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스캔들7
7부 :: 나도 조선인이니까.
방송일: 20070627
동영상 : 줄거리:
경성스캔들 7부
S#1 VIP룸(전회연결/밤)
어둠 속의 공간. 사람들의 비명소리. 수현의 일행이 들이닥친다.
어둠의 공간을 향해 각각의 방향으로 총을 겨누는 수현,강구,코우지.
수현 (매서운) 모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순간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실내에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고관대작1이 총을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다.
가슴에는 칠필살이라는 예의 그 무명천이 표창과 함께 찍혀있다.
꺄아아악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들. 그 중 압권은 당연 사치코다.
고관대작1 옆에 피투성이가 된 채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여경.
완 !!! (여경을 보고는 하얗게 질려 달려간다) 나여경!
수현 (완을 향해 총을 겨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상관없이 달려가 멍...해있는 여경의 양팔을 잡고 흔들어보는 완.
완 괜찮아? 정신 차려! 정신 차려봐!!!
송주 (표 안 나게 흔들리는 표정)
어떤 느낌에 여경의 양팔을 붙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완.
피가 흥건하다. 여경의 팔뚝을 스친 탄피 자국.
멍...하니 완을 바라보고 있는 여경을 얼른 등에 업는 완.
그대로 문을 향해 뛰어간다. 수현이 막아선다.
수현 (완에게 총을 겨눈 채) 범인 검거를 위해 수사에 협조해주십시오.
완 (낮지만 살벌하게) 비켜.
수현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현장을 일탈하면 의심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완 (터지며) 비켜! 비키란 말 안 들려!!!
코우지 (완을 향해 총을 겨누며) 죽고 싶어!!!
강구 (완을 향해 총을 겨누며 동시에) 반항하면 쏘겠다!!!
수현 나여경씨는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증언을,
완 비켜!!
수현 (본다)
완 (살벌하게 노려보며)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송주 ! (보고)
지라시팀 ! (본다)
수현, 완에게 총을 겨눈 채 완의 눈빛을 읽듯이 바라보고 있다.
완, 눈에 살기를 띄고 수현을 노려보고 있다.
송주, 그런 두 남자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S#2 깔패디엠(밤)
테이블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근덕인데,
긴박한 표정으로 우다다 달려와 VIP룸을 향해 들어가는 순사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벙찐 표정으로 VIP룸 쪽을 보는 근덕.
근덕 (역시 벙찐 표정으로 VIP룸쪽을 보고 있는 여급에게) 왜 그래?
VIP룸에 뭔 일 났어? (묻는데서)
S#3 VIP룸 (밤)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있는 완과 수현이고.
우다다다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순사들.
김순사 (뛰어 들어와 경례 붙이고는) 지시대로 증원 요청했습니다!
완 (여전히 수현을 노려보고 있고)
수현 (시선은 완에게 둔 채) 김순사.
김순사 (퍼뜩 경레) 옙!
수현 이 분들 모시고, 병원까지 동행해드려!
강구 ! (코우지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됩니다. 도주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우지 김순사, 의료팀에게 연락해!
수현 (상관없이 김순사에게 날카롭게 OL) 뭐해? 동행해드리지 않고!!!
김순사 넵! (여경을 업고 있는 완의 등에 손대며 데리고 나가고)
코우지 (수현을 확 노려보고)
수현 (홀을 향해)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종로서까지 동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 (웅성이기 시작하고)
코,강 (못마땅하게 수현을 보고)
송주 (그런 수현을 읽듯이 보며) ....
S#4 깔패디엠 앞(밤)
김순사의 동행 하에 피투성이가 된 여경을 감싸안고 안에서 나오는 완.
완의 와이셔츠 역시 피에 젖어있다. 뒤따라 나오는 김순사.
근덕이 차를 몰고 와서 완의 앞에 선다.
근덕 (내려서 놀라는) 도련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예?
완 비켜. (근덕을 한쪽으로 밀치고는 뒷좌석에 여경을 실는)
김순사 (운전석에 타려는 완을 잡으며) 혼자 가시면 안 됩니다.
완 (뿌리치며) 놔, 이거! (운전석에 올라타고 문을 닫으려는데)
김순사 (문을 잡으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완은 계속 차문을 닫으려고 하고,
그때마다 다시 붙잡으며) 단독행동하시면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와 동행을,
완 (차문을 거칠게 확 밀어 김순사를 털어내고, 차문을 탕! 닫고는 출발하는)
김순사 아으 씨, (하고는 어디론가 뛰어가고)
근덕 (멀어지는 완의 차를 보며 근심스러운 표정)
S#5 달리는 차 안(밤)
뒷좌석에 의식을 잃은 채 차가 흔들리는 대로 흔들리고 있는 여경.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완.
그 모습 위로, 탕탕탕! 총성과 함께 떠오르는(4부 69씬의),
(F.C) 일경의 총을 맞고 쓰러지는 민의 모습이 천천히 슬로우 되는 위로,
여경 (E) 예에. 무서운 거...많습니다...
S#6 낡은 폐가 (회상/ 5부 63씬의)
여경 경찰도 무섭고, 취조도 무섭고, 고문도 무섭고...쫓기는 것도 무섭고...
숨는 것도 무섭고... 들킬까봐 무섭고...연행 당하는 것도 무섭고...
완 ...
여경 어머니 눈에 눈물 나게 할까봐 무섭고...
S#7 달리는 차 안(현재/밤)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완.
표정과는 달리 그 눈가가 서서히 붉어지고 있다.
(*여경의 부상으로 애써 외면하고 있던 완의 트라우마가 건드려짐.
형도 이렇게 죽었겠구나....또 다시 이 여자를 잃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감정으로)
여경 (E) 내가 과연...흔들리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 무섭고...
무엇보다 (고개 푸욱 숙이며) 마음이 약해질까 봐 무섭습니다...
완 (눈가 붉어지며 저도 모르게) 죽지 마....
뒷좌석에 기댄 채 힘없이 흔들리고 있는 피투성이의 여경.
완 (눈물 차오르지만, 이 악물고 참으며) 죽지 마.... 죽지 마....
여경 (소리에 희미하게 눈을 뜨고 완을 보는)....
완 (모르는 채로, 터지며) 이대로 죽으면 내가 가만 안 놔둘꺼야!!!!!
(절규하듯 소리치는데서)
타이틀 <경성스캔들> 7부
S#8 VIP룸(밤)
파티객들은 다 경찰서로 가고 없고, 수사팀만 남아 사체의 사진을 찍고,
지문체취를 하는 등... 증거 수집을 하고 있는 사건현장.
사체 옆에 떨어진 탄피를 손수건으로 싸 집어서 보는 수현.
감식반에 탄피를 넘기고 문득 돌아보면, 사체 옆 벽에 튀어 있는
혈흔(여경의 것).
수현 ... (복잡한 표정으로 핏자국을 보는 데서)
사치코 (E) 내 파티에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S#9 총독부 보안과장실(밤)
마모루를 몰아붙이고 있는 사치코.
사치코 이 정도 신변보호도 못해주면서 당신이 보안과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모루 사치코, 나도 머릿속이 복잡하니까 그만...
사치코 무심한 남자! 당신, 초대장은 보낸 거예요? 왜 내가 초대한 손님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죠?
마모루 (뜨끔해서) 무,무슨 소리야? 물론 보냈지... 그리고 이런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손님들이 안 오신 게 오히려 다행,
사치코 그래요...살인사건...이건 밀실 살인이에요. 내가 직접 해결하겠어요.
순사들을 불러 모아줘요.
마모루 사...사치코! 이게 무슨 밀실 살인이라는 거야! 그만 진정이 됐으면 집으로,
사치코 모르면 가만 있어요! 저번에도 내 말을 무시하더니 사건도 해결 못했으면서!
(왔다갔다 하며) 경찰이 들어온 입구 외에는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밀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모든 밀실살인에는 비밀 통로가, (하는데)
마모루 (더 이상은 못 참고 버럭) 사치코!!! 언제까지 남편 말을 이렇게 우습게
알 거야! 당장 집으로 가지 못하겠어!!!
사치코 !!!! (하얗게 질려서) 나, 나한테 소리를 질렀어! 말도 안 돼!
(손을 뻗어 수화기를 집어 드는데)
마모루 왜, 또 장인어른한테 전화 걸려고?!! (손에 뽑힌 전화선을 들고 있다)
사치코 무서운 남자! 당신, 애초에 우리 집안 배경이 탐나서 나한테 접근했던 거죠?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어! 나쁜 남자! (울면서 뛰쳐나가고)
마모루 (으아아아! 소리 지르며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S#10 종로서 안(밤)
현장에 있던 파티객 전원이 참고인 자격으로 연행되어와 북적거리는 경찰서.
너무 인원이 많아서 그냥 삼삼오오 앉아서 참고인 조사를 하는 중이다.
그 속에 지라시팀과 송주가 앉아 있고. 신원 파악이 끝난 일부 사람들은
‘더 조사할 게 있으면 다시 부르겠다’며 내보내곤 한다.
송주 ... (여경과 완 생각에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탁구 (무서워서 그러는 줄 알고 위로한답시고) 송주씨, 너무 걱정 마세요.
송주씨는 아무 잘못도 없으니까 곧 풀려날 겁니다. 힘드시면 제게 기대셔도...
코우지 거기 조용히 못해!!!
탁구 (찌그러지며) 네...
송주 ... (생각에 잠긴 채인데)
강구 (다른 참고인을 보낸 다음) 차송주. 이쪽으로 와.
송주 (일어서다가 막 들어서는 수현과 눈이 마주친다) ...
수현 ... (표정 없이 보다가, 순사에게) 병원으로 간 사람들은, 아직인가?
S#11 여경의 병실(밤)
응급처치가 끝나고 잠들어 있는 여경.
피 묻은 손을 씻지도 않고 멍하니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완.
김순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김순사 저기...이제 그만 경찰서로 가주셔야 되겠는데요....
