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9
 (종렬)  골든 글러브니 MVP니
 난 그런 거 다  최연소로 먹어 본 사람이라고, 내가
 [종렬의 한숨]  [술이 조르르 흘러나온다]
 [숨을 카 내뱉으며]  근데
 뭐, 그냥 어린놈이
 적당, 적당히 하다가  세상을 가져 보니까 있잖아
 [종렬의 헛웃음]
 사는 게 좀 만만하데?
 그래서 다 그냥 그렇게  저절로 살아지는 줄 알았어
 (종렬)  여덟 살 용돈은
 하루 한 장이면 될까?
 내가 시세를 잘 몰라서
 (종렬)  애도 데려오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고
 (종렬)  아휴, 내가 널 뭐라고 소개해?
 스캔들 나면 서로 귀찮잖아
 [종렬의 옅은 웃음]
 (종렬)  사람도
 그냥 저절로 옆에 있을 줄만 알았고
 (종렬)  [한숨 쉬며]  결혼도 하기만 하면
 다 그냥 저절로 살아지는 줄 알았다고
 근데 내가 오늘 주먹으로  코를 맞아 보니까
 아, 뭐가 번쩍하데?
 [종렬의 아파하는 신음]
 (종렬)  야
 너 지금 나 코 때린 거야?
 너 덤빌 거면 네 거 다 걸고 덤벼
 난 한 번도
 내 거 다 걸고
 뭘 지켜 본 적이 없더라고
 그래서 아빠가
 벌을 받나 봐
 (정숙)  얘, 집에 오니까 마음이 편한가
 (정숙)  밥을 두 공기나 먹고 곯아떨어졌어
 [웃으며]  내일은, 야
 6시에 자기 깨우래  준기 만나러 간다고
 [정숙의 웃음]
 (동백)  필구 양치는 했지?
 (정숙)  어, 아이
 양치는 내가 시킬 테니까
 너, 이...
 좀 늦게 들어와도 돼
 이게 뭐야?
 아, 그거 홈 쇼핑 중독이야  고만 좀 사
 그, 야
 뭐, 저, 저, 찜질방이나  사우나 같은 데 가서
 어떤 때는 좀 자고 와도 되고
 (정숙)  까불이도 잡힌 판에, 그  당사자 간의 뭐, 어떤, 저
 포상 휴가 같은 거 가고  그러면 너무 좋잖아
 엄마, 나 용식 씨랑 헤어졌어
 그러니까 그, 좀  쓸데없는 얘기 좀 하지 마
 (정숙)  얘
 [동백이 혀를 쯧 찬다]  [당황한 숨소리]
 걔가 너랑 헤어진대?
 네가 차였어?
 찼어
 아, 왜? 네가 뭔데?
 두 등신이 그렇게 순순히 헤어졌다고?
 응, 순순히
 그냥, 음...
 아주 잘
 그냥 너무 잘
 너무 잘 헤어졌어
 [애잔한 음악]
 (용식)  [헛기침하며]  기냥
 인제 헤어졌으니께
 당장에 '혼자 가셔라' 그러기는
 싫어 갖고요
 무슨 헤어지는 판에 우직하고 그래요?
 그냥 어, 얼른 가요
 그러면
 [입소리를 쩝 낸다]
 저 갈게요
 가요
 [용식의 가쁜 숨소리]
 (동백)  왜요, 왜? 왜 돌아와요?
 근디 동백 씨
 (용식)  그래도
 그래도요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해요
 저는 동백 씨 편이니께
 하,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이 와중에 무슨 내 편이야? 참
 하, 아이, 뭐...
 까불이도 잡혔겄다
 동백 씨는 기냥
 기냥요, 좀, 어
 하던 대로 사셔요
 뭐, '행복해라', 뭐  그런 얘기는 안 해 줘요?
 뭣 하러 고딴 소릴 해요?
 [코를 훌쩍인다]
 내가 뭐, 행복해라, 뭐, 어째라  떠들지 않아도요
 동백 씨는 필히
 행복하실 거예요
 (용식)  동백 씨는 참
 멋지고
 고운 분이니께
 근데요, 용식 씨가 해 주는  그런 말들이 나한텐
 막
 좀 주문 같았어요
 용식 씨가 자꾸 그런 말을 해 주니까
 제 세상이
 진짜로 좀 바뀌더라고요
 고마웠어요, 진짜
 (용식)  근디
 진짜로요
 우리 진짜로
 헤어지죠?
 (동백)  나는 종렬이랑도 엄마랑도
 좋게 헤어져 본 적이 없어서
 그 굿바이란 게  진짜 있는지도 몰랐는데
 (동백)  [뽁뽁이를 탁 터뜨리며]  음, 근데 굿바이, 그거
 해 보니까 더 짜증 나데?
 용식이 아까워서 더 짜증 나
 너 필구 하나 보고  수절한다는 거야, 그럼?
 엄마, 있잖아, 내가 옛날에
 아유, 뭐에 홀렸었나?
 [혀를 쯧 찬다]
 사는 게 너무 고달파 갖고
 '그, 번개탄으로 죽으면  막 되게 힘든가?'
 찾아만 본 적 있었...
 (정숙)  아이고, 아이고, 진짜, 이런, 쯧
 (동백)  찾아만, 찾아만 본 적이 있었는데
 근데 갑자기 필구가
 '엄마'
 [웃으며]  '엄마', 그러는 거야
 어? 처음으로 날 '엄마' 부르더라고
 [부드러운 음악]
 씁, 근데 참 희한한 게
 그 소리 하나에 단박에  지옥이 천국으로 바뀌더라?
 [한숨]
 필구는 나한테 신이야, 신
 (동백)  응
 내 이번 생은  필구한테 올인 해도 돼, 뭐
 동백아
 외로워
 외로운 거 사람 잡아
 내가 외로울 새가 어디 있어?
 [뽁뽁이를 부스럭거린다]
 [뽁뽁이를 톡톡 터뜨린다]
 (정숙)  어유
 [정숙의 힘겨운 숨소리]
 아유, 무슨 실연을 김장으로 이기니?
 (동백)  마음은 울지만 손은 바쁘다  [정숙의 한숨]
 [정숙이 대야를 탁 놓는다]  - (정숙) 어유  - 엄마, 무 좀, 무 가져와, 무
 이제 무 하자
 [한숨]
 (용식)  몸을 괴롭혀
 뇌를 속인다
 (동백)  나도 드라마처럼
 만사를 작파하고  가슴앓이만 하고도 싶지만
 (용식)  TV 속 그 여유로운 이별은  [남자1이 컥컥댄다]
 아저씨, 아저씨!
 (용식)  그야말로 로망일 뿐  [짜증 섞인 신음]
 집이 어디시냐고요, 예?  [남자1이 구토한다]
 (동백)  예, 두루치기 나가요!
