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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남녀의 사랑법 2

(내레이션1)

 

 (은오)  음…

 

 그런 질문은 좀…  [난감해하는 웃음]

 

 (린이)  어, 말하기가 좀…

 

 뭐야, 아침부터  너무 훅 들어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 잔다는 게…

 

 여자랑, 아…

 

 처음 잘 때?

 

 남자랑 잘 때?

 

 [한숨 쉬며]  난 원나이트로 시작해  술에 조금 취해서

 

 [숨을 후 내뱉는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

 

 (선영)  응? 다음 날 후회하냐고?

 

 아니

 

 후회를 왜 해야 돼?

 

 어떻게 시작했더라, 처음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하지?

 

 (재원)  [멋쩍게 웃으며]  뭐, 뭐, 보통은 그냥

 

 키스부터 하지 않나?

 

 (은오)  키스도 애매하지

 

 그 전에 합의가 중요하니까

 

 합의는 어떻게 봐?

 

 근데 뭐, 그게  비즈니스 협상은 아니잖아

 

 뭐, 분위기로 시작하는 거지

 

 [선영의 기합]

 

 [건의 아파하는 신음]

 

 분위기라는 게 느끼기 나름이잖아

 

 그렇지, 조심스럽지

 

 (은오)  내 느낌과 네 느낌이 다르니까

 

 아니, 그렇다고 키스를 안 하고 사나?

 

 (은오)  그럴 순 없지

 

 복잡한 게 싫어

 

 자고 싶잖아?

 

 그럼 내가 신호를 보내, 눈빛으로

 

 [지직거리는 효과음]

 

 (선영)  그걸 알아들으면 자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건)  안 한 지 2년이 넘었어

 

 하지만 난 살아 있어  안 해도 안 죽어

 

 나는 있잖아, 키스가 너무 좋아

 

 그건 나도 그래

 

 그리고 자는 것도

 

 (은오)  미 투

 

 키스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자는 거 싫어하는 사람 있어?

 

 나는 솔직하게 물어봤어

 

 [달그락거리며]  에이

 

 당한 사람은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어

 

 (린이)  자연스러웠는데?

 

 때와 장소라는 게 있는 거잖아

 

 (재원)  아, 걔들?

 

 둘이 사귀어

 

 걔는 내 사촌 동생이면서 직장 동료

 

 아, 그리고 걔는  내 사촌 동생의 여자 친구

 

 - (건) 둘 다 내 친구  - (재원) 걔네 둘이 오래 사귀었어

 

 10년? 아닌가? 20년?

 

 노, 5년

 

 아무튼 내가 먼저 돌직구를 던졌고

 

 모든 게 시기적절했다 생각하는데?

 

 [스크린에서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관객들의 웃음]

 

 [경준의 웃음]

 

 (린이)  근데

 

 우리 맨날 영화만 봐?

 

 우리 언제 같이 자?

 

 [경준의 당황한 신음]

 

 (경준)  린…  [경준이 쿨럭거린다]

 

 [경준이 연신 쿨럭거린다]

 

 (내레이션2)

 

 (내레이션들)  ♪ 팝파라팝팝 팝팝팝팝팝콘콘 ♪  [관객들의 웃음]

 

 [린이의 탄성]  ♪ 파라파라팝 팝콘 ♪

 

 ♪ 팝팝팝팝팝팝 ♪

 

 (내레이션2)  ♪ 콘 ♪

 

 (린이)  당분간 안 되겠다

 

 너랑 같이 자려고 할 때마다

 

 저 팝콘 계속 생각날 거 같아

 

 [린이의 웃음]

 

 아직도 웃겨

 

 (린이)  팝콘만 보면 경준이 생각나서

 

 아니, 뭐, 그래서 나도 물어봤어  뭘 원하냐고

 

 아, 나 그거 알아

 

 호텔, 하얀 리시안셔스

 

 그리고 걔네가 태어난 해에  출시된 와인

 

 그때 내가 졸업을 못 했을 때라

 

 (재원)  아, 걔 그거 경비 마련하느라  알바 엄청 했어

 

 [옅은 웃음]

 

 [린이의 힘주는 신음]

