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 10
10회 :: 니가 나한테 혁명이 뭔지 가르쳐줘.
방송일: 20070705
S#1 전회 연결 편집 씬 (낮)
(*완의 시점으로)
-명빈관 앞. 차에 오르는 여경, 송주, 근덕.
그들의 차가 떠나고 나면, 얼른 자신의 차로 뛰어가는 완.
-저만치, 근덕의 차가 서는 것을 보는 완.
괜히 저 혼자 머리를 낮추고는 운전대에 바짝 붙어 그쪽으로 차를 몰아가는.
-조심스럽게 애물단의 아지트 안으로 들어서는 완.
무심히 둘러보다가 창고 안에 있는 장총들을 보며 머리카락이 쭈삣 서는.
들어와서는 안 될 곳을 들어왔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완, 서둘러
문을 향해 돌아서는데, 머리에 서늘하게 와 닿는 총구!
완, 양손을 들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송주, 근덕, 여경!
완 뭐....뭐야 니들. 자...장난이 심하잖아!
송주 (오묘한 미소로) 애물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완 !!! (놀라는 표정에서)
S#2 종로 경찰서 취조실 (낮)
수현과 인호가 취조실 책상에 마주앉아있다.
수현 죽은 민환식이 니 아버지의 고리 빚 대신 북간도에 팔아버린
여동생이 한 명 있지?
인호 (불안한 눈빛으로 수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수현 소식이 궁금하지 않나?
인호 (기대감으로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수현 만나게 해주지.
인호 !!! 저, 정말이요? 언제요?
수현 단 조건이 있어.
인호 조건...이라니요?
수현 니가 조건을 수락한다면, 니가 취조에서 했던 말을 모두 믿어주겠다.
그렇게 되면 너는 일단 무혐의로 방면되는 거야.
코우지 (날카롭게 보며) 이제 일차 취조가 끝났을 뿐인데 무혐의라니,
무슨 소리야 도대체! 이게 자네가 말한 좋은 방법인가?
수현 (상관없이) 너에게 좋은 일자리도 마련해주지.
강구 나으리, 뭐하시는 겁니까, 지금!
수현 (상관없이) 어때, 이 정도면 아주 좋은 거래 조건 아니야?
인호 (뭔가 불안해지며) 제가....뭘 하면 되는데요....?
수현 아주 간단해. 명빈관에 찾아가 일자리를 구하는 거야.
혼자 구하기 어렵다면, 나선생님께 부탁을 드려봐.
명빈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거 같으니, 아마 쉽게 구해주실 꺼야.
인호 (불안해지고) 그런....다음에는요?
수현 (여유 있게 피식 웃으며) 쁘락지라는 말, 들어봤지?
강,코 ! (수현을 보고)
인호 ! (멍....해지는데서)
완 (E) 애물단?
S#3 애물단 아지트 (낮)
총은 이미 거둔 상태고, 세 사람을 벙...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완.
완 니들이 애물단이었어?
세사람 (대답 대신 뭘 묻느냐는 듯 보기만) ....
완 (허, 기가 막히고) 니들 정체가 뭐냐 도대체?
여,송 (근덕을 쳐다보는)
근덕 (올 것이 왔군....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조선의 혼을 고취하고,
민족 대단결을 촉구하며, 식민 지배를 타파하고, 자주독립을 실현하며,
충의와 희생정신으로 정의사회를 구현하고,
완 (뻥...해서 보는 위로)
근덕 (연결)(E) 민중의,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자유평등국가의
건설을 지향하며, 애!국은 물!론 해야 하며 단! 열심히,
송주 (날카롭게) 그만해. 장난 쳐?
근덕 애국, 애족, 애민을 넘어 만물을 사랑하는 단체. 줄여서 애물단입니다.
완 그럼 설마... VIP룸에서 있었던 암살사건도 니들이 한 짓이야?
세사람 (대답 대신 보기만) ....
완 고리대금업자 민환식의 암살도 니들이 한 짓이야 그럼?
세사람 ...
완 (송주를 확 노려보며) 그럼, (여경 콕 찝어 가리키며) 얘가 총 들고
내 방에 튀어 들어오던 날, 송주 넌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날 이용해서 얠 도피 시켰다는 얘기가 되네?
송주 빙고.
완 (허, 기가 막혔다가, 퍼뜩해서) 설마, 얼마 전에 실종 된 공남작도...니들이?
세사람 ...
완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어젖히다가 표정 싹 변하며) 잘 있어라.
오늘 일은 못 본 걸로 해줄게.
홱 돌아서 나가려는데, 그런 완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송주.
완 (양 손 들며, 겁먹었지만 버럭) 아, 왜 또오!!!
송주 우리의 정체를 알았으니 조직의 보안을 위해서 어쩔 수가 없네.
결정을 내려줘야겠어.
완 겨, 결정이라니?
송주 (살벌하게 보며) 이대로 죽어주거나, 우리의 조직원이 돼주거나.
완 !!! (헉! 놀라는 표정에서)
타이틀 <경성스캔들> 10부
S#4 해화당 (낮)
멍한 표정으로 걸어오다가 해화당 앞에 멈춰서는 인호.
해화당을 바라보는 표정 위로,
수현 (E) 해화당에서 받던 야학수업도 계속 받도록 해.
S#5 종로 경찰서 취조실 (낮)
(2씬에서 이어지는)
수현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해화당과 명빈관을 오가면서 차송주, 나여경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니 일이야.
인호 (당황한 눈빛으로) 우리 선생님은 정말 아무 상관없어요.
수현 (매섭게)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야. 넌 그냥 두 사람의 동태를 파악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나한테 보고를 하면 돼.
코우지 (수현을 보며 제법인데, 피식 웃고)
강구 (관찰하듯이 수현을 보는)
인호 (멍....한 표정으로) 그 일을... 언제까지...
코우지 (피식 웃으며) 애물단의 조직도가 완성될 때까지.
인호 !!! (보는데서)
S#6 해화당 앞 (낮)
멍...한 표정으로 해화당을 바라보는 인호.
그 시선에 흰 저고리 검정치마를 입은 여경(실은 영랑)의
뒷모습이 보인다.
수현 (E) 만일 제대로 된 정보만 캐낸다면, 약속대로 북간도에 있는 니 여동생을
만나게 해주지. 어때?
인호 ... (갈등하는 눈빛에서)
S#7 해화당 안 (낮)
흰 저고리 검정 치마를 입고 뒤 돌아 앉아있는 영랑.
잠복 순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장시간 등 돌린 자세로
앉아있었더니 좀이 쑤셔 죽을 지경이다.
영랑 (울고 싶은) 여경언니는 왜 이렇게 안 와. (하는데)
인호 (들어서며) 선생님.....
영랑 (헉! 얼어붙고)
인호 저예요 선생님. (꼼짝 않는 여경이 뭔가 이상해서) 선생님....? (다가오는 순간)
영랑 (안 되겠다싶어 얼른 뒤를 돌아봄과 동시에) 쉿!
인호 ! (흠칫 놀라고)
영랑 못 본 걸로 해줘요. 피치 못할 사정이, (하다가 인호 얼굴 알아보고)
어어? 현상광고문의 그 사람!
인호 쉿!
영랑 (저도 모르게 같이) 쉿!
인호 나여경 선생님, 지금 어디 계세요? (묻는데서)
S#8 애물단 아지트 안 (낮)
완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고 있는 송주이고.
완 (완전 얼었지만 애써 웃으며) 차송주. 서....설마 농담이지?
송주 (상쾌하게 총 내리며 생긋 웃는) 물론 농담이지. 원한다면 가도 좋아.
완 (순간 긴장 풀리며 기운이 쭉 빠지는데)
근덕 (심각한 표정으로 송주에게) 정말 이대로 괜찮겠어?
완 !!! (순간 근덕을 확 노려보고)
송주 목숨 걸고 하는 일이야. 의지도, 신념도, 결의도 없는 사람 끌어들여
뭐에 쓰게. 나중에 밀고 밖에 더 당하겠어.
완 (밀고라는 말에 순간 표정 정지)
여경 그럼 미행이 붙은 걸 알았을 때 따돌렸으면 좋았잖아요.
송주 방향 잃구 흔들리는 저 남자 꼴이 너무 보기 싫어서
이참에 종지부를 찍어주고 싶었거든요.
완 (민감하게 바라보는 표정) 종지부라니.
송주 그대가 거저 놀고먹는 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 바로 그대의 이웃 같은, 친구 같은,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다.
완 (송주를 보고)
송주 (완을 보며) 당장 방황을 멈추고 대오각성까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깨달았겠죠.
완 (시니컬하게 피식 웃으며) 이치? 어떤 이치?
송주 (보고)
완 독립투사 몇 명이 세상을 뒤집어엎을 수 있다는 이치?
눈에 거슬리는 친일세력 몇 놈, 살생부에 올려 해치우고,
세상이 변하길 바라는 이치?
근덕 (보고)
완 조국을 위해서라면 친구건, 가족이건 전부 전술로 이용해 먹고,
언제든 총알받이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치?
