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32
<이산 32부>
S#1. 동. 방안. 낮
혜빈이 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그 옆에 효의, 앞으로 송연이 앉아있다.
혜빈, 차가운 표정으로 송연을 가만 바라보다가.
혜빈 왜 내가 너를 여기까지 불렀는지 알겠느냐?
송연 ...망극하오나..모르겠사옵니다 마마.
혜빈 ...그래?
송연 ....
효의 ...
혜빈 며칠 전 세손께서 궐 밖에 나가 술을 자셨다. 내 전해 듣기론, 그 날 니가 곁에서 수발을 들었다는데..맞느냐?
송연 ...!!...
효의 (놀란다. 어떻게 그걸..!)
혜빈 어찌 대답이 없느냐? 그것이 사실인가 묻지 않느냐?
송연 ..그...그렇사옵니다.
혜빈 ...!!...
송연 하오나 마마..(하는데)
혜빈 (o.l) 그뿐이 아닐 것이다. 그간 세손을 만나러 사사로이 궐을 출입함은 물론이고 심성이 어진 세손을 움직여 다모의 신분으로 도화서의 화원까지 되었다 물었다. 그 또한 사실이렸다?
송연 (..!!...)..마..마..
혜빈 발칙하고 방자한 것 같으니라구. 니가 감히 왕실의 지엄함을 어찌 알고 그처럼 방자한 행실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송연 ...!!...
혜빈 (매섭게 보고)
효의 (보다 못해 나선다)어마마마! 무언가 오해가 있으신 듯 하옵니다. 그것은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혜빈 (ol)빈궁은 가만 있으세요.
효의 (ol)하오나 어마마마! 이 아인 세손저하의 오랜 동무입니다. 그것은 저 도...(하는데)
혜빈 (기막힌ol)동무요? 지금 동무라 하셨습니까? 한낮 천한 다모가 세손의 동 무라니요? 그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란 말입니까?
효의 ...!!...
송연 ...!!...
혜빈 빈궁도 그렇습니다. 세손이 궁인도 아니고 궐 밖의 천한 아이와 어울려 다녔습니다! 이것이 세손의 전정(앞길)에 어떤 누가 될지 모르셨습니까? 그것을 몰라 여태 내게 쉬쉬하셨단 말씀입니까?
효의 ..어마마마
송연 ..!...
혜빈 (다시, 송연에게)내, 니가 지은 죄를 생각한다면 엄한 매질로 널 다스리고 당장이라도 도화서에서 내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허나, 내 빈궁과 세손 의 면을 봐 참을 것이니..다신 세손의 곁에 얼씬거리지 말거라.
송연 ..!!...
혜빈 만약, 이처럼 황망한 말이 또 한 번 들린다면 내 결단코 너를 용서치 않 을 것이다. 알겠느냐?
송연 ..!!...
효의 ..!!...
혜빈 어찌 대답이 없느냐?
효의 ..!...
송연 (겨우)..예..마마..
효의 ..!...
혜빈, 노기 어린 얼굴로 시선을 들고 효의 어찌하면 좋은가..안타까운 표정으로 송연을 보는데.. 보면, 참혹한 심정이 어리는 송연.
S#2. 동. 처소 밖. 낮
송연, 망연한 얼굴.. 참혹한 심정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데.. 보면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다가 그런 송연을 보는 김상궁.
김상궁 지금 가는 게냐?
송연 ..예, 마마님.
김상궁 너, 왕실 내명부 서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지? 매질 당하다 골로 가고 싶지 않으면 혜빈마마 말씀, 잘 새겨듣거라.
송연 ...
김상궁 가 보거라!
송연, 굳은 표정으로 예를 표하고 돌아서면, 김상궁 그 뒷모습이 좀 안됐다..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김상궁 자업자득이지 뭐..자업자득이야.
S#3. 동. 처소 안. 낮
혜빈과 효의가 있다.
효의 어마마마. 어디서 무슨 말씀을 들으신 줄은 모르오나 오해시옵니다.
혜빈 오해요? 허면, 저 아이가 옹주 처소에 드나드는 것도 오해란 말입니까. 옹 주가 저 아이의 뒤를 봐주는 것도 오해란 말이에요?
효의 ..!!.. 어마마마..그것을 어찌?
혜빈 내게도 눈과 귀가 있습니다. 작정하고 들자면 무엇을 모르겠습니까?
효의 ..!...
혜빈 참으로 알면 알수록 기막히고 요망한 아이더군요. 나는, 저 아이보다 빈궁 한테 더 화가 납니다. 저런 아이가 세손의 곁을 도는데 어찌 그걸 묵과하 셨단 말입니까?
효의 ..!...
혜빈 궐 안팎에 세손을 음해하는 무리들이 넘쳐나는 땝니다. 작은 일 하나도 조심하고 삼가야할 때 이런 작은 구설 하나가 저들한테 어떤 빌미가 될지 생각하셨어야지요. 작정하고 들자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저들이 아닙니 까?
효의 ..!!...
혜빈 ..어질기만 한 빈궁의 성정을 내 어찌 모르겠습니까? 허나, 투기하지 않는 것만이 아녀자의 도리가 아닙니다. 세손의 앞길에 누가 될 아이라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손을 썼어야지요.
효의 ...송구..하옵니다..어마마마.
혜빈 (착잡한 얼굴로 보다가)어쨌든, 앞으로 빈궁은 모른 척 물러나 계세요. 내 마음에 작정한 바가 있으니 저 아이 일은 내가 알아서 치리할 것입니다.
효의 (..!!...)...어마마마, 처리한다니..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혜빈 (굳은 표정, 대답이 없다)
효의 (어찌하면 좋은가..두려워지는데)
S#4. 동. 화실. 낮
송연, 착잡한 얼굴로 화실로 들어온다. 문을 닫고 기대어 서는 송연. 그제야 송연, 참았던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는데.. 그런 송연의 위로.
혜빈 (E, 소리)발칙하고 방자한 것 같으니라구! 니가 감히 왕실의 지엄함을 어 찌 알고 그처럼 방자한 행실을 할 수 있단 말이냐?
그 위로 다시.
혜빈 (E, 소리) 세손이 궁인도 아니고 궐 밖의 천한 아이와 어울려 다녔습니 다.! 이것이 세손의 전정에 어떤 누가 될지 모르셨습니까?
가슴이 아픈 송연, 그 위로 다시
혜빈 (E,소리) 다시 세손의 곁에 얼씬거리지 말거라! 만약, 이처럼 황망한 말이 또 한 번 전해진다면 내 결단코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알겠느냐?
송연, 이제 어찌하면 좋은가..가슴이 미어지는데..
S#5. 궐. 대전 앞. 낮
산이 동궁전 상고 박상궁 등을 대동하고 대전 앞으로 걸어오고 있다.
S#6. 동. 밖. 낮
최석주가 홍인한과 대신들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때 산이 온다. 최석주 등 얼른 산을 향해 예를 갖추는데 산, 담담한 얼굴로 인사를 받고 이내 최석주를 향해.
산 (여유있고 담담하게)..어찌되어가고 있습니까? 이판대감.
최석주 (멈칫, 놀란다)
산 말씀드렸다시피 난, 오래 기다리지 않습니다.
최석주 ..!!...
