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 13
<경성스캔들> 13부 - 형 대신... 제가 함께 합니다.
S#1 명빈관 앞 (12부 80씬 편집 /밤)
완 너는 그 자식이 어떤 놈인지 몰라! 그 자식이랑 내가, 어떤 악연으로
묶여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구! 같잖은 설교 같은 거 할꺼면,
여경 (OL) (담담하게) 형을 밀고해서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죠.
완 ! (멈칫 본다)
여경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죽을 만큼 힘든 일이라는 거, 나도 압니다!
그런 배신, 그런 변절, 나도 겪어봤으니까요.
완 (보면)
여경 한동네에서 오누이처럼 함께 자랐던 오라버니가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는
악질 순사가 되었을 때,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 역시 아직까지도 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완 그래서? 날더러 어쩌라는 거야?
S#2 명빈관 마당 (밤)
언제 부터인지 명빈관 마당에 나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송주!
송주 (여경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구나... 이제 막 진실을 접하게 될 완이
많이 아프겠구나...혼란스럽겠구나... 하는 심정으로 듣고 있는 위로)
여경 (E)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데, 용서하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될 진실이 있습니다.
S#3 명빈관 앞 (12부 80씬 편집 /밤)
완 (뭔가 이상해서) 진실? 무슨 진실?
여경 진실을 안후에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면, 그런대로 살아가세요.
대신 다시는 괴로워하지도 아파하지도, 자신을 포기하지도 말고
살아가세요.
완 내가 알아야 될 진실이 뭐냐구 묻잖아!!! (소리치는데서)
S#4 수현의 하숙방 (밤)
책상 앞. 스탠드 불빛 아래 앉아 서류를 넘겨보고 있는 수현.
만년필로 체크해가며 열심인데,
어린민 (E) 수현아.
수현 ...! (멈칫 정지된다)
어린민 (E) 이수현.
수현 (천천히....뒤를 돌아보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미안하고 또 미안한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어린 민.
어린민 미안하다. (아픈 미소) 너 혼자 살아남게 해서.
수현 .... (울컥 눈가가 붉어지는 데서)
S#5 경성 거리 일각 (밤)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완.
그 뒤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는 여경.
여경 (완의 모습이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여 걱정스러운, 잡으며) 잠깐만요.
완 (그 손 뿌리치며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수현에 대한 연민과 자신에 대한 분노입니다)
여경 (따르며) 자책하지 마세요. 모르고 있었던 건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요.
마음을 좀 가라앉힌 후에 가세요. 지금 가면,
완 (상관없이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가는)
여경 (결국은 포기하고 멈춰 서서 그런 완을 아프게 바라보고)
완 (어느 순간 울컥하는 심정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수현 (E) 가끔은....
S#6 선 술 집 (8부 43씬의)
수현 나도 니가 그리웠다....
완 (보며) ....
수현 (표정을 알 수 없게 이마의 손을 치우지 않으며)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십년 전 그때로 다시 돌려놓고 싶어....
완 (뭔가 아픔이 있구나 싶어서 보며) ...
수현 (떨치듯 얼굴에서 손을 치우고 몸을 일으키며) 아아, 미치겠다. 술이 안 취해.
미치게 취하고 싶은데 죽어도 안 취하네....
S#7 경성 거리 일각 (밤)
미친 듯이,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 완.
이미 울컥 눈물이 고이고 있지만 고집스럽게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낸다.
S#8 수현의 하숙방 (밤)
울컥 붉어진 눈으로 어린 민을 바라보고 있는 수현.
탕탕탕! 누군가 하숙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수현. 다시 수현이 민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어린민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탕탕탕!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
S#9 수현의 하숙집 앞 (12부 엔딩/ 밤)
수현이 대문을 열고 나온다.
대문 앞에 완이 살벌한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서있다.
수현 (비식 웃으며) 오늘은 또 뭐야? 주먹인가? 멱살인가? 폭언인가?
완 (살벌하게 노려보기만)
수현 뭐든 짧게 하고 가주지. 하던 일이 있어서, (하다가 멈칫 보면)
완 (살벌한 눈가가 서서히 붉어지고 있다) 왜 그랬어.
수현 (보며)
완 (터지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왜!!!
수현 (완이가 모든 진실을 알고 왔음을 알고 멍해지고)
완 (그런 수현을 바라보며 눈물이 쏟아진다)
타이틀 <경성스캔들> 13부
S#10 어느 밀실 (밤)
어린 민과 어린 수현, 창석(*민의 유골함을 들고 왔던 친구)을
비롯한 일본 유학생 조직원들이 모여 은밀히 거사모의를 하고 있다.
그 모습 위로, 학생조직원들의 수장격인 최고참 선배의 목소리,
선배 (E) 이번 폭탄 투척의 대상은, 새로이 조선에 부임하게 될 총독이다.
S#11 일본 거리 (기촬영씬/밤)
긴장된 표정으로 히비야 공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민.
선배 (E)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이인 일조로 움직여 거사장소로 이동한다.
긴장된 눈빛으로 슬쩍 뒤를 살피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민의 뒤를 따라붙고 있는 수현의 모습.
표시 안 나게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이때 잠복해 있다가 민이 앞에 나타나는 일본 경찰들!
한 순간 흠칫하는 민. 그러나 이내 매서운 눈빛으로 일경들을 향해,
(*이하 모든 대사는 일본어로)
민 무슨 일입니까!
일경 선우 민. 너희들의 테러 계획은 이미 무산되었다.
(일경들을 향해) 체포해!
민을 체포하던 일경들의 시선이 멈칫한다.
어떤 불길한 느낌에 일경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는 민.
그 곳에 공포와 충격으로 멍...하니 얼어붙어있는 어린 수현의 모습!
낭패다...! 눈을 질끈 감는 민.
일경 저 놈도 한 패다. 잡아들여!!!
몇몇 일경들 수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민 (끌려가면서 수현에게 눈짓으로 도망가라고)
민 (E) 달아나. 가서 동지들에게 위험을 알려.
수현 (얼어붙은 채로 서서 갈등으로 눈빛이 흔들리는)
수현 (E) 혀...형은. 형을 놔두고 나 혼자 도망갈 순 없어.
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결심한 듯 자신을 붙잡고 있는 일경들을
뿌리치고 품 안에서 총을 꺼내 수현을 향해 조준한다.
일경들 일제히 민을 향해 총을 조준한다.
민 (수현을 향해 소리치는) 이 더러운 밀고자! 민족의 배신자!
-하는 순간 탕! 소리와 함께 민을 향해 발포되는 일본 경찰의 총성!
-활처럼 뒤로 휘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피투성이의 민!
-충격과 공포로 피투성이가 된 민을 바라보는 수현.
-고통스러운 호흡으로 수현을 바라보는 민....
민 (E) 살아...너는 살아서...
-탕! 다시 한 번 민을 향해 발사되는 총성!
-숨이 끊어지는 순간의 민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수현.
-이제 일제히 수현을 향해 조준되는 일경의 총.
민 (E) 후배들에게 해방된 조선을 보여줘. 조국을 위해 살아줘....
수현 (*일본어) (민을 바라보는 채로 멍...하니) 처...천황폐하 만세...
일경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수현 (*일본어) (눈가 붉어져서) 황국신민 만세....
일경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는)
수현 (붉어진 눈으로 일경들을 향해 만세를 부르며) 천황폐하 만세!
황국신민 만세! 내선 일체 만세!!!! (울부짖는데서)
창석 (E) 맞아. 나야, 내가 밀고 했어.
S#12 후미진 골목 일각 (밤)
수현에게 애원에 가까운 사정을 하고 있는 창석.
창석 고문을 견딜 수가 없었어. 그들이 시키는 대로 프락치가 될 수밖에 없었어.
수현 (충격과 배신감으로 멍하니 창석을 보는 표정)
창석 (수현이 반응이 없자, 더욱 간절하게) 민이가 너를 밀고자로 만들어
살려냈다는 소식 들었어. 그 말 듣자마자 내가 일본 경찰들한테 달려가서,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해줬어.
수현 (배신감에 눈물 차오르는 모습 위로)
창석 니가 증거를 잡기 위해 민이를 미행하던 중이라고 말해줬어.
그래서 니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니까 눈 감아 줘. 응?
수현아. 제발.
수현 (눈물 가득 찬 얼굴로 창석을 멍하니 바라보는 표정 위로)
유학생1 (E) 창석이 이 자식. 민이 유골함을 들고 귀국해서는 잠적해버렸어.
