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12
커피전문점 전경 (다음날)
경쾌한 음악(E) 위로
오픈을 알리는 각양각색의 풍선 장식이 걸린
아담하고 예쁜 커피전문점 스케치.
커피전문점
도경과 봉선, 막바지 오픈 준비로 분주하다.
도경, 수첩 들고 구석구석 살피며 재료 목록 확인하는 중이고,
봉선, 음료수 냉장고에 음료 채워 넣고 있다.
도경 봉선아, 부족한 물품들 재료상에 주문했어?
봉선 (신나서 음료 챙겨 넣으며) 당연하지.
도경 그래도 빠진 거 없나 다시 한번 확인해봐.
봉선 이미 다 체크해뒀네요.
도경 나도 다 된 거 같은데. (활짝 웃는) 그럼 슬슬 시작할까?
봉선 오케이~
두 사람, 입구에 나란히 서더니 각자 한쪽씩 입구 문을 잡는다.
도경 (기대 가득) 첫 손님은 누굴까?
봉선 (역시 기대 가득) 그러게. 자고로 이 장사는 개시가 중요한데.
도경 그럼, 시작한다. (카운트 들어가는) 5, 4, 3, 2, 1.
두 사람, 카운트 구령 끝남과 동시에 한껏 달뜬 얼굴로
입구 문 활짝 열면 따가운 햇살 받으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첫손님. 찬우다! 찬우 옆에 “축, 발전 - 문화의 전당 이사장 강찬우” 라고 메세
지가 붙여진 큰 화분이 하나 서 있다.
도경, 놀란 표정 짓다가 찬우가 환하게 웃자 반갑게 맞이한다.
도/봉 (반갑게) 어서 오세요. 손님!
찬우 (활짝 웃으며 들어서는데)
거리
봉희, 꽃다발 가슴에 안고 상기와 나란히 걷고 있다.
봉희 (연신 싱글벙글) 우리 집도 이제야 뭔가 좀 풀리려나 보네. (제 볼 들이
밀며) 상기야, 나 좀 꼬집어봐. 이거 꿈 아니겠지?
상기 그래, 임마. 내가 뭐라 그랬냐? 39년 바람 빠진 타이어 인생 갈아 끼고
아우토반 달리는 날 올 거라고 했지?
두 사람, 마주보며 미소 주고받고 다시 힘차게 걸어가며
상기 근데 그 집주인이란 분도 보통 대인배는 아냐? 이렇게까지 마음 쓰기 쉽
지 않을 텐데.
봉희 그러게 말야. 언제 정식으로 찾아뵙고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상기 이게 다 그동안 니가 베풀고 살아온 덕 아니겠냐?
봉희 (히죽 웃고) 그렇겠지? (살짝 걱정되는) 근데 도경이가 싫어하지 않을까?
상기 첫 손님을 어떻게 냉대하겠냐? 이번 기회에 도경이 품에 꽃다발 팍 안기
고 점수 좀 제대로 따봐.
봉희 아... 벌써부터 떨린다.
커피전문점
오픈 풍경에 맞게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 스케치.
한 쪽에 찬우가 가져온 커다란 화분이 놓여있다.
한쪽 테이블에서 찬우, 간단한 음료와 빵을 먹고 있고
다른 테이블에 선남과 찬영이 빵과 주스를 마시고 있다.
찬우, 간간이 도경이 일하는 모습 후 보며 미소 짓는.
도경과 봉선, 서빙 하느라 분주한 틈에
도경, 빈 커피 잔 담긴 쟁반 들고 슬쩍 선남의 테이블로 온다.
찬영 아줌마, 빵 진짜 맛있어요.
도경 그래. 많이 먹어. 선남이는 주스 좀 더 줄까?
선남 아뇨. (문뜩 손목시계 확인하고 일어서는) 어? 늦겠다. 엄마, 저희 그만
가 볼께요.
찬영 (일어서는) 바쁘신데 못 도와 드리고 가서 죄송해요.
도경 죄송은. 얘들아, 수업 늦겠다. 얼른 가.
아이들 인사하고 나가면
도경 넌 왜 안가?
찬우 (장난스런 말투로) 난 수업 없는데요.
도경 남들 보면 어쩌려구... 얼른 가.
찬우 남들이 보면 뭐가 어때서요?
도경 발레단 사람들도 올 텐데 괜한 오해받을 까봐 그러지.
찬우 오해할 테면 하라죠. 그게 뭐 어때서?
도경 (작은 소리로) 야, 강찬우! (하는데)
손님(E) 여기 주문이요!
도경 (손님 쪽 향해) 네. 잠시 만요. (달려가는)
도경, 부리나케 주문 받으러 가면
찬우, 피식 웃고는 한동안 도경에게 시선 고정되는데
주문 받는 도경의 밝은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잠시 후, 도경이 테이블에 놓고 간 쟁반 챙겨 손수 치우고 있으면
도경, 주문 받고 돌아서다 찬우 모습에 식겁하며 달려와 쟁반 뺏는다.
도경 (여전히 봉선 의식해 작게) 됐어. 내가 할게.
찬우 (쟁반 뺏기지 않고 역시 작게) 왜요? 일당 달라 그럴까봐?
도경 (밉지 않게 흘겨보는)
찬우 그래. 기분이다. 오늘 하루 무료 봉사하죠 뭐. (씩 웃고 테이블 마저
치우는)
도경, 그런 찬우를 보는 눈길, 그저 고맙지만 내색하지 못한다.
커피전문점 앞
봉희와 상기, 일각에 서서 커피전문점만 빤히 보고 있다.
그 시선 따라가면 통 유리창을 통해 찬우가 서빙하는 모습 보인다.
상기 (찬우 보며) 어라, 그때 포장마차에서 본 이사장님이네? (눈치 빤하다)
그럼, 도경이 상대가 혹시?
봉희 (꽃다발 들고 있던 손 힘없이 축 떨구는)
상기 (맞구나 확신하고) 하필 오늘 같은 날, 딱 걸리냐? 허긴, 원래 바람은
들키라고 피는 거다.
봉희 (발끈하는) 바람 아니거든!
상기 아니면, 니가 왜 망설여? (꽃다발 다시 봉희 가슴에 안기며) 어깨 쫙 펴
고 당당하게 들어가란 말야.
봉희 (눈에 힘주는)
커피전문점
꽃다발 가슴에 안은 봉희, 위풍당당 들어오면
봉선, 봉희를 보자 단걸음에 달려가 반긴다.
봉선 봉희야. 잘 왔어~
봉선의 소리에 도경과 찬우, 일제히 봉희 쪽으로 시선 모아지고.
봉희, 시선 오롯이 도경에게 고정한 채 뚜벅뚜벅 걸어가
도경 품에 꽃다발 팍 안긴다.
도경 (슬쩍 찬우 눈치 보이는) 여긴 왜왔어?
봉희 차도경, 나 꼭 성공해서 당신이랑, 우리 애들 반드시 찾는다. (찬우 들으
라는 듯) 빈껍데기가 아니라 진짜 가장의 자리 찾을 거라구.
도경과 봉선, 갑작스런 봉희의 돌발 발언에 의아할 틈도 없이
봉희, 찬우를 향해 강렬한 눈빛 쏘면 찬우도 지지 않고 쳐다보고.
두 사람 사이에 불꽃 튀는 신경전 오간다.
주/진(e) 축하드려요. 단장님!
단장실
소파에 마주앉은 공심과 주희, 진섭.
공심 축하하긴 뭘, 아직 결정 난 것도 아닌데...
진섭 단장님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그룹 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던데...
공심 내가 무슨 공헌을 했다고?
주희 오지공연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기업이미지를 확 업그레이드 시키셨잖아
요? 단장님이 표창장 받아 마땅하죠.
공심 쟁쟁한 후보들이 얼마나 많은데...
주희 그러지말고 부상으로 스포츠카를 준다니까 욕심 좀 가져 봐요.
공심 난 상 같은 거 관심 없어. 그런 거 욕심나서 한 일두 아니구.
진섭 그래두 받으면 영광이죠.
(E) 노크소리
김비서, 빵 가지고 들어온다.
김비서 (공심에게 오며) 이사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간다)
주희 이사장님이 빵을요? (하나 집어 베어 무는데) 음, 괜찮은데?
진섭 (공심에게) 단장님 어서 드세요. (하나 집어서 건네는)
공심 (받은 빵을 유심히 보는)
(플래시 백)
도경이가 파티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
공심 (들고있던 빵을 신경질적으로 탁 내려놓는다)
주희 (뭔 일인가 싶어 먹다말고 공심을 보는)
커피전문점 앞
가게 안에 손님들 여전히 북적거리고.
