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 9
9회 ::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게 웃어.
방송일: 20070704
동영상 : 줄거리:
S#1 총독부 앞~거리 (8부 엔딩/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수현을 완으로 착각하고 계속 말을 하는 여경.
여경 고맙습니다... 당신이 와줄 줄 알았어요.
수현 ...
여경 그동안 모질게 굴어서 미안해요... 당신이 좋은 사람이란 건 알지만...
그래도...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수현 ...
여경 나는 이 길을 가야만 하고...당신과 나는 갈 길이 다르니까요...
나 때문에 당신이 위험해지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요....
수현 ...
여경 그런데도...내심 당신이 달려와줄지도 모른다고...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싫다고 했던 말.....실은...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수현 ... (완에게 하는 말임을 알겠다)
이때 고문실로 들어서는 완.
수현과 함께 있는 여경을 보고 멈칫 서는데.
여경 실은 나... 당신이 참 좋습니다.
순간, 그대로 정지되는 완.
여경이 자신을 향해 한 말을 수현에게 한 말로 오해한 채
어느 순간 상처받은 표정으로 돌아서는.
S#2 종로경찰서 앞 (밤)
가라앉은 표정으로 안에서 천천히 나오는 완.
이내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차를 향해 가는데서.
마모루 (E) (격노한) 자네가 지금, 나한테 반기를 드는 건가!
S#3 보안 과장실 (밤)
책상 앞(!)에 서서 강구를 향해 노발대발 화를 내고 있는 마모루.
마모루 감히 순사부장 따위가 보안과장인 내 결정을 못 믿겠다는 거야!!!
강구 나여경은 이번 암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이자, 애물단의 조직원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귀가조치는 다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마모루 사람 하나 죽인 후에 실토를 받아낼 생각인가?
강구 조선인들의 근성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 어떤 민족보다
질기고 독합니다! 절대 그냥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죽을 만큼 밟아놔야,
마모루 (OL) 그 여자가 죽으면, 애물단 조직의 계보도 손에 넣지 못해!
일단 내보내고 추후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는
편이 나아!
강구 실토직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취조를 할 수 있도록,
마모루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을 자네 손에 죽게 내버려둘 순 없어!
강구 하지만,
마모루 (OL) (터지며 버럭) 자네 먼저 죽고 싶나!!!! 당근과 채찍도 한 두 번이야.
당근이 안 먹히면, 채찍을 휘두를 수밖에 없어! 해직 당하고 싶나!!!!
강구 ....
S#4 보안과장실 앞 복도 (밤)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보안 과장실을 나오는 강구.
자기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들이 열 받고, 화나는 표정.
S#5 보안과장실 (밤)
책상 앞(!)에 서서 씩씩 가쁜 호흡을 내쉬고 있는 마모루.
필요 이상의 근엄함을 보이던 얼굴, 이내 지친 표정이 되어
뒤를 돌아보며,
마모루 이제 만족해?
하면, 마모루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던 보안 과장 석 의자.
벽을 향해 돌아 앉아있다가 빙그르르 의자를 돌려 바로 앉는 사치코!
사치코 브라보! 아주 남자다웠어요. 역시 일하는 남자가 멋있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군요. 간만에 멋진 모습이었어요,
(끝에 발음 굴려서) 마모루.
마모루 (소심하게) 고마워. 당신 요구 들어줬으니 이제 그만 집으로,
사치코 (표정 살벌해지며) 물론 지난번에 감히 나한테 소리친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지만,
마모루 ! (흠칫)
사치코 (다시 화사하게 미소) 이번 일로 눈감아 주겠어요.
아버지께도 그만 노여움을 푸시라고 전화를 걸겠어요.
마모루 (얼른 전화기를 잡으며) 저....전화는 됐고. 앞으로 제발 이런 무리한 부탁은,
사치코 그 여자가 풀려나건 말건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어요.
다만 당신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을 뿐.
마모루 (지친 한숨 푸욱....)
사치코 귀여운 남자. 이걸로 당신의 사랑을 확인했어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걸 포기하게 만드는 것, 절대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게 진정한 사랑 아니겠어요?
마모루 사치코 사랑도 좋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사치코 (상관없이) 따라해 보세요. 사랑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모루 (울고 싶은 표정으로) 사랑이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치코 한 번 더.
S#6 송주의 방 (밤)
근덕, 송주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근덕 (E) 나선생이 풀려난 모양이야.
송주 ! (걱정과 안심이 뒤섞인 심정으로) 상태는.
근덕 (착잡한 표정으로 가만히 고개를 젓는)
송주 (표정 살벌해지며) 이강구 손에 넘어갔으니 무사할 리가 없지. (일어나는데)
근덕 어디 가.
송주 여경씨한테 가봐야지.
근덕 있어 그냥. 지금 우리가 움직여 봐야 나선생 의심밖에 더 받겠어?
게다가 이수현이가 나선생을 직접 집까지 데리구 갔다는 정보야.
송주 (순간 보는) 그 사람이 여경씨를 왜.
근덕 낸들 아나? 취조실에서부터 직접 업구 나갔다는데.
송주 (의외다) 그 사람은 이번 사건에서 완전히 제외됐었다며.
근덕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 우리 나선생을 위해 나름 열심으루 뛰었던
모양이야. 보안과장 만나 이강구의 고문수사를 막아달라는 부탁도 올리고.
송주 ... (뭔가 이상하고)
근덕 (그 표정을 살피고는, 이내 대수롭지 않게) 뭐, 위장연애 효과 아니겠어?
송주 지령수행한지 얼마나 됐다구 벌써. 그게 아니야. (머릿속으로 뭔가를
조합하며) 뭔가가 있어 그 사람.....
근덕 (말 돌리듯) 어쨌든 선우완하고, 이수현이 양쪽으로 뛰어준 덕분에
나선생이 생각보다 빨리 풀려난 것만은 사실이야.
송주 ... (이미 혼자 생각에)
근덕 ... (보며) (*그저 담담히 보십시오. 노출되지 않도록)
S#7 경성거리 + 달리는 완의 차 안 (밤)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는 완.
여경을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자신이 한심해져서 자조적으로
피식 웃는. 그러다가 수현과 여경에 대한 애증으로 눈빛이 살벌해지는데서.
타이틀 <경성스캔들> 9부
S#8 지라시 사무실 앞 (밤)
사무실 안에서 나오는 탁구, 왕골, 세기.
한 잔 할 생각에 들떠서 떠들며 걸어오는데,
거칠게 와서 서는 완의 차에 흠칫 놀라 멈춰서는 세 사람.
완 (문 열고 내려서며, 살벌한 말투로) 어디 가.
탁구 (말투에 괜히 주눅 들어서) 어? 어어....너한텐 쫌 미안한데....
우리가 목이 쫌 말라가지고.....
왕골 (완의 표정이 무서워서) 마... 마침 VIP룸이 수사가 다 끝나서
출입금지가 풀렸다고 하드라고.....거기 가서 오랜만에 한 잔 할까 하고....
세기 (얼른) 아니, 니 걱정을 안 한건 아닌데, 저번 암살사건의 악몽을 지우고
새로운 마음으로 오픈한다길래 격려차원에서, (하는 순간)
완 (홱 뒤돌아서 걷는)
탁,왕 (순간 세기의 뒷통수를 탁!치며 암살사건 얘기는 왜 해? 구박하는데)
완 (가다가 확 돌아보며) 뭐해, 안 움직이구. 안 갈꺼야?
세사람 ??? (했다가 얼른 따라가며) 어, 가. 가!
S#9 VIP룸 (밤)
안주를 씹으며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라시팀.
그 시선에, 지나가는 모던 걸들과 농담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 완.
완 (지나가는 모던걸1과 농담하며) 향수 바꿨네? 저번 향보다 훨씬 나은데?
모던걸1 일행과 함께 자리로 가면서 좋아서 완이 쪽을 힐끔거리고.
완, 마시고 있던 잔을 들어 올려 보이며 답례하면 또 좋아서 호들갑.
안으로 들어서는 송주. 완과 지라시팀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송주 (담담하게)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역시나 있을줄은 몰랐네?
완 (송주 발견하고 약간 감정 오바해서 부러 더 껄렁한 바람둥이처럼)
오오, 어쩐지 실내가 갑자기 환해진다 싶었더니 디바가 강림하셨군.
송주 (역시 담담하게) 여기서 술 마실 기분이 나?
완 (짐짓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여기가 뭐가 어때서? 내 청춘의 절반을
바친 곳이자, 내 명성의 절반을 얻게 해준 아주 소중한 공간인데?
송주 (역시 담담하게) 여경씨가 총상을 입은 곳이기도 하지.
완 (순간 표정 정지되는)
송주 여경씨한테 안 가봐?
완 .... (시니컬하게 피식) 내가 왜.
송주 (담담하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대 자신한테 물어야지.
완 몰랐구나? 그 여자한테 나, 혁명전술 약발 떨어진지 오래야.
(짐짓 여유 있게 피식 웃으며 술잔에 술 따르려는데)
송주 (속마음을 꿰뚫듯이 바라보고 있는)
완 (그 표정에 술병 탕! 내려놓고 버럭) 새로 고용된 흑기사 놔두고,
약발 떨어진 내가 왜!!! (소리치는데서)
S#10 여경의 집 앞 (밤)
최학희의 배웅을 받으며 안에서 나오는 수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의 최학희를 돌아보며,
수현 고문을 당한 사람들은 병원보다 집에서 의원을 불러 요양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낯선 곳에 있으면 불안증을 느끼거든요...
