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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필 무렵 19

 

 (종렬)  골든 글러브니 MVP

 

 난 그런 거 다  최연소로 먹어 본 사람이라고내가

 

 [종렬의 한숨]  [술이 조르르 흘러나온다]

 

 [숨을 카 내뱉으며]  근데

 

 그냥 어린놈이

 

 적당적당히 하다가  세상을 가져 보니까 있잖아

 

 [종렬의 헛웃음]

 

 사는 게 좀 만만하데?

 

 그래서 다 그냥 그렇게  저절로 살아지는 줄 알았어

 

 (종렬)  여덟 살 용돈은

 

 하루 한 장이면 될까?

 

 내가 시세를 잘 몰라서

 

 (종렬)  애도 데려오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고

 

 (종렬)  아휴내가 널 뭐라고 소개해?

 

 스캔들 나면 서로 귀찮잖아

 

 [종렬의 옅은 웃음]

 

 (종렬)  사람도

 

 그냥 저절로 옆에 있을 줄만 알았고

 

 (종렬)  [한숨 쉬며]  결혼도 하기만 하면

 

 다 그냥 저절로 살아지는 줄 알았다고

 

 근데 내가 오늘 주먹으로  코를 맞아 보니까

 

 뭐가 번쩍하데?

 

 [종렬의 아파하는 신음]

 

 (종렬)  

 

 너 지금 나 코 때린 거야?

 

 너 덤빌 거면 네 거 다 걸고 덤벼

 

 난 한 번도

 

 내 거 다 걸고

 

 뭘 지켜 본 적이 없더라고

 

 그래서 아빠가

 

 벌을 받나 봐

 

 (정숙)  집에 오니까 마음이 편한가

 

 (정숙)  밥을 두 공기나 먹고 곯아떨어졌어

 

 [웃으며]  내일은

 

 6시에 자기 깨우래  준기 만나러 간다고

 

 [정숙의 웃음]

 

 (동백)  필구 양치는 했지?

 

 (정숙)  아이

 

 양치는 내가 시킬 테니까

 

 ...

 

 좀 늦게 들어와도 돼

 

 이게 뭐야?

 

 그거 홈 쇼핑 중독이야  고만 좀 사

 

 

 

 찜질방이나  사우나 같은 데 가서

 

 어떤 때는 좀 자고 와도 되고

 

 (정숙)  까불이도 잡힌 판에그  당사자 간의 뭐어떤

 

 포상 휴가 같은 거 가고  그러면 너무 좋잖아

 

 엄마나 용식 씨랑 헤어졌어

 

 그러니까 그좀  쓸데없는 얘기 좀 하지 마

 

 (정숙)  

 

 [동백이 혀를 쯧 찬다]  [당황한 숨소리]

 

 걔가 너랑 헤어진대?

 

 네가 차였어?

 

 찼어

 

 네가 뭔데?

 

 두 등신이 그렇게 순순히 헤어졌다고?

 

 순순히

 

 그냥...

 

 아주 잘

 

 그냥 너무 잘

 

 너무 잘 헤어졌어

 

 [애잔한 음악]

 

 (용식)  [헛기침하며]  기냥

 

 인제 헤어졌으니께

 

 당장에 '혼자 가셔라그러기는

 

 싫어 갖고요

 

 무슨 헤어지는 판에 우직하고 그래요?

 

 그냥 어얼른 가요

 

 그러면

 

 [입소리를 쩝 낸다]

 

 저 갈게요

 

 가요

 

 [용식의 가쁜 숨소리]

 

 (동백)  왜요왜 돌아와요?

 

 근디 동백 씨

 

 (용식)  그래도

 

 그래도요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해요

 

 저는 동백 씨 편이니께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이 와중에 무슨 내 편이야

 

 아이...

 

 까불이도 잡혔겄다

 

 동백 씨는 기냥

 

 기냥요

 

 하던 대로 사셔요

 

 , '행복해라', 뭐  그런 얘기는 안 해 줘요?

 

 뭣 하러 고딴 소릴 해요?

 

 [코를 훌쩍인다]

 

 내가 뭐행복해라어째라  떠들지 않아도요

 

 동백 씨는 필히

 

 행복하실 거예요

 

 (용식)  동백 씨는 참

 

 멋지고

 

 고운 분이니께

 

 근데요용식 씨가 해 주는  그런 말들이 나한텐

 

 

 

 좀 주문 같았어요

 

 용식 씨가 자꾸 그런 말을 해 주니까

 

 제 세상이

 

 진짜로 좀 바뀌더라고요

 

 고마웠어요진짜

 

 (용식)  근디

 

 진짜로요

 

 우리 진짜로

 

 헤어지죠?

 

 (동백)  나는 종렬이랑도 엄마랑도

 

 좋게 헤어져 본 적이 없어서

 

 그 굿바이란 게  진짜 있는지도 몰랐는데

 

 (동백)  [뽁뽁이를 탁 터뜨리며]  근데 굿바이그거

 

 해 보니까 더 짜증 나데?

 

 용식이 아까워서 더 짜증 나

 

 너 필구 하나 보고  수절한다는 거야그럼?

 

 엄마있잖아내가 옛날에

 

 아유뭐에 홀렸었나?

 

 [혀를 쯧 찬다]

 

 사는 게 너무 고달파 갖고

 

 '번개탄으로 죽으면  막 되게 힘든가?'

 

 찾아만 본 적 있었...

 

 (정숙)  아이고아이고진짜이런

 

 (동백)  찾아만찾아만 본 적이 있었는데

 

 근데 갑자기 필구가

 

 '엄마'

 

 [웃으며]  '엄마', 그러는 거야

 

 처음으로 날 '엄마부르더라고

 

 [부드러운 음악]

 

 근데 참 희한한 게

 

 그 소리 하나에 단박에  지옥이 천국으로 바뀌더라?

 

 [한숨]

 

 필구는 나한테 신이야

 

 (동백)  

 

 내 이번 생은  필구한테 올인 해도 돼

 

 동백아

 

 외로워

 

 외로운 거 사람 잡아

 

 내가 외로울 새가 어디 있어?

 

 [뽁뽁이를 부스럭거린다]

 

 [뽁뽁이를 톡톡 터뜨린다]

 

 (정숙)  어유

 

 [정숙의 힘겨운 숨소리]

 

 아유무슨 실연을 김장으로 이기니?

 

 (동백)  마음은 울지만 손은 바쁘다  [정숙의 한숨]

 

 [정숙이 대야를 탁 놓는다]  - (정숙어유  엄마무 좀무 가져와

 

 이제 무 하자

 

 [한숨]

 

 (용식)  몸을 괴롭혀

 

 뇌를 속인다

 

 (동백)  나도 드라마처럼

 

 만사를 작파하고  가슴앓이만 하고도 싶지만

 

 (용식)  TV 속 그 여유로운 이별은  [남자1이 컥컥댄다]

 

 아저씨아저씨!

 

 (용식)  그야말로 로망일 뿐  [짜증 섞인 신음]

 

 집이 어디시냐고요?  [남자1이 구토한다]

 

 (동백)  두루치기 나가요!

