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10
놀이터 (밤)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도경과 찬우.
찬우 (울컥해) 누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미안해요.
도경 (먹먹해 지는 가슴 애써 누르며) 니가 왜 미안한데?... 그만 가자. (일어
선다)
찬우 누나... (도경의 손을 잡는데)
도경 (잠시 망설이다 뿌리치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찬우 (그런 도경 짠하게 바라보는)
도경집 대문 앞 (밤)
착잡한 심정으로 걸어오는 도경.
대문 앞에서 무심코 자신의 집을 짠하게 올려다보는
도경 이제 와서 누굴 탓해서 뭘 어쩌겠니? (문 열고 들어가는)
공심집 (밤)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공심과 주희.
공심 (걱정하는) 설마 봉희가 찬우씨한테 무슨 말실수 안하겠지...
주희 에이 설마~ 그분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이사장님을 선배와 붙여줘야
할 입장일 텐데 왜 자기 무덤을 파겠어?
공심 그렇겠지?
주희 내가 지켜보니까 그렇게 앞뒤 구분 안 되는 사람은 아니드라.
공심 그래~ 봉희가 그럴 리가 없지.
주희 그러니까 안심해. 두 사람 친해져서 언니한테 손해 볼 거 없을 테니까.
공심 (그러면서도 불안한)
도경방 (밤)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는 도경.
도경, 전전반측 잠을 통 못 이룬다.
봉선, 그 바람에 곰 인형 껴안고 자다가 깨서
봉선 웬 불면증이야?
도경 글쎄... 오늘 따라 잠이 통 안 오네.
봉선 우리 곰돌이 빌려줄까?
도경 (미소 지으며) 됐어.
봉선 그래두 얘 효과 있다. 원룸에서 혼자 잘 때 그래도 얘가 있어서 잠잘 수 있었어.
도경 그래. 줘봐.
봉선 (곰 인형 건네주는)
도경 (곰 인형을 꼭 껴안는)
봉선 어때? 포근하지?
도경 응. 그러네.
봉선 나도 곰돌이 없으면 못 자는데 발 올려 놀 누군가 있다가 없는 게 얼마 나 불편하겠어. 봉희 걔가 물살이라 발 올려놓기에 딱 좋은 몸이잖아?
도경 (잠이 와 눈 스르르 감는)
봉선 (픽 웃으며) 나도 어릴 때 봉희한테 발 올려놓고 잤다. 중학교 때부터
각방 썼는데 그때부터 곰돌이 없음 잠을 못 잤어. (기회는 이때다 싶어) 야! 그러지 말고 이참에 합치는 건 어때?
도경 (쌔근쌔근 잠자는)
봉선 으휴~! 나야말로 잠 다 잤네. (돌아누우며) 내일 곰돌이 하나 더 살까?
문화의 전당 (다음날)
테이크아웃 커피 들고 가는 도경.
엘리베이터
찬우, 엘리베이터에 탄다.
문 닫히려 하자 “잠깐만요” 하며 뛰어오는 도경.
찬우, 열림 버튼 눌러 문 열어주자
도경, 허겁지겁 뛰어와 탄다.
찬우 (환하게 웃으며) 굿모닝!
도경 (어색하게) 굿모닝!
찬우 잠을 통 못 자셨나봐. 얼굴이 까칠한 게 영...
도경 내 얼굴이 어때서?
찬우 그러고 보니 원래 칙칙했었던 거 같기도 하구...
도경 (흘겨보는)
찬우 (씩 웃고) 난 누나 걱정하느라 한숨도 못 잤는데...
도경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빨리 장가가라. 불면증엔 마누라 끼고 자는 게
최고다.
찬우 누가 아줌마 아니랄까봐 농담도 진해요. 아 참! 이제 이혼녀지.
도경 (버럭) 야! 이혼녀라니?
엘리베이터 서고 문 열린다.
도경 (작게) 돌싱이지. (나간다)
찬우 (픽 웃는)
단장실
공심, 책상 앞에 앉아있고
그 앞에 서서 수첩 들고 스케줄 읊는 도경.
도경 오후 두시에 발레단 레슨이 있고, 오후 네 시에 월간 골드미스 기자
하고 인터뷰 있고, 저녁 7시에 최창희 발레단 무용 발표회가 있습니다.
공심 (미소 지으며) 최창희 발레단 발표회 가는 건 취소 해줘. 유학동기라 꼭 가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내일 스케쥴 때문에 무리일 거 같아.
대신 화환 보내는 거 잊지 말고.
도경 (적으며) 네, 알겠습니다.
공심 차비서, 점심 같이 할래?
도경 전 샌드위치 사왔어요. 같이 드실래요?
공심 아니. 난 밀가루 음식 잘 안 먹어. 같이 가서 밥 먹자.
도경 그럴까요?
공심 그리고 둘만 있을 땐 말 놔두 돼.
도경 아니에요. 이제 정규직 됐는데... 지킬 건 지켜야죠.
공심 그래. 지킬 건 꼬옥~ 지켜줘. 가뜩이나 친구 사이라고 정규직 올려 줬
다고 말이 많은데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지. 안 그래? 차비서?
도경 (밝게) 그럼요~!!
구내식당
공심과 나란히 식판 들고 음식 담고 있는 도경.
이때, 찬우가 들어선다.
도경 (찬우 발견하고 도로 음식 내려놓으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샌드위치 싸온 거 먹어야겠어요.
공심 왜 밥 먹지? (보는데 찬우가 웃으며 걸어온다)
도경 (눈 찡긋) 저 먼저 올라갈게요.
공심 (찬우 향해 환하게 웃으며) 그러든지.
도경 (찬우 보고 꾸벅 인사하고 나간다)
찬우 (도경에게 눈인사하고 공심에게 걸어와) 차비서님은 왜 그냥 가세요?
공심 도시락 싸왔대요.
찬우 그래요?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반찬 담아 자리로 가 앉는 공심과 찬우.
근처에서 밥 먹고 있던 삼인방, 두 사람 보고 쑥떡 거린다.
잉꼬 저것 봐. 다시 화해했나봐?
주리 (입 삐죽거리는) 안 되는데...
하늘 남녀 관계는 끝까지 봐야 알지.
옥상
난간에 기대서서 혼자 샌드위치 먹는 도경.
도경 커밍아웃 하니까 마음은 편하다. 근데 정규직 되니까 공심이 그 기집 애 눈치가 더 보이네. (우걱우걱 먹으며) 대체 누가 만든 거야? 왜 이 렇게 맛있지?
7080까페 앞
봉희와 상기, 사람들 눈길 끌려고 개업집 댄스도우미아가씨들 마냥 음악 (7080 신나는 노래) 틀어놓고 열심히 춤추고 있다. (둘이 춤 맞춰 추는)
봉희 (춤추며 중간 중간 멘트하는) 흘러가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거~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을 잡는 시간! 롸잇 나우~~~ 선착순 열 명, 지금 들어오시면 골뱅이 안주가 무룝니다~
상기 (아싸, 등 나름대로 추임새 넣으며 흥 띄우는데)
아저씨, 아줌마 까페 쪽으로 온다.
봉희 (신나서 손님들에게 붙으며) 탁월한 선택~ 세 분 테이블로 모시겠습니 다~~ (데리고 들어가려는데)
부동산 (들어가며) 가게 보러왔는데 사장님 계시죠?
봉희와 상기 좋아라 손님들 모시고 들어가려다 당황해서 서로 쳐다보는데.
봉희 (안되겠다) 어쩌나~ 사장님이 지금 안 계시는데.
부동산 아까 전화 드렸을 때 분명히 계신다고 했는데. 그럼 저희들끼리 둘러 보고 있죠, 뭐.
부동산 업자와 아줌마 까페 외관부터 둘러보는데.
봉희 이러다 팔리기라도 하면 우리 진짜 어떡하냐?
상기 팔리지 않게 하면 되지.
봉희 ?
상기, 봉희에게 귓속말로 속닥댄다.
아줌마, 까페 둘러보고 나름 맘에 드는 눈치다.
부동산 정말 이 가격에 이만한 거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실 거 같으니까 제가
사모님한테만 특별히 보여드리는 거예요.
아줌마 바로 계약 가능하죠?
부동산 그럼요~
상기 (들으라고 손 허공에 휘저으며) 훠이, 훠이, 훠이~~ 물럿거라~ 썩 물
럿거라!!
봉희 (들으라고) 왜, 또야? 이번엔 몇 명인데?
상기 (안되겠다는 듯 고개 저으며) 10명...
봉희 (들으라고) 이러다 귀곡까페 되는 거 아냐? 어떻게 오라는 손님은 안
들어오고 귀신만 자꾸 들어 오냐~
아줌마, 귀신소리에 놀라서 보는데.
상기 사람이 몇 명이나 죽어나갔는데 귀신들이 안 모이게 생겼냐? 말했잖아, 목매단 처녀귀신, 불 타 죽은 할머니귀신. 약 먹고 죽은 몽달귀신... 음 기가 너무 많아.
봉희 그래도, 이번에 여기 팔면 잘 된다고 했으니까 용사장님도 이젠 편해지 시겠지.
부동산업자 당황하고 아줌마, 질색하는데.
아줌마 계약은 없었던 걸로 하죠. (가는데)
부동산 아니, 사모님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매물은 (하는데)
아줌마 (째려보며) 사람 죽어나가게 생겼는데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욧!
아줌마, 도망치듯 가고 부동산업자 아줌마를 뒤따라가는데.
봉희와 상기, 하이파이브하며 웃음 짓는데.
7080 까페 안
용사장 (짜증나 전화 끊으며) 아따, 이 양반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고 있당가. 아, 사기 싫으면 그만이지 귀신 타령은!!
용사장과 테이블에 마주 앉은 봉희와 상기, 찔린다.
까페 안 7080 음악 잔잔히 흐르고 있다.
