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11
빌라트 일각 벤치 (밤)
벤치에 나란히 앉은 찬우와 공심.
찬우 마샤에 대한 제 감정... 사랑이라 생각해요. (공심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공심 (울컥해서 보는)
찬우 (공심 가만히 보며) 나 좀 믿어주면 안돼요?
공심 찬우씬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찬우 글쎄요. 설레임...?
공심 그럼 하나만 물어볼께요. 솔직하게 대답해 줘요.
찬우 (보면)
공심 저에 대한 찬우씨 감정보다 도경이에게 대한 찬우씨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찬우 (약간 난감한) 글쎄요... 누나가 힘들어하는 모습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
구요.
공심 그게 사랑이예요. (자신의 손잡은 찬우 손 뿌리치고 일어선다)
찬우 (안타깝게 공심을 부르는) 마샤...
공심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찬우와
찬우에게 등보인 채 아프게 걸어가는 공심.
그런 공심을 보던 찬우, 공심에게 달려가 돌려세운다.
찬우 그렇다면... 당신 말대로 그 감정이 사랑이면 우린 뭐죠?
공심 (아프게 보면)
찬우 그럼 당신 때문에 설레였던 난... 나 때문에 아픈 당신은...
지금 우리 감정은 뭐냐구요?
공심 (보는데)
찬우 여자들은 첫사랑이 잘못되어 있으면 저 남자랑 헤어지길 잘했지 한다면
서요? 우리 남자들은 그래요. 첫사랑이 불행하게 살면 괜히 내가 지켜주
지 못해서 그런 거 같구...
공심 ...
찬우 도경이누나... 나 때문에 결혼했고 지금 많이 힘들잖아요? 나 좀 믿어주
면 안되요?
공심 (눈빛 흔들리는)
찬우 나 당신 놓치고 싶지 않아. 그니까 나 밀어내지 마요. (공심을 안으려는
데)
공심 (밀어내고) 찬우씨가 힘들어하는 그 상대가 도경이인 이상... 저 찬우씨
거절할래요. (뒤돌아서 간다)
찬우 (안타깝게 보는)
공심 (걸어가며 마음의 소리) 찬우씨... 당신 사람 잘못 봤어. 더 이상 사랑 때
문에 울고불고 매달리던 바보 같은 장공심이 아니야... 난 마샤장이라
구요!
자신을 보고 선 찬우를 뒤로 한 채 굳은 표정으로 걸어간다.
공심 빌라트 (밤)
창가에 선 공심, 수심이 가득하다.
찬우(e) 도경이누나... 나 때문에 결혼했고 지금 많이 힘들잖아요? 나 좀 믿어주
면 안 되요?
공심 (분해서) 왜 하필 그 상대가 차도경이냐구... (입술을 잘근 깨무는)
하는데 창밖으로 찬우, 걸어오는 모습 보인다.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확 치는 공심.
공심 빌라트 앞 (밤)
찬우, 멈춰 서서 커튼 쳐지는 공심의 빌라트를 응시하는데
공심(e) 찬우씨가 힘들어하는 그 상대가 도경이인 이상... 저 찬우씨
거절할래요.
찬우 (짠하게 보는) 미안해요. 마샤...
켜져 있던 공심의 거실 불이 소등된다.
식당 (밤)
‘아줌마 소주 한병 더!’ 하는 손님의 소리에 ‘네. 갑니다.’ 하며 소주병 들고
손님 테이블로 뛰어가는 도경.
손님 테이블에 소주 주고
다른 테이블 손님 나가자 얼른 상을 치운다.
분주하게 일하는 도경의 모습.
식당 앞 (밤)
도경, 식당 아줌마들과 ‘수고했어요.’ ‘내일 봐요’ 등의 인사하고 헤어져 혼자
걸어가는데 그 앞을 막아서는 찬우.
도경 (멈칫 서서보고는 찬우인 걸 알고) 니가 여긴 웬일이야?
찬우 누나 생각나서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네.
도경 나 여기서 일하는 건 또 어떻게 안거야?
찬우 선웅이 내편으로 만드니깐 편하네. 바로 알려주던데요.
도경 (못마땅하게 보고 앞서가는)
찬우 (얼른 뒤따라가는) 우리 밥 먹을래요? 아님 술 먹을래요?
도경 늦었어. 집에 빨리 들어가야 돼.
찬우 (쫄래쫄래 따라 걸으며) 일은 할 만해요? 힘들죠? 가뜩이나 누나 팔뚝
장난 아닌데 무거운 거 들면 더 두꺼워지는 거 아냐?
도경 또 까분다. 찾아온 용건이 뭐야?
찬우 그냥요.
도경 괜히 장난 치려거든 빨리 가. 맞장구 쳐줄 기운 없어.
찬우 누난, 예나 지금이나 맨날 내가 하는 건 다 장난이라지.
도경 이렇게 쓸데없이 불쑥불쑥 찾아오지 마. 여기 나 일하는 데거든. 사람들 이라도 보면 어쩌려고.
찬우 또, 또 잔소리. (도경 어깨 양팔로 감사며 걸음 재촉하는) 늦었다면서요.
빨리 가요.
버스정류장 (밤)
도경과 찬우, 나란히 서있다.
도경 그만 가. 난 여기서 버스 타면 돼.
찬우 나도 여기서 버스 타야 돼요.
도경 차는?
찬우 두고 왔어요.
도경 (잠시 찬우 보다가 멀리서 버스 들어오는 거 확인하고) 어, 버스 왔다. 그
럼 나 간다.
도경, 얼른 올라타면 찬우 역시 잽싸게 따라 올라탄다.
버스 안 (밤)
한산안 버스 안.
도경, 자리 잡고 앉는데 찬우 따라 탄 거 알고 괜히 주변 의식해 얼른
시선 피한다.
찬우, 널널한 빈자리 놔두고 굳이 도경 옆에 앉으려는데
도경, 얼른 자리 옮겨 다른 곳에 앉으면
찬우, 역시 쪼르르 그 옆으로 가고 도경 또 피하고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도경, 하는 수 없이 창밖만 보고 앉아 있으면
찬우, 그 옆으로 앉는다.
도경 이거 니네 집 가는 버스 아니거든.
찬우 늦었잖아요. 데려다 줄게요.
도경 됐어. 빨리 내려.
찬우 아, 이게 얼마 만에 타보는 버스냐. 생각나요? 매일 누나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데려다 주고 그랬던 거. 아, 우리 막차 타고 가는 날엔 맨 뒷자리에서 키스도 했었는데.
도경 (발끈하는) 내가 언제? 기억 안나.
찬우 누난 꼭 자기가 불리한 기억은 잊더라.
도경 너 자꾸 쓸데없는 소리하면 진짜 화낸다.
찬우 (피식 웃더니 창밖 가리키며) 어? 저거 봐요. 한강다리가 저렇게 예뻤나?
도경 맨날 차 타고 지나다니면서 그걸 이제 알았냐?
찬우 (순간 씁쓸한) 그러게... 난 항상 지나고 나서야 깨닫네.
도경 (그제야 찬우 심상치 않게 보는) 무슨 일 있어?
찬우 (그저 엷게 웃는)
도경 왜? 공심이랑 잘 안 되가?
찬우 (또 말 돌리는) 이참에 차 두고 버스 타고 다닐까봐. 바깥풍경 볼 여유도 있고 진짜 괜찮네.
도경 말 돌리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 공심이랑 문제 있는 거지?
찬우 누난, 나랑 마샤 일에 관심 참 많더라.
도경 괜히 내가 개입될까봐 그렇지. 암튼 무슨 문젠지 모르겠지만 풀 건 팔리 풀어.
찬우 아뇨... 난 새로운 사랑을 할 자격이 없나봐...
도경 (뭔가 심각한 상황임을 눈치 채고 빤히 찬우 보는)
찬우 (말없이 바깥 풍경만 바라보는)
(시간경과)
찬우, 피곤에 지친 듯 어느새 잠들어 고개 자꾸 떨군다.