최학희 ....(심장 찢어지며 그저 고개 끄덕끄덕)
수현 어쩌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고문 후유증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각별히 신경을 좀 써주십시오.
최학희 ... (흑, 터지려는 눈물 간신히 참으며 끄덕끄덕)
수현 어머니가 강인해지셔야 합니다. 그래야 여경씨가 금방 회복될 수 있어요.
최학희 (기어이 눈물 터지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수현 (보며 마음 아픈)
S#11 여경의 방 (밤)
지친 표정으로 쇠약한 숨소리를 내쉬며 잠들어 있는 여경.
안쓰러운 그 모습 위로....
(E) 술 취한 완의 노래 소리.
S#12 VIP룸 (밤)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완.
노래라기보다는 발악에 가깝다. 모던 걸들 재밌어서 그런 완을
바라보고 있고, 한쪽에서 불안함 반, 걱정스러움 반으로 지켜보고 있는
지라시팀과 송주.
세기 저 자식 저거 왜 저래, 저러다 득음하겠어.
왕골 피 토할까봐 걱정 된다 야.
탁구 말려야 되지 않을까? 뭔가 위태위태해 보이지 않냐?
송주 (보며 안쓰러운) ....
상관없이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는 완.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해본 완, 이 아픔이 뭔지 모르겠고,
수현과의 얽히고 얽힌 악연이 고통스럽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한심스럽고, 그럼에도 그 여자를 갖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고....이 모든 감정이 혼재된 심정입니다)
노래하는 완의 모습 위로,
(E) 탕!탕!탕! 그 날의 총성음이 들려온다.
노래를 멈추고 여경이 쓰러져있던 공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완.
(E) 여경아, 여경아! 나여경! 울부짖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가가 붉어지는 완. 그 모습 위로,
여경 (E) 실은 나.... 당신이 참 좋습니다.
붉어진 눈으로 비식 웃는 완의 얼굴에서.
S#13 깔패디엠 앞 (밤)
VIP룸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나오는 탁구, 왕골, 세기.
탁구 정말 눈물 없이는 못 봐주겠다.
세기 그르게.
왕골 카메라 가져왔으면 좋았을걸. 한 장 찍어서 조마자씨한테 보내주게.
탁구 남는 사진 있으면 나 한 장만.
왕골 (머리카락 쭈삣 서며) 형, 완이 좋아해?
탁구 (진지하게) 아니. <S군 눈물 흘린 사연> 좋잖아?
세,왕 형!!! (소리치는데서)
S#14 VIP룸 (밤)
지라시팀들은 이미 갔고, 모던 걸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완.
바에 앉아 그런 완을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술잔을 들고 완의
테이블로 가는 송주. 송주의 등장에 새침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는 모던 걸들.
완 (선수끼리 왜 이러냐는 듯이) 작업 중엔 서로 방해 안 하기로 했잖아.
송주 (상관없이) 끝난 거야 두 사람.
완 (성가시다는 한숨)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건데.
송주 (짐짓 농담으로) 끝났으면 내가 그대에게 작업 좀 걸어볼까 하구.
완 (OL) 사상도, 신념도, 철학도 없이 흔들리는 사람 싫대.
송주 변하면 되겠네.
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 마음을 표현해볼까 한대.
송주 투쟁해서 쟁취하면 되겠구.
완 (피식) 교묘한 중도주의자, 대놓고 친일파... 아버지랑 새어머니를
그렇게 비아냥 거리면서 결국 그 사람들 힘을 빌렸어.
송주 권력이야 있으면 써먹는 게 좋지. 나중에 국 끓여먹을 것도 아니고.
완 무엇보다도 걔가 싫대 내가. 그럼 게임 끝인 거 아니야?
껌처럼 늘러 붙어야 돼 내가? (하고는 모던 걸1을 향해) 어이, 갈까?
(하며 모던 걸1과 함께 나가고)
송주 (위장연애라 차마 말 못하고 무거운 한숨만.....)
S#15 경성 일각 + 달리는 완의 차 안 (밤)
모던 걸1을 차에 태우고 어두운 표정으로 뭔가 혼자 생각에 잠겨
운전을 하고 있는 완.
모껄1 (기대에 찬 눈빛으로 슬쩍 완의 옆모습을 훔쳐보며) 어디루 가요 우리?
완 (어두운 표정으로 운전만)
모껄1 덕수궁 돌담길이나 걸을까요? 거기 연인끼리 팔짱 끼고 거닐기 좋다던데.
완 (좀 짜증나기 시작하고)
모껄1 아니면, 반도호텔 서양요리부에서 스테키나,
완 (하는 순간 느닷없이 끼이익--차를 세우는)
모껄1 (급정거에 엄맛! 앞으로 출렁했다 보면)
완 (보지 않은 채, 차가운) 내려.
모껄1 (벙쪄서) 네?
완 너 내 스타일 아니니까 내리라구 여기서.
모껄1 (허! 기막혀서 차문 쾅! 닫고 내리고)
완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로 차를 몰아가는데서)
S#16 여경의 집 외경 (밤)
S#17 여경의 방 (밤)
최학희와 여경이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다.
머리 위에 물수건을 올리고 쇠약한 숨소리를 내쉬며 잠들어 있는 여경.
완 (E) (밖에서 작게 부르는 소리) 여경아.... 여경아.....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뜨는 여경.
머리에 올려진 물수건을 내리고 가만히 일어나 앉는 여경....
완 (E) 여경아.... 나 여경.....
다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이불을 걷고 밖으로 나가는 여경....
S#18 여경의 집 앞 (밤)
삐그덕....여경의 집 대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오는 여경.
주변을 둘러본다. 텅 비어 있는 거리....
끼이익....끼이익.... 어디선가 들리는 쇳소리에 끌리듯
천천히 소리를 찾아 걸어가는 여경.
S#19 해화당 앞 거리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
그 공간 위를 완이 자전거를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
여경을 발견한 완이 자전거를 멈춘다. 여경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완 .... (미소로) 나 기다렸어?
여경 .... (해맑은 미소로 가만히 끄덕)
완 .... 많이 힘들었지.
여경 (눈가 붉어지지만 미소로 끄덕끄덕)
완 (웃으며 턱짓으로 뒷좌석 가리키는)
완을 향해 다가가는 여경, 어느 순간 그대로 서고 만다.
완이 있던 공간은 텅....비어있다.
그대로 바라보며 가만히....서있는 여경.
최학희 (뒤에서 다가오며) 여경아...
여경 (돌아본다)
최학희 (고문 후유증을 겪는 딸을 바라보며 가슴 미어지지만, 애써 미소로)
왜 여기 나와 있어. 들어가. 응? (하며 달래듯 딸의 어깨를 감싸 집 쪽으로)
여경 (어머니가 이끄는 대로 가면서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는) ....
S#20 강구의 집 근처 길 (밤)
(*설정 상 강구의 집 근처라고 치고)
세상만사가 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강구인데,
그 앞을 가로막는 검은 그림자. 험악한 표정으로 시선 들어보면,
강구 앞에 버티고 서있는 살벌한 표정의 완!
강구 무슨 일이십,(니까)
하는 순간 강구에게 그대로 주먹을 날리는 완.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강구.
완 (낮지만 살벌하게) 오늘, 나는 식민지 조선인이 아니고,
너는 일본 경찰이 아니다.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워 다시 강구에게 주먹을 날리는 완.
완 계급 떼고! 친일, 반일, 이딴 이데올로기 다 빼고!
그냥 남자 대 남자야, 알았어!!!!
이런 씨, 눈에 살기가 돌며 완에게 달려드는 강구.
잽싸게 피하고는 역시 눈에 살기를 띄고 거의 광기에 가까운
분노로 강구에게 주먹을 날리는 완.
피투성이가 되어 완전히 나가떨어지는 강구.
완 오늘 이 일로 혹시 나한테 보복을 할 생각이라면, 경고하는데
아예 나를 죽여 놓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손에 피 묻히기 싫으니까.
강구 (허, 웃고는 입속에 고인 침을 퉤! 뱉는다. 핏덩이가 나온다)
완 (눈빛 살벌해지며) 지금 이 순간부터 나여경 손 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머리통을 깨 부셔 놓을테니까.
하고는 뒤돌아 가버리는 완.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살기 띤 눈빛으로 완을 노려보는
강구의 표정에서. (F.O)
S#21 명빈관 외경 (아침)
일주일정도의 시간 경과 있음.
S#22 명빈관 마당(아침)
안에서 나와 파라솔 의자에 앉는 송주.
주방에서 쟁반에 모닝커피를 만들어 가져나오는 영랑.
영랑 (커피 송주 앞에 놓아주며) 언니, 그 소식 들으셨어요?
송주 (커피잔 들며, 조잘대는 영랑 귀여워서) 아우, 아침 내내 말하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을까. 무슨 소식이요?
영랑 여경언니 풀려나던 날, 이강구가 웬 자객한테 린치를 당했대요.
송주 (커피 마시려다가 멈칫) 이강구가?
영랑 네에. 누가 완전 피떡을 만들어놨대요.
송주 (완의 방 쪽을 바라보며 피식)
S#23 완의 방 (아침)
거울 앞에 서서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고 있는 완인데,
문 열고 들어오는 송주.