 

 (동백)  실연은 나를 쓰러트려도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월세는 나를 일으키고

 

 [시계 알람음]

 

 [알람음이 툭 끊긴다]

 

 (용식)  가차 없이 굴러가는  쳇바퀴의 인정머리가

 

 차라리 나를 살린다

 

 [한숨]

 

 (동백)  까딱하면 까불이가 나보다

 

 키도 더 작겠더라고

 

 알지그런 사람들 잡고 보면

 

 "고 최향미"

 

 그냥 엄청 아저씨고

 

 막 완전 보통 사람이고 그런 거

 

 [동백이 혀를 쯧 찬다]

 

 [한숨]

 

 [동백이 훌쩍인다]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  그러게 왜 네가 배달을 간다고 나가서

 

 [훌쩍인다]

 

 그걸 왜 네가 간다고...

 

 [애잔한 음악]

 

 나도 스쿠터 탈 수 있는데

 

 [동백의 신난 탄성]

 

 [웃으며]  !

 

 이거 장난 아니네?

 

 신나!

 

 [신난 탄성]

 

 [웃음]

 

 [웃음]

 

 [힘겨운 신음]

 

 아이잠깐만근데 이거

 

 - 어떻게 돌아가지?  - (향미언니!

 

 (향미)  언니!

 

 - (동백향미야!  - (향미언니!

 

 [향미의 가쁜 숨소리]

 

 [향미의 감탄하는 신음]

 

 (향미)  언니 이제 혼자 타네!

 

 언니 지금 혼자  두 정거장 온 거 알아요?

 

 내가 저 사거리부터 손을 놨는데

 

 언니가 혼자 운전을 하더라고

 

 [향미의 힘겨운 신음]  향미야

 

 너 그래서 여기까지 계속 따라온 거야?

 

 뛰어서?

 

 언니가 은근 운동 신경이 있다니깐요?

 

 [웃음]

 

 그렇다고 계속 따라와?

 

 그냥 거기 있지

 

 언니 자빠질까 봐요

 

 [웃음]

 

 (동백)  [흐느끼며]  그러게 왜 네가 배달을 가향미야

 

 [연신 흐느낀다]

 

 난 어떻게 살라고?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돈을 갖고 튀었으면

 

 어디로 토껴서 좀 잘 살기나 하지

 

 [훌쩍인다]

 

 왜 돌아와?

 

 (동백)  [한숨 쉬며]  엄마

 

 근데 나는 왠지 계속

 

 향미가 안 죽은 거 같아

 

 (정숙)  네가 놔줘야지 올라가서 편히 쉬지

 

 (정숙)  

 

 [동백이 뚜껑을 달칵 닫는다]

 

 [코를 훌쩍인다]

 

 [한숨]

 

 근데

 

 엄마는 올라가서 편히 쉴 생각 하지 마

 

 엄마도 죽으면 나 줄초상이야

 

 그땐 나 진짜 넘어가

 

 [동백이 훌쩍인다]  내가내가 요즘에 너 때문에

 

 콩팥이 아니고 머리가 아픈 거 같아

 

 [한숨]

 

 엄마이제 향미도 없고

 

 나 용식이랑도 끝났어

 

 그러니까 엄마가 좀 옆에 있어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네 콩팥

 

 나한테 절대 못 줘

 

 (동백)  나도 분명히 말했어

 

 죽지 말라고

 

 살아서 나한테 빚 갚아

 

 (정숙)  그게 갚는 거냐빚만 더 지는 거지

 

 (동백)  엄마

 

 엄마

 

 근데 있잖아나 좀 속상해서 그런데

 

 손 좀 잡고 가면 안 돼?

 

 우리는 원래 소손 안 잡나?

 

 (정숙)  아이고너는 속도 좋다

 

 넌 내가 그렇게 좋냐?  [동백이 훌쩍인다]

 

 (동백)  몰라그냥  '엄마엄마부르는 것도 좋아

 

 그러니까 잔소리 말고 옆에 좀 있어

 

 [한숨]

 

 (동백)  변호사님

 

 [다가오는 발걸음]

 

 (동백)  ...

 

 (동백)  ...

 

 

 

 오늘 장사 안 해요?

 

 [지글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나 두루치기 하나 시켰는데?

 

 (동백)  아니다들 그냥  손님이 왕인 줄 아는데

 

 사실 여기선 제가 왕이에요

 

 제가 주고 싶으면 막 그냥  막 드리는 거예요

 

 그래서 규태한텐 땅콩을 안 줬고?

 

 한 번도요

 

 [웃음]

 

 안 줬어요

 

 [자영과 동백의 웃음]

 

 동백 씨는 어떻게 그렇게 웃어?

 

 (자영)  동백 씨 그렇게 웃는 거

 

 사람 되게 후달리게 하는 거 알아?

 

 [웃음]

 

 변호사님이 저 때문에 후달리세요?

 

 [레버를 탁 돌린다]  [동백의 옅은 웃음[

 

 [피식 웃는다]

 

 어떤 사람들은 동백이가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

 

 (자영)  '아유저 딱한 거이러면서

 

 은근히 위안 삼는 거지

 

 근데 툭툭 동백이가 잘 웃어

 

 [피식 웃는다]  그게 또 기가 막히게 이쁘다?

 

 그러니까 약이 오르지

 

 심보가 후달리지

 

 [잔을 탁 내려놓으며]  그러니까 동백 씨

 

 자꾸 웃어

 

 동백 씨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보란 듯이 보여 주라고

 

 [숨을 들이켠다]

 

 근데  [웃음]

 

 저 남들 보란 듯이 행복하고 그런 건

 

 진작에 포기했어요

 

 왜 포기를 해?

 

 (동백)  남들 보기야 어떻든

 

 그건 걔들 생각이고

 

 저도 원래는 좀

 

 행복을 수능 점수표처럼 생각했었어요

 

 남들이 줄 세워 놓은 표를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난 어디쯤인가?  난 어디 껴야 되나?'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봐도

 

 답이 없더라고요

 

 어차피 답도 없는 거  거기 줄은 서서 뭐 해요?

 

 '오케이그건 너희들 기준이고'

 

 '내 점수는 내가 매기면서 산다'  하고 살아요

 

 남들 보기야 어떻든

 

 나 보기에만 행복하면 됐죠

 

 [옅은 웃음]

 

 동백 씨 마음엔 동백 씨 꽃밭이 있네

 

 [옅은 웃음]

 

 (자영)  난 그 수능 표 꼭대기 먹고

 

 그 유명한 법대 간 사람인데

 

 내 꽃밭이 없더라

 

 [자영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저도 혹시 잔 하나 가져와도 돼요?

 

 (자영)  자기야

 

 여기 규태 양주 남은 거 있니?

 

 시바써리?

 

 - (동백언니어우언니...  - (규태아이

 

 (규태)  아니내가 이 누나를 어떻게 업어?

 

 난 이 누나를 업어 본 적이 없어

 

 아이그럼 어떡해요?  [규태의 한숨]

 

 언니를 그냥 저기다 재워요?

 

 '언니'?

 

 [술 취한 숨소리]  [규태의 한숨]

 

 너 아주 이 누나랑은 금방 언니 텄다?

 

 나한텐 죽어도 그냥

 

 오빠 소리 한 번을 안 하더니

 

 (규태)  이거야말로 역발상이지...

 

 역차별이겠죠

 

 아휴헛소리 그만하세요진짜

 

 그리고 제가 언니한테는

 

 얘기했어요

 

 뭔 얘기?

 

 내 얘기?

 

 내 얘기 좀 잘해 줬어?

 

 아니요

 

 향미 얘기요

 

 (동백)  우리 향미가 그렇게  막 나가는 애는 아니라고

 

 제가 얘기했어요

 

 ...