산,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가는데.. 대신들, 무슨 말인가..의아한 표정들.
홍인한 무슨 말입니까? 대감.
최석주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석주, 당혹감 어린다. 멀어지는 산을 보는데 그 위로
S#7. (회상)동궁전. 낮(31부 71씬에 이어)
산과 최석주가 마주 앉아 있다. 싸늘하게 최석주 보는 산.
산 난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마음만 먹는다면 더 많은 것을 알 아낼 수 있다는 것을 대감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최석주 ..!...
산 허나, 난 대감께 시간과 기회를 주려합니다.
최석주 ..!...
산 내가 어좌에 앉기 전에 경들의 파벌을 경들 스스로 종식시키도록 하십시 오. 허나, 그것이 여의치 않게 된다면..난 기꺼이 조정을 혼란에 빠트릴 각오가 되어 있소.
최석주 ..!...
산 자 이제, 살길을 찾자면 대감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생각해야 할 것입 니다. 난 지금, 마음이 아주 바쁩니다. 허니,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에요.
최석주 ..!...
산 (서늘한 눈빛으로 보는데)
S#8. 동. 궐 일각. 낮
산의 말을 떠올리는 최석주. 굳은 표정, 갈등이 어리는 얼굴인데.
S#9. 익위사 훈련장. 낮
강석기, 서장보 대수가 앉아서 활줄을 묶고 있다. 강석기, 활대를 구부려서 활시위를 걸려는데 잘 안 된다. 대수가 보더니 쉽게 활대를 구부려서 활시위를 걸어준다.
강석기 자넨 기운도 좋구만.
대수 저야 기운이 남아돌죠. 우리 저하께서 기운이 없으셔서 그렇지..
서장보 그래도 요즘은 저하의 안색이 좀 밝아지신 것 같던데..
대수 그래도 전 불안합니다. 두 분은 모르십니다. 저하께서 술까지 드시구 그러 실 땐 제가 정말 속이 터져서..아니..정말 애들 투정하는 것도 아니고 정 말 왜 그러시는 건지?
그때 강석기, 서장보가 대수의 등 뒤를 보며 저하! 외치며 서둘러 일어선다.
대수가 놀라서 돌아보면 등 뒤에 산과 홍국영이 서 있다.
대수 ...저하?
산 이런, 들켰구만. 우세마가 날 두고 뭐라 툴툴대나 들어보려 했는데.
대수 저하..툴툴대다니요? 저는 그런 게 아니라(하는데)
홍국영 (ol,짐짓, 놀린다)저하, 한번만 용서를 해주시지요. 원래 없는 데선 임금님 욕도 하는 법이 아닙니까?
대수 나으리..?!
산 (짐짓)하긴, 다 내가 못나서 먹는 욕인데 어쩌겠는가?
대수 (화들짝)..요..욕이라니요? 아닙니다. 저하. 제가 감히 어찌(하는데)
산 (ol)가세. 말로 어디 그 울분이 풀리겠는가? 날 후려칠 기횔 주겠네.
대수 예에?
S#10. 동 일각. 낮
대수, 산에게 예를 표하고 이내 눈빛을 빛내며 기합을 지르며 달려든다.
공격하는 손놀림이 빠르다. 그러나 번개처럼 막아내는 산.
산, 대수의 빠른 손놀림 느끼자 기분 좋은 표정이다. 그리고 이내, 대수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산.. 뒤로 밀리는 대수,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하고 산, 멈칫..속도를 늦춘다. 이어 다시 자세를 잡는 대수. 보면, 익위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련을 하고 있는 산과 대수.
보면 멀리 그런 산과 대수를 바라보는 남사초와 채제공.
남사초 이제야 저하의 본 모습을 되 찾으신듯 합니다.
채제공 그래..다행일세..
보면, 두 사람의 시선으로 산과 대수의 모습이 비춰지고.
S#11. 기방 마당. 낮
매향과 금홍, 소향 등 기생들과 기방 집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웅성거리며 서 있고
집사 대체 누가 왔다는 게야?
소향 모르겠어요. 누군지..
이때 소피를 보고 지나가던 서장보고 매향에게 당부한다.
서장보 이보게. 매향이 지금 안에 정말 귀한 손님이 계시네. 사람들을 물리고 아 무도 얼씬하지 못하게 하게.
매향 예, 나으리.
금홍 (보려고 머리를 빼며)근데, 귀한분이 누구신데요? 나으리..
서장보 (막아서며)어허! 알려고 하지 마라. 알면 다친다.
S#12. 동. 기방 안.
산, 홍국영, 강석기, 서장보, 대수 앉아 있다.
산 여기가 자네들이 즐겨 다니는 기방인가? 앞으로 이렇게 좋은 덴 자네들끼 리만 오지 말고 종종 나도 끼워 주게나.
산의 말에 모두들 머쓱하게 미소 짓는데..
홍국영 한 잔 받으십시오. 저하.(따라주는)
산 (잔 받으며)오늘은 딱 한잔만 받을 것이네. 이제 더는 취해 비틀거릴 시간 이 없으니 말일세.(하며 대수 보고)
대수 (기쁘다) 저하..
산 (술 한 잔 비우고)이제 자네들이 나와 함께 할 일이 많네. 내 정신없이 자 네들을 부려먹을 것이네.
홍국영 얼마든지 부려 먹으십시오. 소신은 충분히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강석기 저희 익위사들 또한 저하를 위해 목숨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산 고맙네. 자...드세.
산이 잔을 치켜 들면..다들 잔을 들고..단숨에 술잔을 비운다.
S#13. 주막. 낮
달호와 막선이 있는데..
막선 (놀라고)예? 이백냥요? 그 큰 돈을 어디서 구해요?
달호 큰 돈인 줄은 아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번 구해봐. 내 이번 기회에 자 네 팔자를 확 피게 해 줄테니..
막선 그러나 잘못되기라도 하면..쫄딱 망하는 거 아니예요? 그러지 말고.. 우리 작게 먹고..작게 싸고 살아요.
달호 어허 이 사람이!! 어딜 봐서 내가 작게 먹고 작게 쌀 사람으로 보이나? 정 믿지 못하겠으면 말고!
막선 (ol)아 아니예요. 알아볼게요.
막선..걱정스런 얼굴로 한쪽으로 가고나면..이때 이천이 들어온다.
이천 이보게 달호. 어찌 됐는가?
달호 저야 착착 준비하고 있습니다. 헌데 나으리는 어찌 됐습니까?
이천 돈이야 어떻게든 마련해 본다지만 내가..동지사 사절단에 낄 수 있을지.. 그건 장담 못하겠네.
달호 나 원. 이제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찌 됩니까?
이천 저..그래서 하는 말인데 자네가 대수한테 부탁 좀 해 줄 수 없겠나?
달호 대수한테 뭔 부탁을 하란 겁니까?
이천 ..대수는 세손 저하를 지근에서 보필하는 익위사가 아닌가? 대수의 힘이라 면 나하나 동지사 사절단에 포함시키는 건 일도 아닌 거 같은데..
달호 글쎄요. 대수 그놈이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사사로운 부탁을 들 어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놈이 아주 고지식한 데가 있거든요. 차라리 홍국 영 나으리라면..
이천 아! 그 똥장군 나으리!
