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 14
<경성스캔들> 14부
S#1. 명빈관 완의 방(13부 엔딩 편집씬)
여경 ...(보다가) 당신이 우리와 함께 해줘서 기쁩니다. 점점 진지해지는 당신이 보기
좋습니다. 당신의 변한 모습도 멋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두렵습니다.
완 (잠든 채로)
여경 같은 길을 걷게 되면 더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네요.
당신은 혼자 힘으로 혁명을 향해 달려가는데, 나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혁명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사랑은 혼자서는 못하니까요.
완 ...
여경 하지만 역시 나는...당신이 참 좋습니다.
하며 다시 한 번 완을 돌아보는 여경, 잠든 듯 움직임이 없는 완.
조용히 일어나 나가려는 여경인데, 문득 손만 뻗어 그 손을 잡는 완.
움찔 굳어버리는 여경. 어느 순간 여경의 손을 와락 잡아당기는 완.
두 사람의 얼굴, 가까이에서 마주치는데서.
S#2. 명빈관 마당/밤
파라솔 의자에 앉아 혼자 차를 마시고 있는 송주.
문득 완의 방문 앞을 보면 나란히 놓여있는 완과 여경의 신발.
바라보며 미소 짓는 송주.
송주 드디어 그대의 방에도 봄이 찾아왔군.
피식 웃으며 찻잔을 드는 송주인데, 다가오는 근덕. 송주에 귀에 대고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귓속말을 하는.
송주 (들으며 표정)...
S#3. 명빈관 완의 방/밤
여경의 팔을 꽉 움켜쥔 채 여경을 바라보고 있는 완이고,
떨림과 긴장으로 저항 없이 눈을 감는 여경.
여경 뭐...뭐 하시는 겁니까?
완 (장난기 없이 바라보며) 수업.
여경 예?
완 (역시 장난기 없이) 지금부터 수업 할꺼야. 싫다고 하지마.
여경 ...! (무슨 뜻인지 알고 긴장하는)
천천히 여경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완.
역시 떨림과 긴장으로 저항 없이 눈을 감는 여경.
두 사람의 입맞춤이어지는. 완의 손이 천천히...여경의 옷고름으로
향하는 순간. 그 손을 잡아 막는 여경. 순간 로맨틱했던 분위기 확 깨지며
여경 (작지만 단호한) 뭐 하시는 겁니까?
완 (그 카리스마에 약간 눌려) 수...업....
여경 (홱 일어나 앉아 옷고름을 꽁꽁 여미며) 안 됩니다.
완 (역시 홱 일어나 앉으며) 왜 안 돼.
여경 혼례도 안 올린 남녀가,
완 (OL) 아아, 곰팡이 냄새 나는 소리 하고 있네 또!(급해져, 여경 손 잡아끌며)
올려 그럼, 지금 당장 나가서 정화수 한 그릇 떠 놓고 올리자구!
여경 (확 잡아 앉히며) 장난하십니까?
완 너야말로 장난 하냐? 나 좋다며! 혁명은 혼자할 수 있어도, 사랑은 혼자할
수 없는 거라며! 같이 하자니까?
여경 싫습니다.
완 왜 싫어.
여경 제가 과연 혼례를 올리게 될지, 제 남편이 누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완 (남편이 누가 될지 몰라? 기가 막히다는 표정 위로)
여경 (E) (결의에 찬) 만일 혼례를 올리는 일이 생긴다 해도 저는,
남편과 한 이불을 덮지 않을 생각입니다.
완 (기 막혀서) 장난하십니까? 혼례를 뭐 하러 올립니까 그럼?
여경 제게 있어 혼례는 정신적인 연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완 (뻥...해서 보고)
여경 지금처럼 험난한 세상에, 불안정한 가정을 이루며 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완 불안정한 가정이라니?여경 아무 죄 없이, 식민지 조국에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보십시오.
너무 가없지 않습니까.
완 아, 그러면 싸나이 가슴에 불이나 지르지 말지! 이건 너무 가혹하잖아!!!
여경 가혹이고 자시고 간에, 앞으로 수업 핑계대고 제 옷고름에 손 댈 생각은
아예, 꿈에도 생각하지 마십시오!(나가려는데)
완 (확 잡아 앉히며) 만일 니가 결혼을 하게 됐고, 그 상대가 나다!
그래도 한 이불 안 덮어?
여경 안 덮습니다.
완 도대체 언제까지!
여경 굳이 물으신다면, (결의에 차서) 조국이 해방될 때까지요.
완 (미쳐버리겠는) 아아, 그 놈의 조국해방 진짜!!
버럭 소리치는데서.
타이틀<경성스캔들> 14부
S#4 달리는 송주의 차 안/밤
뒷좌석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송주.
S#5. 경성 거리 일각/밤
사람의 인적이 뜸한 거리, 송주의 차가 와서 멈춘다.
안에서 내리는 송주, 저만치 서 있는 수현의 뒷모습을 향해 다가간다.
송주 (뒷모습에 대고) 부르셨다구요.
수현 (돌아본다.)
송주 영광이네요, 직접 불러주시다니.
수현 신참조직원들의 훈련은 잘 끝났습니까?
송주 심난하긴 하지만 그럭 저럭이요. 용건을 말해주시죠 수장님.
수현 세 번째 암살 대상자가 정해졌습니다.
송주 (보는)
수현 세 번째 암살대상자를 제거한 후에, 나머지 네 명의 암살이 연달아 진행될 겁니다.
그 후엔...우리의 최종목표인 마지막 거사를 준비합니다.
송주 그래서요.
수현 마지막 거사는, 목숨을 건 거사가 될 겁니다.
조직원들의 실전 훈련과 사상훈련을 강화해주십시오.
송주 이번 암살의 저격수는 누가 되는 거죠?
수현 (보는)
송주 인호는 지금 잠적중이예요. 그럼 누가 하게 되는 거죠?
수현 다른 조직원을 찾겠습니다.
송주 (피식 웃으며) 결국, 여전히 나는 안 된다는 말이군요 그러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절 거사에서 제외시킬 생각이세요?
수현 (그저 보며)...
송주 도대체 언제까지 절 제외시킬 거냐구요.
수현 당신이...안전해질 때까지.
송주 (보고)
수현 그래서 내가...더 이상 당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송주 (보고)
수현 (보는)
S#6. 해화당 근처 거리/밤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완과 여경.
여경을 집까지 바래다 주는 중.
입이 대자는 나와 툴툴대며 걷고 있는 완.
여경 (피식 웃으며) 입 좀 집어넣으십시오. 그러다 오리되겠습니다.
완 선생님이라는 애가 뭐 그르냐 너는.
여경 제가 뭘요?완 도대체 배울 자세가 안 돼 있잖아. 가르칠 맛이 안나, 가르칠 맛이.
여경 (웃는)
완 왜 웃어.
여경 귀여워서 웃습니다.
완 (얄미워서 노려보는)
여경 처음에 봤을 땐 뺀질뺀질, 느글느글 정말 싫었었는데,
갈수록 남자다워지고 귀여워집니다.
완 설마 너 지금 그걸 칭찬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여경 이렇게 함께 걷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제가 경찰들의 추격을 받아 당신 방에 뛰어들었을 때,
그때도 이렇게 날 데려다주셨잖아요.
완 니가 내 머리에 총구멍 낼 뻔 했던 날?여경 그때...우리가 이렇게 동지가 될 줄 어떻게 알았습니까?완 (동지라는 말이 가슴에 남아)...
여경 (그때가 떠오르며 설핏 미소가 맺히는데)...
완 혁명도 같이 하는 거야.
여경 ?(보는)
완 (멈추고 보는) 사랑만 혼자서 못하는 게 아니야. 혁명도 마찬가지야.
뜻을 같이 하는 동지가 옆에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 각오도, 용기도 생긱는 거야.
여경 (보며)...
완 뭐든 같이 하자 둘이서, 사랑이든 혁명이든.
여경 (미소가 생기는, 그러자는 의미에서 악수하자는 듯 한손을 내미는)
완 (그 손을 찰싹 쳐내는) 드럽고 치사해서 안 만져. 조국 먼저 해방시킬꺼야.
여경 (피식 웃는)
완 그래서, 조국이 해방되면...그 뭐냐...이불은 하나만...그러니까 한 이불을 덮,
(하다가, 앗! 이것은 일종의 청혼? 에잇 관둬버리는) 아니다, 간다. 잘 자라
여경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미소로 완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7. 애물단 아지트 안(다른 날 낮)
테이블 위에 흰 천이 깔려 있고,
조립이 완성된 총이 테이블 위에 그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진다.
햇빛을 받아 금속성의 빛을 발하는 두 종류의 사제 권총!
그 권총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송주, 근덕, 탁구.
처음 보는 진지하고도 황홀한 눈빛으로 자신이 완성한 총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탁구!
탁구 저격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확성과 휴대성입니다.