도경, 묵묵히 창밖만 보고 가다가 찬우에 시선 두고
찬우 고개 바닥으로 떨굴 때마다 손으로 잡아주려다
차마 하지 못하고 멈칫멈칫하더니
끝내 자기 어깨 내주고 찬우 고개 편하게 기대준다.
하지만 시선 창가에 두는 도경.
문화의 전당 전경 (다음날)
단장실
공심 들어서면 도경의 자리에 새로 온 여비서가 얼른 일어나 인사한다.
비서 단장님 오셨습니까?
공심 (자리로 가며) 회의 자료 준비 됐지?
비서 네. (얼른 챙겨둔 자료 공심의 테이블에 올리며) 브리핑 자료입니다.
공심 (자리에 앉아 검토하는)
회의실
회의 직전 분위기.
임원들 회의석에 앉고 상석에 찬우 앉으면 공심, 비서 대동해 들어온다.
비서, 공손한 자세로 자료를 임원들 테이블 위에 올린다.
공심, 찬우 의식해서 흘깃 흘깃 눈치 보며 쳐다보지만 찬우는 관심도 없다는 듯 공심을 쳐다도 안보고 자료 검토 하고 있다.
공심, 찬우 들으라는 듯 불쾌함에 자료화일 소리나게 책상에 내려놓는다.
찬우 (그제서야 고개 들고 사무적으로) 회의 시작하죠. 마샤단장님?
공심 (지지않고 사무적인) 네! 그러죠. 다들 아시다시피 프랑스 리옹 발레단과의 저희 오성발레단이 교환학생 장학제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예전과 달리 저희 아카데미생 다섯 명을 보냈으면 합니다.
임원1 왜 세 명에서 다섯 명으로 인원이 는 겁니까? 원래 세 명 아닙니까?
임원2 (항의하는) 아니 세 명에서 다섯 명이면 경비가 거의 배가 느는 건데 솔직히 말해 우리 오성재단이 불우이웃돕기 단체는 아니잖습니까?
공심 (발끈하지만 참고) 네. 오성재단은 불우이웃돕기 단체가 아니죠. 무턱대고 어렵고 가난하다고 해서 도와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요. (하면서
찬우 쪽을 쳐다본다)
찬우 (도경을 연상시키는 발언에 마음이 상해 공심의 시선을 외면하는)
공심 (째려보듯 찬우를 강하게 보는)
연습실
음악 흐르고 연습복 차림의 단원들 연습 중이다.
진섭, 중간 중간 단원들의 동작 교정해 준다.
공심, 앞에 앉아 감독하고 있는데 연습에 집중하지 못한다.
정신 차리려고 머리 휘저어 보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데...
음악 끝나고 다들 공심의 총평을 기다리고 있는데
(인서트)
- 전 씬, 회의실에서 찬우가 공심의 시선을 피하던 장면.
공심, 굳은 표정으로 한 곳에 시선 고정되어 있는데.
진섭 (주위 눈치 보며) 단장님?
공심 (듣지 못하는)
진섭 (얼른 공심 옆으로 와) 단장님, 말씀 안 하세요?
공심 네? (그제야 정신 차리고) 다들 수고했어요. (먼저 나가버리는데)
삼인방, 뒤에서 쑥덕대는
주리 오늘 단장님 이상하지?
하늘 그러게. 꼭 실연당한 여자 같애. 그럼 상대는 이사장님?
잉꼬 (동정하듯) 우리 단장님 불쌍해서 어떡해?
진섭 (버럭) 니들 조용못해!
복도
인상 팍 찌푸리고 걸어가는 공심.
공심 (마음의 소리) 이 자리까지 어떻게 왔는데. 정신 차려, 장공심! (각오 다 지는)
이사장실
의자 뒤로 돌려놓고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는 찬우.
비서가 들어온다.
비서 이사장님 점심 식사하셔야죠.
찬우 (의자 돌리고 일어서며) 나가서 먹고 올게요. (쟈켓 챙겨드는데)
식당
남은 음식물 치우는 도경, 테이블 닦는데 테이블에 붉은 피가 뚝 떨어진다.
도경, 놀라 코에 손 대보면 손가락에 피가 묻어나온다.
얼른 목 뒤로 젖혀 휴지 빼 코피 닦고는 화장실로 뛰어가는 도경.
화장실
손 씻는 도경, 휴지 빼 손 닦으며 거울 본다.
도경 (코 손으로 훔치며) 겨우 멈췄네. 요새 너무 무리했나? 코피가 자주
나네. (휴지 쓰레기통에 버린다)
주인(E) 아줌마!
도경 (크게) 네! 갑니다. (얼른 뛰어나가는)
식당 앞
음식물 쓰레기 든 큰 통을 힘겹게 들고 식당에서 나오는 도경.
낑낑대며 나오는데 찬우가 얼른 달려와 뺏어든다.
도경 오지 말랬잖아. 왜 왔어?
찬우 왜 오긴 식당에 밥 먹으러 왔죠. 이거 어따 버려요?
도경 됐어. 이리 내. 손 버려.
찬우 어? 누나, 지금 내 걱정해주는 거예요?
도경 (마음 들킨 양 머쓱해져 얼른 쓰레기 뺏어 들며 가는) 걱정은 무슨.
찬우 (내심 좋은 듯 피식 웃고 뒤따라가는)
도경, 괜히 민망해 잰걸음 재촉하며 쓰레기 창고로 가는데 순간 어질하다.
또다시 코피가 주르륵 흐르더니 하늘이 노래지는 도경.
그대로 픽하고 쓰러진다.
찬우, ‘누나!’ 하며 식겁해서 도경에게 바로 달려드는.
병원 앞
찬우 차 끽 서고
차에서 내려 도경을 끌어내 안고 급하게 뛰어 들어가는 찬우.
병실
링거 맞고 있는 도경.
찬우, 도경의 손을 꼭 잡고 앉아있다.
도경, 서서히 정신이 드는데...
찬우 (도경 눈 뜨는 거 보고 반가워서) 누나!
도경 (혼미한 상태에서) 어떻게 된 거야?
찬우 어떻게 되긴...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데... 좀 괜찮아?
도경 응. 빈혈기가 좀 있었나봐.
도경, 자신의 손을 잡은 찬우의 손을 의식하고 얼른 손을 빼는데
두 사람 사이 잠시 어색한 기류 흐른다.
찬우 (걱정스런) 대체 얼마나 무리를 했길래 두 시간이나 의식을 못 차려요?
도경 뭐? 두 시간? (벌떡 일어나 앉는다) 어떡해? 식당!
찬우 지금 남의 식당 걱정할 때예요? 일 당장 그만 둬요!
도경 그만 두면? 니가 우리 식구 먹여 살릴래?
찬우 (의미심장한) 그래도 되면 그럴게요.
도경 (흘겨보며) 또 까분다.
찬우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에 못내 섭섭해서 보는)
7080 까페
봉희, 기타 뜯으며 억지로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노래 만들어 보려고 애
쓰고 있다.
봉희 (기타반주에 맞춰 흥얼거리며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가사 붙이는...
R&B 버젼으로) 당~신은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내가~ 가야 할 길을~~ 인도해줘요~ 삶의~ 방향과~ 속도와~~ 거리~~ (하는데)
상기 (고개 흔들며) 필이 안와...
봉희 (다시 기타 치며. 헤드뱅인하며 락버젼으로) 악! 네비게이션!! 사랑의 네비게이션! 삶의 방향과 속도와 거리 위치들을 내게 알려 주세요! 악! 네비게이션!! (너무 소리 질렀더니 머리가 아프다. 손으로 머리 매만지며) 아...
상기 (심각하게) 봉희야, 이건 진짜 아니다.
용사장, 뒷춤에 뭔가 감춘 채 뒷짐 지고 나온다.
용사장 (한심하게 보며) 쯧쯧쯧쯧, 그걸 노래라고 쳐부르고 있다냐?
봉희,상기 (무안한) ...
용사장 (슬쩍 MR CD 내밀며) 이걸로 한번 불러봐.
봉희 (CD보며) 이게... 뭡니까?
용사장 노래가 괜찮은 것 같아서 아는 밴드에 하나 맞춰 달라고 그랬다.
