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_돌아왔다 15
도경집 근처 골목 (밤)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도경.
그 뒤를 찬우가 걸어가고 있다.
두 사람, 주차된 찬우 차 앞에 다다른다.
찬우 (걱정되는) 누나, 정말 괜찮겠어?
도경 (찬우 보며) 넌 그만 들어가.
찬우 바래다줄게.
도경 됐어. 어서 가.
찬우, 안쓰럽게 도경을 보다가 마지못해 차에 오른다.
도경, 찬우의 차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봉희에게 전화 건다.
도경 (다급하게) 어디야? 만나! (강한 어조로) 지금 당장!
봉희 아파트 안 (밤)
봉희, 도경과 통화중이다.
상기, 봉선, 선남, 선녀, 선웅, 일제히 전화 받는 봉희에게 시선 집중되고.
봉희 알았어. 거기서 봐.
봉희, 전화 끊고 긴장된 표정으로 봉선을 보는데
봉선 (걱정스런) 도경이 난리 났지?
봉희 (힘없이) 어. 지금 당장 만나재.
선웅 (봉희에게) 아빠,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엄마 보고 싶은데...
선녀 그냥 집으로 오시라 그러지.
봉선 니 엄마가 이 상황에 여길 오겠냐?
봉희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얘들아,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얘기 잘 들어.
아이들 (집중해서 보는)
봉희 엄마 너희들 없으면 못사는 거 알지?
아이들 (고개 끄덕이는)
봉희 너희들 때문에 엄마가 아빨 용서해준다면 엄마랑 같이 올 수 있겠지만
... 그렇지 않다면 우리끼리 살아야 할지도 몰라.
선녀 (버럭) 그건 아니지. 아빠! 우리가 아빠 집에 오면 아빠가 당연히 엄마
를 모시고 와야지. 우리끼리 어떻게 살어?
봉희 아빠도 엄마랑 같이 왜 안살고 싶겠어? 하지만 엄마 마음도 알아줘야
지. 엄마가 아빠랑 살기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데려오는 건 아니잖아.
선웅 싫어! 그럼 난 엄마한테 다시 갈래요.
선녀 나두!
선남 (수심 가득하고)
봉희 시간이 걸리겠지만 엄마... 니들 때문이라도 아빠 용서해줄 꺼야.
(애절하게) 그니까 너희들이 한번만 아빠를 믿어주면 안되겠니?
아이들 (걱정된 표정으로 보는)
봉희 아빠도 너희들이랑 같이 살고 싶어...
선녀 엄마 모셔오세요. 아빠!
봉희 (아픈) 아빠도 그러고 싶은데... (더 이상 말 못하고)
봉선 봉희, 너 도경이 만나면 무릎 꿇고 빌어서라도 무조건 데려와.
안그럼 나 너랑 인연 끊는다.
봉희 (아무 말 않는)
카페 앞 (밤)
결의에 찬 표정으로 카페 앞에 선 봉희.
봉희 (결심한) 그래. 사나이 자존심이 문제겠어? 누나 말대로 무릎을 꿇어서라
도 도경이 맘 돌리고 손잡고 나오는 거야!
카페 안 (밤)
봉희, 들어서는데
도경이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봉희, 도경과 눈 마주치자 시선 떨구고 마치 죄인처럼 걸어가는데.
(시간경과)
두 사람 앞에 차 놓여있고
봉희 내가 잘못했어. 그만 마음 풀어. 도경아...
도경 (쏘아보는)
봉희 당신 애들 없이 못사는 거 알아.
도경 그래서?
봉희 그니까 나 좀 받아달라구...
도경 (흥!) 애들을 빌미로 나를 당신 집에 끌어들이겠다?
봉희 그런 거 아니야. 우리 애들 하루라도 그 자식 집에서 사는 거 싫어서
데려온 거 뿐이야.
도경 (가소로운) 정말 실망이다. 나봉희!
봉희 (고개 숙이고)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나 당신한테 죄인이야.
도경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딴 말 하시지.
봉희 (달래듯) 당신 화 나서 이러는 거 아는데... 기분 풀고 나랑 같이 가자.
도경아, 제발... 응?
도경 (화 나서) 내가 당신 집에 왜 가?
봉희 (슬슬 열 받는) 뭐? 그럼 당신 혼자 그 자식 집에 남겠단 거야?
도경 (대답 않고)
봉희 (열 받아) 그놈이 그렇게 좋아? 그놈이 우리 애들보다 좋단 말이야?
도경 (어이없어 헛웃음 나오는)
봉희 (비웃듯) 무거운 짐 덩어리 치워줘서 아주 고맙고 신났네. 차도경!
도경 (노려보며) 야 이 가증스런 인간아!
봉희 뭐? 가증스런 인간? (욱해서 지르는) 그래. 내가 물러서주마. 차도경,
나 같이 못난 놈 만나서 애 많이 썼다.
도경 (어이없어 보는)
봉희 애들은 내가 키울 테니 그놈이랑 잘해봐라.
도경 야, 나봉희, 니가 애들을 왜 키워? 무슨 자격으로? 애들 양육권...
나한테 있는 거 몰라?
봉희 그깟 법이 무슨 상관이야? 애들이 나랑 살고 싶다는데...
도경 (충격 받고 보는)
봉희 (단호하게) 애들 의견 존중해 줘. 당신이 정 싫다면 소송을 하는 수
밖에...
도경 (황당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봉희 당신이 애들 뒷바라지 한답시고 그 자식 도움 받을 때, 내 눈에선 피
눈물 났어... 그 자식 밑에서 번 돈으로 내 자식들 절대 못 키워!
도경 (쏘아보며) 당신 고작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어?
봉희 (욱해서) 그래. 말 잘했다. 차도경! 나 이거밖에 안 되는 놈이니깐...
그 놈이랑 잘 해보라구!
도경 (열 받아 노려보는)
봉희 (조소 섞인) 애들 땜에 힘들어하지 말고 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어.
차도경!
도경 (기도 안차서 비웃는) 아주 고마워서 눈물 날라 그러네.
봉희 (쏘아보며) 애들 앞으로 내가 키워... 당신 애들 찾을 생각 눈곱만치도
하지 마. (일어나 나간다)
도경 (꽥!) 야, 나봉희!!!
봉희, 들은 척도 안하고 씩씩대며 걸어 나간다.
그런 봉희를 벙 쪄서 보는 도경.
거리 (밤)
핸드폰 통화하며 걸어가는 도경.
분에 못이겨 씩씩대는 분위기다.
도경 (핸드폰에 대고 소리 지르는) 나봉선, 너까지 정말 이럴 꺼야?
봉희 아파트 거실 (밤)
안절부절 못하고 전화 받는 봉선.
그 옆에 선남이 봉선의 눈치를 살피고 선...
봉선 (미안한) 도경아... 봉희랑 얘기가 잘 안됐어?
(화면분할)
도경 (말도 안된다는 듯) 애들 지가 키우겠단다.
봉선 (믿어지지 않는) 봉희가 그랬어? 그럴 리가 없는데...
도경 (단호하게) 됐어. 당장 애들 데려와. 당장!
봉선 애들 지금 다 자...
도경 깨워서라도 데려와. 당장 데려오라구!
봉선 도경아... 일단 진정하고 내일 카페로 갈 테니까 만나서 얘기 하자.
그만 끊을게.
거리 (밤)
도경 (핸드폰에 대고 버럭) 야, 나봉선!!!
하는데 봉선의 전화 뚝 끊기고...
다시 전화 거는 도경, 핸드폰 전원이 꺼져있다는 메시지 나온다.
도경, 세상에 혼자된 듯 막막하기만 한데...
아파트 (밤)
전화 끊는 봉선을 걱정스레 보는 선남.
봉선 (선남에게) 니 엄마 화 많이 난 모양이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이때, 봉희가 들어온다.
선남 (봉희 보고) 아빠...!
봉희 (선남 보며) 왜 아직 안자구?
봉선 (쏘아보며) 야, 나봉희! 애들 니가 키운다 그랬다며?
봉희 (욱해서) 그 놈 집에서 계속 살겠다는데 그럼 나보고 어쩌라구?
봉선 (놀라서) 뭐어?
