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도시남녀의 사랑법 4

 

 

 (은오)  정말 비 온다고 한 거 맞아?

 

 (재원)  응, 비 온다 그랬어

 

 아, 안 올 거 같은데

 

 (재원)  난 안 와도 좋은데

 

 일로 와

 

 [은오의 한숨]

 

 - (재원) 나 있잖아  - (은오) 응

 

 왜 책 말고 딴게 보고 싶지?

 

 (은오)  내가 좀 볼 게 많지

 

 [재원의 힘주는 신음]

 

 (재원)  무슨 뜻이야, 이거?

 

 그냥 예뻐서 했어

 

 (은오)  이젠 그 어디에서도 의미 같은 건  찾지 않기로 했다는 게 의미

 

 의미가 없는 게 의미야

 

 [재원의 옅은 웃음]

 

 (재원)  그런 거 좋아

 

 (은오)  왜 좋아?

 

 (재원)  그냥 좋아

 

 [재원의 생각하는 신음]

 

 네 스타일, 성격

 

 그냥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좋아

 

 [한숨]

 

 [비가 투둑투둑 떨어진다]

 

 [비가 쏴 내린다]  (은오)  어?

 

 어, 비 오나 봐!

 

 (재원)  그래, 내가 오늘 비 온다 그랬잖아

 

 [은오의 기뻐하는 탄성]  - (재원) 그렇지?  - (은오) 응!

 

 (재원)  내 말이 맞지?  [은오의 웃음]

 

 온다 그랬잖아  [함께 웃는다]

 

 [은오의 기분 좋은 신음]

 

 [재원과 은오의 웃음]

 

 (은오)  가자

 

 (재원)  어? 야, 어딜, 어디…

 

 야, 어디 가?

 

 야, 위험해!

 

 (은오)  빨리 와, 재원!  [감성적인 음악]

 

 (재원)  야, 윤선아!  [은오의 웃음]

 

 [웃으며]  야, 같이 가!

 

 [은오의 기분 좋은 탄성]

 

 [은오의 웃음]  (재원)  야

 

 - (은오) 비다!  - (재원) 야, 윤선아, 같이 가!

 

 [은오의 기분 좋은 탄성]  [재원의 웃음]

 

 - (재원) 아, 시원해!  - (은오) 좋지?

 

 (재원)  [웃으며]  야

 

 [재원의 웃음]

 

 (은오)  [웃으며]  야

 

 야, 야

 

 (재원)  우산 없이

 

 우산이 없다는 걸 속상해하지 않고  [은오의 웃음]

 

 [재원과 은오의 신난 탄성]  우산이 없어서 더 좋았던 적은

 

 [은오의 웃음]

 

 그날이 내 인생의 처음이었어

 

 [은오의 웃음]

 

 [비가 연신 쏴 내린다]

 

 [재원의 한숨]

 

 (은오)  한 달만 있다가 갈 거지?

 

 (재원)  응, 휴가 한 달만 쓰긴 했는데

 

 왜?

 

 (은오)  만약에 한 달 더 휴가 쓰면 잘릴까?

 

 왜, 나 휴가 한 달 더 쓸까?

 

 [커피를 조르르 따르며]  뭐, 만약에 잘리면

 

 옛날에 다니던 회사 다니지, 뭐

 

 [함께 살짝 웃는다]

 

 [재원의 옅은 헛기침]

 

 [은오가 컵을 달그락 든다]

 

 나 휴가 한 달 더 쓰면

 

 나랑 결혼해 줄래?

 

 [은오의 어이없는 웃음]

 

 진심이야?

 

 (재원)  응

 

 신랑 있고, 신부 있고  어? 이렇게 같이 살 집 있고

 

 또 우리 서로 좋아하고 있고

 

 [재원이 살짝 웃는다]

 

 '안 된다', '망설인다'  이런 거 다 지웠다면서

 

 (은오)  맞아, 지웠어

 

 재밌을 거 같아, 결혼식

 

 그렇지? 재밌을 거 같지?

 

 (재원)  하자, 재미로 하자, 둘이서, 응?

 

 - (재원) 하자  - (은오) 그래

 

 [함께 웃는다]

 

 (은오)  근데 프러포즈는 이걸로 끝이야?

 

 - 프러포즈?  - (은오) 응

 

 [갈매기 울음]

 

 (은오)  내 로망이 하나 있는데…

 

 다시 얘기해 봐, 뭐라고?

