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남녀의 사랑법 2
(내레이션1)
(은오) 음…
그런 질문은 좀… [난감해하는 웃음]
(린이) 어, 말하기가 좀…
뭐야, 아침부터 너무 훅 들어오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 잔다는 게…
여자랑, 아…
처음 잘 때?
남자랑 잘 때?
[한숨 쉬며] 난 원나이트로 시작해 술에 조금 취해서
[숨을 후 내뱉는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
(선영) 응? 다음 날 후회하냐고?
아니
후회를 왜 해야 돼?
어떻게 시작했더라, 처음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하지?
(재원) [멋쩍게 웃으며] 뭐, 뭐, 보통은 그냥
키스부터 하지 않나?
(은오) 키스도 애매하지
그 전에 합의가 중요하니까
합의는 어떻게 봐?
근데 뭐, 그게 비즈니스 협상은 아니잖아
뭐, 분위기로 시작하는 거지
[선영의 기합]
[건의 아파하는 신음]
분위기라는 게 느끼기 나름이잖아
그렇지, 조심스럽지
(은오) 내 느낌과 네 느낌이 다르니까
아니, 그렇다고 키스를 안 하고 사나?
(은오) 그럴 순 없지
복잡한 게 싫어
자고 싶잖아?
그럼 내가 신호를 보내, 눈빛으로
[지직거리는 효과음]
(선영) 그걸 알아들으면 자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건) 안 한 지 2년이 넘었어
하지만 난 살아 있어 안 해도 안 죽어
나는 있잖아, 키스가 너무 좋아
그건 나도 그래
그리고 자는 것도
(은오) 미 투
키스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자는 거 싫어하는 사람 있어?
나는 솔직하게 물어봤어
[달그락거리며] 에이
당한 사람은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어
(린이) 자연스러웠는데?
때와 장소라는 게 있는 거잖아
(재원) 아, 걔들?
둘이 사귀어
걔는 내 사촌 동생이면서 직장 동료
아, 그리고 걔는 내 사촌 동생의 여자 친구
- (건) 둘 다 내 친구 - (재원) 걔네 둘이 오래 사귀었어
10년? 아닌가? 20년?
노, 5년
아무튼 내가 먼저 돌직구를 던졌고
모든 게 시기적절했다 생각하는데?
[스크린에서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관객들의 웃음]
[경준의 웃음]
(린이) 근데
우리 맨날 영화만 봐?
우리 언제 같이 자?
[경준의 당황한 신음]
(경준) 린… [경준이 쿨럭거린다]
[경준이 연신 쿨럭거린다]
(내레이션2)
(내레이션들) ♪ 팝파라팝팝 팝팝팝팝팝콘콘 ♪ [관객들의 웃음]
[린이의 탄성] ♪ 파라파라팝 팝콘 ♪
♪ 팝팝팝팝팝팝 ♪
(내레이션2) ♪ 콘 ♪
(린이) 당분간 안 되겠다
너랑 같이 자려고 할 때마다
저 팝콘 계속 생각날 거 같아
[린이의 웃음]
아직도 웃겨
(린이) 팝콘만 보면 경준이 생각나서
아니, 뭐, 그래서 나도 물어봤어 뭘 원하냐고
아, 나 그거 알아
호텔, 하얀 리시안셔스
그리고 걔네가 태어난 해에 출시된 와인
그때 내가 졸업을 못 했을 때라
(재원) 아, 걔 그거 경비 마련하느라 알바 엄청 했어
[옅은 웃음]
[린이의 힘주는 신음]
[경준의 놀란 신음] (경준) 미안
[힘주는 신음] (린이) 아, 아, 야
(경준) 어, 미안, 미안, 미안, 미안해
- (린이) 아, 경준아 - 어, 어, 어
(린이) 뒤, 단추
(경준) 아, 단추가 있었구나 [린이가 호응한다]
어, 단추가 있네 [린이의 웃음]
[단추를 툭 풀며] 단추 뺐어
(린이) [웃으며] 야
[경준의 멋쩍은 웃음]
[린이의 웃음]
[긴장한 숨소리]
(경준) 아이, 왜 [함께 웃는다]
[린이의 웃음] (경준) 아
[장난스러운 신음] [경준의 웃음]
왜 그래, 진짜
(린이) 귀여워
내가 머리 정리해 줄게
음, 예쁘다!