완 (단추 채우는 채로) 노크.
송주 (입으로) 똑똑.
완 들어오지 마.
송주 이미 들어왔는데? (하고는 완의 주먹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는)
완 (그 시선 느끼고) 물어보지 마.
송주 이미 알고 있는데?
완 ...
송주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겁도 없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 논 거 알지?
완 사자가 들으면 화내. 미친개랑 동급 취급한다고.
송주 후환이 두렵지 않아?
완 애물단인지 뭔지, 그 자식들이 안 움직이니까, 나 같은 선량한 시민이
직접 나서준 거 아니야. 멍청한 자식들....
송주 (피식) 그 사람들도 바쁜가부지. 조선 천지에 처리해야 될 쓰레기가 넘쳐나서.
완 (모자 챙겨들고 돌아서는데)
송주 (비킬 생각 안하며) 어디 가.
완 권력을 빌려다 썼으니 약발 유지하려면 가서 효도 흉내 좀 내야잖아.
송주 다시 오는 거야?
완 왜, 벌써 그립냐?
송주 (짐짓 농담으로) 그럼, 보고 있어도 그리운 사람인데.
완 (송주 얼굴에 자기 얼굴 바싹 갖다대며) 차암 이쁘고 매력적인데,
너랑 나는 왜 감흥이 없냐?
송주 내 말이. 흰 저고리 검정치마 한 번 입어볼까 나도?
완 (표정 확 굳으며 송주를 스쳐 나가는)
송주 (저 청춘도 참 불쌍타 싶은 표정으로 보는)
S#24 선우관의 집 외경 (아침)
완의 차가 도착한다. 안에서 내리는 완.
집을 한 번 바라보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S#25 선우관의 거실 (낮)
완, 현관으로 들어선다. 쇼파에 앉아 잡지를 넘기고 있다가
기척에 돌아보는 허영화. 순하게 목례하는 완.
허영화 .... (보다가, 다시 잡지 넘기며) 아버지, 벌써 출근하셨는데.
완 아버지 보러 온 거 아니예요.
허영화 (잡지를 넘기다 말고 돌아본다, 경계 풀지 않고) 뭐 또 부탁할 거 있니?
완 .... (보다가, 차마 닭살 돋는 말이 안 떨어지는) 밥 좀 주세요.
허영화 (왜 저렇게 순하지? 경계하듯이 보며) ....
S#26 선우관의 주방 (낮)
완과 허영화, 마주 앉아 어색한 침묵 속에 식사를 하고 있다.
완 (깨작거리다가, 어렵게) 저번 일은.... 고맙습니다.
허영화 (힐끔 보는) 참 일찍도 고맙다.
완 말씀대로 빚 졌어요 제가. 언제든 돌려받으세요.
허영화 고마울 거 없어. 니가 처음으로 나한테 고개 숙여
부탁한일인데, 장단 한 번 맞춰줘야지.
완 ... (보다가) 잘 먹었습니다. (일어나려는데)
허영화 (OL)(불쑥) 니 엄마, 내가 내쫓은 거 아니야.
완 (본다)
허영화 (시선은 깨작거리는 밥공기에 둔 채) 니 아버진 죽으나 사나
일편단심이었는데, 니 엄마가 니 아버지한테 맘을 안 줬어.
결혼 전에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다나 뭐라나....
완 (처음 듣는 얘기다....놀라지는 말고, 담담하게 듣는다)
허영화 의무감 하나루 살다가, 결국 병 얻어 자리보전하고 누워있으면서도
니 아버지한테 맘 안 줬대. 오직 결혼 전 그 사람이었지.
나는 외로움에 지친 니 아버지의 허전함을 채워준 잘못 밖에 없어.
완 ....
허영화 자기를 계속 밀어내기만 하는 사람을 끝까지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인지 알기나 해? 그런 사랑 아무나 못해.
완 ...
허영화 니가 그 여자한테 진심인 건 알겠는데, 니 아버지꼴 나지 말어.
만나보니까 걔 너한테 맘 없는 거 같드라. 이쯤에서 접는 게 좋아.
완 ....
S#27 여경의 집 앞 (낮)
송주의 차가 와서 선다.
선물 상자 하나 들고 차 안에서 내리는 송주.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어떤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는 송주.
집 근처 주변에 감시 차원에서 숨어있는 사복 경찰들.
심난한 표정으로 집을 한 번 보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송주.
S#28 여경의 방 (낮)
방구석에 무릎을 감싸 안고 앉아있는 여경.
상처는 어느 정도 아물었지만, 생기가 없는 표정.
송주 (밝은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여경씨.
여경 (움직임 없이 표정만 생기 없이 웃으며) 오셨어요....?
들어오다가 생기 없는 여경의 모습에 약간 충격 받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송주 서점문이 닫혀있길래 이리루 왔어요. 괜찮죠?
여경 그럼요.
송주 근데 왜 거기 구석에 그러구 있어요. 이리루 나와요.
여경 여기가 편해요.
송주 (애써 웃어 보이며) 이리루 와요. 얼굴 좀 보구 얘기하게.
여경 (고개를 가만히 젓는다)
송주 (안쓰러운) 왜 그래요. 무서워서 그래? 여기 여경씨랑 나밖에 없잖아.
괜찮으니까 이리루 와요 응?
여경 (꿈쩍도 않는)
송주 (안쓰럽지만, 안되겠다 싶어 여경의 손을 잡아끌며) 이리루 나와요.
여경 (송주가 강제로 손을 끌자 약간 겁에 질리며 뻗대는)
송주 여경씨가 무슨 잘못이 있다구 거기 구석에 그러구 있어요. 나와요.
이리루 나오라니까!!!
여경 (억지로 끌려나오며 아아악! 울음이 터진다)
송주 (놀라서)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괜찮아요?
여경 (무릎 사이로 고개 묻은 채로 고개 끄덕인다)
송주 (마음이 아프다) 그러지 마요 여경씨, 그러면 우리가 너무 미안하잖아.
뭐가 그렇게 무서웠어요. 말해 봐. 말해버리구 털어버려요 응?
여경 말할까봐....
송주 네?
여경 내가 조직원들 이름을 말할까봐...그게 제일 무서웠어요. (눈물 확 고이지만
웃으며) 그래도 나...끝까지 버텼어요. 죽을힘을 다해 버텼어요.
송주 ... (울컥하는 표정 위로)
송주 (E) 도대체 수장이라는 자는 뭐하는 거야!
S#29 애물단 아지트 (낮)
모여 있는 송주, 근덕, 인호이고.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송주.
송주 신참 조직원한테 그런 막대한 지령을 내렸으면,
종로서에 불을 질러서라도 조직원을 보호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인호 (여경이 걱정되는 표정 위로)
근덕 (E) 진정해.
송주 (OL) 진정 못해! 내가 뭐랬어. 공남작인지, 개남작인지 그 새끼도 같이
보내버려야 한댔잖아! (같잖다는 듯이 허! 웃으며) 상징적인 암살 좋아하시네.
이렇게 소심해빠져서 어느 세월에 해방이구, 어느 세월에 혁명이야!
근덕 중대 거사를 위한 신호탄에 불가한 지령이었어. 차근차근 준비하기루 했잖아!
송주 준비론 좋아하시네. 다 관둬. (총 하나 꺼내들며) 공남작 그 자식부터
내가 직접 해치우겠어.
인호 (총 꺼내들고 일어나며, 살기 띤 눈으로) 저도 하겠어요!
근덕 왜들 이래 다들!
송주 (근덕을 보며) 결정해. 도울꺼야 안 도울꺼야.
근덕 (인호를 보면)
인호 (결의에 찬 모습으로 근덕을 보고 있는)
근덕 ... (갈등하다가 무거운 한숨을 푸욱 내쉬며) 차송주가 좀 만나 뵙고
싶어 한다고....밀회장소로 불러내보지....
송주 (피식 웃는다)
S#30 야외 한적한 곳(밤)
근덕,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저만치 고관2의 차가 도착하는 모습이 보인다.
차에서 내리는 근덕, 고관2의 차를 향해 다가간다.
고관2와 수행원 3명이 차 안에서 내린다.
근덕 여기서부터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제가 남작님을 모시겠습니다.
수행원 셋, 무슨 수작이냐는 듯 근덕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선다.
고관2가 손으로 가볍게 막는다. 근덕 한손을 안내하듯 펼치며
자신의 차로 고관2를 모셔간다. 근덕이 차문을 열어주면 고관2, 차에 오른다.
운전석에 올라 차를 출발시키는 근덕. 수행원 셋, 근덕의 차를 끝까지
감시하듯 주시하며 서있는데, 그 뒤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순간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수행원 셋. 오토바이 위에 라이더쟈켓을
입은 혁명전사(인호)! 순간 총을 꺼내드는 수행원 셋인데, 그 보다 먼저
총을 꺼내 발사하는 혁명전사! 탕탕탕! 총성과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수행원들!
S#31 야외 한적한 곳 일각 + 달리는 근덕의 차 안(밤)
뒷좌석에 고관2가 앉아있고, 운전하는 근덕.
고관2 가만, 여기는 늘 가던 곳이 아닌데?
근덕 송주가 혹시라도 사모님이 알게 되실까 염려를 하길래,
제가 새로운 장소를 잡아놨습니다. 안전한 곳이니 염려 마십시오.
고관2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생기는데)
이때 덜컹, 차가 멈춰 선다.