 (동백)  실연은 나를 쓰러트려도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월세는 나를 일으키고
 [시계 알람음]
 [알람음이 툭 끊긴다]
 (용식)  가차 없이 굴러가는  쳇바퀴의 인정머리가
 차라리 나를 살린다
 [한숨]
 (동백)  까딱하면 까불이가 나보다
 키도 더 작겠더라고
 알지? 그런 사람들 잡고 보면
 "고 최향미"
 그냥 엄청 아저씨고
 막 완전 보통 사람이고 그런 거
 [동백이 혀를 쯧 찬다]
 [한숨]
 [동백이 훌쩍인다]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  그러게 왜 네가 배달을 간다고 나가서
 [훌쩍인다]
 응? 그걸 왜 네가 간다고...
 [애잔한 음악]
 나도 스쿠터 탈 수 있는데
 [동백의 신난 탄성]
 [웃으며]  와!
 와, 이거 장난 아니네?
 아, 신나!
 [신난 탄성]
 [웃음]
 [웃음]
 [힘겨운 신음]
 아이, 잠깐만, 근데 이거
 - 어떻게 돌아가지?  - (향미) 언니!
 (향미)  언니!
 - (동백) 향미야!  - (향미) 언니!
 [향미의 가쁜 숨소리]
 [향미의 감탄하는 신음]
 (향미)  언니 이제 혼자 타네, 타!
 언니 지금 혼자  두 정거장 온 거 알아요?
 내가 저 사거리부터 손을 놨는데
 언니가 혼자 운전을 하더라고
 [향미의 힘겨운 신음]  향미야
 너 그래서 여기까지 계속 따라온 거야?
 뛰어서?
 언니가 은근 운동 신경이 있다니깐요?
 [웃음]
 야, 그렇다고 계속 따라와?
 그냥 거기 있지
 언니 자빠질까 봐요
 [웃음]
 (동백)  [흐느끼며]  그러게 왜 네가 배달을 가, 향미야
 [연신 흐느낀다]
 난 어떻게 살라고?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돈을 갖고 튀었으면
 어디로 토껴서 좀 잘 살기나 하지
 [훌쩍인다]
 왜 돌아와?
 (동백)  [한숨 쉬며]  엄마
 근데 나는 왠지 계속
 향미가 안 죽은 거 같아
 (정숙)  네가 놔줘야지 올라가서 편히 쉬지
 (정숙)  응
 [동백이 뚜껑을 달칵 닫는다]
 [코를 훌쩍인다]
 [한숨]
 근데
 엄마는 올라가서 편히 쉴 생각 하지 마
 엄마도 죽으면 나 줄초상이야
 그땐 나 진짜 넘어가
 [동백이 훌쩍인다]  아, 내가, 내가 요즘에 너 때문에
 콩팥이 아니고 머리가 아픈 거 같아
 [한숨]
 엄마, 이제 향미도 없고
 나 용식이랑도 끝났어
 그러니까 엄마가 좀 옆에 있어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네 콩팥
 나한테 절대 못 줘
 (동백)  나도 분명히 말했어
 죽지 말라고
 살아서 나한테 빚 갚아
 (정숙)  그게 갚는 거냐? 빚만 더 지는 거지
 (동백)  엄마
 엄마
 근데 있잖아, 나 좀 속상해서 그런데
 손 좀 잡고 가면 안 돼?
 우리는 원래 소, 손 안 잡나?
 (정숙)  아이고, 참, 너는 속도 좋다
 넌 내가 그렇게 좋냐?  [동백이 훌쩍인다]
 (동백)  아, 몰라, 그냥  '엄마, 엄마' 부르는 것도 좋아
 그러니까 잔소리 말고 옆에 좀 있어
 [한숨]
 (동백)  변호사님
 [다가오는 발걸음]
 (동백)  어...
 (동백)  아...
 음, 뭐
 오늘 장사 안 해요?
 [지글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나 두루치기 하나 시켰는데?
 (동백)  아니, 뭐, 다들 그냥  손님이 왕인 줄 아는데
 사실 여기선 제가 왕이에요
 제가 주고 싶으면 막 그냥  막 드리는 거예요
 그래서 규태한텐 땅콩을 안 줬고?
 한 번도요
 [웃음]
 안 줬어요
 [자영과 동백의 웃음]
 동백 씨는 어떻게 그렇게 웃어?
 (자영)  동백 씨 그렇게 웃는 거
 사람 되게 후달리게 하는 거 알아?
 [웃음]
 변호사님이 저 때문에 후달리세요?
 [레버를 탁 돌린다]  [동백의 옅은 웃음[
 [피식 웃는다]
 어떤 사람들은 동백이가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
 (자영)  '아유, 저 딱한 거' 이러면서
 은근히 위안 삼는 거지
 근데 툭툭 동백이가 잘 웃어
 [피식 웃는다]  그게 또 기가 막히게 이쁘다?
 그러니까 약이 오르지
 심보가 후달리지
 [잔을 탁 내려놓으며]  그러니까 동백 씨
 자꾸 웃어
 동백 씨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보란 듯이 보여 주라고
 [숨을 들이켠다]
 근데  [웃음]
 저 남들 보란 듯이 행복하고 그런 건
 진작에 포기했어요
 왜 포기를 해?
 (동백)  쯧, 뭐, 남들 보기야 어떻든, 뭐
 그건 걔들 생각이고
 저도 원래는 좀
 행복을 수능 점수표처럼 생각했었어요
 남들이 줄 세워 놓은 표를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음, 난 어디쯤인가?  난 어디 껴야 되나?'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봐도
 답이 없더라고요
 뭐, 어차피 답도 없는 거  거기 줄은 서서 뭐 해요?
 '오케이, 그건 너희들 기준이고'
 '내 점수는 내가 매기면서 산다'  하고 살아요
 뭐, 남들 보기야 어떻든
 나 보기에만 행복하면 됐죠, 뭐
 [옅은 웃음]
 동백 씨 마음엔 동백 씨 꽃밭이 있네
 [옅은 웃음]
 (자영)  난 그 수능 표 꼭대기 먹고
 그 유명한 법대 간 사람인데
 내 꽃밭이 없더라
 [자영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저도 혹시 잔 하나 가져와도 돼요?
 (자영)  자기야
 여기 규태 양주 남은 거 있니?
 시바써리?
 - (동백) 언니, 어우, 언니, 언...  - (규태) 아이
 (규태)  아니, 내가 이 누나를 어떻게 업어?
 난 이 누나를 업어 본 적이 없어
 아이, 그럼 어떡해요?  [규태의 한숨]
 언니를 그냥 저기다 재워요?
 '언니'?
 [술 취한 숨소리]  [규태의 한숨]
 너 아주 이 누나랑은 금방 언니 텄다?
 어? 나한텐 죽어도 그냥
 어, 오빠 소리 한 번을 안 하더니
 (규태)  이거야말로 역발상이지, 응? 치...
 역차별이겠죠
 아휴, 헛소리 그만하세요, 진짜
 아, 그리고 제가 언니한테는, 그
 얘기했어요
 뭔 얘기?
 내 얘기?
 내 얘기 좀 잘해 줬어?
 아니요, 그
 향미 얘기요
 (동백)  우리 향미가 그렇게  막 나가는 애는 아니라고
 제가 얘기했어요
 치...
