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남녀의 사랑법 3
- (경구) 간다 - (은오) 어, 이따 봐, 안녕
[재원이 흥얼거린다]
(은오) 안녕?
(재원) 응, 안녕
(은오) 아침 먹으러 가자
- (재원) 아… - (은오) 개, 너도 배고프지?
(재원) [작은 소리로] 아침…
[어색한 웃음]
(은오) 잘 잤어?
자다가 일어나 보니까 아기처럼 자더라
한참 봤어, 자는 얼굴
귀엽더라
[옅은 웃음]
[재원이 숨을 후 내뱉는다]
(재원) 아, 아까 보니까 경구랑 무슨 얘기 하던데
- 무슨 얘기 했어? - (은오) 응?
아, 오늘 저녁에 경구랑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
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영화들 재상영한대
나 그 감독 영화 진짜 좋아하거든?
(은오) 근데 경구도 좋아한다더라고
그래서 같이 보러 가기로 했어
(재원) 나도 놀런 좋아해
크리스토퍼 놀런, 어?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카메라 셔터음] 딱 먼저 생각한 건
'씁, 내가 어젯밤에 뭘 잘못했나?'
'걔는 나를 원한 게 아니었나?'
자 보니까 아니었던 거지
(재원) 아니거든?
[빨래를 툭 내려놓는다]
[경준이 킥킥댄다]
나 괜찮아!
(재원) 야, 여기서 뭐, 어떻게
내가 말로 뭐, 설명할 순 없는데 나 괜찮아! 어?
[새가 지저귄다]
괜찮아!
(건) 나한테 어필할 일은 아니지 않나?
원나이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 하는 거지? [재원의 한숨]
걔지? 여자 없다는 걔 2년 동안 여자 못 만나 봤다던
아, 지금 그걸로 나 놀리는 거야? 어이없네
[경준과 린이의 웃음]
옛날엔 많았어
(재원) 이상하게 나랑 안 맞네
만나면 내가 언제 한번 충고해 주고 싶어
(건) 그렇게 여자를 몰라서 무슨 연애를 한다 그래?
그래, 그래서 차였다, 왜?
괜찮아, 나도 차였는데 뭐 어때
(린이) 사랑한다는 말
그것 때문 아니었을까?
(경준) 사랑한다고 말한 게 잘못이야?
(린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지
(건) 같이 잤다고 다 사랑하는 건 아니잖아
(재원) 나도 알아, 솔직히 오버였다고 생각해
(건) 그냥 잠만 한번 자려고 했던 건데 남자가
'사랑해'
내가 여자라도 도망간다
(재원) 네가 여자라도 난 너랑은 안 자
(건) 어, 나도 너랑은 안 자
아, 진짜
진짜 언제 얼굴 한번 봤으면 좋겠네
(건) 꼭 봐야 될 필요는 없지 서로 마음에 안 드는데
아니, 그걸 꼭 말로 설명해야 돼?
아, 하룻밤 잤다고 다음 날 눈뜨면서 바로 키스하고
몇 년 된 애인처럼 그게 더 이상하잖아
(재원) 뭐가 이상해? 시작으로 나쁘지 않지
(건) 그 여자는 시작할 마음이 없었나 보지
(재원) 본인 연애나 잘하시지?
2년간 솔로였으면서
자발적 솔로란 말 모르세요?
[자동차 경적]
(건) 못 만나는 게 아니라 안 만나는 거
(린이) 그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해
(경준) [한숨 쉬며] 어쩌겠냐, 아니라는데
걔가 원나이트면 나도 원나이트인 거지
- 안 그래? - (경준) 잠시만
(경준) 뭐야, 해 봤어?
(린이) 아니?
(경준) 씨…
근데 왜 그런 말을 해
눈에 안 띄었으면 그냥 그렇게 잊었겠지
근데 그게 아니었다니까?
아주 사람을, 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니까?