부부처럼 보이는 중년의 남녀손님만이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있다.
용사장 그래서, 계속 해보드라고.
상기 그래서, 저희가 한번 까페를 살려보겠습니다.
봉희 선생님, 한번 맡겨만 주시면 정말 최선을 다해 잘 해보겠습니다.
용사장 (기가 찬 듯) 아따, 이놈들 보게, 니들이 까페를 살려? 그래 좋다.
(중년의 손님 가리키며) 저기 손님들 보이쟤? 저 손님들을 감동 시키면 내가 이 까페 니들한테 맡긴다.
봉/상 (기쁨의) 선생님~
용사장 대신, 손님들이 감동 나부랭이도 안 받으면 니들도 바로 짐 쌀 준비해 라. 알겄냐?
(시간경과)
잔뜩 긴장한 상기와 봉희, 무대 위에 서 있다.
키보드 앞에 앉아 있는 상기. 기타들고 마이크 앞에 서있는 봉희.
용사장, 무대를 지켜보고 서 있다.
중년 손님도 뭔가 해서 잔뜩 기대해서 보는데.
상기 봉희야, 너 정말 자신 있지?
봉희 (고개 끄덕하며 기타 치기 시작하는)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 접어 다져온 행복.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씻어 온 나날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봉희의 노래와 함께 도경과의 일 인터컷으로 보여진다.
(플레쉬 백)
- 소파 위에 누워 자는 봉희에게 잔소리하는 도경. (1부)
- 단란주점에서 공심이 앞에서 망신당하는 씬 (1부)
- 봉희를 찾아온 빚쟁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도경. (3부 26씬)
- 도경, 출장 가는데 또 출장이냐고 바아냥 거리는 봉희(6부 53씬)
봉희, 감정에 몰입하며 더욱 애절해지는 노래. 도경을 위한 참회의 노래다.
보고 있던 중년 커플. 남자는 감동 먹어 회한의 눈물 훔치고, 그런 남자를 어이없이 쳐다보던 여자, 기분 상해 홱 나가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년남자, 회한의 눈물 쏟아내고.
멀리서 지켜보던 용사장, 감동받은 얼굴이다.
용사장 (몰래 눈물 훔치며) 아따, 눈에 자꾸 뭐가 들어간다냐~
단장실
소파에 마주 앉아 기자와 인터뷰 중인 공심.
도경, 손 배꼽에 올려놓고 옆에 서 있다.
기자 모든 골드미스들의 로망이 바로 마샤 단장님이신데 성공의 키워드가
있다면 뭘까요?
공심 글쎄요? 전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뿐이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한 걸음 한 걸음 이 악물고 견디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네요.
도경 (부러운 표정 마음의 소리) 니 인생의 성공열쇠는 바로 나다. 이년아! 나 아니었음 오늘 날 너도 없어. 기집애! 부러워 죽겠네.
공심 (도경 표정 살피고 우쭐해 마음의 소리) 그럼 부러워해야지... 감히 니
가 넘겨다 볼 자리가 아니지.
기자 듣자하니 재단 이사장님과 연애중이란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공심 (능청스럽게) 어머 그래요? 호호호 왜 그런 소문이 났을까?
기자 저한테만 살짝 말씀해 주세요. 기사에 안 낼게요.
공심 (조심스럽게) 호호... 아직은 그런 사이는 아니예요.
기자 (떠보듯) 그럼 그럴 가능성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공심 (얼굴 붉어지며) 글쎄요... 그럼 저야 영광이겠죠?
기자 (눈치 채고) 만약 오성그룹 후계자이신 이사장님과 결혼하면 골드가 아
니라 다이아몬드가 되시는 거네요.
공심 다이아몬드요? 호호호....
도경 (마음의 소리) 아우~ 기집애! 저 순전 내숭 떠는 거 좀 봐. 언론 플레이 도 잘~ 하네.
기자 그럼 단장님, 나가서 사진 찍으실까요?
공심 그러죠. 차비서~!
도경 네. (얼른 파우더 가져와 공심의 얼굴에 두들겨 준다)
공심 거울 좀 줘 봐.
도경 (거울 가져다 주고)
공심 (거울 보며) 립스틱!
도경 (립스틱 갖다 주고)
공심 (거울 보며 루즈 바르고 입술 부빈다. 만족 한 듯 일어나면)
도경 (공심 옷매무새 고쳐준다)
공심 (기자보고) 자! 가시죠?
기자와 함께 나가는 공심.
도경, 소품, 화장품 가방 가지고 고 따라 나간다.
문화의 전당 일각
모델처럼 사진 찍는 공심.
도경, 다른 스카프 다른 것으로 매주며 공심의 일거수일투족을 돕는다.
다른 자세로 사진 찍는 공심.
도경 (부럽게 보며 마음의 소리) 기집애 멋있네. (자책하듯) 이것 봐. 찬우한 테 어울리는 사람은 공심이잖아.
공심 (도경에게) 아~ 목말라. 차비서~! 음료수 좀 뽑아오지.
도경 예. 단장님! (얼른 뛰어간다)
로비 일각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캔 사람 인원수대로 빼어든 도경,
마지막 한 개 빼다가 들고 있던 음료수 캔 떨어뜨린다.
마침 지나가던 찬우, 도경에게 다가와 캔 집어 주려는데...
도경 (받으며) 고마워.
찬우 이따 내방으로 좀 오죠.
도경 단장실 비서가 자꾸 이사장실에 들락거리다 오해 받으면 어쩌려구?
찬우 그럼 옥상으로 와요. 차비서님 ! (가는)
도경 (난감한)
옥상
벤치에 나란히 앉아 상자에 담긴 과자 먹는 주희와 진섭.
진섭 정말 이거 채감독님이 만드신 거예요?
주희 그럼요.
진섭 정말 맛있는데요.
주희 (애교떨며) 정말요?
진섭 (쑥스럽다)
주희 장선생님은 여자 친구 있어요?
진섭 아뇨. 없어요.
주희 다행이다. 나도 없는데... 그럼 나랑 사귈래요?
진섭 (허걱)
주희 장선생님 옆에서 지켜보니까 괜찮은 사람 같드라구요. 어때요?
진섭 (얼굴 환해지며 쑥스러워하며)... 저야 좋죠.
주희 근데 저 독신이예요.
진섭 (놀라) 네?
주희 사귀긴 하되 괜히 결혼하자고 부담주지 말라고요. 무슨 뜻인지 알겠죠?
진섭 (어리둥절해) 아... 네. (끄덕인다)
그때, 도경과 찬우가 걸어오는 발소리 들리자
얼른 의자 뒤쪽으로 가 숨는 주희와 진섭.
도경 (의자에 앉아) 누가 보면 어쩌려구 자꾸 이러나 몰라.
잠시 후, 찬우, 음료수 두 개 들고 걸어온다.
일각에 숨은 주희와 진섭, 눈 동그래진다.
찬우 (도경 옆에 앉아 음료수 캔 주며) 자!
도경 (받으며) 왜 불렀어?
찬우 그냥... (음료수 캔 따서 먹으며)
도경 왜?
찬우 보고 싶어서 불렀죠.
서로를 마주 보는 주희와 진섭.
도경 칫! 할 일 드럽게 없나 보다. 남은 바빠 죽겠구만 괜히 불러서 헛소리 야.
찬우 헛소리라뇨? 난 진심인데
도경 하이구! 웃기셔~ 야 너 점심 때 뭐 잘 못 먹었냐?
찬우 카레라이스. 맛만 좋드만~
도경 (어이없어 웃는)
찬우 (픽 웃으며) 누나 좀 쉬라고 불렀어요. 됐어요?
도경 뭐?
찬우 오늘 하루 종일 누나 일이 너무 많더라구요.
도경 야! 너 나 몰래 훔쳐 본 거야?
찬우 아니~ 볼려구 한 건 아니구. 가는데 마다 종종 거리고 다니는 누나가 눈에 밟히드라구요.
도경 (음료수 따며) 그래. 오늘 하루 무지 바빴다. (쭉 마시며) 캬! 시원하다.
찬우 (웃고) 누나 내 비서로 올 생각 없어요?
도경 뭐?
찬우 마샤 보고 비서 바꾸자 그래 볼까하는데... 누나 생각은 어때요?
도경 얘가 미쳤냐? 야 단장실 비서 아무나 하는지 알아. 이것두 전문직이야.
왜 이래?
찬우 농담이예요. 누나를 비서로 쓰면 재밌을 거 같아서... 마샤 혼자 재미 보 는 거 같아서 한 번 생각해 봤어요.
도경 (눈 흘기며) 비싼 밥 먹고 할 일 드럽게 없나 보다. (일어나는)
찬우 (도경의 팔 잡으며) 더 놀다 가요. 네 누나?
도경 (팔 뿌리치며 작은 소리로) 야! 누가 보면 어쩌려구? 나간다. 너 천천
히 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찬우 (픽 웃으며 뒤쫓아 가며) 같이 가요. 차비서님! (도경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는)
숨어있던 주희와 진섭, 나오며
진섭 이거 완전 쇼킹한데요.
주희 (열 받아) 저거 완전 호박씨 아냐?
복도 일각
공심, 걸어가는데
‘선배~’ 하며 달려오는 주희.
공심 어... 주희야!
주희 (울그락불그락해서) 아! 이걸 말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하는 건지.
공심 왜 그래? 대체 무슨 일이야?
주희 선배, 쇼크 받지 마.
단장실
자기 자리에 앉아서 타이핑 하고 있는 도경.
도경 (픽 웃으며) 장난기는 어쩜 옛날이랑 똑~ 같냐? 하나두 변한 게 없네.
(일하는데)
공심, 열 받는 거 간신히 누르며 들어온다.