 [코를 훌쩍인다]
 (동백)  그리고 사장님, 그
 이혼도 뭐, 조정 기간인가  그런 게 있다면서요
 아직 100% 잘린 건 아니니까
 다음에 언니하고 같이 오시면
 제가, 그
 [이를 악물며]  땅콩 서비스 그, 8천 원, 그거
 그거 서비스 드릴게요
 노 사장님 앞으로
 [차분한 음악]
 동백아
 뭐요?
 아이, 사장님, 울어요?
 (동백)  아휴, 진짜
 [헛웃음]
 [어색한 웃음]
 그래  [문이 스르륵 닫힌다]
 야, 너 가게 전세로 돌려 줄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또각 소리가 난다]
 너 돈 좀 되니?
 [자영의 한숨]  꿔 줘?
 [벅찬 한숨]
 (자영)  출발!
 [선수들이 수군거린다]
 (종렬)  어?
 아, 뭔 난리?
 인터넷이 왜?
 [의미심장한 음악]  (종렬)  제시카가
 까불이를 이겼다
 [제시카의 놀란 숨소리]
 [레베카가 칭얼댄다]
 (뉴스 속 앵커)  그럼 여죄까지 밝힌다던 경찰은
 [뉴스 속 복준이 머뭇거린다]  피의자의 입만 보고 있는 겁니까?
 (뉴스 속 복준)  어,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은 좀 맞고요
 지금도, 어, 문제가 되는 거는
 어, 피의자 변호인 측에서 이 박 씨의
 에, 과거 정신과 진료 이력을 내놨어요  [오준의 못마땅한 신음]
 (변 소장)  아이고  [리모컨을 툭 내려놓는다]
 또 심신 미약이구먼, 또 심신 미약이야
 (변 소장)  어유  [혀를 쯧 찬다]
 아이, 진짜 찜찜하네
 (변 소장)  아, 왜?
 까불이가 심신 미약으로  뭐, 감형받을까 봐? 응?  [용식이 혀를 쯧 찬다]
 아이, 그게 아니고요
 흥식이 진짜 이사 간대요?
 뭐, 진짜 이사 가게?
 [흥식의 어색한 웃음]
 (흥식)  이제 누가 저를 출장 부르겠어유?
 (용식)  니네 아부지가 그랬지  뭐, 니가 그랬냐?
 [흥식의 한숨]
 근데
 나도 공범 맞아요
 아빠 다리 나은 것도 알았고
 아빠가
 고양이 밥에 약 타는 것도 알았고
 근디 너는 고양이 좋아했잖어
 왜 그걸 기냥 이렇게 냅둬?
 아빠가 시끄러운 걸 끔찍해하니까
 고양이들이 밤에 울면 좀...
 [흥식이 숨을 들이켠다]
 (흥식)  분풀이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날은
 본인도 화가 주체가 안 되니까
 아이, 씨, 쯧  [애잔한 음악]
 쯧
 아, 옹산서 나고 자란 놈이, 뭐
 뭐, 어디 가서 뭐, 뭐 하고 살게?
 (흥식)  [웃으며]  아휴
 우리 아빠 형 때문에  안경도 못 쓰고 갔네
 [한숨]
 이 와중에 아부지 안경은  또 걱정하고 자빠졌어, 쯧
 저도 미워유
 미워도 어떡해요?
 아빤데
 살인자 아빠여도
 아빠는 아빠니까
 쩝, 아휴, 씨, 쯧
 (용식)  아이, 줘, 줘, 줘, 줘, 줘, 한번 줘 봐  괜히 그, 쪼물딱거리지 말고
 (용식)  아휴, 씨, 쯧
 (정숙)  아이, 너 왜 졸졸 따라와?
 화, 목, 토 엄마 병원 가는 거잖아
 나 눈치는 있어
 아이, 그래서 뭐?
 너 가 가지고  나 투석 받는 거 지켜보고 있게?
 (정숙)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어
 나도 보여 주기 싫은 거  안 보여 줄 권리 있다고
 엄마, 그 투석이 또  그렇게 엄청 힘들다며?
 그냥 그, 이식이 최고래
 [놀라는 숨소리]  동백아, 죽든 살든
 내 생사는 내가 택할 권리 있다니까  왜 이래, 진짜!
 아니, 엄만 죽을 권리가 없어
 내가 왜?
 엄마 나한테  딱 7년 3개월짜리 엄마잖아
 [당황한 숨소리]
 뭐?
 엄마 나랑 얼마나 살았는지 알아?
 (동백)  어려서 7년
 이제 와서 세 달
 딱 고거 살았어!
 그런 엄마가 어디 있어?
 [한숨]  겨우 7년 3개월짜리 엄마면서 뭐?
 고깟 보험금으로  나보고 떨어져 나가라고?
 [무거운 음악]
 엄마
 엄마 고아로 커 봤어?
 엄마는 내 인생에 매일매일 있었어
 매일매일 수도 없이 상처 줬어!
 나 억울하고 약 올라서
 고깟 보험금으로 퉁 못 쳐 줘
 나 엄마랑 20년은 살아야겠어
 그러니까 살아
 살아서 빚 갚아!
 [속상한 숨소리]
 엄마 노릇 해!
 [멀어지는 발걸음]
 [코를 훌쩍인다]
 아휴, 망할 년
 사람을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해, 왜?
 [수간호사의 한숨]
 (수간호사)  화요일 날 오시기로 했으면  화요일 날 오셔야 돼요
 아시잖아요
 투석이란 게  하루만 늦어도 진짜 위험한 거
 그게 늦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한숨]
 저희는 투석 지각은 자살이라고 봐요
 [한숨]
 (동백)  수간호사님 이모는  투석 하루 늦었는데
 골프 치다가 돌아가셨대
 엄마 지금 목숨 놓고, 뭐  도박하는 거야?
 '살려면 살고 말려면 말라'야? 어?
 너 투석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지?
 이거 사람 피 다 빼서  갈아서 넣는 거야
 (정숙)  무시무시하지?
 아파, 엄마?
 몸도 몸이고
 기분도 아주 거지 같아
 사람이, 야, 이까짓 기계에  구걸해서 연명하는 게
 얼마나 우울하고  무력한 건지 네가 알아?
 내가 지금 담당 쌤 만나서
 수술 날짜 잡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엄마
 (동백)  엄마, 무서워?
 어? 내가 옆에 있어 줘?
 [동백의 한숨]
 그래서?
 너는 7년 3개월이 어땠는데?
 괜찮았어?
 괜찮았어?
 아이고, 참, 속도 좋다
 속도 좋아
 [한숨]
 그러니까 힘들어도 참아
 엄마 위해서 말고 나 위해서 살아, 어?
 [한숨]
 (형사1)  드셔요, 예
 덮밥 좋아하시잖아
 아, 근데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까불지 마'예요?
 아이, 뭘 까불지 말란 건지  말씀을 해 주셔야 안 까불지
 물이나 떠 와
 [형사2의 힘주는 숨소리]
 (용식)  아이, 내가 잡은 내 피의자  내가 만나겠다는데 뭐요? 예?