 

 요새 공중전화가 있어?

 

 걔 핸드폰 없대?

 

 너무 오그라드는데?

 

 프러포즈? 했어, 응

 

 [어색한 웃음]

 

 [재원이 동전을 달그락 집어넣는다]

 

 [감미로운 기타 연주]

 

 (재원)  ♪ 참 이상한 일이야 ♪

 

 ♪ 나는 하루 종일 너만 봐 ♪

 

 [감미로운 기타 연주가 새어 나온다]  [웃음]

 

 [재원의 노랫소리가 새어 나온다]  (라라)  뭔데, 뭔데, 뭔데?

 

 뭔데!

 

 (재원)  ♪ 생각해 ♪

 

 [라라의 놀라는 탄성]

 

 ♪ 보다 웃곤 해 ♪  [웃음]

 

 (재원)  ♪ 참 신기한 일이야 ♪

 

 ♪ 넌 내 마음에 노크도 없이 ♪

 

 ♪ 불쑥 들어와 ♪

 

 ♪ 쿵쿵 뛰어다니며 날 ♪

 

 [라라가 놀라워한다]

 

 (재원)  ♪ 흔들어 놓곤 해 ♪  [은오의 웃음]

 

 ♪ 그런 너에게 ♪

 

 ♪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날 ♪

 

 (재원)  ♪ 혹시 가둬 둘 ♪

 

 ♪ 너의 마음속의 방을 내어 줄래 ♪

 

 ♪ 음 ♪

 

 ♪ 이런 난 어떠니 ♪

 

 ♪ 라 라라 ♪

 

 [감미로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 (재원) 찍는다  - (은오) 응

 

 [카메라 조작음]

 

 (재원)  됐다

 

 [재원의 헛기침]

 

 (재원)  자, 지금부터 윤선아, 박재원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 (은오) 와!  - (재원)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신부 윤선아는  박재원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까?

 

 (은오)  네!

 

 신랑 박재원은  윤선아를 영원히 사랑하겠습니까?

 

 (재원)  네!

 

 [은오의 웃음]

 

 (재원)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영원히 함께하겠습니까?

 

 (은오)  네!

 

 (재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영원히 함께하겠습니, 아, 떨어, 아…  [은오의 웃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영원히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 (은오) 네, 아, 이제 그만  - (재원) 왜, 왜, 왜…

 

 (은오)  이것으로 결혼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재원)  아직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직, 아직 안 끝났어

 

 이거

 

 (은오)  죽을 때까지 빼기 없기

 

 [마우스 조작음]

 

 (재원)  그래서 걔한테 더 화가 나

 

 [한숨]

 

 (재원)  걔는 그 반지 어떻게 했을까?

 

 버렸겠지?

 

 맞아

 

 버렸어

 

 [한숨]

 

 인간적으로 헤어지면  반지는 좀 돌려주자

 

 [어이없는 웃음]

 

 돌려주면 뭐 하게? 다른 여자 주게?

 

 뭐야, 내가 그렇게  쪼잔한 놈으로 보이냐?

 

 [커피 머신 작동음]  (경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여자야

 

 결혼식은 왜 했을까? 헤어질 거면서

 

 (선영)  그러게

 

 어, 잠깐만  나 지금 기획서 쓰다 와서 좀 바빠

 

 [선영이 코웃음 친다]  (재원)  헤어질 계획은 없었던 게 분명해

 

 (건)  아직도 좋게 해석하고 싶으신가 봐?

 

 (경준)  그 결혼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잖아  잊어버렸으면 좋겠어

 

 [컵을 탁 내려놓으며]  그래, 잊어라

 

 - (재원) 이게 지금 법 따질 문제야?  - (린이) 나는 이해해

 

 법으로 따질 수 없으니까

 

 감정적으로 막, 더 복잡해지는 거지

 

 심플하게 생각하는 게 좋아

 

 캠핑카에서 같이 산 건

 

 (경준)  두 달이야

 

 두 달이 짧아?

 

 인생 길어, 두 달은 짧고

 

 그렇게까지 계속 생각할 인연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재원)  아이, 됐어, 하지 마

 

 다들 잘났어, 아주

 

 자기 문제 아니라는 거지, 뭐

 

 (건)  혹시 말이야

 

 같이 살면서 뭐 없어진 거 없어?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본대?

