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13
레스토랑 - 12부 엔딩 연결
선남, 찬우와 강회장과 같이 있는 도경을 보고 당황하는.
선남 (놀라서) 엄마!!
강회장 (엄마 소리에 놀라는) 엄마?
찬우 (당황스런)
도경 (당황해서 벌떡 일어나며) 선남아...
강회장 (불쾌해서 일어나 나가며 찬우에게) 고얀 놈!!
찬우 (다급하게 일어나며 도경에게) 누나, 잠깐만요. (강회장을 뒤쫓아나가
고)
선남 (도경에게) 엄마가 왜 여기...
도경, 뭘 어떻게 말해야할지 난처해서 선남 쳐다보는데.
찬우(E) 아버지!
호텔 입구
강회장 서 있으면, 찬우 쫓아 나오고.
찬우 (착잡한) 아버지...
강회장 (노여운 얼굴로 찬우를 보는데) ...
찬우의 차 호텔입구에 서고, 황기사 나와 뒷문 열어준다.
강회장 타라.
찬우 아버지...
강회장 (노여운 삭이며) 집에 가서 얘기하자.
찬우 먼저 가세요. 있다 집에서 뵙겠습니다.
강회장, 찬우를 노엽게 보다 차에 오른다.
황기사, 문 닫아주고 강회장을 실은 찬우의 차 떠난다.
찬우, 심란하게 차 바라보다 뒤돌아서는데.
레스토랑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는데 도경의 모습, 안 보인다.
찬우, 심란함과 안타까움에 휩싸이는데.
인근 공원
도경과 선남, 벤치에 앉아 있다.
선남 옆에 서류 든 봉투가 놓여있다.
도경, 죄 지은 사랑마냥 미안한 얼굴로 한동안 말이 없다.
선남 그리고 엄마... 저 유학 안 갈래요.
도경 (놀라)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선남 저 추천하신 분... 단장님이 아니라 이사장님인 거 알아요.
도경 (허걱) 누, 누가 그래?
선남 마샤단장님이요. 이사장님께서 특별히 추천한 거니까 더 잘해야 한다
고 하시면서 이 서류 이사장님께 갖다 드리라고 하더라고요.
도경 그래. 선남아, 그니까 더 잘할 생각을 해야지. 왜 포기를 해?
선남 싫어요. 엄마 이러는 거...
도경 니가 뭔가 오해하나 본데... (하는데)
선남 (O. L) 저 때문에 이사장님이랑 만나시는 거라면... 저 프랑스 유학
포기할 꺼라구요!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뛰어간다)
도경 선남아!! (안타까운 표정으로 선남을 보다가 잠시 후 선남이 놓고 간 서류 든 봉투를 보고는 괘씸한) 나쁜 기집애!!
단장실
창가에 선 공심, 분노에 찬 표정 역력하다.
공심 (복수심에 찬 눈빛) 차도경! 속 좀 뒤집어졌을 거다. 그러게, 그 자리가
어떤 자린데... 감히 나한테 도전장을 내?
(E) 울리는 공심의 핸드폰 벨소리.
발신자 보면 도경이다.
공심,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듯 무덤덤하게 전화 받는다.
공심 (사무적으로) 무슨 일이야? ... (사이)... 용건만 간단하게 말해. 나 너랑
길게 말 섞고 싶지 않으니까... (사이) ... (도도하게) 그래서? ... (사이)
... 좋아. 만나달라니 만나주지 뭐. (비릿하게 미소 짓는)
건물 옥상
공심이 계단 올라오면 열불 난 표정의 도경이 서류통투를 든 채 기다리고
서 있다.
공심 (도경 똑바로 응시한 채 다가서는데)
도경 (다짜고짜) 야! 장콩심이~ 찬우랑 내 사이 갈라놓고 나니까 이제 속이
후련하냐?
공심 (지지 않고) 나랑 찬우씨 사이에 껴들어 갈라 논 사람이 누군데?
도경 그래서 남자 하나 잡으려고 치사하게 어린 애를 이용해?
공심 (비꼬며) 아들 앞에서 선보는 기분이 어떠디? (비웃는) 아주 볼 만
했겠다.
도경 (노려보며) 니가 우리 선남이 그 자리에 보낸 거 알면 찬우가 널 어떻
게 볼까?
공심 (픽 웃고) 왜? 고자질이라도 하려구?
도경 내가 넌 줄 알어? (서류 봉투를 공심 앞에 툭 던지고) 옛다 이년아.
공심 냉큼 찬우씨한테 가서 일러바칠 줄 알았더니 예상 밖인데? 아하~ 선
남이 교환학생으로 뽑힌 거 땜에 몸 사리는 구나.
도경 (어이없는) 니가 내 자식 앞길 막으려고 아주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
구나?
공심 웬 헛소리?
도경 니가 그랬대며? 우리 선남이 이사장님 빽으로 밀어준 거라고...
공심 근데?
도경 우리 선남이 드러워서 유학 안간댄다.
공심 (콧방귀 뀌고) 왜? 이사장님이 개인 돈 들여서 보내준대디?
도경 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생각하는 거 하고는... (열 받아) 앞으로
너, 한번만 더 우리 선남이 볼모로 잡기만 해봐. 그땐 나도 정말 가만
안 있을 테니깐. (뒤돌아서 간다)
공심 (흘겨보며 혼잣말로) 차도경! 많이 컸다. (불쾌한) 지금 누가 누굴 협박
해?
도경집 앞 골목 (밤)
도경, 터덜터덜 걸어오면
찬우의 차, 골목에 세워져있다.
도경, 멈칫해서 보면.
찬우 (차에서 내려 도경에게) 누나! 우리 얘기 좀 해요.
도경 (차갑게) 너랑 더 이상 할 얘기 없어.
찬우 ....
도경 어떻게 그런 자릴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찬우 (그 말에 변명하려는데) 누나...!
도경 잘 가라.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간다)
찬우 (얼얼한 표정으로 도경을 보고 선)
도경집 앞 (밤)
아픈 마음 추스리며 걸어오는 도경,
대문 앞에 다가서자 호흡 가다듬고는 대문 열고 들어간다.
달리는 버스 안 (밤)
찬우, 자리에 앉아 착잡한 얼굴로 창 밖 보고 있다.
창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앞에 앉은 연인들, 서로 툭탁툭탁 장난치며 애정 행각 벌이는 중이다.
남, 여자 친구의 볼 꼬집고 장난질이다.
여 (밉지 않게 투정하는) 하지 마, 하지 말라니까..
남 (사랑스럽게 보며) 귀여워서 그러지. (다시 장난치듯 볼 꼬집는데)
여, 뾰로통해져 삐친 척 하면
남, 여자의 어깨 위에 손 올리며 슬쩍 이어폰을 여자의 한쪽 귀에 꽂아주고 자신의 귀에도 이어폰 꽂는다.
여, 못이기는 척 남자친구의 어깨 위에 머리 기대고 같이 음악 듣는...
(플래시백)
-11부 버스 안에서의 도경과의 추억.
찬우, 도경 옆에 앉으려고 도경을 쫓아다니며 실랑이 벌이고.
찬우 꾸벅 꾸벅 졸면 차마 손으로 잡아주지 못하고 자신의 어깨를 내주는 도경.
찬우, 그 기억이 떠올라 더욱 씁쓸해지는데...
버스정류장 (밤)
빗줄기 강해지고 버스 서자 내리는 찬우.
비를 피해 버스정류장 대기 의자 앞에 선다.
찬우, 버스정류장 대기 의자에 가만히 앉는데.
도로 위 + 공심 차 안 (밤)
운전 중인 공심, 창 밖에 시선 두는데
집 근처 버스정류장 대기석에 앉아있는 찬우를 발견한다.
공심, 백미러로 멀어지는 찬우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버스정류장 (밤)
고개 떨구고 대기 의자에 혼자 앉은 찬우,
도경 생각에 심란한데...
공심(E) 찬우씨~!
찬우, 고개 들고 보면 우산을 쓴 공심이다.
공심 비 오는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요?
