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하우스 8
1. 도로, 차 안
운전 중인 서린, 그 옆에 흥얼흥얼 콧노래를 윤아(여, 10살).
서린 윤아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났어?
윤아 엄마랑 학교 같이 가니까, 기분 디게 디게 좋아
엄마, 내 친구 미영이. 걔는 맨날 맨날 엄마가 데려다 주고
집에 갈 때두 같이 간다.
서린 많이 부러웠어?
윤아 아니 부러운 건 아니구...딴 애들은 맨날 맨날 엄마랑 같이 가는데.
난 혼자 가니까...심심해.
서린 (잔소리하듯,,) 그래두, 오늘 하루뿐이야.
윤아 그러엄, 엄마는 바쁘잖아. 회의도 해야 되구, 경매도 해야 되구.
심심한 거 쫌 참구 학원가면, 애들하고 노니까 괜찮아.
서린 ...
2. 학교 앞
차에서 내려 교문으로 들어가는 윤아, 몇 걸음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앞니를 다 내보이며 엄마에게 웃어 보이며 손을 흔드는 윤아.
차 창문을 내려 손을 흔들어주는 서린, 가슴이 아릿해진다.
3. 스튜디오 안.
한 주간의 화제가 되는 인물을 소개하는 교양 프로 분위기의 스튜디오.
서린, 진행자(여, 30대 후반)와 앉아 편안한 느낌으로 얘기 중이다.
서린 아무래도 아이한테 가장 미안하죠. 다른 엄마들처럼 맛있는 것도 해 주고, 잔소리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진행자 왜 아니겠어요. 저두 일하는 엄마지만 그럴 때 제일 속상하죠.
서린 왜 열 살이면 한창 떼쓰고 응석부릴 나이잖아요?
혼자 크느라 부쩍 어른스러운 애 모습을 볼 때, 내가 잘하는 건가?, 싶더라구요.
진행자 은근히 따님 자랑을 하시는 거 같은데요?
다음은 신림동에서 사시는 김수진 양의 질문입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아도 화가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으셨네 요.
서린 (웃는) 이런 질문은 화가나 미대 교수님들에게 어울리는 질문
같은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될 수 있다! 고 봅니다.
멀리서 찾을 거 없이, 얼마 전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박수근 화백의 경우도 독학으로 미술 공부를 하신 분이시죠.
4. 어느 공간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텔레비전만 푸른빛을 발한다.
의자에 앉아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누군가, 서린이 나오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서린) 미켈란젤로, 마네, 뭉크, 피카소....
이런 거장들의 작품에는 작가 고유의 독특한 형식이 있어요.
작가 자신의 독특한 형식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미술 교육을 받던, 받지 않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텔레비전 소리 위로 카메라 천천히 방을 훑는다.
방바닥에 다닥다닥 붙은 서린의 관련 신문 잡지 기사들.
“여대생이 닮고 싶은 인물 1위, 윌옥션 경매사 민서린” 해드라인 얼핏 보인다.
서린이 나온 잡지를 집어 드는 누군가의 모습 (어둠 속에 뒷모습만 보인다).
잡지에 실린 서린 모습을 가위로 싹뚝! 싹뚝! 오리는 어떤 손.
툭- 바닥으로 떨어지는 잘려진 서린의 사진!!
그 위로 뜨는 타이틀 “돌이킬 수 없는 ... ”
5. 회의실 안
둘러앉은 경매팀 직원들. 서린, TV화면에 김영일의 <장미> 띄우며,,,
서린 이번 경매에 메인으로 들어갈 작품입니다.
나경 네? (불만) 낼 모래면 인쇄가 나올 텐데, 이제 와서 메인 작품을 바 꾸시면...
서린 사진 작업 끝나면 바로 넘기도록 해요.
나경 (투덜) 안 그래도 마케팅 팀에서 컨셉이 자꾸 바뀐다고 난린데
서린 (나직이) 정 나경 씨, 언제부터 내 말에 토를 달기 시작 했지?
나경 (한방 먹은)
서린 (쓰윽 동료들 보는) 요즘 다들 너무 긴장 풀고 있는 거 아냐?
그러니까 이번 경매에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없지
도영 (눈치 보며) 요즘 괜찮은 작품 찾기가...
연수 신규 컬렉터들도 그림이 돈 된다고 작품을 안 내놓고 있구요.
서린 설마 여기 경매가 애들 땅따먹기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
치열한 경쟁에서 싸워서 작품을 가져와야지.
회사서 월급 괜히 줍니까?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렇게 죄다 형편없는 작품들뿐이지.
윤재 형편없는 작품이란 기준이 뭡니까?
툭- 뛰어나오는 윤재의 말, 사무실 일순간 싸~해진다.
윤재 작품은 저마다 고유의 가치가 있어요. 누가 압니까, 지금 몇 백 만 원에 팔리던 작품이 나중엔 앤디워홀을 능가할지
서린 오윤재씨, 그런 얘기는 화랑이나 미술관 가서 해요.
여긴 경매회사야, 인지도가 있되, 팔리는 그림!
이슈가 될 만한 그림을 잡아오란 말이에요.
괜히 팔리지도 않을 신인 작품들 올릴 생각들 말구요.
6. 윌옥션 복도 혹은 윌 옥션 앞
정소영(여, 30대), 그림을 들고 있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연수.
연수 (곤란한) 아무래도 이번 경매는 힘들 거 같아요.
제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끝 발이...
소영 (애써 괜찮은 표정 짓는) 전, 괜찮아요. 한두 번 겪는 일두 아니구... 저 같은 무명화가 작품 채택되기가 어디 쉽나요?
연수 (기죽은 여자 얼굴 보고는) 작품에 문제가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러니까... 화랑 쪽으로 알아보시면...
소영 (그렇게 말해주는 연수가 고마워 웃는)저, 안 다녀본 화랑이 없어요. (표정 어두워지는) 오죽 답답했음 경매회사로 직접 왔겠어요?
연수 (난감한)
소영 감사했어요. 바쁘신데 애써 주셔서
목례하고 가는 소영. 뒷모습 바라보는 연수...
7. 윌 옥션 사무실 안
힘없이 자리에 풀썩 앉는 연수.
나경 용쓴다. 용 써.
연수 저 그림 하나 그리려고 피를 말렸을 텐데.
나경 연수 씨 그런 거 신경 쓰기 시작하면 이 일 못한다.
그림 들고 찾아오는 화가들 한 둘이야, 그거 일일이 받아 주지 마.
연수 그래두 신경이 쓰이는 걸 어떡해요...
나경 나두 1년 차 땐 그랬는데, 시간 지나면 괜찮아.
나중엔 포장도 안 뜯고 다시 보낸다니까.
연수 저 분, 상심해서 그림 포기하는 거 아니겠죠?(하다가 책상 인형 보 며) 우와 디게 이쁘다. 선배 어디서 샀어요? 홍콩출장?
나경 컬렉터가 보내줬어.
연수 누가요? 누군데요?
나경 몰라...박민호? 얼마 전 택배로 작품 위탁한 사람인데...
잘 부탁한다는 의미겠지...얼굴도 안 내밀고 작품만 디밀었으니..