상냥하게 손님들 대하는 도경의 모습이 창에 비친다.
공심 (잡아먹을 듯 한 기세로 보는) 그래. 니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커피전문점
도경, 상냥하게 주문 받고 있는데
공심이 들어온다.
도경 (공심 보고 멈칫하는)
공심 (도경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나랑 얘기 좀 하자.
도경 (무시하고) 미안하지만 보시다시피 내가 좀 바쁘네.
공심 (쏘아보는)
도경 (건성으로) 할 말 있음 있다 오든지.
공심 니 아들 얘긴데... 듣기 싫음 말든지.
도경 (아들이란 말에 하던 일 멈추고 멈칫 보는)
커피전문점 앞
일각에서 마주 보고 선 공심과 도경.
도경 뭐? 교환학생?
공심 그래. 내 추천 없이는 안 되는 거 알지?
도경 (불쾌한) 그래서?
공심 경고하는데! 니 아들 장래를 생각한다면 물러서는 게 좋을 꺼야.
도경 (황당한) 뭐?
공심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구. (야유조로) 주제에 커피숍은... (휭하니 뒤돌아
서 간다)
도경 (공심 뒷모습 쏘아보는) 치사한 년, 애를 빌미로 사랑을 딜 해?
문화의 전당 일각
괘씸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공심.
공심 지 아들 장래가 걸려있는데 안물러나고 베기겠어?
콧방귀 팡 뀌고 걸어가는.
이사장실
찬우, 책상에 앉아 서류 살피다 문득 멈추고 서서히 표정 밝아진다.
(인서트)
씬4-주문 받는 도경의 밝은 모습.
이때, 노크소리 들리고(E)
찬우, 도경의 모습 떠올리던 잠시의 행복한 순간에서 깨어나
자세 바로 잡는데
진섭, 서류 들고 들어온다.
진섭 (찬우 앞에 서류 내려놓고) 이사장님! 말씀하신 리옹발레학교 교환학생
최종 후보자 명단입니다.
찬우 수고했어요. (명단 보다가 나선남에서 시선 멈추고) 나선남 학생은 어때
요?
찬우 뭐,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난 인재죠. 소질도 다분하고 무엇보다 워낙에
노력파라 저희 아카데미 내에서도 가장 일취월장 한 학생입니다.
찬우 (내심 좋은) 그래요?
이때, 찬우 휴대폰 울리고(E)
찬우 (진섭에게) 잠시 만요. (휴대폰 받는) 네. 강찬웁니다. ... (사이) ...
아버지가요?
단장실
공심과 진섭,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공심 (서류에 사인하다 보는) 은퇴한 회장님이 오신다니?
진섭 이사장님의 아버님이신 저희 오성그룹의 명예 회장님께서 오늘 귀국하
실 예정이랍니다.
공심 오늘요?
진섭 갑자기 입국하신건지 이사장님께서 급하게 마중 나가셨습니다.
공심 그래요? (뭔가 생각에 잠긴)
공항입국장
부산한 입국장 스케치.
찬우, 입국장 앞에서 찬우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에 찬우부, 카트 밀고 나온다.
세련되기 보다는 편안해 보이는 점퍼 차림에 털털한 인상이다.
단장실
공심, 자리에 앉아 있고
비서, 공심에게 자료 건네주며
비서 단장님! 말씀하신 자료 여기 있습니다.
공심 고마워.
자료 받아 열어보면
‘오성그룹 강달수 회장, 은퇴 후 도미’ ‘오성그룹 강달수 회장, 맨손으로
오성그룹을 일으키기까지’ ‘인간미 넘치는 강달수 회장’ ‘사회 봉사로 귀
감이 되는 강달수 명예회장’ 등의 제목이 쓰인...
찬우부를 인터뷰한 기사들 스크랩한 것들이다.
인터뷰 스크랩한 자료들 하나하나 챙겨보는 공심.
공심 (기사 보며 마음의 소리) 이분이 바로 찬우씨 아버지란 말이지.
(찬우부 사진을 유심히 보는)
도경집 옥상
세뇨르 박, 평상에 앉아있고,
봉희랑 상기 세뇨르 박 양 옆에 앉아 세뇨르 박을 설득한다.
봉희 안무 좀 짜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박선생님!!
상기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세뇨르 (완고하게) 딴 데 가서 알아보십시오. 절대 몸치로 무슨 댄스를 하겠다
고... 차라리 강아지에게 차차차를 가르치는 게 낫지. 원~
봉희 저 그동안 연습 많이 했습니다. 자, 보세요.
스텝 밟아보는데 그다지 신통치 않다.
세뇨르 (눈살 찌푸리며) 아이고... 구구단 2단 외우다 3단 겨우 뗀 거랑 똑 같
은 수준이네. 그냥 대충 흔드시고 노래로 승부하시죠.
봉희 댄스곡인데 어떻게 대충 흔듭니까?
세뇨르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상기 (애걸복걸) 이번에 성공 못하면 봉희 가정 완전 박살납니다. 깨진 쪽박
붙여준다 생각하고 한번만 도와주세요.
세뇨르 제가 누구 돕고 살 처지로 보입니까? (시계 보며) 아이고, 벌써 이렇게
됐네. 제 코가 석자라 이만... (벌떡 일어나 가려는데)
봉희 선생님~! (바지가랑이 잡는)
상기 (동시에 다른 쪽 바지가랑이 잡는) 제발요.
세뇨르 (막 흘러내리는 바지가랑이 잡고) 아! 이 사람을 진짜! 이 거 놓고 얘기
하세요.
봉희 못 놉니다. (더욱 잡아당기는)
상기 절대루! (더욱 잡아당기는)
세뇨르 잠깐!
봉/상 (두 사람 잠시 힘 빼고 눈 동그랗게 뜨고 보면)
세뇨르 박, 후다닥 바지춤 잡고 도망쳐 계단을 내려간다.
상기와 봉희도 곧바로 뒤쫓아 가는
도경집 마당
세뇨르 박, 부리나케 계단을 내려와 대문 쾅 닫고 도망친다.
봉희와 상기, 허겁지겁 뒤따라 내려와 닫힌 대문 열고 보면
세뇨르박, 이미 멀리 사라진 후다.
봉희 (두리번거리며) 완전 초고속 광랜이네.
상기 그러게. 진짜 빠르다... 봉희야, 우리 이제 어떡하냐?
봉희 (생각에 잠긴) 최후의 카드를 던지는 수밖에.
상기 최후의 카드?
봉희 (상기 보며) 살아생전에 내가 가장 존경했던 나진국 어르신께선 늘 말씀
하셨지.
상기 니네 아버지가? 뭐?
봉희 (진지하게) 자고로 싸나이는 태어나 딱 세 번만 무릎 꿇는 거라고.
상기 (뭔 말을 하려나싶어 보는)
봉희 첫 번 째, 일진에게 정강이를 까였을 때, 두 번 째 마누라 몰래 카드
긁다가 걸렸을 때...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짼... (의미심장한) 지금이다.
상기 (도통 뭔 말인가 싶은)
커피전문점
이미 한바탕 손님 치례를 끝낸 한산한 내부.
도경, 카운터 뒤쪽 간이 주방에서 원두 갈아 새로 커피 내리고 있으면
봉선, 빈 잔 담은 쟁반 들고 도경 곁으로 온다.
봉선 (쟁반 내려놓고 기지개 켜며) 이제야 한 숨 돌리겠네. 장사 잘되는 것도
좋지만 내 배부터 챙기고 봐야지 원.
도경 수고했어.
봉선 우리 점심 뭐 먹을까? 시켜먹을까? 아님, 도시락 사올까?
도경 뭐 하러 돈 써. 여기 빵이랑 음료수가 천진데.
봉선 (밉지 않게 흘기며) 우리 이제 돈 벌거든.
도경 (역시 밉지 않게 흘기며) 우리 이제부터 돈 모아야 하거든.
봉선 (치) ...
도경 앞으로 점심은 빵이랑 우유로 때워. 정 싫음 아예 집에서 도시락 싸오던
지.
봉선 아침에 그거 쌀 정신이 어딨니?
도경 그럼 어떡해? 내년에 번듯한 집 구하려면 죽어라 벌어도 시원찮을 판인
데. (생긋 웃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봉선 (졌다 싶은)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으유, 짠순이.
돼지국밥집
찬우, 찬우부와 순대국밥 먹는 중이다.