완 (그대로) ...
김순사 다행히 상처는 깊지가 않답니다.
완 (그대로) ....
김순사 일단 옷에 묻은 피부터 씻고 오시죠. 기다려드리겠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는 완.
피투성이가 된 완의 와이셔츠....
S#12 종로서 복도(밤)
김순사와 함께 걸어오는 완, 경찰서 방 안에서 나오던 수현과 마주친다.
완 (보며) ....
수현 (보며) ....
담담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송주 (E) 까페에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어요.
S#13 종로서 안 (밤)
대부분은 조사를 받고 풀려나 한산해진 종로서 안.
송주가 강구 앞에 앉아 조사를 받고 있다.
송주 생각보다 따분한 파티라 지겹기두 하구....답답하기두 하구....
(흐음 한숨을 내쉬며) 마침 말이 통하는 신사분이 있길래 함께 커피를 마시며
잠깐 얘기를 나눴어요. (여유) 이름이 뭐랬더라....? (하다가) 아 참,
직접 보셨잖아요 그때.
강구 (읽듯이 보고)
송주 (그 표정을 보고는) 보고도 못 믿으시겠다? (피식) 이걸 어쩌나...
제가 순사부장님한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나보네요. 정 못 믿으시겠으면
그 까페의 여급, 미스 다이아나에게 물어보시던가요.
강구 사람들 말로는 당신이 직접 나여경을 데리고 왔다는데.
송주 맞아요.
강구 두 사람이 썩 어울리는 조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송주 조합의 기준이 뭐냐에 따라 다르겠죠.
강구 아아 그러고 보니, 비밀 암살단의 조직원이라면 조합이 가능하겠군.
송주 이를 어쩌나. 원하시는 답을 못해드려서. 그냥 친구사이라고 하면
또 의심 받나요?
강구 나여경이랑 둘이서 공모하고 깜짝쇼를 벌인 거 아냐?
강인호 사건도 두 사람의 합작품인가?
송주 (피식 웃는다) 상상력이 지나치시네요.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요?
강구 (서류철로 책상을 탕! 치며) 나여경은 그 파티에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었어!
초대자 명단에도 없는 사람을 굳이 데리고 나타났을 때는
이유가 있었을 꺼 아니야!
송주 그건,
하는 순간, 수현과 완이 종로서 안으로 들어선다.
완과 송주의 눈이 마주친다.
송주 그건... (시선은 완에게 둔 채) 친구한테 부탁받은 내기 때문이었어요.
(*여경의 알리바이를 위해 일부러 완이 들으라는 듯)
완 (송주의 의중을 간파하고 피식 웃는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완의 등에 손을 대고는 취조실 쪽으로
이끄는 수현.
강구 내기라니? 무슨 내기?
S#14 종로서 취조실 안(밤)
수현이 완을 취조하고 있다.
완 (불량한 자세로 삐딱하게 앉아) 술자리에서 심심풀이 안주 삼아 내 건,
그 내기를 말하는 거지 뭐긴 뭐겠어. 워낙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일이라
잘 알고 있다며.
수현 그 내기와 우에다 사모님의 파티가 무슨 상관이 있지?
완 (비식) 나여경을 모던 걸로 만들어보겠다고 했거든 내가.
내기의 승패를 가리기엔 딱인 자리 아닌가?
수현 나여경씨는 차송주씨와 동행했던 걸로 아는데?
완 내가 부탁했거든.
수현 부탁이라니.
완 촌스러운 게 고집은 얼마나 쎈 지, 입으란다고 입을 거 같지가 않드라구.
그 동안 장식용으로만 쓰던 머리를 좀 굴려봤지. 양장점에서 그 여자한테
입힐 옷을 산 다음에, 차송주에게 넘겼어. 니가 잘 구슬려서 한 번 입혀봐라,
입힌 다음에 파티장에 데리구 와라, (피식 웃으며) 한 큐에 들어주더군.
왜 아니겠어. 차송주는 세상에 둘 도 없는 내 쏘울메이트인데.
수현 (보며) ....
S#15 종로서 안(밤)
강구 그럼 나여경이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파티장에 왔단 말이야?
송주 (짐짓 어깨 으쓱하며) 같은 여자로서 좀 안 됐지만 친구의 부탁이니
어쩌겠어요? 실은 나도 그 내기에 꽤나 걸었거든요.
강구 그 자리가 그런 개판 자리였다는 걸, 너와 선우완 외에 누가
증명할 수 있지?!!
S#16 종로서 일각 (밤)
코우지에게 취조를 받고 있는 탁구,세기,왕골.
탁구 증명해냈습니다. 완벽하게 증명해냈습니다. 이번 일은 경성의 황태자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낸 일대 쾌거였습니다.
코우지 (서류철로 책상을 탕! 내려친다) 왜 하필 그 자리에서 그런 저속한
내기판을 벌였는지 묻잖아!!!!
탁구 (무서워서 찔끔했다가) 그, 그게.... 완이 그 놈이 자서전을 안 쓴다고
버티길래 이참에 내기의 승패를 판가름 짓자, 개필 파티까지 조마자씨를,
아니, 그러니까 나여경씨를 모던 걸로 변신시켜 데려와라, 그랬거든요.
왕골 (도와주는) 지면 보안과장님 사모님의 자서전을 쓰기로 하구요.
세기 설마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정말 조마자씨가
완전히 변신해서 나타나드라구요.
왕골 그 대쪽 같은 조마자씨가 그렇게 어이없이 넘어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선우 완 그 자식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이.
코우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S#17 종로서 회의실쯤(밤)
잠시 휴식 시간. 일차 취조를 끝낸 수현, 코우지, 강구가 창가에
서거나 앉은 채로 차를 마시며 중간 점검을 하고 있다.
코우지 (손에 찻잔을 들고 서서 생각을 정리해보듯) 나여경은 그 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다.... 유력한 용의자인 차송주와 함께 현장에 나타났고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말도 안 되는 내기의 희생양이었다...?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삼류소설 거리감도 안 되겠군....
(하고는 수현에게) 선우완 쪽은 어때?
수현 위증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여경씨를 따로 취조 해봐야 알겠지만,
나여경씨는 내기의 존재를 모르는 채, 차송주의 제안으로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코우지 (강구를 보며) 차송주 쪽은?
강구 까페 여급과 목격자들을 통해 알리바이를 확인했습니다.
어쨌든 차송주가 이 번 사건의 저격수가 아니라는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코우지 (비식) 자네가 주목한 용의자는 가뿐하게 혐의를 벗어났군.
강구 틀림없이 공범이 있을 겁니다. 좀 더 수사를 진행해보면,
하는 순간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마모루.
얼른 자세를 바로하며 경례하는 세 사람.
마모루 (청탁을 받고 온 지라 떳떳치는 못한 말투로) 어어.....이번 사건의 참고인
중에 선우완과 차송주가 있다던데, 사실인가?
세사람 ....? (보는데서)
S#18 취조실 안 (밤)
취조실 책상 앞에 홀로 앉아있는 완.
여경의 알리바이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댄 것이
명치끝에 걸려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인데, 들어오는 수현.
수현 어르신의 후광은 여전하군.
완 (보는)
수현 오늘은 나가도 좋아. 단, 범인이 잡힐 때까지 추가로 조사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경찰서로 출두해야 된다는 사실 잊지 마. (나가려는데)
완 (O.L) 부탁 하나 하자.
수현 (멈추고 돌아본다)
완 그 여자는....(차마 입이 안 떨어지지만) 몰랐으면 한다.
수현 (본다)
완 (자존심 상하지만) 니 말대로 천성이 맑고 순수한 사람이야.
내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수현 (OL)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완 (본다)
수현 아까 현장에서의 니 모습,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 배짱이면,
두려울 게 없잖아. 안 그래? (피식 웃고는 나간다)
완 (보며) .....
S#19 종로서 앞 (밤)
취조에서 풀려난 완이 안에서 나와 입구에 선다.
취조에서 풀려난 송주가 완의 옆에 와서 나란히 선다.
송주 효도는 쥐뿔도 안 하면서 아버지 권력은 필요할 때 야금야금 잘 써먹네?
완 차송주 비호세력만 하겠어?
마주보고 피식 웃고는 걷기 시작하는 두 사람.
차 앞에 대기하고 있던 근덕이 차문을 열어주는데,
송주 (완에게) 좀 걸을까? 취조실에 잡혀있었더니 좀 답답한데.
완 좋지. (웃는데서)
근덕 (사람 좋게 웃으며 도로 차문을 닫는데서)
S#20 경성 거리 (밤)
나란히 걷고 있는 송주와 완.
송주 여경씨 일 미안하게 됐어.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한 일이었는데,
미안하다는 말만 하게 됐네.
완 주제넘었다는 거 알지?
송주 어쨌든 내기는 성공했잖아.
완 니 쌀 열 섬도 지켰고.
송주 근데 미안. 내가 여경씨 파티장에 데려온 거, 니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증언했어.
완 (피식 웃으며) 나를 팔아서 무슨 득을 본다고.
송주 이강구가 나를 강인호 사건의 용의자로 점찍어 놨잖아.
나 혼자 의지로 여경씨를 거기 데려 갔다고 하면 뭔가 또 의심받지 않겠어?
나는 친구 부탁이라 어쩔 수 없었다. 여경씨는 또 내가 가자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깔끔하잖아. 왜. 허락도 없이 그대를 팔아서 화났어?
완 천만에. 나도 내가 시킨 일이라고 증언했거든.
송주 왜 거짓말했냐고 물어봐도 돼?
완 그대와 같은 이유. (하고는) 아까, 그렇게 해달라고 눈빛 보냈잖아.
송주 (피식 웃고는, 무릎 아래로 손 내미는)
송주 (걷는 채로 몰래 그 손을 한번 쳐주고, 뒤집어서 한번 받아주며
로우 파이브를 하는)
완 (피식) 역시 쏘울메이트라 영혼이 통하는군.