[경준이 쪽 뽀뽀한다]
[경준의 멋쩍은 웃음]
(린이) [경준을 짝 때리며] 야!
[경준의 멋쩍은 신음]
[긴장한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웃음]
[린이의 웃음]
(린이) 그날 최경준 좀 많이 귀여웠어 서툴러서
난 처음부터 선수였어
공부 엄청 열심히 했지만 버벅거리는 거 다 티 났어
그날 알았어
내가 이쪽 방면으로 타고났다는 걸
아, 그냥 뭐, 죽여줬지
걔 나한테 먼저 '형, 여자랑 자 봤어?'
아니, 그 형은 아무것도 모르더라고
(재원) 그래서 내가 엄청 가르쳐 줬다
마치 뭐랄까? 그, 인생의 선배로서?
(은오) 아니, 남자들은 왜들 그렇게 허세를 떨어?
(린이) 허세 떠는 거 안 멋있어
순진한 게 귀여워, 이 바보들아!
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영혼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
(린이) 누가 인터뷰했는지 명언이다
(선영) 아니, 난 힘이 중요한데?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영혼은 눈에 안 보이잖아
여자들한테 속으면 안 돼
여자들한테 영혼은 테크닉
(건) 오케이?
나 걔한테
내 모든 걸 다 줬어
[한숨]
몸도 영혼도 다 탈탈 털리셨지
[발랄한 음악]
[잠에 취한 신음]
[재원의 힘주는 신음]
[재원의 피곤한 신음]
[새가 지저귄다]
[재원의 옅은 웃음]
(재원) 아, 오늘 파도 좋다
[힘주며] 파도를 한번 보자
보자
이…
이게…
이게 뭐야?
아니, 나…
나 어제 분명히 바닷가에서 잤, 잤는데…
어어, 뭐야
뭐야?
아…
꿈인가? 이게…
[밝은 음악]
[원숭이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재원의 옅은 웃음]
[웃음]
[웃으며] 얼른 나와, 운전 연습 해야지
[웃음]
아이, 뭐야, 아침부터 진짜 진짜 못생겼네, 참
(재원) 아니, 내가 왜 여기 있어?
난 분명히 허락받았어
무슨 허락을 받아?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은오) 재원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재원
재원
오늘 면허 따러 가야지
(재원) [잠에 취한 말투로] 네
오늘 운전 연습 하러 갈 거지?
(재원) 네 [은오가 풉 웃는다]
(은오) [속삭이며] 아직 자는 거지?
(재원) 네
그래도 운전 연습은 가는 거지?
(재원) 네
(재원) 에이, 그거는 잠결이잖아!
어쨌든 대답은 했잖아, 꼬박꼬박
아이!
(재원) 아니, 근데 이런 데는 어떻게 알았어?
(은오) 응, 나도 여기서 연습했거든
사실 여기 폐교인데 이제 사유지라 들어오면 안 돼
- (재원) 뭐야, 근데 왜 들어왔어? - (은오) 운전 연습 하기 딱 좋거든
그래서 빨리하고 가야 돼
(은오) 내가 연습시켜 주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불법이라
잠 제대로 깼지?
얼른 타, 운전 연습 하러 가게
에이, 아자 아자, 할 수 있다, 파이팅!
[재원의 어이없는 웃음]
(재원) [웃으며] 아니, 아니, 잠은 제대로 깼는데
아니, 저기요, 근데 불법인데 너무 당당하신 거 아니에요?
이제 어떡해?
(은오) 일단은 안전벨트 매고
거기 열쇠 꽂힌 거 보이지? [재원이 대답한다]
됐지? 브레이크 밟고 시동 걸면 돼
(재원) 그건 알지, 나도
[자동차 시동음] (은오) 어
- (재원) 오 - (은오) 저기 S 코스로 가면 되거든?
(재원) 뭐야, 코스를 또 언제 그려 놨어?
- (은오) 일단 출발! - (재원) 자, 출발!
[박수 소리가 짝짝 들린다] (은오) 이게 저기 바깥쪽으로 돌아야
[흥미진진한 음악] 저 트레일러가 따라올 수 있거든?