S#13 어느 밀실 (밤)
유학생1 고향에도 니가 밀고자라는 소문을 내고 다닌 모양이야.
수현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으로 멍...하니)
선배 .... (보다가) 이수현.
수현 (천천히 보는)
선배 (안타까운 마음 숨기고) 상부에서 지령이 내려왔어.
S#14 야외 일각 (낮)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수현.
선배 (E) 이 상황을 역 이용하자. 너는 이대로 동지를 팔아넘긴 밀고자가
되고, 일제에 협력하는 친일파로 위장하는 거야.
어느 순간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수현.
선배 (E) 너는 유학을 마치고 고등문관시험을 준비해. 그리고....총독부에
들어가는 거야. 그 곳에 가서 뭘 해야 될지는 알고 있겠지.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듯이 달리기 시작하는 수현.
선배 (E) 원래는 민이가 하려고 했던 일이야. 죽은 민이를 대신해서....
니가 해줬으면 한다.
슬픔과 아픔에서 벗어나려는 듯 사력을 다해 달리고 있는 수현.
달리고 있는 수현, 어느새 성인 수현으로 변한다.
완 (성인 완의 목소리)(E) 왜 그랬어.
수현, 우뚝 멈춘다. 뒤를 확 돌아보는 수현.
그 곳에 완 연민과 분노로 수현을 노려보며 서있다.
완 (터지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S#15 야외 일각 (현재/ 밤)
완의 주먹을 맞고 바닥에 퍽 쓰러지는 수현!
이미 여러 번 맞았는지 수현의 얼굴엔 상처.
완 (연민과 자신에 대한 분노로) 니가 뭐라고 대답하든, 무조건 믿는다고 했잖아!
설령 그게 거짓말이라고 해도 무조건 믿어주겠다고 했잖아!
수현 (쓰러진 채로)
완 (수현의 멱살 와락 움켜쥐며 일으켜 세워서)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으면
거짓말이라도 했어야지! (눈물 왈칵 고이며) 위장을 할꺼면, 나한테만은
말해줬어야지!!!
수현 (완을 보며 아프게 웃으며) 그럼, 뭐가 달라지는데.
완 (보고)
수현 죽은 민이 형이 살아 돌아오나? 내가 위장을 벗고 살아갈 수 있게 되나?
완 적어도 너 혼자 십자가를 짊어지진 않아도 됐잖아.
수현 내 몫의 죄값을 너랑 나눠지자고?
완 그게 왜 니 죄값이야!
수현 살아있는 사람들은 너나 나나 유죄라며.
완 (심장이 무너지고)
수현 너한테 진실을 털어놓으면 간신히 지탱해온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았다.
자기연민에 빠져... 위장이고 뭐구 다 벗어던지고 싶어질 거 같았어.
완 (울컥하는 심정 누르며)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엉뚱한 데 화풀이하면서
사는 나를 보면서 재밌었냐? 그 동안 즐거웠어?
수현 어짜피 똑같은 유죄라면, 너는 편하게 살기를 바랬다. 니 양심이 허락하는,
니 능력이 허락 되는, 다른 길을 걷기를 바랬어.
완 (심장이 찢어진다) 그럼 너는. (또 다시 왈칵 눈물 고이며) 나는 이렇게
막 살아간다고 치고 너는! 너는 이 자식아!!
수현 살아가야겠지.
완 (멈칫 보고)
수현 (눈가 붉어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겠지.
완 (가슴이 무너지고)
수현 너 모르지. 나.... 무서웠다. 도망가고 싶었어. 형이 나를 향해 총을 뽑아
들었을 때, 형이 나를 향해 도망가라고 눈으로 외쳤을 때, 아...어쩌면 살 수도
있겠구나. 비겁하게 안도했었어. (담담한 눈가에 눈물 고이며) 살아가면서....
그 목숨값을 치를 생각이다.
완 (울컥하지만) 언제까지.
수현 (보고)
완 (터지며) 도대체 언제까지!!!
수현 조국이 해방될 때까지.
완 ! (보고)
수현 (붉어진 눈으로 좀 웃으며) 그래서 내가 해방될 때까지.
완 (고인 눈물이 주루룩)
S#16 명빈관 마당 (밤)
여경, 파라솔 의자에 앉아 완을 기다리고 있다.
문득 그 앞에 찻잔이 한 잔 놓인다.
여경, 올려다보면 송주가 서있다.
송주 마시면서 기다려요.
여경 고맙습니다.
송주 (맞은편에 앉으며) 다 알고....있었군요.
여경 죄송합니다. 맘대루 엿들어서.
송주 괜찮아요. 나도 방금 두 사람 대화를 엿들었으니까.
여경 엿듣지 않으면.... 말 할 수 없는 얘기가 너무 많군요 우린.
송주 이강구와 한동네서 오누이처럼 자랐는지 몰랐어요.
여경 나으리와 송주씨가 그런 사인 줄은 몰랐어요.
송주 (좀 웃으며) 우리가 어떤 사인데요?
여경 (조심스럽게) 서로...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아닌가요?
송주 (그 대답은 않고, 좀 서글프게 웃으며) 참 우습네. 진짜 적은 따로 있는데,
왜 조선인들끼리 적이 되고,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돼야 하는 거지....
(쓰게 피식) 화투판이라면 뒤집어엎고 다시 패를 돌리고 싶은 심정이야.
여경 (좀 웃어주며) ...
S#17 야외 일각 (밤)
나란히 앉아있는 완과 수현.
(*수현은 얼굴에 완에게 맞은 상처)
수현 창석이 형....찾아가 봤냐?
완 음.
수현 뭐래.
완 뭐랄 정신이 아니었어.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수현 ....! (본다)
완 정신이....오락가락하드라. 연구원이 아니라 병원에서 요양 중이었어.
수현 (가슴이 미어진다) 고문 후유증도 있고...평생을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소리....듣긴 했다.
완 ....
수현 민이형 유골함 들고 귀국해서 잠적했다가 오년훈가... 일본에서 다시
공부 시작했다길래, 그런 대루 잘 살아가는구나 싶었는데....
결국은 그렇게 되는군.
완 나를 창석이형한테 보낸 이유....있지?
수현 형이... 먼저 말해줬으면 했다. 내가 아니라 형이, 너한테 말해주기를 바랬어.
완 늘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던 형이었는데....
수현 (피식) 우스개 소리도 잘하고....
완 머리도 비상하고....
수현 아까운 청춘이 또 하나....그렇게 시들어 버리는구나.
완 (서글퍼지는)
S#18 해화당 (밤)
완이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운 여경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는 여경. 해화당 앞 나무 아래 완이 앉아있다.
기척을 느낀 완이 여경을 바라본다.
여경 ... (완을 바라보며 위로해주듯이 미소지어준다)
완 ... (여경을 바라보며 고맙다는 듯이 미소 짓는다)
S#19 송주의 방 (밤)
서안 앞에 앉아있는 송주. 건성으로 책을 넘기고 있다가 문득 벽시계를 보는.
12시가 넘은. 귀가가 늦어지는 완이 걱정스러운 송주. 귀가한 완에게
수현과 어땠는지 물어볼 생각이었으므로 더욱 귀가가 기다려지는.
결국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송주.
S#20 명빈관 마당 + 완의 방문 앞 (밤)
완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완의 방으로 향하려던 송주, 멈칫 서는.
언제 왔는지 마루에 앉아있는 수현의 뒷모습에 심장이 내려앉는.
수현 (뒷모습인 채로) 고맙습니다.
송주 (보며) ....
수현 덕분에 잃어버렸던 친구 한 명을 되찾았습니다.
송주 번지수를 잘못 찾아오셨네요. 완이에게 말한 건 제가 아니라 나여경씨,
수현 (OL) 그 날...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송주 ...! (보며)
수현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동지가 아니었다면 말할 수
없었을 겁니다.
송주 ...
수현 살아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아, 내 동지가 돼 주어서
감사합니다.
송주 얼굴 좀....보고 얘기하면 안 되나요?
수현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송주를 보는)
송주 (얼굴의 상처를 보고 놀라는)
수현 (그 시선에, 멋쩍게 상처를 만지며 좀 웃는) 완이 작품입니다.
S#21 송주의 방 (밤)
앉아있는 수현이고, 송주 상처 소독할 준비하고 있는.
수현 몇 번을 말씀드리지만, 괜찮습니다.
