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신 2
꼴찌, 서울대 가다
강당 (낮)
강 너희들 인생의 전환점이 눈앞에 있다. 뛰어 들어라. 공부를 해라. 서울
대에 가라!!! (농구공을 정면 꼴대를 향해 던진다)
빠르게 날아가 깨끗하게 골인하는 농구공! 아이들과 교사들 탄성을 지르는데.
꼴대 통과한 농구공, 탁탁 튀기더니 학생들 쪽으로 또르르 굴러간다.
백현 (다시 굴러온 공을 발로 콱 밟고는/픽 웃고) 개 폼은. 죽을힘 다해 공부하
면 서울대에 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확 굳으며) 그딴 거 누가 몰
라서 안 해? 똥통 학교 다닌다고 우리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아?!!
아이들 우~~ 옳다!!! 동의의 환호성.
백현 우리 학교 애들이 어떤 애들인지 알아? 양쪽 부모 온전히 있는 애들, 반도
안 돼. 학교 땡 끝나면, 알바하러 돌아다니는 놈들 천지야. 지 용돈이라도
벌어야 되거든. (피식) 그렇다고, 부모님 둘 다 있는 놈들은 쫌 난가?
(고개 젓고) 먹고 살기 바빠서, 맨날 자는 얼굴밖에 못 봐. 아님, 허구헌날
술에 쩔어서 맛 열라 나가 계시거나.
풀잎 (입술 깨문다)
백현 쫌 살면서 마덜 차 타고 멀리서 원정 오는 놈들도 있지. 내신 등급이나
잘 받아 보겠다고 (일각을 휙 보며) 틈새시장 노리는 재수탱이들!
일각에 전교 1, 2등인 듯한 샌님 남학생들 바짝 긴장.
백현 (찬두와 슥 눈 마주치고) 아님... 집에서 내 논 자식이거나.
찬두 (어깨 으쓱)
백현 이런 놈들한테 뭐? 서울대를 가라고? (기가 차다는 듯 픽 웃고) 뭐 어디
랑 내기라도 하셨나? 애들 한 놈 당 얼마씩 받기로 했어? 아니면, 이거 서바
이벌 게임이야? 카메라 어디 숨겨 놨어?
애들 (그런가? 두리번.. 날라리들은 급 폼 재는데)
강 너야말로 진정한 찌질이구나.
백현 (확 굳는)
강 진정한 찌질이가 뭔 줄 아니. 남이 만든 룰에 개처럼 순종하면서, 그래 나는
안 되는 혈통이지, 찌질한 핏줄이지 고분고분 인정하고 살아가는 놈. 노예
근성 충만한 너 같은 놈이다.
백현 뭐? 이씨... (달려들려)
찬두 (붙들며) 백현아... 참어.
강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못 해? 저~기 부자 동네 애들처럼 학원 못 다
니고, 족집게 과외 못 해서 서울대 못 가는 거라고 생각하니!!
애들 (수군수군)
강 바보들. 그게 바로 룰을 만든 자들한테 말리는 거다. 니들 돈 없지? 사는
거 구리지? 후후. 계~속 그렇게 살아. 우리 자리는 니들 따위가 넘보는 데가
아니거든. 이 따위 속셈으로, 사교육 열풍이 어떻네, 명문대 재학생 반 이상
부모가 전문직이네 떠들어 대면서, 끊임없이 니네들 기를 죽이고 있는 걸 왜
모르냐 이 바보같은 놈들아!!! 왜 지레 겁부터 먹고 주저 앉느냐 말이다!!!
백현 (ol) 누가 겁먹는 대?! 내 말은! 잘 알지도 못 하면서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
는 거야! 그렇게 할 말이 많으면 국회 앞으로 가든가! 찌질한 변호사 생활
쪽팔리니까 애들 미끼로 시선 끌려고 하지 말고, 우리 학교에서 꺼져!!
(발로 밟고 있던 농구공을 뻥! 깐다)
허공을 슝슝 날아가 무대 옆 창문을 박살내며 튕겨나가는 농구공.
마리 꺅!! 내가 미쳐!
애들 (환호하고)
사도철 (옆 선생에게) 황백현이 저건 체고를 갔어야 돼.
백현 (강을 노려보다가 휙 돌아서서 멋지게 나간다)
애들 (황,백,현, 황,백,현을 연호하는데)
강 (가는 백현을 노려보는)
복도 (낮)
강당에서 나와 교실로 가는 아이들. 백현 일행이 지나가자 저절로 길 터준다.
찬두 백현! 우왕! 짱! 우와.. 돌 때 얹혔던 케익이 그냥 쑥 내려가드라.
백현 (영웅처럼 폼 나게 걸어가는)
현정 우리 서방 멋있는 거 이제 알았어?
찬두 아참 풀잎아, 저 사람이 알바비 얼마 주대?
현정 오만원. 맞지
백현 (서며) 무슨 알바?
풀잎 (찔끔)
찬두 저 변호사가, 풀잎이한테 오만원 주고, 이사횐가 거기 데리고 가서 (흉
내) 이 학생이 내년에 서울대에 갈 학생입니다! 이러고 구라쳤댄다.
풀잎 야아...
백현 뭐? 이 자식, 진짜 나쁜 놈 아냐? 그 돈 줘.
풀잎 .... 어?
백현 돌려줘야지. 사기꾼 돈을 받냐?
현정 얘 그거 홀랑 썼는데? 문제집 산다고.
백현 뭐? (풀잎을 실망스레 보면)
풀잎 (찡그리며/시선 피하고)
백현 (기막혀서 보다가/불끈해 홱 돌아서는데)
강 (바로 뒤에 서 있다)
백현 (흠칫)
강 길풀잎 대신 물어줄 오만원 있니.
백현 (노려본다)
강 모처럼 학교 나와서 말빨 좀 세우고 애들 관심 받으니까 좋니.
백현 뭐? 씨... (퍼부으려)
강 (백현을 확 잡아서 귀에 대고) 들이대는 개인기로 애들한테 인기 좀 끄는 거
같은데, 그만 해라. 개인기 자꾸 보여주는 거 아니다.
백현 씨.. (빡도는)
강 (더 바투 쥐며/작게) 오만원도 없는 주제에 그만 개기고. (휙 뿌리치고 간
다)
백현 에이 진짜... 이 봐! (쫓아가는데)
수정 (달려와 백현을 뒤에서 안아 붙들며) 백현아!
백현 놔 봐요!
마리와 교감, 다가온다.
마리 황백현!
백현 (흠칫)
마리 강당 유리 깨먹은 거 어떡할 거니? 그거 얼마나 비싼 건 지 알아?
백현 ...
수정 (백현 잡았던 거 풀며)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마리 한수정 선생님 반이죠. 책임지고 해결하세요. (가고)
교감 (수정에게) 해결하세요. (따라가는)
봉구 (일각에서 혼잣말) 으아... 우리 샘 또 사비 털어야 겠다...
일동, 봉구를 휙 돌아본다.
찬두 너, 언제부터 거깄었냐?
봉구 (히죽)
수정 (백현을 걱정스레 보면)
백현 (시선 피하는)
교무실 (낮)
교사들, 장마리를 에워싸고 항의 중이다.
박귀남 이사장님,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사장님 멋대로 운영권 이전이
다 학교 청산이다 해서 변호사를 불러들여선, 애들 모아놓고 해괴한 소리
나 지껄이게 합니까?
교사들 (동의하며 웅성웅성)
마리 또 발끈들 하신다. 일단 지켜보겠다고 하셨잖아요.
배영숙 솔직히 이사장님도 서울대반인지 뭔지 안 믿으시죠?
사도철 기왕 뽑은 칼, 두부라도 짜르련다 하시는 맘이면요, 괜찮아요. 없던 걸로 해
주세요~ 하셔도 저희 다 이해하거든요.
교감 하하. 맞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이야 다들 가족과 같은데 창피할 게 뭐 있
겠습니까.
마리 하... 저 하나도 안 창피하거든요?
수정 (선생들 다투는 거 답답하게 보다가/그냥 자기 일 하는)
마리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 할 수도 있는 거지, 뭐 그걸 갖고 그러세요?
배영숙 실수는 인정하신단 거네요?
마리 큼. 어쨌거나 저도 우리 병문고를 사랑하는 차원에서 속는 셈치고 한 번 시
도해 보는 거니까요, 기왕 가족적인 마인드로 가시는 거 사흘만 기다
려 주세요.
교사들 (끙... 마뜩찮은 시선인데)
마리 (까딱하고 나가다가/들어오는 강과 마주치고) 또 뭐예요?
강 특별반 교실 문이 잠겨있어서요.
마리 그래요? (교감에게) 처리 부탁드려요. (도도하게 걸어 나가고)
교감 (강을 못마땅하게 슥 일별하고/수정에게) 한수정 선생님?