(은오) 오늘 저녁에 경구랑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
[재원의 한숨]
(재원) 아, 이…
[재원의 한숨]
[우쿨렐레 소리가 들린다]
[은오가 우쿨렐레를 퉁퉁 퉁긴다] [재원이 중얼거린다]
(재원) 야, 윤선아, 영화…
[은오가 우쿨렐레를 연습한다]
[재원의 한숨]
아씨, 뭐야, 내가 안 보여?
- 어, 왔어? - (재원) 어
(빈) 강인수 씨, 보드 찾아갔어?
(재원) 어, 오늘은 못 오고 내일 온대
[은오가 우쿨렐레 연습을 계속한다]
뭐야, 진짜,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씨
[숨을 하 내뱉으며] 한 번 더
[우쿨렐레를 연습한다] [감미로운 기타 연주가 들린다]
[재원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
(은오) 재원, 기타 칠 줄 알아?
그럼, 어, 나 좀 쳐
[옅은 웃음]
[호응하는 신음]
[기타를 부드럽게 퉁긴다]
(재원) 우쿨렐레 배우나 봐?
(은오) 응 [재원의 웃음]
내 생각에는 우쿨렐레보다 기타를 배…
[은오가 우쿨렐레를 연습한다] (재원) 배…
기타를 배…
나은데…
[부드러운 기타 연주 효과음]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은오의 웃음] (빈) 한 번 더!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발랄한 음악]
어, 미안, 미안!
(재원) 괜찮아, 어 [은오의 웃음]
이씨…
[남자1의 탄성] - (은오) 라면 나왔어 - (남자1) 생큐
(남자2) 너 어제 경구랑 롤러스케이트 타러 갔었다며?
(은오와 남자1) - 응 - 선아 너 롤러스케이트 잘 타?
(은오) 아니, 아, 나 어제 엄청 넘어졌어 [남자2의 웃음]
(남자1) 그래서 다리를 절고 있구나
[재원의 힘주는 신음]
(재원) 파스
파스… [한숨]
아씨, 쯧
나 뭐 하냐
아이, 안 해, 안 해
하지 마, 하지 마
안 해, 안 해, 안 해
내가 왜 해, 안 해
[재원의 한숨]
(재원) 이상한 여자한테 끌린다는 말 취소야
지금은 그냥 멀쩡한 여자가 좋아
상식적이고 평범한 여자
예사롭고 보편적이면서 무난한 여자
내 기대와 예상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여자
뭐, 들었다 놨다 하는 여자 말고
(선영) 응?
[헛웃음]
아니, 멀쩡한 여자가 어떤 여자인데?
세상에 수많은 여자가 있고, 어?
그 여자들은 전부 다 멀쩡해
남자들은 상상력의 지평을 좀 넓혔으면 좋겠어
여자들은 전부 달라
[캔 뚜껑을 쉭 따는 소리가 난다]
난 그래서 재밌는 거 같아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가 있어서
[째깍거리는 효과음] [꿀꺽꿀꺽 마신다]
(건) 아, 엄마야
뭐야
[건의 한숨]
[빨리 감기 효과음]
하, 씨
[건의 초조한 숨소리]
[선영의 힘주는 신음]
[선영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선영) 안녕?
(건) 안녕
[힘주는 신음]
[선영의 옅은 신음]
[건의 옅은 헛기침]
(건) 근데
우리 여기 어떻게…
(선영) 응?
기억 안 나?
(건) 기억이 안 나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
(건) '걔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그냥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
아직까지도 미스터리야
난 분명히 어젯밤에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있었거든
내가 어쩌다 거기까지 가게 된 건지
왜 내 티셔츠를 걔가 입고 있었던 건지
그, 내 옷은…
누가 벗긴 건지
(선영) 밥 먹으러 갈래? 뭐 좋아해?
(건) 어, 너, 넌 뭐 좋아해?
(선영) 선지해장국
좋아해?
응, 난, 뭐
굉장히 좋아해
(선영) 맞는다
너 이름이 뭐니?
(건) 나 강건
난 오선영이야
[선영의 손을 탁 잡는다]
[강렬한 음악]
[선영이 흥얼거린다]
배 안 고프면…
좀 더 놀다 갈까?