송주 제가 안 괜찮아 그래요. (수현 얼굴에 소독 시작하는)
수현 (그 손길에 약간 흠칫하는 느낌)
송주 (소독하며) 객원 조직원 주제에 감히 수장 얼굴을 이따위로 만들다니,
데려다 교육 좀 시켜야겠네. (말투는 가벼운 농담, 진심 섞인)
수현 (송주의 손길 느끼며) ....
송주 (소독해주며) 때리려거든 반지나 빼구 때리지.
뒷골목 어깨들처럼 비겁하게.
수현 (얼굴 가까이 와있는 송주를 보며)
송주 (소독하다가 느끼고 보며)
잠시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는 두 사람.
감정 복잡해지려는 순간, 송주의 손을 꽉 움켜잡아 떼내는 수현.
수현을 보는 송주.
수현 (잡은 손을 가만히 내려놓고는) 치료....감사합니다. (일어나 나가는)
송주 ...
S#22 명빈관 마당 (밤)
방에서 나와 걸으며 감정 다스리는 수현.
그러다 멈추고 송주의 방 쪽을 돌아보는 표정.
S#23 송주의 방 (밤)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는 송주.
마음이 아픈.
S#24 해화당 앞 (밤)
나무 아래 자리에 앉아있는 완이고,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완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경.
수현을 만나고 온 완의 기분이 어떨지를 알기에, 부러 더 밝고
명랑하게 이야기 하는 여경.
여경 그래서, 화해는 하셨습니까?
완 애들도 아니고 화해는 무슨. (그러면서 쑥스러워 조금 웃는)
여경 마음이 어떻습니까? 좀 편해지셨습니까?
완 (끄덕이는)
여경 (너무 좋아하며) 정말 잘됐습니다. 마음이 편하다는 건, 나으리하고도,
당신 자신하고도 화해가 됐다는 말이니까요.
완 (그런 여경이 고마워서 웃는)
여경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문제는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정면 돌파하는 거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완 (미소로 보기만)
여경 미안합니다. 상처가 있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그렇게 아파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 동안 참 많이 힘들었을 텐데...잘 견디셨습니다.
완 ... (보다가, 일어나며) 아무래도 널 만난 건 행운이었던 거 같다.
여경 (따라 일어나며 보는)
완 (보며) 너를 만나고부터 내가, 내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거든.
여경 (좋아서 미소 생기는)
완 내가 모든 일에 한 발만 담그고 있는 객원 인생이라구 했지?
남자라면 걸레 따위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좀 더 근사한 데 목숨을
걸라고 했지? 목숨을 한 번 걸어볼 생각이야. 유일하게 두 발 모두
담그고 싶은 사람과 일이 생겼거든.
여경 (좀 걱정스러워져서) 목숨 걸 각오로 임하는 건 좋은데, 죽지는 마십시오.
완 (어이없어 웃는다)
여경 (진지하다) 농담이 아닙니다. 이 일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또,
완 (OL) 안 죽어.
여경 (본다)
완 염려 마. 나는 형처럼 어이 없이 안 죽어. 너두 맘대루 죽게 안 만들어 내가.
그러니까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 지겨운 이놈의 땅, 해방되는 거 까지
보고 죽자.
그제 서야 다시 미소가 생기는 여경.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25 수현의 하숙집 앞 (아침)
출근을 위해 하숙집의 대문을 열고 나오는 수현.
멈칫 선다. 한쪽에 완이의 차가 서있고, 그 차에 기대서서
수현을 기다리고 있는 완.
완 (시선 느끼고 돌아보고는, 장난스럽게 피식) 잘 잤나. 친구.
수현 (친구라는 말이 싫지 않아 어색하게 피식)
완 (차문을 열며) 타.
수현 (좀 웃으며) 뭐 하는 짓이냐. 닭살 돋게.
완 괴롭겠지만, 고해성사 한 번 더해야겠다.
수현 ? (보는)
완 (짐짓 가볍게) 노인네가 죽어도 내 말은 안 듣잖아.
니 입으로 직접 듣겠대.
수현 (괴롭고)
완 출근하기 전에 잠깐 들렸다 가. 그 정도 끗발은 있지?
수현 (마음 무거워지는) ....
S#26 선우관의 집 외경(아침)
S#27 선우관의 거실 (아침)
수현과 함께 현관으로 들어서는 완.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선우관과 허영화.
허영화 (예전의 과거 따윈 아랑곳없이, 수현이 총독부 관리라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아우, 어서 와 어서 와! (감탄) 세상에, 자리가 사람 만든다더니
너무 멋있어졌다아. (하다가) 어머, 총독부 나으리한테 내가 결례를 한 건가?
옛정을 생각해서 용서해주세요 나으리? (웃고)
수현 ... (선우관에게 깊게 목례를 하는) 그 동안... (울컥 목이 메지만)
잘 지내셨습니까, 어르신.
선우관 (연민과 미안함에 울컥 눈가 붉어지며) 못난 놈.....
수현 (숙였던 고개 차마 들지 못하고 서서) ....
허영화 어머, 이이는. 총독부관리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부는 하고 있지만
짐짓 강조하듯이) 수현이가 아직도 소작농 아들루 보이세요? 이젠 대일본제국
의 관리예요 관리. 말씀 조심하셔야죠오.
선우관 당신은 다과상이나 만들어주구, 잠깐 외출 좀 하구 와.
허영화 아우, 알았어요 알았어. 안 그래도 그럴 참이예요.
(수현에게) 그럼 천천히 놀다가세요 나으리? (하며 주방으로)
서로를 연민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세사람.
S#28 선우관의 주방 (아침)
안으로 들어오는 허영화.
허영화 (심사가 뒤틀린) 개천에서 용났네 진짜. 소작농 아들도 총독부 관리를
해먹는 판에, 완이 저건 다 차려진 밥상두 마다하구 기생집이나 전전하구
있으니, (못 마땅해서 찻잔 꺼내 놓는 손길이 거칠고) 아으, 짜증나 진짜!
(완이 있는 거실쪽을 째려보며) 천하에 상등신.
S#29 선우관의 거실 (아침)
테이블 위에 다과상이 차려져있고, 말없이 앉아있는 선우관, 수현, 완.
선우관 ....
수현 ....
완 ....
선우관 (어렵게 입을 뗀다) 민이 녀석이.... 너한테 참....못할 짓을 하구 갔구나.
수현 아닙니다. 형은 저를 살리려구...
선우관 나쁜 녀석... 사는 게 죽는 것 보다 몇 천배는 더 힘든 시대에
그런 큰 짐을 안겨주구 가버리다니....
수현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어르신.
선우관 미안하다. 끝까지 믿어주질 못해서....
수현 (보며) ....
선우관 믿어줬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믿어줬으면, 그것만으로도
덜 힘들었을텐데....그 동안....말도 못하고 혼자....얼마나 힘이 들었냐.
(눈가 확 붉어지며) 앞으로.... 혼자 또 얼마나 더 힘이 들꺼야.
수현 (울컥해지는데)
완 혼자가... 아닙니다, 이제.
선우관 (보는)
완 (아버지 보며) 형 대신...제가 함께 합니다.
선우관 (보고)
수현 (보는데)
완 이 자식 혼자 가게 안 해요 아버지. 형이 이 자식한테 씌워놓은 목숨값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같이 짊어집니다. 같이 갚아나갈 생각이예요.
수현 (완을 바라보며 울컥하는 심정인데)
선우관 나도...조금은... 도움이 되겠냐?
수현 (보는)
선우관 독립운동에 뛰어들 용기도 없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앞으로도
나는 사업체를 이어나가겠지만, 해방이 되면 경제의 근간이 되어줄
민족기업도 필요한 거 아니겠냐. 그 핑계 대구 열심히 돈 벌어
니들 든든한 뒷배경이 되주구 싶은데....
수현 (짠해지고)
선우관 친일 사업가, 계급혁명에 반하는 자본가, 비겁한 회색주의자도 때론 전술로
이용할 가치가 있을게다. 이용할 만큼 이용해봐.
수현 (짠해져서) 어르신.
완 (피식 미소 짓는 데서)
S#30 선우관의 집 앞 (아침)
안에서 나오는 수현과 완.
완 많이 늙으셨지?
수현 여전하신데 뭘.
완 (피식) 오기만 창창하지 종이 호랑이야 이젠. (차 앞에 와서 서며)
종로서야, 총독부야. (데려다주겠다는 뜻)
수현 선우완과 이수현이 함께 나타나면 이강구가 좋아라 하겠군.