찬우부 바로 이 맛이야! (후루룩 소리 내여 국물까지 다 마시며) 으~시원하다.
찬우 아버지. 한 그릇 더 시켜 드려요?
찬우부 돈 쓰게 뭘 더 시켜? (찬우의 남은 국밥을 보는) 안 남기고 다 먹을
테야?
찬우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국밥그릇 밀어주며) 이거 드세요.
찬우부 고맙다. (먹는) 아~ 이집 순대국이 어찌나 그립던지...
찬우 (미소로) 식사하시고 문화의 전당이나 둘러보시죠?
찬우부 일하는 직원들 불편하게 뭐하러 거길 들러? 넌 가서 일봐. 난 니 집에
가서 쉴란다.
찬우 시차 땜에 힘드실텐데 쉬세요, 그럼.
찬우부 아직두 (새끼 손까락 가리키며) 이거 없냐?
찬우 아버지두 참~ (웃는)
찬우부 이 애비 손주 언제 보게 해줄 테야? 아무나 데리고 와 아무나~ 눈 딱
감고 즉시 결재해줄게.
찬우 근데 왜 그땐 결재 안 해주셨어요?
찬우부 야! 또 그 얘기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등학생이 무슨 사랑이냐?
찬우 아버지 혹시 제가 그때 그 선생님이랑 결혼한다고 하면 허락해 주실
거예요?
찬우부 (생각하다) 왜 그 선생은 아직도 결혼 못했대?
찬우 (말 못하고)
찬우부 꼭 지 애빌 닮아가지고 일편단심이라니... 데려와라. 내 생각해보마.
찬우 즉시 결제해 주신 달 땐 언제구...
찬우부 세월이 얼만데... 상태를 보고 결재를 해주든 말든 해야지. 주말에 약속
잡아라.
찬우 글쎄,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 만나줄지 모르겠네.
찬우부 싫음 됐다 그래! (주방에 보고) 아줌마!! 여기 깍두기 좀 더 주세요.
오성빌라트 앞
멈춰서는 찬우의 차.
찬우, 보조석에서 내려 뒷문 열면 강회장이 내린다.
황기사, 얼른 트렁크에서 강회장 짐 꺼내 찬우와 강회장의 뒤를 따르고.
강회장, 얼마를 걷다 우뚝 멈춰 아래로 시선 내리 깐다.
강회장 (담배꽁초 줍는) 쓰레기통 코앞에 두고 이 무슨 무매너야. 쯧쯧. (찬우에
게) 봐라, 더구나 이 장초 아까운지 모르고 버리는 거. (쓰레기통에 버
리고 앞서 걷는)
찬우 (씩 웃고 따라 걸으며) 우리 아버지 여전하시네.
커피전문점 일각 도로
도로 위를 달리는 찬우의 차.
황기사 운전 중이고.
찬우, 창 밖으로 시선 둔 채 뒷좌석에 앉았다.
얼마를 달리던 차, 커피전문점 안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는
도경의 모습을 서서히 지나친다.
차의 속도에 따라 찬우의 시선도 도경을 향해 따라가는데.
도경의 모습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찬우, 흐뭇한 미소 흘린다.
커피전문점
손님들, 제법 많이 앉아있다.
금방 구운 빵을 진열하는 도경.
손님1 이 집 빵 맛있지 않니?
손님2 파리에서 먹던 맛이랑 비슷한 거 같애. 파티쉐가 프랑스인인가?
그 말에 기분 좋은 도경.
봉선, 이야기 나누는 손님들 향해
봉선 (도경 가리키며) 우리가게 파티쉐가 만든 빵이예요.
도경 (부끄러워하는) 얜~
손님2 프랑스에서 기술 배워 오셨어요?
도경 (흡족해) 아니예요. 그냥 제가 개발한 빵이예요.
(시간경과)
장사 끝난 분위기.
도경, 상기된 표정으로 현금과 카드영수증 꺼내 장부에 기록하는 중이고
봉선은 전화로 복주에게 매출 보고 하는 중이다.
봉선 (놀라) 네? 정말요? (고개 숙여 환해지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네네
들어가세요. (끊고 도경에게) 커피랑 음료 판 매출만 입금시키고 빵 팔
아서 생긴 수익금은 너한테 다 주래. 아니 이게 왠 횡재라니?
도경 (믿기지 않는) 설마...
봉선 정말이래니까. 세상에 어쩜 이렇게 고마운 분이 다 있을까? 우리 살길
을 제대로 열어주시네.
도경 (눈물 나는) 고마워서 어쩐다니?
봉선 그러게. 야! 우리 이참에 빵을 종류별로 만들어 돈 좀 제대로 벌어볼까?
도경 메인이 커피고, 빵은 서븐데 우리 속만 채우려고 하면 안되지.
봉선 그런가?
도경 커피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빵 하나로만 승부할래.
봉선 그래도 좀 아쉽긴 하네.
도경 돈을 벌어도 사람 된 도리는 지키면서 벌자. 봉선아...
봉선 그래. 니 말이 맞다. 아까 내가 한말 취소야. (자기 입 때리며) 퉤퉤...
도경 먼저 들어가서 애들 좀 챙겨. 나 내일 팔 거 반죽 좀 해놓고 갈게.
봉선 머지않아 우리 올케 부자 되겠네.
도경 (웃는)
마사지 실 (밤)
공심과 주희, 각자 엎드려 마사지 받고 있다.
주희 것 봐. 커피전문점까지 차려준 걸 보면 두 사람 사이가 보통이 아니잖
아. 그럼 이사장님이 선배한테 한 건 뭔데? 양다리 걸치다가 선배가 거
절하니까 차비서한테 달싹 붙은 거야?
공심 달싹 붙긴 누가 붙어? 도경이 그 앙큼한 년이 붙들고 늘어진 거겠지.
주희 하긴 이사장님 입장에 애가 셋이나 딸린 이혼녀가 뭐가 좋다고 그랬
겠어? 첫사랑에 대한 연민의 정 정도겠지 뭐.
공심 (야유하는) 연민의 정이 아니라 동정이거든.
주희 그거나그거나... 근데 생각할수록 기막히네. 어떻게 첫사랑이랑 선배를
저울질 해가며 양다리를 걸쳐?
공심 (발끈) 양다리라니? 차도경이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니? (자신 있는)
두고 봐. 머지않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물러날 테니...
찬우 빌라트 주방 (밤)
냉장고 문을 여는 강회장.
아무 것도 없고 텅 비었다.
강회장 냉장고가 텅 비었네... 이래서 자고로 여자가 집에 있어야 하는 거야.
쯔쯔쯔...
공심 차 안 + 빌라트 입구 (밤)
공심 차 운전해서 오다가
마트 쪽으로 걸어가는 찬우부를 발견하고 유심히 본다.
마트 안
이거저거 찬거리들을 골라 카트에 잔뜩 싣는 찬우부.
일각에서 공심이 음료수 등을 고르는 척 하며 찬우부를 곁눈으로 보고 있다.
찬우부, 통조림 등을 집어서 유통기한 살피며 세심하게 골라 카트기에 담고
는 흡족하게 웃는.
(밤)
강회장, 장거리 양손에 잔뜩 들고 낑낑대며 나오는데
간단한 음료 등이 든 봉투 하나만 든 공심이 뒤따라 걸어나온다.
강회장 (힘겹게 내려놓고) 뭐가 이렇게 무거워? 아이고 허리야... (허리를 쭉 펴
는데)
공심 (상냥하게) 제가 하나 들어 드릴까요?
강회장 (공심 보며) 괜찮은데...
공심 어디까지 가세요?
강회장 (빌라트 쪽 응시하고) 조기. 오성빌라트가 집이우.
공심 어머, 이웃사촌이시네요... (하나 뺏어들고는) 어서 가세요.
강회장 아이고, 이쁜 처자네. 고맙수다. (공심을 호감있게 보는)
공심 (천사같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공심빌라트 일각 (밤)
나란히 짐 하나씩 들고 걸어가는 공심과 강회장.
강회장 오성빌라트가 집이면 오성 그룹에서 일하시우?
공심 네. 문화의 전당 소속이예요.
강회장 문화의 전당이라... 어느 부서에서 일하나?
공심 발레단요. (수줍게) 제가 단장이예요.
강회장 그래요?
공심 근데 첨 뵙는 거 같은데...
강회장 아들 집에 놀러왔지.
공심 아, 그렇구나. (강회장 보며)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강회장 (소탈하게 웃으며) 혹시 내 얼굴 안면이 없수?