여경 말씀이 지나치네요. 그때 내가 총상을 입은 건 나의 실수 때문이지,
이분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완 (버럭) 넌 가만히 있어! (하고는 다시 송주와 근덕을 향해) 동지가 총상을
입건 말건 시침 뚝, 동지가 고문을 받건 말건 조국해방 만세! 이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냐? 니들이 말하는 진리야?
여경 왜 이러십니까, 진짜!
완 영웅이 되고 싶으면 니들끼리 해. 이 여자는 안 돼.
(하며 여경을 끌고 나가는)
여경 (기가 막히고 당황스러운) 왜 이래요! 이거 놔요. 이거 안 놔요?
S#9 애물단 아지트 앞 (낮)
여경을 끌고 나오는 완.
반항하는 여경을 뒷좌석에 태우고는 차를 출발시키는.
S#10 애물단 아지트 안 (낮)
판자 틈으로 완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근덕.
송주 생각보다 단단히 꼬였군.
근덕 힘들 거라고 했잖아.
송주 조직원들에게 연락은 전달됐어?
근덕 물론이지. 우리야 그렇다 쳐도 다른 조직원들의 존재까지 알릴 순 없지.
송주 간만에 어렵게 모인 조직원들을 해산시켜 아쉽군.
근덕 거사 모의는 다른 날, 다른 장소로 옮겼어.
송주 종로서 투척 거사에 쓰일 무기는?
근덕 다음 주에 접선하기루 했어.
근덕 우리도 슬슬 나갈까? (돌아서려는데)
송주 (완의 말이 마음에 걸려) 우리가, (잠시 사이) 영웅놀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근덕 .... (보다가) 신경 쓰지 마. 배배 꼬인 심사에서 튀어나온 말인데 뭐.
송주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
S#11 달리는 완의 차 안 (낮)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완.
여경 세워주세요.
완 입 다물어.
여경 세워주세요!
완 입 다물라잖아!
여경 (노려보다가 핸들을 잡아 확 돌려버린다)
S#12 야외 일각(낮)
S자를 그리며 휘청이다가 그대로 끼이익---멈춰서는 완의 차.
이어 차문을 열고 내려서는 여경, 씩씩대며 아지트 쪽으로 다시 가려는데,
뒤이어 내려 여경의 팔을 확 돌려 낚아채는 완.
완 그래 좋아, 독립투사들이 훌륭하다는 건 인정해. 그들의 삶 역시 존경해.
누군가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것도 알겠어. 그런데 왜 하필 너야!
여경 (쏘아보고는 가려는데)
완 (다시 잡아채며) 니가 위험해지는 게 싫어. 고문당하는 것도 싫고,
감시당하는 것도 싫고, 다치는 것도 싫다고! 너 하나쯤 빠진다고
조국해방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여경 생깁니다! 그런 핑계대고 한 두 사람씩 주저앉으면 조국해방은
더뎌집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와 결의로,
완 (OL) 그러니까 그걸 왜 꼭 니가 해야 되냐고!
여경 왜 내가 직접 바꿀 생각은 않고 남이 바꿔주기만을 바랍니까?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바로잡은 이 세상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완 그럼, 조선 사람이면 백이면 백 다 독립투사가 되어야 하는 거냐?
다른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전부 죄인이 되는 거야?
여경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완 (상관없이) 야학 활동은 얼마든지 해! 문맹자들을 위한 봉사활동?
얼마든지 하라구! 비밀 암살단은 안 돼! 절대 안 돼!
여경 (버럭) 그만두세요!
완 (그 서슬에 말을 멈추고 보고)
여경 어렵게 결심했습니다. 쉽게 내린 결심이 아닙니다.
고문을 견디면서,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내 각오와 의지를 흔들지 말아주세요.
완, 노려보다가 차에 오른다.
거칠게 출발하는 완의 차.
여경, 그제서야 돌아보며 힘들다...
S#13 달리는 완의 차 안 (낮)
완,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다.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또 다시 생기는 새로운 고비....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여경과의 거리....
S#14 야외 일각(낮)
여경, 완이 떠난 쪽을 바라보며 역시 같은 마음으로 서있다.
이때 송주의 차가 와서 여경 앞에 선다.
여경, 표정을 지우고 애써 담담한 얼굴로 차에 오른다.
S#15 달리는 송주의 차 안(낮)
침묵 속에 각자의 생각에 잠겨 앞만 보며 가고 있는 세 사람.
근덕 (조직의 정체가 들킨 것이 걸리고) ...
송주 (영웅이 되고 싶거든...하던 완의 말이 걸리고) ...
여경 (완과의 좁힐 수 없는 거리가 걸리는) ....
S#16 명빈관 마당(낮)
별로 유쾌하지 못한 얼굴로 들어서는 여경, 송주, 근덕.
마루 끝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가 세 사람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인호!
여경 인호야! (달려가 인호의 얼굴 살피며) 어떻게 된 거야?
(하다가 퍼뜩) 설마, 경찰서에서 도망친 거야?
인호 아니예요, 그런 거. (애매하게 웃으며) 무혐의로 풀려났어요.
여경 (의외여서) 무혐의로?
송주 (뭔가 이상해서 보고)
인호 (송주를 보며) 저....혹시 일자리 있으면 여기서 일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요?
근덕 (주변을 살피고는)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지.
(하며 세 사람 몰고 가는데서)
S#17 송주의 방(낮)
모여 있는 여경, 송주, 근덕, 인호.
송주 (의아한 눈빛으로 인호를 보며) 총독부의 이수현이?
인호 네, 그 분 덕분에 고문 수사 같은 거 없이, 그냥 취조만 간단히 받고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었어요. 자수하려고 했던 걸 참작해준다면서.
송주 취조에서 그 사람이 뭘 물어봤어.
인호 민환식 살인과 관련이 있느냐... 그동안 어디 있었냐... 왜 숨어 지냈냐...
뭐 그런 질문이요.
송주 그래서?
인호 민환식에게 쌀값을 돌려주러 갔었는데, 내가 갔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죽어있었다. 의심 받을까봐 도망쳤다. 북간도로 가려고 했는데 수배가
내려진걸 알고 자수를 결심했다. 자수하기 전에 선생님 얼굴이나 한번
뵈러 간 건데 잡혀버리고 말았다. 뭐 그렇게 준비한 대로 대답했어요.
송주 (뭔가 이상한) 그런데 그 말을 전부 믿어주더란 말이지.....?
근덕 이수현 그 사람 겪어 볼수록 괜찮군. 저번 나선생 일도 그렇고,
이번 인호 일도 그렇고, 총독부 직원이지만 어쨌든 조선인들 편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해.
여경 (보는데)
근덕 (보며) 우리 나선생이 조금만 더 열심히 뛰어준다면, 우리 조직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겠어.
여경 ... (시선 돌리며 마음이 무겁고)
송주 ... (여전히 뭔가 이상해서 혼자 생각)
인호 ... (고개 숙이며 홀로 말 못할 고통에)
S#18 해화당 앞 (밤)
잠복 순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수현.
수현 상부에서 이미 지시는 받았겠지?
잠복 넵.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현 새로운 감시자(인호)가 생겼으니까, 오늘부로 나여경의 감시는 일시 중단한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하면 흩어지는 순사들이고. 수현, 해화당을 돌아보면, 흰 저고리 검정치마를
입고 있는 영랑의 뒷모습. 보며 피식 웃는 수현.
S#19 해화당 안 (밤)
책상 앞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영랑.
누군가 톡톡 등을 치는 기척에 돌아보고는 기겁해서 놀라 벌떡 일어난다.
수현이 서있다.
영랑 (겁먹고 울상으로) 저, 나으리, 그게요... (변명거리 찾는데)
수현 (피식 웃으며) 이제 그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잠복 순사들은 모두 철수했으니까요.
영랑 네? (왜 도와주는지 모르겠어서)
S#20 명빈관 마당 (밤)
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영랑인데,
(흰 저고리 검정치마 차림)
여경 (E) 영랑 씨.
소리에 시선 들어보면, 막 마당으로 나오고 있는 여경과 송주.
여경 (정말로 미안해서) 미안해요. 깜빡했어요. 고생했죠?
영랑 고생을 좀 하긴 했는데요, (아직 대사 남아있는데)
송주 그 차림으로 그냥 여길 오면 어떡해.
서점 주변이 온통 잠복 순사 천진데.
영랑 그게요 언니, 이수현 나으리가 전부 철수시켰어요.
송주 뭐? (하며 여경을 보면)
여경 (자신도 의외여서 송주를 보고)
송주 그 사람이 철수시킨 줄은 어떻게 알구.
영랑 나한테 직접 그랬거든요. (수현 흉내) 이제 그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잠복 순사들은 모두 철수했으니까요.
송주 (도저히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겠는데)
근덕 (인호를 데리고 나오며) 무슨 일이야?
영랑 ! (인호를 발견하고는) 어? 여기 또 있네?
근덕 영랑이 너 마침 잘 왔다. 예전에 쌀 배달 올 때 서로 본 적 있지?
이제부터 명빈관에서 지내면서 일하게 될 거야. 별채에 있는 방으루
안내 좀 해줘 니가.
영랑 네.... (하고는 수줍게 인호에게) 따라오세요.