S#14. 익위사 훈련장. 낮
훈련장 일각에 대수와 달호 이천이 있다.
대수 삼촌이 홍집의 나으리는 왜 만나려고 하는데?
달호 넌 이놈아 다리만 좀 놔 주면 돼.
대수 뭐냐니까?
달호 넌 알거 없다니까!
이천 이보게 달호, 별거 아니니까 걱정말고 만나게만 해주게.
대수 (웬지 미심쩍은데)...
S#15. 궐 일각. 낮
홍국영과 대수..달호와 이천이 있는데.
홍국영 동지사 사절단에 끼게 해 달라?
대수 (펄쩍 뛴다)뭐야 삼촌! 나으리를 만나게 해달란 게 이딴 청탁을 할려는 거 였어! 나으리 송구하옵니다.
홍국영 (씩 웃으며)괜찮네. (달호와 이천을 보고) 뭐 별 일도 아니니..내 한번 알 아보겠네.
달호 그..그게 정말이십니까?
홍국영 그동안 자네들이 세손 저하를 위해 세운 공도 있지 않은가? 특히..(이천을 보고)자넨 따지고 보면 세손저하의 목숨을 구한 일등공신이네.
이천 아유 뭐..한 것도 없는데 그리 말씀해 주셔서 황감합니다.
홍국영 내 기별을 할테니 기다리게.
달호 고맙습니다 나으리.
이천 고맙습니다 나으리.
대수는 그런 이천과 달호를 보고 떨떠름한데.
S#16. 도화서 일각. 낮
박별제가 걸어가는데..강별제가 다가오고
강별제 동지사 사절단에 포함될 화원과 다모는 결정하셨습니까?
박별제 했네..
강별제 누굽니까?
박별제 화원으로는 탁지수와 이천이 가고 다모로는 초비와 송연이가 갈 걸세. 이 번엔..여기 저기서 지시가 떨어져 빨리 결정을 했네.
강별제 지시라뇨? 어디서 지시가 떨어졌단 말입니까?
박별제 (씩 웃으며)난 우리 도화서 화원과 다모들이 이렇게들 뒷 배경이 좋은지 몰랐네. 탁지수는 예조정랑. 이천이는 사헌부 집의. 초비는 수랏간 최고 상궁. 게다가 송연이는 저하의 외조부이신 홍봉한 대감일세.
강별제 (놀란다)...홍봉한 대감요?
S#17. 혜빈 처소. 낮
혜빈, 홍봉한과 마주 앉아 있다.
혜빈 알아보셨습니까?
홍봉한 예,마마. 헌데 마마께서 도화서 다모아이한테 왜 관심을 두시는 것입니까?
혜빈 그냥 좀 그럴 일이 있어서요.
홍봉한 언제든지 하명만 하시면 그 아인 마마의 뜻대로 처리 할 것입니다.
혜빈 ...
S#18. 화완의 처소. 낮
화완과 정후겸이 있는데...
화완 동지사 사절단은 언제 출발을 하는 것이냐?
정후겸 이틀 후면 떠날 것입니다.
화완 니가 동지사에 서장관으로 가기로 한건 정말 잘 한 결정 같구나. 지금 세 손의 공세로 다들 쩔쩔 매고들 있으니 말이다.
정후겸 (씩 웃으며) 제가 청국에 다녀오는 동안 세손을 무너뜨릴 비책을 마련할 것이니..기다려 주십시오.
화완 (미소 띠며)..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정후겸 헌데, 중전마마 처소의 움직임은 어떠하온지요?
화완 꼼짝 않고 처소에만 계신다 들었다. 도리가 있겠느냐? 아바마마께서 그믐 에 있을 마마의 생신진연까지 취소하셨다 들어다. 이제 마마께선 다 끝난 것이야.
정후겸 ..!...
S#19. 정순처소. 낮
정순, 담담한 얼굴로 서책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강상궁이 '마마, 강상궁이옵니다.'하고 다급히 들어온다.
강상궁 마마, 들으셨습니까? 주상전하께서 중전마마의 생신진연을 모두 취소하고 대신들의 하례도 금지시켰다 하시옵니다.
정순 (표정 변화 없다)
강상궁 (답답하다)마마..
정순 호들갑 떨지 마라. 어디서 목소릴 높이는 게냐?
강상궁 ..!...
정순 (이내, 다시 낮고 건조하게)정승지가 서장관을 자청해 떠난다지?
강상궁 예, 마마..
정순 (냉소 어린다)..꽁무니를 빼는 게로구나! 담이 겨우 그 정도라니.
강상궁 ..!...
정순 (서책을 넘기며) 넌 부산떨지 말고 나가 내가 이른 것이나 알아 보거라. 중궁전에 쳐 박혀 있다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긴다면..오산인 게 지. 정승지가 오면 귀한 선물을 내줄 것이다. 내가 손에 무엇을 틀어쥐고 있는 지 본다면 세손도..저들도 꽤나 놀라울 게야.
보면, 정순왕후의 서늘한 눈빛.
S#20. 혜빈 처소 앞. 낮
송연, 천천히 걸어오는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처소를 바라보는데, 떨리는지 그대로 멈춰선다. 그때, 한쪽에서 오던 이상궁, 송연을 보고.
이상궁 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어서 들어가거라.
송연 예..
송연, 이상궁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S#21. 동 처소 안. 낮
혜빈 있고, 송연 서 있고 이상궁, 다과상을 내려놓고 나간다.
혜빈 (이상궁에게)앉거라.
송연 (굳은 얼굴로 앉고)
혜빈 (담담히)오늘 길이 추웠을 텐데, 우선 차부터 들거라.
송연 예..마마..(하고 천천히 찻잔을 드는데, 조금 떨린다)
혜빈 (가만, 보다가)내 일전에 정확한 자초지종을 알지 못해 너한테 심한 말을 했더구나.
송연 (멈칫, 본다)
혜빈 빈궁한테 이야길 들었다. 세손이 어렸을 적, 너와 네 동무한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니가, 세손이 힘들 때마다 마음에 큰 위로를 주었다니 알고 보 면 그건 참 고마운 일이다.
송연 ...!....마..망극하옵니다..마마..
혜빈 (안타까운 깊은 눈)
송연 (긴장되는데)
혜빈 ..허나, 그렇다고 니가 세손의 곁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내 뜻이 달라진 건 아니다.
송연 ...!...
혜빈 오히려, 세손의 마음이 그렇기에 나는 더욱 니가 그리해야한다고 생각한 다..
송연 (당혹)마..마..!
혜빈 (냉정하게)내일 조정에서 청국으로 가는 동지사행렬이 있다 들었다.
내 거기에 니 이름을 올리라 하였다.
송연 ..!...
혜빈 허나 너는 동지사와는 별도로 청국 예부사의 화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송연 (당혹)....예..? 예부사의 화원이요?
혜빈 (담담하게)그래 그곳에서는 타국의 생도를 받아들여 기예를 가르친다 하 더구나. 내 미리 네가 그곳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손을 써 두었으니 그리 알고 준비하거라.
송연 (충격)마마..갑자기..그게..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예부사의 화원이라면..그 기간이..
혜빈 그래, 짧게는 오년, 길게는 십 수 년이 걸리는 과정이라 하더구나.