 

 (건)  아, 그냥 방금 든 생각인데

 

 남자가 목적이 아니었을 수도 있잖아

 

 [선영의 놀라는 신음]  (재원)  내가 목적이 아니면 뭐?

 

 아니, 그냥 뭐…

 

 [건이 숨을 후 내뱉는다]

 

 (건)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접근한 게 아닌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

 

 예를 들어 박재원이 금두꺼비를  갖고 있었다거나, 한 냥짜리

 

 돈이 얼마야?

 

 아, 내가 금 한 냥보다 못해?  내가 그런 남자로 보여?

 

 미안해, 내 친구가 좀 많이 모자라

 

 걔가 작가라서 상상력이 좀 풍부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있을 법한 얘기야

 

 (건)  뭔가가 탐이 나서 접근을 했어  그리고 그걸 훔쳤어

 

 목적을 달성했는데  만날 이유가 없는 거잖아

 

 걔 소설가라면서?  제대로 먹고사는 거 맞아?

 

 아, 그래 봬도 계간지로 데뷔했어

 

 상상력이 이렇게 후진데  제대로 먹고는 사냐고

 

 솔직히 말해 보라 그래  뭐 없어진 거 없대?

 

 (재원)  없어

 

 [건이 혀를 쯧 찬다]

 

 아, 진짜 없어

 

 가진 것도 없는데 왜 접근했지?

 

 (재원)  야, 걔 얼굴 좀 보자 그래  걔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인지

 

 아, 진짜 마음에 안 드네

 

 그 자식 나부터 좀 보자 그래

 

 [마이크가 삐 울린다]  어? 나, 나요, 나

 

 내가 방금 촉이 왔는데

 

 박재원 뭐 잃어버렸어

 

 윤선아가 훔쳐 간 게 맞아

 

 (건)  윤선아는 그걸 갖기 위해서  박재원한테 접근한 거고

 

 그 물건 때문에

 

 자길 사랑한 척했다는 거를  인정하기가 싫겠지

 

 (건)  그런 말 있잖아

 

 재산 많은 80대 노인한테  20대 여자가 접근해서 하는 말

 

 [얇은 목소리로]  '사랑해요'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당신의 아기를 갖고 싶어요'

 

 그걸 진심으로 믿고 싶은

 

 그런 거

 

 - (선영) 맞아  - (재원) 야, 이거

 

 하지 마, 야, 카메라 꺼, 이거

 

 나, 아, 이 인터뷰, 아니야

 

 이거 나 못 하겠어, 안 할래

 

 (재원)  안 해

 

 [다가오는 발걸음]

 

 아, 근데 진짜 아니야, 어? 아니야

 

 걔는 있잖아, 나 정말로 좋아했어

 

 거침없이 솔직했고 거침없이 뜨거웠고

 

 이 이상 나를 어떻게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싶게

 

 그렇게 나를 좋아했어

 

 걔는 있잖아, 어?

 

 적당히를 모르는 애였어

 

 어떻게 그렇게  나를 더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날 좋아했다고

 

 씨발, 진짜  아무것도 모르면서, 씨, 쯧

 

 [재원의 한숨]

 

 [흥얼거린다]

 

 - (남자1) 우리 맥주 두 병만 더 줘라  - (라라) 맥주 두 병? 오케이!

 

 "사랑과 평화"

 

 - (라라) 아, 썬  - (은오) 응

 

 - 음식물 쓰레기  - (은오) 어, 알았어

 

 (라라)  맥주 두 병 나왔어  [사람들이 호응한다]

 

 재밌게 놀아  [사람들이 호응한다]

 

 [문이 탁 닫힌다]

 

 [옅은 웃음]

 

 (라라)  벌써 갔다 왔어?

 

 - (라라) 통은?  - (은오) 몰라

 

 - (라라) 몰라?  - (은오) 응

 

 (라라)  갖다 버린 거 아니야?

