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 11
11회 :: 애물단의 수장, 이수현입니다.
방송일: 20070712
<경성스캔들> 11부 대본
S#1 해화당 앞 거리 (10부엔딩)
여경 살아있는 거 봤으니까 이제 됐습니다. (하고 돌아서는데)
완 (OL) 너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여경 (돌아본다)
완 나한테 너는 여동생도 아니고 수많은 여자 중에 한 사람도 아니라구.
여경 .....
완 내가 독립투사가 될 리 없고, 니가 그 일을 포기할 리 없다고 했지?
여경 ....
완 나랑 너랑은 영원히 평행선이라구 했지?
절대로 한 지점에서 만날 수 없다고 했지?
여경 ....
완 아니, 만날 수 있어.
여경 ....
완 니가 나한테 혁명이 뭔지 가르쳐줘.
여경 ...
완 그럼, 내가 너한테 사랑이 뭔지 가르쳐줄게.
하고는 여경을 안아 입 맞추는 완.
S#2 VIP룸 (밤)
바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수현.
늘 담담하던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 위로,
송주 (E) (10부 41씬의) 그건 모르는 일이죠. 변절과 변심과
은밀한 비밀이 판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S#3 야외 일각 (회상/ 10부 54씬의)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수현과 송주.
송주 (수현에게 총을 겨눈 채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
수현 (송주에게 총을 겨눈 채 매섭게 노려보는 눈빛)
세상의 모든 소리가 정지되고.
잠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송주 (E) (10부 41씬의) 언제 어디서 적이 되어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어느 순간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탕탕탕! 총을 쏘는 두 사람!
S#4 VIP룸 (밤)
순간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어버리는 수현.
그렇게 단숨에 비어버렸지만 뭔가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답답한 느낌.
S#5 명빈관 연못가 (밤)
연못가 앞에 쭈그리고 앉아 희망가를 허밍으로 흥얼거리고 있는 송주.
한 쪽 팔에는 수현에게 맞은 총에 의한 총상을 감싼 붕대.
송주 (자조적으로 피식 웃으며) 살아가면서 맘속에 품은 분노를 풀 데를
찾으라면서요.... 세상을 이 따위로 만든 적들을 찾아 복수하라면서요....
송주 옆에 앉아 함께 연못의 물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수현.
송주 (어린 수현은 보지 않고, 연못의 물만 바라보는 채로)
당신이 시킨 대루 했는데...당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피식) 사는 게 뭐 이래요?
안타깝게 송주를 바라보는 어린 수현.
송주 (여전히 연못의 물만을 바라보는 채로) 알아요, 알아....나 안 죽어.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뿐이라며...
얼마나 강해져야 무뎌질 수 있는지... 버텨 보겠다구요....
S#6 명빈관 앞 (밤)
수현이 명빈관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명빈관 앞에 와서 서는 수현.
흔들림 없던 그의 눈이 슬픔으로 가득 찬다.
타이틀 <경성스캔들> 11부
S#7 명빈관 앞 거리 + 명빈관 앞 (밤)
차분하게 가라앉은 표정의 완이 명빈관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문득 걸음을 멈추는 완. 명빈관 앞에 서있는 수현의 모습을 발견한다.
시선을 느낀 수현이 완이 쪽을 돌아본다. 완 잠시 그대로 보다가
(여경이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감정으로) 수현을 향해 다가간다.
완 설마 나 만나러 온 거냐?
수현 (피식 웃으며) 그랬으면 좋겠냐?
완 설마.
수현 염려 마. 강인호 감시 차, 잠깐 나왔을 뿐이니까. (가려는데)
완 (불쑥) 너랑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수현 (멈추고 보는)
완 (좀 씁쓸해지며) 세상에 둘도 없던 친구 놈이, 내 가족의 숙적이 되고,
조선의 공적이 되고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다)
수현 그리고. (말 하라고)
완 내 연적이 되고.
수현 (피식) 그새 하나가 더 늘었군.
완 이제부터는 피하지 않는다.
수현 (본다)
완 만나지면 만나지는 대로, 얽히면 얽혀지는 대로, 꼬이면 또 꼬이는 대로...
피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정면 돌파할 거야. (들어가는)
수현 (변해가고 있구나....)
S#8 명빈관 연못가 (밤)
여전히 홀로 앉아있는 송주.
문득 그 옆에 와서 말없이 앉는 완.
송주 (돌아보지 않는 채로) 형은 잘 만나구 왔어?
완 (그 대답은 않고, 역시 연못 물 만을 바라본 채로) 밖에.... 그 자식 왔드라?
송주 ....! (멈칫 표정이 정지 되는)
S#9 명빈관 앞 거리 (밤)
명빈관 앞을 떠나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수현.
이때, 명빈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는 수현.
뒤를 돌아보면, 요진보 차림의 인호가 밝은 표정으로 나와
대문가에 등불을 고쳐달다가 수현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굳어버리는.
수현 (인호를 바라보는 표정 위로)
송주 (E) 그 사람이랑은 왜 그렇게 앙숙이 됐어?
인호 (주눅 든 표정으로 시선 둘 곳을 찾는 위로)
완 (E) 나하구 우리 가족한테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거든....
수현 (그런 인호의 모습을 보며 어쩐지 짠해지는 표정 위로)
(* 어쨌든 표면상 인호를 밀고자로 만들었기에,
마치 인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송주 (E) 용서 받지 못할 어떤 짓?
완 (E) 배신과 밀고.
S#10 명빈관 연못가 (밤)
송주 (약간 충격 받은 표정으로 완을 보는)
완 (짐짓 가볍게) 언젠가 우리 형이 동지의 배신으로 죽었다고 술김에
말한 적 있었지? 내 형을 죽게 만든 사람이... (사이) 바로 그 자식이야.
송주 (허....서글픈 웃음이 새어 나오는)
완 (피식 웃으며) 그런데 더 미치겠는 건, 아직도 내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거야.
송주 (보며) ...
완 (웃음기 걷히며) 더 환장하겠는 건, 아직도 내가, 그 자식을 믿고
있다는 거야. 뭔가 사연이 있었겠지. 언젠가는 들켜주겠지, 결국에는
말해주겠지,
송주 (OL) 그럼, (일단 완의 말을 끊어내고) 이제 그만 그 사람 용서해주면 안 돼?
완 (비식) 용서? 바라지도 않는 놈한테 용서?
송주 실은 나, 그대의 형을 본 적이 있어.
완 ! (보는)
송주 형 이름이 선우민. 맞지?
완 (멍한 채로) 우리 형을 봤어? 언제. 어디서.
송주 나 동기 적에. 명빈관에서.
완 (멍하니 보는 데서)
S#11 수현의 하숙방 (밤)
사람의 온기가 없는 싸늘한 하숙방 안으로 들어서는 수현.
양복차림 그대로 책상 앞에 가서 스탠드 불을 켜고 앉는 수현.
문득 책상서랍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 보는 수현.
어린 완과 어린 수현, 민이 함께 찍은 예의 그 사진.
송주 (E) 이수현과 선우민, 두 사람이 명빈관을 들락거리며 활동하는 모습
참 근사했어. 두 사람을 훔쳐보면서 나, 동경하구 또 동경했었어.
수현 (사진을 보는, 뭔가 사연이 많은 서글픈 표정)....
S#12 명빈관 마당 (밤)
멍한 표정으로 송주를 보고 있는 완.
완 또.
송주 ? (보는)
완 우리 형이랑, 그 자식이 활동하는 모습이 어떻게 근사했는데?
송주 (보며)
완 너는, (눈가 확 붉어지며) 봤다며. 내가 보지 못했던,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을 너는 봤다며.
송주 (완의 마음이 느껴져 짠해지고)
완 말해봐. 우리 형이랑 그 자식이 어땠는지.
송주 (짠하지만 애써 웃으며) 멋졌어. 두 사람 다 잘 생기고 똑똑해서
우리 동기들한테 아주 인기가 많았어.
완 또.
송주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눈빛을 지녔던 걸로 기억해.
완 또.
송주 불의를 참지 못하는 올곧고 바른 심성의 소유자였던 것 같아.
완 또.
송주 나도 저 사람들이랑 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어.
완 또.
송주 그대도 형처럼 저렇게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완 (울컥하지만) 또.
송주 한사람은 죽구, 한 사람은 변절했는지 몰랐어.
그거 때문에 그대가 아파하는지 몰랐어.
완 (순간 붉어진 눈가로 외면하고)
송주 그리고....(눈가 붉어지지만 애써 환하게 웃으며)그대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분노를 그 사람한테 퍼붓지 않았으면 좋겠어.
완 (보는)
송주 대신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적들에게 분노해줬으면 좋겠어.
우리랑 같이, 그 분노를 행동으로 실천해줬으면 좋겠어.
완 (수현을 많이 좋아하는구나... 짠해져서 보고)
송주 (눈가 그렁하지만, 그녀답게 쿨하게 웃고)
S#13 수현의 하숙방 (밤)
수현 ....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듯 예의 그 사진 속에 자신의 얼굴을
지포 라이터로 태우고 있고)
S#14 명빈관 연못가 (밤)
완 ..... (생각에 잠긴 모습으로 연못가에 홀로 앉아 있고)
완 (E) 니가 나한테 혁명이 뭔지 가르쳐줘.