고관2 (몸이 쏠려 출렁했다가, 불쾌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야?
근덕 죄송합니다. 잠깐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예를 갖춰 인사하고 차에서 내린다)
불쾌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좌석에 몸을 깊이 묻고는
눈을 감는 고관2. 잠시 그대로 있다가 어떤 느낌에 슬며시 눈을 뜨는 고관2.
문득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 바람 소리만 을씨년스럽게 들리는.
고관2 (순간 공포감과 불안감으로) 이봐, 아직 멀었나?
그러나 대답 없고. 순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후다닥 앞좌석으로 이동하여
시도하는 고관2. 그러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 몇 번을 시도해도 움직이지
않고. 공포감과 불안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차에서 내리는 고관2.
텅 빈 주변을 둘레둘레 살피는데.
송주 (E) 오셨군요, 남작님.
고관2 (순간 뒤를 확 돌아보고는 안심하는) 송주. 어떻게 된 거야.
송주 (고혹적인 미소로) 어때요? 새로운 장소가 맘에 드시나요?
고관2 (음흉하게 웃으며) 사랑을 나누기엔 너무 삭막한 장소 아닌가.
송주 죽을 장소로는 딱이죠.
고관2 무슨...소리야. 기분 나쁘게.
송주 여기까지 불러내서 미안해요. 차시트에 피가 묻으면 곤란해서.
하고는 민첩한 손동작으로 어디선가 총을 꺼내 고관2를 향해
탕탕탕! 발사하는 송주! 바닥에 쓰러지는 고관2.
담담한 표정으로 고관2를 바라보며 서있는 송주.
근덕 (그 뒤로 나타나며) 동지의 복수를 위하여. 이 땅의 해방을 위하여.
이때 오토바이 소리 들리고, 앞 씬의 라이더쟈켓 혁명전사가
두 사람 앞에 와서 멈춰서는.
송주 가르쳐준 대로 아주 잘 했구나, 럭키 보이. (웃어주면)
인호 (고글을 위로 올리며) 누나 실력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송주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잘 생긴 녀석이 겸손하기도 하지.
근덕 아직 시체 처리가 남아있어. 들뜨지 마.
송주 ... (죽은 고관2의 시체를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S#32 선우관의 집 내 완의 방(밤)
바닥에 여러 권의 책이 늘어놓아져 있고,
책장에 기대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완.
노크소리 들리는. 책에 집중하고 있어 못 듣는 완.
선우관 (방문 열고 들어오다가, 책을 읽고 있는 완을 보고 좀 의외여서)
완 (집중하고 있다가 어떤 느낌에 돌아보고는 일어나서) 언제 오셨어요?
선우관 공부....다시 시작하는 거냐?
완 (어색해서 피식) 공부는요 무슨. 동경 유학 때 읽던 책인데, 읽을 만하면
몇 권 가져가서 시간이나 때워볼까 하구요. 저 있는 데는 책이 별루
없거든요.
선우관 (실망하는 표정 애써 감추며) 좋은 차가 선물로 들어왔는데, 한 잔 하자.
먼저 나가는 선우관이고, 책을 덮고 일어나는 완.
완이 읽고 있던 책 표지에 적힌 제목. <조선 혁명 선언>
S#33 선우관의 거실(밤)
다도 용기 앞에 두고 차를 우려내고 있는 완.
지금까지의 한량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잘 교육받고 자란 도련님의 느낌.
완성된 녹차 선우관 앞에 놓아주는 완.
선우관 동경유학은 왜 중도에 작파했냐.
완 (느닷없어서 본다)
선우관 아까운 머리 노는데 낭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완 (짐짓 가볍게 피식) 짜증나고 자존심 상해서요.
신학문이라 봐야 모두 강국의 이론 뿐이구, 책 어디에도 조선을
위한 이론은 없구, 내가 그거 만들 인재는 안 되구, 그래서 관뒀어요.
선우관 후회 안 하냐?
완 뭐 대체적으로는 그런 거 안 하구 사는 편인데, 요즘 가끔 아깝단
생각이 들긴 해요. 끝까지 했으면 방황은 안했을라나 싶기도 하고.
선우관 (알만하다는 듯이 혼자 좀 웃으며) 그 아가씨 때문이냐?
완 ? (본다)
선우관 다른 여자 만날 때랑은 다르게, 안 하던 짓 많이 하는 거 같아서
묻는 말이야. 어떤 아가씨냐.
완 뭐....촌스럽고, 고집 세고, 말 안 통해 답답하고, 옳은 말만 하고, 게다가 말
한대로 행동하고 실천해서 왠지 사람 주눅들게 만들고...대충 그런 애예요.
선우관 어떤 아가씬지 대단하구나. 멀미나게 삐딱선 타기 바빴던 녀석,
방황씩이나 하게 만들구. 조만간 신념 세워 방향 잡는 거냐?
완 ....
선우관 (웃으며 차 마시는데)
완 (불쑥) 어머니, 왜 잡으셨어요?
선우관 (본다)
완 왜 잡으셨어요. 다른 사람을 맘에 두고 있는데.
선우관 (흠흠 웃으며) 내가 니 엄마를 맘에 두구 있었으니까지 왜는 왜겠냐.
완 행복하셨어요 그래서.
선우관 (선뜻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완 행복 하셨어요?
선우관 나는 행복했다. 니 엄마가 행복했는지는...모르겠다.
완 ....
S#34 명빈관 앞 거리 (밤)
대여섯 권의 책을 싸들고 생각에 잠겨 명빈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완.
(*자신을 계속 밀어내기만 하는 사람을 끝까지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아느냐며 아버지 꼴 나지 말라고 하던 허영화의 말과, 어머니를
사랑해서 행복했지만, 어머니가 행복했는지는 모르겠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과 여경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중입니다)
S#35 명빈관 마당 (밤)
파라솔 테이블 위에 책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완.
여경 (E) 좋으니까요!! 적어도 누구처럼 사람 감정가지고 장난치지는 않으니까요.
언제나 진지하니까요. 적어도 진실은 하니까요. 누구처럼 신념도 사상도
철학도 없이 흔들리며 살진 않으니까요! (8부 33씬의)
여경의 말을 떠올리며 자조적으로 피식 웃는 완인데,
오늘도 역시 그런 완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송주.
완 (흠칫! 해서 보는)
송주 환갑, 진갑까지 사춘기 할래? 무슨 놈의 방황이 그렇게 길어!
완 남이사.
송주 그대만 아퍼? 다들 그대만큼은 아퍼. 아프지 않아서 아야 소리 안 하구
사는 줄 알어? 그게 다 민폐니까, 쓸데없는 자기연민이니까 참고 사는 거야.
완 (노려보며) 길다아. 짧게 끊어라 그만.
송주 (상관없이 테이블 위에 완의 책 툭 건드리며) 이딴 책 읽으면 세상이 변해?
방구석에 쳐 박혀 고민만 하면 사랑을 쟁취할 수 있어? 쟁취할 수 없으면
포기해 그냥? 그렇게 도피하면 치유가 돼?
완 (보는)
송주 마음이 있는데 왜 행동을 안 해 들! 행동하는 용기만이 상처의 치유책이고,
문제의 해결책이야. 알았어? (하고는 일어나 가버린다)
완 .... (보는데서) (F.O)
S#36 종로경찰서 외경(낮)
김순사 (E) 공남작님이 실종 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S#37 종로 경찰서 안 (낮)
함께 서류를 보며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가 달려온 김순사를
바라보는 강구와 코우지. (* 강구는 완이에게 맞은 상처에 반창고
하나쯤 붙이고 있고) 그들과는 좀 떨어진 책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서류를 넘기고 있다가 김순사를 보는 수현.
코우지 공남작이라면 얼마 전에 나여경에 대해 증언했던 그 공남작말인가?
김순사 그렇습니다. 삼일 전부터 종적을 감췄답니다.
수현 (신중하게 듣고 있는)
코우지 또 잠적한 거 아니야?
김순사 아닙니다. 잠적 중에라도 가족들과는 연락을 주고받았다는데,
이번에는 연락이 아주 끊겼답니다. 수행원들 까지 전부요.
강구 ! (뭔가 육감!) 수행원들까지 연락이 끊겼다면, 뭔가 이상합니다.
비밀 암살단 쪽에서 손을 쓴 게 분명합니다.
수현 (뭔가 생각해보는 표정)
코우지 가족들부터 만나보지. (일어나며) 움직여.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현과 강구인데,
코우지 (수현에게) 자네는 나여경이 쪽을 맡지.
김순사 ??? (오히려 자기가 당황해서 기분 상할 수현 쪽을 얼른 살피고는
코우지에게) 그 정도 일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해도....
코우지 무슨 소리야. 나여경은 이번 사건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야.
순사들에게만 맡겨놓을 순 없어. (수현에게) 불만 있나?
수현 아닙니다.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코우지 (강구에게) 가지. (강구와 함께 나가고)
수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고는 뒤 따르는)
S#38 종로 경찰서 앞 (낮)
앞 서 나오는 강구와 코우지이고, 뒤 따라 나오는 수현.
문득 가다 말고 어떤 느낌에 뒤를 돌아보는 수현.
그러나 아무도 없고.....
코우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수현 아닙니다. 아무 것도.
다시 움직이는 일행들. 가다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는 수현.
일행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벽 뒤에 숨어 있다가 빈 공간 안으로
들어서는 남자. 모자를 푹 눌러쓴 인호다!!!