송연 ..!...
혜빈 (담담히) 여자인 네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안다. 허나, 청국에서 그림을 배 울 기회는 결코 흔치 않으니 그곳에서 네 재주를 마음껏 펼치거라.
송연 (눈물이 어린다)...하오나, 마마...(하는데)
혜빈 (ol,안타깝지만 애써 다잡고)아직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느냐?
송연 ...
혜빈 너 또한, 세손의 처지가 어떤지 모르지 않을게다. 작은 실수, 작은 잘못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 지금의 세손이다. 지난 날 돌아가신 선 세자 마마께선 사가의 여인들을 궐 안에 들여 주상전하의 노염을 사셨다. 알겠 느냐? 지금 세손이 그와 같은 일로 저들한테 구실을 주어 전하의 눈 밖에 난다면 이제껏 버텨온 시간들이 모두 허사가 될 수도 있어!
송연 ..!!...
혜빈 허니, 내 부탁하마. 니가 세손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앞길에 정녕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떠나거라. 너를 위해, 세손을 위해 제발, 그리 하거라!
송연 ...!!....
혜빈 (안타까운 절실함 어려 보고)
송연 (너무도 충격적인 말에 망연해지는데)
S#22. 효의처소. 낮
효의, 김상궁 있다.
효의 (놀라)그게 정말이냐?
김상궁 예,마마 제가 이상궁 마마님께 분명히 들었습니다. 혜빈마마께서 송연일 불러 청국 화원에 들어가라 하셨다 하옵니다.
효의 ...!...
김상궁 거긴 한번 가면 십년 넘게 못 돌아온다던데 그 계집은 이제 완전히 청국 에 눌러앉게 된 것이나 다름없사옵니다.
효의 (놀라)지금 십년이라 했느냐?
김상궁 예,마마.
효의 이럴 순 없다! 그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십년씩이나..(일어나며)당장 어마마마를 뵈러 가야겠다.
김상궁 (당혹)마마..!
S#23. 동 일각. 낮
송연, 천천히 걸어온다. 눈물이 가득한데, 멈춰서는 송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때, 한쪽에서 산과 동궁전 상고가 온다. 보면 산, 송연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된다.
산 (반갑게)송연아!
송연 ..!...
송연, 갑작스런 산의 등장에 놀라 고개를 돌리고 얼른 눈물을 감춘다.
산 궐엔 어쩐 일이냐? 어진화사가 마무리 중이라 하던데, 그 일 때문에 들린 것이냐?
송연 (외면한 채)...예, 저하..
산 (좀, 이상하다)잠깐..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너 혹시..울었느냐?
송연 아..아니옵니다..저하..
산 ..!!...
송연 (울지 않으려 애쓴다)
산 무슨 일이냐? 말해 보거라!
송연 ..저하..
산 (손을 잡으며)송연아
송연 (왈칵, 치밀어 오르는 감정..그러나 참는다)...저...하..
산 (무슨 일인가, 당혹감, 안타까움 어려 보는데)
그때, 한쪽에서 급히 오는 효의와 김상궁. 그러다 순간, 효의..멈칫한다.
보면, 저 앞에 산이 송연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김상궁도 놀라고..!
순간, 그 광경에 쿵..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효의. 효의, 놀라고 충격을 받은 얼굴로 굳어져 버린다.
산, 여전히 송연의 손을 잡은 채 안타까운 얼굴. 보는 효의, 그대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데..
S#24, 도화서. 마당. 낮
송연, 어두운 얼굴로 걸어 들어 온다. 그때, 마당에 있던 박영문이 보고 온다.
박영문 궐에 다녀오는 것이냐?
송연 예, 나으리..
박영문 (기쁜 얼굴)나도 예조에서 전갈을 받았다. 예조 관원의 말로는 혜빈마마께 서 일부러 너를 천거하셨다 하는구나. 니가 일전에 그린 병풍도를 아주 좋게 보신 모양이야.
송연 ...
박영문 갑작스럽긴 하지만 너한테 정말 좋은 기회다. 청나라의 미술은 당대의 화 법은 물론 서양의 새로운 화법까지 도입하였으니, 네게는 정말 좋은 경험 이 될 것이야.
송연 (애써 미소 짓고)예, 나으리..
박영문 이거 내가 기쁜 마음에 너무 말이 길었구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동 지사 출발이 내일이니, 우선 집에서 가서 알리거라!
송연 ..예, 나으리..
밝게 미소 짓는 박영문과 달리 송연의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마음이 쓸쓸해져 오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는 송연.
S#25. 동. 방 안. 낮
송연, 대수, 달호가 앉아 있다. 대수, 놀란 얼굴.
대수 (놀란)뭐..?동지사에 따라가게 됐다니? 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넌 안 간다 그랬잖아?
송연 오늘 갑자기 결정이 났어.
대수 ..!..
달호 세상에,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내일 가는데, 오늘 갑자기 가라니..
송연 (웃으며)그러게요..
대수 (속상하지만)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마고자(겨울 방한 옷)라두 준비해두 는 건데..거기가 얼마나 추운데 임마.
달호 (흘긴다)이놈 자식이, 지 삼촌 간다구 할 땐 씽긋두 안하던게..
대수 (ol)아, 삼촌이랑 송연이랑 같애? 얘가 추윌 얼마나 타는데..거기서 석 달 이나 버틸려면 든든히 입어야 된다구.
송연 (머뭇거리다, 어렵게)저기 대수야! 난, 석 달이 아니라..좀 더 있을 거 같 아..
모두 (멈칫 본다)
달호 아니, 왜.. 동지사 일정은 석 달 아니냐.
송연 그게..전, 예부사에 들어가게 돼서요.
대수 ..예부사?
송연 응..청국에 있는 도화서 같은 곳인데 난 거기서 그림을 더 배우고 올 거 야! 대수야
대수 ..그래..? 그럼 얼마나 더 있는건데..넉 달?
송연 ..아니 더 오래..
대수 뭐야..그럼, 다섯 달?
송연 ..아니 더 오래..어쩌면 몇 년..
대수, 놀라고..달호도 헉..놀란다.
달호 뭐..며...몇 년...?
송연 ..예...아저씨.
대수 (완전 충격)야..! 그..그런 법이 어딨어..몇 년이라니? 마, 말두 안돼. 안 돼, 너 가지마..어...?
송연 대수야..
대수 한 두 달도 아니고 이건 말두 안 되잖아? 그림이야 여기서도 배울 수 있 는 건데 뭘 청나라까지 가서 몇 년씩 배워?
송연 ...
대수 (절박하다)싫다구, 안된다구 그래..송연아..어?!
송연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애써 미소 지으며)에이, 그러지마 대수야. 너 이 게 얼마나 대단한 기횐지 알아?
대수 송연아..!!
송연 너두 내가 조선 최고의 화원이 됐으면 좋겠다구 했었잖아? 거기서 배워오 면, 진짜 최고의 화원이 될 수도 있어.
대수 ..!...
송연 그러니까 그러지 말구 기뻐해줘 대수야. 나한테 좋은 일이니까..너두 좋아 해주면 안돼?
대수 (속상하고, 상처 받는다)...너...진짜..너무하는구나..
송연 대수야..