연수 좋겠다, 경매 끝나고 내가 받은 건 경매가 왜 그따위냐,
낙찰 취소하겠다,..협박 반, 공갈 반 전화뿐인데.
나경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구, 도록 시안 나왔는지 체크해봐.
늦어두 내일이 마감이니까.
연수 네. 선배.
8. 윌 옥션 근처
회사로 향하는 서린,
이때 길 앞으로 여러 명의 젊은이들, 우르르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달려온다.
서린, 무심히 이 광경을 지켜보며 길을 걷는데, 그 중 한 명 빠르게 치고 나오며 서린 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롤러스케이트 타고 자기 앞을 지나가는 남자를 무심히 보는 서린.
순간, 지나가던 롤러스케이트 남자1, 순간적으로 서린의 손에 든 지갑을 낚아채
내뺀다. 멍해지는 서린의 표정,
내달리던 남자1, 저 만치서 우뚝 멈추더니 휙- 길바닥에 지갑을 던지고 간다.
뒤늦게 달려오는 서린,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주워드는데...
지갑을 확인해 보면, 각종 카드는 그대로 둔 채 지폐만 털어갔다.
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텅 빈 지갑.
울상이 되어버리는 서린의 얼굴에서....
9. 사무실 안
연수, 누군가와 통화 중이고 민서린 들어온다.
연수 (심드렁)네에. 그렇게 하세요. 저기요? 제가 지금 많이 바쁘거든요.
폭탄 설치는 저희랑 상의하지 마시고, 혼자 하세요. 이만 끊습니다.
서린 (굳는) 폭탄?
연수 (익숙하단 얼굴) 경매 끝나면 꼭 오는 전화들 있잖아요.
경매가 왜 그따위냐, 윌 옥션을 폭파하겠다는 둥...
늘 그렇죠 뭐, 근데, 무슨 일이세요?
서린 (과민반응인가 싶은) 아니에요. 일 봐요 (돌아서 나가는)
연수, 무슨 일이야...싶은 얼굴로 서린을 본다.
10. 윌옥션 민서린 방.
자리에 앉는 서린,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하려고 보면 책상 위에 서류 봉투 보인다.
무심한 얼굴로 봉투를 뜯어보는 서린,
알록달록 잡지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씩 오려 붙인 듯 한 편지.
순간, 표정이 확 굳어진다.
<머리에 돈만 가득 찬 미술계 쓰레기!. 작품을 돈으로만 계산하는 천박한 장사꾼!! >
그 밑에 서린의 인터뷰 잡지 기사...서린의 눈이 공포스럽게 오려진 채...
겁에 질려있는 서린, 이때 울리는 전화벨...
서린 윌 옥션 민서린입니다. (순간 얼굴 굳어지며) 네?
11. 병원 응급실 안
민서린, 급하게 뛰어오면, 윤아 누워있고,
그 옆에 걱정스런 얼굴의 가정부 아줌마(30대 중반), 다급하게 진찰을 하는 의사.
서린 윤아야! 윤아야! (가정부 보며) 어떻게 된 거에요?
가정부 방에서 혼자 놀다가 갑자기...
의사 (진찰 마치고)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쇼크입니다.
일단 진정제를 투여해서 큰 위기는 넘겼습니다만,
따님한테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알고 계시죠?
서린 네. 그럴 리가 없어요. 얼마나 조심했는데
(가정부 다그치듯 보며)우리 애한테 뭐 먹였어요?
가정부 사모님! 전, 복숭아의 복자 들어가는 것도 안 먹였어요.
하두 신신당부를 하셔서 장 볼 때마다 얼마나 조심하는데요.
의사 복숭아나 복숭아 첨가물이 든 식품을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발병의 원인이지만, 심한 경우 향만으로도 발작을 일으키곤 합니다. 몇몇 특수한 환자의 경운, 복숭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서린 (하얗게 질리는)
12. 병실 근처
서린 아깐 미안했어요,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가정부 아니예요, 저두 애 가진 엄만데, 그 마음 모르겠어요.
애들 아프면 정신 없구...무섭구...
서린 하필이면 윤아가 저렇게 돼서...(손잡으며) 해숙씨 상황은 아는데,
일주일만 더 계셔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떻게 윤아 나을 때까지 만이라도...
가정부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곁에 있을게요,
6개월 가까이 같이 있으면서 윤아가 남 같지 않은 걸요.
서린 (눈가 촉촉이 젖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 때 웅~ 울리는 서린의 전화벨
서린 왜요? 차연수씨.
13. 도록 촬영실
사진작가(남.30대) 연수와 함께 작품 재 촬영 중이다.
연수 조명이 너무 낮은 거 아니에요. 백자 표면이 잘 살아나게...
작가 괜찮아 이 정도면. 잔소리 좀 그만해.
연수 누구 땜에 이러고 있는데요, 어떻게 필름을 잃어버리냐! 필름을
작가 그 얘기 좀 그만해 나도 아주 죽겠어. 귀신이 곡하겠다 증말
촬영실로 들어서는 서린...
서린 어떻게 된 거에요? 도록 시안이 없어지다니
작가 오늘 인쇄소에 넘기려고 보니까 감쪽같이 없어져서....
서린 (싸늘)도대체 얼마나 안이하게 다뤘으면 시안을 잊어버려요!
작가 죄송합니다.
서린 작업은 오늘 안으로 끝내줘요. 내일부터는 다른 작가가 올테니까
작가 (놀라 말을 못하는) !!
서린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작가 (억울한 얼굴로 뭐라고 말하려는데)...
웅~ 서린의 호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서린 핸드폰을 켜며 돌아선다.
서린 네, 민서린입니다.
(E) 지난 경매는 실망이야.
특별한 주제도, 일관성도 없고 말이야.
작품 선정하는 안목이 그래서야 어디...
전화기를 타고 흐르는 목소리는 기계음으로 변조된 듯 굵고 낮은 목소리다.
서린 (침착하고 노련한) 선생님? 저희 경매에 불만이면 있으시면
다른 회사를 이용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많이 바빠서 이만
(E) 바쁠 만도 하겠지, 도록 작업을 다시 하려니!!!
(방금했던 서린 말투 흉내 내며) 도대체 얼마나 안이하게
다뤘으면 시안을 잊어버려!
헉! 놀라는 서린,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E) 세상 참 살기 좋아졌어. 입동 지난지가 언젠데 싱싱한 복숭아가
나오구 말야, 요즘은 왜 이렇게 복숭아가 땡기는지
확- 전화를 끊는 서린, 왠지 불길한 느낌이 온 몸으로 쫘악 전해지는 느낌이다.
14. 작은 방(4씬의 어느 공간)
CCTV로 민서린의 모습을 지켜보는 누군가,
전화를 끊자마자, 밖으로 급하게 뛰어나가는 서린의 모습이 보인다.
15. 병실 계단, 복도
급하게 뛰어오는 서린...
16 병실 안.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서린.
침대에서 가정부 아줌마와 놀면서 까르르- 웃던 윤아, 놀란 얼굴로 서린을 본다.
윤아 엄마!
해맑게 놀고 있는 윤아를 보고 휴우~안도의 한숨을 쉬는 서린.
