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7
(혜훈) [영어] 한국 경찰들은 다 이렇게 무례합니까?
[한국어] 누나가 한국에서 무슨 사고를 쳤건
아니, 아주 죽든 살든 간에
[한숨 쉬며] 나한테 전화 좀 하지 말라고요
아시겠어요?
(형사1) 그, 최고운 씨 관련해서
전해 드릴 사안이 좀 있어서요
그, 그 이름
어떻게 알아요? 누나 옛날 이름인데
(형사1) 그, 유류품으로 주민증이 두 장이 나왔습니다
[아련한 음악]
(형사1) 예, 돌아가셨습니다
살해를 당하셨어요
(동백) 향미는 내내 고운이를 품고 살았다
(소정) 음, 누가 양말 못 신고 사는 줄 아나?
왜 맨날 양말은 보내는 거야?
(어린 혜훈) 누나, 누나!
양말 신고 다니랬지?
(어린 향미) 감기 들면 콜록콜록해
(동백) 고운이
(동백) 그 이름을 아는
유일한 천국에도 가지 못한 채
아, 여기 피해자 소지품 확인만 좀 해 주세요
(형사2) 아이, 가족은 여기 없고
뭐, 아는 언니만 와 가지고, 네
(동백) 너무 함부로
너무 외롭게 떠났다
[한숨]
[흐느낀다]
[동백이 연신 흐느낀다]
아, 향미야
(동백) 향미야
[오열한다]
(용식) 나와!
비키라고!
아니, 이런 걸 왜 확인을 시키냐고, 왜!
[동백이 연신 오열한다] (용식) 동백 씨!
동백 씨, 저...
[용식이 씩씩거린다]
동백 씨
[용식의 힘주는 신음]
아, 어떡해...
[동백이 흐느낀다] (용식) 동백 씨...
아휴, 씨
안 봐도 돼요
아, 안 봐도 돼요, 동백 씨 안 봐도 돼요
- 아유, 어떡해요 - (용식) 괜찮아요, 동백 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형사3) 자
씁, 확실해요?
(용식) 처음 본 얼굴 맞대요, 맞대요!
하, 초주검인 애를 괜히 자꾸 불러내 갖고, 이, 씨, 쯧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우리는 다 같은 생각을 했다
[한숨]
새 향미 된다더니 죽기는 왜 죽어, 이, 씨
(용식) 향미 씨가
둘이, 뭐
(서장) '투캅스'야?
왜 적당히를 모르고 나대시냐고?
(용식) 이웃이
(용식) 사람이
그렇게 죽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재영의 한숨]
향미 말이여
진짜 동백이 때문에 죽은 거랴?
(애정) 그람
까불이가 진짜로 동백일 노렸다는 겨?
(귀련) 근데 사실 난 말이여
동백이가 잘못되면 엄청 찜찜할 거 같어
(지현) 근데 옛날엔 다들
동백이 오고 까불이도 나왔다고 말들 많았잖어
(승희) 에이, 그때랑 지금이랑 같어요?
조석으로다가 6년을 안면 트고 살았으면 식구지
아무래도 말이여
동백이는 그냥 죽게 냅두면 안 되겄어
[흥미진진한 음악]
(용식) 나쁜 놈의 폭주는
우리 속의 가장 보통의 영웅들을 깨운다
[헛웃음]
아주 같잖은 놈 하나가
옹산을 깐히 보고 까부는데
(찬숙) 우리가 대한민국서
게장을 평정한 옹산이여
쭉정이 하나
뽑아 버리고 말자고
야, 승희야
너 옹산여상 짱 먹고 나왔댔지?
주 종목이 뭐니?
(승희) 발요
(용식) 옹산의 소소한 히어로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찬숙) 그람 승희를 시작으로 은밀히들 움직이고
[저마다 대답한다]
(용식)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동네 파출소가
왜 뒷구멍으로 혈흔을 맡기고
(서장) 왜 자살 사건으로 뻥을 치고 잠수부를 띄워?
동네 순경이
[입소리를 뽁뽁 낸다]
왜 까불이를 쫓느냐고
[서장이 립밤 뚜껑을 달칵 닫는다]
그래
유구무언이겠지, 뭔 변명을 하시겠어?
유구무언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음악] 묵묵부답인데요
뭐?