 

 [경준의 놀란 신음]  (경준)  미안

 

 [힘주는 신음]  (린이)  아, 아, 야

 

 (경준)  어, 미안, 미안, 미안, 미안해

 

 - (린이) 아, 경준아  - 어, 어, 어

 

 (린이)  뒤, 단추

 

 (경준)  아, 단추가 있었구나  [린이가 호응한다]

 

 어, 단추가 있네  [린이의 웃음]

 

 [단추를 툭 풀며]  단추 뺐어

 

 (린이)  [웃으며]  야

 

 [경준의 멋쩍은 웃음]

 

 [린이의 웃음]

 

 [긴장한 숨소리]

 

 (경준)  아이, 왜  [함께 웃는다]

 

 [린이의 웃음]  (경준)  아

 

 [장난스러운 신음]  [경준의 웃음]

 

 왜 그래, 진짜

 

 (린이)  귀여워

 

 내가 머리 정리해 줄게

 

 음, 예쁘다!

 

 [경준이 쪽 뽀뽀한다]

 

 [경준의 멋쩍은 웃음]

 

 (린이)  [경준을 짝 때리며]  야!

 

 [경준의 멋쩍은 신음]

 

 [긴장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웃음]

 

 [린이의 웃음]

 

 (린이)  그날 최경준 좀 많이 귀여웠어  서툴러서

 

 난 처음부터 선수였어

 

 공부 엄청 열심히 했지만  버벅거리는 거 다 티 났어

 

 그날 알았어

 

 내가 이쪽 방면으로 타고났다는 걸

 

 아, 그냥 뭐, 죽여줬지

 

 걔 나한테 먼저 '형, 여자랑 자 봤어?'

 

 아니, 그 형은 아무것도 모르더라고

 

 (재원)  그래서 내가 엄청 가르쳐 줬다

 

 마치 뭐랄까? 그, 인생의 선배로서?

 

 (은오)  아니, 남자들은  왜들 그렇게 허세를 떨어?

 

 (린이)  허세 떠는 거 안 멋있어

 

 순진한 게 귀여워, 이 바보들아!

 

 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영혼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

 

 (린이)  누가 인터뷰했는지 명언이다

 

 (선영)  아니, 난 힘이 중요한데?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영혼은 눈에 안 보이잖아

 

 여자들한테 속으면 안 돼

 

 여자들한테 영혼은 테크닉

 

 (건)  오케이?

 

 나 걔한테

 

 내 모든 걸 다 줬어

 

 [한숨]

 

 몸도 영혼도 다 탈탈 털리셨지

 

 [발랄한 음악]

 

 [잠에 취한 신음]

 

 [재원의 힘주는 신음]

 

 [재원의 피곤한 신음]

 

 [새가 지저귄다]

 

 [재원의 옅은 웃음]

 

 (재원)  아, 오늘 파도 좋다

 

 [힘주며]  파도를 한번 보자

 

 보자

 

 이…

 

 이게…

 

 이게 뭐야?

 

 아니, 나…

 

 나 어제 분명히  바닷가에서 잤, 잤는데…

 

 어어, 뭐야

 

 뭐야?

 

 아…

 

 꿈인가? 이게…

 

 [밝은 음악]

 

 [원숭이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재원의 옅은 웃음]

 

 [웃음]

 

 [웃으며]  얼른 나와, 운전 연습 해야지

 

 [웃음]

 

 아이, 뭐야, 아침부터 진짜  진짜 못생겼네, 참

 

 (재원)  아니, 내가 왜 여기 있어?

 

 난 분명히 허락받았어

 

 무슨 허락을 받아?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은오)  재원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재원

 

 재원

 

 오늘 면허 따러 가야지

 

 (재원)  [잠에 취한 말투로]  네

 

 오늘 운전 연습 하러 갈 거지?

 

 (재원)  네  [은오가 풉 웃는다]

 

 (은오)  [속삭이며]  아직 자는 거지?

 

 (재원)  네

 

 그래도 운전 연습은 가는 거지?

 

 (재원)  네

 

 (재원)  에이, 그거는 잠결이잖아!