달려가 윤아를 꼭 껴안는다.
윤아 엄마! 왜 벌써 왔어? 회사 짤렸어?
서린 (하느님 감사합니다)...
윤아 응? 엄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서린 우리 윤아 보고 싶어서. 윤아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17. 서린의 방 안(밤)
정씨가 형광등을 고치는 동안, 서린의 방을 둘러보는 연수,
서린의 자리에도 앉아 봤다가, 서린처럼 싸인 하는 척 해 보기도 한다.
연수 (서린 흉내)차연수씨! 다음 경매를 맡아 주세요...
(이건 아니다, 고개를 젓는)차연수씨, 당신을 수석스페셜리스트로 임 명합니다...
정씨 다 고쳤습니다.
연수 (그제서야, 정씨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연수, 뻘쭘해서 일어나면 서) 아, 네~(괜히 어색해서)처음 뵙는 아저씨네요, 용역회사가 바뀌 었다더니...새로 오셨나 봐요?
정씨 네에... 수고하세요...
연수 네. 수고하셨습니다. (정씨 나가면 자리에 앉으며) 아이 쪽팔려!!!
자신이 싸인 담긴 종이 꾸겨 버리려는데, 꾸겨진 협박편지(10씬의) 연수의 시선에 잡힌다. 편지, 꺼내보는 연수!
18. 병실 안(밤-아침)
하얀 곡선을 그리며 습기를 내뿜는 가습기.
그 옆에 침대에 딸 윤아가 잠에 빠져있다.
병실 한 쪽, 간이 스탠드를 켠 채, 아트 페어 자료를 뒤적이고 있는 서린,
윤아 곁에서 잠든 서린, 화들짝 놀라 깨는 서린, 윤아 모습 보고 안심하며
윤아 볼 어루만지는
19. 수장고 쪽 복도(오전)
연수, 휘파람을 불며 힘차게 들어오는데,
그림을 체크하다 말고 생각에 잠긴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서린을 보는,
연수 이사님, 이런 건 제가...(멍한 서린 보고)이사님!
서린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아! 차연수씨...
연수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 이건 저한테 맡기시고 이사님은 좀 쉬시는게
서린 여긴 됐구 도록 시안 나왔는지 체크해줘요.
연수 그건 도영 선배가... 아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나가려다 돌아보는) 참, 이사님 앞으로 그림이 왔는데요.
(놀라 다가가는) 이사님! 맨손으로 작품 만지시면
서린 (그제서야 자기가 장갑을 안 낀 걸 안다) 어! (자기도 놀라)
연수 제가 할까요?
서린 어...(!!)그래. (무안한) 그럼 부탁해. (홱 돌아서 나가는)
연수, 작품 대장을 체크하다가 문 쪽을 돌아본다. 이사님 왜 저러시지? 하는 얼굴...
20. 서린의 방 안.
방으로 들어오는 서린, 얼굴 가득 피곤함이 역역하다.
자리에 앉으려다말고, 불현듯 얼굴에 불안한 기운이 스친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오른쪽 벽 쪽을 보는 서린,
걸려있어야 할 그림은 없고 하얀 벽에 못만 덩그러니 보인다.
서린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포장된 액자로 옮겨진다.
급히, 노끈을 풀고, 포장지를 뜯어내자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
순간, 일그러지는 서린의 얼굴.
온통 칼로 찢겨져 그림의 실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엉망이다.
21. 휴게실 안
팔로 얼굴을 가리며 등을 돌려 눕는 윤재.
윤재 아 글쎄 싫다니까, 너랑 엮이면 피곤해
연수 민이사님, 요새 이상한 점 발견 못했어요?
윤재 넌 그렇게 할 일이 없냐?
연수 매일 멍하시구 완전 딴 사람 같다구요...
방금 수장고에선요 이젠 차 연수도 안하는 실수를
윤재 (귀를 틀어막으며) 몰라. 몰라..안 들려
연수 (윤재 들으라는 듯) 그림얘긴데?
윤재 (움찔!)...
연수 (혼자 중얼중얼) 그림 뭐 어쩌구 써 있던데..당췌 무슨 말인지..
윤재 (벌떡 일어나는) 그림? 무슨 그림?
연수, 어제 휴지통에서 발견한 협박 편지를 윤재에게 건네는...놀라는 윤재...
22. 서린 방 안.
똑똑! 노크 소리. 여전히 멍하니 앉아있는 서린...
윤재, 들어온다.
서린 (급히 그림을 포장으로 덮으며) 무슨 일이지?
윤재 드릴 말씀이 있...(서린이 숨기는 그림을 본다)뭐예요?
서린 아무것도 아냐.
윤재, 서린의 말을 무시하며 손을 치운다.
이내 드러나는 찢겨진 그림,
놀라는 윤재, 서린을 본다.
23. 옥상 일각
윤재, 협박 편지를 서린 앞에 내 보인다
윤재 언제부터예요
서린 처음엔 그냥 장난 인 줄 알았어.
(한숨을 내쉬며) 경매 끝나면 일상적으로 오는 협박 같은 거
윤재 경찰에 신고하세요.
서린 (오버하며) 그건, 안돼요.
경매 앞두구 괜히,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거 없어.
윤재 은밀하게 조사를 하면.
서린 경찰 조사 은밀하게 이뤄지는 거 봤어요?
경찰들 들락날락하는 거 보면, 윌옥션 세무 조사에 들어갔니 마니,
경매 전에 불필요한 구설은 회사에 마이너스 일뿐이라구.
윤재 그렇다구, 이대로 계속 당하고 있으실 거예요?
서린 (무거운 표정으로 윤재를 본다)....나도 어떻게 해야할 지...
윤재 혹시, 주위에 원망이나 원한 같은 거 살 만 한 사람 있어요?
24. 종각 근처
모작(모사작품)을 팔고 있는 거리 노점.
그 근처에서 남자1과 말을 하고 있는 윤재.
남자1 원망 안하면 그게 사람인가? 생불이지 생불!
한 달 만에 10억을 그냥 날렸는데. 덕분에... 이 꼴을 하고 있으니
윤재 (찡그리며) 속 좀 쓰리셨겠어요.
남자1 속 쫌이라고 했소? 내가 지금도 그 생각만하면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야. 좋은 값에 팔아주겠다고 가져간
그림이 팔리자마자 열배를 뛰니
윤재 민이사님(의심의 눈초리)...원망 많이 하셨겠어요?
남자1 다 지난 일인데 뭐,,, 한편으로 생각하면 민이사가 뭔 죄겠나 싶어.
미술품 투자 열풍에 휩쓸려 한 몫 잡아보겠다고 무리하게 그림에
투자한 내 잘못이 더 크지.
25. 꽃집 앞
시든 꽃잎들을 솎아내고 있는 정소영. 그 앞에 서있는 연수.
그 옆으로 좌판에서 액세서리 팔고 있는 여자, 보인다...
연수 저두 이름만 보고 긴가민가했는데, 꽃가게를 하시는지는 몰랐어요.
소영 그냥 입에 풀칠이나 하려구요.
연수 그럼, 그림은...안 그리세요? 전, 소영 씨 그림 좋던데...
