 대체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여긴 궐루 가는 길이 아닌데..
남사초 ...궐로 가는 게 아니다.
대수 예...?
송연과 대수 의아한데..
S#56. 주막. 밤
주막 평상에 술상이 차려져 있고 산이 앉아 있다. 그 앞에 주모가 있는데..술잔을 들이키는 산, 취해 있다.
주모 저기 추운데 예서 이러지 말고 그만 방으로 들어가자니까요. 설설 끓는 봉노방 놔두고 이게 무슨 궁상입니까?
산 됐네. 설설 끓는 방이 없어도 내 가슴이 펄펄 끓는다네.
주모 어디..어디요?
주모, 산의 가슴에 슬쩍 손을 넣어 보는데..
주모 정말 따뜻하네요.
산 (씩 웃으며)뭐하는 겐가? 자네 지금 날 유혹하는가?
주모 (색기어린 눈빛으로 실실 웃으며)못할 거도 없지요. (슬며시 산 옆으로 바 짝 다가 앉으며)나으리 가슴만 펄펄 끓는 게 아니라 이년 몸뚱아리도 펄 펄 끓습니다.
산 (웃으며)그런가?
주모 아 그러니까 그만 방으로 들어가자니까요.
이때 주막으로 들어서는 남사초와 대수 송연. 주모 화들짝 놀라서 산에게서 떨어지는데.. 대수와 송연, 평상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산을 보고 놀란다.
산 (송연과 대수를 보고 씩 웃으며)왔느냐?
송연 저하..
대수 저하.
송연과 대수의 저하란 말에 주모 경악하는데..너무도 놀라서..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다시피 한다.
남사초 (주모를 보고)자넨 그만 물러가 있게. 오늘 본 것은 절대로 함구해야 하 네.
주모 예..나으리.
주모..후다닥 사라지는데..
산 뭣들 하냐냐? 그리 섯지 말고 앉거라.
대수 저하! 이리 누추한데서 뭐하시는 겁니까?
산 동무들을 만나는데 누추한 데가 무슨 상관이겠느냐? 어서 앉거라.
내 너희들하고 옛날 얘기를 하고 싶어 불렀다. 아무리 떠올려 봐도 내가 행복했던 순간은 그때 뿐인 거 같구나.
송연 (눈물이 핑돈다)...저하.
산 송연아..
송연 예..저하.
산 (미소띤 얼굴로 송연을 바라보고) 난 너희들을 만나 이리 즐거운데..왜 우 는 것이냐?
송연 ...저하!
대수 (눈물이 흘러내리고)...저하!
산 (웃으며)..그놈들 참..난 눈물이 말라 울음도 안 나오는데 너흰 잘도 우는 구나.
산이 술잔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는데..그런 산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해지고..
S#57. 저자거리. 밤
술에 취한 산을 대수가 업고 간다. 그 뒤를 따르는 남사초와 송연.
산을 업고 가는 대수와 송연, 눈물이 그렁한 얼굴인데..
S#58. 궐 일각. 낮
김상궁, 급히 간다.
S#59. 효의의 처소. 낮
효의 있는데 '마마 김상궁이옵니다'하는 소리 들린다. 김상궁, 들어와 앉는다.
효의 저하께선 어찌하고 계시더냐?
김상궁 난처하다)마마..그것이..
효의 (이상해서)왜 그러냐? 저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김상궁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저하께서 간반에 궐 밖을 나가 대취하여 돌아오셨 다 하옵니다.
효의 ...!!...
효의, 당혹스런 얼굴로 김상궁을 보는데.
S#60. 혜빈 처소. 낮
혜빈, 홍봉한과 있다.
홍봉한 마마 저하를 저대로 두실 것이옵니까? 지금이라도 마마께서 나서시어 저 하의 성심을 굳건히 하도록 하셔야 하옵니다.
혜빈 ...
홍봉한 마마!
혜빈 아무리 자식이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기다리는 것 밖에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그때, 이상궁이 '마마, 빈궁 마마께서 드셨습니다'하는 소리가 들린다. 효의가 들어와 앉는다.
효의 어마마마..
혜빈 무슨 일입니까? 빈궁.
효의 저하께서 간밤에 궐 밖에 나가셨다가 대취하여 돌아오셨다 하옵니다.
모두 ...!!...
혜빈 (믿을 수 없다)그럴 리가요?
효의 저도 믿을 수 없어 동궁전 내관에게 확인을 하였습니다.
혜빈 ...!!...
효의 (눈물이 어린다)어째 해야 할지 모르겠다니, 어마마마. 저하께서 저리 힘 겨워하시는데 저는 어찌해야하는 것인지.. 이런데도 계속, 지켜만 봐야 하 는 것인지 그것을 알 수 없어 너무 괴롭습니다. 어마마마.