인호 (영랑을 따라가고)
근덕 (두 사람 아웃되고 나면, 송주에게 다가와서) 무슨 일이야.
송주 (자기 생각에 빠져) ....
여경 (완이 방문 앞 댓돌 위에 놓여있는 완이 신발을 보며 걱정으로)....
S#21 완의 방 (밤)
불이 꺼진 방 안에 이불을 펴놓고 옆으로 누워있는 완이고.
고집스럽게 꾹 감긴 눈은 짜증과 왠지 모를 분노로 일그러져 있고.
외면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외면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꼼짝 않고
누워있는 완의 모습 위로,
송주 (E) 어쨌든, 인호 문제가 잘 해결 되서 다행이네요.
S#22 명빈관 마당(밤)
함께 대문으로 향하며 여경을 배웅해주고 있는 송주.
송주 (피식) 너무 어이없게 잘 해결이 되서 뭔가 찜찜하지만,
그건 차차 알아볼 문제고, (아직 대사 남아있는데)
여경 (혼자 생각에 무거운 표정이었다가) 저....
송주 뭐 나한테 할 말 있어요?
여경 그 사람한테...너무 강요하지는 말아 주세요.
송주 여경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와 같은 길을 가길 바라지 않으세요?
여경 스스로 결의하지 않은 사람이 위험한 길로 뛰어드는 건 원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쉬운 선택은 아니잖아요.
송주 쉽지 않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외면만 하고 살 순 없잖아요.
여경 형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감에 짓눌려 있는 사람이예요. 스스로 떨치고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송주 ... (생각보다 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여경 설사 끝까지 결의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해묵은 상처까지 건드려가며
억지로 끌어들이고 싶진 않습니다. (약간 웃으며) 조국에 터럭만큼의 도움은
안 되지만, 해가 되지도 않는 사람이니까요.
송주 (완에 대한 여경의 사랑이 생각보다 깊구나, 싶어 보다가) 명빈관에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네....마치 조선 땅의 축소판 같지 않아요?
여경 (좀 웃는데서)
S#23 명빈관 내 인호 방 (밤)
어두웠던 방 안에 불이 들어온다.
기본적인 문갑 하나만 덜렁 놓여있고 텅 비어있는 방안.
빈방으로 들어서는 영랑과 인호.
영랑 이불은 저걸 쓰시면 돼구요.
앞으로 불편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하세요.
인호 네, 고맙습니다.
영랑 (호기심 반짝한 눈으로) 저기....이름이 뭐예요?
인호 인호...강인홉니다.
영랑 저는 영랑이예요. 소영랑...
인호 아아....(좀 웃으며) 김영랑 시인이랑 이름이 같네요.
영랑 (좋아서) 시인이랑 제 이름이 같아요?
인호 ? 김영랑 시인을 몰라요?
영랑 (새침해져서) 그럼 쉬세요. (문 닫고 나가고)
인호 (빈 방을 둘러보는데)
수현 (E) 만일 제대로 된 정보만 캐낸다면, 약속대로 북간도에 있는 니 여동생을
만나게 해주지. 어때?
인호 (밖에 서있을 자신들의 동지 쪽을 바라보며, 결의에 찬 눈빛으로)
(E) 아니. 안해. 절대 안 해. 쁘락지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꺼야.
(다짐하는 듯한 매서운 눈빛에서) (F.O)
S#24 총독부 외경(아침)
마모루 (E) 실종된 공남작은 아직 소식이 없나?
S#25 총독부 회의실(아침)
마모루에게 보고하고 있는 수현과 코우지, 강구.
코우지 가족과도 연락이 완전히 끊긴 걸로 보아, 만일의 경우 살해됐거나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마모루 역시 애물단의 소행이란 말인가?
수현 애물단과의 연관성 여부를 검토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동안 칠필살
예고살인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의
차원이었던 점으로 보아, 꼭 같은 조직의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강구 예정에 없던 보복 살인일 수도 있습니다.
마모루 (보고)
강구 실종된 공남작은 나여경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자입니다.
개인이 아닌, 조직차원에서 비밀리에 보복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수현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살해됐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으므로, 앞으로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마모루 (코우지를 보며) 칠필살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코우지 두 번의 살인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총기와 관련해,
총기 반입루트를 계속 추적 중, (입니다)
마모루 (OL) (버럭) 그게 언제 나온 얘긴데 아직도 추적 중인가?
심증 말고는 뭐 하나 확실한 게 없구만!
세사람 ....
마모루 자네들을 믿느니 차라리 박수무당을 찾아가는 게 빠르겠네!
그 동안 낭비된 예산과 인력이 얼만 줄이나 아나!
한 달이야! 한 달 안에 성과가 없으면, 특별수사본부고 뭐고,
죄 때려 부셔 버리고 자네들 전부 해고 시킬 테니까 그런 줄 알아!
(확 나가버리고)
강,코 (짜증스러운 표정)
수현 (혼자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는 표정)
S#26 보안 과장실 (아침)
화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마모루.
예의 보안 과장석에 떡하니 앉아 있는 사치코를 보고서도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소파로 가 앉는 마모루.
마모루 (힘없이 서류를 뒤적이며) 그 책상이 그렇게 맘에 들면 집에 가져가지.
나는 땅바닥에 앉아서 일할 테니까.
사치코 기쁜 소식이예요, 마모루.
마모루 승진은 안 돼, 낙하산도 안 돼, 청탁도 안 돼, 파티도 안 돼.
자서전과 관련된 파티는 더더더더군다나 안 돼!
(하고나니, 사치코가 말 안 잘라 먹었다) 왜 내 말 안 잘라먹어 당신?
사치코 (도도하고 우아하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그 뜻을 알 수 있다고,
어떤 천박한 레이디가 가르쳐주더군요. 내 말도 끝까지 들어주겠어요?
마모루 마...말해 봐.
사치코 (애써 담담하게 숨기고 있던 표정이 움찔움찔 웃음이 터지려하고)
마모루 (그 표정에 심히 불안해져서 함께 움찔움찔하며 기다리는데)
사치코 (느닷없이 양팔을 활짝 펴서 마모루를 향해 다가오며)
미유키가 경성에 오기루 했어요!
마모루 (순간 자신도 양팔을 활짝 펴서 표정 환해지며) 뭐? 미유키가? 언제?
사치코 내일 낮에 경성 역에 도착할 거예요.
마모루 그럼 벌써 출발했단 말이야?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팔불출처럼 좋아한다)
우리 미유키가, 미유키가 온단 말이지?
사치코 이제 드디어 사윗감 후보와 나란히 세워놓고 감정해볼 기회가 왔어요.
마모루 (흠칫) 아니...그것 말인데...미유키는 아직 어리고...
사치코 어리긴 뭐가 어려요? 내가 당신이랑 결혼했을 땐 미유키보다 두 살이나
더 어렸다구요.
마모루 (소심하게) 당신이 점찍은 사윗감들은...다들...조선인인데 말이야...
조선인 사위를 얻는 건 좀.......저기 사치코.... 내 생각에는...사윗감은
일본의 유서 깊은 가문에서..
(하다가 고개 들어보면 이미 나가고 없는 사치코)
S#27 선우관의 집 앞 (낮)
한껏 차려입고 안에서 나오는 허영화.
입가에 미소가 가득 차 있다.
뭔가 흥분된 표정으로 차에 오르는 허영화.
S#28 명빈관 완의 방 (낮)
이불을 다리 사이에 둘둘둘 감고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완.
어느 순간 끄응 몸을 뒤집어 돌아눕는 완인데, 옆 자리에 누워있던
여경의 얼굴이 완의 얼굴 앞에 바싹 다가와 있다. (2부 29씬처럼)
여경 (완을 보며) ....
완 (여경을 보며 두근두근) ....
여경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완 결정이라니... 무슨 결정.
여경 (이불 속에서 슬쩍 권총이 나온다)
완 (흠칫! 얼어붙는다)
여경 이대로 죽거나, 우리의 조직원이 돼주거나.
완 (헉! 놀라서 펄쩍 일어난다)
일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는 완, 꿈이다.
그런 완의 모습을 언제 왔는지 허영화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완 (약간 민망해서 부스스한 머리를 넘기는 척 외면하며) 언제 오셨어요?
허영화 (여전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S#29 명빈관 완의 방문 앞 (낮)
동기들 완의 방문 앞에 귀를 쫑긋 세우며 모여 있다.
안에서 나오다가 보는 송주.
송주 무슨 일이야.
동기들 (돌아보고는 동시에) 쉿!
영랑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작게) 완이 오라버니, 보안과장님 딸이랑 맞선 본대요.
송주 ! (완의 방을 보는데서)
S#30 완의 방 (낮)
완 (잠에서 깬 부스스한 머리 그대로 외면하고 앉아서) 싫어요.
허영화 (눈썹 꿈틀) 싫어?
완 일본 여자는 취미 없어요.
허영화 너 나한테 빚졌잖아.
완 (순간 표정 정지된다)
허영화 언제든 돌려받으라고 니 입으로 말했잖아.
완 (할 말 없는)
허영화 뒷간 들어갈 때랑 나올 때 다르다더니. 그 여자 때문에 무릎 꿇고
울며 불며 애원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딴청이야.