송주 (피식) 사기단 하나 조직하면 끝내주겠는데.
완 (웃는데)
송주 병원으로 갈꺼지?
완 (웃던 표정 천천히 가라앉으며) 아니.
송주 (의외여서) 안가? 왜?
완 (좀 쓰게 웃으며) 내기는...이제 끝났으니까.
송주 ... (보는데서)
S#21 여경의 병실 (밤)
잠들어 있는 여경, 악몽을 꾸는 듯, 땀을 흘리며 뒤척이는 모습 위로,
비틀리거나 왜곡된 화면으로 악몽처럼 보여지는,
(F.C) 변신한 여경의 모습을 보며 휘파람을 불어대던 모던보이들의 모습이,
익숙치 않은 구두의 높은 굽 때문에 휘청이던 자신을 안아주던 완의 모습이,
화난 표정으로 여기서 나가자며 자신의 팔을 잡아끌던 완의 모습이,
여경을 바라보며 느물느물 웃던 고관1의 모습이, 고관1에게 다가가
시간을 묻던 여경의 모습이, 암전 속에 들리던 총소리가, 피투성이가 된
고관1의 옆에 앉아있던 여경의 모습이, 자신을 등에 업고 달리던 완의 모습이
순서도, 두서도 없이 빠르게 떴다가 사라지는 모습 위로,
완 (E) 죽지 마..... 죽지 마.....
S#22 여경의 방 (꿈/4부 67씬의)
완 (F.C) (4부 67씬의) (아프게) 혀엉....(눈가에 물기 맺히며) 죽지 마, 형....
S#23 여경의 병실(밤)
악몽을 꾸며 땀을 흘리며 뒤척이는 여경.
S#24 달리는 차 안 (꿈/ 7부 5씬의)
완 (눈물 차오르지만, 이 악물고 참으며) 죽지 마.... 죽지 마....
여경 (소리에 희미하게 눈을 뜨고 완을 보는)....
완 (모르는 채로, 터지며) 이대로 죽으면 내가 가만 안 놔둘꺼야!!!!!
S#25 여경의 병실(밤)
순간 짧은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나 앉는 여경.
악몽을 꾼 후의 거친 호흡으로 주변을 살펴보면 아무도 없는 낯선 공간.
문득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면 묶여있는 붕대. 그제서야 현실감이 생기는.
S#26 여경의 병실 앞(밤)
여경의 병실 문을 지키고 있는 순사 한명이 대기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김순사 (다가와서 흔들어 깨우며) 이봐. 이봐. (부스스 깨는 순사)
교대해줄테니까 들어가 봐.
졸린 눈의 순사 얼른 경례를 올려붙이고는 잠을 깨려는듯
머리를 흔들며 가고, 김순사 대기의자에 앉으려는데,
병실 문을 열고 나오는 여경.
김순사 (앉으려다 말고 도로 일어나며) 어디 가십니까?
여경 저기....저를 여기까지 업고 왔던 분은....어디 가셨나요?
김순사 선우완 도련님 말씀이십니까? 좀 전에 종로서에서 취조 받고
집으로 가셨는데요?
여경 집으로....가셨어요....? (어쩐지 서운해지는데)
김순사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여경 아닙니다....(병실을 향해 돌아서는데)
김순사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일어나며, 경례) 오셨습니까?
여경 ! (순간 기대감으로 확 돌아보는데)
수현 (다가오며) 상처는 좀 어떻습니까? (*한 손에는 옷 봉투 들고 있는)
여경 (표정 싸해져서 수현을 보는)
수현 (보며) ....
그렇게 서로를 보는 두 사람에서.
S#27 명빈관 일각 (밤)
언젠가 처럼 달을 보며 앉아있는 완이고, 그 옆에 와서 털썩 앉는 송주.
송주 정말 안 가볼꺼야?
완 몇 번을 물어 도대체.
송주 이럴 걸 뭘 그렇게 목숨씩이나 걸구 지켜줬어. 위증까지 해가면서.
완 목숨은 무슨. 저러다 사람 하나 죽겠구나 싶어 얼껼에 업구 뛴 거구,
본능적으로 거짓말이 필요 하겠구나 싶어서 위증했을 뿐이야.
송주 본능적으로 뭘 느꼈는데.
완 얘가 이 자리에 그냥 온 게 아니구나, 뭔가 목적이 있어서 왔구나.
그래서 나한테 자기 옆에 오지 말라고 했구나.
송주 (그건 몰랐다) 여경씨가....자기 옆에 오지 말라고 했어?
완 (끄덕이고) 그 남자가 누군가에게 저격당할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 아니겠어? 그건 결국 걔가 암살단이랑 뭔가 관계되어 있다는 얘기고.
송주 ....(보다가) 내막을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여경씨를 무조건 비호해줬다?
(짐짓 웃으며) 사랑인가 이건?
완 또 앞서 간다.
송주 아니란 거야? 그럼 사랑이 아니면 뭘까?
완 나도 조선인이니까.
송주 ! (보는)
완 (피식) 뼛속까지 룸펜에, 못 말리는 데카당스지만, 어쨌든 나도 조선인이니까.
송주 (진지해져서)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어떻게 된 내막인지 알고 싶지 않아?
완 아니. 알고 싶지 않아.
송주 왜.
완 휘말리고 싶지가 않으니까. 나는 인생 편하게 살고 싶은 놈이니까.
형 잃고, 친구 잃고, 어머니 잃고, 어떻게 얻은 평환데....
깨고 싶지 않아. 지겨워.
송주 (마음의 벽이 단단하구나....싶어 보며) ....
S#28 여경의 병실 (밤)
여경, 침대 대신 의자에 앉아있고,
수현, 창가에 기대서서 여경에 질문을 하고 있는 중이다.
수현 변신한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쁘시던데요?
여경 취조를 하러 왔으면 취조만 하시죠.
수현 (웃으며) 취조하는 중입니다. 변신한 모습만큼이나 여경씨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놀랍던데요.
여경 말씀드렸잖아요. 차송주씨가 권유했고, 호기심에 따라 나선거라구.
그날 낮에 깔패디엠에서 만났으니 나으리도 잘 아시겠네요.
수현 평소 그런 자리를 즐기십니까?
여경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네요.
수현 솔가지나 칡뿌리로 허기를 달래는 이들이 지천인데, 말씀을 너무 함부로
하신다고 저를 꾸짖은 적이 있으셨죠?
여경 본론을 말씀하시죠.
수현 그랬던 분이 그런 사치스러운 자리에, 그런 화려한 옷차림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좀 의아해서 말입니다. 평소 나여경씨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일
아닙니까?
여경 (픽 웃으며) 여자를 잘 모르시는군요.
수현 (보는)
여경 아름다워지는 걸 싫어하는 여자는 없습니다.
가끔은 한번 쯤 일탈을 해보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요?
수현 (피식 웃으며) 그렇습니까?
여경 (일어나서 피 묻은 옷을 집어 들며) 조사가 끝났으면 이제 그만
퇴원하고 싶은데요.
수현 (말없이 여경 앞에 들고 왔던 옷 봉투를 내려놓는)
여경 ? (보면)
수현 갈아입을 옷입니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사왔는데 맞을지 모르겠군요.
여경 (허, 웃고는 도로 내밀며) 필요 없습니다.
수현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가면 어머니가 걱정하실텐데요.
여경 ...
S#29 해화당 근처 거리 (밤)
흰 저고리 검정치마를 입은 여경과 수현이 함께 걸어오고 있다.
(*여경의 손에는 피 묻은 원피스가 들어있는 옷 봉투가 들려있고)
여경 혼자 가겠다고 분명 말씀 드렸을 텐데요.
수현 감시 차원이라고 분명히 말씀 드렸을텐데요.
여경 사는 곳도 분명하고, 신원도 분명하고, 뭐가 문제죠?
도주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수현 도주하겠다고 밝히고 도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경 (노려보는데)
취객 두명이 비틀거리며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다 여경을 향해
휘청 넘어지려 한다. 순간 반사적으로 여경의 어깨를 감싸 안아 자신
쪽으로 당기는 수현. 흠칫했다가 이내 차갑게 수현의 손을 거둬내는 여경.
여경 (좀 화나서) 도대체 어떤 분이세요? 왜 감시가 아니라 보호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감시자면 감시자답게 굴 일이지 옷까지 준비해주면서
친절을 베푸는 이유는 또 뭐예요? 차라리 누구처럼 데려다 고문을 하세요.
그편이 그쪽이나 나나 확실하고 좋잖아요!
수현 (피식 웃으며) 강해졌군요 눈빛이.
여경 (본다)
수현 처음에 만났을 땐 어린아이 눈빛이랑 다를 바 없이 천진하기만 하더니,
지금은 확실히 뭔가 달라졌어요. 뭔가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한 거
같은데...맞습니까?
여경 새로운 각오와 결의라니요?
수현 이를테면 비밀 암살단에 가입 했다던지,
여경 (약간 긴장하며) 취조는 이미 끝났잖아요.
수현 (픽 웃으며) 이런 걸 심리수사라고 합니다.
여경 (보고)
수현 고문은 제 전문이 아닙니다. (해화당 쪽을 턱짓하며) 다 왔네요.
추가로 조사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출두해주셔야 합니다.
그럼.... (가고)
여경 (속을 모르겠어서 보며) .....
S#30 명빈관 송주의 방(밤)
좌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긴 듯 심각한 표정의 송주이고.
맞은편에 앉은 근덕이 낮은 목소리로 지령을 전달하고 있다.
근덕 당분간 사냥을 금한다는 지령이 내려왔어. 한동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움직이자는 수장님의 지시야.
송주 ...
근덕 이번 계획은 차송주를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제외시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강행한 거야. 안타깝게도 나여경의 부상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지만..
송주 내가 했어야 했어.
근덕 뭐?
송주 여경씬 나처럼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야.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임무를 맡겼어. 내 실수였어.
