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14
7080 카페 홀 + 무대 위 (밤)
테이블에 혼자 앉은 도경.
목면 쓴 봉희, 상기, 세뇨르 모습은 홀에 보이지 않는다.
공연 시작 직전이라 준비하러 간 상황.
테이블에 혼자 앉아 비어있는 무대 위를 보는 도경의 시선 위로,
(플래시 백)
7080 카페에서 찬우가 도경에게 노래 부르던 장면. (짧게 보여주세요)
도경의 표정, 찬우에 대한 애잔함이 묻어나는데
입구에 들어 선 찬우 그런 도경을 가만히 보고 섰는데...
도경 (시선 돌리다 멈춰 서 있는 찬우 보고 놀라) 찬우야!
찬우 (걸어오는데)
도경 니가 어떻게 여길...
찬우 (자리에 앉으며) 마샤가 우릴 위해서 이런 자릴 다 만들어주네요.
도경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찬우 (그런 도경을 잡는) 누나...!
도경 (찬우의 잡은 손 뿌리치고) 이미 말했지? 너 볼 마음 없다구!
찬우 (다시 잡고) 마지막이어도 좋아. 오늘만 같이 있어 줘!
도경 (애원하듯 보는 찬우를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도경, 가만히 찬우를 보더니
도경 (자르듯) 오늘이 마지막이야!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때, 아르바이트생 메뉴판 들고 와서
아르바이트 (메뉴판 놓으며) 공연 중에는 식사종류 안됩니다. 손님!
찬우 (메뉴판 펴고) 샤또 마고랑 안주는 치즈로 주세요.
아르바이트생, 메뉴판 들고 가면
찬우, 도경을 가만히 보는데
찬우의 시선 피하는 도경.
그런 도경 보자 찬우도 아프게 시선 돌리는데
둘 사이에 먹먹한 침묵이 흐른다.
(시간경과)
테이블 위에 와인병과 치즈 안주 놓여있고
와인이 채워진 큰 잔이 두 사람 앞에 놓여있다.
여전히 시선 못 마주치고 서먹한 분위기다.
이때, 홀 안에 흐르던 음악이 멈추고.
복면 쓴 트로트 킹 무대 앞에 뛰어나와서 등 돌린 채 서 있다.
드이어 전주가 흐르고. (E)
복면 쓴 채 열의를 다해 춤 추며 노래하는 트로트킹의 무대가 이어진다.
손님들 열렬히 호응하는데
복면 쓴 봉희, 도경을 테이블 보는데 봉선이 아닌 찬우가 앉아있자 놀라서
박자 놓친다.
상기, 알아채고 봉희를 툭 치면 다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시선, 도경의 테이블 흘깃흘깃 보면서 공연하는 봉희.
사람들은 눈치 못채고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와 반대로 무대와 제법 떨어진 찬우와 도경의 테이블엔
시간이 멈춘 듯 전혀 다른 애틋한 기운만 흐르는데...
찬우 (와인잔 들어 한모금 마시고) 여긴 여전히 그대로네... 변한 건 우리 둘
뿐인가 봐. (도경 보는)
도경 (시선 피하고 와인 한 모금 마시는)
찬우 여기서 나가면 누나랑 나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야하는 건가?
(진심이 묻어나는) 나,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도경 (짠하게 보면)
찬우 (도경 보며) 앞으론 나 때문에 힘들어마요. 누나 결정 존중해 줄게.
도경 (미안하고 고마운) 그래, 지나간 거 다 잊고 꼭 좋은 사람 만나.
찬우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자 고개를 천장을 향해 치켜들고) 아, 나 왜 이
러지? 오늘 정말 누나랑 마지막인가 보네.
도경 (냉정하게) 그래. 나 너 보는 거 오늘이 마지막이야. 이제 우리 모르는
사람처럼 살자. 우연히 만나도 아는 척 하지 마.
찬우 누나...! (눈물이 뚝 떨어진다)
찬우, 손등으로 눈물 닦으려다 감정 격해져서
손으로 얼굴 감싼 채 흐느끼기 시작한다.
찬우 (흐느끼며)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된 건지...
도경 (눈물이 솟자 고개 다른 곳으로 시선 돌리는)
찬우 (계속 흐느껴 우는) 흑흑흑...
도경 (눈물 꾹 참고 감정 누르는데)
찬우 (감정 누르지 못하고 흐느끼는)
도경, 가방에서 손수건 꺼내들고
찬우 옆자리로 가 앉는다.
도경 왜 이러니 바보처럼... (손수건 찬우 손에 쥐어주는데)
찬우 (아프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누나...! (도경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도경, 그런 찬우를 차마 밀어내지 못하고
아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던지는데
도경 (마음의 소리) 미안해... 찬우야... 너한테 갈 수 없어서... 정말 미안
해...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무대 위에서 공연하던 봉희,
도경이 마치 찬우를 포옹한 듯해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충격으로 노래 멈추고 그대로 선다.
상기와 세뇨르, 당황해서 자기들끼리 노래와 춤을 이어가는데
복면을 확 벗어제끼고 두 사람을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는 봉희와
일순 무대 위로 시선 돌리다가 봉희 발견하고 경악하는 도경에서 엔딩.
(13부 엔딩에 이어)
도경, 얼른 자신에게 기댄 찬우의 몸을 밀어내는데
찬우, 도경의 시선 따라가 무대 위의 봉희를 보고 놀란다.
주먹 불끈 쥐고 분노의 눈빛으로 두 사람 노려보는 봉희,
무대 위의 상기와 세뇨르, 공연하던 거 멈추고 놀라서 봉희와 도경을 번갈아
보는데
일순 홀 안의 손님들 술렁이고...
그대로 두 사람 앉은 테이블로 걸어간다.
도경 (놀란) 선남아빠! (하는데)
봉희,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병을 들어 두 사람에게 확 뿌려버리고
순간 와인 세례 받고 당황하는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돌아서 카페를 박차고 나가는 봉희.
상기와 세뇨르, 봉희를 뒤따라 나가고
도경,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찬우가 그런 도경을 잡아 세우는데
찬우의 팔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원망스럽게 찬우를 보는 도경.
찬우 (도경 마음 돌리려) 그러지마요. 어차피 헤어진 사람이잖아.
도경 (가만히 보며) 너도... 나한테 이미 헤어진 사람이야. (걸어 나가는)
찬우 (서운해서 가는 도경을 보는)
거리 (밤)
끝낼 수 밖에 없는 찬우에 대한 미안한 감정으로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아프게 걸어가는 도경.
찬우 차 안
운전 중인 찬우 위로,
도경(E) 너도 나한테 이미 헤어진 사람이야!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한강대교 위 (밤)
봉희, 상기, 세뇨르 박 대교 위를 처량 맞게 걷고 있다.
봉희, 갑자기 난간 붙잡고 서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데.
봉희 야, 차도경! 너 정말 그러는 거 아니다!! 내가, 아무리 가장노릇 제대로 못한다지만 나, 니 남편이고 애들 아빠야.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나는 차도경 너 하나뿐인데 어떻게 니가 이럴 수 있냐! (하다가 갑자기) 그래, 나만 없어져 주면 되는 거지? 그래야 니가 행복하다면 그래주지. 내가 널 위해 그거 하나 못해주겠냐!!
봉희, 난간 잡고 죽는다고 난리치고
상기와 세뇨르 박, 달려들어 말리는데.
상기 임마, 너 왜 이러냐, 정말...
봉희 (발버둥 치며) 그럼 나 보고 어떡하라구. 놔. 차라리 이 꼴 저 꼴 드러운 꼴 안보고 확 죽어버리게, 노라고!
상기 (같이 난간 잡고 매달리며) 그래, 그럼 차라리 같이 죽자!
세뇨르, 허걱 놀라 몸을 날려 봉희와 상기의 바짓가랑이를 한 손에 하나씩
잡고 늘어지는데.
세뇨르 (바짓가랑이 꽉 잡은 채로) 살아야 합니다. 살아야 한다구요!!!
도경집 거실 (밤)
물걸레질하고 있는 봉선.
봉선 (기분 업 돼) 도경이 이 지지배, 지금 쯤 봉희 공연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겠지? (웃으며) 근데 공심이가 개과천선을 했나? 웬일로 도경이
일에 발 벗고 나선대. (입 삐죽이며) 허긴, 지 남자 지키려니 별 수
있었겠어? (흐뭇하게 웃으며) 이 시간까지 안 들어오는 거 보면 둘이
잘 되간단 얘긴데... 전화 한번 해봐? 아니지... 괜히 무드 잡는데 분위
기 깨면 안 되지.
걸레 빨러 화장실로 가려는데 현관 입구에 도경이 들어선다.
