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하우스 9
#1 호텔 기자회견장 (오전)
미공개작 <동지>를 취재하려고 몰린 취재진들.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한쪽에서 나경은 바쁜 듯 전화하고 있고 서린은 편치 않은 얼굴.
기자1 이정철 화백의 <동지>가 30년만에 처음으로 공개가 되는 건데요,
추정가는 어느 정도 예상하십니까?
서린 올해 최고 낙찰가는 확신합니다.
기자2 <동지>가 2005년도에 윌옥션에서 추진했다가 한번 실패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경로로 다시 들어오게 된 건가요?
서린 (애써 웃는) 소장자께서 그동안 윌옥션이 보여준 신뢰를 믿고 맡긴 것 같습니다.
기자2 오윤재씨가 말로는 민서린 이사님의 공이 크다던데,
서린 ... 저는... 한 게 없습니다.
“겸손하시기까지...” “역시 민서린 이사님이셔...” 등등 기자들의 칭찬들.
애써 웃는 서린, 불편함을 감추려 물 마시는데 미세하게 떨리는 손.
‘죄송합니다’ 하며 입을 막고 자리를 뜬다.
#2. 호텔 화장실 (오전)
입을 막고 달려 들어오는 서린.
화장실 칸의 문을 벌컥 열고 주저앉아 구토를 하는.
나경E (노크하며) 괜찮으세요? 등 좀 두드려드릴까요?
서린 (구토하면서 겨우) 괜찮아.
나경E 병원으로 모셔다드릴까요?
서린 아니야. 가서 마무리 좀 해줘. (또 다시 구토하는)
나경이 나가는 소리 들리고.
구토하던 서린, 입 닦으며 일어나 문 열고 나간다.
세면대에서 수돗물을 틀어 손 씻다 거울 보면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
#3. 동, 로비 (낮)
걸어오는 서린과 나경. 서린은 편치 않은 얼굴이다.
나경 퇴원도 무리해서 하신 건데 퇴원하자마자 바로 기자회견을 하시니...
서린 오윤재 연락 안돼?
사전에 내용을 알려주든가, 아님 오윤재 본인이 나왔어야지.
나경 저도 어젯밤에 갑자기 연락받은 거라...
서린 박연수 사장님 미팅은?
나경 그게... 마음 돌리신 모양이에요. 위탁 취소하시겠다고...
서린 미팅 날짜 다시 잡아.
나경 분위기가 맘 굳히신 것 같던데... (서린 눈치 싸늘하자)
날짜 잡고 말씀드릴게요. 전 한국갤러리 들렸다 들어가겠습니다.
어? 바그너가 웬일이지? 소더비 인사담당이?
서린 (멈추고 보면)
커피숍에 마주 앉아있는 윤재와 바그너 보인다.
심각하게 얘기를 하는 바그너과 달리 여유롭게 웃으며 듣고 있는 윤재.
그런 윤재를 보는 서린. 두 사람의 대조적인 표정.
Lot 9. 언더비터의 가을
<서린의 이야기>
#4. 서린 방 (다음날, 오전)
서린, 나경에게 보고 받고 있다.
서린 (시안 보며) ‘톡톡 찍은 꽃잎들이 비빔밥처럼 비벼져 있다. 비빔밥을 비벼도 콩나물이 시금치가 되지 않듯이 꽃잎들이 포개져있어도
꽃은 숲이 되지 않는다...’ 재밌어. 미술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쉽고 친근하고. 좋은 시도야. 잘 했어, 나경씨.
나경 네. (문자 왔는지 확인하고) 박사장님은 오늘부터 일본 출장이시라
다음주에 시간 잡을 게요. 그리고 저...혹시 회사 옮기실 생각이세요?
서린 ?
나경 소더비에서 아시아 시장 넓힌다고 스카웃하러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해서요. 어제 바그너가 오선배 만난 것도 그때문인 것 같던데...
서린 ....
나경 (서린 보며) 이사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서린 (생각하다)난 윌옥션 지킬 사람이란 걸 아는지 연락 안왔는데?
(이때 전화 울린다.) 예, 민서린입니다.
#5. 호텔 커피숍 (낮)
들어서는 서린. 바그너가 있는 테이블에 가 앉는다.
서린 요즘 바쁘시다구요?
You've been busy lately?
바그너 Not as much as you, I guess.(smile)/민이사만큼은 아니에요.(웃고)
Let's cut the cackle. / 바쁘신 거 같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We are trying to expand our business in Asia,
and we'd like you to take charge of Asian branch office.
얘길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우리가 아시아 시장을 넓히려고 하는데 민서린씨가 아시아 지사장을 맡아줬음 합니다.
What do you think? 어떠신가요?
서린 그 일로 이미 오윤재를 만나지 않았나요?
I know you have already met Mr. Yunjae Oh?
바그너 (smile)He rejected my suggestion. (pause)
(웃고)스카웃 제의를 했는데 거절당했어요...
And he recommended you right away. 당신을 추천하더군요.
Would you like to accept our offer to be the head manager of Sotheby's Asian branch office instead of Mr. Oh?
오윤재씨 대신 아시아 지사장 제의, 받아주시겠어요?
#6 호텔 로비 (낮)
굳은 표정으로 나오는 서린.
서린 오윤재 대신? (생각할수록 기분 나쁜)
#7. 사무실 (낮)
서린, 사무실 들어서는데 윤재 주위에 선 윌옥션 직원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왁자지껄 즐거워하고 있다.
서린 일들 안하고 뭐하는 거죠?
일동 (썰렁)
서린 연말 경매 바론데 노닥거릴 여유가 있어요?
다들 쭈뼛쭈뼛 자리에 앉는데 윤재 혼자 머플러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
윤재 나도영, 이거 어떻게 메는 거냐?
서린 (거슬린다) 오윤재씨!
윤재 (실실 쪼개며) 예?
서린 나 좀 잠깐 보죠.
#8. 서린 방 (낮)
서린 (참고)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기자회견은 어떻게 된 거죠?
윤재 뭐가요?
서린 나, 병원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정철 화백 그림, 2년 공들이다가 안 돼서 내가 포기한 거예요.
근데 그게 어떻게 내가 다 한 일로 둔갑된 거죠?
윤재 (웃으며) 민이사님이 하신 게 사실이잖아요?
서린 사실이요? (어이없는) 오윤재씨가 한 일 나한테 공 돌리면
내가 고마워 할 줄 알았어요? 왜 사람 꼴 우습게 만들어요?
윤재 (아무렇지 않게) 그게 아니라, 이사님 입원중일 때 소장자한테
연락와서 대신 나가서 받아온 거 밖에 없어요, 저.
서린 (기막혀 하는) 그게 말이 되요?
소장자가 너무나 완강해서 2년을...
이때 울리는 윤재의 휴대폰.
윤재 예, 박사장님. 예? 밑에요? 바로 내려갈게요. (끊고)
공항 가시는 길에 작품 가져오셨다는데요?
전 다음 경매 할당량 다 채운 겁니다. (나간다)
#9. 윌옥션 앞 (낮)
포장된 그림들 트럭에 싣고 있는 배송팀. 박팀장 막 출발하려는데
윤재 박사장님한테 말씀 좀 잘 해주시구요. 수고하세요.
배송차 출발하고 윤재도 가려는데 서린 나오다 이를 본다.
서린 박사장님댁 윤재씨가 설치까지 해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윤재 오늘 약속이 좀 있어서요.
서린 오윤재씬 회사일보다 개인일이 먼저예요?
윤재 (대수롭지 않은) 박사장 그분, 어차피 자기 컬렉션 자랑이 목적이라
굳이 제가 안가도...
서린 (표정 안좋다)
윤재 (개의치 않고) 아시잖아요. 그 양반 잘난 척.
서린 싫어도 가서 자랑 좀 들어주고 좋은 말 몇 마디 해주면
그게 다 고객관리 아니에요? 계속 이런 식으로 일할 거에요?
윤재 (피식) 저번 일 때문에 그런가, 너무 예민하신 거 같네.
