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8
(동백) 아, 너 왜 이렇게 벌써부터 엄마 속을 썩여!
너 사춘기 왔어?
(필구) 엄마가 사춘기지
엄마가 내 속을 썩이지
(동백) 아, 몰라 [한숨]
엄마가 안 된다면 그냥 안 되는 거야, 무슨...
(필구) 엄마는 엄마 마음만 있어?
내 마음도 있는 거지
(동백) 아이, 그, 네 마음이 뭔데?
엄마는 나 낳을 때
내 마음 물어봤어?
[놀라는 신음]
아빠 없어도 되냐고 물어봤어?
(필구) 용식이 아저씨랑 놀 때
내 마음 물어봤어?
친해도 되냐고 물어봤어?
[필구의 속상한 한숨]
근데 이 아저씨는 이혼한대
나랑 대머리랑 아저씨랑
이렇게 셋이 살 거래
오락실도 차려 주고
메이저 리그도 보내 준댔어
[종렬의 한숨]
(수사관) DNA 채취에 동의하십니까?
(흥식) 근데
[긴장되는 음악]
거부할 수도 있는 거예유?
해야쥬
협조해야쥬
(형사1) [웃으며] 아, 네
(수사관) '아' 해 보세요
(형사2) 이 집은 가는 시계가 없냐?
[놀라며] 어유
어유, 여기 누가 계시네?
저희 아부지세유
(형사2) 아이, 그, 근데 이렇게 인기척도 없이...
그, 거동을 못 하셔서
(형사2) 예?
걷지를 못하세유
(형사2) [어색하게 웃으며] 아, 예
(형사1) 여기도 채취해요?
(형사2) [작은 목소리로] 야, 이씨...
[형사2가 말한다]
[문이 달칵 닫힌다]
[쓱 끄는 소리가 난다]
하나 더 죽으면
아주 난리들이 나겄구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형사1) 아, 안에 계시는데 그렇게 잠가도 돼요?
누가 들어올까 봐 걱정이 돼서유
[한숨 쉬며] 세상이 무서우니까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형사2) 아이, 그래, 그
우리 엄마도 이 골반뼈 안 좋아 가지고
거동을 못 하시잖아
[어색하게 웃으며] 원래 가족들이 같이 죽어나는 거거든요, 그게
[흥미로운 음악]
(용식) 내 작전 언제나 속공이고요
성님! 오라이!
옹산이 다 내 사람입니다!
(규태) [우물거리며] 아이, 엄마가 왜 와!
엄마가 오니까 자영이가 못 왔지
(은실) 너 진짜 걔가 빼 준 거야? 응?
너 진짜 이제 안 와도 된대?
자영이 아니었으면
나는 공권력의 희생양이었어
잘난 척하는 게 의리는 있네, 어유
너, 그 대전 원복 이모가
(은실) 학교 미술 선생님 소개해 준다는데, 응?
꿈 깨! 새장가 안 가
자영이에 대한 속죄로
평생 무기 징역으로 혼자 늙어 죽을 거야
주접을 싸고 자빠졌네, 어유, 저
(은실) 너 진짜 걔
걔 아니면 안 돼?
(규태) 뭐, 안 되면, 뭐 엄마가 다시 붙여 주게? 씨
(은실) [힘겨운 목소리로] 아유, 저, 야, 야
너, 너 진짜 나한테 왜 그래, 왜?
(규태) 아휴
아, 어디 가!
(규태) 나 적성 찾았어! 응
[은실의 짜증 섞인 신음]
[부스럭 소리가 난다] [흥미로운 음악]
(오준) 아유, 이게 뭐여, 이게, 아휴
(변 소장) 하이고, 냄새, 이...
아, 뭐 해? 창문 열어
[오준의 질색하는 신음] 아, 뭐 혀? 문 좀 열어 봐
아주 그냥 문 처닫고 이게 뭐 하는 짓이여?
인자 앤경은 안 파시나 벼? 응?
안 팔려요
아...
(규태) 얘 탈옥범 잡고 경찰 됐다며요?
하, 참, 아, 그래서 뭐? 어?
뭐, 까불이 잡고 뭐, 지원해 보시게? 응?
[숨을 하 내뱉으며] 적성에 맞아요
[규태의 힘주는 신음] (변 소장) 참...
(용식) 아, 소장님
그, 까불이 DNA 나왔다며요? 예?
그, 소장님, 소장님, 일단 요거부터
그 연구소 후배한테 좀
그, 뒷구녕으로 다시 한번 좀 이렇게 좀 줘 보고요
[용식이 얼버무린다]
(변 소장) 야, 갸 나 때문에 아주 죽겄디야
그, 노 사장 핸들 갖고서도
시말서 썼다는데, 쯧, 어유
세상에 완전 범죄 없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들 파서 그렇지
파고
파고
또 파서 이, 빼박으로 조져 놔야
쥐구녕으로도 못 빠져나간다고요
(용식) 이건 뭐여?
(변 소장) 야, 근데, 저
동백이가 본 것도 아는 놈은 아니었다며?
(용식) 아이, 고런, 고런, 고런 삑사리가
그, 자꾸 그, 미꾸라지들을 이렇게
빠져나가게 만드는 거라니께요? 예?
아이, 동백 씨가 그 상황에
그, 어떻게 그 모자 쓴 놈 얼굴을 이렇게 딱 알아봐요?
우리 아빠 섰다 치다 뉴스 나왔을 때도
그, 모자를 쓰고 있으니까 나도 친부를 못 알아보겠더라고요, 예
[호응하는 신음]
[못마땅한 숨소리]
트럭 도난 신고도 했겄다
동백 씨한테도 안 걸렸겄다
아주 또 우쭐해 있겠지만요
나는 못 속여요, 나는
(규태) 얘는
자존감이 높은 편인 거 같아요
나는 못 속여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동백) 너 지금 삐쳐서 나한테 이러는 거지, 그렇지?
네가 진짜진짜 서울에 가고 싶다고? 어?
서울 가면 엄마도 없고 준기도 없는데?
아빠는 거기 있잖아
엄마랑 이만큼 있었으니까
아빠랑도 좀 있어 줘야지
[잔잔한 음악]
뭔 그런 표정을 지어?
엄마는 내가 계속 아빠 없는 애면 좋겠어?
(필구) 근데
내가 꼭 아빠가 없어야 되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동백) 그래, 그게 맞는다
엄마가 남편이 없다고
네가 아빠가 없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
엄마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동백의 한숨]
(동백) 찢어진 우산을 같이 씌우고 가면서
내가 애한테 의지하기까지 했나 보다
미안한 마음도 있고
이렇게 덜컥 섭섭한 걸 보면
(용식) 네?
진짜 보내시게요?
까불이 잡을 때까지만 좀 맡기려고요
(용식) 제가요
동백 씨 쪼실까 봐 말을 애꼈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다가
제가 볼 때 까불이
흥식이예요
거진, 85%?