봉선 어, 올케 왔네. (빙긋 웃으며) 오늘 공연 어땠어?
도경 (봉선을 찌릿 째려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봉선 (잘못됐구나 싶은) 아씨, 실패한 거야?
찬우 차 안 (밤)
운전 중에 생각에 잠긴 찬우.
공심(E) 찬우씨 힘들어하는 거 안쓰러워 제가 도경이 불렀어요.
굳은 표정으로 한 손으로 핸들을 내리치는.
포장마차 (밤)
술 마시는 봉희, 상기, 세뇨르박.
세뇨르 (걱정되는) 앞으로 어쩐답니까? 공연을 그렇게 망쳤으니 손님들 난리
도 아니었을 테고 그 사실이 용사장님 귀에도 들어갔을 테고... 그럼
다시는 카페 근처도 얼씬 못하게 할 테고... (중얼거리는)
상기 그만 좀 하슈! 지금 그게 문젭니까?
세뇨르 그럼 이 마당에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딨겠습니까?
상기 (흘깃 봉희 눈짓하면)
봉희 (뭔가 골똘히 생각중이다)
세뇨르 (분위기 바꿔보려) 한잔 하십니다. 박선생님?
상기 (봉희 눈치 보며) 그래. 봉희야, 거국적으로 한잔하.. (하는데)
봉희 (결심 굳힌 듯 벌떡 일어서서) 가자!
상,세 (멀거니 보면)
봉희 억울해서라도 이대로 물러설 순 없는 거잖아?
도경집 앞 (밤)
봉희, 대분 앞에 서서 한바탕할 각오로 호흡 고르고 있다.
상기 정말 괜찮겠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거 아냐?
봉희 (눈에 힘주며 의지 다지는)
세뇨르 눈에 힘만 주지말고 어여 들어가십시다. (대문 열고 먼저 들어간다)
상기 가자. 나봉희!
봉희 (고개 끄덕이며 두 주먹을 불끈 쥐는데)
도경방 (밤)
반듯이 누운 도경과는 달리 곰 인형 꼭 끌어안고 등 돌리고 누운 봉선.
봉선 (봉희 걱정하는) 무대에 오른 지 며칠이나 됐다고... 걘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도경 (걱정되는) 그러게... 공연 중에 그렇게 나가버렸으니... (봉선 따라서 한
숨 내쉬는) 에휴...
봉선 (그 말에 도경 쪽으로 몸 돌리고) 올케, 지금 선남아빠 걱정하는 거야?
(감격해서) 고마워, 내 동생 걱정해줘서...
도경 (아닌 척) 그 인간 걱정을 누가 한다구... (돌아눕는다)
봉선 곰돌이 빌려줘? 이거 안고 자면 잠자리 무지 편한데...
도경 됐어. 너나 편히 자. (눈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
봉선 잘 자. 올케~
도경 (눈 감은 채 옅은 한숨 내쉬는데) ...
봉희(E) 야이, 여편네야~ 당장 못나와?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앉는 봉선.
봉선 봉희닷! (도경을 보면)
도경, 질끈 감았던 눈을 확 뜨는.
도경집 마당 (밤)
마당 앞에 서서 도경 방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봉희.
봉희 돈 좀 까먹었기로서니 멀쩡한 남편을 몰아세워 이혼남을 만들어?
야, 내가 돈 많이 못 벌어다 준 거 말고 대체 뭔 큰 죄를 지었는데 어?
세뇨르 (상기에게) 정말 돈 좀 까먹은 거 말고는 지은 죄가 없답니까?
상기 그럼요. 그러니 억울해서 죽는다 산다 하는 거 아닙니까?
봉희 돈 못 벌어다주는 대한민국 남자들 죄다 이혼당해도 싸겠네. 어?
야, 차도경! 사람을 이렇게 억울하게 만들어놓고 코빼기도 안보이냐?
하는데 현관문 벌컥 열고 도경이 나온다.
봉희 (살짝 움츠러드는 기세다)
도경 (봉희 노려보며) 애들 앞에서 이러고 싶니? 이러고도 당신이 아빠야?
봉희 (지지않고 노려보는)
도경 당장 따라나와! (열 받은 표정으로 대문 열고 나간다)
상기 (봉희 표정 살피며) 괜찮겠냐?
봉희 저 놈의 여편네가 뭘 잘했다구... 야, 차도경! 누가 따라오라면 못 갈
줄 알고? (기세등등하게 나가는데)
놀이터 (밤)
도경, 걸어오고 조금 뒤쳐져서 아까와는 달리 다소 움츠려든 기색의 봉희가
따라 걸어온다.
도경 (휙 돌아보며) 야! 나봉희!
봉희 (고개 앞으로 드밀며) 뭐어?
도경 대체 왜 이러는데? 우리 이혼한 사인 거 잊었어?
봉희 (어이없다) 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혼한 게 아니라 내가 일방적으로
당신한테 이혼 당한 거였잖아?
도경 전 재산 날려먹고 온 식구들 길바닥에 나앉게 만들어놓고선 뭘 잘했다
고 오밤중에 찾아와서 난리야?
봉희 (반격하는) 뭐? 난리? 야, 차도경! 나가서 돈 벌어오고 난리친 게 누군
데? 원인 제공자는 바로 당신이라구!
도경 전 재산 날린 것도 내 탓이다? 그래서?
봉희 (강하게) 이 이혼, 사기 이혼이야. 도로 물러!
도경 (실소하는) 내가 당신한테 무슨 사기를 쳤는데?
봉희 돈 때문에 못살겠대서 이혼해줬더니 도장 찍자마자 딴 놈이랑 바람을
펴?
도경 (째려보면)
봉희 나, 이 이혼 절대 인정 못해. 그니깐 당장 도로 물리자구!
도경 (노려보며) 싫다면?
봉희 (매달리듯) 당신 정말 나 죽는 꼴 볼 꺼야?
도경 죽든 살든 니 맘대로 하세요!
휙 돌아서 걸어간다.
봉희 (도경의 등에 대고) 야! 차도경, 똑바로 들어! 당신 나랑 이혼한 거 땅
을 치며 후회하게 만들고 말 꺼라구!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도경.
도경 반응 없자 괴로운 듯 빈 머리 감는 봉희.
헬스장 (밤)
런닝 머신하는 공심.
공심 (마음의 소리) 지금쯤 그것들 봉희한테 혼쭐이 나고 있겠지?
(약간 양심의 가책 드는) 내가 좀 심했나? (고개 흔들며) 아니지.
지들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게 다 자업자득이지 뭐.
그때, 공심, 신발 끈이 풀린 거 발견하고 러닝머신 멈추고 내려선다.
불길한 예감에 표정 구겨지는 공심,
몸 숙여서 신발 끈 다시 묶고는 다시 몸 일으키고 고개 드는데
바로 앞에 찬우(앞씬과 동일한 복장)가 서 있다.
찬우 (굳은 채) 마샤! 나 좀 보죠. (가는)
공심, 앞서 가는 찬우 뒷모습 보는데 왠지 불길한,
하지만 이내 눈빛 강해지고는 뒤따라 나간다.
공심빌라트 일각 (밤)
마주 보고 서있는 공심과 찬우.
찬우 왜 그랬어요?
공심 (빤히 보고) 뭘요?
찬우 누나 전남편... 거기서 일하는 거 알고 그런 거잖아요. 대체 왜?
공심 (어이없다는 듯) 그걸 저한테 묻다니 참 양심도 없으시네요.
찬우 (보면)
공심 찬우씨 눈엔 제가 아무 생각,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 같아 보여요?
찬우 (표정 굳어지는데)
일각에서 산책하며 걸어오던 강회장, 두 사람 보고 멈춰 서는데
찬우와 공심은 강회장을 보지 못하고...
공심 봉희, 내 첫사랑이기 이전에 내 어릴 적 친구예요. 봉희, 돈 때문에 이
혼 당하고 도경이 맘 돌려보려고 애쓰고 사는 거 도저히 못 보겠어서
그랬어요. (다그치듯) 이제 됐어요?
찬우 그럼 도경이 누나를 남편하고 다시 이어주기 위해 이런 일을 꾸몄다?
공심 그래요. 제가 두 사람한테 큰 죄라도 진 거처럼 몰아붙이시는데 찬우
씨도 저한테 이러는 거 아니죠.
찬우 (노려보며) 지난번에 선남이 보낸 것도 마샤죠?
공심 (당황해서) 네? (말 못하는데)
찬우 (그렇구나 싶은) 정말 실망이네요. 마샤...
공심 (어이없다는 듯) 미안하네요. 하지만 도경이와 봉희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찬우 (언성 높이는) 그걸 지금 나한테 말이라고 해요?