마음을 열어 봐
그럼 훨씬 더 인생을 즐길 수 있다니까?
난 항상 모험의 바다에 몸을 던질 준비가 돼 있어
내가 진짜 상처받았던 게 뭐였냐면
(재원) 밥 잘 먹었어
- (빈) 그냥 두고 가 - (재원) 아, 두고 가?
- (빈) 어, 이거 먹어라 - (경구) 아, 고마워요
- (빈) 뭐야? - (경구) 봐, 이거 봐 봐
(빈) 어, 이거!
이야, 얘는 진짜, 와
(경구) 어제 선아랑 보드 탔는데 이제 보텀 턴도 된다?
- (빈) 정말? 벌써 그게 된다고? - (경구) 어, 어
(빈) 네가 가르쳐 줬어?
(재원)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
딴 사람이 가르쳐 줬겠지, 뭐 간다, 형
[빈이 말한다]
보드 누구한테 배웠어? 나한테 배웠잖아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그러면 보텀 턴은 누구한테 배워야겠어?
그거 뭐, 당연히 나한테 배워야지
(재원) 이씨
[은오의 가쁜 숨소리]
[은오의 힘주는 신음]
(은오) 아, 오늘 파도 못 타겠다
너무 잔잔하네
[은오의 한숨]
[작은 소리로] 치, 언제부터 파도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손을 툭툭 털며] 그냥 낮잠이나 잘까?
[은오의 힘주는 신음]
[재원의 한숨]
[숨을 들이켠다]
(재원) 야, 윤선아
[재원의 헛기침]
너 이제 보텀 턴 된다며?
(은오) 응, 돼
너 이제부터는 보텀 턴 내가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
근데 그게 약간 너무 위험해서 너 다칠까 봐
(재원) 내가 계속 이렇게
계속 파도 상태를 보고 있었는데
근데 뭐
한다니까…
[옅은 한숨]
[잔잔한 음악]
[은오의 한숨]
(은오) 나 때문에 화났지?
미안해
그래, 나 솔직히 너 때문에 좀 서운하…
(은오) 이따 밤에 캠핑카 갈까?
야, 윤선아, 너 일어나 봐
야, 너 진짜 왜 그러는데?
너 지금 나 갖고 노냐?
(은오) 알았어
그럼 안 갈게
[은오의 한숨]
[재원의 한숨]
너 나한테 할 말이 그게 다야?
[한숨]
(재원) 아유
[은오의 아파하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은오의 한숨]
[재원의 한숨]
[재원의 한숨]
(경구) 서핑 못 했지?
파도가 별로네, 오늘
(재원) 그러게
[헛기침하며] 어디 가나 봐?
(경구) 어, 영화관 가려고
아, 영화관
영화 진짜 좋아하나 보다 영화관 자주 가는 거 보니까
아니
(재원) 선아랑 같이 영화 보러 가는 거 같길래
크리스토퍼 놀런
아, 그거? 그거 못 갔어
(재원) 왜?
같이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선아가 너랑 보고 싶다던데?
(경구) 그래서 나 오늘 혼자 보려고
같이 안 갔어?
[헛웃음]
[웅얼거린다]
간다
(재원) 영화 재밌게 봐!
[피식한다]
아, 날씨 더럽게 좋네
[웃음]
- (남자3) 반말 필수래 - (여자1) 여기 반말해야 되나 봐
[남자3이 중얼거린다] [여자1의 웃음]
(은오) 어서 와!
뭐 먹을래? 메뉴는 거기
(여자1) 음, 라면?
(함께) 라면?
아, 그럴 줄 알았어
그, 용기 없는 사람들은 다 그걸 주문해 먹더라고
[은오의 옅은 웃음]
(남자3) 그럼 넌 뭐, 다 읽을 수 있어?
당연하지
나는 여기 처음 온 날부터 완벽했어
(은오) 홍콩, 완탄몐 [원어민 음성 효과음]
[남자3과 여자1의 탄성] (여자1) 음, 이거는?