 

 [코를 훌쩍인다]

 

 (동백)  그리고 사장님

 

 이혼도 뭐조정 기간인가  그런 게 있다면서요

 

 아직 100% 잘린 건 아니니까

 

 다음에 언니하고 같이 오시면

 

 제가

 

 [이를 악물며]  땅콩 서비스 그, 8천 원그거

 

 그거 서비스 드릴게요

 

 노 사장님 앞으로

 

 [차분한 음악]

 

 동백아

 

 뭐요?

 

 아이사장님울어요?

 

 (동백)  아휴진짜

 

 [헛웃음]

 

 [어색한 웃음]

 

 그래  [문이 스르륵 닫힌다]

 

 너 가게 전세로 돌려 줄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또각 소리가 난다]

 

 너 돈 좀 되니?

 

 [자영의 한숨]  꿔 줘?

 

 [벅찬 한숨]

 

 (자영)  출발!

 

 [선수들이 수군거린다]

 

 (종렬)  ?

 

 뭔 난리?

 

 인터넷이 왜?

 

 [의미심장한 음악]  (종렬)  제시카가

 

 까불이를 이겼다

 

 [제시카의 놀란 숨소리]

 

 [레베카가 칭얼댄다]

 

 (뉴스 속 앵커)  그럼 여죄까지 밝힌다던 경찰은

 

 [뉴스 속 복준이 머뭇거린다]  피의자의 입만 보고 있는 겁니까?

 

 (뉴스 속 복준)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은 좀 맞고요

 

 지금도문제가 되는 거는

 

 피의자 변호인 측에서 이 박 씨의

 

 과거 정신과 진료 이력을 내놨어요  [오준의 못마땅한 신음]

 

 (변 소장)  아이고  [리모컨을 툭 내려놓는다]

 

 또 심신 미약이구먼또 심신 미약이야

 

 (변 소장)  어유  [혀를 쯧 찬다]

 

 아이진짜 찜찜하네

 

 (변 소장)  ?

 

 까불이가 심신 미약으로  뭐감형받을까 봐?  [용식이 혀를 쯧 찬다]

 

 아이그게 아니고요

 

 흥식이 진짜 이사 간대요?

 

 진짜 이사 가게?

 

 [흥식의 어색한 웃음]

 

 (흥식)  이제 누가 저를 출장 부르겠어유?

 

 (용식)  니네 아부지가 그랬지  뭐니가 그랬냐?

 

 [흥식의 한숨]

 

 근데

 

 나도 공범 맞아요

 

 아빠 다리 나은 것도 알았고

 

 아빠가

 

 고양이 밥에 약 타는 것도 알았고

 

 근디 너는 고양이 좋아했잖어

 

 왜 그걸 기냥 이렇게 냅둬?

 

 아빠가 시끄러운 걸 끔찍해하니까

 

 고양이들이 밤에 울면 좀...

 

 [흥식이 숨을 들이켠다]

 

 (흥식)  분풀이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날은

 

 본인도 화가 주체가 안 되니까

 

 아이쯧  [애잔한 음악]

 

 

 

 옹산서 나고 자란 놈이

 

 어디 가서 뭐뭐 하고 살게?

 

 (흥식)  [웃으며]  아휴

 

 우리 아빠 형 때문에  안경도 못 쓰고 갔네

 

 [한숨]

 

 이 와중에 아부지 안경은  또 걱정하고 자빠졌어

 

 저도 미워유

 

 미워도 어떡해요?

 

 아빤데

 

 살인자 아빠여도

 

 아빠는 아빠니까

 

 아휴

 

 (용식)  아이한번 줘 봐  괜히 그쪼물딱거리지 말고

 

 (용식)  아휴

 

 (정숙)  아이너 왜 졸졸 따라와?

 

 토 엄마 병원 가는 거잖아

 

 나 눈치는 있어

 

 아이그래서 뭐?

 

 너 가 가지고  나 투석 받는 거 지켜보고 있게?

 

 (정숙)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어

 

 나도 보여 주기 싫은 거  안 보여 줄 권리 있다고

 

 엄마그 투석이 또  그렇게 엄청 힘들다며?

 

 그냥 그이식이 최고래

 

 [놀라는 숨소리]  동백아죽든 살든

 

 내 생사는 내가 택할 권리 있다니까  왜 이래진짜!

 

 아니엄만 죽을 권리가 없어

 

 내가 왜?

 

 엄마 나한테  딱 7 3개월짜리 엄마잖아

 

 [당황한 숨소리]

 

 ?

 

 엄마 나랑 얼마나 살았는지 알아?

 

 (동백)  어려서 7

 

 이제 와서 세 달

 

 딱 고거 살았어!

 

 그런 엄마가 어디 있어?

 

 [한숨]  겨우 7 3개월짜리 엄마면서 뭐?

 

 고깟 보험금으로  나보고 떨어져 나가라고?

 

 [무거운 음악]

 

 엄마

 

 엄마 고아로 커 봤어?

 

 엄마는 내 인생에 매일매일 있었어

 

 매일매일 수도 없이 상처 줬어!

 

 나 억울하고 약 올라서

 

 고깟 보험금으로 퉁 못 쳐 줘

 

 나 엄마랑 20년은 살아야겠어

 

 그러니까 살아

 

 살아서 빚 갚아!

 

 [속상한 숨소리]

 

 엄마 노릇 해!

 

 [멀어지는 발걸음]

 

 [코를 훌쩍인다]

 

 아휴망할 년

 

 사람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해?

 

 [수간호사의 한숨]

 

 (수간호사)  화요일 날 오시기로 했으면  화요일 날 오셔야 돼요

 

 아시잖아요

 

 투석이란 게  하루만 늦어도 진짜 위험한 거

 

 그게 늦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한숨]

 

 저희는 투석 지각은 자살이라고 봐요

 

 [한숨]

 

 (동백)  수간호사님 이모는  투석 하루 늦었는데

 

 골프 치다가 돌아가셨대

 

 엄마 지금 목숨 놓고뭐  도박하는 거야?

 

 '살려면 살고 말려면 말라'?

 

 너 투석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지?

 

 이거 사람 피 다 빼서  갈아서 넣는 거야

 

 (정숙)  무시무시하지?

 

 아파엄마?

 

 몸도 몸이고

 

 기분도 아주 거지 같아

 

 사람이이까짓 기계에  구걸해서 연명하는 게

 

 얼마나 우울하고  무력한 건지 네가 알아?

 

 내가 지금 담당 쌤 만나서

 

 수술 날짜 잡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엄마

 

 (동백)  엄마무서워?

 

 내가 옆에 있어 줘?

 

 [동백의 한숨]

 

 그래서?

 

 너는 7 3개월이 어땠는데?

 

 괜찮았어?

 

 괜찮았어?

 

 아이고속도 좋다

 

 속도 좋아

 

 [한숨]

 

 그러니까 힘들어도 참아

 

 엄마 위해서 말고 나 위해서 살아?

 

 [한숨]

 

 (형사1)  드셔요

 

 덮밥 좋아하시잖아

 

 근데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까불지 마'예요?

 

 아이뭘 까불지 말란 건지  말씀을 해 주셔야 안 까불지

 

 물이나 떠 와

 

 [형사2의 힘주는 숨소리]

 

 (용식)  아이내가 잡은 내 피의자  내가 만나겠다는데 뭐요?

 

 면회든 취조든  나도 끝까지 파 볼 권리가 있고...