 

 어쨌든 대답은 했잖아, 꼬박꼬박

 

 아이!

 

 (재원)  아니, 근데 이런 데는 어떻게 알았어?

 

 (은오)  응, 나도 여기서 연습했거든

 

 사실 여기 폐교인데  이제 사유지라 들어오면 안 돼

 

 - (재원) 뭐야, 근데 왜 들어왔어?  - (은오) 운전 연습 하기 딱 좋거든

 

 그래서 빨리하고 가야 돼

 

 (은오)  내가 연습시켜 주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법이라

 

 잠 제대로 깼지?

 

 얼른 타, 운전 연습 하러 가게

 

 에이, 아자 아자, 할 수 있다, 파이팅!

 

 [재원의 어이없는 웃음]

 

 (재원)  [웃으며]  아니, 아니, 잠은 제대로 깼는데

 

 아니, 저기요, 근데 불법인데  너무 당당하신 거 아니에요?

 

 이제 어떡해?

 

 (은오)  일단은 안전벨트 매고

 

 거기 열쇠 꽂힌 거 보이지?  [재원이 대답한다]

 

 됐지? 브레이크 밟고 시동 걸면 돼

 

 (재원)  그건 알지, 나도

 

 [자동차 시동음]  (은오)  어

 

 - (재원) 오  - (은오) 저기 S 코스로 가면 되거든?

 

 (재원)  뭐야, 코스를 또 언제 그려 놨어?

 

 - (은오) 일단 출발!  - (재원) 자, 출발!

 

 [박수 소리가 짝짝 들린다]  (은오)  이게 저기 바깥쪽으로 돌아야

 

 [흥미진진한 음악]  저 트레일러가 따라올 수 있거든?

 

 그러니까 오른쪽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야 돼

 

 - 어, 이렇게 쭉 가면 돼, 쭉  - (재원) 쭉

 

 - (재원) 오른쪽 바깥쪽으로…  - (은오) 어, 잘하고 있어

 

 (은오)  선을 다 밟네  요 바깥쪽으로 크게 돌라니까?

 

 - (재원) 어, 크게, 크게  - (은오) 크게

 

 (은오)  크, 크게!

 

 - (재원) 화냈지?  - (은오) 아니야, 내가 무슨

 

 (은오)  나 화낼 줄 모르는 사람이야

 

 저기, 여기  저쪽으로 좀 크게 돌면 돼, 어

 

 - (재원) 크게  - (은오) 어, 크게

 

 (은오)  어, 잘하고 있어

 

 어, 너무, 너무 크게 돌았다

 

 [놀라며]  여기 다 벗어났네, 어, 이제 이러면

 

 - 탈락이야, 알지?  - (재원) 아니, 이게 좀 좁아

 

 - 아니야, 안 좁아  - (재원) 선이

 

 (은오)  시험장 규격이랑 똑같이 그렸어

 

 [재원의 당황한 신음]  (은오)  와, 이거 진짜 쉬운 건데

 

 [음성 변조 효과음]  - (재원) 아니, 이거 봐, 좁잖아  - (은오) 안 좁다니까?

 

 (재원)  야, 이거는 오토바이도 힘들겠다

 

 [은오의 어이없는 웃음]

 

 (은오)  잘하네!

 

 (은오)  느낌 좋아, 한 방에 붙을 거 같아

 

 (재원)  아, 뭐가 느낌 좋아

 

 아, 난 진짜 모르겠어  아, 너무 어려워

 

 잘하던데, 뭐, 붙을 거야  선생님을 잘 만나서  [재원의 걱정스러운 신음]

 

 [은오의 놀라는 신음]  - (은오) 숨어, 숨어  - (재원) 왜, 왜?

 

 [사이렌이 울린다]  (재원)  왜, 뭐, 뭐, 뭐, 뭐, 왜

 

 뭐야? 뭐?

 

 [은오의 안도하는 한숨]

 

 (은오)  우리 방금 불법 저질렀잖아  사유지에서 불법 연수

 

 (재원)  너 뭐야, 그거 당당하게 저지른 거  아니었어, 그 불법?

 

 아니, 불법을 어떻게 당당하게 저질러?