(동백) 음, 흥식 씨는 아니에요
치, 언제는 뭐, 노 사장님이라고 그렇게 쫓아다니시더니
(용식) 아이, 동백 씨
내 눈 딱 봐 봐요
내가 못 잡을 놈 같어요?
근데 용식 씨
눈은 왜 그렇게 뜨시는 거예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나만 딱 믿어요, 예?
제가 까불이 처넣고, 필구
[결연한 숨을 내뱉으며] 빨리 컴백하게 할게요
[긴장되는 음악]
[한숨]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스쿠터 엔진음]
[비가 주르륵 쏟아진다]
[스쿠터가 탁 정차된다]
(향미) 아, 어떤 진상이 여기까지 오삼 하나를 시키고 지랄이야?
[트렁크를 달칵 닫는다]
[문이 탁 닫힌다]
[타닥대는 소리가 연신 들린다]
(용식) 오다 사고까지 난 향미 씨가 늦는 동안
놈은 평정심을 잃었고
신중함을 잃었다 [기침 소리가 난다]
오랜만에 놈의 틱이 시작됐고
향미 씨를 [기침 소리가 연신 난다]
동백 씨로 착각했다
(연구원) 딱 한 번 찔렀고 목정맥에 자창 [의미심장한 음악]
(연구원) 제대로 된 방어흔도 없고
아, 여기에 불시에 일격을 당한 거야
- (변 소장) 아, 근데 말이여 - (연구원) 어
(변 소장) 아, 갸는 왜 사람 입에다가
그, 톱밥을 그렇게 자꾸 처넣는 겨? 어?
(연구원) 하, 모르지
씁, 근데
이번엔 그거보다 더 이상한 게 나왔어
요만한 건데
샛노래
샛노래요?
(연구원) 응
이건 뭐, 형태도 없고 색깔도 튀고
하, 나 이게 뭔지를 모르겠어
씁, 아니, 고딴 거는 왜 쑤셔 넣어 놨대요?
아니, 근데
그게 쑤셔 넣은 게 아니라
피해자가 삼킨 거야
(연구원) 그 노란 게 사체 식도에서 나왔어 [끼익 소리가 들린다]
일단 식도로 넘어갔다는 건
톱밥처럼 죽고 나서 누가 밀어 넣은 게 아니라
죽기 직전에
피해자가 자의로 삼켜 버렸다고
(용식) 아, 고러면
그때까진 살아 있었단 거네요?
(연구원) 목동맥을 찔렸으면 즉사를 했을 텐데
비껴간 정맥 자창이기 때문에
피가 꾸역꾸역 꽤 오래 나왔을 거고
한 3, 40분 살았던 거 같아
(변 소장) 향미가
그걸 왜 먹었을까잉?
(용식) 향미 씨가
뭔가를 말하려고 남긴 거 같어요
[종렬이 숨을 후 내뱉는다]
(필구) 아, 충재도 결국 필리핀 갔잖아
그냥 나 유학 간다 생각해
(동백) 너 유학도 가고 싶어?
너 그렇게 막 야심가였어?
내가 메이저 리거가 돼야
엄마 두루치기 가게도 사 주지
야
아니, 네가 메이저 리거가 돼도
내가 두루치기를 팔아야 돼?
[한숨]
[속상한 한숨]
[한숨 쉬며] 또 울려 그래?
사람들은 울보를 깐히 보게 돼 있다니까?
(필구) 준기네 엄마는 문짝에 발고락을 찧어도 안 울더라
[한숨]
(동백) 너 그 모델 아줌마한테 뭐라고 부를 거야?
너 엄마라곤 안 할 거지, 그렇지?
(필구) 아, 미쳤어?
[아련한 음악] [동백이 울먹인다]
[종렬이 짐을 탁탁 넣는다]
너 왜 이렇게 홀딱 타?
엄마 안아 주지도 않고 갈 거야?
하, 내가 아기야?
(종렬) 아이, 그런 거 좀 하지 말라고
여기서 울면 누구 속이 편하겠냐?
간다
(동백) 도착하자마자 전화해, 알았지?
그 소린 백 번째거든?
[차 문이 탁 닫힌다] 아, 나 머리 아파
엄마 빨리 가
[자동차 시동음]
아, 뭐, 애가 저렇게 쿨해?
한 번을 돌아보지를 않고 가네
[한숨]
[엉엉 운다]
아이, 뭘 그렇게 통곡을 해? 아빠 뻘쭘하게
[목이 턱 멘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쿨한 척을 했어?
씨, 나도 가고 싶어서 가는 거 아니거든요?
[필구가 흐느낀다]
(종렬) 아이, 그럼 왜 가냐?
내가 뭐, 너 납치라도 했냐?
어차피 혹일 거면 아빠한테 붙는 게 낫지
뭐?
아빠도
혹 없으니까 모델 아줌마랑 결혼했죠?
이제 엄마도
용식이 아저씨랑 결혼이나 하라고 해요!
[필구가 연신 흐느낀다]
아니, 너 지금 그래서 나한테 붙은 거야?
왜 다 결혼만 해?
왜 나만 두고 다 결혼만 해? 이, 씨
무슨 엄마, 아빠가 다 결혼만 해?
[흐느낀다]
[무옥의 헛기침]
[무옥이 호로록거린다]
[헛기침]
아무튼 상미, 그거
또 여기 와 있으면 너도 나갈 각오 해
상미 아빠
(화자) 당신 딸보고 사람들이 관종이래
관심병자래
아빠가 자식을 한 번 인정을 안 하니
자식이 밖에 나가서 구걸을 하지
아비란 게 저 모양이니
자식이 정이 고프지
뭐?
'아비란 게'?
(화자) 아, 그람 저, 뭐
공사 아니고 회계사 아니면 당신 자식 아니오?
(화자) 이 집구석에서 섬은 나 하나면 됐지
아이, 씨
(무옥) [젓가락을 탁 내던지며] 뭐, 씨? 씨?
네가 애 교육을 똑바로 시켰으면 이런 일이 있겠어?
[애잔한 음악] (화자) 아, 그라요,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 가르쳐서 그라요 [훌쩍인다]
내가 미친년이고 내가 때려죽일 년... [씩씩거린다]
(제시카) 아유, 엄마! 좀
아휴, 뭐, 나 죽으러 가?
아, 103동에서 101동 가는 건데 왜 오버를 하냐고!
상미야
아, 안 싸워, 안 싸워, 안 싸운다고
이혼 두 번 한 거
요즘 세상에는 흠도 아니여
(화자) 배알 틀리면 나와 불어
인자는 엄마 말고 네 생각대로 해
(제시카) 하, 내가 든다고 했지!
진짜 왜 그래, 왜, 왜!
뭐, 힘자랑해?
알았어, 니가 들어
뭘 또 눈치를 봐!
엄마 나한테 뭐, 빚졌어?
빚져서 엄마 하는 거야?
(제시카) 나 때문에 그만 좀 동동대!
그만 기죽어!
그게 더 짜증 난다고, 진짜!