찬우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공심 (안쓰럽게 보는)
(시간경과)
찬우 옆 자리에 앉은 공심.
심각한 표정으로 말없이 앉은 찬우의 눈치를 살피는데...
공심 (마음의 소리) 지 아들 앞 길을 생각한다면 내가 선남이 보낸 거 말 안
했겠지. (하는데)
찬우 (낮게) 마샤...
공심 (뜨끔해서 보는)
찬우 마샤가 그랬죠. 그 사람 보면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거... 사랑이라고...
공심 (또 도경이 때문이구나 싶은)
찬우 이젠 정말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힘드네요.
공심 (걱정스런 말투로) 도경이 참 나쁘다. 찬우씨를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찬우 (씁쓸하게 웃고는 힘든 한숨을 푹~ 내쉬는데)
공심 (그런 찬우 보며 마음의 소리) 찬우씨 편이 돼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도경이가 너무 밉네요...
찬우빌라트 (밤)
강회장, 소파에 앉아 신문보고 있는데
찬우, 현관문 열고 들어선다.
찬우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강회장 (신문에 시선 둔 채) 내가 자식농사를 잘못 지었더구나.
찬우 (등 돌린 채 우뚝 멈추는)
강회장 이렇게 사리분간 못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녀석인 줄, 내 속으로 낳고도
몰랐어.
찬우 (돌아서 정중히)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강회장 (신문 덮는) 앉아라.
찬우 (가서 앉는)
강회장 더 이상 큰소리 안내도 알아서 잘 처리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내가
잘못 본 게냐?
찬우 ...
강회장 긴말 할 것 없다. 박회장 딸 다음 달에 귀국한다드라. 한번 만나봐. 억
지로 인연 엮는 거, 정 내키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여자를 데려오던가.
찬우 결혼 문제만큼은 아버지 뜻 따를 수 없어요.
강회장 (부아 치미는) 뭐야? 이 노무 자식이!
찬우 (일어서는) 죄송합니다. (목례하고 방으로 가는)
강회장 (인상 구기는)
도경방 (밤)
침대 위에 봉선과 등 돌리고 누운 도경,
찬우 생각에 통 잠을 못 이룬다.
옆자리 봉선은 곰 인형 끌어안고 잘 자고 있다.
도경, 조용히 일어나 나가는데.
도경집 거실 (밤)
도경, 창가에 서서 심란함 떨쳐내려고 노력하지만 잘되지 않는...
선녀, 방에서 불빛 새어나오는 거 보고 방 문 열어본다.
선녀방 (밤)
선녀, 열심히 공부중이다.
도경 잠 안자고 아직까지 공부한 거야?
선녀 (돌아보고) 시험기간이잖아.
도경 (기특하게 보며) 너무 무리하진 마. 몸 상해.
선녀 알았어요. (도경 보고 빙긋 웃으며) 힘든데 학원 끊어줘서 고마워, 엄마.
도경 (선녀의 어깨 툭툭 다독이며 웃는데)
선녀 나,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도경 (선녀의 머릿결 쓰다듬으며) 그래, 열심히 해. 우리 딸.
선녀 당연하지, 울 엄마 꿈나문데. (환하게 웃고)
도경, 다짐이라도 하듯 선녀를 꼭 껴안아주는데.
도경집 거실 (밤)
도경, 선녀 방에서 나와 불 꺼진 선웅 방으로 짠하게 응시하고는 창가에
선다.
찬우 생각에 심란한데...
그때 선남이 방문 열고 나온다.
도경, 인기척에 선남을 돌아보는데
선남 (다가와서) 엄마, 아까 나 때문에 속상했죠?
도경 선남아...!
선남 (진지하게) 나 엄마 믿어요!!
도경 (보는)
선남 아빠도 안계신데 엄마가 저희를 힘들게 할 리가 없잖아요?
도경 (울컥해서 선남을 꼭 끌어안으며) 그래. 엄마 믿어.. 우리 아들!
선남을 끌어안은 도경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커피전문점 전경 (다음날)
커피전문점
오픈 직전의 분위기.
봉선, 바닥 청소 중이고
도경, 테이블 닦다가 문득 시선 느껴져 문득 창밖을 내다보면,
일각에 서서 안타깝게 보고 있는 찬우 모습 발견한다.
도경, 찬우와 잠시 눈 마주치지만 애써 외면하며 다시 바쁘게 일한다.
찬우, 그런 도경을 창밖에서 안타깝게 보고 서 있는데...
그런 도경과 찬우를 의식한 봉선, 힐끔힐끔 두 사람 눈치 보며 속상해 미치겠는 눈치다.
도경 (걸레를 탁 내려놓고) 봉선아, 우리 얘기 좀 해.
봉선 어? 무슨?
도경 우리 여기서 장사하는 거 포기하자.
봉선 (놀라는) 그게 무슨 말이야?
도경 (창 밖의 찬우에 눈길 잠시 주고는) 이 가게 주인... 저 사람이야.
봉선 뭐? (창 밖의 찬우를 보는데)
봉선을 의식하고는 뒤돌아서 걸어가는 찬우 모습 보인다.
(시간경과)
테이블에 마주앉은 도경과 봉선.
봉선 (힘없이) 그랬구나. 어쩐지 집주인이란 사람 우리한테 너무 호의적이다
싶더니...
도경 알고는 더 이상 여기서 일 못하겠다. 우리 다른 일자리 알아보자.
봉선 도경아... 니 기분 알겠지만... 그냥 니가 좀 참아주면 안될까?
도경 그게 무슨 말이야?
봉선 당장 이 일 그만두면 선녀 학원비며 애들 뒷바라지는 어떡할 껀데?
집은? 당장 옮길 수 있는 처지도 아니잖아...
도경 그래도 할 수 없어. 일단 이 카페부터 정리하고 옮길 집 알아보자.
봉선 이혼한 올케한테 얹혀살며 눈치 보느라 숨소리 한번 제대로 못쉬고 살다
가 이제야 살 길 열렸다 싶었는데... 도경아, 날 봐서라도 좀 참아줘.
도경 봉선아... 고생이 되더라도 우리 힘으로 살 길 찾아보자. 응?
봉선 낸들 봉희가 알면 속 뒤집힐 꺼 뻔히 알면서 그 사람 도움 받고 살고 싶
겠니?
도경 (보면)
봉선 (목이 메는) 하지만 선남이까지 유학 포기하겠다는 마당에 이러다 우리
집안 풍지박살 날 것 같아 나 정말 무서워... (도경의 옷깃을 잡고 울며
매달리는) 그니까 이러지마... 도경아...
도경 (울컥해서 목이 메는)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바보같이... (원망스럽게)
나 보구 여기서 얼마나 더 비참하게 살라구...
봉선 (안쓰럽게 보며) 애들 봐서 그냥 참고 살자. 응?
도경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봉선아! 나 정말 속상해...
봉선 알어, 니 맘 다 알어... 도경아! (도경을 와락 안는)
문화의 전당 로비
수행원들과 기자들 대동하고 당당한 포스로 앞서 걸어 들어오는 강회장.
로비에 있던 경비들 일제히 일어나 걸어오는 강회장에게 정중한 자세로
경례를 부친다.
수행원 (강회장에게) 그래도 수상식인데 격식을 차려 하시는 게...
강회장 (말 자르고 수행원에게) 상 하나 주는데 격식은 무슨... 마샤단장님 어서
내려오시라고 하게나.
수행원 (정중하게) 예. 회장님!
단장실
공심, 서류 검토 중인데 전화벨 울리면 비서가 전화 받는다.
비서 (전화 끊고 공심에게) 단장님~ 회장님께서 도착하셨다고 로비로 내려오시
라는데요.
공심 (올 것이 왔구나싶은) 회장님이?
문화의 전당 로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급하게 로비로 들어서는 공심.
수행원들 대동한 강회장이 공심을 보자 빙긋 웃는다.
공심 (의외라는 표정으로) 어머, 아저씨가 여긴 어쩐 일로...