 

 경찰 앞에선 안 당당하지

 

 와, 진짜 어이없네, 야  [은오의 한숨]

 

 (재원)  아니, 그럼 둘 다 큰일 날…

 

 어어, 경찰, 경찰  [은오의 놀라는 숨소리]

 

 (은오)  아, 진짜, 아…  [재원의 웃음]

 

 (재원)  어, 진짜, 진짜!

 

 [재원의 웃음]

 

 [은오의 한숨]

 

 (은오)  야!  [재원의 웃음]

 

 일로 와, 일로 와!  [재원의 아파하는 신음]

 

 - (은오) 어디 있어, 어디 있어?  - (재원) 아, 잘못했어, 어, 아까 있…

 

 (재원)  [아파하며]  어어, 경찰, 경찰

 

 (은오)  누굴 진짜 바보로 아나, 어디, 어디!

 

 (재원)  [아파하며]  진짜 미안해, 진짜 아파

 

 [은오의 성난 신음]  어어, 귀에서 피 나, 귀에서 피 나

 

 [재원과 은오의 웃음]  [밝은 음악]

 

 (빈)  롱 보드는 세로 방향의 휘는 정도…

 

 삼나무는 옹이가 너무 많고

 

 [중얼거린다]

 

 [은오가 달그락 설거지한다]

 

 (은오)  다 먹었어? 여기 두고 가

 

 - (재원) 제가 할게요, 아이…  - (은오) 아, 여기다 두고 가, 응?

 

 [은오의 기분 좋은 신음]

 

 (재원)  개 이름은 왜 개야?

 

 (은오)  이유 없어, 그냥 개라서 개야

 

 [은오의 웃음]

 

 - (은오) 가자!  - (재원) 가자, 가자!  [함께 웃는다]

 

 (은오)  간식 먹자, 간식 먹자!

 

 [재원이 장비를 탁탁 내려놓는다]

 

 [입바람을 후 분다]

 

 (재원)  형 나갔는데, 은행 간다고

 

 (은오)  응, 라라도 같이 나갔어  나가는 김에 데이트하고 온다고

 

 [의자를 쓱 들며]  아유, 사장님들도 없는데

 

 [의자를 탁탁 내려놓으며]  같이 간식 먹으면서 땡땡이쳐

 

 (재원)  [웃으며]  그래, 뭐

 

 야, 땡땡이?

 

 [냉장고 문을 탁 여닫으며]  씁, 땡땡이에

 

 맥주가 빠질 수는 없지  [은오의 탄성]

 

 - (은오) 줘, 내가 따 줄게  - (재원) 어

 

 [재원의 힘주는 신음]

 

 [은오가 병뚜껑을 탁탁 딴다]

 

 - (재원) 이야, 수박 맛있겠다  - (은오) 그렇지?

 

 [갈매기 울음]  - (재원) 짠  - (은오) 짠

 

 [은오가 숨을 카 내뱉는다]

 

 (재원)  이야!

 

 [재원과 은오의 만족스러운 신음]

 

 (은오)  보드는 언제부터 만들었어?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건  한 2년쯤 됐나?

 

 (재원)  가끔 올 때마다 배우고 있는데

 

 그래서 지금도  한창 배우고 있는 중이야

 

 [호응한다]

 

 (은오)  여긴 자주 와?

 

 원래 라라 누나랑 빈이 형  제주도에서 처음 봤거든, 대학생 때

 

 (재원)  제주도에 있을 때는  그냥 종종 내려와서 봤는데

 

 양양에 정착한 후로는 처음이야  일이 좀 바빴어

 

 서핑 되게 오랫동안 했나 보다

 

 - (은오) 그렇게 재밌어?  - (재원) 응, 재밌어

 

 (재원)  근데 뭐  모두에게 재밌으란 법은 없으니까

 

 [은오가 호응한다]  왜, 관심 좀 생겼어?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 보려고

 

 라라 누나한테는  물 무섭다고 했다면서?