완 다른 걸루 돌려받으시면 되잖아요. 다른 건 제가 얼마든지,
허영화 (너무 앙칼지지 않게, 고 단수 다운 은근한 협박) 내가 그 여자애
한 번 더 만나?
완 (순간 표정 무섭게 굳어서 보는)
허영화 너 모르게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 너 무서워서 안 만나고 있는 줄 알어?
만나서 무슨 소리를 하게 될지 나두 모르는 수가 있어.
완 (질려서 보며) 하지 마세요.
허영화 (그럼 대답하라는 듯이 집요하게 보는)
완 하지 마세요. 만날 테니까. (하며 일어나 문으로)
허영화 (입가에 흡족한 미소)
S#31 완의 방문 앞 (낮)
문 벌컥 열리고 굳은 표정으로 안에서 나오는 완.
모여 있던 동기들 후다닥 흩어지며 벽을 긁거나 하며 딴 짓 하고.
완이 사라지고 나면 모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소홍 (재밌어 죽겠다) 웬일이니, 웬일이니, 오라버니 정말 일본 여자랑
맞선 볼 건가봐.
난향 조마자 언니랑은 완전히 끝난 거야 그럼?
월선 얘는 언제 적 얘기를 하고 있어. 그 언니는 요즘 총독부 나으리랑
연애하잖아.
영랑 (완이가 안 됐어서) 오라버니 불쌍하다. 여경 언니 때문에 무릎까지
꿇었다는 건 몰랐는데.... 이건 맞선이 아니라 완전 팔려가는 거잖아.
송주 (들으며 무거운 심정) ....
S#32 깔패디엠 (낮)
자다 말고 얼결에 나온지라 부스스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완.
여급이 커피를 가져다 테이블 위에 놓아줘도 그대로 앉아 있다가,
어느 순간 커피 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언제 왔는지 완의 앞에 떡하니
앉아있는 송주를 보고는 마시던 커피 푸욱 내뿜는.
송주 뜨겁겠다.
완 (노려보고는, 커피 잔 들고 자리 옮기려는데)
송주 (손잡아 막으며) 그러지 마. 자꾸 나 피하면...슬퍼져.
완 (여전히 노려보며) 너한테 느낀 내 배신감은 어떻구.
송주 그러니까 풀려구 왔잖아.
완 ... (보다가, 자리에 털썩 앉는) 걔가 명빈관 내 방으로 뛰어들던 날,
넌 다 알고 있으면서 나를 방패막이로 이용했어.
송주 알아.
완 걔 취조실 끌려갔을 때, 내기 핑계 대면서 나를, 아니 우리 아버지 권력을
이용했어.
송주 미안하게 생각해.
완 VIP룸 사건 때도 나를 이용했어. 쌀 열섬 걸었네, 어쩌네 하면서
그동안 너는 쭈욱, 내가 건 내기를 알뜰하게 전술로 이용해먹었어.
무서운 여인네.
송주 VIP룸 사건은.....우연히 맞아떨어졌을 뿐이야.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랬던
내 진심까지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해.
완 ....
S#33 여경의 방 (낮)
경대를 보고 앉아 머리끝을 빗질하며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 여경.
별로 썩 유쾌한 표정은 아닌데. 그 모습 위로....
근덕 (E) 총독부 직원이지만 어쨌든 조선인들 편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해.
우리 나선생이 조금만 더 열심히 뛰어준다면, 우리 조직에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겠어.
저도 모르게 심난한 한숨이 새어나오는 여경.
문득 옆에 가지고 나가려고 챙겨놓은 책 사이를 펼쳐 연애비법서를
펼쳐보는 여경.
근덕 (E) 위장 연애 비법 넷, 위장 연애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음을
명심하십시오.
최학희 (방문 열고 들여다보며) 여경아, 오늘은 서점에 안 나가니?
여경 (흠칫 놀라 얼른 비법서 숨기며) 아,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나, 나중에 열 거예요.
최학희 (딸 살피며) 그래? 그런데 그게 뭔데 숨기고 그래?
여경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최학희 (좀 웃으며) 당황하는 모양이, 연애편지 같은데?
여경 아니예요, 그런 거....
최학희 (다가와 앉으며, 딸을 보며) 요즘 니 얼굴이 예전보다 밝아 보여서
엄마가 한 시름 놓인다.
여경 ...
최학희 저번에 너 끌려갔다 와서는 얼굴에 생기라곤 없이 멍하니 방에만
틀어박혀 있을 땐...(울컥해서) 처음으로 후회란 걸 했어.
위험한 길로 들어서지 못하게 막았어야 했던 게 아닌가...
여경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최학희 엄마가 돼서 자식 하나 지켜내지 못하면 나중에 니 아버지 얼굴
볼 면목이 없잖니.
여경 (짐짓 밝게) 염려 마세요. 이제 완전 괜찮아졌으니까.
최학희 (그런 딸을 안쓰럽게 보며 미소)
S#34 총독부 근처 거리 (낮)
어떤 건물 벽 뒤에 숨어서 총독부 쪽을 살피고 있는 여경.
그 시선에 드디어 수현이 건물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코우지와 함께다. 순간 흠칫해서 얼른 몸을 숨기는 여경.
수현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코우지 왜 그래?
수현 먼저 가십시오.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각나서요.
코우지 (못 마땅하게 보고는) 식사 끝나면 바로 종로서로 오게. (하고는 먼저 가는)
수현, 코우지에게 목례하고는 어디론가 간다.
숨어 있는 여경, 다시 고개 빼꼼이 내밀고 보면 수현의 모습 이미
사라지고 없는. 이런...싶어 주위를 둘레둘레 살펴보는데 어디에도 없다.
낭패다. 어깨 축 쳐지는데 누군가 어깨를 톡톡 친다.
돌아보면 그 앞에 서있는 수현.
여경 !!! (놀랐다. 당황했다. 챙피하다)
수현 설마 그 옷차림으로 못 알아보길 바라는 건 아니시겠죠?
여경 (민망해서 큼큼 괜히 옷을 터는데)
수현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설마 또 나를 만나러 오신 겁니까?
여경 (멈칫 하는 위로)
근덕 (E) 위장 연애 비법 열, 이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최후의 비법은
진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여경 (긴장한 나머지 오히려 우렁차게) 고, 고백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수현 (그 우렁찬 소리에 흠칫해서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고)
여경 (고개 숙이며 챙피하다)
S#35 경성거리 일각 (낮)
깔패디엠을 향해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여경과 수현.
여경 (슬쩍 수현 쪽을 올려다보며 뭔가 말을 해야 되는데 미치겠고) ...
수현 (시선 느끼고 보면)
여경 (얼른 고개 팍! 숙이는)
수현 도대체 그 고백은 언제 하는 겁니까.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하는 겁니까?
여경 (그제서야) (OL)고, 고맙습니다.
수현 뭐가 말씀입니까?
여경 인호를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수현 딱히 도와준 건 아닙니다. 별 혐의가 없어 보여서 내보낸 것뿐입니다.
여경 어쨌든 이강구 순사부장이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
상처 하나 없이 나오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수현 이제 고백 끝났습니까?
여경 그리고... 영랑 씨 일도 고맙습니다.
수현 재밌는 탈출법이더군요. 하마터면 저도 속을 뻔했습니다.
몇 시간이나 그 아가씨를 나여경 씨로 오인하고 감시했던 순사들을
생각하면, 경찰의 보안체계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경 (뜨끔하고)
수현 (멈추고 보며) 그날은 그 옷이 위장에 도움이 됐지만, 이제 슬슬
옷차림을 바꾸는 게 어떻습니까? 소신을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옷은 너무 눈에 띈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여경 (새삼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는데)
수현 (갑자기 방향을 바꿔 걷기 시작한다)
여경 ? (해서 보고 있으면)
수현 (돌아보며) 뭐하십니까? 따라오지 않구.
여경 네? 아, 네... (얼결에 따라가는)
S#36 릿샤 (낮)
거울 앞에 선 여경에게 이것저것 옷을 가져와 대보는 디자이너이고.
당황스러운 여경.
디자이너 (옷을 대보며) 이 옷도 아가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수현을 보며) 애인 되시는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경 ! (애인? 보고)
수현 (손님용 쇼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가 보며) 남자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나여경 씨는 어떻습니까?
여경 저... 저는 이런 옷은 필요 없습니다.
디자이너 (좋게 접대용 멘트) 보기보다 깐깐하시네.
그럼 다른 걸로 가져와 볼께요. (안으로 들어가고)
여경 (수현에게 다가와서) 저기 옷은 필요 없으니, (딴 데로 가자)
수현 (OL) (책에 시선 둔 채로 불쑥) 여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여경 (뜬금없어서 보며) ?
수현 나여경 씨랑 비슷한 또래였는데, 가족들이 모두 북간도로
이주한 뒤로는 보지 못했습니다. 벌써 십년이 다 돼갑니다.
여경 (몰랐던 사실이다) ....
수현 (책에서 시선 떼고 여경을 보며) 나여경 씨를 보면 가끔 제 여동생
생각이 납니다. 오라버니 노릇 한 번 못해본 게 한이 돼서 그러니까,
제 동생 대신이라 생각하시고 사양하지 마세요.