도경 (일어나 환하게) 오셨습니까? 단장님
공심 (떨떠름하게) 어... (자기 자리로 가는)
도경, 싱글벙글 웃으며 타이핑한 거 인쇄해 결재서류에 끼어 동안
도경의 표정 유심히 살피는 공심.
주희(E) 화근은 싹을 잘라버리는 게 수야. 가만 내버려 두었다간 둘이 뭔
일 나겠드라니깐
도경 (결재서류 가져 오며) 단장님! 결재 좀 해 주세요.
공심 (검토하고 싸인해주는)
주희(E) 선배가 고의적으로 짜르면 차비서가 이사장님 붙들고 매달릴지 모르니 까 어떻게든 스스로 물러날도록 만들어야 돼.
공심 (결재서류 주며 조심스럽게) 차비서!
도경 (미소로) 네?
공심 (애써 미소 지으며) 혹시 발레 말고 다른 일 생각해 본 적은 없니?
도경 다른 일? 있죠. 파티쉐...
공심 파티쉐?
도경 신혼 초에 애들 간식해 멕일라구 제빵학원에 다니다가 어찌나 재밌던지
제빵사 자격증까지 땄다는 거 아니겠어요?
공심 정말?
도경 그럼요. 근데 쌍둥이 키우느라 취직할 엄두도 못냈네.
공심 지금이라도 해보지?
도경 (멈칫했다가) 아유~ 누가 나이 많은 아줌마를 보조로 써주기나 하겠어
요? 난 지금 이 일에 만족해요. (웃으며 자기 자리로 가는)
공심 (마음의 소리) 이 일에 만족한다? 저걸 어떻게 내쫓지? (고민하는)
도경 (흘깃 눈치보고 마음의 소리) 찬우 때문에 거슬린다 이거야? 그래도
절대 물러설 수 없지. 정규직이면 보너스가 얼만데...
공심이 보자 얼른 시선 돌리고 일하는 도경.
도경을 보는 공심의 표정에 얄미운 기색이 역력하다.
도경집 주방
봉희와 상기, 식탁 앞에 앉아있고
봉선, 못 마땅한 표정으로 밥이랑 국 떠서 가져온다.
봉선 상기 너 무슨 일 있어두 내 돈 갚아야 돼
상기 알았어. 월급 타서 절반은 무조건 너한테 줄게.
봉선 (조금은 안심하고 당부하는) 꼭이다.
상기 그렇대두.
봉희 참, 낼 모레 우리 생일인데 누나 생일파티 어디서 할까?
상기 단란주점 콜~!
봉희 그럴까?
봉선 단란주점은 무슨... 니들 어쩜 그렇게 똑같이 정신을 못차리냐?
봉희 그럼?
봉선 집에서 미역국이나 끓여 먹지.
상기 에이, 그래도 니들 생일 파틴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여기서 생일파티
하자. 친한 사람들 불러. 내가 생일상 근사하게 차려주마.
봉선 (그럴까싶은) 정말? 근데 누굴 부르지? 장선생님은 시간이 되시려나?
(핸드폰으로 전화 거는데)
바들바들 떨면서 신호음 듣다가
진섭 (E) 여보세요?
봉선 (화들짝 놀라) 에구머니나~! (얼른 끊어버린다.)
봉희 왜 끊어?
봉선 (정신 차리고) 그러게. 내가 왜 그랬을까? 미쳤나?
그런 봉선을 보고 봉희와 상기 눈 반짝!
옥상
옥상으로 올라오는 봉희와 상기.
상기 아무래도 봉선이가 장선생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지?
봉희 그치?
상기 이참에 마음의 빚이라도 갚자.
봉희 어떻게?
회의실
회의 전이다.
아직 아무도 오직 않은 빈자리에 회의자료 돌리는 도경.
찬우, 들어와 자리에 앉고 도경보고 눈 찡끗하는데
공심, 들어오다 그 모습 본다.
공심 (찬우 눈치 보며 마음의 소리) 저 앙큼한 년을 어떻게 쫓아내지?
도경을 노려보다가 눈 마주치자 얼른 표정 정리하는 공심.
단장실
소파에 앉아 신문 정도 보고 있는 공심.
도경, 그 주변을 열심히 걸레질 중이다.
도경 아까도 닦았는데...
공심 (신문만 보며) 나, 먼지에 예민하거든. 수시로 걸레질 해.
도경 (마지못해) 네.
공심 (도경 손 덥석 잡더니) 여자는 손을 보면 세월을 알 수 있다더니...
쯧쯧 차도경, 어쩌다 이렇게 변했니?
도경 (순간 무안한, 손 쓱 빼고) 아줌마들 손이 다 이렇지 뭐.
공심 손만 보면 꼭 50대 할머니 같애. 어린이 대공원에 있는 곰발도 니 손보다 낫겠다.
도경 (발끈해) 야!
공심 차비서? 설마, 나 부른 거야?
도경 (꾹 참고 급 밝아지며) 걸레 빨아 와서 한 번 더 닦을까요?
공심 됐고. 가서 내 책상에 있는 서류나 가지고 와.
도경 (돌아서며 마음의 소리) 저 기집애가 이젠 대 놓고 사람 염장을 지르 시겠다. 흥~ 괜한 헛고생 마라. 난 꿈쩍 안 한다. 난 이미 무장한 몸이
라구. 고래심줄보다 질긴 아줌마 정신으로!
도경,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놓는다.
공심 그 서류들 분기별로 정리해.
도경 (낑낑거리며 서류 놓고 앉아 정리하는)
공심 (여전히 신문 보며) 애들은 공부는 잘 하니?
도경 (서류 정리하며 이 악물고) 그냥저냥 지들 몫은 해요.
공심 원래 없는 집 애들이 악바리 같아서 지들 살길 일찌감치 찾는 법인 데 니집 애들은 그런 근성은 없나봐?
도경 (애써 부아 참으며) 아니예요. 곧잘 해요.
공심 막내는 아직 어리다며? 너 잘 생각해 봐. 그깟 돈 몇 푼 아쉽다고 니 가 지금 밖으로 돌 땐가. (도경한테 하는 소리인 양) 왜, 어릴 때 엄 마 손 못타면 꼭 티나잖아. 누구처럼. (생긋 웃는, 마음의 소리) 기집 애! 열 좀 받을 거다. 이런 소리까지 들으며 그 자리 앉아 있고 싶니?
니 발로 나가면 서로 간단할 문제를.
도경 (아랫입술 파르르 떠는, 그러나 지지 않고) 우리 선웅인 달라요. 철이 일찍 들었거든요. 아, 나 좀 늦게 들어온다 싶으면 안자고 기다렸다
어깨도 주물러 주는 걸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찌나 야물딱진지.
아, 단장님은 그 맛을 모르시겠구나. 이래서 나이 들어 혼자는 여러모로
꼭 티가 난다니깐. 어떻게 아쉬운 대로 강아지라도 한 마리 사다 길러
보든가.
공심 (신문 탁 놓고 찌리리 노려보는)
도경 (슬쩍 일어서며) 맞다, 장선생님이 부탁한 파일 갖다 드려야 하는데. 다녀오겠습니다. 단장님. (깍듯이 인사하고 돌아서 씩 웃는)
공심 (인상 구기며 마음의 소리) 돼지본드 같은 년!
옥탑방
세뇨르 박, 냉장고에서 보약 꺼내 먹고 있는데
봉희와 상기가 들어온다.
봉희 또 뭘 그렇게 혼자 잡수십니까?
상기 (입맛 다시는)
세뇨르 혼자 먹다뇨? 우리 같은 사람은 몸이 재산이라 이런 거 철철이 먹어줘
야 합니다. (마저 다 먹고 휴지통에 버리는)
봉희와 상기, 서로 눈짓 교환하고 세뇨르 박 맞은편으로 앉는다.
봉희 박선생님, 장선생이랑 동창이라고 하셨죠?
세뇨르 근데요?
봉희 (세뇨르 손 덥석 잡으며) 우리 누나 생일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장선 생도 좀 초대해 주슈.
세뇨르 (얼른 손 빼며) 아니 내가 왜요? 그쪽 누나 생일에 왜 내 동창을 오 라가라 수고스럽게 해야 됩니까?
상기 (거들며) 에이, 원래 잔칫날은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제 맛이죠. 그리 고 아가씨 생일에 총각들 많으면 흥도 나고. 그치 봉희야?
봉희 그럼. 그럼. 이 아가씨 생일에는 풍악보다도 중요한 게 남자들 웃음
소리거든. 그래야 이 분위기가 팍 팍 살거든.
세뇨르 (갑자기 크게 웃는) 두 분, 간만에 개그치십니다. 아가씨요? 뻥 좀 보 태서 선남이 고모는 내일모레 손주 본데도 믿을 액면입니다.
봉희 (버럭 하려다 애써 참고) 우리 누나가 나 땜에 워낙 고생을 해서...
(슬쩍 세뇨르 떠보듯) 아... 그날 주희씬가 하는 그 아리따운 분도 온 다고 했는데... 간만에 다 같이 회포 좀 풀려고 했는데 이렇게 비협조
적이시면 어쩔 수 없죠.
세뇨르 (OL) 타임~ 주, 주희씨요?
봉희/상기 (씩 웃으며 고개 끄덕끄덕)
세뇨르 무조건 콜~
일동(E)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도경집 (다른 날)
생일상 차려있다. 봉희와 봉선 상석에 앉아있다.
평소와 달리 잔뜩 멋 낸 봉선(꽃무늬레이스 원피스 등), 진섭을 수줍게 쳐다보는데.
상기, 바람 잡으며 생일 축하노래 부르며 폭죽 터뜨린다.
진섭 (봉선에게 꽃 내밀며) 생일 축하드려요.
봉선 (수줍게) 어머나 예뻐라~ 뭐 이런 걸 다... 고맙습니다...
진섭 근데 차비서님은 왜 안오시구...
