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 15
<경성스캔들> 15부 대본
S#1 낡은 창고 안 (전회 연결/ 밤)
쾅! 창고 문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는 강구와 여경.
완 (달려 들어오며) 여경아! 나여경!!!
막 창고 안으로 튀어 들어오는 완의 시선에,
여경에게 매질을 하던 강구의 모습이 잡힌다.
완 !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 개자식!!
완, 여경에게서 강구를 확 떼어내고는 강구에게 주먹을 날린다.
끄나풀 한명이 각목을 들고 완을 향해 달려간다.
각목으로 사정없이 완의 뒷통수를 내려친다.
순간 완의 동작이 정지된다. 여경이 비명을 지른다.
완의 이마 위로 붉은 핏줄기가 주욱 흘러내린다.
의식이 흐려지며 무릎이 꺾이는 완, 그대로 의식을 잃고
바닥 위로 쓰러진다. 아아아악---비명을 지르는 여경.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완을 향해 달려가려는데,
강구 (전혀 동요 없이, 담담하게) 잡아.
강구의 끄나풀들이 여경을 잡아채서 붙든다.
여경 (벗어나려 몸부림치며) 이거 놔! 이거 안 놔? 놔!!! 놓으란 말이야!!
마치 사냥총에 맞은 사냥감을 확인하러 가듯이, 쓰러져 있는 완을 향해
천천히.... 여유 있게 걸어가는 강구. 잔인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피투성이가 된 완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위로,
강구 (E) 너는 살아가는 방법을 잘못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복수하는 방법도 잘못 골랐어. (14부 50씬의)
S#2 명빈관 인호의 방 (밤)
언젠가 고문을 받은 후의 여경이 그랬듯이, 표정 없는 얼굴로
멍....하니 방구석에 틀어박혀 무릎을 감싸 안고 앉아있는 인호.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그런 인호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영랑.
강구 (E) 그놈들이 널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나? 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너 같이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인생까지 걱정해줄 것 같아?
S#3 낡은 창고 안 (밤)
여전히 사냥감을 바라보듯이 피투성이가 된 완을 재밌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강구. 그 표정 천천히....살벌하게 변하는 모습 위로,
강구 (E)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나라 따위 지켜서 뭐하나.
그런 나라를 위해 피 흘려 싸워 뭐하냐고. 니 피만 아까울 뿐이야!
순간, 분노를 폭발시키듯 쓰러져있는 완의 배를 구둣발로 가격하기
시작하는 강구! 강구의 끄나풀들에게 붙들린 채 비명을 지르는 여경!
강구 (쓰러져있는 완의 배와 등을 사정없이 가격하며, 광기 어린)
잘 들어! 지금부터 계급 떼고! 친일, 반일, 이딴 이데올로기 다 빼고!
그냥 남자 대 남자야, 알았어!!!!
여경 (비명과 함께 울부짖는) 하지 말아요! 그만 하라구요!!!
강구 (눈빛에 점점 광기 서리며) 개 같은 새끼! 내가 벌레보다 더 싫어하는
인간들이 누군줄 알아? 바로 너 같이 부모 잘 만나 무위도식하는
유한계급 새끼들! 입으로만 옳은 소리 찍찍 날리는 너 같은 지식인들!!
완 (강구가 때리는 대로 흔들리며)
강구 (E) 니들이 팔아먹은 나라를, 왜 우리더러 찾으래!
여경 그만 해요! 제발 그만해!!
강구 (OL) (상관없이) 나라 팔아먹은 니들은 호의호식,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핍박은 우리가 받아야 되는 거냐고, 왜! 왜! 왜!!!
여경 (OL) 오라버니!!!!
강구 ! (순간 멈칫하는)
여경 (울컥 눈물 고이며) 오라버니....그만해요... 그러다 그 사람 정말 죽어.....
강구 (오라버니라는 말에 멍....하니....눈빛에서 광기 없어지며)....
여경 그러지마.... 그러면 마음이 좀 편해...? 마음에 맺힌 한이 조금은 풀려요?
그런 거 아니잖아. 인호한테 화풀이 한다구, 저 사람 한테 화풀이 한다구,
오라버니 상처가 치유되는 거 아니잖아요...
강구 (표정 없어지며) ....
여경 이제 그만 해요. 언제까지, 어디까지 변할 꺼예요. (안타까운 마음에 울컥)
안 그랬잖아요...누구보다 영리하구, 착하구, 성실한 오라버니였잖아.
왜 그렇게 변했어요 응? 사람이 왜 그렇게 변했어.
강구 (살벌하게 버럭) 입 닥쳐!!!
여경 (안타깝게 보고)
강구 (완에게) 내 손에 걸리지 마. 오늘은 여기서 끝내지만 다음엔 죽음이야.
하고는 먼저 나가는 강구. 얼른 뒤 따르는 끄나풀들.
끄나풀들의 손에서 풀려난 여경, 완을 향해 달려가는.
여경 괜찮아요? 정신이 듭니까?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강구 (나가며 듣는 표정 위로) ....
완 (E) (힘겨운 목소리로) 이걸로 비긴 거다...?
강구 (멈칫 돌아보는)
완 (피떡이 된 얼굴로 피식 웃으며 힘겹게) 남자 대 남자. 이걸로 서로 비긴거야.
다음에 만날 땐 용서 없어.
강구 (보고) .....
완 (피식 웃으며 보는) ...
S#4 낡은 창고 앞 (밤)
창고 안에서 나오는 강구, 그대로 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강구의 뒤를 따르던 끄나풀들 덩달아 멈춰 서며 의아한 표정 짓는.
여경 (E) 안 그랬잖아요...누구보다 영리하구, 착하구, 성실한 오라버니였잖아.
왜 그렇게 변했어요 응? 사람이 왜 그렇게 변했어.
강구 흐흐...흐흐흐....흐흐흐.....
개소리 말라는 듯이, 같잖다는 듯이 자조적으로 웃는 강구에서.
타이틀 <경성스캔들> 15부
S#5 지라시 사무실 (밤)
일제히 손톱을 씹으며 초조하게 벽시계를 보고 있는 탁구, 왕골, 세기.
초침시계가 열시 정각에서 탁! 겹쳐지면, 일제히 안타까운 아아....! 탄성.
왕골 아, 자식,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야아. 걱정 되게.
세기 눈이 뒤집혀서 나갔는데, 별 일 없겠지 형? 눈에 검은자 보다 흰자가
더 많던데.
탁구 조마자씨가 이강구한테 끌려갔다는 소리를 듣구 튀어 나갔는데,
별일이야 있겠냐?
왕골 상대가 개쉐이(개새끼)랑 동급 먹는 이강군데, 별일이야 없을 거야.
일동 .... (어째, 얘기하다 보니 더 불안해지는) 아, 별일이 있을 거라는 얘기야,
없을 거란 얘기야! (괜히 서로에게 버럭 화를 내는데서)
S#6 명빈관 마당 (밤)
심난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송주.
송주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여기로도 아무 연락 없었어요.
세기, 왕골 (에휴휴휴.... 고개를 숙이는)
세기 (좀, 조용히 하라고 탁 때리고) 이거 아무래도 수상해요.
(작게) 조직 차원에서 움직여야 되는 거 아닐까요? (하는데)
영랑 (역시나 심난한 표정으로 인호 방 쪽에서 나오는)
왕골 !! (영랑을 발견하자마자 급 방긋!) 영랑아! 오라버니 온 줄 어떻게 알았어?
영랑 (귓등으로도 안 듣고, 송주에게) 인호, 저녁밥도 안 먹어요, 언니.
왕골 (급 흥분) 인호라니? 인호가 누구야? 명빈관 강아지야?
송주 ... (생각해보다가) 영랑이 너, 종로서에 전화 좀 너어.
영랑 종로서요? 종로서엔 왜요?
송주 나여경씨 납치 신고. 선우완 실종신고.
세기 (작게) 아니, 경찰 힘 빌릴 거 없이, 조직 차원에서,
송주 (OL) 이강구가 끌고 가는 걸 니가 직접 목격했다고 말하면, 접수 될 거야.
전화해서 총독부 이수현 나으리를 찾아. 두 사람 모두를 알고 있는 사람이니,
도와주실거야. (*수장에게 알리려는 의도)
S#7 종로 경찰서 안 (밤)
책상 앞에 서서 영랑의 신고 전화를 받고 있는 수현.
수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수현. 표정이 심상치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일어나서 나가려는 수현인데, 막 들어서는 코우지와 마주치는.
코우지 비상 대기 중인데 어디 가는 길인가?
수현 납치 신고가 들어와서 조사차 움직이는 중입니다.
코우지 자네는 특별수사본부팀 아니었나? 언제부터 그렇게 여유가 있어졌지?
수현 이강구 순사부장이 나여경씨를 불법연행 해 갔습니다.
특별수사본부팀의 일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코우지 나여경이라면 그 요주의 인물 아닌가? 취조차 데려간 거 아니겠어?
수현 공권력을 빙자해 무고한 시민을 경찰서 아닌 다른 장소에 구금하는 건,
명백한 범법 행위입니다. 일본 경찰의 명예에 오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코우지 (짜증) 자네도 그렇고, 이강구도 그렇고, 유독 나여경이 한테 집착하는 이유가
뭔가 도대체!
S#8 종로서 복도 (밤)
수사팀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강구, 문으로 들어서려는데,
코우지 (E) 이강구 순사부장은 그렇다 치고, 자네는 좀 지나치게 그 여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뭐지? 이 수상한 느낌은?