수정 (열심히 학습자료 만드느라 못 듣고)
배영숙 (수정 툭 치며) 한 샘. (교감이 부른다는 눈짓)
수정 네?
교감 다음 시간 수업 없으시죠.
수정 수업은 없지만 (일하던 거 가리키며) 이거...
교감 (방긋)
수정 (불안하게 보는데)
(e) 수업 시작 종.
계단 (낮)
강과 수정, 계단을 올라가며.
수정 (열쇠꾸러미 들고 가며) 모레 열시까지 서울대반에 적어도 다섯 명 이상은
모여야한다면서요?
강 예.
수정 (갸웃) 슷. (중얼) 오늘도 벌써 반 지났고... 모레 열시까지면 딱 사흘은 아
닌데...
강 (수정을 휙 보면)
수정 (!!/적군이었지, 깨닫고) 아 뭐... 기한이라는 게, 다 그렇긴 하죠. 흐흐.
강 (일각 보고) 여깁니다.
수정 (보고) 히익!
문 앞에 책걸상, 목재 등이 잔뜩 쌓여 있는 창고 겸 교실이 탕탕탕!
수정 여길 쓰래요?
강 (무표정하게/문을 가린 책걸상을 옆으로 치우기 시작한다)
수정 (찡그리며 보다가 마지못해 거드는)
점프.
수정 (열쇠꾸러미에서 열쇠 겨우 찾아서 여는데)
낡은 문이 끼이익 열리다 반쯤 덜렁, 떨어지며 먼지가 뽀얗게 일어나고.
자욱한 먼지들 사이로 좀비라도 나올 것 같은 음습한 교실이 떡 나타난다.
특별반 교실 (낮)
비품들 쌓여있고 거미줄에 먼지 뽀얀 교실. 햇볕만 잘 든다.
수정 (먼지에 기침하며/손 훼훼 저으며) 이런 데가 있었네?
강 (둘러본다)
수정 (중얼) 텅텅 빈 교실 다 놔두고.
강 (셔츠 소매 걷으며) 시작하죠.
수정 (엥?) 치우자구요?
강 (일하는)
수정 (찡그리며 둘러보다가) 제가 지금 좀 급하게 해야 될 일이 있어서요. 치우고
계실래요? 이따 올게요.
강 그러시죠. (잡다한 물건들 들어서 옮기는데)
수정 (가려다 마음에 걸려 돌아보는)
강 (먼지 뽀얗게 일어나는 가운데/열심히 치우는)
계단 (낮)
수정 (내려오다가 문득 찔려서 선다/갈등하다가) 에이 몰라. (그냥 가려다가 보
면/일각에 청소도구함 있다) 씨... (찡그리는)
특별반 교실 (낮)
강 (먼지 속에 찡그리며 교실 치우는데/불쑥 내밀어지는 장갑과 마스크/보면)
수정 (한 팔엔 빗자루, 대걸레 등을 안은 채) 끼고 하세요.
강 (받으며) 급하다는 일 벌써 끝냈습니까.
수정 (장갑 끼며) 큼. 네. 저는 저쪽 쓸게요. (돌아서며 으이그 자책)
수정은 먼지 쓸고, 강은 책상과 비품들 치우는 모습이 빠른 화면으로. 망치질해서 문도 달고.
특별반 앞 (낮)
교감과 박귀남, 슥 와서 본다.
교감 음... (끄덕이고)
박귀남 덕분에 창고 정리도 되고 좋은데요. 역시 굳 아이디어십니다.
교감 (흐뭇한 미소)
특별반 교실 (낮)
교실 제법 치워졌고. 강과 수정, 반대 방향에서 대걸레질 중.
수정 (강을 슬쩍 보고) 저기요...
강 (묵묵히 걸레질)
수정 차라리... 좀 현실적인 재건 방안을 짜 보시는 게 어때요? 그럼 저도
도와드릴 순 있는데.
강 (빤히 보다가) 어떤 게 현실적인 거죠?
수정 음... 서울대 특별반 이런 거 말구요, 그냥 모든 애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
는 학교를 만드는 거예요.
강 (끄덕인다)
수정 인제 감이 오시나부다.
강 그렇다면. 병문고가 지녀야할 진정한 매력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수정 그게... 음...
강 병문고의 진정한 매력은... 서울대 합격자 백 명 배출입니다.
수정 또 시작이야! 백명, 이백명, 이런 숫자가 어떻게 매력이 될 수 있어요!
강 숫자야 말로 경쟁력의 증거입니다. 국가대표팀이 몇 대 몇으로 이기는지,
올림픽에서 몇 위를 하는지는 밤잠 안 자가며 지켜보면서, 교육에서의 몇
위, 몇 점, 몇 명에는 왜 그렇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겁니까. 속으론 제
일 관심 있어 하면서 말이죠!
수정 (기막혀) 난 스포츠 보느라고 밤 안 새거든요? 그리구요, 그런 경쟁원리를
신성한 교육에 함부로 갖다 붙이지 마세요.
강 왜 갖다 붙이면 안 됩니까. 교육도 비즈니스입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정 (하.../할말 막혔다) 있잖아요 변호사님. 변호사님 말씀하실 때요...
강 (??)
수정 (자기 뺨 손가락으로 콕 찌르며) 여기 침 튀는 거 아세요?!!
강 (헉)
수정 (대걸레 옆에 팍 세워놓으며) 나머지는 변호사님이 다 하세요. (간다)
강 (둘러보며) 다 해놓고...
3-4 교실 (낮)
배영숙, 언어영역 수업하고 있다.
웅웅웅 불경 외는 듯한 단조로운 음성에 애들 모두 자거나 딴 짓한다.
배영숙(e) (목소리 배경으로 들리며) 이상의 조춘점묘는 생활속의 체험을 통해서 도시
생활에 대한 비판을 드러낸 글이예요. 현대적 삶의 공간이 소유욕과 물질적
가치 추구로 인해 각박해졌음을 말하고 있죠. ...
찬두 (책상에 뚫린 구멍을 통해 서랍 속의 dmb로 댄스 프로 보는 중)
봉구 (열공 중이지만/쏟아지는 졸음에 부르르 떤다)
풀잎 (1부에서 강석호가 했던 말 생각한다)
-인서트.
-강 니가 바뀌지 않는 한, 니 마음에 독기를 품지 않는 한, 너의
상황은 지금 이 상태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거다.
풀잎 (푸욱 한숨쉬다가 옆을 보면)
현정 (백현을 보며 연습장에 백현의 옆모습 스케치하고 있다. 행복하다)
백현 (창 밖을 멍하니 본다)
-인서트.
-집주인 (백현 홱 뿌리치며) 어린 노무 자식이,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백현 (한숨쉬는데/문자 수신음 진동해서 보면 액정에 ‘영화루사장’)
주인(e) 백현아, 지금 시간 되냐? 배달 빵꾸나서. 와라. 어른 시급 줄게.
백현 (바로 가방 챙겨 일어난다)
현정 (작게) 어디 가.
백현 (입 모양) 알바.
배영숙 (졸린 눈으로) 황백현, 어디 가니?
백현 죄송합니다. (나간다)
배영숙 (한숨/고개 설레설레/의욕 없이) 125쪽~.
풀잎 (걱정스레 백현 간 쪽 보는)
교정 (낮)
백현, 가는데 한수정과 마주친다.
수정 백현아! 어디 가?
강 (대걸레와 양동이 들고 수돗가 향해 나오다가 본다)
백현 (머뭇)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요. 조퇴증 받으려고 샘 찾아다녔는데 안 계
셔서...
수정 어뜩하니... 지난 번 무릎병 또 도지신 거야?
백현 ... 네.
수정 그래. 얼른 가 봐.
백현 (꾸벅하고 간다)
수정 그래도 결석은 안 돼! 내일 꼭 와! (걱정스레 보는데)
강 (슥 다가와) 쟤 어디 갑니까.
수정 (화들짝) ...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대요.
강 할머니가 편찮으신데, 왜 쟤가 조퇴를 합니까.
수정 가족이라곤 백현이 뿐이니까 그렇죠.
강 세상 천지 어떤 할머니가 당신 아프다고 공부하는 손자를 불러냅니까.
수정 (!!)
강 (대걸레 옆에 팍 놓고) 오십쇼. (가는)
수정 (황당해서 보다가/따라가는)
3-4 교실 앞 복도 (낮)
수업 끝난 아이들, 떠들며 장난친다.
강과 한수정이 현정, 찬두와 마주 서 있다.
수정 알바?
현정 네.
수정 전에도 이런 일 있었어?
현정 (찬두 한 번 보고) 가끔...
찬두 배달 일손 딸릴 때요. 점심 때 뛰면 시급 더 주거든요.
수정 그래...? (복잡한)
강 (수정을 보는)
교직원 식당 (낮)
교사들, 즐겁게 떠들며 밥 먹고 있다.