 면회든 취조든  나도 끝까지 파 볼 권리가 있고...
 아니요
 우리 순경 나리에겐  그럴 권리가 없고요
 우리 순경 나리는 저기  동네 치안에나 힘쓰세요, 응
 나 기냥 우기려고 온 거 아니고요
 옆구리에 칼 차고 왔어요
 (용식)  명분이 있다고
 아, 뭔데, 뭐, 뭐? 뭐?  [형사3의 한숨]
 박석용 씨 아들 면회
 왜 제한해요?
 (용식)  씁, 눈 나쁜 사람 앞 못 보게 하는 거
 이거는, 이거, 이거  심각한 인권 침해 아닌가?
 (형사3)  아이, 그, 접견 제한은, 예?  형사 재량이고요, 예?
 잉  [코를 훌쩍인다]
 그럼 나도 내 재량껏  인권위에다 제소 좀 해야겄네
 아시쥬?
 요즘은 형사님 재량보다, 그  살인자 인권이 더 중요한 거
 [문이 달칵 열린다]
 (용식)  여, 여, 여
 저, 면회 중에는 저거  그리고 이거, 잉? 켜지 마요
 요거는 이, 인권, 인권 문제니께
 (형사3)  예, 인권
 10분 내로 끝내기나 하세요
 [문이 탁 닫힌다]
 [애잔한 음악]
 (용식)  흥식이 이사 간대요
 살인은 아부지가 했는디
 왜 흥식이 밥줄이 끊겨야 돼요?
 저도 아자씨 생각하면  말 섞고 자시고 하기도 싫은디
 [용식의 떨리는 숨소리]
 흥식이 생각해서
 마지막 심부름이나 하려고 온 거예요
 저 가요
 (석용)  사람들이 흥식이 사람 취급 안 혀?
 살인자 자식이라고?
 [용식의 한숨]
 (용식)  그래도 흥식이는 그러데요
 살인자 아빠라도 아빠는 아빠라고
 아부지는 자식을 공범 만드는디
 걔는 아부지 안경을 갖다주래요
 걔가 왜 공범이여?
 아자씨 여기서 입 닫고 계시는 동안
 밖에선 흥식이 신상 다 털렸고요
 (용식)  벌써 파묻혔어요
 흥식이 생각해서라도
 아부지답게
 죗값 받으셔유
 [의미심장한 음악]  (석용)  걔들이 그렇게 까불어!
 그렇게 까부니께 죽는 거잖어
 [문이 달칵 열린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달칵 닫힌다]
 근데
 근데 그거 다 합성이야
 (제시카)  다 합성이고
 아, 우리 엄마가 다 고소할 거래
 [종렬의 한숨]  로펌도 다 구할 거고...
 [한숨]
 뭐?
 핸드폰 줘
 너 당분간 핸드폰 보지 마
 (종렬)  컴퓨터도 켜지 말고 SNS도 하지 마
 기사 댓글 그런 거 보지 말라고
 [어두운 음악]
 [훌쩍인다]
 [흐느낀다]
 (제시카)  너 사실은 내가 웃기지?
 '이혼, 이혼' 노래를 하더니
 아주 이혼 사유가 딱 나왔네
 넘어진 놈 팽개치고 가냐?
 이혼을 해도 지금은 안 해
 너 지선이 엄마고
 내가 너 우스운 엄마 안 만들어
 (종렬)  내가 어떻게든 다 해결할 테니까
 넌 걱정 말고 인터넷이나 보지 마
 (대표)  까놓고, 어? 어차피 별거 중이었잖아
 어떻게 보면 너랑 상관없는 거고
 [종렬의 한숨]
 (종렬)  그럼 나랑 상관없나?
 어차피 이혼하면 남이니까?
 근데 까놓고 말해서  형이랑 내가 더 남남 아닌가?
 형 돈 버는 건  나랑 더 상관없는 거잖아
 형
 [한숨 쉬며]  아니
 대표님
 와이프 기사
 전부 내려 줘
 형이 지금 이 부탁 들어주면
 나 재계약하고
 뭐, 사채 광고든 행사든  시키는 대로 다 할게, 근데
 형이 이 부탁 안 들어주면
 나 그냥 은퇴할게요
 [제시카가 흐느낀다]
 [휴대전화 전원 종료음]
 [종렬의 한숨]
 근데 오빠 너는 뭐, 똥 묻은 개잖아
 [훌쩍인다]
 나는 그냥 거짓말을 했다 뿐이지
 나는 팩트로 애는 없거든?
 그래
 나 똥 묻은 개 맞는데
 우리 이거 하나만 확실히 하자
 난 알았던 거야
 (종렬)  너 결혼했던 거 난 알았던 거고
 내가 알았으면  세상에 알아야 될 놈 다 안 거야
 [부드러운 음악]  [울먹인다]
 그러니까 넌 거짓말한 것도 없고
 꿀릴 것도 없는 거라고
 알아듣지?
 [흐느낀다]  (용식)  사람은 손절의 순간
 민낯을 드러낸다
 무심함에 가려졌던
 뜨끈한 민낯
 (용식)  무관심 속에 숨겨 뒀던 차가운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긴장되는 음악]  혼자서는 제집 똥수깐도  못 뚫는 것들이 까불기는
 (석용)  어떤 새끼는 제집 도시가스가 나가도  박 씨를 찾고 자빠졌어
 그 주제에 잘난 척들을 하니께  뭐, 별수 있어?
 나도 죽일 만하면 뭐, 좀
 죽이고 살아야지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서 죽이기 시작한 거예요?
 뭐, 시작이 어렵지
 너희들도 하려면 다 혀
 [용식의 한숨]
 (용식)  김송화 씨도
 그래서 죽였어요?
 그 정신 나간 년은
 고마운 줄도 모르고 까불잖어
 (석용)  정신 나간 년이 술 따라 번 돈으로
 [계산기를 톡톡 두드린다]  맨날 택배만 시켜
 근데 그걸 맨날  우리 가게로 보내는 거야
 그날은 착불이라고 기사가
 나한테 2,500원을 뜯어 가데?
 (석용)  참...
 (석용)  근데 그년이 내 거스름돈을 안 받어
 받지를 않아
 근데 걔 표정이
 아, 아, 잔돈은 됐어요
 (석용)  표정이...
 [삐 소리가 울린다]
 내가 회까닥하면  그렇게 귀에서 소리가 들려
 그러니 내가 시끄러워 살 수가 있어?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켠다]
 이, 시계 소리도 못 듣는다고
 [석용의 한숨]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석용)  부녀회장 그년은
 드럽게 깔끔 떠는 년이  변기는 맨날 맥혀
 자기 똥수깐 뚫어 주러 가 줬더니
 [삐 소리가 울린다]  그렇게 나를 졸졸 쫓아다니데?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선숙)  뭐요?
 돈 드렸잖아
 (학생1)  뉴욕 아니고 워싱턴이거든?
 (학생2)  뉴욕이라니깐
 (학생1)  그럼 이 아저씨한테 물어볼까?
 (학생2)  그래
 저 아저씨가 뭘 알겠냐?