여경 ....
송주 (E) 맞선...보는 거야 정말?
S#37 깔패디엠 (낮)
커피잔을 놓고 앉아있는 완과 송주.
완 받은 게 있으니 어쩌겠어. 한 번은 뱉어내야지.
송주 언제까지 그렇게 상황에 휘둘리면서 살 꺼야.
완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흔들리면서 살아.
송주 일부로 흔들리는 게 문제지. 그대는 지금, 자기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애써 외면하면서 살고 있잖아.
완 내면의 소리는 쥐뿔.
송주 뭐가 옳은 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고 있잖아.
완 누가 장가 간 댔냐? 맞선 한번 보는 거 가지구 웬 난리들,
하다가 멈칫 표정이 굳는 완.
완이 시선을 따라가 봤다가 역시 조금 놀라는 송주.
그 시선에 함께 걸어오고 있는 여경과 수현.
수현과 여경 역시 송주와 완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는.
완 (표정 완전히 굳어서 보고)
여경 (시선 피하지 않고 보는)
수현 (여경을 가볍게 이끌며 두 사람을 향해 오는) 요즘 들어
자주 만나게 되는군요.
송주 그러게요. 데이트 중이신가 봐요?
수현 뭐 비슷합니다.
완 (벌떡 일어나 여경의 팔을 낚아채고는, 수현에게) 미안하지만 이 여자 좀
잠깐 빌려간다. (하고는 여경을 거칠게 끌고 가는)
완과 여경이 사라지고, 둘만 남게 되는 송주와 수현.
송주 안 잡으세요?
수현 두 사람 사이에 할 얘기가 있는 모양인데요.
송주 우린 할 일이 없어진 거 같네요. (백 챙겨들며) 혹시라도 기다릴
생각이시라면 저 먼저 갔다고 전해주세요. 그럼. (일어나려는데)
수현 저랑 한 잔 하시겠습니까?
송주 (멈칫 본다)
수현 이런 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 쪽에서 먼저 붙잡는 거.
총독부 직원을 좋아하는 조선인들은 별로 없거든요.
송주 (보며, 마음이 안 좋은) ....
수현 (피식 웃으며) 그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볼 거 없습니다.
술이나 커피, 혼자 마시는데 익숙해져서 아무 지장 없으니까.
송주 선택 받아 영광이라고 해야겠군요, 그럼.
수현 (피식 웃는데서)
S#38 경성 거리 일각(낮)
대화의 내용이 내용인지라 사람의 왕래가 없는 후미진 곳으로
여경을 끌고 오는 완. 이제는 지친 표정으로 반항 없이 담담하게
끌려와주는 여경.
완 (적당한 곳에 여경을 확 풀어놓고는)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여경 제가 뭘요.
완 지금 니가 하는 짓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라?
저 자식은 총독부 직원이야! 언제든 필요하면, 니 머리에 총구멍을
낼 수 있는 놈이라고!
여경 (걱정하는 마음 알겠으나, 담담하게 본다)
완 개필파티 때 못 봤어? 친구인 내 머리에 총 겨누는 거 못 봤어?
피 흘려 죽어가는 너 뻔히 보면서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거 못 봤냐구!
여경 (담담하게) 결국은 보내주셨잖아요.
완 ! (할 말을 잃고 본다)
여경 (담담하게) 보내주셨을 뿐만 아니라, 병실까지 찾아와주셨습니다.
어머니가 걱정하실 거라며 갈아입을 옷도 사다주셨습니다.
완 (잠시 표현하지 못할 감정으로 눈빛이 흔들리다가)
그래서, 계속 하겠다는 거야?
여경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완 (OL) 정신 차려! 니가 하는 일이랑, 저 놈이 하는 일은 극과 극이야!
저 놈은 독립투사 잡아넣는 걸로 실적 올리는 총독부 직원이라고!
두 사람이 가당키나 해! 기름통 들구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꼴이잖아!
여경 총독부 직원이지만, 조선인들 편에 서있는 분입니다.
완 (다시 할 말을 잃고 본다)
여경 제 고문수사를 막아주기 위해 노력해주셨습니다. 제 야학제자의 무죄방면을
위해 힘써주셨습니다. 마음대로 위장 탈출한 저를 눈감아주셨습니다.
지금은 일본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조선을 위해 일할 가능성이
충분한 분입니다. 함부로 욕하지 말아주세요.
완 (충격으로 멍해지고)
여경 할 말 다 하셨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돌아서는데)
완 (OL) 그렇게 좋냐, 저 자식이?
여경 (괴로운) .....
완 대답해! 그렇게 좋아 저 자식이?
여경 (등을 돌린 자세 그대로) 네. 좋습니다. 많이 좋습니다.
(아픈 마음 숨기며 가고)
완 (충격 받은 채로 멍...하니 서서)
S#39 경성 거리 일각 (낮)
아픈 마음을 숨기며 걸어오는 여경.
완이 신경 쓰이지만 절대 뒤 돌아보지 않는다.
앞만 보며 열심히, 온 힘을 다해 열심히 걷는다.
S#40 경성거리 일각 (낮)
충격 받은 표정으로 여경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서있는 완.
어느 순간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뒤돌아서 가는데서.
S#41 VIP룸 (낮)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송주와 수현.
송주 여경 씨가 돌아올 생각을 안 하네요? 신경 쓰이지 않으세요?
수현 괜찮습니다. 언제쯤 다시 나타날 지 대충 알고 있으니까요.
송주 무슨 뜻이죠?
수현 제가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거나, 깔패디엠에서 책을 읽고 있거나,
점심을 먹으러 총독부 건물을 나설 때나, 퇴근 길이거나,
아마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날 겁니다.
송주 (뭔가 눈치 챘구나....싶지만, 웃으며) 여경 씨한테 그런 재밌는 면이
있는지 몰랐네요.
수현 그 아가씨, 우연을 가장해 뭔가 의도적으로 제게 접근을 하고 있더군요.
송주 글쎄요. 그냥 단순한 우연이 아닐까요?
수현 상대방의 행동반경을 간파한 다음 접근하는 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죠.
송주 (멈칫)
수현 나여경 씨도, 차송주 씨도....왠지 제 행동반경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송주 (설마...위장연애란 걸 간파한 건가 싶어 긴장하는)
수현 뭐, 어쨌든 좋습니다. 더 이상 적으로 만날 일만 없다면,
그때처럼 총을 겨누는 상황만 아니라면, 저는 만족합니다.
송주 그건 모르는 일이죠.
수현 (보는)
송주 변절과 변심과 은밀한 비밀이 판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언제 어디서 적이 되어 만날지는....아무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수현 (보는데서)
S#42 명빈관 마당 (밤)
생각에 잠겨 우울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송주, 털썩 야외 탁자 의자에 앉는다.
다가오는 근덕.
근덕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 낮추고) 내일이 총기상과 거래하는 날인 거 알지?
송주 음...
근덕 왜 이렇게 잡념이 많은 표정이야?
송주 잡념이라...갑자기 뭘 위해서 이렇게 위장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건지,
의문스러워져서...
근덕 몰라서 묻는 거야? 당연히 조국 해방을 위해서지.
송주 그냥 떳떳하게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다가 끌려간 사람들이 부러워져.
이렇게 진심도 실체도 숨긴 채, 날 믿어주는 사람들을 거짓으로
대한다는 게 힘들어지네...
근덕 그래서 선우완 한테도 우리 조직을 밝혀버린 거야? 무모한 짓이었어.
송주 소울 메이트라고 믿고 있던 친구가 사실은 킬러였다.
사랑하는 여자가 그 킬러의 사주로 살인에 가담했다가 부상당했다.
인간 불신에 빠질 만도 하잖아.
근덕 차송주 답지 않게 왜 이렇게 약해졌어? 큰 일 앞두고 있어.
마음 단단히 먹어.
송주 (하늘을 보며) 참 서러운 밤이군. 이 땅의 방황하는 청춘들이 현해탄에
몸을 던지는 기분도 이해는 가.
근덕 ... (불안하게 보는)
S#43 수현의 하숙방 (밤)
창가에 창밖을 바라보며 서있는 수현.
송주 (E) 변절과 변심과 은밀한 비밀이 판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언제 어디서 적이 되어 만날지는....아무도 모르는 일 아닐까요?
수현 ... (어쩐지 우울해지는 표정에서) (F.O)
S#44 선우관의 집 외경 (아침)
S#45 선우관내 집 완의 방 (아침)
한쪽에 댄디한 스타일의 양복이 잘 손질되어 걸려있고.
외출준비는 않은 채, 책장에 기대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완.
허영화 (노크하고 들어와서는) 뭐야. 아직도 준비를 안 하고 있으면 어떡해.
완 (책만) ....
허영화 (불길한 표정으로) 설마, 약속 뒤집는 거 아니지?
완 (책 보는 채로) 한 번 뱉은 말은 지구가 쪼개져도 지킨다는 거 아시잖아요.
허영화 (그제서야 안심하며) 얼른 옷 갈아입고, 미유키짱 도착 시간 맞춰
경성 역으로 나가 봐.