봉희,상기 (바로 고개 조아리며) 감사합니다. 사장님!! (둘이 동시에 고개 들고
감동의 눈길)
용사장 그렇다고 쌍으로다가 그렇게 부담스런 눈빛 쏘는 건 사양하겠네. 아직
갈 긴이 먼께.
봉희.상기 열심히 하겠습니다.
용사장 (뒤에 감추고 있던 화려한 의상 2벌주며) 요것도 챙겨. 여기가 방송국
무대다 생각하고 한번 놀아봐.
7080까페 무대
상기와 봉희, 무대에 섰다.
용사장이 준 <사랑의 네비게이션> MR 시작되고, 상기의 코믹춤과 봉희의 노래 실력이 어우러져 멋진 공연이 만들어지는데.
테이블의 손님들, 처음엔 반응 없다가 점점 신나는 노래에 빠져들어 박수치고 호응하며 폭발적인 반응 보이기 시작한다.
손님들의 반응에 더욱 신난 봉희와 상기, 더욱 열정적으로 공연하는데.
노래가 끝나자 손님들 ‘앵콜’ 소리 지른다.
봉희와 상기, 감격에 찬 얼굴로 서로 얼싸 안는데.
상기 (감동에 찬) 어떡하냐, 봉희야. 우리 대박 날 거 같아~
봉희 (감동) 임마, 난 지금 당장 여기서 죽어도 한이 없을 거 같아~
용사장, 멀리서 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데.
슈퍼 앞 (밤)
술과 안주류 사가지고 오는 봉희와 상기.
봉희 야 이 정도 소식이면 도경이도 기뻐하겠지?
상기 그러게. 우리 봉희, 어떻게든 성공해서 금의환향해야 하는데...
봉희 성공해서 돌아가면 도경이가 받아주겠지?
상기 당연하지. 니들이 원수져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애가 셋이나 되는데...
돈이 죄지 사람이 죄겠냐? 니가 번듯하게 수표 한 장 큰 걸로 딱 끊어
서 도경이 손에 쥐어주면 집에 들어오라고 바지가랑이 붙잡고 사정할
거다.
봉희 아, 생각만 해도 짜릿짜릿 하네.
상기 (시선 돌리다 도경 발견하고) 잠깐, 저기 도경이 아니냐?
도경과 찬우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도경 됐대도 그러네...
찬우 그러다 또 길바닥에 쓰러지면 어쩌려구... 어찌나 무거운지 두 번은 못
업겠더라.
도경 (밉지 않게 흘겨보는)
두 사람 지켜보는 봉희, 질투의 빛이 역력하다.
도경집 앞 (밤)
집 앞까지 찬우와 나란히 걸어오는 도경.
도경 다 왔으니까 그만 가.
찬우 푹 쉬어요. 아무 생각하지 말구...
도경 저기 찬우야... 부탁인데 누나 신경 그만 쓰고 공심이한테나 잘해줘.
찬우 (부러 회피하며) 부탁이 뭐 그래요? 에이, 가야겠다. (돌아서 걸어간다)
도경, 걸어가는 찬우 뒷모습 보며
(플래시 백)
도경, 차 기다리는데 찬우 차 오는...
도경, 선웅을 태우고 병원으로 가는...
식당 앞에서 음식물 쓰레기 든 통 찬우가 받아드는...
찬우 입국장으로 들어가고 공항에서 주저앉아 울던 도경...
도경 (씁쓸하게) 찬우야... 힘들 때마다 돌아보면 이렇게 항상 니가 있는데...
그땐 왜 없었던 거니?
안타까운 시선으로 찬우 보고 선 도경,
찬우의 모습 사라지자 대문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 일각에서 보고선 봉희와 상기.
봉희 그냥 가자. 박선생이랑 한잔 할 기분이 아니다... (뒤돌아 걸어가는) 상기 어. 그래. (봉희를 쫓아간다)
**학원 접수실 (밤)
선녀, 접수실 앞에 서 있다.
선녀 (당혹스런) 그럴 리가 없는데... 아빠가 수강료 냈을 텐데...
직원 (다시 한번 출입카드 긁어보면 삑삑 소리낸다. 선녀에게 카드 내밀며)
수강료 결재가 아직 안된 게 맞네. 수강등록하고 와. 학생!
선녀 (낙담한) ...네. 수고하세요.
무거운 발걸음으로 접수실에서 나온다.
선녀 (속상하고 서운한) 아빠만 믿으래 놓고. 이게 뭐야 정말..
도경집 거실 (밤)
도경, 계속 문 두드리지만 열리지 않는 선녀 방.
봉선, 옆에서 난감해하고.
도경 선녀, 너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문 열어! 뭐 때문에 엄마가 왔는데도 문 꼭 잠그고 나와 보지도 않아? (소리 빽) 빨랑 문 못 열어!!
봉선 (달래며) 그만해. 요즘 선녀도 공부하느라 힘드니까...
도경 힘들긴, 공부 너만 해? 기집애가 공부한답시고 오만가지 유세란 유세는 다 떨고 있어. (문 세차게 두드리며) 야, 나선녀! 너 이 문 안 열어!!
봉선 (에라 모르겠다) 그만 좀 해라. 지도 뭐 속상한 일이 있으니까 그러지.
도경 속상한 일? 뭔데? 무슨 일 있어?
봉선 (난감한) ...
도경 (다그치며) 무슨 일이냐구!
봉선 있잖아... 학원비 못내서... 선녀, 학원 갔다가 그냥 도로 왔대.
도경 (속상한) ... 봉흰 뭐래?
봉선 이달 월급을 아직 돈을 못 받았대. (달래며) 선녀 학원 못 보내는 봉희맘은 어떻겠냐. (더 속상한) 미안하다, 정말.
도경 (봉희에게 실망하는 마음 크다) 니가 미안할 일은 아니지. (다시 선녀방 문 두드리며) 선녀야,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학원 계속 다니게 해줄 테니까 걱정 마. 알았지? (봉선에게, 걱정스럽게) 얘, 밥 먹었어?
봉선 (고개 저으면) ...
도경 선녀야, 나와서 밥 먹어. (속상하다. 눈물 삼키며) 너 이러면 엄마 진짜 힘들어져.
봉선 (가슴 아픈) 내가 가서 밥 차릴께. (거실로 가는데)
도경 (선녀방 등대고 앉아, 울음 삼키며) 선녀야,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
해...
식당 안
여전히 성치 않은 몸으로 식은 땀 닦으며 일하는 도경.
손님 테이블에 깍두기 나르다 그만 실수로 손님 옷에 엎는다.
손님 (버럭 화내는) 아줌마! 지금 뭐하는 거예요!
도경 (당황한) 죄송합니다. (다급함에 냅킨 뽑아 급하게 손님 옷 닦는데)
손님 (손님 더 화내며) 그걸로 닦으면 어떡해. 더 번지잖아요.
도경 (연신 고개 조아리며) 죄송합니다.
지켜보던 주인, 물걸레 들고 얼른 달려와 닦아주며
주인 아후, 죄송합니다. 손님, 자켓 주세요. 제가 금방 가서 세탁해 올게요.
손님 아, 진짜 조심성 없이.
도경 (몸 둘 바 모르고 섰고)
손님 (도경 눈치 주며) 가서 일 안하고 뭐해요?
도경, 눈치보다 얼른 자리 피해 다시 서빙 보는데 손님 들어오자
물컵 꺼내 나르다 또 우르르 쏟는다.
식당 안, 모든 시선 도경에게 집중 되고
주인, 더는 안 되겠단 표정이다.
(시간경과)
주인, 카운터에 서있고
도경, 그 맞은편에 몸 둘 바 모르고 서있다.
주인 나도, 그렇게 모진 사람은 아닌데 그래도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나도 장
사는 하고 살아야지.
도경 (눈치 보며) 약기운에 그러나 자꾸 힘이 빠지네...
주인 더 긴말 할 거 없구. (돈 봉투 꺼내며) 이제 그만 나와요.
도경 (식겁하며) 아니에요. 요즘 피로가 쌓여서 그래요. 병원에서도 별 이상 없
다고 했어요.
주인 (단호한) 가서 본인 몸부터 챙겨요.