혜빈 (안타깝다)빈궁..
효의 ...
효의, 눈물이 어리고, 혜빈과 홍봉한, 안타까운 얼굴로 효의를 보는데.
S#61. 동궁전. 밤
산, 망연한 얼굴로 한쪽 팔을 이마에 얹은 채 상념에 잠겨있는데 그때, 남사초가 들어온다.
남사초 저하..혜빈마마와 빈궁마마께서 찾아계시옵니다.
...어찌 할까요?
산 (낮게)...뫼시게.
남사초, 나가고 혜빈, 효의 들어온다. 산,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옮겨 앉으려 하는데.
혜빈 아닙니다, 세손 앉아계세요.
산 (자리에 앉고)송구합니다, 어마마마
효의 저하..
혜빈 (가슴이 아린다)내가 왜 세손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내 가슴이 이리 미 어지는데 세손의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산 ....
혜빈 허나, 세손 뷔 옥체만은 보존해주세요. 세손만 믿고 살아가는 빈궁과 이 어미를 생각해서라도 몸이 상하지 않게 살펴주세요. 이 못난 어미의 마지 막 부탁입니다, 세손.
산 예...어마마마.
효의 (안타까움 어려 산을 보는데)
S#62. 동궁전 밖. 밤
산이 있으면 돌아갔던 효의가 다시 온다.
효의 저하!
산 (멈칫, 돌아본다)빈궁! 어찌 된 것이오? 처소로 돌아가지 않았소?
효의 아직 동궁전 뜰에 계신단 말씀을 듣고 왔습니다.
산 내 못난 모습을 보여 빈궁에게 자꾸 걱정을 끼치는구료.
효의 당치 않으시옵니다 저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산 날이 많이 차오. 허니, 이만 돌아거서 쉬구료.
효의 하오면 저하께서는..
산 난 잠시 생각할 것이 있으니 좀 더 있다 가겠소.
효의 괜찮으시다면..저도 곁에 있겠습니다, 저하.
산 ...
효의 이까짓 찬바람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하. 백날이고 천 날이고 저하께 서 이곳에 계시다면 신첩도 그리할 수 있습니다.
산 ....
효의 신첩, 저하를 이리 두고 혼자만 근심을 피하고 혼자만 모진 바람을 피해 숨어있고 싶지 않습니다. 하오니 저하! 신첩한테도 조금만 저하의 그 짐을 나눠주실 순 없으십니까?
산 ..!!...
효의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어려 보는데)
S#63. 개유와(시강원). 밤
골몰하게 무언가 생각하는 산
효의 (E)신첩 저하를 이리 두고 혼자만 모진 바람을 피해 숨어있고 싶지 않습 니다. 하오니 저하 신첩에게도 조금만 저하의 그 짐을 나눠주실 순 없으 십니까?
S#64. 동궁전 뜰. 밤
뜰을 거니는 산, 그 얼굴에...
영조 (E)아직도 나례희 사건을 떨쳐내지 못한 것이냐?
산 ....
영조 (E)내 너의 심정이 어떨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허나 궐 안 도처에 아직 도 너를 음해하고 위해하려는 자들이 잔존하고 있음이 안다면 그리 약한 소릴 해서는 안된다. 저들을 발본색원 하여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니냐.
S#65. 사헌부 집무실. 낮
홍국영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이때 남사초가 급하게 들어온다.
남사초 홍집의
홍국영 어인 일이십니까?
남사초 저하께서 번암대감과 자넬 찾으시네.
홍국영 무슨 일로 찾으신 건지 모르십니까?
남사초 글쎄..자세한건 모르겠네만 번암대감과 자넬 찾는다는 건 이제 마음을 추 스르시고 본격적으로 정사를 돌보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홍국영 ....
S#66. 동궁전. 낮
산이 있고 그 앞으로 채제공과 홍국영이 있는데..
홍국영 (놀란 얼굴로)지금 탕평책이라 하셨습니까?
산 그렇네. 이번 나례희 사건으로 나를 암살하려했던 자들을 색출하여 징벌 하는 것은 일회적인 한풀이 밖에는 안될 것이네. 허나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국정을 주도해온 노론 벽파를 견제하고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인 재들을 고루 등용할 기회로 삼을 것이네.
채제공 저하의 의중은 알겠습니다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전하께서 보 위에 오르신 후 수십 년 간 애를 쓰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탕평 책입니다.
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나례희 사건으로 저들은 내게 빚을 지고 있 으니 큰 반발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홍국영 하오면 일단 저들 세력의 소장세력인 이판 대감부터 만나시어 저하의 의 중을 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지요.