인호 ....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종로서를 바라보며 갈등으로 흔들리는 눈빛)
S#39 해화당 앞 (낮)
서점 앞을 비질하고 있는 여경.
상태는 많이 호전된 상태이나, 얼굴에 표정과 생기가 없는 모습.
문득 가려지는 그림자에 시선을 들어보면 서있는 수현.
수현 건강은 좀 어떻습니까?
여경 (표정을 완전히 잃어버린 얼굴로) 그만 저만해요.
수현 벌써 서점 문을 여는 겁니까? 좀 더 쉬시는 게,
여경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OL) 고맙습니다.
수현 뭐가 말씀입니까?
여경 어머니께 들었어요. 그날 저를 집까지 데려와주셨다면서요.
고문수사를 막기 위해 노력해주신 것도 그곳에 있을 때 들었어요.
감사드려요. 덕분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수현 착각을 하셨군요. 여경씨가 풀려난 건 제 덕분이 아니라, 선우완 기자가
힘써준 덕분이었습니다.
여경 (완의 이름에 작게 반응하는 표정)
S#40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탁구, 세기, 왕골인데,
저만치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는 완을 발견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완을 향해 다가가는 세 사람.
탁구 완아....괜찮아....?
완 (순간 표정 활짝 밝아지며) 괜찮지 그럼. 내가 안 괜찮을 이유가 뭐가 있어.
세기 (밝은 표정이 더 불안해서) 아, 아니. 그날 하도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길래.....성대가 남아났나 해서.
완 하하하. 역시 내 걱정을 해주는 건 친구들 밖에 없구나, (지라시팀의 어깨에
팔을 걸며) 자, 자, 일 하러 가자, 일! 나는 이제부터 일만 열심히
할꺼야. 일만! 하하하하하!
지라시 (회복된 완의 모습에 안심하며 함께) 하하하하하!!!
그러나, 그 모습 위로 깔리는,
(M) 비장한 음악소리
S#41 지라시 사무실 (낮)
축음기에서는 소리판이 돌아가고 있고, 커피를 마시며 멜랑꼬리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완. 조증과 울증을 넘나드는 완의 모습에 숨이 막히는
지라시팀. 타이와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거나 심호흡을 하는 등 거의
미칠 지경.
왕골 (견디다 못해 어떻게든 분위기 띄워보려고) 저,저기, 완아!
오늘밤 파라다이스에서 비밀 댄스파티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같이 가지 않겠니?
완 (두 눈을 감았다 뜨며 먼데 하늘을 바라보는 우수어린 표정) ...
세기 (추켜 세워주는) 그래에. 가자. 요즘 파라디이스 물이 너무 많이 흐려졌드라.
니가 한 번 또 가서 수질 관리를 해줘야 되지 않겠냐.
넌 경성 최고의 초고속 정수기잖아. 하하하하!
완 (혼자 생각에 한 손으로 두 눈을 꾹 누른 채 생각에 잠기는 표정) ....
탁구 (도전!) 그러지 말고, 특종 사냥이나 나가자.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공남작 실종 사건! 어때? 스릴 넘치지 않겠냐?
완 (혼자 생각에 자조적으로 비식 웃는) ....
왕골 (포기하지 않고) 그렇지 그렇지. 특종하면 또 우리 선우완 기자님 아니겠어?
세기 어느 날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린 남작의 행방은 어디로?
완전 <N양 모던껄 만들기>에 버금가는 특종,
하는 순간, 헉!해서 얼른 세기의 주둥이를 때리며 끌고 나가는 왕골과 세기.
S#42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세기를 끌고 내려오는 탁구, 왕골.
탁구 너는 암튼 요 입을 꼬매 버려야 돼. 요 입을!
간신히 맘 다스리고 있는 애 심정을 왜 또 건드려 놓냐!
세기 아 진짜, 숨 막혀서 못 살겠네! 왜 우리가 쟤 눈치까지 봐야 돼!
안 그래도 싸이코 여사땜에 혈압 올라 죽겠구만!
왕골 아무튼 저 자식을 예전에 우리의 귀여운 완이로 돌려놓으려면
뭔가 대책이 필요해 대책이.
세기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 조마자씨랑 다시 만나게 해주는 거.
탁구 이제 겨우 마음 정리하고 있는 거 같던데 또 다시?
왕골 저게 마음을 정리한 걸로 보이냐? 거의 미친놈 수준이구만.
막말로 완이 놈이 저렇게 된 건, 우리 잘못도 있는 거 아니야.
탁구 하긴 애초에 완이 승부근성을 부추겨 내기만 안 시켰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 (하고는 느닷없이 세기를 패며) 너 말이야 너!
세기 무슨 소리! 형이 주사만 안 부렸어도 싸이코 여사의 자서전을 맡을 일은
없었고, 그럼 개필파티에 조마자씨를 부를 일도 없었잖아!
탁구 (불리하니까 버럭) 시끄러! 우리끼리 분열해서 어쩌자는 거야!
왕골 어쨌든 저 녀석뿐만 아니라 조마자씨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해내야만 해.
그때 봤지? 아니....아니 이런 우연이....어쩌고 하며 아무 남자한테나
수작거는 거.
세기 그 총독부 나으리가 아무 남자는 아니지. 남자인 내가 봐도 설레던데.
탁구 너는 취미가 뭐 그르냐!
왕골 어쨌든, 우리가 뿌린 씨, 우리가 거둬야 돼. 내기는 앞으로 절대!!! 하지 말자.
세기 오케이, 조마자씨랑 완이가 화해 한다에 만원 걸지!
왕골 총독부 나으리랑 조마자씨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에 만원!
탁구 이것들이 진짜!!
S#43 명빈관 마당 (낮)
안으로 들어서는 왕골과 세기, 두리번두리번 송주를 찾는데
마당으로 내려서며 하품을 하던 영랑, 왕골과 세기를 보자 얼른 챙피해서
입 가리며 샐쭉 돌아서고. 영랑을 보고 얼굴이 환해지는 왕골.
왕골 우리 영랑이 뭐하고 있었니?
영랑 (고개 외로 꼬며) 아무것도 안했는데요.
왕골 으응...영랑이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느무 이쁘구나...
영랑 (새침) 제가 원래 좀 이뻐요. 그런데 완이 오라버니는 아침에 사무실
간다고 나갔는데...안 왔어요?
세기 왔어. 왔는데, 그게 문제야.
왕골 영랑아, 이 오라버니가 영랑이한테 줄 게 있는데... 잠깐 일루 와봐.
영랑 (얼결에 따라가며) ...뭔데요?
세기 저거 저거, 지 목적만 채우면 다다, 이거지?
송주 (나오며) 어머, 세기씨가 이 시간에 웬일로 명빈관을 다 찾아주셨을까?
세기 아, 송주씨, 완이 일로 급히 상의드릴 일이...있어서요.
송주 완이가 왜요?
세기 송주씨 우리 좀 살려주세요. 완이 이 자식 때문에 우리 죽을 것만 같아요.
어떤 때는 하늘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오바에 육바를 거듭하더니,
또 어떤 날은 잠수함처럼 가라앉아서 솟을 생각을 안 해요.
송주 (알만하고) 그래서 내가 뭘 도울 수 있을까요?
세기 걔가 또 송주씨는 쬐끔 무서워하잖아. 그래서 말인데요, (에서)
S#44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상처받은 표정으로 나와 앉아있는 탁구이고,
송주를 모시고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세기와 왕골.
왕골 이번엔 또 어떤 버라이어티한 모습을 보여줄지 심장이 벌렁거린다.
(하다가 탁구를 발견하고는) 어? 형!
탁구 (불쌍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다가 송주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는)
소....소....송주씨.
송주 더운데 왜 밖에 나와 계세요 배구씨?
탁구 아니, 배구가 아니라 탁구, (하는데)
세기 (퍼뜩 불길함이 뇌리를 쥐어뜯고 가며) 탁구형이 밖에 나와 있다는 것은....
왕,세 (사무실 쪽을 보며) 싸이코 여사다!!!
송주 ? (보는데서)
S#45 지라시 사무실 (낮)
소파에 앉아 있는 사치코이고 맞은편에 앉아 자서전을 대필해주고
있는 완. 완의 거듭된 오바성 발언에 완전히 기분이 풀린 사치코.
완 (메모한 노트 들여다보며) 사마담, 이 탄생비화는 너무나 아름답군요.
사치코 (흡족하게 웃으며) 역시 선우상은 감동해줄 지 알았어요.
완 특히, 이 오색 쌍무지개와 흰 눈의 불협화음적인 하모니...너무나 신비롭고
환상적입니다. 다만 묘사가 너무 솔직담백해서 미사여구가 좀 필요한 듯
싶군요.
사치코 어머, 미사여구라면 어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송주가 들어선다.
모른 채로 자서전 이야기에 여념이 없는 두 사람.
완 (검지 치켜세우며) 바로, 알에서 깨어나는 겁니다.
사치코 알? 너무 오바 아닐까?
완 으음으음. 일종의 상징이죠. 알은 이 세상을 상징한다고나 할까?
이 미스티리어스하고 언빌리버블한 분위기, 사마담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탄생 설화 아닙니까?
사치코 어디서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느낌이 괜찮군요.
송주 (완에게 다가와서 담담하게) 일어나. 갈 데가 있어.
완 (쳐다보지도 않고) 오라버니, 일 하고 있잖아.