강구 (멈칫 서서 듣는)
S#9 종로서 안 (밤)
수현 개인적인 감정입니다. (피식) 남자로서, 안됩니까?
코우지 (허,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는 비웃듯이) 육감에, 개인감정에....
조셍진들은 매사에 감정이 앞서는군.
수현 (그저 보며) ...
코우지 (피식) 자네 둘을 보면 참 재밌단 말이야. 같은 조셍진들끼리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이간질하고....다 민족성 탓인가?
수현 (여유 있는 표정으로 들어주는)
코우지 어떤 놈들은 나라를 팔아먹고, 어떤 놈들은 나라 팔아먹은 놈들을 죽이고,
또 어떤 놈들은 밀고하고, 배신하고, 악순환의 연속이군. 안 그래?
수현 (즐기듯 들어주고 있는)
코우지 하긴. 오죽 못났으면 나라마저 상납했겠나. 꼬리를 흔들면서 일본의 통치를
받아들였으면 끝까지 충성할 일이지, 실컷 키워놨더니 이제 와서 주인 손을
덥석 물어? 배은망덕한 조셍진 새끼들...
수현 (피식) 그렇게 혐오하고 불신하는 조선인과 연대하는 선배님도,
꽤나 이율배반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코우지 (같잖다는 듯이 비식) 이강구 말인가? 그 자식은 나의 주구세력일 뿐이야.
주구가 무슨 뜻인지 알지?
S#10 종로서 복도 (밤)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듣고 있는 강구의 모습 위로,
코우지 (E) 먹이감을 물어오는 사냥개. 말 잘 듣고, 꼬리 잘 치는 사냥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뜻이야.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새 사냥개를 키운다. (당당) 문제 있나?
모욕감과 배신감에 표정 싸늘하게 식어 내리는 강구.
S#11 종로서 안 (밤)
코우지 (살벌하게 노려보며) 분명히 말해두지만, 지금 우리가 잡아들여야
할 놈은 애물단의 수장이야! 그딴 하찮은 사건에 낭비할 시간이 없어!!!
수현 애물단의 수장을 잡아들여 공개처형하겠다는 그 계획말입니다,
코우지 (보면)
수현 쉽지 않을 겁니다. 아니, 용케 잡아들인다 해도, 잡아들여 공개처형을 한다
해도, 조직이 와해되거나 무력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분노와 투지만 키울
뿐이죠. 밟을수록 더 시퍼렇게 날을 세우는 게 조선인들의 민족성이거든요.
코우지 뭐야!!!
수현 조선인들을 너무 모르시는 거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통치하는 나라의
민족성을 모르고서야,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외근 나갔다 오겠습니다. (목례하고는 나가고)
코우지 (이를 갈며 살벌하게 노려보는)
S#12 종로서 앞 (밤)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안에서 나오는 수현.
강구 (E) 너무 위험한 발언을 날리신 거 아닙니까?
수현 (보는)
강구 (적당한 곳에 서 있다가, 수현을 향해 다가오며) 뭐....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심하셔야죠. 듣는 제가 다 심장이 벌렁거리드라구요.
수현 틀린 말은 아니다....? 자네도 조선인은 조선인이군. (표정 차가워지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강구 제가 아무리 극악을 떨어봤자, 배신과 밀고로 나라를 팔아먹은 나으리만
하겠습니까.
수현 (보고)
강구 (비열하게 웃으며) 나으리가 저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계시길래, 저도 분발
해서 나으리의 뒷조사를 좀 해봤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겁니까?
수현 (피식 웃으며) 나여경이 지금 어디 있나.
강구 (상관없이) 혹시 제가 나으리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겉포장에 불과하고,
속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앉아있다거나 뭐....
수현 누구나 겉과 속은 조금씩 다른 법이지. 자네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강구 무슨 소립니까?
수현 곧 자네도 모르는 자네 속마음을 내가 알 수 있게 해주지.
강구 (의미를 몰라 불안한 눈빛으로 보며)
수현 자, 이제 나여경이 어디 있는지 말해주겠나? (눈빛 좀 변하며) 사람 말로
알아듣게 얘기할 때 말이야.
S#13 낡은 창고 안 (밤)
찌이익--- 여경의 흰 저고리 옷고름이 찢겨지고 있다.
찢어낸 옷고름으로 완의 머리를 묶어 지혈을 해주는 여경.
(*짧으면, 두 개의 옷고름 이어서)
여경 (눈물 고인 얼굴로 지혈끈 묶어주며, 다급한) 정신 좀 차려보세요.
여기서 잠들면 죽습니다. 정신 좀 차려보세요, 네?
완 (의식 없는 채로)
여경 (다 묶고 나서, 완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려 하며) 조금만 움직여보세요.
병원으로 가야합니다. 저한테 기대서 조금만 움직여, (하는데)
완 (힘겹게 눈을 떠서 여경을 바라보는)
여경 ! (얼른 완을 바라보며 퍼뜩) 정신이 듭니까? 내가 누군지 알겠습니까?
완 (표정 없이 바라보기만) ....
여경 (심장 덜컹 내려앉으며) 내가 누군지 모르겠습니까?
완 (그제서야 힘겹게 피식 웃으며) 조마자....
여경 ! (완의 농담에 울컥 안도의 눈물 나오고)
완 (피식) 조국이 해방 될 때까지 옷고름 안 푼다더니....풀었네?
여경 풀겠습니다. 얼마든지 풀겠습니다. 사정없이 풀겠습니다!
(눈물 흐르며) 살아만 있어주세요! 죽지 말아주세요!
완 (어이없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웃어버리는데)
덜컹! 문이 열리고 안으로 빠르게 들어서는 수현.
수현 완아!
여경 (이제는 살았다! 반색하며) 나으리! 이 사람 좀, 얼른요!!
수현 (달려와서 완을 일으키며) 괜찮아? 내가 누군지 알겠어?
완 자식 올라면 좀 빨리 오지. 죽을 뻔 했잖아.
수현 (여경에게) 좀 도와주십시오. (완을 등에 업게 도와달라는 뜻)
S#14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밤)
(*설정 상 종로서 차를 가져왔다 치고)
운전석에 수현. 조수석에 여경.
뒷좌석에 피투성이로 앉아있는 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완 쟤는 집 앞에 내려줘.
여경 (무슨 소리냐는 듯 확 돌아보는)
완 너는 집에 가 있어.
여경 싫습니다.
완 나두 쪽팔려서 싫어. 그러니까 집으로 가.
여경 뭐라고 하시든 같이,
완 (여경이 걱정할까봐 부러 있는 힘을 다해 버럭) 아, 너 땜에 맘대루
아프단 소리도 못하잖아! 가오 좀 잡게 집에 가 있어!
여경 (완의 마음 알기게, 뭐라 말은 못하고 안타깝기만)
수현 (운전하며) ....
S#15 해화당 앞 (밤)
수현의 차가 와서 서고, 안에서 내리는 여경.
여경을 내려주고 다시 출발하는 차.
멀어지는 차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경.
뒷좌석 창문으로 여경을 바라보며 괜찮다는 듯이, 걱정 말라는 듯이
애써 웃어 보이는 완. 그런 완의 미소를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여경.
S#16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밤)
그제서야 뒷좌석에 마음대로 무너지며 아파하는 완.
수현 (미러로 보며) 괜찮아?
완 너...무슨 일이 있어도 나 살려내야 된다.
수현 ....
완 쟤 놔 두구 나....혼자 못 죽어 나. 그렇게 약속했어.
수현 (아프지만, 애써 웃으며 농담처럼) 입이 살아있는 거 보니까
아직 안 죽겠다, 염려 마.
완 나 같은 놈들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이랜다.
수현 ...?
완 부모 잘 만나 무위도식하는 나 같은 놈들 때문에, 실천은 안 하고 머리에
먹물만 든 나 같은 놈들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이래.
수현 ...
완 나, 그 오명 벗어내기 전엔 절대 못 죽어. 명예회복하기 전까진 절대
못 죽어....(의식 가물가물해지며) 그러니까 너.... 반드시 나 살려내야 돼.
수현 (마음이 무거워지는) .....
S#17 해화당 앞 (밤)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여경.
문득 완이 앉아있던 나무 아래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는.
완 (E) 염려 마. 나는 형처럼 어이 없이 안 죽어.
너두 맘대루 죽게 안 만들어 내가.
여경 ... (위험한 길로 이끈 게 너무 미안해서, 눈물 고이는 모습 위로)
S#18 회상 몽타쥬 (밤)
완과 여경의 밝았던 모습들(완이가 독립투사를 결의하기 전 모습들).
(F.C) 복싱대회에서 우승을 한 완을 와락 안던 여경. (3부 59씬의)
(F.C) 완에게 헤딩을 하던 여경. (3부 63씬의)
(F.C) 축구를 하며 천진하게 웃던 완. (5부 22씬의)
(F.C) 자전거를 달리며 환하게 웃던 완. (6부 5씬의)
(F.C) 바닷가에서 데이트하며 웃던 완. (7부 60씬의)
(F.C) 여경에게 춤을 가르쳐주며 웃던 완 (7부 63씬의)
등등의 모습들이 흘러가는 위로....
완 (E) 그러니까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 지겨운 이놈의 땅, 해방되는 거 까지
보고 죽자.
S#19 해화당 앞 (밤)
밝았던 완의 모습을 떠올리고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파오는 여경.
자신 때문에 위험해진 완에게 너무 미안해지고, 완을 무참히 짓밟은
강구에 대한 분노가 끓는다. 눈물 고이지만, 야무지게 이를 악물어
참아내는 여경. 어느 순간 표정 싸늘해지며, 어딘가로 향해 빠르게
걸어가는데서.