(변 소장) 용식이는
무궁화 네 개 앞에서도 쫄질 않았고
대답을 아니 하는 것 또한
수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저의 의지인데요
(변 소장) 나 역시
쪼는 마음이 사라졌다
투사 나셨네
나셨어
나가서 내 대신 기자 회견도 하시지 그래?
허지만요
뭐?
왜?
(변 소장) 카메라
누가 찾았습니까?
학원장은 누가 찾았냐고요?
아, 피해자 옹산호에 있다는 거
누가 예견했쥬?
서장님 새끼들은 6년 내내 못 한 거
내 새끼는 몇 달 만에 혼자서 다 해결했쥬
그래서 지는요
아, 광수대보다도
용식이라고 보는데요
[코를 훌쩍인다]
여봐
더 떠들 거 있걸랑
시말서로 쓰셔, 시말서로, 씨
[동백이 혀를 쯧 찬다]
(동백) 하, 뭐가 이래?
보이는 족족 훔쳐 대더니
쯧, 자기 거는 하나도 없고
왜 있는 건 다 또 거지 같은 건데?
[한숨]
그러게 배달을 왜 자기가 나간다고 나서기를 나서, 정말...
[흐느낀다]
[용식의 한숨]
(용식) 하, 동백 씨
향미 씨가 죽은 거는
죽인 놈 탓이지 동백 씨 탓이 아니에요
애먼 동백 씨가 '내 탓이오' 하고 앉았으면
죄지은 놈만 신나는 거죠
[한숨]
지금은 쭈그러들 때가 아니고요
그놈 잡아야 될 때예요
아시죠?
[코를 훌쩍인다]
[한숨 쉬며] 잡아야죠
[한숨]
난 딴건 몰라도
그놈 기침 소리는 기, 기억해요
기침 소리 한 번만 들으면
[코를 훌쩍이며] 기억이 날 것도 같은데
저, 그, 알아보니께
그 기침 소리가
틱일 수도 있다더라고요
(용식) 그, 흥분 상태에 나오는
일종의 틱 장애 같은...
[의미심장한 음악] [동백의 놀란 숨소리]
(동백) 방아깨비 누나네? [흥미로운 음악]
아니, 여기 누나가 왜...
동백이 너, 그
분리수거 잘하고 있어?
네
응, 오늘부터 내가 관리 감독 직책이고
그, 월수금 체크할 거니께
똑바로 해
(용식) 갑자기?
(용식) 옹산의 장부들이 소리 없이 봉기했다
[헛기침하며] 두부는 내일이면 쉬니께
예?
(귀련) 아니, 버릴 거면 여기다 주고 말지, 뭐
야
너 낮에도 문단속 째깍째깍 햐
[멀어지는 발걸음]
(재영) 이거
이거, 남은 음식 버리면
지옥 가서 그냥 배때지에 다 처넣어야 돼야
아, 그래서 주시는 거구나 [웃음]
근데 너 퇴근은 몇 시인데?
[동백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용식) 아이, 아, 여기서 뭐 해요들, 예?
아, 뭐, 모여 갖고 담배 피워요?
(재영) 아, 신경 꺼
우리 살 빼는 겨
(용식) 아유, 참
아이, 거, 쓸데없이 그, 오밤중에 몰려댕기고 그러지 마요, 예?
아, 신고 들어와!
(찬숙) 동백이 너는
항시, 어, 그
자나 깨나 용식이 옆에 이렇게 딱 붙어 있어잉
응? 알겠어? [여자들의 힘주는 신음]
(용식) 이 무심한 방범대는
나름의 방법으로
(용식) 아이, 해산, 해산! 해산!
해산, 해산 [날렵한 효과음]
[용식의 다급한 신음]
아, 동네 도장 깨러 댕기는 사람들 같다고, 예?
(용식) 그러나 분명히
시간과 공을 들여 [귀련의 힘주는 신음]
동백 씨를 지키고 있었다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용식) 아이, 거, 등 치지 마요 등 치, 거기다가, 예?
아이, 그, 전봇대 넘어가! 그, 흔들흔들, 예?
(애정) 그려, 알겠어, 어
- (지현) 살아 있댜? - (애정) 어
(애정) 새벽 시장에 왔더랴, 어
- (재영) 오늘도 산 겨 - (애정) 어
- (재영) 조석으로 동백이 생사 체크햐 - (애정) 어
아...