씨, 줘
[제시카가 캐리어를 드르륵 끈다]
[제시카가 오열한다]
엄마
우리 아기가 뭣을 그렇게 잘못했소?
내가 다 잘못했제
(용식) 자식은 늘 아홉을 뺏고도
하나를 더 달라고 조르는데
[흐느낀다]
(용식) 부모는 열을 주고도 하나가 더 없는 게
가슴 아프다
그렇게 힘껏 퍼 주기만 하는데도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정숙) 야, 아이고, 정말 [동백의 놀라는 신음]
- (정숙) 너 - (동백) 아유 [도어 록 작동음]
(용식) 자식한텐 맨날 그렇게
빚진 사람이 된다
(정숙) 너 현관 비밀번호는 왜 바꿨어?
나 못 들어오게 하려고 바꿨어?
치, 하나 가고 하나 오는 거야, 뭐야? 이, 씨
필구가 배턴 주고 갔어
필구가?
[울먹이며] 필구 언제 만났는데?
필구 뭐래, 엄마?
아이고, 비켜 봐
(정숙) 아휴
[정숙이 중얼거린다]
(동백) 아니, 여기가 막 엄마가
왔다 갔다 막 그러는 데야? 어? [정숙이 부스럭거린다]
버렸다가 왔다가, 버렸다가 왔다가
[짜증 섞인 한숨]
사람 간을 보는 거야, 뭐야?
병원은?
갔다 온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아, 왜 이렇게 사람 짜증 나게 해, 엄마!
밥은?
[울먹이며] 엄만 나 버린 날 밥 먹었어?
[동백이 흐느낀다]
[한숨]
[부스럭 소리가 난다]
[종렬의 한숨]
(종렬) 진짜 꼭 이래야겠니?
(제시카) 왜?
나 내쫓고 동백이 불러다 셋이 살게?
누구 좋으라고 그 꼴을 봐?
넌 뭐, 남 좋으라고 나랑 살아?
넌 유책 배우자고
이혼 자체가 안 돼
'이혼, 이혼' 노래 부른 건 너야
난 노래만 했지
넌 아들이 있어!
(종렬) 조용히 해, 진짜 [차분한 음악]
(제시카) 쟤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뭘 또 조용히 하래?
- (종렬) 야 - (제시카) 왜?
(종렬) 하, 좀 적당히 해, 적당히 [한숨]
(제시카) 조용히 해
(종렬) [멋쩍게 웃으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자, 필구야...
그, 여덟 살 용돈은
하루 한 장이면 될까?
내가 시세를 잘 몰라서
어...
너도 아빠가 처음이겠지만
나도 여덟 살 아들은 처음이라서
서로 적응 기간이다라고 생각하자
[한숨]
네, 전 상관없어요
그리고, 그
모델 아줌마는 일단 집에 있긴 한데...
[지퍼를 직 열며] 상관없어요
아, 상관없구나
어 [멋쩍은 웃음]
아, 그리고 네 여동생은 오늘
(종렬) 친할머니 집에 갔는데 내일 오긴 오는데
그것도 뭐, 상관없겠다만은...
(필구) 근데
걔는 원래 그렇게 왔다 갔다 해요?
어?
(종렬) 어, 뭐...
그, 친할머니 집에도 가고 외할머니 집에도 가고
걔 좀 불쌍한 거 같아요
못생기고 똥 싸배기인데
메뚜기 뛰잖아요
(종렬) 넌
네가 메뚜기 뛴다고 생각하니?
네
엄마 집 살다
(필구) 아빠 집 살다 하니까요
저기, 너 원래 혼자 자니?
오늘은 첫날이니까 아빠가 같... [필구의 한숨]
이 자는 건 좀 아니지, 그렇지?
[어색한 웃음]
(필구) 근데요
잘 때 문 잠가도 돼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정숙의 한숨]
(정숙) 아니, 서른네 살이나 된 딸년을 어떻게
달래 줘야 돼? 쯧
아이고, 진짜, 망했네, 쯧
[정숙이 중얼거린다]
아유
[동백의 비명] [정숙의 놀란 신음]
엄마야, 엄마 [동백의 놀란 한숨]
- 왜? - (정숙) 뭐가?
- 뭐? - (정숙) 왜?
[한숨]
왜, 뭐, 같이 자게?
[당황한 숨소리]
아유, 징그러워
나, 나도 징그러워
(동백) 어머
[정숙이 새근거린다] (동백) 어떻게 애를 버려?
나는 제 아빠한테 보낸 건데도
애가 잠은 잘 자나?
스탠드는 켜졌나, 가습기는 켜졌나
이렇게 애가 달아 죽겠는데
아니, 어떻게 애를 버려?
[동백의 한숨]
[한숨]
참...
아니, 자식 버리고 살아져? 어?
[한숨]
(정숙) 넌 잠깐 보내도 이 정돈데
나는 버렸어
너 버린 날
나는 까무러쳤다
[떨리는 숨소리]
[아련한 음악]
[한숨]
[동백이 흐느낀다]
[정숙의 의아한 신음]
(정숙) 왜? 옆에 가서
등짝이라도 두들겨 줘?
(동백) 침대 좁아
(정숙) 어휴, 흑흑거리지 말고 눈 딱 감고 자
그 가습기 없어도 당장은 여기보다 안전하겄지 [동백의 한숨]
까불이 잡으면 바로 찾아와
애한테는 억만금보다 엄마 하나지
[동백의 어이없는 신음]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랬어? 어?
사는 게 막막해서
자기 자식 딴 데 주면
살아도 산송장이라고
[동백이 코를 훌쩍인다]
[동백의 한숨]
[한숨]
엄마, 죽지 마
떠들지 말고 자
(동백) 그, 콩팥인지 쓸개인지
그거 그냥 내 거 떼 주면 되잖아
(정숙) 야!
[정숙이 씩씩거린다]
(동백) 뭐?
내가 너 그 소리 할까 봐 아주 오기 싫었다고!
키우지도 못한 딸년
그거 떼 가느니 내가 접시 물에 코를 박고 말지
그게 내 쓸개지 엄마 쓸개야?
아이, 왜 내 거를 내가 하겠다는데도
엄마가 뭐라 그래? 어? 무슨 상관이야?
내가 미워야지
이를 갈아야지
왜 냉큼 떼 준다고 나서?
내가 엄마 좋아서 준대?
씨, 아유, 미
미운 건 미운 거고 줄 건 준다고!
아이, 그러다가 엄마
내 거 안 떼 줘서 죽으면 그거 나 찝찝해서 어떡하라고!
(정숙) 아이고
[울먹이며] 이놈의 집구석은 뭘 다 이렇게 착해 터졌어?
내가 너희들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주 속이 문드러져
뭐 이렇게 착하게 컸어?
착해 봐야 누가 알아줘?
누가 대접해 줘?