사치코 이 아가씬 누구?
송주 죄송해요 사모님. 급한 일이 있어서 이 남자 좀 잠깐 빌려가야겠네요.
사치코 아니, 이봐. 선우상은 지금 나랑 자서전 집필 중인 거 안 보여?
계속해요 선우상. 알까기 다음이 뭐라고?
송주 죄송하지만 사모님의 자서전보다 중요한 일,
사치코 (또 끼어들자 확 기분 상해서) 이봐, 레이디!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송주 사모님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사치코 천박해! 예의가 없어! 어째서 선우상 주변엔 이런 아가씨들만 득실대는 거죠?
썩은 고기에 날파리가 많이 끓는다는데, 혹시 선우상이 썩은 고긴가?
선우상은 다 좋은데 여자 보는 눈이 저질,
송주 (O.L) 사람 말을 끝까지 좀 들으세요!
지라시 !!!! (한순간에 사치코를 제압한 송주를 하얗게 질려서 보고)
사치코 !!!! (하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떨고) 바,방금 나,나한테 뭐라고,
송주 (말 잘라먹고) 남의 말 잘라먹으면 맛있나요? 근데 안타깝게도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야 그 뜻을 알 수 있답니다. 이 남자 좀 데려가겠어요.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드려요. 그럼. (완을 끌고 나가고)
완 (끌려 나가며) 사마담! 사마담! 이건 제 의지가 아닙니다!
사치코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전화기를 들고는) 마모루!!!
지라시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우다다다 밖으로 나가보는)
S#46 지라시 사무실 앞(낮)
난간에 입을 떡 벌리고 나란히 서서 존경의 눈길로
완을 끌고 가는 송주를 바라보며,
왕골 사치코를 제압했다.
지라시 차송주....이 무서운 여자!!
S#47 해화당 앞+송주의 차 안(낮)
송주의 차가 도착한다. 근덕은 운전석.
차안에 앉아 해화당 서점쪽을 바라보고 있는 송주와 완.
그 시선에 서점 앞에 앉아 (3회에서 완이가 앉아있던 나무 아래 정도)
책을 읽고 있는 수현의 모습. 여경 감시 업무 중.
완 (담담하게 수현을 보는 표정) ....
송주 (수현을 보고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한숨으로 완을 보며) ...
완 (담담하게) 꼭 가야 할 데라는 데가 여기였어?
송주 행동하는 용기만이 상처의 치유책이고, 문제의 해결책이야.
그렇게 말해줬는데도 몰라?
완 (운전석의 근덕에게, 소리치지는 말고) 차 돌려.
송주 (완에게) 내려.
완 (근덕에게) 차 돌려.
송주 (OL) 여경씨 요즘 힘들어. 고문후유증 때문인지 그대 때문인지,
얼굴에서 표정이 완전히 없어졌단 말이야. 차마 볼 용기가 없겠는 건
알겠는데,
완 걸어 갈게. 그럼. (차문을 열고 내리는)
차마 볼 용기가 없어 해화당 쪽을 애써 외면하고 걸어가는 완.
그 기척에 책에서 시선을 떼고 완을 바라보는 수현.
수현 (보며) 생각보다 방문이 늦는데?
걸음 멈추고, 독기 없이 담담하게 수현을 바라보는 완.
어쩔 수 없이 해화당 쪽을 보게 되는 완.
창문 너머로 책상 앞에 표정 없는 얼굴로 앉아있는 여경의 모습.
그 생기 없는 모습에 가슴이 쓰린 완.
S#48 해화당 안 (낮)
마치 정물화처럼 표정 없는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여경.
문득 기척에 천천히 돌아보면 들어서는 완.
여경 .... (그저 담담하게 보는 표정)
표정 없는 여경의 얼굴을 보며 울컥 치솟는 완.
느닷없이 화난 표정으로 여경의 팔을 잡아끌고 나간다.
완이가 끄는 대로 끌려나가는 여경.
S#49 해화당 앞 (낮)
여경을 끌고 나오는 완. 잠복해있던 사복 순사 둘, 완과 여경을
발견하고는 읽던 신문 따위 접어들고 두 사람을 향해 가려는데,
그 앞을 가로막는 수현.
수현 (좀 웃으며) 명예로운 일본경찰이 남녀상열지사에까지 간섭하는 건,
좀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나?
송주 (차에서 내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복1 (난처해서) 그렇지만.....
수현 선우완 기자는 선우관 어르신의 자제분이네. 도주할 이유도 없고,
설사 도주한다 해도 경성 시내 유명인사니 금방 잡아들일 수 있어.
저 두 사람은 내가 책임질 테니 자네들은 가서 점심이나 먹고 오지.
사복들 .....
수현 별 일 없을테니 안심하고 가 봐.
순사 ... (어쩔 수 없이 경례 하고는 돌아서서 가고)
수현 (돌아서는데, 앞에 서있는 송주)
송주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멋지시네요.
수현 (좀 웃는)
송주 저랑 커피 한 잔 같이 하시겠어요?
수현 근무 중입니다.
송주 감시할 대상도 없어진 데다, 마침 점심시간이잖아요.
맨 날 취조실 아니면, 명빈관.... 좀 지겹지 않으세요?
수현 .... (보는데서)
S#50 VIP룸 (낮)
수현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송주.
바에 앉는 두 사람.
송주 제가 추천하고 싶은 칵테일이 있는데, 제 마음대로 주문해도 될까요?
수현 (그러시라고 끄덕)
송주 (바텐더에게) 그때 그걸루 두 잔.
바텐더 칵테일 준비를 위해 아웃되면,
송주 이런 거 꼭 한번 해보구 싶었어요.
접대할 손님이 아닌 그냥 남자랑 둘이 와서 내 취향의 술을 두 잔
주문해보는 거. 기생들은 자기 취향대로 술 못 마시거든요.
수현 (마음이 안 좋은)
송주 어머, 그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볼 거 없어요.
애인 대용으로 쓸 만한 남자는 지천에 널렸으니까.
수현 선택받아 영광이라고 해야겠군요 그럼.
송주 (피식 웃고는, 본론 들어가는) 요즘 연애 시작하셨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수현 그런 소문도 납니까?
송주 기생집은 소문이 빠르답니다.
수현 연애라는 말이 좀 우습군요.
송주 여경씨...어때요?
수현 대답할 의무 있습니까?
송주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동시에) 대답할 의무 있습니까?
수현 (보는)
송주 (웃으며) 네. 의무가 있으세요. 나으리 말 한 마디에 여러 사람의
행동노선이 정해지거든요. 안타깝게 어긋난 작대기도 정리될 수가 있구.
수현 (유치하다는 듯이 웃으며) 사랑의 작대기, 뭐 그런 거 말입니까?
송주 역시 수재라 그런지 이해가 빠르시군요. 그럼 다시 질문 드릴까요? 여경씨,
수현 (OL) 햇병아리처럼 귀엽더군요.
송주 (보고)
수현 여동생처럼 감싸주고 싶고, 힘들어 보이면 도와주고 싶고....
뭐 아직은 그 정돕니다.
송주 ... (마음이 조금 아프지만 애써 웃으며) 저런 여러 청춘들이 울겠네요.
수현 ...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칵테일잔 들어 마시고)
송주 (보며) ...
S#51 경성 거리 일각(낮)
여경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고 오는 완.
완이 여경을 끌고 온 곳은, 1부에서 여경이 완에게 펀치를 날렸던 장소다.
여경 왜 이러세요. 이거 놔주세요.
완 놔줘? 놔줬으면 좋겠어? 그럼 있는 힘껏 뿌리치고 빠져나가 봐!
아니면 주먹이라도 날려보든가!
여경 (본다)
완 여기 기억나?! 독립투사 이름을 팔아 저질책자나 운반한다면서
니가 나한테 주먹을 날렸던 데잖아! 좋은 말로 할 때 꺼지라고
살벌하게 노려보면서. 기억 안나?
여경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서 완을 보는 채로)
완 나, 그때 무지 쪽팔렸다! 난생 처음으로 여자한테 맞아봤거든.
그것도 경성 한복판에서. 그때 너! 목숨은 그런 걸레 따위에
거는 게 아니라고 감히 나한테 설교할 만큼 강단 있었어! 다음!
또 다시 여경의 손을 끌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완.
S#52 경성 거리 일각(낮)
이번에 온 곳은, 2부에서 여경이 완의 정강이를 걷어찼던 장소.
완 여긴 기억나지! 내가 너를 조마자라고 불렀다가 정강이를 걷어 채인
장소! 내 10년 작업 경력이 한큐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진짜!
여경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갑자기 나타나서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완 (상관없이) 하여간 성질은 드러워가지고, 깐깐하고, 폭력적이고, 하지만
그때 너! 너 그때 이 경성 최고의 황태자라 불리는 나를 무릎 꿇게 만들
만큼 강력한 파워가 있었어! 에잇, 쪽팔려. 다음!
여경 (끌려가며 완을 본다)
S#53 경성역 앞(낮)
이번에는, 3부에서 백화점 경품행사로 권투를 했던 장소.
완 여기 기억나지! 니가 고무신 하나에 목숨 걸고 길길이 날 뛰던 장소!
싫다는 사람 억지로 링 위로 밀어 넣고는, 기어이 솥단지 타게 만들었잖아.
고무신 못 탔다고 구박은 또 얼마나 했냐!