 

 아니요

 

 우리 순경 나리에겐  그럴 권리가 없고요

 

 우리 순경 나리는 저기  동네 치안에나 힘쓰세요

 

 나 기냥 우기려고 온 거 아니고요

 

 옆구리에 칼 차고 왔어요

 

 (용식)  명분이 있다고

 

 뭔데?  [형사3의 한숨]

 

 박석용 씨 아들 면회

 

 왜 제한해요?

 

 (용식)  눈 나쁜 사람 앞 못 보게 하는 거

 

 이거는이거이거  심각한 인권 침해 아닌가?

 

 (형사3)  아이접견 제한은?  형사 재량이고요?

 

 잉  [코를 훌쩍인다]

 

 그럼 나도 내 재량껏  인권위에다 제소 좀 해야겄네

 

 아시쥬?

 

 요즘은 형사님 재량보다그  살인자 인권이 더 중요한 거

 

 [문이 달칵 열린다]

 

 (용식)  

 

 면회 중에는 저거  그리고 이거켜지 마요

 

 요거는 이인권인권 문제니께

 

 (형사3)  인권

 

 10분 내로 끝내기나 하세요

 

 [문이 탁 닫힌다]

 

 [애잔한 음악]

 

 (용식)  흥식이 이사 간대요

 

 살인은 아부지가 했는디

 

 왜 흥식이 밥줄이 끊겨야 돼요?

 

 저도 아자씨 생각하면  말 섞고 자시고 하기도 싫은디

 

 [용식의 떨리는 숨소리]

 

 흥식이 생각해서

 

 마지막 심부름이나 하려고 온 거예요

 

 저 가요

 

 (석용)  사람들이 흥식이 사람 취급 안 혀?

 

 살인자 자식이라고?

 

 [용식의 한숨]

 

 (용식)  그래도 흥식이는 그러데요

 

 살인자 아빠라도 아빠는 아빠라고

 

 아부지는 자식을 공범 만드는디

 

 걔는 아부지 안경을 갖다주래요

 

 걔가 왜 공범이여?

 

 아자씨 여기서 입 닫고 계시는 동안

 

 밖에선 흥식이 신상 다 털렸고요

 

 (용식)  벌써 파묻혔어요

 

 흥식이 생각해서라도

 

 아부지답게

 

 죗값 받으셔유

 

 [의미심장한 음악]  (석용)  걔들이 그렇게 까불어!

 

 그렇게 까부니께 죽는 거잖어

 

 [문이 달칵 열린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달칵 닫힌다]

 

 근데

 

 근데 그거 다 합성이야

 

 (제시카)  다 합성이고

 

 우리 엄마가 다 고소할 거래

 

 [종렬의 한숨]  로펌도 다 구할 거고...

 

 [한숨]

 

 ?

 

 핸드폰 줘

 

 너 당분간 핸드폰 보지 마

 

 (종렬)  컴퓨터도 켜지 말고 SNS도 하지 마

 

 기사 댓글 그런 거 보지 말라고

 

 [어두운 음악]

 

 [훌쩍인다]

 

 [흐느낀다]

 

 (제시카)  너 사실은 내가 웃기지?

 

 '이혼이혼노래를 하더니

 

 아주 이혼 사유가 딱 나왔네

 

 넘어진 놈 팽개치고 가냐?

 

 이혼을 해도 지금은 안 해

 

 너 지선이 엄마고

 

 내가 너 우스운 엄마 안 만들어

 

 (종렬)  내가 어떻게든 다 해결할 테니까

 

 넌 걱정 말고 인터넷이나 보지 마

 

 (대표)  까놓고어차피 별거 중이었잖아

 

 어떻게 보면 너랑 상관없는 거고

 

 [종렬의 한숨]

 

 (종렬)  그럼 나랑 상관없나?

 

 어차피 이혼하면 남이니까?

 

 근데 까놓고 말해서  형이랑 내가 더 남남 아닌가?

 

 형 돈 버는 건  나랑 더 상관없는 거잖아

 

 

 

 [한숨 쉬며]  아니

 

 대표님

 

 와이프 기사

 

 전부 내려 줘

 

 형이 지금 이 부탁 들어주면

 

 나 재계약하고

 

 사채 광고든 행사든  시키는 대로 다 할게근데

 

 형이 이 부탁 안 들어주면

 

 나 그냥 은퇴할게요

 

 [제시카가 흐느낀다]

 

 [휴대전화 전원 종료음]

 

 [종렬의 한숨]

 

 근데 오빠 너는 뭐똥 묻은 개잖아

 

 [훌쩍인다]

 

 나는 그냥 거짓말을 했다 뿐이지

 

 나는 팩트로 애는 없거든?

 

 그래

 

 나 똥 묻은 개 맞는데

 

 우리 이거 하나만 확실히 하자

 

 난 알았던 거야

 

 (종렬)  너 결혼했던 거 난 알았던 거고

 

 내가 알았으면  세상에 알아야 될 놈 다 안 거야

 

 [부드러운 음악]  [울먹인다]

 

 그러니까 넌 거짓말한 것도 없고

 

 꿀릴 것도 없는 거라고

 

 알아듣지?

 

 [흐느낀다]  (용식)  사람은 손절의 순간

 

 민낯을 드러낸다

 

 무심함에 가려졌던

 

 뜨끈한 민낯

 

 (용식)  무관심 속에 숨겨 뒀던 차가운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긴장되는 음악]  혼자서는 제집 똥수깐도  못 뚫는 것들이 까불기는

 

 (석용)  어떤 새끼는 제집 도시가스가 나가도  박 씨를 찾고 자빠졌어

 

 그 주제에 잘난 척들을 하니께  뭐별수 있어?

 

 나도 죽일 만하면 뭐

 

 죽이고 살아야지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서 죽이기 시작한 거예요?

 

 시작이 어렵지

 

 너희들도 하려면 다 혀

 

 [용식의 한숨]

 

 (용식)  김송화 씨도

 

 그래서 죽였어요?

 

 그 정신 나간 년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까불잖어

 

 (석용)  정신 나간 년이 술 따라 번 돈으로

 

 [계산기를 톡톡 두드린다]  맨날 택배만 시켜

 

 근데 그걸 맨날  우리 가게로 보내는 거야

 

 그날은 착불이라고 기사가

 

 나한테 2,500원을 뜯어 가데?

 

 (석용)  ...

 

 (석용)  근데 그년이 내 거스름돈을 안 받어

 

 받지를 않아

 

 근데 걔 표정이

 

 잔돈은 됐어요

 

 (석용)  표정이...

 

 [삐 소리가 울린다]

 

 내가 회까닥하면  그렇게 귀에서 소리가 들려

 

 그러니 내가 시끄러워 살 수가 있어?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켠다]

 

 시계 소리도 못 듣는다고

 

 [석용의 한숨]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석용)  부녀회장 그년은

 

 드럽게 깔끔 떠는 년이  변기는 맨날 맥혀

 

 자기 똥수깐 뚫어 주러 가 줬더니

 

 [삐 소리가 울린다]  그렇게 나를 졸졸 쫓아다니데?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선숙)  뭐요?

 

 돈 드렸잖아

 

 (학생1)  뉴욕 아니고 워싱턴이거든?

 

 (학생2)  뉴욕이라니깐

 

 (학생1)  그럼 이 아저씨한테 물어볼까?

 

 (학생2)  그래

 

 저 아저씨가 뭘 알겠냐?