일각에서 보고 있던 강회장, 껴들며
강회장 (버럭 소리 지르는) 지금 누가 누굴 몰아세워?
찬우 (그 말에 놀라서 강회장 보는)
강회장 못된 놈...!
공심 (당황한 표정으로 강회장 보는데)
찬우 빌라트 앞
화난 강회장 들어오고..
찬우, 뒤 따라 들어온다.
강회장 (찬우 상처보고) 쯔쯔쯔... 그 나이에 쌈박질이라니... 됐다.
이쯤에서 정리하고 나랑 같이 미국 들어가자.
찬우 (반격하는) 아버지 언제까지 제 인생에 참견하실 거예요?
강회장 (노려보며) 못된 놈! 어디서 아버지한테 눈 똑 바로 뜨고 대드냐?
그 여자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디?
찬우 제 앞에서 누나 욕하지 마세요. 그 사람 누구보다 착한 사람입니다.
강회장 그렇게 착한 사람이 돈 때문에 가정을 깨?
찬우 아버지가 아무리 막으셔도 이번엔 절 꺾지 못하실 거예요.
강회장 (격노해서) 이 놈이 정말!
찬우 (일어서 밖으로 나간다)
강회장 (괘씸해서 노려보는)
공심빌라트 (밤)
공심, 팔짱 낀 채로 소파에 앉아있다.
공심 지 아들 장래가 걸려있는데도 전부 다 말했다 이거지? (야유조로) 참,
대단한 사랑이네! 흥!! (콧방귀 뀌는)
연습실 (다른 날)
(E). 음악 흐르고.
음악에 맞춰 리듬 타며 바 잡고 스트레칭 중인 선남과 찬영,
그리고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발레리나 세 명.
선남, 바 잡고 스트레칭 하는 찬영과 눈 마주치면 서로 보고 미소 짓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스트레칭하는 선남의 표정 위로,
진섭(E) 나선남 학생을요?
단장실
공심, 자리에 앉아있고 그 앞에 진섭이 서 있다.
진섭 (놀라서) 아니 무슨 이유로...
공심 그 학생 엄마가 유학 안보내겠다고 의사를 밝혀왔어요.
진섭 (믿기지 않는) 차비서님이 그럴 리가 없는데...
공심 그럴 리가 없다니? 그럼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진섭 (뜨끔 놀라서) 아닙니다. 단장님!
공심 오늘부터 특별레슨에서 제외시키세요.
진섭 (곤혹스런) 오늘 당장요?
공심 (찍 째려보면)
진섭 (시선 아래에 두고 공손하게) 알겠습니다. 단장님! (인사하고 나간다)
연습실
진섭, 연습 중인 아카데미생들 앞에 서서 이야기 중이다.
진섭 (머뭇거리다 결심한 듯) 섭섭한 소식인데 선남이가 오늘부로 교환학생 선발자에서 제외됐다.
아이들, 시선 찬영에게 집중되고
찬영, 놀란 표정으로 선남을 보면
선남 (충격 먹고) 부단장님, 제가 왜...?
진섭 어머니께서 유학 안보내신다고 하셨다던데...
선남,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인데
진섭 (안쓰럽게 보며) 너랑 상의하고 통보하신 게 아니었어?
선남, 그 말에 충격 먹고 그대로 뛰쳐나가는데
커피전문점
도경, 열심히 서빙하고 있는데
찬영 급하게 들어온다 .
찬영 아줌마!
도경 (반갑게) 그래, 찬영이 왔구나.
찬영 (머뭇거리다) 선남이 여기 안왔어요?
도경 (무심코) 응. 안왔는데? (하다가 불길한) 왜, 무슨 일 있었어?
찬영 (걱정스런) 있잖아요. 선남이가 교환학생 선발자에서 제외됐단 말 듣고는
수업하다 말고 나가버렸어요.
도경 뭐? 우리 선남이가 뭐 어째? (놀라서 보는)
커피숍 앞 일각
도경, 나와서 선남에게 전화 거는 중이다.
선남에게 계속 전화하지만 휴대폰 꺼져있다.
도경 (속상해서 눈물이 나는)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수업하다말고 뛰쳐나갔을까... 그때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눈물 찍어내고는) 엄마 때문에 우리 아들, 정말 미안해... 선남아, 엄마가 어떻게든 니 자리 다시 찾아줄게.
망설이다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전화 거는 도경.
도경 (전화기 붙들고) 나야... 공심아... 지금 좀 만날 수 있겠니? (절실한 표정이다)
단장실
소파에 다리 꼬고 앉아있는 공심.
마주앉은 도경은 가시방석 같은...
공심 (다부지게) 말해!
도경 (고분고분) 내가 얘기 했었지... 우리 선남이...
공심 어. 기억나. 유학 안간댔다구... 그래서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거 취소시켰
어. 근데 왜?
도경 (난처한) 뭔가 오해가 생긴 거 같아서...
공심 오해라니? 난 오해 한 적 없다 생각하는데...
도경 (설득하듯) 공심아, 잘 생각해봐. 내가 너한테 대놓고 선남이 유학 안보
내겠다고 했던 거 아니었잖아? 그땐 선남이가 나한테 화가 나서 한 말이
었어. 그 애 진심이 아니었어.
공심 진심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경 (이해 구하는) 내가 정말 유학 안보낼 맘이었음 니가 선남이 그 자리에
보낸 거 이사장님께 말했겠지... 그땐 내가 화가 나서...
공심 그래. 화가 날 만도 했겠지. 근데 그게 왜?
도경 오해 풀고 선남이 교환학생 선발 취소건 번복해 줘.
공심 (말 자르고) 왜? 너도 이제 돈 잘 벌 텐데 니 능력으로 유학 보내지
그래?
도경 (무안한) 그럴 처지 못되는 거 너도 알잖아... 부탁할게.
공심 부탁이라? 왜 또 내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지 그러니?
도경 (비참하다)
공심 왜 나만 맨날 니 부탁 들어줘야하는 건데? 공평하지가 않잖아?
도경 (머뭇거리다) 혹시 찬우 땜에 니가 이러는 거라면...
공심 (존심 팍 상하는) 그딴 소리 하려거든 당장 나가! 니 눈에 내가 그깟 남
자 하나 땜에 니 아들 잡는 사람처럼 보여? 사람을 뭘로 보구...
뭐 이딴 게 다 있어?
도경 (그 말에 욱 올라오지만 꾹 누르는)
공심 할 말 다 했음 나가 봐. 너 하는 거 봐서 고려해 볼게.
도경 (원망조로 공심을 보다가 일어서며) 우리 선남이 잘 좀 부탁할게...
공심 (흥!) ...
단장실 앞 복도
문 닫고 나오는 도경, 충격에 몸 휘청하는데
일각에서 수행원들과 걸어오던 찬우,
도경의 모습 보자 달려와
찬우 누나, 대체 무슨 일이야?
도경 (표정 바꾸고) 별 일 아니니깐 넌 내 일에 상관 마!
도경 걸어가는 모습 보다가 단장실로 시선 돌리는 찬우.
단장실
공심, 일어나 자리에 앉아있는데 문 벌컥 열고 찬우가 들어온다.
비서, 놀라서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공심, 비서에게 눈짓으로 나가라는 시늉하면 비서 얼른 밖으로 나간다.
공심 (무표정한 얼굴로 찬우를 보면) 무슨 일이신지?
찬우 (따져 묻듯) 차도경씨, 무슨 일입니까?
공심 글쎄요. 나선남 학생 유학 안보낸다길래 제외시켰더니 찾아와서
맘이 바뀌었다고 번복해달라네요.
찬우 (노려보며) 그래서요?
공심 이미 결정한 일이라 안된다고 했는데... 왜요? (빤히 보면)
찬우 (버럭) 지금 뭐하는 겁니까?
공심 (받아치는) 뭐하는 거냐니요?
찬우 제가 추천한 학생을 내 허락없이 맘대로 바꾸다니! (강하게) 다시 번복
하세요!
공심 (똑바로 보며 차분하게) 추천권을 드렸던 거지, 어차피 최종 결정권은
단장인 제게 있었던 거 아니었나요?
찬우 (어이없어 보는)
공심 이사장님 개인감정으로 이러시는 거 월권 침해라 생각합니다.
찬우 (차갑게 노려보고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마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공심 (분해서 찬우를 노려보는)
거리
도경, 힘없이 걸어가는데
(E) 울리는 도경의 핸드폰 벨소리.
도경 (망설이다가 받지 않는다)
이사장실
자리에 앉아 전화 거는 찬우, 무심하게 신호만 가자
걱정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집어드는데
인터폰(F) 강회장님 오셨습니다.
그 소리에 외투 입으려다 멈추는 찬우,
강회장, 문 열고 들어선다.