S#20 애물단 아지트 안 (밤)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아지트 안으로 들어오는 여경.
여기저기 총을 살펴보고는 적당한 총을 꺼내드는 여경,
분노로 싸늘해진 얼굴로 총을 품에 품고 문을 향해가려다가 멈칫 서는.
언제 왔는지 문 앞에 서서 그런 여경을 바라보고 있는 수현.
수현 (담담하지만, 위엄 있는) 그 총 내려놓으십시오.
여경 (물러서지 않을 듯 고집스럽게 보는) 비켜서주세요.
수현 나여경씨 답지 않은 행동이군요. 언제나 이성적이고 신중하던 사람,
아니었습니까?
여경 (야무지고 당당하게) 공공의 적을 처단하려는 것뿐입니다.
수현 (담담하게 보는)
여경 조국해방에 방해가 되는 자를 제거하려는 것뿐입니다.
수현 (보며)
여경 내가 지켜내고 싶은 것을 지켜내기 위해, 실천하고 행동하려는 것뿐입니다.
수현 (담담하게) 총 내려놓으세요.
여경 저는, 하루라도 빨리 조국을 해방시켜야겠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고통 받지
않고, 아무도 위험하지 않고, 사람이 타고난 품성 그대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수현 (좋은 말투로) 나여경씨.
여경 (울컥하지만, 애써 누르고 꼿꼿하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공부하고
(인호 얘기다), 웃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웃으면서 살아가고(완이 얘기다),
사랑하고 싶으면 마음껏 사랑하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겠습니다.
수현 조국 해방은 그렇게 단시간에 해치울 수 있는, 혁명과제가 아닙니다.
여경 (터지며) 그러니까 제가 먼저 시작하겠다는 겁니다!
수현 (터지며) 우리의 거사가 분노에 사로잡힌 살인극이 됐으면 좋겠습니까?
여경 (수현을 노려보는 채로 왈칵 눈물 고이고)
수현 우리 세대가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입니다. 우리는 당분간 이
위험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욕심을 버리세요. 이 위험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세요. 그게 혁명입니다.
여경 (해방은 요원한 길인가.... 허탈해지고, 서글퍼져서 혼자 피식 웃으며)
그렇습니까....? 그게... 혁명입니까?
수현 (보며) ....
여경 위험 속에서 행복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그러니까....
수현 ... (보다가) 이강구에 대한 처리는 제게 따로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마음을 다스리십시오. 이건 수장으로서 명령입니다.
여경 ... (그저 허탈하게 피식 웃는)
S#21 완의 병실 (밤)
여경이 들어온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완이 침대 위에 등을 돌린 채로
누워있다. 침대 옆에 앉아 잠들어 있는 완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는 여경.
완 (그 자세 그대로 눈 감은 채로) 암튼, 말 징그럽게 안 들어 먹어.
오지 말라니까 기어코 왔네, 기어코.
여경 (짐짓 밝게) 계속 등만 보여줄 겁니까?
완 (퉁명) 아무나 보여주는 얼굴이 아니야.
여경 알겠습니다. 그럼 등 구경 잘하다 갑니다. (가는 척 한다)
완 ! (순간 벌떡 일어나 앉다가, 아얏! 짧게 단말마)
여경 (놀라서) 괜찮습니까?
완 그렇다고 그냥 가냐? 할 말도 있는데?
여경 할 말 있는 사람이 튕기긴 왜 튕깁니까?
완 튕기면 좀 넘어와라. 넌 애가 왜 그렇게 뻣뻣하냐?
여경 (웃고는) 할 말이라는 게 뭡니까?
완 (새삼 당황하며) 어?
여경 아까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완 어어....그게 별 건 아니고.... 내가 아까 생과 사를 왔다갔다 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죽기 전에 너한테 꼭 할 말이 있드라구....
여경 (버럭) 죽는다는 말 좀 하지 마십시오 제발!!
완 아, 깜짝이야. 환자한테 소리를 지르구 그르냐 너는!
여경 (흥분 가라앉히고) 어쨌든. 할 말이 뭔지 해보십시오.
완 (다시 새삼 당황해서) 어? 어어....그게....조국이 해방됐을 때 얘긴데....
해방이 되면 그 뭐냐...그 이불 말이야. (얘가, 이게 청혼이란 걸 알래나?
싶어 슬쩍 여경의 눈치를 살피고)
여경 (그런 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고)
완 이불 여러 개 준비할 필요 없이...그러니까 하나만 준비해서 너랑 나랑,
하는 순간, 느닷없이 완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여경.
허걱! 놀라는 완.
완 얘....얘가....얘가...환자를 죽이려구 작정,
하는 순간, 다시 완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여경.
수현 (E) 위험 속에서도....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세요. 그게 혁명입니다.
당황스럽지만, 이내 여경을 끌어안으며 행복해지는 완.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S#22 명빈관 외경(낮)
송주 (E) 인호는 여전한 거야?
S#23 송주의 방(낮)
근덕 (무거운 표정으로 끄덕이고는) 전후사정 살펴보면, 이강구한테 끌려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긴 한데, 뭘 물어두 실어증 걸린 놈처럼
입을 안 열어.
송주 (역시 마음 무거운) 너무 몰아세우는 것도 좋지 않겠지....
근덕 조직에서는.....빼야겠지?
송주 .....
근덕 이런 말... 하기 참 그렇지만... 여기 이대루 둬두 될까....?
송주 갈 곳이 없는 녀석이잖아. 당분간은...여기 놔두자구.
근덕 위험할 수두 있어. 이강구한테 어떤 압력을 받았을지도 모르고 또,
송주 (OL) 염려 마. (좀 웃으며) 다시 우리의 럭키보이로 돌아올테니까.
근덕 ....
S#24 명빈관 마당 (낮)
안에서 나오는 근덕인데, 인호의 방 쪽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영랑.
근덕 인호는 어때.
영랑 (걱정되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하루 종일 방에만 틀어박혀서 말도 안하고...
밥을 넣어줘도 손도 안대고....저대로 그냥 죽을 생각인가 봐요.
근덕 .... (무거운 심정으로 인호의 방 쪽을 바라보는 표정에서)
S#25 인호의 방 (낮)
언젠가 여경이 그랬듯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무릎을 감싸 안고 앉아있는
인호. 한 쪽에는 영랑이 넣어준 점심 소반이 전혀 손도 안 댄 그대로
놓여있고.
근덕 (E) 인호야. 강인호.
인호 (표정 없는 얼굴 그대로 움직임 없이) ...
근덕 (E) 나 좀 들어간다....
인호 ...
한 손에 노트와 책 몇 권을 들고 들어오는 근덕.
문득 손도 안댄 밥상을 보며 무거운 한숨을 쉬는.
근덕 먹어. 먹어야 살지 임마.
인호 ....
근덕 (다가와 앉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묻지 않을게.
그냥 밥 열심히 먹구, 열심히 쉬어. 그리구... 당분간, 아니 이제는
(어렵게 말을 하는) 조직 활동 같은 거 안해도 돼.
인호 (눈빛 미세하게 흔들리는 약간의 반응)
근덕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뭐라 말을 하기가 참 어려운) 우리 일에 대해서
알면 아는 만큼, 왠지 니가 힘들어질 거 같아서....(하다가) 무슨 뜻인지 알지?
인호 (역시 나를 믿지 못하는 구나....슬퍼지는)
근덕 (가져온 책과 노트를 내밀며, 어색하고 쑥스럽게) 이거....제대로 사왔는지는
모르겠는데....공부 좋아하는 거 같길래 몇 권 사봤어.
인호 (천천히....책을 돌아보는)
근덕 너는 머리가 좋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길을 찾아.
(사람 좋게 씨익 웃으며) 나는 많이 못 배워 설움 많이 받았거든.
인호 (근덕의 웃음을 보며 왠지 눈가가 붉어지는)
근덕 (안쓰럽게 보며) 그 동안 고생했어. 이제 그만 편하게 살아. 그래두 돼.....
인호 (붉어진 눈가에 울컥 눈물 고이는)
S#26 명빈관 마당 (낮)
편치 않은 심정으로 인호의 방에서 나오는 근덕.
마당으로 들어서던 여경과 마주친다.
근덕 나선생님 오셨습니까.
여경 (인사하고) 인호, 방에 있죠 지금?
근덕 저기 그게....오늘은 안 만나시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를 보기가 좀... 괴로운 모양이예요....
여경 ... (이해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인호의 방을 바라보는)
S#27 인호의 방 (낮)
멍....하니 근덕이 선물해준 책들을 바라보고 있는 인호.
그 모습 위로,
코우지 (F.C) (14부 36씬의) 니가 조직원이건 아니건 상관없어. 어쨌든 명빈관은
수상한 놈들 소굴이니까. 무슨 수를 써서든 정보를 물어오는 게 니 임무야.
강구 (F.C) (14부 50씬의) 잊지 마. 이수현에 관한 정보.
코우지 (F.C) (14부 36씬의) (인호의 얼굴을 확 치켜들고 여동생 사진을 보여주며)
어때? 꿈에도 간절히 그리던 여동생 얼굴이잖아. 반갑지 않나?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함께 지옥으로 보내줄까?
인호 미쳐버릴 것만 같은 심정으로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데서.
(E) 쨍그랑! 창문이 깨지는 소리
S#28 종로서 안 (낮)
하던 일을 일제히 멈추고, 어떤 불길한 느낌에 복도 쪽을 돌아보는 순사들!