 

 [옅은 웃음]

 

 [사람들이 대화한다]

 

 (라라)  오빠 이제 나 보고  옛날만큼 안 웃는다

 

 [사람들의 웃음]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 (빈) 이게 웃는 거야  - (남자2) 변했네, 변했어  [라라가 말한다]

 

 (은오)  [작은 소리로]  간다고 말해

 

 - (라라) 선아야, 너도 한잔해  - (빈) 얼른 앉아

 

 - (남자2) 한잔해  - (은오) 아, 안 돼, 나 집에 가야 돼

 

 - (라라) 어?  - (빈) 집? 숙소 말하는 거야?  [여자1이 묻는다]

 

 응, 박재원도 나랑 같이 가야 돼

 

 (빈)  어? 둘이 어디 가기로 했어?

 

 - 어, 잠깐…  - (은오) 집에 간다고, 집

 

 (은오)  나 재원이 캠핑카에서 같이 살잖아

 

 [사람들이 놀란다]  - (라라) 진짜?  - (빈) 같이?

 

 [밝은 음악]  (은오)  응! 살아, 둘이 같이

 

 우리 같이 산 지 거의 한 달?

 

 한 달 다 돼 가

 

 - (빈) 어? 한 달?  - (라라) 뭐래, 미쳤어!  [사람들이 술렁인다]

 

 [재원의 멋쩍은 웃음]

 

 (은오)  우리 결혼도 했어

 

 - (라라) 어? 헐!  - (빈) 결혼했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재원)  아니야, 그게…

 

 - (재원) 그게, 어, 어떻게 된 거냐면  - (라라) 미쳤어!

 

 (재원)  그래, 결혼했어

 

 근데 뭐, 이게, 진작에 말을…

 

 (은오)  그러니까 다들 알아 둬

 

 박재원 내 거

 

 [사람들이 술렁인다]  (여자1)  대박

 

 (여자2)  축하해 줘야지  [사람들이 호응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축하한다]

 

 [재원의 쑥스러운 웃음]

 

 (재원)  야, 넌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같이 산다는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냐?

 

 (은오)  살잖아, 3주를 내내 거기서 잤는데  [재원의 웃음]

 

 (재원)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게 안 부끄러워?

 

 (은오)  하나도 안 부끄러워

 

 [재원의 웃음]  온 세상에 대고 다 말할 수도 있어

 

 (재원)  온 세상에 대고  다 어떻게 얘기할 건데?

 

 (은오)  우리 같이 살아요, 우리 결혼했어요

 

 (재원)  야, 야, 하지 마

 

 (은오)  우리 같이 살아요, 우리 결혼했어요!

 

 [사람들이 환호한다]  (재원)  아니…

 

 [재원의 웃음]

 

 (은오)  우리 같이 살아요, 우리 결혼했어요

 

 (재원)  야, 하지 마, 부끄럽잖아  [은오의 웃음]

 

 아, 진짜

 

 아, 우리 같이 살아요! 결혼했어요!

 

 [사람들이 환호한다]  [재원과 은오의 웃음]

 

 와, 씨, 나 유부남이다!  [경쾌한 음악]

 

 [재원과 은오의 웃음]

 

 (은오)  와, 날씨 좋다

 

 - 시원하지?  - (은오) 응

 

 [재원의 웃음]

 

 (은오)  [웃으며]  저리 가

 

 [재원의 웃음]

 

 [재원의 탄성]  [은오의 웃음]

 

 (재원)  야, 선아야, 빨리 와

 

 같이 가!

 

 [은오의 탄성]

 

 [재원의 탄성]  [은오의 웃음]

 

 [재원의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힘주는 신음]

 

 (은오)  재원, 힘내!

 

 [가쁜 숨소리]  파이팅!

 

 먼저 갈게

 

 가지 마, 같이 가!

 

 [재원이 소리친다]

 

 [재원이 중얼거린다]

 

 (재원)  윤선아의 지구는 어디인가

 

 그리고 윤선아의 화성…

 

 뭐야, 야, 뭐야!

 

 이게 뭐야

 

 아, 싫어!  [은오의 웃음]

 

 아! 아!

 

 (은오)  엄청 귀엽지?

 

 아, 이쁘다

 

 [은오의 웃음]

 

 (은오)  자, 다 나왔다

 

 [남자3이 말한다]  [은오의 웃음]

 

 [사람들의 의아한 신음]

 

 - (남자2) 뭐야  - (여자1) 뭐야

 

 - (남자2) 재원이 것만 왜 이렇게 커?  - (여자1) 계란도 있네?