공심 (쌩 까고) 무슨 말씀이신지...
강회장 이 얼굴이 좀 유명한 얼굴인지라...
공심 정말요? 제가 외국 생활만 하다가 귀국한지 일 년도 안된 터라...
유명하신 분을 몰라뵜다면 죄송합니다.
강회장 죄송은 무슨... 그냥 농으로 한 말이니 맘에 두지 말아요.
공심 앞으로 또 뵙게 되면 깍듯이 인사할께요.
강회장 (미소로) 하하하... 아주 예의범절을 제대로 갖춘 처자구만. (마음에 쏙
드는 눈치다) 올해 몇이유?
공심 서른 아홉이예요.
강회장 그래? 그렇게 안 보이는데... 결혼은 했수?
공심 아직요.
강회장 요새 사람들은 결혼을 늦게 해서 큰일이야.
공심 (보면)
강회장 어여 좋은 사람 만나서 자식 농사 지어요. 그게 효도야.
공심 (미소로) 네...
두 사람, 찬우의 빌라트 근처에 도착한다.
강회장 힘든 줄 모르고 다 왔네. (공심에게서 짐 받으며) 고맙수, 이쁜 처자!
공심 (미소로) 덕분에 저도 오는 내내 즐거웠어요. 어서 들어가세요.
강회장 또 봅세. (흐뭇한 미소 지어보이고는 찬우 빌라트로 들어간다)
강회장 모습 사라지자 이내 표정 바꿔 차갑게 냉소짓는 공심.
커피전문점 전경 (밤)
문 닫힌 채로 실내등 불빛이 흐릿하게 새어나오는.
도로 위 + 찬우 창 안 (밤)_
황기사가 운전 중인 차 뒷좌석에 앉은 찬우.
문 닫힌 커피전문점을 무심코 보는데
실내에서 흐릿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거 발견한다.
찬우 (씩 미소 짓고는) 황기사, 차 세워!
커피전문점 주방 (밤)
주방에서 빵 반죽하는 도경.
(e) 문 두드리는 소리.
도경, 무시하고 반죽 계속하는데 연이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뭐지? 하는 표정으로 반죽하던 거 멈추는.
커피전문점 (밤)
도경, 누군가 싶어 나와 보면
문 밖에 서있는 찬우, 도경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인다.
도경, 피식 웃고는 문 열어준다.
도경 웬일이야?
찬우 에이, 뭐 인사가 그러냐? 잘 왔다. 기다렸다. 뭐 이런 좋은 인사도 많지
않나?
도경 장난 그만치고 무슨 일이야?
찬우 그냥. 지나던 길에 불 빛 새어 나오길래 들려봤어요. 근데 왜 아직까지
안 갔어요? (장난가득 설레발) 역시, 날 기다렸던 거야.
도경 (또 시작이다 싶어 바로 무시하고 혼자 들어가는데)
찬우 (얼른 잡는) 알았어요. 알았어. 뭐하고 있었어요?
도경 내일 판매할 빵, 반죽 좀 만들고 있었어.
찬우 어, 그게 재밌겠다. 나도 할래.
도경 (어이없어 보는)
커피전문점 주방 (밤)
도경과 찬우, 똑같은 앞치마 착용하고 중앙 스테인레스 테이블
앞에서 밀가루 반죽 중이다.
도경의 능숙한 손놀림과 달리
찬우, 손가락 사이 쫙쫙 밀가루 들러 붙여가며 여간 어설픈 게 아니다.
도경 이왕 도와줄려면 똑바로 좀 해.
찬우 보채지마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깐.
도경 두 번만 최선 다했다간 그 손이 아주 남아나질 않겠네.
찬우 아, 이 아줌마. 옛날엔 안 그러더니 참견 되게 많아졌네.
도경 너도 옛날엔 안 그랬는데 지금은 뭘 해도 어설퍼.
찬우 (피식 웃는) 안 되겠다. 이건 아무래도 내 전공분야가 아냐. (도경의 반 죽 뚝 떼어 가는)
도경 그걸 왜 가져가?
찬우 좀 나눠 씁시다.
도경 그래, 차라리 그거 갖고 저쪽 가서 조용히 놀아라.
찬우, 도경 말 들은 척도 않고 여전히 옆에 바싹 달라붙어
밀가루 반죽으로 한참을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다.
찬우, 도경에게 사람 얼굴이랍시고 만든 밀가루 반죽 툭 던진다.
보면 치켜뜬 눈썹 모양이 참 사나워 보인다.
도경 뭐야?
찬우 내일부터 차도경 빵이라고 이름 붙여서 팔아요. 아주 불티나게 팔리겠
네.
도경 (기막힌) 내가 이렇게 생겼든?
찬우 (능청떠는) 이거 보다 더해요.
도경, 밉지 않게 흘겨보고는 장난치듯 밀가루 찬우 얼굴에 확 붙여 버린다.
찬우 역시 ‘어라’ 바로 공격 들어가는.
두 사람의 장난 한동안 이어진다.
도경집 근처 골목 (밤)
도경과 찬우 걸어온다.
도경 (걷다 멈추며 아쉽지만 아닌 척) 그만 들어가.
찬우 (장난기 가득) 싫은데?
도경 까불지 말고 가. 애들 올 시간이야.
찬우 (아쉽다) 그럼, 먼저 들어가요.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도경 너 먼저 가.
찬우 먼저 가요.
도경 먼저 가라니까.
찬우 (못 이기겠다는 듯 순순히) 알았어요. 갈게요. (가는데)
도경, 찬우의 가는 뒷모습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는다.
찬우, 가다말고 뒤돌아 손 흔들면 도경, 저도 모르게 같이 손 흔드는데.
도경, 제 마음을 들킨 듯 뜨끔해서 서둘러 뒤돌아 갈 길 재촉한다.
도경집 마당 (밤)
도경, 대문 열고 들어서는데.
봉희, 신문지(멍석 대신) 깐 바닥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 중이다.
상기도 옥상 계단에 숨어있는.
도경 (봉희 보고 인상 팍 쓰며) 이런다고 내가 받아줄 주 알아?
봉희 (미동 않고) ...
도경 당장 안 일어나!
봉희 (시선 땅바닥에 둔 채로) 상관 말고 가던 길이나 가시죠.
도경 (버럭) 선남이 선녀 들어올 시간인데 창피해서 증말! 당장 못일어나?
봉희 (꿈쩍도 안 한다)
뒤이어 세뇨르박 막 들어오다 이 광경에 놀라는.
세뇨르 아니, 무슨 일입니까?
봉희 (앞에 서 있는 도경을 밀치며) 좀 나와 봐. (무릎으로 기어가 세뇨르박의 다리 부여잡고)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박선생님!!
도경 (황당해서 보는데)
세뇨르 (또 다시 바지 흘러내릴까 바지 꽉 부여잡고) 아, 대체 왜 이러십니까,
정말.
도경, 황당해서 보는데.
도경집 거실 (밤)
봉선, 바닥에 앉아 콩나물 다듬고 있는데 도경, 들어온다.
도경 (짜증스런) 저 인간, 박선생님한테 또 뭔 사고를 쳤길래 저래? 못살아,
증말!!
봉선 그런 거 아냐.
도경 그럼, 뭔데?
봉선 (말 못하는) ...
도경 (외투 벗으며 비아냥) 뻔하지, 뭐.
봉선 (버럭) 암튼, 사고 친 거 아니니까 무턱대고 봉희만 몰아세우지 마.
열 받은 봉선, 다듬던 콩나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고.
도경, 황당해서 바라보는데.
옥상 (밤)
봉희, 상기, 세뇨르박 열심히 안무동작 연습 중이다.
봉희, 계속 동작 한 박자씩 늦고 틀리고 엉성하다.
세뇨르 (답답한) 제가 저주받은 몸뚱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흥분해서 봉희의 몸 가리키며) 저 몸은 사람이 가르친다고 될 몸이 아닙니다. 아니, 저 몸으로 유치원 재롱잔치는 어떻게 했습니까?
상기 (답답하다) 임마, 넌 이게 왜 안 되냐? 이게. (동작 해보는데)
봉희 아이씨, 나도 나 때문에 미치겠다.
세뇨르 안무고 뭐고 저는 더 이상 못합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이라도 읊지, 이건 뭐 개도 아니고. (들어가려는데)
상기 (못 들어가게 뒤에서 와락 껴안으며) 박선생님~
세뇨르 (당황, 질색하며) 이거 놓으십시오. 왜 이러십니까, 징그럽게.