수행원 아니 단장님! 회장님께 아저씨라니요? (하는데)
강회장 (빙긋 웃으며) 마샤 단장한테 공로상 주러 왔지.
공심 (놀라는) 예? 아니 그럼?
강회장 (빙긋 웃는)
공심 (당황하는 척) 어머, 진작 몰라 뵈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강회장 죄송은 무슨... 기자분들도 오셨는데 어여 수상식 진행합시다.
공심 (상기된 표정으로 강회장을 보는)
(시간 경과)
로비 일각, 임원들과 발레단 관계자들 모인 가운데 시상식이 진행 중이다.
관계자들 사이에 찬우와 주희, 진섭의 모습도 보인다.
강회장, 여자도우미로부터 상패와 금일봉을 공심에게 전달한다.
강회장 (공심에게 상패와 금일봉 건네주며) 축하하네. (악수 청하는)
공심 (강회장 손잡고) 감사합니다. 회장님!
강회장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시상식 휘황찬란하게 벌이는 거 보다 금일봉
두둑하게 받는 게 좋지?
공심 (수줍게 웃으며) 회장님두 참...
관계자들, 공심에게 "축하합니다 단장님!" 하며 꽃다발 안겨주고
행복한 미소 가득한 공심.
기자1 마샤 단장님! 공로상 받은 소감 한 말씀 하시죠!
공심 (기자를 향해 미소 지으며) 당연히 해야할 공연을 올렸을 뿐인데
기업 이미지를 올리는데 기여가 됐다니 영광입니다. (금일봉 봉투 들어
보이며) 더 열심히 봉사하라는 뜻으로 알고 이 금일봉은 전액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는 협회에 기부토록 하겠습니다.
모여있던 임원들과 관계자들 일제히 박수 치고.
기자들, 공심을 향해 카메라 플래쉬 터트리는데.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심을 바라보는 강회장.
단장실
강회장과 공심, 소파에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강회장 (눈 찡긋하며 미소로) 마샤단장, 아까 나 보구 놀랐지?
공심 진작 말씀을 안하시고... 제가 무례를 범했던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강회장 회장이라 알려줬음 그 맛있는 파전 맛을 쉽게 보여 줬을래나?
공심 (그 말에 웃고)
강회장 오지공연에 대한 얘긴 들었네. 이사진들이 고약하게 굴었다지?
공심 처음 기획안 올렸을 때는 반대에 부딪혀 난황을 좀 겪긴 했지만 이사장
님께서 적극 후원해주신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걸요.
강회장 그래요? 그럼 오지공연 기획은 이사장이랑 단장의 합작품이었네.
공심 물론이죠. 회장님.
강회장 이사장은 하필 오늘 같은 날 외부 일이라니... 자리 비울 줄 알았음 진작 연락하고 올 걸 그랬네.
공심 회장님 오시는 거 아셨음 선약 취소하고 기다리고 계셨을 텐데...
강회장 저녁이나 같이 할까했는데 할 수 없지 뭐.
공심 (마음의 소리) 대체 무슨 중요한 선약이길래... 이 상황에 설마 또 도경이한테 간 건 아니겠지? (혼자 생각에 빠져있는데)
강회장 마샤단장. 다음 오지공연은 나도 한번 보고 싶은데.
공심 (얼른 정신 차리고) 그러세요. 다음 오지공연을 기획 중인데 꼭 같이 가세요. 회장님!
강회장 (미소로) 그래요. 불러주면 나야 고맙지.
공심 제가 더 영광이죠! (강회장 보고 밝게 미소 짓는)
커피전문점 (밤)
도경, 혼자 남아서 장부정리 중인데
찬우가 문 열고 들어온다.
도경 (장부에 시선 둔 채) 오늘 영업 끝났습니다. 손님.
찬우 누나!
도경 (장부 쓰던 거 멈추고 보는)
찬우 (도경 앞을 막아서며, 진지하게) 우리 얘기 좀 해요...
도경 (곤란한 표정으로) 너 정말 왜이래?
찬우 (물러서지 않고 보는) 왜 자꾸 피해요? 이정도 각오도 안했어?
도경 (회피하며) 보다시피 나 대꾸할 기력도 없을 만큼 피곤하거든. 제발 좀
가줘라. 응?
찬우 (설득하듯) 주위에서 뭘 하든 아무 것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보지 말
고... 나만 믿고 따라와 주면 안돼요?
도경 (OL) 어떻게 아무도 신경을 안 써? 우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 상처받는
건 왜 생각 못하냐구!
찬우 (답답해 미치겠는) 아버진 내가 설득할게요.
도경 그래. 니 말대로 넌, 너희 아버지 설득한다 치자... 우리 애들은?
찬우 ...
도경 (단호한) 난 우리 애들 힘들게 못해. 아니 안 해!
찬우 (아프게) 그럼 난?
도경 (달래듯) 찬우야, 우리 조금만 더 시간을 갖자. 응?
찬우 17년을 기다렸어. 근데 얼마나 또 기다리라구?
도경 (먹먹해지는)
찬우 (도경 아프게 보는) 이렇게 끝내기엔 우리... 못 해 본 게 너무 많잖아
요... (간절한) 그냥 지금은 우리만 생각하면 안 될까?
도경 (난감한 표정으로 보는)
공심빌라트 (밤)
봉선과 통화중인 공심.
공심 아니, 장사 잘되나 싶어서 전화 한번 넣어본 거지. 그래, 앞으론 니네
가게 커피로 바꿀께. 또 통화하자. 끊어.
전화 끊고 생각에 잠긴 공심.
공심 (입술 잘근잘근 씹으며) 찬우씨가 카페 주인인 걸 알면서도 여전히 장
사를 한다 이거지? 그렇다면 두 사람이 아직 정리가 안됐다는 건데...
하긴 도경이 입장에서야 지가 나서서 찬우씰 멀리할 이유가 없겠지.
아, 이 기집애를 어떻게 떼어낸다? (고심하다가 전화기 드는) 저, 회장
님! 저 마샤단장인데요... (밝게) 저랑 운동 같이 안하실래요?
헬스장 (밤)
각자 다른 운동기구 잡고 운동하는 공심과 강회장.
간간이 눈 마주치면 미소 주고받는데.
휴게실 (밤)
강회장에게 음료수 건네는 공심.
공심 (음료수 따서 건네며) 목 타실 텐데 드세요. 회장님.
강회장 고맙네. (받아 마신다)
공심 쉬시는데 제가 운동하자고 조른 건 아닌지...
강회장 아니야. 저녁을 과하게 먹었던 터라 밤 마실이나 다녀올까 하던 참에
전화 받고 어찌나 반갑던지...
공심 (미소 짓고) 이사장님이랑 운동할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던데 혼자
운동하려니 심심하더라구요.
강회장 (의아해서 공심 보며) 우리 아들놈이랑 운동을 같이 해?
공심 (아차! 하는 표정으로) 그게 저...
강회장 (보면)
공심 (난처한 표정으로) 실은 지난번에 말씀드린 제 남자친구가 실은 이사
장님이셨어요.
강회장 (놀라는) 아니 그럼 그 바람둥이가 내 아들이었단 말야?
공심 (긍정의 뜻으로 수줍게 웃는)
강회장 (안스럽게 보며) 내 아들 놈 땜에 맘 고생 많이 했겠구만.
공심 아니예요. 회장님. 제가 못나서 그런 거죠 뭐.
강회장 (짠해서 공심을 보는데)
공심 애 셋 데리고 이혼한 몸으로 먹고살기 힘들다고 집 해주고 카페까지
차려준 걸 보면 이사장님께서 그 여잘 많이 좋아하셨나 보더라구요.
강회장 뭐? 우리 찬우가? (분노로 표정 일그러지는)
도경집 거실 (밤)
도경, 샤워를 마친 선웅의 젖은 머리를 말려주고 있다.
도경 우리아들, 목욕하니깐 더 이뻐졌네. (이마에 뽀뽀 쪽!)
선웅 (싱긋 웃는) 엄마, 나 내일 학예회인거 안 잊어버렸죠?