아, 몰라, 몰라, 그냥
잔소리 말고 죽지나 마
나 진짜 이제
아, 그냥 헤어지는 것 좀 그만하고 싶어
아이고, 내가 널 보면
눈이 감길 줄 알았는데
너를 보니까 아주 더 못 죽겠어 [잔잔한 음악]
(동백) 그러니까 내 그, 쓸개 떼 가라고, 엄마
(정숙) 아니, 쓸개를 왜 떼?
신장이라니까, 신장, 이 모질이야
[자영이 흥얼거린다] [물이 조르르 흘러나온다]
사무장님 [물이 뚝 끊긴다]
과학이죠?
거짓말 탐지기 신뢰도가
무려 94%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자영이 흥얼거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자영) 어머니?
저 케이크 안 좋아해요
[웃으며] 케이크는 규태가 좋아하죠
(은실) 넌 꼭 말끝마다 '규태, 규태'...
[은실의 멋쩍은 신음]
규태도 저희 엄마한테
저 '자영이, 자영이' 해요
제가 누나인데도요
아주 공명정대하다, 얘
어떻게 포청천이 내 며느리가 됐나 몰라?
(자영) 케이크 보니까
저한테 썩 하기 싫은 말씀 하러 오신 거 같은데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도 나름 그때그때 풀고 살았더라고요
하기야 뭐, 네가 말대답 못 할 애도 아니었고
다른 시어미들에 비하면
나는 진짜 양반이었지
[은실의 웃음]
어머니?
어머니가 양반이셔서가 아니고요
돌이켜 보니까 저도 그때그때 복수를 했더라고요
뭐?
뭔 복수?
어머님도 아실 만한 복수요
[은실의 당황한 신음]
(은실) [말을 버벅대며] 뭐, 뭐?
말을 해!
[달그락거린다] 뭐가 내가 알 만한 복수인데?
(자영) 어머니가 주시는 스트레스를
제가 어디다 풀었겠어요?
[당황한 신음]
[격정적인 음악]
어머니가 저한테 탁구공만 한 스트레스를 주시면
전 규태한테
배구공을 날려 버렸어요
명절 한 번 치르고 나면
규태도 저만큼 피곤했을 거예요
제가 한 일주일은 히스테리를 부렸거든요
[기가 찬 숨소리]
어머님한테 받은 스트레스
고스란히 아들한테 풀었겠죠
그건 어머님도 다 해 보셔서 잘 아시잖아요
그게 얼마나 자명한 이치인지
너 지금 나 먹이는 거지?
(은실) '시어미가 며느리 잡으면'
'그 화가 다 자기 아들한테 돌아간다'
아주 내 속에 경종을 때려 보시겠다?
어머니는 절 찌르시고
전 규태를 찌르고
그럼 또 규태는 제 눈치를 보고
(자영) 그럼 또 어머니는 절 찌르시고
그 멍청한 사이클에서
우린 다 그냥 피해자였던 거겠죠
너는 진짜
나중에 꼭 너 같은 며느리 봐라, 응?
[은실의 못마땅한 신음]
(자영) 아니...
그래서 너 준비물은 맨날 막 혼자 싸?
엄마, 잠깐만
[철컥 소리가 난다]
(동백) 필구는 잘 섞이지 못하고 있다
[애잔한 음악]
[쓱 소리가 들린다]
또 문 잠그고 왔어?
왜 이렇게 자꾸 문을 잠가?
(동백) 반이 바뀔 때마다 항상 민망하고
조마조마하던 나처럼
필구도 작은 가슴이 긴장하고 있다
근데 나 걔 봤다?
레베카
[놀라며] 인사했어?
그래? 어때, 응?
대머리인데 여자래
(필구) 머리통에 계속 리본을 달아 놔
(동백) 필구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진다
그래서, 친구는 좀 사귀었어?
어? 몇 명이나 사귀었어, 친구?
애들이 다 이상해
풍뎅이를 보고 싶으면 산에 가야지
장수풍뎅이를 택배로 받아서 키워
[한숨 쉬며] 이상한 애들이야
(동백) 그래?
(동백) 필구는 나를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종렬) 아빠는 돈 벌러 간다
정체는 스크램블이었어
내일은 더 잘해 볼게
[한숨 쉬며] 나 우유 못 먹는데
(동백) 자꾸 나를 닮는다
자꾸 눈치를 보고
자꾸 그늘이 생긴다
[동백이 부스럭거린다]
엄마
나는 말이 언제 텄어?
아, 넌 두 돌 지나서 겨우 텄나?
(정숙) 너는 말도 늦게 터 가지고
아주 사람 복장을 뒤집었어
(동백) 근데 우리 필구도 그렇게 말이 늦었다?
[동백의 헛웃음]
그때 누가 그러데?
애를 혼자 키우면 애 말이 늦게 튼다고
왜, 엄마 혼자 떠드니까 애한테 자극이 없잖아
아휴, 내가 그 말을 듣고
씁, 애를 밤마다 들쳐 업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하염없이 동네를 돌면서
[아련한 음악] '이모, 안녕하세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해 봐'
무슨 동네 미친년처럼 말을 붙이고 다녔어
[동백이 혀를 쯧 찬다]
내가 그렇게 죽어라 해도
[쓴웃음]
또 미혼모라고
참, 별소리들을 다 하데?
[뚜껑을 탁 덮는다]
(정숙) 어이구
기어코 지껄여야지 아주 직성들이 풀리지
아휴, 나한테 뭐라는 건 참겠는데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뭐였냐면
'아이고, 애가 딱하다, 애가 불쌍하다'
하여튼 소가지 없는 것들
아무렴 제 어미 속만 하려고
그렇게 아, 아는 척들을 씨불여?
그래, 내가 그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어서
진짜 밝게만 키웠거든?
근데 아무리 그래 봤자 동백이 아들인가
(동백) 애가 자꾸 날 닮아, 속 터지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문이 스르륵 닫힌다]
얘, 너 빨리 얘 만두 먹여라
예 [웃음]
[흥미로운 음악]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제시카의 피곤한 숨소리]
난 동화책이나 뉴스에 나오는 계모가 될 생각은 없어
(제시카) 그렇다고 유별나게 가식 떨 여력도 없고
그냥 우리 편하게 살자
셰어 하우스 같은 거처럼
네
그러니까 눈치 볼 거 없이 밥 달란 소리나 하라고
(제시카) 그냥 급식소 누나 같다고 생각하든지
(필구) 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아빠한테 얘기하고
안 친해요
나만 보면 자꾸 뭐 필요한 거 없냐고 하니까
별로 말하기도 싫고
[제시카의 한숨]
그럼 나한테 말하든가
난 쿨한 편이야
(필구) 근데요
학교 아줌마들이 파업했대요
(제시카) 그래, 다들 먹고살기 힘드네
(용식) 필구를 보내고 동백 씨는 약간
동백 씨인 척하는 외계인 같아졌다
(남자1) 만두 또 안 돼요?