선남, 그 말 듣고 굳은 표정으로 방에 들어간다.
그런 선남을 걱정된 눈빛으로 보는 봉선.
봉선 그래도 달랬어야지. 애들 그렇게 데려왔는데 고분고분 너 따라 나설 줄
알았어?
봉희 (한숨 푹 내쉬고) 잘못했다고 빌었는데 꿈쩍을 안해... (걱정되는) 아씨,
도경이 정말 그놈한테 가버리면 나 어떡하지?
봉선 그러게 다짜고짜 애들부터 데려와서는 일을 왜 이 지경으로 만들어...
(안쓰럽게 보는)
도경집 거실 (밤)
불 꺼진 거실에 들어서는 도경.
거실 불 켜고 아이들 방 문을 열어보는데
텅 비어있자 실망해서 바닥에 주저앉는 도경 위로,
봉희(e) 애들 앞으로 내가 키워... 당신 애들 찾을 생각 눈곱만치도 하지 마.
생각할수록 분하고 서러운...
도경 나봉희...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내가 찬우한테 흔들리긴 했지만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눈물이 주루룩 흐르는)
찬우 빌라트 방 (밤)
잠을 못 이루고 창가를 서성이는 찬우,
휴대폰만 들고 도경에게 전화를 걸까말까 망설이는데...
차마 전화 걸어볼 수도 없고 막막한 심정이다.
문화의 전당 전경 (다음날)
단장실
서류 검토하다가 문득 강회장의 말을 떠올리는 공심.
(인서트)
강회장 - 복수하게. 내 아들 마음 열 번이고 백번이고 훔쳐서 복수하게나.
말하던 장면.
눈빛 흔들리는 공심.
공심 (혼잣말로) 정말 그래도 될까? (고개 젓는) 아니야. 그건 아니지...
커피전문점 앞
수척해진 도경, 입구 유리문 앞에 <금일 휴업> 종이 붙이고는
잠시 아쉬운 눈길로 보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커피전문점 안
안으로 들어선 도경, 짠한 표정으로 실내를 둘러보고는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찬우에게 전화 거는.
도경 찬우야... 있다 일 끝나고 좀 만났음 해.
방송국 전경
방송국 앞
봉희, 상기, 세뇨르박 스케쥴 마치고 나오는데
서있던 소녀팬들 좋아라 소리 지르며 우르르 달려온다.
세뇨르박, 함박웃음 지으며 주머니에서 펜 꺼내는데
소녀팬들, 봉희 무리를 지나쳐 아이돌 그룹에게 가버린다.
세뇨르, 무안해서 슬며시 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부러운 듯
아이돌 그룹을 쳐다보는데.
상기 (툭 치며 나무라듯) 그만 좀 쳐다보쇼. 같은 연예인끼리...
세뇨르 연예인은 무슨. 싸인 받으러 오는 팬 하나 없는 연예인이 어딨습니까?
상기 사람 성급하긴. 쟤들 쫌 만 있으면 다 군대 간다고. 저것들 다 군대 보내고 나면 우리한테 서서히 반응 온다니까.
세뇨르 퍽이나 오겠습니다!
상기 내가 은근 먹어주는 얼굴 아닙니까. (봉희 보고) 안그러냐? 나봉희?
봉희 (대답 않고 앞 서 걸어가는)
상기 (걱정 되서 뒤따라가며) 야, 봉희야. 너 어디 아퍼?
세뇨르 (상기 보며 고개 절레절레 흔드는데)
벤 한 대 앞에 와서 서면
뿌듯한 표정으로 문 열고 차에 오르는 상기와 세뇨르.
봉희도 따라서 타에 오른다.
달리는 벤 안
로드매니저 운전석에 앉아있고 실장 뒷좌석에 앉았다.
봉희, 세뇨르, 상기도 적당히 자리에 앉아있고.
세뇨르 (실장에게) 실장님, 오늘 스케줄 다 끝난 겁니까?
실장 예. (팬레터 하나를 봉희에게 전달하며) 이거 나봉희씨 앞으로 온 겁니다.
봉희 저한테요? (받아든다)
상기 이야, 드디어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구나.
세뇨르 제 꺼는요? (잔뜩 기대하며 실장을 쳐다보는데)
실장 없는데요. (차 출발시키는데)
세뇨르 (발끈) 이거 정말 너무들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상기 (깐죽거리는) 비주얼이 딸린 걸 누구 탓하나. 그러니까 자기관리 철저히 했어야지. 어이, 박선생.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비주얼에 신경 좀 쓰쇼. 팩도 좀 하고... 마스크가 좀 안틴가?
세뇨르 (열 받아서 부들부들 떠는데)
봉희 (팬레터 들고 가만히 보는데)
상기 줘 봐. 내가 읽어줄게. (얼른 받아서 수신자 이름 보고) 어, 이 사람, 라디오 방송에서 사연 올렸던 싱글아빠 아냐? (반갑게 팬레터 뜯어 읽어내용 읽는데) 안녕하세요, 저는 안성의 이수철입니다. 나봉희씨의 방송 듣고 많은 걸 깨닫고 힘을 얻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아내와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나봉희씨도 힘 내십시오! 나봉희씨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다 읽고 뿌듯한 표정으로 봉희를 보면)
봉희 (씁쓸히 미소 짓다가 운전 중인 로드매니저에게) 저기요, 들를 데가 있는
데 여기 좀 내려주세요!
상/세 (뭔 일인가 싶어 봉희를 보는)
커피전문점 앞 + 밴 안 (밤)
걸어오는 봉희.
커피전문점 유리문에 ‘금일 휴업’ 붙여져 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는...
문화의 전당 연습실
아카데미 아이들, 수업 전이라 스트레칭 중이고
복도 창으로 들여다보는 도경의 모습 보인다.
찬영, 연습하다가 도경을 발견하고 선남 툭 치고 눈짓으로 도경을 가리키면
선남, 시선 따라가 도경을 보자 순간 외면하는데...
찬영 (선남에게) 너 엄마랑 싸웠어?
선남 (굳은) 아니야. 그런 거.
찬영 나가봐. 기다리시잖아...
선남 됐어. (다시 스트레칭 하는)
찬영, 도경 쪽을 보면
도경, 찬영에게 선남 불러달라고 손짓한다.
다시 선남 보고 난감한 표정의 찬영.
연습실 앞 복도
도경, 초조하게 서서 선남을 기다리는데
찬영이 나온다.
찬영 아줌마... 선남이 안나온대요. 선남이 오늘 하루 종일 말도 잘 안하던데
... 무슨 일 있어요? (호기심어린 눈으로 도경을 보는)
도경 (실망한) 아니야. 그만 들어가 봐. 찬영아.
찬영 네. (안으로 들어가고)
도경, 불안한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학원 복도 (밤)
두 손을 부비며 초조하게 선녀를 기다리고 선 도경,
수업 끝나고 친구와 걸어오는 선녀 발견하고
도경 (손 흔들며) 선녀야!
선녀 (걸어오다 도경 보자 반갑게) 엄마!
학원 로비 (밤)
로비에 있는 좌석에 선녀와 나란히 앉은 도경.
도경 너희들 그렇게 가버려서 엄마가 얼마나 섭섭했는 줄 알어?
선녀 (미안한) ... 엄마, 아빠랑 화해하면 안 돼?
도경 (보는)
선녀 엄마가 아빠 이해 좀 해주지.
도경 (씁쓸하게 미소 짓는)
선녀 선웅이가 엄마 보고 싶어서 힘들어 해.
도경 (그 말에 마음이 아픈)
선녀 엄마도 혼자 지내는 거 힘들잖아?
도경 (차분하게) 선녀야. 엄마도 니들 없이 지내는 거 힘들지만 꿋꿋하게
이겨낼 거야.
선녀 왜 그래야 되는데? 엄마가 그냥 아빠 받아주면 안 돼?
도경 엄마랑 아빤... 시간이 좀 더 필요해. 괜찮아질 거니까 걱정하지 마.
선녀 (고개 끄덕이며) 엄마야말로 내 걱정하지말구. 공부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까...
도경 그래. 기특한 우리 딸... (선녀의 머릿결 매만져주며) 그동안 엄마가 바
쁘다는 핑계로 신경 많이 못써줘서 미안해.