완 (그제 서야 보며) 경성역이라니요?
허영화 양가 집안 대동하고 격식 차려 만나는 자리 부담스럽잖니.
젊은 사람들끼리 먼저 만나보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
우리 아들이 직접 배웅을 나가 에스코트 하고 싶어 한다,
그랬더니 보안과장 사모도 좋아하는 눈치드라구.
완 (짜증스러운 표정 되는)
허영화 뭐해. 얼른 준비하지 않구.
완 (마지못해 책 덮고 일어나는 표정)
S#46 선우관의 거실 (아침)
자신이 더 들뜨고 신나서 완의 방에서 나오는 허영화.
선우관 (신문 읽고 있다가 못 마땅하게 보며) 왜 싫다는 놈을 부추겨서
그런 자리에 내보내?
허영화 이이는. 지가 좋다고 해서 하는 거지, 제가 설마 억지로 보내는
거겠어요? 완이가 저 싫은 일 하는 거 보셨어요?
못 마땅하게 보는 선우관인데, 안에서 양복으로 갈아입은 완이 나온다.
평소와는 다른 댄디하고 젠틀한 분위기.
완 (심드렁하게) 다녀와요 그럼. (가려는데)
허영화 (얼른 일어나서 양복 어깨 털어주며) 잘 하구 와.
선우관 맘이 내키지 않으면, 인사만 하고 금방 들어와.
허영화 (기겁해서) 이이는. 왜 자꾸 그래요, 애 맘 흔들리게.
선우관 (상관없이) 맘이 통해야 사는 거지, 껍데기만 붙들고는 못 사는 법이다.
허영화 여보!
선우관 니 맘이 어디에 있는지 잘 생각해 봐. 아직 아무두 준 적이 없다 싶으면
상관없지만, 다시 못 가져올 거 같으면, 남의 집 귀한 딸 상처주지 말구
솔직하게 인사만 하구 들어와.
허영화 이이는 괜히 그래 자꾸우. (하고는 완에게) 너 아버지 말 듣지 마.
완 염려마세요. 최선을 다해 볼 테니까. (나가고)
허영화 (걱정스러운 표정)
S#47 해화당 (낮)
인호와 영랑이 함께 책상 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공부를 하고 있다.
영랑은 자기 공부는 딴전이고, 연신 인호 쪽을 흘끔거리느라 여념이 없는.
영랑 (인호 쪽을 슬쩍 보면, 어려운 책을 보고 있다. 와! 감탄의 눈길로 보는데)
인호 ? (시선 느끼고 영랑을 보면)
영랑 ! (얼른 시선 비끼고 귀엽게 딴청 피우는)
여경 (다른 교재를 들고 나오며) 공부 다시 시작한 느낌이 어때, 인호?
인호 (씨익 웃으며) 너무 좋아요. 살맛이 다 나요.
여경 (웃어주는데)
영랑 (아까부터 말하고 싶어 죽을 뻔했다) 저기, 언니. 소식 들었어요?
여경 무슨 소식이요?
영랑 몰랐구나아. 완이 오라버니 오늘 보안과장 따님이랑 맞선 보잖아요.
여경 !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며) 맞선....이요?
영랑 네에. 혹시나 했는데 정말 보려나 봐요. 오늘 경성 역으로 마중까지
나간다던걸요? (벽시계 쪽을 보며) 지금쯤 도착했을라나?
여경 ....
S#48 경성역 앞 (낮)
막 기차가 도착했는지, 사람들이 줄지어 쏟아져 나오는 경성 역.
붐비던 사람들이 웬만큼 빠져나갈 무렵, 기모노를 입은 단아하고 정숙한
차림의 아가씨(미유키)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조신하게 걸어 나온다.
별 관심 없는 표정으로 가끔가다 한 번씩 입구를 바라보며 서있던 완,
마중 나온 이를 찾느라 주위를 둘러보는 미유키를 발견하고는 다가간다.
완 (일어로 젠틀하게) 우에다 미유키 상?
미유키 (일어) 네, 그렇습니다만?
완 (일어) 경성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선우 완이라고 합니다.
미유키 (일어) 아, 나와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완 (가방을 건네받으며) 가방은 이리 주시죠.
미유키 (일어로) 감사합니다, 선우상. 친절하시네요.
완 천만에요. (친절한 미소 지으며, 한국말로 혼잣말) 친절하기는 쥐뿔....
죽지 못해 하는 거지.
미유키 (웃으며 한국말로) 쥐에도 뿔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데,
조선의 속담인가요?
완 ! (당황, 머쓱해져서) 조선말을...상당히 잘 하시는군요.
미유키 부모님이 계신 곳이라, 틈틈이 공부를 했습니다.
완 죄송합니다. 이런 만남이 익숙치가 않아서....
미유키 (웃고) 괜찮습니다. 재밌었습니다.
완 (웃으며, 괜찮은 아가씨 같다)
친절하게 미유키의 가방을 들어주며 함께 나란히 걸어 나오는 완.
뭔가 이야기 끝에 아직은 어색하지만 풋풋한 웃음이 새어나오는 두 사람.
언제 부터인가 한 쪽에 숨어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여경!
오랜만에 보는 완의 환한 웃음을 보며 어쩐지 가슴 한 켠이 아파온다.
S#49 달리는 완의 차 안 (낮)
혼자 생각에 빠져 운전을 하고 있는 완.
그런 완을 수줍게 힐끔 쳐다보는 미유키.
호감이 생기는 눈빛이다.
완 (느껴지는 시선에 퍼뜩 돌아보고는)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유쾌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요. 잠시만 말없이 가겠습니다.
미유키 그러세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완 ... (편안해져서 좀 웃으며) 친절하시군요.
미유키 (웃고는 다시 한 번 완을 바라보는 호감의 표정) ...
S#50 총독부 복도 (낮)
코우지, 강구와 함께 종로서로 향하기 위해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수현.
문득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완과 미유키를 보고 멈춰 선다.
미유키에게 목례를 하는 세 사람.
완 (목례를 하고 있는 강구 옆을 스쳐지나가며 표정 싸늘하게 굳고)
강구 (고개 숙인 채로 살기 띤 눈빛이 되고)
코우지 (그런 완과 강구를 살피며) ?
수현 (미유키와 함께 있는 완을 보며) ....
사치코 (E) 미유키!
S#51 보안과장실 (낮)
미유키를 얼싸 안고 좋아죽는 마모루와 사치코.
이렇게 일심단결 된 모습은 처음이다.
마모루 오면서 멀미는 하지 않았니? 몸은 괜찮은 거야?
사치코 오는 길은 불편하지 않았니? 조선의 교통수단은 정말 지옥이던데.
미유키 괜찮아요. 선우상이 차로 데려다줘서 아주 편하게 왔어요.
사,마 선우상이?
(하며 그제 서야 문가에 서있는 완을 쳐다보며 흐믓하게 미소 짓는)
완 ! (그 미소 심히 부담스러워) 저, 그럼 저는 다른 날 뵙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는 얼른 나가고)
미유키 ... (그런 완을 바라보며 미소)
S#52 보안과장실 복도(낮)
보안 과장실에서 나오는 완.
이제야 할 일을 다 마치고 속이 시원하다는 듯, 넥타이를 헐겁게 하는데,
수현 (E) 대단한 여성편력이군.
완 (보면)
수현 (기다리고 있었는지 벽에 기대 서 있다가 등을 떼고는 완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송주, 나여경으로도 모자라 이번엔 일본 여자야?
완 입 조심해. 니 밥줄을 쥐고 있는, 상사의 집무실 앞이야.
수현 선택한 거야. 저 여자루?
완 지키려거든 잘 지켜.
수현 (뜬금없어서 보며)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완 지키려면 다치기 전에 지켜줬어야지. 고문 받을 거 다 받고,
상처 받을 거 다 받은 후에 달려가 안아주면, 그걸로 되는 거야?
수현 ... (웃으며) 왔었구나, 그때.
완 다시 한 번 그 여자 피 보게 하면, 너도 피 볼 줄 알아. (가고)
수현 (보며 웃는)
S#53 종로 경찰서 (낮)
안으로 들어서는 수현. 뭔가 출동 명령이 내려졌는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순사들. 무기를 소지한 채 출동 준비를 마치고 급히
나오는 코우지와 강구.
수현 무슨 일입니까?
강구 그동안 추적 중이던 중국인 총기상이 잡혔습니다. 오늘밤 거래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금 접선 장소로 이동 중입니다.
수현 !
코우지 잘하면 이번에야말로 애물단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잡을 수 있겠어.
(움직이며) 지금부터 잠복이다! 증원 요청은 했나!
강구 (따라 움직이며) 네! 곧 지원 인력이 도착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수현 (뭔가 생각하는 눈빛인데)
코우지 (수현에게) 뭐해? 빨리 움직이지 않고!
수현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움직이는)
S#54 야외 일각/허름한 건물 창고 앞 정도의 (밤)
어둠 속. 무장한 채 잠복해 있는 경찰들과 수현, 코우지, 강구.
긴장된 눈빛들.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이미 경찰에게 포섭된
중국인 무기 거래상이 거래자를 기다리며 서있는 모습이 보이고.
