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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남녀의 사랑법 1

 

 뭐야, 찍어?

 

 뭐, 뭐 찍는단 얘기 없었잖아

 

 아, 예, 안녕하세요

 

 [의자를 덜그럭거리며]  아니, 야, 찍으면 찍는다고  얘기를 했으면

 

 내가 미리 좀 재킷이라도 입고 나올걸

 

 [옅은 웃음]

 

 [손을 쓱쓱 비빈다]  [헛기침]

 

 (은오)  근데 이거 하면 홍보 좀 되나?

 

 [빨리 감기 효과음]  [인터뷰어가 말한다]

 

 잠깐만

 

 안녕하세요, 네

 

 (선영)  대본 같은 거 없어?

 

 그냥 말하면 돼?

 

 (린이)  어…

 

 [웃으며]  안녕

 

 그러니까 널 봐야 되니?

 

 (경준)  내가 이 카메라를 봐야 되니?

 

 (재원)  카메라 그냥 보고 얘기해?

 

 [웃으며]  야, 어색하네

 

 [은오의 헛기침]

 

 [경준의 헛기침]

 

 뭐부터 해? 자기소개?

 

 [목을 가다듬으며]  어…

 

 예, 안녕하세요, 저는 박재원…

 

 아, 그냥 반말로 편하게?

 

 [숨을 들이켠다]

 

 안녕

 

 나는 박재원이라고 해

 

 건축가고 나이는 서른두 살

 

 [웃으며]  아, 야, 야, 진짜 어색하네

 

 만나서 반가워

 

 난 이은오야, 스물아홉

 

 마케터야

 

 미녀 마케터

 

 최경준이고 스물아홉이야

 

 아버지랑 이모부가 만든  회사에서 일하는데

 

 건축가야, 건축가

 

 내 이름은 서린이고 스물아홉 살이야

 

 직업?

 

 엄청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한 가지만 꼽을 수가 없어

 

 끝, 다시 할까?

 

 [웃으며]  아, 좀 부담스럽다

 

 고등학교 체육 교사

 

 나이는 서른이고 이름은 오선영

 

 서울 너무 좋고 인생은 너무 재밌고

 

 별명은 언년이

 

 언제나 연애 중

 

 이런 거 막 자막도 띄워 주고 하나?

 

 어디서 봐, 나중에? TV? 영화관?  [익살스러운 효과음]

 

 어, 나 소설 써, 소설가야  [흥미진진한 음악]

 

 이름은 강건, 나이 스물아홉

 

 (내레이션)

 

 (내레이션)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내레이션)

 

 (내레이션)

 

 [호응하는 신음]

 

 씁, 아니, 그러니까  [잔을 탁 내려놓는다]

 

 인터뷰 내용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른다는 거지?

 

 아니야? 알아?

 

 누가 인터뷰에 참여하는지  서로 다 알아?

 

 뭐, 안다는 거야, 모른다는 거야

 

 50명 정도?  그럼 아는 사람도 있겠네

 

 어, 됐다, 됐다

 

 아, 다음부터 이거 보고 하면 된다고?

 

 서로 얼굴은 안 보이지?

 

 근데 이거 하면 나한테 뭐 줘?

 

 아무것도 안 줘?

 

 아니, 내가 하는 게 있는데  나한테 주는 게 없어?

 

 돈도 안 줘?

 

 안 해  [의자가 삐걱댄다]

 

 아니, 그러면 전 남친이나  전 여친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우리 학교 선생은 없지?

 

 [흥미진진한 음악]  (내레이션)  그들은

 

 카메라를 친구처럼 생각하며

 

 진실만을 말하기로 약속했으나

 

 때로 진실인지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뭐, 연애 얘기? 나 연애할 때?

 

 그냥 쿨해, 젠틀하고

 

 집착, 뭐, 이런 거 없고 쿨해

 

 "진실? 거짓?"

 

 사귈 땐 진심이고

 

 헤어질 때도 진심이야

 

 난 뜨거워

 

 팍 빠져서 타오르다가 금방 식어

 

 뭐, 헤어지면 딱히 생각 안 나고

 

 길에서 여자한테 맞은 적 있어

 

 여자한테 이겨서 뭐 해, 아휴, 참, 쯧

 

 슬레, 뭐, 박수, 이거? 박수?