선녀 (그 말에 뭉클해서 도경을 보는)
도경 (그런 선녀를 짠한 미소로 바라보는)
봉희 아파트 일각 (밤)
선녀 손 꼭 잡고 걸어오는 도경.
선녀 (아파트 가리키며) 저기야. 엄마...
도경 (선녀가 가리키는 곳 올려다보는데)
선녀 엄마만 있음 완전 행복한 우리 집인데...
도경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들어가서 고모 좀 내려오시라 그래.
선녀 응. (도경 보며) 엄마, 파이팅!
도경 그래. 우리 딸 파이팅!
선녀, 입구로 뛰어 들어가고.
도경, 그런 선녀 뒷모습 보다가 시선 다시 아파트 위를 올려다보는.
아파트 거실 + 주방 (밤)
봉선, 선웅이 준비물 챙겨주는 중이다.
봉선 선웅아, 가위랑 또 뭐?
선웅 딱풀하고 색종이.
봉선 아 맞다. 색종이... 그거 사놓는 거 깜박했네. 내일 아침에 문방구 가서
사야겠다.
선웅 (불만 가득 찬) 엄마는 딱딱 챙겨서 주시는데 고모는 맨날 하나씩 빼먹
어.
봉선 (흘겨보는)
선웅 엄만 대체 언제 오시는 거야? (도경이 그리운) 엄마 보고 싶다...
봉선 (말 돌리는) 우리 선웅이, 치즈케잌 먹을래?
선웅 (그 말에 반가운) 치즈케잌?
봉선 (빙긋 웃으며) 고모가 우리 선웅이 좋아하는 치크케익 사놨지. 잠깐만...
(일어서 주방으로 간다)
선웅 (좋아서 웃고)
봉선, 식탁 위에 놓인 치즈케잌 빼서 접시에 담으며
봉선 (혼잣말로) 에휴... 저 어린 거 봐서라도 빨리 좀 합쳐야 할 텐데...
그때, 선녀가 문 열고 들어선다.
선녀 (신발 벗으며) 다녀왔습니다.
봉선 (선녀 보고) 치즈케잌 먹을래?
선녀 아니. (봉선에게) 고모, 엄마가 좀 내려오시래.
봉선 (놀라는) 엄마가?
선웅 (그 말에 선웅 벌떡 일어나서) 고모, 나도!
선녀 (선웅 보며) 넌 좀 참지?
선웅 싫어. 나 엄마 보고 싶단 말야.
봉선 엄마가 고모랑 할 얘기 있어서 내려오라는 거니까 선웅인 여기 있어.
선웅 (조르듯) 싫어... 나 엄마한테 갈 꺼야.
선녀 (나무라듯) 선웅이 너, 이러지 않기로 아빠랑 약속했잖아?
선우 칫... (입 삐죽 나오는)
봉선 고모 금방 다녀올 테니깐 우리 선웅이 케잌 먹고 있어. 알았지?
봉선, 문 열고 나가자
선웅, 쪼르르 베란다로 달려간다.
봉희 아파트 앞 (밤)
위를 올려다보고 선 도경,
선웅이 베란다에 모습 드러내며 “엄마” 하고 손 흔들자
그런 선웅 발견하고 짠해서 보는데
베란다에 바짝 붙어선 선웅의 모습이 위태해보인다.
도경 선웅아, 위험해... 들어가. 얼른!
선녀, 나와서 선웅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고.
아쉬운 눈길로 아파트를 올려다보다가 시선 돌리는데
봉선이 입구에서 나오는 거 발견한다.
봉선 (도경에게) 왔니? 왜 들어오지 않구.
도경 (봉선을 찍 째려보는)
봉선 (미안해서 시선 못 마주치는)
아파트 일각 벤치 (밤)
도경과 봉선 나란히 앉았다.
도경, 잔뜩 성난 얼굴로 봉선을 째려보면
봉선, 도경과 시선 못 맞추는...
도경 니들 대체 무슨 수작이야? 애들을 빌미로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
어?
봉선 그런 거 아니야.
도경 (서운한) 너까지 그 인간이랑 한통속 돼서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봉선 갑자기 봉희가 찾아와서... 애들도 지 아빠 따라간다 그러고...
애들만 보낼 수도 없잖아...
도경 너라도 못 가게 말렸어야지.
봉선 얼마나 애들이 보고싶었음 회사에서 집 마련해주자 말자 다짜고짜
애들한테 달려왔겠어?
도경 (듣고 있는)
봉선 그래서 말인데 도경아...
도경 (보면)
봉선 봉희 다시 받아주면 안될까? 봉희, 정신 차리고 정말 잘할 꺼래.
도경 정신 차린 인간이 애들이나 빼돌리고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됐어. 내 그런 인간이랑 헤어지길 백번 잘했지.
봉선 너, 끝까지 우리 봉희 안받아주겠단 거야?
도경 너 같음 이 상황에 그런 인간이랑 살고 싶겠니?
봉선 (서운해서) 야, 차도경! 우리 봉희가 너한테 말 안하고 애들 데려온 건
잘못한 거지만 너도 썩 잘한 거 없잖아?
도경 뭐?
봉선 그 사람 집에서 계속 살겠다 그랬다며?
도경 (어이없는) 누가 그 동생에 그 누나 아니랠까봐... 야, 나봉선. 너 똑바
로 들어! 카페 정리하고 집 구하는 대로 애들 다시 찾아갈 꺼니까 그렇
게 알라구! (일어서 간다)
봉선 야, 도경아... (뒤따라 일어서는)
도경집 근처 골목 (밤)
도경, 여전히 치미는 부아 삭이며 걷고 있다.
도경 (혼잣말로) 애들 붙잡고 있으면 내가 지 붙들고 매달릴 줄 알았나부지...
정신 못차리는 인간...!
씩씩거리며 가다 문 닫힌 카페 앞에 서 있는 찬우를 발견한다.
카페 (밤)
도경과 찬우, 테이블 사이로 마주 앉았다.
도경 (냉정하게) 가게부터 정리하고 방 구하는 대로 짐 뺄 꺼니까 그렇게 알
어.
찬우 (속 타는) 이번만은 누나 결정 내가 못 들어 주겠어. 감정 정리하자고
했지, 관계까지 정리할 필욘 없잖아. 누나 동생으로 지내자고 한 건 누나
였어.
도경 너 이러는 거 나 불편해. 이번만큼은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줘.
찬우 꼭 이래야 되겠어?
도경 더 이상은 너 때문에 오해받기 싫다.
찬우 (먹먹하게 보는)
봉희 아파트 안 (밤)
봉선, 소파에 앉아 있는데
봉희, 소파에 앉으며
봉희 도경이가 여길 찾아왔단 말이지?
봉선 그래. 얼마나 고민했는지 하룻밤 새 애 얼굴이 어찌나 상했는지...
봉희 집에 들어오라고 얘기 좀 해봤어?
봉선 너 받아줄 생각 눈곱만치도 없대. 가게 정리하고 집 구해서 애들 도로
찾아간 댄다.
봉희 가게를 정리한대?
봉선 그래. 그 사람한테 진작 마음 접은 거 알고 있으면서 니 말 듣고 도경이
성만 돋우었으니...
봉희 맘을 접긴 뭘 접어? 카페에서 손 잡고 완전히 영화를 찍더래니깐!
봉선 도경이 그 사람 거기 오는 거 모르고 간 거였어. 둘이 누나 동생 하기로
했다던데 그 사람이 하도 속상해하니까 달래준 거겠지.
봉희 (놀라고 또 걱정되는) 이제 어떡하지, 누나?
봉선 뭘 어떡해? 니가 벌린 일이니까 니가 수습해. 속상해서 증말!
일어나 쌩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도경 생각에 막막한 봉희 위로,
(인서트)
카페에서 흐느끼는 찬우의 손을 잡고 아쉬운 눈길로 보던 도경.
봉희 (오해였구나 싶은) 아씨, 그 자리가 그놈이랑 끝내는 자리였단 말야?
그런 줄도 모르고 그놈한테 가라고 했으니...
봉희, 후회막심하다.
빌라트 입구 (밤)
공심, 트레이닝 차림으로 나오고 있다.