대수 넌, 삼촌이랑 내 생각은 안하니? 너만 좋고, 너만 기쁘면 다야?
우린 어째두 좋구, 너만 그렇게 훌쩍 가버리면 그만이냐구, 어?
송연 (...!!..)
달호 (말리며)대수야..왜 그러냐?
대수 아, 놔. 삼촌도 못 들었어? 얘 지금 하는 말이 그렇잖아.. 그래, 너 맘대로 해! 고작 몇 년으로 되겠냐? 가서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더 해. 그 잘난 화 원이 돼서, 아예 거기서 눌라 앉으라구, 어?!
하고 대수, 밖으로 휙 나가버리는데..
달호 아..저..저놈이..
송연 ..!...
보면 송연, 먹먹한 마음..이 되고.
S#26. 주막. 낮
막선, 손님 술상 가져오는데, 대수, 거칠게 들어온다. 막선, 반갑게 '대수야'하면서 다가오는데, 대수, 막선이 들고 있던 술상에 술병을 들더니 평상에 앉아 병째로 들더니 평상에 앉아 병째로 벌컥벌컥 마신다. 막선, 깜짝 놀라서 보는데,
대수 ...뭐...? 기뻐하라구? ...좋아해 달라구...? 나쁜 자식..어떻게..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대수, 섭섭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맺힌다. 괴로운 마음..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S#27. 동. 안. 밤
산, 책을 펼쳐놓고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음이 복잡한 얼굴이다.
그런 산의 얼굴 위로 눈가가 젖어있던 송연의 모습이 스친다. 산, 무슨 일인가 마음이 무거워지고..
박상궁 (E)저하, 빈궁마마께서 드셨습니다.
산, 보면 효의가 들어온다.
산 빈궁..
효의 ..서책을 보고 계셨습니까?
산 ..아니오..잠시 생각을 좀 하고 있었소.
효의 ..생각이요? 혹,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십니까?
산 아니요..그냥. 좀 마음이 쓰이는 일이 있어 그렇소.
효의 ...!...
산 (본다)
효의 저하..실은, 신첩..드릴 말씀이 있어 왔사옵니다.
산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효의 (망설인다)
산 ..빈궁..?
효의 (갈등이 어리는 얼굴)
산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보면 효의, 산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망설이는 얼굴.
S#28. 동. 밖. 밤
김상궁이 속상하고 초조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상궁 내가 못 살아! 이게 어떻게 잡은 기횐데 그년을 내칠 기횔..이렇게 제 발 로 날려 버리시냐구?
김상궁, 속상해 미치겠는데..그때 안에서 효의가 나온다. 창백하고 어두운 얼굴이다.
김상궁 마마..
효의 ..가자..
김상궁 ..그래서, 세손 저한 뭐라 하십니까?마마. 그년을 기어이 잡아 세우겠다 하십니까?
효의 ...
김상궁 ...마마..!
효의 (눈물이 어린다)..말씀 드리지 못했다..
김상궁 (멈칫)..예...?
효의 ..아무 말씀도..드리지 못했다.. 한 마디면 되는데..그 한 마딜..할 수가 없 었어..
김상궁 ..!!..
효의, 밀려드는 자책과 죄책감으로 눈물이 어려 동궁전을 돌아보는데..
S#29. 달호의 집. 마당. 밤
송연, 걱정 어린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데..그때 달호가 방에서 나오며
달호 그러지 말고 들어와라. 아, 올 때 되면 오겠지..
송연 ...
달호 니가 이해해라 송연아. 아, 내가 이렇게 서운한데 그 놈은 오죽하겠냐? 솔 직히..니가 좀 너무하긴 했어..
송연 네..알아요 아저씨..죄송해요..
달호 (휴..)그래도 너한테 좋은 기회라니 어쩌겠냐? 다녀와야지.
송연 ...
달호 그나저나 내일 가려면 짐을 챙겨야 되는 거 아니냐?
송연 네. 옷가지랑 도화서에 가서 화구도 가져와야 해요.
달호 그래, 그럼 대수 놈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내가 주막이라도 나가 볼테 니.
송연 예...아저씨..
S#30. 도화서 전경. 밤
S#31. 동. 대화실. 밤
문이 열리고, 송연이 들어온다. 화실 안을 가만 들러보는 송연, 어느새 옛 기억들이 떠오르는지 먹먹해진다. 가슴이 아련해지는 송연, 이내 한쪽으로 가서 천천히 짐을 싸기 시작한다.
S#32. 동. 일각. 밤
누군가의 발걸음이 조심스럽게 움직여 송연이 있는 화실로 향하고 있다.
S#33. 동. 대화실. 밤
송연이 짐을 꾸리고 있는 화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는데..보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 산이다..!
산 ..송연아!
송연 (멈칫, 놀란다)
송연, 부르는 소리에 놀라 보면..그곳에 산이 서 있는데..
송연 ..저...하?
산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송연 ..!!...
(같은 장소 시간경과)
산과 송연이 있다.
송연 저하..도화서까진 어쩐 일이세요?
산 왜겠느냐? 너를 보려고 온 것이지..
송연 ..!...
산 (미소 지으며)실은, 낮에 본 니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더구나. 어째서 운 것인지..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다음에 물어도 될 텐데, 자꾸 궁금하고 생각이 나서 말이다..
송연 ..저..하..
산 대체 무슨 일이냐? 혹 어진화사 일로 대전에 들었다가 꾸지람이라도 들은 것이냐?
송연 ..아닙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저하.
산 아무 일도 아닌데, 씩씩한 니가 울기까지 했단 말이냐?
송연 ..!...
산 (보고)
송연 (말할 수 없다..)
산 ..그래, 정 말하기 힘들다면 더 묻지 않으마. 하지만, 다음엔..나한테도 꼭 기횔 다오.
송연 기회라니요? 저하.
산 생각해보면 난, 늘 너와 대수한테 위로만 받았지. 한 번도 너흴 살펴주질 못했더구나.
송연 ..!...
산 나는 동무랍시고, 너희들 앞에서 주정도 부리고, 수없이 투정을 부렸는 데.. 너희들한테 그런 일이 있을 땐 한 번도 곁에 있지 못했어.
송연 ...!...
산 허니, 이제부터라도 내가 그리할 수 있게 해다오. 너와 대수한테 나도 위 로가 될 수 있게 말이야.
송연 ...저하..
산 (미소 짓고)
송연 (먹먹해지는데)
산 (문득, 송연이 챙기던 짐을 보고)헌데, 그 짐은 무엇이냐?
송연 (당혹)집에 가져다 둘 것들입니다.
산 그래..?
하고 산, 무심히 보다 순간..송연의 낡은 붓과 화구들에 시선이 머문다. 산, 붓을 하나 집어본다.
산 많이 낡았구나. 어찌 이런 것을 쓰느냐? 내가 준 것은 어찌하고?
송연 그건..닳을까봐 아까워서요.
산 (기막히다)뭐..? 영민한 줄 알았는데..이제 보니 송연이 너 순 바보로구나.
송연 (부끄럽다)
산 일어나거라.
송연 ..예....?
산 뭘하느냐? 어서 일어나라는 데두.