서린 (기분 나쁜) 이렇게 항상 제멋대로니까 옆에 사람이 붙어있질 않지.
윤재 (인상 굳는)
서린 (아차!)
윤재 (좋게 넘어가려는 듯, 웃으며) 늦어서 먼저 가볼게요. (간다)
서린 (눈 질끈 감는다. 내가 왜 이럴까...)
윤재 (뒤돌아서) 다시 붙기도 하던데요! (다시 간다)
#10. 발굴 현장 (낮)
발굴이 한창 진행인 현장.
서린, 발굴된 유물 촬영하기도 하고 발굴 돕기도 하고...
그러다 몸이 아직 좋지 않은지 한쪽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아 쉬는데
명환, 따뜻한 차 들고 와 서린에게 하나 건네며
명환 어제 퇴원한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무리하고 그래. 좀 쉬지 않고.
서린 (웃으며)쉬면 더 병나요.
좋잖아요, 새로 발굴된 유물 제일 먼저 보고 또 바람도 쐬고.
명환 암튼 못말려 민이사.
서린 ...
명환 윤재 그 놈이 도와준댔는데 갑자기 뭔 약속이 생겼다나.
서린 ......
명환 그 놈, 소더비 스카웃 제의 거절하고 민이사 추천했던데?
서린 ... 그런 모양이에요.
명환 보니까 지 주제를 알고 있더라고. 지는 자격이 안된대나?
아시아 지사장 같은 자리엔 민이사만한 사람이 없다그러더구만.
서린 !
명환 그동안 민이사가 다 도와줘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민이사 믿고 가는 게 크대요.
서린 !!
명환 그 고집에 맨날 사고 치고 잘난 척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 놈도 이제 철 든 거지.(껄껄 웃는)
서린 ..........
명환 (현장 쪽 보며) 야야, 왜 엉뚱한 데 삽질하고 난리야!
(현장으로 향하며) 피곤하면 먼저 내려가 민이사.
서린 걱정마세요.(웃어주고는 생각에 잠기는)
#11. 회상-5년 전
1. 서린방(당시 응태방)
서린 (응태에게 따지며) 제가 선밴데 어떻게 오윤재를 경매사로
먼저 데뷔시키실 수가 있으세요!
2. 경찰에 끌려가는 윤재(7회)
3. 서린방(낮)
서린 오윤재 없으니까 대타로 경매사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런 건가요?
#12. 서린 차 (밤)
생각에 잠긴 채 운전하고 있는 서린.
#13. 윌옥션 로비 (밤)
서린, 생각에 잠긴 채 들어서는데,
경비 이 시간에 민이사님이 어쩐 일이세요?
서린 정리할 게 좀 있어서요. 수고하세요. (가려는데)
경비 참, 민이사님.. (하며 국제우편 편지 건넨다)
서린 (건네받아 읽어보는)
남자E 안녕하세요. 저는 이정철 화백 그림을 갖고 있던 박상준입니다.
기억하실런지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그림을 팔게 됐는데
2년 전에 민서린씨가 보여주신 성의가 잊혀지지 않아 윌옥션에
위탁합니다. 직접 뵙고 드릴랬는데 출장중이셔서 대신
오윤재씨한테 맡겼습니다. 부디 좋은 가격으로 팔아주시기 바랍니다.
서린 (윤재 말이 사실이었구나...)
#14. 옥션 복도 (밤)
서린, 가는데 맞은 편에서 오던 윤재, 슬쩍 목례하고 지나치는데
서린 (멈추고) 오윤재.
윤재 (멈추면)
서린 오늘 예민하게 군 거 미안했어... 오랜만에 나온 회사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는 거 보니 심통이 났나봐. 괜히 말도 엇나가고.
속 좁게 굴어서 미안해. 오늘만 이해해줘. 갈게.(하고 가려는데)
윤재 선배.
서린 (멈추면)
윤재 나 사실 최고 경매사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선배 땜에 포기한 거에요. 어떻게 해도 못 따라가겠드라구요.
(피식) 바보 같죠?... 갈게요. (하고 가는)
가는 윤재를 돌아보는 서린. 입가에 살짝 미소가 인다.
<연수의 이야기>
#15. 윌옥션 수장고 (낮)
나경, 그림 걸고 있고 도영, 연수 부럽다는 듯 그림 보고 있다.
도영 고생은 자기 부모님이 했겠지. 아님 할머니가 하셨던가.
나경 (휙 보며)자꾸 왜들 그래? 나 가족들이 일 도와준 적 없어.
도영 예민하긴. 야, 배경도 실력이야. 그치 연수씨?
연수 (슬쩍 부러운) 그럼요. 그런 배경 아무나 못 가지잖아요.
나경 (기분 나쁜) 뭐?
연수 (무안해서) 아니, 그게 나쁜 뜻이 아니구요
나경 됐어. 앞으로 두 사람, 내 앞에서 배경에 배짜도 꺼내지 마.
연수와 도영, 눈 마주치는데 연수 전화오고 조용히 나간다.
#16. 윌옥션 수장고 밖 복도 (낮)
연수 예, 김두철 작가님! 케잌이요? 그냥 조그만 성의죠 뭐.
준비 잘 되시죠? 예. 내일 꼭 찾아뵐게요. 들어가세요. (기분 좋다)
#17. 윌옥션 로비 (낮)
그림 들고 있는 연수, 난처한 표정이고, 중년여는 씩씩대고 있다.
두 사람 뒤로 도영, 우편함에서 우편물 챙기는 게 보인다.
중년여 언제까지 볼 거야? 딱 보면 뭐가 문젠지 알아야 되는 거 아냐?
연수 ... 예... 그게... 이렇게 된 게 언제부터라고 하셨죠?
중년여 (어이없어) 일주일만에 이렇게 됐다니까!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돼? (연수 훑어보고) 스폐셜리스트 맞아?
연수 맞는데... 왜요?
중년여 (안 믿겨서) 어느 미대 나왔어?
연수 (기분 상하는) 미대는 안 나왔어요.
중년여 어쩐지. 미대 나온 스폐셜 리스트 불러줘.
연수 손님. 이건(하는데)
중년여 (짜증) 미대 나온 스폐셜리스트 불러다니까!
도영E 아이구, 나여사님 아니세요? 안녕하세요?
(연수 보고) 무슨 일이야?
연수 그게...
중년여 (연수 째리며) 미대 나왔으니까 알겠네. 이거 봐봐.
지난번 경매 때 산 게 이렇게 됐어. 어떻게 된 거야?
도영, 그림 보면... 물감 칠해진 부분들이 다 갈라져있다.
도영 (그림 살피다) 혹시 최근에 이사하셨어요?
중년여 응. 보름 됐어.
도영 (알겠다는 듯) 한 달 정도면 복원할 수 있겠는데요?
(연수에게 작게) 새집증후군이니까 허교수님한테 갖다줘.
연수 ?
#18. 복원실 (낮)
명환, 그림 살펴보고 있고 연수, 기분 나쁜 표정이다.
연수 (귀엽게 푸념) 아니 뭐, 그런 아줌마가 다 있어요?
자기가 관리 못해서 그런 걸 가지고 다짜고짜 반말 하구...
미대 나오면 다 전문간가?
명환 새집증후군 맞네.
연수 그림도 새집증후군에 걸려요?
명환 사람한테 안좋은 건 그림한테도 안좋아. 새집에 있는 독소, 습기가 그림에도 쥐약이거든. 한 달 걸리겠는데?
연수 (끄덕끄덕) 교수님은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명환 프랑스 국립 미대. 왜?
연수 교수님이 출강하시는 학교에 미대 야간 있다던데, 맞아요?
명환 왜? 다니게?
연수 일 계속 하려면 아무래도 체계적으로 공부를 좀 하는 게...
명환 어차피 실기가 필요하진 않을 거고... 정 배우고 싶으면 대학원
들어가서 미술 경영 같은 거 공부하는 게 낫지.
(책들을 건넨다) 감이 있어서 읽으면 금방 알 거야
이때, 안녕하세요! 하며들어서는 윤재.