그러니까 오른쪽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야 돼
- 어, 이렇게 쭉 가면 돼, 쭉 - (재원) 쭉
- (재원) 오른쪽 바깥쪽으로… - (은오) 어, 잘하고 있어
(은오) 선을 다 밟네 요 바깥쪽으로 크게 돌라니까?
- (재원) 어, 크게, 크게 - (은오) 크게
(은오) 크, 크게!
- (재원) 화냈지? - (은오) 아니야, 내가 무슨
(은오) 나 화낼 줄 모르는 사람이야
저기, 여기 저쪽으로 좀 크게 돌면 돼, 어
- (재원) 크게 - (은오) 어, 크게
(은오) 어, 잘하고 있어
어, 너무, 너무 크게 돌았다
[놀라며] 여기 다 벗어났네, 어, 이제 이러면
- 탈락이야, 알지? - (재원) 아니, 이게 좀 좁아
- 아니야, 안 좁아 - (재원) 선이
(은오) 시험장 규격이랑 똑같이 그렸어
[재원의 당황한 신음] (은오) 와, 이거 진짜 쉬운 건데
[음성 변조 효과음] - (재원) 아니, 이거 봐, 좁잖아 - (은오) 안 좁다니까?
(재원) 야, 이거는 오토바이도 힘들겠다
[은오의 어이없는 웃음]
(은오) 잘하네!
(은오) 느낌 좋아, 한 방에 붙을 거 같아
(재원) 아, 뭐가 느낌 좋아
아, 난 진짜 모르겠어 아, 너무 어려워
잘하던데, 뭐, 붙을 거야 선생님을 잘 만나서 [재원의 걱정스러운 신음]
[은오의 놀라는 신음] - (은오) 숨어, 숨어 - (재원) 왜, 왜?
[사이렌이 울린다] (재원) 왜, 뭐, 뭐, 뭐, 뭐, 왜
뭐야? 뭐?
[은오의 안도하는 한숨]
(은오) 우리 방금 불법 저질렀잖아 사유지에서 불법 연수
(재원) 너 뭐야, 그거 당당하게 저지른 거 아니었어, 그 불법?
아니, 불법을 어떻게 당당하게 저질러?
경찰 앞에선 안 당당하지
와, 진짜 어이없네, 야 [은오의 한숨]
(재원) 아니, 그럼 둘 다 큰일 날…
어어, 경찰, 경찰 [은오의 놀라는 숨소리]
(은오) 아, 진짜, 아… [재원의 웃음]
(재원) 어, 진짜, 진짜!
[재원의 웃음]
[은오의 한숨]
(은오) 야! [재원의 웃음]
일로 와, 일로 와! [재원의 아파하는 신음]
- (은오) 어디 있어, 어디 있어? - (재원) 아, 잘못했어, 어, 아까 있…
(재원) [아파하며] 어어, 경찰, 경찰
(은오) 누굴 진짜 바보로 아나, 어디, 어디!
(재원) [아파하며] 진짜 미안해, 진짜 아파
[은오의 성난 신음] 어어, 귀에서 피 나, 귀에서 피 나
[재원과 은오의 웃음] [밝은 음악]
(빈) 롱 보드는 세로 방향의 휘는 정도…
삼나무는 옹이가 너무 많고
[중얼거린다]
[은오가 달그락 설거지한다]
(은오) 다 먹었어? 여기 두고 가
- (재원) 제가 할게요, 아이… - (은오) 아, 여기다 두고 가, 응?
[은오의 기분 좋은 신음]
(재원) 개 이름은 왜 개야?
(은오) 이유 없어, 그냥 개라서 개야
[은오의 웃음]
- (은오) 가자! - (재원) 가자, 가자! [함께 웃는다]
(은오) 간식 먹자, 간식 먹자!
[재원이 장비를 탁탁 내려놓는다]
[입바람을 후 분다]
(재원) 형 나갔는데, 은행 간다고
(은오) 응, 라라도 같이 나갔어 나가는 김에 데이트하고 온다고
[의자를 쓱 들며] 아유, 사장님들도 없는데
[의자를 탁탁 내려놓으며] 같이 간식 먹으면서 땡땡이쳐
(재원) [웃으며] 그래, 뭐
야, 땡땡이?