(진배) 아이, 뭐여? 어제도 안 됐는디
(정숙) 아이, 주인장이 만두 빚을 기분이 아니래
아이, 아이, 동백 씨, 이거, 이거
간장, 간장 찍어 드셔야죠
아니요, 나 간장 안 찍을래요
(정숙) 너 왜?
간장까진 찍을 기분이 아니라서?
[한숨 쉬며] 엄마는 빨리 병원 날짜나 잡아
아, 나 죽어도 안 해!
(정숙) 수술받는 사람 수술 동의 안 하겠다는데
의사 아니라 용왕 할아버지가 와도
네 콩팥 못 건들지
엄마
나 까불이 잡고 우리 향미 장례도 치러 줘야 돼
(동백) 나는 지금도, 응?
향미가 맥주 들고 주방에서 나올 거 같고
필구 서울 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나 만두 맛도 안 느껴져
아...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다]
엄마 딸 힘들어
엄마 딸 헤어지는 데 허접이야
그러니까 그냥 진 빼지 말고 그냥 빨리 날짜 잡아
[젓가락으로 툭 치며] 그거나 빨리 떼 줘 버리게
(정숙) 아이, 무슨 혹을 떼?
[동백의 한숨] [정숙이 혀를 쯧 찬다]
[애잔한 음악]
(용식) 연이은 어퍼컷에 지친 동백 씨는
(남자2) 요즘 양파가 안 좋아요
[동백이 말한다] (용식) 어디다 영혼을 떨구고 온 사람처럼
무기력해졌다
그냥 물렀어도 그냥, 예
(정숙) 아니에요, 바꿔 줘요, 바꿔 줘
개떡 같은 거를 양파랍시고
- (정숙) 왜 떠넘겨? - (동백) 아니야, 한두 개
- (동백) 아유, 엄마, 그냥 해 - (정숙) 아이, 그, 안 돼
[남자2가 말한다]
(용식) [한숨 쉬며] 필구의 영역은
내가 한 톨만큼도 채워 줄 수 없었고
- 죄송합니다, 예 - (남자2) 네, 아닙니다
(용식) 동백 씨!
[다가오는 발걸음]
(용식) 아니, 이...
아이, 개똥을...
아이, 개똥을 치워야지, 잉?
아, 치워야지, 개똥을!
아이, 개똥 밟고 속 좋을 사람이 어디 있냐고, 쫌! 아이
어유, 진짜
(동백) 그래 봐야 개똥이 개똥이죠, 뭐
(용식) 아이, 그러니께 왜 이렇게 넋을 놓고 댕겨요, 예?
개똥은 보고 댕기셔야죠 [동백의 한숨]
(용식) 울지도 웃지도 않고
만사에 앙꼬 빠진 사람이 됐다
[한숨]
(정숙) [벽을 쓱쓱 긁으며] 내가 드라마 볼 때
딴 데 탁 돌리는 말이 뭔 줄 알아?
(용식) 저야 모르겠죠
'사랑해서 헤어진다'
그것만큼 똥폼이고 치사스러운 말이 또 어디 있어?
(정숙) 아,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사랑하면 꼭 붙들어야지
배고픈데 밥 생각 없다는 말하고 뭐가 달라?
그냥 다들
배가 덜 고픈 거야
간 볼 여력이 남아 있는 거지
저는 배가 고파유
아주 기냥 고파서 환장해요
(정숙) 괜히 저, 치사한 소리들 지껄일 게 뭐 있어?
그냥 '넌 좋은데 네 조건은 꽝이니까 별로다'
'너한테 딸려 있는 가타부타 옵션까지는 노 생큐다' 하고 말지
뭐를 사랑을 했노라고 씨불이고 자빠졌어?
이, 저는
'동백 씬 좋은디 필구는 뭐, 노 생큐' 뭐, 이런 것도 아니고요
그, 사랑해서 헤어지는 거는
저 이 황용식이 스타일이 딱 아니니께요
고...
고, 스티커, 스티커 고만 띠어요 스티커는, 계속...
[용식이 코를 훌쩍인다]
죽어도 안 헤어져?
죽어도요
그럼 내가 너한테
유언 좀 해 두자
(재영) 모자지간이 아니라 견우직녀가 따로 없어
애가 아주 그냥 혼이 빠져 살어
(귀련) 아, 그럼 혹 떼 버리고 살판났겄어?
(찬숙) 너 잘났다, 아주 잘났어
(재영) 아유, 회장님
아이, 둔눠 계시지 말고 인나서 콩이나 까셔
집집마다 여차저차가 있는 거지
애가 뭐 회장님 한마디에
팩하고 토라져서 서울 갔겄슈?
(덕순) 아이고
백날 시주해 보면 뭐 햐?
으른이 못 된 걸
나이 칠십 먹어서 애 가심에 못이나 박고
애니께
곰방 잊어 먹어유, 곰방
애니께 평생 가지
굳지도 않은 시멘트를 긁어 놨으니
그 빚을 어쩧게 햐?
그 생채기는 평생 갈걸
그니께 회장님은 안 돼유
(찬숙) 사실상 우리가 기냥 다 쪼는 척해 드린 거지
회장님은 지금 이 심보가 솜털인 걸
뭔 재주로 동백이 모자를 내치셔유? 안 돼, 안 돼
아, 그려서
뭐, 장개 보내라고?
제일 죽겄는 사람 앞에서 훈수질들 우라지네, 그냥, 참말로
(덕순) 에이 [재영의 한숨]
(귀련) 아유
[덕순의 한숨]
아유, 알았다고유, 아유
아, 가셔요, 가셔, 좀!
[익살스러운 효과음]
(용식) 아유, 참 [휴대전화 벨 소리]
[벨크로를 찍 뜯으며] 아휴, 참
[휴대전화 조작음]
[의미심장한 음악] 예, 소장님, 아, 지금 들어가요
(용식) 아, 그, 국과수 병래 형한테 전화 없어요?
아, 기냥 우리 거 DNA 좀 먼저 봐 달라고 해 봐요
(변 소장) 나왔댜
나왔다고
(덕순) 애는 그 집서 잘 지낸댜?
[동백이 숨을 들이켠다]
지낼 만하댜?
[어색하게 웃으며] 네, 그냥, 뭐
(덕순) 너는?
[어색한 웃음]
아휴, 물어 뭐 햐?
제가 필구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필구가 저를 키웠나 봐요
(동백) 필구가 없으니까 막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막 그냥 그래요
내가 늙었나, 뭐에 씌었나
나도 내가 왜 그런 줄을 모르겄다, 쯧
입이 화구지, 화구
혹이라도 없어야 된단 소릴 내가 어쩧게 햐?
(덕순) 애 속에
그 말이 꼭 백였을 텐디
그 빚을 어쩧게 갚어?
[아련한 음악]
필구한테
혹이라도 없어야 된다고 하셨어요?
너
너 모르는구나?
[동백의 한숨] (덕순) 아, 그런 소릴 들었으믄
제 엄마한테 재까닥 알려야지
애가 왜 그려, 애가?