송연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S#34. 저자거리. 밤
야시장이다. 밤이지만, 주변에 늘어선 저포에 불이 환히 밝혀져 있다. 보면, 상인들과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활기가 넘치는 곳. 그 입구에 산과 송연이 나타나고..그 뒤로 변복을 한 익위사 두엇이 있는데..
산 자네들은 거리를 두고 따라오게.
익위사1 예, 저하.
산 (송연한테)가자.
송연 ..!...
산, 송연을 데리고 간다. 산, 들뜨고 밝은 얼굴이다..
산 여길 기억하느냐? 이곳이 내가 처음 궐 밖에 나와 본 곳이다. 십년 전, 너 와 함께 말이야..
송연 ..!!...
산 그때 니가 약도도 그려주고, 나와 함께 나와 줬었지. (닭 파는 곳을 가리 키며)저곳이 치계전이고, (주점을 가리키며)저곳은 상인들을 상대로 스물 네 시각 꼬박 장사를 하는 군칠이 아니냐?
송연 ..!...
산 이제 기억나느냐?
송연 예, 저하..
산 허면 여기선 내 이름을 불러야 한다는 것도 기억하겠구나.
송연 ..!!...
산 오랜만이니 연습을 해야겠구나...내 이름은 산이다. 자, 어서 해보거라!
송연 ...저하...?!
산 (짐짓, 주변을 살피고는)어허, 그럼 큰일 난 대두 그런다.
송연 ..!!...
산 (밝은 얼굴, 짐짓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보고)뭘 하느냐? 어서
송연 (막막하다..그러다가)...사...산..아..
산 ..!..
송연 ...
산, 이내 먹먹해지는 얼굴. 그런 산의 위로 환청처럼 '산..아'하고 부르던 어린 송연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먹먹해지는 산의 얼굴. 그 위로 겹치는 그 시절, 제 이름을 불러주던 송연을 보며 멍해지던 어린 산의 모습.
어린송연 (E)..망극하옵니다 저하.. 소인이 죽을 죄를..
산 (E)아, 아니다. 그런 게 아니야..
송연 ...?!....
산 (E)처음..이로구나..아바마마나 어마마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불 러준 것이..
송연 ...
산 (혼자말 하듯)(E)그렇구나..산이라 불러주니..듣기가 좋아..
어린 시절, 창고에서 있던 두 사람의 모습.
S#35. 몽타쥬, 밤
-저자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산, 송연, 각종 잡화를 파는 곳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산.
-화피전.
산, 송연에게 이것저것 붓을 골라 주고, 송연 너무 많다며 고개를 젓는데, 산 막무가내로 주인에게 다 달라고 한다.
-저자 일각.
좌판을 벌여놓고, 떡과 엿을 팔고 있는 사람들. 산, 송연, 그 앞을 지나다가 멈춰 선다. 꿀떡, 인절미 등 종류도 다양한 떡들을 보고는, 산 호기심 어린 얼굴로 보고, 송연, 돈을 내고는 산에게 꿀떡을 내민다. 받아서 먹는 산, 생각보다 맛있는지 '맛있다'며 좋아한다.
-저자일각.
산, 가다가 장난스럽게 송연한테 눈을 뭉쳐 던지기도 하고..송연, 저하..? 하다가 이내 저도 눈을 뭉쳐 던지고..
S#36. 동. 일각. 밤
저자일각, 공터에서 사당패들이 한판 걸지게 놀고 있다. 사람들 속에 끼어드는 산과 송연. 사당패들, 둘씩 짝을 이뤄 재주를 넘어 보이기도 하고, 어린 아이를 목에 태워 다니기도 한다. 산, 즐겁게 보는데, 그런 산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송연, 문득 마음이 아파온다. 산을 아련하게 보는 송연의 시선.
덩실덩실 탈춤을 추는 사당패. 그 모습에 사람들 박수를 치고, 산도 박수를 치다가 무득 옆을 보면 송연이 없다. 놀라는 산,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에도 없다.
S#37. 동 일각. 밤
산, 변복을 한 익위사들과 있다.
산 나와 함께 나온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 흩어져서 찾아 보거라.
익위사들 예,저하..
익위사들..가면..산. 걱정이 되는 얼굴로 둘러보는데..
S#38. 동. 일각. 밤
보면, 송연..장신구를 파는 점포에 있다. 남자들의 장신구인 동곳, 망건, 관자, 풍잠 등이 있다. 송연, 분홍빛 풍잠 중 하나를 들어 보이며..
송연 ..이건..뭔가요?
주인 풍잠이유..망건 가운데 달아서 갓이 안 넘어가게 고정을 시키는 거지..처 자가 들고 있는 건 마노로 만든 거고..
송연 마노요?
주인 할거면 한냥만 주슈...
송연 (보는데)
그때 멀리서 두리번거리며 송연을 찾고 있는 산. 산, 멀리 점포에 있는 송연을 보고 반색이 되어 가려는데 그때..작은 사내 하나가 송연 쪽으로 접근하더니.. 순간, 송연의 짐 보퉁이를 낚아챈다. 놀라 저항하다가 밀쳐져 넘어지는 송연. 아얏..비명을 지르고. 주인 '들치기다. 저 놈 잡아라'소릴 치는데.. 그때 산, 놀라서 송연한테로 달려온다.
산 송연아.. 괜찮으냐?
송연 ..
산, 보면 송연 발목을 잡고 있는데.. 놀라 보는 산.
산 어찌 된 게냐? 다친 게냐?
송연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냥 좀..
하면, 송연, 일어서려는데 휘청한다. 산, 놀라 붙잡아주는데..
S#39. 거리일각. 밤
산, 송연을 부축해 오고 있다. 송연, 힘겨운 지 걷기 힘든 얼굴인데..
산 많이 아프냐?
송연 괜찮습니다..
산 이리 대보거라. 발을 다친 덴, 얼음찜질을 하면 좋다 들었다.
송연 ..!...
하면서 산, 송연의 발목에 얼음을 대주는데..
송연 ..제가 하겠습니다, 저하.
산 됐다, 고집 피우지 말거라.
송연 ..!...
산 미련하기는, 넌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게 없구나. 이리 퉁퉁 부었 는데 뭐가 괜찮다는 것이야?
송연 ..!...
산 (다릴 살펴주며)다리가 낫거든 대수와 함께 셋이서 풍광 좋은 곳으로 나 들이라두 가자꾸나. 어떠냐?
송연 ..!...
산 (밝은 얼굴로 보고)
송연 (역시, 밝게)예,저하..대수한테 말해, 어디가 좋은지 알아두라 하겠습니다.
산 그래..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정해지면 연통을 다오..너무 늦지 않게 갔으 면 좋겠구나..
송연 ...예,저하..
산 (미소 짓고)
송연 ....
산, 송연의 발목을 정성스럽게 살펴주고, 송연, 그런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송연, 고개 숙인 산의 모습을 먹먹한 눈길로 바라본다.
욕심이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지만..송연은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느낀다..
S#40. 도성 전경. 낮
활기찬 도성의 모습.
S#41. 도화서. 일각. 낮
동지사 준비로 분주한 도화서. 보면, 사령들 분주히 오가며 한 켠에 짐을 쟁여놓고. 때 마침, 행장을 꾸린 화공 이천과 탁지수, 속속 도착하는데..