 

 (은오)  많이 먹어, 재원  특별히 꼬막도 넣었어

 

 [재원의 웃음]

 

 아휴, 뭐 이렇게 내 거  꼬막을 많이 넣었어

 

 나 꼬막 진짜 좋아하는데

 

 [재원이 라면을 후루룩 먹는다]

 

 [재원의 만족하는 신음]

 

 [재원의 만족하는 신음]  맛있어?

 

 (재원)  아유, 국물이 다르네

 

 '아'

 

 (재원)  우리 정말 좋았다니까?

 

 그러니까 무슨 목적이 있어서

 

 나한테 접근을 하고  이런 게 아니었다고

 

 이게 다, 어?

 

 저 새끼, 저거, 경준이 때문이야

 

 어, 내가 바로 그 최경준인데

 

 아, 쟤가 회사 일을  제대로 처리를 못 해서

 

 내가 서울로 급하게 올라… 아휴

 

 아니, 한 달 휴가를 내 놓고

 

 두 달이나 놀면 되겠어?  회사가 장난이야?

 

 여기 회사 대표님이  날 스카우트하면서 내건 조건이

 

 한 달 휴가였어, 한 달 휴가

 

 (재원과 경준)  - 그…  - 그러니까, 한 달이라고, 한 달

 

 한 달이 지나도 안 오니까  내가 그냥 사고를 친 거야

 

 (경준)  어쩔 수 없이

 

 난 형처럼 능력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좀 인터뷰에  내 얘기 하려면 조용히 해라

 

 다 들려, 다 들려

 

 [재원의 한숨]

 

 (재원)  아, 왜 이렇게 자꾸 전화해  지금 올라간다니까

 

 "양양 국제공항"

 

 그래, 내가 가서 해결할게

 

 그러니까 넌, 씨, 진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있어

 

 아버지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리고

 

 나 올라가자마자  구청 들어가서 내가 해결할게  [은오가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그래, 야, 우리 법적으로 잘못한 거  아무것도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얘기했냐

 

 야, 그리고 내 보드  [차 문이 탁 닫힌다]

 

 내가 택배로 보내 놨으니까  너는 그거나 좀 잘 받아 놔, 어

 

 (은오)  재원  [재원의 한숨]

 

 (재원)  선아야, 미안해, 내가

 

 내가 지금  서울에 너무 급한 일이 터져 가지고

 

 [한숨]

 

 - 너 내 번호 외웠어?  - (은오) 어

 

 만약에 너 머리 나빠서  내 번호 까먹으면 어디에 뒀다고?

 

 - (은오) 여기  - (재원) 만약에 이것도 잃어버리면?

 

 - (은오) 안 잃어버려  - (재원) 그러니까 만약에 잃어버리면

 

 (재원)  우리 언제 어디서 만나기로 했지?

 

 (은오)  청계천 세 번째 징검다리  이번 달 마지막 주 토요일 10시

 

 그래, 그것도 까먹으면 안 돼

 

 (직원)  저기요, 죄송한데 차 좀 빼 주세요

 

 (재원)  예, 예, 죄송합니다, 금방 뺄게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핸드폰 하나 사자니까

 

 왜 빈이 형 핸드폰을 자꾸 빌려 써

 

 서울 가서 내 핸드폰 개통하면  제일 먼저 전화할게

 

 - (은오) 얼른 가  - (재원) 알았어

 

 - (재원) 나 갈게  - (은오) 응

 

 - (재원) 나 진짜 간다?  - (은오) 응

 

 - (재원) 갈게  - (은오) 어, 가

 

 - 가  - (재원) 들어가, 빨리

 

 (은오)  어, 가

 

 어, 얼른 가

 

 (재원)  그게 끝이었어

 

 영원히 끝

 

 분명히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걸로 끝

 

 원래 계획은  서울로 같이 올라오는 거였는데

 

 하, 경준이 때문에

 

 [한숨]

 

 [한숨]

 

 - (경준) 팀장님, 어디 가세요?  - (재원) 몰라

 

 (경준)  모르긴 뭘, 왜 몰라요, 이걸 지금…

 

 (재원)  아, 이것 좀 갖다 버리라고  이걸 계속 들고 다니냐, 이거를!