도경 (앞이 캄캄하다)
공원일각
도경, 구인광고지 두둑이 들고 이제 정말 어디로 가야하나 정체 없이
걷고 있다.
그 착잡한 표정 위로,
봉선(e) 학원비 못내서... 선녀, 학원 갔다가 그냥 도로 왔대.
도경, 참 암담한 현실에 그저 긴 한숨 내뱉고 벤치에 앉는다.
구인지 이것저것 뒤지지만 마땅한 게 없고.
문득 눈에 띄는 구직란 나왔는지 유심히 보면
‘전단지 알바 자리’
도경 아쉬운 대로 이거라도 할까?
거리일각
도경, 두툼한 전단지 뭉치 가방에 넣고 전봇대나 거리 벽마다
전단지 붙이고 있다.
행여 누가 볼새라 여간 주변 의식하는 게 아닌데.
전봇대에 전단지 붙이려는데 보면 빼곡히 이미 다른 전단지 붙어있다.
도경, 잠시 망설이더니 슬쩍 그 위에 자신의 전단지를 붙이는데.
남자(e) 아줌마? 뭐야?
도경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인상 험한 남자, 무섭게 다가오며 도경의 전단지 확 찢어버린다.
남자(e) 아줌마, 기본 상도도 몰라? 여긴 내 자리잖아.
도경 (슬슬 뒷걸음질로 가며) 죄송합니다.
도경,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방향 틀어 걸으며
도경 그 아저씨 되게 야박하네. 같이 좀 붙이면 어때서.
도경, 이번에는 괜찮겠지 싶어 벽에 전단지 부르는데
단속반 호루라기 불며 뛰어온다.
단속반 아줌마, 당장 안 떼요?
도경, 단속반의 출현에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간다.
도경 무슨 전단지 하나 붙이는데 이렇게 훼방꾼이 많아. (울상 되어 부리나케 달리는)
도경집 거실 (밤)
도경, 빨래감 개며 중간 중간 지친 제 어깨 토닥이며 피곤에 지친 기색이다.
선웅, 일기장 들고 방에서 나온다.
선웅 엄마, 일기 다 썼어요. (일기장 내미는)
도경 (금새 표정 밝아져) 어유, 착하네. (받아서 확인하고) 이야, 우리 선웅이 한글자도 안 틀렸네. (엉덩이 토닥이며) 잘했어요.
선웅 엄마, 학교에서 학예회해요. 연극 하는데 나는 나비 역할 맡았어.
도경 정말?
선웅 (고개 끄덕이는) 나도 피터팬 하고 싶은데.
도경 아냐, 꼭 주인공만 좋나? 피터팬에서 나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데.
으이구, 장해라. 우리 아들.
선웅 (그제야 으쓱해져 신난) 엄마도 꼭 올 거죠?
도경 당연히 가야지.
선웅 (슬쩍 도경 눈치 보며) 다른 애들은 아빠도 온다던데...
도경 (급히 말 돌리며) 선웅아, 대신 고모도 데리고 꼭 갈게. 그럼 됐지?
선웅 (눈치 빤해 의젓하게) 네.
그때 봉선 들어온다.
선웅 다녀오셨어요.
봉선 (건성으로) 어.
도경 뭐하다 이제 들어와?
봉선 (철퍼덕 앉는) 나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잖아. 이것저것 돈 댈만한 자 리 좀 찾아봤는데 쉽지 않다.
도경 (선웅 눈치 보더니) 선웅인 이제 방에 들어 가.
선웅 네. (들어가는)
도경 저기, 봉선아... 실은 나, 식당 짤렸다.
봉선 (놀라고) 뭐? 아후, 왜 니가 얼마나 손이 야무진데.
도경 에휴, 다 내 불찰이지. 그래서 전단지 알바라도 할까하고 한번 나가
봤는데 난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간 떨려서 그것도 못하겠어.
봉선 진짜 큰일이다. 집 문제좀 해결했다 싶었는데 당장 산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네. (잠시 생각하다가) 우리 차라리 김치 담궈 팔까?
도경 내 놓고 팔 가게가 있어야 팔든 하지.
봉선 아파트 단지에 장 서는데 가서 자리 좀 내달라 부탁해볼까?
도경 그런 자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겠니?
봉선 그럼 아파트 밖에서 팔아보지 뭐. 노점상으로 시작해서 성공한 사람들 많
다던데 우리도 한번 해 보자.
도경 노점상? 동네 사람들한테 얼굴 팔릴 텐데... 애들 주눅 안들까?
봉선 다른 동네 가서 하면 되지 뭐. 한번 해보자.
도경 그래. 한번 해보지뭐. 애들 학원비도 못내는 마당에 가릴 게 뭐 있겠니?
한번 해 보지뭐. 아줌마의 힘! 아자!
봉선 역시 우리 올케, 파워우먼 이라니깐!
무용실(밤)
원생들 한참 연습중인데 그 곁에서 연습하던 선남,
발끝으로 서는 동작하는데 자꾸 휘청한다.
선남, 안되겠는지 구석에 앉아 애꿎은 토슈즈만 만지작거리는데
보면 토슈즈, 낡을 대로 낡아 앞이 다 헤졌다.
찬영 (선남 곁으로 오는) 연습 안하고 뭐해? (선남 토슈즈 보고) 버릴 때도 됐 다. 엄마한테 하나 사 달라 그래.
선남 괜찮아. 아직 쓸만해.
무용실 밖
공심, 유리창 너머 아이들의 연습장면 지켜보고 있는데
시선은 오롯이 선남에게 향해 있다.
막 무용실로 들어서려던 진섭, 공심을 보고 다가온다.
진섭 단장님, 안 들어가세요?
공심 (여전히 토슈즈와 씨름 하는 선남 보며) 장선생, 선남이 발 사이즈가 어떻 게 되지?
무용실 안
아무도 없는 텅 빈 무용실.
선남, 낡은 토슈즈 신고 아픈 발을 참아가며 혼자 연습 중이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짧은 외마디 비명 지르고 풀썩 주저앉는데
불쑥 그 앞으로 선물상자 하나 내미는 손. 보면 공심이다.
선남 (벌떡 일어서며 공손히) 단장님. 오셨어요?
공심 안 받고 뭐해?
선남, 쭈뼛거리며 상자 받아 들고는 내용물 확인하면 새 토슈즈다.
놀라 얼굴 밝아지며 공심 보는데
공심 무용수한테 발은 생명인 거 몰라? (낮게 앉아 선남의 새 토슈즈 신겨주며) 스스로 발 관리를 잘해야지. 미련하게 이게 뭐하는 짓이야? (토슈즈 끈 다 묶고 일어서며) 딱 맞네. 오늘 연습 제대로 못한 거 다 하고 가. (어깨 토 닥이면)
선남 (감동의 눈빛) 감사합니다. 단장님.
공심 (화답하듯 웃고는) 빨리 연습 시작해.
선남 네. (신나서 음악 틀고 혼자 연습 시작하는)
공심 (선남 연습하는 거 지켜보며 마음의 소리) 지금 내가 저 아이한테 느끼는
감정... 이것도 도경이한테 느끼는 찬우씨 감정과 같은 걸까? 그래서 나한
테 기다려달라고 했던 걸까?
아파드 단지 앞 (다른 날)
아파트 단지 앞 길가에 간이 테이블 만들어놓고 김치 팔 준비하는 도경과
봉선.
봉선 장날이라 그런지 제법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경 (손 털며) 한번 시작해볼까?
봉선, 지나가는 아줌마들에게 김치 내밀며 호객행위 시작한다.
봉선 (지나가는 아줌마들에게 김치 찢어 내밀며) 사모님, 이거 한번 맛보고들 가세요.
아줌마1 (맛보며) 깔끔하네. 나 1kg만 줘요.
도경 (신나서 싸며) 집에서 직접 만든 거라 재료 하나 하나 다 깨끗이 씻고 젓갈도 좋은 것만 썼어요.
아줌마2 (맛보며) 나는 겉절이 한근만 줘봐요. 재료 다 국내산 맞죠?