 

 (은오)  나는

 

 '무섭다', '안 된다', '부끄럽다'

 

 '망설인다', '주저한다', '고민한다'

 

 이런 생각들은  이제 안 하기로 결심했어

 

 하나씩, 하나씩  내 사전에서 지워 가고 있는 중이야

 

 언젠가는 무섭다는 말도 지울 거야

 

 [잔잔한 음악]  무섭단 말 지우게 되면  나한테 얘기해

 

 - (재원) 내가 가르쳐 줄게, 서핑  - (은오) 그래

 

 [놀라며]  나 방금 '망설인다'를 지웠어

 

 [함께 웃는다]

 

 (재원)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계획이란 단어도 지웠어  그래서 몰라

 

 - (재원) 언제 왔는데?  - (은오) 한 달 전에

 

 여기 오기 전엔 뭐 했는데?

 

 뭐, 돌아가야 되지 않아?  직장 같은 거 있으면?

 

 (은오)  몰라

 

 서울 가면 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 거야

 

 (재원)  그럼 우리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겠네?

 

 [옅은 웃음]

 

 [신발을 쓱쓱 신으며]  뭐 해?

 

 나 방금 무섭다는 말 지웠어

 

 [피식하며]  축하해

 

 나 이제 서핑 가르쳐 줘

 

 (재원)  하나, 둘, 팔 힘 풀고

 

 괜찮아

 

 아까 했던 것처럼 팔을 길고 깊게  그렇지

 

 상체 들고

 

 그렇지

 

 [은오의 겁먹은 신음]

 

 아이고, 아이고

 

 [은오의 거친 숨소리]  괜찮아? 무서워?

 

 (은오)  어, 조금

 

 (재원)  뭐가 무서워, 내가 있는데

 

 네가 몇 번이고 빠져도  내가 잡아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는 파도만 봐

 

 나는 너만 보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  [부드러운 음악]

 

 알았어

 

 (재원)  자, 다시 해 보자

 

 자, 패들링

 

 하나, 둘, 잘하고 있어

 

 하나, 둘, 잘하고…

 

 [은오와 재원의 놀란 신음]

 

 [함께 웃는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지

 

 (재원)  온다, 준비

 

 패들링, 간다

 

 푸시!

 

 [재원의 웃음]  (재원)  패들링, 업!

 

 [은오의 놀란 신음]  푸시!

 

 [은오의 놀란 신음]  업!

 

 (재원)  자, 이제 온다, 레디

 

 자

 

 자, 준비

 

 자, 패들링, 패들링, 패들링

 

 푸시, 업! 서!

 

 어!

 

 [은오의 비명]

 

 [안타까운 신음]

 

 아유, 저거 진짜 대차게 넘어졌…

 

 [은오의 거친 숨소리]  - (재원) 파이팅  - (은오) 파이팅!

 

 (재원)  패들링, 패들링, 패들링

 

 푸시!

 

 업!

 

 [은오의 기뻐하는 신음]

 

 [은오의 탄성]  와, 됐다! 예, 됐어! 윤선…

 

 (재원)  윤선아, 야!

 

 [거친 숨소리]

 

 야, 윤선아

 

 - (재원) 윤선아, 괜찮아? 어?  - (은오) 어

 

 잠깐만

 

 (재원)  야, 너…

 

 [거친 숨소리]

 

 - (재원) 진짜 괜찮아?  - 어

 

 [웃음]

 

 [재원의 다급한 숨소리]

 

 [재원이 구급함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재원의 한숨]

 

 [은오의 가쁜 숨소리]

 

 (은오)  아까 나 봤어?

 

 나 파도 탄 거 봤어?

 

 봤어

 

 (재원)  우리 같이 있었잖아

 

 맞아, 우리 같이 있었지

 

 나 오늘 정말 잘했어

 

 오늘이 겨우 두 번째 날이었는데

 

 [잔잔한 음악]  (재원)  그래, 맞아, 너 오늘 잘했어

 

 그리고 엄청 용감했어

 

 파도가 너무 예뻤어

 

 무서운데 멋있었어

 

 (은오)  아까 보드 위에 섰을 때  내가 파도 위에 올라탔을 때

 

 그때…

 

 (은오)  어,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

 

 맞아, 그래서 보드를 타는 거야  [은오의 웃음]

 