명환 너 임마, 장비 챙기는 거 하기 싫어서 늦게 온 거지?
윤재 얘기가 좀 길어졌어요. (책 보는 연수 보고) 뭐 하냐, 넌?
명환 이 아가씨, 공부 시작 한댄다.
윤재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연수 무시 안 당할라구요. 잘 볼게요, 교수님!(나간다)
#19. 윌옥션 사무실 (낮)
책 안고 들어서는 연수. 자리에 앉는다.
도영 (동창회 초대장 보다가) 왠 책?
연수 전문지식 좀 쌓으려구요.
도영 에이~상처 받았구나? 잊어 버려.
나여사님, 이번 경매에 작품 석 점 언더비터라서 그래.
연수 언더비터요?
나경 경매에서 두 번째 가격으로 낙찰받지 못한 사람.
도영 그 분이 좀 소심하셔서 석 점 다 막판에 포기했거든.
원하는 그림 못샀으니 열 받고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랬으니 열등감까지 느끼고.
그래서 화풀이한 거니까 맘 상해하지마.
연수 그렇게 생각할래도 잘 안 되네요. (하며 ‘사이버대학’ 검색하는)
도영 (휴대폰 울리고) 네. 나도영입니다.
니가 왠일이냐? 오랜만이다. 그래... 어?(하며 나간다)
나경, 도영 자리에 자료 놓고 있는데 나경의 휴대폰 울린다.
나경 (받고) 예, 김두철 작가님!
연수 (김두철?)
나경 최종 점검에 저 없으면 안되죠. 그럼요... 네, 이따 뵙겠습니다.
연수 (신경 쓰인다)
나경 (가방 챙기며) 내가 오늘 못들어올 것 같아서 그러는데...
내일 아침까지 박종오 작가꺼만 도록 해설 작성해봐.
연수 제가 이걸 벌써요?
나경 모르겠으면 내가 작업한 도록 참고하고. (간다)
연수 (신나서) 다녀오세요. 열심히 할게요.
#20. 윌옥션 사무실 (밤)
자료실 앞에서 도록 보고 있는 연수. 야식(만두 정도) 먹으며 읽고 있다.
연수 동시대 미술의 응시에 대한 의식적 제한에서 벗어나, 내적 욕망과
표현 욕구를 시간의 과정 속에서, 순간을 포착해낸 작품이다...
이게 뭔 소리야? 미대 나와야 이해할 수 있는 건가?
하는데 문자 오고 연수 확인하면,
“고객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카드”
생일에 밤새며 만두 먹는 자신이 우습다.
#21. 윌옥션 사무실 (다음날, 오전)
도록 문구를 보고 읽는 나경.
나경 ‘톡톡 찍은 꽃잎들이 비빔밥처럼 비벼져 있다.
비빔밥을 비벼도 콩나물이 시금치가 되지 않듯이
꽃잎들이 포개져 있어도 꽃은 숲이 되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보다 꽃을 좋아하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게 밤새고 쓴 작품해설이라는 거지?
연수 (하품 참으며) 읽으면 이 그림이 떠올려질까요?
나경 (한심한 듯) 내가 쓴 것들 참고 안 했어?
연수 봤는데, 도통 뭔 소린지 모르겠더라구요... 이상해요?
나경 (한숨) 아직 연수씨한텐 무리지. 일단 보고는 드리고, 나중에 내가 다시 써야지 뭐. 수고했어.
연수 (허탈한데)
나경 (서린방으로 가며) 최사장님 낙찰 취소한 거 오늘까지 반송해야돼!
연수 (시계 보고)맞다! (파일 챙기는데 전화 온다) 예, 아빠. 오늘?
나 무지 바쁜데.... 알았어요. 오시면 전화해요.
#22. 윌옥션 앞 (오전)
연수, 포장된 그림 한 점 들고 뛰어나오는데 막 도착하는 박팀장.
연수 박팀장님! 저 이 그림도 오늘 배송 가야하는데.
박팀장 어느 지역?
연수 일산이요.
박팀장 그걸 왜 이제서 가져와! 일산 쪽 어제 다 끝났잖아.
연수 아는데요, 이 그림이 어제 늦게 들어와서요.
박팀장 그럼 아침 일찍에라도 미리 얘길 하던가.
연수 제가 어제 밤을 세서 깜빡했어요.
박팀장 그건 연수씨 사정이고, 우리도 오늘 토요일이라 이 차만 보내면
퇴근이야. 일산 쪽은 지금 시간 밀려서 못가고. 월요일에 가.
연수 어떻게 안될까요? 오늘 꼭 가야하는 그림인데...
박팀장 (들어가며) 미리 연락하는 건 미대 안나와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연수 (완전 맘 상한다)
#23. 윌옥션 사무실 (낮) / 7씬 연결
연수, 전화받으며 들어오는데 도영, 연수 옆으로 붙는다.
연수 (난처한) 왜 갑자기 취소를... 제가 전시회장으로 갈게요.
저, 김두철 작가님, 제가 혹시 뭐 실수한 거라도...
나경 선배요? ...(급실망) 그러시다면.. 할 수 없죠. 예.
도영 (기다렸다는 듯이 커피 내밀며) 뭔지 모르지만 이거 마시고 진정해.
연수 (커피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무슨 일인데요?
도영 으이구, 이 센스쟁이! 오늘 나랑 데이트 안할래?
연수 (살짝 짜증나서) 여자친구 많으시잖아요.
하는데 들어오는 나경.
연수 (나경 맘에 안들게 쳐다본다)
도영 근데 오늘 자리는 아무나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나경 곱게 흘기고) 연수씨 정돈 돼야...
연수 (싸늘하게) 저 오늘 바빠요.
도영 (가볍게) 그럼 할 수 없지 뭐.
(나경 보고) 정나경, 오늘 어떻게 도저히 안되겠냐? 옷도 딱인데.
나경 오늘 선 본다 그랬지?
이때, 한껏 신경 쓴 복장으로 들어서는 윤재.
나경 오선배님도 오늘 동창회 가세요?
윤재 (쑥스럽게 웃으며) 왠 동창회?
나경 그럼 혹시 소더비로 옮기시는 거...?
도영 (놀라며) 스카웃 제의 받으셨어요?
윤재 그런 거 아냐.
연수 (씁쓸하게) 다들 잘 나가시는구나.
하는 데 문자 온다. ‘밑에 도착했다. 아빠’. 확인하고 옷 챙기는 연수.
윤재 (옷이 신경 쓰이는) 근데, 좀 어색하지 않아?
도영 (나경에게 슬쩍) 진짜 안 갈래? 선은 무슨 선... (하는데)
나경 (못 들었는지) 어색하긴요. (하며 윤재에게 쪼르르 가서) 누구처럼 튀지 않으면서 은근한 매력이 발산되는데요? 그렇지 않아, 연수씨?
연수 (나경 슬쩍 흘기고 나가며) 포인트가 좀 없는 거 같네요.
#24. 윌옥션 앞 (낮)
연수, 나오면... 쇼핑백 든 연수부, 환하게 웃고 있다.
연수 (아직 짜증) 어제 미리 전화를 하지. 갑자기 웬일이에요?
연수부 웬일은. 오늘 우리 딸 생일인데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어야지.
연수 (살짝 누그러진다) 내가 보낸 잠반 왜 안 입고 다녀?
연수부 (웃으며) 아까워서 그러지. (하는데 기침 나온다)
연수 아깝다고 장롱에 모셔놓고 이러고 다니니까 감기나 걸리고 그러지.
연수부 무슨 일 있어? (하는데)
연수 가요. 밥 먹기 전에 잠깐 어디 좀 들릴게.
연수부 아빠야 우리 딸이랑 데이트하고 좋지.
#25. ×× 갤러리 (낮)
유리창 밖으로 연수부가 기다리는 게 보이고, 뭔가 끄적거리고 있다.
꽃다발을 김두철 화가에게 건넨다.
연수 (웃으며)축하드려요.
두철 이러면 내가 더 미안한데...
연수 아니에요. 팬으로서 전시회 축하도 못드려요?