도경 (신난) 그럼요, 저희가 직접 담근거라니까요. 총각김치도 맛보기로 조금 드릴테니까 맛보고 또 오세요.
사람들, 김치 맛 보더니 여럿 몰려 너도 나도 김치 주문이다.
도경과 봉선, 김치 싸느라 바쁘면서도 신이난다.
무식해보이는 아줌마(상인) 둘이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봉선 (손님인줄 알고 반갑게) 어서오세요. 뭐 드리까?
아줌마1 (열 받은) 당신들, 여기서 지금 뭐하는 거야?
봉선 뭐하긴 뭐해요? 보시다시피 김치 팔고 있지.
아줌마2 장사를 꽁으로 하나? 아니, 어디서 파리떼가 꼬여 남의 장사 망치려구...
당장 못치워?
봉선 (들이대며) 아니, 이 아줌마가. 지금 뭐라 그랬어? 파리떼?
도경 (상황 눈치 채고 봉선 자제시키며) 죄송해요, 저희가 잘 몰랐어요. 이것만 팔고 금방 갈께요.
아줌마1 이 아줌마들이 장난하나? 남의 장사 말아먹고 당신들은 계속 돈벌겠다? 이게 무슨 개수작이야! (도경네 김치통 발로 팍 찬다)
봉선 (열 받아 소매 걷고 나서며) 당신, 지금 쳤어?
아줌마1 그래, 쳤다, 어쩔래? (도경네 김치통들 다 엎어 버리는데)
바닥엔 김치 나뒹굴고 김치국물은 흘러 난리가 났다.
소란스러움에 사람들 몰려들고,
그제서야 분이 풀리는지 손 털고 가는 상인.
도경, 바닥에 엎어진 김치를 보자 화 참지 못한다.
도경 야! (바닥에 떨어진 김치 상인에게 던지며) 니가, 감히 내 김치를 건드
려?
아줌마1 (열 받아서) 지금 니가 나 쳤냐?
도경, 달려들어 본격적으로 상인의 머리끄댕이 잡고 싸운다.
상인도 도경의 머리끄댕이 세차게 휘어 잡으며 기싸움 시작된다.
하지만 딱 보이게도 억센 아줌마1에 비해 힘이 딸리는 도경...
봉선과 아줌마2도 합세해 몸싸움 벌이는데
아줌마들, 보통내기가 아니다.
봉선, 안되겠다 싶어 땅에 떨어진 김치 아줌마에게 집어던지며 공격하고.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는데.
지구대 안
산발이 된 도경, 경찰 앞에 앉아서 조서받고 있다.
봉선,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걱정스런 표정으로 도경을 보고 있고
다른 쪽에 상인 아줌마1, 2. 헝클어져서 산발이 된 머리에 생채기 난 얼굴
로 씩씩대며 앉았다.
도경 글쎄, 이 아줌마들이 다짜고짜 남의 김치통을 다 엎어버렸다니깐요.
경찰 (도경에게) 아줌마가 잘못했네. 장사를 하려면 장터에 자릿세를 내고 합
법적으로 했어야지. 안그래요?
도경 (할 말 없다)
이때 경찰복 차림의 복주, 들어선다.
봉선과 아줌마들 보고 쯧쯧... 하더니
복주, 도경을 발견하자 얼른 밖으로 나간다.
지구대 앞
나와서 찬우에게 전화 거는 복주.
복주 찬우야. 나다. 복주! 차도경샘 사고 쳐서 우리 지구대에 와 있네.
이사장실
통화중인 찬우.
찬우 (놀라는) 뭐? 도경이 누나가?
복주(E) 분위기 보니까 피의자 신분으로 조서 받는 중인 거 같더라. 그 곱던 선
생님이 어쩌다 저 지경까지 됐냐?
찬우 (어두운) ... 저기, 복주야!
지구대
도경, 여전히 조서 받는 중이다.
경찰 저쪽 피해가 더 크니 서로 넘기기 전에 어서 합의 보도록 하세요.
도경 (난감한)
한쪽에 앉은 봉선, 불안한 기색으로 전화를 건다.
봉선 (전화기 꺼져있자) 아씨, 봉희 얘는 이럴 때 전화길 꺼놔.
그때, 복주가 짙은 썬글라스 쓴 채로 들어서며
복주 (봉선에게) 어라, 여기서 또 보네요!
봉선 (반갑게) 집주인 아저씨네?
도경 (돌아보는데)
국밥집
도경과 봉선, 경찰복 차림의 복주가 마주 앉았다.
도경 이 은혜를 뭘로 갚아야할지...
복주 은혜는 뭘요... 두 쪽 다 과실이 있는데 너무 한쪽만 몰아붙이는 거 같아
서 거든 거지.
봉선 (복주에게) 거들어주셨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우리가 독박 쓸 뻔 했잖아
요.
도경 그러게. 많이 좀 드세요. (복주를 보며) 근데 낯이 좀 익은 거 같은데...
복주 (딱 잡아떼고) 워낙에 평범하게 생겨선지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하하
하...
봉선 그나저나 이제 뭘 해서 먹고살지...
도경 (눈짓으로) 야!
복주 제 친구가 얼마 전에 커피숍 하나를 인수했는데 밑고 맡길 사람을 좀 알
아봐 달라고 하던데... 제가 두 분 소개해 드릴까요?
도경 (반갑게) 예?
7080카페
텅빈 가게 안.
봉희, 연신 긴 한숨만 내뱉는다.
상기 얌마, 우리 재기의 그날이 바로 눈앞인데 계속 기운 빠져 있을 거야?
봉희, 더 이상 안 되겠는지 굳은 결심 하고 자리 박차고 일어선다.
상기, 야 어디가!
문화의 전당 일각+찬우 차안
뭔가 굳은 각오하고 들어서는 봉희.
이때 막 황기사의 에스코트 받으며 차에 오르는 찬우를 발견한다.
찬우 차 봉희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는데 그 앞을 갑자기 달려들어 막는 봉희.
차 거친 파열음 날리며 멈추고.
황기사 (차창 열어) 위험하게 무슨 짓이에요?
찬우, 쓱 보는데 봉희가 대자로 팔 벌리고 차를 막고 섰다.
찬우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고.
찬우 내 손님인 거 같은데. 차비선 내릴 필요 없어. 요 앞에서 기다려요.
황기사 네.
찬우, 차에서 내리며 차비서 차 몰고 자리 비켜준다.
봉희 (찬우 내리자 매섭게 보는) 다신 도경이 사적으로 만나지 말라고 했지?
사람 말이 귀뚱으로도 안 들려?
찬우 다짜고짜 본인 할 말만 하시는 건 여전하시네요.
봉희 너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우리 가정사에 끼어들지 마.
내가 우리 가정 살려 보겠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 줄 알아?
찬우 (비웃듯) 뭘 어떻게 애쓰고 있는데?
봉희, 아킬레스건 건드렸다.
정말 난 뭘 애쓰고 있을까... 선뜻 대답 못하고.
봉희 (끝까지 지지 않고) 너, 끝까지 눈에 힘주는데. 내가 비록 지금은 무일푼 이지만 너 때문이라도 꼭 일어선다.
찬우 (야유하듯) 언제?
봉희 (부르르 떨며) 그깟 돈 좀 있다고 남에 가정까지 다 가질 수 있을 거 같 아?
찬우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네.
봉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 날리며) 뭐가 어째?
찬우 (주먹 척 잡고 매섭게 보며) 내가 가진 돈으로 도경이 누나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뭐든 한다구요!
봉희 (기도 안차는지 제 주먹 내리며 헛웃음)
찬우 누나가 밖에서 어떤 수모를 당하고 사는지 알아요? 한번이라도 관심 가져 본 적 있냐구요? 왜요? 그것도 돈이 없어서 못했다고 변명하실 건가?
봉희, 머리를 텅 맞은 듯 자존심이 와르르 내려앉고.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찬우 (쇄기를 박듯) 누나 더 이상 밖에서 고생하는 거 두고 보지 않을거에요. 곧 누나 카페도 생길 거고, 그리고 남들 하는 거 다 누릴 수 있게 해줄거 에요. 그러니깐 더 이상 빈껍데기뿐인 가장 흉내 내지 마시지.