 

 하나, 둘, 셋

 

 [풉 웃는다]

 

 (건)  뭐야

 

 밀당 같은 건 안 해

 

 잘해 주는 편인 것 같은데

 

 지금 남친 만나기 전에

 

 한…

 

 다섯 명? 세 명인가?

 

 아, 아, 한 번만 다시 할게

 

 [경쾌한 음악]  (내레이션)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남자"

 

 "여자"

 

 (내레이션)

 

 [점원이 인사한다]  (은오)  나랑 맞는 남자?

 

 (재원)  나는 재밌는 여자

 

 말이 통하는 남자

 

 - (린이) 말만 통한다고 될까?  - (건) 몸이 통해야 될걸?

 

 질문 자체가 그거 아니야?

 

 [선영이 호루라기를 삑 분다]

 

 왜 다들 모르는 척하실까?

 

 [놀라며]  아, 그거였어?

 

 (건)  왜 말을 못 해?

 

 나 이런 건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빡!

 

 (은오)  됐어, 알아들었어

 

 (린이)  [살짝 웃으며]  거기까지

 

 (재원)  고생하세요

 

 육체적인 거 말하는 거지?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난 냄새로 알아, 페로몬

 

 나한테 맞는 냄새가 있어

 

 [차 문을 탁 닫는다]

 

 뭐, 남자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

 

 와, 진짜, 착각하지 말라고 전해 줄래?

 

 나는 보통 주도권은 내가 가져

 

 네, 다음 바보 나오세요

 

 (재원)  그래, 솔직히 말해서

 

 딱 한 번 정신없이 끌려다닌 적은 있어  어? 한 번

 

 한 번만은 아닐 거야

 

 (재원)  이제 연애?  그거 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아니, 난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애가 날 바꿔 놨어

 

 여자 여러 명 만났어

 

 그때마다 다 좋았어

 

 [부정하는 신음]

 

 여자 말도 들어 봐야 돼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선영)  남자?

 

 다 그놈이 그놈이야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은 나도 있어

 

 1년 전이었어

 

 [몽환적인 음악]

 

 (재원)  그 사람밖에 안 보였어

 

 이 세상에 둘만 있는 느낌

 

 완전했어

 

 (은오)  손가락만 닿아도 짜릿한 느낌

 

 그때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 같아

 

 그런 사람이면 헤어지지 말았어야지  안 그래?

 

 [한숨 쉬며]  맞아, 내가 나빴어

 

 아니야, 내가 나빴어

 

 내가 나빴다니까

 

 그래, 맞아

 

 걔가 나빴어

 

 (은오)  [한숨 쉬며]  맞아

 

 변명하고 싶지 않아

 

 (재원)  아니, 왜 하필…

 

 어? 왜 하필 나였을까?

 

 그 사람이

 

 꼭 필요한 순간에 나한테 왔어

 

 [잔잔한 음악]

 

 (재원)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야

 

 (은오)  그 사람이 있어서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내가 바보였어

 

 (은오)  그 바보가

 

 내 인생에는 선물이었어

 

 [구두 소리가 멀어진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비행기 엔진음]

 

 "빈의 꽉 차 있는 서핑"

 

 (은오)  이름은 박재원, 키는 182쯤 되고

 

 다른 특징은? 없어?

 

 (라라)  잘생겼어, 한눈에 봐도 모델 뺨치게

 

 [웃음]

 

 (은오)  몇 번 출구에 서 있기로 했다고?

 

 그 사람 핸드폰 번호 좀 보내 줘  여기 지금 사람들이…

 

 아, 아니다

 

 그냥 주차장에 차를 대고…

 

 [흥미진진한 음악]

 

 [탄성 효과음]

 

 [은오의 헛웃음]  (라라)  찾았지?

 

 라라, 일단 끊어 봐

 

 (은오)  [안전벨트를 달칵 풀며]  저 남자 아니기만 해 봐라

 

 서울에서 오신 박재원 씨?