봉희 집사람이 피곤해대서 쉬라고 했습니다...
진섭 아~ (봉희에게 선물 건네며) 선남아버님 껀 채감독님이랑 같이 넥타이 골랐는데 괜찮으시죠?
봉희 (받으며) 그럼요, 고맙습니다~ (선물 꺼내보고 좋아라하는데)
주희 (새침하게) 초대해서 오긴 했는데, 우리가 뭐 이럴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 않나? 어쨌든 생일은 축하해요. (작은 선물 포장 봉선에게 내민다)
봉선 (못마땅한) 고마워요. (받아서 그냥 뒤에다 놓는데)
주희 어머, 선물은 준 사람 앞에서 풀어보는 게 매너 아닌가?
세뇨르 지당하신 말씀~ (봉선에게) 뭐해요? 안 풀고. 내가 풀어볼까요?
봉선 됐네요. (풀어보는데)
주희 아이크림이에요. 저번에 보니까 주름이 너무 자글자글한 게 장선배랑 친구라면서 누가 보면 이몬 줄 알겠어요. (인심 쓰듯) 그래서 내가 쓰는 거 하나 샀어요. 뭐, 나처럼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열심히 발라봐요.
봉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마음의 소리) 뻔데기 보톡스 맞는 소리하고 있네. (질 수 없다) 뭐 바른다고 주름이 펴지겠어요? 주희씨 보톡스 어디서 맞았어요? 진짜 감쪽같다~
주희 어머머, 보톡스라뇨? 전 그런 거 안 하거든요?
봉선 에이, 다 아는 사람들끼리 뭐 창피한 일이라고. 괜찮아요. 말해 봐요.
주희 (흥분하며) 저 정말 아니거든요? 사람 뭘로 보고.
봉선 뭐, 그래요. 아니라고 치죠 뭐.
주희 (더욱 흥분) 아니라고 치다뇨? 저, 정말 부모님이 물려주신 그래도 관리만 잘한 것 뿐이라구요.
세뇨르 (봉선에게) 거,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러십니까. 참, 우기는 것도 집안 내력입니다. (주희에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희씨...
주희 (세뇨르 보고 얜 또 뭐야 하는 얼굴인데) ...
상기 아, 좋은 날 얼굴 펴시고. 다들 건배!!
다들, 음료수 들고 건배한다.
봉선 (음식들 진섭 앞에 놓아주며) 잡채 좋아하신다면서요, 많이 드세요.
주희 (뾰로통하게) 잡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진섭 채감독님 드세(하는데)
세뇨르 (얼른 잡채 주희 앞에 놓아주며) 주희씨, 맛있게 드십시오.
봉선, 세뇨르 째려보면 세뇨르, 시선 피한다.
봉선 (수줍게) 가실 때 잡채 좀 싸드릴테니까 가지고 가세요.
주희 (불쾌하게 봉선 보고) ...
진섭 괜찮은데... 저번에도 느꼈지만 고모님 음식 솜씨가 정말 장난이 아니신데요.
봉선 (수줍어서) 아이, 뭘요~
봉희 솔직히 말해서 우리 누나 음식 솜씨가 훌륭하긴 하죠.
상기 우리 봉선이 데리고 가는 남자는 그야말로 땡잡은 겁니다. 얼굴 이쁜 여잔 3개월, 성격 좋은 여잔 3년, 요리솜씨 좋은 여잔 평~생 간다잖습니까. 그러고 보니 장선생님이랑 봉선이 은근히 잘 어울리는 거 같지 않냐?
봉희와 상기, 바람 잡으며 히죽거리고 봉선, 수줍어서 어쩔 줄 모른다.
주희 (기분 상한다. 벌떡 일어나며) 어머, 일 있는 걸 깜빡했네? 전 이만 가볼게요.
세뇨르 주희씨, 왜 벌써... 제가 배웅이라도(하는데)
주희 (진섭에게 찌릿) 장선생님도 같이 가야한다면서요. (나가며)
진섭 (잡채 먹다가) 아, 네. 가야죠. (급히 일어서며 봉선에게) 선남고모님, 정말 잘 먹고 갑니다. (나가며)
세뇨르 (따라 나가며) 저, 주희씨... 주희씨...
봉선 잡채 싸드릴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잡채 대충 싸갖고 나가며) 진섭씨~
봉희와 상기, 멀뚱히 남아 서로를 보다가
상기 (술잔 들고) 나봉희! 생일 축하한다!
봉희 그래. 너 밖에 없다. (건배하고 기분 좋게 들이키는)
문화의 전당 전경 (다음날)
복도
도시락통 들고 걸어가는 도경.
도경 뭐니뭐니해도 내가 만든 반찬이 최고다. 이거야! (걷는데)
찬우, 뒤에서 도경보고 빠른 걸음으로 도경에게 다가간다.
찬우 누나!
도경 (놀라며) 아, 깜짝이야!
찬우 어디가?
도경 (깍듯하게) 점심 먹으러 갑니다. 이사장님! (찬우에게 눈 부라리며 작게) 너 자꾸 회사에서 누나라 할래?
찬우 아참, 차비서님!
도경 (입 삐쭉)
찬우 어디 가세요?
도경 (공심 오는 거 보고) 도시락 먹으러....
찬우 잘됐다. 같이 갑시다.
공심, 지나가다 그 장면 보는
옥상
벤치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 먹는 도경과 찬우.
반찬은 총각김치와 멸치, 콩자반이 전부다.
찬우 (뚜껑에 밥 덜어 총각김치 씹어 먹으며) 음~ 맛있네. 이렇게 맛있는 걸
맨 날 혼자 먹었단 말예요.
도경 (밥 콩장과 멸치에 비벼 먹으며) 맛있지? 집에선 거들떠도 안 보던 반 찬인데 이상하게 도시락으로 먹으면 왜 이렇게 맛있는지. 남은 반찬 아 무 거나 싸와서 이렇게 비벼 먹으면 맛이 끝내 준다니깐
찬우 내일부터 내 꺼두 싸와요.
도경 (보며) 야! 너 공심이랑 연애질이나 잘 해. 괜히 여기 저기 질척거려서 오해 받게 만들지 말고...
찬우 우리 누나 동생 사이 아니었었나? 누나 나 마샤랑 사귀는 거 질투나요?
도경 질투는 개뿔! 밥이나 먹어.
찬우 에이~ 질투 나나보다.
도경 됐거든요. 이사장님! 빨리 밥이나 드시고 내려가세요.
찬우 이상해. 마샤를 보면 설레고, 기분 좋은데 누나랑 있음 재밌단 말야.
나 양다리 걸칠까요?
도경 얘 좀 봐. 소문에 카사노바라 그러든데 진짠가 보네.
찬우 그럼요. 양다리 쓰리다리까지 사겨 봤는데요?
도경 (벌레 보듯 보다가) 야! 뭐 하나만 물어보자.
찬우 (보는) 뭔데요?
도경 너 진심으로 공심이 좋아서 사귀는 거야?
찬우 왜요? 장난으로 보여요?
도경 아니... 나이차이도 있고, 괜히 공심이 마음만 아프게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친구로서 걱정 돼서 그런다.
찬우 (생각하다) 솔직히 나 마샤 좋아해요. 이런 마음 생긴 거 누나 이후로 처음이구요.
도경 (썩소) 그래? 그럼 다행이구...
찬우,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 벌룸대다가 재채기를 한다.
도경, 얼굴에 밥물 튄다.
도경 (얼굴 일그러지며 닦으며) 드럽게 증말!
찬우 (코 훌쩍이며) 감기 기운이 있나 봐요. 아까부터 코가 밍밍하네.
도경 (걱정스러워) 그래? 추운데서 밥 먹어서 그런가?
찬우 (몸 움츠리며) 그러게. 좀 춥긴하네.
단장실
불안해 왔다 갔다 하는 공심.
공심 혹시 찬우씨가 도경이 이혼 한 거 알게 된 거 아닐까? 요새 부쩍 가까 워졌네. (고개 흔들며) 아니야! 도경이 보는 앞에서 나한테 데이트 신 청했잖아. 그냥 누나 동생일 뿐일 거야.
뮤지컬 공연장 (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펼쳐지고 있다.
웅장한 무대의 클라이맥스를 달하는 순간 객석 속 공심, 흠뻑 공연에 매료된
표정 역력하고.
공심 사랑 고백이 저렇게 슬프게 와 닿을 수도 있구나... 찬우씨, 크리스틴의 음색은 정말 티 없이 맑지 않아요? (하고 찬우 보는)
찬우 (이미 잠들어있다)
공심 (차마 깨우지 못하고) 많이 피곤한가보네...
오성빌라트 앞 (밤)
미끄러지듯 멈춰서는 찬우의 차.
공심과 찬우 내린다.
찬우 오늘 즐거웠어요.
공심 (섭섭함 숨기고) 네...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들어가 쉬세요.
찬우 차 한 잔 하고 가요.
공심 (보는)
찬우 삐졌죠?
공심 네?
찬우 제가 공연 내내 잠만 자서 삐진 거 같은데. 미안해요. (공심 손잡고 돌
아서는) 들어갑시다.
공심 (잡은 손 슬쩍 보고 내심 좋은)
찬우집 (밤)
공심, 소파에 앉아 있고
찬우, 공심의 커피만 내와서 공심 앞에 건넨다.
공심 찬우씨는요?
찬우 (감기약 들어 보이며) 몸살인가? 영 맥을 못추리겠네요.
공심 어머,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찬우 그 정도까진 아니구요. (약 먹는) 나 신경 쓰지 말고 차 마셔요.
공심 네. (차 마시는)
찬우 (소파 깊숙이 기대앉는)
공심 (커피 향 음미하며) 향 너무 좋네요. (하고 보는데)
찬우 (어느새 잠든)
공심 (조심스럽게 부르는) 찬우씨?