(시간경과)
열심히 안무 동작하는 봉희.
땀 뻘뻘 흘리며 춤 추는데 이젠 제법 잘 춘다.
상기, 평상에 앉아 지쳐서 바라보고 있고
세뇨르는 평상에 거의 탈진 상태로 누워있다.
상기 (힘들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박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세뇨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손만 훠이 젓는데) ...
봉희 상기야, 나 혼자 하기에는 뭔가 허전한 것 같은데 백댄서 없냐?
상기 임마, 백댄서 쓸 돈 있으면 이 개고생을 했겠냐?
봉희 니가 하면 되잖아. 춤 잘 추드만.
상기 혼자서 무슨 백댄서야? 가수 하나에 백댄서 하나 인거 봤냐? (하다가)
봉희와 상기, 눈 빤짝해서 세뇨르를 쳐다보는데.
지쳐 누워있던 세뇨르, 그 시선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상기 이왕 도와주시는 김에 같이 하시죠.
세뇨르 (질색하며) 싫습니다. 아니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내 집에 무단 침입하더니 내 밥에 손대고 이제 내 몸까지 탐내시는 겁니까?
봉희 (상기에게) 안되겠다... 꿇자.
또 다시 세뇨르 앞에 무릎 꿇고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는데.
세뇨르 (질겁하며) 저는 얼굴 팔리는 짓 절대 못합니다! 절대!!
인근공원 (다른 날)
강회장, 가볍게 산책중이다.
운동복 차림의 공심, 강회장 발견하고 조깅하는 척 하며 강회장 지나쳐 가다가 멈춘다.
공심 (반갑게) 어머, 안녕하세요.
강회장 (반가운) 어, 또 만났네!
공심 운동 나오셨나 봐요?
강회장 (사람 좋은 미소로) 쉬엄쉬엄 바깥 구경도 할 겸 산보 나왔지.
공심 (친절히) 네. 그 연세엔 뛰는 것보다 걷는 게 몸에 무리도 안가고 좋아요.
강회장 그날은 고마웠쑤다.
공심 아니에요. 허린 좀 괜찮으세요?
강회장 노인네 허리야 맑았다가 비 왔다가 구름 꼈다가 비 왔다가 하지.
갑자기 후두둑 비가 쏟아진다.
공심과 강회장 당황하는데.
공심 (주위 두리번거리다 정자 가리키며) 절루 가세요. (강회장을 부축해 정자쪽으로 데려가는데)
정자 처마 밑
공심과 강회장, 비 피해 들어서는데.
공심 어머, 감기 걸리시겠다. (강회장 옷에 묻은 비 털어주며) 괜찮으세요?
강회장 (기분 좋은) 아이구, 내가 올해 운수가 대통했나 봐.
공심 (이쁜 척) 네?
강회장 아들놈 보러 오랜만에 한국 왔다가 이쁜 아가씨한테 이런 호강을 다 받네. 이쁜 아가씨가 어떻게 이쁜 짓만 하누.
공심 어머, 과찬이세요.
강회장 (이쁘게 바라보며) 아가씨 같은 딸 하나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
아들이라고 하나 있는데 사내놈이라 그런지 영, 재미가 없어.
공심 (웃는데)
강회장 (내리는 비 보며) 거 비 한번 시원하게 오네. (흘리는) 이런 날엔... (입맛 쩝쩝 다시는데)
공심 (슬쩍 눈치 보며 바로 받아치는) 비오는 날엔 동동주에 파전이 최곤데.
강회장 (맘이 통했다는 생각에 반가운) 아니, 이렇게 이쁜 처자가 그런 걸 좋아해?
공심 그럼요~ (방긋 웃는)
도경집
청소기 돌리는 봉선, 도경은 걸레로 장식장 등 먼지 닦는데
도경 (청소기 돌리며) 먼지 좀 봐라. 역시 바쁘니까 티가 팍팍 나네~
봉선 사장님이 교회 나가나봐, 일요일은 무조건 쉬라는 거 보면~
도경 (청소기 끄고) 매트리스 커버도 좀 빨아야겠다.
도경방
매트리스 커버 벗기는 도경.
도경 (커버 벗기며) 쟈크가 달려있어 벗기기 얼마나 편한지 몰라. (벗기는데
먼저 폴폴 나자) 이거 대체 언제 빤 거야? (하다가 이해되는) 하긴, 집
날라갈 판에 이거 빨 정신이나 있었겠어? (매트리스 걷어 돌돌 마는)
옥상
매트리스 커버 빤 거 들고 올라오는 도경.
봉희, 상기와 세뇨르 함께 옥탑방에서 나온다.
봉희 (도경 보고) 아줌마! 오늘 집에 계셨네요.
도경 (무시하고 세뇨르에게) 뭔 큰 일을 도모하시는지 자주 뭉쳐 다니시네요.
세뇨르 그게 저...
상기 (말 막고) 나중에 얘기 해줄게. 도경아! 깜짝 놀랄 것이다.
도경 하두 놀래서 더 이상 놀랄 것두 없네.
봉희 아줌마도 참! 남의 일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세뇨르 빨리 갑시다. 저 시간 없어요.
상기 (도경에게) 도경아 나중에 보자.
내려가는 세 남자.
도경 저 인간, 또 무슨 사고치는 거 아냐?
매트리스 커버 빨랫줄에 널려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도경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불 빨래하는 날 꼭 비와요. (서둘러 내려간
다)
공심 빌라트
식탁에 마주 앉아 동동주와 파전 마시는 공심과 강회장.
공심 엄마가 어릴 적에 비 오는 말이면 늘 파전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파전 안주로 할아버지가 동동주 즐겨 드셨는데...
강회장 보기엔 곱게 자란 거 같은데 생각보다 토속적이네.
공심 저 시골 출신이예요.
강회장 어쩐지 야무지다 했어. 역시 시골에서 자란 아가씨들이 생활력 강하고
눈치도 빠르지.
공심 (웃는)
강회장 (공심의 발레 사진 보고) 참 곱기도 하네. 남자 친구는?
공심 없어요.
강회장 그럼 우리 친구할까?
공심 네?
강회장 왜 늙은이랑 친구하기 싫어?
공심 아니. 좋아요. (잔 들어 건배하며) 지화자!
강회장 (건배하며) 지화자! (마시고) 캬~! 조오타.
공심 (쭉 마시고 나서) 저 실은 얼마 전까지 남자 있었어요.
강회장 그래?
공심 (씁쓸하게) 근데 다른 여자한테 눈길 주길래... 그만 뒀어요.
강회장 뉘집 자식인지 바람기가 다분한 놈이구만. 그런 놈 때려치기 잘 했어.
우리 아들 만나볼 테야?
공심 예? (미소로) 몇 살인데요?
강회장 그눔 나이가 서른 셋이지. 아마...
공심 에이, 나보다 다섯 살 차이나 어린데...
강회장 뭐가 어때서? 우리 마누라도 나보다 다섯 살 많았는데...
공심 (의외다) 정말요?
강회장 나 두고 먼저 간 거 빼고는 하나도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었지.
공심 아~ 그러셨구나.
강회장 어때? 한번 만나볼 테야?
공심 글쎄요. (미소짓는)
도경집 거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뒤로하고 봉선, 수건 개고 앉아 있으면
도경, 장부 들고 방에서 나온다.
도경 (봉선 옆으로 앉는) 이놈의 비가 도통 그칠 생각을 안 하네.
봉선 (수건 개며) 그러게. 노처녀 가슴에 비수 꽂듯 줄기차게도 내려친다.
아주 구멍이 숭숭 나겠네.
도경 요 며칠 계속 희희낙락이더니 또 웬 청승?
봉선 쉬라고 만든 일요일에 만날 사람이 있나, 갈 때가 있나.
도경 (피식 웃고 장부 펼쳐 꽂아둔 영수증 꺼내며) 자, 돈으로라도 구멍 난
가슴 메꾸셔.
봉선 (바짝 앉으며 그세 기분 좋은) 그럴까? 우리 얼마 벌었어?
(E) 이때, 거침없는 천둥번개 소리 들리고
봉선 아유, 깜짝이야.
도경 (순간 걱정스런) 아무래도 가게 좀 나가 봐야겠다.
봉선 왜?
도경 주방 뒤쪽 문 열어뒀나 싶어서... 비 들이쳐서 엉망되면 큰일이잖아.
봉선 으유, 사서 걱정하지 말고 그냥 있어. 귀찮게.
도경 아냐. 재료 사다논 것도 있는데 시간 있을 때 빵 맛 업그레이드 시킬 연
구해야지.