두철 매번 정나경씨한테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서...
다음엔 꼭 차연수씨한테 위탁할게.
연수 나경선배 부모님께서 미술계 활동이 워낙 활발하시니까
아무래도 나경선배가 여러모로 도움 되시죠.
두철 그런 건 아니고...
연수 (씁쓸하지만) 저 괜찮아요. 대신 다음엔 꼭 저한테 주시기에요!
#26. 갤러리 밖 (낮)
나오는 연수를 배웅하는 김두철.
연수 나오시지 마세요.
두철 전시 끝나고 내가 밥 한 번 살게.
연수 네. 전시 대박나세요!
연수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두철 (유심히 쳐다보더니) 형님!
연수부 어!
연수 ?
#27. 한정식집 (낮)
반주와 함께 식사중인 세 사람.
연수부 이렇게 유명한 화가가 돼있을 줄은 몰랐지. 정말 축하해.
김두철 제 성공의 8할은 형님 덕인 거 모르시죠?
연수부 (웃으며) 내가 뭐라구...
두철 (연수 보고) 내가, 아버지 고등학교 후배에요.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데, 그땐 미대 안 나온 게 콤플렉스였거든. 것땜에 한창
힘들어할 때, 형님이 ‘미대간판 중요하지 않다.
학연, 지연 그런 거보다 실력이 중요하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라.‘ 그 말 믿고 여기까지 온 거에요.
연수 (아버지가 새삼 멋있어 보이고)
두철 연수씨가 마음에 들어 하는 그림, 연수씨한테 맡길게요.
연수 (놀라는) 예? 그건 나경선배님께 주시기로 이미 약속하신 거잖아요.
두철 내가 제일 존경하는 선배님 따님이신데, 그보다 확실한 사람이
어딨어요? 정나경씨한텐 내가 이따 전화할게요.
연수부 (연수에게 살짝) 뭔진 모르지만 니 생일선물치곤 대단하다. 그치?
두철 오늘 생일이에요? 그럼 한 잔 받아야겠네.
연수 .......
#28. 터미널 (낮)
연수부 바쁜데 어서 들어가.
연수 (기분 좋아서) 타는 거 보구.
연수부 난 우리 딸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지 몰랐다.
연수 나도 우리 아빠 빽이 이렇게 쎈 지 몰랐는데?.
연수부 그걸 몰랐단 말야? (웃고 쇼핑백 건넨다) 이거. 니가 제일 좋아하는
연수 (OL) 오징어.
연수부 (웃고는) 아빠 간다. (차에 오른다)
버스 출발하고 연수, 환한 웃음 지으며 손 흔든다.
차가 시야에서 안 보이자,
연수, 쇼핑백을 열어 오징어 다리 하나 뜯는데 카드 들어있다.
연수부E 연수야. 생일 축하한다. 니가 내 딸이라서 아빤 행복하다.
연수, 눈시울 뜨거운데 카드 봉투 안에 접힌 또 하나의 종이.
아빠가 그린 연수의 얼굴 크로키다.
#29. ×× 갤러리 (밤)
그림을 포장하다 마는 김두철. 연수를 보는.
연수 선생님께서 제일 존경하시는 분이 저희 아빠라는 게 고맙긴 한데요.
그렇다고 아빠 빽으로 그림 받고 싶진 않아서요.
저, 제 힘으로 떳떳하게 일하고 싶거든요.
제 능력에 믿음 생기실 때, 그때 저한테 그림 맡겨 주세요.
두철 (고개 끄덕이고) 안 그래도 낮에 나경씨에게 전화하고 마음이
좀 무겁긴 했어요. 연수씨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요.
연수 대신 다음에는 저한테 꼭 그림 주시는 거죠?
두철 당연하죠. (웃는)
#30. 갤러리 밖 (밤)
갤러리에서 나온 연수. 문득 밤하늘을 본다. 별이 총총 빛나고 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밤공기를 마시는 연수. 상쾌하고 개운하다.
잠시 만끽하듯 그렇게 있는 연수. 뒤로 나경이 보인다.
<나경의 이야기>
#31. 호텔 기자회견장 (낮) / 1씬 중복
서린과 기자들 질의 응답 오가는데 나경, 한쪽에서 작게 휴대폰 통화중이다.
나경 (불편한) 엄마, 저 지금 일하는 중이에요.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난 주말에 봤는데 또... (체념) 지금 기자회견 중이니까 (하는데)
서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입 틀어막고 회견장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나경 엄마, 나중에 통화해요. (나간다)
#32. 호텔 화장실 (오전) / 2씬 중복
황급히 들어오는 나경, 구토 소리 들리는 화장실 앞으로 다가간다.
나경 (노크하며) 괜찮으세요? 등 좀 두드려드릴까요?
서린E (구토하면서 겨우) 괜찮아.
나경 병원으로 모셔다드릴까요?
서린E 아니야. 가서 마무리 좀 해줘. (또 다시 구토하는)
나경, 나가는데 울리는 전화.
나경 예, 노관장님. 1시간 안으로 출발할게요.
#33. 한국 갤러리 (낮)
나경, 좋아서 그림 포장하고 있다.
경자 뭐 하러 직접 와? 내가 보낸다니까.
나경 귀한 작품 하루라도 빨리 수장고에 넣어둬야 안심이 되죠.
경자 강행장님이 까다로운 컬렉턴데... 이번엔 엄마야, 아빠야?
나경 (멈칫) 이 작품 제가 6개월 공들여서 얻은 거에요.
경자 그래. 나경이 니가 열심히 했겠지. 그래도 늬 부모님이...
나경 (OL. 얼굴 굳어서) 제가 주말마다 강행장님 따라 등산 다니면서
얻어낸 거지 엄마 아빠가 해준 거 없어요.
경자 (무안해서) 아, 알았다.
난 그냥 늬 부모님이 여러 군데 후원니까...
나경 (입 굳게 닫고 그림 포장한다.)
#34. 옥션 수장고 (낮) / 15씬 중복
그림을 거는 나경. 그 뒤로 작품 들고 있는 도영과 연수. 놀라는.
도영 나경 선배 끝내준다. 어떻게 금원정 작가꺼까지 구해와요?
나경 (기분 좋은) 그동안 고생 좀 했지, 내가.
도영 고생은 자기 부모님이 하셨겠지. 아님 할머니가 하셨던가.
나경 (휙 보며)자꾸 왜들 그래? 나 가족들이 일 도와준 적 없어.
도영 예민하긴. 야, 배경도 실력이야. 그치 연수씨?
연수 그럼요. 그런 배경 아무나 못 가지잖아요.
나경 (기분 나쁜) 뭐?
연수 (무안해서) 아니, 그게 나쁜 뜻이 아니구요
나경 됐어. 앞으로 두 사람, 내 앞에서 배경에 배짜도 꺼내지 마.
연수와 도영, 뻘쭘한데 연수 전화 와서 나간다.
#35. 옥션 사무실 (낮) / 19씬 중복
나경, 책꽂이에서 자료들 찾고 있고 도영, ‘네, 나도영입니다...’ 전화 받고
나간다. 도영 책상에 자료 놓던 나경, 우편물 집어서 본다.
동창회 초대장이다. 피식 웃는데 휴대폰 울린다.
나경 (받고) 예, 김두철 작가님? 최종점검에 저 없으면 안되죠.
그럼요... 네, 이따 뵙겠습니다.
#36. ×× 갤러리 (밤)
한쪽에서 그림 한두 개 걸고 있고 나경은 조명 점검 중이다.
나경 이 작품하고 저 작품하고는 순서를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힘있는 작품을 먼저 봐버리면 이 작품이 기억에 안남을 것 같아요.
대신 이 작품에 조명 하나 더 달구요.
김두철 (흐뭇해서) 매번 전시 때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바쁘실 텐데 오픈 전날까지 와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니 나 완전히 감동 먹었어.
나경 별말씀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뭐.
김두철 근데 윌옥션에서 나한테 너무 관심 주는 거 아니야? 차연수씨도
아까 케잌 보내오구.