근덕 그렇게 따지면 내 잘못이 더 크지.
(F.C) VIP룸. 고관1을 향해 총을 쏘는 근덕의 모습.
송주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반응하면 내가 미안해지지.
어쨌든 상처가 깊지 않다니 불행 중 다행이야. 그걸루 위안 삼자구.
근덕 그나저나 선우완은 어때. 뭔가 눈치 챈 거 같아?
송주 나쁜 머리는 아니니 뭔가 눈치를 채긴 챘겠지.
근덕 (좀 불안해져서) 저대루 둬두 될까...?
송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우리한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니까.
다만, (좀 웃으며) 애써 외면했던 양심과 싸우느라 머릿속이
좀 복잡해지겠지.
S#31 명빈관 일각 (밤)
아직 그 자리에 홀로 앉아있는 완.
그러다 문득 피식 웃는 완.
완 빌어먹을.... 내가 연애 좀 해보겠다는데, 조국이 협조를 안 해주네.
(팔베개를 하며 뒤로 벌렁 눕고는) 사랑을 하려거든 조국 먼저
해방 시켜라 이건가....?
하늘을 보고 누운 채 쓰게 피식 웃는 완에서. F.O
S#32 여경의 집 외경(아침)
S#33 여경의 집 마당(아침)
기지개를 켜며 나오는 여경. 그러다 팔이 아파서 약간 인상 찌푸리는데
마당에 있는 빨랫대에 사건 당일 입었던 원피스가 널려 있다.
여경 ! (보는데)
최학희 (나오며) 자세한 건 묻지 않으마.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거겠지.
여경 어머니....
최학희 난 널 믿는다. 이 엄마는 니가 하는 일에 장애가 되고 싶진 않아.
여경 (울컥하고)
최학희 다만...아직 이렇게 어리고 예쁜데...젊음을 즐기기보단
위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플 뿐이야.
여경 늘 걱정만 끼쳐드려 죄송해요....
최학희 (말 돌리듯) 그건 그렇고...그 청년...한복이 완성된 지가 꽤 됐는데,
찾으러 올 생각을 않는구나. 저번에 만났을 때는 내가 경황이 없어
말도 못하고.
여경 언제.... 만나셨어요, 그 사람....?
최학희 저번에 너 아파 입원했을 때, 짐 챙기러 잠깐 왔더니 그 청년이
집 앞에 와있더구나. 니가 입원했다고 하니까, 어느 병원에 있는지
묻길래 가르쳐줬는데, 못 만났니?
여경 아니요. 만났어요. (하다가) 아니...못 만난 건가... 잘 모르겠어요.
S#34 명빈관 완의 방(낮)
늘어지게 자고 있는 완.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귀찮은 듯 눈을 뜬다.
다시 돌아누우며 잠을 청하려는데 동기들의 웃음 소리.
벌떡 일어나는 완. 세상만사가 다 귀찮은 표정이다.
S#35 동기들의 방 (낮)
대청소라도 했는지, 잡다한 물건들을 꺼내 버릴 것을 정리하는
영랑과 소홍, 난향, 월선들인데, 잡동사니 속에서 뭔가를 들여다보며
키득키득대고 있다. 보고 있는 건, 지라시 특별호다.
난향 이건 좀 버리기 아깝다. 지금 봐도 웃기지 않어?
소홍 완이 오라버니 표정이 압권이잖어. 이건 돈 주고도 못 봐.
월선 그날 혼자서 지레 짐작하고 그래, 나다! 나! 했던 건 어떻구.
영랑 그런데 요즘 완이 오라버니 좀 우울해 보이지 않어?
난향 글쎄...난 잘 모르겠는데?
영랑 원래부터 그러긴 했지만, 요즘은 특히 해가 넘어갈 때까지 잠만 자고,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이잖어.
소홍 그런가? (하며 다시 지라시를 들여다보며 키득거리는데)
그 지라시를 확 뺏어가는 누군가의 손. 동기들 놀라서 돌아보면, 완이다.
완 짜식들...이건 압수야! 어디서 철지난 잡지를 가지구 오라버니를 놀려먹어?
(짐짓 화난 듯, 지라시를 둘둘 말아 들고 홱 돌아서서 가고)
S#36 명빈관 일각(낮)
명빈관 일각 연못가쯤 어딘가 털썩 주저앉는 완.
둘둘 말아쥐고 왔던 지라시를 펴본다.
복싱대회에 참가해서 여경과 함께 했던 그날의 사진과 기사들이 빼곡이
차 있고. 그날의 열기를 떠올리며 피식 웃는 완.
그리운 듯 잠시 환한 미소 떠오르는데, 이내 씁쓸한 미소로 바뀌고.
순간 뒤에서 지라시를 홱 뺏어가는 누군가의 손, 이번엔 송주다.
송주 이젠 경성의 희귀본이 된 지라시 특별호네? (펼쳐보며) 이 사진 예술이다.
완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리 내놔.
송주 내기의 여운이라도 음미하는 거야? 아니면 미처 완성하지 못한 사랑의
추억이라도 곱씹는 거야?
완 내놓으랬다.
송주 (피식 웃으며) 완전히 첫사랑한테 실연당한 청소년이네?
완 과대망상은 니 주특기냐? 누가 실연을 당했다는 거야!
송주 (표정 내려앉으며) 그럼 그런 표정 짓지 마. 외면하고 살아갈 거면,
차라리 예전처럼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뻔뻔하게 살아가. 선우완은
그게 또 매력이었으니까.
완 내가 뭘 어쨌다고 이 난리야?
송주 현실도피를 하려면, 과거도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지도 말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면 되잖아요, 도련님.
완 에이, 진짜!
완,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칫..
여경이 문 앞에 옷봉투(사건당일 입은 양장)을 들고 서있다.
송주도 그 시선 따라가고...
완과 송주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란 느낌의 여경
송주 어머나, 여경씨? 벌써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거예요?
완 ! (순간 놀라서 송주가 들고 있는 지라시를 확 뺏으려는데)
송주 (지라시 뒤로 숨기며) 몸은 이제 좀 괜찮아요? 한번 찾아가본다는 게 여태
이러구 있었네요.
여경 저...영랑씨 글공부 문제로 차송주씨랑 상의를 좀 하려고...
송주 그러세요? 그럼 방으로 들어갈까요? (먼저 앞서는데)
완 너 잠깐 일루와 봐. (송주의 손을 잡아채서는 한 쪽으로 끌고 가는)
여경 (그런 두 사람 보며) .....
완 (여경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둔 곳에 서서 송주에게 귓속말로)
너, 그거 쟤한테 들키면, 너랑 나랑은 끝장이야.
송주 (피식 웃으며 나직하게) 내기도 끝난 마당에 들키면 어때서?
완 (지라시를 확 뺏고는 인상 험악해져서 노려보고)
여경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귓속말을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기분이 묘해지는)
송주 (피식 웃고는 여경에게) 들어갈까요 여경씨? (앞 서고)
여경 (따라가다가 문득 완을 돌아보면)
완 (외면하며 돌아서서 가는)
송주와 여경이 방으로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송주 방쪽을 돌아보며 표정 어두워지는 완.
S#37 명빈관 송주의 방(낮)
찻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송주와 여경.
송주 미안해요. 여경씨가 다칠 줄 알았다면, 계획을 수정했을 거예요.
여경 아닙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팔을 잡힌 순간, 당황해서 미처 피하질
못했어요. 송주씨가 그렇게 당부했는데...
송주 그런 돌발 상황을 예상 못한 내 실수가 더 커요.
여경 송주씨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했겠죠.
그러지 못한 제가 너무 한심해요.
송주 으음으음...자책할 거 없어요. 나도 처음엔 그랬어요. 아니,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을 걸요. 임무 수행 중에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조직원들을
생매장 시킬 뻔도 했구, 힘들 때 마다 콱 죽어버릴까 목도 여러 번
매달아봤구,
여경 (의외라서) 송주씨가요?
송주 처음부터 강인한 사람은 없어요.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잖아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수많은 고통을 견뎌내야 비로소 강해지는 거죠.
여경 ... (문득 가만히 바라보다가) 송주씨는 같은 여자가 봐도 참 멋져요.
송주 어머, 여자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남자들한테 들었을 때보다
백배는 더 기쁘네요.
여경 (송주를 찬찬히 살피듯 보며 여자답고 이쁘구나....) ....
송주 ...? (그 시선에) 왜요? 뭐.....곤란한 얘기 꺼내려구 미리 사탕 먹인건가요?
여경 (그제서야 퍼뜩) 네. (웃으며) 아, 아니예요 그런거.
(하고는 옷봉투를 꺼내 내밀며) 저 이거.....
송주 ? (꺼내서 보면, 파티에서 입었던 여경의 옷)
여경 죄송해요. 비싼 옷 같아 보이는데 엉망으로 만들어버려서.
송주 미안할거 없어요. (도로 돌려주며) 여경씨 옷인데 뭐.
여경 (사양하려고) 아니예요. 저는 이런 옷 잘 입지도 않고,
송주씨 필요 없으면 차라리 영랑씨한테,
송주 으음으음, 애인이 사준 옷을 다른 여자한테 준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여경 ? (보면)
송주 (웃으며) 실은 이 옷, 완이씨가 여경씨 주려고 산거예요.
바보같이 망설이고 있길래 내가 주제넘게 참견을 좀 했어요.
그러니까 그건 완이가 여경씨에게 선물한 거예요.
여경 (옷을 내려다 보며) ...
S#38 명빈관 일각(낮)
옷봉투를 들고 안에서 나오는 여경.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는. 어디에도 완의 모습은 없는.
어쩐지 서운한 심정으로 돌아서는데, 품에 한글교재를 안고 안에서
나오다가 여경을 발견하고는 쪼로로 달려오는 영랑.
영랑 여경 언니!
여경 영랑씨. 잘 있었어요?