아, 왜 말을 안 하고 골병이 들어?
(동백) [울먹이며] 어른이 왜 그러셨어요?
[난처한 한숨]
아이, 씨
딴 사람도 아니고 회장님이 그런 말을 하세요?
동백아
내가 아무려면 일부러 그랬겄니?
아, 혹이라니요, 회장님?
[동백이 흐느낀다]
아, 필구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돼요?
제가 그런 말 안 듣게 하려고 얼마나...
얼마나 내가...
애니께
얼렁 좀, 그, 까먹어 주겄지
내가 얼렁 까먹게 더 잘해 주고 그람...
(동백) 동네 아줌마들이 일곱 살 계집애한테
제 엄마 혹이라고 했던 거
저 아직도 기억해요
[동백이 흐느낀다]
회장님 그 빚 못 갚으세요
필구가 평생 기억할 거예요
[난처한 한숨]
실수하신 거예요
[한숨]
어떻게 갚으실 거예요?
퍼 주곤 살아도
빚지고는 못 사시는 분 아니에요?
회장님
[의미심장한 음악]
(변 소장) 아니랴
아니랴
아주 그냥
흥식이 입안을!
면봉으로 다 훑어갔는데도 아니랴!
(용식) 아, 그러면 그 DNA가 에러 난 거겄죠!
아휴
아, 기냥 흥식이라니께요, 흥식이?
너 흥식이한테 뭐 악감정 있냐?
내가 감정 갖고 수사해요? 예?
증거로 하지
그냥 팩트만 딱딱 봐 봐요, 예?
(용식) 가게에 CCTV 단 거 누구예요? [드릴 작동음]
(용식) 불 지른 건물 [용식이 스위치를 연신 누른다]
거기 청소도 흥식이네서 했다고요 [용식의 호응하는 신음]
(용식) 이짝으로 훑을 때는 창문 닫혀 있죠?
(용식) 그 건물에 빠삭한 놈이니께
거기 숨어서 나 보고 있던 거 아니겠냐고!
(용식) 좌우지간에 고양이 밥 준 것도 박흥식이
(변 소장) 흥식이 사료에선 농약이 안 나왔다며요?
(향미) 용식이가 그 밥 누가 주나 되게 궁금해하던데
(용식) 아, 내가 고양이 밥 파고 댕기니까
고놈의 농약도 타다 말았겠죠!
(용식) 하, 코딱지만 한 동네 철물점에 뭔
사람 죽일 만한 게 천지삐까리고요
피부 관리사 죽인 와이어!
그것도 거기 있습디다!
[한숨 쉬며] 거기다가
낚시터 트럭도 흥식이네 거래요
[프린터 작동음] (용식) 아, 아이, 뭐
아, 뭐가 더 필요해요? 예?
(변 소장) 그거 보라고
몽타주도 아니라고!
DNA도 아니라고!
과학이 아니라잖여, 과학이
니가 과학을 알어?
아유, 진짜 미치겄네, 그냥
[용식의 답답한 한숨]
[오준이 자석을 딱 붙인다]
(용식) 아, 기냥 흥식이라고요, 흥식이!
흥식이예요, 흥식이, 예?
아니
아이, 모든 증거가 다 흥식이라고 떠다 멕여 주고 있는데도
이거를 왜!
[가쁜 숨소리]
(변 소장) 니가 사또여?
니가 인마, 사또냐고!
[긴장되는 음악]
니가 범인이라면 다 범인인 겨? 쯧
[놀란 숨소리]
[뛰어가는 발걸음]
저 썩을 놈의 새끼, 저
[성민이 입소리를 쩝 낸다] 하이고
[휴대전화 진동음]
아이, 진짜
또 그런 걸 뒷구멍으로 주면 어떡하냐고
아, 왜, 왜?
왜, 뭔디?
[한숨]
하나는 아니고, 하나는 맞더라고
[긴박한 음악]
(연구원) 아, 그 머리카락 어디서 딴 거야?
(형사3) 예
[사이렌이 울린다] 아, DNA 확실하고요
그, 바로 신병 확보해서 움직이겠습니다, 예
빨리빨리, 빨리빨리
(용식) '왜 죽였을까?'가 아니라
'왜 살인을 멈췄을까?'
(용식) 그걸 생각했어야 했다
까불이는 5년 전에 살인을 멈췄다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 그리고 그 5년 전에
(뉴스 속 앵커) 오늘 오후 4시경
[카메라 셔터음] 터미널 인근 쇼핑몰 공사 현장에서
실외기 설치를 하던 작업자 한 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 그 5년 전에
누군가는 사고를 당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공구가 달그락 떨어진다]
(흥식) 내 고양이
그만큼 죽였으면 됐잖어
[딱 때리는 소리가 울린다]
(석용) 아빠가 고양이 또 주워 오지 말라 그랬지?
내 고양이 어쨌냐고!
1층으로 던져 버렸어!
한 번만 더 주워 와 봐
데려오는 족족 다 던져 버릴 거니께! [어린 흥식이 흐느낀다]
(석용) 울긴 왜 울어!
(용식) 사람의 얼굴은 [어린 흥식이 연신 흐느낀다]
생각보다 잘 잊힌다
(용식) 일부러 기억해 내려 해도
가물가물할 만큼
(용식) 누군가가 어둠 속에 있던 5년 동안
모두가 그를 잊었고
모두가 그를 배제했다
왜?
나 잡으러 왔어?
[뛰어오는 발걸음]
[떨리는 목소리로] 형
(용식) 그리고 누구에게나
부모는 있다
혀, 형
그, 근데, 형, 내가
(흥식) 내가 다 책임질 수 있는데, 어?
내가, 진짜로...
- 아저씨 - (흥식) 형
형, 내, 내가
내가, 내가, 그
자, 자물쇠도 더 달고...
(흥식) [울먹이며] 내, 내가, 내가, 형
그, 그러면 되니까, 형
한 번만
그냥 한 번만...
가시죠
형
그래도 나는
[흐느끼며] 아빠밖에 없잖아
[흥식이 흐느낀다]
아저씨
일어나시죠
[흥식이 연신 흐느낀다]
[석용의 한숨]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뉴스 속 기자1)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무기한 연장될 전망입니다
노조 측은 상여금과 명절 휴가비 등의 격차 해소
기본급, 그리고 호봉에 따른 [동백의 한숨]
근속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입장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너 1학년에 강필구라고 아니?
(아이1) 너희들 1학년 강필구 알아?
전학 왔다는데
(아이2) 아, 단무지?
(아이3) 단무지 급식소에 있을걸?
단무지?
(아이4) 근데 너희 삼촌 집 엘레강스 팰리스잖아
(아이5) 얘 삼촌네에서 살아?
(아이4) 엘레강스 팰리스 살면서 도시락이 왜 그래?
[한숨]
(아이5) 원래 좋아한대, 단무지를
[한숨 쉬며] 어차피 야구는 내가 제일 잘하거든?