 

 (재원)  아, 예, 안녕하세요

 

 (은오)  아, 예

 

 (재원)  아, 픽업 오셨구나

 

 [탄성 효과음]

 

 - (은오) 안녕하세요  - (재원) 네

 

 - (은오) 짐은 이게 다예요?  - (재원) 네

 

 - 주세요  - (재원) 아니요, 아니요, 괜찮아요

 

 - 아이, 주세요  - (재원) 아니요, 제가 할게요

 

 - 아, 제가 할게요  - (재원) 아유, 괜찮은데

 

 (재원)  아…  [은오의 힘주는 신음]

 

 감사합니다  [은오의 힘주는 신음]

 

 - (은오) 타요  - (재원) 예

 

 [은오의 힘주는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 (은오) 안전벨트 매시고요  - (재원) 네

 

 (재원)  아니, 근데 라라 누나는요?  [자동차 시동음]

 

 아, 바빠요, 라면 가게 때문에

 

 (은오)  '라라의 면 가게  세상의 모든 면은 다 판다'

 

 뭐, 그런 가게

 

 [안전벨트를 달칵 매며]  아, 그거 알아요

 

 (재원)  제주도에 있었을 때도 했었는데, 그거

 

 [은오가 호응한다]  네

 

 [재원의 개운한 숨소리]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개가 짖는다]

 

 [재원의 개운한 숨소리]

 

 (재원)  아, 아까 나한테 물어봤지?

 

 어떤 사람이랑 맞냐고

 

 나는

 

 이상한 여자한테 끌려

 

 그리고 그런 여자랑 잘 맞아

 

 [경쾌한 음악]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재원)  그런 거 알아?

 

 그 사람 머리 위에 물음표 몇 개가  둥둥 떠다니는 거 같은 기분

 

 '얘 어떤 애일까? 재밌어 보인다'

 

 궁금해서 더 알고 싶은 그런 기분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오의 놀라는 신음]

 

 (은오)  이 노래 알아요, 박재원 씨?

 

 - (재원) 네  - (은오) 그럼 같이 불러요

 

 [음악 소리가 커진다]

 

 (은오)  ♪ 시간마저 데려가지 못하게 ♪

 

 ♪ 나만은 널 보내지 못했나 봐 ♪  [재원이 웅얼거린다]

 

 ♪ 가시처럼 깊게 박힌 기억은 ♪

 

 ♪ 아파도 ♪

 

 ♪ 아픈 줄 모르고 ♪

 

 다 같이!

 

 ♪ 그대 기억이 ♪

 

 ♪ 지난 사랑이 ♪

 

 ♪ 내 안을 파고드는 ♪

 

 ♪ 가시가 되어 ♪

 

 ♪ 제발 가라고 ♪

 

 [부드러운 음악]

 

 (재원)  난 사랑이 그렇게 시작돼

 

 난 좀 센 여자가 좋더라고

 

 나도 그래, 순종하는 맛이 있지

 

 나는 시키는 대로 다 해, 나는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비명]

 

 환하고 밝은 여자가 좋은데, 뭐랄까

 

 거침없다고 해야 되나?

 

 걔가 딱 그랬어

 

 내가 좋아하는 선에서 딱 거침없는 거

 

 궁금했어요, 어떤 분인지

 

 - (재원) 예? 저요?  - (은오) 재밌잖아요

 

 (은오)  캠핑카용 면허도 없으면서  캠핑카를 빌리는 게

 

 그쪽이 빌린 캠핑카

 

 아까 내가 운전해서  바닷가 근처에 자리 잡아 놨거든요

 

 그거 엄청 좋은 캠핑카던데?

 

 스무 살 때부터 소원이  두 개가 있었거든요

 

 음, 첫 번째는  한 달 동안 캠핑카에서 살아 보기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가 한 달 동안  파도 위에서 죽어라 보드만 타기

 

 (은오)  서핑도 좋아하는구나?

 

 (재원)  응, 엄청

 

 근데 캠핑카는? 특수 면허가 없다면서?

 

 어차피 잠만 잘 생각으로 빌린 거라서

 

 (은오)  지금 나한테 반말?

 

 그, 먼저 했는데, 그쪽이

 

 라라의 면 가게 스타일

 

 아, 라라 누나 가게 아직도 그러는구나

 

 (재원)  재밌어, 반말

 

 [은오의 웃음]  뭐야, 그럼 거기서 일해?

 

 (은오)  여기 있을 동안만 아르바이트  [재원이 호응한다]

 

 그럼 다른 데는 어떻게 가?

 

 (재원)  걸어서

 

 걷는 거 좋아해  자전거랑 오토바이도 좋아하고

 

 (은오)  [놀라며]  말 안 돼

 

 캠핑카를 빌렸는데  가만히 세워만 놓다니

 

 (재원)  아, 거기서 잠도 잔다니까

 

 아니, 비 오는 날  저런 데가 얼마나 예쁘겠어?