영랑 지금 해화당으로 가는 길이죠? 같이 가요 그럼.
여경 (웃어주고는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보는)
S#39 해화당(낮)
영랑이 해온 숙제를 찬찬히 넘겨보고 있는 여경.
옆에서 눈동자 반짝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영랑이고.
여경 정말 열심히 잘 해왔네요.
영랑 (자랑스럽게) 그럼요. 열 번씩 쓰구, 또 복습까지 했는걸요.
여경 (웃고)
영랑 (뿌듯) 저번에 주신 책도 읽을 수 있어요. 쓰기는 몰라도 읽는 건 잘해요.
완이 오라버니가 그러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진도가 빠른 거래요.
여경 (웃어주며) 맞아요. 이제 그만 하산해도 되겠어요.
영랑 (좋아서 웃으며 더 열심히 노트에 글자 적기 시작하는데)
여경 (보다가, 조심스럽게) 근데....선우완 기자님은 명빈관에 자주 놀러
오시나봐요?
영랑 (글씨 쓰는 채로 무심히) 완이 오라버니요? 자주 놀러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명빈관에 살림을 차렸는데요 뭐.
여경 ! (조금 충격이고) 아니 부잣집 도련님이 집 놔두고 왜.....
영랑 (여전히 글씨 적는 채로 무심히) 몰라요. 하도 말썽을 펴서 집에서
쫓겨난 건지, 아니면 집이 싫어서 나와 사는 건지, 어쨌든 송주 언니랑
옛날부터 친해서 심심하면 명빈관에 눌러앉곤 했어요. 둘이 솔매트라나
뭐라나, (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보며) 근데 그건 왜요?
여경 네? 아니 그냥 젊은 사람이 일도 안하고 요릿집에 눌러 앉아있는 게
이상해서.... (하고는 얼른 노트 보며) 어디 봐요. 어머 너무 잘 썼네요.
영랑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여경의 표정을 흥미진진하게 살피는 표정에서)
S#40 지라시 사무실 앞(낮)
여경, 지라시 사무실을 바라보며 서 있다.
내가 여기 왜 왔지, 그 사람을 만나서 뭘 어쩌겠다고...
혼란스러운 감정에 망설이고 있는 여경의 모습에서.
S#41 지라시 사무실(낮)
낮인데도 커튼을 쳐서 왠지 어두컴컴한 실내에 빨간색 조명등을 켠 사무실.
야릇한 분위기 속에 세기가 부들부들 떨며 셔츠를 어깨로 끌어내리며
벗으려다 말고, 또 벗으려다 마는 행동을 감질나게 반복하고 있다. 또 한 번
시도하지만 차마 벗지 못하는 세기. 답답하다는 듯 전깃불이 확 켜진다.
왕골 (카메라 놓으며) 야, 야, 벗으려면 확실히 좀 벗어라. 그래갖고
어느 세월에 다 벗겠냐? 감질나서 원...
세기 (버럭) 니가 한번 벗어봐. 니가!
왕골 새로운 <S군 다 벗었다!> 누드화보집을 내겠다는 탁구형의 야심찬 계획을
성공시켜야, 우리도 살아남을 거 아니야.
세기 이건 사기야. 다들 이번 S군이 저번 S군이라고 착각할 텐데,
탁구 사기는 아니지. 너도 S, 완이도 S! 저번에는 물음표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느낌표를 찍을 거란 말이지. 늘 그랬듯이 얼굴은 확실히
가려줄게, 세기야.
왕골 (클클클 웃으며) 이니셜로 표기된 이 S군이 누구인지 한동안 떠들썩하겠구만.
탁구 벌써, 유한마담들한테서 예약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왕골 분명 완이 누드집으로 착각한 걸 거야.
탁, 왕 (좋아서 클클클 웃다가, 세기를 향해) 벗어 얼른!!
세기 (눈물로 다시 어깨에서 셔츠 내려다가, 에잇! 냅다 도망가는)
물찬 제비처럼 튀어올라 세기를 잡으려고 날라다니는 탁구와 왕골.
못지않게 잽싸게 도망 다니는 세기 때문에 한바탕 난리 부르스가
나는 사무실 안이고. 왕골의 맵싼 손끝에서 세기의 셔츠가 벗겨지고,
그대로 몸만 홀라당 빠져나가 문으로 냅다 달리는 세기.
S#42 지라시 사무실 앞(낮)
결심한 듯 크게 심 호홉을 하고는 노크를 하려는 여경인데,
문 벌컥 열리며 안에서 나오는 세기.
여경 !!! (세기의 벗은 상반신을 보며 기겁하고)
세기 !!! (얼른 손으로 가리며 경악하고)
세,여 (동시에) 아아아아아아아악-------!!!!
하고는 홱 뒤돌아 세기는 사무실 안으로 쾅!
여경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계단을 쾅쾅쾅 내려가는.
정신없이 달려가다가 누군가의 가슴팍에 쾅! 이마를 부딪히는 여경.
여경 (쓰으....아픈 이마를 문지르며) 죄송합니, (하다가 보면)
완 (여경을 보며 서서) ...
여경 (완을 보며) ....
S#43 지라시 사무실 안 (낮)
와이셔츠를 껴입으며 오도 방정을 떨고 있는 세기.
세기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조마자씨가 다 봤어.
왕골 낄낄낄. 타이밍 한번 절묘하다 야.
사무실에서 이상한 짓 하다가 뛰쳐나온 놈처럼 보였을 거 아냐.
탁구 어짜피 조마자씨한테 뺏긴 순결, 화끈하게 한 번에 가자 세기야.
세기 (버럭) 아, 비켜어!!! (하고는 창가로 가서 기웃기웃 밖을 내다보며)
갔나? 동네사람들한테 변태라고 소문내면 어떡하지? (조심스레 나가보는)
S#44 지라시 사무실 앞(낮)
밖으로 나온 세기, 시선 고정되며
세기 어라? 저건 무슨 시츄에이션?
왕,탁 (그 소리에 우르르 몰려나와 보면)
그 시선에 여경과 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마주서 있는 모습.
담담한 표정으로 여경을 보며 서있는 완.
완 여긴 니가 웬일이냐?
여경 (왜 왔는지 자기도 잘 모르겠다)
완 나 만나러 온 거야?
여경 (민망해서 큼큼) 그런 거....같습니다.
완 (피식 웃으며) 그러면 그런 거지, 그런 거 같습니다는 또 뭐냐?
여경 (새침하게) 어제, 고맙다는 말을 못한 거 같아서 고맙다는 말 하려고,
완 (OL) 어제 뭐. (하다가) 아아... 병원까지 업구 뛰어준 거?
난 또 뭐라고....아까 명빈관에서 말하지 뭘 여기까지 찾아 오구 그러냐.
여경 (완의 냉냉함과 담담함이 적응 안 되고)
완 뭐 더 할 말 있어? 없지? 그럼 가라. (들어가려는데)
여경 ...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기분이 확 상한다) 잠깐만요!
완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뭐야 또.
여경 (완의 앞에 와서 서서 노려보며) 사람이 왜 그래요?
완 (담담하게) 내가 뭘 어쨌다고.
여경 언제는 친절했다가, 언제는 싸늘했다가, 언제는 또 진지했다가,
도대체가 일관성이 없잖아요! 당신이 무슨 오늘의 운세도 아니고,
왜 당신 기분 따라 사람 맘이 왔다갔다해야 됩니까?
완 (그저 담담하게) 끝났냐?
여경 사람을 병원에 갖다 실어다놨으면, 죽었나 살았나, 궁금은 해야 될꺼
아닙니까!
완 아직 더 남았냐?
여경 사정이 있어 찾아오지 못했으면, 괜찮냐, 많이 좋아졌냐,
의례적인 인사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완 병원 가서, (일단 여경의 말 끊어 내고) 뭐해 둘이.
여경 (벙해서) 네?
완 병원 가서 너랑 둘이 뭐하냐고.
여경 (그렇게 물으니 할 말 없는)
완 얼마나 아프냐 그래? 파티장엔 느닷없이 왜 나타난 거냐 물어?
내가 남 줘버린 옷은 어떻게 알고 찾아 입고 왔느냐, 총 맞아 죽을
사람인지 어떻게 알고 타이밍 맞춰 그 옆에 서 있었느냐, 말하라 그래?
니가 대답 할까? 안할 껄?
여경 (보며) ....
완 너랑 나는 나눌 대화가 없어 이제. 갈 길이 서로 다르니까.
말 해준다 해도 별로 듣고 싶은 맘도 없고. 대답 됐지 이제?
(돌아서서 가고)
여경 (선채로 멍...하니 보며)
S#45 지라시 사무실 안 (낮)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탁구,왕골,세기.
탁구 내가 생각했던 결말이 아닌데, 이거?
세기 어떤 결말을 꿈꿨는데.
탁구 한 판의 내기로 시작된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 된다. 이거 아니겠어?
세기 형은 생각도 참 지라시만큼이나 삼류스럽다. 경성의 황태자답게 깔끔하게
마무리 설정 잘 했구만 뭘.
왕골 아냐 아냐. 완이 얼굴 상태로 보건데, 진심이 아닌 듯 싶어.
(완 흉내내며)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이러는 거 못들어?
세기 그건 그거구, 이건 그냥 뒷정리하는 거라니까.
왕골 진심인지 아닌지 내기 할래?
하는데, 문 거칠게 열리며 들어오는 완.
순간 후다닥 책상으로 달려가 각자 기사를 뒤적이거나,
카메라를 닦는 등 딴청을 피우는 탁구, 세기, 왕골.
책으로 얼굴을 덮어버리고는 의자에 길게 누워버리는 완.
그런 완을 심상찮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탁구,세기,왕골.
S#46 해화당 근처 거리 (낮)
어쩐지 멍....해지는 심정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여경.
허영화 (E) 우리 완이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고는 다녀도, 절대 여자한테
정 주는 법이 없어. 아가씨가 상처받을 까봐 하는 얘기니까 새겨들어요.