 

 (경준)  이거를 왜 버려! 이거를, 지금

 

 (재원)  그거 안 쓸 거라고, 진짜!  일 더럽게 못하네, 정말

 

 저 새끼, 저거, 씨

 

 [한숨 쉬며]  진짜 열받는다, 이제

 

 (경준)  형, 일로 와 봐

 

 (경준)  형

 

 [경준의 짜증 섞인 신음]  [버튼 조작음]

 

 - (경준) 진짜 설계 바꿀 거야?  - (재원) 아, 바꿀 거야

 

 - 바꾸면 안 된다니까, 봐 봐  - (재원) 왜 안 되냐? 야, 네가 팀장…  [엘리베이터 도착음]

 

 (경준)  어유, 대표님, 오셨습니까

 

 당장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카드 인식음]  (재원 부)  너 일로 와

 

 [문이 달칵 열린다]

 

 [직원들이 인사한다]

 

 [경준이 흥얼거린다]

 

 (재원 부)  부암동 주택  누구 마음대로 설계를 바꿔?

 

 이 회사가 네 회사야?

 

 아버지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들어?

 

 - 대표님  - (재원 부) 이 자식이…

 

 (재원)  '이 자식'이 아니고  박재원 팀장입니다, 대표님

 

 (경준)  문 닫았습니다, 이모부

 

 마음껏 소리치시고  막 두들겨 패셔도 됩니다

 

 (재원 부)  너 설계를 몇 번을 바꾸는 거야?

 

 벌써 시공사랑 계약하고  첫 삽을 떠도 시원찮을 판국에!

 

 (재원)  보세요

 

 이쪽으로 북악산이 딱 보일 건데

 

 계단이 이렇게 나 있어야

 

 오르내리면서  창밖을 바라볼 거 아닙니까

 

 (경준)  북악산은 2층 가족실에서도  겁나 잘 보이는 걸로

 

 다시 한번 확인이 됐습니다, 대표님

 

 (재원 부)  지금 설계도도 좋다잖아, 건축주가

 

 더 좋은 걸 모르니까 좋다고 하죠

 

 모형 볼 줄 모르니까  모형 볼 줄 아는 우리가 가르쳐 줘야죠

 

 (재원 부)  그럼 처음부터  잘하지 그랬어, 이 자식아

 

 북악산이 첫 설계 때는  딴 동네 있다가 이번 달에 이사 왔니?

 

 아니, 어떻게 처음부터 잘합니까  경험이 없는데

 

 (재원)  그러니까 제가 대표님 월급의  반의반밖에 안 받잖아요

 

 (재원 부)  아, 내가 이걸 믿고 회사를 맡겼…

 

 (재원)  아, 그러니까 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나 따로 회사 잘 다니고 있었잖아요  근데 왜 일로 데리고 와서…

 

 아, 나 전의 회사 대표님  너무너무 존경했는데  [경준의 한숨]

 

 (경준)  이모부, 제가 저번에  대구탕에 소주 먹을 때 뭐라 그랬어요

 

 분명히 후회하시게 된다고 말씀…

 

 (재원 부)  넌 뭐 했어, 이놈아!

 

 '이놈아' 아니고  최경준 대리입니다, 대표님

 

 (재원 부)  아나, 이것들, 진짜

 

 [재원 부의 한숨]

 

 (재원)  들어가십시오

 

 (재원 부)  한 번만 더 이러면

 

 너희 둘

 

 둘 다 자른다

 

 (재원)  감사합니다

 

 (경준)  아, 저는 왜…

 

 아, 아…

 

 [흥미진진한 음악]  [경준의 한숨]

 

 [경준의 힘주는 신음]

 

 (재원)  나는 이 회사가 너무 좋아, 근데

 

 [한숨 쉬며]  그, 대표님이 조금, 아…

 

 나는 대표는 너무 괜찮아, 좋아, 응

 

 근데 팀장이 참 그래

 

 (재원)  그래서 말인데, 경준아

 

 내가 이거 계단 위치 바꾸는 거  계속 생각을 해 봤거든?

 

 - (재원) 이렇게 조금만…  - 잠깐, 스톱

 

 (경준)  형, 말은 바로 하자

 

 계단 위치만 바뀌어?

 

 계단 위치 바뀌면  화장실이랑 안방 위치

 

 다 바꿔야 되는 거 알아, 몰라?

 

 (재원)  알아, 아는데, 바꾸자, 어?