봉희 ... !!!
도경집 거실 (밤)
도경과 봉선이 잔뜩 들떠있다.
봉선 이야, 사람 죽으란 법 없다더니 이런 게 전화위복인가 보다. 그치?
도경 그래. 고마워서 어쩌지?
봉선 어쩌긴... 우리 둘이 힘을 합해서 매출을 팍팍 올려주면 되지.
도경 커피 파는 데라 그랬지?
봉선 그래. 우리 이참에 빵도 좀 구워서 팔아볼까?
도경 그래도 될까?
봉선 매출 올려준다는데 마다하겠어? 우리 내일 아침부터 시장조사 차원에서
동네 커피숍 순방 하자.
도경 (신나서) 그럴까?
옥상 (밤)
세뇨르, 줄넘기 넘고 있는데 봉희가 올라온다.
세뇨르 (하던 거 멈추고) 아니, 이 시간에 일 안하고 여긴 어떻게... 또 짤렸습
니까?
봉희 아뇨. 무심코 오다보니 여기더라구요. (씁쓸하게) 여기가 내 집이잖아요.
세뇨르 (눈치 보며) 무슨 일이라도...
봉희 아닙니다. 저 조용히 혼자 좀 있고 싶은데... 자리 좀 비켜 주시겠어요?
세뇨르 아, 나 운동해야되는데.
봉희 (미간 찡그리고 한숨 푹 쉬는)
세뇨르 들, 들어갑니다. (들어가면서도 계속 팔 흔들며 운동하는 포즈로 구시렁) 자꾸 주객전도되는 느낌이야.
봉희, 전화기 들고 전화 거는데.
공심빌라트 + 옥상 (밤)
(화면분할)
공심 어 봉희야! 어쩐 일이야?
봉희 그냥 안부전화 했지. 저기... 그 이사장이란 사람하고는 잘 되고 있지?
공심 (귀찮다) 그건 왜?
봉희 니네 언제 국수 먹나 궁금해서....
공심 글쎄....
봉희 혹시 니들 깨진 건 아니겠지?공심 누가 그래? 도경이가 그러디?
봉희 그게 아니라... 니네 회사 이사장 있잖아. 그 남자가 우리 도경이한테...
공심 도경이한테 뭐?
봉희 커피전문점을 차려준다드라... 공심아, 우리 이제 어떡하냐?
공심 일단 끊자. (툭 끊는)
봉희 야, 공심아!
옥상 (밤)
봉희, 통화 끝내고 먼 산만 바라본다.
봉희 아... 도경이 앞길 막아서 두고두고 원망 듣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잠시 깊은 생각) 그래. 도경이 보내고 땅치고 통곡하며 살 바에는
평생토록 도경이한테 구박받으며 사는 게 낫지. 내 마누라 그 놈한테
절대 내 줄 수 없어!
공심빌라트 방(밤)
공심, 자려고 누웠지만 쉽게 잠을 청할 수 없다. 몇 번을 뒤척이더니 자리를
박차고 팍 일어서 앉는다.
공심 (질투심에 이글거리는) 세상 어떤 여자라도 상관없어. 그치만 도경이한테
만큼은 절대 찬우씨 내 줄 수 없어!
이때 주희 들어온다.
주희 선배, 몇 번을 물렀는데 대답을 안 해? 벌써 자 게? 운동 가자.
공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주희 (슬쩍 눈치 살피고) 그러다 화병 생기겠다. 그만 좀 속 앓이 해. 선배?
나 그냥 갈까?.
공심 같이 가자. 운동.
주희 역시, 선배는 프로야.
헬스장 (밤)
러닝머신 하는 공심.
찬우에 대한 미련을 지우려는 듯 심취해 달리고 있다.
주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운동기구 하는 중이다.
운동복 차림의 찬우, 들어서다 공심을 발견하고 멈칫 서는데
주희, 그런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는.
찬우, 그대로 돌아서 나간다.
주희 (안타까운 표정이다)
헬스장 휴게실 (밤)
땀 닦고 음료캔 마시는 공심.
주희 아까 이사장님 오셨었어.
공심 (멈칫하는)
주희 그 분도 힘든가봐. 선배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 나가던데...
공심 (음료캔 꽉 쥐는)
주희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해 보이던지...
공심 됐어. 그 사람 얘기 듣기 싫어. 먼저 간다. (일어서 나간다)
헬스장 앞 (밤)
공심 걸어가는데 찬우 차 와서 선다.
찬우 (차 문 열고) 한잔 하러 가는데 같이 가죠? 우리 앞으로 안볼 사이도 아
니고 풀건 풀어야 되는 거 아닌가?
공심 (보는)
술집 빠 (밤)
나란히 앉아 위스키 마시는 찬우와 공심.
공심 아까 헬스클럽 오셨다가 그냥 가셨다면서요? 그럴 필요 없는데...
찬우 그렇죠. 그럴 필요 없는 사이죠. 우리...
공심 (한잔 쭉 마시고) 도경이 보면 힘들다 그랬죠?
찬우 ....
공심 그게 사랑이라고 했던 말 기억해요?
찬우 (고개 끄덕)
공심 저도 찬우씨 보니까 힘드네요...
찬우 (보면)
공심 하지만 전 찬우씨랑 달라요. 사랑이라는 감정... 너무 오랜만이라... 그 느
낌이 너무 좋았는데... 이젠 두렵네요... 내가 아프고 힘들까봐...
찬우 ...
공심 사랑했던 사람 잃고 너무 힘들어서... 또 그런 상처 받을까봐 다른 사람
한테 마음 못 열고 지금껏 혼자 지내왔는데...
찬우 (듣는) ...
공심 찬우씨한테 너무 쉽게 마음을 열며 저 자신에게 말했죠. 그동안 오랜 세
월, 사랑 때문에 지치고 힘들었던 저한테 선물 주는 거라고...
찬우 (보는)
공심 이젠 아프지 말고 행복하라고 찬우씨를 선택했는데... 불현 듯 저 자신을
돌아보니까 제가 저를 또 아프게 하고 있더라구요. 이러다 죽겠다 싶어
서... 찬우씨 거절한 거예요. 그치만...
찬우 ...
공심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찬우씨가 도경이한테 가는 건 정말 싫어요.
찬우 (보면)
공심 제 첫사랑... 도경이 남편이었어요.
찬우 (놀라는)
공심 도경이가 원해서 그런 거 아닌 줄 알지만... 도경이가 너무 미워요.
찬우씨가 도경이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나한테 기
다려달라고 했다면... 일 년, 아니 더한 시간도 기다렸을 꺼예요.
찬우 (심경이 이해가는)
공심 울며불며 매달려서라도 도경이는 안된다고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찬우 미안해요.
공심 그 말이 꼭 도경이에 대한 찬우씨 마음 정리 쉽게 못한다는 말처럼 들리
네. (아프게 웃는)
찬우 처음 마샤 보면서 그 사람을 느꼈어요. 분명 다른 사람인데 왠지 그 사
람한테서 느꼈던 그런 느낌...
공심 그래서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
찬우 마샤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공심 (쓰게 웃는) 그날... 찬우씨와 도경이가 공항에서 만났다면 우리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찬우 마샤랑 나... 그렇게 아픈 시간 보내지 않았겠죠?
공심 (안타깝게 보는) 찬우씨...
찬우 ...?
공심 저를 생각해서라도 도경이에 대한 마음 접어요. 찬우씨가 도경이 바라보
는 거 지켜보기 힘들어요. 부탁할게요.
찬우 (심란한) 미안해요. 마샤가 원하는 대답... 못 할 거 같아요.
공심, 모든 게 무너지듯 허탈한 웃음 짓더니 이내 싸늘히 표정 바뀌고
일어서 찬우를 뒤로 한 채 걸어 나가는 공심.
찬우 (혼자 위스키 들이키는)
도경 방(밤)
도경, 막 잠들려는데 휴대폰 울리자 액정 확인하고는
잠든 봉선 눈치부터 살피고 휴대폰 소리 날까 얼른 막고 살금살금 거실로
나간다.
도경 거실(밤)
도경, 식구들 들을세라 작게 속삭이는.