요놈은 긴 총신과 강신(총구 내부 회오리)으로 사정거리가 길고,
파괴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송주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탁구 그리고 요놈은, 휴대성과 파괴성이 압권이죠. 삼엄한 경비 속에서 권총 소지가
쉽지 않을 때, 아주 유용한 물건입니다.
근덕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탁구 작다고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커츠탄 장전으로 파괴력이 뛰어나고 반동을 줄여
정확성마저 아주 뛰어난 예술품,(하는 순간)
(E) 탕! 총성음!
일동 순간 문 밖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S#8. 아지트 근처 야외 일각/낮
혼자 사격연습을 하고 있는 완.
제법 날렵하고 깔끔해진 솜씨. 예사롭지 않은 눈빛.
S#9. 아지트 야외 일각/낮
애물단 아지트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세기와 왕골인데,
(E) 다시 들리는 탕! 탕! 탕! 완의 사격 총성음!
세, 왕 (순간 겁을 집어먹고 걸음을 멈추며) 엄맛!
왕골 그, 그냥 갈까? 우리 주제에 무슨 독립운동이냐.
잠시 고민하던 두 사람, 잠시 눈을 맞춰보더니, 오던 길로 돌아서는데.
세기 (왕골 붙잡으며) 아우 씨, 그냥 하자. 지금 안한다고 하면 송주씨 얼굴을
어떻게 보냐?
왕골 (잠시 고민하다가) 하긴, 천하의 새가슴, 탁구형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할 거 뭐 있냐.
세기 이참에 구국영웅이나 한 번 되보지 뭐. 비밀조직원! 일단 폼 나잖아.
뭔가 있어 보이고,
왕골 영랑이도 내가 비밀조직원이라고 하면 좋아할까?세기 당연하지. 이왕이면 다홍치마,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송주씨 얼굴도 보고 민족의 영웅도 되고, 그냥 대충 살살 하면서,
하다가 두 사람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에 엄맛! 놀라서 멈추는 세기와 왕골.
그런 두 사람을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근덕에서.
근덕 (E) (화난)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어!!!
S#10. 아지트 안/낮
한쪽에 세기와 왕골이 교무실에 끌려온 학생들처럼 주눅 들어 서 있고,
탁구는 자신이 조립한 총에만 열중하고 있고,( 도면과 틀린 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화가 나서 송주에게 따지고 있는 근덕.
근덕 완이 도련님이나, 김탁구씨까진 그렇다 치고, 이 사람들까지 꼭 끌어들여야할
필요가 있어? 우리가 그렇게 한가한 집단이야?
송주 가능하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조직화해야지, 무슨 소리야.
근덕 독립운동을 여자 꼬시는 수단쯤으로 여기는 한심한 작자들을 뭐하러 가입
시키냔 말이야! 그게 조직에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몰라?
세, 왕 (찔끔하고)
송주 가능성이 있는 인자들을 조직화하고, 의식화 시켜 조직에 필요한 사람으로
개조시키는 게 우리의 할 일 아니겠어?
근덕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어. 이 사람들은 아니야.
세,왕 .....
탁구 (한쪽에서 총기 도면을 심각하게 보며) 이 녀석들이 좀 한심하게 살긴 해도,
조선에 해악을 끼치는 놈들은 아닙니다.
세, 왕 (역시...울컥해서 탁구를 보는)
탁구 노는 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내기 좋아하고, 돈 쓰는 거
좋아하고, 매사에 진중하지 못한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세, 왕 (이씨...)
탁구 어쨌든 이 녀석들도 식민지 조선의 아들이 아니겠습니까.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조의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일단은 순수한 놈들이니까요.
송주 내 말이 그 말이랍니다. (세기와 왕골에게) 미안해요. (근덕 쪽을 보며)
이 사람이 원래 좀 고지식한 데가 있어서 그렇지, 악의가 있어서 한 말은
아니니까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아요.
세, 왕 ...
근덕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장난이 아닙니다. 생명이 걸린 일입니다.
순간적인 호기심이나 영웅심으로 덤비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당신들의 목숨뿐만 아니라 조직원들, 나아가서 조국의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없게 됩니다.
세, 왕 ...
근덕 외세에 짓밟힌 식민지 조국의 현실에 가슴 깊이 분노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진심을 다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은 모두 잊고, 여기서 그만둬 주십시오.
세, 왕 ...
S#11. 지라시 사무실 앞/낮
의기소침해져서 힘없이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세기, 왕골.
세기 우리가...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 같지?
왕골 쉽게 생각한 건 너지 임마. 괜히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둥 오도방정을 떨어갖고.
세기 그거야 쉽게 생각한 게 아니라, 무서우니까 일부러 허풍 떤 거지.
왕골 아우 진짜, 괜히 탁구형이랑 완이 대화를 엿들어가지구 진짜.
세기 인생 편하게 좀 살려고 했더니, 어떻게 된 게 주변 사람들이 전부 지뢰밭이야.
왕골 완이는 그렇다 치고, 탁구형은 충격이었어.
세기 조마자씨는 그렇다 치고, 송주씨는 충격이었어.
왕골 그 사람들도 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냐...
에휴휴휴...늘어지게 한숨 쉬며 사무실의 계단을 터덜터덜 올라가는 두 사람.
S#12. 지라시 사무실/낮
요란한 문소리와 함께 들어서던 왕골과 세기, 빈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는 사치코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벽에 달라 붙는다.
사치코 (화나서 앙칼지게) 이게 뭐야? 다들 기강이 해이해졌어!
도대체 내 자서전 발간은 언제 할 셈이지?
세기 그, 그게...저희가 요즘 좀 바빠서...당분간,
사치코 알을 깠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야 책임을!
하늘로 비상을 하던가, 유유히 활강을 하던가!
왕골 일단 진정하시고, 여기(소파) 착지,
사치코 마모루 말이 백번 옳았어. 조선인들은 무슨 일이든 처음엔 냄비처럼 들끊었다가
금세 시들시들, 끝에 가선 꼭 용두사미가 된다죠?
근성이 없는 건가? 아니면 천성이 빌어먹게 생긴 건가.
세, 왕 (빈정이 확 상하고)
사치코 어리석어. 한심해 죽겠어. 조선에 들어와 있는 일본인들이 조선의 민족성을
배울까 두려워.
세, 왕 (앞머리 입김으로 후, 불어 날리며 참고 있는)사치코 역시 천성이 게으른 조선인들은 더는 못 믿겠어. 당신들 하는 꼴을 봐서
내 자서전 2탄은 일본인이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맡기겠어요! (횅 나가버리고)
세, 왕 아우, 진짜.( 불쾌해서 노려보며) 뭐 저런 개필!!!(째려보는 데서)
S#13. 애물단 아지트/낮
빠른 손놀림으로 장총을 조립해나가고 있는 손!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완이다. 탁구가 타임워치로 시간을 재고 있고,
한 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송주와 근덕.
완 (조립을 완성하고는 테이블 위에 완성된 총을 내려놓는)
탁구 (스톱워치를 눌러 기록을 확인해보고는, 한숨처럼 고개 설레설레) 이렇게
느려 터져서는 뼈도 못 추린다, 너.
완 (승부근성에 스크래치 생겼다. 발끈해서 총 휙 밀어버리며)
아, 총이 이상해. 총이, 다른 총으로 줘봐.
탁구 (한심하다는 듯이) 솜씨 없는 목수가 연장만 탓한다더니,
(새로운 총을 휙 주자마자) 자, 시작! (스톱워치 눌러버리는)
완 (헉!해서 얼른 후다닥 총을 집으며) 잠깐! 아, 잠깐마안!!
(버럭 소리 지르면서도 얼른 조립을 하기 시작하고)
송주 (그런 완을 보며 피식 웃고)
근덕 ...(그런 완의 모습 바라보다가 송주에게) 살수로 키울 생각이야?
송주 배워둬서 나쁠 거 없잖아. 위급한 상황에서 일 분 일 초가 생명과
직결되는데.(하는데)
(E) 밖에서 들리는 탕!!! 총성음.
순간 반사적으로 후다닥 총을 집어 들고는 문을 향해 조준하는 완!
얼른 테이블 밑으로 숨는 탁구!
송주 놀랄 거 없어요. 여러분. 여경씨니까.
완 뭐? (총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며) 쟤한테 절대 총 주지 말랬잖아. 내가.
(송주 앞으로 와서) 쟤는 절대 살수 훈련 안 시키겠다고 나랑 약속했잖아!
송주 살수 훈련이 아니라, 그냥 사격 훈련이야.
완 차송주.(이러기야?)송주 (어깨 으쓱하며) 여경씨가 원한 일이야.
완 (노려보듯 보다가, 확 밖으로 나가는)
S#14. 아지트 야외 일각/낮
화난 표정으로 씩씩대며 사격장으로 걸어오는 완인데,
탕! 총성음! 흠칫해서 보면, 조준 자세 그대로 진지한 눈빛으로
방금 맞춘 목표물을 바라보며 서 있는 여경!(*투사다운 모습으로)
완 ( 저 여자가 위험해지는 건 싫다! 빠르게 여경을 향해 다가가 여경의 손에
쥐어진 총을 뺏으며) 너는 안 돼. 하지 마.