소영 (씁쓸하게 웃는) 그림 안 그린 지 한 삼 년 됐어요,
연수 그럼, 지난 번 가지고 오신 작품들은...?
소영 옛날에 그려둔 것들이에요, 요즘 장사가 잘 안 돼서,
어떻게 월세라도 마련해 볼까 싶어서요.
연수 앞으론 그림... 안 그리실 거예요?
소영 민이사님 그러시더군요. 팔리는 그림을 그리라고...팔리지도 않는 작품 그려서 뭐하냐구... 근데요.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어떤 게 팔 리는 그림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구요.
연수 원망 많이 하셨죠?
소영 (웃으며)네, 했죠, 많이 했어요. 왜 내 그림은 안 된다고만 하나...
진짜 팔릴 지 안 팔릴 지는 경매에 올려봐야 아는 거니까...
(그때를 회상하듯 아스라한 눈) 그래서 정말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 던 거 같아요. 내 그림을 몰라주는 세상에 반항이라도 하듯....
(쓴 웃음) 그러다 알게 됐어요, 내 안에 재능이 없다는 걸...
(손에 들린 꽃을 보며) 그래서 캔버스 장미 대신, 진짜 장미를 선택 했구요.
포기하니까 맘은 편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 길이 아니었나 봐요.
연수 (소영을 보는 눈에 안쓰러운 맘이 가득해진다)
소영 참! 3년 전에 윌옥션에 위탁하고 찾아가지 않은 그림이 있어요... 혹시나 찾게 되시면,
26. 서린 방 안.
새로 인쇄한 도록을 넘기는 서린, 앞에 나경 서 있다.
메인 표지에 김영일의 장미 그림이 보인다.
서린 신경 쓴 만큼 나왔네. 컬렉터들한테 발송하고,
vip 고객들한테는 직접 전화하는 거 잊지 말구.
나경 알겠습니다.
나경 나가면, 또 다시 울리는 책상 위 전화기.
서린, 들고 있던 도록을 내려놓으며 전화 받는다.
서린 네, 민서...(린입니다)
예의, 그 굵고 기분 나쁜 음성이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온다.
(E) 아끼는 그림을 찢긴 기분이 어때?
서린 (애써 당당한 척) 당신 누구야,
(떨리는지 침을 삼키며) 이 따위 삼류 장난은 집어치워
(E) (피식 웃는) 그래, 그래야 재밌지. 민서린은 그렇게 자신만만한 모습 이 어울린단 말이야.
서린, 긴장해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E) 김영일의 장미라...작품 보는 안목은 여전해. 일관성 있어...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니까?
책상 위에 놓인 도록(표지 김영일의 장미)을 보고 굳어지는 서린의 얼굴.
27. 작은 방.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서린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나 있다.
이를 지켜보는 어떤 이의 뒷모습,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28. 어느 갤러리 앞.
갤러리 문이 열리며 윤재, 연수, 주인에게 인사하고 걸어 나온다.
윤재 이거 원 만나는 사람마다 다 협박범 같으니
연수 민 이사님은 보기보다 적이 많네요.
윤재 그 자리까지 꽃 계단 밟으면서 올라 왔겠냐?
연수 꽃 계단은 아니어도 사람들한테도 잘 하구 일도 잘하면..
윤재 니가 세상을 알려면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어.
연수 치이! 선배는 뭐 아는 것처럼...
29. 서린의 방 안.
사무실에는 00 보안 마크가 등에 써진 업체 직원들이
테스터기를 들고 이 곳 저 곳을 검색한다.
업체직원 1, 형광등 쪽으로 옮기는 순간, 삑- 삑- 소리가 들린다.
직원1, 서린을 돌아본다.
직원1 여기 카메라가.
서린 (굳은 얼굴 말이 안 나온다)...
30. 사무실 안.
사무실 곳곳을 업체 직원들, 테스터기를 들고 검색 중이다.
이때, 삑삑, 요란한 경고음.
직원들 일제히 소리 나는 쪽을 본다.
그 곳은 다름 아닌, 나경의 자리!!.
업체 직원1, 나경의 자리에서 도자기 인형을 집어 든다.
안에서 꺼내는 작고 동그란 도청 장치.
일제히 나경에게 쏠리는 시선.
나경, 순식간에 얼굴이 굳는다.
31. 회의실 안.
테이블 위에 올려진 나경의 도자기 인형,
나경, 고개를 외로 돌린 채 시선을 아래로 깔고 앉아있고,
맞은편에 서린, 마주 앉아있다.
나경 (울먹) 전 정말 선물 받은 죄 밖엔 없어요.
서린 알아..그런 말이 아니잖아...나경 씨, 소지품에서 도청 장치가 나왔어.
그걸 설명해 달라는 거야.
나경 전 모르는 일이예요. 박민호라는 분이 보내왔길래, 전 그냥 받기만 한거라구요.
서린 (뇌까리듯) 박민호라...박민호...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나경 (억울) 제가 도청 장치로 회사 기밀이라도 빼돌렸다는 건가요?
그래요, 인형에서 나온 도청 장치는 그렇다고 쳐요
(서린을 의심어린 눈으로 보며) 그럼, 이사님 방에서 나온 카메라는 요? 그건 어떻게 설명하죠?
(점프)
나경이 앉아있던 자리에 똑같은 자세로 설비팀 정씨, 앉아있다.
정씨 어떻게 되다뇨? 전 그냥 형광등만 고쳤을 뿐이라구요?
서린 왜 허락도 없이 형광등을 고쳤죠?
정씨 (어이없는)허락이요? 이사님이 고쳐달라고 하셨잖아요?
서린 (어이없는) 내가요? 내가 언제?
정씨 기억 안 나세요? 어제 아침 설비팀으로 이사님이 직접 전화하셨잖 아요.
32. 회의실 안.
모두 다 나가고 도영, 서린 만 남아있다.
책상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도자기 인형.
도영 (전화 끊으며)사실인데요.
어제 아침 설비팀으로 온 전화, 이사님 방 번호 맞다구,,.
서린 내가? 내가 전화를 했다구? 말도 안 돼.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도영 요즘 너무 과로하시는 거 아니에요?
서린 (혼란스럽다. 자기도 자기를 믿기 어려운) 개인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아서...내가 정신이 없었나? (확신하는) 아냐. 내가 아무리 피곤해 도... (왠지 불안한 기운을 감지하는) 누군가 짜놓은 각본에 따라
놀아나는 느낌이 들어. 나경 씨한테 도자기 선물을 한 것도 그렇고
서린, 문득 도자기 인형에 시선이 간다.
천천히 인형을 들어, 인형 밑을 보는 서린,
인형 밑에 “2005년 12월 오사카”이란 글자가 보인다.
서린 오사카! (긴장해서 눈에 힘이 들어가는) 그래 박민호.
내가 왜 그 사람을 빼먹었지!
(!!) 그래, 작품 안목 운운할 때 알았어야 했어
(안타까운) 윤아 이름을 댈 때 알았어야 했는데
33. 포장마차 안 (밤, 겨울-서린의 회상)
눈이 내리고 있는, 미친 듯이 퍼먹는 박민호, 며칠 굶은 사람 같아 보인다.