 

 같이 현장 가 볼까?  지금 같이 가 볼까?  [경준이 거부한다]

 

 왜 안 돼, 왜 안 돼

 

 안 돼, 오늘 린이랑 데이트 있어  [재원의 한숨]

 

 (경준)  린이 알바 끝나는 시간 맞춰서  조퇴할 거야

 

 - 그럼 셋이 같이 가자  - (경준) 뭘 셋이 같이 가

 

 (재원)  데이트 같이 하자고

 

 (경준)  뭐, 고춧가루야? 왜 섞이려고 그래?

 

 (재원)  데이트 같이 하자, 아이스크림 사 줄게  [경준의 짜증 섞인 신음]

 

 경준아, 야, 최 대리  [문이 탁 여닫힌다]

 

 야, 인마!

 

 - (손님1) 나왔다  - (손님2) 나왔어?

 

 (린이)  주문하신 목동 피자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손님들이 감사 인사를 한다]  (손님3)  맛있겠다!

 

 (린이)  잠깐만, 잠깐만

 

 [경준의 한숨]

 

 [버튼 조작음]

 

 [긴장한 숨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나 옛날의 이은오 아니야

 

 난 새로운 이은오야

 

 [숨을 후 내뱉는다]

 

 (은오)  대리님

 

 (선배)  어머

 

 [은오의 웃음]

 

 못 알아봤어  왜 이렇게 많이 변했어?

 

 (은오)  잘 지내셨어요?

 

 참, 이제 과장님 거쳐  차장님 되셨다면서요?

 

 (선배)  [웃으며]  응

 

 이뻐졌네

 

 스타일이 왜 이렇게 많이 변했어?

 

 스타일만 변한 거 아닙니다

 

 다 변했어요, 다

 

 하긴 우리 회사에서 알바하던 때가…

 

 - (은오) 하, 벌써 7년 전이에요  - (선배) 맞네

 

 - 졸업 전이었지, 그때?  - (은오) 네

 

 아

 

 - (은오) 여기 제 명함요  - (선배) 취직했구나?

 

 (선배)  뭐야, 회사를 차렸어?

 

 1인 회사예요  회사 이름은 영삼이 아니고 오쓰리

 

 (은오)  이은오  제 이름에 동그라미가 3개라서요

 

 (선배)  어어? 넉살도 좋아지고?  [은오의 옅은 웃음]

 

 얼마나 됐어?

 

 아직 1년 안 됐어요, 9개월 정도?

 

 (선배)  음, 먹고는 살아?

 

 아는 사람들은 다 찾아다니면서  구걸하고 있어요

 

 (은오)  들어온 일은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요

 

 겨우 입에 풀칠은 하는 정도?

 

 저, 그래서 말인데요, 대리님  아니, 차장님

 

 저 일 좀 주세요

 

 - 무슨 일?  - (은오) 다요, 다

 

 외주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저 혼자 못 하면 아르바이트 쓸 거고요

 

 작은 일, 큰일, 험한 일, 궂은일  안 가리고 다 해요, 아무거나

 

 포트폴리오는 가져왔어?

 

 [잔잔한 음악]

 

 [함께 살짝 웃는다]

 

 - (재원) 안녕하세요  - (소장) 어, 왔어?

 

 [소장의 웃음]  (재원)  이거 왜 이래요?

 

 (소장)  아, 아직 하수관 연결을 못 했는데

 

 그저께 비 왔잖아, 에이  [재원의 안타까운 신음]

 

 (재원)  이거 소장님 거

 

 사모님 생신이시잖아요

 

 (소장)  아유, 뭘 우리 집사람까지 챙겨?

 

 [소장의 웃음]  (인부)  소장님 케이크 안 사도 되겠다, 오늘

 

 - (재원) 자, 그리고 이건 간식  - (인부) 아이고, 감사합니다

 

 - 고마워, 박 팀장  - (재원) 아유, 고맙긴 뭘요

 

 [소장의 웃음]  (재원)  주세요, 제가 할게요

 

 (소장)  아니, 하지 마, 하지 마, 옷 버려

 

 냄새날 텐데  [재원이 탁 삽질한다]

 

 - (인부) 아이고  - (소장) 아이, 참 나

 

 [재원이 탁 삽질한다]

 

 (소장)  아이참, 잘하네

 

 [라디오가 지직거린다]

 

 [한숨]

 

 [카 오디오를 탁탁 친다]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 꼭 때려야 말을 듣지

 