여경 주세요.
완 싫어.
여경 왜 이러십니까, 어린애 같이. 무슨 일이든 둘이 함께 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랑이든, 혁명이든 뭐든 둘이서 함게 하자면서요.
완 니 손에 피 묻히는 거 싫어. 니가 살수가 되는 게 싫다고, 무슨 말인지 몰라?
여경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맘대로 죽게 안 놔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완 아, 그래. 그건 그런데.
여경 (OL) 나도 그렇습니다. 당신이 맘대로 죽게 안 놔둡니다.
완 (보는)
여경 당신이 위험에 처하면 내가 구합니다.
완 (보는)
여경 당신이 위험에 처하면, 내가 구합니다.
완 (보며)
여경 (손 내밀며) 주세요. 저는 얼른 조국을 해방시켜버려야 되겠습니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에 처한 동지를 구하기 위해, 꼭 배워둬야합니다.
그러니까...얼른 주세요.
완 ...
갈등하는 완, 문득 여경을 바라보면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완을 바라보는 표정.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총을 내미는 완.
여경, 총을 받자마자 목표물을 향해 다시 한 번 조준한다.
불안한 표정으로 여경을 바라보는 완, 탕! 총성음 들리는데서.
S#!5. 경성 거리 일각/낮
여경의 손을 잡아끌며 걸어오고 있는 완.
여경 어디 가시는 겁니까?
완 (장난기 없이 진지한) 백화점.
여경 백화점엔 갑자기 무슨 일루요.
완 너 향수 하나 사주려구.
여경 저한테 향수가 무슨 필요 있다구요.
완 (멈추고 여경을 보며) 너한테 화약 냄새 나는 거 싫어.
여경 (그 마음 알겠는)
완 옷도 살꺼야. 신발도 살꺼야. 너두 청춘인데 한번쯤은 누려봐야 될 거 아니야.
그러니까 잔말 말구 따라와.(다시 끄는데)
여경 !(뭔가를 발견하고는 시선 고정된 채 멈춰서는)
완 뭐야. 왜 안따라와.
여경 (시선 고정된 채 보기만)
완, 여경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막 인력거에 손님을 태우고 있는 망치의 모습!
완 뭐야, 아는 사람이야?
여경 (유심히 살피며) 그런 거...같습니다.
순간, 인력거를 끌며 얼굴을 정면으로 돌리는 망치!
여경 !(확신하고는) 맞습니다. 저 사람입니다. 그날 VIP 룸으로 나를 끌고 갔던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하는 순간)
완 (표정 살벌하게 굳어서 망치의 뒤를 쫓아가려는데)
여경 (잡으며) 됐습니다. 쫓을 필요 없습니다. 보나마나 이강구의 끄나풀일텐데요 뭐.
완 (그래도 가려는데)
여경 (잡으며) 무서워서 피합니까?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 괜히 건드려봐야,
이강구한테 의심만 받습니다.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완 (굳은 표정으로 망치의 얼굴을 바라보는데서)
S#16. 경성역 앞/낮
손님을 경성역 앞에 내려주고 있는 망치.
품삯을 받고는 감사합니다! 크게 웃으며 손님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한다.
적당한 곳에서 인력거를 세워두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망치.
신중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향해 간다. 완, 한쪽에서 몸을 숨긴 채 그런
망치를 지켜보고 있다.
완 ...(한 쪽에서 지켜보며)
S#17. 후미진 골목 일각/낮
강구와 망치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접선을 하고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작은 소리로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
망치 명빈관에서는 아직 강인호의 잠적을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강구 그 외에 수상한 점은 없고?
망치 글쎄 별다른 점은...
강구 요즘 들어 부쩍 명빈관을 들락거리는 놈들이 있다거나...
망치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지라시 기자들 출입이 좀 잦은 거 같긴 한데...
강구 (순간 눈빛) 지라시 기자들이?
망치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라는 듯) 유명기생 탐방이다 뭐다해서
그쪽 기생들이랑 친한데다가, 놀다 죽은 귀신이 쓰인 사람들이니까요.
기생 끼고 노느라 들락거리는 거겠죠.
강구 ...(뭔가 생각해보는 눈빛이었다가) 이수현은.
망치 강인호가 없어진 후에는 찾아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감시할 대상이 없어졌으니까요.
강구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눈빛)...
S#18. 경성 거리 일각/낮
골목에서 먼저 나오는 망치, 슬쩍 주변을 살피며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골목 안에서 나오는 강구인데.
완 (E) 경성 천지에, 이강구 프락치 아닌 놈이 없군.
강구, 소리에 돌아본다. 완이가 벽에 기대 선 채로 여유있는 표정으로
강구를 바라보며 서 있다.
강구 (여유있게 웃으며) 이게 누구십니까? 선우완 도련님 아니십니까?
완 도련님은 무슨, 나도 순사부장이라 안부르는데, 계급 떼고 얘기하지.
강구 저는 그 계급 떼고 얘기하자는 말이 더 무섭드라구요.
왜요 또, 린치를 가하시게요?
완 (피식) 제법 입이 무겁던데, 너도 남자는 남자드라구.
(눈빛 좀 변하며)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지.
강구 (비식 같잖다는 표정으로 보는)
완 뭐 새로운 파티를 구상 중인가 봐? 아니면, 새로운 연극을 구상중이신가?
강구 글쎄요...아직 기획단계라서 말입니다.
완 (피식 웃으며) 이번 연극 내용은 뭐야. 초대될 사람들이 누군지 미리 좀 알 수
없을까? (표정 살벌해지며) 설마, 저번처럼 초대 손님을 막무가내로 끌고 가진
않겠지?
강구 연극이나 파티나, 미리 내용을 알면 재미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완 그러니까 뭔가를 준비하고 있긴 하시다?
강구 그쪽도 뭔가 준비를 하고 있으실텐데요?
완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 으쓱하며) 그쪽이라니?강구 (이거 왜 이러시나...하는 표정으로 비식 웃는)
완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여유있게 보는)
강구 어쨌든, 제 쪽이 됐건, 그 쪽이 됐건, 파티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그럼...(모자를 들어 인사하고는 뒤돌아서 가며 비식 웃는 표정)
완, 강구가 사라지자 여유있게 웃고 있던 표정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저 놈이 도대체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인가...신중하게 바라보는
완의 표정에서.
S#19. 종로서 복도/낮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강구의 모습 위로,
코우지 (E) 이런 멍청한 조센진 새끼들!!
S#20. 종로서/낮
코우지 앞에서 차렷 자세로 경직되어 서 있는 순사들이고,
머리끝까지 화가 난 표정으로 순사들에게 불호령을 내리고 있는 코우지.
코우지 지금 정체불명의 악질 조센진 새끼들이, 감히 일본인을 살해하겠다고
살인 예고장을 보내 온 마당에, (책상 위에 쌓인 포리스가제트 하나를 들어
순사들의 머리를 팍팍팍 치기 시작하며) 이딴 저질 잡지나 읽고 앉아있어!!!
강구 (들어오다가 보고는, 한심해서 두 눈을 질끈 감는 위로)
김순사 그...그건 검열차원에서,
코우지 (버럭 터지며) 입 못 다물어!!!
김순사 (찌그러지고)
코우지 이러고도 자네들이 대일본제국의 녹을 받아먹는 경찰들이라고 할 수 있나!
조센진들은 사명감도, 부끄러움도 못 느끼나!!!
강구 (짜증스러운 한숨 한 번 쉬고는, 다가와서) 무슨 일이십니까.
코우지 (버럭) 자네는 뭐 하다가 이제야 나타나! 여기가 자네 놀이턴줄 알아!
강구 잠깐 외근을 좀 나갔다왔습니다.
코우지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자네, 잠깐 따라 나와! (먼저 거칠게 걸어 나가고)
잠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코우지를 보다가, 순사들을 한 번 살벌하게
째려보고는 따라 나가는 강구.
S#21. 종로서 일각/낮
넥타이를 헐겁게 하며 화를 삭이고 있는 코우지.
강구가 나타나자마자, 확 잡아서 벽에 갖다 몰아붙이고는.
코우지 너 뭐하는 새끼야! 당장에 대단한 성과라도 내놓을 것처럼 큰 소리 치더니
지금까지 니가 한 일이 뭐야 도대체!! 그만큼 뒤를 봐줬으면 뭔가를 물어와야
될 거 아니야!!!
강구 조만간 애물단의 계보가 완성될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코우지 조만간? 조만간 언제! 그 새끼들이 일본인을 전부 암살한 후에?
강구 믿어주십시오. 아직은 말씀 드릴 게재가 아니지만 제 육감에 의하면 분명,
코우지 (OL) 내 앞에서 육감이라는 소리 한번 만 더 해 어디!