뭘 먹든 간에 메이저 리거만 되면 되지
[어두운 음악] (아이6) 야, 얘는 편의점에서 컵라면도 먹어
쟤네 엄만 착한가 봐
(성인 필구) 그때가 [한숨]
내가 본 엄마의 가장 화난 얼굴이었다
그땐 화가 난 얼굴인 줄 알았는데
(동백) 일어나
일어나
(필구) 왜?
- (동백) 가 - (필구) 아, 나 안 간다고
(필구) 안 간다고...
[필구의 짜증 섞인 한숨]
(필구) 아, 나 안 간다고!
아, 나 안 가!
(성인 필구) 지금 생각하면
[필구의 짜증 섞인 숨소리] 슬픈 얼굴이었다
(필구) 아, 나 훈련 있다니까?
아, 갑자기 와서 왜 그래!
너 여기서 계속 살 거야?
아, 뭐!
아, 내가 메이저 리거 된다고 했잖아!
너 택해
엄마야, 메이저 리거야?
아, 뭘 택해!
필구야, 엄마는 너 메이저 리거 안 해도 좋아
난 류현진 준다 그래도 너랑 안 바꿔
그러니까 너도 말을 해
엄마야, 메이저 리거야, 어? 말을 해 봐
아, 뭐!
너 왜 대답을 안 해!
[가쁜 숨소리]
[아련한 음악]
[한숨]
[속상한 숨소리]
[동백의 성난 신음]
(동백) 너, 너!
[필구의 아파하는 신음] 자꾸 눈치를, 눈치를 봐, 왜, 어?
너 왜 내 눈치 봐?
너 누가 이렇게 눈치 보면서 말 못 하고 그러래?
[흐느낀다] 너 그러면, 너, 엄마 진짜 너희 엄마 안 해!
엄마 그냥 갈 거야, 진짜 혼자 간다?
[필구의 다급한 신음]
근데 나도 사실
별로 메이저 리거 하고 싶지도 않거든?
(필구) [흐느끼며] 이 기분에 미국 가 봤자
좋지도 않거든!
근데 너 왜 뻥쳐?
너 왜 근데 메이저 리거 한다 그래!
씨, 엄마는 왜 뻥쳐?
내가 무슨 뻥을 쳐!
씨, 나만 있으면 된다며!
[필구가 흐느낀다]
(필구) 이, 씨
씨, 무슨 엄마가 결혼을 해?
아이, 씨
엄마가 결혼하는 애는 나뿐이 없어! 씨
씨, 자기 엄마가 결혼하는 기분을
뭐, 엄마가 알아?
씨...
뭐, 엄마는 어른이니까 결혼이라도 하지!
나는 초딩이라 결혼도 못 하고
아, 군대도 못 가고! 씨
어차피 갈 데도 없어! 이, 씨
[한숨] 진짜 짜증 나
아, 나도 사는 게 짜증 나!
그러니까 택해!
너 엄마 따라갈 거야, 말 거야? 빨리 말해!
아, 따라갈 거야!
[차 문이 탁 열린다]
(종렬) [차 문을 탁 닫으며] 동백아
아이, 잠깐만, 어디 가?
여긴 어떻게 알고 또...
[한숨]
[성난 한숨] [웅장한 음악]
[종렬의 아파하는 신음]
[성난 숨을 내뱉는다] (필구) 내가 말했지?
까불면 주먹으로 코를 때려, 코
[종렬이 연신 괴로워한다]
(종렬) 너
너 지금 나 코 때린 거야?
[종렬이 쿨럭거린다] [성난 숨소리]
(동백) 너 필구가 즉석 밥에
단무지 싸서 학교 다니는 거 알았어?
(종렬) 뭐?
필구 너 급식 하는 거 아니었어?
있잖아, 너 앞으로 필구 인생에 찍소리도 하지 마
너는 아웃이야
[한숨 쉬며] 동백아
네가 이러면 애도 혼란스러워져
삼촌이 해 주는 내 자식 걱정 따위는 필요 없어
야
네가 필구 삼촌이냐?
(동백) 왜?
그 잘난 강종렬 아들이면 애가 개피 보니까?
[가슴을 탁탁 치며] 야, 아비인 척도 못 하는 내 속은 뭐, 오죽하겠냐?
이렇게 감정적으로만 굴지 말고, 좀
나는 내 자식이 삼촌 집에서
즉석 밥, 단무지 싸서 학교 다니는 꼴 나 하루도 더 안 봐
나도 다 처음이잖아 적응 기간은 줘야지!
(동백) 나 이제 어떤 개소리에도 안 흔들려
너 잘 들어
너 한 번만 더 필구 인생에 찝쩍대잖아?
전 국민이 다 알게 친자 확인 소송 해 줄 거니까
너 덤빌 거면 네 거 다 걸고 덤벼
[난감한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짜증 섞인 한숨]
(종렬) 아이
야, 동백아!
야, 필구야!
(동백) 정말로 쳐부숴야 했던 건 까불이가 아니라 나였다
(동백) 쫄보, 찌질이, 쪼다 이딴 거 다 짜증 나지 않냐? 어?
내가 좀 봐줬더니 아주 그냥
다 더럽게 까불어, 어?
(동백) 나는 주먹으로 사람 코도 깰 수 있는 사람이고
내 자식은 내가 지킬 수 있는 파이터다
엄마
맥그리거 같았어
(동백) 그래?
(동백) 나는 이제부터
세상에서 제일 센 엄마가 되기로 했다
"생방송 중"
[어두운 음악]
- (기자2) 살해 동기가 뭡니까? - (기자3) 범행 일체를 인정하십니까?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4) 아, 잠시만요
뭐라고요? 크게 말씀해 주세요
(석용) 시끄럽다고!
사람이 사람 좀 죽일 수도 있지
유난들 떤다
(형사3) 빨리 가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변 소장) 뭔 반사회적 인격 장애
뭐, 어쩌고저쩌고하던데
[용식이 혀를 쯧 찬다]
[용식이 숨을 들이켠다]
(용식) 아유, 저런 사이코 머릿속이 뭐가 궁금해요, 예?
여기서 제일로 중한 거는
이런 상황에 대처한 착한 놈들의 기백
[탄성을 지르며] 뭐, 이런 거 아니겄어요?
[용식의 웃음]
(변 소장) 뭐, 어디
결혼식장 댕겨오시나 배?
(용식) 파리 시민들이요, 예?
파리 시민들은 이, 테러가 나도
고다음 날에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고요, 예?
'너희들이 우리한테 뺏어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거를 이, 커피를 딱 마시면서 보여 주는 거거든요, 그게 [휴대전화 조작음]
(규태) 파리 가 봤어?
[통화 연결음]
(변 소장) 그
인터뷰하고 싶으셨지?