 [한숨]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은오) 이 노래 알아요, 박재원 씨?  - (재원) 네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오)  ♪ 시간마저 데려가지 못하게 ♪

 

 ♪ 나만은 널 보내지 못했나 봐 ♪  [재원이 웅얼거린다]

 

 ♪ 가시처럼 깊게 박힌 기억은 ♪  [애절한 음악]

 

 (은오)  그 사람은 그날 양양을 막 도착했고

 

 (재원)  한 달 동안 캠핑카에서 살아 보기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가

 

 한 달 동안 파도 위에서  죽어라 보드만 타기

 

 (은오)  뭔가 좀 흥분한 거 같았어

 

 여행지에선 다들 그러잖아  나도 그랬고

 

 (은오)  짜잔!

 

 [은오와 재원의 웃음]

 

 [탄성]

 

 (재원)  우린 그때 조금은 미쳐 있었던 거 같아

 

 [은오의 가쁜 숨소리]

 

 [비가 쏴 내린다]  [재원의 웃음]

 

 (은오)  [웃으며]  야!

 

 (재원)  윤선아, 박재원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재원)  아, 우리 같이 살아요! 결혼했어요!

 

 [사람들이 환호한다]  [재원과 은오의 웃음]

 

 (은오)  함께 그 바닷가에서 보낸 두 달이  꿈같아

 

 (재원)  걔도 서울 산다 그랬거든

 

 한 번쯤 마주칠 줄 알았는데

 

 한 번도 못 봤어

 

 (은오)  잊으려고 노력해

 

 아니야, 다 잊었어  [애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오)  비 오나?

 

 [레버 조작음]

 

 뭐야, 고장 났나?

 

 뭐야

 

 어, 너 왜 이래, 뭐 때문에 이래

 

 어?

 

 아니, 거기 멈춰 서면 어떡해?

 

 내려가, 내려가라고

 

 [한숨]

 

 [버튼 조작음]

 

 (은오)  [버튼을 연신 누르며]  어머, 너도 안 내려가니?

 

 어머

 

 (재원)  아, 냄새 심하다, 진짜  [은오의 한숨]

 

 (은오)  차 좋네

 

 [재원이 구시렁거린다]  후, 부모 돈일 거야

 

 [운전대를 탁 치며]  이 차는 내가 샀어, 내 돈으로

 

 [재원과 은오의 한숨]

 

 [은오가 구시렁거린다]

 

 [버튼을 탁탁 누르며]  아, 옆에도 안 내려가는 거 같은데

 

 (은오)  그래, 네 차 창문 잘 내려가서 좋겠…  [재원의 힘겨운 신음]

 

 [은오의 놀라는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재원이 숨을 후 내뱉는다]  미치겠네, 서울 왜 이렇게 좁아?

 

 [은오의 한숨]

 

 쟤 나 못 봤겠지?

 

 [기어 조작음]

 

 [한숨]

 

 헤어진 이유?

 

 (재원)  나처럼 헤어지면  뭐가 제일 힘든지 알아?

 

 뭐, 걔가 보고 싶고  옛날 생각이 나고 그런 거보다

 

 '아, 대체 내가 뭘 잘못했나'

 

 그것만 계속 생각하게 돼

 

 글쎄

 

 이유가 워낙 많아서

 

 (재원)  이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내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첫 번째 이유는  걔가 기억 못 하는 게 있어

 

 (재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좋아

 

 - 만약에  - (재원) 응

 

 내가 다른 사람이라면 어떨 거 같아?

 

 다른 사람? 어떤 사람?

 

 그냥 뭐, 이런 타투도 안 하고

 

 이런 옷도 안 입고  이런 머리도 아니면?

 

 (재원)  뭐, 그럼 윤선아가 아니지

 

 (은오)  그게 이유야

 

 말했잖아  양양에서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고

 

 (은오)  그때 결심했던 거 같아

 

 '아, 나는'

 

 '얘랑 헤어져야겠다'

 

 '여기서만 만나고 끝내야겠다'

 

 차라리 싸우고 헤어졌으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거야

 

 (은오)  어…

 

 두 번째 이유는…

 

 (재원)  그냥

 

 걔가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나  알았으면 좋겠어

 

 [쓸쓸한 음악]

 

 (재원)  응

 


 


.도시남녀의 사랑법

.영화 & 드라마 대본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