강구 잠적한 강인호가 제 수중에 있습니다.
코우지 강인호? (잠깐 멈칫 반응했다가, 이내) 그 자식이 뭐가 어쨌다는 거야.
강구 그 자식을 밟으면 분명 애물단의 계보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코우지 피라미 새끼 한 마리 잡아놓고 대단한 유세군.
강구 피라미일수록 지가 노는 물에 대해 잘 아는 법입니다.
나으리는 애물단 조직의 끝에 누가 앉아있는지...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코우지 (보는 표정에서)
s#22. 낡은 창고 안/낮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인호.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강구, 뒤따라 들어서는 코우지.
인호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다.
코우지 이게 뭔가? 아직도 이런 방법으로 고문을 하나!
강구 (덤덤하게) 이 정도는 밟아놔야 말을 듣습니다.
인호 (둘의 대화 소리에 움찔하더니 게슴츠레 눈을 뜬다)
코우지 강인호, 애물단의 계보와 니들의 수장이 누군지 말해.
인호 (아직 눈빛 살아서) 난 아무것도 몰라요...
코우지 다시 한 번 묻는다. 니들 조직의 계보를 아는 대로 말해.
인호 (피투성이가 된 와중에도 오기 창창하게) 그딴 거 모른다고 하잖아!
설사 안다구 해두 내가 말할 것 같아! 어리고 힘없다고 얕잡아 보지 마.
아무리 짓밟아봐! 조선은 일본 따위에 짓밟히지 않아! 조선은 절대
굴복하지 않아!
강구 뭐야! 이 자식이! (인호를 때릴 듯 다가서는데)
코우지 (OL)(눈빛 살벌해져서) 비켜! 내가 직접 하지.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부치고는 인호의 멱살을 쥔다) 방금 한 말 다시 해봐.
인호 조선은 일본 따위에 절대 굴복하지,(하는 순간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코우지 (인호를 내려다보며) 뭐? 일본 따위? 절대 굴복하지 않아?! (구둣발로
무참하리만큼 짓밟으며) 개 같은 새끼, 사람대접 해줬더니, 뭐가 어째!
인호 (최대한 몸을 웅크려 피하지만 처절한 신음 소리 새어나오고)
강구 (처음 보는 코우지의 잔인함에 좀 놀라고 질려서)
코우지 (무자비하게 밟으며) 조센징은 개 취급을 해야 정신을 차려! 그래야 지가
개새낀 줄 알거든! 죽어 이 새끼야!! 죽어!!
강구 (예전에 자신이 인호에게 한 말과 같은 말을 하는 코우지를 움찔 해서 보는)
S#23. 낡은 창고 앞/낮
넥타이를 헐겁게 풀며 창고 안에서 나오는 코우지이고,
좀 굳은 표정으로 뒤따라 나오는 강구.
강구 이수현 나으리께도 프락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모양입니다.
우리 쪽에서 이용할 좋은 기회입니다만...
코우지 이수현, 건방진 새끼...어린 놈 하나 못 잡는 주제에 잘난 척은...
강구 ...(이수현에 대한 의심이나 인호를 이수현 감시용 프락치로 삼으려 한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코우지 (비식 웃고) 저 새끼 여동생이 북간도에 있다고 했지? 당장 그 년부터 찾아.
여동생을 앞에 데려다놓고 족치면 저도 어쩔 수 없겠지.
강구 !(보면)
코우지 말을 들을 때까지 밟아놓은 건 좋아. 단, 얼굴만은 건드리지 마.
프락치로 써먹을 거면, 머리를 써! 고문한 흔적을 남기면 안되잖아.
강구 ...알겠습니다.
코우지 당분간 저 얼굴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 저 새끼한테 무사히 잘 지낸다는
편지를 직접 쓰게 해. 명빈관 앞으로.
강구 ...
코우지 얼굴의 상처가 아물면 바로 명빈관으로 복귀시켜.
애물단의 조직계보가 완성되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강구 (보면)
코우지 없애버린다. 알겠나?
강구 ...알겠습니다. (따라 걷다가 낡은 창고 쪽을 돌아보는 표정에서)
S#24. 낡은 창고 안/낮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인호의 모습에서...
S#25. 경성 거리 일각/밤
사람의 인적이 뜸한 거리. 차가 와서 선다. 그 안에서 근덕이 내린다.
저만치 뒷모습인 채로 서 있는 수현에게 다가가는 근덕.
수현에게 정중하게 목례한다.
수현 거사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근덕 그렇습니다.
수현 전술은 모두 숙지시켰습니까.
근덕 그렇습니다.
수현 저격수는 정했습니까.
근덕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을 못한다)...
수현 문제가 있습니까?
근덕 ...(갈등으로 보다가) 모든 거사가 마찬가지였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거사는 특히나 실력을 갖춘 저격수가 필요합니다.
수현 그래서요.
근덕 역시 차송주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수현 ...
근덕 그 동안 경거망동했던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반성을 하고 있으니
그만 용서해주시죠.
수현 ...
근덕 수장님.
수현 (OL)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근덕 네?
수현 다치지 않고...무사히 살아 돌아올 자신이 있으면...
(한참 후에야) 허락하겠습니다.
근덕 (보며)...
수현 (마음이 아픈)...
S#26. 송주의 방/밤
근덕에게 모든 말을 전해들은 송주의 표정.
근덕 저번 일도 있고...걱정이 많은 눈치였어...
송주 (그 마음 알겠는) 수장한테 가서 전해줘.
근덕 (본다)
송주 나는 안전하다구. 그러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다치지 않고 반드시 살아 돌아올테니...걱정하지 말라구.
근덕 (보며)...
송주 (마음이 아픈)...
S#27. 경성 거리 일각/밤
(*25씬과 같은 장소)
홀로 남아 서 있는 수현, 거사를 앞둔 수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랑하는 여자를 살수로 내보내야 하는 아픔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움직임 없이 서 있는 수현의 모습에서 F.O
S#28. 애물단 아지트/낮
모여 있는 조직원들(송주, 완, 여경, 탁구, 근덕) 이고,
칠필살 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송주.
송주 이번 칠필살 암살은 경성 시내의 중심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보다 더 많은 경성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의 공적을 처단한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인 가치가,(하는 순간, 뭔가를 탐지한 듯 멈칫)!
근덕 (눈빛 날카로워지며 경계 태세로 돌변) 누구야!!!
그와 동시에 아지트 입구를 향해 일제히 총을 겨누는 일동!
순간 아지트 문이 삐걱 열리며, 주춤주춤 들어서는 세기와 왕골.
세, 왕 (헉! 자신들을 향한 총구에 겁먹어 두 손 번쩍 들고)
일동 (총 내리고)
근덕 여긴 또 무슨 일이십니까
왕골 (울상으로) 미...미력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저희도 좀 도와볼라고...
일동 ...
세, 왕 ...
송주 (미소로) 환영합니다, 여러분.
세, 왕 (미소 짖는데서)
S#29 종로 경찰서/낮
종로 서적 날아온 칠필살 예고장으로 인해 여전히 북적거리는 경찰서.
빠른 걸음으로 들어서는 코우지, 뒤따르는 수현과 강구.
코우지 이번 칠필살 조건에 부합되는 일본인 명단은 뽑아놨나?
수현 네, 그 중 주요 인사들에게는 미리 연락을 취해, 수행원들을 항시
동반하도록 부탁드렸습니다.
코우지 괜히 여론만 뒤숭숭해지지 않도록 주의해!
수현 알겠습니다.
김순사 ·오늘 경성역에서 가두연설을 할 시노하라 의원님의 경호에 특별히 신경쓰라는 보안과장님의 특별 지시가 있었습니다.
코우지 (눈 질끈 감으며) 또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인원을 빼내가겠다?
(기도 안 찬다는 듯) 언제까지 이런 쓸데없는 일에 귀중한 인력을 낭비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군.
수현 어차피 이번 칠필살 암살 후보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입니다.
경호 차원에서도 중요한 자리입니다.
강구 (수현을 미심쩍게 본다)
코우지 (못마땅하지만, 순사들을 향해) 잠시 후 출동한다! 모두 무기를 소지하고
대기해! 알았나!
순사들 예! (흩어지고)
수현 (담담한 표정으로 총을 챙겨들어 움직이고)
강구 (그런 수현을 관찰하듯 보는)
송주 (E) 이번 암살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S#30. 아지트/낮
각자 맡은 일을 점검하고 있는 애물단 조직원들이고,
다시금 전술을 숙지시키고 있는 송주와 근덕.
송주 신속하고 정확한 실행과 도주로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근덕 변복과 위장은 필수입니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십시오.
완성된 총기를 들어 바라보는 탁구의 진지하고도 예리한 눈빛 위로
송주 (E) 총기제작 담당 김탁구씨! 마지막 총기 점검에 신경 써 주세요.