(은오) 캄보디아, 꾸이띠어우 [원어민 음성 효과음]
(남자3) 그러면 이거는?
미얀마, 모힝가 [원어민 음성 효과음]
- (여자1) 얘는? - (은오) 독일
슈페츨레 [원어민 음성 효과음]
[놀라며] 이러다 면 다 팅팅 붇겠다
(은오) 그래서 주문은?
(여자1) 음, 이거, 완탄몐
(남자3과 여자1) 완탄몐
완탄몐, 알았어, 완탄몐 둘
[은오가 흥얼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잔잔한 음악] (재원) 아까 내 캠핑카 온다고 했던 말
아직 유효해?
내일 비 온대
나랑 들판으로 가서 비를 기다리자
[은오가 피식한다]
- (라라) 마이 썬! - (은오) 어
(라라) 이거 문어인데 이거 그냥 큰 볼에 담가 둬
언니가 바로 손질할게
- (은오) 어, 알았어 - (라라)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웃음]
[라라가 흥얼거린다]
(재원)
어떻게 가
나 오늘 10시까지 일하는데
[재원이 견인 장치를 달그락거린다]
[재원의 힘주는 신음]
[한숨]
[한숨]
[감성적인 음악]
(재원) 여섯 시까지 안 오면 나 싫은 걸로 알게
(은오) 그냥 이대로 영원히
하룻밤으로 끝내 버릴까 싶기도 했어
[재원의 한숨]
[째깍거리는 효과음]
[한숨]
알고 있었어
(은오) 그 사람이 상처받은 거
[한숨]
[재원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
(은오) 일부러 그랬어
모른 척했어
어쩌면 이대로 그냥 하룻밤이면 좋을 것도 같았어
근데
그 사람이 만들어 준 그늘 아래 누워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은오) 양양까지 내가 어쩌다 오게 됐는데
내가 싫어서 왔잖아
이은오, 나 자신이 싫어져서
- (라라) 잘 가, 또 와! - (남자4) 어, 또 올게 [여자2가 호응한다]
- (라라) 약속해 - (여자2) 알겠어 [남자4가 대답한다]
(라라) 어머, 깜짝이야!
라라, 나 오늘 일 좀 빨리 끝내고 가면 안 돼?
(라라) 왜?
박재원한테 가려고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 박재원? - (은오) 아니다, 나 지금 갈래
(은오) 나 자를 거면 잘라
[라라의 의아한 신음] 갈게!
"사랑과 평화"
(은오) 윤선아가 되기로 하고 결심했잖아
겁쟁이 이은오는 버리기로 했잖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그거 다 해 보자고 결심했잖아
(은오) 매일매일 파티하는 것처럼 살겠다고 생각했었어
내 마음
막을 필요 없잖아
[한숨]
[한숨]
(재원) 아, 아, 자존심 상해
아, 씨
한 시간은 절대 안 기다려, 진짜 [차 키를 달그락 집는다]
[자동차 시동음]
[한숨]
[한숨]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힘주는 신음]
[은오의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은오의 가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은오의 거친 숨소리] [차 문이 탁 닫힌다]
[재원의 한숨]
(재원) 야, 윤선아
난 너 안 오는 줄 알았잖…
[재원의 놀란 신음]
[감성적인 음악] [은오의 거친 숨소리]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기쁜 숨소리]
(은오) 하룻밤이든 열흘이든
아니면 몇 년이든
이 사람이면 상관없겠다고 생각했어
'왜'라고 묻지 않는 사람이라서
지금도 안 묻잖아
왜 갑자기 뛰어와 안기냐고
이게 무슨 변덕이냐고
[안도하는 숨소리]
멀리 안 가서 다행이다
내가 좀만 더 기다릴걸
(재원) 너 안 뛰어오게
아니야, 아니야
내가 잡았으니까 됐어
[재원이 피식한다]
(재원) 너 근데 진짜 이상한 거 알지?
[은오의 웃음]
(은오) 응, 나 이상해
[재원의 한숨]
(재원) 근데 나 왜 이렇게
네가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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