수정 (백현이 폰에 메시지 남기는 중) 백현아, 선생님인데. 전화 안 받네? 너 알
바 간 거라며. 왜 말 안 했어? (한숨) 미안해. 선생님이 몰랐어.
내일 얘기하자. (음성 메시지 보내고 울적한데)
사도철 (식판 들고 수정 맞은 편에 앉다가) 아아닛 한샘! 뭐 걱정이라두...
수정 아니예요...
사도철 메추리알 조림 좋아하시죠? (산더미처럼 떠온 메추리알 옮겨주며) 제가요 한샘 드릴려구 많이 받아왔어요.
수정 괜찮은데...
배영숙 근데 (둘러보며) 변호사 양반은 점심을 어디서 드시나?
박귀남 좋~은 데 가서 먹겠죠. 잘난 척 하면서. (먹는)
수정 (그런가? 슥 주위 둘러보는)
특별반 (낮)
강 (책상들 맞붙여놓은 위에서 ‘특별반 모집’ 공지문 만들고 있는데)
(e) 꼬르륵.
강 (찡그리고/일각에 떠다놓은 주전자 물 벌컥벌컥 마시는)
3-4 교실 앞 복도 (낮)
딱 보기에도 멍청해 보이는 놈들, 일각 보며 기막혀 웃고 있다.
강 (‘특별반 모집’ 공지문을 벽에 붙이고 있다)
<특별반 모집. 성적불문, 누구나 환영! 반드시 서울대에 보내주마!> 등의 내용.
꼴통들 (아 디게 웃기네? / 이 서울대가 그 서울대? 등등 얘기하는)
강 뭐가 그렇게 웃기지?
꼴통1 (과자봉지 들고 우적우적 먹으며) 아저씨, 혹시 학교 잘못 찾아온 거 아니예
요? 우리 학교 병문이예요 병문!
꼴통2 우리 전교 1등도 서울대는 감히 안 노리는데? (친구에게) 그치.
강 얘들아, 서울대에 가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누구든 제대로 된 전
략을 짜서 공부한다면 충분히 갈 수 있다.
꼴통1 에에이 구라!
꼴통2 아저씨 책 팔러 왔죠.
강 (꼴통1의 머리를 양손으로 지그시 잡는다)
꼴통1 (흠칫) 왜요..
강 텅 비어 있군. 아주 좋다. 너같이 텅 빈 머리일수록 서울대에 갈 확률은 높
다. 잘못된 학습방법에 길들여진 머리보다는 백지장같이 하얀 머리가 새로
운 지식을 채워 넣기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꼴통1 에이씨... 이 아저씨 맛탱이 갔나봐. 가자. (꼴통들 슬금슬금 사라지는데)
봉구(e) 그러지 마~~~
강 (교실 쪽 보면)
3-4 교실 (낮)
날라리들, 오봉구 책가방 뒤지며 놀려먹고 있다. 오봉구는 공부하고 있던 중.
곽종민 하여튼 공부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열심히 해요. (문제집 후루룩 넘겨보며)
어우 이 현란한 칼라! 눈 부셔용~.
박건태 차돌백이 좀 꼬불쳐 오라니까 왜 말 안 들어 응? (문제집 말아서 머리통
때리며) 엉아들 부실해진 거 안 보이냐?
봉구 가져올라 그랬는데... 아빠가 주방에 계셔서...
박건태 내일은 꼭 가져와 응? 안 가져오면 너 확 구워먹어 버린다!
봉구 ...어.
곽종민 공부 좀 작작 하고 임마. 안 질리냐? 공부랑 성적이랑 자꾸만 반비례하는
거? (책상에 있는 거 싹 쓸어버리고 간다)
봉구 (바닥에 흩어진 문제집, 필기도구들 하나하나 주우려다가 웬 구두발을 보고
고개 들면)
강 (내려다보고 있다)
봉구 (히죽) 안녕하세요.
강 행복하니.
봉구 네?
강 착한 척 하고 사니까, 좋니.
봉구 ... (미소) 싸우는 거 싫으니까요. (주우려는데)
강 (막아서며) 싸우는 게 싫으니까 만날 지는 거다.
봉구 ...
강 니가 싸워야할 건, 저 녀석들이 아니다. (문제집 집어서 확 들이대며) 너
의 적은 여기에 있다. (문제집 후루룩 넘겨보며) 이 악물고 대들어야할 적군
에게 색칠이나 해 주고 있으니... 이길 수가 있겠니.
봉구 ...
강 서울대 특별반으로 와라. 와서 제대로 한 번 붙어 봐. (봉구의 양 어깨를 턱
잡으며) 내가 보기에 너! 쌈닭기질 있다. (간다)
봉구 (뭔가 느껴지는 듯한 표정으로 보는데)
풀잎 (들어오다 강을 보고 다가와) 저 사람이 뭐래? 알바하래?
봉구 (웃으며) 아니. (바닥에 떨어진 거 줍고)
풀잎 (같이 주워주는)
봉구 고마워...
풀잎 (미소)
병문고 전경 (낮)
본관 시계 네 시 반 넘어선다.
복도 (낮)
꼴통들, “튀어!” 하며 달려간다.
수정 (쫓아오며) 얘들아! 보충해야지! 야!!!
꼴통들 죄송해요 샘~ (가 버리는)
수정 (속상해서 보는데)
강 (수정을 스쳐서 급히 간다)
수정 저기요!
강 (보는)
수정 (새침하게) 종례 때도 얘기해 봤는데, 특별반 들어가겠다는 애들이
없네요. 다른 반 샘들도 마찬가지라 그러구요.
강 그렇습니까. ... 내일 뵙겠습니다. (가는)
수정 퇴근하세요?
강 (손 한 번 들어주며 간다)
수정 하... 맨투맨으로 애들한테 사정해도 모자랄 판에... 태평이구만.
강 (가는)
아파트 단지 (낮)
백현 (먹은 그릇들 수거한 통을 낑낑 들고 와 오토바이 수납칸에 싣는데)
(e) 핸드폰 벨
백현 (발신자 ‘할머니’보고 긴장/헛기침 하고 폴더 열면서/학교에 있는 척) 찬
두야! 문제집 좀! 여보세요?
할머니 백현이냐?
백현 어 할머니 왜. 무슨 일 있어?
빌딩 일각 (낮)
할머니 (청소원 복장으로 통화 중) 아니, 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
백현 (당황) ... 어?
할머니 요즘에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대매. 아이구, 이쁜 내 새끼.
백현 무슨 말이야 할머니? 누가 그래?
할머니 누구긴. 느이 새 담임선생님이지.
백현 어?
할머니 남자 선생님 새로 오셨잖어. 강... 강...
백현 강석호?
할머니 어 그래! 너, 서울대반에도 뽑혔다면서? 허이구 기특한 놈.
백현 (기막혀) 그 사람이 그래? 할머니 지금 학교 와 있어?
할머니 아니. 느이 담임선생님께서 핼미 일하는 델 찾아오셨지 뭐냐. (일각 보고 미
소)
강 (일각에서 빙그레/핸드폰 받아드는)
백현 (화 누르며) 할머니. 그 사람 좀 바꿔 봐.
강 바꿨다.
백현 거기서 뭐 하는 거야? 할머닌 왜 찾아갔어?
강 (미소) 뭘. 새 담임으로서 할머님께 인사드려야지.
백현 할머니한테 허튼 소리만 해? 가만 안 둬!
강 녀석. 고맙긴.
할머니 (흐뭇한 미소로 보는)
강 니가 워낙 열심히 하니까 칭찬한 거지.
백현 이봐!
강 보충수업 시작하겠구나. 열심히 해라. (끊으며 미소)
아파트 단지 (낮)
백현 (기막혀) 우아... 돌겠네! 으아!!!
빌딩 앞 (낮)
할머니 이제 집을 비워줘야 하니, 원... 학교서 먼 데로 이사가면, 우리 백현이
공부하는데 지장 있을텐데... 그게 젤 걱정이예요.
강 ... 집은 언제까지 비워야 한답니까.
할머니 그게... (머뭇)
강 (표정에서)
PC방 (낮)
자판 옆에 황백현의 주소 메모 종이 있고.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주소창에 백현 집의 등기부등본 내용이 뜬다.
근저당 설정, 가압류 내용, 법원 경매 판정 등의 내용이 보인다.
강 (면밀히 살펴보는)
찬두 거실 (낮)
찬두, 들어오는데 도우미 두 명과 출장 요리사들 왔다갔다하고 손님 맞이하는 분위기.
찬두모 (다가오며) 찬두야...
찬두 누구 와요?
찬두모 으응. 아빠 스탠펄드 유학 시절 친구분들. 좀 이따 오실 거야.
찬두 아아. (올라가려는)
찬두모 (붙들며) 찬두야... (머뭇) 저기...
찬두 (!!) 아래층에 얼씬 말라구?
찬두모 (미안하면서도 끄덕)
찬두 ...