보면, 이천 한껏 신이 나 좋아 죽는 얼굴이다.
이천 (희희낙낙 장난치는)이보시게 탁 거부. 어디 먼 길 떠나시는가?
탁지수 (..!...)탁거부라니, 뭐하는 수작인가?
이천 (흐흐)..떼돈 벌 생각을 하니..좋아서 안 그런가? 밤새, 잠 한숨 못 잤네.. (흐흐)
탁지수 (속으론 좋지만, 짐짓) 사람이 경박하기는..
이때, 한 켠에서 초비가 행장을 꾸려 도착 하는데.
초비 ..글세, 기가 막혀서..!!..
세모 ...왜..뭔 일 있었어?
초비 ..사람들이 어쩜 그렇게 뻔뻔하니? 생전 코빼기두 안보이던 사돈에 팔촌까 지, 내가 청국 간다니까,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돈두 안주면서 어 찌나 부탁하는 게 많던지, 아주 죽는 줄 알았다니까. (신경질)그 많은 걸 어떻게 다 들고 오라는 거야.
하는데, 그 말에 헉..하는 얼굴로 서로 보는 세모, 시비, 미수.
초비 왜, 왜들 그래?
시비 저기 언니..저희도 부탁할 게 있는데..
초비 뭐...?!
미수 그래두 우린 돈은 줄 거야. 그지? 그지?
모두 그럼요, 그럼..
초비 (허..기가 막힌데)
S#42. 주막. 낮
행장을 꾸린 달호와 막선이 있다.
막선 (으름장)내 다시 말하지만, 기방인지 기룬지 청국 가서 헛짓거리만 해봐 요. 그 날로, 그쪽 죽고 나죽고..(하는데)
달호 걱정마. 헛짓거리 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막선 정말이죠..?
달호 아, 여태 날 보구두 몰라?
막선 하긴.. 당신이 정조가 투철하긴 하죠..
달호 (흠흠, 하다가)나 청국 다녀오면, 그땐..연지 곤지 찍자..
막선 (눈 휘둥그레져서)엥...?..그..그럼 혼인하잔 말이유..
달호 (암..!!고개 끄덕이며)그래..까짓거 같이 살자구..떼부자 돼서 오면, 자네두 날 마다하진 않겠지..
막선 (감격 어려 보다가)..서방님!
달호 (헉..!)
막선 (와락 안기고)
달호 (켁켁 거린다)
S#43. 달호 집. 마당. 낮
송연, 행장을 꾸려 나오는데, 보면, 대수가 굳은 표정으로 마당에 앉아 있다.
송연 대수야..?
대수 (힐끗 본다)
송연 ...!...
대수, 말 없이 송연한테로 와서 짐을 홧 뺏어 들고 나선다.
송연 ..!...
S#44. 거리일각. 낮
대수, 굳은 표정으로 가고 송연이 조금 떨어져 따라가고 있다. 두 사람, 그렇게 말이 없다가.
대수 ..내가 갈게..
송연 ...!...
대수 니가 못 오면, 내가 보러 가면 되지 뭐..
송연 ..대수야..
대수 ...
송연 ...
대수 그러니까, 넌..몸이나 잘 챙겨. 끼니 거르지 말고..하루 종일 그림 그리다 손 퉁퉁 붓구 그러지 말라구. 내가 갔는데 그런 꼴 하구 있으면 너 당장 엎어서 데꾸 올거야. 알았어?
송연 응..알았어. 그럴게. 나, 니 말 잘 듣잖아.
대수 .....
송연 ...
대수 ...저하껜, 말씀 드렸니..? 못했지?
송연 (...!!...)어..
대수 나쁜 자식..너 정말, 나한테두 저하한테두 이럴 수 있냐?
이러구도 우리가 동무야..?
송연 ...
대수 (속상한데)
송연 (뭔가 망설이듯..봇짐을 만지작 거린다. 그러다가)...저기, 대수야...나 부탁 이 있는데..
대수 (보고)
송연 ......
S#45. 동. 동궁전. 낮
산, 홍국영 남사초, 채제공과 함께 있다. 홍국영, 산에게 보고 중인데..
홍국영 ..하여, 은밀히 알아본 바..호판 민태식과 한성판윤 백동철이 시전 상인과 결탁이 확인되었고..창녕에 물러나있는 전 좌의정 김승준 대감 댁을 자주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산 당분간 그들을 더 주시해 보게. 약점을 많이 쥐면 쥘수록 저들의 손을 들 게 할 방도도 쉽게 나올 걸세.
홍국영 ...예 저하..
산 ......
채제공 오늘 청국으로 동지사 행렬이 떠납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산 난 어려울 것 같네. 미시에 삼사의 윤대(자막: 행정부서 관료들의 업무보 고)가 예정되어 있네.
산, 표정..
S#46. 궐. 화완처소. 낮
정후겸이 화완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정후겸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화완 ..어쨌든 그래도 막상 이리 간다니 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구나.
정후겸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어머니. 이건, 두 걸음 뛰기 위해 잠시 한 걸음 물러서는 것뿐이니까요.
화완 (보면)
정후겸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단지 몸을 사리겠다는 뜻으로 청국행을 자청했겠습니까? 어머니와 제 뜻을 이루는 덴 그 쪽의 의지 또한 중요하 다는 것을.. 어머니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화완 ..!...
정후겸 그곳에서 알고 지냈던 황실 사람들과의 교분을 넓히고 황제폐하도 알현할 것입니다. 돌아올 땐, 흡족한 소식을 안겨드릴 것이니 심려마십시오 어머 니.
화완 ...!...
정후겸 ...
화완 그래, 난 너만 믿겠다.
정후겸 ...
화완 (그러다..)참, 내 오늘 아침에 곽상궁한테 재밌는 이야길 하나 들었다.
정후겸 재밌는 이야기요?
S#47. 동. 밖. 낮
정후겸, 밖으로 나온다. 그런 정후겸의 위로.
화완 (E.소리)이번 동지사 행렬에 그 다모아이가 끼었다는구나.. 헌데 무슨 까 닭인지, 그 아이가 그곳 예부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더구나. 듣자하니 십 년은 족히 머물 것이라 하던데 어찌 그리된 건 지 모르겠다..
정후겸, 무엇일까..호기심 어리는 묘한 표정이 되고.
S#48. 동. 일각. 낮
산이 동궁전 상고등을 거느리고 가고 있다.
S#49. 영조의 침전. 낮
산, 영조와 독대중이다.
영조 숙천 군수 이주한의 말에 의하면, 관동, 관북, 관서에 떠도는 유민이 도적 떼에 합류한다는데, 어찌 대처하면 좋겠느냐?
산 기근으로 발생한 유민들이 도적이 되는 건, 문제임은 분명하나 해당 관아 곡창을 열어 기근을 해결할 방도를 제시하면 해결될 일시적인 현상입니 다.
영조 (고개를 끄덕이는)
이때, 밖에서 대전내관이 '전하, 소신이옵니다' 한다.
영조 들거라.
산 ....
대전내관이 지밀상궁과 함께 들어온다. 보면 지밀상궁 손에 족자를 들고 있는데..
대전내관 전하, 하명하신 것을 대령했사옵니다.
영조 ..그래, 이리 내거라!