S#15 여경의 마루 (밤)
여경 .... (무릎을 감싸 안고 마루에 앉아있고)
완 (E) 그럼 내가 너한테 사랑이 뭔지 가르쳐줄게.
낯선 감정... 낯선 느낌으로 가만히 자신의 입술을 만져보는 여경.
그렇게 시대의 아픔 속에 던져진 네 남녀의 모습이 차례대로
보여지는 데서 F.O
S#16 총독부 외경 (낮)
마모루 (E) 그 중국인 총기상은 취조해봤나?
S#17 총독부 회의실 (낮)
대책 회의 중인 마모루, 수현, 코우지, 강구.
수현 그저 비밀리에 거래만 했을 뿐, 얼굴을 본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정체를 밝힌 적도 없다고 합니다. 보안을 위한 그들 나름의 거래 방식인
모양인데,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모루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들 뜬 표정, 얼른 회의를 끝내려는 기색 역력)
알았네. 그럼 일단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코우지 (상관없이 계속 보고) 중국인 총기상에게 압수한 총기들과 애물단의 저격수가
사용한 총은 같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민환식 암살사건, VIP룸 암살 사건,
오토바이를 탄 저격수가 사용한 총기까지 전부 동일합니다.
마모루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으응, 그 얘기는 그때도 했잖은가.
알았으니까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코우지 (상관없이) 따라서 어제 오토바이 저격수와 VIP룸의 저격수는
동일인일 수도 있습니다.
수현 무기가 같다고 해서, 꼭 동일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모루 (어떻게든 회의의 흐름을 끊으려고) 아니 저기,
강구 (상관없이) 어쨌든 같은 조직원일 테니 한 놈을 잡아들이면,
나머지는 알아서 줄줄이 딸려올 겁니다.
마모루 (어떻게든 끼어들려 하며) 아니, 내가 할 말이,
강구 (마 한번 뜨지 않는, 이 열띤 회의 분위기!) 잠복 현장에서 달아난
용의자는 총상을 입고 도주했습니다.
수현 (미세하게 흔들리는 표정 위로)
강구 (E) VIP룸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의심이 가는 자들을
추려내서 다시 한 번 재조사를 하게 해주십시오.
수현 재조사라니?
강구 VIP룸 안에는 피해자에게 접근했던 나여경이 말고도, 저격수 한 명,
피해자의 시계를 없앤 자 한명, 적어도 두 명 이상의 공범이 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인 나여경, 차송주를 포함, 적어도 네 명 이상의 애물단
조직원이 개입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코우지 그들을 재조사해서 애물단의 조직원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혹시라도 총상이 있는 자가 있는지를 조사해본다?
강구 그렇습니다. 특히나 차송주, 나여경, 선우완, 김탁구 이 네 사람은
반드시 재조사가 필요, (하는 순간)
마모루 (기어이 터지며 버럭) 자네들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건가!!!
세사람 !!!! (놀라서 본다)
마모루 성과는 하나도 없는 주제에 무슨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척 하나!
내가 할 말이 있다고 몇 번을 말해 도대체!!!!
코우지 죄송합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마모루 (OL) (노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며) 됐네! (하고는 나가버린다)
코우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나서는 수현에게) 뭐해. 움직이지 않구.
수현 (코우지를 따라 나가고)
강구 (짜증나서 준비해온 보고서를 테이블 위로 던져버리는)
S#18 보안과장실 앞 복도(낮)
노한 표정으로 앞서 걷고 있는 마모루이고,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수현, 코우지.
코우지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시급해서,
마모루 (단단히 삐졌다) 그러게 됐다고 하지 않나!
수현 죄송합니다. 하시려던 말씀 해주십시오. 지시대로 움직이겠습니다.
마모루 (그제서야 멈추며) 상관이 할 말이 있다는 데 지들끼리만 떠들고 말야, 쯧!
(하고는 주머니에서 초대장 두 개 꺼내 내미는)
수,코 ? (받아서 보며)
마모루 내 딸 미유키가 경성에 왔다는 건 알고 있지? 이번 주에 환영파티가 있네.
수,코 ? (벙해서 보는)
마모루 (흐믓흐믓) 총독부 직원들 중에서도 사치코가 엄선한 직원들만 초대하는
자리니까, 반드시 참석해야 돼! 알겠나? (하고는 뒤돌아서는데)
코우지 설마, 하실 말씀이라는 게 이거....
마모루 !!! (그제서야 생각난 듯) 아 참! 그 얘길 안 했구만.
수,코 (다시 지시 받을 준비하며 차렷 자세되는데)
마모루 반드시 파트너 동반이니까 그런 줄 알라고.
수,코 (다시 벙해지는)
마모루 분명히 말해두지만, 혼자 오는 사람은 절대 입장 불가야. 괜히 혼자 와서
우리 미유키한테 찝적 거리면 안되니까 말야. 하하하하! (좋아서 웃으며 가고)
코우지 (짜증나서 보고)
수현 (초대장을 보며 어이없어서 피식 웃는)
S#19 릿샤 앞 (낮)
릿샤 앞에 와서 멈추는 사치코의 차.
운전사 얼른 내려 차문을 열어주면, 도도한 표정의 사치코와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의 미유키가 안에서 내린다.
미유키 저기 어머니, 저는 옷보다는 경성 구경을 좀 하고 싶은데.
사치코 귀여운 나의 딸. 경성은 코딱지만 해서 볼 거 하나 없어요.
미유키 하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싶고,
사치코 (아무리 딸이지만 과감히 말을 잘라먹는다) 미유키, 엄마 말을 들어야지?
미유키 (순종적인) ....
사치코 (말 잘 듣는 딸이 흐믓) 자, 그럼 환영파티에서 입을 드레스를 한 번
골라볼까? (하며 딸을 잡아끌고)
미유키 (끌려가면서도 경성의 거리를 돌아보며, 호기심 가득한 미소)
S#20 릿샤 (낮)
들어서는 사치코와 미유키.
허영화 (손님용 의자에 앉아 잡지를 넘겨보고 있다가, 얼른 일어나며)
어머, 사모님! 오셨어요? (미유키에게) 오셨어요, 아가씨?
미유키 (단아하게 목례하는)
허영화 (그런 미유키를 흐믓하게 바라보며) 아우, 어쩜 이렇게 고우실까.
미유키 (수줍게 웃고)
사치코 우리 미유키를 위해 환영파티를 열어주고 싶다고 제안 했다죠?
어제 마모루한테 들었어요. 아주 기특한 생각을 해냈더군요.
허영화 (웃으며) 사실 그게 제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이 제안한 거예요.
미유키 ? (순간 보는 표정 위로)
사치코 (E) 선우상이?
허영화 (물론 거짓말이다) 네에. 우리 완이가 미유키상한테 첫눈에 반한
눈치드라 구요. 어떡하겠어요. 제가 협조해줘야지. 상사병 나서 드러누우면
큰일이잖아요.
사치코 썩은 고기도 보는 눈은 있군요. (흐믓하게 웃고는) 나 아직 초대장을
못 봤는데. 장소는, 어디? 호텔인가?
허영화 아니요. 협소하지만 저희 집에서 가든파티를 하면 어떨까 하구요.
사치코 가든파티라 그거 낭만적이군.
허영화 자서전 쓰시느라 힘드실 텐데, 이참에 사모님두 겸사겸사 쉬시면 좋잖아요.
(하다가 미유키에게) 아참, 어머님이 자서전 준비 중이신건 알고계시죠?
미유키 알고 있습니다.
허영화 사모님 자서전을 집필하는 출판사가 바로 우리 아들이 일하는 곳이잖아요.
(슬쩍) 구경도 할 겸 한번 가보는 건 어때요?
사치코 그거, 굿 아이디어군요. 어떠니 귀여운 딸?
미유키 (싫지 않은 미소)
S#21 경성거리 일각 (낮)
이쑤시개 하나씩 쯤 물고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는 지라시팀과 완.
세기 저 집은 다시 가지 말자. 신장개업을 했으면 선물이라도 그럴싸한 걸 주든가,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하고...
왕골 가게 텅텅 빈 걸 보면 모르겠냐? 늘 가던 데로 가자니깐, 입맛만 버렸네.
탁구 아니, 저게 누구야? 조마자씨 아냐?
완 ? (멈칫, 보면)
저만치 장을 봐가지고 오던 여경, 완을 발견하자마자 흠칫! 굳더니,
다다다다 뛰어가 골목 사이로 번개처럼 홱! 사라진다.
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탁구 방금 뭐가 지나갔냐?
왕골 글쎄.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세기 왜 저래? (완에게) 조마자씨 너한테 돈 갖다 쓴 거 있냐?
완 (피식 웃으며) 그런 게 좀 있다. 니들 먼저 가라.
(하고는 여경이 사라진 쪽으로 향하고)
세기 뭐야, 이거 이거 왠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왕골 그러게...혹시 그날 이후로 둘 사이가 뭔가 급진전?
세기 (!!!) 내가 뭐랬어! 우리 연기가 날로 발전한다고 했잖아!
탁구 맞아 맞아. 우리가 해낸 거야. 완이 표정을 보니 틀림없는 거 같아!
세사람 하하하하! (웃다가 완이 사라진 쪽을 보며) 음흉한 새끼....