S#29 종로서 복도(낮)
뚫린 창문 아래 떨어져 있는 예의 그 칠필살 살인 예고장!
수현 (E) 4차 암살대상은, 반민족적 토호열신으로, 이틀 전 나무에 목을
매달린 채 발견 되었습니다.
S#30 야외 일각 (기촬영씬/낮)
쿵! 충격음과 함께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지는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어있는 반민족적 토호열신!
수현 (E) 조사 결과, 자살이 아닌 타살임이 확인되었습니다.
S#31 종로서 앞 (기촬영씬/낮)
종로서 앞에 버려지는 악덕 일본인 사업가의 시체!
수현 (E) 5차 암살 대상은, 프롤레타리아 계급혁명에 반하는 일본인 사업가로,
어제 낮 종로서 앞에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사망시간은 세 시간 전 후.
역시 타살임이 확인되었습니다.
S#32 총독부 회의실 (낮)
대책회의 중인 마모루, 수현, 코우지, 강구.
수현 (새로운 칠필살 예고장을 보이며) 오늘 아침, 종로서에서 발견 된
칠필살 살인 예고장입니다. 조만간 또 한 번의 암살이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마모루 암살 대상은.
수현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모루 !!! (순간 뻥해서) 뭐야? 그런 법이 어딨어! 예전에는 알려줬잖아!
잘 찾아와 봐! 어딘가에 적어놨겠지! 추신, PS, 뭐 그런 거 없어?
코우지 (짜증나고)
수현 아무데도...없습니다.
마모루 그럼 우리더러 어떻게 수사를 하라는 거야! 이건 엄연한 반칙이야! 반칙!
코우지 (짜증나서 얼굴 감싸 쥐며 쓸어내리고)
강구 기존에 있었던 독립운동 조직들의 활동을 참고해봤을 때,
최종 암살 대상은 총독부의 고관, 군수뇌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현 (제법인데, 힐끔 강구를 보는 표정)
마모루 (머리 굴려보며) 고관, 군 수뇌부라면, (퍼뜩 놀라서) 우리잖아!
또 일본인이란 말인가!!! (순간 헉!해서) 나도 포함될 수 있단 얘기야?
강구 ....
마모루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겠다, 책상 위의 서류를 손으로 휘익
쓸어버리며)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건가! 다섯 번의 암살이 일어나는
동안, 단 한 건도 해결을 보지 못했잖아!!!!
코우지 고관, 군 수뇌부를 노리고 있다면, 그들 역시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역으로 이용하면, 그들을 전부 잡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마모루 (반짝 희망이 떠오르며) 그래?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코우지 먼저 수사본부팀에 증원을 허락해주시고,
마모루 오케이, 오케이! 내가 오늘 경무국장님께 당장 건의해 올리지!
S#33 총독부 복도 (낮)
회의를 마치고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수현,강구,코우지.
코우지 마지막 암살 대상이 고관, 군 수뇌부라면...모두 여섯 번의 암살....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누가 되는 거지?
수현 (강구에게) 자네 생각은 어떤가?
강구 글쎄요. 저보다는 왠지 나으리가 더 잘 아실 거 같은데요?
수현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으며) 글쎄...육감이야 나보다 자네가
더 뛰어나지 않은가.
강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면에서야 제가 감히 나으리를 따를 수 있겠습니까?
수현 (피식) 영광이군.
강구 (피식) 별 말씀을요. 사실인데요.
코우지 (놀고들 있네, 하는 표정)
S#34 보안 과장실 (낮)
칠필살 암살대상이라도 될까봐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서는 마모루인데, 역시나 마모루 책상 앞에 앉아
주루룩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사치코!
마모루 (헉! 놀라서) 사....사치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사치코 (눈물 주루룩) 두려워요 마모루.
마모루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사치코 칠, (대사 아직 남아있는데)
마모루 (헉! 하얗게 질리며) 칠?! 치...치....칠, 뭐. 설마 칠필살?
사치코 칠일 밖에 안 남았어요. 우리 미유키가 경성을 떠날 날짜가 칠일밖에
안 남았다구요.
마모루 (에휴...기운 빠져 쇼파 의자에 털썩 앉는)
사치코 하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으며)
기뻐하세요 마모루!!!! 대신, 아버지가 경성에 오시기루 했어요!!!!
마모루 (허어어어억----!!! 공포에 질리며) 자...자...자...장인 어른이 경성엔 왜!
사치코 왜긴 왜겠어요? 제 자서전 발간 기념파티에 참가하기 위해서죠!!
조만간 사치코 자서전 시리즈 제 일 권이 나올 거예요.
마모루 !!! (입 떡 벌어지며) 자...자서전...시리즈? (얼른 손수건 꺼내 호들갑스럽게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설마...당신이 알을 깨고 나온다는 그...
사치코 대규모 자서전 발간 파티를 겸한, 미유키 환송 파티를 열겠어요.
마모루 사치코. 저번에 그렇게 당하고도 또,
사치코 겁 많은 남자. 우리 집 가훈을 잊었나요? 무한도전!
마모루 아니, 지금 시국이 시국이라,
사치코 치졸한 남자. 염려 말아요. 당신한테 초대장을 돌리라는 말은 안할테니.
이번엔 아버지가 직접, 총독각하 이하 모든 고관분들께 초대장을 돌릴
예정이예요.
마모루 !!! (더 벌어질 입도 없이 입이 쩌억 벌어지고)
사치코 아울러 신나는 스윙댄스파티도 열거예요.
마모루 이봐 사치코, 경성에서는 댄스가 불법,
사치코 고루한 남자. 염려 말아요. 그것도 아버지가 해결해 주신댔으니까.
마모루 (버럭) 지금 이 마당에 춤까지 추겠단 말이야!!! 당신 도대체가 정신이,
사치코 (표정 표독스러워지며) 지금 나한테 소리 질렀어? 아버지가 경성에
오신다니까? 우에다 가문에서 영구 삭제되고 싶어?
마모루 (찔끔해서)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라. 춤을 추려거든 같이 추자는,
사치코 아버지가 이번 파티에 거는 기대가 아주 커요. 경무국장이라도 하고 싶으면,
춤 연습부터 해두는 게 좋을거예요. (하고는 나가버리고)
마모루 (울고 싶은)
S#35 릿샤 (낮)
허영화와 미유키가 손님용 쇼파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허영화 아우, 정들자 이별이라더니 섭섭해서 어떡해요?
미유키 (웃으며) 방학되면 또 올텐데요 뭘.
허영화 그래요. 꼭 또 오세요. 이번엔 제가 제대루 모실께요.
미유키 (웃으며 차마시는데)
허영화 (슬쩍) 근데, 요즘 우리 완이랑은 안 만나시나 봐요?
미유키 (찻잔 내려놓고, 좀 웃으며) 함께 동경에 갔다온 뒤룬 별루 연락이...
없으시더라구요.
허영화 (완이 못 마땅해서 시선 옆으로 돌리고는 혼자 입이 풀럭풀럭)
미유키 바쁘신가봐요 요즘?
허영화 (혼자 툴툴대고 있다가 퍼뜩) 네? (얼른 표정 심난하게 바꾸며)
아아....그게 실은, 우리 완이가 지금 병원에 입원중이랍니다아.
미유키 선우상이 병원에요? (놀라는데서)
S#36 완의 병실 (낮)
퇴원준비를 끝내고, 막 갈아입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고 있는 완인데,
똑똑 노크소리.
완 네.
미유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완 (의외여서) 미유키상! 미유키상이 여긴 어떻게.....
미유키 병문안 왔는데.... 제가 너무 늦은 건가요? (미소 짓는데서)
S#37 깔패디엠 (낮)
완과 함께 음료를 마시고 있는 미유키.
완, 이제 헤어질 때가 왔다, 어떻게 미유키를 떼 낼 것인가를 열심히
고민 중인데,
미유키 다친 데는....이제 완전히 나으신 건가요?
완 (머릿속으로 계략을 짜고 있다가 퍼뜩) 예? 아 예....덕분에요.
미유키 어머니 말씀으론, 불량한 사람들한테 린치를 당했다던데... 조심하시지 않구요.
완 (순간 퍼뜩! 아이디어 떠오르는, 얼른 심각한 표정 지으며)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군요.....
미유키 ? 아닌....가요?
완 (씁쓸하게 웃으며) 미유키상의 투명한 두 눈을 보니, 더는 거짓말을
못하겠네요. 솔직하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괴롭다는 듯) 실은....사귀던
여자의 오라버니한테 린치를 당했습니다.
미유키 (놀라서) 네?
완 놀라셨죠? 역시 놀라시는군요....(쓰게 피식 웃으며) 예에....저, 그런 놈입니다.
언제나 사랑의 시작은 화염방사기처럼 뜨겁지만, 뒷수습을 잘 못하죠.
헤어지자는 그 말 한 마디를 못해, 도망 다니다가 늘 이 사단이 나곤합니다.
미유키 (보며) ....
완 이번이 벌써....(강조하듯 손가락 세 개 쫙 펴 보이며) 세 번쨉니다.
실망하셨죠?
미유키 (읽듯이 가만히...보며)
완 저 같이 드런 놈은 잊어주세요. 마음은 아프지만, 저도 잊겠습니다. 그럼....
(서글픈 표정으로 일어서려는데)
미유키 (OL) 선우상과 함께 공부하고 싶습니다.
완 (너무 놀라, 버럭) 예?