[냉장고 문을 탁 여닫으며] 씁, 땡땡이에
맥주가 빠질 수는 없지 [은오의 탄성]
- (은오) 줘, 내가 따 줄게 - (재원) 어
[재원의 힘주는 신음]
[은오가 병뚜껑을 탁탁 딴다]
- (재원) 이야, 수박 맛있겠다 - (은오) 그렇지?
[갈매기 울음] - (재원) 짠 - (은오) 짠
[은오가 숨을 카 내뱉는다]
(재원) 이야!
[재원과 은오의 만족스러운 신음]
(은오) 보드는 언제부터 만들었어?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건 한 2년쯤 됐나?
(재원) 가끔 올 때마다 배우고 있는데
그래서 지금도 한창 배우고 있는 중이야
[호응한다]
(은오) 여긴 자주 와?
원래 라라 누나랑 빈이 형 제주도에서 처음 봤거든, 대학생 때
(재원) 제주도에 있을 때는 그냥 종종 내려와서 봤는데
양양에 정착한 후로는 처음이야 일이 좀 바빴어
서핑 되게 오랫동안 했나 보다
- (은오) 그렇게 재밌어? - (재원) 응, 재밌어
(재원) 근데 뭐 모두에게 재밌으란 법은 없으니까
[은오가 호응한다] 왜, 관심 좀 생겼어?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 보려고
라라 누나한테는 물 무섭다고 했다면서?
(은오) 나는
'무섭다', '안 된다', '부끄럽다'
'망설인다', '주저한다', '고민한다'
이런 생각들은 이제 안 하기로 결심했어
하나씩, 하나씩 내 사전에서 지워 가고 있는 중이야
언젠가는 무섭다는 말도 지울 거야
[잔잔한 음악] 무섭단 말 지우게 되면 나한테 얘기해
- (재원) 내가 가르쳐 줄게, 서핑 - (은오) 그래
[놀라며] 나 방금 '망설인다'를 지웠어
[함께 웃는다]
(재원)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계획이란 단어도 지웠어 그래서 몰라
- (재원) 언제 왔는데? - (은오) 한 달 전에
여기 오기 전엔 뭐 했는데?
뭐, 돌아가야 되지 않아? 직장 같은 거 있으면?
(은오) 몰라
서울 가면 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 거야
(재원) 그럼 우리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겠네?
[옅은 웃음]
[신발을 쓱쓱 신으며] 뭐 해?
나 방금 무섭다는 말 지웠어
[피식하며] 축하해
나 이제 서핑 가르쳐 줘
(재원) 하나, 둘, 팔 힘 풀고
괜찮아
아까 했던 것처럼 팔을 길고 깊게 그렇지
상체 들고
그렇지
[은오의 겁먹은 신음]
아이고, 아이고
[은오의 거친 숨소리] 괜찮아? 무서워?
(은오) 어, 조금
(재원) 뭐가 무서워, 내가 있는데
네가 몇 번이고 빠져도 내가 잡아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너는 파도만 봐
나는 너만 보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 [부드러운 음악]
알았어
(재원) 자, 다시 해 보자
자, 패들링
하나, 둘, 잘하고 있어
하나, 둘, 잘하고…
[은오와 재원의 놀란 신음]
[함께 웃는다]
괜찮아, 괜찮아
그렇지
(재원) 온다, 준비
패들링, 간다
푸시!
[재원의 웃음] (재원) 패들링, 업!
[은오의 놀란 신음] 푸시!
[은오의 놀란 신음] 업!
(재원) 자, 이제 온다, 레디
자
자, 준비
자, 패들링, 패들링, 패들링
푸시, 업! 서!
어!
[은오의 비명]
[안타까운 신음]
아유, 저거 진짜 대차게 넘어졌…
[은오의 거친 숨소리] - (재원) 파이팅 - (은오) 파이팅!
(재원) 패들링, 패들링, 패들링
푸시!
업!
[은오의 기뻐하는 신음]
[은오의 탄성] 와, 됐다! 예, 됐어! 윤선…
(재원) 윤선아, 야!
[거친 숨소리]
야, 윤선아
- (재원) 윤선아, 괜찮아? 어? - (은오) 어
잠깐만
(재원) 야, 너…
[거친 숨소리]
- (재원) 진짜 괜찮아? - 어
[웃음]
[재원의 다급한 숨소리]
[재원이 구급함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재원의 한숨]
[은오의 가쁜 숨소리]
(은오) 아까 나 봤어?