나경 (차연수가?)... 선생님 작품이 워낙 인기 있잖아요.
김두철 (좋아서) 허허. 인기는 무슨. 음... 팜플렛을 이쪽에 하나 더 놓을까?
나경 ...
#37. 서린 방 (다음날, 오전) / 4씬 연결
나경, 서린에게 보고하고 있다.
서린 어제 금원정 작가 그림 가지러 간 거였어?
나경 (자랑스레) 예. 김두철 작가 작품도 전시 끝나는 대로 가져오기로
했구요.
서린 대단해. 나경씨 부모님한테 최기석 작품도 한 점 부탁드려야겠다.
나경 (기분 상한)
서린 (연수가 작성한 시안 보며) 이 시안 신선한데? ‘톡톡 찍은 꽃잎들이 비빔밥처럼 비벼져 있다. 비빔밥을 비벼도 콩나물이 시금치가 되지 않듯이 꽃잎들이 포개져있어도 꽃은 숲이 되지 않는다...’ 재밌어. 미술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쉽고 친근하고. 좋은 시도야.
잘 했어, 나경씨.
나경 (자존심 상하지만)...네. (하는데 문자 온다.)
#38. 윌옥션 일각 (낮)
나경, 불편한 얼굴로 통화중이다.
나경 아침에 말씀하셔놓구 또 전활 하세요.
네.시간 맞춰서 나갈 테니 걱정마세요.
그리구 엄마, 검사고 뭐고 나 당분간 이런 거 안했음 좋겠는데...
알았어요.(끊는다. 역시나 내키지 않는 선)
#39. 윌옥션 사무실 (낮) / 7씬, 23씬 연결
나경, 심란해서 들어오는데 연수, 도영이 째려본다.
도영 근데 오늘 자리는 아무나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나경 곱게 흘기고) 연수씨 정돈 돼야...
연수 (싸늘하게) 저 오늘 바빠요.
도영 (가볍게) 그럼 할 수 없지 뭐.
(나경 보고) 정나경, 오늘 어떻게 도저히 안되겠냐? 옷도 딱인데.
나경 (기분 않좋다) 오늘 선 본다 그랬지?
이때, 한껏 신경 쓴 복장으로 들어서는 윤재.
나경 (윤재의 멋진 모습에 얼굴 펴지며) 오선배님도 오늘 동창회 가세요?
윤재 (뭐가 좋은지 웃으며) 왠 동창회?
나경 그럼 혹시 소더비로 옮기시는 거...?
도영 (놀라며) 스카웃 제의 받으셨어요?
윤재 그런 거 아냐.
나경 (그럼 여자?)
연수 (씁쓸하게) 다들 잘 나가시는구나. (휴대폰 보더니 옷 챙긴다)
윤재 (들떠서) 근데, 좀 어색하지 않아?
도영 (나경에게 슬쩍) 진짜 안 갈래? 선은 무슨 선...(하는데)
나경 (말 자르며) 어색하긴요. (하며 윤재에게 가서) 누구처럼 튀지
않으면서 은근한 매력이 발산되는데요? 그렇지 않아, 연수씨?
연수 (나경 슬쩍 흘기고 나가며) 포인트가 좀 없는 거 같네요.
나경 (슬쩍 떠보며) 근데, 누구 만나러 가세요?
도영 (혼잣말) 선보러 가면서 누가 누굴 만나건 무슨 상관이야?
나경 (아무래도 여잔데... 더욱 심란해진다)
#40. 레스토랑 (낮)
토요일 오후 흔히 볼 수 있는 뻘쭘한 풍경 연출하고 있는 두 사람.
강검사 전부터 나경씨 아버님을 존경해 왔습니다. 투명한 경영에 그
카리스마...그런 반면 미술 쪽에 끊임없이 투자를 아끼지 않으시고...
나경 (웃는데, 전화 진동 울린다) 잠시만요. (받고) 예, 김작가님. 예?
갑자기 그게 무슨(서서히 표정 굳는)... 차연수한테요?
제가 지금 갈게요. (끊고 멍한)
강검사 무슨 일 있으세요?
나경 죄송해요. 일 때문에 급하게 가봐야 할 거 같애요. (일어서려는데)
강검사 전해듣기로는 나경씨 어머님께서 저녁예약을 미리 해놓으셨다던데.
나경 (주춤, 그러다 이내) 워낙 급한 일이라, 제가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강검사 (웃으며) 저도 미술 쪽 관심 있어서 아는데, 금원정 그림 정도
해놓으셨으면 일 느긋하게 하셔도 되지 않나요?
나경 네?
강검사 금원정 작가 작품 <동지>요, 저희 아버님이 제일 아끼시던
작품인데 나경씨 드린 거잖아요. 나경씨 아버님께서 나경씨 요새 회사 일로 고생 많다고 저희 아버지한테 어찌나 엄살이시던지.
덕분에 제가 오늘 이렇게 나경씨 만나고 있지만요.
나경 !
강검사 필요하시면 집에 있는 작품 몇 점 더 드릴 게요. 대신 좋은 가격에..
나경 (표정 관리 안 되는, 겨우 진정하는, 낮고 강한) 외람되지만,
전 여태껏 제 부모님 백그라운드 이용해서 일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그림은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간다)
#41. 레스토랑 앞 (낮)
나경, 열패감을 참을 수가 없다.
#42. ×× 갤러리 앞 (밤) / 30씬 연결
나경차 도착하고 내리는데 저만치 연수 서있다.
차 소리에 뒤돌아보는 연수와 눈 마주치는 나경.
연수, ‘선배’ 하고 부르지만 그대로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는 나경.
#43. ×× 갤러리 (밤)
김두철과 마주 선 나경.
김두철 (고개 끄덕이고) 그러니까 그냥 원래대로 전시 끝나면 정나경씨가 그림 가져가기만 하면 돼요.. 미안해요.
내가 경매에 직접 그림 파는 게 처음이라 가볍게 생각했어.
그래도 차연수씨가 기분 좋게 양해를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하는데 들어오는 연수.
나경 (연수와 눈 마주치고)...
#44. ×× 갤러리 앞 (밤)
연수 솔직히 나두, 선배가 배경으로 일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오늘 확실히 알았어요. 선배야말로 정말 열심히 일하는구나,
난 아직 멀었구나. 고객 취향 파악은 당연하고 작가도 발굴해야지, 전시도 알아야지...
나경 (씁쓸히 웃으며) 그런 게 무슨 소용이야. 어릴 때부터 그랬어.
내가 뭘 해도 사람들은 다 엄마 아빠 잘 둬서‘ 라고 생각해.
선볼 만큼 컸는데도 여전히 내 노력은 보지 않고 엄마빽, 아빠빽...
연수 내가 소문낼게요. 절대 아니라고.
나경 (피식 웃는)
연수 그래도 난 선배 부럽던데.
난 사실, 아빠 빽이란 거 오늘 첨 써봤거든요.
나경 난 연수씨가 부러운데? 일단 연수씬 뭘 하든 연수씨가 한 거잖아.
게다가 늘 적극적이고, 뭐든 주눅들지 않고 열심이고, 감도 있고.
자기가 쓴 도록 해설 신선하대. 민이사님이 칭찬하셨어.
연수 (좋아서) 정말요?
나경 어. 내 머리로는 그런 문구 도저히 안 나오거든.
그래서 좀 질투 나고 괜히 화도 나고 그랬어 오늘.
연수 (웃으며) 야, 선배도 언더비터의 심정을 아는구나!
나경 내가 그 심정을 왜 몰라?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언더비터가 없으면 낙찰자도 없는 거 알지?
연수 와~ 완전 멋진 말만 하시고!
나경 (웃고) 술 마시러 갈래? 좋은 남자 있는 데로.
아무래도 언더비터 하나 더 구제해야할 거 같다. 가자!
씩씩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 모습.
<도영의 이야기>
#45. 옥션 사무실 (낮)
우편물 들고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는 도영.
도영 간만에 립서비스 했더니 지친다 지쳐.
나경 누구한테?
도영 청담동 나여사님. 또 한바탕 하고 갔다.