도경 당연하지. 내일 엄마가 일등으로 가서 우리 선웅이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
선웅 아싸, 신난다.
도경 (활짝 웃는)
커피전문점 (다음날)
도경, 카운터에서 손님 계산 마치고 돌아서는데
황기사, 그 앞으로 불쑥 들어선다.
황기사 차비서님!
도경 (의아해서 보는) 어머, 황기사님...
황기사 회장님께서 급히 좀 뵙자십니다.
도경 (왠지 불길한)
테이블 치우고 오던 봉선, 무슨 일인가 싶어 도경을 빤히 본다.
봉선 무슨 일이야?
도경 봉선아,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앞치마 벗고 황기사 따라 나가는)
봉선 (여전히 어리둥절) 웬 회장님?
선웅이 교실
학예회 발표 전이다.
아이들, 연극에서 맡은 각자의 분장을 하고 부모님과 기념 촬영하며
한껏 신났다.
나비 옷 입은 선웅, 그런 아이들을 부러운 눈길로 보고는 어깨 축 늘어져
시무룩하더니 급기야 창밖으로 시선 떼지 못하고 도경이 언제 오나
두리번거린다.
담임 곧이어 연극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학부모님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선웅 (다급한) 선생님 잠깐만요. (금방이라도 울 태세) 우리 엄마 아직 안오셨단
말이에요.
학교 내 공중전화
나비 옷 차림의 선웅, 눈물 질질 흘리며 공중전화로 찬우와 통화중이다.
선웅 엄마는 전화 안 받고, 고모도 못 오신대요. 애들은 엄마, 아빠 다 왔
는데 나만 아무도 없어요. (서럽게 우는)
전통찻집
도경과 강회장, 어색한 침묵 사이로 마주 앉았다.
도경 지난번엔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강회장 흠... 내가 왜 보자고 했는지 짐작 했으리라 생각하는데... (차 마시고) 참
질긴 인연이네. 내 기억대로라면, 싫다는 녀석 억지로 비행기에 실려 보
냈던 게 그쪽 때문이었던 거 같은데.
도경 (말 못하는) ....
강회장 아직도 연락을 하고 있을 줄이야...
도경 찬우랑, 아니 이사장님이랑 다시 만난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예전 친
분 덕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던 사실이지만 그이상은 아닙니다.
강회장 그 녀석은 생각이 다른 거 같던데?
도경 이미 보셨다시피 전 아이가 있는 엄마입니다. 그때 보셨던 아이가 큰 아
이고, 그 밑으로 둘이 더 있습니다. 지금은 이혼한 상태라 아이들은 제 가 맡아 키우고 있습니다.
강회장 (엷은 한숨) 우리 찬우가 집을 해주고 카페까지 차려줬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도경 (그 말에 자존심 와르르 무너지는) 네...
강회장 우리애가 해준다고 그걸 그냥 받았나?
도경 (모든 것 체념한) 저도 얼마 전에 알았던 터라 정리해서 돌려주려던 참
이었습니다.
강회장 ....
도경 어른답지 못한 행동... 죄송합니다.
강회장 (묵묵히 보는)
도경 하지만 절대 회장님이 염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사장님
너무 다그치지 마시고 노여움 푸시기 바랍니다.
강회장 노인네 늙고 할일 없으니 걱정만 늘어. 이렇게 나오니 더 이상 긴 말 안
하겠네. 이미 받은 건 돌려줄 것 없고... 내 자네 말 믿겠지만 노파심에
한 번 더 당부하지. (강한 어조로) 우리 애만큼은 절대 안되네.
도경 네.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창피해서 고개 못드는)
거리
도경, 착잡한 표정으로 걷고 있다.
도경 찬우야... 누난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라 생각해. 니 말처럼 다시
잇기엔 비켜간 세월이 너무 길다... (체념하는)
넋 놓고 걷다가 순간 우뚝 멈춰서며 정신 번쩍 드는.
도경 아참, 선웅이! (방향 돌려 다급히 달려간다)
선웅이 교실
피터팬 연극 한창이다.
구석에 나비 옷 입고 서있는 선웅, 여전히 시무룩해 나비의 날개 짓이
여간 신통치 않다.
이때, 선웅 뭔가를 발견한 듯 표정 밝아지더니 함박웃음 가득이다.
선웅의 시선 따라가면
어느새 들어온 찬우, 선웅을 향해 반갑게 손 흔들면
선웅, 갑자기 오버하며 날개 짓 하고 한껏 신났다.
(시간경과)
연극 성황리에 끝나고 선웅, 찬우의 손을 꼭 잡고 서 있다.
교탁 주변엔 선물 꾸러미 가득하고.
담임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오늘 선웅이 삼촌께서 여러분들 학예회 잘 했
다고 선물을 사오셨네요. 한사람씩 나와서 선물 받아가요.
아이들, 일제히 환호하며 여기저기서 “선웅이 삼촌 짱”, “고맙습니다” 등
연발하며 앞 다투어 선물 가져가기 혈안이 되었다.
평상복 입는 선웅, 으쓱해져 찬우 보며 함박웃음 지어 보이면
찬우, 그런 선웅 귀여운지 머리 쓱쓱 쓰다듬는다.
학교 운동장
도경, 다급히 뛰어오다가 멈춰 서면
그 시선 끝에 다정히 손잡고 걸어오는 찬우와 선웅 보인다.
선웅 (도경 발견하고 단걸음에 달려가) 엄마~
도경 (찬우를 보고 굳은)
찬우 (다가와 반갑게) 이런 날 지각하면 어떡해요?
도경 (부러 싸늘한) 니가 여길 왜 와?
찬우 (머쓱한) 왜 오긴요? 삼촌이 조카 학예회 구경 온 거지.
도경 (차갑게) 가. 어서!
찬우 좋은 날에 왜 이렇게 골이 나셨나?
선웅 (도경 눈치 살피며) 엄마, 삼촌한테 화났어?
도경 (선웅 손 잡고 이끄는) 선웅아, 가자.
도경, 애써 찬우의 시선 외면한 채 선웅의 손잡고 차갑게 돌아선다.
찬우, 그런 도경의 뒷모습 그저 안타깝게 보는.
거리
도경과 선웅, 손잡고 걷고 있다.
선웅 (볼멘 얼굴) 엄마, 미워. 삼촌한테 왜 그래요? 삼촌이 우리반 애들 주려
고 선물도 사왔단 말야.
도경 선웅아. 그건 엄마가... (선뜻 말하기 힘든)
선웅 (불만 가득한) 내가 와 달라 부탁했단 말야.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도경 (멈춰서 선웅 눈높이 맞춰 쭈그려 앉아) 선웅아, 앞으로는 삼촌한테
전화하면 안 돼. 알았지?
선웅 싫어. 할거야.
도경 (타이르는) 삼촌 이제 바빠서 우리랑 만날 시간 없어. 그러니깐 자
꾸 연락해서 귀찮게 하지 마. 응?
선웅 (입 삐쭉)
도경 엄만 이제 가게 가봐야 하니깐 여기서부턴 혼자 집에 갈수 있지?
선웅 (풀 죽어 고개만 끄덕)
커피전문점
봉선, 혼자 손님 치례하느라 분주하다.
막 들어서는 도경, 앞치마 챙겨 걸치고 봉선이 서빙 중이던 쟁반 받아
간이 주방으로 옮긴다.
봉선 선웅이는?
도경 집에 보냈어.
도경, 빈잔들 싱크대에 놓다가 실수로 잔 하나 깨트린다.
봉선과 손님들의 시선 일제히 유리 깨지는 소리에 집중되는 반면
도경, 덤덤하게 깨진 유리 조각 치우는데
봉선, 심상치 않은 기운 감지하고 얼른 제가 치운다.
봉선 내가 할게. 넌 3번 테이블에 커피 리필 좀 해드려.
도경, 역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잔에 커피 따르는데 초점 잃은 눈빛
한동안 계속되더니 급기야 커피가 넘치는 것도 모르고 계속 따른다.