찬우 (깊이 잠든)
공심 오늘 내내 잠만 자네. (어이없는) 진짜 딱 차 한잔만 마시고 가게 생겼 네.
도경집 전경 (다음날 아침)
도경집 주방
도경, 싱크대에서 배중탕 만들고 있다.
도경 감기 잡는 덴 배중탕이 최고지. 이걸로 콩심이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내 앞날이 편해지는 거야.
배 가운데 판 거에다 생강, 인삼, 대추, 귤껍질 등을 넣고
배 위 부분 잘라 논 거 덮어 찜통에 앉히고 가스렌지 약한 불에 맞춘다.
(시간경과)
다 식은 배 중탕을 마른 거즈에 넣고 꼭 짜서 국물 받는다.
국물을 보냉통 안에 넣고 완성.
봉선, 방에서 나온다.
봉선 오늘은 출근이 늦네.
도경 공심이가 어제 늦게까지 야근했다고 좀 늦게 출근해두 된대.
봉선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콩심이가 그런 배려를 다 하구.
도경 누가 아니라니?
(E) 초인종 소리.
봉선 (인터폰 들어) 누구세요? (놀라) 꽃 배달 왔습니다.
도경 (보는)
봉선 (현관 문 열어주는)
잠시 후, 꽃 배달부가 와서 큼직한 꽃바구니 들고 들어와
배달부 나봉선씨가?
봉선 전데요.
배달부 (종이 내밀며) 싸인 좀~
봉선 (싸인 해주며) 이걸 누가?
배달부 전 그런 거 잘 모릅니다. 그럼 이만. (인사하고 나간다)
도경 누가 보냈어?
봉선 몰라. (꽃바구니 뒤적이며) 편지 한 장 없는데...
도경 야! 살다 살다 나봉선한테 꽃바구니 오는 일도 다 있네.
봉선 (기분 좋아) 누가 보냈을까?
도경 그러게? 누구 짐작 가는 사람도 없어?
봉선 글쎄... (생각하다 멈칫) 혹시.... 진섭씨 아닐까?
도경 장선생이? 에이 설마~
봉선 생일날 날 보는 시선이 야릇했어.
도경 정말?
봉선 생일날 와 준 거만 봐두 분명히 나한테 마음 있다는 뜻 아니겠니?
도경 좀 억지스런 개연성이긴 한데... 아주 아닌 것두 아니구.
봉선 (감동해) 맞지? (두 손 모아) 어머 나한테도 이제 사랑이 찾아오려나봐.
도경 장선생 정도면 괜찮은 신랑감이지. 연봉도 꽤 될 걸?
봉선 (꿈에 부푼)
문화의 전당 앞
세뇨르박, 한껏 치장하고 꽃다발 든 채 싱글벙글 걸어온다.
구내식당
세뇨르박, 행여 주희가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리고 있다.
진섭 우리 몇 년 만에 같이 하는 점심인데. 좋은데 가서 먹자니깐.
세뇨르 (낼름 식판 챙겨들고) 지금 내가 고픈 건 단지 배가 아닐세.
진섭 (엥?)
이때, 멀리서 주희가 걸어온다.
세뇨르박 눈에 마치 아우라 뿜으며 걸어오는 주희.
세뇨르 박, 입 쩍 벌리고 넋을 놓고 보는데.
진섭 주희씨, 오셨어요.
주희 (진섭에게 슬쩍 교태 섞인 눈짓) 식사 맛있게 해요.
세뇨르 (얼른 끼어들며) 이거, 여기서 또 뵙네요. 인연은 우연을 가장해 찾아온 다더니 우리 자꾸 이렇게 마주치는 게 보통 인연은 아니지 싶습니다.
주희 (인상 구기며 마지못해) 네. 또 뵙네요.
이사장 비서실
문 열고 들어오는 공심.
김비서 (일어서) 이사장님 오늘 감기 때문에 출근 못하신다고 연락 오셨는데
공심 (걱정스런 표정) 그래요? 많이 아프신가보다.
단장실
도경의 책상 위에 도시락 통 두 개와 보냉통 올려져 있다.
공심이 문 열고 들어오자
도경 단장님, 이거... (보냉통 들고 쪼르르 가서 공심 테이블 위에 놓는다)
공심 뭐야?
도경 배중탕요! 감기에 즉빵이라니깐 이사장님 가져다주시라구요.
공심 (찌릿 째려보며) 차비서가 이걸 왜?
도경 에이, 알면서~ 이걸로 점수 좀 따시라구요.
공심 치, 오늘 출근 안하셨거든. (차갑게) 그리고 차비서!
도경 네?
공심 내가 너한테 이딴 거 만들어달라고 했어? 경고하는데 이사장님한테 신
경 좀 꺼줄래?
도경 (민망한) 그게 아니라...
공심 (째려보면)
도경 네... (배중탕 들고 자기 자리로 가는)
공심 (마음의 소리) 지가 왜 찬우씨를 챙겨?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어.
저걸 빨리 치워 버려야지...
건물 옥상
벤치에 앉아 도시락 먹는 도경.
도경 지년 좋으라고 그러는 거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웬 반전? 하여튼 이랬
다 저랬다 변덕이 끊는 죽이라니깐. (밥 한술 뜨다 문득 멈추고 찬우가
걱정되는) 결근까지 하다니... 많이 아픈가? (전화 걸려고 망설이다 멈추
고) 에이, 괜한 화근 만들지 말자. (다시 밥 먹는)
단장실
자기 자리에 앉은 공심, 서류 검토하다가 문득 멈추고
공심 요즘 감기 독하다던데 많이 아픈가?
도경의 자리 옆에 놓인 배중탕 가만히 보다가 전화 건다.
찬우방
아파서 누워있는 찬우, 전화 받고 있다.
찬우 배중탕이요? 좋죠.
단장실
도시락 가지고 들어오는 도경.
공심, 외투 입으며 퇴근 준비하고 있다.
공심 아무래도 안 되겠어. 찬우씨한테 가봐야지. 장선생한테 레슨 부탁해 놨
으니까 오후 일정 취소해줘. 그리고 배중탕 좀 줘봐.
도경 네. 그럴게요. (보냉통 들고 공심에게 가며) 제가 만든 거라 하지
마시고 갖다 주세요. (건넨다)
공심 (받아들고) 이번엔 첨이고 니가 달인 정성도 있고 하니 받겠지만 다음
부턴 이딴 짓 하지 마.
도경 네.
공심 (빽과 보냉통 들고 쌩하니 나간다)
찬우방
보냉통에 담긴 배중탕 즙을 컵에 따라서 쭉 마시는 찬우.
공심, 옆에 서 있다.
찬우 음~ 정말 감기가 뚝 떨어질 거 같은데요. (눕는다)
공심 (의자에 앉으며) 제가 저녁에 또 만들어 드릴게요.
찬우 (웃으며) 마샤가 이런 거까지 만들 줄이야.
공심 그럼요. 저도 시골출신인데요.
찬우 (컵 공심에게 주며) 아프니까 무슨 생각 드는 줄 알아요?
공심 (보는)
찬우 내 몸이 아프니까 일이고 뭐고 다 귀찮드라구요.
죽을병도 아닌데 죽음도 생각해 보고... 내 장례식도 생각해 보고
심지어 죽음 이후에 삶도 생각해 보았어요.
공심 (미소 짓는)
찬우 내가 너무 내 눈 앞에 있는 것만 생각하고 살았는지 몰라요.
이제부터 좀 어려운 사람들도 생각하면서 살아야겠어요.
공심 (마음의 소리) 이렇게 멋진 남잘 뺏길 순 없지.
도경집 (저녁)
터덜터덜 걸어오는 도경.
도경 설마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는 아니겠지? (얼굴 만지며) 그럼 나도 조 심해야겠는 걸...
대문 앞에 걸린 우체통에서 우편물 꺼내 확인한다.
은행에서 온 우편물 뜯어서 보면
곧 경매 들어간다는 최종통지서다.
도경 (얼굴 파랗게 질리는)
도경방
힘없이 침대에 앉아있는 도경.
봉선, 걱정스런 표정으로 화장대 의자에 앉아있다.
도경 월급 타서 애들하고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이자 낼 돈이 어딨어?
그리고 이자가 어디 한 두 푼이어야지.
봉선 그럼 어떡해. 이 집 경매 들어가면 우리 식구들 거리로 나 앉게 생겼는 데...
도경 (한숨 푹 쉬는)
봉선 내가 공심이 좀 만나 볼까?
도경 (눈 흘기며) 됐어. 굶어죽게 생겼어도 콩심이한테는 손 안 내밀어.
지금도 왕무시 하는데 돈 좀 해주고 얼마나 무시하겠어?
봉선 (울상으로) 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도경 글쎄. 방법을 찾아봐야지. (답답한)
도경집 옥상 (밤)
봉희와 상기, 평상에 앉아 술 마시고 있다.
상기 (낄낄대며) 봉선이 좀 귀엽드라. 그때 보니까 걔가 진짜 장선생인지 뭔지한테 푹~ 빠졌더라니까.
봉희 (고민하는) 그러다 괜히 누나 혼자 상처받는 거 아냐?
상기 또 모르는 거야, 은근 봉선이 같은 스타일이 먹힐 수가 있어. 연식이 오래되서 그렇지, 요즘 봉선이처럼 순진하고 순박한 여자가 어딨냐? 장선생이 제대로 사람 볼 줄 알면 봉선이랑 잘 될 수도 있는 거지.
봉희 (걱정되는) 잘되도 걱정이네. 우리 누나 시집보내려면 돈 많이 벌어야
되는데... 나 때문에 우리 누나 고생 많이 했는데...
상기 그러게 말이다. 장한 누나상 있으면 봉선이 걔, 상 줘야 된다. 사고치는 동생 뒤치다꺼리하느냐고 평생 몸 고생, 맘 고생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냐. (감정 이입해서 흥분하는) 나한테 그런 동생 있었으면 벌써 호적에서 팠어.