서린 (투명한 포장지에 싼 도자기 ‘인형’ 내밀며)출장 갔다가 선배, 생각 나서 하나 샀어요. 별 건 아니구...
박민호 어떻게 안 될까?
서린 (난처한)이번에 작품이 워낙 많고....
박민호 (절박한) 그럼, 언제 쯤 우리 꺼 언제 살 수 있지?
서린 이런 말씀드리기 그런데요...선배, 이젠 작품 보는 안목 좀 키우세요.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면 무턱대고 사지 마시고,
박민호 안 된다는 건가?
서린 선배가 가지고 있는 컬렉션은 특별한 주제도 없구, 일관성이 없어서
박민호 (액자를 서린 앞에 놓으며)그럼 이거 하나만이라도 팔아주면 안될 까? 알다시피 내 컬렉션에서 제일 아끼는 작품이야.
서린 아시잖아요... 시장에서 김장호 작품 한 물 간 거..
박민호 (애원) 마누라랑 애들이 밖에 나 앉게 생겼어.
민이사도 애 키우는 입장이잖아... 윤아, 이제 학교 갔겠네.
요샌 건강하지? 알레르기니 뭐니 해서 걱정 많았잖아?
서린 (고개 끄덕이고는) 죄송해요...(난처한)경매는 팔리는 작품을 거래하 는 곳이라서요.
박민호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 아냐. 서린아!!! 민서린!!!
서린 죄송해요. 선배 사정 딱한 건 알겠는데, 저, 공과 사는 구분하 고 싶어요.
박민호 (굳어지는 얼굴 일어나며) 사람이 그러는 거 아냐.
내 소장품 중 반은 윌옥션서 산 건데...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너두 나한테 언젠가 이렇게 애원하는 날 와. 꼭
낡디 낡은 바바리 코트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박민호를 보는 서린,
휴우 한숨을 내쉰다.
박민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액자 하나.
34. 서린의 사무실 안
생각에 잠긴 채 한참을 서성이다 수화기를 집어드는 서린.
서린 윤재 씨, 의심 가는 사람이 떠올랐어요.
35. 인사동 어느 화랑 안
안경을 접으며 자리에 앉는 중년남, 앞에 연수, 윤재 앉아있다.
중년남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봄일 거요. 아마,
사업 부도나고 집까지 몽땅 차압당하는 바람에 살림살이가 다 밖으 로 내몰렸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온 가족이 그 비를 다 맞 고 있더라구.
연수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중년남 (의아한 얼굴로) 만난다구? 박민호 사장을?
......그 사람 6개월 전에 죽었어요,
연/윤 !!
중년남 자살이라고 합디다. 장례식엘 갔는데, 참...인생 허무하데...
부인 혼자 빈소를 지키고 있는데 어찌나 맘이 안 좋던지
36. 윌 옥션 옥상.
서린 (허를 찔린 듯) 자살이요?
윤재 박민호는 아니구... 박민호 주변 누구 같아요, 혹시,,,,
이때, 다급하게 뛰어 오는 도영.
도영 이사님, 오선배 빨리 내려와 보세요. 빨리
37. 윌옥션 사무실
모니터에 떠 있는 컬렉터 리스트, 하나 씩 하나씩 천천히 지워지고 있고
전산팀 직원들, 프로그램을 체크 중이다...
나경, 연수, 초조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모니터 앞으로 급히 들어서는 서린, 윤재, 모니터를 바라본다.
서린 이건 VIP 컬렉터 리스트잖아.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나경 (당혹) 누군가 프로그램에 먼저 접속을 했어요, 들어갈 수가 없어요.
서린 프로그램 접속은 우리 경매팀 밖에는 안 되는 거잖아요
누가 프로그램에 접속해 있다는 거야? 빨리 확인해 주세요.
모니터에 최종적으로 뜨는 번호,,, 345.789.6234
도영 카드 번호 끝자리가 6234면?
연수 6234?
일제히 서린에게 시선 집중.
서린, 동료들의 그 시선들이 당황스럽다.
서린 내가 왜...왜 그런 짓을. 내가 보안카드를 쓴... (번쩍!)
F/B 롤러스케이트 남자, 지갑에서 보안 카드를 뺀 뒤,
다른 보안 카드를 지갑에 집어넣고 지폐를 뺀 뒤 던져 버린다.
서린, 지갑에서 서둘러 카드를 꺼낸다.
서린 (지갑에서 나온 카드를 보며) 이건 내께 아냐. 내께...
이때, 책상 위에서 울리는 전화기.
모두 정지된 화면처럼 굳어져, 전화기를 본다.
서린이 수화기를 들자, 윤재 빠르게 오픈 통화 버튼(모두 들을 수 있게) 을 누른다.
서린 여보세요?
(E) 어때? 아직도 장난 같은가?
서린 (흥분해서)당...신,,,누구야? 부인이야, 아...아니 박민호 동생,
누구야? 박민호는 죽었다는데, 도대체 당신 누구야?
(E) 워~워 왜 이렇게 서두르시나.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거, 그게 민서린 매력인데 말야...
서린 (도로 차분하게) 말장난할 시간 없어. 빨리 말해, 원하는 게 뭐야.
(e) 그래. 그렇게 침착하게 대처하란 말야. 민서린답게...
.....윌 옥션서 제일 가치 있는 그림.
제일 가치 있는 그림과 컬렉터 리스트를 교환하지.
앞으로 한 시간 뒤, 윌옥션서 최고로 가치있는 그림을 가지고
종로 3가 명성 빌딩으로 와. 한 시간이야, 한 시간
1분이라도 늦으면 리스트는 또 지워질테니까. (뚜- 끊기는)
(점프)
모두 근심어린 얼굴로 앉아있고, 윤재 긴장한 듯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윤재 결국, 놈이 노린 건 그림이었어.
나경 협박범이 시키는 대로 그림을 줄 거예요?
서린 (간신히 지탱하며)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요.
도영 안 그러면, 컬렉터 리스트가 계속 지워지는데요?
서린 (이 상황이 견디기 어렵다.....눈을 질끈 감는)
나경 지금 우리 옥션에서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이면 김영일의 장민데..
연수 저기요, 이건 그냥 제 생각인데요,
일동 (연수 보는)
연수 범인이 비싼 그림이 아니라, 가치 있는 그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윤재 !!
연수 가치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은 고흐를 최고로
꼽지만, 또 어떤 사람은 마네를 최고로 꼽기두 하고...
저한테는 우리 아버지가 그려주신 그림이 제일 가치 있거든요.
사람마다 가치는 다 다른 거 아닌가요?
윤재 (느낌 온다) 비싼 그림이 아니라, 가치 있는 그림이라...
연수 제가 범인이라면 가족의 소장품이 가장 소중할 거 같은데...
나경 맞아요! 얼마 전 박민호란 이름으로 그림 한점이 위탁 됐어요
38. 수장고
직원들 일제히 그림을 찾느라 수장고를 이 잡듯 뒤진다.
작품의 네임택을 확인하는 직원들.
연수, 그림을 찾아 계속 안으로 들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구석 틈과 틈 사이에 떨어져있는 그림!