도경 왜 또? (휴대폰 너머 아무 소리 들리지 않자 의아한) 여보세요? 찬우야?
(휴대폰 떼고) 전화해 놓고 말을 안 해.
찬우(f) (술 취한) 누나.
도경 (다시 얼른 휴대폰 받고) 어? 왜?
찬우(f) 어디야?
도경 이 시간에 집이지. 어디긴 어디야?
찬우 얼굴 화면 속으로 쏙 들어오며 분할화면-
찬우 빨리 나와라.
도경 미쳤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찬우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도경 술 마셨니? 얘가 이상한 취미 있네. 술 먹고 왜 나한테 전화야? 빨리
집에가.
찬우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도경 가라고 좀.
찬우 (휴대폰 떼고 동네 향해 목청껏) 차도경!
도경 (휴대폰 너머 쩌렁쩌렁한 찬우 목소리에 식겁하며) 야, 야. 조용히 안
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너 꼼짝 말고 기다려.
도경네 일각(밤)
이미 만취한 찬우, 비틀거리면
도경, 낑낑거리며 찬우 부축하고 걷고 있다.
도경 (행여 누가 볼 새라 주변 동태 살피며) 야, 똑바로 좀 걸어봐.
찬우, 술 취해서 픽 하고 머리 도경의 어깨로 떨군다.
도경, 어찌할 바 몰라 난감하고.
찬우 다 나 때문이야. 다~ 누나 불행하게 된 것두... 이혼하게 된 것두 다 나
때문이라구. 미안해 누나! 미안해...
도경 (순간 아프게 바라보는)
택시 안 (밤)
술 취한 찬우, 도경에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그 옆의 도경, 어찌할 바 모르는데.
찬우 (잠꼬대하듯) 왜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데... 어떻게 그걸 다 잊어...
그런 찬우를 보는 도경의 눈빛이 흔들리는.
공심빌라트 (밤)
창가에 선 공심, 슬픔 가득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공심 아닐 거야. 그냥 연민이야... 설마 찬우씨가 도경이한테 그럴 리가 없어.
공심, 애써 현실 부정하는데 차 들어오는 불빛 보이자 유심히 본다.
공심빌라트 앞 + 택시 안 (밤)
도경과 찬우가 탄 택시 들어온다.
뒷좌석에 몸을 못 가누고 자고 있는 찬우,
도경 (흔들어 깨우며) 강찬우! 니네 집에 다 왔어. 빨리 일어나.
찬우 (대답 없는)
도경 야! 일어나래두. (반응 없자 찬우 뺨 토닥이며) 정신 좀 차려보라구.
찬우, 억지로 끌어내리는 도경.
택시 출발하고.
도경 (찬우를 부축한 채로) 아씨, 이러다 공심이한테 걸리면 오해받기 십상인
데... 어떡하지? (잠시 전화기 들고 망설이다가) 이 상황에 콩심이 년 부
르면 십중팔구 나랑 술 마신 줄 알고 난리칠 테고... (난감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고 내 참... 야, 강찬우!!!
찬우 (게슴츠레 눈뜨고) 어라, 우리 집이네...
도경 니 집 인건 아니? 정신 좀 차려 봐.
찬우 (다리 힘 풀리고 도경의 어깨에 넘어질 듯 기대는데)
도경 내가 미쳐... 강찬우! 사람들이 보면 이게 무슨 망신이이니?
찬우를 부축해 걸어가는데
공심의 빌라트 거실 창으로 노려보는 공심의 모습이 보인다.
찬우 빌라트 (밤)
찬우 빌라트 현관문 열고 찬우를 부축해 들어서는 도경.
몹시 취해 비틀거리는 찬우를 소파에 앉힌다.
찬우, 그대로 고꾸라지고.
도경 (제 어깨 두들기며) 진짜 무겁네. 그러면서 누구보고 무겁다고.
찬우, 괴로운 듯 신음 내는데...
도경 (안쓰런) 그러게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마셔. (나가려 돌아서는데)
찬우 가지마. 누나...
도경 (그 말에 멈칫 서는)
찬우 가지 마요. 제발... (도경의 손을 잡는다)
도경 (손 바로 빼고 어색한 분위기 모면하러 부러 큰소리로) 이게 아직도 술 이 덜깼나. 헛소리 말고 잠이나 자.
찬우 가지 말라구! 왜 항상 날 버려두고 가?
도경 (차마 아무 말 못하는)
찬우 (일어서 도경 뒤에서 안는) 다시 만나기까지 꼬박 17년이 걸렸어.... 보고
싶었어요. 누나...
도경 (당황해서 얼른 뿌리치고 도망치듯 나간다)
공심빌라트 앞 (밤)
도경, 도망치듯 찬우 빌라트 입구를 빠져나오는데
일각에 서서 기다리던 공심이 딱 막아선다.
도경 (보고) 고, 공심아....
공심 (그대로 도경의 따귀를 때린다) 나쁜 기집애!
공심,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도경을 노려보는데
도경, 한 손으로 맞은 뺨을 잡고 맞서 공심을 노려본다.
공심 남의 남자한테 꼬리치는 거 여전하구나?
도경 뭐? 꼬리를 쳐?
공심 내 첫사랑 뺏어간 것두 모자라 마지막 사랑까지 뺏어가겠다구?
도경 (어이없어 웃는)
공심 너 뭔가 단단히 착각하나 본데 찬우씨 너한테 잘 해주는 거 동정심이야. 연민이라구! 애가 셋이나 딸린... 것도 너처럼 볼품없는 아줌마를 찬우씨
가 좋아한다는 게 가당키나 해?
도경 (끓어오르는)
공심 너랑 찬우씨랑 레벨이 맞는다 생각하니? 17년 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지
금 너랑 찬우씬 하늘과 땅차이야!
도경 (노려보는)
공심 조용히 말할 때 물러나. 주제에 누굴 넘봐?
도경 (분해서) 못 물러나겠다면?
공심, 노려보는데
지지 않고 맞서 공심을 노려보는 도경.
버스정류장
혼자 앉아 버스 기다리는 도경.
공심에 대한 원망과 착잡한 심경 교차하는데
가슴 한 켠에 감춰둔 찬우에 대한 마음 드러나듯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찬우 모습 잠시 떠오르며...
(인서트- 씬6 도경과 나란히 버스 기다리며 환하게 웃던 찬우)
도경, 자신도 모르게 찬우 생각에 엷은 미소 번진다.
몽타주
- 고급 카페들이 즐비한 거리.
도경과 봉선, 사전조사 하듯 꼼꼼히 내부도 힐끔거리고
커피 맛보며 나름 몰래 뭔가 기입도 하고 분주하다.
선웅의 교실
학예회 발표 날.
아이들, 연극에서 맡은 각자의 분장을 하고 부모님과 기념 촬영하며
한껏 신났다.
교실 뒤에서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 보며 즐거운 부모들도 보이고.
나비 옷 입은 선웅, 그런 아이들을 부러운 눈길로 보고는 어깨 축 늘어져
시무룩하다.
급기야 창밖으로 시선 떼지 못하고 도경이 언제 오나 두리번거린다.
담임 곧이어 연극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학부형님들은 모두 제자리에 앉아
주세요.
선웅 (다급한) 선생님 잠깐만요. (금방이라도 울 태세) 우리 엄마 아직 안오셨
단 말이에요.
카페 밖
도경과 봉선, 카페에서 나온다.
봉선 아후, 죙일 커피만 마셔댔더니 입 텁텁해 죽겠다. 사람들은 이걸 뭐가 좋다 고 주구장창 마셔댄다니?
도경 언젠 우아하게 커피나 마시며 살고 싶다며?
봉선 야, 그 우아 한 번만 더 떨었다가 혓바닥이 남아나질 않겠다.
도경 하여튼 못 말려. 자, 이제 재료상 좀 돌아볼까? 아까 전화번호 입력해 뒀는
데. (가방에서 휴대폰 꺼내 보며) 무슨 부재 전화가 이렇게 많이 왔지? (확 인하는데 낯선 번호다) 366으로 시작하면 우리 동네 아냐?