봉희 (눈 흘기는)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상기 (실수했다) 아니, 그만큼 봉선이가 매력적이다 이거지. 그걸 강조하고 싶은 거지, 내가. 내 맘 알지?
봉희 (속상한 듯 술 홀짝거리며) 혹시 둘이 잘 되서 당장 시집간다고 그러면 어떡하냐? 혼수도 해야 되고 할 게 많은데.
상기 (대책 없다. 술 마시며) ...그럼, 봉선이 원룸 보증금 빨리 줘야 되는데.
씩씩거리며 옥상 올라온 도경, 술 마시는 봉희와 상기 보며 더욱 기가 차다.
도경 (때릴 듯이 다가와 술 뺏어들며) 이 인간아, 너는 지금 이 상황에 술이 넘어 가냐?
봉희 (맞을까봐 얼른 일어나 피하며) 또, 왜~
도경 (경매 우편물 봉희에게 내동댕이치며) 식구들은 쫓겨나 길바닥에서 나
앉을지도 모르는데 아빠라는 인간은 태평하게 앉아서 술이나 마시고 있어?
상기 도경아, 그게 아니라 봉희도 고민 많이 해...
도경 (봉희와 상기 보며) 야, 니들이 인간이냐? 두 발로 걸어다닌다고 다 인간인 줄 알아? 적어도 인간이라면, 지가 한 일에 책임지고 자식새끼 길 바닥에 나앉게는 안할 거야. 니가 사고만 쳤지, 책임이라는 건 진 적이 있는 인간이야? 넌 아빠 될 자격도 없어. 나가!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니 새끼들이 길바닥에 나 앉든 말든 앞으로 신경 쓰지 말고 니들끼리 살아봐!!
봉희 (달래며) 여보,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너무 감정적으로 (하는데)
도경 (버럭) 당장 안 나가! (들고 있던 술병 바닥에 내팽겨져 깨지고)
봉희 (놀란) ...
상기, 도경의 눈치 슬슬 보며 봉희와 옥상 내려가는.
그런 봉희를 보며 도경, 더욱 가슴이 답답하다.
7080 카페 (밤)
봉희와 상기, 카페에서 의자 이어놓고 잔다.
상기 이제, 우리 어떻게 사냐?
봉희 (돌아누워 생각에 잠겨있는) ...
상기 (벌떡 일어나) 아, 등이 배겨서 잠을 못 자겠다. 봉희야, 자냐?
봉희 ...
상기 아, 대책 없는 자식. 넌 이 상황에서 잠이 오냐? (또 다시 눕는데)
봉희 (눈물이 흐른다. 꾹 참고 손으로 닦으며 감정을 숨기는데) ...
테니스장 (다른 날)
테니스 치는 찬우와 진섭.
엄청난 점수 차이로 찬우가 가볍게 이긴다.
진섭 (낙심해) 혹시 테니스 선수셨어요?
찬우 아뇨.
진섭 나두 누구한테 지는 실력이 아닌데 이사장님께는 도저히 안 되겠는데요.
찬우 그래두 모처럼 적수가 나타나 전 신이 나는데요.
진섭 앞으로 5점 내주시면 모를까 게임이 안 되죠.
찬우 좋아요. 다음부터 5점 내줄게요. 됐죠?
진섭 알았어요. 절대로 안 봐 드립니다.
찬우 (빙긋 웃는)
(E) 울리는 진섭의 핸드폰 전화벨.
진섭 (받으며) 어... 봉춘이.....
세뇨르(E) 뭐 좀 물어볼게 있는데... 자네 오성빌라트에 산다며?
진섭 어.
세뇨르(E) 방이 몇갠가?
진섭 두 개.
세뇨르(E) 나중에 방구할 때까지만 신세 좀 지면 안 되겠나?
진섭 근데 왜?
세뇨르(E) 우리 주인집이 경매 들어가게 생겼어. 방 구하는데 마땅한 데가 없어서 말야.
진섭 주인집이라면 차비서님 집 아닌가? 차비서님 식구들은 어디로 가고?
찬우 (놀라서 보는)
술집 바 (밤)
바에 앉아서 괴로운 표정으로 양주 마시는 찬우, 제법 취했다.
진섭(E) 차비서님 남편분이 친구한테 융자내서 돈 빌려줬다가 사기당해서 거리
로 나앉게 생겼나 봐요.
찬우 (그 말에 인상 쓰는)
오성빌라트 앞 + 찬우 차안 (밤)
도경이 운전하는 찬우의 차 들어온다.
뒷좌석에 몸을 못 가누고 자고 있는 찬우,
도경 (뒷좌석 보며) 야! 니네 집에 다 왔어. 빨리 일어나.
찬우 (대답 없는)
도경 으휴 (차에서 내려 뒷문 여는 찬우 뺨 토닥 거리며) 야! 강찬우 일어나
(반응 없자) 얘는 사람 불러놓고 혼자 취해서 쓰러지면 어떡해.
야! 일어나봐. 아 어떡하지? (두리번거리는데)
이때 공심의 차 들어오고
차에서 내리는 공심,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도경을 발견한다.
찬우방 (밤)
몹시 취한 찬우를 침대에 눕히는 공심과 도경.
공심, 이불 좋게 덮어주는데...
도경 (어깨 두들기며) 진짜 무겁다. 야 나간다. (나가려는데)
찬우 (공심의 손잡으며) 누나! 가지 마. 제발
공심 (놀라는)
도경 (마찬가지로 걸음 멈추고 그대로 놀라는)
찬우 다 나 때문이야. 다~ 누나 불행하게 된 것두... 이혼하게 된 것두 결국
다 나 때문이라구. 미안해 누나! 미안해...
공심 (이혼이란 말에 눈 똥그래 도경 보는)
도경 (입술 깨물고 그대로 도망치듯 나간다)
공심집 거실 (밤)
심란한 공심, 어찌할 바를 몰라 왔다 갔다 하는
공심 찬우씨가 도경이 때문에 괴로워서 저 지경이 되었단 말야?
게다가 찬우씨가 도경이 이혼한 것 까지 알고 있었다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 (가슴이 먹먹하다)
도경집 앞 (밤)
터덜터덜 걸어오는 도경.
도경 이제 앞으로 어떡하지. 아무래도 오래 버티긴 힘들 것 같다.
찬우 걘 왜 그래. 갑자기~ (속상해 죽겠다)
카페안 (밤)
봉희, 무대 위에서 통기타 치며 7080 노래 부르고 있다.
하지만 몇 테이블 안 되는 관객들은 반응도 없다. 저희끼리 얘기하느라 쳐다도 안 본다.
상기, 서빙하고 있다.
봉희, 노래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다.
상기 (물 한잔 건네며 걱정스럽게) 반응이 이렇게 없어서 어떡하냐?
봉희 (한숨 쉬며) 용사장님은?
상기 세월 낚으러 가셨지요. 암튼, 젤 인생 핀 양반이라니까.
봉희 월급... 얘기 해봤어?
상기 인마, (몇 없는 테이블 가리키며) 이 상황에 월급 얘기하게 생겼냐? 그 냥반 맘 변해서 우리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이지.
봉희 (속상한) 우리 선녀, 학원비 내야 되는데... 용선생님한테 돈 좀 꿔 달라고 할까?
상기 (그러지 말라는) 그러다 진짜 쫓겨나면 어떡하려구. 그나마 여기 있으니까 먹고 자는 건 해결되지. 이제 날도 추워지는데 노숙할래?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거 진짜 못할 짓이다. (다짐 받는) 너 입도 뻥끗하지 마. 알았어?
봉희 휴대폰도 끊기고 내 꼴이 말이 아니다.
상기 미투.
손님, ‘여기요’ 부른다. 상기, 냉큼 달려가 주문받고.
봉희, 심난한 얼굴이다.
도경집 (밤)
봉선, 곰돌이 끼고 시무룩해 침대에 누워 있고
도경이 들어온다.
봉선 이 야밤중에 어딜 갔다 와?
도경 (침대에 푹 주저앉으며 땅이 꺼져라 한숨 푹 쉬는)
봉선 왜 무슨 일 있어?
도경 설상가상이란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왜 하늘은 한 가지 시련
만 안주고 종합선물 세트로 시련을 주시나 몰라.
봉선 무슨 일인데?
도경 아무래도 직장까지 잃을 거 같다.
봉선 무슨 일 있어두 안 그만 둔다며? 왜 공심이가 그만 두래?
도경 (한숨만 푹)
봉선 (발끈해) 인정머리 없는 기집애! 내 그 기집애 그럴 줄 알았어. 내 머리 털을 다 뽑아 버릴테니까. 어디 두고 봐.
도경 (까마득한)
선녀 방 (밤)
선녀, 책상에 앉아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인터넷 접속 중이다.
보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종로학원 인터넷 사이트 보여 지고.
도경, 그 옆에 서서 한참을 선녀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선녀 (홈페이지를 통해 성적 확인하고) 엄마~ 나 성적 올랐어. 완전 이번 모 의고사 대박!
도경 어디 어디. (확인하고 함박웃음) 어머, 진짜 잘 봤네. 그 사이 이렇게나 많이 오른 거야? 거봐. 나선녀, 넌 좀만 노력하면 된다니깐.
선녀 이게 다 학원 덕분 아니겠어. 엄마, 나 학원 계속 다닐 수 있는 거지?
도경 (순간 안색 굳는) 어? ... 그, 그래야지...
한강변 (밤)
쏟아질 듯 수놓은 밤하늘 아래 나란히 앉은 봉희와 상기.
검은 한강 물결을 바라보며 오랜 침묵 이어진다.
한강 다리 위를 지나는 수많은 자동차 멀리서 보이고.