여경에게서 건네받은 권총을 허공 어딘가로 조준해보는 완의 모습 위로
송주 (E) 선우완씨는 시선 분산을 위해 저격수의 반대편에서 공포탄을 쏘게 될 겁니다.
공포탄을 쏜 직후 바로 이차 작전에 합류해주세요.
경성역 일대의 지도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여경.
근덕의 지시에 따라 누런 봉지에 연막탄을 싸는 왕골, 세기의 모습 위로
송주 (E) 나여경씨와 지라시 기자분을 총격 직후 조직원의 탈출을 돕고 경찰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해 연막탄을 터뜨리는 역할입니다.
송주 마지막으로 저격수는 저, 차송주입니다. 도주로는 다들 파악하셨죠?
무사히 경성역을 빠져나오면, 추근덕씨가 차를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비장한 결의로 서로 마주보며 고개 끄덕이는 조직원들.
S#31. 경성역 앞(혹은 연설 가능한 경성 거리 일각)/낮
경성역 앞 거리에 연단이 설치되어 있고, 전쟁을 호도하는 가두연설
중인 일본인 의원, 경성역 일대를 둘러싸고 순사들이 포진, 경호를 하고 있다.
모여 있는 다양한 연령, 신분의 청중들...호기심에 가던 걸음 멈추고
보는 행인도 있고, 혀를 끌끌 차며 자리를 떠나는 사람도 있고...
연설자 우리는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세력을 넓혀야 할 것이며
이에 일본인, 조선인의 차이는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천황폐하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변복을 하고 인파 속에 섞여 있는 각각의 애물단 조직원들...
서로 은밀한 시선을 주고 받는다.
연설자 무지한 중국은 아시아의 발전과 평화에는 관심없이 밥그릇 싸움만을
일삼고 있는 이때,
주위를 살핀 뒤 도주로를 고려해 노런 종이에 싼 연막탄을 놓는,
기모노 차림의 여경과 일본인 노동자처럼 변복한 세기와 왕골.
연설자 일본의 은덕을 모르는 불순분자들을 색출하고, 무지몽매한 민중들을
일깨워 해가 지지 않는 대동아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안경과 콧수염, 중절모를 쓴 중년 남자로 변장한 완, 긴장한 표정으로
인파 속에 서 있다. 단상 아래에서 순사들을 지휘하는 수현을 본다.
한순간 멀리서나마 시선이 마주치는 두 사람인데
연설자 젊은이들이여! 천황폐하를 위해 피를 흘리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라.
천황폐하 만세! 만세! 만세! (하는 순간)
신속한 손놀림으로 총을 꺼내 공포탄을 발사하는 완.
탕! 탕! 탕! 총성과 함께, 여기저기 떨어뜨려놓은 연막탄에 불이 붙어 연기로
자욱해지는 경성역 일대! 순식간에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완.
청중들 속에서 터져나오는 웅성거림과 공포에 질린 비명 소리.
강구를 비롯, 경찰들 총성이 난 쪽을 향해 달려가면
연설자를 엄호하러 달려가는 수현과 코우지...
총성이 들려온 곳과 반대방향을 향해 연설자를 호위해 가는데
청중들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탕! 어디선가 또다시 들려오는 총성!
코우지의 눈앞에서 연설자 윽! 소리를 내며 쓰러진다.
변복을 한 송주, 단 한발에 연설자를 명중시키고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코우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격수를 찾는데, 그 시야를 가리며
연설자를 부축하는 수현, 코우지, 수현을 밀쳐내며 저격수를 찾지만
이미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비명소리와 엇갈리는 인파로 아수라장이 된
경성역 일대. 저격수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S#32. 총독부 외경/낮
마모루 (E) 자네들 뭐하는 사람들이야!
S#33. 총독부 회의실/낮
수현과 코우지 앉아있고, 흥분해서 화를 내고 있는 마모루.
전혀 대책 회의가 진행될 분위기가 아니다.
마모루 내 목이 달아나는 꼴을 기어이 보겠다는 건가?
수, 코 ...
마모루 백주대낮에, 역 광장에서, 그것도 사람들이 전부 다 보는 앞에서,
일본인 핵심인사가 살해됐네, 경찰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범인은 유유히
살인현장을 빠져나갔고, 그 모습을 사람들이 다 봤다는 말이야!!!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응? 어떻게 설명할 꺼야!!!
수,코 죄송합니다.
마모루 (터지면 버럭) 그 놈의 죄송!! 도대체 언제까지 죄송할꺼야!
죄송할 일은 만들지를 말았어야지!!!
수,코 ...
마모루 (코우지를 확 쳐다보며) 뭐, 사건 해결을 방해하고 계신분은 바로
보안과장님이십니다? 도대체 그 많은 인원들을 데리고 뭘 하고 있길래
아직까지 애물단의 애자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냔 말이야!!!
코우지 (OL) 조만간, (일단 말 끊어내고)
마모루 조만간 뭐!!!
코우지 애무단의 수장을 잡아들이겠습니다.
수현 (표 안 나게 담담한 표정으로 보는)
마모루 뭐?
코우지 저들이 칠필살의 대상을 정해 놓고 상징적인 암살을 계속해 나간다면,
우리 쪽도 같은 방법을 쓰는 겁니다.
마모루 같은 방법이라니.
코우지 애물단의 수장을 잡아들여 상징적인 공개 처형을 하는 겁니다.
마모루 상징적 공개 처형?
코우지 애물단 조직원 몇 명 잡아들여 처리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수현 (담담하게 표정으로 듣고 있는 위로)
코우지 (E) 수장이 있는 한, 조직원들은 계속 생겨날테고, 그의 지시가 있는 한
암살은 계속 될 겁니다.
코우지 애물단 수장의 상징적 공개 처형은 이들 조직을 와해시키고, 이제 막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려는 신생 세력들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퍼포먼스가 될 겁니다.
마모루 (간만에 집중해서 듣고 있는) 가능성이 있는 얘긴가?코우지 일본 경찰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마모루 뭔가...진행되고 있는 일이 있는 거야?코우지 (대답 대신 의미심장하게 냉소하며) 피라미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잡아들여야 될 놈은 바로, (강조) 애물단의 수장입니다.
수현 (담담하게 코우지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S#34. 총독부 복도/낮
회의를 마친 수현과 코우지가 걸어오고 있다.
코우지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나는 가 볼 데가 있으니, 자네 먼저 종로서로 가있어.
앞서 가버리는 코우지를 향해 목례를 하는 수현.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코우지를 바라보는 수현.
표정이 무섭게 굳어 내린다.
S#35. 종로서 안/낮
들어서는 수현, 암살사건으로 분주한 순사들을 향해,
수현 이강구 순사 부장 지금 어딨나!
김순사 외근 나가셨습니다.
수현 (서류로 책상 위를 탁! 거칠게 내려치며) 이런 비상 상황에 보고도 없이
단독행동인가!!!
김순사 (바싹 긴장해서) 다, 다, 단독 행동이 아니라, 야마시타 나으리의 전화를
받고 나가셨습니다.
수현 (수장을 잡겠다는 말이 장난이 아니군...뭔가를 꾸미고 있는게 분명하군...
피식 웃는, 그러다 천천히 표정 차가워지는데서)
S#36. 낡은 창고/낮
창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강구인데, 이미 와서 인호를 개잡듯이
잡고 있는 코우지. 멈칫, 서서 보는 강구.
코우지 니가 조직원이건 아니건 상관없어. 어쨌든 명빈관은 수상한 놈들 소굴이니까,
무슨 수를 써서든 정보를 물어오는 게 니 임무야.
인호 (얼굴의 상처는 대충 아물었으나, 피폐해져 있는 얼굴 바닥에 묻고
지친) 모른다고 했잖아요...
코우지 (인호의 얼굴을 확 치켜들고 여동생 사진을 보여주며) 어때?
꿈에도 간절히 그리던 여동생 얼굴이잖아. 반갑지 않나?
인호 ! (흠칫, 눈빛이 흔들리고)
코우지 (반응이 오자 비식 웃으며 재밌다는 듯이 본다)
인호 그...그러지 마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 여동생은, 불쌍한 제 여동생은
건들지 말아주세요.
강구 (인호를 보며 표정)...
인호 (왈칵 눈물 고이며) 하...하라는 대로 할께요.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할께요.
제가. 그러니까...그러니까 제 여동생만큼은 살려주세요.
(오열하듯) 죽이지 말아주세요!
코우지 (만족한 미소로)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입구에 서 있는 강구를 스쳐
밖으로 나가며) 풀어줘.
인호 (계속된 고문의 고통과 영혼을 팔아버린 죄책감에 계속 흐느끼는)
강구 ...(그런 인호를 바라보는 표정)(* 강구는 자신의 트라우마와 닿아 있는
인호를 애증과 자학에 가까운 심정으로 본다.)
S#37 수현의 하숙집 앞/밤
뭔가 생각에 잠겨 하숙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수현.
머릿속으로 상대의 흐름을 읽고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해내고 있는
표정인데.