S#22 해화당 (낮)
후다다닥 서점 안으로 달려 들어와 문을 닫고 헉헉헉 숨을 몰아쉬는 여경.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보는데, 저만치서 서점을 향해 걸어오는
완이 보인다. 헉! 놀라서 얼른 중간 책상 아래로 숨는 여경.
곧 서점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는 조용해지는 실내.
몰래 도망가려고 토끼걸음으로 살금살금 걸어가다가 흠칫 멈추는 여경.
시선을 들면, 바로 코앞에 쭈그리고 앉아 여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완.
완 (여동생을 보는 오라버니처럼 피식 웃으며) 어디가세요? 나선생님?
여경 (당황해서) 여, 여, 연필이 떨어진 거 같아서. (괜히 주변을 둘레둘레 살피고)
완 (재밌다는 듯이 보고 있고)
여경 (그 시선 느껴져서 민망하고) 연필이....없네.
분명 여기 어딘가에 떨어졌는데.... (하다가 슬쩍 시선을 들어보면)
완 (여전히 여경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여경 ! (얼굴 화끈해서 벌떡 일어나다가 책상에 머리 쿵 부딪치고)
완 (놀라서) 괜찮아?
여경 (얼른 머리 감싸 쥐고 책상 밑에서 빠져나오며) 괘....괜찮습니다.
세게 부딪힌 것도 아니고, (하다가 보면)
완 (책상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심각한 표정) 어디 금간 거 아니야 이거?
여경 (얄미워서 노려보며) 뭐하시는 겁니까, 지금?
완 니 머리가 좀 단단하냐? 너랑 헤딩 한번 했다가 골 흔들려서
죽을 뻔 했잖아 나. (여경 보며 얄밉게) 다행히 책상은 멀쩡하네.
여경 (노려보다가 홱 나간다)
완 어디 가.
여경 (나가며) 연필 사러 갑니다!
완 (귀여워서 웃는)
S#23 해화당 앞 거리 (낮)
새침한 표정으로 서점 안에서 나오는 여경.
나오는 순간, 에잇....! 부끄러워서 냅다 도망치기 시작한다.
나오다가 보고는 피식 웃는 완.
S#24 경성 거리 일각 골목 (낮)
달려와 벽 뒤로 숨는 여경, 헉헉헉 가픈 호흡을 가다듬으며 슬쩍 바깥
기색을 살핀다. 다행히 완이 따라오는 기색은 없다.
안심하며 돌아서다가 흠칫!! 놀라는 여경.
벽에 기대서서 괜히 손톱 끝을 살피며 서있는 완.
완 (여유!) 왜 도망가?
여경 도, 도망가기는 누가! (하다가) 그,그러는 당신은 왜 자꾸 나를 쫓아옵니까!
완 (보며) 니가 도망가니까.
여경 (얼굴 화끈해서 괜히) 부,분명히 말했잖습니까. (더듬더듬) 나,나,나는,
사상도, 신념도, 철학도 없이 흔들리는 사람은 싫다구요!
완 변하면 되잖아 내가.
여경 나,나, 나는, 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분명히,
완 투쟁해서 쟁취하면 되겠네.
여경 ! (말을 멈추고 본다)
완 근데 혁명이 뭔지는 언제 가르쳐주시나요? (놀리듯 여경 앞에 한발 한발
다가오며) 나는 사랑이 뭔지 가르쳐줄 준비가 다 됐는데.
여경 (뒤로 한발 한발 물러나며) 머,머,먼저 자기 안의 혁명부터 이루세요!
완 (우뚝 멈추며) 자기 안의 혁명?
여경 (원래 성격으로 다다다) 네. 자기안의 혁명이요. 남들 다 일하는 시간에
룸펜처럼 어슬렁어슬렁 여자나 희롱하고 다니고,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매사에 빈둥거리는 생활태도도 바꾸고, 잡지사 일도 열심히 하고,
맡겨진 임무도 열심히 수행 하세요!
완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며) 아아.... 자기 안의 혁명.
(결의에 찬 표정으로)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임무 수행하러 갑니다.
(하고는 뒤 돌아가다가 다시 뒤돌아 빠르게 여경 앞으로 오는)
여경 !!! (당황해서 보는) 뭐...뭡니까 또?
완 한 번만 더 도망가 봐. (여경 얼굴 앞에 자기 얼굴 확 들이밀며) 그땐 확!
여경 화....화...확, 뭐요?
완 뽀뽀해버린다?
여경 (헉!해서 얼른 손으로 입을 막는다)
완 (웃고는 간다)
여경 (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근두근)
S#25 지라시 사무실 앞 (낮)
기분 좋게 걸어오는 완. 사무실 앞에 서있는 차를 본다.
누구 차지? 지나가면서 슬쩍 살피는 완인데,
(F.C) 브라보! 외치는 사치코. (2부 46씬의)
완 !!! (헉! 사치코의 차다!)
순간 사무실로 향하려던 걸음, 사정없이 홱 돌려 달아나려는데, 그 모습 위로,
완 (E) 차라리 내가 할께!!! (10부 60씬의)
완 (순간 걸음을 멈추며) !!!! (떠올리는)
S#26 송주의 방 (10부 60씬의)
완 보안과장 딸이 방학을 이용해 경성에 왔어.
일본구경이나 시켜달라고 꼬드겨 함께 일본으로 갈게.
여경 ....! (보고)
완 아버지는 보안과장에, 외할버지가 군수무기 회사 사장인데다가,
대대로 유서 깊은 귀족가문의 아가씨야. 검문검색을 통과하는
이만한 방패막이는 없어.
일동 ....!!! (서로를 보고)
S#27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에이 씨.... 눈을 질끈 감는 완.
완 (눈 질끈 감은 채로) 내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망발을....
(눈을 확 뜨고는 사무실 쪽을 노려보며) 내가 못살아 진짜아!
천근만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사무실 쪽으로 겨우 돌려놓는 완에서.
S#28 지라시 사무실 안 (낮)
사치코와 미유키가 쇼파에 앉아있다.
그 앞에 마치 교무실에 끌려온 학생들처럼 탁구, 왕골, 세기가 앉아있다.
사치코는 우아한 포즈로 차를 마시고 있고, 미유키는 자서전 초고를
읽어보고 있다. 세기, 왕골, 탁구는 사치코와는 완전 딴판인 미유키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두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는 표정이 멍...하다.
왕골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는) 저기....
사치코 뭐지?
왕골 실례지만....정말 친딸이 맞으신지....
사치코 (짐작했다는 듯이) 역시. 모녀지간으로 안 보이는군요 우리가.
탁구 (반가운) 사모님도 느끼고 계시는구나.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도저히 사모님의 따님이라고는,
사치코 (말 잘라먹으며)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진짜.
지라시 ? (보는)
사치코 아무리 모녀지간이라고 해도 세상은 믿어주질 않아.
늘 자매지간이 아니냐, 누가 언니냐, 그런 질문만 해대지.
지라시 (기가 막혀서 보는 위로)
사치코 (E) 지겨워. 지쳐버렸어. 내가 그렇게 동안인가?
세기 아니 뭐....세상 누구도 그런 의문을 품지는 않을 거라 사료되지만,
탁구 (얼른 세기를 꼬집고는 미유키에게) 어떻게, 어머님의 자서전 초고가
맘에 드십니까, 미유키상?
미유키 (읽어 내려가는 표정이 난감한) 저기...어머니...이 알을 깨고
나온다는 일화는 좀...
사치코 아, 그건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우리 선우상, (하는 순간)
문 벌컥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완!
앞씬의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은 온데 간 데 없이, 환한 표정으로
사치코를 향해 다가오는 완. 역시 프로!
완 사마담! 오셨군요! 안 그래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중,
(하다가 미유키를 발견하고는 놀랍다는 듯이) 아니, 세상에, 미유키상!
미유키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하며) 안녕하십니까?
완 (주먹으로 이마를 툭툭치며) 이런이런. 이렇게 누추한 곳을 미유키 상에게
들켜버리고 말았으니, 이를 어쩐다?
지라시 (그런 완을 보며 심하게 비위가 상하는 표정이고)
미유키 (경성 역에서와는 사뭇 다른 완이 낯설고 이상하고)
완 (버터 백만 스푼의 느끼함) 마담? 그리고 레이디? 제게 점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하며 한 손을 안내하듯 문 쪽으로 내밀며 나가자고)
사치코 (흐믓하게 웃으며) 나는 여기 이 사람(세기)과 함께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을 테니, (세기는 겁에 질리고) 두 사람만 나갔다 와요.
S#29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안에서 나오는 미유키와 완.
대기하고 있던 사치코의 차에서 운전사가 얼른 내려 차문을 연다.
(* 미유키의 대사는 기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모두 친절하게,
미소를 잃지 않고, 예절 교육을 잘 받고 자란 귀족 아가씨답게)
미유키 (운전사에게) 이분과 함께 좀 걷겠어요. 차는 필요 없으니 쉬도록 하세요.
완 ? (보는)
미유키 가시죠.
완 아 예.... (움직이는데)
두 사람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있는 운전사.
미유키 (걸음 멈추고) 이 분께 실례가 되니 그냥 차 안에서 기다려 주겠어요?
운전사 (난처한) 사모님한테 혼납니다. 아가씨.