봉희 (깡소주 마시며) 저 차들은 참 신나게도 달린다. 다들 목적지를 알고 달리는 거겠지.
상기 에휴. 그럼 우리 같은 정처 없는 방랑자들이 흔하겠냐.
봉희 내 인생에도 네비게이션 하나 있었음 좋겠다.
상기 (피식 웃고는 깡소주 마시는)
봉희 (먼 시선 응시한 채) 당신은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내가 가야할 길을
인도해줘요.
상기 (문득 봉희 보는)
봉희 (점점 제 울적함에 취해) 삶의 방향과 속도와 거리... 위치들을 내게 알 려 주세요.
상기 (점점 표정 밝아지는)
봉희 오늘도 난 너를 찾아 달려간다. 사랑의 네비게이션.
상기 나봉희! (갑자기 와락 봉희 끌어안는) 바로 그거야! 우리 인생의 네비게
이션!
문화의 전당 전경 (다음 날)
단장실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공심과 도경.
도경, 공심의 눈치 보며 앉았고, 공심은 찬바람 쌩쌩 나는 표정이다.
공심 (마음의 소리) 더 이상 저년 때문에 눈물 흘릴 수 없어. 냉정해 져야해.
도경 (마음의 소리) 차라리 가시방석이 낫지.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시키고 죽겠네. (일어나 공심에게 가며) 단장님 차 드릴까요?
공심 (차갑게) 됐어.
도경 어제... 찬우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그냥 술 취해서 한 말이야.
공심 (쏘아보며 버럭) 넌 내가 앞뒤 분간도 못하는 바본지 아니?
도경 (움찔)
공심 찬우씨 나랑은 현재진행형이고, 넌 이미 시효 끝난 과거형일 뿐이야.
넌 나나 찬우씨가 봉희랑 너한테 아직도 감정을 가지고 있나 착각하나
본데 찬우씨가 그러더라. 그냥 연민일 뿐이라고... 제발 좀 알아서 내
인생에서 빠져 줄래?
도경 (자존심 상하지만 꾹 참고) 죄송해요. 앞으로 찬우.. 아니 이사장님하고
회사에선 말도 안할게요.
공심 (어이없어) 넌 왜 말 귀를 못 알아먹니? 찬우씨가 옛 여자가 눈앞에서 알짱거리는데 얼마나 마음이 불편할지 생각해 봤어?
도경 (고개 떨군다)
공심 (조금 마음 약해져) 니 사정은 알겠는데 직장 알아봐 줄테니까 생각 좀 해봐. 가봐.
도경 (꾸벅하고 자기 자리로 가는)
공심 (마음의 소리) 질긴 년 끝까지 그만둔다고 말 안하네.
(E) 책상 위에서 울리는 도경의 핸드폰 벨소리.
도경 (전화 받으며) 네 선생님.... (놀라) 네 선웅이가요? 네네.. 금방 갈게요.
공심 (보는)
도경 (공심에게 가) 저... 단장님 선웅이가 열이 많이 나서 애 데리고 병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공심 (기가 막혀) 뭐? 차비선 공과 사도 구분 못하나?
도경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일지도 모르는데 얼른 가서 검사 좀....
공심 내일아침 회의자료 다 됐어?
도경 아직....
공심 그거 다 해놓고 가든지.
도경 얼른 갔다 와서 할게요. (빽 들고 나가려는데)
공심 (버럭) 내 말 안 들려! 내일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몰라서 그래?
넌 어떻게 된 애가 아직도 공과 사를 구분 못하니? 나가려면 사표 쓰고
나가!
도경 (사표란 말에 멈춰 서면)
공심 직장 잃는 건 겁나나 보지. 애 아픈 거 가지고 직장에서 유난을 떤다는
게 말이나 돼?
도경 (분노해 노려보며 버럭) 야 장콩심!
공심 (뒤돌아보면)
도경 사표 쓰면 될 거 아냐?
공심 (어이없는)
도경 그래 쓴다 써. (책상으로 가 A4용지 꺼내 몇 자 적으며) 그래 이년아!
나한텐 내일 회의 보다 내 새끼가 중요하다. 이년아! (겉옷 입으며) 며 칠전부터 괜히 심술부리고 사람 피 말리는데 (책상 정리하고) 니 인생 에서 꺼져 달라 이거지? 좋아! 바람과 함께 꺼져줄게. (핸드백 챙기고 사표 쓴 거 들고 공심 앞으로 다가가) 됐냐!! (건네고 독하게 쏘아보며) 비겨 (공심의 어깨 툭 치며 나간다)
공심 (문 보며 어이없어 하다가 다시 사표 쓴 거 본다)
<사직서, 나간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년아 -차도경-> 라고 적혀 있다.
어이없다는 표정의 공심.
문화의 전당 앞
씩씩거리며 나오는 도경.
도경 세상에 애가 열이 38도가 넘는다는데 눈 안 뒤집힐 엄마가 어딨어?
니도 애 나서 키워 봐라 이년아! (전화 거는)
(E)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음성메시지 들리고
도경 (신경질 적으로 전화기 끄며) 으휴~ 이 인간은 끝까지 도움이 안 돼. (씩씩거리며 뛰어가는데)
황기사가 운전하는 찬우의 차 들어온다.
뒷좌석에서 차문 내리고 도경을 보는 찬우.
병원 응급실
뛰어 들어오는 도경과 찬우.
간호사에게 물어서 선웅이 누워 있는 침대로 가서 커텐을 젖힌다.
선웅이 링거 맞고 자고 있고, 선웅이 담임, 옆에 앉아있고
의사, 선웅을 진찰하고 있다.
담임 (벌떡 일어서며) 선웅이 어머니!
도경 (의사 보고) 선생님, 우리 애가 대체 왜 이런대요?
의사 (처트 적으며) 아직 검사결과가 안 나왔는데 뇌수막염으로 보입니다.
얼른 입원수속 밟으세요.
도경 (놀라서) 뇌수막염이요? (안절부절 못하며) 어머 어떡해? 옛날에
내 짝궁 뇌수막염으로 죽었단 말야... (울면서 의사에게 매달리며) 선생 님 우리 선웅이 좀 살려 주세요. 네. 선생님!
찬우 (어깨 감싸 안고 의사에게 떼어내며) 누나! 침착해. 여기 병원이잖아.
의사선생님이 고쳐주실 거야... (의사에게) 뇌수막염이 그렇게 위험한 병 인가요?
의사 심할 경우는 그럴 수도 있지만 대개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 낫는 병이니 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찬우 거봐.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안심해.
도경 (새파랗게 질려서) 만약에 난 선웅이 잘 못되면 못살아. (선웅이 얼굴
만지며) 선웅아! 엄마야! 눈 떠봐.
입원실
1인실 특급 입원실.
원장으로 보이는 의사와 의료진들 선웅이를 진료하고 있다.
원장 다행히 검사결과가 잘 나와서 치료만 잘 받으면 퇴원할 수 있을 거 같
습니다.
도경 (고개 숙여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선생님!
찬우 고맙습니다. 원장님!
원장 (아부조) 불편한 거 있음 언제라도 말씀하세요.
찬우 네.
일제히 꾸벅 인사하고 가는 의료진들.
도경 휴~ 다행이다. 뇌수막염이 잘 못되면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죽을 수
도 있는 큰 병이라는데....
찬우 거봐. 아무 일도 없을 거랬잖아. 그리고 저분이 이 분야에선 최고 셔.
도경 (둘러보며) 빽이 좋긴 좋네. 입원실 없다더니 6인실 값으로 특실을 다 내주고... 시간마다 의사들 들락거리고... 없는 사람들은 겁나서 아프지 도 못하겠네.
찬우 (픽 웃는)
선웅, 잠에서 깨어난다.
선웅 엄마~!
도경 선웅아! (안으며) 그래 엄마야! (얼굴 만지며) 내 새끼 많이 아팠지?
선웅 머리가 아팠는데... 참았어.
도경 (울컥해서) 이 바보야! 참을 걸 참아야지. (속상해 눈물 흘리는)
찬우 (짠해서 맞은편에서 선웅이 손잡고) 선웅아! 삼촌 기억나?
선웅 어? 저번에 왔던 삼촌이다.
찬우 그래. 삼촌이야. 빨리 나면 삼촌이 맛있는 거두 많이 사주고 놀이 공원 도 데려갈게.
선웅 정말요?
찬우 그럼. 정말이지.
도경 (눈물 훔치면서 찬우가 고맙다)
공심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공심과 주희.
주희 잘 됐네. 앓던 이가 시원하게 뽑힌 거 같겠네.
공심 그래도 찝찝해. 도경이한테도 미안하구. 말대로 나가서 또 뭔 짓을 할지
누가 아니?
주희 벼룩이도 낯짝이 있지. 애 셋 딸린 아줌마가 총각한테 들이대겠어?
또 이사장님도 그렇지 첫사랑 눈앞에 두고 새로운 여자랑 연애하기가
쉽진 않을 거구.
공심 그렇겠지?
주희 빨리 서둘러서 얼른 결혼해. 그게 정답이야.
공심 (각오를 다지는)
(E) 울리는 주희의 핸드폰 벨소리.
주희 (발신자 보고 인상 팍 쓰고) 이 사람 왜 이러니?
공심 누구?
주희 차비서 옥탑 방에 사는 그 진상... 매일 전화 온다.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전화기 화면을 보는)
도경집 앞
복덕방 할아버지, 나름 때 빼고 광낸 차림새로 한 손에 보자기로 곱게 싼
물건 들고 잔뜩 긴장하고 섰다.
잠시후, 문 열리면 봉선, 아무생각 없이 나오다가 식겁하고 얼른 대문 닫는데
할아버지 잽싸게 대문 틈으로 발 집어넣고 활짝 웃는다.
봉선 영감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봉선씨,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십니까? 나 우리 여편네랑 사별하 고 근 20년만에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습니다. 제발 이 불타는 마음 을 받아주구려.