찬우 연락도 없이 어쩐 일로...
강회장 지나는 길에 들렸다. 어디 나가려던 참이야?
찬우 (외투 내려놓고) 급한 일 아니예요.
강회장 시간 괜찮으면 애비랑 나가서 얘기 좀 하자.
찬우 예. 아버지...
외곽 - 한적한 오솔길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오솔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강회장과 찬우.
부자가 호젓하게 걸어가며 대화중이다.
강회장 니 에미 보냈을 때가 이맘 때였지 아마... (상념에 빠진) 결혼하고 십년
만에 니 눔 가졌을 때... 어찌나 좋아하던지...
찬우 (그 마음을 알겠다는 듯) 우리 아버지 가을 타시나보다.
강회장 이 에비 갈 날도 머지 않았어.
찬우 아버지두 참... 왜 그런 말씀을...
강회장 찬우야... 너는 누가 뭐래도 내 아들이고... 하나 밖에 없는 내 피붙이야.
내가 그런 아들하고 의 상해가면서까지 말리는 덴 다 이유가 있지 않겠
냐?
찬우 (보면)
강회장 (다독이듯) 찬우야... 이 애비가 니 에미한테 한 약속 지키게 해주련?
찬우 (무슨 말 하려는 건지 짐작이 가는)
강회장 불행한 첫사랑 지켜주겠다고 내 자식이 뻔히 보이는 불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걸 어떻게 그냥 둬.
찬우 ...아버지! 저, 그 사람 때문에 단 한 번도 힘든 적 없어요.
강회장 암... 지금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주변 사람들 생각해봐. 니 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는지... 후에 그 상처 고스란히 그 사람한테
돌아가면 그때 넌 어떡할래? ...아프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닌 게야. (지그 시 보는)
찬우 죄송해요. 아버지... (미안해서 시선 떨구는)
강회장 시간이 지나갈 수록 그 사람도 너 때문에 힘들게다... 때론 보내주는 게
진짜 사랑 일 때도 있어...
찬우 ...
강회장, 아무 말 없이 조금 앞서 걸어가면
찬우, 강회장 뒤를 묵묵히 따라 걷는다.
커피전문점 (밤)
도경, 수심 가득한 얼굴로 테이블 닦고 있는데 선남이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지 닦던 행주 툭 놓고 연신 긴 한숨만 내쉰다.
보다 못한 봉선, 그 옆으로 다가서며
봉선 선남이 괜찮을 거야.
도경 교환학생 선발됐다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얼마나 상심이 클까...
봉선 에휴, 어쩌겠냐. 일이 꼬이려다 보니 애한테까지 이런 일이 생기네.
도경 다 내 탓이야. 내가 정신 못 차려서 아들 앞길 막은 꼴 됐잖아.
봉선 그런 말이 어딨어? (도경 어깨 다독이며) 우리 선남이 강한 애잖아. (부
러 밝게) 이 정도에 휘청할 나선남 아닌 거 니 뱃속으로 낳고도 몰라?
도경 제발 아무 일 없어야 될 덴데...
봉선 (행주 들어 테이블 닦으며) 여긴 내가 정리할 테니깐 들어가 눈 좀 붙
여.
도경 (얼른 행주 뺏으며) 됐어. 이 상황에 잠은 무슨. 낼 팔 거 만들어놓고
들어갈 꺼니깐 너 먼저 들어가.
봉선 (역시 심란함에 긴 한숨만)
거리 (밤)
찬우, 무거운 마음 이끌고 하릴없이 걷는 그 위로,
강회장(E) 시간 길어질수록 그 사람도 너 때문에 힘들게다. 때론 보내 주는 게 진
짜 사랑 일 때도 있어...
찬우, 쓴웃음 흘리고 묵묵히 걸어가는데 시선 끝에 선남을 발견한다.
커피전문점 일각 (밤)
선남, 커피전문점 일각에서 창문 너머로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일하는 도경을 보고 서 있다.
선남 (엄마를 보고 있자니 마음 짠해져 눈물이 난다) 엄마,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나 무용 그만 둘까봐...
울고 서 있는 선남의 어깨에 올려지는 손.
선남, 돌아보면 찬우다.
근처 편의점 앞 파라솔 (밤)
파라솔 의자에 음료수 마시며 마주 앉아있는 찬우와 선남.
찬우 선남이라고 했지?
선남 예.
찬우 내가 너 교환학생으로 추천했었는데...
선남 알아요. 실망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찬우 미안해할 꺼면서 왜 포기한다 그랬어?
선남 엄마가 저 때문에... (더 이상 말 못하는)
찬우 엄마가 나랑 친하게 지내는 게 너 때문이라 생각했어?
선남 ... 예.
찬우 아닌데...
선남 (보면)
찬우 엄마랑 아주 오랜 옛날부터 친했었거든.
선남 (의외다) 옛날, 언제요?
찬우 내가 너만 할 때부터...
선남 정말요?
찬우 그럼!
선남 (잠시 생각하다) 울 엄마 그때도 예뻤어요?
찬우 그럼, 그때도 지금처럼 예뻐서 내가 친해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가는 곳마다 아주 졸졸 따라다녔다.
선남 (피식 웃는)
찬우 (그윽한 눈길로 보는) 선남아!
선남 네...
찬우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는데 선남이가 이해해주면 안될까?
선남 (보면)
찬우 그리고 니가 뭔가 오해하는 거 같은데 교환학생 건은 엄마랑 친분 때
문에 추천 할 게 아니야. 니 실력을 인정하고 나한테 먼저 추천한 분
이 부단장님이셨어.
선남 (믿기지않는) 정말요?
찬우 그럼. 그러니깐 무용 그만 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 그리고 교환학
생 유학 건은 매년 있으니까 더 잘해서 내년에 가면 되겠다. 그치?
(자상하게 미소 짓는)
선남 네. (희망 가지고 미소 짓는)
커피전문점 (밤)
도경, 여전히 무거운 표정으로 내일 팔 빵 반죽 만들고 있다.
봉선, 그 옆 카운터에 앉아 멍하니 도경만 응시하는데
도경 (시선은 빵 반죽에) 보고만 있지 말고 그만 들어가래두.
봉선 같이 가. 너 그러고 있는데 어디 불안해서 발길이 떨어져야 말이지.
이때, 도경 휴대폰 울리고(E)
도경, 비닐장갑 벗고 휴대폰 꺼내 확인하는데 액정에 '선남' 뜨자
화들짝 놀라 받는다.
도경 선남아. 어디야?
봉선, 선남이란 소리에 역시 화들짝 놀라 도경 옆으로 바짝 붙는.
도경 (울먹이는) 너 도대체 어디야? 엄마 얼마나 마음 졸였는 줄 알아.
선남(F) 엄마, 저 이제 괜찮아요.
도경 우리 아들, 정말 괜찮은 거야?
선넘(F) 그럼요. 실력 더 키워서 내년엔 꼭 당당하게 프랑스 갈 거니깐 이제 걱
정 마세요. 더 이상 엄마 실망 시켜드리지 않을게요.
도경 (눈물 꾹 참는) 그래, 장하다 우리 아들. 정말 장해... (사이) 응. 집에
얼른 들어가. 엄마도 금방 갈게. (사이) 그래. (전화 끊는)
봉선 (얼굴에 화색 돌며) 선남이가 뭐래?
도경 포기하지 않고 내년에 다시 도전한데.
봉선 아이구, 다행이다. 이제야 한바탕 풍파 지나갔네. 어휴, 기특한 것.
도경 (이제야 미소 번지며) 그럼, 누구 아들인데... 으유, 든든한 내 새끼.
커피전문점 일각 (밤)
커피전문점 유리창 너머 활짝 웃고 있는 도경의 모습 보인다.
찬우, 일각에 서서 그런 도경을 보며 애써 미소 짓는데 웃음 끝에
씁쓸함 묻어난다.
찬우 (스스로에게 말하듯) 누나, 웃는 거 보니까 좋네. 뭐.
7080 카페 앞 (밤)
<카페 임대합니다> 라고 써진 종이, 문에 붙여져 있다.
봉희와 상기 허망하게 바라보는데...
봉희 우리 이제 어떡하냐?
상기 우리가 매달릴 곳이라고는 용사장님 뿐인데...
봉희 (결심하고) 핸드폰 줘봐.
상기, 얼른 핸드폰 꺼내 건네면
봉희, 용사장에게 전화 건다.
상기, 봉희 옆에 붙어 휴대폰에 귀 기울이는데.
신호 가고 용사장 받아서 ‘여보세’ 하는데 봉희, 툭 끊어버리는.
상기 (황당해서) 야, 왜 끊어!
봉희 목소리가 안 좋았어.
상기 휴대폰에 내 이름 뜰 텐데... 자식이 사람 난감하게 만드네.