긴장된 눈빛으로 문득 시계를 들여다보는 코우지인데,
이때 멀리서 들리는 오토바이의 엔진소리!
순간 바싹 긴장한 채로 총을 바로 쥐는 잠복자들!
그들의 시선에 창고 앞 공터로 들어와 서는 바이크!
바이크 위에 혁명전사(송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중국인 거래상인데,
순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혁명전사, 급히 핸들을 꺾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려는 순간, 바이크를 포위하며 일제히 총을 겨누는
수현과 경찰들!!!
수현 (총을 겨누며) 그대로 움직이지 마!
송주 (빠른 속도로 총을 꺼내 조준하다가, 수현을 발견하고는 멈칫하는) !!
수현 움직이면 쏘겠다! 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머리 위로 손 올려!
송주 (수현에게 총을 겨눈 채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
수현 (송주에게 총을 겨눈 채 매섭게 노려보는 눈빛)
잠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어느 순간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탕탕탕! 총을 쏘는 두 사람!
빗나가는 총탄들! 수현의 총탄이 송주의 팔을 가볍게 스친다.
잠시 움찔했다가 전속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하는 바이크.
바이크를 피해 옆으로 구르는 수현이고, 역시 포위하고 있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순사들! 달아나는 바이크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코우지 절대 생포해야 한다!!! 바이크를 집중 사격해!
바이크를 향해 빗발치는 총격. 추격하는 순사들.
그러나 추격과 총격을 피해 멀리 달아나는 바이크 전사.
총을 든 손을 천천히 내리며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송주 쪽을 바라보는 수현.
S#55 야외 일각 (밤)
한적한 곳에 와서 멈추는 바이크!
고글을 올리며 헉헉헉 가픈 숨을 몰아쉬는 송주!
팔뚝을 보면 수현의 총탄에 맞아 생긴 상처에서 새어나오는 피!
송주 .... (보며, 상처보다 마음이 더 아픈)
이때 달려와서 송주 앞에 서는 근덕의 차!
근덕 (차에서 내려 송주에게 달려와) 괜찮아?
송주 (근덕의 부축을 마다하고 스스로 차에 오르는)
근덕 (얼른 뒤 따르는)
S#56 달리는 근덕의 차 안 (밤)
뒷좌석에서 팔뚝에 천을 동여매며 급히 지혈을 하고 있는
창백한 얼굴의 송주.
근덕 경찰의 기습이 있다는 정보가 한 발 늦게 전달됐어.
젠장, 간발의 차이로 일이 이렇게 커지다니.
근덕의 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는 송주.
결국 적이 되어버린 수현과의 관계가 마음이 아플 뿐.
S#57 명빈관 마당 (밤)
송주의 소식을 듣고 뛰어 들어오는 여경.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주의 방을 향해 달려가는데,
방에서 나오는 완. 서로를 발견하는 두 사람.
완 (수현 문제로 다툰 후의 감정으로 보고) ...
여경 (미유키와 함께 있던 완을 떠올리며 보는) ...
어느 순간 시선 피해, 송주의 방으로 들어가는 여경.
완 역시 외면하며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다시 송주의 방 쪽을 돌아보는.
뭔가 거사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알고 나니 더 괴로운 완.
가려다 말고 다시 송주의 방을 돌아보는 완에서.
근덕 (E) 이번 일로 당분간 무기 거래는 힘들게 됐어.
S#58 송주의 방 (밤)
모여 앉아 대책 회의 중인 송주, 여경, 근덕, 인호.
근덕 총기반입 루트가 들통 났으니 새로운 루트를 확보해야 돼.
종로경찰서 투척거사도 당분간 보류야.
송주 어차피 새로운 무기가 필요할 때도 됐잖아.
그때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여경 ? (그때 그 일? 보고)
근덕 설계도면은 확보가 됐는데, 일본 쪽에서 움직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야.
우리 쪽에서 직접 자금을 들고 오면, 넘겨주겠대.
여경 설계도면이라니요?
송주 아, 일본 쪽에 있는 전문가로부터 사제 권총의 설계도면을 들여올
생각이예요. 도면을 공수해오면 실물로 제작할 만한 조직원이
한 명 있거든요.
근덕 사제 권총은 비밀 암살에 용의하고, 무엇보다 총기반입 루트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송주 일본 쪽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다면, 우리 쪽에서 누군가 일본으로
가야한단 얘기군. 내가 직접 가겠어.
여경 무리예요. 송주 씨는 지금 부상 중인데다가, 경찰의 감시망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잖아요. 다른 조직원을 시키시는 게,
송주 불행히도 무기반입과 관련된 일은 핵심조직원들만이 할 수 있답니다.
중간에 군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조직원도 있고, 공수한 무기를 들고
사라져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조직원도 있거든요. 위험을 막기 위해서죠.
인호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송주 누나가 움직인다는 건 너무 위험해요.
블랙리스트에 오른 요주의 인물이 검문검색을 통과하기란 힘든 일이잖아요.
근덕 옳은 말이야. 이번 일은 무엇보다 검문검색을 수월하게 피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움직여줘야 돼.
송주 (세 사람을 둘러보며) 우리 중엔 당신(근덕) 빼곤 없단 얘기군.
하지만 당신이 자릴 비우면 누가 수장의 지시를 전달하지?
여경 차라리 제가 가겠어요.
일동 (여경을 보고)
S#59 송주의 방문 앞 (밤)
벽에 기대서서 듣고 있는 완.
여경의 목소리를 듣고는 ‘저게 또 나서?’ 방문을 확 노려본다.
여경 (E) 일본에 저희 아버지와 함께 임정 활동을 하시던 분이 계세요.
S#60 송주의 방(밤)
여경 그분을 찾아가면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검문을 피해나갈 방법이라던가,
하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완이 들어온다.
완 너희 조직은! (했다가 얼른 목소리 낮추며) 그렇게 조직원이 없냐?
인호 ! (완의 존재에 놀라서 조직원들을 보면)
송주 괜찮아. 이미 우리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야. (하고는 완에게)
문 좀 닫고 빠져주지?
완 (문은 닫아주지만 빠져주진 않는다) 쟨(여경) 안 돼.
여경 (미치겠는) 이것보세요!
완 왜 힘들고 어려운 일은 맨 날 쟤야! 그렇게 조직원이 없어?
송주 아직 결정도 안 된 일에 왜 이렇게 흥분하고 난리야?
무관심하려거든 끝까지 무관심 해줘.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말고.
완 다른 조직원 시켜.
여경 제가 가겠어요.
완 쟤는 안 돼! 절대 안 돼!
여경 왜 이러세요, 진짜!
송주 (OL) 그만들 해!
완 (OL) 차라리 내가 하겠어!
일동 !!! (뻥한 표정으로 완을 본다)
완 보안과장 딸이 방학을 이용해 경성에 왔어.
일본구경이나 시켜달라고 꼬드겨 함께 일본으로 갈게.
여경 ....! (보고)
완 아버지는 보안과장에, 외할버지가 군수무기 회사 사장인데다가,
대대로 유서 깊은 귀족가문의 아가씨야. 검문검색을 통과하는
이만한 방패막이는 없어.
일동 ....!!! (서로를 보고)
여경 (왠지 화가 나서 완을 노려보는)
S#61 명빈관 일각(밤)
화난 표정으로 완을 끌고 나오는 여경.
여경 (적당한 곳에 확 풀어놓고는) 왜 이래요 진짜!
완 몰라서 물어? 니가 위험해지는 건 못 보겠다잖아.
그래서 차라리 내가 하겠다잖아!
여경 당신이 뭔데요 도대체!
완 (순간 할 말을 잃고 말문이 막혀 본다)
여경 당신이 제 아버집니까? 오라버닙니까? 연인입니까?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나를 위해 당신이 위험을 무릅씁니까!
완 (약간 충격을 받는다) 아무것도...아니야....?
여경 당신한테 나는 뭡니까 도대체! 여동생입니까? 연인입니까? 수많은 여자 중에
한명일 뿐 아닙니까! 당신은 아무 여자한테 함부로 목숨을 겁니까?
그거야말로 순간적인 영웅심입니까?
완 (표정 굳기 시작하고)
여경 당신과 나는 영원히 평행선입니다. 절대로 한 지점에서 만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독립투사가 될 리도 없고, 제가 이 일을 포기할 리도 없으니까요.
완 (굳은 채로)
여경 함부로 끼어들지 마십시오. 위험해집니다. 차라리 부모님이 정해준 얌전한
아가씨 만나, 행복한 가정 이루면서 살아가세요. 목숨 따위 걸 일 없는
평탄하고 안정된 삶을 사시라 구요. (가려는데)
완 (잡아채며) 정말 아무 것도 아니야 내가?
여경 (대답 못하고 보며)
완 아무 것도 아니야 내가?
여경 네. 그렇습니다. (돌아서서 가며 울컥하는 표정)
완 (왠지 모를 충격으로 멍...해지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62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송주의 차가 와서 선다. 안에서 내리는 송주.
뭔가 비장한 표정으로 사무실 쪽을 바라보는 송주에서.