봉선 (울기 직전이다) 할아버지, 진짜 왜 이러세요?
할아버지 (보자기 덥석 안기며) 이거 홍삼 엑기슨데 요즘 봉선씨 너무 야윈 거 같아. 이거 먹고 포동포동 살 좀 올라야겠어.
봉선 (보자기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내려놓고) 참는데도 한계가 있어요. 자꾸 이러시면 동네 사람들이 노인네 망령났다구 흉봐요. 그만 좀 하시라 구요. (쌩하니 들어가 버리는)
할어버지 (대문에 매달려) 봉선, 봉선~ 잠깐만 문 좀 열어봐~
카페
세뇨르박과 주희, 마주 앉았다.
주희, 팔짱끼고 창밖만 보며 불편한 기색 역력하고
세뇨르박, 속없이 해죽거리며 꽃다발 탁자 위로 쓱 올린다.
세뇨르 오늘은 주희씨 닮은 붉은 장밉니다. 우리 관계도 이렇게 붉게 젖어들어 야 할 텐데.
주희 이봐요. 아저씨. 작작 좀 하시죠. 저는 아저씨한테 전혀 관심 없거든요.
세뇨르 원래 사랑은 무관심에서 시작되는 거죠. 어차피 만나다보면 다 알게 될 사이 성급할 필요 없습니다.
주희 미치겠다. 증말. 도저히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갑자기 일어나 꽃다발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질근질근 밟는)
세뇨르 (식겁 하고는 고개 푹 숙이는)
주희 (너무 심했나 싶어 살쩍 미안한 마음 드는) 그러니깐 그만 하시라고 했잖아요.
새뇨르 (고개 들고 의미심장한) 어차피 이 꽃은 주희씨 품에 안기는 순간 더 이상 꽃이 아닙니다.
주희 (엥?)
세뇨르 주희씨 미모에 꽃도 시들어버리거늘~ 밝혀죽으나 시들어 죽으나 피장파 장 아닙니까?
주희 (짜증가득) 완전 진상이야. 증말.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휑하니 나가 는)
세뇨르 (다급히 뒤따라 나가며) 주희씨, 같이 가요.
도경방 (밤)
침대에 앉아 앞에 곰돌이 앉혀 놓고 엉엉 우는 봉선.
봉선 (곰돌이한테 얘기하듯) 내가 이 나이에 시집 안 갔다고 별 그지 같은 게 다 들이댄다.. (휴지 빼서 코 팽 풀고) 이래서 서방 없는 년이 불쌍 하다는 거구나 싶드라. 곰돌아!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않냐? 내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기를 하냐? 그렇다고 눈이 높길 하냐? 근데 왜 내 짝 은 없는 거냐구. 인연 있단 말 다 개뻥이야. 안 되겠다. 도저히 맨 정 신으론 못 자겠다. (곰돌이 보며) 누나가 나가서 술 사올게. 너 오늘 나
랑 끝까지 가는 거다. (일어서 외투 입고 나가는)
동네슈퍼 (밤)
봉선, 울어서 벌게진 눈으로 훌쩍거리며 소주와 과자 안주 고르고 있다.
세뇨르, 풀 죽은 얼굴로 한숨 쉬며 와인과 치즈종류 고른다.
계산대에 각자 계산하러 서로의 물건 올려놨다가 마주치는 봉선과 세뇨르.
서로 놀라는데.
옥상 (밤)
세뇨르와 봉선, 평상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술 마시고 있다.
소주와 와인, 과자와 치즈 서로 섞어서 먹는데.
둘 다 취할 대로 취해있다.
봉선 (히죽거리며) 그러니까 내가 먹어주는 얼굴이란 말이쥐, 복덕방 영감님한테는.
세뇨르 (소주를 와인 잔에 부어 마시며 혀 꼬여) 그대의 차디 찬 눈동자에 건배!! (또 다시 술 부어 마시며) 그대의 얼음 같은 입술에 건배!! (또 다시 술 붓고) 그대의.. 그대의... 보톡스에 건배!!
봉선 (갑자기 울면서) 내가 이날 이태껏 아버지뻘 되는 복덕방 영감님한테 프로포즈 받으려고 날 지켜왔는 줄 알아? 내가 왜!! 내가 우스워 보여? 감히 누굴 넘보냐고오~
세뇨르 (취해서) 사람 마음이 어디 말처럼 쉽나? 사랑이란 게 하지 말라고 하면 딱 사라지는 겁니까.
봉선 (안됐다) 쯧쯧쯧, 댁도 참 안됐네. 그러니까 그 싸가지한테 왜 맘을 줘. 딱 이마에 써 있잖아. 나 싸.가.지!!
세뇨르 그래도 그녈 함부로 욕하지 마십쇼. 그 사람과 인연이 닿질 않았으나, 내 순정마저 더럽힐 순 없습니다. 그녀의 빛나는 눈동자, 버선발처럼 오똑 솟은 코, 예쁜 그 입술...
봉선 순정 좋아하네. 그 싸가지는 아자씨 순정을 받을 자격이 없어.
세뇨르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봉선 그럼, 내가 지금 술 먹어서 하는 말인데 아자씨가 그 싸가지한테 아까워.
세뇨르 나도 술 먹어서 하는 말인데 아줌마도 매력 있습니다.
봉선 진정?
세뇨르 (웃으며) 까짓거, 술 먹었는데 뭔 말을 못합니까? 하하하!!
세뇨르와 봉선, 서로를 쳐가며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평상을 구르고 둘 다 웃겨죽는데.
도경집 전경 (아침)
도경집 거실
선녀와 선남 일어나서 씻고 학교 갈 준비하고 있다.
선녀 (투정부리는) 고모 어디 갔어? 밥도 안 해 놓고.
선남 그러게, 빨래 널러 갔나?
선녀 고모~
옥상
봉선, 한기에 더욱 세뇨르를 꼭 끌어안는데 뭔가 감촉이 이상하다.
눈 떠서 보면 세뇨르다. 세뇨르도 뭔가 이상했는지 동시에 눈 뜨고 보는.
봉선과 세뇨르, 서로 눈 마주치고.
세뇨르, 당황해서 얼른 손 x자로 자신의 가슴을 감싼다.
봉선, 당황해서 악! 소리 지르며 세뇨르를 확 밀어버리는데.
세뇨르, 비명 지르며 평상에서 굴러 떨어진다.
봉선과 세뇨르, 잠시 어제 일이 머리에 스쳐가는 듯 멍~하다.
세뇨르, 봉선의 눈치 보며 그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못한다.
봉선,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 꿈쩍 안 한다. 둘 다 얼음 상태.
봉선, 세뇨르의 눈치 보며 조심조심 일어나 계단으로 후다닥 뛰어간다.
세뇨르도 그제서야 일어나 주위 둘러보며 후다닥 옥탑방으로 들어가는데.
이사장실
찬우, 자리에 앉아 서류 검토하고 있다.
공심, 결재서류 가지고 들어온다.
찬우 (웃으며) 마샤!
공심 요새 뭐가 그리 바쁘세요? 전화두 잘 안 받구.
찬우 그럴 일이 좀 있어서요.
공심 (결재 서류 내밀고)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하실래요?
찬우 (결재해주며) 어떡하죠? 오늘 저녁 약속 있는데....
공심 (실망해) 그래요? 그럼 할 수 없죠.
찬우 (미소 지으며) 내일 먹어요. 그렇찮아두 내일 식사나 같이 할까
했는데...내일 시간 어때요?
공심 (금방 밝아져) 좋아요.
단장실
문 열고 들어오는 공심.
공심 (뾰루퉁해서) 아무리 바빠두 그렇지. 전화나 좀 해주지. 내일 만나기로
했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연애하면 되지 뭐 (도경 자리보고) 니가 없 으니까 하루가 왜 이렇게 기냐? (전화하는)
봉선(E) 어 공심아!
공심 별 일없지?
봉선(E) 별 일 없긴~ 집안이 완전 쑥대밭이다.
공심 왜?
봉선(E) 낼모레 집도 경매 들어간다고 그러고, 선웅이까지 뇌수막염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 중이야.
공심 그래?
봉선(E) 내 속이 이렇게 타는데 도경이 속은 오죽하겠냐?
공심 (걱정되는)
병원복도
과일바구니 사가지고 걸어가는 공심.
공심 그러면 그렇다고 얘길 하지. 그런 것두 모르고 온갖 구박을 다 했으 니... 그렇게 내보낸 걸 찬우씨가 알기라도 해봐? 나만 독박 쓰는 거지
뭐.
특실 앞에 서서 조금 열린 문 보며 노크 하려는데
도경(E) 찬우야! 과일 먹어.
병실
선웅이 침대에 누워서 무선리모컨으로 자동차를 작동하고 있다.
찬우, 소파에 앉아 과일 먹으며 한껏 신이 난 선웅에게 ‘그렇지’ 하며 호응해 주고.
침대 옆에 앉아 과일 깎고 있는 도경.
선웅 (리모컨 누르며 입으로 비행기 소리내며) 웅~ 좌회전... 우회전... 정지.
찬우 자, 이제 내 차례.
선웅 (리모컨 든 채로) 딱 한번만 더!
찬우 에이, 그건 반칙이다. (손 내밀고) 내 차례거든!
선웅 전 환자거든요!
찬우 내가 사온 거거든!
선웅 이건 애들이 갖고 노는 거거든요!
찬우 그런 게 어딨어?
도경 (미소 지으며) 으휴... 어쩜 애랑 하는 짓이 똑 같냐~ (하는데)
문 앞에 서 있는 공심을 발견한다.
도경 공심아!
그대로 들고 있던 과일 바구니 떨어뜨리는 공심.
온 사방으로 나 뒹구는 과일들.
찬우도 놀라서 보는데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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