아니, 우리가, 저 동백이한테 붙은 게 아니고유
(찬숙) 일단 애는 살리고 봐야 되니께
야, 준기야
저, 이번 달 번영회 말이여
(찬숙) 응
당분간 저, 번영회는 여기서 할 겨
(동백) 개업 이래 처음으로
까멜리아가 여자로 꽉 찼다
(찬숙) 애들이 좀 먹어?
아이, 번영회만 했다 하믄, 뭐
믹스커피니, 저 간식이니 거덜을 내는데
왜 맨날 떡집서만 햐?
응, 인자는 니네 집 커피 먹을 겨
[훌쩍인다] [귀련의 못마땅한 신음]
(귀련) 아이, 쟤가 저런다니께?
어제는 떡볶이를 사 처먹으면서도 그냥 훌쩍대고 서 있더라고
- (지현) 어? - (귀련) 야, 떡볶이를 처먹는데
(귀련) 눈물이 왜 나?
(지현) 아이... [귀련의 한숨]
[잔잔한 음악] (재영) 너 운다고 향미 살아 와?
너라도 살 생각을 해야지 왜 자꾸 훌쩍훌쩍
[울먹인다] [재영이 혀를 쯧 찬다]
그래서
저 지금 지켜 주시는 거예요?
(애정) 얘, 우린 뭐, 할 일 없니?
(지현) [푸 뱉으며] 헛소리 말고 니가
그, 니 살길 찾어!
(귀련) 살이 쪄야 파워도 나오지
아이고, 저 떼꼬챙이가 뭘 하겄어? 아유
(재영) 아, 저, 여, 여, 여
바지 속에 티셔츠 넣어 입은 꼴 좀 봐라
이야, 티셔츠 거기에다 넣을 생각을 어떻게 햐? [귀련의 못마땅한 신음]
(찬숙) 허리가 이 지랄이니께 까불이가 뎀비는 겨
[재영의 호응하는 신음] 뭘 처먹질 않는 겨
타고나기를 아주 코스모스인 겨
아이, 비, 비기 싫어, 아주, 응
(귀련) 얘 일단 뚱땡이로 좀 만들어야 쓰겄어
백반 니가, 그, 바로 트레이너 진행햐
[재영의 호응하는 신음] (귀련) 응, 내가 하면 돼야
(지현) 그랴
저요
옹산에서 백 살까지 살래요
(재영) 어이구, 지겨워, 이, 씨
[웃음] [귀련의 못마땅한 신음]
(귀련) 또, 또? 참
야, 너 울지는 말어!
[울먹이며] 나는 남이 울면 따라 우는 버릇이 있어!
[귀련이 훌쩍인다] (지현) 하지 말어, 하지 말어!
[흐느낀다] - (여자1) 울지 마 - (여자2) 울지 마, 아이고
(찬숙) 울지 말어, 응
[코를 훌쩍인다]
[헛기침]
[한숨 쉬며] 우리가 옹산의 심장을 이고 가는 뭐여?
(여자들) [울먹이며] 옹심이!
[형사2의 한숨]
(형사2) [비웃으며] 자기가 까불이를 안다고 찾아왔어
(형사4) 아, 그래요?
(형사2) 뭐, 5년 전에 한 번 봤다던데?
(형사5) 한 번? [형사5의 어이없는 숨소리]
(형사6)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이거, 이거 진짜 아니에요?
(정숙) 아니라고, 아니라고
(형사3) 야
딱 봐서 거를 거 좀 걸러야지
뭔 동네 순경처럼 수사를 하냐? 바빠 죽겠는데
그냥 철물점 흥식이 좀 파 보라고, 좀
(형사3) 그러니까 아까부터 왜 자꾸 흥식이라는 건데요?
뭐, 증거가 있으신 거예요?
내가 그 눈을 봤고
걔 냄새도 기억을 하는데!
(형사3) 아, 예, 뭐, 후각이 뛰어나시네
[형사3의 웃음]
[한숨]
[긴장되는 음악] [발걸음 소리가 난다]
왜?
나 죽이러 쫓아왔니?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제 눈
저한테서 나는 냄새
(흥식) 비굴하게 웃는 거
저도 싫어유
저도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잖아유
[떨리는 숨소리]
부탁드릴게유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 주세유
제가 다 보증할 테니까
[울먹이며] 그냥 한 번만 좀
제발...
[힘겨운 숨소리]
[정숙이 풀썩 쓰러진다]
[사이렌이 울린다]
[심전도계 비프음] (구급 요원) 아주머니
투석 받는 날 투석 안 받으시면
길 가다가도 그냥 돌아가시는 거예요
[정숙의 힘겨운 숨소리]
넌 뭐야?