완 그런가? (생각해보고는) 그것도 그러네.
수현 당분간은 계속 밀고자, 변절자 취급해.
만날 때 마다 발톱 세우는 것도 잊지 말고.
나도 만만찮게 덤벼줄테니까.
완 빌어먹을. 뭔 놈의 세상이 위장 천지야.
알았다, 기꺼이 니 위장극에 동참해주지.
수현 간다. (돌아서서 가고)
완 (짠하게 바라보는)
S#31 종로서 전경 (낮)
종로서 앞으로 걸어와 서는 수현.
문득 종로서 건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는 표정.
원래의 담담하고 시니컬한 표정으로 돌아와 종로서로 들어가는 수현.
S#32 종로서 안 (낮)
안으로 들어서는 수현.
수현 (자리로 향하며 경례를 올려붙이는 김순사에게) 강인호 현상광고문
하나 만들지.
김순사 사건 용의자입니까?
수현 용의자가 아니라, 행방불명이야. 가출쯤으로 해도 좋고.
강구 (자리에 앉아 짐짓 서류를 넘기며) 총독부 보안과에서 가출 청소년까지
담당합니까?
수현 (자리에 앉아 서류 넘겨보며) 강인호는 내 정보원이야.
애써 확보해놓은 정보원을 이렇게 놓아줄 순 없지 않나?
강구 아아....그런 이윱니까? 난 또 다른 이유가 있나 해서요.
수현 다른 이유라니.
강구 아니, 웬지 나으리께서 강인호를 비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니면 됐습니다. (일어나며) 잠깐 외근 좀 나갔다 오겠습니다. (나가고)
수현 (보는)
S#33 종로서 복도 (낮)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며 걸어나오는 강구.
강구, 사라지고 나면 뒤이어 나오는 수현.
수현 ... (강구 쪽을 심상찮은 눈빛으로 관찰하듯 바라보는)
S#34 낡은 창고 (낮)
창고의 문이 열린다.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비열한 웃음을 머금고 강구가 창고 안으로 들어온다.
강구 어때, 이제 정신이 좀 드나?
구석에 짐짝처럼 구겨져 쓰러져있는 사람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강구쪽을 바라본다. 피투성이가 된 인호다! 양손은 뒤로 묶여있다.
강구 (다가와서) 좋은 말로 제안을 했으면 좋게 협조를 해야지,
도망을 가면 쓰나. 뭐, 별루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인호 (얼마나 맞았는지, 강구만 봐도 겁에 질린다)
강구 불쌍한 여동생을 생각해야지. 니 인생 편하자구 여동생 목숨을
모른 척 할 순 없잖아. 안 그래?
인호 (괴로운 듯 외면하며 두 눈 질끈 감는 위로)
여경 (E) 인호한테는 아직 소식이 없나요?
S#35 송주의 방 (낮)
모여 있는 송주, 근덕, 여경.
근덕 아무 말 없이 나간 녀석이 쉽게 소식을 전하겠습니까.
여경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 안심하구 있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근덕 완이 도련님한테 프락치 노릇 하는 모습을 들켜버렸으니 뜨끔했겠죠.
생각이 정리되면 돌아온다고 했으니 기다려봅시다.
송주 조직원들을 풀어 알아보고 있고, 또 수장님에게도 보고가 들어갔으니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경 (무거운 한숨 쉬고는) 근데 오늘 부르신 이유는.....
근덕 아, 내일 신참 조직원 교육이 있을 예정입니다.
여경 교육이요?
근덕 의식화 교육을 겸한 실전 훈련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린대로 조만간
또 한 번의 거사가 있을 예정이거든요.
송주 올 때 우리 객원조직원도 함께 데리구 오세요.
쓸만한가 어떤가 좀 보게.
여경 선우완 기자님도 이번 거사에 함께 하는 건가요?
송주 그건 좀 더 지켜봐야겠죠? (하고는 근덕에게) 그건 그렇구,
잠적한 총기 조립 전문가 소재는 알아냈어?
근덕 음. 오늘 밤에 접선할 예정이야. (에서)
S#36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신참 조직원 교육에 대한 말을 전하러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여경인데, 그 앞으로 와서 멈추는 차. 그 안에서 내리는 미유키.
미유키 (여경을 알아보고) 아, 그때 봤던 지라시의 수습기자분?
여경 (당황스럽다) 아...네...안녕하세요?
미유키 안녕하세요? 취재 다녀오는 길이신가 봐요?
여경 네? 아 네.... 취재....취재 다녀오는 길이예요.
미유키 (살피듯이 보다가) 저랑...차 한 잔 하시겠어요?
여경 네? (보는데서)
S#37 깔패디엠 (낮)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 여경과 미유키
미유키 (뜬금없이) 선우상, 참 좋은 분이죠? 자상하고, 후배들도 잘 챙겨주시죠?
여경 글쎄요...자상한지는 잘.....
미유키 일본에서 돌아오는 길에 제가 배멀미를 심하게 했거든요.
그 덕에 입원까지 했는데, 선우상이 밤새 옆에서 간호해주셔서
얼마나 고맙고 안심이 됐는지 몰라요...
여경 (몰랐다. 그래서 늦어졌구나) 아....이제 몸은 괜찮으세요?
미유키 네, 선우상 덕분에요. 실은 그 일을 계기로 선우상에게 호감을 느꼈거든요.
선우상도 동경 유학에 뜻이 있는 것 같구.... 방학이 끝나면 같이 일본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중이예요.
여경 유학이요?
미유키 아무래도 그 좋은 머리를 썩히는 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손실이니까요. 제가 볼 땐 선우상은 학문 쪽에 적성이 있는 것 같아요.
여경 ...
미유키 조선의 지식인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시야를 넓혀야만
조선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어요.
여경 글쎄요. 꼭 넓은 세상에 나가야만 발전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조국에 남아, 조국을 위해 일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미유키 (미소지으며) 그런가요? (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더니) 어머, 약속이 있는데,
제가 너무 오래 수다를 떨었네요. 같이 일어날까요?
여경 아니요. 먼저 가십시오. 저는 남은 음료 마저 마시고 가겠습니다.
미유키 그러실래요?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정중히 인사 올리고 돌아서는 표정)
여경 (보다가) 학문 쪽에 적성이 있기는... (괜히 쥬스 쭈욱 마시고는)
놀다 죽은 귀신이 들러붙은 사람인데. (에서)
S#38 지라시 사무실(낮)
간만에 책상 앞에 앉아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완.
이마를 짚고 고민하다가 노트에 뭔가를 끄적거리기도 하고...
옆에 모여앉아 그런 완을 바라보며 추측이 난무하는 지라시 팀.
세기 완이 저 자식 왜 저렇게 부쩍 일을 열심히 하는 거 같아?
탁구 지라시를 위해 특종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왕골 그건 형 희망사항이겠지. 완이는 특종 같은 건 감으로 파바바박!
휘갈겨쓰고 말지, 저렇게 고민고민해서 쓰진 않는다구.
세기 맞아. 뭔가 이상해... 일본 갔다와서부터 이상하게 매사에 진지해졌단
말이야. 안 어울리게시리...
탁구 왜, 간만에 저 녀석 저런 모습 보니까 좋구만. 옛 생각이 나는구나.
왕골 옛 생각 뭐?
탁구 나도 한때 저렇게 뭔가에 몰두한 적이 있었지... 정말 그땐 이 한 몸
바쳐, (하는데)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여경.
지라시 아니, 조마자씨!
여경 안녕하세요?
완 (고개 들어 보며 웃는다) 어, 왔어? 잠깐만...이것만 마저 하면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다시 일에 몰두하고)
여경 (전에 없이 무섭게 뭔가에 몰두한 완을 보며) ..
S#39 릿샤 (낮)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 허영화와 사치코.
허영화 일본 갔다 오는 길에 우리 완이가 미유키상을 밤새 간호해줬다면서요?
역시 우리 완이가 미유키상을 맘에 들어 하는 게 확실하다니깐요.
사치코 그래서 고맙다는 의미로 옷 한 벌 해주려구 미유키보구 선우상 좀
데려오라구 했어요.
허영화 아유, 그러실 필요까진 없는데...
사치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에이카상은 창씨개명을 했는데
왜 사장님이랑 선우상은 아직도 조선 이름을 쓰는 거죠?
허영화 워낙에 둘 다 고지식해서요. 하지만 조만간 미유키상과 혼인을 하면
자연스럽게 창씨개명도 하지 않겠어요?