 [삐 소리가 울린다]
 (학생1)  하긴
 (석용)  나중엔
 그 소리 때문에 나도 못 살겠더라고
 (용식)  한금옥 씨도
 그래서 죽였어요?
 (금옥)  아니, 자기가 나를 안 좋아하면
 왜 괜히 우산을 빌려주냐고?
 아, 난 왜 똥파리만 꼬이나 몰라
 (석용)  미친년  [성난 숨을 들이켠다]
 우산 한번 빌려줬다고  사람을 똥파리 취급 하데?
 (석용)  그 중국집 배달부는
 내가 기껏 제깟 것들  벌어먹게 해 줬더니, 뭐?
 [석용의 떨리는 숨소리]  그냥 짜장 라면을 끓여 드시지
 꼭 이런 날씨에, 쯧  [삐 소리가 울린다]
 (충수)  한 그릇씩...
 (용식)  까불이는
 (용식)  열등감이 만든
 괴물이었다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그렇게 까불잖어
 향미 씨
 최향미 씨는 왜 죽였어요?
 [코를 훌쩍인다]
 그거는
 그년인 줄 알았어
 동백이
 (석용)  그러게 자기가 배달을 왜 와?
 남의 팔찌까지 차고
 (용식)  낚시터에서 죽여서
 (용식)  호수까지 데려간 거예요?
 (석용)  용식아
 낚시터 수심에다 사람 버렸다간
 이틀이면 떠올라
 [첨벙 소리가 난다]
 [석용의 떨리는 숨소리]
 (석용)  너 그물 던지다가도 긁히는 거 알지?
 물에 던지다가 긁혔어
 (석용)  손톱을 뽑아서 던질걸, 씨, 쯧
 [떨리는 숨소리]
 동백...
 동백 씨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왜 죽이려고 했었어요?
 (석용)  걔가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꾸 건드려!
 자꾸 사람을 긁는다고
 (형사1)  어, 됐다, 됐어  [흥미진진한 음악]
 (형사2)  와, 쟤 잘하네
 (형사3)  쟤 용병으로 쓸까 봐요
 아이!
 아, 기냥 나 면회 좀 시켜 줘요, 기냥!
 [한숨 쉬며]  이 양반아
 그, 형사 재량이  괜히 있는 줄 알아? 그, 어?
 다 이유가 있으니까...
 (형사1)  아니, 근데
 많이 친하셨나 봐?
 그 박석용 씨 아들이랑
 (형사1)  라포르 형성이라고
 뭐, 신뢰니 친근 같은 거 쌓아서  자백받는 수법인데
 뭐, 어려서부터 봤으면, 뭐
 뭐, 친구 아버지면 그건 그냥  확 먹고 들어가는 거니까
 (형사2)  거기다가
 그, 살인자들도 자기 자식한테는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고  [형사3이 호응한다]
 그러니까 거기를  후벼 파시라고, 거기를, 응?
 (형사3)  그러니까 그 순서대로  썰을 좀 풀게 해 봐요, 예?
 그런 순서에서 여죄가 나오는 거니까
 [숨을 들이켠다]
 오케이
 나 다 받아먹었고요
 자, 정리합니다잉
 여기서 키워드는 아들
 아들인 거고요
 정신 바짝 차리고  상황 대기들 하는 겁니다
 아시겠어요들?
 [숨을 후 내뱉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피의자 박석용 씨
 (용식)  일단 범행 여섯 건에 대해서는 싹 다
 전부 자백을 하셨고요
 요 안경
 요 안경은 자해나 상해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검열해서 압수한 걸로 합니다잉
 [입소리를 쩝 내며]  이깟 안경이고 뭐고 기냥 다 핑계고요
 저 아자씨 보고 싶어서 왔어요
 저 끝까지 가는 놈이고요
 끝까지, 지대로
 벌 받게 해 드리려고요
 [옅은 숨을 들이켠다]
 [석용이 숨을 씁 들이켠다]
 [석용의 헛기침]
 니 생각엔
 그렇게 될 거 같어?
 아자씨
 [용식이 숨을 들이켠다]
 (용식)  우리 할머니요
 진짜로 심신이 미약했는디
 소 잡는 거 보고 기절을 하셨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심신이 미약한디 사람 죽인다는  고딴 거 나는 이해 안 가고요
 보통 사람들이 우발적으로 하는 거는  차바퀴나 냅다 차는 거지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진 않거든요
 심신 미약 범죄니 우발적 살인이니
 그딴 어려운 말들 난 싹 다 모르겠고요
 [떨리는 숨소리]
 기냥 이거저거 토 달아서  감형받고 그러지 마요
 까불이가 달게 벌 받을 때까지
 나는 끝까지 갑니다
 끝까지
 (찬걸)  신장은 공여자가 없어서 문제지
 남한테도 받아요
 근데 따님이면, 뭐
 그럼 그냥 수술 날짜를  잡으면 안 돼요?
 그게 엄마 동의가 꼭 필요해요?
 씁, 그, 따님 동의가 필요하죠
 어머니한테 대충 상황은 들으셨죠?
 [웃으며]  검사해 보나 마나죠
 딸이면 거의 100%잖아요
 그렇기는 그렇죠?
 [입소리를 쩝 내며]  지금 상태론 이식이 답이니까
 따님이랑 검사받으러 오세요
 [머뭇거리며]  예
 그, 근데 그거
 주는 사람요
 그 떼 주는 사람  암만해도 지장이 있죠?
 신장 이식은  공여자한테나 수혜자한테나
 비교적 안전한 이식이에요
 아...
 아이참
 진짜 염치없게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다 드네
 (찬걸)  음, 근데  [난감한 한숨]
 이 따님 같은 경우는
 필히 검사를 좀 해 보셔야 돼요
 이게 유전병이거든요
 [어두운 음악]
 진짜요?
 (찬걸)  조정숙 씨는 신장 질환 중에서도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이잖아요
 엄마가 다낭성 신장 때문에  신부전이 왔다, 이러면
 딸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꽤 크거든요
 그럼 우리, 우리 딸이  나처럼 된다는 거예요?
 100%는 아니고 50% 정도
 50요?
 아, 아, 아니, 저
 지금 우리 딸은요
 멀쩡한데요
 멀쩡한 애가 왜요?
 (찬걸)  조정숙 씨도  [마우스 조작음]
 48세에 발병하셨다면서요?
 - (정숙) 네  - (찬걸) 원래 다낭성 신장이
 35세 이전에는  잘 발견이 안 되는 병이에요
 [놀라는 숨소리]
 그럼 우...
 그럼 우리 딸이
 저처럼 투석하면서  살 수도 있다는 거예요?
 [떨리는 숨소리]
 [기가 찬 숨소리]
 아, 이 죽겠는 거를
 동백이가 해야 된다는 거잖아요
 [한숨]
 이걸 엄마도 아세요?
 엄마도 다 들은 거예요?
 아휴, 내가
 내 딸 인생의 재앙이네요, 재앙
 이젠 환자분 수치가
 이식이 아니면 힘들다고 보셔야 돼요
 (찬걸)  남한테 받는 건
 빨라도 5년은 더 대기하셔야 되고
 따님이랑 얘기하셔서...