여경 ... (생각나며 처음으로 피식 웃는다)
완 (그 반응에 얼굴 환해지며 더욱 열심히 한다) 아, 맞다, 맞다!
우리 처음 만난 데도 여기잖아. 뻐꾸기를 날려보자는 둥, 신발끈을
바싹 묶으라는 둥 하다가 니가 내 가방 들고 튀었잖아.
여경 (생각나서 좀 소리 내서 웃는다)
완 (그제서야 보며)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게 웃어.
여경 (그제서야 완의 의중을 파악하고 본다)
완 패기와 기백하면 조마자! 생기발랄 나여경! 잊었냐 그새? (하고는 다시
손 잡아끌며) 다음! (가려는데)
여경 (완의 팔목을 잡아 제지한다)
완 (멈칫 정지된다)
여경 지옥 같은 그곳에서 빼내주셔서....감사합니다.
완 (울컥하는 마음 숨기고 어색하게) 어어....그거야 뭐...내 덕인가.
부모 잘 만난 덕이지. 많이.... 힘들었지?
여경 (그 말에 울컥해서, 원래 성격 돌아오며)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한번쯤 찾아와서 어디가 아프냐,
얼마나 아프냐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완 (드디어 제자리로 돌아온 여경의 모습이 짠해서, 짐짓 더 장단 맞춰주는)
그렇지. 그래야 사람이지.
여경 얼굴이라도 들여다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도 않습니까?
완 그렇지, 잘한다!
여경 무슨 일로 끌려갔는지, 어떻게 풀려났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습니까?
완 (그 대답은 않고) 그래, 바로 그거야! 너는 이렇게 깐깐하고 당돌한 게
훨씬 매력있다니까!
여경 (대답 않는 완이 원망스러워 노려보고)
완 니가 좋아한다던 그 사람한테도 지금처럼 씩씩하게 다가가!
그럼 틀림없이 니 마음을 받아줄테니까.
여경 ! (그제서야 위장연애 사실이 떠오른다)
완 (일부러 더 쿨한 척 씩씩하게) 염려마! 내가 팍팍 밀어줄께!
그 자식이랑 내가 친구였던 거 알지? 자, 다음!
여경 (그런 완을 보고)
완 (여경의 팔을 잡아끌며 돌아서는 순간 울컥하는 표정)
S#54 깔패디엠 앞(낮)
여경을 끌고 깔패디엠 앞에 와서 멈춰서는 완.
완 여기서 양음료 한 잔 같이 마시려고 했다가 내가 너한테
수모를 당했던 거 기억 나냐?
여경 (피식 웃으며) 기억납니다.
완 아우, 그날 내 머리 완전 박살날 뻔 했잖아.
여경 (이제 거의 예전의 여경을 돌아와 웃는다)
완 그날, 고무신 하나가 세상 전부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이라는 니 말에,
내가 그 아이한테 세상 전부를 주었다는 니 말에, 나 솔직히 쬐끔
감동 받았었다.
여경 (보는)
완 (웃으며) 너를 만날 때마다 본의 아니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됐지만, 살아 있는 것 같았어.
여경 ... (마치 일종의 고백처럼 느껴져 바라보면)
완 넌 그런 애였어. 뼛속 깊숙이 룸펜인 나에게 니가 살아가는 세상을
전염시킬 만큼 생명력이 펄펄 끓어 넘치는 애였다구.
여경 ...
완 비록...실은 천둥도 무서워하고...경찰도 무서워하고...취조도 무서워하고...
(하다가 차마 고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하고) 그렇겠지만, 두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밝게 승화시킬 줄 알았어. 그래서, 마지막 장소는 여기야. 개필파티장.
여경 여기는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완 바로 그거야! 담력 훈련을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장소란 거지.
여경 당신은 내 기분이 어떤지 몰라요.
완 (OL) 알아 나두. 그 날은 나한테두 상처고, 공포였으니까.
여경 (보는)
완 그러니까 함께 그 공포를 극복해보자. (하며 손을 잡아끈다)
S#55 VIP룸(낮)-미완
계단을 내려오는 여경과 완인데
먼저 와서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송주와 수현 커플을 보고 멈칫 선다.
역시 여경과 완을 보고 놀라는 수현과 송주.
여경 ! (수현을 보는 위로 떠오르는)
근덕 (E) 위장 연애 비법 셋, 위장 연애 사전에 중도포기란 말은 없음을
명심하십시오.
여경 (순간 반사적으로 완의 손을 놓는다)
완 (순간 약간의 충격을 받지만, 애써 담담하게 반응한다)
수현 두 사람, 아직 해화당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잠복순사들이 도주한줄 알고 난리가 났겠군요.
여경 죄송합니다. 곧 돌아가도록,
수현 (일어나려며) 저와 함께 가시죠. 혼자 가시면 또 의심을 받으실테니까.
송주 (그런 수현을 본다)
완 (여경을 데리고 나가려는 수현 앞을 막듯이 서며, 독기 없이 친절하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데, 모인 김에 만남주나 한잔 씩 하고 가죠.
수현 (피식 웃는다) 만남주라....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군요.
만날 때 마다 서로 발톱 세우는 일도 지겹기도 하고.
송주 (바텐더에게 신호 보내면, 알아듣고 고개끄덕이며 가는 바텐더)
완 (송주 옆에 앉으며) 어떻게 여기 올 생각을 했어? 우연이야?
여경 (완을 본다)
송주 (사심 없이 웃으며) 영혼이 통했나부지. 그대야 말로 여긴 무슨 일?
수현 (친밀해보이는 두 사람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 ...
완 이번 사건 후유증이 둘 다 너무 큰 것 같아서 담력훈련 차원에서
방문한 건데, 상황 참 재밌게 됐네. 시체랑 총만 없다뿐이지
꼭 현장 검증을 위한 상황 재연 같은데?
송주 자, 어제의 용사들이 다 모였으니 이제부터 만나면 서로 인사나 하고
지내도록 할까요? (여경에게) 여경씨도 앉아요 얼른.
여경 (비어있는 수현의 옆자리에 앉는)
완 .... (그런 여경을 보는)
여경 .... (송주를 보는)
송주 .... (수현을 보는)
수현 .... (완을 보는)
함께 앉긴 앉았는데 어긋난 사랑의 작대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꺼내야 될 지 몰라 침묵만 지키는 네 사람.
어느순간 웃음이 터지는 송주. 그런 송주를 바라보는 세사람.
송주 이렇게 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할 말이 없다니.
너무 재밌지 않아요? 아마도 조선땅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죠?
하고는 또 웃는 송주. 말없이 앉아있는 세사람.
S#56 깔패디엠 앞 거리(밤)
깔패디엠에서 나오는 네 사람.
수현 (먼저 걸음을 멈추고) 오늘 즐거웠습니다.
완 (불쑥) 앞으로 사석에선 말 놓자. 말끝마다 습니다, 습니까. 닭살 돋아.
수현 (웃고는) 나여경씨는 내가 해화당까지 바래다 드릴테니,
완 내가 차송주씨를 명빈관까지 모셔다 드리지.
수현 아 두 사람, 명빈관에서 함께 산다고 했지 참.
완 자 그럼, 파트너 체인지를 할까? (하며 송주를 팔을 가볍게 끌어다가
사심 없이 자신의 옆에 세운다)
수현 (여경의 옆으로 와서 서며) 앞으로 아무 말 없이 감시의 눈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위험하니까.
여경 죄송합니다.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송,완 (그런 두 사람을 보며) .....
수,여 (완과 송주를 보며) ...
완 자 그럼... 또 보자.
각자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파트너 체인지해서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지는 네 사람...
S#57 경성거리 일각 (밤)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송주와 완.
송주 작전 바꿨어? 독기 하나 없이 굉장히 쿨하던데?
완 그래보였으면 성공이고.
송주 무슨 작전이야? 질투 유발?
완 아니. 그냥 좋은 사람이 돼주기로 했어. 친구 같고, 오라버니 같고,
선배 같고...그렇게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
송주 사랑이 안 되면, 그렇게라도 옆에 있고 싶으시다?
완 (짐짓 장난처럼) 너무 비굴하냐?
송주 결국 포기한다는 소리 아니야?
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죽는 날 까지 지켜보겠다는 말인데?
송주 어머나 무서워라. 포기보다 더 무섭네.
완 너는 또 그 자식이랑은 무슨 사이냐? 그냥 명빈관 손님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송주 (불쑥)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완 분명히 말했다. 지라시는 안 된다고.
송주 그 변절자가 바로 저 사람이야.
완 ! (순간 보는)
송주 평생 만나고 싶던 사람을 만났는데 개차반이 됐더라고 말했었지?
그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야.
완 (기가 막히는) 그러니까 뭐야, 너의 그 사람이 나의 그놈과 동일인물이다?
꼬여도 어떻게 이렇게 꼬이냐?
송주 아아. 아무 남자나 잡아서 콱 연애나 해버릴까?
완 나는 어때.
송주 별 감흥이 없는데?
완 선우 완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냐? 저 자식만 등장했다 하면
무조건 판정패네. 어떻게 된 게 두 여자 다 이수현이야.
송주 두 남자 다 나여경이고.
완 우리 둘이 뭉쳐서 패자부활전 한 판 뜨까?
송주 (웃는)
완 (웃어버리는)
S#58 경성 거리 일각 (밤)
말없이 어색한 가운데 걷고 있는 수현과 여경.