사치코 에이카상도 알다시피 우리 우에다 가문은 대대로 데릴사위를 들이는
집안이에요. 그럼 선우상도 이제 우에다 가문의 사람, 우에다라는
이름을 쓰는 거죠. 얼마나 영광스런 일이에요?
허영화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럼요... 가문의 영광이죠.
하는데, 막 릿샤 안으로 들어서는 미유키.
사치코 아니, 미유키? 선우상을 만나러 지라시 사무실로 간다더니 왜 같이 안오구?
미유키 마침 취재 나가느라 바쁘신 거 같드라구요. 사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면서 마음만은 너무나 감사히 받겠다고 하셨어요.
허영화 그러게...걔가 그렇게 속 깊은 구석이 있답니다.
사치코 역시 선우상은 우리 우에다 가문에 어울리는 청년이라니깐.
그렇지 않니, 귀여운 딸?
미유키 (수줍게 미소 짓는)
S#40 지라시 사무실(낮)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소파에 앉아서 완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경. 일에 완전 몰두한 완은 여경의 존재도 잊은 듯 한 마디 말도,
한 번의 시선도 주는 법 없이 글을 쓰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이 사람 정말 변하고 있구나...흐뭇한 한편, 거리감을 느끼는 여경.
그 숨막히는 분위기에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한쪽에 몰려 있는 지라시 팀.
탁구, 세기에게 눈짓 주며 쿡 찌르면, 앞으로 나서는 세기.
세기 어이, 선우완... 조마자씨도 왔는데, 나가서 목이나 좀 축이지 그래?
완 (쓰던 글에서 시선 떼지 않은 채로) 이것만 마치고 나서...
왕골 (역시 탁구의 손에 밀려나와) 그럼 우리 먼저 VIP룸에 가서 기다릴게.
조마자씨도 같이 나가실까요?
여경 아닙니다. 저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탁구 그럼, 완아...우린 먼저 나갈게. 일은 후딱 해치우고 와.
나가는 지라시팀들.
다시 찾아오는 적막. 아랑곳없이 글 쓰는 데 집중하고 있는 완.
완을 돌아보는 여경. 왠지 자신이 방해가 되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메모지 한 장을 집어들고 와서 뭔가를 적어내려가는 여경.
완성된 메모를 완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모르는 채 집중하고 있는 완.
여경 조용히 밖으로 나가는.
S#41 지라시 사무실 앞(낮)
사무실 안에서 나오는 여경.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 사무실 쪽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왠지 서운한 기분이 드는 여경.
S#42 해화당 앞 (낮)
앞씬의 감정 이어 걸어오고 있는 여경.
앞에 버티고 서있는 누군가의 가슴팍에 콩! 이마를 부딪힌다.
이마 문지르며 올려다보면, 수현이 서있다.
여경 (저도 모르게) 어, 수장(님),
수현 (얼른) 쉿!
여경 (같이) 쉿!
수현 (웃는데서)
S#43 지라시 사무실(밤)
드디어 원고를 완성한 듯, 개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완.
완 (원고지를 책상 위에 탁탁 쳐서 가지런히 하며) 원고 끝! 많이 기다렸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시계를 보면 이미 늦은 저녁이고.
아뿔사 싶은데, 책상 위에 놓인 메모를 발견하는 완.
여경 (E) (밝게) 방해가 될 것 같아 먼저 갑니다. 자기 안의 혁명을 열심히
수행하고 계시네요.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야학 하러 갑니다.
참, 내일 모임이 있습니다. 자세한건 송주씨한테 물어보세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편지를 다 읽고 흐믓하게 미소 짓는 완.
모자를 챙겨들고 나가는 완의 모습 위로,
S#43-1 해화당 앞 (밤)
보람찬 하루 일을 마치고 흐믓한 심정으로 해화당으로 향하던 완.
서점 안에 여경과 수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멈춰 선다.
질투의 감정은 아니고, 절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좀 묘한 느낌. 아, 맞다. 수현이 나의 연적이었지...하는 느낌.
끼어들기도 뭐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두 사람을 보는 완에서.
S#43-2 해화당 안 (밤)
수현 차송주씨한테 들었습니다. 저와 완이를 화해시킨 장본인이 나여경씨라구요.
여경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됐어요.
수현 (웃으며) 어쨌든 고맙습니다. 그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여경 근데...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는데요.
수현 말씀하세요.
여경 그럼...위장연애 지령은 수장, (했다가 얼른) 아니, 나으리가 직접 지시하고,
직접 거두신건가요?
수현 그렇습니다.
여경 도대체 왜요?
수현 그때 나여경씨는 위험에 처해있었고, 저는 조직원을 보호해야 했으니까요.
여경 (알겠는) 일종에 비호세력이었군요 그러니까.
수현 그 동안은 시키지 않아도 완이 자식이 알아서 잘 해줬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 사이가 틀어져 버리더군요. 제가 잠깐 완이 자식을 대신한 거
뿐입니다.
여경 눈물 나는 우정이네요. (하다가 퍼뜩) 근데, 왜 저한테 위장연애를 걸라고
시킨 거죠? 아쉬운 쪽에서 걸면 되잖아요.
수현 제 쪽에서 다가서면 나여경씨가 분명 경계했을테니까요.
여경 근데, 연애를 걸라고 시켰으면 순순히 따라줄 것이지,
튕기기는 왜 튕기셨습니까? 제가 얼마나 죽을 고생을 했는지 아세요?
수현 너무 어설프시길래, 조직원 훈련차원에서 좀 강하게 나갔습니다.
여경 (어이 없어 웃음 나오고) 참 대단한, (수장이라는 말 대신, 엄지손가락
하나 치켜세워보이고)님, 이시네요.
수현 (웃고)
여경 (웃는다)
S#43-3 해화당 앞 (밤)
여경과 수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있는 완.
왠지 수현이 수장임을 알게 된 후로 더 근사해보이고...멋져보이는.
완 차식....웃을 줄도 아네....(한숨처럼) 위장 벗겨내고 보니까 같은
남자가 봐도 멋있구만.....
전의를 상실하고 힘없이 돌아서는 완의 모습 위로,
세기 (E) 완이 이 자식 요즘 진짜 이상하지 않냐?
S#44 VIP룸(밤)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지라시 팀.
세기 아까 그 자식이 쓰고 있는 원고를 봤는데, 완전 논문이드라 논문.
왕골 우리가 여기 온 지 벌써 세 시간짼데, 아직도 안 나오는 거 봐.
세기 원고 내용은 또 어떻고? 식민지 조선의 자주적 독립 가능성에 대한
소곤지 소묜지... 설마 그 글을 지라시에 실을 생각은 아니겠지?
왕골 예전의 완이가 아니야. 뭔가 달라졌어, 뭔가....그 뭔가가 뭘까?
세기 뭔가 진지하고... 뭔가 묵직하면서... 뭔가 굉장히 결의에 찬...
왕골 뭔가 비장하고... 왠지 만주 벌판이 생각나고....자꾸 태극기가 떠오르는
그런 이미진데.....
하는 순간 두둥! 떠오르는
(F.C) 대형 태극기 앞에 여경과 함께 비장한 모습으로 서있던
백범 김구 선생님 같은 완의 모습! (6부 11씬의)
세,왕 (헉!!! 놀라는)
세기 에이이....설마.
왕골 그게 말이 돼?
탁구 (혀 약간 꼬여서 끼어드는) 말이 돼. 망아지가 크면 말이 돼.
완이도 크면 말이 돼. 내가 의열단이었다는 것도 말이 돼.
세기 (잔 뺏으며) 아, 형은 이제 그만 마셔! 벌써 한계치야.
왕골 (술 뺏으며) 입을 꼬매버리든가 해야지 심장 벌렁거려서 못 살겠어 진짜!
탁구 이 자식들이...더러워서 진짜! 니들이랑 술 안 마셔! (벌떡 일어나서 가려는데)
세,왕 (안 붙잡고, 귀 후비고 있는)
탁구 (안 붙잡자 다시 와서) 내가 니들 아니면 술 마실 사람이 없는 줄 알아?
어제도 임마, 백범 김구 선생님이 직접 찾아와서 만주로 오라고 통
사정하는 걸 니들 생각해서 거절했구만.
세기 (끌어내며) 가. 지금이라도 만주로 가. 제발.
왕골 잘 가 형. 행복해야 돼. (하며 밀어내는)
S#45 지라시 사무실 앞 (밤)
투덜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탁구.