찬우 빌라트
강회장 문 열고 들어서면
찬우 (소파에 앉았다 일어나며) 점심 전에 오신다더니 어디 다녀오셨어요?
국 다 식었을 텐데... 금방 데워 드릴게요.
강회장 자식... 미안하지만 이쁜 처자랑 요기하고 왔다.
찬우 이쁜 처자요?
강회장 (씩 웃고) 몰라도 돼. 참, 이따 박회장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니가 데려
다 주련? 황기사도 주일인데 쉬어야지.
찬우 네. 그럴께요. 아버지.
공심 빌라트
소파에 앉아있는 공심.
강회장(e) 뉘집 자식인지 바람기가 다분한 놈이구만. 그런 놈 때려치기 잘 했어.
우리 아들 만나볼 테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공심.
찬우 차 안
찬우, 운전 중이고 뒷좌석에 강회장 앉았다.
찬우 모처럼 귀국하셨는데 저랑도 시간 좀 보내세요.
강회장 일 없어. 다 늙은 내가 너랑 어울려 뭐하게. 넌 나랑 어울릴 생각 말고
어여 이 애비한테 손주 안겨 줄 생각이나 해.
찬우 죄송하지만 아직은 결혼 생각 없어요.
강회장 그 선생 때문에 그러냐?
찬우 (선뜻 확답 못하는)
강회장 자꾸 뜸들이면 내가 먼저 선수 칠 줄 알아. 그렇잖아도 내가 점찍어 둔
처자가 하나 있어.
찬우 (별 반응 없고)
강회장 왜? 이 애비 눈 못 믿냐?
찬우 아버지도 참...
강회장 니 애비 아직 여자 볼 줄 알아. 내가 괜찮다 싶음 여자면 너도 맘에 들
거야. 달리 부전자전이겠냐.
찬우 (부러 화제 돌리는) 있다 몇 시에 데리러 올까요?
강회장 일없어. 뭐 하러 기름값 들게 데리러 와. 박회장 만난 김에 바래다달라
면 되지. 넌 니 일이나 봐.
찬우 (미소 짓는) 네.
커피전문점 앞
비 그친 상태.
우산 들고 걸어오는 도경.
커피전문점
빵 반죽하는 도경. 재료들 꺼내져 있다.
도경 내 정신 좀 봐. 재료 새로 사논 걸 집에 놓고 왔네. 할 수 없지.
우선 있는 걸로 만들어보지 뭐.
반죽에 재료들 넣으며 열심히 반죽하는 도경.
(시간경과)
이거 저거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만들어놓고 흐뭇하게 보는 도경.
도경 (하나 집어먹고는 고개 갸우뚱하는) 재료가 다른데 맛은 왜 비슷한 거
지? 봉선이 불러서 시식 좀 하랠까?
(E)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도경 (봉선인 줄 알고 웃는) 기집애, 눈치 하난 빨라요.
일각에 놓인 핸드폰 집으면 찬우다.
망설이다 전화기 드는 도경.
도경 그래. 찬우야... (사이)... 어디긴? 가게지.
도경네 주방
식탁 치우는 봉선.
반찬을 냉장고에 넣다가 일각에 재료 든 봉지 놓인 거 발견한다.
봉선 기집애. 정신도 참.
7080카페
(감독님이 만들어서 찍었음)
7080 무대 위
상기와 봉희, 세뇨르 복면을 쓴 채로 무대에 섰다.
용사장이 준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MR 시작되고, 세 명의 코믹춤과 봉희의 노래 실력이 어우러져 멋진 공연이 만들어지는데.
테이블의 손님들, 처음엔 반응 없다가 점점 신나는 노래에 빠져들어 박수치고 호응하며 폭발적인 반응 보이기 시작한다.
손님들의 반응에 더욱 신난 봉희, 더욱 열정적으로 공연하는데.
노래가 끝나자 손님들 ‘앵콜’ 소리 지른다.
봉희와 상기, 복면 벗으며 서로 얼싸 안는데.
상기 (감동에 찬) 어떡하냐, 봉희야. 우리 대박 날 거 같아~
봉희 (감동) 인마, 난 지금 당장 여기서 죽어도 한이 없을 거 같아~
용사장, 멀리서 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데.
커피전문점 주방 (밤)
그럴싸한 다양한 종류의 빵들 보이고.
찬우, 중앙 스테인레스 테이블에 앉아 있다.
도경, 막 구운 빵을 오븐에서 꺼내 찬우 옆으로 올려놓으면
찬우, 폴짝 뛰어내려 감탄어린 눈길로 본다.
찬우 모양은 일단 합격!
도경 맛도 봐봐.
찬우, 찬찬히 살피더니 새로 구운 빵을 집어 한입 베어 문다.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먹는데
지켜보는 도경, 평가 기다리는 초조함에 잔뜩 긴장한 기색이다.
찬우, 점점 표정 굳으며 고개 젓는데.
도경 (실망한) 또 별루야?
찬우 음...
도경 뜸들이지 말고 솔직히 말해.
찬우 (도경 보며 활짝 웃는) 이번 건 제대룬데!
도경 (그제야 표정 밝아지는) 놀랬잖아.
찬우 내 기억에 누나 솜씨가 이렇게 좋았던가? 역시 아줌마가 되면 손맛부터
달라지나봐.
도경 계속 놀려라.
찬우 (다른 것도 먹으며) 이거 종류별로 다 팔면 안 될까? 에이, 나 혼자 먹
긴 아깝다.
도경 그건 아니지. 가게 주인이 빵 만들 수 있게 특별히 편의 봐 준건데. 대
신 내가 커피를 더 많이 팔아줘야지.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잖아.
찬우, 그런 도경의 마음 씀씀이 그저 예쁘다.
도경 향해 환한 미소 흘리고 빵 하나 집어 든다.
찬우 (도경에게 먹여주는) 아~ 해봐.
도경 됐어.
찬우 맨날 만들기만 했지 얼마나 맛있는지 정작 본인은 모르잖아. 자, 눈 감고 아~ 해봐.
도경, 피식 웃고는 눈 감고 입 벌리고 마지못해 받아먹는 찰나,
봉선(E) 도경아!!
도경과 찬우, 놀라 돌아보면 어느새 봉선이 떡하니 보고 섰다.
봉선, 벌어진 광경에 아연실색하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도경과 찬우 역시 난감하다.
집 근처 골목
봉선, 말 안하고 앞서 걷고
도경, 눈치 보며 뒤따라가는.
놀이터 (밤)
벤치에 나란히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봉선과 도경.
봉선 올케... 이사장님이랑 바람 난 거야?
도경 그런 거 아니야.
봉선 그런 거 아니면? 내가 본 건 뭐야?
도경 (망설이다) 사실... 그 사람 내 첫사랑이었어.
봉선 (놀라) 그럼 너 졸업공연 때 니가 공항에 찾아갔다던 그 남자가 이사장
님이란 말야?
도경 응.
봉선 (허걱해) 우리 봉희도 알고 있는 거야?
도경 (고개 끄덕인다)
봉선 (울컥해) 불쌍한 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도경 (미안하다)
봉선 (머리 속으로 계산하듯) 그럼 공심이랑 봉희랑 첫사랑이고... 너랑 이사
장님이랑 첫사랑이고... 공심이랑 그 사람이랑 사귀는 사이고... 너는 봉
희랑 이혼 했고... 아씨... 니들 뭐가 이렇게 복잡해.
도경 복잡할 거 없어. 공심이랑 찬우 정리했고, 나랑 봉희랑 이혼했고...
그게 다야.
봉선 (덜컥해서) 도경아, 나... 올케 시누이를 떠나서 친구로서, 너 믿을 꺼야.
(당부하듯) 너 절대로 애들 두고 딴 남자랑 바람 안나. 그치?
도경 ... 봉선아!
봉선 (보면)
도경 나, 너한테 친구로서 말할게... 과거에는 나봉희 아내로 살았고, 앞으론
우리 애들 엄마로 살 거야.
봉선 (안도하는) 그럼... 당연하지.
도경 (아프게) 근데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여자로
살고 싶어.
봉선 (그 말에 충격 받아 멍한)
도경 친구로서 니가 날 좀 이해해주면 안되겠니?
봉선 (굳은 채로) 나 먼저 일어날게. (그대로 일어나 천천히 걸어가는)
도경 (씁쓸한 표정이다)
문화의 전당 (전경) - 다른 날
공심(E) 나선남이라니?
단장실
공심, 책상에 앉아 불쾌한 얼굴로 교환환생 명단 파일 보고 있다.