봉선 (얼른 커피보트 뺏어들며) 야, 다 넘치잖아.
도경 (역시 동요하지 않고 빤히 커피 잔만 보는)
봉선 너답지 않게 오늘 왜이래?
도경 (심란한)
봉선 (도경 기분 파악하고) 어디 아파? 집에 가서 좀 쉴래?
도경 (여전히 상념에 빠진)
봉선 야, 차도경!
도경 (그제야 번뜩) 어?
봉선 집에 가서 쉬라고.
도경 (그제야 행주로 흘린 커피 닦으며) 쉬긴. 지금 그럴 경황이 어딨다고.
봉선 (행주 뺏어들며) 도저히 안 되겠다. 내말 들어.
7080카페
서서히 손님들로 자리를 채워가는 카페 내부.
구석에 선 반짝이 옷 입고 선 봉희,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입도 풀고 나름 포즈도 취하고.
마찬가지로 반짝이 옷 입은 상기, 긴장되는지 식은땀까지 닦는다.
봉희 (어리둥절한) 왜 이렇게 손님들이 많냐?
상기 이래서 입소문이 무섭다니깐. 대박 조짐이 팍팍 온다. 봉희야.
봉희 오늘 공연도 멋지게 잘 해보자. 친구야!
상기 그래. 근데 박씬 또 지각이냐? (하는데)
이때, 세뇨르박 부랴부랴 들어와 봉희 발견하고 얼른 다가온다.
상기 아, 지금이 몇 십니까?
세뇨르 (얼렁뚱땅) 쏘리~
봉희 우린 이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패밀리란 말입니다. 독단적인 행동은 자제해 주십시오.
세뇨르 (기죽어) 네.
상기 공인한텐 시간 약속이 생명인거 모르쇼?
세뇨르 (기막힌) 공인요? 나 참. 누가 보면 탑가수나 되는 줄 알겠네.
봉희 됐고. 빨리 의상부터 갈아입으세요. 자, 자. 파이팅!
상기 퐈이링~
7080 카페 무대 위
고요한 내부. 드디어 정적을 깨는 음악 껴지고 메인 조명까지
팡팡 껴지며 모습을 드러내는 트로트킹.
손님들의 열렬한 환호를 시작으로 한바탕 신나는 무대가 펼쳐진다.
손님들, 트로트킹의 춤동작 더해질수록 호응역시 절정을 치닫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손님들 쭉 훑다 멈추면
기획사 여실장, 유독 혼자만 동요 없이 트로트킹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놀이터
간간히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벤치에 혼자 앉은 도경.
찬우(E) 우리... 못 해 본 게 너무 많잖아요.
도경,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한 듯 주저 없이 전화하는.
도경 찬우야, (부러 밝게) 주말에 시간 좀 내줄래?
공원 분수대 앞 (다른 날)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물줄기 앞에 선 도경,
찬우가 사 준 원피스 차림으로 햇살만큼이나 환한 미소 머금고 있다.
찬우, 양손에 아이스크림 든 채 다가온다.
찬우 (아이스크림 건네는)
도경 (밝게 웃고 받아드는)
찬우 (투정부리듯) 계속 연락 안줬음 나 진짜 삐질려고 했는데.
도경 (엷은 미소 짓고 걷는)
찬우 (걸음 맞춰 걷는) 누나 계속 심통 나 있을까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요? 우리 누나 진짜 나쁘네. 그냥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해.
도경 (여전히 미소만)
찬우 근데 뭐, 오늘 하는 거 봐서 용서해주지.
도경 (멈춰서) 강찬우, 우리 진짜 데이트 한번 해볼까?
찬우 (빤히 보는)
도경 (미소로) 너 뭐하고 싶어?
몽타주
헤어져있던 17년의 시간을 보상받듯 도경과 찬우, 둘만의 신나는
데이트 모습 스케치.
- 자전거 길. 두 사람,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타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장난치는 모습.
- 식당. 마주 앉아 다정히 식사하며 도경, 일일이 찬우에게 반찬도 놔주고
입가도 닦아주며 마냥 행복한 모습.
- 극장, 나란히 앉아 영화 보는 두 사람. 찬우, 슬쩍 도경 어깨에 팔 걸치고
씩 웃으면 도경, 찬우 입에 팝콘도 넣어주는 등 한껏 가까워진 모습.
- 어스름한 어둠 깔린 청계천, 나란히 걷는 두 사람, 다정히 얘기 나누며
웃음 끊이지 않는 모습.
거리 (밤)
꿈같은 첫 데이트를 마친 도경과 찬우, 나란히 걷고 있다.
찬우, 도경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기분 좋아 어쩔 줄 모르고.
도경, 그런 찬우의 시선 느끼고 역시 미소로 화답하더니
자연스럽게 찬우의 손을 잡는다.
찬우, 순간 당황스럽지만 얼굴 가득 행복한 표정 숨길 수 없다.
두 손 마주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멀어지며...
찬우빌라트 앞 (밤)
여전히 손잡고 걷고 있는 도경과 찬우.
어느새 빌라트에 다다르자 찬우,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쉽게 손 놓지 못한다.
찬우 무슨 데이트 끝내고 여자가 남잘 데려다 주냐? 체면이 있지. (씩 웃는)
근데 좋다.
도경 (엷은 미소)
찬우 와, 오늘 진짜 호강하네. 이왕 선심 쓴 거 뽀뽀까지 해주면 더 좋고.
도경 (OL) 그만하자.
찬우 (표정 굳더니 잡은 손 스르르 놓는)
도경 니 말마따나 우리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어. (밀려오는 아픔 애써 추스
리며) 그런데도 잊지 않아줘서 고맙고. (눈물 꾹 참고) 아줌마 차도경도
아직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거 느끼게 해줘서 또 고맙고.
찬우 (점점 감정 격해지는) 아무 말 하지 마요.
도경 (아랑곳 않고 끝까지 침착한) 우리 17년 동안 떨어져있으면서 못 해본
거, 오늘 다 한 거야. 이제 됐지?
찬우 (감정 폭발) 암말도 하지 말랬지!
도경 그니까 너 나한테 더 이상 미련 갖지 마. 이게 마지막이야. (돌아서는데)
찬우 (도경 손 거칠게 낚아채는)
도경 (손을 놓고 미소로 차분하게) 찬우야, 누나 힘들어... 그만 하자!
돌아서는 도경, 절대 돌아보지 않으리라 입술 꽉 물고 걸음 재촉한다.
찬우, 와르르 모든 것이 무너지며 눈시울 붉어지지만 더 이상 잡지 못한다.
거리 (밤)
도경, 찬우와 손잡고 걸어오던 그 길 그대로 혼자 걸어간다.
더는 참지 못하고 서럽게 눈물 쏟아내는데
행인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 않고 숨겨왔던 설움 쏟아내듯
끄윽끄윽 흐느끼며 걸어가는데...
도경집 앞 (밤)
대문 앞에 다다른 도경, 가만히 대문을 응시하고 서 있다.
이내 눈물 자욱 손등으로 닦아내고 감정 추스르고 씩씩하게 대문 열고 들어
간다.
도경집 거실(밤)
도경,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밝게 들어오면
봉선, 걸레질 하던 거 멈추고 단걸음에 도경 곁에 다가선다.
봉선 (걱정부터 앞서는) 휴대폰도 꺼놓고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도경 (무시하고 툭 던지듯) 애들은?
봉선 몰라, 저녁 내내 방에 틀어 박혀서 지들끼리 희희덕이야.
도경 (평소보다 더 밝게) 우리 간만에 내 새끼들 간식이나 만들어 줄까? (애
들 방으로 가며) 얘들아, 엄마 왔는데 아무도 안 내다봐?
선녀방
문 열고 들어서는 도경.
아이들, 도경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컴퓨터 앞에 모여 화면 보며 키득대는데
도경 (다가가서) 뭐가 그렇게 재밌어?
선녀 엄마, 이것 좀 봐. 요즘 화제의 UCC인데 완전 웃겨.