(하고 우편물 분류해서 나경한테 주며) 이건 자기꺼,
(이때 연수 책 가득 안고 들어오고) 이건 연수씨 꺼.
도영, 자신한테 온 동창회 초대장 보더니 표정 어두워진다.
도영 (동창회 초대장 보다가) 왠 책?
연수 전문지식 좀 쌓으려구요.
도영 에이~상처 받았구나? 잊어 버려.
나여사님, 이번 경매에 작품 석 점 언더비터라서 그래.
연수 언더비터요?
나경 경매에서 두 번째 가격으로 낙찰받지 못한 사람.
도영 그 분이 좀 소심하셔서 석 점 다 막판에 포기했거든.
원하는 그림 못샀으니 열 받고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랬으니 열등감까지 느끼고.
그래서 화풀이한 거니까 맘 상해하지마.
연수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잘 안 되네요. (하며 컴퓨터 검색하는)
도영 (휴대폰 울린다) 네. 나도영입니다.
친구1F 나다, 동훈이. 너 이번엔 동창회 나올 거지?
도영 (불편한) 어, 그게 말야. (하며 나가는)
도영 자리에 자료 놓는 나경, 우편물 집어서 본다.
도영 앞으로 온 동창회 초대장이다. 피식 웃는다.
#46. 옥션 복도 일각 (낮)
도영 (썩 내키지 않아) 경매땜에 도저히 시간이 안 될 거 같다.
친구1F 어떻게 매번 그 핑계냐? 이번엔 잔말말고 나와.
박교수님 은퇴식이라 애들 다 모인단 말야.
도영 박교수님이 정년퇴직이셔? 벌써?
친구1F 그래, 임마. 너 꼭 데려오라고 교수님께서 신신당부하시더라.
커플동반 잊지 말고!
도영 후...(휴대폰 끊고, 복잡한데)
나경E 동창회 땜에 그러지?
도영 보면, 어느새 다가왔는지 나경이 외출차림으로 오고 있다.
나경 잘난 척 하는 친구들 보기 싫어도 나가는 게 차라리 나아.
안나가고 뻐팅기는 게 더 열등감 있어 보여.
도영 그런 거 아니야. (다소 심각하게) 정나경!
나경 (돌아보면)
도영 내일 시간 있냐?
나경 나, 내일 선 봐. (하고 가는)
#47. 옥션 사무실 (다음날, 낮) / 7씬, 23씬, 39씬 연결
연수, 심각하게 전화 중인데 도영, 커피 한 잔 들고 눈치 보며 옆에 붙는다.
연수 (실망하여) 그러시다면.. 할 수 없죠. 예.(끊는다)
도영 (기다렸다는 듯 커피 내밀며) 뭔지 모르지만 이거 마시고 진정해.
연수 (커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무슨 일인데요?
도영 으이구, 이 센스쟁이! 오늘 나랑 데이트 안할래?
연수 (살짝 짜증나서) 여자친구 많으시잖아요.
하는데 들어오는 나경.
연수 (나경 맘에 안들게 쳐다본다)
도영 근데 오늘 자리는 아무나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나경 곱게 흘기고) 연수씨 정돈 돼야...
연수 (싸늘하게) 저 오늘 바빠요.
도영 (실망하여) 그럼 할 수 없지 뭐.
(진심으로) 정나경, 오늘 어떻게 도저히 안되겠냐? 옷도 딱인데.
나경 (팩 쏘며) 오늘 선 본다 그랬지?
이때, 한껏 신경 쓴 복장으로 들어서는 윤재.
나경 오선배님도 오늘 동창회 가세요?
윤재 (웃으며) 왠 동창회?
나경 그럼 혹시 소더비로 옮기시는 거...?
도영 (놀라며) 스카웃 제의 받으셨어요?
윤재 (웃으며) 그런 거 아냐.
연수 (씁쓸하게) 다들 잘 나가시는구나.(문자 오고 옷 챙기는)
윤재 (옷이 신경 쓰이는) 근데, 좀 어색하지 않아?
도영 (나경에게) 나랑 정말 안 갈래? 선은 무슨 선... (하는데)
나경 (윤재에게 오며) 어색하긴요. 누구처럼 튀지 않으면서
은근한 매력이 발산되는데요? 그렇지 않아, 연수씨?
연수 (나가며) 포인트가 좀 없는 거 같네요.
도영 (뻘쭘한 도영) 휴...
#48. 호텔 홀 (저녁)
“박정태 교수님 정년퇴임식” 플래카드 걸려있고,
친구들한테 둘러싸인 채 도영, 박교수에게 안겨있다.
박교수 왜 이제야 왔나? 전화 한번도 없이. 내가 니 생각만 하면...
도영 (눈가에 눈물 고여있다) 죄송합니다. 진즉 찾아뵜어야 하는데.
건강하시죠?
박교수 건강 못해 이 눔아. 니가 포기했어도 그때 내가 어떻게 해서든
유학을 보냈어야했는데... 그게 마음에 두고 두고 걸렸어.
도영 그런 걸 왜 담고 계세요. 그땐 어쩔 수 없었잖아요.
박교수 니 재능이 아까워서 그렇지. 너만큼은 내가 만들 수 있었는데.
어머님은 건강하시고?
도영 그럼요.
박교수, 다시 한번 도영을 꼭 끌어안는다. 도영, 눈물 겨우 참는다.
#49. BAR (밤)
2차. 커플동반들로 앉아서 왁자지껄한데, 도영 혼자 조용히 술 마시고 있다.
친구1 여자친구는 왜 아직 안와?
도영 그러게. (둘러대며) 비행기가 연착인가?
친구2 온댔으니까 오겠지. 자, 일단 마시자. 오늘은 제 2의 백남준께서
미디어 아트 페스티벌 수상 기념 한 턱 쏴야지?
친구3 쬐그만 상 하나 받은 거 가지고 백남준은.
빨리 마치고 귀국했음 좋겠다. 넌 개인전 준비 잘 되고?
친구2 요새 그거 땜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르다. (초대장 돌리며)
시간들 좀 내. 손교수는 학생들 좀 많이 데려오고.
친구1 이제 겨우 강사 시작인데 교수는 무슨. 도영아, 얘 전시 보고
그림이나 좀 팔아줘. 다 비싸게 팔릴 그림들이더라.
친구2 그래 그래. 꼭 와서 보고 잘 좀 팔아줘.
도영 (멋적게 웃는)
친구1 (도영에게) 동창회 첨 나오니까 쑥스럽냐? 말 좀 해!
도영 니네 얘기 듣고만 있어도 재밌다.
친구3 그림은 계속 그리냐?
도영 그림은 무슨...
친구2 포기가 되디? 그게 우리같은 사람들, 쉬운 게 아닌데.
도영 (큰 한숨 쉬며) ... 그냥. 맘 접으니까 다 되드라...
(하며 단숨에 술 마시는)
도영(E) 엄마!
#50. 회상-도영 대학 4학년
1. 도영집 거실(낮)-아버님 영정 들고 들어오는 아직 상복 차림의 도영.
동생 부축받고 들어오던 도영모, 집에 들어오자 바로 쓰러진다.
2. 도영집 안방(낮)-차압 딱지 가득 붙은 방에 링겔 꽂은 채 잠든 어머니.
도영, 결심이 선 듯 일어난다.
3. 집밖 쓰레기장(낮)-불길에 던져지는 그림도구들. 상복 입은 도영,
연기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눈에 고인 눈물...
#51. BAR 화장실 (밤)
손 씻고 조용히 거울 들여다보던 도영, 씁쓸하게 웃는다.
#52. BAR (밤)
화장실에서 나온 도영, 자리에 가 앉으려는데 눈이 휘둥그레진다.
연수와 나경이 도영 쪽으로 온다.
도영 (놀라며) 어? 정나경! 연수씨!
친구들 ?
연수, 나경 (양쪽에서 도영 팔짱끼며) 안녕하세요? 좀 늦었죠?
도영씨 여자친구에요.
친구3 (벙쪄서) 어느 분이...
연수, 나경 (같이) 둘 다요.