불려와 서 있는 진섭.
진섭 (조심스럽게) 이사장님 추천입니다. 단장님과 협의된 사항이라 들었는
데...
공심 (어이없다)
공심, 불쾌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나간다.
진섭, 영문도 모르고 당황해서 서 있는데.
이사장실
공심과 찬우, 마주앉아 있다.
공심 (불쾌한) 사적인 감정으로 이러시면 안되죠, 이사장님!
찬우 (태연히) 부단장님께 나선남 학생 실력이 탁월하다 들었는데 공정한 추천 아닌가요?
공심 (아무 말 못하고 울그락 불그락)
공심, 애써 감정 추스르며 나가는데.
그런 공심을 바라보는 찬우도 마음 안 좋다.
복도
공심, 부르르 떨며 서있다.
공심 그래, 니가 찬우씨 꼬드겨서 이딴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커피전문점
복주, 테이블에 앉아있다.
손님들도 제법 있는데. 봉선, 손님들 주문 받는라 바쁘다.
도경 (빵하고 차 내오며, 반갑게) 드세요.
복주 아유, 바쁘신데 제가 괜히 왔나 보네요. 근처에 일 있어서 왔다가 장사 잘 하시나 잠깐 들린 건데...
도경 아니에요, 잘 오셨어요.
복주 바쁘실 텐데 일 보세요. 전 괜찮으니까. (하는데)
손님들 들어온다.
도경 (손님들 보며) 그럼, 부족한 거 있으시면 부르세요. (가는데)
선남과 찬영이 들어온다.
선남 (잔뜩 신나서 들어오며 도경 보자마자 큰소리로) 엄마, 나 됐어요!!
도경 (놀라서) 뭐가?
선남 나, 리옹발레단 교환학생 됐어요.
도경 (기쁜) 어머, 정말? 너무 잘됐다! 축하해!! (선남을 껴안고 울먹이며) 장하다, 우리 아들!!
선남 찬영이도 됐어요.
도경 잘됐네.찬영아. 축하해!
찬영 고맙습니다. (웃는)
봉선 (주문 받다 말고 뛰어나와 좋아라) 정말이야? 그럼 우리 선남이가 교환학생으로 프랑스 가는 거야?
선남 (신나서) 네, 고모!!
봉선 (선남이를 격하게 끌어안으며 기쁨의 눈물 흘쩍이는) 고모는 우리 선남이가 될 줄 알았어. 그럼!! 니가 안되면 누가 돼!! 잘났다! 내 조카!!
손님들, 다 쳐다본다.
도경, 그제서야 주위 시선 의식하며 봉선 자제시킨다.
도경 (봉선 나무라지만 기쁜) 손님들 기다리시잖아.
봉선 (들뜬) 지금 손님이 문제냐? 우리 선남이가 프랑스 간다는데? 오늘은 가게 이만 접고 파티하자!!
선남 (곤란한) 고모, 저 찬영이랑 학교친구들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도경 파티는 밤에 하면 되니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다 와.
선남 (신나서) 네! (찬영과 뛰어나간다)
봉선 (선남 보며) 우리 선남이 만세다!!
도경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
복주, 그 모습 보며 흐뭇하게 보는.
문화의 전당
도경, 과일바구니와 빵 포장한 상자 양 손에 잔뜩 들고 걸어간다.
퇴사 후, 또 다시 이곳을 걸어가자니 만감이 교차되는데.
(플래시 백)
회의실에서 찬우 발견하고 도경이 도망치던 장면.
식당에서 식판 들고 찬우를 피해 도망치던 장면.
엘리베이터에서 찬우과 도경이 들고 있던 파일 대신 들어주던 장면.
옥상에서 둘이 앉아서 다정하게 얘기하던 장면.
미소 지으며 걸어가는 도경.
단장실
공심,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다.
노크 소리 들리고 도경, 쓴 미소 지으며 들어온다.
공심 (싸늘히) 니가 여긴 웬일이야?
도경 (미소 지으며) 웬일이긴... 고마워서 왔지.
공심 김비서, (파일 내밀며) 자료실 가서 이거 분기별로 좀 정리해 와.
비서 나가고.
도경과 공심, 손님용 소파에 마주 앉는다.
도경, 테이블 위에 과일상자와 빵 상자 내려놓는데.
공심 (여전히 싸한) 그게 뭐야?
도경 (미안하다. 머뭇거리며) 저기... 선남이 추천해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니가 나 때문에 우리 선남일(하는데)
공심 니 아들 실력으로 된 거 아니야. 니가 더 잘 알 텐데, 이사장님 빽인 거.
도경 (놀란)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공심 (어이없는) 무슨 말인지 정말 몰라서 물어?
도경 (받아치는) 그게 무슨 말이냐구!
공심 (비아냥) 차도경, 너 진짜 뻔뻔하다. 왜? 이사장님이 너한테 커피전문점
차려준 것도 내가 모르고 있는 줄 아나본데...
도경 (뜨아해서) 너...!
공심 왜, 그것도 너는 모르는 일이라 그러지 그러니?
도경 (그 말에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데) ...
복도
도경, 감정 격해져 빠르게 걸어가는데.
도경 (믿기지 않는)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히 집 주인이 친구 가게라 그랬는데...
복주(E) 하하하... (시원한 웃음소리)
이사장실
찬우와 복주, 마주 앉아 대화 나누고 있다.
복주 완전 감동의 도가니였다니까. 선생님 좋아하는 거 보니까 내가 다 가슴이 뭉클하드라.
찬우 (웃는)
복주 이사장 빽이 좋긴 하다.
찬우 빽은 무슨. 누나 아들이 실력이 있으니까 된 거지.
복주 이 자식, 끝까지 멋있는 척은!
찬우 암튼 신경써줘서 고맙다.
복주 선생님하고 잘되면 한턱 거하게 쏴라.
찬우 (어깨 툭 치며) 알았어, 임마.
복주 (시계 보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 그만 들어가봐야겠다. (일어서는)
이사장실 앞
찬우, 복주를 배웅하러 같이 나온다.
도경, 걸어오다가 두 사람 발견하고 놀라는.
그런 도경을 본 찬우와 복주도 당황하는데.
옥상
도경과 찬우, 차가운 기류 사이로 마주 섰다.
도경 왜 그랬어?
찬우 누나...
도경 (OL) 그 누나 소리도 그만해. (원망의 눈빛) 니 맘대로 행동하고 결정하
고, 이렇게 사람 뒤통수 쳐놓고 넙죽 절이라도 받을 줄 알았니?
찬우 (마음 몰라줘 안타까운) 그냥... 돕고 싶었을 뿐야.
도경 니 눈에도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이든?
찬우 누나가 불쌍한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더 불쌍해서 그랬어.
도경 ...
찬우 옆에 두고도 마음대로 내 속, 다 들어낼 수 없으니까. 그렇게라도 내가
옆에 있다는 거 확인시켜주고 싶었어.
도경 (서서히 눈물 그렁이는)
찬우 (아픔 애써 참는) 그러니까 잘 살았으면 됐잖아. 옆에 얼씬도 못하게 잘
살았어야지...
도경, 끝내 참았던 눈물 쏟아내면
찬우, 역시 밀려오는 아픔 주체 못하고 도경을 가만히 감싸 안는다.
문화의 전당 일각
도경과 찬우, 말없이 나란히 걷고 있다.
도경 (잠시의 침묵 깨고) 고마워.
찬우 ...
도경 선남이 일도 그렇고, 집 문제 해결 준 것도 그렇고... 가게까지... 난 뭐
이렇게 너한테 고마운 것 투성이냐.
찬우 그렇게 고마우면 주말에 데이트해요.
도경 (차마 싫다고 못하는)
찬우 (속내 고백하듯) 우리 사이에 꼭 뭘 하자는 거 아니야. 우리 앞으로 가
야할 인생길... 굳이 사람들 보란 듯이 손 꼭 잡고 걷지 않아도 되잖아.
그냥 이렇게 나란히 같이 걸어요...
도경 (무슨 뜻인지 알고 짠하게 찬우를 보는)
그런 도경의 손을 잡고 이끄는 찬우.
찬우 가요, 어서... (도경 손 잡고 이끌며) 손 잡고 걷는 것도 나쁘진 않네.
뭐...
도경 (손 빼며) 누가 보면 어쩌려구...
찬우 (피식 웃고) 우리 누나 정말 겁쟁이네.
도경 (앞서 가며) 가. 얼른!