탁구 니들이 그렇게 나오면, 사무실에서 나 혼자서라도 마시겠다 이거야.
짜식들이 의리가 없어 의리가! (하는데)
근덕 (앞에 나타나는) 김탁구씨...
탁구 아니, 명빈관 요진보씨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근덕 (목소리 낮추어) 소문에 듣자 하니 빨간 책이 새로 들어왔다던데...
탁구 (씨익 웃으며 역시 목소리 낮추고) 그 소문은 또 언제 들으셨습니까?
S#46 지라시 사무실(밤)
은밀히 감춰둔 포리스 가젯을 꺼내고 있는 탁구.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근덕.
탁구 아니, 요진보씨도 이런 데 관심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매일 아름다운 꽃들에 둘러싸여 사는데도 이런 게 필요한가?
(포리스 가젯 꺼내며) 어디 보자...꽤 센 걸루 원하신다 그랬죠?
(하는데)
송주 (E) 그 책은 필요 없어요.
탁구 (놀라서 확 돌아보면, 근덕은 온 데 간 데 없고, 어느새 들어와 있는 송주)
소...송주씨...
송주 탁구씨...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요.
탁구 !!! (처음으로 이름을 제대로 불렀다! 감격해서) 아니, 송주씨...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송주 드릴 말씀이 있다구요...
탁구 아니, 그거 말고 그 앞에요.
송주 (?)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요...
탁구 (답답해서) 아니, 그거 말고 이름말입니다.
송주 ...탁구씨?
탁구 (환희에 차서) 그겁니다! 원 모어 타임! 한번만, 한번만 더 이름을 불러주세요.
송주 김탁구씨...
탁구 (김탁구...눈 감은 채 거의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음미하는데)
송주 아니 예전엔 오발탄이라고 불렸던가요.
탁구 (순간 흠칫, 굳어져서 눈 뜨고) 그...그걸 어떻게... (송주를 보는 표정
서서히 식어내리며) 다...당신 정체가 뭐야?
송주 (빙긋이 웃고) 김탁구씨,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도와주실 건가요?
탁구 ...
S#47 명빈관 마당 (밤)
안으로 들어서는 송주. 파라솔 의자에 가라앉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완을 발견하고는 다가가 앉는다.
송주 표정이 왜 그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완 이수현 그 자식, 웃을 줄도 알드라?
송주 그대가 면죄부를 준 덕이 아니겠어?
완 내 앞에서가 아니라, 나여경 앞에서 근사하게 웃고 있드라고.
송주 어머, 그래서 질투해?
완 넌 괜찮냐? 그 자식이 다른 여자 앞에서 웃었다는데.
송주 환영할 일이네. 어쨌든 표정을 찾았다는 얘기니까. 그대의 공이 커.
완 역시 오지랖이 태평양이군. 이래서 어디 같이 패자부활전 뛸 수 있겠어?
송주 염려 마. 그대는 패자가 아니니까. 여경씨의 마음은 그대에게 가 있어.
완 그 자식을 좋아한다구 했어 분명히. 내가 상관없다고 밀어붙인거지.
송주 그거 지령에 따른 위장연애였어. 조직원 비호를 위한.
완 (경악+버럭) 뭐야? 그 얘길 왜 이제야 해!
송주 깜짝이야. 그대가 조직원이 되기 전 일이야. 어떻게 말 해.
완 말해줬어야지!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송주 이제, 알았으면 됐잖아. 그리구, 진심이 아니구 위장인걸 알았으면
기뻐해야지, 왜 성질을 내구 난리야.
완 성질내는 게 당연하지! 안 그래도 멋있는 자식이, 총독부의 개라는 거,
그거 하나 딱 단점이었는데, 그게 위장이었다, 실은 독립투사였다,
얼마나 멋있냐. 안 넘어갈 여자가 어딨냐고! 딱 나여경 이상형이잖아!
송주 (완의 흥분을 대책 없어 보고)
완 안되겠어. 이거 뭔가 대책이 필요해.
송주 (어이없어 웃으며) 무슨 대책.
완 내가 좀 더 멋져지는 수밖에 없겠어.
송주 지금도 충분히 멋지시거든요?
완 아니, 이제부터 위대한 혁명전사로 거듭나겠어. 룸펜과는 굿바이야 오늘부로.
(결의에 찬 표정으로 일어나 가고)
송주 (어이없어 보다가 좀 웃으며) 사랑의 힘은 위대하네 진짜....
S#48 여경의 마루 (밤)
마루 끝에 나와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는 여경.
미유키 (E) 선우상도 동경 유학에 뜻이 있는 것 같구.... 방학이 끝나면 같이
일본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중이예요.
여경 (혼잣말로) 위험한 길보다는 공부 쪽이 더 낫긴 하지....
위험한 길로 접어든 완의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여경에서...F.O
S#49 애물단 아지트 근처 야외 일각 (낮)
산 높고, 산새 소리 좋고, 풍경 죽이는 야외 일각.
근덕 (엄한 지도자의 자세로) 애물단의 신참 조직원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고 보면, 근덕 앞에 불량한 학생의 자세로 서있는 완이고.
그 옆에 진지한 자세로 서있는 여경.
근덕 (엄하고, 강인한 말투) 먼저, 애물단의 탄생과 기원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완 (지겨워서 하품하고 있는 모습 위로)
근덕 (E) 우리 애물단은, 수장님이 속해있던 구국의결단과, 저와 차송주 조직원이
속해있던 의인회를 비롯,
여경 (진지하게 듣고 있는 모습 위로)
근덕 (E) 와해된 조직의 잔류 세력과 그 외 뜻을 함께 한 조직원들로 결성되어,
완 (결국은 못 참고) 아아....나, 이론 수업은 딱 질색이거든?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지?
근덕 (위엄이 한순가에 무너지며) 도련님, 이러시면 제가 힘들어지거든요? (에서)
S#50 애물단 아지트 근처 야외 일각(낮)
눈가리개를 한 채 송주에게 이끌려 더듬더듬 걸어오고 있는 탁구.
뭔가에 걸려 휘청하는 탁구. 반사적으로 탁구를 부축해주는 송주.
순간 좋아서 입이 씨익 벌어지는 탁구.
송주 미안해요. 아지트까지 가는 길을 노출시킬 수 없어서.
도착하면 바로 풀어드릴게요, 탁구씨.
탁구 괜찮습니다. 송주씨가 제 이름을 제대루 불러주시기만 한다면,
평생을 어둠 속에서 갇혀 지내도 좋습니다.
송주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우리를 돕겠다고 결의해준 것도 고맙구요.
탁구 저는 정말이지 연약한 송주씨가 이런 위대한 일을 하고 계실지
몰랐습니다. 근데... 송주씨. 제가 길치거든요? 눈 안 가려도 되는데
될 거 같은데...
송주 죄송하지만 안 돼요 탁구씨.
탁구 이제 쬐끔 무서운데....(하는 순간)
(E) 탕! 하고 허공으로 울려 퍼지는 총성.
탁구 (힉! 해서 돌아보는데)
S#51 야산 일각(낮)
탕! 탕! 탕! 군데군데 놓인 표적을 향해 사격 연습을 하고 있는 완.
표적을 노려보는 진지한 표정이며, 눈빛, 정확하게 표적을 맞히는 폼이
제법 노련하다.
여경 (완의 매서운 눈빛을 보며) ...
(*점점 투사의 모습이 되어가는 완을 볼 때 마다 왠지 위험한 길로
한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는 듯하여 마음이 편치 않은 감정.
완의 위험한 이 길을 선택한 데에는 자신의 역할도 컸으므로)
근덕 (감탄의) 아니, 사격은 언제 배우셨습니까? 실력이 대단하신데요?
완 (총을 이러 저리 살펴보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랑 사냥을 종종 다녔거든.
여경 (보며) ...
완 (근덕에게)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총소리가 나도 괜찮은 거냐?
송주 (E) (뒤에서) 총소리가 나도 의심받지 않게 사냥터에 아지트를 만들었거든.
여경 오셨어요?
송주 (웃어주고, 완에게) 역시 사냥을 좀 해봐서 그런가? 실력이 제법인데?
완 시범 한번 보여주지?
송주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실력이 아닌데? (하고는 근덕을 향해 손을 내밀면,
송주에게 총 건네주고, 순식간에 탕!탕!탕! 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와 정확도로 표적을 맞힌다)
완 와우, 대단한데. 얼마나 연습하면 되는 거야?