강회장, 차에서 내리다 공심과 마주치는.
강회장 (반갑게 웃으며) 운동하러 가나보네?
공심 어머, 회장님.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강회장 (고개 끄덕이며) 우리 좀 걸을까?
빌라트 일각 정자 (밤)
공심과 강회장, 정자에 앉아 음료수 마시며 얘기 나누고 있다.
강회장 우리 아들놈이랑 얘기 좀 나눠 봤나?
공심 (씁쓸하게 웃으며) 아뇨... 저 이사장님에 대한 감정 정리했어요. 회장님!
강회장 (안쓰럽게) 아니 왜? 그 놈이 또 고약하게 굴던가?
공심 (고개 저으며) 그동안 찬우씨도 저 땜에 마음이 불편했겠지만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이젠 찬우씨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게 제 맘도 편해지는 거라 생각해요.
강회장 (짠해서 보는)
공심 그러니까 회장님도 이제 마음 쓰지 마세요.
강회장 (씁쓸한) 자네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니 내 무슨 말을 더 하겠나.
그럼, 내 아들놈은 그렇다 치고 내가 프러포즈하면 받아 줄 텐가?
공심 (당황) 네? 무슨 말씀이신지...
강회장 (껄껄 웃으며) 놀라긴. 실은 내가 뉴욕에다 문화의 전당을 설립하려 하
네. 글로벌 시대 아닌가. 그래서 다음 달에 찬우 데리고 들어가 그 프로젝틀 진행할 계획인데, 자네가 그 쪽 일을 맡아주지 않겠나?
공심 (의외의 제안에 당황하는)
찬우 빌라트 방 (밤)
찬우, 도경의 말 떠올리며 고민하는 그 위로
도경(E) 더 이상은 너 때문에 오해받기 싫다.
착잡한 심경으로 생각에 잠긴...
죽집 앞 (다음날 아침)
도경에게 줄 죽 사서 들고 나오는 봉희.
도경집 앞
죽 포장한 거 들고 선 봉희.
봉희 밥 한술 못뜨고 고민하고 있을 텐데... (미안해 죽겠다) 이 못난 남편을
제발 용서해다오. 도경아!
진지한 표정으로 대문 열고 들어가는.
도경집 거실
봉희, 현관문 열고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다.
봉희 (방 열어보며) 도경아, 여보, 선남엄마~
방문들 열어보지만 어디에도 없다.
봉희 이 사람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걱정되는)
커피전문점 전경
유리문에 ‘금일 휴업’ 종이 붙여져 있다.
커피전문점
도경, 박스 안에 물건들 챙겨 넣으며 가게 정리중인데
찬우, 들어와서는 물건 챙기는 도경을 아무 말 없이 저지한다.
도경 왜이래?
찬우 제발 감정적으로 이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요.
도경 뭘 하든 내가 알아서 한다구.
찬우 왜, 또 식당일 하다 쓰러지려구?
도경 (멈칫하지만 이내 이성적으로) 저리 비켜.
찬우 (안타까운) 누나... 그럼 이 가게 나갈 때까지 만이라도 부탁할게.
문 닫은 가게 내놓으면 제 값 못받는 거 알잖아.
도경 (보면)
찬우 한 달이면 될 꺼야. 그때까지만 계속 해줘.
도경 너 정말 감정 정리한 거 맞아?
찬우 (그제서야 웃고) 그럼. 우리 누나 동생하면서 평생 보기로 했잖아?
나 진심으로 누나 돕고 싶어. 나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애들 되찾는 거
봐야 나도 다리 뻗고 자지.
도경 정말 그럴 수 있겠어?
찬우 그럼. 나 정말 누나한테 마음 접었다니까!
도경 (결심하는) 딱 한 달 만이야.
찬우 그래. 정말 고마워... 누나.
도경 (그 말에 더 고마워서 보는) 커피 마실래?
찬우 (밝게) 좋지! 누나 내가 뽑아줄게. (일어서는)
도경 (그런 찬우를 짠해서 보는)
커피전문점 앞
죽 포장한 거 들고 걸어오는 봉희.
조심스레 커피전문점 앞에 다가서는데
차 창 너머로 찬우가 도경에게 커피를 가져다주는 모습이 보인다.
커피 받아 마시는 도경을 보는 찬우의 눈길이 모습 더없이 다정해 보이고
봉희, 충격 받아 죽 봉투 떨어뜨리고 그대로 찬우를 노려보고 서 있는데.
커피전문점 안
찬우, 커피 마시는 도경의 표정 살피는.
찬우 어때? 쓰지않아?
도경 괜찮네. 뭐.
찬우, 빙긋 웃으며 시선 돌리다 자신을 노려보고 선 봉희를 발견한다.
놀라서 움찔하는데 그대로 뒤돌아서 가는 봉희...
도경 아직 아침 전이지? 같이 먹을래? (하는데)
찬우 (시선 봉희에게 둔 채로) 잠깐만 누나!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가는데
도경, 뭔 일인가 싶어 찬우를 보다가 봉희 뒷모습 보고 굳어지는.
커피전문점 앞
커피전문점에서 나와 봉희에게 다급하게 뛰어나오는 찬우.
어느새 택시 잡아타고 가는 봉희를 보고 답답한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커피전문점 앞 바닥에 떨어진 죽 봉투를 발견하고 보는...
커피전문점 안
찬우, 죽 든 봉투 들고 걱정된 표정으로 들어선다.
도경, 무덤덤한 표정으로 커피 마시고 있다.
찬우 어쩌지? 또 나 땜에 오해한 거 같은데... 내가 한번 만나볼까?
도경 니가 만난다고 해결될 일 아니야. 그만 가봐.
찬우 (죽 든 봉투 테이블 위에 놓으며) 이거 누나 주려고 사온 건가봐...
갈게. 누나... (나간다)
도경, 별 관심 없는 듯한 표정 짓다가
찬우 나가자 막막한 표정으로 죽 든 봉투를 보는...
단장실
공심, 회의자료 검토하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다.
강회장(e) 실은 내가 뉴욕에다 문화의 전당을 설립하려 하네. 글로벌 시대 아닌
가. 그래서 다음 달에 찬우 데리고 들어가 그 프로젝틀 진행할 계획인
데, 자네가 그 쪽 일을 맡아주지 않겠나?
잠시 갈등하는 표정 짓는데...
비서 (다가와 회의자료 공심 앞에 놓으며) 단장님, 회의 들어갈 시간입니다.
회의실
중앙에 찬우 앉아있고
공심, 임원진들 앞에서 브리핑 중이다.
공심 발레 대중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발레강좌 개
설을 기획중입니다. 차후, 공연까지도 계획 중에 있고요.
임원1 (부정적인) 전문가들이 공연해도 객석이 남아도는데 일반인들이 올리는
공연에 과연 관객이 얼마나 들겠습니까?
공심 발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관객들에 맞춘 기획이므로 보다 대중들에
게 쉽게 어필될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임원2 (긍정적인) 발레가 대중화만 된다면야 관객도 늘어날 테고 자연히 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겠네요.
공심 (미소로) 그렇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레강좌다 보니 무엇보다
장기적인 플랜과 재단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임원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임원1 (고개 끄덕이며) 듣고보니 일리 있는 말이네요. 참, 오지공연 준비는
잘 되갑니까? 언론의 관심이 큰 거 같던데...
공심 (밝게) 네. 오늘 소극장에서 다음 오지공연 드레스 리허설이 있으니
임원여러분들께서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문화의 전당 소극장 (이미 촬영분 활용)
무대 위, 발레 공연 이어지고.
공심과 찬우, 임원들 몇 명과 나란히 앉아 관람 중이다.
찬우, 그런 공심의 시선 의식 못하고 공연에 집중한 채 생각에 잠긴 듯한...
공심, 간간히 찬우에게 시선 주며 애틋함 묻어나는 표정 지어 보이고는
다시 공연에 집중하는데.
커피전문점 (밤)
도경, 붐비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혼자서 분주하게 오가며 정신없이 일하는
모습 스케치.
포장마차 (밤)
봉희, 배신감에 괴로워하며 자작하며 술 먹고 있다.
상기, 안타깝게 바라보는데.