미유키 (담담하게) 만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저는 선우상이 좋습니다.
선우상만 좋다면, 선우상의 일본 유학을 전심전력으로 돕고 싶어요.
완 (부담스러워지는) 말씀은 너무나 고맙지만 사양,
미유키 (이하 미유키는 완의 모든 말을 잘라 먹는다. 역시 사치코의 딸이라 하겠다)
부모님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연하게 생각하시지만, 전 좀 생각이 달라요.
조선의 주권을 강제로 빼앗거나, 조선인을 차별하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완 저기, 미유키상 일단은 제 말을,
미유키 하지만 조선은 아직 무력해요. 선우상 같은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하죠.
완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미유키 조만간 어머니의 자서전 발간 파티 겸 제 환송파티가 있을 예정이예요.
그날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누도록 하죠. 꼭 참석해주실 거라 믿어요.
그럼... (일어나 가는)
완 사마담 딸이 맞긴 맞네.....
뻥....해서 보다가, 어느 순간 안 되겠다 싶어 미유키를 따라가는 완.
S#38 깔패디엠 근처 거리 (낮)
앞서 걸어가고 있는 미유키의 뒤를 쫓아오는 완.
완 미유키상! 미유키상!
미유키 (돌아보는)
완 (앞에 와서 서며) 죄송합니다만 미유키상의 제안은 못 들은 걸로,
미유키 (말 자르며) 생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요.
완 (OL) (이번엔 장난기 없이 진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유키 (담담히 보는)
완 혼자 사랑인 줄 알고, 말씀 못 드렸던 거구, 얼마 전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미유키상에게는 죄송하게 됐지만,
미유키 (담담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때 그 후배 기자분이시죠?
완 ! (본다)
미유키 (웃으며) 상관없습니다. 제가 선우상을 좋아하니까요.
그럼 파티에서 뵙겠습니다. (목례하고 가고)
완 (당황스러워서) 미유키상! 미유키상!!! (미치겠고)
S#39 지라시 사무실 (낮)
띵! 한 표정으로 일제히 사치코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지라시들!
탁구 저....저기, 방금 뭐...뭐라고 하셨는지.
사치코 발간 파티에 늦지 않게 자서전을 발간해달라고 했어요.
왕골 아니, 그 말 말고 그 전에.....
사치코 댄스파티를 열거라고 했어요.
세기 아니, 그 말 전에....
사치코 (짜증) 아, 무슨 말! (하다가, 퍼뜩) 아아....그 말? 지라시는 다음 달로
폐간됐어요.
일동 (하얗게 질리며) 예에?
사치코 총독부 검열과에서 곧 지시가 내려올꺼예요. 뭐 나름 고생들은 했으니까,
특별히 파티에는 초대를 해드리죠. 그럼. (일어나려는데)
일동 (매달리며) 잠깐만요!!!!!
사치코 뭐하는 짓들이지 이게? 당장 떨어지지 못해?
탁구 2탄! 자서전 2탄을 제작해드리겠습니다. 대필 작가료 없이 무료로요.
세기 예에, 제가 글발신만 강림하면 이틀 안에 책 하나를 뚝딱 써낼 수 있는
인재를 하나 알구 있거든요.
왕골 게다가, 발간 기념 댄스 파티에, 경성 최고의 댄싱킹을 한 명을 덤으로
대여해 드릴께요. 파티 분위기 확실하게 살릴 수 있다니까요.
사치코 (관심 없는 척 슬쩍) 그게 누군데?
하는 순간, 사무실의 문을 열고 심난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서는 완.
지라시 (손으로 완이를 가르키며 합창으로) 쟤요!!!
완 ! (화들짝 놀라 벽에 달라붙고)
사치코 (완에게 천천히 다가와서) 춤....잘 추나요?
완 아니요 별로....
지라시 (합창으로, 완의 목소리 덮어버리는) 잘 춰요!!!!
사치코 (흡족) 좋아요. 그럼 기대해보지. (완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나가는)
완 (지라시들을 향해 눈 부릅뜨며) 이런 씨, 내가 무슨 기쁨조야!!!!
지라시 (얼른 전화를 받는 척, 원고를 넘기는 척, 딴청을 하고)
완 (짜증나서 홱 사무실을 나가버리고)
S#40 지라시 사무실 앞 (낮)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타타타탁! 계단을 내려오는 완.
완 (문득 멈춰서서 머리 확 헝크러 뜨리며) 아, 깔끔하게 주변 좀
정리 해볼랬더니, 어떻게 더 꼬이냐. (문득 사무실 쪽을 확
째려보며) 저것들이 무슨 동지라고....아우, 진짜.
하는데, 완의 앞에 와서 멈춰서는 선우관의 차.
완 ? (보는데서)
S#41 선우관의 집 앞 (낮)
선우관의 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수현.
마주 오는 차를 발견하고 멈춰 선다.
멈춰선 차 안에서 내리는 완.
완 무슨 일이야 여긴?
수현 어르신이 부르셔서....(하다가) 너두?
완 (끄덕이고는, 집 쪽을 보며) ?
S#42 선우관의 주방 (밤)
테이블 위에는 거하게 한 상 차려져 있고,
뻥...한 표정으로 상을 바라보고 있는 완과 수현, 선우관.
완 저녁 식사 하자고 부르신 거예요 정말?
선우관 안 되냐?
완 (좀 웃으며) 아니, 안 될꺼 까진 없는데, 생일상도 아니고 이거
너무 거하잖아요.
선우관 내 언제 한 번 저 녀석(수현) 밥 한 번 먹이고 싶었다.
수현 (보며) ....
선우관 북간도로 이주해간 가족들하구는 연락두 안 될테구....
시원찮은 하숙집 밥상, 혼자 받아 놓구 앉아 을마나 쓸쓸할 거야.
수현 (짠해지고) ....
선우관 니들 둘 앉혀 놓구 밥 한 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어. (완에게) 불만 있냐?
완 (머쓱해서 웃어버리고)
선우관 바쁜 줄은 알지만 언제 또 이런 자릴 갖게 될지, 알 수도 없는 일이구...
해서, 생각난 김에 불렀다. (완에게) 불만 있냐?
완 (웃으며) 왜 그러세요 자꾸. 언제 또 이런 자릴 갖게 될 지 알 수 없다니요.
원하시면 부르세요. 이 자식 데리구 언제든 올께요.
선우관 큰일.... 앞 두구 있는 놈들, 보구 싶다구, 아무 때나 불러낼 수 있나.
(하고는 말없이 수현을 향해 두툼한 돈 봉투를 밀어놓는)
수,완 ? (보면)
선우관 내 저번에 말했잖니. 이용할 만큼 이용해보라고.
니 성격에 먼저 손 내밀 리는 없지 싶어, 내가 먼저 불렀다.
수현 (선뜻 받지 못하는데)
완 수장이 뭐 그러냐 너는. 뇌물도 아니고 조직운영빈데 받아 얼른.
수현 ....감사합니다, 어르신. 조국을 위해 요긴하게 쓰겠습니다.
선우관 (다시 수저 들고 깨작질 하며) 종로서에 또 다시 살인예고장이 날아들었다는
소식, 들었다. 말들은 안 해두, 내심 맘 속으루 지지하구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굳게 품은 맘들 흔들리지 말구, 끝까지 소신껏, 신념껏 싸워주길
바란다.
수현 (보며) ....
선우관 거사 마치고....꼭 다시 한 번 이렇게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완 (짠해져서 아버지를 보며) .....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져서,
국그릇에 얼굴 박고, 괜히 수저로 깨작깨작....눈가 붉어지는 선우관.
그런 선우관을 보며 마음 아파오는 두 사람.....
S#43 경성 거리 일각 (밤)
가라앉은 표정으로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완과 수현.
완 노인네가 괜히 사람 심금을 울리고 그르냐. (하고는 수현 보며) 그냥 가?
수현 (역시 마음이 짠해져서) 가지, 뭐 해.
완 명빈관 가서 한 잔 하고 가지?
수현 .... 됐다. 나중에.
완 (뒷덜미 확 잡아당기며) 가끔은 내 말 좀 듣지, 친구.
수현 (털어내며) 얼마 전에 과음했어. 당분간 절주야.
완 누구랑. 차송주랑?
수현 (대답 없이 걷기만) ....
완 오오...이거 봐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구만?
수현 일은 무슨.
완 너, 너무 튕기지 마라. 언제까지 내 영원한 디바를 찬밥 취급 할꺼야.
수현 .....
완 사랑은 꼭 해방된 조선에서만 해야 되는 거냐?
독립투사라고 해서 사랑하지 말란 법은 없잖아.
수현 ....
완 그럼 이 식민지 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뭐냐, 도대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고, 식민시대에도 사랑을 했다는 증거가,
바로 우리들의 탄생 아니겠냐고.
수현 (피식 웃고는) 궤변은 여전하구만. 잘 가라. 간다. (앞서 가고)
완 (무거운 심정으로 보고)
수현 (걸으며) ....
S#44 명빈관 마당 (밤)
찻잔을 앞에 놓고 파라솔 의자에 앉아 있는 송주.
문득 찻잔을 집어 들다가,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 여경을 발견하는.
송주 여경씨.
여경 아, 안녕하세요.
송주 오늘도 인호 면회?
여경 (좀 기운 없이 웃으며) 죽어두 안 만나주네요.
송주 (흐음....한숨 쉬는데)
영랑 (밝은 표정으로 안에서 뛰어나오는) 언니! (하다가 여경 발견하고)
어? 여경 언니두 왔네? (하고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편지 한통을
흔들어 보이며) 이거 봐요.