[정숙의 힘겨운 숨소리]
[한숨]
(형사6) 증거가 있으시냐고요
[난감한 신음]
[형사2의 한숨]
(형사2) 이 아줌마 치매라는 말 있어
[형사3의 헛기침]
(형사3) 그 흥식이라는 놈이
아주머니한테, 뭐 밉보일 짓 한 거 있어요?
(정숙) 아유! 야
너희들 동네 순경만도 못하게 이럴래?
(형사6) 이러면요?
이러면 그때 그 마스크 썼단 놈이 맞아요?
(형사3) 하, 거봐요
이, 마스크 쓰면 다 비슷하다니까?
[당황한 숨소리]
(서장) 됐다, 됐어!
사체 손톱 밑에서 피부 조직 나왔단다 [의미심장한 음악]
범인 DNA 검출!
- (형사3) 진짜요? - (형사2) 아, 이제 집에 가겠다! [서장의 웃음]
(형사3) 아이, 까불이가 그런 걸 남겼다고?
(정숙) 저기
박흥식부터 검사해 봐
검사해 볼 수 있잖아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 아저씨
내가 미칠 것 같아서 그래
[스르륵 소리가 난다]
[흥미로운 음악]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용식이 코를 훌쩍인다] [용식의 헛기침]
(용식) 자
이 시간부로 까불이 사건의 베이스캠프는 여기
옹산 파출소고요
지금 이 판에
저 황용식이보다 이, 피 끓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잉
[코를 훌쩍인다] [TV 전원 종료음]
(변 소장) 난 너한테 붙었다니께?
[변 소장이 자석을 착 붙인다] (용식) 카, 소장님
[함께 숨을 카 내뱉는다]
너 진짜 잡을 수 있어?
어머니
나 집 없어
여기 당직실 좀 씁시다
(용식) 아, 아유, 어머니
아유, 어머니가 왜, 왜 집이 없어요?
아이고, 참
아, 빨리 저랑 집으로 가요, 집으로, 예?
너 동백이한테 나 여기 있다고 얘기하면
나 또 토낄 거야
(용식) 아휴, 어머니
아유, 어머니
몸도 편찮으시잖어요, 예?
아이, 동백 씨가 지금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는디...
오지랖 적당히
그 천치 같은 게
지금 나 보면 콩팥 떼 준다는 말밖에 더 하겠어?
(정숙) 그럼 나는, 뭐 '얼씨구나' 하고 받겠니?
모녀 문제는 모녀가 알아서 풀 테니까
넌 까불이나 잡아 봐
내가 아주 그 새끼 때문에 동네도 못 떠나고
죽지도 못하겠으니까
(변 소장) 야, 너, 너, 너, 차, 차라도 한 잔...
(정숙) 커피는 소장님이 낫던데
(변 소장) 그렇쥬? 예
[흥미로운 음악] (형사3) 음, 거부해도 돼요
뭐, 그거야 본인 자유죠
근데 '노규태가 거짓말 탐지기를 거부했다'
뭐, 이러면 이제 민심이 어떻게 될랑가 모르죠
장래 희망이 군수라고 안 했어요? 예?
[형사3이 테이블을 톡톡 친다]
(규태) 할게요
(형사3) 그래요
아, 최향미 안 죽였으면 마다할 이유가 없으시지
아, 근데 조건이 있어요
(자영) 아무리 강심장도 거짓말 탐지기 달아 놓으면 어버버버대는데
너같이 얼빵하고 소심한 게 무슨 거짓말 탐지기를 해!
어쨌든 그날 최향미 본 건 팩트고
아무 기억도 안 난다며?
그럼 너한테 득 될 게 없으면
당연히 거부를 해야지 왜 말을 안 듣고...
자영아
뭐!
죄지었으면 벌 받겠지
그냥
나 한번 믿어 봐
(자영) 믿긴 뭘 믿어?
믿을 놈을 믿지
너 들어가면 어리바리 될 게 뻔한데
당신 그래서 나 좋아했잖아
뭔 개소리야?
당신 나 모성애로 좋아했지?
(규태) 지금도 사고 친 자식
모른 척할 수 없는 뭐, 그런 마음이지?
그럼 당장 살인 누명 쓰게 생겼는데 쌩까냐?