고기집 주방 (밤)
주방옷 차림의 봉구, 천정에 매달린 돼지들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며 영단어 외우는 중.
봉구 컴펠링... 컴펠링이... (자기 머리 두드리며) 아... 뭐였드라. 아우 돌팅
이. (돼지 몸통에 머리통 쿵쿵 박는데)
봉구모 (들어오며) 봉구야!
봉구 (방긋) 네 엄마!
봉구모 나가서 홀 서빙 좀 해. 손 딸려 죽겠어.
봉구 그래요? (단어장을 식재료 위에 휙 던져두고 나가는)
고기집 (밤)
손님들 북적이고.
봉구 (테이블 사이를 바람처럼 오가며 능숙하게 서빙 중)
손님1 여기 소주 한 병 추가요!
봉구 예! 갑니다!
우등생(e) 봉구야!
봉구 (흠칫)
시간경과. 고기 먹던 우등생 가족 앞에 봉구와 봉구 부모 서 있다.
봉구부 우리 봉구 초등학교 단짝을 이렇게 만나다니, 반갑네요 하하하.
우등생부 고기가 아주 맛있습니다.
봉구부 아이고 감사합니다. (작게) 써비스 많이 드리겠슴다. 하하.
봉구모 가족 분들이 단란하게 외식도 하시고, 보기 좋으네요. 무슨 날이예요?
우등생모 즈이 애가 이번 모의고사 만점 받았거든요. 축하파티 겸... 호호.
봉구모 그래요오? 병문에도 이런 수재가 있었네?
우등생 병문 아닌데... (불쾌한 표정)
우등생모 누가 요즘 일반고를 보내요. 우리 앤 으뜸외고 다녀요.
봉구부 아닛, 말로만 듣던 으뜸외고생? 이야...
우등생모 봉구도 잘 하잖아요. (우등생에게) 초등학교 때 봉구 공부 잘 했다며.
우등생 저보다 훨씬 잘 했어요. 맨날 올백 맞고.
우등생부 그래? (봉구에게) 학교 어디니. 과고?
봉구모 과고는요. 요오기 병문 다녀요.
우등생가족 에? (급 실망 눈빛으로 서로를 보는)
봉구부 하하하. 초딩 때 공부야 뭐, 개나소나 다 잘 하는 거고. 공부 머리는 따로
있드라구요. (봉구 머리 마구 쓰다듬으며) 이 녀석은 가게 물려받을 거니까
요. 하하하.
우등생가족 흐흐흐. (억지로 웃는데)
봉구 (자존심 상하지만/히이 웃는)
찬두 방 (밤)
찬두 (헤드폰 쓰고 미친 듯이 춤 춘다/멋지게 마무리하는데, 땀 비 오듯한다/책
상 위 생수 마시려고 보면 비었다/나가는)
찬두 거실 (밤)
찬두 (2층에서 계단 내려오는데)
(e) 호호호 하하하 아줌마 아저씨들 웃음소리. 손님 두 커플 정도 와 있다.
찬두 (벽에 바싹 붙으며 몸 숨긴다)
중년녀1 우리는요, 이 댁에 막내만 일반고 보냈다 그래서 첨엔 깜짝 놀랐잖아요. 첫
째 둘째 전부 자사고, 과고 보내놓고 왜 그러셨을까 하구요.
중년남 서울대 지균 보낼려 그러신다잖아.
중년녀2 지역균형? 찬두 전교 1등이니까, 노려볼 만 하겠네.
찬두모 ... (어정쩡 웃으며) 뭐... (난처해 찬두부 보면)
찬두부 하하하. 그래도 안심할 순 없죠. 특목고 출신 애들이 워낙 쎄니까. (일각의
찬두와 눈 마주치고 흠칫)
나머지들 (필드 자주 나가세요? 등등 골프 얘기하는데)
찬두부 (빨리 사라지라고 눈짓하고)
찬두 (슬프게 아버지를 보다가 밖으로 나가버리는)
찬두부 (찜찜하면서도) 하하하! 이 친구 많이 늘었네! (대화에 끼어드는)
찬두 집 앞 (밤)
찬두 (대문 열고 나온다/집 돌아보고) 전교 1등? (픽 웃고 정처 없이 간다)
학원가 (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 거리.
학원 강의실 (밤)
쉬는 시간.
풀잎 (손수건으로 손 닦으며 자리에 와 앉는다)
현정 (핸드폰 쥔 채 발 동동) 왜 계속 안 받는 고야!
풀잎 백현이 아직도 안 받어?
현정 니가 해 봐. 니껄루.
풀잎 바쁜가부지. (문제집 펼치는)
현정 니가 해 봐아. 응? 나 공부 하나도 안 된단 말야 걱정돼서.
풀잎 (한숨 폭/자기 폰 꺼내 전화한다)
현정 (맘 졸이며 보는데)
풀잎 안 받네. (끊으려는데)
백현 왜!
풀잎 (당황) 너... 뭐 해?
현정 이잉? (실망) 내 전환 안 받고.
영화루 앞 (밤)
백현 (오토바이 뒤에서 철가방 꺼내 들고 가며) 넌 뭐하는데.
풀잎 나...? (현정이 눈치 보는)
현정 (노려본다)
풀잎 현정이 바꾸께. (현정에게 폰 준다)
현정 서방! 이러기야?
백현 (찡그리고) 니가 시켰냐?
현정 전화 계속 씹고 너어, 그랬지이? (식식대고)
백현 운전중이야. 바뻐. (끊는)
현정 야!!!
백현 어후. 껌딱지. (영화루 문 열고 들어가는)
영화루 앞 (밤)
백현 (들어오며) 다녀왔슴다! (하다가 흠칫)
강 (자장면 다 먹고 냅킨으로 입 닦으며 백현을 보는)
백현 (무시하고/카운터로 가 배달 확인한다)
주인 (전표 주며) 소망아파트.
백현 에. (주방 앞으로 가 배달 음식 철가방에 착착 넣어서 나가고)
강 (식사비 내고) 잘 먹었습니다. (나가는)
영화루 앞 (밤)
백현, 오토바이 뒤에 철가방 싣는데 강이 다가온다.
강 여기 시급이 얼마냐.
백현 (무시)
강 전셋집 날리게 됐다면서.
백현 (굳어) 할머니가 그래?
강 철가방 알바 뛰어서 언제 방 한 칸 마련할래.
백현 (화 누르며) 내 일 내가 알아서 하니까. 가요. 에? (오토바이에 오르는)
강 (막아서고) 변두리에 방 한 칸 구했다 치자. 할머님은, 니 학교 멀어지
는 거 걱정하신다만 내 보기엔 할머님이 걱정이다. 다니시는 직장도 멀
고, 병원도 멀고 어떡할래.
백현 누가 그런 거 걱정해 달래? 왜 자꾸 쫓아다니면서 승질을 긁어!
강 (침착하게) 서울대에 가라. 너한테 답은 이것 뿐이다.
백현 (하...) 이 아저씨 진짜 싸이코네? 아저씨두 설대 못 나왔다며 왜 자꾸 설
대설대 그러는데? 설대 못 가 한 맺혔어?
강 어려운 순간일수록 멀리 봐라. 침착하게, 상황을 똑바로 보고 뭘 고쳐
야 할지를 생각해 봐라.
백현 똥 밟는 소리 그만 해요. 에? (헬멧 쓰고 오토바이 출발시키는)
강 (보는)
도로 (밤)
영화루 깃발 날리며 백현이 탄 오토바이 달려간다.
백현 (사이드 미러 보면)
뒤에 강의 오토바이 달려오는 거 보인다.
백현 (픽 웃고/속력 올리는데)
강 (휙 우회전해서 가 버린다)
백현 (황당한데)
순찰차(e) (사이렌 엥~ 울리고 쫓아오며) 영화루! 오토바이 세우세요! 영화루!
백현 (씨../일그러지는)
카페 뮤즈 안 (밤)
풀잎 (가게 문 열고 들어서다 휘둥그레)
집기들 부서지고 아수라장.
머리 헝클어지고 얼굴엔 상처, 옷도 찢어진 풀잎모, 소주 마시고 있다.
풀잎 어떻게 된 거야 엄마? 강도 들었어?
풀잎모 (술 취한) 강도보다 더 무서운 분이 왔었지. (술 홀짝)
풀잎 (!!) 또 그 아저씨 부인 왔었어? (미치겠다)
풀잎모 흑. 풀잎아. 사랑이 죄니? 그 여잔 왜 허구헌날 나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니?
풀잎 (기막혀) 죄지 그럼. 가정 있는 유부남을 좋아하는데 왜 죄가 아냐!
풀잎모 그래서 이혼해 달라 그러잖아! 근데, 이혼도 안 해 주고. 그 아줌마 왜 이런
대니 증말? 아우, 이해 안 돼. (소주 털어 넣는)
풀잎 엄마야말로 왜 이래? 그렇게 배신을 당하고도 맨날 사랑타령이야? 정신 좀
차려!