선녀와 선웅, 노트북 갖고 앉으면 도경과 봉선도 뭔가 싶어 빙 둘러 앉아
일제히 노트북에 시선 두는데 보면 모니터 안으로 복면 쓴 트로트킹
UCC동영상 보여 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지러지게 웃는 식구들.
도경 (따라 웃으며)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야?
식구들의 웃음소리 집안 가득 메우고.
도경집 앞 (밤)
도경네 식구들의 웃음소리(E)
담장 너머 밖에까지 크게 들린다.
대문 앞에 선 찬우, 초인종 누르려다 안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차마 분위기 깨지 못하고 힘없이 돌아서 집 앞 계단 오르는데...
세뇨르박, 막 계단 내려서다 찬우를 발견한다.
세뇨르 (반갑게) 어? 이사장님 아니십니까?
찬우 (외면하고 세뇨르 지나치는)
세뇨르 (왜 저러나 싶어 고개 갸우뚱)
도경집 마당 (밤)
도경, 쟁반에 간식거리 담아 나오고
세뇨르박, 여전히 대문 밖 힐끔거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도경 오셨어요?
세뇨르 아, 선남어머님.
도경 마침, 올라가려던 참인데. (쟁반 건네는) 애들 간식꺼리 좀 만들었는데
드셔보세요.
세뇨르 아이고, 고맙습니다. 아, 근데 좀 전에 이사장님께서 요 앞까지 오셨다
그냥 가시던데요.
도경 (표정 굳는)
세뇨르 (대수롭지 않게) 암튼 이거 잘 먹겠습니다. (계단 올라가는)
도경, 바로 대문 열어보려 문고리 잡다가 이내 결심 굳히고
마음을 닫듯 그대로 돌아서 집안으로 들어간다.
찬우 빌라트 (밤)
강회장, 소파에 앉아 신문 보는데
<오성발레단 마샤 단장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적극 앞장 서다> 기사 타이틀
보이고.
찬우, 욕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나오는데
강회장 얼굴도 이쁜 사람이 마음 씀씀이도 참 곱구만. 이런 여자를 만났으면 좀
좋아? 주변에 멀쩡한 여자들 다 놔두고. 쯧쯧...
찬우 (더 이상 듣기 싫어 시선 회피하며)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주무세요.
(방으로 가는)
강회장 (못마땅하게 보며) 에이~ 못난 놈!
달리는 공심 차 안 (밤)
의연하게 운전하는 공심.
공심 이젠 니 차례야. 나봉희! 니가 도경이 막고 버텨줘야 찬우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생기지.
7080 카페 (밤)
홀서빙 하는 봉희와 상기.
공심, 들어온다.
상기 (공심 향해 무심코) 어서 옵쇼! (하는데 공심인 걸 확인하고) 어! 공심
아!
공심 (웃으며) 그래. 상기야! 오랜 만이야. 봉희는?
(시간경과)
봉희 (침울해서) 다 나 때문이지. 너 배신한 죄 이런 식으로 벌 받는 건가 보 다. 그리고 너한테 두 번씩이나 상처 받게 한 거 정말 미안해. 공심아! 다 내 잘못이다.
공심 이미 이렇게 된 걸 이제 와서 누굴 원망하겠니? (슬쩍 미끼 던지듯)
너 정말 도경이 저러는 거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봉희 그럼 어떡하냐. 지금 내 입장에서 도경이 잡을 명분이 있어야 매달리든
뭐든 하지.
공심 봉선이가 걱정하더라. 이러다 정말 도경이 바람이라도 나면 어쩌나하
구...
봉희 ... (죽을 맛이다)
공심 (나긋하게) 봉희야!
봉희 (보면)
공심 (단호하게) 니 가정 니가 지켜야지!
봉희 공심아... 난들 안 그러고 싶겠냐? 말이 나와서 말이지. 도경이랑 이사
장 같이 있는 생각만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지금 내
가 이런 처지로 어떻게 두 사람 앞에 나설 수 있겠어?
공심 그러다 시간 다 잡아먹고 둘이 정분나서 훌쩍 떠나기라도 하면 어쩌려
구? 걱정된다. 정말!
봉희 어쩌겠냐... (자조 섞인) 내가 선남 엄마라도 이사장 정도의 조건이면 흔 들릴 만하지...
공심 (슬슬 열받는) 니가 이렇게 물러터졌으니 도경이가 앞 뒤 안가리고 난
리를 치지. (봉희 자극하는) 애들을 생각 해봐. 능력 없다고 아빠 자리
까지 뺏길 거냐구?
봉희 (허걱) 그럴 수 없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내 새끼들은 나봉희 피붙이
라구.
공심 그러니까 지키란 말야. 니가 나서서 펄펄 끓고있는 두 사람한테 찬물을
끼얹으라구.
봉희 이혼한 마당에 무슨 자격으로...
공심 (쐐기 박는) 애들 아빠 자격으로 넌 충분히 해도 돼.
봉희 (꼴똘히 생각에 잠기는) 공심아... 나 우리 애들 엄마, 그 놈한테 뺏기기
싫다. 니 말대로 지금부터라도 나서서 찾을 거야.
공심 그래. 이제야. 애들 아빠답다. 나봉희!
봉희 (생각할수록 분한) 한번만 더 두 사람 같이 있는 거 내 눈에 띄면 나도
더 이상은 용서 못해.
공심 (회심의 미소 짓는)
찬우빌라트 (밤)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찬우와 강회장.
강회장 재단이사장이 불미스런 스캔들이나 만들고 다닌다고 하면 우리 기업
이미지에 얼마나 지장이 크겠어? 지금 주위 사람들이 지금 너 하나
때문에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기나 해? (단호하게) 정리해라.
찬우 죄송합니다. 아버지...
강회장 고연 놈... 내가 널 그렇게 형편없이 키우진 않았는데...
찬우 (애원조로) 아버지!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제발 받아주세요.
강회장 그렇게 나약한 정신머리로 무슨 사업을 하겠다고...
찬우 ....
강회장 (떠보는) 책임질 행동이라도 한 게냐?
찬우 그런 거 아니예요.
강회장 (화내며) 그런 게 아닌데 집 해주고 커피숍까지 차려줘?
찬우 (놀라는)
강회장 (강하게) 동정심에 그런 거면 적당히 도와주고 끝내!
찬우 (대답 않고 일어서 방으로 들어가는)
찬우 방 (밤)
창가에 서서 괴로운 현실 어떻게 극복할지 고심하는 찬우.
몽타주 (다른 날)
- 모든 잡념 잊으려는 듯 발로 밟아 이불빨래 하는 도경.
- 봉선, 테이블 닦고 있으면 도경, 내가할게 하고 뺏어 테이블 닦는다.
봉선, 왜 저러나 싶은....
- 화장실 청소 박박 닦고, 시원하게 물 뿌리는 도경.
- 바닥 대걸레질하는 도경.
7080 카페
봉희, 가게 오픈 준비하며 열심히 청소중이다.
그 옆의 상기, 알바생에게 군기 교육 시키고 있다.
상기 (뒷짐 지고) 어허, 거기 말고. 테이블 위까지 먼지하나 없이 닦으란 말야.
일당 안 받고 싶어?
알바남 (구시렁거리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는)
상기 (이내 대걸레 마이크 삼아 흔들흔들)
봉희 상기야, 작작하고 너부터 청소 좀 하자.
상기 친구, 내가 지금 이 바닥이나 쓸 군번인가? 난 이제 어엿한 카수라구.
싱어송 라이러~
봉희 (못 말리겠다 싶어 고개 젓는)
상기 (얼른 옆으로 와) 용사장님도 없는데 대충 해.
봉희 임마, 용사장님 급히 시골 가시면서 당부한 말 잊었어? 주인의식!
상기 그건 주인이 보고 있을 때 통하는 소리고.
봉희 야, 잔말 말고 청소나 해.
상기 봉희야, 용사장님 없을 때 집에나 갔다 와라.
봉희 집엘?
상기 알바생도 있고. 여긴 내가 맡을 테니 애들한테 다녀와. 애들 못 본지 좀
됐잖아.