봉희 (안절부절) 어떡하지? (하는데)
상기의 휴대폰 울려 보면 용사장님 이름 뜬다.
봉희, 상기에게 휴대폰 받으라고 하고.
상기, 대신 받는 척 하더니 ‘통화’ 버튼 누르고 얼른 봉희 귀에 대준다.
그리고 얼른 봉희 옆에 붙어 휴대폰에 귀 기울이는 상기.
봉희 (얼은 채로) 예, 사장님! (상대가 뭐라 하는지 전화기 들고 귀에서 땠
다가 다시 붙이는) 정말로 죽을 죄를 졌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다
가 놀라며) 예?
봉희 표정 따라서 옆에서 적당히 포즈 취하며 반응하는 상기.
커피전문점 앞 (밤)
도경, 가게 문 잠그고 씩씩하게 돌아서는데
찬우가 서 있다.
도경 (멈칫해서 보는)
찬우 (부러 밝게) 작별 인사는 해야죠.
거리 (밤)
도경과 찬우, 긴 침묵 사이로 나란히 걷고 있다.
찬우 (침묵 깨고 입 여는) 기억나요? 누나 처음 우리 반에 교생 선생님으로
오던 날, 첫날부터 내가 엄청 괴롭혔잖아요. 수업 내내 곤란한 질문만
해대고...
도경 (잠시 옛 생각에 젖는) 그랬었지...
찬우 아, 그리고 왜, 누나한테 유독 친절하던 그 수학 선생 있잖아. 그 선생님
이 누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던 날, 그 선생님 차 타이어 펑크낸 것도 실
은 내가 그랬어요.
도경 (피식 웃는)
찬우 관심 받고 싶었거든. 그렇게라도 누나 옆엔 내가 있다는 거 확인시켜 시
켜 주고 싶었어요. 꼭 눈으로 확인시켜야만 마음이 전해진다고 생각했거
든요. 근데 이제 알겠네...
도경 (찬우 보는)
찬우 (멈춰서) 옆에 두지 않아도 그때 차도경을 쫓아다니던 그 마음 가지고
기쁘게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도경 (멈춰서 찬우 빤히 보는)
찬우 (애써 밝게 웃는) 그러니까 누나도 그때 그 차도경처럼 씩씩하게 살았음
좋겠어. 할 수 있죠?
도경 (역시 애써 환하게 웃는) 그래. 꼭 그럴게.
버스정류장 앞 (밤)
도경과 찬우, 아무 말 않고 나란히 앉았다.
찬우 (정면만 주시하는)
도경 (찬우 보며 마음의 소리)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날 기억해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고마웠어. 찬우야... (쓰게 웃고 시선 정면으로)
찬우 (도경 보며 마음의 소리) 다시 만나 나쁜 기억 잊게 해줘서, 고마웠어.
누나... (쓰게 웃고 시선 정면으로)
이때, 멀리서 버스 들어오는 거 보인다.
도경 (일어서며) 버스 왔네. 갈게.
찬우 (일어서며 미소 짓는) 잘 가요. 누나...
도경, 마지막까지 웃어 보이며 차에 오르고
찬우, 역시 마지막까지 애써 환한 미소 보낸다.
버스정류장 + 버스 안 (밤)
찬우, 차에 오른 도경 향해 환한 미소로 손 흔들어 준다.
버스 좌석에 앉은 도경, 차창 밖의 찬우에게 역시 미소로 화답하는데
도경 (마음의 소리) 찬우야. 언젠간 니 손 꼭 잡아 줄 사람 나타 날거야. 그럼
그땐 그 손... 절대 놓지 마.
잠시 후, 버스 출발하면 찬우, 아픈 마음 추스르며 도경의 모습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 흔들고...
버스 안 도경, 찬우의 모습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 돌려 정면 보며
차창에 가만히 얼굴 기댄다.
찬우 빌라트 (밤)
강회장, 지갑에서 찬우모 사진을 꺼내 애틋한 시선으로 한참을 본다.
강회장 눈망울 총망한 거 하며 젊은 처자가 어찌나 당신을 쏙 빼닮았는지...
당신이 나라면 그놈 꽁꽁 묶어서라도 맺어줬을 텐데... 나도 이제 늙었
나보오. 그 놈을 꺾을 재간이 없어.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섰다가 나중
에 당신한테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한숨 푹 내쉬며) 에휴... 고 녀석
고집이 대쪽 같아서 억지러 굽히려다 부러질까 두렵소. 허니 그 처자
진심이 그 놈 마음 흔들어 지 스스로 돌아서기를 바라는 수 밖에...
(씁쓸함이 묻어나는)
공심빌라트 (밤)
공심, 잡념을 떨치듯 영화 보는 것에 열중하지만 심란함 떨칠 수 없다.
그런 공심의 얼굴 위로,
찬우(E)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마샤...
괘씸한 표정의 공심.
공심 뭐? 무서운 사람? 지들이 나한테 한 짓은 생각도 안하고...
분한 마음에 입술을 깨무는 공심,
하지만 표독스럽지만은 않고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여자의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표정이다.
(E) 이때 휴대폰 울리고.
공심 (무심히 받는) 네.
강회장 어이, 이쁜 처자. 나한테 시간 좀 내 주려나?
공심 (뜻밖의 전화에 의아한)
고급 찻집 (밤)
전통차 앞에 두고 마주앉은 공심과, 강회장.
강회장 어여 들지.
공심 예. 회장님. (다소곳이 차 마시는데)
강회장 그새 얼굴이 상한 걸 보니 어떤 놈이 속썩인 게 분명한 게야.
에라이, 천하에 몹쓸 놈!
공심 (그 말에 살풋 미소 짓는)
강회장 내 대신 사과할게. 미안허이.
공심 (당황스런) 아닙니다. 회장님 신경 쓰이게 해서 되려 죄송합니다.
강회장 (그저 공심 마음 예쁘게 보이는) 못난 아들놈 때문에 얼마나 맘이 상했
을꼬? 내 말 안해도 짐작이 가.
공심 (강회장의 태도에 마음 열고) 실은... 제가 찬우씨 맘 상하게 했습니다.
강회장 응? 그게 무슨 소린가?
공심 찬우씨 맘 잡아보려고 제가 두 사람한테 못되게 굴었어요.
강회장 (긴 숨 몰아쉬는) 내 아들을 많이 좋아했나 보네. 맘도 여린 사람이 오죽
했음 그랬을꼬?
공심 (고백하듯) 저 찬우씨 많이 좋아했어요. 그 사람도 저랑 같은 마음일거
라 믿었는데... 찬우씨 마음이 제 친구한테 있다는 거 알고 배신감이
컸던 거 같아요.
강회장 (묵묵히 듣는)
공심 실은 저... 그동안 두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어요.
강회장 (안쓰럽게 보는데)
공심 하지만 진심으로 저를 걱정해주시는 회장님 뵈니까 그러면 안될 것 같
아요. 찬우씨... 회장님께서 사랑하는 아들이잖아요.
강회장 복수하게. 내 아들 마음 열 번이고 백번이고 훔쳐서 복수하게나...
공심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
강회장 (그 말에 짠해서) 웬수가 만나서 부부가 된다는 말 알지?
공심 (가만히 보는)
강회장 그 모자란 놈이 에미 일찍 여읜 탓에 모성애 때문에 그러는 거라네.
(공심 보며) 내 앞으로 마샤 편에 설 테니 더 이상 물러서지 말게나.
공심 ... 회장님! (울컥해서 눈물이 쏟아진다)
강회장 (손수건 건네고) 어여 닦게 나. 이리 맘이 약해서 무슨 복수를 하겠다
고...
공심 (손수건으로 눈물 닦는데)
강회장 찬우 그놈 날 닮아서 어찌나 대쪽 같은지... 대나무는 부러질망정 휘어
지지 않아... 하지만 대나무도 바람에는 흔들리는 법일세.
공심 (강회장 보면)
강회장 그게 힘들면 그 아이 맘 돌릴 때까지 친구가 되어주면 안되겠나? 시간
이 좀 걸리더라도 그 녀석 분명히 제 자리 찾아갈 걸세.
공심, 자신의 속마음을 읽고 있는 강회장의 말에 다시 울컥하는데...
과일가게 앞 (밤)
도경, 과일 꼼꼼히 살피며 고르고 있다.
도경 (메론 하나 들며) 선남이 메론 참 잘 먹는데. (가격 확인하고) 뭐가 이렇
게 비싸?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생각 굳히고) 그래, 돈이 문제야. 우리
아들 이거 먹고 힘내겠지? (그새 싱글벙글)
선남방 (밤)
선웅, 자고 있고 선남, 혼자 공부중이다.