 아니요
 저는 안 할래요
 그거 그냥
 나 더 살자고 우리 창창한 딸
 곶감 빼먹는 거잖아요
 저는
 안 할래요
 근데요, 저는
 그냥 할래요
 그깟 50% 제가 이겨요
 예?
 다행히 제가요
 그렇게까지 재수가 없을 수는 없거든요
 (동백)  다행인지 뭔지
 여태껏 불운은 충분히 다 써 버렸고
 이제는 기필코  행운을 받아 낼 차례였는데
 [자동차 경적]
 아이고, 나한테 참
 시종일관 너무하셔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기사)  안 타요?
 타야겠죠?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동백)  엄마
 [동백의 다급한 신음]
 (수간호사)  어머니 아직 투석 안 받으셨는데?  [동백의 난감한 신음]
 (찬걸)  지금 수치면 그냥 시한폭탄이에요
 바로 데려오세요, 바로
 [동백의 다급한 숨소리]
 [통화 연결음]
 아, 용식 씨, 전화해서 미안한데요
 우리 엄마 좀 찾아 줘요
 [불안한 숨소리]
 (용식)  어머님이 집으로 가실 수 있으니께
 일단 그, 집에 가 계셔요, 아셨죠?
 (동백)  이제야
 엄마가 석 달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보였다
 [아련한 음악]
 (정숙)  소태야, 소태
 [동백의 못마땅한 신음]
 (동백)  단무지 왜 이렇게 쪼끄마해?
 밥에 간은 했어? 응?
 (동백)  그냥 엄마가  자기 건강 챙기는 줄 알았는데
 (정숙)  먹지 말 것, 소금 먹지 마
 간장 먹지 마
 짜고 맛있다 싶은 거 절대 먹지 마
 (동백)  하, 뭘 이런 걸 여기다 붙여 놨어?
 [문이 달칵 열린다]
 [필구의 피곤한 숨소리]
 (필구)  엄마
 필구야, 엄마 좀 안아 줘
 (동백)  엄마가 되어 봐도
 엄마를 못 따라간다
 [한숨]
 (정숙)  언제 어디서 객사를 하든 간에
 무연고자는 안 돼야지
 아이고, 왜 이렇게 자꾸 부어?
 사람 무섭게
 [정숙의 한숨]
 에이, 내가 언제 죽든
 그 팔푼이가 이거는 꼭 잘 봐야 되는데
 (정숙)  그러면
 나 너한테
 유언 좀 해 두자
 (용식)  아이, 저 이제 안 듣고 싶어요, 예?
 안 들을래요! 아유, 진짜...
 (정숙)  너 똑바로 안 들어?
 (용식)  아니, 아유, 참  [정숙의 가쁜 숨소리]
 아이, 그, 살아 계신 분  유언 듣는 것도 그게 좀, 좀
 아유, 조금 좀, 아유, 좀 저기 한디
 아이, 기어코 하실 거면  좀 이, 교훈적인 얘길 하시든가요
 아이, 뭔 그 보험금 타 먹는  방법 얘기만 이렇게...
 교훈이 밥 먹여 줘?
 교훈 나부랭이 지껄이려고 내가
 그 생쇼 하면서 여기까지 온 줄 알아?
 아휴
 사실 생각을 하셔야죠  사실 생각을, 예?
 아이, 지금 그깟 돈 얼마가  그,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깟 돈 얼마가 중요해
 그리고 그거 그깟 돈 아니야
 내 평생의
 자식 버린 엄마 마음이야
 내 한이야
 (용식)  아유, 아유, 아유, 아니
 그, 내가 왜 이런 일을, 저
 [용식의 난감한 한숨]  칠푼이보다 팔푼이가 낫겠지
 넌 경찰이니까
 눈탱이는 안 맞겠지
 알았어요, 예, 예, 일단 알았어요
 아, 알았다고 칠게요, 예?
 (정숙)  아, 야
 끝난 거 아니야
 두 개 더 있어
 두, 두 개...
 어휴, 오늘 기냥 아주 기냥  날을 잡으신 거네요, 그렇죠?
 둘째
 건강 검진 매년 시켜 줘
 셋째
 동백이가 아프든 뭘 하든
 뭔 소리를 하든 간에
 헤어지지 마
 (정숙)  필구도 한 번 크게 걸릴 거고
 네 집도 한 번 걸리겠지만
 그까짓 건 개코도 아니야
 너희들만 굳건하면 나머지는 다 따라와
 동백이가 헤어지자 그래도
 네가 버텨
 돌부처처럼 기다려 줘
 어머니, 저, 저는요
 어차피 그럴 수밖에 없어요
 (정숙)  용식아
 [아련한 음악]
 우리 동백이
 징글징글하게
 외로웠던 애야
 혼자 두지 마
 걔 그만 좀
 혼자 있게 해라
 (정숙)  정숙이 인생 참
 [헛웃음]
 [울먹인다]
 차라리 오지 말걸
 와서 보지 말걸
 [코를 훌쩍인다]
 보니까 더 살고 싶어
 [울먹인다]
 자꾸 더 살고 싶은데, 어...
 [울먹이며]  어떻게 죽어
 [흐느낀다]
 (어린 동백)  엄마!
 동백아!  [웃음]
 엄마, 장미 이모네 뽀삐가
 아기 다섯 개 낳았어!
 - 그래?  - (어린 동백) 어!
 와, 뽀삐 행복하겠네?
 아니지, 아기가 행복하지
 [정숙과 어린 동백의 웃음]
 (정숙)  가자
 (어린 동백)  아기들이 태어났으니까 행복하지
 [정숙의 웃음]
 (정숙)  동백이도 태어나서 행복해?
 (어린 동백)  응, 너무너무 행복해
 [정숙의 웃음]
 (정숙)  엄마도
 동백이가 있어서
 (정숙)  너무너무 행복했어
 [놀라는 숨소리]
 [한숨]
 [울먹인다]
 [초인종이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동백의 놀란 숨소리]
 [초인종이 연신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이 연신 울린다]
 (동백)  엄마 어디 있어요?
 아, 아, 저기, 동백 씨
 (동백)  엄마를, 엄마를 찾아와야죠, 엄마...
 [변 소장의 한숨]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동백의 떨리는 숨소리]
 [변 소장의 한숨]
 (변 소장)  시내 모텔서
 찾긴 찾았는데
 [한숨]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찾았어요
 [아련한 음악]  (정숙)  나는
 (정숙)  남자 보는 눈이 너무 없었어
 [아기 동백이 엉엉 운다]  술 취한 아비가
 자기 마누라한테 던진 소주잔에
 네 뒤통수가 째졌는데
 아, 그때 내가 눈이 돌데?
 소주병으로 걔 머리통을  갈기고 나와 버렸어
 (정숙)  너는 자꾸 크는데
 널 달고 일할 데가 있어야지
 주방 쪽방에서 같이 살게 해 준다길래
 룸살롱 주방 일을 했는데
 (정숙)  아유, 지지, 지지
 남이 먹던 걸 왜 먹어?