어쩔 수 없이 돌아서는 미유키. 그렇게 몇 걸음을 걷다가 어느 순간
완의 팔을 잡고 뛰기 시작하는 미유키. 놀란 표정으로 끌려가는 완.
난처해서 아가씨! 아가씨! 부르며 쫓아가는 운전사.
S#30 경성 일각 골목 길 (낮)
완의 팔을 잡아끌고 달려와 골목 안으로 숨어드는 미유키.
완 아니 느닷없이 도망은 왜, (하는 순간)
미유키 쉿! (하고는 골목 밖을 살피는)
미유키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골목 앞을 지나쳐가는 운전사의 모습.
미유키 (안심하고 웃으며 돌아서서 완에게) 저 경성구경 좀 시켜주세요.
완 아직 경성 구경을 못하셨습니까?
미유키 어머니가 경성은 위험하다면서 자꾸 집에만 있으라고 해서요. (좀 웃으며)
집에서 저는 화초처럼 살거든요. 죽은 듯이 조용히 부모님 말에 순종하면서.
완 (피식) 말 그대로 공주님이군요 그러니까.
미유키 (웃으며) 구경 시켜주실 거죠?
S#31 몽타쥬(낮)
-완, 미유키에게 경성구경을 시켜주고 있다.
극장 간판도 보여주고, 전차 구경도 시켜주며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는 완.
호기심이 가득 찬 얼굴로 경성의 풍경을 바라보며 완의 말을 경청하는
미유키.
-난전에 펼쳐놓은 물건들을 구경하는 두 사람.
예쁜 물건이 있으면 어떤 게 더 낫냐고 완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완이 골라준 물건으로 결정하고는 돈을 지불하는 미유키.
지금까지의 얌전한 아가씨의 표정은 잠시 거두고, 그 또래 아이답게
천진하게 웃는 미유키. 그런 미유키를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사심 없이 웃는 완의 모습에서.
S#32 여경의 집 마루 (낮)
혼자 생각에 골몰히 잠겨 마루로 들어서는 여경.
최학희 (한복을 짓고 있다가 보며) 어, 왔니? (한복감 옆으로 치우며)
배고프지? 얼른 점심 차려서 먹자.
여경 (여전히 혼자 생각에 잠겨 팔짱을 끼고 앉는)
최학희 (한복감 다 치우고 보며) 근데 너 장 봐온다더니 장바구니는 어쩌고
그냥 들어오니? 장 안 봐왔어?
여경 (그 대답은 않고 생각에 잠긴 채로 불쑥) 어머니.
최학희 (좀 이상해서 살피며) 그래, 왜.
여경 (결의에 찬 표정으로 어머니를 보며) 저 아버지 사진 한 장만 주세요.
최학희 갑자기 아버지 사진은 뭐하게?
여경 (결의에 찬!) 부적으로 쓰려구요.
최학희 (벙해서) 부적?
여경 (너무나 결의에 찬!) 자꾸 잡념이 생겨서 안 되겠어요. 흔들릴 때마다
아버지 사진을 보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려구요.
최학희 ? (보는데서)
S#33 해화당 (낮)
서점 안에서 제일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아버지의 사진을 걸어놓는 여경.
어디서나 눈을 돌리면 볼 수 있다는 걸 확인하듯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바라보다가, 마음을 다잡듯 야무지게 고개 끄덕이는데,
아버지의 사진 위로 오버랩 되는 완이의 얼굴!!
여경 !!! (헉! 놀라서 얼른 두 눈을 질끈 감고, 합장하듯 두 손바닥을 붙여
가슴 앞에 갖다 대고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아버지, 도와주세요.
제가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시험에 들지 말게 도와주시고,
수현 (서점 안으로 들어서다가 그런 여경을 보고 멈춰서는) ?
여경 (모르는 채로 간절하게) 어떠한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허락해주시고,
수현 (여경의 아버지 사진을 바라보는 표정)
(*수현은 여경의 아버지를 만주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여경 (더더더더 간절히) 지혜와 용기를 허락해주세요. 회유와 협박에 제 마음이
흔들릴 때 마다 저를 질책해주세요. 아주 많이 혼내주세요.
수현 (여경을 구경하며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기도를 마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돌아서는 여경.
수현을 발견하고는 기겁해서 놀라며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여경 어,어,언제 오셨어요?
수현 새로 생긴 신흥종굡니까?
여경 (민망해서 이마를 긁적이며 시선 돌리는데)
수현 날도 더운데, 나가서 시원한 음료라도 한 잔 같이 하시겠습니까?
여경 (완이가 맘에 걸려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
수현 드릴 말씀도 좀 있구요.
여경 (보며) .....
S#34 경성 일각 (낮)
적당한 곳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케키를 먹고 있는 완과 미유키.
미유키 (마지막 한입을 다 먹고는) 아, 시원하다.
(하다가 아차, 완을 의식하고는 수줍게 웃는)
완 (피식 웃고는) 일본 유수의 귀족 가문 아가씨가, 길거리에서
이런 불량식품을 먹어도 되는 겁니까?
미유키 경성이니까요. 동경에서처럼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완 (슬슬 작업 들어가는) 동경은 요즘 어떻습니까? 예전과 비슷합니까?
미유키 어머, 동경에 와보신 적이 있으세요?
완 유학했었습니다. 잠깐.
미유키 아아... 그러셨구나.
완 (작업을 위한 연기 들어간다) 문득 그 곳이 그리워지네요. (눈빛 아련해지며)
밤마다 친구들과 함께 거닐던 긴자거리...나와 정서가 통했던 아사쿠사...
하꼬네의 온천물 까지도 전부 다 그립네요.
미유키 (예의상 멘트) 언제 한 번 놀러오세요. 이번엔 제가 안내해 드릴께요.
완 (아싸, 혼자 좋아서 눈썹 씰룩이다가, 이내 미유키를 보며 감동한 표정으로)
정말이십니까? 정말 제가 그런 폐를 끼쳐도 되겠습니까?
미유키 그럼요. 오늘 선우상도 제게 친절을 베풀어주셨잖아요.
완 그럼 말 나온 김에, 다음 주에 후딱 다녀올까요, 둘이서?
미유키 (당황한다) 다, 다음 주에 둘이서.....요?
완 (에고, 너무 급했다. 얼른 진지하게) 죄송합니다. 당황하셨군요.
미유키 (당황했지만) 당황 했다기 보다는 제가 경성에 들어 온 지 얼마 안됐고, 또....
완 (진지한 표정으로 부끄럽다는 듯이) 압니다.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미유키 (보며) ....
완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하늘을 보며) 실은 중도 작파했던 유학을 다시 해볼까
고민 중이었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동경에 묵으며 학교를 알아볼까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얘기가 나와서 그만....
미유키 (그랬구나)....
완 (자조적으로 멋지게 피식 웃으며) 실은... 일본과 경성을 오가며 미유키상과
좀 더 친해져보고 싶다.....그런 흑심이 아주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미유키 (약간 당황하는) ....
완 부끄럽습니다. 가벼운 남자라고 생각하셨죠? 방금 한 말은 잊어주세요.
(쓸쓸하게 일어서며) 그럼 가실까요?
미유키 (OL) 생각해보겠습니다.
완 (아싸! 싶은 감정 감추고 애써 진지하게) 무리하실 필요 없습니다.
미유키 (미소로) 일주일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다시 경성으로 돌아오겠다고 하면
부모님도 섭섭해 하지 않으실 테구요. 다만....
완 다만.....?
미유키 두 사람만 간다고 하면 어머니가 허락을 하실지....
완 (눈빛 반짝! 자신감 충만!) 사마담, 아니 사치코 여사님 말씀이십니까?
아우, 그런 건 저한테 맡겨주세요! 저한테! (자신만만!)
S#35 깔패디엠 (낮)
여경, 수현에게 받은 초대장을 뻥...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여경 뭡니까 이게?
수현 우에다 미유키상 환영파티 초대장이라고 써있네요 거기.
여경 함께....가자는 말씀이십니까?
수현 상사가 직접 초대한 자리고, 꼭 파트너를 동반하라기에
혹시나 싶어 보여드린 겁니다.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경 우에다 미유키상이라면.....
수현 보안과장님의 영애십니다.
여경 (완이랑 함께 있던 그 여자구나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
완 (E) 하하하하하!!!!
여경 !!! (아주 익숙한 웃음소리에 시선을 들어 보는)
그 시선에 저만치 미유키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완의 모습!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미유키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떨고 있는 완.
별 재미도 없는 얘기에 하하하 웃어주고, 자전거가 지나가면 미유키의 어깨를
감싸 인도 쪽으로 보호해주고.... 그런 완을 호감의 눈길로 바라보는 미유키.
여경 (그런 완을 보며 어쩐지 우울해지고)
수현 (그런 여경의 표정을 살피고)
여경 (환하게 웃고 있는 완을 보며 점점 화가 나고)
수현 (그 표정변화를 재미나게 관찰하고 있다가) 싫으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실은 저도 별로 가고 싶은 맘이 없거든요.
여경 (OL) 아니요. 가겠습니다! 꼭 가고 싶습니다!
수현 (여경의 마음을 알기에 피식 웃는)
S#36 해화당 앞 (낮)
미유키와 함께 있던 완을 떠올리며 웬지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여경. 문득 그 앞을 가로 막아 서는 그림자에
시선 들어보면 언제 왔는지 여경 앞에 서있는 완.