도경, 메론 담은 접시 가져 와 책상 한 쪽에 놓으며
도경 이거 먹고 해. 근데 너무 열심인 거 아냐?
선남 유학 안 가는 대신 성적 올려서 좋은 대학 갈 거예요.
도경 그래. 우리 선남이 실기가 받쳐주니까 성적 쫌만 올려보자. 아자!
선남 (웃는)
도경집 거실 + 주방
봉선, 식탁에 앉아 멸치 다듬고 있다.
도경, 선남 방에서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나와 식탁 봉선 맞은 편에 앉는.
봉선 선남이 아직도 안자?
도경 (같이 멸치 다듬으며) 응. 영양제라도 사야겠어. 발레하느라 공부하느라 체력도 딸릴 텐데.
봉선 차라리 보약을 한재 지어 줄까?
선녀, 줄넘기 목에 걸고 방에서 나온다.
선녀 엄마, 나는? 나도 요즘 체력 딸려. 나도 보약 해줘.
도경 으이구, 하여튼 우리 선녀 앞에선 뭔 말을 못해. 근데 넌 공부 안하고
왜 나왔어?
선녀 집중이 통 안 되서 운동 좀 하고 하려구.
봉선 (일어나며) 선녀야, 고모랑 같이 하자.
봉선과 선녀 나가면,
도경, 빙긋 웃는다.
도경집 앞 (밤)
대문 앞에 서는 봉희와 상기, 세뇨르.
봉희 (걸음 멈추고) 이렇게 집에 들어가기 싫기는 정말 첨이다.
상기 얌마 어떡하냐? 내일 오디션 보려면 세뇨르한테 복장도 빌려야하고
춤 연습도 해야 하는데... 일단 들어가자.
갈등하다 상기에게 떠밀려 들어가는 봉희.
도경집 마당 (밤)
선녀, 봉선과 줄넘기 하고 있는데
봉희와 상기가 들어온다.
선녀 (봉희 보자 줄넘기 멈추고는) 아빠!
봉희 (반갑게) 그래. 이쁜 딸!
봉선 야, 나봉희! 그 사람이랑 한판 했다며?
봉희 (선녀 의식하고) 누나...!
선녀 (뭔 말인가 싶어서 보는데)
봉희 (선녀에게) 운동 잘 해. 우리 딸! (계단 올라간다)
봉선 봉희야... (뒤따라 올라가는데)
선녀, 고개 갸우뚱하고는 들어가는.
도경집 주방 (밤)
도경, 선녀에게 줄 메론 깎고 있으면 선녀 들어온다.
선녀 (메론 하나 집어 먹으며) 이거 우리 아빠가 디게 좋아하는 건데...
(빙긋 웃고는 그릇 채로 들고 밖으로 나가는데)
옥상 (밤)
평상에 걸터앉아 봉희와 얘기 나누는 봉선.
봉선 (궁색한 봉희의 행색에 마음이 아픈) 꼴이 그게 뭐야?
봉희 누나... 실은 나... 카페에서 짤렸어.
봉선 (한숨 푹 내쉬고) 어찌 오래간다 싶드만...
봉희 그 놈만 아니었음 그럴 일 없었을 텐데...
봉선 (자조) 어쩌다 우리가 요 모양 요 꼴이 됐냐. 아들은 이혼남에 딸은 시집도 못 간 노처녀. 우리 아부지, 어머니 하늘에서도 우리 걱정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겠다. (하늘 올려다보는데)
봉희 하지만 너무 실망 마. 내일 기획사에 오디션 보러가니깐.
봉선 그 놈의 오디션은...
봉희 이번엔 느낌이 틀려. 기다려봐. 누나... 쨍하고 해 뜰 날 올 테니까.
봉선 (별 기대 안하는) 그런 날이 오긴 오는 거냐?
봉희 (썩 자신 없는) 기다리다 보면 오겠지, 뭐.
봉선 봉희야. 이번이 마지막 오디션이라 생각하고 잘 좀 해 봐.
봉선 (씩 웃고) 응. 정말 잘해 볼게. 나 정말 잘 할꺼야.
봉선 (한숨 쉬며) 에휴... 진작에 철 좀 들지. 집 날리고 이혼 당하고 니 꼴이
이게 뭐냐?
봉희 (미안한)
봉선 온 식구가 엄동설한 앞두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던 거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팔딱팔딱 뛴다.
봉희 그나마 다행이지. 고마운 집주인 만나서...
봉선 고~맙지. 집 찾아 줘, 가게 차려 줘. 우리 식구 살 길 열어줘, 거기다 도경이한텐 좀 지극정성이야? 도경이가 안 넘어가면 그게 이상한거지.
봉희 (대체 뭔 말인가 싶은) 도경이한테 지극정성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봉선 (속상해서 지르는) 니가 날린 이 집 주인, 이사장이랜다. 그리고 차도경!
그 사람 앞에서 여자이고 싶단다.
봉희 (허걱 놀란) 그 말이 다 사실이야? 이 집이랑 가게 다 그 자식이 해 준거야? (하는데)
선녀, 쟁반 들고 계단 올라와 그 말 듣고.
선녀 (충격 받은) 그게 정말이야? 아빠!
봉선, 놀라서 선녀를 보고,
등 돌리고 앉아있던 봉희, 뒤돌아보면 선녀다.
봉희,봉선 (놀라서) 선녀야...
선녀, 그릇 던지고 계단 뛰어 내려가는데.
도경집 마당 (밤)
집에서 뛰어나온 선녀,
음식물 쓰레기 들고 안에서 막 나오는 도경을 향해 소리치는.
선녀 엄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엄마가 어떻게??
도경 (놀란) 너 왜 이래? 대체 무슨 일이야?
하는데 봉희가 뛰어내려 온다.
봉희 선녀야. 아빠랑 얘기 좀 하자.
선녀 됐어. 엄마도 아빠도 다 싫다구요!!!
뛰쳐나가는 선녀.
도경 (봉희에게) 대체 애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봉희 (도경을 노려보며) 당신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여자였어?
도경 뭐? 내가 뭘 어쨌다구?
봉희 이 집이랑 카페, 그 자식이 해준 거라며?
도경 (충격 먹은 표정이다)
봉희 선녀야... (하며 뛰어나가는)
공심빌라트 거실 (밤)
벽에 걸린 프랑스 파리 그림을 가만히 보고 선 공심.
애환의 눈빛이 역력하다.
공심 정말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그런 공심 위로,
강회장(e) 나를 봐서라도 내 아들 미워하지 말고... 그 아이 맘 돌릴 때까지 친구
가 되어주면 안되겠나?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 녀석 분명히 제 자리
찾아 갈 걸세.
공심 얼마나 더 그 힘든 시간을 견디라구요... (그세 눈물 그렁이는)
몽타주 (밤)
선녀 찾아 헤매는 도경과 봉희.
흩어져서 각자 PC방이며, 놀이터며,
골목 샅샅이 찾아보는...
도경집 앞 (밤)
안절부절 못하며 집 앞을 서성이는 봉선.
봉선 대체 몇 시간째야? (걱정되는) 아직도 못 찾은 거야?
선남이 집에서 나온다.
봉선 선남아!
선남 제가 찾아볼께요.
봉선 날도 어두운데 고모랑 같이 가자.
선남 아니예요. 추운데 들어가 계세요. (뛰어간다)
봉선 밤 길 조심해. 선남아~ (안쓰럽게 선남을 보는) 이러다 애들 다 잡지...
놀이터 (밤)
선녀, 미끄럼틀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다리에 푹 묻은 채 앉아있다.
놀이터 근처를 지나치던 선남, 그런 선녀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선남 선녀야!
선녀 (고개 드는데 온통 눈물로 얼룩져있는)
(시간경과)
그네에 나란히 앉은 선남과 선녀.
선녀, 침울한 표정으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다.
선남 니 기분 잘 알어. 나도 그 사실 알고 엄청 놀랐으니까...
선녀 근데 왜 나한테 말 안했어?
선남 니가 힘들어 할까봐...
선녀 (선남을 애틋하게 보며) 오빠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선남 엄마가 약속하셨어. 우리 힘들게 안할 꺼라구...
선녀 오빤 그 말을 믿어? 민희엄마도 이혼하실 때 그랬다더라.
민희랑 죽을 때까지 둘만 살 꺼라구... 민희가 엄마 재혼하시고
얼마나 힘들어 했는 줄 알어?
선남 알어. 니가 전에 말했었잖아.
선녀 나... 그 아저씨랑 엄마 같이 있는 거 봤어.
선남 ...
선녀 엄마, 그 아저씨 보면서 웃더라. (배신감 느끼는) 아빨 두고 어떻게 그
럴 수가 있어?