나 파도 탄 거 봤어?
봤어
(재원) 우리 같이 있었잖아
맞아, 우리 같이 있었지
나 오늘 정말 잘했어
오늘이 겨우 두 번째 날이었는데
[잔잔한 음악] (재원) 그래, 맞아, 너 오늘 잘했어
그리고 엄청 용감했어
파도가 너무 예뻤어
무서운데 멋있었어
(은오) 아까 보드 위에 섰을 때 내가 파도 위에 올라탔을 때
그때…
(은오) 어,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
맞아, 그래서 보드를 타는 거야 [은오의 웃음]
(은오) 무섭다는 말을 지운 건 정말 잘한 거 같아
내일도 탈래, 잘 타고 싶어
파도가 좋아졌어
[피식한다]
(재원) 근데 많이 아팠겠는데…
아팠는데
재밌었어
(은오) 내일도 타고 모레도 탈 거야
맨날맨날 탈 거야
(재원) 오늘 밤에 몸살 날 거야
많이 아플 거야, 온몸이
몸이 부서져도 괜찮아
재밌으니까
일단 물기부터 닦자
[잔잔한 음악]
[바람이 휭 분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은오의 웃음] [재원의 한숨]
[은오가 연신 웃는다]
[웃음]
[재원의 한숨]
[잔잔한 음악]
[재원의 옅은 신음]
[은오와 재원의 거친 숨소리]
(재원) 안 돼?
안 된다는 말은
지웠다고 했잖아
(재원) 사랑해
(재원) 너무 빠른 건 아닌가 생각했어
하지만 결국 말했어
사랑해
(재원) 걘 대답하지 않았어
그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었어
그땐 그걸로도 괜찮았어
우리한텐 시간이 많다고 믿었으니까
걔가 날 사랑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으니까
[한숨]
나는 진심이었어
진심이든 아니든 상관없었어
일주일밖에 안 되긴 했지만 나한테는 진짜 너무나도 특별했어
순간의 감정일 뿐이잖아
(재원) 아…
쯧, 근데 그때 대답이 없었던 게 지금은
[한숨 쉬며] 너무 마음에 걸리네
[갈매기 울음] [파도가 철썩인다]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재원) 윤선…
(은오) 안녕
[손뼉을 짝짝 친다]
(경구) 자!
[무거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와…
(경구) 오케이, 이따가 봐
(재원) 가만있어 봐, 나…
뭐야, 나…
나 어제 당한 거야?
(은오) 안녕
(재원) 아,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할 순 없는데
와…
(재원) 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게
그러니까 내가 당한 것 같더라고
아니지, 그냥 걔는 처음부터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지도 몰라
아니
한 번 자는 데 그렇게 많은 의미를 둬야 돼?
아, 한 번은 아니었으…
뭐야? 혹시 걔도 지금 인터뷰해? 아니지?
난 박재원이 인터뷰하는 거 알아
그리고 걔가 어디에서 살고 뭐 하는지도 알아
만약에 걔도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거면
이 말 좀 전해 줘
야
넌 진짜 나쁜 년이야
(재원) 와, 진짜, 다른 사람들은 이 말이 진짜 뜬금없겠지만
너는 진짜 분명히 알 거라고 생각해
넌 진짜 나쁜 년이야
이 나쁜 년아, 씨
(은오) 그래
그래, 내가 나쁜 년이다
내가 싫다는 널 꼬셔서 잤고 가지고 놀다가 차 버렸다, 됐어?
(건) 난 사랑싸움해 본 지가 너무 오래됐어
이젠 어떤 여자가 와도 다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아
(은오) 내가
그날 아침에 왜 그랬냐면
박재원이 알고 있는 모든 건 다 가짜잖아
알잖아
내 이름 윤선아가 아니라는 거
내 이름은 이은오야
윤선아가 아니라
[애잔한 음악] (은오) 박재원이 만난 그 여자는
진짜 내가 아니야
[깊은 한숨]
(재원) 야, 밥 먹어라
안 먹냐?
[한숨 쉬며] 안 먹네
[숨을 카 내뱉는다]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