완 이제 안 도망가네?
여경 왜 왔어요, 또.
완 (씩 웃으며) 오늘 첫 수업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보고하러 왔지.
여경 첫 수업이라니요?
완 혁명 수업 말이야. 혁명 수업 첫 째! 자기 안의 혁명을 꾀하라!
여경 (그제서야 피식 웃으며) 아아...
완 잡지사 일도 열심히 하고, 맡겨진 임무도 열심히 수행했거든 내가.
잘했지?
여경 (웃어주며) 네. 잘하셨습니다.
완 (빠른 시간 안에 달성한 성과가 자랑스러운) 잘 하면, 빠른 시간 내에
미유키상과 일본으로 건너 갈 수 있을 거 같아.
여경 ....! (순간 표정이 정지되는)
완 어떠냐, 나의 작업실력이. (으시대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 너나 나를
남자 취급 안 하지, 다른 여자들은 전부 나랑 뭘 못해서 난리,
(하다가 얼른 입 다물고 여경의 눈치를 살피는)
여경 (그저 가만히....바라보고 있는)
완 어쨌든! 조만간 일본으로 가는 게 확실해졌으니까, 괜히 조바심 나서
내가 가겠네, 어쩌겠네, 나서지 마. 알았어? 그럼 간다.
하고는 웃으며 돌아서서 가는 완이고.
그런 완을 보며 어쩐지 우울해지는 여경.
S#37 명빈관 마당 (밤)
기분이 몹시 좋아 휘파람을 불며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 완.
송주 (안에서 나오다가 보며) 간만에 밝은 얼굴 보네? 뭐 좋은 일 있나봐?
완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다친다. (들어가려는데)
송주 여경 씨한테 칭찬이라도 받은 모양이군.
완 (흠칫! 멈추며, 귀신이다....!)
송주 단순하긴. (웃고는) 일은. 잘 진행되고 있어?
완 물론. 내 작업 실력 몰라?
송주 기쁜 모양이네?
완 (피식 웃으며) 성과 없는 삶보다는 나으니까.
송주 (기특해서 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으음.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군.
완 (그 손 좋게 잡아다가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앞으로 내 몸을 함부로
만지지 말아줬음 좋겠어. 임자 있는 몸이거든. (하고는 들어가고)
허, 기막혀서 웃는 송주. 어쨌든 밝아진 완의 모습이 싫지 않아
미소 짓고는 돌아서다가 어떤 느낌에 멈칫 서는.
그 시선에 별채 쪽에서 조심스럽게 걸어 나오는 인호.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대문 밖으로 나가는.
송주 ... (그런 인호를 어쩐지 심상찮은 눈빛으로 보는 데서)
S#38 수현의 하숙집 앞 (밤)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수현의 하숙집을 향해 걷고 있는 인호.
마침내 수현의 하숙집 앞에 와서 멈춰서는 인호.
한 손을 천천히 들고 노크를 하려다가, 차마 못하겠는 인호.
빠르게 손을 내리고는 돌아서는데, 언제 왔는지 인호 앞에 서있는 수현.
인호 ... (긴장한 눈빛으로 침을 꿀꺽 삼키고)
수현 ... (담담한 눈빛으로 인호를 바라보는데서)
S#39 수현의 하숙방 (밤)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 인호와 수현.
여전히 긴장과 경계를 풀지 못하는 인호.
어디까지나 사무적인 말투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수현.
수현 명빈관은.
인호 말씀드린 대로 매일 비슷한 일과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현 별다른 변화 조짐이나 수상한 점은 없다?
인호 그렇습니다.
수현 (차 마시며) 나여경 선생은?
인호 이제 고문 후유증에서는 좀 벗어나신 것 같습니다.
저랑 영랑 씨를 제외하고는 야학은 당분간 쉬고 있구요.
수현 차송주는.
인호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수현 건강은.
인호 (질문의 의도를 몰라서) 네?
수현 차송주의 건강 말이야. 혹시 안색이 몰라보게 안 좋아졌다거나,
남들 눈을 피해 병원을 다닌다거나, 그런 움직임 없어?
인호 (움찔하지만) 어...없습니다. 아픈 데 없이 건강합니다.
수현 (송주의 부상이 걱정되는) ....
인호 (이상해서 수현을 살피는데)
수현 좋아,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하면 돼.
인호 (얼른 시선 거두며, 고개를 끄덕이고)
수현 저번에도 말했듯이 앞으로도 이 모든 보고는 나에게만 하는 거야. 알겠나?
인호 (불안한 눈빛으로 끄덕이고)
수현 이제 가 봐도 좋아.
인호 (꾸벅 인사하고는 얼른 일어나는데)
수현 (보지 않고, 담담히) 밀고란 건 말이야.
인호 (멈칫, 보면)
수현 동지를 팔고, 조직을 파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파는 짓이야.
인호 ! (보는)
수현 영혼을 파는 순간, 자신의 인생은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영혼을 판다는 건,
한평생을 생지옥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야.
인호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떨리는 심정으로 보면)
수현 그럼 영혼을 팔지 않는다면 어떨까? 대신 자신의 생명을 걸어야겠지.
인호 (의중을 모르겠고)
수현 (보며) 그렇다면 과연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 그 판단은 물론 본인의
몫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건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따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돼 있다는 거다.
인호 (의중을 모르겠어서 불안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수현 고문을 피해 살아남았다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소리야.
살아남은 자들에겐 또 그만큼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거든.
인호 (보며)
수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명하게 헤쳐 나가길 바란다.
S#40 수현의 집 앞 (밤)
대문을 열고 안에서 나오는 인호.
몇 걸음 걷다 말고 멈춰 서서 다시 한 번 수현의 하숙방 쪽을 바라보는 인호.
인호 ... (마치 선문답 같은 수현의 화두에 혼란스러워지는데서) (F.O)
S#41 야외 일각 (야외 일각 고관2의 암살 현장/ 아침)
자전거 한 대가 다리 위를 달리고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
어떤 느낌의 자전거를 세우는 소년. 물가를 향해 다가간다.
소년의 눈이 공포감으로 점점 커지더니, 아아아아악----!
소름 끼치는 비명소리.
S#42 종로서 앞 (낮)
안에서 빠르게 뛰어나오는 수현, 코우지, 강구!
고관2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중이다.
S#43 야외 일각 (야외 일각 고관2의 암살 현장/ 낮)
한 쪽에 물에서 건져낸 고관2의 시신이 흰 천에 덮여있고.
현장 사진을 찍는다, 목격자인 소년1에게 발견 당시의 상황을 묻는다,
주변 환경을 살펴본다, 증거품을 찾는다, 어수선한 사체 발견 현장.
수현, 강구, 코우지가 도착한다. 수현이 사체 위에 덮여있는 흰 천의
한 쪽을 잡아 열어본다. 사체의 얼굴을 확인하는 수현, 코우지, 강구의
심각한 표정에서.
강구 (E) 발견된 사체는 실종된 공남작이 분명합니다.
S#44 종로경찰서 복도(낮)
새로이 발생한 사안에 대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빠르게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수현, 코우지, 강구.
강구 총성을 숨기기 위해 칼을 사용한 점, 사체를 처리하기 위해
주변 환경까지 고려한 점, 모든 정황으로 보아 계획된 보복 살인이
분명합니다.
코우지 살인공포에 떨고 있는 공남작을 암살 현장까지 쉽게 유인한 점이나,
수행원들을 따돌린 걸 보면,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
주변 인물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수현 (걸으며 미세하게 변하는 표정)
강구 (조금 다르게 수사방향을 잡고 있는 듯 뭔가 생각해보고 있는 표정)
S#45 종로서 안 (낮)
안을 들어서는 수현, 코우지, 강구.
이미 차렷 자세로 대기 중인 순사들 앞에 와서 선다.
코우지 (들어오며 순사들에게) 오늘부터 24시간 비상근무다!
공남작의 암살이 애물단에 의한 보복 살인일 경우,
공남작의 주변인물 중에 애물단과 연결된 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수현 (뭔가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위로) (*자신에게 보고를 올리지 않은
암살. 조직원들의 반란. 암살자는 차송주일 것이다 등등을 생각 중)
코우지 (E) 그 점에 주목해서 공남작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 나간다. 알았나!
순사들 넵! (흩어지는데)
김순사 나으리!
코우지 (타이를 헐겁게 풀며, 일할 준비) 무슨 일이야?
김순사 방금 우에다 과장님으로부터 긴급 전화가 있었습니다!
순간 긴장된 표정으로 김순사를 바라보는 수현, 강구, 코우지!
코우지 긴급 전화라면, (순간 눈빛 번뜩) 비상인가?
김순사 비상인지 어쩐지는 제가 판단이 잘 안서고요....
오늘 파티에 올 때 파트너를 꼭 동반해야 한다고....
코우지 (순간 짜증나서 서류를 확 던지고는 나가버리고)
강구 (잠시 뭔가 생각해 보다가, 코우지를 따라 나가고)
수현 (역시 혼자 생각에) ....
(*조직원들을 불러 모아 경거망동을 탓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 중)
S#46 종로서 일각 (낮)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넥타이를 아예 풀어버리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코우지인데,
강구 (다가오며) 나으리.
코우지 뭐야.
강구 제가 재미있는 연극을 한 편 만들어 올려볼까 하는데....