이미 상처를 받은 듯한 표정의 여경....
S#47 지라시 사무실 (낮)
여전히 얼굴을 책으로 덮은 채 길게 누워있는 완이고.
그런 완을 살피고 있는 탁구, 왕골, 세기.
탁구 (세기를 향해 뭔가 눈짓을 주고)
세기 (흠칫, 했다가 싫다고 절레절레)
왕골 (세기를 완쪽으로 확 밀어버리면)
세기 !!!! (얼껼에 완이 앞으로 튕겨져 나와 당황하는데)
완 (기척에 책을 치우고는 성가신 표정으로 보며) 뭐야.
세기 ! (얼른 책상 위에 다리 하나 턱 걸치고 앉아, 짐짓 건들거리며,
그러나 완이가 무서워 말투는 국어책 읽는 수준) 어이, 선우완!
조마자씨 말인데,
완 걔가 뭐.
세기 (무섭지만, 건들건들 컨셉 유지하려 애쓰며) 내기는 너의 성공으로
끝났으니까, 두 사람 이제 다시 볼 일 없는 거지?
완 그건 왜 묻는데.
세기 (괜히 무릎 위로 손을 탁탁 털어내며 건들건들) 아니이, 옷이 날개라더니
조마자씨도 그렇게 꾸며놓으니까 쓸 만하더라고.
데리구 다녀도 쪽팔리지는 않겠어.
완 (점차 표정 굳어가고)
세기 그래서 말인데, 정말 끝난 거지 두 사람?
완 (싸늘하게) 글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묻잖아.
세기 무슨 상관은.. 내가 작업 좀 걸라고 그러지이...
완 (굳은 채로 보며)
왕골 (완이 무섭지만 참으며) 에이, 신세기 니가 무슨 작업을 건다고 그래?
완이라면 몰라도...고고함의 대명사 조마자씨가 너한테 넘어오겠냐?
세기 (하다보다 재밌는지 연기에 탄력받기 시작한다) 왜 이래에? 지금의
조마자라면 승산 있다 이거야.
탁구 지금의 조마자라니?
세기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았으니, 얼마나 허전하겠어.
위로하고 감싸주는 척하면서 외로움을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구.
어쩌면 자포자기 상태로 아무한테나 몸을 던질지도 모르지...
완 (표정 험악)
세기 또 청순한 얼굴 하고 있는 애들이 은근히 내숭이거든.
일단 꼬셔서 한 이불을 덮었다, 그 순간 남자한테 온 몸 바쳐 충성,
하는 순간, 세기에게 주먹을 날리는 완.
그대로 나가떨어지는 세기. 헉! 놀라서 세기에게 달려가는 탁구와 왕골.
무섭게 굳은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가는 완.
S#48 지라시 사무실 앞 (낮)
무섭게 굳은 얼굴로 안에서 나오는 완.
선우관의 차가 완의 앞에 와서 선다. 차 안에서 집사가 내린다.
완 (멈추고 본다) 무슨 일입니까, 오늘은?
집사 도련님, 저... 어르신이 모시고 오라고 해서.....
완 (짜증나는 표정)
S#49 지라시 사무실 (낮)
쌍코피를 흘리며 긴 의자에 누워있는 세기이고,
옆에서 열심히 부채질을 해주고 있는 탁구와 왕골.
왕골 거봐 저 자식, 진심이랬잖아 내가.
세기 아무래도 우리는 내기 때문에 제 명에 못 살거 같어.....
탁구 수고했다. 이걸로 누드 화보집은 면제됐어.
세기 (좋아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씨익 웃는다)
탁구 대신 사치코 여사 자서전 써.
세기 (에이 씨....도로 벌러덩 눕는다)
S#50 선우관의 집 외경(낮)
S#51 선우관 집 거실(낮)
현관으로 들어서는 완.
거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선우관.
선우관 (보고) 풀려났냐?
완 (감정 없이 담담하게) 힘 써주신 덕분에요.
선우관 내 덕이겠냐. 혐의가 없으니까 풀려난 거겠지. 풀려난 거 봤으니 됐다.
허영화 (과일 접시 들고 나오다가 보고는) 암튼 살다살다 별꼴을 다 봐 내가.
이번엔 또 살인사건이야? 어디 얽힐 게 없어서 그딴 일에 얽혀들어?
완 (성가신 표정)
선우관 살인사건에 휘말린 게 어디 이 녀석 탓이야?
허영화 잡혔으면 곱게나 굴 일이지, 경찰한테 반항은 왜 해, 반항은?
선우관 (그만 하라고) 아, 부상당한 사람을 구하려다가 그런 거라잖아.
허영화 누구 구하려다가 그렇게 된 줄이나 아세요?
그거 알면 그런 고상한 소리 못 나옵니다.
완 ? (순간 보고)
허영화 (혼잣말처럼) 하여튼...그 기집애, 내가 그렇게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
결국은 사단을 내네. 결국은 사단을 내. 따박따박 말 대꾸 해댈 때부터
만만치 않겠다 싶더라니만,
완 (표정 굳으며) 그 여자, 만났어요?
허영화 니가 그 여자 안구 난동 피우는 걸, 보안과장 사모님까지 다 봤으니
이제 어쩔 거야? 어떻게든 저 잘되라고 맞선까지 주선해놨더니,
가당치도 않은 기집애랑 얽혀서 경찰서에나 들락거리고,
완 그 여자 만났냐고 묻잖아요!
허영화 얘가, 아버지도 계신데 어디서 큰소리야! 그래 만났다! 만났으면 왜!
완 만나서 뭐라고 하셨어요. 무슨 소리하셨어요 걔한테!!
허영화 너 데리구 노는 거니까 상처받기 전에 꿈 깨라고 했다. 여자한테 정주는 법
없는 인간이니까 꼴같잖게 꼬리 흔들지 말라고 했어, 왜!!!
완 (순간 표정 살벌해지며) 당신이 뭔데 그 여자를 만나.
허영화 (기막혀 하얗게 질리며) 뭐....뭐....당신이?
선우관 (엄하게) 너 이놈의 자식! 그게 무슨 되먹지 못한 말투야!!!
완 도대체가 그놈의 야망은 뭘루 채워야 채워져요. 우리 어머니 몰아낸 걸루
모자라요? 멋지게 살다 간 우리 형, 개죽음 만든 걸로도 모자라요?
선우관 당장 못 그만 둬!!
완 당신 그 욕심 뭘로도 못 채워. 밑 빠진 항아리를 뭘루, 무슨 수로 채워.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절대 협조 못해. 알았어요? (확 나가고)
허영화 (기막히고 분통터져서) 아우,아우.
선우관 (답답하고)
S#52 선우관의 집 앞(낮)
거칠게 문을 쾅! 닫고 안에서 나오는 완.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S#53 해화당 서점 앞(밤)
서점 문을 닫고 있는 여경, 자물쇠로 걸어 잠그고 돌아서는데,
언제 왔는지 여경 앞에 우뚝 버티고 서있는 완.
(*이하 완의 대사는 모두 담담하게, 너무 느리지 않게)
여경 (보다가, 담담하게) 폐점인데요, 손님.
완 (불쑥) 형이 한 명 있었어.
여경 (보는)
완 젊디 젊은 나이에 독립운동 하다 죽었어. 그것도 가장 믿었던 친구한테
밀고당해 개죽음 당했어. 니가 총 맞았을 때 잠깐 형 생각이 났어.
형도 이렇게 죽었겠구나. 무서웠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여경 ....
완 그러다 억울해졌어. 형은 죽으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은 평생을 이렇게
죄책감과 부채감에 시달려야 하는구나. 부채감이라는 게 참 무겁구나.
죄책감이라는 게 참 아프구나. 피해야지. 보지 말아야지.
여경 ...
완 그래서 너랑 또 다시 그런 인연으로 얽히는 게 싫었어.
너 때문에 상처가 건드려지는 게 싫었어. 그래서 결론 내렸어.
서로 선택한 길을 가자, 그렇게 각자 흘러가 보자.
여경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이제 할 말 다 하셨습니까?
완 아니. 내일 영화 보러 가자.
여경 (벙해서 보고)
완 .... (피식 웃는다)
여경 ... (어이가 없어서 피식) (F.O)
S#54 명빈관 외경 (이른 아침)
S#55 명빈관 마당 (이른 아침)
동기들의 숙소를 향해 작은 소리로 영랑이를 부르고 있는 완.
완 (작은 소리로 몰래 부르듯) 영랑아.....영랑아.....야 임마, 소영랑.....!
영랑 (문을 열고 부스스 눈을 비비며 잠옷차림으로 나오는) 왜요오.
완 (씩 웃으며) 오라버니 부탁 하나 들어주라.
영랑 ....? (보는데서)
S#56 명빈관 주방 (아침)
도시락 통에 주먹밥과 과일이 예쁘게 담기고 있다.
완의 부탁을 받고 요리를 해서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영랑이고,
옆에서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완.
영랑 싸라고 해서 싸긴 하는데, 갑자기 왠 소풍이예요?
완 (흐믓, 흐믓) 날씨가 좋잖아 임마. 날씨가.
영랑 누구랑 가는데요? 지라시팀이랑?
완 (순간 표정 확 상하며) 그게 소풍이겠냐? 극기 훈련이지?
영랑 (눈빛 반짝해서) 그럼, 여자랑 가는구나! 혹시 우리 선생님?
완 (순간 표정 살벌해지며) 너어! 또 송주나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기만 해봐. 입을 아주 꼬매버릴테니까!
영랑 (놀리듯) 여경언니랑 가는 거 맞구나?
완 (불안해서 다시 한 번 으름장) 분명히 경고했어!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기만 해에!! (하고는 확 돌아서 나가려는데)
문 앞에 송주와 근덕을 위시해서 주르르 서있는 동기들!
헉! 해서 공포에 질리는 완.