 

 [잔잔한 음악]  [빗소리 효과음]

 

 (은오)  저기 캠핑카 딱 세워 놓고  [자동차 경적 효과음]

 

 [커피를 조르륵 따르는 효과음]  빗소리 들으며 커피 마시면 좋겠지?

 

 (재원)  [입소리를 쩝 내며]  뭐, 좋긴 하겠네

 

 그렇지? 그럼 유턴한다?

 

 [흥미진진한 음악]  (재원)  지금? 잠깐만, 잠깐만

 

 어어, 어, 갑자기?

 

 어, 어디 가는데?

 

 (은오)  비 오는 날 캠핑카에서 커피 마시러  [타이어 마찰음]

 

 - (재원) 어?  - (은오) 일단 1종 특수 면허부터 따

 

 (재원)  며, 면허를 따라고?

 

 - (강사) 김다정 씨  - (여자1) 네

 

 (강사)  68점으로 불합격입니다, 내리세요

 

 - (여자1) 네?  - (강사) 내리세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은오)  자

 

 - (은오) 내려  - (재원) 어

 

 (재원)  이게 뭐야?

 

 (은오)  짜잔!

 

 [바람 소리 효과음]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재원)  그때 알아봤어야 돼

 

 미친 여자라는 걸

 

 [엘리베이터 도착음]

 

 근데 나는 그게 재밌더라고

 

 (재원)  [피식 웃으며]  그러니까 나도 미친 거지

 

 아, 왜, 그런 거 있잖아  한참 뒤에 알게 되는 거

 

 그러니까 내가 사기를 당해 놓고

 

 한참 뒤에 그놈이  사기꾼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지  [부스럭거린다]

 

 [카드 인식음]

 

 내가 살다 보니까

 

 또 이제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가더라

 

 - 내 사…  - (재원)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마

 

 - 내 사촌 형이 그랬거든?  - (재원) 야, 뭘 사촌…

 

 (직원)  안녕하세요  [재원이 구시렁거린다]

 

 (경준)  한결 씨, 안녕

 

 잠시만요

 

 이거 왜죠?

 

 버리라고, 재원 팀장님이…

 

 (재원)  응, 맞아, 설계 바꿀 거야

 

 (경준)  돌았냐?

 

 대표님 결재도 끝났고  건축주도 오케이 했잖아, 왜!

 

 1, 2층 연결하는 계단 위치가  영 마음에 안 들어  [경준의 한숨]

 

 (경준)  세 번이나 바꿨다, 세 번

 

 뭘 또 어떻게 바꿀 건데?

 

 (재원)  글쎄

 

 (경준)  계획은 있어?

 

 없구나?

 

 씨…

 

 이한결 씨!  그거 갖고 와 봐요, 그거!

 

 (경준)  버리지 말고…  [경준의 다급한 신음]

 

 [잔잔한 음악]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옅은 한숨]

 

 (재원)  캠핑카만 보면 걔 생각이 나

 

 일단 오늘은 접수만 해놓고  시험은 내일 치면 돼

 

 나도 여기서 하루 만에 땄어  1종 특수 면허

 

 (은오)  아참, 증명사진 없지?

 

 - (재원) 당연히 없지  - (은오) 고!

 

 [발랄한 음악]  (재원)  어?

 

 - (은오) 아, 빨리빨리, 빨리  - (재원) 아, 이거 진짜

 

 [은오의 힘주는 신음]  (재원)  아, 진짜 못생기게 나오는 건데, 이거

 

 (은오)  일단은…  [기계 작동음]

 

 어, 찍는다, 찍는다

 

 '김치찜'!

 

 김치찜이 뭐…  [기계 작동음]

 

 (재원)  어, 찍어?

 

 김치찜

 

 [카메라 셔터음]

 

 [한숨]

 

 [가위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은오)  음

 

 실물대로 나왔네

 

 (재원)  이게?

 

 - (은오) 응  - (재원) 이게?