 

 [삐 소리가 울린다]

 

 (학생1)  하긴

 

 (석용)  나중엔

 

 그 소리 때문에 나도 못 살겠더라고

 

 (용식)  한금옥 씨도

 

 그래서 죽였어요?

 

 (금옥)  아니자기가 나를 안 좋아하면

 

 왜 괜히 우산을 빌려주냐고?

 

 난 왜 똥파리만 꼬이나 몰라

 

 (석용)  미친년  [성난 숨을 들이켠다]

 

 우산 한번 빌려줬다고  사람을 똥파리 취급 하데?

 

 (석용)  그 중국집 배달부는

 

 내가 기껏 제깟 것들  벌어먹게 해 줬더니?

 

 [석용의 떨리는 숨소리]  그냥 짜장 라면을 끓여 드시지

 

 꼭 이런 날씨에쯧  [삐 소리가 울린다]

 

 (충수)  한 그릇씩...

 

 (용식)  까불이는

 

 (용식)  열등감이 만든

 

 괴물이었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그렇게 까불잖어

 

 향미 씨

 

 최향미 씨는 왜 죽였어요?

 

 [코를 훌쩍인다]

 

 그거는

 

 그년인 줄 알았어

 

 동백이

 

 (석용)  그러게 자기가 배달을 왜 와?

 

 남의 팔찌까지 차고

 

 (용식)  낚시터에서 죽여서

 

 (용식)  호수까지 데려간 거예요?

 

 (석용)  용식아

 

 낚시터 수심에다 사람 버렸다간

 

 이틀이면 떠올라

 

 [첨벙 소리가 난다]

 

 [석용의 떨리는 숨소리]

 

 (석용)  너 그물 던지다가도 긁히는 거 알지?

 

 물에 던지다가 긁혔어

 

 (석용)  손톱을 뽑아서 던질걸

 

 [떨리는 숨소리]

 

 동백...

 

 동백 씨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왜 죽이려고 했었어요?

 

 (석용)  걔가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꾸 건드려!

 

 자꾸 사람을 긁는다고

 

 (형사1)  됐다됐어  [흥미진진한 음악]

 

 (형사2)  쟤 잘하네

 

 (형사3)  쟤 용병으로 쓸까 봐요

 

 아이!

 

 기냥 나 면회 좀 시켜 줘요기냥!

 

 [한숨 쉬며]  이 양반아

 

 형사 재량이  괜히 있는 줄 알아?

 

 다 이유가 있으니까...

 

 (형사1)  아니근데

 

 많이 친하셨나 봐?

 

 그 박석용 씨 아들이랑

 

 (형사1)  라포르 형성이라고

 

 신뢰니 친근 같은 거 쌓아서  자백받는 수법인데

 

 어려서부터 봤으면

 

 친구 아버지면 그건 그냥  확 먹고 들어가는 거니까

 

 (형사2)  거기다가

 

 살인자들도 자기 자식한테는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고  [형사3이 호응한다]

 

 그러니까 거기를  후벼 파시라고거기를?

 

 (형사3)  그러니까 그 순서대로  썰을 좀 풀게 해 봐요?

 

 그런 순서에서 여죄가 나오는 거니까

 

 [숨을 들이켠다]

 

 오케이

 

 나 다 받아먹었고요

 

 정리합니다잉

 

 여기서 키워드는 아들

 

 아들인 거고요

 

 정신 바짝 차리고  상황 대기들 하는 겁니다

 

 아시겠어요들?

 

 [숨을 후 내뱉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피의자 박석용 씨

 

 (용식)  일단 범행 여섯 건에 대해서는 싹 다

 

 전부 자백을 하셨고요

 

 요 안경

 

 요 안경은 자해나 상해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열해서 압수한 걸로 합니다잉

 

 [입소리를 쩝 내며]  이깟 안경이고 뭐고 기냥 다 핑계고요

 

 저 아자씨 보고 싶어서 왔어요

 

 저 끝까지 가는 놈이고요

 

 끝까지지대로

 

 벌 받게 해 드리려고요

 

 [옅은 숨을 들이켠다]

 

 [석용이 숨을 씁 들이켠다]

 

 [석용의 헛기침]

 

 니 생각엔

 

 그렇게 될 거 같어?

 

 아자씨

 

 [용식이 숨을 들이켠다]

 

 (용식)  우리 할머니요

 

 진짜로 심신이 미약했는디

 

 소 잡는 거 보고 기절을 하셨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심신이 미약한디 사람 죽인다는  고딴 거 나는 이해 안 가고요

 

 보통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하는 거는  차바퀴나 냅다 차는 거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진 않거든요

 

 심신 미약 범죄니 우발적 살인이니

 

 그딴 어려운 말들 난 싹 다 모르겠고요

 

 [떨리는 숨소리]

 

 기냥 이거저거 토 달아서  감형받고 그러지 마요

 

 까불이가 달게 벌 받을 때까지

 

 나는 끝까지 갑니다

 

 끝까지

 

 (찬걸)  신장은 공여자가 없어서 문제지

 

 남한테도 받아요

 

 근데 따님이면

 

 그럼 그냥 수술 날짜를  잡으면 안 돼요?

 

 그게 엄마 동의가 꼭 필요해요?

 

 따님 동의가 필요하죠

 

 어머니한테 대충 상황은 들으셨죠?

 

 [웃으며]  검사해 보나 마나죠

 

 딸이면 거의 100%잖아요

 

 그렇기는 그렇죠?

 

 [입소리를 쩝 내며]  지금 상태론 이식이 답이니까

 

 따님이랑 검사받으러 오세요

 

 [머뭇거리며]  

 

 근데 그거

 

 주는 사람요

 

 그 떼 주는 사람  암만해도 지장이 있죠?

 

 신장 이식은  공여자한테나 수혜자한테나

 

 비교적 안전한 이식이에요

 

 ...

 

 아이참

 

 진짜 염치없게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다 드네

 

 (찬걸)  근데  [난감한 한숨]

 

 이 따님 같은 경우는

 

 필히 검사를 좀 해 보셔야 돼요

 

 이게 유전병이거든요

 

 [어두운 음악]

 

 진짜요?

 

 (찬걸)  조정숙 씨는 신장 질환 중에서도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이잖아요

 

 엄마가 다낭성 신장 때문에  신부전이 왔다이러면

 

 딸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꽤 크거든요

 

 그럼 우리우리 딸이  나처럼 된다는 거예요?

 

 100%는 아니고 50% 정도

 

 50?

 

 아니

 

 지금 우리 딸은요

 

 멀쩡한데요

 

 멀쩡한 애가 왜요?

 

 (찬걸)  조정숙 씨도  [마우스 조작음]

 

 48세에 발병하셨다면서요?

 

 - (정숙네  - (찬걸원래 다낭성 신장이

 

 35세 이전에는  잘 발견이 안 되는 병이에요

 

 [놀라는 숨소리]

 

 그럼 우...

 

 그럼 우리 딸이

 

 저처럼 투석하면서  살 수도 있다는 거예요?

 

 [떨리는 숨소리]

 

 [기가 찬 숨소리]

 

 이 죽겠는 거를

 

 동백이가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한숨]

 

 이걸 엄마도 아세요?

 

 엄마도 다 들은 거예요?

 

 아휴내가

 

 내 딸 인생의 재앙이네요재앙

 

 이젠 환자분 수치가

 

 이식이 아니면 힘들다고 보셔야 돼요

 

 (찬걸)  남한테 받는 건

 

 빨라도 5년은 더 대기하셔야 되고

 

 따님이랑 얘기하셔서...