완 (E) 퇴근이 늦습니다, 나으리.
그제서야 퍼뜩 고개를 들어보면, 언제 왔는지 하숙집 벽에 기대서서
수현 쪽을 보고 있는 완.
완 애물단인지 뭔지가 이번에도 크게 한 건 한 모양이던데,
총독부 나으리가 이렇게 한가하셔도 되는 겁니까?
수현 (피식 웃으며) 안 그래도 그 놈들 때문에 비상 걸렸어.
새벽에 또 나가봐야 돼. 옷 갈아입으러 온 거야.
완 (웃는)
S#38. 수현의 하숙방/밤
막 갈아입은 와이셔츠에 단추를 채우고 있는 수현이고.
방바닥에 반쯤 옆으로 누워(이제 제법 친구 방이 편한 느낌으로)
책 따위를 넘겨보고 있는 완.
완 괜찮은 거냐?
수현 뭐가.
완 우리야 지시 내리신 대로 움직이고, 빠지면 그만이지만 너는 괜찮은 거냐고.
수현 새삼스럽게 뭘.
완 조심해. 경성천지에 이강구 끄나풀이 아닌 놈이 없드라.
니가 아무리 철저히 위장한다고 해도 꼬투리가 잡히지 말란 법 없잖아.
수현 (피식) 내 걱정 해주는 거냐?
완 우리들의 수장님이신데 그럼.
수현 (웃는데)
완 인호는 어때. 너한테 뭐 따루 연락 온 거 없어?
수현 음. 명빈관으로 편지가 온다며 가끔.
완 나 때문인 거 같아 마음에 걸려.
수현 뭐가.
완 그날 내가 그렇게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자식이 잠적까지는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하다가) 현상광고문 붙인 거 별 효가 없어?
수현 나는...인호가 잠적하고 싶다면, 잠적하게 내버려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완 (보는)
수현 피하고 싶다면 피하게 하구 싶어. 도망가고 싶으면 도망가게 내버려 두고 싶어.
굳이 다시 찾아내서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구...
완 (수현 자신이 이야기인거 같아 짠해지는데)수현 (분위기 환기 시키듯) 나가자. 가봐야 돼. 아님, 여기 있을래? (에서)
S#39. 경성 거리 일각/밤
완과 수현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이미 인적이 뜸해진 시간이지만, 혹시 보는 눈이 있을까 주변을 살피며 걷고
있는 수현. 인력거꾼 한 명이 걸어가면 완과 멀찍이 떨어져 걷는 수현.
완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 그만 해라. 기분 묘해진다.
수현 ?(무슨 으민지 몰라 보는)
완 남자 둘이 뭐하는 짓이냐. 위장연애 하는 것도 아니고
수현 조심하라고 한 건 너야. 경성 천지에 이강구 끄나풀 아닌 사람 없다면서.
완 너무 조심하는 게 더 의심스럽잖아. 내막 아는 놈들이나 우리 둘이 같이
있는 거 수상하다 의심하지, 너무 그러면 다른쪽으로 의심 받는다?수현 (무슨 뜻인지 알고는 허, 웃으며 완의 머리를 확 헝크러뜨려 버린다.)
완 (웃고는) 위장연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너 나여경한테 위장연애 지시
내리 거, 그거 뭐하는 짓이었냐? 설마 사심이 쬐끔이라도 섞였던 건
아니었겠지?
수현 (대답없이 피식 웃는다)
완 어쭈, 대답 안 해?
수현 사심이...아주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완 (멈추며, 급 흥분) 뭐야?
수현 나여경씨가 너한테는 연인이자, 민이형 대신이었다는 거 알아.
니가 또 다시 아끼는 사람을 잃게 될 까봐 걱정됐어.
완 ...
수현 (짐짓 좀 장난스럽게) 직접 나서서 도와주진 못하겠고, 있는 건 권력밖에
없으니 권력을 좀 이용했지.
완 차송주는.
수현 (웃던 표정이 멈칫 정지된다)
완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차송주는 너한테 뭐냐 도대체.
여자야? 아님 조직원이야? 단순히 그냥 동지일 뿐이야?
아님...세 가지 전부야?
수현 ...
완 (힐끔 수현을 살피고는 피식) 표정 한번 되게 복잡하네.
수현 ...
S#40. 애물단 아지트/밤
거사에 이용한 무기를 손질하고 있는 송주.
문득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반사적으로 문을 향해 총을 겨누는데,
서있는 수현.
송주 (천천히 총을 내리고 보며)...
수현 (좀 웃으며) 대단한 순발력이군요.
송주 수장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시죠.
수현 위험을 무릅쓰고 지령을 성공리에 마친 차송주씨에게 감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송주 그런 건...중간 전달자를 시켜 전언해도 됐을 텐데요.
수현 ( 좀 어색하게 웃으며) 그런가요.
송주 어쨌거나 기쁘네요. 이제야 겨우 수장님한테 실력을 인정받았으니까.
수현 차송주씨의 실력을 의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송주 그럼 뭐죠. 그동안의 견제는?
수현 제 자신을 믿지 못한 거겠죠.
송주 ...?
수현 위장이 됐건 뭐가 됐건 당신과 내가 다시 적으로 만나게 되면...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송주 ...
수현 당신이 다치는 것도 싫지만, 흔들리는 제 자신도 싫으니까요.
송주 ...(보다가, 짐짓 밝게 웃으며) 거사의 성공을 자축하는 의미로 술이나
한 잔 어때요?
S#41. 송주의 방/밤
간단한 술상을 차려놓고 마주앉은 수현과 송주.
송주, 수현의 잔에 술을 따라주려는데, 가볍게 막는 수현.
수현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는 자작하며 마신다.)
송주 ...(보다가, 부러 밝게) 이런 비싼 대접을 받을 기회가 쉽지 않을텐데...
제가 명빈관 최고의 기생이란 걸 잊으,(셨나요?)
수현 (OL)왜 그때 명빈관을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송주 (보는)...
수현 (시선은 빈 술잔을 바라보는 채로) 왜 떠나지 않고 계속 여기에 남아
기생이 되는 걸 포기하지 않았습니까?송주 (마음이 쓰리지만, 부러 밝게) 떠났었어요. 잠깐.
수현 (보는)
송주 (짐짓 쿨하게) 동기 적에 친일파 지주에게 농락을 당했어요.
수치심에 목을 맸는데, 그때 당신 말이 떠올랐죠. (술잔을 들며)
그래서 다시 살아가기루 결심했어요.
수현· (짠해져서 보는 위로)
송주 (술잔을 비우고는) 그 날 밤 첫 살인을 했어요. (자조적으로 흠흠 웃으며)
열다섯...시쳇말로 아직 꽃다운 어린 나이에 손에 피를 묻혔다구요.
수현 (조용히 자작하여 술을 마시는)
송주 시체를 처리하고 돌아서는데, 제 앞에 의인회 조직원 한 명이 나타났어요.
우리의 일을 대신 해줘서 고맙다, 어리지만 강하구나...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니? 그렇게 러시아로 건너갔죠...
그 다음은 수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시죠?
수현 (취하는 지 테이블을 짚고 팔로 이마를 감싸 쥐고)
기생이 아니면 안 됐습니까?
송주 ...(보다가) 이만한 위장수단은 없으니까요.
수현 (취기가 도는지 이마를 감싸 쥔 팔이 점점 내려앉으며)
다른 삶도 많지 않습니까. 꼭 기생이어야만 했습니까...?
송주 (점점 서글퍼지는, 이내 피식 웃으며) 점점 모욕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수현 (피식 웃으며, 취김에 테이블 위에 엎드리는)
송주 (서글퍼져서) 일부러 돌려 말할 필요 없으세요. 천한 기생이라 싫다.
여자 남자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수장과 조직원만 하자, 동지만 하자.
간단하잖아요?
수현 (엎드린 채로)(OL) 당신이, 다른 남자들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싫습니다.
송주 ...!(본다)
수현 당신이 다른 남자들에게 웃음을 파는 모습을 보는 게 ...싫습니다.
당신이 살인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게...고통스럽습니다.
송주 !..(눈가 붉어져서 보며)
수현 (잠꼬대 하듯이) 당신이 웃고 싶은 사람 앞에서만 웃을 수 있었으면...
당신이 피묻지 않은 손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내 마음이 좀 편해졌을까요?
송주 (붉어진 눈가에 눈물 고이고)
수현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리는)
잠들어 있는 수현을 울컥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송주.
어느 순간 천천히 손을 뻗어 수현의 이마 위에 덮고 있는 수현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올려주는 송주...
송주 기생이나 되니까 당신이 아무 마음의 부담 없이 여길 오지...( 눈물 고인ㅇ
얼굴로 미소 지으며) 술이나 마시니까 당신이 솔직해지지...안 그럼 내가
어떻게 이렇게 가까이서 당신 얼굴을 볼 수 있겠어요.
수현 (모르는 채로 잠들어 있는)...