 

 (재원)  어유, 사진…  와, 너무 흉악하다, 이거

 

 (은오)  붙여, 빨리

 

 (재원)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이거

 

 [힘주는 신음]  [파도가 철썩인다]

 

 [재원이 손을 탁탁 턴다]

 

 [재원이 중얼거린다]

 

 [개가 멍멍 짖는다]

 

 [밝은 음악]

 

 [은오의 웃음]

 

 (은오)  이리 와

 

 [은오의 놀란 신음]

 

 어유

 

 (은오)  [웃으며]  잠깐 기다려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은오의 신난 신음]

 

 [피식한다]

 

 (빈)  야, 재원아  너 컨트롤 패널 사용법은 알지?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메인 전원은 함부로 끄지 마라

 

 냉장고까지 꺼져서 난리 나니까  [은오의 신난 신음]

 

 그리고 여기 이 어닝은

 

 비 올 때 한쪽을 비스듬하게, 어?

 

 이쪽을…

 

 너 뭐 하냐, 내 얘기 안 듣고

 

 (재원)  반짝반짝하네

 

 (빈)  어, 그렇지?

 

 (재원)  예쁘네요, 웃는 게

 

 (빈)  나랑 라라가  쟤 때문에 엄청 웃잖아, 요즘

 

 - 아이, 착해, 아이, 예뻐  - (재원) 그러게, 재밌더라고

 

 (빈)  누가 버리고 갔어

 

 - (은오) 아이고, 좋아, 아이, 좋아  - (재원) 네?

 

 (빈)  아이, 그, 서핑하러 온 놈이  버리고 갔어

 

 (재원)  아, 아니, 어쩌다가 그런 놈을…  아니, 저렇게 씩씩한데

 

 밥을 엄청 처먹어

 

 (빈)  그거 말곤 다 괜찮아

 

 나는 밥 잘 먹는 게 좋더라

 

 (빈)  네가 데려갈래?

 

 - (재원) 네?  - (빈) 서울 갈 때 데려가

 

 (재원)  내가? 진짜 그래도 돼?

 

 아, 내가 가잔다고 갈까?

 

 그냥 데리고 가

 

 (빈)  먹는 거만 주면 잘 따라가

 

 아, 씁

 

 근데 서울 가면  중성화 수술부터 시켜야 돼

 

 [음악이 뚝 끊긴다]

 

 예? 아니, 무슨…

 

 아이,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그

 

 몰려드는 동네 수컷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은오)  [웃으며]  손님, 시원하십니까?

 

 (재원)  아…

 

 개 얘기였구나?

 

 (빈)  어, 우리 개

 

 아, 뭐야  너 지금 개 얘기가 아니라…

 

 윤선아 얘기였어?

 

 이름이 윤선아예요?

 

 [밝은 음악]  [피식한다]

 

 (은오)  [웃으며]  가자

 

 [기분 좋은 신음]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은오) 아참, 핸드폰  - (빈) 어

 

 (은오)  여기

 

 아, 핸드폰 하나 사지

 

 (은오)  아, 뭘 사  손님 픽업할 때만 쓰는 건데

 

 - (빈) 자, 여기 있다  - (은오) 고마워

 

 (여자2)  안에서 뭐 해요?

 

 (빈)  아, 오늘 바비큐 파티 하는 날이야

 

 들어와서 놀아

 

 (은오)  반말 불편하지?  근데 우리는 반말하고 놀아, 들어와

 

 [은오의 웃음]  (여자2)  뭐야?

 

 [놀라며]  야, 대박이다

 

 - (은오) 경구스!  - (경구) 어, 생큐

 

 - (은오) 여기  - (경구) 생큐

 

 (경구)  자

 

 [은오가 야유한다]

 

 (은오)  고경구 실력이 이거밖에 안 되나?  [경구의 기가 찬 신음]

 

 - (경구) 네가 해 봐, 그럼, 어  - (은오) 나?

 

 (은오)  내가 해 볼게  [사람들이 환호한다]

 

 와!  [사람들이 환호한다]

 

 원샷

 

 원샷, 원샷, 원샷, 원샷, 원샷!  [사람들이 호응한다]

 

 [함께 환호한다]

 

 (재원)  아, 나야? 어

 

 (여자3)  빨리해, 빨리  [사람들의 웃음]

 

 (재원)  잠깐만…

 

 - (은오) 라라, 안주!  - (라라) 어!

 

 - 아, 정신없어  - (은오) 고마워

 

 [사람들의 환호]

 

 (재원)  천천히 해야 돼

 

 (남자1)  오, 잘하는데?