 

 아니요

 

 저는 안 할래요

 

 그거 그냥

 

 나 더 살자고 우리 창창한 딸

 

 곶감 빼먹는 거잖아요

 

 저는

 

 안 할래요

 

 근데요저는

 

 그냥 할래요

 

 그깟 50% 제가 이겨요

 

 ?

 

 다행히 제가요

 

 그렇게까지 재수가 없을 수는 없거든요

 

 (동백)  다행인지 뭔지

 

 여태껏 불운은 충분히 다 써 버렸고

 

 이제는 기필코  행운을 받아 낼 차례였는데

 

 [자동차 경적]

 

 아이고나한테 참

 

 시종일관 너무하셔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기사)  안 타요?

 

 타야겠죠?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동백)  엄마

 

 [동백의 다급한 신음]

 

 (수간호사)  어머니 아직 투석 안 받으셨는데?  [동백의 난감한 신음]

 

 (찬걸)  지금 수치면 그냥 시한폭탄이에요

 

 바로 데려오세요바로

 

 [동백의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용식 씨전화해서 미안한데요

 

 우리 엄마 좀 찾아 줘요

 

 [불안한 숨소리]

 

 (용식)  어머님이 집으로 가실 수 있으니께

 

 일단 그집에 가 계셔요아셨죠?

 

 (동백)  이제야

 

 엄마가 석 달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보였다

 

 [아련한 음악]

 

 (정숙)  소태야소태

 

 [동백의 못마땅한 신음]

 

 (동백)  단무지 왜 이렇게 쪼끄마해?

 

 밥에 간은 했어?

 

 (동백)  그냥 엄마가  자기 건강 챙기는 줄 알았는데

 

 (정숙)  먹지 말 것소금 먹지 마

 

 간장 먹지 마

 

 짜고 맛있다 싶은 거 절대 먹지 마

 

 (동백)  뭘 이런 걸 여기다 붙여 놨어?

 

 [문이 달칵 열린다]

 

 [필구의 피곤한 숨소리]

 

 (필구)  엄마

 

 필구야엄마 좀 안아 줘

 

 (동백)  엄마가 되어 봐도

 

 엄마를 못 따라간다

 

 [한숨]

 

 (정숙)  언제 어디서 객사를 하든 간에

 

 무연고자는 안 돼야지

 

 아이고왜 이렇게 자꾸 부어?

 

 사람 무섭게

 

 [정숙의 한숨]

 

 에이내가 언제 죽든

 

 그 팔푼이가 이거는 꼭 잘 봐야 되는데

 

 (정숙)  그러면

 

 나 너한테

 

 유언 좀 해 두자

 

 (용식)  아이저 이제 안 듣고 싶어요?

 

 안 들을래요아유진짜...

 

 (정숙)  너 똑바로 안 들어?

 

 (용식)  아니아유참  [정숙의 가쁜 숨소리]

 

 아이살아 계신 분  유언 듣는 것도 그게 좀

 

 아유조금 좀아유좀 저기 한디

 

 아이기어코 하실 거면  좀 이교훈적인 얘길 하시든가요

 

 아이뭔 그 보험금 타 먹는  방법 얘기만 이렇게...

 

 교훈이 밥 먹여 줘?

 

 교훈 나부랭이 지껄이려고 내가

 

 그 생쇼 하면서 여기까지 온 줄 알아?

 

 아휴

 

 사실 생각을 하셔야죠  사실 생각을?

 

 아이지금 그깟 돈 얼마가  그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깟 돈 얼마가 중요해

 

 그리고 그거 그깟 돈 아니야

 

 내 평생의

 

 자식 버린 엄마 마음이야

 

 내 한이야

 

 (용식)  아유아유아유아니

 

 내가 왜 이런 일을

 

 [용식의 난감한 한숨]  칠푼이보다 팔푼이가 낫겠지

 

 넌 경찰이니까

 

 눈탱이는 안 맞겠지

 

 알았어요일단 알았어요

 

 알았다고 칠게요?

 

 (정숙)  

 

 끝난 거 아니야

 

 두 개 더 있어

 

 두 개...

 

 어휴오늘 기냥 아주 기냥  날을 잡으신 거네요그렇죠?

 

 둘째

 

 건강 검진 매년 시켜 줘

 

 셋째

 

 동백이가 아프든 뭘 하든

 

 뭔 소리를 하든 간에

 

 헤어지지 마

 

 (정숙)  필구도 한 번 크게 걸릴 거고

 

 네 집도 한 번 걸리겠지만

 

 그까짓 건 개코도 아니야

 

 너희들만 굳건하면 나머지는 다 따라와

 

 동백이가 헤어지자 그래도

 

 네가 버텨

 

 돌부처처럼 기다려 줘

 

 어머니저는요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정숙)  용식아

 

 [아련한 음악]

 

 우리 동백이

 

 징글징글하게

 

 외로웠던 애야

 

 혼자 두지 마

 

 걔 그만 좀

 

 혼자 있게 해라

 

 (정숙)  정숙이 인생 참

 

 [헛웃음]

 

 [울먹인다]

 

 차라리 오지 말걸

 

 와서 보지 말걸

 

 [코를 훌쩍인다]

 

 보니까 더 살고 싶어

 

 [울먹인다]

 

 자꾸 더 살고 싶은데...

 

 [울먹이며]  어떻게 죽어

 

 [흐느낀다]

 

 (어린 동백)  엄마!

 

 동백아!  [웃음]

 

 엄마장미 이모네 뽀삐가

 

 아기 다섯 개 낳았어!

 

 - 그래?  - (어린 동백!

 

 뽀삐 행복하겠네?

 

 아니지아기가 행복하지

 

 [정숙과 어린 동백의 웃음]

 

 (정숙)  가자

 

 (어린 동백)  아기들이 태어났으니까 행복하지

 

 [정숙의 웃음]

 

 (정숙)  동백이도 태어나서 행복해?

 

 (어린 동백)  너무너무 행복해

 

 [정숙의 웃음]

 

 (정숙)  엄마도

 

 동백이가 있어서

 

 (정숙)  너무너무 행복했어

 

 [놀라는 숨소리]

 

 [한숨]

 

 [울먹인다]

 

 [초인종이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동백의 놀란 숨소리]

 

 [초인종이 연신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이 연신 울린다]

 

 (동백)  엄마 어디 있어요?

 

 저기동백 씨

 

 (동백)  엄마를엄마를 찾아와야죠엄마...

 

 [변 소장의 한숨]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동백의 떨리는 숨소리]

 

 [변 소장의 한숨]

 

 (변 소장)  시내 모텔서

 

 찾긴 찾았는데

 

 [한숨]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찾았어요

 

 [아련한 음악]  (정숙)  나는

 

 (정숙)  남자 보는 눈이 너무 없었어

 

 [아기 동백이 엉엉 운다]  술 취한 아비가

 

 자기 마누라한테 던진 소주잔에

 

 네 뒤통수가 째졌는데

 

 그때 내가 눈이 돌데?

 

 소주병으로 걔 머리통을  갈기고 나와 버렸어

 

 (정숙)  너는 자꾸 크는데

 

 널 달고 일할 데가 있어야지

 

 주방 쪽방에서 같이 살게 해 준다길래

 

 룸살롱 주방 일을 했는데

 

 (정숙)  아유지지지지

 

 남이 먹던 걸 왜 먹어?