 이거 오빠가 먹던 거야
 오빠
 (정숙)  네가 '오빠, 오빠' 소리를 배우더라
 아, 아프다니까?
 너 진짜 한 번만 그 소리 더 하면
 엄마 그냥 확 혀 깨물고 죽을 거야!
 오빠가 왜?
 너 한 번만 오빠 소리 더 하면
 엄마 너랑 못 살아
 연탄 할아버지한테 팔아 버릴 거야
 (정숙)  알았어?
 [떨리는 숨소리]
 [정숙이 어린 동백을 탁 때린다]  (정숙)  '아빠, 아빠'도 못 해 본 내 딸이
 오빠 소리 배운 게
 그렇게 싫더라고
 [한숨]
 (정숙)  돌고 돌다가 술집 언니들  식모 노릇도 꽤 했는데
 (마담)  아유, 하여간 저 돈 안 갚는 정숙이 년
 저거, 아주 그냥
 아주 원수, 밥탱이 같은  정숙이 년 저거, 아유
 (여자1)  야, 너 내 이자도 밀렸어
 (정숙)  서른 살 먹은 년 지문이
 다 닳아빠지게 일을 해도
 애 하나 키우기가 허덕허덕하더라고
 (마담)  어이, 미스 동백이
 너 얼른 커서 엄마 빚 갚아 줘라, 어?  [여자2가 피식 웃는다]
 너 스무 살 되면  내가 좋은 데 취직시켜 줄게
 [화투 패를 탁 치며]  네가 커서 갚는 게 빠르지
 아, 내가 저놈의  정숙이 년 믿다가는...
 [화투 패를 탁 치며]  아이고, 뭐냐, 이거, 벌써 붙었어?
 - (여자2) 어  - 내 패 봐 봐, 하, 참
 - 야, 이년아, 너 터진 주둥아리라고  - (마담) 깜짝이야, 어떡해
 애한테 할 소리야? 감히 내 딸한테!  [마담의 아파하는 신음]
 이 나쁜 년 같으니라고
 [마담의 아파하는 신음]  [정숙의 분에 찬 숨소리]
 - (여자2) 언니, 괜찮아?  - (마담) 아파  [정숙이 씩씩거린다]
 (정숙)  근데 자꾸 뛰쳐나와 봐야  갈 데가 있나?
 못 먹고 커서 그런가?
 배고프단 소리는  하루에 골백번씩 하는데
 엄마
 (정숙)  응?
 나도 하드
 [순번 알림음]
 [정숙의 한숨]  (정숙)  속창아리가 타들어도 어떡해?
 그놈의 돈이
 돈이 죽어도 없는데
 (동백)  아휴, 씨, 이것 좀 그만 마셔
 나 지금도 이것만 보면 토할 거 같아
 (어린 동백)  엄마, 나도 택시 타 보고 싶어
 엄마가 멀미해서 택시 못 타
 (정숙)  미안해
 (점장)  저, 이거 가지고 가시고
 내일은 오지 마세요
 아셨죠?
 [멀어지는 발걸음]
 (정숙)  그렇게 여인숙을 전전하다가
 딱 한 번
 [흐느끼며]  배고파!
 (정숙)  [흐느끼며]  제발 좀
 그만 좀 배고파, 그만 좀...
 (정숙)  정말 딱 한 번  [어린 동백이 칭얼댄다]
 서울역에서 너를 안고 잤어
 [정숙이 흐느낀다]
 그리고 결심을 했지
 (정숙)  그만 좀 배고...
 (정숙)  너를 버려야겠다  [흐느낀다]
 [어린 동백이 운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정숙)  너 학교 가야 되잖아
 근데 거기서 학교 가면
 급식도 공짜고
 옷이랑 책가방도 다 준대
 그러니까 들어가서
 '나 일곱 살이에요'
 '내년에 꼭 학교 보내 주세요'  그래야 돼
 (정숙)  네 이름이 뭐냐 그러면  [매미 울음]
 그냥 동백이
 일곱 살 동백이라고 해야 돼
 [정숙의 한숨]
 그리고 엄마 이름이 뭐냐 그러면
 그냥 모른다고 해야 돼
 꼭
 엄마 부탁이야
 (정숙)  이 모질이야
 내 부탁을 제대로 기억했어야지
 그래야지 너 여기서 살 수 있어
 엄마가 돈 많이 벌어 올 테니까
 딱 1년만 기다려
 어?
 기다리라고
 엄마 부탁 알아듣지?
 [정숙이 울먹인다]
 [남자2의 술 취한 신음]  [TV가 지직거린다]
 (정숙)  고아원에 딸내미 맡기고 온 어미한텐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더라
 (주인)  야, 너 조동아리 딱 붙이고  있을 거면 나가
 나가!
 그 죽상으로 묵념을 하고 앉아 있는데
 누가 술 먹으러 오겠냐? 어?
 웃든가 노래를 하든가
 [주인의 짜증 섞인 한숨]
 야, 너 나가
 나가, 이년아!
 아유, 어디서 이런
 재수 없는 게  굴러 들어와 가지고, 진짜, 이, 씨
 야, 너 내가 당겨 준 돈 내놓고 나가
 알았어, 이년아?
 아유, 재수 없어, 진짜, 이, 씨
 [정숙이 젓가락으로 박자를 맞춘다]
 (정숙)  ♪ 연분홍 치마가 ♪
 ♪ 봄바람에 ♪
 [떨리는 목소리로]  ♪ 휘날리더라 ♪
 [아련한 음악]
 [울먹이며]  ♪ 오늘... ♪
 ♪ 씹어 가며 ♪
 ♪ 산제비 넘나드는 ♪
 [떨리는 숨소리]
 ♪ 꽃이 피면 ♪
 ♪ 같이 울고 ♪
 (정숙)  너 고아원 보내고
 [계속 노래한다]  그 대폿집에서 젓가락을 들던 순간
 ♪ 같이 울던 ♪
 조정숙이는 죽었어
 ♪ 알뜰한 그 맹세에 ♪
 [울먹인다]
 ♪ 봄날은 간다 ♪
 (여자3)  용철이네 그년 아주, 어?
 곗돈 타자마자  그, 작정하고 날았더라고
 (정숙)  그냥 너 찾으려고 산단  마음밖에 없었는데
 (여자4)  쟤 왜 저래?
 어유, 저 억척, 억척, 그냥
 아유, 가져갈 것도 없는데 진짜  [여자3의 못마땅한 신음]
 [여자들이 저마다 못마땅해한다]
 (여자3)  아이, 그깟 여자애 옷  그, 돈도 안 돼!
 그거 뭘 챙겨?
 [여자들이 저마다 구시렁댄다]
 (정숙)  가난이란 게 꼭 아귀 같아서
 쳐 내면 쳐 낼수록 더 달려들더라고
 (정숙)  차라리 같이 죽고 말지
 못 보고는 못 살겠어서  널 찾으러 갔는데
 (간사)  동백이는 LA로 갔어요
 LA요?