(웃음기 없이 의미심장하게 보며) 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코우지 ... ? (보는데서)
S#47 선우관 집 정원 (낮)
정원에 테이블 따위를 놓고 흰 식탁보를 씌우고 세팅하는 등
가든파티 준비가 시작 중인 가운데, 이것저것 참견을 하며 두 세 명의
일꾼들을 지휘하고 있는 허영화.
허영화 아우, 그 꽃은 그 자리에 놓지 말라니까. 경무국장님은 꽃가루 알러지가
있다고 몇 번을 말해. 오늘 오실 손님들은 모두 총독부 손님들이니까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각별히 신경 써줘요. 알겠어요?
하는데 대문으로 들어서는 완.
허영화 (표정 환해지며) 어머, 일찍 왔네? (완에게 달려가서는) 요즘 너 왜 이렇게
나한테 협조를 잘 해주니?
완 빚은 제대루 갚겠다고 했잖아요.
허영화 그러게 진즉에 이랬으면 서로 얼굴 붉힐 일두 없었잖아.
너두 미유키상이 아주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구나?
완 (그냥 마지못해 애매하게 웃어주고는 들어가는)
S#48 선우관의 거실 (낮)
안으로 들어서는 완.
쇼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선우관.
완 (목례하며) 저 왔어요. (방으로 가려는데)
선우관 (책 보는 채로) 정말 마음이 동한 거냐, 다시 삐딱선을 타기루 작심한 거냐.
완 약속은 약속이니까, 열심히 협조하는 거 뿐이예요.
선우관 (책 덮고 보며) 덕분에 저 사람이 간만에 살맛이 나는 모양이더라만,
니 진심은 뭐냐?
완 말씀 드렸잖아요, 그저 어머니랑 한 약속 때문에,
선우관 (OL) 니가 속셈 없이 이럴 놈이 아니라는 거 안다.
말하기 곤란한 사정이냐?
완 (포기하고, 피식 웃으며) 예.
선우관 설마 그 일본 아가씨를 니 목적에 이용하는 거야?
완 모르시는 게 좋으실 꺼예요. 알면, 분명 말리실테니까.
선우관 (읽듯이 아들을 보는 표정에서)....
S#49 여경의 방 (낮)
벽에는 수현이 사준 양장이 걸려있고.
바닥에 무릎 감싸 안고 앉아, 그 옷을 바라보고 있는 여경.
가기 싫은 심정. 무거운 한숨 푸욱 내쉬고는 일어나 벽에 걸린
옷을 내리는데.
최학희 (문을 열고 들어서며) 여경아. 너 서점에 좀 나가봐.
손님 한 분이 널 찾으신다.
여경 ? (보는데서)
S#50 해화당 (낮)
서점으로 들어서는 최학희와 여경.
책상 앞에 등을 보인 채 앉아 있는 양복 차림 남자.
여경, 얼핏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뭔가 불안해서 묻듯이 최학희를
보면, 저 사람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최학희.
여경 (남자를 향해) 저....
소리에, 일어나 여경 쪽을 돌아보는 남자. 말끔한 양복차림의 망치다!
망치 나여경 씨?
여경 (경계의) 네. 그런데 무슨 일루.
망치 (사람 좋게 웃으며) 이수현의 나리의 심부름을 왔습니다.
여경 (경계의 눈빛 풀지 않고) 무슨...
망치 (여전히 미소로) 여섯시까지 깔패디엠 VIP룸에서 만나
파티장소까지 함께 가시자고 하십니다.
최학희 ? (딸을 보고)
여경 (뭔가 이상한)
망치 (여경의 표정 읽고, 웃으며) 예. 나으리가 지금 사건 땜에 비상이 걸려
조금 바쁘시거든요. 저더러 대신 모셔오라 했으니, 제가 모시겠습니다.
여경 (확실히 이상한) 됐습니다. 나리가 많이 바쁘신 모양인데, 괜히 저 때문에
무리하실 거 없다고 전해주세요. 어짜피 별로 내키지 않는 자리였습니다.
(나가려는데)
망치 (막아서며, 살살 꼬시 듯) 제가 나중에 욕을 먹습니다.
여경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나가려는데)
망치 (다시 막아서며) 그러시지 말고,
여경 왜 이러세요! 소리를 지르겠어요! (하는 순간)
순간, 어쩔 수 없이 표정 험악하게 변하며 여경을 막무가내로
끌고 가는 망치!
최학희 (놀라서) 여경아! 여경아! (따라 나가고)
S#51 해화당 앞 (낮)
세워놓은 차의 차문을 열고는 여경을 막무가내로 집어넣고는,
운전석에 오르는 망치.
최학희 여경아! 여경아!
달려와 문을 열려는 순간, 출발하는 차!
차 안에서 어머니를 돌아보는 여경이고,
또 다시 억장이 무너지는 최학희.
송주 (E) 야마시타 코우지가?
S#52 송주의 방 (낮)
서안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송주, 의외라는 듯 근덕을 쳐다본다.
송주 야마시타 코우지가 나를 왜?
근덕 보안과장 딸의 환영파티가 있는 모양인데, 파트너가 필요하대.
아내가 일본에 있잖아 그 남자.
송주 (허, 웃으며) 파트너 동반 파티? 팔자가 늘어졌군 그 쪽은.
근덕 적당히 거절해두는 편이 낫지 않겠어? 예감이 안 좋아.
송주 총독부 나으리의 요청을 대놓고 거절했다간, 괜한 꼬투리만 잡힐 뿐이야.
근덕 (그도 그렇다)
송주 정면대결이 불가피하겠군. 도전은 받아주는 게 예의지.
(근덕을 보며) 그래서, 어디루 오래? (에서)
S#53 지라시 사무실 (낮)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란히 서있는 탁구, 세기, 왕골.
지라시 (합창으로) VIP룸이요?
하고 보면, 세 사람 앞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 망치!
망치 그렇습니다. 사치코 여사님께서 꼭 좀 참석해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하셨습니다.
순간, 뒤로 홱 돌아서서 작전회의를 하는 세 사람.
세기 이거 안 좋아.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왕골 내 말이. 사치코! VIP룸! 파티! 이거야 말로 피 냄새가 나는 조합 아니겠어?
탁구 아 그 아줌마는, 파티 못해 죽은 귀신이 씌였나. 지가 무슨 퇴마사도 아니고,
하고 많은 장소 중에 왜 하필 또 VIP룸이래냐?
세기 가지 말자. 내 짧은 소견으로도 이건 아니야. 절대 가지 말자.
세사람 (결의에 차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망치 (슬쩍) 참석해주시면 감사의 뜻으로, 미유키 아가씨께서 친구들
몇 분을 소개시켜드리겠다고.....
순간 멈칫! 하더니 활짝 개인 얼굴로 망치를 향해 돌아서는 세 사람!
지라시 지금 바로 출발할까요? (활짝 웃는데서)
S#54 VIP룸 (낮)
아름다운 아가씨들과의 즉석 만남을 꿈꾸며 안으로 들어서는
탁구, 세기, 왕골인데, 텅텅 비어 있는 VIP룸 실내.
순간, 불길한 기운이 뇌리를 쥐어뜯고 가는 세 사람!
탁구 뭐,뭐,뭐야. 왜 아무도 없어?
세기 (울고 싶은) 거봐, 내가 뭐랬어. 느낌이 안 좋댔잖아.
그 아줌마가 끼어서 유쾌했던 일이 어디 한번이나 있었어?
왕골 나가자. 피 보기 전에 얼른 나가자고.
세 사람 얼른 출입문 쪽으로 향하는데, 막 들어서던 송주와 마주친다.
탁구 소...송주 씨....!
송주 또 만나네요. 근데 벌써 가시는, (거예요?)
하다가 보면 텅 비어있는 실내.
송주, 뭔가 이상한데. 갑자기 실내에 불이 확 꺼지는!
어둠 속에서 엄맛! 소리치며 오두방정을 떠는 지라시팀.
다시 불이 확! 들어오면,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한 손에 여경의 팔을 인질처럼 잡고 서있는 살벌한 강구의 모습!
송주 여경 씨! (하고는 강구를 확 노려보면)
여경을 지라시팀과 송주가 있는 곳으로 던지듯 밀어버리고는.
강구 그 날 사건의 요주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두 모였구만.
자 그럼, 이제 슬슬 연극을 시작해볼까? (살벌하게 미소 짓는)
근덕 (계단 입구 벽에 몸을 숨긴 채 바라보며 표정) .....
S#55 해화당 (밤)
여경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서점을 향해 걸어가던 수현,
서점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최학희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수현 왜, 나와 계십니까?
최학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 우리 여경이랑 오늘 약속이 있었어요?
수현 안 그래도 지금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최학희 (심장 덜컹 내려앉으며) 그럼, 심부름 보낸 그 사람은요.
그 사람, 청년이 보낸 사람 아니죠? 그렇죠?
수현 (순간 뭔가 불길한 표정으로 보는데서)
S#56 선우관의 집 앞 (밤)
파티 준비 아직 진행 중이고.
한 쪽으로 치워진 티 테이블에 커피 잔을 놓고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는 완. 커피잔을 들려다가 대문가를 기웃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한 근덕을 발견하는 완.