상기 (보다 못해 소주병 뺏는) 임마, 내일 아침부터 스케쥴 있는데 작작 좀 마셔라.
봉희 (소주병 뺏어 또 다시 자작하는데)
옆에 술 취한 남녀 모습 보며 회상에 잠기는 봉희.
선술집 (회상 - 1부 S#21)
봉희와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도경,
발레복 위에 봉희의 바바리 걸친 차림이다.
봉희 그깟 놈 잊어버려. 더 좋은 사람이 꼭 나타날 거야.
도경 (만취한 상태) 뭘 잊어? 니가 뭘 안다구?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내야만 하는 내 심정을 니가 알기나 해? 찢어지는 내 마음을 나봉희, 니가 알어?
봉희 (고개 끄덕이며) 니가 아파하니까 내 마음도 찢어지는 것만 같아.
도경 (혀 꼬부라져서) 그래? (소주잔 들어 봉희 앞에 놓인 잔에 부딪치며) 그
럼 찢어지는 가슴끼리 건배~! (건배하고 원 샷 하더니 팩 꼬꾸라지는데)
여관 (회상 - 1부 S#22)
인사불성인 도경을 낑낑거리고 업고 들어오는 봉희,
도경을 침대 위에 눕히면 발라당 자빠진 채 잠이 든 도경.
힘든지 휴.. 한숨을 쉬고는 도경의 신발을 벗겨 휙휙 던지고
꼼짝않는 도경의 몸을 굴려 발레복 위에 입었던 자신의 바바리를 벗기고
다시 도경의 몸을 뒤집어 바로 눕히는데
게슴츠레 한쪽만 실눈을 뜨고는 봉희를 보는 도경.
봉희 (일어났구나 싶어 반갑게) 도경아!
도경 (봉희를 찬우로 착각하고 안타깝게 눈물 글썽이며) 찬우야... 찬우야...
(봉희를 꽉 끌어안는다)
봉희 (당황해서) 도, 도경아...
도경 사랑해... 나도 너 사랑한다구...
봉희 (잠시 갈등하는 표정이더니 이내 환해지며) 그래. 나도 사랑해... 사랑
해... 도경아... (도경과 포옹한 채로 침대 위로 쓰러진다)
포장마차 (밤)
봉희, 술 취한 모습이다.
봉희 (도경 원망하는 투로) 그때 왜 날 잡았냐구? 붙잡았음 끝까지 책임을
지든가!! 내 손이 그 자식 손인 줄 알고 잡았다?... 그래서,
다시 그 자식 손 잡고 살겠다? 그럼 난? 난 어쩌라구?
상기 (딱하게 보는)
봉희 (헛웃음 흘리며) 17년을 내 여자로 살다가 이제 와서 나한테 왜 이러냐
구?
상기 (답답한) 얌마, 그건 아니지. 그러게 도경이 취해서 그러는 건 줄 알았 음 니가 끝까지 뿌리쳤어야지.
봉희 얌마, 너도 그 상황 돼 봐... 짝사랑하는 여자가 사랑한다면서 부둥켜
안는데 안 쓰러지고 베길 수 있는지...
상기 하긴, 내가 너라도 그랬겠다.
봉희 (후회되는) 아니다... 그래도 도경이 손 뿌리쳤어야 했던 거였어.
상기 (위로하는) 지나간 거 후회하면 뭐 하겠냐? 맺어질 운명이니 그렇게라
도 맺어진 거겠지. (달래며) 도경이 분명히 너한테 돌아올 거니깐 믿고
기다리자. 어? 봉희야... (봉희 술 잔에 술 부어준다)
봉희 (아픈 표정으로 술 들이키는) ...
봉희 아파트 (밤)
상기, 잔뜩 술에 취한 봉희를 부축해서 들어오면
봉선, 얼른 봉희 같이 부축한다.
봉희 (휘청거리며 큰소리로) 애들아, 아빠 왔다.
봉선 (놀라 다그치는) 야, 애들 자는데 조용 못해? 그렇잖아도 선웅이가 죙일
지 엄마만 찾다가 간신히 잠들었단 말야.
봉희 (혀 꼬부라져서) 지 엄마를 왜 찾아. 아빠가 있는데... 어이, 아들!
봉선 (봉희 입 막으며 상기에게) 얘 좀 빨리 데리고 들어가. 애들 깨기 전에...
상기, 봉희 데리고 방에 들어가면.
봉선 저렇게 힘들어 할 거면 싹싹 빌고 데려오든지... 내가 정말 미치겠다.
도경집 주방 (밤)
도경, 가스레인지 앞에서 라면 끓이며 멍하니 섰다.
순간 아이들의 환청이 들리는 듯 무심코 돌아보면
(인서트)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하던 아이들과의 즐거운 한때 그림처럼 스쳐가며...
아이들 "역시 우리엄마가 만든 빵이 젤 맛있어" 등 연발하는.
도경,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 번지는데 순간 라면국물 넘치자
그제야 정신 번쩍 들어 얼른 가스레인지 불 끈다.
긴 한숨 내뱉고 라면 냄비 채, 식탁에 놓고 한술 뜨는데
영 입맛이 없는지 바로 젓가락 놓고는 힘없이 일어선다.
도경집 앞 (밤)
봉선, 잰걸음 재촉하며 걸어오다가 대문 열고 나오는 도경을 발견한다.
봉선 이 시간에 어디가?
도경 (절실한 표정으로) 봉선아... 우리 애들은...?
봉선 (안타깝게 보는)
놀이터 (밤)
도경과 봉선,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봉선 선웅이도 너 보고싶다고 하루 종일 징징대는데 괴로워죽겠다.
도경 (한숨 내쉬는)
봉선 봉희는 또 어떻구? 하루 죙일 술통에 빠져있는데... 으휴, 폐인도 그런
폐인이 없다.
도경 그 인간, 애들 데려다놓고 술 마신단 말야?
봉선 그만 좀 해라. 애들 생각해서라도 니들 마냥 이러고 살 순 없잖아?
도경 (속상한) ...
봉선 (조심스럽게) 그 사람이랑은 완전히 정리 된 거야?
도경 그렇대두. 찬우 나한테 동생 그 이상 아니야. 찬우도 마찬가지구.
봉선 (놀라는) 정말?
도경 맘 정리 한지가 언젠데... 그 일로 애들까지 뺏기구... 대체 이게 뭐니?
봉선 난 또 그런 줄도 모르고... 도경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못이긴 척 하고
들어가자. 봉희 애들 갖고 이런 것도 너랑 그 사람 사귀는 줄 오해해서
그런 거잖아.
도경 됐어. 그 인간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봉선 (그 말에 속상해서) 니가 그 사람한테 맘 줬던 거 사실이잖아. 카페에서 같이 있는 거 보고 봉희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도경 (부아치미는) 나봉선, 너 자꾸 니 동생 편 들래?
봉선 (움찔) 내가 뭐어...
도경 니가 내 심정 알어? 선남아빠 정신 차리게 하려고 이혼서류 집어 든 내
심정 한 번이라도 헤아려 봤냐구?
봉선 (안쓰럽게 보는)
도경 (생각할수록 기막힌) 뭐, 숙려기간 3개월?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데? 그
잘난 가수 타이틀? 아무리 더한 타이틀은 단들 뭐해. 그 인간 하는 짓이
고작 이 모양인데...
봉선 (할 말 없다)
도경 내가 이혼서류라도 내밀지 않았음 지금의 나봉희가 있었겠냐구?
봉선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도경아... 내가 말실수 했다. 미안해. 내가 하도
답답해서 해본 소리야. (제 입 때리는) 하여튼 이놈의 입방정.
도경 (진정 찾고) 나봉선, 너 정말 봉희 위한다면 이제부터 내 편에 서 줘.
봉선 (어리둥절) 어?
도경 내가 어떻게든 나봉희 그 인간 꽁수 쓰는 버릇 싹 고치고 말테니까.
봉선 (감격하는) 도경아, 그런 거였어? 봉희 정신 차리게 하려고 이혼한 거였
어. 그런 거지? 응?
도경 (한숨 푹 내쉬며) 니가 문드러진 내 속을 어떻게 알겠니? (화제 돌리며
당부하는) 너 그때까지 우리 애들 잘 챙겨!