 

 이거 오빠가 먹던 거야

 

 오빠

 

 (정숙)  네가 '오빠오빠소리를 배우더라

 

 아프다니까?

 

 너 진짜 한 번만 그 소리 더 하면

 

 엄마 그냥 확 혀 깨물고 죽을 거야!

 

 오빠가 왜?

 

 너 한 번만 오빠 소리 더 하면

 

 엄마 너랑 못 살아

 

 연탄 할아버지한테 팔아 버릴 거야

 

 (정숙)  알았어?

 

 [떨리는 숨소리]

 

 [정숙이 어린 동백을 탁 때린다]  (정숙)  '아빠아빠'도 못 해 본 내 딸이

 

 오빠 소리 배운 게

 

 그렇게 싫더라고

 

 [한숨]

 

 (정숙)  돌고 돌다가 술집 언니들  식모 노릇도 꽤 했는데

 

 (마담)  아유하여간 저 돈 안 갚는 정숙이 년

 

 저거아주 그냥

 

 아주 원수밥탱이 같은  정숙이 년 저거아유

 

 (여자1)  너 내 이자도 밀렸어

 

 (정숙)  서른 살 먹은 년 지문이

 

 다 닳아빠지게 일을 해도

 

 애 하나 키우기가 허덕허덕하더라고

 

 (마담)  어이미스 동백이

 

 너 얼른 커서 엄마 빚 갚아 줘라?  [여자2가 피식 웃는다]

 

 너 스무 살 되면  내가 좋은 데 취직시켜 줄게

 

 [화투 패를 탁 치며]  네가 커서 갚는 게 빠르지

 

 내가 저놈의  정숙이 년 믿다가는...

 

 [화투 패를 탁 치며]  아이고뭐냐이거벌써 붙었어?

 

 - (여자2) 어  내 패 봐 봐

 

 - 이년아너 터진 주둥아리라고  - (마담깜짝이야어떡해

 

 애한테 할 소리야감히 내 딸한테!  [마담의 아파하는 신음]

 

 이 나쁜 년 같으니라고

 

 [마담의 아파하는 신음]  [정숙의 분에 찬 숨소리]

 

 - (여자2) 언니괜찮아?  - (마담아파  [정숙이 씩씩거린다]

 

 (정숙)  근데 자꾸 뛰쳐나와 봐야  갈 데가 있나?

 

 못 먹고 커서 그런가?

 

 배고프단 소리는  하루에 골백번씩 하는데

 

 엄마

 

 (정숙)  ?

 

 나도 하드

 

 [순번 알림음]

 

 [정숙의 한숨]  (정숙)  속창아리가 타들어도 어떡해?

 

 그놈의 돈이

 

 돈이 죽어도 없는데

 

 (동백)  아휴이것 좀 그만 마셔

 

 나 지금도 이것만 보면 토할 거 같아

 

 (어린 동백)  엄마나도 택시 타 보고 싶어

 

 엄마가 멀미해서 택시 못 타

 

 (정숙)  미안해

 

 (점장)  이거 가지고 가시고

 

 내일은 오지 마세요

 

 아셨죠?

 

 [멀어지는 발걸음]

 

 (정숙)  그렇게 여인숙을 전전하다가

 

 딱 한 번

 

 [흐느끼며]  배고파!

 

 (정숙)  [흐느끼며]  제발 좀

 

 그만 좀 배고파그만 좀...

 

 (정숙)  정말 딱 한 번  [어린 동백이 칭얼댄다]

 

 서울역에서 너를 안고 잤어

 

 [정숙이 흐느낀다]

 

 그리고 결심을 했지

 

 (정숙)  그만 좀 배고...

 

 (정숙)  너를 버려야겠다  [흐느낀다]

 

 [어린 동백이 운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정숙)  너 학교 가야 되잖아

 

 근데 거기서 학교 가면

 

 급식도 공짜고

 

 옷이랑 책가방도 다 준대

 

 그러니까 들어가서

 

 '나 일곱 살이에요'

 

 '내년에 꼭 학교 보내 주세요'  그래야 돼

 

 (정숙)  네 이름이 뭐냐 그러면  [매미 울음]

 

 그냥 동백이

 

 일곱 살 동백이라고 해야 돼

 

 [정숙의 한숨]

 

 그리고 엄마 이름이 뭐냐 그러면

 

 그냥 모른다고 해야 돼

 

 

 

 엄마 부탁이야

 

 (정숙)  이 모질이야

 

 내 부탁을 제대로 기억했어야지

 

 그래야지 너 여기서 살 수 있어

 

 엄마가 돈 많이 벌어 올 테니까

 

  1년만 기다려

 

 ?

 

 기다리라고

 

 엄마 부탁 알아듣지?

 

 [정숙이 울먹인다]

 

 [남자2의 술 취한 신음]  [TV가 지직거린다]

 

 (정숙)  고아원에 딸내미 맡기고 온 어미한텐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더라

 

 (주인)  너 조동아리 딱 붙이고  있을 거면 나가

 

 나가!

 

 그 죽상으로 묵념을 하고 앉아 있는데

 

 누가 술 먹으러 오겠냐?

 

 웃든가 노래를 하든가

 

 [주인의 짜증 섞인 한숨]

 

 너 나가

 

 나가이년아!

 

 아유어디서 이런

 

 재수 없는 게  굴러 들어와 가지고진짜

 

 너 내가 당겨 준 돈 내놓고 나가

 

 알았어이년아?

 

 아유재수 없어진짜

 

 [정숙이 젓가락으로 박자를 맞춘다]

 

 (정숙)  ♪ 연분홍 치마가 ♪

 

 ♪ 봄바람에 ♪

 

 [떨리는 목소리로]  ♪ 휘날리더라 ♪

 

 [아련한 음악]

 

 [울먹이며]  ♪ 오늘... ♪

 

 ♪ 씹어 가며 ♪

 

 ♪ 산제비 넘나드는 ♪

 

 [떨리는 숨소리]

 

 ♪ 꽃이 피면 ♪

 

 ♪ 같이 울고 ♪

 

 (정숙)  너 고아원 보내고

 

 [계속 노래한다]  그 대폿집에서 젓가락을 들던 순간

 

 ♪ 같이 울던 ♪

 

 조정숙이는 죽었어

 

 ♪ 알뜰한 그 맹세에 ♪

 

 [울먹인다]

 

 ♪ 봄날은 간다 ♪

 

 (여자3)  용철이네 그년 아주?

 

 곗돈 타자마자  그작정하고 날았더라고

 

 (정숙)  그냥 너 찾으려고 산단  마음밖에 없었는데

 

 (여자4)  쟤 왜 저래?

 

 어유저 억척억척그냥

 

 아유가져갈 것도 없는데 진짜  [여자3의 못마땅한 신음]

 

 [여자들이 저마다 못마땅해한다]

 

 (여자3)  아이그깟 여자애 옷  그돈도 안 돼!

 

 그거 뭘 챙겨?

 

 [여자들이 저마다 구시렁댄다]

 

 (정숙)  가난이란 게 꼭 아귀 같아서

 

 쳐 내면 쳐 낼수록 더 달려들더라고

 

 (정숙)  차라리 같이 죽고 말지

 

 못 보고는 못 살겠어서  널 찾으러 갔는데

 

 (간사)  동백이는 LA로 갔어요

 

 LA?

 

 동백이가 왜 LA를 가요?