풀잎모 흥. 싫다. 이대로 살란다. (노래로) 싸랑밖에 난 몰라아~ 이게 내
좌우명이다 요년아. 끅. (팍 엎어져 잠드는)
풀잎 (속상해서 보다가/부서진 물건들 하나씩 줍다가 문득 보면)
강 (입구에 서서 보고 있다.)
카페 뮤즈 앞 (밤)
풀잎 (간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데)
강 (음료수 갖다 놓고 앉는다)
풀잎 저 서울대 안 가요.
강 (보다가) 너... 뭐가 되고 싶니.
풀잎 ...
강 이렇게 사는 어머니, 언제나 원망했지.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 수없이 다
짐 했겠지. 하지만. 이렇게 아무런 목표도 없이 사는 한! 니 인생도 별볼일
없긴 마찬가지다. 아~무 것도 없다. (술집 가리키며) 이게 니 미래다.
풀잎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이런다고 내가, 서울대반 들어갈 거 같애요?
강 니 머릿속에, 니 마음속에, 대폭발이 일어나 칼날 같은 각오를 품고 달려들
지 않는 한... 너! 이런 환경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풀잎 (팍 일어나며) 아저씨!
강 특별반에 들어와라. 지금으로서, 너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풀잎 (하...)
강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풀잎의 음료수캔으로 눌러 놓고) 니가 바뀌지
않는 한, 10년 후에도 또한, 니가 잘~ 했어야만 할 뭔가를 찢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땐. 지금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태일 거다. (일어나서 간다)
풀잎 (가는 강을 보고/캔 밑에 눌러놓은 종이 펴면)
1부에서 풀잎이 찢어 날렸던 시험지다.
풀잎 (시험지를 보며) ...
백현 동네 (밤)
다가구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은 동네.
백현 (피곤에 지쳐 터덜터덜 오는데/핸드폰벨 울려서 보고는/반가워) 어 형. 어
떻게 됐어?
선배 너 취직 될 거 같애. 우리 사장이 내일 와서 면접 보랜다.
백현 그래? 고마워 형. 어. 내일 갈게. (끊고 좋아서 가는데)
강 (골목에서 슥 나온다)
백현 (화들짝) 아 진짜 물귀신이네. 아저씨. 나 인제 학교 그만 둘 거거든요? 서
울대반이고 뭐고 딴 데 가서 알아봐요 에? (가는데)
강 대위변제라고 있다.
백현 (서는)
강 말 그대로, 채권을 대신 변제하는 거다.
백현 ... 뭐?
강 (주머니에서 등기부등본 뗀 거 꺼내 펼치고/열쇠고리에 달린 작은 후래쉬로
비추며) 보다시피 너희 집주인이 근저당 변제를 못 해서, 집이 경매에 붙여
진거다.
백현 나도 알거든?
강 하지만 대위변제로, 지금 사는 집을 아예 너희 집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백현 ...
강 어떻게 할지 궁금하지. (피식) 내가 누구냐. 변호사다.
백현 잘난 척은. 대위변제? 돈이 어디서 나서? 돈만 있으면 집 안 비워도 된단 거
누가 몰라?
강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백현 (흠칫)
강 내 돈으로 도와주겠단 건 아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 물론 이자는 받는다.
니가, 서울대반에 들어와 공부하는 거. 그게 이자다.
백현 (빤히 보다가 픽 웃고) 오만원으로 길풀잎을 낚더니 나한텐 쎄게 나오네? 됐
거든? 내 뼈가 부서지게 일을 하고 말지, 당신 같은 사람 도움, 천원 한 장
받기 싫어! 그니까 제발 찝적대지 좀 마! (강을 밀치고 간다)
강 (바라보는)
종합병원 외경 (밤)
병원 입원실 (밤)
수정 (조용히 문 열고 들어온다)
이사장 장필규, 호흡기 쓴 채 잠들어 있다.
수정 이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손 좀 씻고 올게요. (화장실로 가는)
시간경과
수정 (편한 자세로 앉아 이사장 손톱 깎아준다) 제 동생 기억하시죠. 이사장님이
제 동생두 고등학교 대학교 쭉 다 도와주셨잖아요. 걔가 요번에 선생님이 됐
어요. 섬마을 선생님이요. 멋지죠.
입원실 앞 (밤)
마리 (걸어와 들어가려다/멈칫 선다)
병원 입원실 (밤)
수정 치. ... 빨랑 털고 일어나세요오. 장마리 이사장님이 잘 하고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사장님이 딱 계셔야 포쓰가 나죠.
입원실 앞 (밤)
마리 (피식 웃고/돌아서서 간다)
병원 입원실 (밤)
수정 아! 학교에요 괴상한 사람이 하나 왔어요. 법인 해(산).. (이 말을 할 순 없
지싶어) 뭐, 우리 병문을 명문고로 만들겠다나? 큰소리 빵빵 치는데요, 으.
목소리 큰 건 이사장님 똑 닮은 거 있죠.
변호사 사무실 (밤)
강 (찡그리며 귀 후비며) 누가 이렇게 내 말을 해.
친구 (등기부 등본과 은행 관련 서류 등을 보며) 지금 니 험담하고 있는 인간이
한 둘이겠냐. 밀린 임대료나 벌어보라고 일감 갖다 줬드니, 뭐? 학교를 살
려?
강 (자료들 보며) 내가 원래 학교 쪽에 맺힌 게 많은 놈이잖니.
친구 하.. 자식. 야 강석호. 너 솔직히 말해 봐. 병문고를 살리니 뭐니 그런
거 핑계지? KJ 그룹이 병문고랑 그 주변 동네 먹으러 들어온다니까, 그거 아
니꼬워 싸우려는 거지?
강 ...
친구 미련한 놈. 혼자 강직한 척 그 좋은 회사 때려 치고 나왔음 됐지, 또 싸울
려 그러냐? 계란으로 바위를 뽀개. 니가 걔들 이길 거 같애?
강 ... (서류들 보며 심드렁하게) 잘 하면 내가 구할 수 있는 토끼를, 맹수들
먹잇감 되라고 내버려 둘 순 없잖니.
친구 그게 왜 맹수야. 똥통학교 좋은 학교 되면 좋은 거지.
강 (확 굳어서 보면)
친구 (흠칫)
강 ... 달동네 싹 다 밀어버리고 고급 아파트 세우면, 달동네 살던
사람들이 거기 들어가 사냐.
친구 (하...) 잘 났다. (서류 챙겨서 가방에 넣으며) 간다.
강 그 경매껀. 알아봐라.
친구 몰라 임마. (가고)
강 (피식)
카페 뮤즈 안 (밤)
풀잎모 (뒹구는 술병 옆에 엎드려 자는데)
풀잎 (엄마 등에 담요 둘러주고 옆에 앉는다/엄마 머리칼 쓸어주며 한숨)
백현 방 (밤)
백현 (여러 생각에/잠 못 이루고 말똥하다)
할머니(e) (건넌방에서 기침 소리) 아이구우우... (앓는 소리)
백현 (한숨)
변호사 사무실 (밤)
강 (소파에 깊숙이 앉아/낡은 법전에 끼워둔 고1 수련회 때 사진 보고 있다/무
표정한)
아이들 사이에서 화사하게 웃는 김복순 샘 얼굴에서.
몽타주 (새벽)
동터오는 새벽 시가지 정경.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 (새벽)
강 (오토바이에 오른다/비장한 눈빛/ 헬멧 쓰고 시동 걸고 출발한다)
건축자재상 (새벽)
셔터 반쯤 올려져 있고, 전직 조폭 분위기의 떡대 좋은 남자, 간이 의자에서 졸고 있다.
강의 오토바이 와서 서자. 떡대남, 얼른 일어나 90도로 인사한다.
점프. 강의 오토바이 뒤에 페인트 재료 실어주는 떡대남.
강 (떡대남 어깨 한 번 쳐 주고 출발하면)
떡대남 (90도로 인사)
도로 (새벽)
미화원들, 갓길 청소하는데. 페인트 재료를 실은 강의 오토바이 신나게 달려간다.
백현 거실 (아침)
백현 (욕실에서 씻고 나오며 보면)
할머니 (거실 좌탁에 밥상 차리고 있다/출근복 차림)
백현 할머니 벌써 나가?
할머니 오늘부턴 아침 파트야. 도시락 싸놨어. 학교 갖고 가.
좌탁 옆에 보온도시락 놓여 있다.
백현 급식 먹는데 무슨 도시락.
할머니 그 강선생님이 그러시든데? 서울대반은 늦게까지 남아 공부한다구. 다른 애
들은 다들 도시락 싸올 텐데 우리 귀한 손주만 라면 먹고 있어? (고개 저으
며) 안 돼지.
백현 (찔리고) 잘 먹을게요.