봉선 알았어. 걱정 마. 올케!
도경 (속상한) 내 새끼들 어떻게 힘들겠어... 이게 무슨 생이별이야. 속상해서
증말... (긴 한숨 내쉬는)
봉희 아파트 일각 (밤)
한껏 마음 가벼워진 봉선, 기분 좋아 걷다가 우뚝 멈춰 선다.
봉선 그럼, 우리 올케가 그깟 돈 때문에 남편을 버릴 리가 없지. (하다가 문
득) 아, 맞다. 도경이한테 동문의 밤 행사얘기 한다는 걸 깜빡했네. (다시
걷다 멈추고) 아예 공심이한테도 알려줄까? 도경이 때문에 그 사람 오해
하고 있을 텐데 이참에 두 사람 끝난 것도 알려주면 공심이 속도 좀 풀
리겠지?
공심 빌라트 (밤)
공심, 샤워 가운 입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소파 테이블 위에 놓인 공심의 휴대폰 울리고(E)
공심 (액정 확인하고 받는) 어, 봉선아. 무슨 일이야?
봉선(F) 다음 주말에 동문의 밤 행사 있는데 혹시 너 잊어버렸을까봐. 우리 다
같이 뭉친지도 오랜데 꼭 나와라.
공심 (아차 싶은) 아, 맞다. 다음 주였지? 요즘 하도 정신이 없어서 나도 깜빡
했다. 그래, 그때 보자.
봉선(F) 저기, 그리고 공심아...
공심 왜?
봉선(F) 딴 뜻있어서 말 전하는 건 아니구... 도경이랑 이사장님이랑 끝냈대.
공심 (멈칫하는데)
봉선(F) 도경이가 그러더라. 누나 동생 그 이상 아니라구... 도경이 없는 말
하는 애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 그 사람 때문에 도경이한테 서운한
감정 그만 풀어.
공심 알았어. 긴 얘긴 만나서 하고 다음 주에 보자. (끊고 곰곰이 생각하는)
찬우 빌라트 주방 (밤)
찬우와 강회장, 간단한 술상 차려놓고 마주 앉았다.
찬우 (술 따르는)
강회장 오랜만에 아들이랑 얼굴 맞대고 한잔하니 술이 술술 넘어가겠네.
찬우 (옅게 미소 짓는)
강회장 (한잔 마시고 찬우 보며) 어떻게 마음 정리는 했냐?
찬우 예. 아버지...
강회장 잘했다. 지금은 마음이 아프겠지만 끝난 인연 붙잡고 속 끓는 거 보다
나아.
찬우 ...
강회장 더 이상 여기 미련 두지 말고 이 애비 따라 나서. 뉴욕 문화 사업은 니
가 맡아서 성공시켜야지.
찬우 (덤덤하게) 예...
강회장 그리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고 새 사람 만나봐. 뉴욕 사업 건 마샤
단장에게도 프로포즈 해뒀다.
찬우 (단호하게) 아버지,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더 이상 마음 쓰지
마세요.
강회장 (깊은 눈으로 보며) 그래. 이 에비... 너를 믿으마.
이때, 찬우 휴대폰 울리고(E)
수신자 확인하는데 공심이다.
찬우, 가만히 보는...
빠 (밤)
공심과 찬우, 나란히 앉아 술 마시고 있다.
공심 (잠시 머뭇하다가 입 여는) 그동안 도경이 일로 이사장님 마음 불편하
게 해드린 거 사과드리고 싶어서요.
찬우 (보면)
공심 도경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찬우씨 보고 질투에 눈이 멀어... 제가 두 사
람한테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네요.
찬우 (의외다 싶은) ...
공심 어려서부터 모든 좋은 건 도경이 몫이었어요. 도경이보다 더 잘해서도
안됐고...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뭐가 되도 좋으니깐 도경이가
가진 건 다 뺏고 싶었어요. 찬우씨 역시 그랬던 거 같아요.
찬우 (보는)
공심 (진심어린) 찬우씨 그렇게 갑자기 돌아서는 거 보고 저... 그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찬우 (그 심정이 이해가 되는)
공심 얘기 들었어요. 도경이 왜 그렇게 쉽게 포기했어요?
찬우 (엷게 웃는) 포기한 적 없는데.
공심 (의아해서 보는)
찬우 힘들어하는 사람 붙잡으려 하는 게 사랑이 아니잖아요...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사랑이라 생각해요.
공심 (무슨 뜻인지 알고) 사람 부끄럽게 만드시네...
찬우 (공심을 짠해서 보는)
공심 찬우씨 맘 흔드는 도경이가 밉기도 했지만... 도경이가 찬우씨 포기하게
만들면 찬우씨 내 사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실은 했었거든요.
찬우 (보면)
공심 찬우씨 얘기 들으니깐 그게 아니었네... (씁쓸하게 웃는)
찬우 (그런 공심을 보고 옅게 미소 짓는)
공심 빌라트 앞 (밤)
공심과 찬우, 나란히 걸어와 멈춰 선다.
찬우 들어가요.
공심 네. 우리 내일부턴 웃으며 볼 수 있는 거죠?
찬우 (고개 끄덕이고 악수 청하는)
공심 (악수하는)
찬우 먀사, 당신 충분히 멋있는 여자에요. 그러니까 꼭 멋진 사랑할 수 있길
응원할게요. (환하게 웃어 보이고 돌아서 가는)
공심 (멀어지는 찬우 보며, 마음의 소리) 사랑을 잃고 나니깐 사랑을 배우네...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서는)
커피전문점 앞 (밤)
찬우, 정처 없이 묵묵히 걷고 있다.
어느 순간 멈춰서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커피전문점 앞에 다다랐다.
찬우 (쓴웃음) 습관이 무섭네. 또 여기야...
찬우의 시선 따라가면 유리창 너머
도경, 혼자 남아 테이블 정리하고 있다.
기운 없어 보이는 도경의 모습이 쓸쓸해보인다.
찬우, 그런 도경을 애잔한 눈길로 응시하더니 결심한 듯 표정 바뀌며
돌아서는데.
봉희 아파트 앞 (밤)
봉희, 선웅의 손잡고 과자 정도 사들고 걸어가는데
찬우, 그 앞을 막아선다.
봉희 (인상부터 구기는)
선웅 (찬우 반가운) 삼촌!
찬우 그래, 선웅아! (선웅의 머리 쓰다듬는데)
봉희 (찬우 손 툭 치고 선웅에게) 누가 삼촌이야! (찬우 노려보는)
찬우 (봉희 보고) 저랑 얘기 좀 하죠!
포장마차 (밤)
찬우와 봉희, 간단한 안주와 소주 놓고 마주 앉았다.
찬우 (술 따라주는데)
봉희 그쪽하고 술 마실 기분 아니거든.
찬우 가정 되찾겠다고 큰 소리 치더니 애들이나 뺏어가고... 사람이 왜
그래요?
봉희 (열 받아서) 뭐 이 자식아? 그러는 넌? 집이며 가게며 온갖 돈지랄로
남에 마누라 환심 사는 재주 말고 또 뭐가 있는데?
찬우 (피식 웃으며) 설사 그게 환심이었다 치더라도 누구처럼 상처 남기는
것보단 낫지 않나?
봉희 (분개해 바로 찬우 멱살 잡고 일어서는) 이 자식이 끝까지!
찬우 (당당하게 맞서 보며) 당신이 그렇게 지키고 싶은 자리, 내가 미치도록
갖고 싶은 자리였어.
봉희 (분노의 눈길로 보면)
찬우 그러니까 그 자리 제대로 지키란 말야.
봉희 (멱살 잡은 채 놀라는)
찬우 (봉희 보며 진심어린) 누나 힘들게 하지말라구... 제발 우리 누나 좀 지
켜주라구요.
봉희, 그 말에 멱살 잡은 손 놓는다.
찬우, 봉희를 아픈 눈길로 보다가 밖으로 나가고
봉희, 충격 받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봉희 아파트 거실 (밤)
가족들 모두 잠든 조용한 내부.
봉희, 들어와 아이들 깰 새라 조용히 선녀 방문을 연다.