액자를 꺼내 네임택을 확인해 보면 위탁자 정소영! 연수, 그림을 막 확인하는데,,,
어디선가 “찾았어요. 박민호 찾았어요!”....도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cut to)
도영이, 위탁자 박민호의 이름이 있는 포장지를 급히 뜯어낸다.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서린. 도영이 포장을 푼 박민호의 액자를 서린 앞에 내민다.
싱싱한 복숭아가 가득 그려진 정물화!
하얗게 질리는 서린, 밖으로 튀어나간다.
39. 도로 서린의 차 안(밤)
급하게 질주하는 서린차.
윤재 (E, 다급한)동생은 7년 전부터 미국에 거주 중이에요... 부인은, 이해 숙씨라고, 6개월 전부터 가사 도우미로 일하고 있구요.
40. 병원.
벌컥 문을 열고 달려 들어오는 서린, 그 뒤로 무장 경찰들 함께 들어온다.
덩그러니 놓여진 빈 침대.
서린 (일그러지는 얼굴) 윤아...윤아가 없어요
41. 병원 입구
형사1의 진두 지휘 아래 경찰들 작전을 개시.
형사들, 병원 데스크, 간호사, 의사 등에게 윤아의 행방에 대한 묻고 다닌다.
42. 동 장소.
병원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던 서린과 경찰들,
저 만치, 윤아와 가정부 아줌마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발견한다.
주위를 슬쩍 돌아보는 가정부 아줌마, 커다란 옷으로 윤아를 확 덮치려는 순간,
(그 모습은 아이를 덮치려는 듯 위협적으로 비친다)
어느 틈에 포위해 들어온 경찰들에 의해, 제지당한다.
(점프)
경찰에게 끌려가면서도 계속 반항하는 가정부.
가정부 왜 이래요? 도대체 왜 이러냐구요?
경찰들에 의해 끌려가는 가정부의 뒷모습을 보는 서린, 윤아를 꼭 안고 있다.
43. 병실 앞.
윤아를 안고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서린, 경매팀 직원들을 배웅 중이다.
서린 너무들 고마워, 내가 뭐라고 감사를 해야 할 지.
연수 (윤아 머릴 쓰다듬으며)고맙긴요, 다 같이 한 식군데..그지 윤아야?
윤아 (뭔 말이지 잘 모르겠는)
서린 어른이 말씀하심 네, 해야지.
윤아 네.
나경 (웃으며) 저희들 있으니까, 이참에 좀 쉬세요.
서린 그래, 여러분 믿고 오늘은 윤아랑 같이 있을 테니까
경매 준비는 차질 없이 해 줘요. 오윤재씬 마케팅 팀에 연락해서
윤재 (서린 말 막으며) 예! 예! 그 잔소리 나오는 걸 보니
민 이사님 괜찮으신 거 같네...
윤재의 말에 다 같이 웃는 경매팀 직원들...
44.병원 앞.
현관을 막 나오는 경매팀 직원들.
나경 정말 민이사님 못 말려. 이 순간에도 경매를 생각하시니
도영 그게 민이사님 매력이잖아. 난 회사로 갈 건데, 다른 분들은?
나경 차질 없이 준비하라시잖아, 야근해야지.. 오선배는요
윤재 난 윌옥션 직원 아냐? 연수 넌?
연수 전, 들를 때가 있어서요. 먼저들 가세요.
45. 병원 복도.
주전자를 들고 병실에서 나오는 서린,
화장실 쪽으로 돌아서는데 “민서린 씨?” 누군가 부른다. 돌아보는 서린.
46. 꽃집 앞
문 닫은 꽃집 앞, (수장고에서 찾은 정소영의) 그림을 들고 연수, 서성이는,,,
옆집 언니 오늘, 일찍 문 닫고 들어갔는데,,,
연수 어쩌죠... (액자 보이며)이거 돌려드리려고 왔는데...전화도 안 받고
옆집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전해드릴게요.
연수 그래도 직접 뵙고 전해 드리고 싶어서,,,
47. 정소영의 집 근처/ 안
주소 적힌 메모지 보며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는 연수...
옆집 (E)큰 길 따라 쭈욱 올라가시다가 삼거리 공터에서 세 번째 집이에 요. 오빠랑 같이 살고 있으니까 언니 없으면, 오빠한테 맡기세요.
마당이 있는 소박한 한옥 집.
“계세요?”하며 삐그덕 대문을 열고 연수가 들어선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집 안을 무심히 둘러보다, 문득 벽 위에 걸린 액자를 본다.
오래된 가족사진 인 듯 조금 빛바랜 여러 개의 사진이 액자 속에 끼어있다.
미소를 지으며 액자를 보던 연수, 문득 얼굴이 굳어진다.
연수,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을 가까이 가서 본다.
정소영과 설비팀 정씨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커지는 연수의 눈에서...
48. 도로. 달리는 서린의 차 안
운전하는 정씨, 긴장한 얼굴로 백미러를 본다.
뒷 자석에 포박당한 채 앉아있는 서린, 그 옆에 표정 없는 얼굴의 정소영 앉아있다.
49. 정소영집 앞.
미친 듯이 달려 나오는 연수, 급히 핸드폰을 꺼내든다.
연수 (걱정스런)민이사님 제발, 제발 전화 좀 받으세요...
전화를 받지 않자, 급한 마음에 다른 번호를 누르는 연수.
연수 (다급하게)선배!!! 민이사님, 민이사님이 위험해요.
50. 경찰서 취조실 안
꽝!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형사1
형사1 이봐요. 당신은 현행범이야, 현행범
범행을 저지르는 현장에서 잡혀놓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가정부 전 그냥 윤아가 감기 걸릴까봐 코트를 덮어주려고 한 건데...
형사1 이봐요. 이해숙씨. 남편이 자살하자 원한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거 맞죠? 당신이 민이사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 것도 그 시점이고,
범행 종료 시점에 맞춰, 다음 주부터 식당에 새 일자리 구했다는 사 실까지...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계속 딴 소리 할거요?
가정부 (포기한 듯 한 표정) 맞아요, 그랬어요,
남편한테 냉정하게 등을 돌린 민이사가 너무 미웠어요.
복수하려구 했어요,,, (눈가 그렁) 근데 못했어요.
할 수가 없었어요...겁이 나서요.
형사1 그래서 복수대신 애를 인질로 비싼 그림이나 빼 내 보겠다?
가정부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민이사님 옆에서 보니 좋은 사람이었어요.
언뜻 차가운 사람 같지만, 속정도 깊고 예의 바르구..
더군다나 윤아는, 곁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내 딸처럼 정이 들었구요.
처음엔 복수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가족 같은 사람들이 됐다구요.
그래서 떠나야겠다고 맘먹었어요... 죄책감이 들어서 더 이상은...
형사1 (피식) 소설 쓰시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겁니까?
가정부 진짜에요, 진짜라구요
이때, 경찰1, 취조실로 급히 들어와 경찰1에게 소곤소곤 댄다.
얼굴 굳어지는 경찰1, 급히 밖으로 나간다.
51. 지하실 안.
어두운 지하 기계실.