미안해, 당신 엄마 만들어서
[차분한 음악]
당신도 여자 하고 싶었을 텐데
맨날 엄마 노릇 하게 해서
미안해
(규태) 근데
당신이 나 혼내는 마음도 사랑이었듯이
내가 당신한테 죽어라 개기던 마음도 사랑이었어
당신 앞에서 나도 좀
남자 하고 싶어서
그래서 더 못나졌던 거 같아
미안해
미안해, 자영아
얘 왜 이래?
너 진짜
뭘 죽인 건 아니지?
(동백) 그, 그래, 그래 가지고요, 그
몽타주? 그거를 완성해야 되는데
한, 한 두세 시간 정도 걸린다고
근데 그게 경찰이라서 제가 그 약속을 미룰 수가 없어 가지고
그...
(찬숙) 뭐?
필구 맡아 달라고?
네, 그, 언니가 좀 바쁘시죠?
얘
너 너무 이렇게 예의 채려도 정이 안 가잉, 어?
(찬숙) 필구랑 준기랑 죽고 못 사는 거 이 동네가 다 아는데
어떻게 이제야 츰으로 나한테 애 맡아 달라는 소릴 햐?
어? 그 소리를 뭘 그렇게 애를 쓰고 하고 자빠졌어?
그러면
그, 우리 필구 좀 맡겨도 되는 거였어요?
[흥미로운 음악] (찬숙) 니가 필구를 맡겨야
나도 준기를 너한테 맡기고
계 모임을 갈 거 아니여!
아, 왜 맨날 너만 새색시 내외하듯이 그랴?
너 참 내 말 유념해
사람이 말이여
서로 엉기고 막 치대고, 어?
염치없고 그래야지 정도 들고 그러는 겨
그러면 우리 필구 밥도 좀...
우리는 밥뿐만이 아니라
똥도 닦아 줘, 우리는!
[웃음]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자영) 야, 노규태
나 여기 있을 거야
내가 밖에 있으니까
수틀리면 바로 나와
[격정적인 음악] [웃음]
뒤는 네 변호사가 책임질 거니까
아, 가!
[문이 달칵 열린다] [규태의 헛기침]
[문이 탁 닫힌다]
아휴, 당 떨어져
왜 이렇게 오래 해?
[한숨]
(형사3) [문을 달칵 열며] 잠깐 들어오시죠
저요?
(형사3) 어, 노규태 씨가
특별 요청을 좀 해서요
막판에 질문 세 개만
내가 정하게 해 줘요
(형사3) 아, 예, 뭐, 그러세요
뭐, 원래 질문은 사전에 다 합의 보고 그래요, 예 [규태의 결연한 숨소리]
(규태) 그리고요, 그, 물어볼 땐, 저
변호사도 참관하게 해 줘요
[헛웃음 치며] 아이참
안 해 주면 나 안 할래
(조사원) 지금부터 요청하신 세 가지 질문 하겠습니다
[긴장한 한숨]
최향미와는 애인 사이였나요?
아니요
(형사3) 어어, 어, 진실, 진실
(자영) 가지가지 한다, 진짜
(조사원) 최향미의 모텔 방 내부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네버, 절대
[아련한 음악] 노병철, 홍은실 다 걸고
[형사3의 비웃음]
(형사3) 자기 엄마, 아버지는 왜 갖다 걸어? [자영의 민망한 한숨]
(조사원) '예, 아니요'로만 대답하라니까요?
자, 마지막으로
당신은 아내를 사랑하십니까?
예
[자영의 헛웃음]
(규태) 사랑하고
[떨리는 숨소리]
존경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형사3) 아유, 사랑하네, 사랑해
[형사3의 한숨]
이제 일어나라고 해, 어
[흥미로운 음악]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변 소장) 자, 정리를 해 보면 말이여
노 사장 핸들서 혈흔이 나왔고
그 혈흔이 향미 건 맞어
씁, 근디 이게 또
그, 노 사장 쪽만 파 볼 일이 아닌 게
(형사3) 최향미는 강종렬에게
총 열네 차례 통화를 시도를 했고
강종렬이는 한 번을 안 받습니다
어, 뭔가 수상한 정황이 포착되시죠?
(변 소장) 그리고
우리 짝에서 확보한 이 통장에
돈 3천이 꽂혔어
향미가 실종된 후에
종렬이가 보낸 거야?
그럼 종렬이 DNA 따면 되는 거 아니야?