할머니 (웃고) 어이 먹어. 핼미 가께.
백현 가시는 거 보구. (따라나서는데)
할머니 (가다가/할 말 있는 찜찜한 얼굴로 머뭇)
백현 (역시 할 말 있어서 갈등/찜찜한)
할머니/백현 (동시에) 백현아... /저기... (흠칫)
할머니 왜.
백현 어? (당황/일각의 도시락 힐끔 보고) 아냐... 할머닌... 모.
할머니 응? 으으... 흐흐. 밥 잘 먹고 가라구. (차마 말 못하고 안타깝게 보는)
병문고 전경 (아침)
사도철(e) 아! 어느덧!
교무실 (아침)
교사들, 아침 조회 마치고 들어오고 있다. 각자 교무수첩, 출석부를 든.
사도철 (칠판에 D-1 쓰며) 디 마이너스 원, 되시겠습니다. (교사들 돌아보며) 각반
조회 결과, 서울대반 지원자는?
일동 (팔로 엑스표 그으며) 없습니다! 하하하. (좋아서 서로 떠드는)
수정 (어정쩡한 표정)
배영숙 자기네 반엔, 있어?
수정 ... 아뇨.
사도철 에이, 놀랬잖아요. (옆 교사에게) 아 이거 은근 스릴있네?
박귀남 후후. 건방진 자식. 뭐? 재고용시험을 봐? 내가 아주, 자다가 생각을 해도
기가 막히드라구?
사도철 그러게요. (문쪽에 대고) 티처를 뭘로 보고 감히! 쯪!
배영숙 그 변호사요, 큰소리 빵빵 쳐놓군, 코가 납작해져서 나갈 걸 생각하니까 너~
무 고소한 거 있죠. 호호호.
교감 (일각에 앉아 흐뭇해서 보는)
사도철 (교감 보고) 흐흐. 교감샘도 재밌으시죠.
교감 아 예. 뭐 두루두루요. 하하.
사도철 ??
교감 (속셈 있는 미소로 박귀남을 보면)
박귀남 (시선 교환하며 미소)
특별반 (아침)
강 (칠판 옆 벽면을 페인트칠 하고 있다/다른 데는 이미 다 되어 있다)
수정 (살그머니 들어오다가, 깔끔하게 변한 교실에 감탄하는데)
강 (안 보는 채) 황백현이 왔습니까.
수정 (화들짝) ... 아직요.
강 (돌아서며 교실 가리키며) 어떻습니까.
수정 ... 좋네요. ... 일찍 오셨나 봐요?
강 예.
수정 애들 확실히 모이면 하시지. 괜히 헛수고 하면 어떡할려 그러세요?
강 걱정해 주는 겁니까.
수정 (하...) 아니요?
강 오늘하고 내일. 이틀이나 남았잖습니까. (정리하며) 애들 올 겁니다.
수정 (기막혀) 이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강 ... 내기할까요.
수정 에?
강 애들 다섯 명 이상 모이면... 우리 반 부담임을 해 주십쇼.
수정 네에? 싫어요.
강 (피식) 그래도 한수정 선생님은 애들이 모일 거라고 생각하나보군요.
수정 핫. 절대 아니거든요?
강 그럼, 내기에서 이길텐데, 뭐가 걱정입니까.
수정 ... 좋아요. 해요. 부담임 하죠 뭐. ... 근데요, 제가 이기면, 변호사님은
저한테 뭐 해 주실 건데요?
강 뭘 원하십니까.
수정 머... 밥 사기? 아니지. 약하지. (!!) 우리반 페인트 칠? 아... 저번에 했는
데 (궁리 하는데)
강 고민하지 마십쇼. 제가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수정 (기막혀)
이사장실 (낮)
마리와 교감 마주 앉았다.
마리 (휘둥그레) 그게... 정말이예요?
교감 쉿. 아직은 극비 사항입니다만, 에.. KJ 전략기획팀 요직에 있는 제 고등
학교 후배의 언질에 의하면...
마리 KJ에서 우리학교 인수를 검토 중이다?
교감 (방긋/끄덕)
마리 그럼, 저 강석호 변호사를 끼지 않고도 깔끔하게 손 털 수 있다는 거네요?
교감 그렇죠. 다만, 아직은 검토단계라 좀 기다리셔야 할 겁니다.
마리 아... 쫌 더 개겨볼걸. 괜히 강변호산 불러들였네?
교감 다 경험이죠. 걱정은 마세요. 서울대반인지 뭔지 안 될 거 뻔 한데요.
마리 그렇겠죠?
교감 큼. 에- (연설쪼로) 이번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우리 이사장님께서도 이 민
심에 귀 기울이는 리더가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리 (비쭉) 네.
교감 (미소)
3-4 교실 (낮)
(e) 시작종.
아이들 (엎어져 자거나 떠드는)
수정 (영어교재와 프린트 한아름 안고 들어오며) 조용! 곽종민!
곽종민 (아랑곳 않고 애들과 떠드는)
수정 후... (백현 빈 자리 보고) 백현이 아직도 안 왔어?
찬두 예.
현정 전화도 안 받아요... (울상)
수정 (한숨 포옥)
풀잎 (걱정스레 돌아보는)
백현의 빈 자리.
카센타 마당 (낮)
사무실에서 백현과 선배 나온다.
선배 (악수 청하며) 취직 축하한다.
백현 나 정말 된 거야?
선배 그램마. 사장이 되게 맘에 들어하네. 근데 진짜 당장 일할 수 있어?
백현 어? ... 어.
선배 학교 그만둔 거, 맞구?
백현 (찔리지만) 맞다니까.
선배 (한숨) 에흐. 너두 참. 옷부터 갈아입자. 와. (가고)
백현 (복잡한 표정으로 따라가는)
카센타 안 (낮)
몽타주. / 카센타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백현, 선배의 소개로 직원들에게 인사한다. / 선배에게 일 배우는 백현. / 까맣게 된 얼굴로 폐 부품들을 힘겹게 나르는 백현.
카센타 일각 (낮)
백현 (화장실에서 나오다 주위 살피고 핸드폰 문자 확인하면)
현정(e) 서방. 어딨는 고야.
수정(e) 백현아, 전화 좀 해. 응?
찬두(e) 야 황백현, 무슨 일 있냐? 열라 걱정 돼.
백현 (입술 깨물고/핸드폰 전원 끈다)
선배 (저쪽에서) 백현아 이것 좀!
백현 어! (달려가는)
복도 + 3-4 교실 앞 (낮)
강 (걸어와서 보면)
수정, 예의 자상한 톤으로 영어수업 하고 있다. 애들은 딴 짓하거나 쳐 잔다.
강 (백현의 자리 비어있는 거 본다/표정) ...
병문고 교정 (낮)
점심시간.
봉구 (나무 밑에 앉아있다/한숨 푸욱)
-인서트.
-봉구부 하하하. 초딩 때야 뭐, 개나소나 잘 하는 거고. 공부 머리는 따로 있드라구
요.
봉구 (한숨 또 푹 쉬며 들고 있던 나뭇잎 뜯어 날리는)
화면 옆으로 이동하면.
찬두 (반대방향 나무 밑에 앉아있다./캔음료수 마시고 한숨 푸욱)
-인서트.
-찬두부 (빨리 사라지라고 눈짓하고)
찬두 에에잇! (캔 우그러뜨려서 뒤로 확 던지면)
봉구 (뒤통수에 맞고) 아야!
찬두 어! (돌아보고) 거깄었어? 미안...
봉구 (히죽) 괜찮아. 모르고 그런 건데.
시간경과. 찬두와 봉구, 나란히 앉아있다.
봉구 강석호 말처럼... 진짜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 갈 수 있을까?
찬두 웃기지 말라 그래. 야!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 천지에 맨 서울대생이게?
봉구 ... 공부를 다 열심히 하는 건 아니잖아...
찬두 너도 열심히 하잖아. 근데 왜 그 모양... (!!) 크흠.
봉구 (고개 푹)
찬두 쯪. 그래도, 서울대반에서 공부한다~ 그러면 뽀대는 날 거야? 그지.
봉구 흐흐. 그렇겠지. 옛날 친구를 만나도 나 서울대반이다 그러면 쫌...
찬두 엉?
봉구 아냐... 흐흐.
찬두 슷. 서울대반 됐다 그럼... 우리 꼰대가 쫌 덜 할래나?
봉구 뭘?
찬두 개무시. (빤히 보다가 씨익 웃고)
봉구 (씨익 웃는)
카센타 사무실 (낮)
직원들 너덧 명, 둘러앉아 밥 먹고 있다.
백현 (꼬질한 모습으로/장갑 벗으며 들어오는)
선배 다 치웠니?
백현 어.
선배 와. 점심 먹자.
백현 저... 잠깐 볼일 좀 보고 올게.
선배 밥 안 먹구?
백현 얼른 갔다 올게.