송주 서둘지 마. 지금 실력이면 금방 배울 수 있을테니까.
완 니가 과외 좀 해주면 안 돼?
여경 (완을 바라보는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 ....
송주 자, 수업은 이만 끝내고. 잠깐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여러분께 소개시켜드릴 사람이 있어요.
S#52 애물단 아지트(낮)
아지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여경, 완. 총기 도면을 살펴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어디선지 많이 본 듯한 모습에 저기...하는 순간
탁구 (돌아보고는 놀라서) 완아, 니가 왜 여기에? 조마자씨?
완 탁구형이 왜 여기?
송주 (미소 지으며) 앞으로 총기를 제작해주실 김탁구씨를 소개합니다.
완 !
여경 !
세기 (E) 안 좋아. 이거 뭔가 안 좋아.
S#53 지라시 사무실(밤)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에 빠진 세기, 왕골을 돌아보며
세기 탁구형...수상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부 도장은 칼같이
찍던 인간이 결근이라...뭔가 느낌이 안 좋아.
왕골 그르게...하루라도 사무실엘 안오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던 사람이
지금 이 시간까지 코빼기도 안 보이냐?
세기 혹시 괴한한테 확! 납치라도 당한 거 아닐까?
왕골 술 마시지 말라고 구박해서 삐진 거 아닐까?
세기 아니면 또 어디서 술 처먹고 주사 부리다 경찰에 끌려갔나?
왕골 요즘 지라시 분위기 왜 이러냐? 완이 하나로도 모자라 이젠 탁구형까지...
세기 저번에 이강구가 탁구형한테 10년 전 과거에 대해 캐묻던데
설마 빚 떼먹고 도망왔다가 걸렸나?
왕골 그러고 보니까 탁구형 과거에 대해선 진짜 별로 아는 게 없다.
세기 완이랑 일본 유흥계에서 운명적인 첫만남을 가졌다는 거 하나 알지.
왕골 근데 우리, 탁구형이 어딨는지 왜 이렇게 궁금해하지?
세기 글쎄...사랑하나?
동시에 마주보는 두 사람, 에이이이.... 진저리 치다가
세기 완이는 탁구형 과거를 알래나?
왕골 완이는 뭐하고 있을래나?
벌떡 일어나 양복 상의를 챙겨들고 나가는 두 사람.
S#54 명빈관 별실(밤)
탁자 앞에 마주앉아 남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완과 탁구.
완 총기 제조 전문가? 의열단원? 별칭은 오발탄? 이력이 찬란하시구만.
탁구 (뻘쭘히 바라보면)
완 그러니까, 그동안 술김에 한 헛소리들이 다 사실이란 말이네?
탁구 아니 뭐, 쬐끔 과장되긴 했지만...백프로 거짓말은 아니었지...
완 그럼 10년 전 공백 기간에...조직 활동을 했던 거야?
탁구 아니 뭐, 이미 조직에서 탈퇴하고 여기저기 방랑을 좀 했을 때지...
완 그럼 나랑 만났을 때는? 그때도 조직원이었어?
탁구 아니 뭐, 막 방황을 끝내고 일본으로 갔다가 널 만난 거지.
완 그럼 조직 일은 왜 그만둔 거야?
탁구 (한숨 푸욱 내쉬며) 아니 뭐, 의지박약이지 뭐.
완 의지박약?
탁구 너도 알다시피 내가 오죽 마음이 여리냐? 사람 죽이는 것도 못하겠고,
내 목숨 왔다갔다하는 것도 무섭고.... 그래서 거사가 있기 전에 도망쳤지 뭐.
완 그럼 그냥 그렇게 살지, 새삼 애물단엔 또 왜 가입하는 건데?
탁구 그거야...송주씨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기에 나는 하나의 의미가 되었고...
완 참 나, 차송주 그 여인네가 사단이구만. 어떻게 된 게 내 주변 인간들은
죄다 애물단으로 영입되냐? (하다가) 지민식, 그만 나오시지?
하면 흠칫, 흔들리는 병풍. 그 뒤에서 쭈뼛거리며 나오는 왕골.
완 신세기 머리카락 다 보이거든?
세기 (부스럭 탁자보 아래에서 기어나오는)
완 어디까지 들었어.
세기 거,거, 걱정 마. 두 사람이 애물단 조직에 가입했다는 건 못 들었으니까.
왕골 소,소,송주씨가 애물단원이란 말은 잘 안들리드라구.
완 결정을 내려줘야 겠어.
세,왕 결정이라니?
완 조직의 보안을 위해 죽어주거나,
세,왕 (헉!)
완 조직원이 되주거나.
세,왕 (더 헉!!!)
S#55 종로 경찰서 외경(낮)
S#56 종로 경찰서 복도(낮)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수현, 코우지, 강구.
코우지 공남작 살인 사건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강구 주변 인물들을 조사해봤습니다만 의심스러운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생전에 여자관계가 좀 복잡했다는 점에 주목해서,
숨겨둔 정부나, 첩이 있었는지 조사 중입니다.
코우지 (강구에게) 최근 차송주의 동향은?
강구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코우지 (수현에게) 강인호는?
수현 행방을 알 수가 없는 상탭니다.
코우지 뭐야? 강인호는 자네가 책임지고 정보를 캐내기로 하지 않았나?
수현 현재 강인호의 행방을 찾기 위해 현상광고를 낸 상황입니다.
강구 (표나지 않게 피식 웃는 표정)
코우지 이 사건은 반드시 한 달 안에 승부를 본다. 앞으로 수사 인원을 증대해서,
김순사 (달려와서) 방금 우에다 과장님으로부터 긴급 전화가 있었습니다!
코우지 (뭔가 불길함에) 무슨 일인가?
김순사 동양척식주식회사 경축행사 지원을 위해 특별 수사본부의 인원을 좀
빼달라는 요청을 하셨습니다.
코우지 (짜증이 머리끝까지 찬 표정으로 눈 질끈 감는)
수현 (비웃듯이 몰래 비식 웃는 표정)
강구 (그런 수현을 놓치지 않고 보는)
S#57 총독부 보안과장실 (낮)
서류를 넘겨보고 있는 마모루. 똑똑 노크소리.
마모루 들어와.
코우지 (경례를 하는)
마모루 무슨 일인가.
코우지 죄송하지만, 특별수사본부에는 경축행사에 지원할 인원이 없습니다.
다른 부서에 지원 요청해주십시오.
마모루 성과도 없이 빈둥빈둥 노는 부서에 무슨 인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잔만 말구, 지시대로 지원 내보내.
코우지 (더는 못 참고 짜증 폭발) 사건 해결을 방해하고 계신 분은 바로
보안과장님이십니다!
마모루 (표정 무섭게 굳으며)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코우지 계획된 연쇄 살인사건입니다! 대일본제국을 상대로 살인예고장을 보낸
건방진 조센진들을 잡아들이는 일입니다! 경축행사 따위에 낭비할 인원이
없습니다!
마모루 자네 죽고 싶나! 자네가 나한테 훈계를 하는 거야 지금!
코우지 (지지않고) 훈계가 아니라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사건에 임해주시기를
부탁드리는 겁니다! 수사 인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인원을 빼가시면,
마모루 그깟 조선인 몇 명 죽었다고 그렇게 호들갑을 떠나!
코우지 과장님!
마모루 어차피 조선인들이 지네들끼리 죽이고 죽고 난리들인데 무슨 상관이야!
친일파 몇 명 사라진다고 세상이 무너지나! 우리 일본제국에 충성할
조센진은 얼마든지 있어! (하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순사.
마모루 (날카롭게 버럭) 무슨 일이야 또!
순사 방금 종로서에 칠필살 살인예고장이 또 날라왔답니다!
코우지 ! (순간 보며) 암살 대상은!
순사 일본인 정재계 핵심인사들입니다!
마모루 뭐야?! 일본인?!!!
코우지 !
마모루 도대체 수사를 어떻게 진행하는 건가! 이 자식들 꼭 잡아야 한다.
내가 그렇게 수사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는데 뭘 하는 건가!
굼벵이처럼 느려 터져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잖아!
코우지 (분노로 이 악물며)
S#58 종로경찰서(낮)
또다시 날아온 칠필살 경고장 때문에 우왕좌왕 부산한 분위기의 경찰서.
한쪽에서는 핵심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이미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고 있는 순사들이고. 몇몇 순사들을 모아놓고 카리스마 있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수현.