송주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명빈관 음식 빼돌려서 어디 가?
근덕 (음흉하게 웃으며) 나선생이랑 데이트 간다는 데에 쌀 한 섬~
완, 에이 씨, 송주와 근덕, 동기들 사이를 헤치고 나간다.
송주와 근덕, 능청맞게 씨익 웃어주는데서
S#57 여경의 방 (낮)
경대를 꺼내놓고 앉아 머리를 빗고 있는 여경.
머릿기름도 꺼내 꼼꼼이 바르는데, 문득 경대 거울 속에 나타나는
최학희의 얼굴. 딸의 모습을 보며 흐믓하게 웃고 있는.
헉!해서 저도 모르게 얼른 경대를 닫고 돌아앉으며,
여경 어, 언제 오셨어요?
최학희 어디 좋은 데 가니 오늘?
여경 (어색해서) 어....저기....그게....
최학희 (웃으며 불쑥) 어느 쪽이야?
여경 (무슨 말인지 몰라) 예?
최학희 한복 맞추러 온 청년이야, 병원에 데려다준 청년이야? 난 둘 다 맘에 들던데.
여경 (순간 발끈해서) 병원에 데려다 준 청년은 맘에 들어 하시면 안돼요, 어머니.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이냐면,
최학희 (그 반응에 알겠는) 한복 청년이구나.
여경 (흡! 뒤늦게 입을 다물지만)
최학희 (그런 딸을 보며 웃기만)
S#58 경성 거리 (낮)
차에 기대서서 손목시계를 보며 여경을 기다리고 있는 완.
저만치 어색한 표정으로 새침하게 걸어오고 있는 여경을 보고 피식 웃는다.
완 시간 잘 지키네? (차를 턱짓하며) 타.
여경, 차문 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동시에 차문 고리를 잡는 완.
완과 손이 맞닿자 화들짝 놀라서 손을 떼내는 여경.
완 이 아가씨 연애 한 번도 못 해봤구만? (차문 열어주며)
이런 건 남자가 해주는 거야. (막 멋있을라고 하는데)
여경 (분위기 팍 깨는 설교) 세상에는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없습니다. 모든 남녀가 평등하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완 (짜증) 아아! 진짜. (차 안으로 구겨 넣듯이 여경을 확 밀어 넣으며)
타, 그냥 쫌 타!
여경 (차 안으로 밀어 넣어지며) 엄맛!
S#59 달리는 완의 차 안 (낮)
운전을 하고 있는 완이고, 어쩐지 이상해서 주변을 둘레둘레
살펴보고 있는 여경.
여경 영화 보러 간다면서 어디 가요 지금?
완 우리가 영화 한편 찍지 뭐.
여경 (확 불길해지며) 설마 또 드라이브를 하자는 건 아니겠죠?
(하는 순간 덜컹 차가 선다) 왜, 왜 그래요?
완 (당황하는 얼굴로) 이...이럴 수가. 기름이....
여경 (불안해서) 기름이 또 떨어졌어요?
완 아니, 기름이 너무 좋아. 쫙쫙 나가 그냥 쫙쫙. (하고는 씩 웃으며
차를 다시 몰아가고)
여경 (노려보는)
S#60 풍경 좋은 야외 (낮)
-한쪽에 피크닉 바구니 놓여있고.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펼쳐놓고 앉아 체스를 두고 있는 완과 여경.
여경에게 체스(또는 마작)를 가르쳐주고 있는 완. ‘너 바보냐? 돌탱이냐?
몇 번을 설명해주냐 도대체, 잘 봐봐’ 어쩌고 하며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이
여경을 구박하는 완이고, 점점 약이 오르는 여경. 결국 체스판을 홱
뒤집어엎는다. 기가 막히는 완. ‘당신이 잘하는 것만 하는 건
불공평해요! 다른 걸로 해요!’ 씩씩대는 여경.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자치기를 하는 두 사람. 여경 팔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펄펄 나는 모습이고. 운동신경 뛰어난 우리의 완, 역시 한 실력 보여주신다.
이제야 의기투합이 돼서 신나게 뛰는 두 사람.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S#61 해화당 근처 거리 + 완의 차 안 (밤)
완의 차가 해화당 근처를 향해 달려온다.
완 (괜히 툴툴) 내 생전 이렇게 건전하고 졸린 데이트 코스도 처음이다.
술도 안 돼, 댄스도 안 돼, 양 음식, 양 음료도 안 돼. 도대체 너랑은
뭘 해야 되는 거냐?
여경 (노려보고) 여기서 세워주세요.
완 왜. 늦었는데 집 앞까지 가지.
여경 됐어요. 어머니가 나와 계실지도 모르고.....
완 (알겠다는 듯이) 아아.... 연애하는 모습은 들키기 싫다? (하며 차 세워주는)
여경 오늘은 즐거웠습니다. (인사하고 내리려다 말고) 근데 집으로 가세요?
완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그럼 집으로 가지, 절로 가리?
여경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본가로 들어가느냐 명빈관으로 가느냐 뭐 그런....
완 (무심히) 당연히 명빈관이지. 거기에 내 살림이 다 있는데.
여경 살림....! (놀라서) 차렸어요?
완 (무심히) 살림이야 진즉에 차렸지.
여경 (슬쩍) 누구....랑.....설마 차송주씨.....
완 송주? (하다가 퍼뜩 깨닫고 버럭) 야! 너는 나를 뭘로 보구! 나는 여자를
좋아하긴 해도, 구질구질하게 살림 같은 거 차려놓고 구속하고, 구속 받는
그런 관계는 질색인 사람이야.
여경 (왠지 안심 되서 씩 웃으며) 아아....
완 하물며 차송주랑 내가? 우리 사이를 뭘루 보구 진짜. 개랑 나는, 서로의
영혼의 깊이에 감화 감동받아, 영혼의 동반자가 된, 그러니까 그 뭐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귀한 관계야, 알아?
여경 (진지) 무슨 종교집단 같은데서 만났나 봐요.
완 (답답) 종교 집단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다가 피식) 하긴 개랑
내 첫 만남이 좀 강렬하긴 했지?
손깍지 끼워 머리 뒤에 대고 몸을 젖히고는 회상에 젖는 완의 모습에서.
(*이하 완의 회상 내용은 전부 완의 입장에서 각색된 느와르스럽게)
S#62 깔패디엠 일각(밤)
불량스러워 보이는 모던 보이 네 댓명이 송주를 위협하듯 둘러싸고 서있다.
모뽀1 명빈관 최고의 기생이라더니, 소문대로 도도하시구만.
그래봤자 기생은 기생이지, 뭐가 얼마나 잘났다고 초장부터 튕겨?
송주 기생도 남자 보는 눈은 있답니다. 죄송하지만 제 스타일이 아닐뿐더러
술맛 떨어지게 하는 묘한 관상이네요.
모뽀1 뭐야! 기생년 주제에 건방지게 어디서! (하며 팔을 치켜드는데)
완 (E) 그 더러운 손 치우지 못하겠나!
모던보이 일행, 소리에 돌아보면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완이
끈적끈적한 음악과 함께 멋지게 등장한다.
완 (검지 손가락으로 모자를 좀 올려 여유 있게 웃고 있는 눈빛을
살짝 보여주며) 아름다운 숙녀 분한테 폭력은 예의가 아니지?
모뽀1 이건 또 어디서 굴러들어온 개뼉다구야!
하며, 주먹을 날리는 순간, 날렵하게 피하며 멋지게 펀치를 먹이는 완.
마치 17대 1의 용사처럼, 네댓 명의 모던보이를 가뿐하게 처리하고는,
완 (송주를 향해 웃으며) 고맙다는 말은 사양하겠습니다.
송주 (여유 있게 웃으며) 뒤를 조심하셔야 겠네요.
완, 돌아보는 순간 까페의 의자를 들고 완을 공격하려던 모던보이 한 명,
완이 잽싸게 피하는 바람에, 어?하며 앞으로 쏠려가고, 그런 모던보이1의
배를 무릎으로 강타하고, 손목을 뒤로 꺾어 버리는 송주.
송주 (완을 향해 웃으며) 고맙다는 말은 사양하죠.
완 (피식 웃고)
송주 (웃는데서)
S#63 해화당 근처 거리 + 완의 차 안 (밤)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흐믓하게 회상에 젖어있는 완.
완 가끔 뇌쇄적인 그 미소에, 내가 잠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을 뻔
한 적도 있었지만, 우린 여자, 남자, 이런 거 안하구, 그냥 쿨한
쏘울메이트로,
하면서 옆 좌석을 보면 텅 비어있고.
이미 차에서 내려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여경.
그 동안 이 긴 얘기를 혼자 떠들고 있었단 말인가,
뻘쭘해져서 차문을 열고 내려 여경을 쫓아가는 완.
완 (여경을 쫓아가며) 사람이 말하고 있는데,
말도 없이 그냥 가버리냐 너는, 예의 없게.
여경 (퉁명) 소설을 쓰십시오 아예. 가만 놔두면 천일야화가 될 거 같아서,
알아서 스스로 털구 일어났습니다.
완 (쩝....너무 미화시켰나? 머리를 긁적이고는) 내일 뭐하냐?
여경 (퉁명) 서점 주인이 책 팔아야지, 뭐하겠습니까.
완 창경원이나 가자.
여경 싫습니다.
완 (짜증) 아 왜 또 그래.
여경 저는 술도 못 마시고, 댄스도 못하고, 양 음료, 양 음식에도 별 관심
없으니 다른 사람 만나 노세요.
완 (싫지 않아서 피식) 설마 너 질투 하냐?
여경 쉰소리 말고 얼른 집에나 가세욧!
완 (순간 씩 웃더니 여경을 허리를 안듯이 해서 확 잡아당기는)
여경 (당황해서 보며) 뭐....뭐하는 짓입니까 이게?
완 가르쳐줄게 내가.
여경 뭐....뭘요?