문고리 잡고 서서 잠든 선녀를 바라보는 봉희.
선남 방 (밤)
선남과 선웅, 잠들어 있다.
가만히 들어와 아이들의 이부자리 고쳐 주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순간 허탈해지는...
봉희 에휴... 내가 죄인이다. 죄인!
쥬얼리 매장 (다른 날)
봉희와 상기, 진열대 반지를 훑고 있다.
봉희 (진열된 반지들 보며) 정말 도경이가 좋아할까?
상기 그럼! 세상에 남자 싫어하는 여자는 있어도 보석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더라.
봉희 이 정도로 도경이 맘이 안돌아 설 거 같은데...
상기 (씩 웃고) 당연히 이걸로는 부족하지.
봉희 (상기 보면)
상기 옵션으로 무드~! 그게 뽀인트걸랑.
봉희 뭔 무드?
상기 임마, 동문회에서 멋지게 공연 펼치면 도경이도 감동 먹을 테고... 그런
상황에 반지까지 내밀고 여왕대접 하는데 지가 어떻게 거절을 하겠어?
봉희 (솔깃해서 그런가?)
상기 (얼른 반지 하나 지목하며) 어, 여기 많네. (점원에게) 알 큰 걸로다가
쫙쫙 보여주세요.
봉희 (슬슬 기대에 찬)
도경집 앞
봉선, 마다하는 도경의 손을 억지로 끌고 나온다.
도경 싫다는데 얘가 왜 이래?
봉선 아후, 선배님들이 너 꼭 데리고 오라고 하셨단 말야. (분위기 띄워 주
는) 차도경 없는 모임이 무슨 재미니?
도경 진짜 갈 기분 아니래두. 그냥 너 혼자 가.
봉선 알았어. 일단 가면서 얘기 하자. (온힘 다해 도경 이끌고 가는)
호텔 앞
미끄러지듯 멈춰서는 벤.
문 열리고 봉희, 한껏 차려입은 차림새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하고
차에서 내리면 상기 역시, 덩달아 목에 힘주고 내리는데.
봉희와 상기, 당당하게 가슴 펴고 로비로 들어선다.
동문회 연회장
이미 자리한 공심, 남자 동문들의 환대에 둘러 싸여
담소 중인데 봉희와 상기 들어선다.
공심 (봉희 먼저 보고 곁으로 가는) 나봉희, 오랜만이다.
봉희 (얼른 자세 수그러드는) 어, 공심이 왔구나.
상기 (역시 반갑게) 반갑다. 공심아!
공심 니들 소식 들었어. 잘돼서 다행이다.
봉희 (뿌듯하게 웃고)
상기 봉희, 이 자식 이제 도경이만 찾아오면 성공하는 거야!
공심 그래. 잘해봐, 나봉희!
봉희 고맙다. 공심아...
복도
도경, 마지못해 봉선과 걸어오는.
도경 하필이면 장소가 또 여기냐? 정말 들어가기 싫다.
봉선 (혹시나 도경 도망갈까 얼른 손잡고) 빨리 들어가자. 애들 너무 보고
싶다.
도경 (여전히 못마땅한) 여기서 장콩심이 그 기집애만 안 만났어도 인생, 이
렇게 꼬이진 않았을 텐데...
봉선 달리 꼬였겠냐? 그게 다 풀라고 꼬인 거 아냐? 오늘이 그날이다. 공심이
만나서 그동안 섭섭한 것들 시원하게 풀어버려.
도경 (씁쓸한)
(e) 네이게이션 전주 흐르고.
동문회 연회장
봉희와 상기, 동문들 앞에서 공연 중이다.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대각선으로 마주앉은 도경과 공심.
봉선은 도경 옆자리에 앉았다.
도경, 동문들과 함께 봉희의 공연을 지켜보는데
그윽한 눈길로 도경을 보며 그 어느 때보다 심취해서 부르는 봉희.
그런 봉희에게 마음이 흔들리지만 애써 안그런 척 표정 관리하며 보는 도경
위로,
(인서트)
- 옥상에서 도망가는 봉희를 파리채로 때리던 장면...
- 법원 앞에서 택시 타고 떠나자 신발 날리며 무너지던 봉희 모습...
- 개업식 날 찬우 앞에서 자신에게 꽃다발 안기고 돌아서던 장면...
봉희의 공연이 끝나면 동문들 박수 치고 휘파람 불어대며 환호한다.
상기, 봉희에게 도경에게 가보라고 눈짓하면
봉희, 상기된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주위에 있던 동문들 일어서서 “야, 나봉희, 완전 멋지다!” “성공했구나. 나봉
희!” 하며 봉희를 에워싸고 봉희, “어어어...” 하며 난감해하는데...
(시간경과)
도경과 공심이 앉은 테이블과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앉은 봉희와 상기.
동창들과 간간이 미소 나누며 담소 중인 도경을 주시하고 있다.
봉희 (바지주머니에 든 반지 케이스 만지작거리며) 이거 지금 주까?
상기 쫌만 기다려 봐. 앉아있는 상태에선 포스가 안 나오잖아.
봉희 그럼 언제 줘?
상기 도경이가 화장실에 갈 때를 기다리는 거지. 도경이가 다시 (입구 문을
응시하며) 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봉희 (긴장해서 보는) ...?
상기 도경이가 모든 걸 비운 순간에 니가 꽉 채워주는 거야. 알 큰 거루다
가!!
봉희 (생각만해도 좋은) 기특한 짜식... (잔 들고) 한잔 하자!
상기 (잔 들고 낮게) 도경 봉희 뽀레버!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건배하는 봉희와 상기.
다른 테이블에 앉은 도경, 쓴웃음 지으며 그런 봉희를 흘깃 본다.
공심과 동문들과 담소 나누며 미소 짓는 도경 보며
공심 (마음의 소리) 찬우씨랑 끝났다더니 괜찮나? 하긴 동문회 나온 거
보면 견딜만 하나 보네.
도경과 눈 마주치자 얼른 시선 피한다.
도경 (공심 시선 돌리는 거 의식하고 마음의 소리) 치, 선남이 짤라 놓고
미안은 한가보지.
그때, 옆에 있던 동창1, 도경에게 말 건다.
동창1 도경아, 니 큰 아들 오성아카데미 다닌다며?
도경 (시선 동창1에게 돌리고) 어? 어...
동창1 거기 들어가기 힘들다던데... 공심이 빽으로 들어간 거 아냐?
도경 (순간 표정 일그러지고)
봉선 (껴들며) 아냐. 우리 선남이 정식으로 오디션 봐서 들어갔어.
동창2 에이, 거기 단장이 공심인 거 뻔히 아는데...
동창3 (도경에게) 거기 들어가면 수업료 전액 재단에서 지원해준다면서?
도경 응.
동창2 발레 전공하려면 돈 엄청 든다던데 이야, 공심이가 큰 힘 들어줬네.
도경 (불쾌한 표정 역력하고)
동창2 (공심 보며) 우리애도 발레 배우다 얼마 전에 그만 뒀는데 다니던 학원
원장이 소질이 다분하다고 말리더라구. 근데 계속 뒷바라지할 형편이 못
되서 말야... 공심아, 니가 우리 애 한번만 좀 봐주면 안될까? 부탁할게...
공심 한번 데려와 봐. 소질이 있는지 봐줄게.
동창2 (감격해서) 고맙다. 공심아...
공심 그 정도로 고맙긴 뭘... 힘들 때 서로 도와주며 사는 게 친구 아니겠어?
동창3 역시 예나 지금이나 공심이 의리 있는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공심 (기분 좋아 미소 짓는)
도경 (그런 공심 얄미워서 입 삐죽)
동창1 (도경에게) 그럼 니 아들도 장학금 받아서 공짜로 유학 가는 거야?
도경 (공심 들으라는 듯) 그럴 뻔 했지. 재단 이사장님 추천으로 프랑스 발레
단 교환학생으로 발탁이 되긴 했는데... (공심 흘깃 보고는 비웃듯) 대단
하신 단장님께서 무슨 억하심정이었던지 갑자기 다른 애로 바꿔버렸어.
단장이란 말에 동창들의 시선이 공심에게 일제히 쏠리는데
공심, 순간 민망해서 얼굴이 화다닥 달아오른다.