도심 공원 (낮)
백현 (비닐 봉지 들고와 벤치에 앉는다/주위 살피고 비닐봉지에서 보온도시락 꺼
낸다/보온도시락 윗지퍼 열다가 보면/여러 번 접힌 쪽지가 끼워져 있다/!!
해 펴 보면)
맞춤법도 틀리고 삐뚤빼뚤 큼지막한 글씨... 할머니의 편지다.
할머니(e) 우리 손주 백현이...
백현 집 주방 (과거/새벽)
정성스레 계란말이 부치고/ 소시지에 칼집 넣어 볶는 할머니./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반찬통에 예쁘게 반찬을 배열하는 할머니.
할머니(e) 젊은 엄마들은 도시락도 이쁘게 잘 싸 줄 텐데... 미안해요.
공원 (낮)
백현 (보온도시락 열어보면)
멸치볶음과 계란말이, 칼집 넣은 비엔나 소시지등... 고전적인, 하지만 정성스런 도시락.
할머니(e) 밥이 보약이예요. 몸 상허지 않게 잘 먹어요. 우리 손주... 핼미가 사랑합니
다.
쪽지엔 삐뚤빼뚤 커다란 하트그림까지.
백현 (울컥해 도시락을 보다가/밥을 크게 떠서 먹는데 목이 매인다/눈물 슥 닦는
데)
손에 쥐었던 쪽지가 팔랑 팔랑 허공으로 날아간다.
백현 (어... 보는데)
-플래시컷
-주방 좌탁에 웅크리고 앉아 쪽지에 삐뚤빼뚤 글씨 쓰는 할머니.
-(과거) 젊은 엄마들과 유치원 차 기다리던 할머니, 어린 백현이 오자 엄마들 제끼고, 제일 먼저 달려와 안아주던.
-(과거) 초등 저학년 공개수업. 젊은 엄마들 사이에 서서 백현이 잘 하라고 제일 열렬히 박수 쳐 주던 할머니.
-백현이 머리 쥐어 뜯으며 공부하는데 옆에 쭈그리고 앉아 대단하게 바라보던 할머니.
-백현이 밥에 손으로 조기를 발라 얹어주던 할머니. 궁둥이 두드려 주며 환하게 웃던 할머니.
팔랑팔랑 날아가던 쪽지, 바닥에 떨어진다.
백현 할머니... (도시락을 벤치에 놓고 쪽지 날아간 쪽으로 달려가는데)
하이킹 자전거, 쪽지 위로 휙 지나간다.
백현 어... (찡그리고/달려가 주우려는데/쪽지 또 휙 날아간다/휘둥그레 보는)
공원 호숫가 (낮)
쪽지 팔랑팔랑 날아와 어딘가에 떨어진다.
백현 (달려와 두리번대다가 !!해서 보면)
호숫가 풀 섶에 쪽지, 나비처럼 얹혀 있다.
백현 (달려와 손 뻗지만/간당간당 닿을 듯 말 듯 애가 타는데)
바람이 불어 쪽지, 호수로 팔랑 날아간다.
백현 어어... (다급해져/있는 힘을 다 해 점프해 허공에 뜬 쪽지를 확 잡는다/환
해지는 찰나/바닥에 떨어지며 넘어지는) 아...
바지 주머니의 핸드폰, 바닥에 떨어진다.
백현 아... (팔이 까져 찡그리면서도/소중하게 쪽지를 펴 보며/차츰 무언가를 깨
달아 가는 표정) 할머니...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 주워서 파워를 켠다/1번
을 누르려는데)
(e) 낯선 번호로 전화 오는.
백현 (갸웃) 여보세요?
강 황백현.
백현 에이 씨... (끊으려는데)
강 (ol) 할머니 좀 도와드려라.
백현 (!!) 뭐? 할머니한테 무슨 일 있어?
점프. 냅다 달려가는 백현.
거리 (낮)
백현 (카센타 복장 차림으로 달려와 두리번대다 보면)
할머니 (저만치서 소소한 세간이 실린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고 있다)
백현 (!!해 달려가려는데)
강 (백현을 확 붙든다)
백현 놔. (가려는)
강 (거세게 붙들며) 이 꼴로 가서 어쩌려구!
백현 (그제야 카센타 복장인 거 깨닫는)
강 학교도 땡땡이 치고 딴 짓거리 하다 달려온 손주 놈 보면, 할머님이 참 좋아
하시겠다.
백현 어떻게 된 거야.
강 오늘이 집 비우는 날이다.
백현 그런 말... 없었는데?
강 당연하지.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손주 놈한테 할머님이 무슨 의논을 하시겠
니.
백현 ... (할머니를 보는)
할머니 (힘겹게 끌다가 삐끗 넘어질 뻔 하고)
백현 어... (가려면)
강 (단단히 움켜쥐고) 니가 알면 괜히 난리 친다고, 짐부터 다 옮겨놓고 고시원
에 들어갈 생각이시란다.
백현 (붙들린 채/할머니를 속상해서 보고)
강 고시원에 부엌도 있다고... 좋아하시드라. 손주놈 도시락은 싸 줄 수 있다
고.
백현 (!!/파르르)
강 (백현을 홱 놓으며) 이제, 할머님이 고시원 좁아터진 부엌에서 싸 주신 도시
락 들고... 돈 벌러 다겠구나. 학교도 때려치고. 아~ 무런 목표도 없이!
백현 (강의 멱살을 홱 잡으며) 그럼 어떡하라구! 나더러 어떡하라구!!!
강 (침착하게 보다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백현 (멱살 잡은 채/붉어진 눈으로 강을 노려보는)
강 (차분하게) 되지 못한 자존심은 버려라. 너 같은 놈은 아직, 자존심 같
은 거 세울 레벨 아니다.
백현 (식식대며 노려보고)
강 (담담히 보다가 멱살 잡은 백현의 손을 홱 뿌리치고/체육복이 든 종이봉투
를 백현의 가슴에 콱 안긴다)
백현 ...
다른 거리 (낮)
할머니 (낑낑대며 리어카 끌다가 서서 앞섶으로 땀 닦는다/허리아파 두드리고/ 다
시 힘겹게 리어카 끄는데/리어카가 갑자기 술술 끌린다/놀라서 돌아보면)
백현 (체육복 차림/리어카 밀며 빙긋 웃고 있다)
할머니 백현아...
백현 찻. (부러 껄렁하게) 나한텐 한 마디 의논도 안 했다 이거지? 진짜 섭하다
할머니? (할머니에게로 성큼성큼 오는)
할머니 너 걱정할까봐. 이따 저녁에 오면 얘기할려 그랬지. (백현이 확 안아 올리
자) 아이구구. 뭐하는 게야!
백현 (할머니를 안아다 리어카 뒤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할머니 ...
백현 꽉 잡으셔. (리어카 손잡이 홱 들더니 방향을 돌린다)
할머니 엥?
백현 (리어카 끌고 왔던 방향으로 도로 가는)
할머니 어디 가는 거야...
백현 어디는. 집에 가지.
할머니 (!!) 백현아... 우리 집...
백현 (ol) 우리 이사 안 가도 돼 할머니.
할머니 으응?
백현 칫. 할머니 손주가 다 해결 했그든? 그니까 인젠 어린 녀석이라고 생각하기
없기다?
할머니 백현아...
백현 (끌며) 아 몰라! 할머니 땜에 수업도 땡땡이 치고 이게 뭐야! (눈물 참으며
리어카 끌고)
할머니 (짠해서 보고)
붉게 지는 석양 아래.
백현 (할머니 실은 리어카를 힘차게 끌고 가고)
강 (일각에서 보면서)
병문고 전경 (아침)
(e) 조회 종료 종.
3-4 교실 (아침)
수정 (교사수첩 덮으며) 조회사항은 이게 다구... (백현 빈자리 보고) 백현이 아
직도 전화 안 되지.
찬두 네... (현정 보면)
현정 (눈물 훔치는)
수정 (착잡한) 참... 서울대 특별반, 오늘 오전까지가 마감인데 혹시... 갈 사
람 있니?
애들 (뭥미?/관심도 없는 분위기인데)
봉구/찬두 (서로 마주보다가 에이... 용기 안 나고)
수정 없구나. ... 그럼, 오늘 하루도 열심히 공부하자. (나가고)
풀잎 (망설이는 표정)
특별반 (아침)
수정 (살그머니 와서 들여다보면)
텅 빈 교실에 강석호 홀로 앉아 아이들 기다리고 있다.
교무실 (아침)
조회 끝낸 교사들, 모여든다.
사도철 (칠판에 D-day 쓰고) 여러분, 오늘 신청자는?
교사들 (팔로 엑스표 모양하며/힘차게) 없습니다! 하하하! (즐거운)
수정 (들어오다가 본다)
사도철 교감 선생님, 오늘 식당 하나 잡을까요? 강변호사 송별회라도 해줘야할 거
같은데.