(형사3) 입금자는 박상미
강종렬이 와이프로 나옵니다
뭐, 금전 관계든 치정이든 원한이든 어쨌든
동기는 다 있고요
그럼 걔들 중에 까불이가 있다는 거야?
- 그건 모르죠 - (서장) 그건 왜 몰라?
최향미를 죽인 게 진짜 까불이인지
까불이를 빙자한 원한 관계인지는 모르니까
씁, 뭐, 수사는 일단 원점부터...
너희들
앞으로
원점부터 얘기할 거면 나 부르지 마
[긴장한 숨소리]
[제시카의 불안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화자) 지금 네가 까불이 되게 생겨 불었다고, 응?
아이, 긍께 돈을 부치길 왜 부쳐, 왜!
최향미 통장에 니 이름이 찍혀 불었을 것인디
인자 경찰들 오면 어쩔 거냐고?
아이, 그럼 어떡해!
(제시카) 아, 걔가 다 까발린다니까
3천을 안 줄 수도 없는데
[가슴을 탁탁 치며] 나도 자존심상 합의금 조로 준 거라고
[제시카의 속상한 한숨]
걔가 나를
아, 나를 뺑소니로 고소하면 안 되니까
나도 이렇게 다 생각을 해 가지고...
아, 그러니까 니가 생각을 왜 해, 왜?
[애잔한 음악]
상미야
(화자) 너 정신 차리고 엄마 똑바로 봐 봐 봐, 응?
너는 안 죽였어
너는 절대 사람 못 쳐
내 딸인데 내가 그것을 몰라? 어?
엄마가 다 알아서 하려니까
너는 인자부터 아무 생각 말어
엄마
근데 난 왜 생각 안 해?
(화자) 응?
엄마가 맨날 다 알아서 하니까
내가 등신 천치가 됐잖아
너
엄마 원망해?
[초인종이 울린다]
저희 어머님이 올라오셨어요
(제시카) 어머니가 왜 왔는데?
우리 집엔
내가 얘기했어
[당황한 숨소리]
(화자) 장 서방, 아, 아니, 강 서방
뭣을 얘길 해?
자네 생각 잘하고 말해
섣불리 뱉은 말은 빠꾸가 불가여
어머님
옹산 가셨었다고 들었습니다
자네 주뎅이에서 그 얘기가 먼저 나오는 것은 아니지
[제시카의 놀란 숨소리]
저희
이혼하겠습니다
(종렬)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지금
뭐, 절로 터진 주뎅이라고
아니, 뭔 소릴 하는 거야, 대체?
진즉에 끝난 결혼 생활을 저희가 지지부진 끌었는데
이제라도 서로...
(화자) 야!
- (화자) 야, 이 썩... - (제시카) 엄마
(화자) 이 썩을 놈의 새끼야
(제시카) 엄마, 하지 마
(화자) 야, 이 새끼야, 니가!
니가 우리 아기 인생 박살 내면
내가 너를, 니 인생을 내가 아주 개박살을 내 불 것이여, 어?
내가, 내가!
청와대에!
청원 내 불 것이여
(제시카) [달려오며] 야! 너 또 옹산 가냐고!
(종렬) 상미야, 너 왜 안 하던 거 하니?
[어두운 음악]
(종렬) 상미야, 너 엄마였던 적 없잖아
지선이는 내가 최선을 다해서 키울게
[떨리는 숨소리] (화자) 왜?
그년이 자네랑 살겠대?
아니요
제가 애를 좀 데려와야 될 거 같아서요
제가 애를
하루라도 더 거기 두고 싶지가 않아서요
[한숨]
데려와
네 아들
조카 입양하는 걸로 받아 줄게
뭐 하자는 거야, 지금?
나는 오늘 내 신혼집으로 짐 다 옮길 거고
우리는 백년해로할 거야
[종렬의 한숨]
(종렬) 너 지선이 엄마고
나 너한테 치사하게 굴 생각 없어
밀라노도 가고
딴 걱정 없이 다 해 줄 테니까 이렇게 액션 취할 필요 없다고
나 밀라노 안 가
누구 좋으라고 밀라노 가?
상미야
우리 굿바이는 못 해도 바닥은 치지 말자
레베카
이혼하면 내가 키울 거야
[무거운 효과음]
너 애를 갖고 딜하는 거야, 지금?
유책 사유는 오빠한테 있고
레베카는 내 거야
박상미
오빠
나 제시카야
레베카도 내 거고
미시즈 강종렬도 내 거라고
걔
데려와
[떨리는 숨소리]
(준기) 그럼 넌 어느 쪽에 붙을 건데?