산 알았네. 또 한 가지 번암대감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채제공 하명 하십시오.
산 지금 난항을 겪고 있는 청국과의 교역 문제를 풀고 싶습니다. 청국과의 교역은 우리 백성들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청나라에 동지사를 겸한 교역 사신단을 보내야겠습니다. 특 히 모피 인삼, 약재 등 우리의 중요 수출물목과 청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단과 모자 등의 수량과 종류 등 교역현안에 대해 이번에는 필히 담판을 지어야겠습니다. 사신단의 구성과 교역문제를 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 주세요.
채제공 그리하겠습니다, 저하.
S#67. 궐 일각. 낮
김상궁, 앞 씬 산의 동태를 알아보라 지시했던 나인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귓속말을 듣는 김상궁, 경악하는 얼굴인데.
김상궁 그게 정말이냐?
한나인 예...마마님.
김상궁 알았다, 애썼다. 이 일은 비밀에 붙이거라! 알겠느냐?
나인 예...
사람, 한쪽으로 가면 김상궁, 고민하는 얼굴.
S#68. 효의 처소. 낮
효의, 김상궁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다. 효의, 놀라는 얼굴인데.
효의 정말 저하께서 송연이를 만났단 말이냐?
김상궁 그 계집을 만나서 그리 대취하신 거랍니다.
효의 ....
김상궁 그러게 제가 뭐라 했습니까? 진작에 그년을 요절을 내야한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효의 ..!...
김상궁 그년 하는 짓이 이런데도 정말 참고 넘기시겠습니까? 이젠 마마께서 말리 신다 해도 제가 눈 뜨고 보질 못 하겠습니다 마마!
효의 (애써 마음을 추스르는) 그러지 말게. 이런 때 그 아이라도 저하께 위안이 된다면 다행인 거지.
김상궁 마마..!
효의 ...
효의 애써 말은 그리 하지만..가슴 한 켠이 아리도록 아픈데..
S#69. 동. 밖. 낮
김상궁, 잔뜩 상기되어 밖으로 나온다.
김상궁 다행이라니? 다행이라니? 마음이 좋으신 것도 한계가 있지! 어찌 저렇게 무르고 답답하실 수가 있어?
김상궁, 안되겠다. 이대론 더 못 본다.. 김상궁, 결심을 굳힌 얼굴로 어디론가 가는데.
S#70. 혜빈 처소. 낮
혜빈이 있는데..이상궁이 들어와 아뢴다.
이상궁 마마, 빈궁마마 처소의 김상궁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혜빈 (의아)..김상궁이?
이상궁 예, 마마.
혜빈 들라하게.
이상궁 예..
이상궁 물러서 나가면..혜빈 무슨 일일까.. 의아한 얼굴.
그때 김상궁, 긴장한 표정으로 처소 안으로 드는데..김상궁 안으로 들어와 예를 표하고.. 자리에 앉는다.
혜빈 자네가 무슨 일인가? 혹, 빈궁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김상궁 마마.. 소인 긴히 드릴 말이 있습니다.
혜빈 말해보게.
김상궁 제가 오늘 마마를 찾아뵌 것은 부디..비밀로 해주십시오.
제가 이 사실을 마마께 알린 것을 빈궁마마께서 아시면 소인은 죽은 목숨 입니다.
혜빈 (당혹스럽다)..대체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기에 빈궁 몰래 내게 말을 전 한다는 것이야?
김상궁 먼저 약조를..
혜빈 알겠네. 어서 말을 해보게.
김상궁 ..!...
혜빈 (굳은 표정으로 보고)
김상궁 (결심이 어리는데)실은...오래전부터 세손저하의 일로 마마께 꼭 고할 말 이 있었사옵니다.
혜빈 ..세손의 일?
김상궁 예, 마마.
혜빈 ..!...
S#71. 개유와. 낮
산이 있는데 이때 최석주가 들어와서 예를 갖춘다. 최석주 잔뜩 긴장한 얼굴인데..
산 앉으세요.
최석주가 자리에 앉으면..
산 내가 대감을 뵙자 청한 것은 대감께 제안을 할 게 있어섭니다.
최석주 말씀 하십시오.
산 제안을 하기 전에..요즘 홍국영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최석주 ...?
산 주상전하의 어명으로 나례희 사건의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석주 (놀란다)..나례희 사건의 관련자라니요? 나례희 사건은 주상전하께서 사고 로 인한 것이였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산 그것이 사고가 아니였음은 대감도 나도 주상전하께서도 아시는 일 아닙니 까?
최석주 (얼굴이 굳어지는데)...
산 홍집의가 조사하고 있는 사람 중엔 대감도 들어 있습니다.