완 술은 가르쳐줬으니까, 이번엔 댄스. (하더니 한발자국 다가서는)
여경 (헉! 해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왜, 왜 이러세요?
완 그렇지! 그거야 바로. 한발자국 물러서면 한발자국 뒤로. 아주 잘하는데?
여경 저,저기....
완 야야, 내가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으니까, 니가 한 발자국 앞으로 와야지이.
여경 (얼껼에 한 발자국 앞으로)
완 그렇지 잘 하네....
아니 저기....왜 이러세요... 뭐하는 거예요.....어쩌고 하면서도
완이 리드하는대로 얼껼에 다 따라하는 여경.
마지막으로 완의 필살기인 허리꺾기!
여경 (헉! 해서 완의 얼굴을 보는)
완 (보는)
앗! 이것은 키스타임?!!! 인가 싶었는데.....
여경 이런 식으로 여자 몇 명이나 꼬셨어요?
완 (씩 웃으며) 그걸 셀 수 있으면 천재게 내가?
여경 (순간 갑자기 팍! 헤딩하는)
완 (악! 머리 감싸 쥐는)
여경 (씩씩대며 가는)
완 (웃으며) 내일 창경원 가자.
여경 싫습니다.
완 데리러 온다?
여경 .....
완 (싫다는 말은 안 하네? 피식 웃으며 돌아선다)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는 여경.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심장이 뛴다. 설렌다. 그렇게 완을 바라보며 서있는 여경 F.O
S#64 총독부 외경(아침)
수현 (E) 그날 파티 참석자 전원을 종로서로 연행하여 조사해보았지만,
S#65 총독부 회의실(아침)
마모루와 코우지 앞에서 두 번째 살인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수현이고.
수현 무기를 소지한 자도, 초연반응을 보인자도 없었습니다.
파티 참석자 중에 저격수가 없는 건 확실합니다.
물론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확실한 물증이 없습니다.
마모루 (심각하게 듣고 있는)
수현 신분과 알리바이가 확인된 다른 참석자들은 일단 훈방 조치했습니다.
마모루 그럼 향후 수사는 어떻게 진행할 건가?
코우지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우에다 사모님의 개필파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란 점입니다. 사모님의 초대장이 중도에 분실됐기 때문입니다.
마모루 (초대장 이야기에 심기가 불편해 물을 마시려 물잔을 드는데)
코우지 따라서, 개필파티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가짜 초대장을 보낸 자...
즉, 사모님의 진짜 초대장을 가로챈 자가 바로 범인일 것입니다.
마모루 (순간 물 마시다가 컥! 사래가 들린다)
코우지 ? (브리핑을 멈추고 보는)
수현 (보며, 손수건을 건네고) 괜찮으십니까?
마모루 (콜록거리며) 괘...괜찮네... 계속해봐. (몹시 불편한 표정 위로)
코우지 (E)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그 우편물 탈취범을 찾는 데 주력해서
수사할 방침입니다.
마모루 (큼큼, 목청 가다듬고) 그런데...진짜 초대장의 탈취범과 가짜 초대장을 보낸
자가 반드시 동일인물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
코우지 어쨌든 그 자를 찾는 일이 급선무,
마모루 어 그게.....사실은....(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사치코의 초대장을
없앤 건...날세.
수,코 ! (본다)
마모루 (무안하니까 괜히 버럭) 어쨌든! 종로서에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이 사건은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시키게. 알겠나! (후다닥 일어나 나가고)
코우지 (짜증나서 준비해온 보고서를 테이블로 휙 던져버리고)
수현 (피식 웃는)
S#66 종로경찰서(낮)
수사에 대한 지시를 내리며 걸어가는 코우지와 그 뒤를 따르는 수현, 강구.
코우지 조작된 초대장은 감식반에 넘겼나?
강구 지질과 필적을 조사중입니다.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지문 감식도
의뢰했습니다.
코우지 참, 그 지라시 편집장 말인데,
강구 김탁구 말입니까?
코우지 주민동향서 좀 가지고 와 봐.
강구 알겠습니다.
수현 (걸으며 표정) .....
‘특별수사본부’라는 대자보가 붙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수현과 코우지.
S#67 종로서 내 특별 수사본부 회의실(낮)
안으로 들어오는 수현과 코우지.
수현 김탁구씨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코우지 (자리에 앉으며) 개필 파티 기획에서부터 진행을 준비했던 인물이야.
강구 (탁구의 동향서 서류를 가지고 들어오는)
코우지 사모님의 초대장이 배달되지 않은 관계로, 파티장엔 김탁구가 초대한
인물들 밖에 없었어. 뭔가 수상하지 않아? (하며 강구에게 손 내밀면)
강구 (주민 동향서 건네며) 이번 사건의 핵심에 서있는 인물은 누구보다
나여경입니다.
수현 그래서, 계속 감시하고 있는 중이잖아.
강구 감시만으로는 안 됩니다. 어떻게든 구속시켜 강도 높은 취조를 하면,
수현 나여경씨가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저격은 원거리에서 이뤄졌습니다. 사수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고,
나여경씨를 공범으로 잡아들이기엔 물증과 증언이 너무 부족합니다.
코우지 (서류 넘겨보는 채로) 이 문제는 이강구 순사부장에게 맡기도록 하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입을 열게 만들어.
분명 강인호, 차송주와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거야.
수현 (두 사람의 연대를 지켜보며 피식 웃고)
강구 (회심의 미소를 짓는)
S#68 해화당 (낮)
단정하게 차려입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여경.
가끔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슬쩍 문 쪽을 살펴보는 여경.
데리러 오겠다는 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소리에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여경. 그 표정이 굳어내린다.
강구 요즘 아주 재밌게 살더구만. 생각지도 못한 차림으로 파티장엘 나타나질
않나, 위기의 순간마다 달려 와주는 남자를 둘씩이나 두고 설쳐대질 않나.
여경 (계속 무시하고 책만)
강구 (책 뺏어들고 살펴보며) 차송주가 파티에 데리고 가면서,
뭐 다른 말은 없었어?
여경 (지겨운) 다른 말, 어떤 말이요. 도대체 몇 번을 말해요? 재미있는
자리가 있으니 가보자고 하길래 호기심에 따라간 것뿐이라구요.
강구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참석한 건가?
여경 제가 뭘 알아야 되는데요?
강구 그 자리에 그런 옷차림으로 나타난 건 내기 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었을 텐데...
여경 ! (그게 무슨 소리지?) 내기라니...그게 무슨 말이죠?
강구 ?
여경 (당황한다)
강구 (비식 웃으며) 정말 몰랐던 모양인데..안됐군. 혼자 고고한 척하더니
부잣집 도련님의 심심풀이 안줏거리로 농락당한 꼴이 됐으니...
여경 (얼어붙은 채로) 도대체...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군요.
강구 이제 내기도 끝났으니, 널 지켜주던 비호세력도 떨어져나가겠군.
똑바로 알아둬. 앞으론 운 좋게 피해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여경 ! (머릿속으로 조합해보며 표정 점점 굳어지는)
S#69 명빈관 완의 방(낮)
외출할 차비를 끝낸 완, 거울을 보며 유난히 옷 매무새에 신경을 쓴다.
머리를 빗어봤다가, 거울을 향해 괜히 소년같은 미소를 지어 보기도 하고,
마초처럼 오만한 포즈를 취해보기도 한다.
여경과의 약속 때문에 마음이 붕 떠 있는 완의 모습.
문틈으로 그 모습 훔쳐보며 키득거리는 동기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는, 급히 나가는 완.
S#70 명빈관 완의 방문 앞(낮)
동기들 후다닥 흩어지면, 씨익 웃으며 문을 열고 나오는 완.
휘파람을 불며 복도를 걸어가고 나면 키득대는 동기들.
S#71 명빈관 앞(낮)
여경을 만날 생각에 들뜬 표정으로 기분 좋게 걸어나오는 완인데,
저만치 명빈관을 향해 걸어오는 여경을 발견한다.
완 (표정 밝아지며) 어, 왔어? 안 그래도 막 데리러 가려던 참인데
그새를 못 참고,
여경 (O.L) (담담하게) 내기란 게 뭐예요?
완 ! (순간 표정 굳는)
여경 (여전이 담담한) 경성 최고의 촌닭 조마자를 모던걸로 만들어주겠다,
술자리에서 당신이 그렇게 내기를 걸었다는데, 그게 사실이예요?
완 그건,
여경 (표정에서 이미 읽었다, 피식) 사실인가 보군요.
완 (난감함에 한숨 쉬고)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여경 (O.L) 첫인상은 뭣 같았지만, 만남이 계속되면서 생각했어요.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니구나, 누구에게나 숨겨진 좋은 면이 있구나...
나랑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나름의 입장과 아픔이 있는 거구나....
완 ...
여경 과거의 아픈 상처 때문에 조금 삐뚤어지고, 조금 방황하고 있을 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아프고 때로는 힘을 얻기도 했어요. 그런데!
완 ...
여경 위기의 순간마다 대가 없이 달려와 도와준 것도, 내 앞에 불쑥불쑥
나타난 것도, 그동안 보여준 모습들이 모두 내기를 위해 꾸며낸
계산된 행동이었단 말이군요, 그러니까.
완 설명하기 복잡하긴 하지만,
여경 됐습니다. 목적 달성을 하셨으니 이제 더 이상은 볼 일이 없겠네요.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돌아서는)
완 (자신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혼자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여경에게
조금 화가 나서 따라가며) 잠깐 기다려!
여경 (그대로 가기만)
완 나한테도 말할 기회를 줘야. (될꺼아니야)
하면서 여경을 확 잡아 돌리는 순간 완의 표정이 멍해진다.
눈가에 눈물이 꽉 들어차있는 여경!
여경 (완을 노려보며)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십시오.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완 (멍해져서 여경의 눈물을 바라보는)
여경 (눈물 가득한 여경의 눈에서)
- <경성스캔들> 7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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