그 침묵을 깨듯
수현 그새 표정이 많이 밝아지셨네요.
만나야 될 사람을 만난 덕분인가요?
여경 (그 대답은 않고)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선우완 기자님이랑은 무슨 사연이 있는 거예요?
수현 네?
여경 오늘은 아니었지만, 왜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수현 그 대답은,
여경 나중에 더 친해지면 말씀해주실 건가요?
수현 (쓰게 피식) 친해져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여경 정말 그 사람 첫사랑을 뺏었나요?
수현 글쎄요...오히려 첫사랑을 뺏긴 건 제 쪽인 것 같은데요.
여경 ? (보고)
수현 (걸으며 피식 쓴웃음) ....
S#59 해화당 앞(밤)
걸어와 서점 앞에 멈춰서는 수현과 여경.
수현, 잠복해있는 순사들에게 눈인사 보내고.
여경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현 들어가서 쉬어요. 몸조리 잘 하구. (돌아서고)
여경 ... (보다가 돌아서는)
그대로 몇발자국 걸어가다가 어떤 느낌에 걸음을 우뚝 멈추는 수현.
잽싸게 뒤를 확 돌아보는. 순간 벽 뒤로 얼른 숨어드는 그림자 하나!
잠복순사1 역시 기척에 벽 쪽을 돌아보는.
순간 그림자를 향해 달려가는 수현.
(*잠복순사가 먼저 봤기에 수현은 어쩔 수 없이 추적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수현 (순사들을 향해 소리치는) 강인호다! 쫓아! (달리고)
순사들 !!! (수현을 향해 함께 뛰기 시작하고)
여경 !!! (놀라서 보고)
S#60 경성거리 일각 (밤)
달아나는 인호. 그 뒤를 쫓는 수현과 순사들.
추격과 추격을 거듭한다. 결국 골목을 꺾어서 달려가는 인호.
막다른 골목이다. 헉! 놀라서 뒤돌아서면,
이미 골목 입구를 장악하고 서서 총을 겨누고 있는 수현과 순사들.
인호 ! (공포에 질리는)
수현 ... (담담하게 보며) 강인호! 민환식 살인사건의 주요 참고인 및 용의자로
체포한다!
인호 (포기하고 천천히 두 손을 드는데서)
S#61 명빈관 외경 (아침)
S#62 송주의 방 (아침)
송주 (놀라서) 뭐, 인호가 잡혀?
근덕 (끄덕이고) 아마 나선생이 걱정돼서 만나러 왔다가 체포된 모양이야.
송주 자수한다고 할 때부터 불안하더니 결국 일을 쳤군, 그 꼬마.
나 선생은 아직 모르지? (알게 하지 말라고)
근덕 나선생이 알려준 정보야. 영랑이를 통해서 암호편지를 보내왔더군.
송주 나선생이 어떻게 알구.
근덕 나선생이 보는 앞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는군. 이수현이 체포한 모양이야.
송주 이수현이? (알다가도 모르겠고) 어쨌든 그 꼬마 무사하지는 못하겠군.
나선생도 그 꼴이 돼서 나왔는데.
근덕 나선생 일로 동지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어. 이참에 구속된 동지들을
구하자는 데 뜻을 모았어.
송주 (솔깃해서 보면)
근덕 오늘 모임이 있어. 종로경찰서 투척 거사를 모의할꺼야.
송주 ! (보는데서)
S#63 종로경찰서 외경 (아침)
S#64 종로서 취조실 (아침)
한쪽 책상에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인호인데, 경찰서로 막 들어서는
강구, 인호를 보고는 당장 다가가 멱살을 쥐며 협박한다.
강구 (비열하게 웃으며) 여태까지 쥐새끼처럼 잘도 숨어다니더니
이제야 꼬투리가 잡혔군 그래. 나선생 얘기 들었지?
좋은 말로 할 때 입을 여는 게 좋을꺼야.
인호 (겁에 질리지만 노려보고)
수현 (들어오며) 그만 두지 못하겠나! (강구를 인호에게서 떼어놓으며)
1차 취조는 이미 내가 마쳤네. 자넨 이 일에서 빠져!
강구 (비식 웃고) 나으리의 방식으로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수현 자네 방식도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더군.
강구 (노려보는데)
코우지 (문을 열고 험악한 표정으로) 자네 두 사람, 잠깐 나와!
수,강 (움직이고)
인호 (공포감으로 취조실을 둘러보는 표정)
S#65 종로서 일각 (아침)
코우지 (서류로 책상 위를 탕! 내려치며) 용의자 앞에서 뭐하는
짓인가, 도대체!
강구 죄송합니다.
코우지 이수현. 취조는 이강구 순사부장에 맡겨두고 자네는 빠져!
수현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코우지 (날카롭게 보며) 뭐야?
수현 저도 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하는 일 없이 놀고만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강인호건은 제가 맡습니다. 이미 보안과장님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코우지 지 밥그릇 하나는 잘 챙기는군. (살벌하게 보며) 어리다고 대충 봐줬다간
내가 가만있지 않을테니 각오해두는게 좋아.
수현 걱정 마십시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코우지 좋은 생각?
강구 ? (보는데서)
S#66 종로경찰서(아침)
여전히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취조실 안을 눈으로 살피고 있는 인호.
문 열리고 들어서는 수현. 인호의 앞자리에 와서 앉는 수현.
수현 강인호.
인호 네. (불안한 눈빛으로 수현을 봤다가 얼른 시선 피하는)
수현 (담담한 어조로) 북간도에 여동생이 있지.
인호 ! (순간 번뜩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S#67 해화당(낮)
한쪽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는 영랑.
좀 떨어진 곳에서 과자 상자 속의 서신을 꺼내 읽고 있는 여경.
근덕 (E) 곧 포획된 어린 고래를 바다로 놓아주겠으니 너무 걱정마십시오.
여경, 서신을 접으며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고...
나가자니, 창밖으로 보이는 군데군데 잠복한 경찰들이 장애물이다.
고민하는 여경. 순간 영랑을 보고는 뭔가를 퍼뜩 떠올리는 여경.
여경 저기, 영랑씨.....
영랑 네?
여경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영랑 ? (보는 표정에서)
S#68 명빈관 마당 (낮)
늦은 출근을 위해 방에서 나오는 완.
송주의 방에서 함께 나오는 송주와 근덕을 보고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멈춰 선다.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대문 쪽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 그 모습을 심상찮게 바라보는 완의
모습 위로,
송주 (E) 차라리 아무하고나 연애해 버릴까?
완 !!! (순간 심장 덜컹해서) 어이. 거기 둘!
움직이다가 완의 소리에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송주와 근덕.
사안이 사안인지라 약간은 경계하는 눈빛의 두 사람.
완 (슬렁슬렁 다가오며) 니네 둘이 요즘 수상해.
왜 자꾸 저 방에서 같이 나오는 건데.
근덕 (얼른) 왜, 왜 나오긴요. 송주 스케줄 문제 때문에 그러는 거지.
완 (그래도 수상해서 두 사람을 살피는데)
송주 (그 눈빛 완전 무시하며) 할 일 없으면 들어가 잠이나 자.
이때, 영랑의 한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서는 여경.
여경 송주씨.
송주 ! (보고)
완 ! (영랑이 한복차림의 여경을 보며)
여경 ! (그 눈빛 피하며) 저....영랑이 공부 문제로 상의를 좀.....
송주 아, 그래요? 어쩌나. 마침 나가려던 참인데. 그럼 차타고 가면서 얘기할까요?
해화당 앞에 세워 줄께요. (하며 근덕과 여경을 데리고 나가는)
뭔가 수상해서 세 사람을 보다가, 어느 순간 뒤 따라 나가는 완.
S#69 명빈관 앞 (낮)
문 앞에 세워져있는 송주의 차에 오르는 근덕, 송주, 여경.
그들의 차가 떠나고 나면 잠시 그대로 있다가, 얼른 자신의 차로
뛰어가는 완.
S#70 달리는 근덕의 차 안
근덕 운전하고 있고, 보조석에 여경, 뒷좌석에 송주.
송주 미안해요. 여경씨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비밀로 해두기로 했거든요.
여경 알아요. 하지만 제가 당장 행동은 못해두, 상황은 알아두구 싶어요.
근덕 저기,
송주 뭐야.
근덕 미행이 붙었는데.
송주 알아. (에서)
여경 ? (돌아보는 표정에서)
S#71 달리는 완의 차 안 (낮)
저만치 근덕의 차가 서는 것을 보는 완.
괜히 저 혼자 머리를 낮추고는 운전대에 바짝 붙어 그쪽으로 차를 몰아가는.
S#72 애물단 아지트 앞 (낮)
근덕의 차 옆에 차를 세우는 완.
차에서 내려 괜히 주변을 한 번 살펴보고는 조심스럽게
아지트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S#73 애물단 아지트 안 (낮)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는 완.
무심히 둘러보다가 창고 안에 있는 장총들을 보며 머리카락이 쭈삣 서는.
들어와서는 안 될 곳을 들어왔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완, 서둘러
문을 향해 돌아서는데, 머리에 서늘하게 와 닿는 총구!
완, 양손을 들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송주, 근덕, 여경!
완 뭐....뭐야 니들. 자...장난이 심하잖아!
송주 (오묘한 미소로) 애물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완 !!! (놀라는 표정에서)
- <경성 스캔들> 9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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