최석주 (파랗게 질리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산 ...
S#72. 궐 일각. 낮
정후겸이 가는데 이때 맞은편에서 최석주가 온다.
정후겸이 최석주에게 예를 갖추는데..
정후겸 대감 안색이 어두우십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최석주 자네 요즘 홍국영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들었나?
정후겸 ...?
최석주 주상전하의 명으로 우리 쪽 뒤를 캐고 다닌다네.
정후겸 (놀란다)...
최석주 덮고 넘어갈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일세. 자네도 조심하게.
최석주가 한쪽으로 가면..정후겸 심각한데..
S#73. 화완 처소. 낮
화완과 정후겸이 있는데..
화완 그게 무슨 소리냐? 청국으로 가는 동지사를 따라 네가 사신단으로 자청해 서 떠나겠다니?
정후겸 예에 청나라로 가야겠습니다.
화완 청나라로 간다면.. 그 먼 길을 왜 그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이냐?
정후겸 주상전하께서 세손과 홍국영한테 노론벽파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라 명하 셨다 합니다.
화완 뭐야?
정후겸 ...
화완 (놀란다)..지난 번 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단 말이냐?
정후겸 예에
화완 (긴장 한다)
정후겸 이럴 땐 얼마 간 피해 있는 것이 상책입니다. 청국에 가서 바람이나 쐬다 돌아오면..그땐 잠잠해 지겠지요.
화완 (그럴 수도..고개를 끄덕인다.)
S#74. 도화서 일각. 낮
송연이 혼자 화구를 정리하는데 문득 상념에 빠지는 그런 송연의 얼굴 위로 산이 떠오른다.
산 (E, 미소띤 얼굴로 송연을 바라보고)난 너희들을 만나 이리 즐거운데 왜 우는 것이냐?
송연 (E)..저하!
대수 (E,눈물이 흘러내리고)...저하!
산 (E, 웃으며) 그놈들 참.. 난 눈물이 말라 울음도 안 나오는데 너흰 잘도 우는구나.
송연..산을 떠올리고 심란한데..이때 초비가 들어오는데.
초비 송연이 너! 날 속였지? 어쩜 얘기 그럴 수 있니?
송연 (미소 띠고)죄송해요, 언니.
초비 (기가 막히고)세상에 착하고 순진한 척은 혼자 다 하는 얘가 어쩜 능청스 럽게 거짓말도 잘하는지? 내가 졌다. 너희 재주와 능력에 내가 완전히 졌 어.
송연 (웃는데)...
초비 웃지마 이것아! 참 너 들었니?
송연 뭘요?
초비 얼마 안 있음 청국으로 동지사 사절단이 떠난대! 그럼 우리 도화서에서도 화원 나으리하고 다모가 가는 거지.
송연 ...
초비 겨울에 그 먼 길 떠나는 게 고생스럽긴 해도 가기만 하면 정말 좋다던데..
송연 뭐가 좋은데요?
S#75. 도화서 일각. 낮
달호 동지사 사절단에 끼기만 하면 떼돈을 번다는 거 아닙니까?
이천 무슨 수로 돈을 버는데?
달호 나참 이렇게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야. 동지사 사절단엔 상단이 함께 가거 든요. 그때 인삼을 가져가서 팔면 수십 곱절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이천 수십 곱절?
달호 예에. 동지사 사절단엔 도화서 화원도 가는 거 아닙니까?
탁지수 당연히 가지.
달호 (이천을 보고)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가십시오. 이번 기회에 나으리 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란 말입니다.
탁지수 (이천을 보고)자네 고민이 뭔가?
이천 돈일세 난.. 돈을 벌어야 하거든.
이때 도화서로 오는 혜빈 처소의 이상궁과 나인들.
이상궁 여기..성송연이란 다모가 있소?
다들 의아한 얼굴로 이상궁을 보는데..이때 한쪽에서 초비와 함께 나오는 송연.
이천 송연아, 궐에서 널 찾으신다.
송연 (이상궁을 보는데)...?
S#76. 혜빈 처소 마당. 낮
혜빈이 있는데..이때 효의가 김상궁과 함께 오는데..효의 혜빈에게 예를 갖추는데..
효의 찾으셨습니까?
혜빈 내 빈궁한테 긴히 할 말이 있어 불렀어요.
효의 ...?
이때 혜빈 처소 마당으로 이상궁과 나인들이 오고 그 뒤를 따라 송연이 들어오는데..효의, 송연을 보고 놀란다. 송연 역시 혜빈과 효의를 보고 놀라는데..혜빈 굳은 얼굴로 송연을 노려보고 뭔가 불안한 예감이 스치는 송연의 얼굴에서..엔딩.
.이산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