#53. BAR 시간경과 (밤)
박수치고 환호성 지르는 일동들. 도영이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실내에 퍼지는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친구2 (도영 보며)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 여자면 여자.
저 자식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냐.
친구3 근러게 말이다. 저놈이야말로 그림 계속 그렸어야하는데.
연수 그렇게 그림을 잘 그렸어요?
친구2 장난 아니었어요. (친구3 보고) 얘, 도영이가 유학 안 가는 바람에
대타로 유학 갔잖아요.
친구3 (친구2 보고) 넌 도영이가 그림 포기한 덕에 오르세 갤러리
전속되고 그 후부터 승승장구한 거잖아. (친구1 보고) 야, 너도
도영이 있었으면, 박교수님이 당연히 도영이 키우셨지.
친구1 그럼 우리 다 도영이가 그림 그만 둔 덕에 밥 먹고 사는 거냐?
친구들 그런 건가?
나경 근데 왜 그림 그만 뒀어요?
친구1 졸업반 때 갑자기 아버님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어머님도 그때 쓰러지시고... 졸지에 가장됐잖아요.
돈은 벌어야겠고, 그림은 못버리겠고.
그래서 경매회사라도 들어간 거죠.
연/나 (도영에게 그런 아픔이...)
진지하게 피아노 치는 도영의 모습. 얼핏 눈에 눈물이 보인다.
#54. BAR 밖 (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도영. 헤어지는 인사 서로 주고받는.
우르르 친구들 사라지고. 남은 세 사람.
도영 (기분 좋게 취한) 정나경, 차연수. 오늘 진짜 이쁘드라.
그대들의 동료애에 나 완전 감동 먹었다.
연수 (추켜세우는) 선배가 그렇게 그림 잘 그렸는지 몰랐는데요?
나경 (맞장구치는) 화가 됐으면 지금쯤 잘난 척 엄청났을 걸?
도영 당근이쥐이~ 그랬으면 내 그림,
윌옥션에서 최고낙찰가 기록 세웠다!
나경 (도영 보다가) 나도영!... 그림, 포기하지마.
도영 (씁쓸하게) 고맙다...
연수 ... 택시 온다. 선배 먼저 타세요.
도영 아냐, 아냐. 난 걸어갈게. 간만에 밤바람 좀 쐴란다.
나경 괜찮겠어?
도영 그러엄. 나, 도영이잖아. (씩 웃고) 먼저 간다.
연수 (큰 소리로) 내일 봐요~
돌아보지 않고 손 흔드는 도영.
연수 언더비터를 구제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나경 그러게. 저 바보. 오늘따라 디게 쓸쓸해보인다.
저만치 멀어진 도영, 터벅터벅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윤재의 이야기>
#55. 호텔 커피숍 (낮)
마틴과 마주앉아 얘기중인 윤재.
뒤로 서린과 나경이 윤재 쪽을 보며 지나가는 게 보인다.
마틴 Is there any chance of reconsidering?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Not anybody gets offered to be the head manager of Sotheby's Asian branch office
소더비 아시아 지사장 제의,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닙니다.
윤재 그래서 거절하는 거에요. 그런 책임자 자리에 전 적합하지 않아요.
That's why I reject. I'm not 'somebody' for responsible person.
대신 그 자리에 적임자를 추천하죠.
There is someone else who is appropriate for that position.
마틴 ?(Who?)
윤재 윌옥션의 민서린 이사님 어떠세요?
What about Surin Min of Will Auction?
경매사로서도 국내 최고의 경매사이기도 하고
She is not only the best auctioneer in Korea
스폐셜리스트로서도 손색이 없으신 분인데. (하고 씩 웃는)
but also outstanding specialist.
#56. 복원실 (낮) / 18씬 연결
안녕하세요! 하며 들어서는 윤재.
명환 너 임마, 장비 챙기는 거 하기 싫어서 늦게 온 거지?
윤재 얘기가 좀 길어졌어요. (책 보는 연수 보고) 뭐 하냐, 넌?
명환 이 아가씨, 공부 시작 한댄다.
윤재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연수 무시 안 당할라구요. 잘 볼게요, 교수님!(나간다)
윤재 (피식 웃는)
명환 아까워. 감은 있는 앤데... (하다) 차 한 잔 줘?
윤재 제가 탈 게요. (하며 차 타는 쪽으로 간다)
명환 크리스티에선 왜?
윤재 스카웃 제의 하드라구요. 아시아 지사장이라나.
명환 갈 거야?
윤재 제가 그만한 자격이 되나요?
명환 어이구, 이제 철드셨구만.
윤재 (웃는) 민이사 추천했어요.
명환 어이구, 왠일이셔?
윤재 책임자 자리에 민이사만한 사람 없잖아요.
저만해도 그동안 민이사가 다 서포트해줘서 이제 겨우 자리
잡았고... 밑에 사람 입장에선 민이사 믿고 가는 게 크죠.
명환 한창 민이사한테 열등감 느끼더니만, 이제 인정하냐?
윤재 (그래도 자존심에)열등감은 무슨... 언제적 얘기를 하세요.
(장비들 점검하며) 뭐 좀 나왔대요?
명환 유적 규모에 비해서 보존 잘 된 유물이 많이 나온 것 같더라.
하는데 울리는 윤재 전화.
윤재 여보세요? 네. (멍) ... 그래.... 어... 그래.
(멍해서)교수님. 저 내일 못가겠는데요?
명환 왜?
윤재 (여전히 멍)약속 생겼어요.
#57. 윌옥션 사무실 (다음날, 낮) / 7씬, 23씬, 39씬, 47씬 연결
한껏 신경 쓴 복장으로 들어서는 윤재. 쑥스러운데...
나경 (놀라며) 오선배님도 오늘 동창회 가요?
윤재 (쑥스럽게 웃으며) 왠 동창회.
나경 (놀라며) 그럼 혹시 소더비로 옮기시는 거...? (하는데)
도영 (놀라는) 스카웃 제의 받으셨어요?
연수 (놀리듯) 다들 잘 나가시는구나. (문자 확인하고 옷 챙기는)
윤재 아냐, 그런 거... (옷이 신경 쓰이는) 근데 좀 어색하지 않아?
도영 (나경에게 슬쩍) 나랑 정말 안 갈래? (하는데)
나경 어색하긴요. (윤재 쪽으로 쪼르르 가서) 누구처럼 튀지도 않으면서 은근한 매력이 발산되는데요? 그렇지 않아 연수씨?
연수 (나가며) 포인트가 좀 없는 거 같네요.
윤재 (포인트? 자기 옷차림 다시 한번 살핀다)
나경 (살짝 떠보며)근데, 누구 만나러 가세요?
도영 (혼잣말) 선보러 가면서 누가 누굴 만나건 무슨 상관이야?
윤재 어, 그냥. (이때 도영의 스카프가 눈에 띈다.)
야, 나도영, (스카프 풀면서) 이거 내가 좀 하자.
도영 (다시 뺐으려)안돼요. 오늘 나 중요한 날이에요.
윤재 나도 오늘 무지 중요해. 넌 이거 안해도 멋있잖아.
서로 뺐고 뺏는 상황 왁자지껄한데 이 때 서린 들어오며
서린 일들 안하고 뭐하는 거죠!
일동 (썰렁)
서린 다음 경매 바론데 노닥거릴 여유가 있어요?
다들 쭈뼛쭈뼛 자리에 앉는데 윤재 혼자 머플러 메다 잘 안되는지.
윤재 나도영,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
서린 오윤재씨!
윤재 (계속 머플러 메며 좋은지 웃는 얼굴이다.) 예!
#58. 윌옥션 앞 (낮)
뒤로 그림들 배송차에 싣고 있는데 윤재와 서린 대치중이다.
서린 이렇게 항상 제멋대로니까 옆에 사람이 붙어있질 않지.
윤재 (인상 굳었다 웃으며) 늦어서 먼저 가볼게요. (간다)
서린 ...