[익살스러운 음악]
그, 사실상 나도 좀
의인은 의인인 거잖아요
그려
[안타까운 신음]
왜 계속 전화를 안 받으셔?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진동이 멈춘다]
[부드러운 음악]
아직도 이렇게 아기면서
(동백) 필구는 여덟 살 인생 내내 나를 지켜 줬다
엄마, 나 곱등이 잡았어
- (동백) 어어, 야 - (필구) 엄마
- (동백) 왜, 왜, 그거 빨리빨리 - (필구) 엄마, 엄마, 아니, 봐 봐
- (동백) 변기에다 버려 - (필구) 엄마, 이거 봐 봐
(동백) 제발 밖에다 버려, 제발 오지 마!
엄마, 엄마, 이제 화장실 가
엄마 이제 똥 쌀 수 있어!
[흐느끼며] 엄마가 미안해
[동백과 어린 필구가 흐느낀다]
(동백) 필구의 출생이 나를 살렸고
자라면서는 날 지킨다고 쌈닭이 됐다
내가 왜 엄마를 지켜야 돼?
엄마가 나를 지켜 줘야지
(동백) 내가 소녀가 되는 동안 [필구가 말한다]
나 커서 결혼하면
엄마는 같이 안 살지?
(동백) 애가 어른이 되고 있었다
원래 그런 거지?
(필구) 할머니!
(동백) 어린 마음이
억지로 참아 주는 걸 모르고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내가 의리도 없이 혼자 설레고 다녔다
아유, 아유, 동백 씨!
아,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으시고!
[웃으며] 아이, 진짜, 그...
아, 죄송해요
제가 아까는 좀 받을 상황이 아니어서
뉴스 봤어요, 못 봤어요?
(용식) 아, 딱 말해 봐요 빨리 말해 봐요, 빨리
진짜 너무 감사해요
저 용식 씨 아니었으면 그냥 평생 막
쫄보로나 살았을 거예요
제가 지금 가게로 빨리 갈 테니께요, 네?
나 빨리 칭찬해 줘요, 예?
(동백) 아니, 저, 가게 말고요
제가 용식 씨한테 처음 반한 데서 봬요
예?
[부드러운 음악]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 동백 씨!
[용식의 웃음]
[뛰어오는 발걸음]
아, 뭘 저렇게 자꾸 웃어? 씨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의 웃음]
[용식의 의기양양한 웃음]
(용식) 아
여기서 나한테 반했어요? 예?
[용식의 호탕한 웃음]
[동백의 당황한 신음]
(동백) 아, 왜 뽀뽀를 해요?
아, 아이
동백 씨가 딱 여기 계신디
막 이, 제 속이 이, 막 울컥울컥하더라고요
[용식의 웃음]
(용식) 아, 난 고 때, 이 동백 씨 옆에 앉아만 있어도
떨려 갖고 죽는 줄 알았었는디, 이
지금은, 그
뽀뽀도 이렇게 트고
응, 그런 사이잖어요?
[웃음]
아, 이거는 뭐, 거진
거진 이거는 미라클이죠, 미라클
[용식의 웃음]
아이, 왜 뽀뽀를 해요? 진짜
왜 뽀뽀를 자꾸, 씨
[의아한 신음]
아, 왜 이래요?
[한숨] (용식) 아, 뭐, 내가 뽀뽀해 갖고 그래요?
아유, 참
아, 언제는 자기가 먼저 해 대더니, 예?
왜 갑자기 또 왜 뭔...
[동백이 훌쩍인다]
아유, 씨, 어떡해
[동백의 난감한 숨소리]
(동백) 아, 나 어떡해, 진짜, 씨
아, 나 말 못 하겠어요, 아이, 씨
예? 아, 왜, 왜, 왜, 왜, 왜?
(용식) 왜, 왜 또 뭐, 뭔 일 났어요?
[동백이 울먹인다]
(동백) [울먹이며] 아유, 씨, 나 말...
아, 안 울고 말하려고 했는데, 씨...
[동백이 흐느낀다]
아유, 씨
헤어지는 거 진짜 못해
[애잔한 음악]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헛기침]
[한숨]
용식 씨
왜? [말을 버벅댄다]
뭘 쳐다봐요?
갑자기 또 뭔 헛소리 하시려고 또...
[동백이 오열한다]
(용식) 아이, 뭔
뭔 통곡을 하면서 헤어지재?
[용식의 떨리는 숨소리]
[용식의 한숨]
아이, 씨
나 좋자고 필구 울리기 싫어요
필구가 그렇게 나 싫대요?
죽어도 안 되겄대?
싫다고나 하면 낫죠
애가 자꾸
내 눈치를 보고 자꾸 날 닮아요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아이, 씨
연애고 나발이고
필구가 먼저인데 내가 너무 철딱서니가 없었어요
그...
내가 잘해 갖고, 예?
점수 따면 되지 뭐, 뭘, 왜...
나도
[한숨]
그런 줄 알았는데
[한숨]
그거 사실
우리 편하자고 그런 거잖아요
[동백이 훌쩍인다]
[한숨]
필구는
말 트일 때부터
나 지켜 준다는 애예요
나는
그 마음이 더 미안하고 애틋해요
아유
아, 뭐가 그렇게
[떨리는 숨소리]
단호해요?
필구가 아직 아기잖아요
저한테는
필구 그늘 없이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해요, 용식 씨
[동백의 한숨]
[애잔한 음악]
(용식) 타이밍이니 변수니 [울먹인다]
다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떨리는 숨소리]
(동백) 나는 이 착한 헐크를
KO시킬 말을 알았다
[한숨]
저
그냥 엄마 할래요
여자 말고 그냥
엄마로 행복하고 싶어요
아...
[울음 섞인 웃음]
이, 진짜 너무허네
그렇게 말하면
[코를 훌쩍인다]
난 뭐라고 말해야 돼요?
뭘 어떡해요?
헤어져야지
[용식이 울먹인다] (용식) 나는
동백 씨랑 헤어지는 방법도 모르지만
잡을 방법도 몰랐고
[동백이 훌쩍인다]
[동백이 흐느낀다]
[용식이 훌쩍인다]
[용식이 훌쩍인다]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성인 필구) 그렇게
기적 같던 엄마의 봄날이 저물었다
(성인 필구) 그리고
그 봄날을 먹고
내가 자랐다
(성인 필구) 밥이야 먹었지
왜 맨날 밥은 그렇게 물어봐?
어, 근데, 엄마 내가 지금 좀 바쁘거든?
그러니까 자꾸 전화하지 말고
네, 가요
[부드러운 음악]
(종렬) 뭔 난리?
(제시카) 다 합성이야
나 샘내는 애들이 다 그냥 합성한 거라고, 그냥
(정숙) 징글징글 외로웠던 애야
[용식의 한숨]
(정숙) 우리 동백이 혼자 두지 마
(동백) 나 엄마랑 20년은 살아야겠어
고깟 보험금으로 퉁 못 쳐 줘
그러니까 살아
(찬걸) 이식이 아니면 힘들다고 보셔야 돼요
(정숙) 안 할래
(용식) 동백 씨...
(동백) 아, 용식 씨, 우리 엄마 좀... [동백이 울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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