대전내관, 족자를 영조에게 건네고 대기하면, 영조 족자를 펼쳐 살펴보다 산에게 건네는데..
영조 ...보거라..
산 (보고는)이건, 매화도가 아니옵니까?
영조 그래, 며칠 전 불현듯 이 매화도가 생각나, 어진을 그리러 든 도화서 다모 아이에게 부탁을 했었다.
산 ...!...
영조 헌데, 그 아이말론 그 아이가, 네가 펼친 도화서 개혁 덕에 화원이 되었더 구나. 혹, 그 다모 아일 아느냐?
산 (놀라)혹, 성가 송연이란 아일 말씀하시는 것이 옵니까?
영조 아는 게로구나. 어린 것이, 참으로 귀한 재주를 지녔더구나.
산 ...!...(기쁘다)예 전하. 그저, 다모로 썩기엔 타고난 재주가 아까운 아이옵 니다.
영조 그래, 그렇더구나. 해서 나도 그 아일 종종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할 작정이 다..
산 ...!...
영조 (대전내관에게)도화서에 기별을 넣었느냐? 내 보름 후 쯤, 그 아일 한 번 더 불렀으면 한다 했는데..
대전내관 ...아뢰옵기 항공하오나, 전하. 그것이 어려울 듯 싶사옵니다.
산 ..?!.....
영조 (의아한)어렵다니? 어째서냐?
대전내관 그 다모 아인 오늘 동지사 행렬에 참여해, 청국으로 떠났다 합니다.
영조 ...그래...?
산 (의아, 당혹..이상하다 분명 그런 말은 없었는데..그런 느낌)
S#50. 동. 대전 앞 일각. 낮
산, 이상하다는 얼굴로 대전을 나서고 있다. 그 위로..
대전내관 (E, 소리)..그 다모 아인 오늘 동지사 행렬에 참여해, 청국으로 떠났다 합 니다.
산, 의아한 얼굴이 되는데..
S#51. 동궁전. 낮
산 있는데 대수가 들어온다. 대수의 표정, 어둡다.
대수 찾아계시옵니까? 저하.
산 그래..
대수 .....
산 내 너한테 물을 것이 있어 불렀다. 듣자하니 송연이가 오늘 동지사 행렬 을 따라갔다던데.. 그게 사실이냐?
대수 ...예....저하.
산 그래..?
대수 ....
산 이상하구나..내 어젯밤 송연일 보았는데..그땐 아무 말도 없었는데..
대수 ...
산 (아쉽다)한 번 가면 석 달은 족히 걸릴 일정인데..잘 다녀오란 인사도 하 지 못했구나..
대수 ...저하..
산 (보면)
대수 송연인..석 달이 지나도..돌아오지 않습니다.
산 (멈칫, 본다)...뭐...?
대수 ...그게...청국 예부사에 들어가게 되어..이번에 가면,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 한다 합니다..
산 오래라면, 얼마나 말이냐?
대수 길면..십 년도 더 걸릴 수도 있다구..(흐린다)
산 ...!!...
대수 ...
산 (충격, 당혹스러운데)
대수 실은, 그렇지 않아도 송연이 부탁으로 저할 찾아뵈려 했었습니다..
하며 대수, 품에서 서찰을 꺼내 산의 앞으로 내민다.
산 이게 무엇이냐?
대수 송연이가 저하께 전하라 한..서찰입니다.
산 ...!!...
산, 당혹스런 얼굴로 송연의 서찰을 본다. 산, 눈빛이 떨리는데..
S#52. 산 집무실(시강원). 낮
산, 홍국영을 비롯한 삼사의 낭관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보면..산, 어딘가 모르게 넋이 나간듯한 얼굴인데..
홍국영 서경은 사간원과 사헌부의 고유 인사업무입니다. 헌데, 사실상 이것을 이 조에서 장악하고 있으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낭관들, 옳은 말이라며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낭관 하지만, 개선은커녕 폐단만 늘고 있으니, 그에 합당한 저하의 혜안을 듣고 싶습니다.
산 (멍한 채 딴 생각에 젖어 있는)
홍국영 ..(의아한)저하!
산 (그제사)..미안하네. 어디까지 했는가?
홍국영 이조의 지나친 인사개입에 대한 담론 중이었습니다, 저하.
산 알겠네...계속하게..
홍국영 예 저하..
하는데, 산의 표정 여전히 어둡게 굳은 얼굴인데..그때 산, 도저히 안 되겠는지 마침내 일어서는데..
산 ..안되겠네..미안하네만 잠시 후에 다시 하세.
산,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밖으로 급히 나가면 낭관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웅성거리고..
홍국영, 무슨 일인가 싶어 걱정스런 얼굴인데..
S#53. 길. 일각. 낮
갈대숲이 무성한 길을 가고 있는 동지사 행렬이 길게 보여 진다.
그 무리 중에 행장을 메고 가는 송연의 모습이 보이는데.. 희망과 기대감에 들떠 있는 다른 이들의 모습과 달리, 송연 안타까움과 진한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 위로..
송연 (소리)떠난다는 인사를..글월로 대신하는 무례를..용서하세요..저하..
S#54. 거리 일각. 낮
말을 타고 달려가는 산의 모습. 그 위로
송연 (E,소리) 이렇게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떠나지만..지난 세월..감히 저하와 맺었던 인연은 제 생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기 억하십니까? 어린 시절, 세상에 홀로 남겨진 절 저하께선 다정하게 동무 라 불러주셨습니다..그리고, 가슴에 깊이 묻어두었던..제 꿈 또한, 꺼내 주 셨지요.
S#55. 강가. 나루터. 일각. 낮
동지사 행렬들이 나루터에서 배에 오르고 송연의 모습이 보인다.
송연 (E,소리)..화원이 되겠습니다 저하! 말씀하신대로..약조 드린 대로.. 천하다 포기하지 않고, 아녀자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S#56. 동. 일각. 낮
산, 다급히 말에서 내린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위로. 산, 안타까운 얼굴로 손에 쥔 풍잠을 내려다본다.
송연 (E,소리)함께 넣은 풍잠은 저하께 드리고 싶었던 제 마음입니다. 마로라는 보석으로 만든 것인데..비록 보잘 것 없는 하찮은 것이지만 긴 긴 세월 땅 속에 묻혀 빛깔과 무늬를 만든 마로는 수천 년이 지나도 한 점 변치 않는 것이라 합니다...
산,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S#57. 동. 일각. 낮
산, 급히 달려온다. 산, 그러나 보면..멀리..이미 배가 멀어져 가고 있는데.. 산, 절망감이 어리는.
S#58. 배 위. 낮
송연,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멀어지는 도성을 보고 있다. 그 위로..
송연 (소리)..잊지 않겠습니다, 저하. 수천년이 지나고..거기서 또 수천 년이 지 나도..저하의 곁에 머물러 지내온 고마운 시간들을..잊지..않겠습니다.
송연, 눈물이 어린다.
송연 ...강령하세요..저하..부디..강령하세요..
송연의 얼굴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린다.
S#59. 나루터. 낮
산, 안타까운 얼굴.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켠이 너무나 아프게 저려온다.
산, 눈가가 붉어져 오는데..그제야 송연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산.
산, 한없이 아프고 안타까운 시선. 산의 그 모습에서...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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