봉희 (솔깃 하는) 그럴까?
상기 그래, 임마. 가서 간만에 아빠 노릇 좀 하고 와. 아, 잠깐. (주머니 뒤져
꼬깃한 만원 지폐 몇 장 봉희 손에 쥐어주는)
봉희 이 돈은 뭐야?
상기 우리 같은 방랑자들한텐 비상금은 필순 거 모르냐? 가서 애들 밥이나
사먹여.
봉희 (감동해) 짜식... 이리 와 인마. (상기 와락 안는다) 고맙다!
도경네 거실
봉선, 전화 받는 중이고
도경, 빗자루 질 하고 있는 중이다.
봉선 (활짝 웃으며) 그래? 알았어. 나갈게. (끊는다) 봉희가 한턱 쏜다고 애들
데리고 나오래는데 같이 갈래?
도경 (힘없이) 됐어. 애들 데리고 다녀와.
봉선 (안색살피며) 어디 아프니?
도경 열이 좀 있는 거 같아.
봉선 그래? 어디 (도경의 이마 집는다) 진짜 열 있네. 올 때 약 사가지고 올
테니까 얼른 들어가 쉬어! 주말에라도 좀 쉬어야지.
도경 그래.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 좀 쉴게. (방으로 들어가는)
봉선 (걱정 돼서) 이렇게 타이밍이 안 맞아서 언제 봉희랑 화해하냐?
빨리 합쳐 살아야 할 텐데...
피자집
아이들과 함께 피자를 먹고 있는 봉희와 봉선.
봉희 도경이는?
봉선 아프대.
봉희 (걱정 돼) 그래? 어디가 아프다는데?
봉선 몸살이지 뭐. 아침부터 밤까지 죙일 일하는데 안아픈 데가 있겠냐?
봉희 (자책하듯 한숨 쉬고).... 애들아! 아빠 없어도 엄마 말씀 잘 듣고 공부
잘 해? 알았지?
선녀 알았어. 우린 걱정하지 말고 아빠나 잘해.
선웅 아빠! 집에 언제 들어와?
봉희 조금만 기다려. 곧 들어갈 꺼야. 아빠가 성공하면 니들 하고 싶은 거 싹
다하게 해준다.
선남 아빠! 꼭 성공하셔야 돼요.
봉희 (선남에게) 그럼! 그때까지 니가 아빠 대신 엄마 지켜 줘야해. 알았지
장남?
선남 네... (씁쓸하게 웃는)
봉선 우리 선남이가 얼마나 의젓한데... 너보다 훨씬 낫다.
봉희 (미소로) 그럼 누구 아들인대?
선남 (빤히 알면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으로 막연하기만 하다)
거리
피자집에서 나오는 봉희와 봉선, 아이들...
봉선 도경이 대신 빵 반죽 만들러 가게 가봐야 돼. 니가 애들 집까지 바래다
주고 가.
봉희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들어 가.
아이들 고모, 다녀오세요.
봉선 오냐! 이따 보자.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봉희, 아이들 데리고 집 쪽으로 걸어가는데
정육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진열된 사골거리에 시선 멈추는.
도경집 앞 (밤)
아이들 들여보내는 봉희.
봉희 (선녀 손에 사골거리 쥐어주며) 이거 엄마 끓여드시라 그래.
선녀 (고개 끄덕) 응.
선웅 아빠랑 더 놀고 싶은데... 집에 가서 놀다 가면 안 돼?
봉희 엄마 아프신대 신경 쓰여서 안 돼. (선남에게) 선남아, 애들 데리고 어
서 들어가.
선남 네. (선녀, 선웅에게) 얘들아, 가자.
아이들, 대문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봉희 (집 올려다보며) 차도경! 비록 당신한테 지금은 그 자식보다 못난
남자겠지만 나선남, 나선녀, 나선웅은 이 나봉희 자식이고... 누가 뭐래
도 당신은 애들 엄마이자 나봉희 마누라라구! 그깟 서류종이가 뭐라
고... 칫...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서 가는)
도경집 거실 (밤)
아이들, 들어오자
도경, 안방에서 나온다.
선녀 (도경에게 사골거리 주며) 엄마. 이거...
도경 이게 뭔데?
선녀 아빠가 곰탕 끓여 드시래요.
아이들,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봉희가 준 사골거리를 가만히 보는데...
(E) 도경의 문자메세지 음.
도경, 보면
- 집 근처 놀이터예요. 누나, 나올 때까지 기다릴께. (찬우) -
도경 (난감한) 찬우야, 너 끝까지 왜 이러니? (고심하다가 어는 순간 눈빛
강해지는)
놀이터 (밤)
그네에 앉아 도경을 기다리는 찬우,
도경 다가오는 거 보고
찬우 (옆의 빈 그네 응시하고) 앉아요. 누나...
도경 (차갑게) 강찬우! 일어나. 당장!
찬우 (놀라서 도경을 보는)
도경 (냉랭하게) 진짜 말귀 못 알아듣는 구나. 다신 찾아오지 말랬지.
찬우 (일어서서 진지하게) 누나, 이러지 마.
도경 (비아냥대며 독하게) 너야말로 이러지마. 끝까지 사람 비참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찬우 ...!
도경 니가 사준 원피스, 우리 애 일년 치 학원비보다 비싸더라. 차도경 인생 오천원짜리 짝퉁 원피스로 전락한 인생이라구... 근데 너랑 어떻게 격을 맞추겠니?
찬우 (듣고 있기 아픈) 누나...
도경 더해 줘? (매몰차게) 너도 나처럼 살아봐. 당장에 천원짜리 한 장 아까워 벌벌 떠는 판에 무슨 첫사랑? 그래서 뭐 어쩌자구? (단호한) 강찬우, 니 그 잘난 사랑 놀음 때문에 사람 그만 힘들게 하고, 제발 정신 좀 차려!
찬우 (차분히 다 듣고 있다가) 그렇게 말하면 편해?
도경 (순간 마음 들켰다. 차마 대꾸 못하고 멈칫)
찬우 (애잔한) 내가 누나를 몰라? 뻔히 보이는 거짓말 할 정도로 그렇게 힘드
냐구?
도경 ...!
찬우 같이 웃을 수 없으면... 차라리 같이 힘들 자.
도경, 부여잡은 마음 흔들리자 도망치듯 자리 피하려는데
찬우, 도경의 손을 잡는다.
찬우 지금 당장 어쩌자는 게 아냐. 나 밀어낼 생각만 하지 말고 마음만 닫지
마. 그건 해줄 수 있잖아.
도경 (무너지는)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음 좋겠어? (울음 토해내는) 다른 사람들이 받는 상처 다 무시하고 너한테 갔음 좋겠어? 그건 안 되잖아... 안 되는 일이잖아.
찬우 아이들 문제... 우리 하나씩 천천히 해결하자.
도경 (아프게) 차라리 만나지 말걸 그랬어...
찬우 (가만히 안는) 아니, 놓치고 또 후회하느니 이렇게라도 옆에 있는 거 잘한 일이야.
도경 (밀어내며) 이러지 마. 찬우야...
공심방 (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보는 공심.
문득 생각에 잠긴 그 위로,
봉희(E) 한번만 더 두 사람 같이 있는 거 내 눈에 띄면 나도 더 이상은 용서
못해.
공심, 이내 표정 싸늘해지더니 결심 굳히고 전화 건다.
공심 찬우씨...! 주말에 시간 좀 내줘요. (결의에 찬)
도경집 거실 (다른 날, 밤)
도경, tv 보며 빨래 개는 중이다.
봉선, 슬슬 도경의 눈치를 살피는 그 위로,
공심(E) 지금 당장 봉희가 일하는 카페로 데리고 와. 봉희 재기하려고 열심인 거
보면 마음을 잡지 않겠어? 봉희 만나러 간다면 싫댈 지 모르니까 적당히 둘러대고 데려와. 알았지?
혼자 고개 끄덕이는 봉선,
봉선 (결심한 듯 도경에게) 올케, 우리 주말인데 모처럼 외식하자.