송주 그게 뭔데?
영랑 (자기가 더 좋아 표정 환한) 인호 앞으루, 북간도에 있는 여동생한테
편지가 왔어요, 편지가!
송주 (영랑 손에 쥐어져있는 편지 빼서 살펴보는)
영랑 (여전히 들떠서) 낮에 소홍이가 받아 두구 깜빡했대요.
인호 전해주면 디게 좋아하겠죠? 어쩜 웃을지도 몰라요, 그쵸?
송주 (여경에게 편지 건네며 웃는) 잘 하면, 오늘은 면회 성공하겠는데요?
영랑 (자기가 전해줄려고 했는데...입 뿌우 해져서 편지 보는) ....
S#45 인호의 방문 앞 (밤)
한 손에 편지를 들고 인호의 방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달래듯 인호를 부르고 있는 여경.
여경 인호야. 선생님이야. 오늘은 얼굴 좀 보고 가면 안 될까....?
S#46 인호의 방 (밤)
여전히 구석 자리에 표정 없이, 생기 없는 얼굴로 앉아있는 인호.
여경 (E)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너무 힘들어 하지 마, 인호야.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선생님은 잘 모르겠지만, 쉽게 꺾이지 마.
너 자신을 포기하지 마. 알았지?
인호, 대답 없이, 미동 없이 그대로....
S#47 인호의 방문 앞 (밤)
대답 없는 방문을 심난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여경.
여경 그럼, 선생님 그만 가볼게....(하며, 힘없이 뒤 돌아서다가 문득 손에
들린 편지를 보고는) 아 참, 여동생한테 편지가 왔어 인호야.
S#48 인호의 방 (밤)
인호 ....!!! (순간, 표정 돌아오며 문 쪽을 바라보는)
여경 넣어 주구 갈게. 읽어 봐.
방문 틈으로 들어와 바닥에 툭, 떨어지는 편지!
순간 후다닥 방을 기듯이 달려가 편지를 집어 드는 인호!
봉투 앞뒤를 번갈아 가며 확인해보다가, 서둘러 편지봉투를 뜯는데서.
S#49 명빈관 실내 일각 (밤)
마음이 무거워져서 걸어오는 여경인데,
송주 (기다리고 있다가, 여경의 안색을 살피고는) 편지도 별 소용이 없었나보네.
여경 그래도 삼년이나 지를 가르쳐준 선생님인데, 너무 야박해요 그쵸?
송주 (웃고는) 차 한 잔 마시구 갈래요?
여경 (웃으며 끄덕이는데서)
S#50 인호의 방 (밤)
개봉한 편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고 있는 인호.
여동생 (E) 오빠, 잘 지내고 있어? 내가 어떻게 오빠가 있는 곳의 주소를
알았는지 궁금하지? 실은 얼마 전에, 오빠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어떤 아저씨가 나를 찾아왔어. 오빠 주소도 알려주구, 오빠 소식도 전해줬어.
오빠랑 어떻게 아는 사람이야?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인호 ....!!! (멍한 눈에 확 눈물이 고이는데서)
여경 (E) 인호...잘 견뎌 내겠죠?
S#51 명빈관 별실 (밤)
여경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는 송주.
송주 그럼요. 누구 제잔데.
여경 나...송주씨 한테 고마운 거 있는데....
송주 나한테요? 뭐가 고마웠을까?
여경 내가 고문 후유증으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을 때, 찾아와주신 거요.
구석에 쳐박혀 있지 말구, 밝은 데로 나오라고 다그쳐주신거요.
그리구...나 때문에 울어주신 거요.
송주 (마음이 따뜻해져서 웃으며) 다시 밝아진 여경씨를 보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여경 나... 송주씨 한테 부끄러운 것도 있는데....
송주 오늘 이상하네? 어디 떠날 사람처럼.
여경 옛날에 제가 친구 일로 송주씨한테 따지러 갔던 날, 기억나십니까?
송주 아아...깔패디엠에서? 그게 우리 첫 만남이었죠 아마?
여경 그날...실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송주씨로 인해 내가 세상 물정을
몰랐구나...저 사람은 다르구나...어른스럽고, 멋있구나...참, 부럽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송주 그만해요. 멀미나겠네. 나는 오히려 여경씨가 부러웠는데?
해맑고 순수하고 그러면서도 의지가 확고하고.
여경 항상 어설프고 서툴기만 한데요 뭐.
송주 안 그래요. 여경씨는 모르죠? 여경씨가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보고 있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데.
여경 (좋아서) 그렇습니까?
송주 (웃으며) 네에. 그렇습니다.
마주보며 웃는 두 사람.
S#52 명빈관 마당 (밤)
(*또는 명빈관 실내 일각으로)
여경을 배웅해주고 있는 송주.
송주 내일 모임 있는 거 알죠?
여경 그럼요.
송주 이제 마지막 거사만 남았네....
여경 성공....하겠죠?
송주 (달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에) .....
여경 (어쩐지 송주의 그 모습에 느낌이 이상한) 저....나 부탁이 한 가지 있는데....
송주 (그제서야) 응? 무슨 부탁?
여경 앞으로....송주씨를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송주 ... (웃으며) 그 소리 언제 나오나 했네.
여경 그럼, 앞으로 그렇게 불러도 돼요?
송주 얼마든지요.
여경 (좋아서) 고맙습니다, 송주씨. (하다가 앗! 얼른 입을 막는)
송주 (웃어주며) 천천히 해요, 천천히.
여경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하고는 가고)
송주 ... (웃으며 보다가 다시 달을 올려다보는)
일각. 언제부터인지 몰래 숨어서 송주를 바라보고 있는 인호...!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달을 올려다보며 서있는 송주를
바라보는 인호의 모습에서....F.O
S#53 여경의 집 외경 (아침)
S#54 여경의 집 마루 (아침)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최학희와 여경.
거의 수저질을 멈춘 상태로 생각에 잠겨있는 여경.
그런 여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여경의 밥숟가락 위에 반찬을
올려놓아주는 최학희.
여경 (그제야 퍼뜩 보며) 그냥 제가 먹으면 되는데....
최학희 밥 먹을 땐, 먹는 데만 집중해. 그게 일 년 내내 피땀 흘려 농사지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야.
여경 죄송해요. 이런 저런 일루 머릿속이 좀 복잡해서...
최학희 마음을 조급하게 먹으면 쉽게 풀릴 일도 꼬인다더라.
마음의 여유를 가져봐.
여경 (웃으며) 네...
최학희 (안쓰럽게 보며) 잘 돼가고 있는 거지?
여경 (보는)
최학희 언젠가도 말했지만, 니가 하는 일에 내가 방해가 되는 건 싫다.
너는 니 마음이 시키는 대루, 신념대루 밀고 나가면 되는 거야.
여경 최선을 다할께요.
최학희 (짠해져서 보다가) 식기 전에 어서 먹어. 많이 먹구 힘내야지.
여경 네... (웃으며 먹고)
최학희 (짠한 표정으로 딸을 보는 위로) ...
근덕 (E) 다섯 번째 암살을 마친 지금,
S#55 애물단 아지트 (낮)
근덕과 송주, 완, 여경, 탁구, 세기, 왕골이 모여있다.
각자 편한 자리에 자유롭게 앉거나 서있는.
근덕 우리는 칠필살의 마지막 암살 대상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송주 칠필살의 마지막 암살 대상자는,
애물단 (긴장으로 집중하는)
송주 총독 이하 고관 일동, 군 수뇌부 전체입니다.
지라시 (헉!!! 입 떡 벌어지는)
세기 (왕골에게 작은 목소리로) 가만, 마지막 대상이 총독 이하 고관 일동,
군수뇌부 전체라면....암살 대상 한 명이 비는데?
왕골 그럼 뭐야. 칠필살은 완성이 안 되는 거잖아? (에서)
S#56 종로 경찰서 (낮)
출근을 해서 종로서 안으로 들어오는 강구.
자리에 앉으려다가 문득 책상 위에 놓여있는 편지에 시선이 간다.
거칠게 뜯어서 보는 강구의 표정이 한 순간 싸늘하게 변한다.
강구 앞으로 보내진 예의 그 칠필살 살인 예고장!!!
바라보며 표정 살벌하게 내려앉는 강구의 얼굴에서.
송주 (E) 여섯 번째 사냥은, 수장님이 단독으로 진행하고 계십니다.
S#57 애물단 아지트 (낮)
완 (!!!) 그럼, 수장 혼자 직접 처리 한단 말이야?
송주 자세한 건 저도 모른답니다. 다만, 암살 계획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완 (수현이 걱정되는)
근덕 마지막 거사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거사는 목숨을 건
불사 항전의 마지막 거사가 될 것입니다. 거사 장소와 자세한 전술은
보안을 위해 거사 전야에 발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송주 거사 전야에는 애물단의 다른 조직원들도 참석합니다.
완 와우, 여기 우리 말고 다른 조직원들이 더 있어?
송주 애물단을 너무 무시하는군. 당연하지. 여기 계신 분들은 애물단의
경성지역 별동부대쯤이랄까?
근덕 (웃으며) 조직원들을 만나보면 그 규모에 놀라고, 그들의 정체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실 겁니다.
여경 그들의 정체라니요?
송주 인력거꾼, 기생, 학자, 상인 등등....그 계층도 계급도 다양하거든요.