봉선 그러네.
도경 누구지? (순간 번뜩) 선웅이!
봉선 (역시 아차 싶은) 맞다, 선웅이. (재빨리 제 휴대폰 확인하면 배터리 방전 상태) 내껀 아예 꺼졌어.
도경 (손목시계 확인하며) 학예회 벌써 끝났으면 어쩌지?
봉선 얼른 가봐.
도경 나 먼저 가볼테니깐 넌 재료상 좀 들렸다 와. (다급히 뛰어가는)
학교 내 공중전화
나비옷 차림의 선웅, 눈물 질질 흘리며 찬우와 통화중이다.
선웅 엄마도 안 오고. 고모도 전화 안 받아요. 다른 애들은 엄마, 아빠 다 왔
는데 나만 아무도 안 왔어요. (서럽게 우는)
선웅네 반
피터팬 연극 한창이다.
구석에 나비 옷 입고 서있는 선웅, 여전히 시무룩해 나비의 날개 짓이
여간 신통치 않다.
이때, 갑자기 선웅 뭔가를 발견한 듯 표정 밝아지더니 함박웃음 가득이다.
선웅의 시선 따라가면
찬우, 들어와 선웅을 향해 손 흔들어 보이고는 캠코더로 촬용 시작한다.
선웅, 갑자기 오버하며 날개짓하고 한껏 신났다.
(시간경과)
연극 성황리에 끝나고 선웅, 찬우의 손을 꼭 잡고 서 있다.
교탁 주변엔 선물 꾸러미 가득하고.
담임 자,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오늘 선웅이 삼촌께서 여러분들 학예회 잘 했 다고 선물을 사오셨어요. 한사람씩 나와서 선물 나눠가져요.
아이들, 일제히 환호하며 여기저기서 “선웅이 삼촌 짱”, “고맙습니다” 등 연발
하며 앞 다투어 선물 가져가기 혈안이 되었는데
평상복 입는 선웅, 으쓱해져 찬우 보며 함박웃음 지어 보인다.
찬우, 그런 선웅 귀여운지 머리 쓰다듬는데
이때, 도경 부랴부랴 교실 뒷문으로 들어와서는 학예회 끝난 것에
허탈해 한다.
선웅 (먼저 도경 발견하고 반갑게) 엄마!
도경 (선웅에게 달려가) 선웅아, 엄마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찬우 아, 아줌마. 참 시간 약속 안 지켜.
도경 (그제야 찬우 보고) 니가 여긴 왜 와?
선웅 내가 초대했어요. 엄마도 안 오고 고모도 안 왔잖아요.
찬우 들었죠? 난 엄연히 선웅이 손님으로 온 거니깐 혼내지 마요.
도경 (머쓱해져 말 돌리는) 선웅아, 연극 잘 했어? 엄마 꼭 보고 싶었는데.
못 봐서 어떡하지.
찬우 (캠코더 쓱 건네는)
도경 (받아들며 고마움에 엷은 미소)
학교 주차장 가는 길
찬우, 선웅 목마하고 걷고
도경, 찬우가 준 선웅 몫의 선물 상자 들고 걷고 있다.
선웅 (학예회 자랑으로 신난) 그래서 삼촌이 우리반애들한테 선물도 다해주고 애들 사진도 다 찍어 줬어. 애들이 삼촌 짱 멋지대.
도경 (찬우 쓱 보고 툭) 고맙다.
찬우 말로만?
도경 (선웅 눈치 못 채게 인상 팍 구기는)
찬우 (피식 웃는)
선웅 삼촌, 소풍갈 때도 같이 가면 안돼요?
찬우 선웅이가 불러만 주면 당연히 가야지.
선웅 아싸, (불쑥) 삼촌이 우리 아빠였음 좋겠다.
도경 (순간 놀라서 다그치는) 나선웅, 그런 말 하면 못써.
찬우 애들은 거짓말 안한다던데.
도경 (찬우 보며) 뭐? (안되겠다 싶어 선웅 잡으며) 너 내려. 걸어가.
찬우/선웅 (동시에) 싫어.
도경 (둘의 쿵짝꿍에 기막혀 웃는) 둘 다 좀 혼날까?
찬우 (도망가듯 뛰어가며) 선웅아, 엄마 또 잔소리 시작한다. 도망가자.
찬우와 선웅 신나서 도망가면
도경,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 보며 웃음 번지는.
도경네 일각 (밤)
찬우 차 멈추고.
도경 내리면 찬우 얼른 따라 내려 뒷자리에 잠든 선웅을
도경의 등에 업혀준다.
도경 오늘 여러모로 고마웠어. 조심히 가.
찬우 들어가요.
도경 가는 거 보고 갈게.
찬우 누나 먼저 들어가.
도경 (찬우 고집 못 꺾고 웃으며 눈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찬우 누나.
도경 (돌아보는) 응?
찬우 (한참을 망설이지만 차마 얘기 꺼내지 못하는) 아니에요. 잘 자요.
찬우 차 안
찬우, 운전석에 앉아 후진하려고 뒤돌아보다가
뒷좌석에 선웅이 놓고 내린 선물 상자 발견한다.
도경집 선웅방
도경, 잠든 선웅을 조심스럽게 이불에 눕히는데
스르르 잠에서 깬 선웅.
선웅 엄마.
도경 으유, 우리 선웅이 깼어. 얼른 더 자. (그 옆에 앉아 토닥이며 재우는)
선웅 (주변 두리번거리더니) 삼촌은?
도경 삼촌 집에 갔지.
선웅 (실망한) 왜 나 안 깨웠어요. 삼촌 가는 거 봐야 되는데.
도경 선웅아... 이제 삼촌한테 전화하고 그러지 마.
선웅 왜요?
도경 삼촌, 바쁜데 자꾸 귀찮게 하면 안 되잖아.
선웅 삼촌이 맨날맨날 전화해도 된다 그랬어요.
도경 선웅이 엄마 말 잘 듣지? (타이르듯) 다시 또 전화 하면 엄마 진짜 화낸다.
선웅 난 삼촌 좋은데... 엄만 삼촌이 싫어요?
도경 (당혹감에 선뜻 대답 못하는) 어?
이때, 도경 핸드폰 울리는.
도경 집 앞
찬우, 선물 상자 들고 서있으면
도경, 대문 열고 나온다.
찬우 (상자 건네는)
도경 (상자 받는) 나중에 내가 찾으러 간다니깐. 괜히 너 두 번 걸음하잖아.
찬우 뭐, 이거 핑계로 얼굴 한 번 더 보고 좋네.
도경 농담은 됐고요. 어서 가.
찬우 누나.
도경 아휴, 그놈의 누나 소리, 오늘 지겹게 듣는다. 왜?
찬우 (한참을 망설이더니 자못 진지한) 나... 계속 이렇게 옆에 있으면 안 될까?
도경 (그제야 심각해진) 괜히 나왔다. 갈게.
찬우 제발 내 앞에서 단 한번이라도 솔직해져봐. 누나도 내가 필요하잖아. 말로
는 안 된다고 하면서, 말로는 늘 투덜거리면서도 나랑 있을 때 누나 표 정... 내가 느끼는 감정하고 똑같아.
도경 (쓰게 웃고 어렵게 입 여는) 그래... 나라고 어떻게 잊었겠니? 나라고 너
안보고 싶었겠어? (현실에 씁쓸해지는) 근데 너도 내 상황 빤히 알잖아.
이런 나보고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너야말로 정신 차려. (점점 아픔 밀려 오는, 애써 참고) 너 이러는 거 사랑 아냐. (마치 공심이 자신에게 말했듯) 동정이고 연민이야. 나 사는 꼴 딱해보이니깐, 괜히 니 탓 같으니깐 미안해
서 이러는 거라구.
찬우 (O.L) 나도 그랬음 좋겠어. 차라리 동정이고 연민이었음 좋겠다고. 근데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아니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간절한) 사랑해.
도경, 순간 무너진다. 혹여 제 감정 들킬까 애써 차갑게 돌아서는데
찬우, 도경의 손을 낚아채며 기습 키스한다.
도경,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놀라 눈 휘둥그레지며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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