잠들어 있는 수현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송주의 모습에서 F.O
S#42. 명빈관 외경/낮
S#43. 송주의 방/낮
모여서 거사 마무리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는 여경, 송주, 근덕.
송주 그동안 너무나 수고가 많으셨어요. 여경씨도, 완이씨도.
여경 송주씨야말로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넘기셨잖아요.
근덕 자, 자,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야. 나머지 암살이 마무리 되면, 우리의
최종 목표인 마지막 거사가 남아있습니다. 최종 거사까지는 당분간 경찰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조심해 주십시오.
여경 알겠습니다.
근덕 아, 그리고 인호 녀석한테 또 편지가 왔습니다. 영랑이가 보여 달라고 해서
빌려줬으니, 나중에 한 번 읽어보세요.
여경 (인호 얘기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송주 (그런 여경을 살피며) 왜 그래요 여경씨?
여경 아니...좀 이상해서요.
근덕 뭐가 말입니까?
여경 잠적을 한 녀석이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편지를 자주 보내잖아요.
편지에는 늘 별 얘기 없이, 잘 있다, 건강하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
찾이 말아 달라, 그 말 뿐이구요.
근덕 사건 용의자로 한 번 현상광고문이 걸린 경험이 있으니,
경성 시내에 또 다시 자기 얼굴이 걸리는 게, 유쾌하진 않겠죠.
여경 아니요...찾지 말아줬으면 하는 사람이 그렇게 자주 편지를 보낼 리 없어요.
잘 있다, 건강하다는 말이 저는 왠지 위험하다, 구해달라는 말로 들려요.
근덕 나 선생님.(그러지 말라고)
여경 이러면 안 되겠지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자꾸.
근덕 (어떻게 위로해줘야 될지를 몰라 송주를 보면)
송주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여경씨. 그 녀석은 내가 인증한 럭키보이니까
분명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
여경 (그래도 걱정되는)...
S#44. 명빈관 마당(기촬영씬/13부 36씬)
회의를 마치고 안에서 나오는 여경.
인호의 방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는 영랑을 발견한다.
(또는 파라솔 의자에 앉아 인호의 교재를 넘겨보고 있는 영랑으로)
여경 뭐해요 영랑씨?
영랑 (퍼뜩 놀라서) 그...그냥요.
여경 (알겠는) 인호...걱정 돼서 그래요?
영랑 (푸욱 한숨 쉬는)
여경 걱정 말아요. 송주씨랑 근덕씨가 찾아보고 있는 중이니까 금방 돌아올꺼에요
영랑 안됐어요.
여경 뭐가요?
영랑 머리도 좋고 똑똑하고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고...그대로 놔두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될텐데...시대를 잘못 만나서 고생하잖아요.
살인 용의자니, 프락치니 의심받으면서...
여경 (마음이 따뜻해져서 미소 지으며) 영랑씨...인호 좋아하는구나.
영랑 (퍼뜩해서) 네에? 아, 아니예요. 제 주제에 무슨...
여경 영랑씨가 뭐가 어때서요.
영랑 나는 기생이잖아요. 인호는 앞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구요.
괜히 나랑 얽혀봐야 기둥서방 소리 밖에 더 듣겠어요?
여경 영랑씨. (그러지 말라고)
영랑 사람은 모두 자기한테 맞는 짝이 있는 거 같아요. 생긴 게 너무 다른 사람들
끼리 좋아지내면 꼭 사단이 나드라구요.그래서..안 좋아하려구요.
나랑 좋아지내 봐야. 앞길이나 막구, 짐이나 될테니까...
여경 (안쓰러워서 보며)...
S#45. 여경의 집 마루+마당/낮
인호 생각에 마음이 무거운 여경, 힘없이 들어와 마루에 털썩 앉는.
왠지 불안하고 불길한 마음을 달래기가 쉽지 않은데...
문득 장독대 쪽으로 시선이 가는 여경, 뭔가 이상한, 장독대를 향해
다가가는 여경. 항아리 하나를 밀어내고 보면, 예전에 총을 묻었던 장소에
새 흙이 드러나 있는. 순간 덜컹 심장이 내려앉는 여경.
주변을 둘러보며 삽을 찾다가, 급해져서 그냥 손으로 흙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최학희 (나오다가 보며) 뭐하니 거기서.
여경 어머니. 저기 있던 문건,( 하다가 얼른 주변을 살펴보고는, 다가와서 작게)
저기 묻었던 총...어머니가 건드리셨어요?
최학희 (역시 주변을 한 번 둘어보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여경 (일단 안도의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작게) 왜요. 무슨 일루요 어머니!
최학희 ? (오히려 이상해서) 너...모르는 일이야?
여경 (순간 왠지 불안해져서) 제가...뭘 알아야 되는데요?최학희 아니...며칠 전에 인호가 찾아와서,(아직 대사 남아있는데)
여경 (심장 덜컹해서) 인호요? 인호가 찾아 왔었어요?
최학희 (같이 불안해져서) 너 정말 모르는 일이야?여경 (급해져서) 인호가 찾아와서 뭐라고 했는데요.
최학희 (작게) 아니..조직에서 총을 찾아오라고 해서 받으러 왔다면서..
너도 다 아는 일이라구...
여경 !! (눈 앞이 아득해지고)
최학희 왜 그래. 내가 뭐 실수한 거야?
여경 그리구요. 그리구 또 다른 말은 없었어요?(묻는데서)
S#46. 여경의 방(회상/낮)
수건에 감싼 총을 인호에게 내미는 최학희.
인호 (받아서 안주머니에 넣으며) 고맙습니다, 어머니.
최학희 그렇게 들구 가면 안 들키겠어? 그러지 말구 나중에 다른 사람 보내지 왜에.
인호 한시가 급해서요 어머니. 앞으로 거사도 있을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선생님도 경찰의 감시망에서 자유롭지 못할텐데, 이런 물건이 계속 집에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만일에 대비해 거사전에 거둬들이라는 조직의 명령이예요.(일어나고)
최학희 (따라 일어나며 무거운 한숨 쉬는) 너도...이번 거사에 참가하는 거야?
인호 아니요...저는 아마...다른 일을 맡게 될 거 같아요.
최학희 (뭔가 이상해서) 다른 일이라니...?
인호 악질 순사...(눈빛 좀 변하며) 이강구 암살이요.
S#47. 여경의 마당(현재/낮)
여경 ...!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고)
최학희 (그런 딸의 기색을 살피며 불안해져서) 조직에서 자기한테 처음으로
시킨 일이라면서...반드시 성공시킨 후에, 북간도에 있는 여동생을 만나러 갈
생각이라구.
하는 순간, 여경 뛰어나간다.
최학희 여경아! 여경아! (불안해지고)
S#48. 여경의 집 앞/낮
강구를 만나기 위해 종로서를 향해 달리는 여경.
그 모습 위로.
인호 (E) 이번 거사는 반드시 성공시킬 거예요. 반드시 성공시켜서,
선생님을 무참하게 고문하고, 제 여동생의 생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그 새끼를 제 손으로 직접 없애버릴 거예요.
여경 (눈앞이 아득해지고)
S#49. 해화당 앞 거리/낮
한 손에 인호에게 온 편지를 들고 문이 닫힌 해화당 서점을
기웃거리고 있는 영랑, 문득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여경을
발견하고는 다가간다.
영랑 언니
여경 (돌아보고는) 영랑씨!
영랑 (다가와서, 편지 내밀며) 인호 편지 보여준다는 걸 깜빡해서 가지구 왔어요.
여경 (급한) 이따가요 영랑씨. 나중에 읽을께요. (하고는 가려는데)
영랑 (잡으며)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요.
여경 인호 찾으러요. 어쩜 인호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영랑 (눈 반짝 빛나며) 정말이요? 인호 지금 어디 있는데요?여경 나중에, 나중에 얘기해요. (하고 달려가는)
영랑 언니! 언니!
멀어지는 여경을 보며 애가 닳는 영랑, 갈등하다가 어느 순간 에잇!
여경의 뒤를 쫓아가는 데서
S#50 낡은 창고 앞/낮
덜컹 소리와 함께 풀려나는 인호, 햇빛이 눈이 부셔 눈도 제대로 드지 못한 채
비틀거린다. 휘청거리는 인호의 팔을 붙잡는 손. 강구다.
인호 (흠칫, 했다가 핼쓱한 얼굴로 멍하니 돌아보면)
강구 잊지는 않았겠지?
인호 (또다시 공포에 질리는)
강구 이수현에 대한 정보는, 나한테만이야, 알았어?
인호 (외면하듯 걸어가고, 이중, 삼중으로 옭죄어오는 정신적 고통에 거의
쓰러질 듯한데)
강구 멍청한 놈...너처럼 무식하고 뻣뻣하게 들이대는 놈들이 원래 더 쉽게 꺽이게
돼 있지.
인호 (멈칫)
강구 너는 살아가는 방법을 잘못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복수하는 방법도 잘못 골랐어.