수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일본인 정재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신변 보호에
들어간다. 암살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들을 선별해서 명단을 만들고,
협박장을 받았거나 주변에 수상한 조짐은 없었는지 확인해봐!
순사들 네!
수현 (강구에게) 보안과에 보고 올리고 오는 대로 수사방향에 대한 긴급회의를
시작한다. 대기시키고 있어.
강구 (목례하며) 알겠습니다.
수현 (나가고)
강구 (천천히 고개를 들며 수현을 관찰하듯이 바라보는 표정)
S#59 종로경찰서 복도(낮)
담담한 표정으로 안에서 나와 빠르게 걸어가는 복도를 걸어가는 수현.
어느 순간 그 입가에 천천히 차가운 미소가 맺힌다.
S#60 애물단 아지트 안(낮)
세기, 왕골, 탁구, 교무실에 끌려온 학생들처럼 주눅든 표정으로
일렬로 서있고, 그 앞에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송주.
송주 지라시 기자분들이 단체로 애물단에 가입을 하신다니, 환영하고 또 환영해요.
물론 타의나 강압이 아닌 자의에 의한 거겠죠?
세,왕 (주위 곳곳에 세워진 총기류를 보고 겁먹었다) 아, 아니 그게....
탁구 (도망 못 가게 세기 왕골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꽉 움켜쥐고 서있다)
물론 자?니다.
송주 우린 강요하진 않아요. 내키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탈퇴하셔도 돼요.
세,왕 (기대로 반짝! 해서) 정말입니까?
송주 단! 조직의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의미로, (한쪽에 세워져있던
장총 척 치켜들며) 무덤까지 직접 보내드립니다.
세,왕 (헉! 공포에 질려) 노...농담이시겠죠?
송주 물론, 농담이죠. 자의가 아니면 탈퇴해도 좋아요.
하며 웃는 송주. 갑자기 햇살이 쫘악 들어오며 그 미소 찬란하게 빛난다.
그 미소에 헉! 숨을 멈추는 지라시들.
세기 (그 미소에 홀릭 되어) 가입절차는 어떻게...계약서에 사인할까요?
왕골 아님 지장 내지는 발도장이라도?
송주 화끈하시네요. 그럼 제가 오늘 신참 조직원들을 위해, 화끈하게 한상
쏘죠. (웃는데서)
S#61 명빈관 외경(밤)
S#62 회식방 (밤)
애물단의 신참조직원이 된 탁구, 세기, 왕골과 완과 송주가
회식상을 놓고 앉아있다. 지라시팀들 아직까진 독립운동에 별 관심 없고
그저 송주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즐거울 뿐이다.
왕골 아니, 어떻게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피부가 이렇게 매끈하니 좋으세요?
세기 근데 직업이 두 개라 피곤하진 않으세요? 손님을 암살대상으로 착각해서
목을 조른다거나, 암살대상을 손님으로 착각해서 술을 따라준다거나,
뭐 그런 적은 없으신지.
탁구 얌마, 송주씨가 너냐? (하고는 안주 따위 놓아주며) 드세요 송주씨.
완 (한심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 저런 단순한 인간들만 있으면,
조직화 사업은 걱정할 필요도 없겠네. (끄응 일어나 나가는)
S#63 명빈관 마당 (밤)
방에서 나오는 완. 막 마당으로 들어서던 여경.
마주치는 두 사람.
완 이제 와? 왜 이렇게 늦었어.
여경 야학수업이 좀 늦게 끝났습니다. 왜 나와 계십니까?
완 저 인간들, 지겨워져서 바람 좀 쐬고 들어가려구.
(무심히 여경 어깨 가볍게 방 쪽으로 밀며) 먼저 들어가.
여경 (어깨 위에 올려진 완의 손에 생긴 상처를 발견하는) 무슨 상첩니까?
완 ? (여경의 시선 따라가 봤다가) 아아...(약간 작은 목소리로) 사격훈련을
좀 열심히 했더니 이런 훈장이 생기드라구.
여경 (상처와 완을 번갈아 보며) ....
완 들어가. 금방 따라 들어갈게.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여경에게)
술 마시지 마, 너? (경고하는 데서)
S#64 회식방 (밤)
탁구가 따라주는 술을 홀짝홀짝 한방울씩 마시고 있는 여경.
송주는 자리에 없고, 여경에게 계속 술을 권하는 지라시들이고.
권하는 대로 받아 마시는 여경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 완.
세기 와, 술을 참 맛있게 드시네요.
여경 (좀 웃으며) 별로 맛은 없습니다.
완 (여경에게서 술잔 뺏으며) 그러니까, 술 마시지 말라니까.
왕골 야, 한창 분위기 좋은데 왜 찬물을 끼얹고 그러냐?
완 얜 술 못마신단 말이야. 한모금만 마셔도 취해서...
세기 (술잔 도로 뺏어가며) 보니까, 멀쩡하시네 뭐. 제 잔도 한잔 받으세요,
조마자씨. 그냥 받아두기만 하셔도 됩니다
여경 아닙니다. 마시겠습니다. (세기의 술잔을 받는다)
완 (확 노려보고)
탁구 야! 너, 이럴 거면 차라리 나가라 응? 더 이상 분위기 흐리지 말고!
완 (에잇! 벌떡 일어나 나가고)
여경 (상관없이 또 홀짝홀짝)
S#65 완의 방(밤)
화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와 털썩 눕는 완.
S#66 회식방 (밤)
여전히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여경이고.
여경이 술 마시는 속도가 슬슬 지루해지는 지라시들.
세기 근데 술 한 잔을 참, 지루하게 오래 드시네요.
왕골 그래도 술 매너 하나는 좋으시네. (탁구 보며) 누구처럼 주사도 없고.
탁구 그러게, 어쩜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말짱, (하는 순간)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술상 위로 엎어지는 여경.
헉! 해서 보는 지라시 팀.
세기 완이 말 들을 걸 그랬다. 결국 사단이 나는구만.
왕골 이걸 어째? 여기서 잠들면 어째? 시커먼 남자들이 집에 업구 갈수두 없구.
탁구 어쩌냐? 완이 방에서 재울수두 없구.
심난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세사람.
약속이라도 한 듯 어느 순간 음흉하게 씨익--웃는 세사람에서.
S#67 완의 방 앞 복도+완의 방(밤)
여경을 업은 왕골과 탁구, 세기 조용조용 복도를 걸어온다.
완의 방문을 열면, 이미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는 완이고.
여경을 완의 옆에 몰래 눕히는 지라시팀.
탁구 원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는 법.
왕골 (음흉하게 웃으며) 만리장성도 밤에 쌓았을까?
세기 아무래도 우리 복 받을거 같지 않냐?
클클클 음흉하게 웃고는 사라지는 세사람이고.
한 이불에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는 완과 여경의 모습에서.
S#68 명빈관 외경 (밤)
시간 경과
S#69 명빈관 완의 방(밤)
여경은 빈 공간을 향해, 완은 여경의 등을 향해 누운 채 잠들어 있다.
몸을 뒤척이며 돌아눕는 여경, 문득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다.
옆에 누워있는 완을 보고는 흠칫 놀라서 팔짝 일어나앉는 여경.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다가 멈칫 잠든 완이 쪽을 돌아본다.
여경 .... (보다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해줘서 기쁩니다. 점점 진지해지는
당신이 보기 좋습니다. 당신의 변한 모습도 멋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두렵습니다.
완 (잠든 채로)
여경 (시선 돌려 양팔로 감싸쥔 무릎 위에 얼굴을 올려놓고 앉아) 나랑 갈 길이
다른 사람을 위험한 길로 끌어들인 건 아닌가 불안하고...
나로 인해 편안한 길을 포기해버린 당신한테 미안하고...
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는 생각에 두렵고...
이러다 정말 당신이 위험해질까 걱정되고...
완 ...
여경 같은 길을 걷게 되면 더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네요.
당신은 혼자 힘으로 혁명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입니다.
혁명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사랑은 혼자서는 못하니까요.
완 ...
여경 하지만 역시 나는...당신이 참 좋습니다.
하며 다시 한 번 완을 돌아보는 여경. 잠든 듯 움직임이 없는 완.
조용히 일어나 나가려는 여경인데, 문득 손만 뻗어 그 손을 잡는 완.
움찔 굳어버리는 여경. 어느 순간 여경의 손을 와락 잡아당기는 완.
두 사람의 얼굴, 가까이에서 마주치며
엔딩.
- <경성스캔들> 13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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