S#63 지라시 사무실 안 (낮)
일할 생각은 않고 수박을 쪼개먹으며 앉아 노닥거리고 있는
탁구, 세기, 왕골.
왕골 (한 손엔 수박 들고, 한 손으로는 부채질을 하며) 사치코 여사가 안 오니까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그냥.
세기 근데 그 미유킨가 뭔가 하는 딸은 경성에 언제까지 있는 대냐?
이참에 아주 눌러앉지? 싸이코 여사 딸이랑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자서전 생각은 꿈에도 못하게.
탁구 천하의 사치코 여사도, 귀여운 딸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구나.
세기 왜에. 또 한명 있잖아. 차송주. 그때 봤지? (송주 흉내)
사람 말을 끝까지 좀 들으세요! (감탄의) 와아~그,
세사람 카리스마!
하는 순간 문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송주!
먹던 수박 내려놓고 얼른 일어나는 세 사람.
탁구 (좋아서) 소....송주 씨.
송주 오랜만이예요, 음....(이름 생각하는)
세사람 (긴장감으로 집중하는)
송주 배구 씨.
세사람 (무너지는)
왕골 근데 송주 씨가 여긴 어쩐 일루.
송주 완이 씨 일루 도움을 좀 청하러 왔어요. 저번에 내가 도왔으니 이번엔
여러분이 저 좀 도와주세요.
세사람 ? (보는데서)
S#64 깔패디엠 (낮)
뭔가 생각에 잠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송주.
송주를 발견하고는 다가오는 여경.
여경 저 왔어요, 송주 씨.
송주 (퍼뜩) 어, 왔어요? 앉아요, 여경 씨.
여경 (앉고) 근데 무슨 일루....
송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혹시 완이 씨 지금 어디 있는지....알아요?
여경 (송주 표정에 뭔가 불안해지며) 아니요. 그날 이후로 못 봤는데요.
송주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흐음....한숨 쉬며) 역시 여경씨도 완이 씨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있군요.
여경 사라져요?
송주 네. 잠적해 버렸답니다.
여경 (놀라는 가슴 애써 감추며) 왜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송주 글쎄요. 그 속을 누가 알겠어요. 다만 친구였던 사람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연인이라 여겼던 사람이 자신을 귀찮게 여기니까,
상처는 좀 받았겠다, 짐작할 뿐이죠.
여경 (마음이 편치 않고)
송주 여경 씨.
여경 (퍼뜩) 네?
송주 여경 씨 때문에 완이 씨가 다칠까봐 지레 겁먹고 자꾸만 밀어내는 거
아는데....
여경 ....
송주 여경 씨 취조실에서 빼내려구, 세상 누구보다 경멸하던 새어머니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던 남자예요.
여경 ! (놀라서 보는)
송주 여경 씨가 취조실에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미친 사람처럼 한달음에
달려 가구, 여경 씨 고문당한 모습에 눈이 뒤집혀, 이강구를 완전 피떡으로
만들어 논 남자라 구요.
여경 ! (몰랐던 사실들이다) 그날 그 사람 취조실에...왔었어요?
송주 몰랐어요? (한숨 쉬고는) 몰랐구나....
여경 (멍..해지고)
송주 어쨌든, 그 남자의 이 모든 행동이 아직까지 내기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내기는 끝났어요, 여경 씨. 그럼 뭐겠어요.
서툴지만, 그 남자의 진심이예요.
S#65 지라시 사무실 앞(낮)
멍....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여경.
걸어오다 보니 지라시 사무실 앞이다.
잠적했다니 없을 줄은 알지만 무작정 사무실을 향해 가보는 여경.
S#66 지라시 사무실 안 (낮)
테이블에 발 올려놓고 모여앉아 부채질하며 노닥거리고 있는
탁구, 세기, 왕골인데, 똑똑 노크소리.
순간 왠일인지 헉! 해서 눈빛을 교환하더니, 후다닥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심각한 표정의 연기에 돌입하는 세 사람.
탁구 (한 손으로 이마 받친 자세로 굉장히 심난한 표정으로) 네. 들어오세요.
여경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며) 저....
탁구 아니 조마자씨가, 아, 아니, 나여경 씨가 여긴 어쩐 일루....
여경 혹시.....선우완 기자님이 지금 어디 계신지 아시는가 해서....
세사람 (아아.....탄식하며 다시 각자의 자리에 무너지듯 앉는)
여경 ? (보면)
왕골 그 자식, 편지 한 장 없이 잠적해버렸습니다.
우리도 지금 그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여경 (역시....)
세기 이 자식이 얼마 전에 실연을 당했거든요.
거의 미친놈 수준으로 조증과 울증을 왔다 갔다 하더니,
결국은 이런 일이 벌어지네요.
여경 실연이요...?
왕골 (완전 신파를 찍으며) 예에....실연이요. 누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조’로 시작해서, ‘자’로 끝나는 여자한테 개 무시당한 모양이예요.
세기 참고로 가운데 글자는 ‘마’....(슬쩍 힌트를 주고는 다시 슬픈 표정)
여경 (조합해보는) 조로 시작해서....자로 끝나면.... 조마자. (흡..얼른 입을 다물고)
탁구 설마 이 자식, 청춘의 종착지, 현해탄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은 건 아니겠지?
세,왕 (기겁하며) 설마!
세기 (퍼뜩해서) 아니야 아니야. 그러고 보니까 이 자식 사무실 나가기 전에
분명 ‘형을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왕골 형이라면 그 젊은 날에 죽었다던 그 형 말하는 거야?
탁구 형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건 곧......
세사람 (동시에 울먹) 완아아....!
여경 ... (가만히 뒤 돌아 나간다)
세사람 (여경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흐흐흐흐 웃는다)
탁구 (얼른 원래 표정으로 돌아오며) 완이 이 자식, 형 만나러
절에 갔다가 언제쯤 온다 그러디?
세기 길어야 이틀이지 뭐.
왕골 근데 우리 연기력이 날루 발전하는 거 같지 않아?
탁구 그르게. 송주씨도 협조 잘 해줬다고 칭찬해줄 꺼야 아마.
세사람 (흡족해서 하하하하! 웃는데서)
S#67 깔패디엠 (낮)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여경.
문득 깔패디엠을 바라본다....
완 (E) 중요한건 현재의 감정 아니야?
S#68 VIP룸 (낮)
들어와 홀 안을 살펴보는 여경.
어디에도 완의 모습은 없는. 힘없이 나가는 여경.
완 (E) 맞아. 술자리에서 장난으로 시작된 내기였어. 하지만 누구나 처음은
장난처럼 시작해. 그 장난이 인연이 되고, 그 인연이 때론 운명이 되는 거야.
S#69 명빈관 마당(밤)
완의 방을 향해 가는 여경. 잠시 망설이다가 방문을 노크해보는.
대답 없자 방문을 열어보는. 역시 비어있는지 힘없이 돌아서는 여경....
완 (E) 우리가 운명이 될 지 어떨지는 가봐야 아는 거잖아.
중요한 건 현재의 감정이잖아.
S#70 해화당 앞 거리 (밤)
여경, 지친 표정으로 힘없이 걸어오고 있다.
완 (E) 정말 니 앞에서 꺼져줬으면 좋겠어 내가?
정말 이대로 꺼져, 나?
완에게 상처 줬던 말들이 심장 끝에 걸려 마음이 아픈데.
어느 순간 문득 걸음을 멈추는 여경.
서점 앞에 홀로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는 완의 모습!
여경, 완을 보자 왠지 울컥 화가 난다.
시선을 느낀 완이 여경을 돌아본다. 일어난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여경을 향해 걸어온다.
여경 (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울컥, 반갑기도 하고 화도 나고 해서 버럭)
도대체 어디 갔다 이제 나타나십니까!
완 (좀 놀라서) 형 만나러 절에 좀 갔다 왔는데 왜.
여경 죽은 줄 알았잖아요! 보는 사람마다 며칠씩이나 잠적했다고 하질 않나,
죽은 형을 따라갔다고 하질 않나,
완 (피식 웃으며) 내가 죽으면 뭐가 어때서.
여경 (보고)
완 아무것도 아니라며.
여경 (노려보는 눈가에 눈물 확 고이고)
완 너한테 나, 아무 것도 아니라며.
여경 (눈물 고여서 보며)
완 근데 왜 울어. 아무 것도 아닌 놈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구 울어.
여경 살아있는 거 봤으니까 이제 됐습니다. (하고 돌아서는데)
완 (OL) 너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여경 (돌아본다)
완 나한테 너는 여동생도 아니고 수많은 여자 중에 한 사람도 아니라구.
여경 .....
완 내가 독립투사가 될 리 없고, 니가 그 일을 포기할 리 없다고 했지?
여경 ....
완 나랑 너랑은 영원히 평행선이라구 했지? 절대로 한 지점에서 만날 수
없다고 했지?
여경 ....
완 아니, 만날 수 있어.
여경 ....
완 니가 나한테 혁명이 뭔지 가르쳐줘.
여경 ...
완 그럼, 내가 너한테 사랑이 뭔지 가르쳐줄게.
하고는 여경을 안아 입 맞추는 완에서.
- <경성스캔들> 10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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