(*파티에 참석했을 수현을 찾고 있는 중임)
완 ? (커피잔 놓고 대문가로 가서) 근덕이 니가 여긴 웬일이냐?
근덕 네? 아아, 그게.... 파티는 취소 된 겁니까?
완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는데 왜. 누구, 만나러 온 거야?
근덕 (퍼뜩) 예? 아아 그게.... (하다가 결심한 듯 완을 보며 씨익)
도련님을 만나러 왔지, 제가 누굴 만나러 왔겠습니까?
완 (머리카락 쭈뼛서며) 니,니,니가 날 왜?
근덕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는) 그게 사실은,
S#57 VIP룸 (낮)
지라시 팀을 비롯한, 송주와 여경, 적당한 테이블에 앉아 있고
마치 1인극이라도 연기하듯 홀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강구.
강구 (송주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차송주. 1차 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
2차 암살 사건 당시 까페 밖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이로서
용의선상에서 벗어난다...(송주를 보며 피식) 꽤 괜찮은 알리바이였어.
송주 ... (비웃듯 미소 짓는)
강구 (이번엔 여경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나여경. 2차 암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접근해 시간을 물었다. 피해자의 야광시계로 어둠 속의
표적을 만들어줬다. 저격수는 그 불빛을 향해 (여경을 향해) 탕!
여경 (담담한 표정으로 보고)
강구 (송주를 향해) 탕! (탁구를 향해) 탕! 세 발의 총성. 불이 다시 켜졌을 때
저격수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저격수는 누구였을까?
왕골 (귓속말) 아, 지루해. 쟤 뭐냐 진짜. 우린 도대체 왜 불려온 거야?
세기 (귓속말) 난들 아냐? 이제 파티의 파짜만 들어도 신물이 난다.
강구 (찌릿 보면)
왕,세 (얼른 고개 숙이고)
강구 또 증거품인 시계를 없앤 자는 누구였을까? 오늘 여기서 숨은 그림을
한 번 찾아볼까?
송주 (OL) 이 지루한 이야기는 언제 끝나나요?
강구 (보는)
송주 관객이 필요하시면 난전판으로 나가시죠, 왜.
강구 (피식 웃고는) 서론이 길었던 걸 인정하지. 자 그럼 이제 슬슬
본편으로 들어가 볼까?
턴테이블 위에 바늘을 올려놓는다. 레퀴엠 쯤의 장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세기 뭐야 쟤. 요즘 고문 수사 관두고 심리수사 하나봐.
강구 김탁구.
탁구 (또 화들짝 놀라서) 예?
강구 십년 전.... 삼년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적이 있던데....
그때 어디서 뭘 하면서 지냈지?
탁구 (손수건을 꺼내 식은땀을 닦으며) 그냥 여기 저기 방랑하면서....
강구 조직 같은 거 만들어 혁명놀이 같은 거 한건 아니고.
탁구 (더 거세게 땀을 닦으며) 제...제 주제에 무슨.
강구 김탁구.
탁구 (울고 싶은) 왜 자꾸 저만 부르세요.
강구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만큼 다 알아서 말야. 재미가 없거든. (하고는)
팔 좀 걷어봐.
탁구 파, 팔은 왜.
강구 걷어.
탁구 (팔소매를 걷어 부친다)
강구 (그 팔을 잡아 요리조리 살펴보며) 며칠 전 애물단의 총기 거래 현장을
습격했다가 바이크를 탄 조직원과 운명적인 조우를 했지.
송주 ...
강구 총격전 끝에 용의자는 총상을 입고 도주했다. (왕골 앞에 서면)
왕골 (얼른 소매를 걷어 보인다)
세기 (이름 부르기도 전에 소매 걷어서 팔을 내미는)
강구 (다 확인하고는) 나여경이는 확인이 됐고, 자 그럼 명빈관 최고의 기생
차송주 씨의 팔을 한 번 구경해볼까? (하며, 송주의 팔목을 확 낚아채는데)
S#58 깔패디엠 앞 (밤)
(*깔패디엠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수현, 깔패디엠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던 완과 근덕,
완, 수현을 발견하고는 좀 의외여서 멈춰 선다.
수현, 상관없이 VIP룸을 향해 달려간다.
완, 뒤 이어 VIP룸을 향해 달려간다.
근덕 남아서 무거운 한숨을 쉰다.
S#59 VIP룸 (밤)
강구에게 팔목이 잡힌 송주. 팽팽하게 맞서있는 두 사람이고
긴장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지라시팀과 여경.
강구 소매 걷어.
송주 (여유 있게 웃으며) 기생은 대가 없이 옷을 걷지 않는답니다.
강구 내가 해줘?
송주 상관은 없는데, 저는 상당히 비싸거든요.
강구 (억지로 소매를 걷으려고 송주의 팔목을 자기 쪽으로 확 잡아당기는 순간)
누군가 강구의 팔을 확 잡아챈다. 수현이다.
놀라서 바라보는 송주. 강구는 어쩐 일인지 모든 일을 예상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다.
수현 또 단독 수사인가?
강구 (좋게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수현의 손을 떼 내며)
그냥 재미있는 파티일 뿐입니다.
완 (뛰어 들어온다) 나여경!
강구 (오호, 이거 봐라. 줄줄이 들어오는군 재밌다는 표정으로 완을 본다)
완 (여경에게 달려가)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여경 (강구를 노려보며) 괜찮습니다.
완 (강구를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본다)
강구 (그저 비식 웃는다)
수현 모두들 나가셔도 좋습니다. 아니, 모두들 나가주십시오.
지라시 (행여 말이라도 바뀔까봐 얼른 일어나 후다닥 달려 나가고)
수현 (강구에게 살벌한 표정으로) 자네랑 나는 여기 남아 얘기 좀 하지.
강구 (웬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아닙니다. 됐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이미
다 얻었으니까요. 파티 즐거웠습니다.
(하고는 모자를 벗어 집사처럼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고)
수현 (그런 강구를 바라보며 어쩐지 위험해보이고)
송주 (그런 수현을 보는)
S#60 깔패디엠 (밤)
여유 있는 표정으로 안에서 나오는 강구.
가다 말고 다시 한 번 VIP룸 쪽을 돌아본다.
뭔가를 다 파악했다는 듯이 여유 있게 피식 웃고는 걸어가는 강구.
S#61 VIP룸(밤)
룸 안에는 송주, 수현, 완, 여경만이 남아있다.
완 (송주에게)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뭐냐구 도대체.
송주 (뭔가를 읽어내려는 듯이 수현을 바라보는 채로) 여경 씨,
여경 네.
송주 저 남자(완) 좀 데리구 나가줄래요? 나는 나으리랑 할 얘기가 좀 있는데.
수현 (송주를 본다)
송주 (수현을 본다)
여경 (나가자고, 눈치를 주며 완을 잡아끈다)
완 (싫다고, 뿌리친다)
여경 (우왁스럽게 완을 끌고 나간다)
완 (휙! 딸려간다)
홀에는 이제 수현과 송주만이 남는다.
S#62 깔패디엠 앞 (밤)
안에서 완을 끌고 나오는 여경.
완 (끌려가며)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이게.
여경 (끌고 가며) 말하자면 깁니다. 모르셔도 됩니다.
완 (여경의 팔을 뿌리치고는) 왜, 나한테만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엄밀히 말하면 나도 객원,(했다가 얼른 목소리 낮춰) 애물단의
객원조직원이잖아.
여경 (그런 완이 웃겨서 웃으며) 객원 기자에, 객원 조직원에 완전 객원인생이네요.
모든 일에 한 발만 담그고 있는, 당신의 인생관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완 (째려보고는 뒤돌아 VIP룸으로 향한다)
여경 (얼른 잡아채서 끌며) 거기는 왜 또 들어가려는 겁니까?
완 쟤네 둘이 붙여놓으면 안된단 말이야.
여경 왜 안 됩니까.
완 차송주가 저 자식을 좋아, (하다가, 여경을 보고는 아차...싶어) 하게 되면,
너는 졸지에 찬밥 되잖냐.
여경 상관없습니다. 나으리도 보는 눈이라는 게 있는 거고, 반하게 생겼으면
반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완 (설마! 해서) 너.... 저 자식한테 맘이 떴구나.
여경 (당황해서) 예에?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사람 맘을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짜피 차송주 씨와 제가 상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완 (순간 흥분해서) 아니 니가 왜 차송주랑 게임이 안 돼.
여경 (슬쩍) 됩니까? 게임이?
완 (완전 흥분해서) 그럼! 너는 너 나름의 귀여운 매력이 있고,
여경 (기분이 나쁘지 않고)
완 차송주는 또 차송주 나름의 뇌쇄적인 매력과, 우아함과, 도도함과,
세련됨과 강인함과, 지적임과 (하다가 나열하기를 포기하고는 절망적으로)
안 되네. 너랑은 게임이 안 되네.
여경 (화나서 먼저 가버리고)
완 (피식 웃고는 따라간다)
S#63 해화당 앞 거리 (밤)
여경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고, 그 뒤를 따라오고 있는 완.
완 화났어? 농담이야 농담.
여경 오늘 미유키 양의 환영 파티가 있는 거 아닙니까?
완 어?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여경 거기, 가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완 어짜피 늦었는데 뭐. 안 가두 돼.
여경 그러다 함께 일본에 못 가게 되면 어떡합니까?