박귀남 오! 거 좋다.
교감 그렇게 하시죠. 유종의 미란 게 있지 않습니까? (흐뭇)
수정 ...
특별반 (아침)
강 (교실 뒤 시계 본다)
시계, 9시 25분 넘어서고 있다.
강 (무표정)
3-4 교실 (아침)
(e) 시작종 울리며.
박귀남 (수학 문제집과 지시봉 옆에 끼고 건들건들 들어온다)
풀잎 (애들 둘러보면)
애들 (여전히 산만한)
박귀남 (짜증스레 애들 한번 쓱 보고) 48페이지. 또 안 풀어왔지? 잘~ 들 봐라 이?
(돌아서서 칠판에 기계적으로 공식 적어나가는데)
풀잎 ...
-플래시컷.
-권태롭게 공식을 적어나가는 박귀남/킬킬대며 떠들거나 자는 아이들/난장판이 된 가게 안에서 소주 마시던 엄마/공부하다가 모르겠어서 찡그리던 풀잎/육교 위에서 시험지 찢어 날리던 풀잎/강이 갖다 준 찢어진 시험지를 보던 풀잎의 모습이 빠르게 탁탁탁 지나가다가.
풀잎 (결심을 확 굳히는 눈빛/가방을 챙겨들고 벌떡 일어난다)
현정 (백현에게 문자 보내다가 놀라서 보고)
박귀남 (보고) 길풀잎 왜.
풀잎 ...
박귀남 (짜증) 화장실?
풀잎 ...반... 옮기려구요.
박귀남 (잘못 들은 줄 알고/찡그리며) 엉?
풀잎 (침 꿀꺽) 서울대 특별반으로 옮기겠습니다.
애들 (놀라서 보고)
봉구/찬두 우와! (감탄하며 풀잎을 보다가 서로 시선 마주치는)
박귀남 (기막혀) 길풀잎.
풀잎 (목례하고 가는)
박귀남 숙제 안 해 와서 그래? 괜찮아!
풀잎 (교실 나가는)
박귀남 길풀잎! 저 녀석이... (황당해서 보는데)
봉구/찬두 (서로 눈짓하고 동시에 일어난다)
박귀남 니들은 또 뭐야?
이사장실 앞 + 복도 (아침)
교감 (서성이며 기다리는)
마리 (이사장실에서 나온다)
교감 가시죠.
마리 (가며) 애들 좀 모였대요?
교감 (짐짓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 젓는)
마리 후... (가는)
특별반 (아침)
벽시계, 9시 50분 넘어서고 있다.
강 (체념/자리에서 일어나 정리하다가/문득 보면)
풀잎 (입구에 서 있다) 여기.. 들어오려구요.
강 그래...?
찬두 (얼굴 짠 내밀며) 저도 왔습니다~
풀잎 찬두야...
찬두 (봉구 끌어당겨) 오봉구두요.
봉구 (수줍게 히죽)
강 어서 와라.
풀잎/찬두 (들어오고)
봉구 (따라 들어오며) 와... 깨끗하다... (좋은)
장마리와 교감이 오고. 뒤이어 수정이 온다.
마리 와우, 애들 왔네요?
교감 (당황) 니들 언제 왔니?
찬두 지금요.
수정 니네... 반 옮기는 거야?
풀잎 (미안해서) 네...
봉구 죄송해요 선생님. (머리 긁적)
교감 하 근데... 이를 어쩌죠? (애들 세며) 하나 둘 셋. 셋 둘 하나. 암만 봐도
셋밖에 안 되는데.
마리 최소한 다섯 명이 안 모이면 캔슬이랬죠?
교감 금일 열시까지입니다 이사장님. (벽시계 가리키는)
일동 (벽시계 보면)
벽시계 분침, 힘겹게 9시 58분을 넘어서고 있다.
특별반 앞 복도 (아침)
박귀남을 비롯한 교사들, 살그머니 다가와 교실 안 동정 살핀다.
사도철 (손가락 세 개 펴며) 셋이예요 셋. 큭큭.
배영숙 (작게) 게임 끝났네.
교사들 (웃으며 눈짓 교환)
특별반 (아침)
찬두 세 명이면 그럼, 꽝이예요?
교감 (끄덕) 유감이구나.
찬두 아 씨... 되돌아가면 수학이 우리 죽일 텐데.
박귀남 (교실 밖에서 콧바람 풍! 뿜으며 벼르는)
풀잎/봉구 (걱정스레 마주보는데)
교감 (핸드폰 시계 보며) 아닛. 벌써 59분이네요?
강 너희들에게 미안하게 됐다. 약속은 지켜야하니까... 서울대 특별반은 없던
걸로...
백현 (ol) 누구 맘대로! (땀범벅으로 들어선다/숨찬)
찬두 백현아!!
수정 (동시에) 백현아!!
백현 (강에게) 똥빠지게 달려왔구만.
강 (담담히 보는)
교감 아쉽네요. 한 명이 모자라서 아깝게...
현정 (백현 팔짱 싹 끼며) 한 명 여깄어요~.
백현 (기막혀서 보면)
현정 (백현 어깨에 기대며) 서방~
교감 시간이... (벽시계 보면)
그제야 철컥! 정각 열시를 가리키는.
아이들 와!! (환호하고)
수정 (안도하지만/아닌 척 새침하게)
강 서울대 특별반에 온 걸 환영한다!
아이들 우와!!! (박수치고)
특별반 앞 복도 (아침)
기막혀 마주보는 교사들.
특별반 (아침)
마리 (교감을 보면)
교감 (어쩔 수 없다는 눈짓)
마리 좋아요. 기왕 이렇게 된 거, 화끈하게들 공부해 보세요. 강변호사님? (강에
게) 두 번째 약속이 있다는 거, 아시죠? 6월 모의고사까지...
강 (ol) 압니다. (당분간 비밀로 하자던 약속 상기시키는 눈짓)
아이들 (엥?/뭐를? 하는 표정)
마리 (!!/씨익 웃고) 됐어요 그럼. 수고들 하세요. (도도하게 가고)
교감 큼... (못마땅하게 보고 나가는)
수정 (뒤따라가는데)
강 한수정 선생님?
수정 네?
강 어디 가십니까.
수정 ... 네?
강 부담임하기로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수정 (!!) 아...
봉구 우와. 선생님 여기도 맡으세요?
풀잎 잘 됐다... (웃고)
수정 (어정쩡 미소)
찬두 근데요, 6월 모의고사까지 뭐란 거예요?
백현 (강을 휙 보는)
강 그건, 나중에 알려 주겠다. 우선, (뒤에 밀려 있는 책상 가리키며) 책상을
가져와서 앉도록 해라.
아이들 에... (뒤쪽으로 가서 책상 들어 나르고)
수정 (쭈밋 서 있다가 강과 시선 마주치면)
강 (수정에게 도와주라는 눈짓)
수정 (비쭉하고 책상하나 번쩍 드는)
복도 (아침)
마리와 교감 걸어온다.
마리 (오며/중얼) 이러단 두 번째 것도 지키는 거 아냐?
교감 두 번째요...?
마리 (말하려다 뒤를 슥 보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이래봬도 제가 확실한 두 번
째 덫을 설치해 놨거든요.
교감 (쩝... 못미덥게 보는)
마리 왜요?
교감 에흐. 그러게 왜 강변호사는 불러들여서... 쯪.
마리 어머머. 지금, 제 탓 하시는 거예요?
교감 그건 아니구요...
박귀남 (슥 나서며) 너무 염려 마십쇼 이사장님. 저희가 뭐 이대로 보고만 있겠습니
까. (교감과 시선 교환하며 빙그레)
마리 (엥?)
특별반 (아침)
수정과 아이들, 책상 정렬하는데.
강 (일각의 백현에게 다가와) 집문젠, 말했던 대로 처리하겠다.
백현 (노려보다가) 꼭 갚을 거야.
강 당연한 거 아니니.
백현 ... 내가, 당신 말 곧이곧대로 믿어서 왔다곤 생각하지 마. 어쩔 수 없으
니까...
강 (ol) 어떻든, 좋다. 어쨌거나 1년 후 너는, 반드시 서울대에 가게 될 테니
까.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이제 서울대 특별반 학생들이다. 이 반에 들어
온 이상, 너희들은 내 명령에 철저히 따라야 한다.
아이들 어후...
강 또한, 서울대에 합격하는 그 날까지 그 누구도 이 반을 나갈 수 없다. 자신
없으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라. 포기할 사람 있나! (아이들 면면을 살피
면)
아이들 (침 꿀꺽 삼키며 서로를 바라보는)
강 좋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악물고 죽을 힘을 다 해 공부해라. 그러면, 너
희들은 모두...! (버럭) 서울대에 가게 될 거다!!!
아이들 (비장한 눈빛으로 보고)
강 (결연한 표정에서)
2부 엔딩. ★
( 엔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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