 동백이가 왜 LA를 가요?
 (간사)  양아버지가 신학과 교수신데
 데리고 이민을 가셨어요
 두 분 다 정말 훌륭한  복지가 부부시거든요
 동백이 같은 케이스는  정말 천운으로...
 아, 천운은 무슨 천운이에요!
 아니, 왜, 왜, 왜
 [가슴을 탁탁 치며]  왜 남의 딸을!
 허락도 없이 왜 딴 데로 보내냐고요!
 - (원장) 저기  - (정숙) 어떡해...
 (원장)  근데요
 어떻게 허락을 받죠?
 누구신 줄 알고
 여기다 애를...
 버리셨잖아요
 여기는 탁아소가 아니에요
 [아련한 음악]
 (간사)  어머님 마음보다
 아이를 생각해 주세요, 아이를
 [떨리는 숨소리]
 갈 때는 어땠어요?
 좋아했어요?
 부잣집이라?
 그걸 물어보던데
 - (어린 동백) 근데요, 선생님  - (간사) 응
 택시 못 타는 사람도
 비행기는 탈 수 있어요?
 [흐느낀다]
 (여자5)  아유, 성님 김치가 최고여
 [여자5의 웃음]
 (TV 속 MC1)  어떻게 또 그런  큰 결심을 하게 되셨나요?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여자5)  딴 데 봐야 쓰겄다잉
 (정숙)  아이, 놔둬 봐, 놔둬 봐
 (TV 속 여자6)  고아원에서 울고 있던  작은 꼬마 여자아이가
 잊히지가 않더라고요  [MC2가 호응한다]
 (TV 속 MC2)  그리고 그 꼬마가 지금 이렇게...
 네
 전 세계를 누비면서 활동하는
 국제 변호사이자 인권 활동가인 거죠
 (TV 속 여자6)  저희도 기적 같아요
 (정숙)  그때는
 내가 널 버린 게
 너한테 제일 잘한 일 같더라
 (정숙)  깜짝 놀라셨죠?
 이거 제가 42만 원 줬어요
 백화점에서
 모자 좋아하시더라고요  [정숙의 웃음]
 [웃으며]  이거...
 저기, 다른 뜻이 있는 거는  절대, 절대로 아니고요
 그냥 너무 감사하니까
 [웃으며]  제가 입을 싹 씻고 있기도  죄, 죄송스럽고
 마음 같아서는
 제 목숨 한 10년 딱 떼 드리고 싶은데
 제가 드릴 거는 없고 그냥...
 한번 보시겠어요?
 [어두운 음악]
 제 딸이
 한번 보고 싶대요
 저, 도, 동백이
 어? 동, 동백이
 [난감한 웃음]
 어떻게 이름을
 네 이름을 기억을 못 해?
 (미연)  아주머니
 아주머니 딸 찾으실 거예요?
 이제 와서 제가
 너무 염치없는 일 같기도 하고
 그냥 어디선가 잘 살겠거니 하시게요?
 [헛웃음]
 죽일 년입니다, 내가
 (미연)  천운으로 어디 입양됐다 쳐도
 따님은 매일 시험 보는 기분으로  살았을 거예요
 남들은 복에 겨워  거저 얻는 부모 사랑도
 나 같은 애들은 눈치 보며  노력해서 따내야 되거든요
 '난 엄마한테도 버림받은 애다'
 그 팩트 하나가 사람을 평생 허기지고  동동대게 하더라고요
 저도 사랑받으려고  매일 아득바득 살았어요
 미움받으면
 나도 걔처럼 파양될 수 있으니까
 [무거운 음악]
 (정숙)  너같이 예쁜 애를 왜 파양했을까?
 이상하게 너무 알고 싶더라고  [여자6의 어색한 웃음]
 [여자6의 어색한 웃음]
 (여자6)  그런 걸 왜 물어요?
 (정숙)  아유, 저도
 제 딸을 찾다 보니까  그냥 그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여자6의 한숨]  첫, 첫 아이는 왜 파양하신 거예요?
 그냥 좀...
 [여자6의 난감한 숨소리]
 [입소리를 쩝 낸다]
 애가 묘하게 그늘진 게  이상해서 좀 캐 봤더니
 무슨 술집에서 컸더라고요
 (여자6)  엄마가 술집 여자 같더라고
 찝찝하잖아요
 딸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데
 우리 미연이는  애가 원체 머리가 똑똑해서
 유전자도 좀 배운 부모일 거 같은데
 걔는 좀...
 피는 못 속인단 말이 괜히 있겠냐고
 [여자6의 놀라는 신음]
 (정숙)  [씩씩거리며]  천벌 받을 년
 우리 동백이가  왜 내 팔자를 물려받아, 왜?
 왜!
 이, 씨, 왜!
 [정숙의 분에 찬 숨소리]
 [아련한 음악]
 (정숙)  근데 겨우겨우 널 찾고 보니까
 [동백이 말한다]  네가
 (동백)  다 왔다!
 (정숙)  진짜로 술집을 하고 사는 거야
 그것도 미혼모로
 [동백이 아기 필구를 어른다]
 (정숙)  정말로 내 팔자를 물려받았나
 [문이 스르륵 열린다]  억장이 무너졌는데
 (동백)  뭐야, 말 안 할 거야?
 어?
 진짜?
 (정숙)  근데 가만 들여다보니까  [향미가 말한다]
 너도 하나 낳아 봐
 [옅은 웃음]
 (정숙)  네가 웃어
 (동백)  그게...
 (정숙)  네가 웃는 거야
 [금옥과 동백이 키득거린다]
 너는 나랑 다르더라고
 (정숙)  못 해 준 밥이나 실컷 해 먹이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정숙)  네가
 나를 품더라
 내가 네 옆에서
 참 따듯했다
 (정숙)  이제 와 이런 얘기를
 너한테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 주고 싶어서야
 [차 문을 달칵 연다]
 동백 씨
 못 보시겠어요?
 [한숨]
 (정숙)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 있지 마
 (정숙)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아, 훨훨
 7년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정숙)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엄마
 [한숨]
 [울먹이며]  엄마
 [한숨]
 엄마
 엄마
 [흐느낀다]
 [정숙의 한숨]
 그거 떼 준단 소리를 안 해야지 내가
 더 보다 가지
 (정숙)  아유
 그럼 엄마는?
 엄마는 나랑 7년 3개월 어땠는데?
 나?
 아, 어땠는데?
 나한텐
 적금 타는 거 같았어
 적금?
 엄마는
 [옅은 웃음]
 이번 생이 너무 힘들었어
 정말 너무 피곤했어
 (정숙)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 같았는데
 너랑, 야, 3개월을 더 살아 보니까
 '아'
 '이 7년 3개월을 위해서'
 '내가 여태 살았구나' 싶더라
 [아련한 음악]
 독살맞은 세월도 다 퉁 되더라
 아이, 씨, 나는 퉁이 안 되는데
 엄만 퉁이 되네?
 [울음 섞인 웃음]
 나만 퉁 됐네?
 [웃음]
 [정숙의 옅은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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