완 (여경의 어깨를 팍! 치며) 너, 나를 그렇게 모르냐?
또 작업 들어가면 금방 또 넘어오게 돼있어.
여경 (화나서 눈 질끈 감는데)
완 염려 마. 빠르면 다음 주 초쯤에 일본으로 떠날 것 같아.
여경 (멈칫 표정 정지된다)
완 (해화당 앞에 와서 멈추며) 반드시 성공하고 돌아올게.
그럼, 들어가서 쉬어. 간다. (돌아서서 가는데)
여경 ... (보다가) 갔다가,
완 ? (멈추고 돌아본다)
여경 돌아옵니까?
완 (무슨 말인지 몰라) 어?
여경 일본에 갔다가 다시... 경성으로 돌아옵니까?
완 (별 이상한 걸 다 묻는다는 듯) 당연하지.
왜 일본에 아예 눌러앉았으면 좋겠냐 내가?
여경 (표정 환해지며) 아닙니다. 그럼 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는 집으로)
완 ? (봤다가 고개 갸웃하며 뒤돌아가는, 그러다가) ! (멈춰서는)
순간 해화당 쪽을 확 돌아보는 완.
여경의 감정변화에 기분 째지며,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씨익 맺히는 데서.
S#64 경성 거리 일각 (밤)
송주와 수현이 함께 걸어오고 있다.
송주 언제나 꼭 필요할 때 나타나주시네요.
우연치곤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나지 않으세요?
수현 나여경 씨가 곤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뿐입니다.
송주 그런데 정작 구한 건 애석하게도 나여경 씨가 아니라, 명빈관 기생이군요.
수현 ..,
송주 (불쑥) 당신, 아군이 맞죠?
수현 (걸음 멈추는)
송주 (멈추고 보며) 나여경, 선우완, 인호와 영랑이, 그리고 나 차송주까지.
당신 덕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군요.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
수현 (담담하게) 같은 조선인으로서,
송주 (OL) 당신 정체가 뭐야.
수현 (보는)
송주 아군이야? 적군이야? 그게 아니면 이중 스파이야?
순간 거칠게 송주의 팔을 잡아채, 소매를 걷어 올리는 수현.
송주의 팔뚝에 드러나는 총상자국. 흔들리는 송주의 표정.
수현 당신은 정체가 뭐야. 애물단의 저격수야? 당신이 애물단의 수장인가?
송주 (수현의 손아귀에서 팔을 확 빼내고는 피식) 알면서도 보내준 이유가
뭐야 그럼. 그 자리에서 쏠 수도 있었잖아! 죽여 버릴 수도 있었잖아!
수현 내가 살라고 했으니까!
송주 (멈칫 보는)
수현 죽지 말고, 절대로 살라고 했으니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가라고 했으니까! 그 말에 책임을 졌을 뿐이야. 두 번은 용서 없어.
송주 (보며)
수현 다음번엔 다시는 적으로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뒤 돌아가며 표정)
송주 (심장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서있는)....
S#65 명빈관 외경(밤)
근덕 (E) 상황이 여러모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S#66 송주의 방 (밤)
송주의 방에 모여 있는 애물단들.
근덕 공남작의 시체가 발견되고, 총기반입 루트는 덜미를 잡힌데다가,
이강구 그 자식이 뭔가를 눈치 챈 거 같아.
송주 소심한 우리 수장님. 당분간은 또 사냥 금지겠군.
근덕 아니. 조만간 세 번째 사냥감이 정해질 거야.
일동 !!! (긴장감으로 보는)
근덕 다음 주 선우완 도련님이 미유키와 함께 일본으로 떠나.
여경 (완이 무사할지 걱정이 되고)
근덕 완이 도련님이 무사히 도면을 입수해서 귀국할 때까지,
일단 사냥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냥장소를 찾아 전술을,
인호 저....근데....그 선우완이라는 분한테 맡겨도 될까요? 정식 조직원도 아닌데...
여경 걱정 마, 인호야. 제멋대로 사는 것처럼 보여도 일단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하는 사람이야.
근덕 자 자,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사냥감에 대한 정보 수집이 끝나고,
도면이 도착하는 대로, 이차 지령이 내려올 거야. 그때 행동에 모두 들어간다.
이번 암살은 신속하게 진행 될 테니까 다들 정신을 차려두는 게 좋을 거야.
송주 염 려마. 이번엔 저번 같은 실수는 절대 안할 테니까.
근덕 차송주.
송주 왜.
근덕 너는 당분간 모든 거사에서 제외야. 저격수는 강인호다.
송주 (대충 짐작하고 눈빛 싸해지는데서)
S#67 명빈관 일각 (밤)
화가 나서 근덕을 몰아세우고 있는 송주.
송주 허! 당분간 모든 거사에서 제외를 해? 누구 맘대루.
근덕 (한숨으로 달래려) 차송주.
송주 (OL) VIP룸 암살 사건 때 한번 제외됐으면 됐잖아!
내가 인형처럼 앉아서 구경이나 하려구 러시아에서 그 지옥 같은
훈련을 견뎌낸 줄 알아?
근덕 그러니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잖아!
송주 (OL) 조심에 또 조심을 거듭해도 실수는 있는 법이야!
실수가 두려워서 아무 것도 안 해 그럼!
근덕 공남작 단독 거사를 말하는 거야! 국으로 가만히 앉아있어도
모자랄 판에, 여기저기 단서를 흘린 꼴만 됐잖아!
그거 때문에 수장한테 내가 얼마나 문책을 받았는지 알아?
송주 수장을 만나게 해줘.
근덕 (말문 막혀서 보다가) 뭐?
송주 직접 담판을 지어야겠어. 이렇게 노선이 안 맞아서야
어디 한배를 탈 수 있겠어? 만나서 사상토론을 좀 해야겠어.
근덕 안 돼.
송주 만나게 해줘.
근덕 (답답한) 안 된다는 거 알잖아!
송주 (OL) 오케이 알았어. 갈 길이 서로 다르군 우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쩌겠어? 이제부터 나 혼자 행동하겠어.
근덕 (놀라서) 차송주.
송주 (OL) 완이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서 무기를 공수해올 꺼야. 정보전이구,
전술이고, 준비론이고 다 필요 없어. 나 혼자 갈아엎겠어. 하다 죽더라도
내가 갈아엎겠어.
근덕 (터지며) 차송주!!
송주 (터지며) 그러니까 만나게 해줘!
내가 폭탄 들고 총독부 건물로 뛰어들기 전에!!
근덕 (미치겠고)
송주 (고집스럽게 근덕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F.O)
S#68 야외 일각 (낮)
송주의 차가 아지트를 향해 달리고 있다.
S#69 달리는 송주의 차 안
송주 (창 밖 보는 채로) 어떤 사람이야?
근덕 (운전만) ....
송주 신중이 지나친 건지, 소심한 건지... 얼굴도 안 밝히고 몸을 꽤나 사리는 걸
보면 젊은 사람은 아닌 거 같구... 꼬장꼬장한 노인네야?
근덕 수장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건.... 사정이 있어서야.
송주 사정? 무슨 사정? 설마 여자야?
근덕 ....
송주 (더 이상 묻기를 포기하고 다시 창밖만) ....
S#70 폐건물 안 (낮)
근덕, 송주를 부축하고 들어온다.
텅 빈 공간 맞은편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멈칫하는 송주.
근덕, 인기척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라진다.
잠시 당혹스러운 송주, 이내 자세를 바로 잡고 인기척이 들리는 곳을 향해
당당히 선다.
송주 거기.... 계신건가요?
수장 (대답이 없는)
송주 룰이라고 해서 따르긴 했지만, 설마... 이대로 대화를 나누자는 건 아니겠죠?
수장 (역시 대답이 없는)
송주 (포기하고) 그래요. 공 남작 거사는 수장님의 지시 없이 제가 단독으로
진행했어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수장 (대답 없는)
송주 물론 조직의 상하체계를 무시한건 분명 잘못 된 일이지만, 그 일을 꼬투리
잡아 거사에서 저를 제외시킨다는 건 유치한 보복이라고 밖에는, (하다가
문득 울컥 화가 치솟는) 이봐요, 듣고 있어요? 거기 있기나 한 거예요!!
그때, 송주의 귓가에 들리는 구둣발소리.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소리에 멈칫하는 송주.
송주의 뒤로 다가와 묶인 결박을 풀어주는 수장.
송주,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당황스럽다.
손은 풀렸으나 눈가리개를 풀어도 되는 것인지...
결박을 풀어준 수장, 다시 송주에게서 멀어지는데,
송주 비겁하군요. 수장이라는 사람이 고작 이 정도 밖에...
수현 (E) 제가 여러 번 경고를 드렸는데,
송주 ! (목소리에 멈칫! 하고)
수현 (E) (앞 대사 연결) 차송주 씨에게는 경고가 통하질 않더군요.
송주, 설마, 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눈가리개를 푼다.
트인 공간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햇빛을 역광으로 받고 서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
점점 시야가 뚜렷해지며 남자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라보며 찌푸렸던 눈이 점점 커지는 송주!
수현 (담담한 표정으로) 반갑습니다. 차송주 씨.
애물단의 수장, 이수현입니다.
놀라 굳은 채로 혼이 빠져나간 듯 바라보는 송주에서.
- <경성스캔들> 1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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