선남 (덤덤하게) 그 분 좋은 분이셔.
선녀 (그 말에 발끈해서) 그럼 우리 아빤? 아빠가 아무리 잘못을 하셨어도
엄마가 아빨 두고 딴 남자랑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선남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보다 엄마가 더 힘드실 꺼야.
선녀 .....
선남 선녀야. 우리가 조금만 이해해드리자.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는 거잖
아...
선녀 그럼 아빠는...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떡하냐구? (흐느껴 운다)
선남 (그런 선녀를 아프게 보는)
골목 (밤)
도경, 봉희와 나와서 걸어간다.
쌀쌀한 날씨에 몸을 덜덜 떠는 도경.
봉희, 얼른 재킷 벗어서 도경의 어깨에 걸쳐주는데
도경 (확 벗어 제키고 다그치듯) 애 앞에서 왜 그랬어? 왜 그랬냐구?
봉희 걔가 듣고 있을 줄 난들 알았냐? 넌 맨날 내 탓만 하지...
도경 우리 선녀 잘못되면 평생 당신 안볼 줄 알어!
봉희 알았어. 알았으니까 입어. 감기 들면 어쩌려구... (다시 걸쳐주는데)
도경 됐어. 지금 감기가 문제야?
도경, 어깨에 걸쳐진 봉희의 재킷을 신경질적으로 다시 걷어내는데 재킷이
땅바닥에 떨어진다.
봉희, 야속하게 도경을 보고 섰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앞서 걸어가는 도경.
도경 (울먹이며) 대체 얘가 어디로 숨은 거야? (하는데)
(E) 봉희의 전화벨 울린다.
도경, 그대로 뒤돌아서 봉희를 보는데
봉희 (받고) 어, 누나? (반갑게) 뭐? 선남이가? ... 알았어. (끊는데)
도경 선남이가 왜?
봉희 선녀 찾아서 데리고 집에 왔대. 휴... 살았다. (안도의 한숨 내쉬는데)
선녀 찾았다는 말에 다리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는 도경.
봉희, 놀라서 “여보” 하며 도경을 보는.
도경집 거실 (밤)
도경, 들어서면 봉선이 소파에 팔장 낀 채로 앉아있다.
도경 (봉선에게) 선녀는?
봉선, 시큰둥하게 눈짓으로만 선녀 방을 응시하고는 방으로 들어간다.
도경, 문 열려는데 잠겨있자 안쓰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선남 (방에서 나와) 엄마, 저랑 밖에서 얘기 좀 해요. (나간다)
도경 (불안한 표정으로 선남을 따라 나가는)
도경집 마당 (밤)
선남과 마주 선 도경.
선남 선녀가 많이 힘든가 봐요.
도경 니들이 오해하는 거 같은데... 이사장님, 엄마 친한 동생일 뿐이야.
(선남 보며) 엄마가 약속했잖아?
선남 (그 말에 도경을 보고) 알아요. 그분 좋은 분이시고... 저 엄마 마음 이해
해요.
도경 (짠해서 보면)
선남 그거 다 아는데... (울먹이며) 선녀 저러는 거 보니까 너무 겁나요. 혹시라
도 나쁜 일 생길까봐서...
도경 (울컥해서) 그럴 일 없어. 니들이 걱정하는 나쁜 일 절대 안 생길 꺼야.
선남 (눈물 그렁해서 도경을 보는데)
도경 그니까 걱정마. 알았지? 아들! (선남을 꼬옥 안아준다)
선남을 안은 도경의 표정,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음반회사 앞 (다음날)
봉희, 상기, 세뇨르, 한껏 기대에 부풀어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봉희 이번엔 꼭 돼야 할 텐데...
상기 용사장님이랑 무지 친하신 분이 기획사 실장님이니까 분명 팍팍 밀어주
실 꺼야.
세뇨르 그래요. 선남아빠. 이번엔 필이 팍팍 옵니다.
상기 (질색하며) 선남아빠라니!! 여기선 절대 유부남이라고 말하면 안돼.
연예인이란 게 말이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인데 이게 결혼을 했다거나 하면 환상이란 게 깨진다는 거지. 많은 소녀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철저한 신비주의로 가야 한다 이 말이지. 알겠냐?
세뇨르 (헤벌쭉) 소녀 팬들이요?
봉희 (대답 않는데)
녹음실 안 + 밖
녹음실 안에 긴장된 표정으로 서서 노래 준비중인 봉희, 상기, 세뇨르...
봉희 (덜덜 떨리는 소리로) 나 떨고 있냐?
상기 어. 맨날 밖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안에 들어오니까 나도 떨리는데
넌 오죽하겠냐?
상기, 세뇨르를 흘깃 보면 굳은 채로 의연하게 서 있다.
상기 박선생은 안떨리시나 봅니다.
세뇨르 (암말 않는)
봉희 박선생이야 원래부터 대중들 앞에 나서는 직업을 가지셨잖아?
상기 그렇구나. 박선생님의 기를 받아 우리도...
세뇨르 (입으로 소리 내는) 쉬~~
상기 예. 닥치고 있겠습니다.
세뇨르 ~이... 좀 하고 와도 될까요?
봉희와 상기, 그 말에 뜨아해서 세뇨르를 보는데.
마이크(F)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상기 봉희야, 우리 달리는 거야!
봉희 그래... 죽어라 달려보자!
세뇨르 저도 참고 달리렵니다!
의기투합한 세 사람, 의미심장한 눈길 주고받고는 복면 꺼내 뒤집어쓴다.
(E). 드디어 전주음악이 울려퍼지고
그 어느 때보다 격동적인 몸동작이 시작되는데...
녹음실 유리벽 밖으로 유심히 보는 관계자들, 간간이 고개 끄덕이는.
7080 카페에 왔던 여자실장도 자리에 앉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기획사 사무실
봉희, 상기, 세뇨르 쭈르르 앉아있고 맞은편에 관계자들 앉아있다.
셋,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관계자들 보고 있는데.
기획실장 (봉희에게 계약서 내밀며) 계약합시다!
그 말에 얼싸안고 좋아하는 세 사람!
몽타주
- 기획사 녹음실.
봉희, 녹음 중인데 뭔가 자꾸 안 맞는지 몇 번이고 스톱되는 상황.
봉희, 지칠 법도 하지만 싫은 내색 않고 몇 번이고 재녹음 한다.
- 기획사 안무 연습실.
전면 거울 앞에서 열심히 안무 연습중인 모습.
이내 땀 범벅되고 후들거리는 다리에 휘청하면서도
몇 번을 다시 일어나 피나는 안무 연습하는 모습.
선남방 (밤)
선남, 열심히 공부 하던 중 체력 지치는지 가벼운 스트레칭 하고는
다시 공부에 매진한다.
순간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고개 젓고는 그래도 안 되겠는지
라디오 트는데
DJ(E) 네 그럼 다음 곡은 트로트킹의... 어?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데요. 내 인
생의 네비게이션? 리드보컬이신 나봉희씨, 먼저 노래 소개부터 부탁드릴
게요.
선남 (고개 갸웃) 나봉희?
봉희(E) 이 노래는 제가 많은 방황을 겪고 있을 때 한강변에 앉아 지나는 차들을
보면서 만든 노랩니다.
DJ(E) 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한데요?
봉희(E) 그런 거 있잖아요. 하물며 달리는 차들도 목적지가 있는데 저만 이방인
이 된 듯한 그런 심경이요. 그때 누구든 내 손을 잡아 날 목적지로 안내
했음 좋겠다... 그런 의미를 담아봤습니다.
선남 (목소리에 봉희 알아채고) 아빠?
라디오 녹음실
막 '내인생의 네비게이션' 노래 끝나고
트로트킹과 DJ 마주 앉아 라디오 진행 중이다.
DJ 와, 노래 좋은데요. '내인생의 네비게이션' 히트 조짐이 밀려오네요.
봉희 (쑥쓰러운) 감사합니다.
DJ 그럼 이번엔 시청자 사연 하나 읽고 얘기 계속 할게요. 나봉희씨가 직
접 소개해 주시겠어요?
봉희 네. (사연 적인 종이 읽어 내려가는) 안성에서 이수철씨가 보내오신 사연
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길거리 노점을 하며 두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
는 싱글 아빠입니다. (순간 멈칫하지만 마음 추스르고) 이혼 후 제 욕심
에 아이들은 맡아 키우고 있지만 남자 혼자 아이들을 키운 다는 게 쉽
진 않네요. (아이들 생각에 뭉클해서 감정조절 안 되는)
커피전문점(밤)
빈 카페 안.