근덕 자자, (좀 웃으며) 경성지역 별동부대 모임은 이 정도로 하고,
이제부터 우리만의 본격적인 진군식을 시작할까요? (에서)
S#58 VIP룸 (밤)
애물단의 조직원들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세기 (VIP룸을 새삼 둘러보며) 아, 나 여기 싫은데. 왜 하필 여기야.
완 수장이 어디서 공돈이 생겼는지, VIP룸을 아예 통째로 빌렸다잖아.
왕골 (카메라 들고) 저기, 진군식 기념으로 단체사진이나 한 방 찍으면 어떨까요?
근덕 (엄한) 우리는 지금 소풍을 나온 게 아닙니다.
세기 왜요, 괜찮은 생각 같은데. 의열단원들도 거사 직전 양복 쫘악 빼입고
기념촬영을 했다잖아요.
송주 괜찮은 생각 같은데, 여경씨는 어때요?
여경 저도 좋습니다. 덧붙여 다들 한 마디씩 적어서 비망록도 같이 남기면
어떻겠습니까?
세기 그것도 괜찮네! 그런 의미에서 건배, (하다가 그대로 입이 떡! 벌어지는)
일동 (세기의 시선을 따라가 봤다가) !!!!! (경악)
출입구로 들어서고 있는 수현.
수현 (입을 떡 벌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라시들을 보며 피식 웃는)
어쩐지 제가 와서 방해가 된 거 같군요.
근덕 (일어나서 소개) 소개하겠습니다. 애물단의 비밀조직원 이수현씹니다.
지라시 !!!! (경악해서 허억!!! 입이 더 떡 벌어지는데서)
S#59 중간 타이틀
S#60 VIP룸 (밤)
삼삼오오 모여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그들.
수현을 둘러싸고 앉은 지라시 팀원들 이미 거나하게 취했다.
탁구 아니,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신분을 속일 수가 있으세요?
수현 (약간 웃으며) 앞으로 비밀은 절대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세기 그럼요! 근데 총독부 위장 잠입은, 꽤나 위험할 텐데...수장은 도대체
뭐하는 작자길래 그런 위험한 지령만 내려놓고 지는 쏙 빠진답니까?
왕골 그러게...어렵고 힘든 건 말단 조직원들 다 시켜놓고는 자긴 정체도
안 밝히고 말야...열 받지 않으세요? 아니, 지가 수장이면 다야?
수현 (그저 웃고)
근덕 (수장 앞에서 수장 욕을 하는 지라시들을 보며 좌불안석인데)
송주 (테이블로 다가와서) 죄송해요. 오늘밤 접대가 있어서 저는 먼저
가봐야겠네요. 저는 개의치 마시고 즐거운 시간들 보내세요?
(웃으며 인사하고는 뒤 돌아서 가고)
수현 .....
탁구 송주씨도 차암 힘들겠어... 이럴 때 마음에도 없는 남자들 품에 안겨
술 팔고 웃음 팔고, 그야말로 어떻게 보면 영혼을 파는 일이잖아.
왕골 평소엔 그냥 화려한 모던 걸로만 생각했다가, 이럴 때면 아 그렇지,
송주씨가 기생이었지, 실감이 난다니까.
세기 아름다운 송주씨가 느글느글한 늙은이 품에 안겨있을 생각만 하면 진짜!
아우, 술 땡겨! (하며 술 벌컥벌컥 마시고)
수현 (말없이 술을 마시는) ....
완 (그런 수현을 보며) ....
S#61 깔패디엠 앞 (밤)
술을 깨려는 듯, 마음을 다스리려는 듯 안에서 나와 서는 수현.
잠시 그대로 서있는데.... 수현 옆에 와서 나란히 서는 완.
완 머리 깎구 절에 들어갈 생각이야?
수현 ....?
완 아니면, 종교적인 이유 말고 수절 지킬 일 있어?
수현 (그제서야 무슨 뜻인지 알고 피식 웃는)
완 수장으로서 품위 떨어질까 봐 그래? 여자보다 조국이 우선이라는
신념 때문이야? 살수라 위험해서 싫어? 그것도 아님, 기생이라서?
수현 (순간 민감하게 보는)
완 위험 속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그게 바로 혁명이다.
수현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 말에 피식 웃고)
완 (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안으로 들어가고)
수현 (혼자 남은채로 서서) ....
S#62 명빈관 외경 (밤)
술 취한 남자들과 접대하는 기생들의 웃음소리.
S#63 명빈관 귀빈실 (밤)
송주를 위시한 기생 몇 명이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고관대작들을
접대하고 있다. 가장 상석의 고관을 대접하고 있는 사람은 역시 송주.
저격수의 모습과는 완전 다른 프로패셔널한 기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송주. 상석의 고관, 그런 송주에게 농을 걸거나, 품에 안거나 하며
수작을 부리고 있고. 그럴 때마다 능숙하게 받아주며 술을 따라주는 송주.
수현 (E) (14부 41씬의) 당신이, 다른 남자들 품에 안겨있는 모습을 보는 게
싫습니다.
송주 (웃던 표정이 천천히 가라앉으며 술 따르는) ....
수현 (E) 당신이 다른 남자들에게 웃음을 파는 모습을 보는 게...싫습니다.
송주 (서글퍼지는) .....
왜 그래 송주? 무슨 근심있나? 묻는 상석의 고관. 이내 매력적인
미소를 띄며, ‘잠시 실례할게요’ 하며 불쾌하지 않게 자리를 뜨는 송주.
S#64 명빈관 실내 일각 (밤)
(*13부 20씬에서 완에게 맞은 후 찾아왔을 때 앉아있던 장소)
귀빈실에서 나와 서글픈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송주.
어느 순간 멈춰서는. 언제 왔는지 예전 그 곳에 앉아있는 수현의
뒷모습에 심장이 내려앉는.
수현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는) ....
송주 (보며) .....
잠시 그대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
어느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송주의 손을 거칠게 잡아끄는 수현.
S#65 송주의 방 (밤)
불 꺼진 방 안으로 송주를 끌고 들어오는 수현.
그대로 송주를 벽에 밀어붙이고 입을 맞추는.
수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감싸 안으며 입맞춤을 받는 송주.
두 사람의 애틋하고도 격정적인 입맞춤이 이어지는데서.
S#66 명빈관 외경 (이른 아침)
S#67 송주의 방 (이른 아침)
송주를 품에 안고 잠들어 있는 수현.
수현 .... (어느 순간 가만히 눈을 뜨는)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송주를 가만히...바라보다가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는 수현...
송주 (천천히 눈을 뜨며) .....
S#68 명빈관 마당 (이른 아침)
송주의 방 쪽에서 나오는 수현.
몇 걸음 걷다가 멈추고는 다시 한 번 송주의 방 쪽을 바라보는...
일각에 숨어 그런 수현을 바라보고 있는 인호...!
S#69 종로서 안 (아침)
출근해서 들어오는 수현.
코우지 (수현을 발견하고는 날 세운) 어제 밤에 어디 있었나.
하숙집도 비운 거 같던데.
수현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코우지 무슨 일이 있어야만 움직이나! 도무지 연락이 돼야 수사방향을
논의해 볼거 아니야! 밤새 어디 있었어!!!
수현 잠복 나가 있었습니다.
코우지 (순간 민감하게 보며) 잠복 이라니.
강구 (수현을 보는)
수현 나름대로 집히는 구석이 있어서, 잠복수사를 좀 해봤습니다.
코우지 (허,웃으며) 앞으로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선전포곤가?
수현 두 분이 자꾸 저를 수사에서 제외시키니, 성과라도 하나 물어 와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코우지 그래서 결과는.
수현 수사에 혼선만 빚을 수 있으니, 오늘밤까지만 더 지켜본 후에 확실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목례하고는 자리로 가서 서류 넘기는)
코우지 (못 마땅해서 노려 보고)
강구 (그런 수현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 표정)
S#70 명빈관 마당 (낮)
파라솔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송주,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생기는 송주, 문득 어떤 느낌에 돌아보면
언제 왔는지 옆에 앉아 그런 송주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완.
(* 옛날 완과 송주의 반대 버전으로)
송주 (흠칫 당황!)
완 (빤히 쳐다보며) 오,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한, 청소녀스러운 미소네?
송주 (어이없어 웃고)
완 너, 어젯밤에 이수현이랑 무슨 일 있었지?
송주 (약간 당황해서) 무, 무슨 일이라니...
완 세상에! 천하의 차송주가 말을 더듬었다!
송주 재밌어? 그대가 재밌으면 됐네. (일어나려는데)
완 (확 잡아 앉히며, 계속 놀리는)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해.
넌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야. 얘기 해 봐. 어디까지 나갔는데 진도가.
송주 머리에 총구멍 나기 전에 입 다물지? (일어나는데)
완 (일어나서 송주의 손잡아 끌어 쿨하게 품에 안는)
송주 뭐하는 짓이지 이게?
완 (귀에 대고 작게, 그러나 진심으로) 이봐, 저격수. 잘해. 다치지 말고,
위험해지지도 말고, 멋지게 살아남아서 그 자식이랑 멋지게 사랑하면서 살아.
송주 (웃고)
완 알지? 너 없는 이 세상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거.
송주 (그 마음 알겠는, 마음 따뜻해지는)
완 우리도 꽤 괜찮은 조합인데 그치?
송주 (손가락으로 완의 이마를 밀어내며 품에서 빠져나오고) 나한테 함부로 손대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임자 있는 몸이거든. (하고는 뒤 돌아 가며 웃는 표정)
완 (허, 어이없는 듯 웃고는, 미소 짓는) .....