 

 [은오가 병뚜껑을 쉭 딴다]  - (재원) 자, 천천히  - (여자3) 천천히

 

 (재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여자3)  할 수 있다, 천천히

 

 (은오)  잘돼?

 

 (재원)  잘될 것 같은데? 음, 덕분에

 

 응

 

 [은오의 웃음]

 

 (경구)  선아, 라스트, 지금 네 응원 필요한데

 

 (은오)  알았어

 

 (재원)  어, 저…  [사람들이 환호한다]

 

 (사람들)  하나, 둘, 셋  [은오가 입바람을 후 분다]

 

 - (은오) 얍!  - (경구) 아, 오케이, 좋아

 

 [함께 환호한다]

 

 [은오의 탄성]  (경구)  예! 좋았어!

 

 (남자2)  한 번 더 해, 한 번 더!

 

 [재원과 여자3이 환호한다]

 

 (재원)  나이스, 나이스, 우리가 이겼다!

 

 [조명이 탁 꺼진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조명이 탁 꺼진다]

 

 뭐야, 이거?

 

 [긴장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남자3)  게임을 시작하지

 

 (라라)  게임 타임! 다 나와!  [사람들이 환호한다]

 

 [사람들이 연신 환호한다]

 

 [뚜뚜 소리가 흘러나온다]  (라라)  쓰리, 투, 원

 

 남자 넷, 여자 셋!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뚜뚜 소리가 흘러나온다]  쓰리, 투, 원

 

 남자 둘, 여자 둘!

 

 [뚜뚜 소리가 흘러나온다]  쓰리, 투, 원

 

 남자 셋, 여자 둘!

 

 [시끌벅적하다]

 

 (라라)  남자 넷!

 

 [재원이 환호한다]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경구)  뭐야, 우리 또 하는 거야?

 

 [뚜뚜 소리가 흘러나온다]  (라라)  삼, 이, 일

 

 - (라라) 남자 하나, 여자 하나!  - (남자4)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사람들의 웃음]

 

 [경구의 기가 찬 웃음]

 

 (경구)  아, 남자만 남았는데 이거 어떻게 해

 

 (라라)  쏘리, 저거 랜덤이야, 미안, 미안

 

 (은오)  [웃으며]  뭐야

 

 [은오가 중얼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사람들의 탄성]

 

 (재원)  난 눈동자를 보면 아는 거 같아

 

 나랑 맞는 여자인지 아닌지

 

 눈에 표정이 보인다고 해야 되나

 

 그냥 그 순간 느꼈어

 

 '얜 나랑 잘 맞겠구나' 하고

 

 (라라)  오늘의 위너, 축하해!

 

 [사람들이 환호한다]

 

 (재원)  모든 게 좋더라고

 

 가까이서 들리는 숨소리나 냄새

 

 이상한 머리 스타일부터

 

 아무렇게나 만들어 입은 것 같은 옷

 

 그게 걔한테 너무 잘 어울렸어

 

 그냥

 

 걔가 좋더라고

 

 남들 연애 얘기 듣잖아?

 

 이젠 좀 웃기더라

 

 그때 그 순간에 불꽃이 터졌다?

 

 [린이의 웃음]

 

 (린이)  어, 미안, 너무 크게 웃었다

 

 종소리는 안 울렸겠어?

 

 난 아주 북소리가 막 들리던데

 

 [술 취한 신음]

 

 다들 뭐, 자기 연애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술 취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이야기야

 

 어, 여행을 갔는데

 

 아름다운 여자를 만났어

 

 그 밤에 폭죽이 막 터지고

 

 피융, 피융

 

 눈이 맞고

 

 [한숨 쉬며]  댕

 

 설레고

 

 (재원)  아니, 진짜 그런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다니까

 

 여자가 워낙 매력적이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건)  그때 빡

 

 빡 깨달아야 돼

 

 '나, 내 정신이 아니구나'

 

 근데 정신 차렸다 치고  연애 안 하면 뭐 할 거야?

 

 그냥 영원히 혼자인 거지

 

 아니야, 혼자 아니야, 혼자 아니라고

 

 다시 그 순간이 온다면?

 

 (재원)  음…

 

 그래도 나는

 

 또다시 만나도

 

 사랑했을 거 같아

 

 어, 그랬을 거 같아

 

 펑펑펑

 

 (건)  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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