도경 또 시작이다. 돈이 남아도니? 응?
봉선 무료식사권 생겼단 말야. (씩 웃으며) 스테이큰데 그냥 버릴까?
도경 그 아까운 걸 왜 버려?
봉선 (걸려들었구나 싶어서 미소 짓는)
도경 애들 껀 없어.
봉선 술도 파는 곳이라 애들은 입장 금지랜다. 간만에 우리 둘이 외식하자.
도경 그래도 그렇지. 애들은 어쩌고.
봉선 밥 챙겨 놓고 가면 되지. 거기서 미니콘서트도 한다는데 나 너무 보고
싶단 말야. (보채듯) 가자. 응?
도경 (마지못해 빨랫감 내려놓으며) 그래... 공짜라는데 가보지 뭐.
7080카페 (밤)
손님들로 꽤 붐비는 내부.
복면 쓴 봉희, 상기, 세뇨르... 손님들 테이블 돌아다니며 세팅해주느라
정신 없는데...
봉희, 주방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상기된 표정의 봉선과 도경이 들어온다.
상기 어서오세요~ (하다가 도경과 봉선을 보고 놀라서 움찔하는)
후다닥, 세뇨르박을 봉선 앞으로 밀고는 봉희가 들어간 주방으로 뛰어들어
간다.
도경과 봉선, 빈 테이블에 앉는데...
7080 카페 주방 (밤)
봉희, 주방아줌마에게서 접시 받아 홀 쪽으로 막 나가려는데
상기 (들어서며) 봉희야... 저스트 모먼!
봉희 왜?
상기 도, 도경이 왔다. (손짓으로 도경 테이블 가리키며) 저기~!
봉희 뭐?
상기 가리키는 쪽 보면 봉선과 마주앉은 도경의 모습이 보인다.
봉희 (감격어린) 도경이가 내 공연을 보러 왔다니... 상기야, 이게 꿈이냐? 생
시냐?
상기 도경이 맘 돌릴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보자.
봉희 (흥분해서) 감동의 무대를 끝으로 복면을 벗고 짠~ 하고 도경이 앞에
나타나면 우리 도경이 놀라서 기절하는 거 아냐?
상기 이왕 놀래키는 김에 뿌리까지 뽑아버리자.
봉희 (보면)
상기 공연 끝나고 도경이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거야. 멋지게... 사람들이
전부다 널 응원할 텐데... 지가 안받아주고 베기겠냐?
봉희 그렇겠지? (확신에 찬) 이 참에 도경이를 완전히 보내버리게쓰!
주먹 쥐고 '파이팅' 하는 봉희와 상기.
7080 카페 앞 (밤)
공심의 차 서고,
공심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찬우.
공심 저기, 찬우씨...
찬우 (보면)
공심 제 임의대로 해서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찬우씨 힘들어하는 거 안쓰러
워 제가 도경이 불렀어요.
찬우 (놀라서) 네?
그때, 카페에서 봉선이 나온다.
공심 봉선아~ 여기! (찬우에게) 어서 들어가요. 도경이 기다려요.
찬우 (봉선에게 눈인사만)
봉선 (찬우 보고 놀라서 공심에게) 공심아... 이 분은 왜...
공심 가면서 얘기하자. 타 얼른!
봉선 (공심에게 이끌려 조수석에 오른다)
공심, 운전석에 올라 차 출발하면
잠시 응시하다가 카페 안으로 달려가는 찬우.
7080 카페 홀 + 무대 위 (밤)
음식들 앞에 두고 테이블에 혼자 앉은 도경.
목면 쓴 봉희, 상기, 세뇨르 모습은 홀에 보이지 않는다.
공연 시작 직전이라 준비하러 간 상황.
도경 아니, 얘는 음식 시켜놓고 어딜 간 거야?
하는데 찬우가 와서 앞자리에 앉는다.
도경 (놀라서) 찬우야!
찬우 (씨익 웃더니 앉는) 거봐, 우린 어딜 가나 만나게 돼있다니깐.
도경 니가 왜 여길... (봉선한테 걸릴까 염려되는) 얼른 가. 나 식구들이랑
왔단 말야.
찬우 아, 고모님? 쫌 전에 차 타고 가던데?
도경 뭐?
찬우 (씩 웃고) 누나랑 나, 다시 만나게 해주려고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네.
에이, 어쩔 수 없다. 우리 누나 꽉 잡고 놓지 말아야지.
도경 (여전히 어리둥절)
찬우 실은 마샤가 누나랑 둘이 시간 보내라고 일부러 여기까지 데려다 준 거
야. 마샤까지 밀어주는데 우리 잘해보자. 응?
도경 (의아한) 공심이가?
이때 도경 휴대폰 울리면 얼른 받는다.
도경 어, 봉선아. 너 지금 어디야?
봉선(F) 카페 앞에서 공심이 만났는데 얘기 좀 하재서 차 타고 어디 가는 길이
야. 자세한 얘기는 이따 집에서 하자. (뚝 끊는)
도경 봉선아? (반응 없자 끊고) 대체 이게 뭔 일인지... 꼭 홀린 거 같네.
하는데 손님들 웅성거리고
무대 앞에 나와서 등 돌린 채 선 복면 쓴 트로트 킹 등장!
드이어 전주가 흐르고
복면 쓴 채 열의를 다해 춤 추며 노래하는 트로트킹의 무대가 이어진다.
손님들 열렬히 호응하면 도경과 찬우도 재밌다는 듯 보는데.
복면 쓴 봉희, 도경을 테이블 보는데 봉선이 아닌 찬우가 앉아있자 놀라서
박자 놓친다.
상기, 알아채고 봉희를 툭 치면 다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시선, 도경의 테이블에 집중된 채로 노래 부르면 춤 추는 봉희.
사람들 환호하는데
테이블에 앉은 도경, 트로트 킹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고
찬우는 트로트 킹에게는 관심없는 양 도경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도경, 트로트 킹의 리더가 봉희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공연 보는 내내
즐거운 표정인데...
찬우 (그런 도경 보며) 웃으니까 이제야 도경누나 같네.
도경 (밉지않게 흘겨보며) 공연이나 보셔!
찬우 그러죠.
무대와 등 돌리고 앉아있던 찬우,
몸을 돌려 무대를 보는데 바로 앞 자리에서 연인들이 다정하게 포옹하듯 어깨에 기대고 앉아 몸을 흔들며 공연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찬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도경의 옆자리로 가서 앉는데
도경 (찬우를 보면)
찬우 이야, 이제야 제대로 보이네.
도경 (무시하고 다시 공연에 집중하는데)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던 봉희,
그런 찬우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본다.
찬우 아,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도경 (찬우 보면)
찬우 (도경의 어깨에 팔 올린다)
도경 (몸을 찬우에게서 떼내고) 야, 너 왜 이래?
찬우 (다정하게 포옹한 연인들에게 눈짓하며) 우리 저러고 보자구요. 얼마나
보기 좋아?
도경 됐거든. (찬우의 팔을 내리려는데)
찬우 오늘만 이러고 봐요. (도경의 어깨를 감은 팔에 힘을 꽉 준다)
도경 이러지마. 찬우야... (찬우에게서 떨어지려는데)
찬우 오늘 지나면 우리가 또 언제 이런 시간 가지겠어? 누나, 오늘 만요. 응?
도경 누가 보면 어쩌려구...
찬우 누가 본다 그래? (주위 둘러보며) 우리 아는 사람 아무도 없그만.
도경 (망설이는데)
찬우 오늘만요... (도경의 어깨를 꽉 끌어안으며) 이 노래 끝날 때까지만요.
응?
도경 (어쩔 수 없이 찬우에게 안기다시피해서 어정쩡한 자세로 공연을 보는
데)
무대 위에서 공연하다가 그 모습 발견한 봉희,
노래 부르던 거 멈추고 복면을 확 벗어재낀다.
봉희 보고 경악하는 도경과
주먹 불끈 쥐고 분노의 눈빛으로 두 사람 노려보는 봉희에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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