S#71 종로서 앞 (낮)
종로서 앞을 불안한 눈빛으로 서성거리고 있는 인호인데,
강구 (E) (뒤에서) 이게 누구야?
인호 (흠칫, 돌아보면)
강구 왜, 뭔가 쓸만한 정보가 있나? (비열한 미소 지으면)
인호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한 시선 피하는 데서)
S#72 종로서 취조실 (낮)
취조실 책상 앞에 강구와 인호가 마주 앉아있다.
강구 (아주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러니까 뭐야. 오늘 아침 이수현이가
명빈관 차송주의 방에서 나오는 걸 봤다....?
인호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강구 그 얘긴 두 사람이 함께 밤을 보냈다는 소리.....?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흐흐....흐흐흐....
인호, 괴로울 따름인데. 인호 앞에 말없이 백지 한 장을 밀어놓는 강구.
강구 파악된 조직원들 있지? 아는 만큼 적어.
인호 ....
강구 (한 손 치켜들며 때릴 기세) 쓰으!
인호 (얼른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싼다. 맞는데 익숙해진)
종이를 끌어다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차송주’를 적어 넣는 인호.
(F.C) 안녕? 럭키보이? 하며 웃던 송주의 모습. (4부 4씬의)
눈가가 붉어지는 인호. 이번에는 ‘추근덕’이라는 이름을 적어 넣는.
(F.C) 노트와 책을 선물하며 사람 좋게 웃던 근덕.(15부 25씬의)
울컥 눈물이 고이는 인호.
(F.C) 살인을 목격하고 온 인호를 위로해주던 여경. (*1부 80씬의)
여경만큼은 차마 적지 못하는 인호. 완성된 종이를 강구에게 내미는.
강구 (종이를 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니들 아지트 있지?
(종이 내려놓고 인호를 보며) 니들 아지트 위치가 어디야? (에서)
S#73 애물단 아지트 안 (낮)
전술회의를 위해 아지트 안으로 들어서는 송주.
먼저 와서 총을 손보고 있던 수현을 발견하고는 멈칫 선다.
기척을 느낀 수현이 돌아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수현 잘...주무셨습니까?
송주 ... (보다가, 피식 웃는)
수현 ... (보다가, 어색하게 피식 웃는데)
근덕 (분위기 깨며 확 들어와서) 늦어서 죄송합니다, 수장님.
송,수 (얼른 시선 피해 각자 총을 살피는)
근덕 (두 사람의 이상한 낌새를 살피며) 주차에 문제가 생겨서....
송,수 (여전히 각자 딴 짓 중)
근덕 ....? (보는데서)
S#74 애물단 아지트 앞 (낮)
강구와 코우지가 순사들과 함께 아지트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해 오고 있다.
코우지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위치로 흩어져 아지트를 둘러싸는 순사들!
S#75 애물단 아지트 안 (낮)
거사 모의를 하고 있는 수현, 송주. 근덕.
수현 얼마 후에 조선척식은행 기념행사가 있습니다. 총독과 군 수뇌부들
일부가 참석하기로 되어있는 행삽니다. 그 행사장이 바로 우리의 마지막
거사 장소입니다.
수,근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위로)
수현 (E) 표면상 농업대출이 늘어났음을 축하하는 자리로 되어있지만,
실은 식산은행의 자금력을 확인, 차후 전쟁을 위한 경제후원을 약속받는
자리입니다.
송주 이곳에서 암살이 이루어진다면, 그 어느 때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겠군요.
수현 그렇습니다. 일단 저격수는 모두 네 명입니다. 엄호 사격을 해줄 저격수도
네 명 정도 필요합니다. 지형지물을 숙지시킨 후에 배치시켜 주십시오.
근덕 알겠습니다.
수현 무기는, (다음 지시 내리려는데)
근덕 이미 적당한 곳에 옮겨다 놓았습니다.
하다가, 멈칫 문밖에서 들리는 미세한 기척에, 예리한 눈빛으로 문 쪽을
바라보는 근덕. 다시 한 번 들리는 미세한 기척!
순간 재빠른 동작으로 문을 향해 총을 겨냥하는 세 사람인데,
코우지 차송주! 추근덕! 너희들은 이미 포위됐다! 순순히 투항하고 밖으로 나와!
순간 긴장된 시선을 교환하는 세 사람!
이때 탕탕탕! 아지트 문을 향해 발사되는 세발의 총성!
재빠른 동작으로 엄호물 뒤로 피하는 세 사람!
S#76 아지트 앞 (낮)
아직 화약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을 쥔 채 아지트의 문을 향해
서 있는 강구이고. (*총을 쏜 사람은 강구!)
코우지 (강구를 향해 버럭) 뭐하는 짓이야! 죽고 싶어? 저들이 어떤 무기로
어떻게 무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총을 쏘면 어떡하자는
건가! (순사들을 향해) 무조건 생포해야 한다! 알았나?
강구 (그대로 선채 아지트 쪽을 바라보는 표정) ....
(* 비열함은 없고, 그저 그들의 정체를 어서 보고 싶은...
보고 그들로부터 살인예고장을 받은 자신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한)
S#77 아지트 안 (낮)
아지트 안의 벽 틈으로 밖을 살펴보고 있는 근덕.
근덕 틀렸습니다. 비밀 도주로 까지 전부 에워싸고 있어요.
(돌아서서 두 사람을 보며) 밀고가 있었음이 분명해요.
아지트 주변 지형지물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요.
송주 (절망적으로 두 눈을 감았다 뜨고는, 수현을 바라보는)
수현 (총을 들고 서서 침착한 표정으로 대책을 생각해보는)
송주 (그런 수현을 바라보며) .....
어느 순간 결심한 듯, 수현의 목을 한 팔로 옥죄고는 수현의
관자놀이에 총구멍을 갖다 대는 송주!
수현 ! (보고)
근덕 (기겁해서) 뭐 하는 짓이야 지금!
송주 (근덕에게) 우리 두 사람 위장은, 이미 풀렸어. 이 사람은 아직 위장이 풀리면
안 돼, 한 사람이라도 살려야 돼.
수현 차송주씨!
송주 (수현의 관자놀이에 총구멍 더욱 바싹 갖다 대며) 미안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수장이예요. 우리가 빠져나갈 방법은 이 거 밖에 없어요.
수현 (보고)
송주 죽고 싶으면 당신은 동지들 앞에서, 거사 장소에서 당당히 죽어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S#78 애물단 아지트 앞 (낮)
덜컹! 아지트 문이 열린다. 순간 아지트 문을 향해 일제히 총을 조준하는
순사들! 그 문으로 수현을 인질 삼아 당당히 앞으로 나오는 송주!
송주에게 인질로 잡힌 수현을 알아보고는 한순간 멍해지는 순사들!
두 사람을 엄호하며 순사들을 매서운 눈빛으로 이리저리 바라보는 근덕.
근덕 모두들 총 내려놓고, 머리 위로 손 올려! 그렇지 않으면 인질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
코우지 인질을 놔주고, 순순히 투항해!
강구 (수현을 본다)
수현 (강구를 본다)
어느 순간 강구,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탕! 총을 발사한다!
코우지 날카로운 표정으로 강구를 확 노려본다! 송주가 다리에 총을 맞고
무너지듯 쓰러진다. (송주의 포박에서 풀려난 수현은 얼른 근덕과 송주를
향해 찢어지는 심정으로 총을 꺼내든다)
근덕 (송주를 향해) 수장님!!!
코우지 !! (수장? 송주를 보고)
근덕,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강구를 향해 총을 조준한다.
순간 코우지, 근덕을 향해 탕탕! 총을 발사한다. 피를 흘리며 바닥 위로
쓰러지는 근덕! 쓰러지는 근덕을 보며 눈앞이 아득해지며 저도 모르게
천천히....총을 내리는 수현. 그런 수현을 관찰하듯 바라보고 있는 강구.
수현이 가면을 벗으려 한다, 위험하다 싶어 얼른 수현을 향해 총을
조준하는 송주!
코우지 이수현!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수현의 팔을 빗 맞춰 쏘는 송주!
무너지며 송주를 향해 총을 겨누며 눈가 붉어지는 수현!
또 다시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된 두 사람!
송주 .....(가슴이 미어지고)
수현 ....(심장이 찢어지는)
송주 (짐짓 차갑게 웃으며) 아깝고 분통하네. 좀 더 멋지게 해치울 수 있었는데.
마지막 칠필살 대상이 바로 당신이었거든.
수현 (바라보며 눈가 붉어지는)
송주 (눈가 붉어지며) 어젯밤은 즐거웠어요. 그렇게 쉽게 유혹에 넘어올지
몰랐는데 의외였어요. 그럼....잘 가요.
-하며 수현을 향해 먼저 총을 쏘는 송주. (일부러 빗 맞춰서)
-순간 동시에 송주를 향해 총을 발사하는 순사들!
-그대로 피투성이가 되어 무너지는 송주.
-쓰러지는 송주를 멍....하니 바라보는 수현.
송주 (수현을 향해 옅게 미소 지으며) (E) 미안하네요... 당신한테 또 다시
이런 십자가를 지게 해서....
-또 다시 민이형의 죽음과도 같은 죽음을 맞게 된 수현, 멍해지는.
송주 (E) 그래도 살아주세요... 당신은 살아서... 반드시 행복해주세요....
-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수현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송주.
어느 순간 천천히 눈을 감는....
- 쓰러진 채 미동이 없는 송주를 멍....하니 바라보는 수현.
- 멍한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후두두둑 떨어지며 소리 없이
오열하는 수현에서. - <경성스캔들> 15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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