팔, 다리가 묶여있던 서린, 어느 순간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뜬다.
뿌옇게 보이는 여자의 모습, 소영이다...
점차 분명해지는 서린의 시선,,, 주위를 둘러보다, 마치 전시실처럼 주변에 전시된 그림들에 시선이 간다. 순간, 얼굴이 경직되는 서린의 얼굴.
수장고에 있어야 할 그림들이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서린 (믿을 수 없는) 어떻게 수장고에 있는 그림을....
소영 이 순간에도 그림 걱정이 앞서다니,,, 역시 민서린답군...
그림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면, 1분 안에 건물이 완벽하게 차단되 지. 하지만 안에서 안으로 옮기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서린의 보안카드를 내밀며)이 카드 하나만 있으면 말이야...
서린 (침착하게)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이 그림들을...
소영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이 따위 허접한 그림들이 아니거든.
서린 그럼 뭐야? 원하는 게 뭐냐구?
소영 (나지막이) 당신!
서린 (당신이란 말에 굳어지며 소영 보는)
소영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야!!!
서린 (!! 너무 놀라 한 동안 말을 못하다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구!
소영 뭘 그렇게 잘못했냐구? 그건 당신이 풀어야지.
(액자 하나를 잡으며) 5분. 주어진 시간은 5분이야...
5분에 하나씩, 이 그림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이 그림들이 다 사라질 때까지 못 풀면 그 땐...
(스윽 옆에 있는 칼을 집어 들며)당신이 사라지는 거야.
어때? 내가 구상한 마지막 그림인데... 맘에 들어?
경악하는 서린의 얼굴...
52. 정소영 집 앞
3-4대의 경찰차에서 경찰특공대가 분주하게 내린다... 연수, 형사1과 함께 앞장서는,
53. 정소영 방 안
형사1의 지휘 아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찰들...
온 방에 붙여진 민서린 스크랩과, CCTV등을 보며, 놀란 눈빛의 연수...
경찰1, 급하게 달려와 형사1에게 보고한다...
경찰1 민서린씨 핸드폰 신호가 윌옥션 건물 근처에서 사라졌습니다...
54. 지하 기계실
서린 (두렵지만 냉정을 잃지 않고) 지금 뭐하는 거야? 내가 이런 장난에 눈 하나 깜짝할 거 같아?
소영 (피식) 호가 들어갑니다. 29억, 29억 5천
서린 이 자리 오르기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나야. 졸부들의 같잖은 협박 부터 광기어린 예술가의 어리광까지...
소영 30억, 30억 오천, 없으십니까?
서린 (자포자기...)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기억이, 기억이 안 나요!!
소영, 천천히 일어나 그림을 잡는다.
서린 제발 그러지 마요, 제발...
소영 30억, 30억, 30억, 낙찰입니다!!!
낙찰 소리와 동시에 그림을 칼로 가르는 소영...
경악하는 서린의 표정.
소영 (침착한 음성) 사과를 하기엔 너무 늦잖아.
(다정하게 씨익 웃는) 다음부터는 사과를 좀 더 빨리 해, 알았어?
55. 윌옥션 앞(밤)
경찰차, 윌옥션 앞에 서고 경찰들 열을 맞춰 내린다.
차에서 내려 급하게 뛰어가는 연수,
56. 윌 옥션 지하 주차장 안.
주차장을 수색중인 경찰들...지하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서린의 차.
차 바닥에 떨어져 있는 서린의 가방, 그 안에서 빛을 발하며 울리는 핸드폰.
차량 안을 살펴보는 경찰들.
57. 수장고 앞.
수장고 앞에 쓰러져 있는 경비를 보고 얼굴이 굳어지는 경매팀 직원들.
도영은 경비를 깨우느라 정신없고,
그 사이 윤재, 나경 긴장한 얼굴로 수장고를 열며 안으로 들어간다.
58. 지하 기계실.
퍽- 공중으로 튀는 파편들, 또 하나의 그림이 박살나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바닥에는 이미 부서져 깨진 몇 개의 액자들이 뒹군다.
그림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서린의 얼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애원하다 지쳐 발악하는 서린.
서린 (버럭) 그만해!, 제발 그만하란 말야!
(눈에 분노가 이글거린다)내가, 이 그림들 하나 위탁받기 위해 얼마 나 고생하는 줄 알아?
(눈가에 눈물 그렁해지는)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이 죽 꿇듯 하는 위 탁자들 비유 맞춰가면서, 지겨울 만큼 까탈스러운 컬렉터들 드럽고, 치사한 거 다 참으면서 얻은 그림이야.
너 따위는 상상도 못할 만큼 힘들게,,,
소영 (열린 동공)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게 괴롭다?
겨우, 겨우, 그 정도 가지구 괴롭다구?!
순간적으로 액자를 치켜드는 소영, 그대로 서린의 얼굴을 강타한다.
엌! 짐승처럼 터져 나오는 서린의 비명소리.
바닥에 쓰러져 꼼짝 앉는 서린을 보며, 소영 호흡을 가다듬는다.
소영 (자리에 앉으며) 넌, 고통을 몰라... 진정한 고통을...
59. 수장고 안.
그림을 싸고 있던 포장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수장고 안.
사라진 그림들을 보고 얼굴이 굳어지는 나경과 윤재.
60. 윌옥션 복도 및 계단
경찰 특공대, 형사1의 지휘 아래, 포위망을 좁혀간다...
연수 (통화중인) 네! 선배. (전화 끊고 형사1에게) 수장고의 그림들이 없어 졌데요.
형사1 그럼 범인은 이미 그림을 가지고 밖으로 도주한 거 아닐까요?
연수 그건 아닐 거에요. 보안해제 없이는 불가능해요.
61. 지하 기계실
굵은 핏줄기가 서린의 얼굴을 타고 흐른다.
눈물과 피가 뒤범벅이 된 서린의 얼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서린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소영 (착하게 웃는)뭘 잘못했는데...
서린 (패닉상태.. 횡설수설) 모르겠어요, 그치만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원하는 걸 말씀하세요... 뭐든지, 뭐든지 들어드릴게요
소영 (서서히 흔들리는 눈동자) 뭐든지 들어준다...뭐든지...
그건, 간단해,,,,, 너두,,, 나처럼 되는 거
혼자 고통 속에 신음하고 또 신음하는 거
내가 원하는 건..내가 원하는 건... 그거 뿐이야.
62. 서점. 낮 (정소영의 회상)
<그림을 사랑한 여자-민서린> 저자 싸인회
줄을 서서 싸인을 받고 있는 사람들
먼발치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초라한 복장의 소영...
잠시 후, 민서린 앞에선 소영....
서린 성함이?
소영 정소영이요...저, 저, (쭈삣쭈삣대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그림-장미-을 내미는)제 그림 좀 봐 주시겠어요?
서린 (자신의 책을 내밀며)느낌이 좋네요...
터치도 섬세하고 구도도 안정적이고...
소영 저,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제가 그림을 계속
그려도 될까요? 그 정도로 재능이 있을까요?
그냥, 괜히 시간 낭비만 하는 것 같아서...
63. 서점 앞(낮)
그림과 책을 안고 밝게 웃으며 걷는 소영...