일순, 분위기 싸해지는데...
동창1 (분위기 바꾸려) 참, 공심이 너 요즘 연애한다며?
공심 (떨떠름한) 연애는 무슨...
동창2 봉선이가 그러드만. 거기 재단이사장이랑 좋아지낸다구...
도경 (봉선을 찌릿 보면)
봉선 (얼른 시선 피하고)
동창3 거기 재단이사장이 오성그룹 후계자라던데 그럼 너 재벌집 사모님 되는
거 아냐?
도경 (피식 웃고)
공심 (그런 도경을 노려보며) 그럴 뻔 했지... 근데 여우같은 기집애가 껴들어
서 깨졌어.
도경 (그 말에 움찔하는)
공심 (동정심 유발하며) 그 사람이랑 나... 이번엔 정말 잘 될 줄 알았는데...
동창1 잘 되가는 남의 연애사에 고춧가루를 뿌리다니? 대체 누군데?
공심 (도경 빤히 쳐다보며) 내 첫사랑 깬 년!
동창들의 시선, 다시 일제히 도경에게로 쏠리는데
망신살 제대로 뻗힌 도경,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도경 (일어나 공심을 노려보며) 야! 장콩심이!!!
공심 (따라서 벌떡 일어나 지지 않고 노려보며) 왜? 차도경!!!
잠시 두 사람 사이에 뜨거운 분노의 불똥이 튀는데
동창들 시선 일제히 두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도경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당장 따라 나와! (휙 돌아서 나간다)
공심 (어이없다는 듯) 치, 누가 겁낼 줄 아나?
도경, 앞서 나가면
공심, 허리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뒤따라 나간다.
연회장 입구 복도
앞서 나온 도경, 휙 돌아서 뒤따라 나온 공심을 째려보는데
일순, 두 사람 사이에 찌릿찌릿 불똥 튀고.
도경 뭐? 첫사랑 깬 년? 니가 애들 앞에서 날 망신시켜?
공심 억하심정으로 니 아들을 어쩌고 저째?
두 사람, “야!!” 하며 서로에게 달려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머리끄댕이 잡고 흔들며 한바탕 싸우는 두 사람.
지나가던 동창들 달려가 말리고...
말리는 동창 밀어제치고 다시 엉겨붙어 싸우는...
호텔 빠
빠에 나란히 앉은 도경과 공심, 둘 다 머리가 산발이다.
그 앞에 간단한 안주와 양주병 놓여있는데
도경 (한잔 쭉 들이 키고 빈 잔 신경질적으로 탁 내려놓고는 공심에게) 동창
들 앞에서 이런 꼴 보이니까 좋냐?
공심 먼저 시작한 게 누군데? (한잔 쭉 들이 키고 마찬가지로 테이블 위에 잔
을 탁 놓는다)
도경 내가 없는 말 했냐? 니가 우리 선남이 짤랐잖아? (생각만 해도 분한)
공심 그럼 넌? 찬우씨랑 내 사이 갈라놓은 게 누군데? 웃기고 있어.
도경 (그런 공심을 보며) 잔잔한 남의 가정에 돌 던진 년이 잘난 척은.
공심 내 첫사랑 그렇게 모질게 뺏어가더니 내 마지막 사랑까지... 그러고
싶냐?
도경 깰려고 깬 거 아니거든! 남의 속도 모르면서... (술병 들어서 공심의 빈
잔에 부으며) 마셔라. 이 기집애야.
공심 그래. 기집애야. 나도 니 가정 깰려는 맘 눈곱만큼도 없었거든. 지 가정
지가 깨놓고 사람을 아주 못되게 만들어. (한잔 쭉 들이키는)
도경 (흘겨보면)
공심 뭘 째려봐? 술이나 마셔. 이 기집애야. (술병 들어 도경의 빈 잔에 부어
주며)
도경 그래. 오늘 이거 마시고 끝까지 한번 가보자! (공심이 부은 술잔을 들고
쭉 들이킨다)
(시간경과)
술병 거의 바닥난 상태고
공심과 도경, 얼큰하게 취했다.
도경 (술 취해서 한숨 푹 내쉬고) 옛날에 너... 나한테 친구고 가족이었다.
공심 (같이 취해서 혀 꼬부라진 말투로) 온갖 구박 다하더니 가족은 무슨...
도경 (버럭) 야! 니가 애들 앞에서 나 무시만 안했어도 내가 너한테 그랬겠냐?
공심 (치...) 내가 언제 무시를 했다구...
도경 (아프게 흘겨보며) 부모 잃고 내려온 고아랬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공심 (뜨끔해서 보면)
도경 (옛 생각에 울컥해서) 넌 어린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았어. 나쁜 기집애...
공심 (미안하고) 그러는 너언? 어린 애가 말 실수한 거 같구 그렇게 날 종 부
리듯 부려먹었냐? 내가 니 비워 맞추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도경 (그런 공심을 보고) 미안하다. 종 부리듯 부려먹어서...
공심 (짠해서 도경 보며) 미안하다. 니 가슴에 대못질 해서... (눈물이 뚝 떨어
진다)
도경 울긴 왜 울어? 뭘 잘했다구... (짠해서 공심 보며) 이리와. 이 기집애야.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주는데 자신의 눈에도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공심 너는 왜 우는데에...? (같이 닦아주다가)
두 사람, 마스카라 번진 서로의 모습 보며 피식 웃는데
도경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냐?
공심 그러게 무슨 운명이 이러냐?
도경 (감정 추스르고) 야, 그래두 나, 너한테 진짜 잘한 거 하나는 있다.
공심 뭐?
도경 나봉희 내가 맡은 순간부터 니 인생 핀 거라고 내가 말했지?
공심 또 그 소리냐? 그래에... 내 인생 쫙쫙 펴줘서 고오맙다.
도경 야, 장콩심이!! 말로만 그러면 섭하지이.
공심 좋다아. 기분이다. 니 아들 나선남! 내가 책임지게쓰...
도경 진짜? 이제야 내 친구 장콩심 답네. (애교 부리듯) 고마워어...
공심 (귀엽게 웃으며 혀 꼬부라진 채로) 고맙긴 뭐얼...
동문회 연회장
봉희와 상기, 도경이 나간 입구 문을 뚫어져라 보는데
봉희 도경이 그냥 간 거 아냐?
상기 에이, 설마... 잠깐 기다려봐. (문 쪽으로 가는데)
술 취한 도경과 공심.
어깨동무한 채로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상기 도경이 기분 좋아 보이네. 지금이 바로 절회의 찬스다! (봉희를 도경 앞
으로 확 미는)
봉희, 어어어... 하며 상기에게 떠밀려 도경 앞쪽에 서는데
상기, 봉희에게 지금이다 눈짓 보낸다.
봉희, 상기의 지시대로 호흡 가다듬고
도경 앞에 나가서 무릎을 꿇는다.
일순, 동문들 시선 일제히 봉희에게 집중되고.
봉희 (두 손으로 반지 쩍 높이 치켜들고 도경을 보며) 차도경,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이 되어줘!
여기저기 터지는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쏟아지는데...
호응 좋자, 봉희 덩달아 신나서 도경을 향해 잔뜩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는데
술 취한 도경, 뭔 일인가 싶어 눈에 힘주며 봉희 손에 쥔 반지를 보는데
갑자기 봉희에게 성큼성큼 다가서는 공심.
봉희, 순간 불길한 기운 감돌고 사람들 역시 ‘뭐지?’ 하는 반응이다.
공심, 봉희 앞에 바짝 다가오더니 갑자기 반지를 확 낚아챈다.
봉희 (놀라 벌떡 일어나 공심에게) 야... 공심아. 그거 니 꺼 아냐...
공심, 비릿한 웃음 흘리더니 반지 확 던져버리는
공심 우리 인생 이렇게 꼬인 거, 다 나봉희 너 때문이야!!!
봉희, 그 말에 놀라서 동공 커지는데
공심, 그동안의 울분 쏟아내듯 주먹 쥐고 온 힘을 실어
있는 힘껏 봉희의 면상을 날리고
놀란 표정의 봉희 얼굴 그대로 돌아가는데서 엔딩.
.공주가 돌아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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