인호 (천천히 강구를 바라보는)...
강구 (비식 웃으며) 그놈들이 널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나? 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너 같이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인생까지 걱정해줄 것 같아?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나라 따위 지켜서 뭐하나.
그런 나라를 위해 피 흘려 싸워 뭐하냐고. 니 피만 아까울 뿐이야.
인호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뒤돌아서 간다)...
강구 잊지마. 이수현에 관한 정보.
인호 ...(천천히 걸어가며 멍한 눈에 울컥 눈물이 고이는)
S#51. 종로서 앞/낮
강구 (종로서를 향해 걸어가다가 멈칫 선다)
여경 (적당한 곳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강구를 본다.)
강구 (비죽거리는) 나여경 선생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여경 (담담하게) 인호, 지금 어디 있습니까?
강구 인호? 아아...강인호 말씀이십니까? 그 자식이라면 지금 행방불명 중
아닙니까? 얼마 전에 현상광고문이 붙은 걸 본 거 같은데?
여경 어디 있는 지 정말 모르십니까?
강구 (어깨 으쓱하며) 글쎄요...저는 당췌 무슨 말씀이신지.
여경 모른다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서서 가려는데)
강구 (짐짓 생각하는 척하며) 혹시 내 앞에서 총 들고 설치다가 도망가던
그 자식을 말하는 건가?여경 ! (순간 멈춰서며, 들켰구나. 두 눈을 감는다)
강구 명빈관 요진보가 그런 총은 어디서 났을까 궁금해서 몇 대 툭툭 쳤더니,
금세 피떡이 되던데...설마, 그 자식을 말하는 건 아니겠죠?여경 (아무 대답도 못하는데)
강구 그럼 그 총이 어디서 생긴건지...나선생님은 아주 자알 알고 있겠군요.
여경 (꼿꼿하게) 총이라니요, 무슨 총 말입니까?강구 (여경의 얼굴을 확 잡으며) 시침 떼는 모습이 여전히 깜찍한데 그래? 그러고보니까 점점 예뻐지는군. 연애라는 게 좋긴 좋은가부지?여경 (강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쓰는데)
강구 강인호를 만나게 해주지.
여경 (멈칫 보고)
강구 어때? 아무도 구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서서시 죽어가는 제자의 모습을
함께 구경하러 가겠나? 물론 따라 올 용기가 있을 때, 얘기겠지만 말이야.
여경 (노려보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공포에 질린 표정을 훔쳐보고 있는 영랑에서.
세기 (E) 그 절대 절명의 위기의 순간!
S#52. 지라시 사무실/낮
완이는 책상 앞에 앉아 또 다른 원고 집필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고
탁구, 세기, 왕골은 모여 앉아 거사의 무용담을 펼쳐놓고 있다.
세기 내가 완벽한 순발력으로 연단 밑에 연막탄을 투척하지 않았다면,
거사는 실패나 마찬가지였다니까!
세, 왕 (합창으로) 연막탄 투척 거사!! 캬~
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본다)
왕골 근데 형은 왜 거사 현장엔 코빼기도 안 보인 거야? 또 거사 직전에 혼자
도망갈 궁리 한 거 아니야?탁구 나는 브레인이지 바디가 아니거든.
완 (혼잣말처럼) 브레인 같은 소리하고 있네.(하는데)
벌컥 문이 열리고 영랑이가 들어온다.
영랑 오라버니!
왕골 (자동인형처럼 발딱 일어난다) 영랑아! (마중 나가듯 양팔을 활짝
벌리고 영랑을 향해 가며) 그래, 오라버니 여기 있어!
영랑 (왕골의 벌린 팔 사이를 빠져나가 완에게 가며) 완이 오라버니!
큰일났어요! 큰일!!!
완 ? (보는 데서)
S#53. 명빈관 마당/낮
송주와 근덕에게도 알리기 위해 정신없이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는 영랑.
영랑 송주 언니! 큰일 났어요. 큰 일! 근덕 오(빠),
하다가 뻥...한 표정으로 그대로 멈춰서는 영랑!
송주의 방 쪽을 바라보며 서 있는 인호!
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영랑 쪽을 돌아보는 인호.
깨끗한 새 옷을 입었지만, 어딘지 불안하고 황폐한 눈빛.
인호 ...안녕?
영랑 (멍...한 표정으로, 시선은 인호에게 둔 채로) 어...언니! 소...송주 언니!
송주 (나오며)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호들갑
하다가 인호를 발견하고는 멈칫하는 송주.
송주 (놀라서) 인호야...!
송주를 향해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인호.
어딘지 비굴해 보이는 그 모습에서.
S#54. 낡은 창고/낮
창고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여경. 뒤따라 들어오는 강구.
텅 빈 공간을 둘러보다가 불길한 느낌에 확 뒤돌아보는 여경.
입구에 버티고 선 강구.
여경 (멈칫, 긴장감 감추며) 인호는...어딨습니까?
강구 (비열한 미소) 뭐, 이제 곧 만나게 될 거야. 그건 그렇고...
우리 둘만 남았으니, 오붓하게 대화나 좀 나눠볼까?
(여경을 창고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는다)
여경 !(함정에 빠졌음을 알겠다)
S#55. 경성역 앞/밤
인력거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손님들을 기다리며 윷놀이를 하고 있다.
말판에 막 말을 놓던 망치의 멱살을 휙 낚아채는 누군가의 손.
망치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면, 살벌한 표정의 완이 서 있다.
완 (낮지만 살벌하게) 이강구 이 자식 지금 어딨어.
망치 (겁에 질려서 보고)
완 (OL) 머리통을 부수기 전에 당장 말해! 이강구 지금 어딨어!!!
S#56. 낡은 창고 안/밤
창고 한가운데 서 있는 여경을 중심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강구.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라도 되는 양 흡족한 표정으로
강구 위험을 무릅쓰고 호랑이굴까지 따라온 걸 보면, 제자 사랑이 대단하시구만.
여경 (피 묻은 밧줄이며 입을 틀어막았던 손수건을 발견하고 달려가 들어서
보고는, 살 떨리는 충격으로) 도...도대체 인호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강구 글쎄, 그 보다 나는 애물단이라는 비밀 암살단체가 무슨 짓을 했는지가
더 궁금한데 말이지,
여경 (O.L) 도대체 인호한테 무슨 짓으 한 거야 당신!!!
강구 (제법인데 하는 표정으로 보는)
여경 도대체 왜 그렇게 인호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가난 때문에 아버지가
여동생을 팔아넘겼을 때, 그저 바라보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아픈 심정을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강구 (순간 표정 굳고)
여경 당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아이잖아. 오히려 감싸줘야 하는 거 아니야?
강구 (여경의 목을 조르듯 잡으며) 누굴 누구랑 비교하는 거야 지금.
그 나약해 빠진 놈을 나랑 비교해? 매질 몇 번에 개처럼 발발 기는
그 자식이랑 나를?
여경 왜, 인호를 보면 나약하고 무력했던 당신 모습이 떠올라?
그래서 자학하듯이 그 아이를 괴롭히는 거야?
강구 입 닥쳐.
여경 불쌍한 사람이야 당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까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거겠지. 하지만, 상처가 있다고 해서 뭐든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사람이라면, 적어도 사람이라면!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알아야 할 꺼 아니야!
강구 입 닥쳐! 입 닥쳐! 입 닥치라고 하잖아!!!
하며 여경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짓밝기 시작하는.
강구 그런 유약한 새끼들은 당해도 싸! 가난하고 비굴하고 무력하고
무능한 새끼들은 밟아줘야 정신을 차려! 그래야 지들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아먹지! 독기를 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아먹는다구!!
S#57. 낡은 창고 앞/밤
달려오는 완, 강구의 끄나풀 몇 명이 짤짤이를 하며 보초를 서고 있다가
완을 경계태세로 일어난다. 완, 막무가내로 거칠게 돌진한다.
완과 강구의 끄나풀들의 한판 격투가 벌어진다.
안에서 여경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 남자들을 미친듯이 쓰러뜨리고 창고로 가는 완.
문을 쾅 박차고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S#58. 낡은 창고 안/밤
쾅! 창고 문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는 강구와 여경.
완 (달려들어오며) 여경아! 나여경!!!
막 창고 안으로 튀어 들어오는 완의 시선에.
여경에게 매질을 하던 강구의 모습이 잡힌다.
완 !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 개자식!
완, 여경에게서 강구를 확 떼어내고는 강구에게 주먹을 날린다.
끄나풀 한명이 각목을 들고 완을 향해 달려간다.
각목으로 사정없이 완의 뒤통수를 내려친다.
순간 완의 동작이 정지도니다. 여경이 비명을 지른다.
완의 이마 위로 붉은 핏줄기가 주욱 흘러내린다.
의식이 흐려지며 무릎이 꺾이는 완, 그대로 의식을 잃고
바닥 위로 쓰러진다.
-<경성스캔들> 14부 끝-
.경성스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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