혼자 남은 도경. 테이블마다 닦으며 정리 중인 모습 위로,
봉희(E) 그렇게 곱던 아내가 무능력한 저 만나 손에 물마를 날 없던 걸 생각하
면 놓아주길 잘했다 싶다가도 막상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걸
알고부턴 막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니 일
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젠 정말 아내를 잡을 수
없겠구나 싶어서요...
라디오 녹음실
봉희, 사연 읽어 내려가며 어느새 눈물 쏟아내고 있다.
DJ를 비롯한 상기와 세뇨르박, 역시 감정에 취해 숙연한 분위기다.
봉희 어떻게든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내와 재결합 하고 싶지만 차마 용기
가 나지 않습니다. 전 어떡해야 할까요...
DJ 네. 참 가슴 사연이네요. (울고 있는 봉희 보며) 나봉희씨 괜찮으세요?
봉희 죄송합니다. (한참 생각 후 결심 굳힌) 실은 저도 고백할 게 있습니다.
라디오 부스 안 사람들 놀라서 일제히 봉희에게 시선 집중되는.
봉희 (결심 굳히고) 저한테도 세 아이들이 있습니다.
상기과 세뇨르 봉희의 고백으로 모든 게 끝났다 싶은.
도경집 거실
봉선과 아이들 빙 둘러 앉아 라디오에 귀 기울인다.
봉희(E) 지금껏 단 한 번도 남편 노릇, 아빠노릇 제대로 한 적이 없습니다. 노
래 한답시고 월급봉투 한번을 가져다 준 적도 없고 아이들에겐 그 흔
한 학용품 한 번 제대로 사준 적이 없으니까요.
봉선과 아이들, 서서히 눈시울 붉어지는.
봉희(E) 결국 아내는 저를 떠났고... 이제야 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함께 기뻐해줄 가족들 속에 제 자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네요.
아이들, 점점 소리 높여 우는.
봉선, 안타까움에 눈물 훔치고.
봉희(E) 지금 이렇게 후회할 걸 진작 알았더라면 아마 이혼은 절대 하지 않았
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든 걸 다 얻어도 결국 돌아갈 내 자리가
없다는 게 무엇보다도 가슴이 아픕니다...
녹음실 앞
방송 마치고 나오는 봉희. 그저 주변의 눈치만 살피는데
상기와 세뇨르 박 역시 좌불안석이다.
매니저, 잔뜩 상기된 얼굴로 긴 한숨만 내쉬고 있고.
PD와 작가들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채 말을 하지 못한다.
봉희, 사람들 눈치 보며 방송을 망쳤다는 죄책감에 참담한 표정이다.
사람들(E) 브라보!
기획사 사무실
봉희, 상기, 세뇨르, 맥주캔 들어서 건배하며 축배 들고 있다.
상기 어떻게 이런 반전이 있냐? 식스센스 이후로 오늘이 최고 스릴 있다.
봉희 그러게 말이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세뇨르 이래서 사람 팔자, 무덤 속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모른다고 하지 않소.
상기 암튼 나봉희, 이 기특한 짜식, 하늘은 널 쉽게 버리지 않는구나. (자지
러지게 웃고는 세뇨르 향해) 박선생, 지금 검색어 몇이요?
세료르 (마시던 맥주캔 얼른 놓고 노트북으로 검색) '나봉희 고백' 당당히 1위
달리고 있소.
봉희 (쑥스러운 듯 웃고 술 마시는)
상기 기사 뜬 건요?
세료르 (얼른 클릭해 기사 제목 읽어주는) 어, 여깄네. 크로트킹, 복면 속에
감춰둔 애달픈 가족사.
상기 크~ 제목 쥑인다. 그리고 또?
세뇨르 헉!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실시간 다운 1위. 크로트킹 국민가수로 등
극?
순간 세 사람 놀라 눈 휘둥그레지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등켜안고
신났는데 이때 여실장, 들어온다.
세 사람, 얼른 자세 추스르고.
여실장 나봉희씨, 오늘 라디오 훌륭했어요. 이래서 진심은 통한다고 하나보네.
봉희 별 말씀을요. 다행이 다들 좋은 쪽으로 받아들여줘서 제가 더 감사하죠.
여실장 (봉희에게 키 건네는)
봉희 (받으며) 이건 뭔가요?
여실장 아파트 키에요. 당장 애들부터 찾아오세요.
봉희 (눈 휘둥그레지는)
거리일각 (밤)
봉희, 사력을 다해 달리고 있다.
봉희 나선남, 나선녀, 나선웅. 좀만 기다려. 아빠가 간다!!!
도경집 거실 (밤)
봉선과 아이들, 힘 축 빠져 아무 말도 못하고
여전히 라디오 주변에 멍하니 앉아있다.
이때 현관문 벌컥 열리고 거친 숨 몰아쉬며 봉희, 들어선다.
아이들 (일제히 놀란) 아빠!
봉선 봉희야.
봉희 (활짝 웃으며 아이들 부등켜안는) 내 새끼들. 그동안 아빠 노릇 못해 미
안했다. 정말 미안해.
선녀 (눈물 훔치고) 아빠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이제 우리 같이 살아.
봉희 그럼, 그래야지. 누나, 애들 짐부터 싸.
봉선 (식겁하는) 건, 또 뭔 소리야?
아이들 (역시 놀라고) 아빠...
봉희 (아파트 열쇠 꺼내 흔들며) 이제 우리 살 집 구했어. 거봐, 나 한다면 하
는 놈이라니깐. (눈물 훔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새끼들 내 옆에 두고
내가 키울 거야.
봉선 (순간 걱정되는) 도경이하고는 상의해 본거야?
봉희 (듣지 않고 화제 돌려) 뭐해? 애들 짐 안 싸고. 니들 아빠 따라 갈 거지?
선녀 응. 난 아빠 따라 갈래.
선웅 (얼떨결에) 나두.
선남 (돌아가는 상황에 난감한)
커피전문점 앞 + 찬우 차 안 (밤)
도경, 뒷정리하며 유리창 닦고 있다.
화면 멀어지면
반대 방향에서 차 운석에 앉아 가던 찬우,
차 찬 밖으로 그런 도경의 모습 응시하며
씁쓸함 묻어나는 엷은 미소 흘리며 지나치려는데
순간 백미러로 도경이 사색이 되고 뛰쳐나와 다급히 택시 잡는 것이 보인다.
찬우, 걱정되지만 차마 나설 수 없는데...
고심 끝에 결심하고 뉴턴하는 찬우 차.
도경집 (밤)
조용한 내부.
다급히 들어오는 도경, 앞 뒤 안 가리고 다급히 아이들방 문 열어보면
휑하기만 하다.
도경, 기막힌 현실에 그대로 주저앉는데 때마침 선남이 들어온다.
도경 (놀라 일어서) 선녀, 선웅이는?
선남 아빠가 데리고 가셨어요.
도경 (울먹이며 선남 다그치듯) 그런다고 정말 보내면 어떡해?
선남 (힘겹게 입 여는) 엄마... 저도 아빠 따라갈게요.
도경 (하늘 무너지는) 무, 무슨 말이야? 선남아, 너까지 왜 이래?
선남 엄마 그동안 너무 힘드셨던 거 저희들 책임도 있어요.
도경 그런 말이 어딨어. 선남아, 너희가 있어서 그나마 엄마가 버틴거잖아. 너도 알잖아. 응?
선남 저도 많이 생각했어요. 우리가 어쩜 엄마한테 짐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제야 알았어요.
도경 (미치겠는)
선남 동생들, 제가 끝까지 돌볼게요. 그러니깐 그건 걱정 마시고 이제 엄마
도 엄마 인생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환하게 웃고는 돌아서는)
도경 (끝까지 선남 잡는) 너 왜 그래? 선남아... 선남아. 제발...
선남 (그대로 나가는)
도경, 모든 것이 끝났다 싶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넋 나간 사람마냥 기막힌 웃음 흘리는데
눈가엔 계속 눈물 흐른다.
그런 도경의 뒤에 어느새 들어와 선 찬우.
찬우 (도경 일으키며) 기운 차려... 누나...!
도경 (눈물이 범벅된 채로 찬우를 보는)
한강변 (밤)
한강변 일각에 서서 아이들 이름을 외치며 흐느껴우는 도경.
도경 (목청껏 소리치는) 선남아...! 선녀야...! 선웅아...! (꺼이꺼이 우는)
그 모습 아프게 보고 선 찬우.
찬우, 그런 도경을 한쪽 팔로 따쓰하게 안아주는데
기운이 다 빠진 도경, 힘없이 찬우에게 안기는데서 엔딩.
쥬얼리 매장 - (시간경과 : 삼개월 후)
찬우, 진열대 안의 반지들 꼼꼼히 훑고 있다.
점원이 보여주는 반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는데
그 표정,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하다.
찬우의 프로포즈 받는 도경.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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