서린 (E)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소영씬 좋은 화가가 될 자질이 보여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서린 목소리 왜곡 되서 들리고,,,
64. 지하 기계실.
소영 그냥 그림이 좋았어....
나에게 과분한 꿈이었을지 몰라도...
민서린, 너의 말을 순진하게도 믿어 버렸으니까...
나의 우상이자 나의 희망이었던...
서린 앞에 던져진 책, 서린의 싸인과 ‘꼭 좋은 화가가 되세요’란 메시지가 적힌...
서린, 이 모든 상황이 고통스럽다.
65. 윌옥션 앞(밤, 정소영의 회상)
비가 내리고 있다. 밖으로 나가려던 소영,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66. 윌옥션 사무실(낮)
나경의 책상 위에 올려진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서린과 소영...
서린 정 소영? 또 그 작가야?
나경 이젠 작품 받는 것도 미안해 죽겠어요 어찌나 열심히 갖다 주는지
서린 냉정하게 잘라야지.
나경 너무 열심히라,,, 이번 신인작가 기획전에 올려보면 안 될까요?
서린 나경씨, 여기가 위탁만 하면 팔아주는 곳이야?
(그림 툭툭 치며) 이 그림이 어딜 봐서 낙찰이 될 거 같아...
인지도가 있길 해... 작가 이력이 그럴 듯 해...
뭔가 화제를 일으킬 만한 꺼리가 있어야지...
게다가 완전 김영일 아류잖아. 장미가 인기 있다니까 너두 나도
장미야... 요즘 작가들 왜 이런지 모르겠어.
자기 스타일은 없구 남의 것만 대충 모방을 하려구 하니...
서린 놀라서 보면, 우산을 들고 있는 소영, 송장처럼 얼어붙어 있다.
67. 작은 방 (정소영의 회상)
-술에 취해 소영에게 술주정하고 있는 소영의 남편.
‘미친년아, 우리 형편에 그림이 어울리기나 해. 그걸 하면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남편, 물감을 집어 던지고 난동을 부리고...
-한바탕 난동을 끝내고 남편이 나자가 또 다시 붓을 잡는 소영.
-미친 듯 그림 그리는 소영 몽타주...
-그림이 잘 안 그려지자 고뇌하는,,,
-며칠 밤낮을 미친 듯 그림 그리는,,,중간 중간 아이 울음 소리...
소영(E) 정말 미친 듯이 그렸어... 내 그림을 알아봐 줄,
내 그림을 좋아해 줄, 누군가를 위해서...
누구보다 당신, 민서린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소영 그림 완성하고 보면,,, 아이 울음 그쳤다.
그제서야 아이에게 시선이 가는....
울다 지쳐 기절한 듯한 아이,,,
소영, 다가가 아이를 안다가 불현듯 얼굴이 일그러지며 처절한 울음을 터뜨린다.
소영(E) 그래... 내가 안고 있던 건 싸늘한 시신이었어...
68. 작은 방 (낮, 밤...정소영의 회상)
‘계세요. 아무도 안계세요’ 노크 소리... 전화벨 소리...
어두운 방...두려운 눈빛으로 멍하니 허공을 보며 떨고 있는 소영
소영(E) 그렇게 어제와 같은 오늘이, 또 어제와 같은 오늘이,
69. 지하 기계실 안
소영 내가 한 건 열심히 그림을 그렸을 뿐인데...(절규하는) 왜! 왜!
서린 (실신 직전의)정말 미안해요...그런 이유라면 정말,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난 경매사니까...경매를 성공시켜야하는
경매사니까...
소영 (충혈된, 눈빛 떨리며) 아류작이라구? 상투적이라구!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어? 나같이 돈도, 빽도, 배운 것도 없는 년은
애초부터 화가로서 글러먹었다는 걸... 왜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았 어? 난 재능이 없다구. 왜? 왜? 왜?
서린 (실신직전, 흐느끼는)미안해요... 미안해요...
소영 (퍽- 그림 하나를 부수며) 이건 나에게 희망을 준 죄!
서린 (힘없이 절규하는)미안해요... 미안해요...
소영 (김영일의 <장미>를 짚으며) 이건 나에게 절망을 준 죄!
(광기어린 눈빛) 마지막으로,,, 외롭게 죽은 내 아이
소영, 칼을 들고 민서린을 향하는 순간...
벌컥- 기계실 문이 열리면서 경찰들 들어선다. 탕! 발사되는 공포탄!!!
형사1 움직이지 마!
소영,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 서린의 목을 팔로 휘감는다.
소영 (서린의 목에 칼을 대며) 한 발짝만 와, 한 발짝만 움직여 봐!
형사1 정소영 씨 칼 내려놔요. 그깟 그림 때문에 사람을 죽여요?
소영 그깟 그림? 그깟 그림이라구! 그래, 그깟 그림 때문에,,,
세 살 먹은 아이는 아주 천천히,,, 천천히,, 싸늘하게 식어갔어....
형사1 알았어요, 당신 맘 알았으니까, 어서 칼을 놔요!
자꾸 이러면 형기만 높아질 뿐이야.
소영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호흡 거칠어지는) 내 그림이 모욕당한
그 날! 내 아이가 죽은 그 날! 난 이미 죽었어.
형사1 정소영 씨, 이렇게 하면 다친 자존심이 회복됩니까
이렇게 하면 당신이 느낀 모욕이 씻기는 거 아니잖아요?
살아서 살아남아서, 계속 그림을 그리는게...
형사의 말이 흐르는 가운데,,,
연수와 눈이 마주치는 소영... 흔들리는 눈 빛,,,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듯한...
안타까운 표정의 연수... 눈빛으로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민서린의 목을 겨냥한 소영, 칼을 쥔 소영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총소리, 놀란 표정의 서린, 경악하는 연수...
바닥에 피 자욱한 가운데,,, 칼에 찔려 있는 소영, 연수 소영 쪽으로 뛰어가고,
소영 (칼에 찔려 숨을 헐떡이는, 슬픈 눈빛의)
내가 죽으면,,, 내 그림은,,, 걸작이 될 거야... 그렇죠? 민이사님!!!
70. 회의실
다시 활기를 띈 윌 옥션 사무실
윤재 (종이 접기에 한창인...)
나경 도영 씨, 마케팅 팀한테 지면 광고 빨리 서둘러 달라고 했어?
도영 (들어오며)벌써 나왔어... 여기....(연수에게 주며)이거 이사님께 보고 좀 해 줄래...
연수 네...(서린방으로 가는)
서린방,,, 노크하는 연수... 응답이 없자 문 열어보는...
71. 서린의 방안.
아무도 없다...
연수 이사님 어디 가셨나.
서린 자리에 광고 자료 놓고 나가는 연수...
때르릉- 때르릉 울리는 전화기. 쿵- 닫히는 문.
문이 닫히고 카메라 천천히 서린의 방을 훑는다.
그러다가 천천히 책상 밑으로 내려가면,
책상 밑에서 웅크린 채, 불안한 듯 앉아있는 서린의 모습............
소영 (E)내가 원하는 건, 내가 원하는 건, 너두, 나처럼 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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