윤재 (뒤돌아서 웃으며) 다시 붙기도 하던데요! (다시 간다)
#59. 카페 (낮)
윤재 (해맑은 웃음으로) 진짜 오랜만이다. 더 이뻐졌네. 건강해보이구.
많이 보고싶었어. 아이 참...(계속 스카프는 신경 쓰이고)
윤재, 고개 들어보면 수진이 환하게 웃으며 서 있다.
수진 잘 있었어?
#60. 공원 (낮)
걷고 있는 두 사람. 좋지만 멋쩍은 윤재, 반면 여유로운 미소 띤 수진.
윤재 (얼굴 보고싶지만 고개 돌리진 못하고) 언제 들어가?
수진 내일.
윤재 ... 5년이면, 이제 프랑스 요리 잘 하겠다.
수진 쪼금. 요샌 음식 안가리고 잘 먹어?
윤재 (씨익)
수진 민서린이 윌옥션 이사라며?
윤재 (어떻게 알았지?) 응.
수진 어떻게 민서린 밑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어?
민서린 이기겠다고 나 팽개쳐두고 그렇게 아등바등 일만 하더니...
윤재 ...그땐, 미안했어.
수진 아니야. 나 그런 말 들으려고 꺼낸 얘기 아니야.
윤재 그래두...
지수 (걸음 멈추고 윤재를 빤히 보는)
윤재 (심장이 멎는 듯)!
지수 (웃으며) 그대루네?
윤재 (자신의 얼굴 만지며 멎쩍게 웃는데)
지수 (윤재 뒤에 있는 나무 벤치로 가며) 이게 그대로 있을 줄 몰랐어.
윤재, 긴장 풀리고
수진 당신 기억나? (벤치로 달려가서 뒤쪽 살피더니) 어머, 이것두!
윤재, 다가와서 보면 나무 벤치에 “윤재♡수진” 이라고 새겨진 글씨.
수진, 옛날 생각 나는지 공원 여기저기 다니고
그런 수진 보다가 핸드폰 꺼내 조심히 사진으로 담는 윤재.
#61. 공원 (낮)
나무 벤치에 앉아 테이크 아웃 커피 마시는 윤재와 지수.
윤재 안추워? 안으로 들어갈까?
수진 아니야, 오랜만에 좋은데 뭐.
윤재 (머플러 풀러 수진에게 둘러주며) 몸은... 괜찮아?
수진 그럼. 몸도 마음도 너무 건강해서 탈이지.
윤재 (수진 손 계속 살피며 망설이다) 결혼은... 했어?
수진 아니.
윤재 (입가에 살짝 미소가 이는데)
수진 이제 하려고.
윤재 ... 남자는... 있고?
수진 응. 당신처럼 일중독 아니어서 좋아.
윤재 (씁쓸하게 웃는) 잘 됐네... 언제, 하는데?
수진 아직 결정 못했어.
윤재 ... 왜?
수진 당신 때문에.
윤재 ...
수진 10년이야. 함께 마주 보며 연애 한 게 2년.
결혼해서 당신 등만 본 게 3년.
당신 잊겠다고 프랑스까지 가서 허깨비처럼 산 게 5년...
그런데도, 한 순간도 잊혀지질 않았어.
윤재 .....
이때 울리는 수진의 휴대폰.
수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좀 떨어진 곳에서 받는다.
생각에 잠겨 있는 윤재.
수진 (통화 끝내고, 윤재에게) 미안. 내가 오늘 저녁 약속 있는 걸
깜빡했다. 이따 밤에 내 숙소 밑에 바에서 볼래? (웃는)
윤재 (편하게 웃어주는)
#62. 호텔 앞 (저녁)
도착하는 윤재 차. 윤재도 내린다.
윤재 들어가.
수진 (머플러 풀러 윤재에게 메주고)
윤재씨. 나, 결혼, 당신이 하지 말라면 안할게.
이따 만날 땐 대답 해줘. (들어간다.)
윤재 .......
윤재, 차 타려는데 로비 안쪽 보면 수진 어깨 감싸고 걷는 외국인 남자.
윤재, 씁쓸히 차에 탄다.
#63. 복원실 (밤)
윤재, 검은 비닐봉지 들고 들어서면, 명환, 유물을 정리하고 있다가
명환 (신나서)야, 윤재야. 마침 잘 왔다. 이거 봐라.
오늘 캔 건데 복원까지 완료했다. 어때?
윤재 ... 괜찮네요.
명환 (유물 정리하며) 너 민이사한테 잘해줘라. 많이 힘든가보더라.
윤재 (무거운 얼굴로 있는)
명환 오늘 윌옥션 식구들 왜 이래, 왜들 다 쳐져있어? 무슨 일 있냐?
윤재 ..... 수진이 만났어요.
명환 (알겠다.) 잘 있디?
윤재 예.
명환 결혼은? 했대?
윤재 ... 수진이가 다시 합치고 싶은가봐요.
명환 (놀라는) 뭐? (하다가) 니 생각은?
윤재 (한숨 크게 쉬고) 모르겠어요.
명환 (유물 내밀며) 오늘 저녁 내내 붙인 건데 괜찮냐?
내 복원 기술을 다 동원했는데도 완벽하게는 안된다.
붙인 데 다 티나고.
윤재 .....
명환 윤재야, 잘 생각해라. 너 미술엔 우등생인지 몰라도,
가정생활엔 열등생이었다는 거 잊지 마.
시간이 가는 거지 사람이 바뀌는 거 아니다.
(하며 봉지 열어 소주와 종이컵 꺼내는데)
윤재 ... 갈게요. (하고 일어나는)
명환 같이 술 마시자고 온 거 아니야?
#64. 회상-5년 전
1. 윤재집 서재(밤)-미술 서적, 자료 엄청 쌓여있다.
배부른 수진 과일 놓고 가는데도 모르고 일에 집중인 윤재.
2. 윤재집 침실(밤)-침대에 혼자 모로 누워있는 수진.
3. 서린방(낮)-응태에게 “제치고 경매 진행하는 거 무리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잘 할 자신 있습니다. 한번만, 딱 한번만 기횔 주세요. 네?
4. 윤재집 서재(밤)-소리 내어 경매사 연습 중인 윤재.
5. 연행되는 윤재(7회)
6. 윤재집 앞-하혈하는 수진(7회)
7. 윤재집 서재-초췌한 얼굴의 수진, 결혼반지를 놓고 나간다.
#65. 옥션 사무실 (밤)
어둡고 텅 빈 사무실. 휴대폰 화면 불빛만 반짝인다.
윤재, 휴대폰으로 찍은 지수 사진 보고 있다.
#66. 옥션 복도 (밤) / 14씬 중복
윤재, 가는데 맞은 편에서 서린 온다. 목례만 하고 지나치는데,
서린 (멈추고) 오윤재.
윤재 (멈추면)
서린 오늘 예민하게 군 거 미안했어... 오랜만에 나온 회사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는 거 보니 심통이 났나봐. 괜히 말도 엇나가고.
속 좁게 굴어서 미안해. 오늘만 이해해줘. 갈게.(하고 가려는데)
윤재 선배.
서린 (멈추면)
윤재 나 사실 최고 경매사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선배 땜에 포기한 거에요. 어떻게 해도 못 따라가겠드라구요.
(피식) 바보 같죠?... 갈게요. (발걸음 무겁다)
#67. 옥션 밖 + 윤재의 차안 (밤)
윤재, 터덜터덜 나오는데 문자 도착음.
수진E 왜 안와? 기다리고 있어.
멍하니 망설이던 윤재, 천천히 문자 지운다.
그랬다 뭔가 생각난 듯 다시 핸드폰 누른다.
낮에 찍은 수진 사진 천천히 하나하나 지운다.
텅 빈 거리에 홀로 남은 윤재, 크게 한숨 쉬어본다. <끝>
#Telop
1. 창밖으로 편지 읽으며 미소 짓고 있는 서린의 모습
2. 청계천 다리 위에서 웃으며 캔맥주 마시는 연수와 나경.
3. 문 닫으려는 화방 들어가 화구 사서 나오는 도영.
4.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의 밤.
.옥션하우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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