앞서 걷는 도경 옆에 따라붙어 나란히 걸어가는 도경과 찬우.
단장실
공심, 창가에 서서 도경과 찬우 다정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 본다.
원망과 미움, 애증 등 복잡한 심정을 담아 그들을 쳐다보는데.
공심 (노려보며) 끝까지 가보겠다. 이거지?
공심빌라트 앞
공심과 강회장, 벤치에 앉아 얘기중이다.
공심 (눈물 글썽이며) 깨끗이 잊어야겠죠?
강회장 (안스런) 그런 몹쓸 사람들이 있나... 쯧쯧쯧, 애도 셋씩이나 있으면서 친구 애인을 뺏긴 왜 뺏어. 그 남자도 그렇지. 꼬리친다고 옆에 귀한 사람 놔두고 곰방 마음 흔들려선. 그런 놈은 사랑할 가치가 없는 놈이야.
공심 근데, 저 바보같이 그 사람... 아직도 사랑해요.
강회장 (공심의 어깨 다독이며) 많이 힘들겠네.
공심 이런 얘기 창피해서 어디서도 못했는데...
강회장 속상한 일 있으면 다 얘기해. 친구 좋다는 게 뭔가.
공심 (쓰게 웃으며) 친구를 하나 잃고 좋은 친구 하날 만났네요.
강회장 아, 우리 아들놈이 여자 친구만 없었어도 소개시켜줬을 텐데...
공심 어떤 분인진 모르지만 어르신 보면 좋은 분일 꺼 같네요.
강회장 지가 사랑하는 여자 하난 끝까지 책임지는 놈이지.
공심 (순간 표정 싸해지는)
강회장 주말에 여자 친굴 소개시켜 준다는데, 내가 다 떨리네. 우리 아들이 한
번도 그런 적이 없거든.
공심 (속으로 부르르) 아드님 여자 친구분한테 기대 같은 거 없어요?
강회장 죽기 전에 손주 하나 떡하니 안겨주면 그만이지. 이 나이에 뭘 더 바라
겠어?
연습실(다음날)
리옹발레단 교환학생으로 뽑힌 선남과 찬영을 비롯한 나머지 세 명이 열심히 발레 연습하고 있다.
진섭 (한명씩 동작 교정해주며) 양쪽 골반과 양쪽어깨는 항상 스퀘어박스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쏘떼 제대로! 그렇치, 발가락을 밀듯이 그대로 앞으로 곧게 뻗어야지!!
진섭의 말에 기울이며 아이들 동작 연습하는데.
진섭 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연습 충분히 해 오도록 해.
아이들 수고하셨습니다.
진섭 나가려는데 단장실 비서가 들어와서 진섭에게 무언가 말한다.
진섭 (선남에게) 나선남. 단장님실로 가봐.
선남 예?
진섭 단장님 호출이셔!
선남 (뭔 일인가 싶은)
단장실
선남, 단장실 문 열고 들어서는데
단장 (다정하게) 선남이 왔구나.
선남 단장님, 무슨 일로...
단장 (서류 주며) 이거 이사장님께 좀 전해주고 올래?
선남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단장 급한 서륜데 이사장님이 외부에 계셔서 말이야. 비서도 다른 일이 있어
서 못갈 처지라 니가 내 심부름 좀 해줬음 하는데... 그래줄 수 있겠니?
선남 (밝게) 그럼요!
환하게 웃으며 서류 받아드는 선남과 달리 공심의 표정 싸늘해진다.
몽타주
도경과 찬우 백화점 쇼핑 중이다.
- 옷 매장.
도경, 소파에 앉아있으면 새 옷(고급스런 원피스)을 입은 도경 나온다.
찬우, 아니라는 표정 지으며 다른 옷 내밀고, 도경 다시 옷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는.
- 소품 매장
새 옷 입은 도경의 의상에 맞춰 핸드백 메고 거울 보는.
도경의 뒤에 선 찬우, 거울 속으로 엄지손가락 들어 보이며 미소짓는.
- 신발 매장.
새 옷 입은 도경, 소파에 앉아있으면
찬우, 자신이 가지고 온 구두 직접 도경에게 신겨준다.
도경, 민망해서 발 피하지만 찬우, 신겨주고는 만족스러운 얼굴이다.
찬우, 신발까지 제대로 갖춰입은 도경에게 손 내밀고
도경, 수줍게 찬우의 손 잡고 일어서는데.
레스토랑
변신한 도경과 찬우 마주 보고 앉아있다.
찬우, 계속 실실거리며 도경 보는데.
도경 (무안해서) 그만 좀 봐. 사람 민망하게...
찬우 왜요? 내 눈 가지고 내 맘대로 보지도 못하나?
도경 (투정부리듯) 딴 데 쳐다봐, 그럼.
찬우 누나 오늘 진짜 예쁘다.
도경 (괜히 얼굴 붉어지는데, 부러) 원래 이뻤어.
찬우 (귀엽다. 괜히 딴짓하며) 뭐 먹을까?
강회장 들어온다.
찬우 (벌떡 일어나 손 들며) 아버지, 여기에요.
도경 (놀라서 보는데)
(시간경과)
도경과 찬우 나란히 앉아있고 맞은 편에 강회장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 세팅된 음식들 먹고 있는데.
강회장, 인자한 미소로 도경을 보고
도경, 잔뜩 긴장한 얼굴로 강회장과 눈 마주치면 어색한 미소 짓는다.
도경, 강회장 앞이라 찬우한테 뭐라 말도 못하겠고 테이블 아래로 자꾸 죄없는 찬우의 발만 밟아댄다.
찬우, 당황한 도경이 귀여운지 밥 먹다 자꾸 큭큭 웃는.
도경, 그런 찬우가 얄미워서 더욱 세게 발 밟는데 찬우 피하고
강회장 발 밟고 마는데.
강회장 (놀라) 아!!
도경 (더욱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 ...
찬우 (큭큭 웃으며) 아버지, 죄송해요.
강회장 이 녀석이 오늘 뭘 잘못 먹었나? 밥 먹으면서도 실실거리더니 애비 발까지 밟고 뭐가 좋다고 웃어? (도경에게) 이 녀석, 평소에도 이렇게 실없어요?
도경 (당황해서) 네?
찬우 (뻔뻔하게) 아버지도 참. 어머니랑 연애하실 때 생각해 보세요. 좋은데 안 웃어요?
강회장 아가씨한테 이 녀석이 빠져도 단단히 빠졌구만.
도경 (아가씨 소리에 찔려) 저는... (하는데)
찬우 우리 도경씨 어때요?
도경 (왜 이러냐는) 찬우야 (하다가 강회장 눈치 보며) 찬우씨...
찬우 (푸하핫 웃어대는데)
도경 (얼굴 화끈거리는데)
강회장 (웃으며) 올해 나이가?
도경 ... 서른 아홉인데요.
강회장 (의외로 나이가 있다는 사실에 고개 끄덕이는데) 흐음...
찬우 아버지, 어머니랑 똑같죠, 뭐.
도경 ?
찬우 다섯 살 연상이셨거든요. 우리 어머니가.
강회장 (무안했는지 괜히 헛기침하는) ....
찬우 아무래도 이게 다 아버지 유전자 탓인 가 봐요.
강회장 녀석 거 참 되게 수다스럽네. 알았다. 애비노릇 좀 한번 해보려고 했더니 계속 태클이네. (도경에게 친절히) 불편해하지 말고 들어요.
도경 (조신하게) 네... (포크로 음식 집어 입에 넣는)
강회장 참한 처자구만. 우리 아들이 목멜 만 했네. (찬우 보며) 기분이다. 서류
가져와. 내 바로 결제 싸인 해줄 테니...
도경 (먹다말고 뭔 말인가 싶어 보면)
찬우 고맙습니다. 아버지!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도경 (다시 포크로 음식 집어 먹는데)
강회장 (도경 보며) 먹는 모습이 생전에 우리 마누라랑 똑 같네.
찬우 그쵸? 아버지?
강회장 올해 넘기지 말고 좋은 날로 날 잡자.
도경, 그 말에 컥! 하며 테이블 위에 놓인 물잔 들어 물 마시는데
강회장, 그런 도경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그때, 서류를 든 선남이 들어온다.
곧바로 찬우 발견하고 걸어오는데
찬우 옆자리에 앉은 도경을 발견하고
선남 (놀라서) 엄마!!
강회장 (엄마 소리에 놀라는) 엄마?
찬우 (당황스런)
도경, 급당황한 얼굴로 선남과 찬우를 번갈아보는데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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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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