 

 (간사)  양아버지가 신학과 교수신데

 

 데리고 이민을 가셨어요

 

 두 분 다 정말 훌륭한  복지가 부부시거든요

 

 동백이 같은 케이스는  정말 천운으로...

 

 천운은 무슨 천운이에요!

 

 아니

 

 [가슴을 탁탁 치며]  왜 남의 딸을!

 

 허락도 없이 왜 딴 데로 보내냐고요!

 

 - (원장저기  - (정숙어떡해...

 

 (원장)  근데요

 

 어떻게 허락을 받죠?

 

 누구신 줄 알고

 

 여기다 애를...

 

 버리셨잖아요

 

 여기는 탁아소가 아니에요

 

 [아련한 음악]

 

 (간사)  어머님 마음보다

 

 아이를 생각해 주세요아이를

 

 [떨리는 숨소리]

 

 갈 때는 어땠어요?

 

 좋아했어요?

 

 부잣집이라?

 

 그걸 물어보던데

 

 - (어린 동백근데요선생님  - (간사

 

 택시 못 타는 사람도

 

 비행기는 탈 수 있어요?

 

 [흐느낀다]

 

 (여자5)  아유성님 김치가 최고여

 

 [여자5의 웃음]

 

 (TV  MC1)  어떻게 또 그런  큰 결심을 하게 되셨나요?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여자5)  딴 데 봐야 쓰겄다잉

 

 (정숙)  아이놔둬 봐놔둬 봐

 

 (TV 속 여자6)  고아원에서 울고 있던  작은 꼬마 여자아이가

 

 잊히지가 않더라고요  [MC2가 호응한다]

 

 (TV  MC2)  그리고 그 꼬마가 지금 이렇게...

 

 

 

 전 세계를 누비면서 활동하는

 

 국제 변호사이자 인권 활동가인 거죠

 

 (TV 속 여자6)  저희도 기적 같아요

 

 (정숙)  그때는

 

 내가 널 버린 게

 

 너한테 제일 잘한 일 같더라

 

 (정숙)  깜짝 놀라셨죠?

 

 이거 제가 42만 원 줬어요

 

 백화점에서

 

 모자 좋아하시더라고요  [정숙의 웃음]

 

 [웃으며]  이거...

 

 저기다른 뜻이 있는 거는  절대절대로 아니고요

 

 그냥 너무 감사하니까

 

 [웃으며]  제가 입을 싹 씻고 있기도  죄죄송스럽고

 

 마음 같아서는

 

 제 목숨 한 10년 딱 떼 드리고 싶은데

 

 제가 드릴 거는 없고 그냥...

 

 한번 보시겠어요?

 

 [어두운 음악]

 

 제 딸이

 

 한번 보고 싶대요

 

 동백이

 

 동백이

 

 [난감한 웃음]

 

 어떻게 이름을

 

 네 이름을 기억을 못 해?

 

 (미연)  아주머니

 

 아주머니 딸 찾으실 거예요?

 

 이제 와서 제가

 

 너무 염치없는 일 같기도 하고

 

 그냥 어디선가 잘 살겠거니 하시게요?

 

 [헛웃음]

 

 죽일 년입니다내가

 

 (미연)  천운으로 어디 입양됐다 쳐도

 

 따님은 매일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살았을 거예요

 

 남들은 복에 겨워  거저 얻는 부모 사랑도

 

 나 같은 애들은 눈치 보며  노력해서 따내야 되거든요

 

 '난 엄마한테도 버림받은 애다'

 

 그 팩트 하나가 사람을 평생 허기지고  동동대게 하더라고요

 

 저도 사랑받으려고  매일 아득바득 살았어요

 

 미움받으면

 

 나도 걔처럼 파양될 수 있으니까

 

 [무거운 음악]

 

 (정숙)  너같이 예쁜 애를 왜 파양했을까?

 

 이상하게 너무 알고 싶더라고  [여자6의 어색한 웃음]

 

 [여자6의 어색한 웃음]

 

 (여자6)  그런 걸 왜 물어요?

 

 (정숙)  아유저도

 

 제 딸을 찾다 보니까  그냥 그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여자6의 한숨]  첫 아이는 왜 파양하신 거예요?

 

 그냥 좀...

 

 [여자6의 난감한 숨소리]

 

 [입소리를 쩝 낸다]

 

 애가 묘하게 그늘진 게  이상해서 좀 캐 봤더니

 

 무슨 술집에서 컸더라고요

 

 (여자6)  엄마가 술집 여자 같더라고

 

 찝찝하잖아요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데

 

 우리 미연이는  애가 원체 머리가 똑똑해서

 

 유전자도 좀 배운 부모일 거 같은데

 

 걔는 좀...

 

 피는 못 속인단 말이 괜히 있겠냐고

 

 [여자6의 놀라는 신음]

 

 (정숙)  [씩씩거리며]  천벌 받을 년

 

 우리 동백이가  왜 내 팔자를 물려받아?

 

 !

 

 !

 

 [정숙의 분에 찬 숨소리]

 

 [아련한 음악]

 

 (정숙)  근데 겨우겨우 널 찾고 보니까

 

 [동백이 말한다]  네가

 

 (동백)  다 왔다!

 

 (정숙)  진짜로 술집을 하고 사는 거야

 

 그것도 미혼모로

 

 [동백이 아기 필구를 어른다]

 

 (정숙)  정말로 내 팔자를 물려받았나

 

 [문이 스르륵 열린다]  억장이 무너졌는데

 

 (동백)  뭐야말 안 할 거야?

 

 ?

 

 진짜?

 

 (정숙)  근데 가만 들여다보니까  [향미가 말한다]

 

 너도 하나 낳아 봐

 

 [옅은 웃음]

 

 (정숙)  네가 웃어

 

 (동백)  그게...

 

 (정숙)  네가 웃는 거야

 

 [금옥과 동백이 키득거린다]

 

 너는 나랑 다르더라고

 

 (정숙)  못 해 준 밥이나 실컷 해 먹이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정숙)  네가

 

 나를 품더라

 

 내가 네 옆에서

 

 참 따듯했다

 

 (정숙)  이제 와 이런 얘기를

 

 너한테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 주고 싶어서야

 

 [차 문을 달칵 연다]

 

 동백 씨

 

 못 보시겠어요?

 

 [한숨]

 

 (정숙)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 있지 마

 

 (정숙)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아훨훨

 

 7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정숙)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엄마

 

 [한숨]

 

 [울먹이며]  엄마

 

 [한숨]

 

 엄마

 

 엄마

 

 [흐느낀다]

 

 [정숙의 한숨]

 

 그거 떼 준단 소리를 안 해야지 내가

 

 더 보다 가지

 

 (정숙)  아유

 

 그럼 엄마는?

 

 엄마는 나랑 7 3개월 어땠는데?

 

 ?

 

 어땠는데?

 

 나한텐

 

 적금 타는 거 같았어

 

 적금?

 

 엄마는

 

 [옅은 웃음]

 

 이번 생이 너무 힘들었어

 

 정말 너무 피곤했어

 

 (정숙)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 같았는데

 

 너랑, 3개월을 더 살아 보니까

 

 ''

 

 ' 7 3개월을 위해서'

 

 '내가 여태 살았구나싶더라

 

 [아련한 음악]

 

 독살맞은 세월도 다 퉁 되더라

 

 아이나는 퉁이 안 되는데

 

 엄만 퉁이 되네?

 

 [울음 섞인 웃음]

 

 나만 퉁 됐네?

 

 [웃음]

 

 [정숙의 옅은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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