 (은오)  무섭다는 말을 지운 건  정말 잘한 거 같아

 

 내일도 탈래, 잘 타고 싶어

 

 파도가 좋아졌어

 

 [피식한다]

 

 (재원)  근데 많이 아팠겠는데…

 

 아팠는데

 

 재밌었어

 

 (은오)  내일도 타고 모레도 탈 거야

 

 맨날맨날 탈 거야

 

 (재원)  오늘 밤에 몸살 날 거야

 

 많이 아플 거야, 온몸이

 

 몸이 부서져도 괜찮아

 

 재밌으니까

 

 일단 물기부터 닦자

 

 [잔잔한 음악]

 

 [바람이 휭 분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은오의 웃음]  [재원의 한숨]

 

 [은오가 연신 웃는다]

 

 [웃음]

 

 [재원의 한숨]

 

 [잔잔한 음악]

 

 [재원의 옅은 신음]

 

 [은오와 재원의 거친 숨소리]

 

 (재원)  안 돼?

 

 안 된다는 말은

 

 지웠다고 했잖아

 

 (재원)  사랑해

 

 (재원)  너무 빠른 건 아닌가 생각했어

 

 하지만 결국 말했어

 

 사랑해

 

 (재원)  걘 대답하지 않았어

 

 그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었어

 

 그땐 그걸로도 괜찮았어

 

 우리한텐 시간이 많다고 믿었으니까

 

 걔가 날 사랑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으니까

 

 [한숨]

 

 나는 진심이었어

 

 진심이든 아니든 상관없었어

 

 일주일밖에 안 되긴 했지만  나한테는 진짜 너무나도 특별했어

 

 순간의 감정일 뿐이잖아

 

 (재원)  아…

 

 쯧, 근데 그때  대답이 없었던 게 지금은

 

 [한숨 쉬며]  너무 마음에 걸리네

 

 [갈매기 울음]  [파도가 철썩인다]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재원)  윤선…

 

 (은오)  안녕

 

 [손뼉을 짝짝 친다]

 

 (경구)  자!

 

 [무거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와…

 

 (경구)  오케이, 이따가 봐

 

 (재원)  가만있어 봐, 나…

 

 뭐야, 나…

 

 나 어제 당한 거야?

 

 (은오)  안녕

 

 (재원)  아,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할 순 없는데

 

 와…

 

 (재원)  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게

 

 그러니까 내가 당한 것 같더라고

 

 아니지, 그냥 걔는 처음부터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지도 몰라

 

 아니

 

 한 번 자는 데  그렇게 많은 의미를 둬야 돼?

 

 아, 한 번은 아니었으…

 

 뭐야? 혹시 걔도 지금 인터뷰해?  아니지?

 

 난 박재원이 인터뷰하는 거 알아

 

 그리고 걔가 어디에서 살고  뭐 하는지도 알아

 

 만약에 걔도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거면

 

 이 말 좀 전해 줘

 

 야

 

 넌 진짜 나쁜 년이야

 

 (재원)  와, 진짜, 다른 사람들은  이 말이 진짜 뜬금없겠지만

 

 너는 진짜 분명히 알 거라고 생각해

 

 넌 진짜 나쁜 년이야

 

 이 나쁜 년아, 씨

 

 (은오)  그래

 

 그래, 내가 나쁜 년이다

 

 내가 싫다는 널 꼬셔서 잤고  가지고 놀다가 차 버렸다, 됐어?

 

 (건)  난 사랑싸움해 본 지가 너무 오래됐어

 

 이젠 어떤 여자가 와도  다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아

 

 (은오)  내가

 

 그날 아침에 왜 그랬냐면

 

 박재원이 알고 있는 모든 건  다 가짜잖아

 

 알잖아

 

 내 이름 윤선아가 아니라는 거

 

 내 이름은 이은오야

 

 윤선아가 아니라

 

 [애잔한 음악]  (은오)  박재원이 만난 그 여자는

 

 진짜 내가 아니야

 

 [깊은 한숨]

 

 (재원)  야, 밥 먹어라

 

 안 먹냐?

 

 [한숨 쉬며]  안 먹네

 

 [숨을 카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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