(필구) 둘 다 싫어
(준기) 용식이 아저씨도 싫어?
(필구) 어
(준기) 왜?
야
만약에 네가 버스 탈 때 홍재민이랑 앉았다 쳐 봐
(필구) 그럼 난 양정우랑 앉아야 되지?
근데 양정우 맨날 코딱지 파지?
그래서 내가 계속 너랑 앉고 싶어도
네가 새 짝꿍이 생기면 내가 어떡하냐고
[한숨 쉬며] 이해가 가냐?
[한숨 쉬며] 씨, 나는 억울해
[준기가 부스럭거린다]
우리 반 여덟 살 중에
나처럼 머리 아픈 애 없어
(찬숙) 아이고! 고생하셨슈
- (승엽) 아, 네, 예, 예, 예, 예 - (찬숙) 네, 고생하셨슈
(아이) 엄마 [찬숙의 신난 신음]
[아이들이 저마다 엄마를 부른다]
(찬숙) 아이고, 준기야!
- (찬숙) 어유, 내 새끼, 어유 - (필구) 엄마
- (찬숙) 살 빠졌어? 어유 - (필구) 엄마, 엄마
[아련한 음악] (찬숙) 어어, 어
필구야,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저, 니 엄마 지금 바뻐
우리 집 가서 밥 먹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온디야
뭐가 바쁜데요?
(찬숙) 너 가방 뭐여? 어떤 거여?
아, 내가 1번이지 뭐가 바쁜데요?
[재영의 힘주는 신음]
(덕순) 야
어쩌고 있디?
문은 열었디?
밥은 먹디?
(귀련) 아유, 뭐, 굶겄어요?
아, 남 얘기 햐?
(귀련) 남이쥬, 남
특히나, 뭐 동백이랑 회장님이랑은 뭐, 이제
가족 아니면 웬수인 거지
뭘 애매하게 신경을 쓰셔요?
(재영) 아, 내비두셔유
어쩌거나 저쩌거나 어, 골 아파 마시고
(덕순) 이것들 말하는 싸가지 좀 보게
엎디면 코 닿을 데서 6년을 보고 살았으면
안 보고 산 사촌보다 가족이지, 잉?
어쩌거나 말거나 하는 소리를 어떤 소갈빼기가 씨불여?
어휴, 어쩌시려 그래유?
응? 내치든지 품든지 둘 중의 하나만 허셔야지
아, 좋기도 좋고 싫기도 싫으면 거, 어떡해유?
[재영이 혀를 쯧 찬다] (귀련) 기냥 정에다가 인제
미운 정까지 더해졌으니께, 뭐
장사 없쥬, 뭐
그려
남 일에야 너도나도 성인 공자지
(덕순) 느들
금미, 장종이 시집 장개 보낼 때 한번 봐라
넘의 자식 키우는 자리에 '옜다' 니 자식 주고 싶나
어이구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부아가 벌떡 날걸?
아, 왜 나보고는 위대한 칙을 하랴?
내가 뭐, 특별한 거 바랴?
최소한 여덟 살 아들은 없어야지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아, 혹이라도 없어야지, 혹이라도
(찬숙) 아유, 회장님! 좀, 좀, 그
야, 아, 야, 아, 야!
[힘주며] 야! 아이, 잠...
아, 잠깐! 아휴, 아유, 아파, 아휴
어유, 야! 진짜... [덕순의 난감한 숨소리]
(덕순) 필구야, 아유
저기, 상식적으로 동네에 여덟 살배기가 너 하나여?
진짜 니 얘기 아니라니께
저그 저, 딴 집 저, 여덟 살배기 얘기여, 잉?
내가 우리 엄마 혹이에요?
[차분한 음악]
내가 혹이에요?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아, 엄마!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경보음이 울린다]
[발로 툭 차며] 아, 엄마!
아, 엄마! 나 왔다고!
(필구) 엄마, 빨리 문 열어 줘!
[한숨]
[문을 연신 툭툭 차며] 아, 빨리! 엄마, 빨리 열어 달라고!
아이, 빨리!
(용식) 예
거진
거진 찾았어요, 거진
그럼 엄마가 계속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예
(용식) 그, 병원 기록도 쪼끔 있고요, 응
그러면
병원에 있을 때 좀
빨리 가서 좀 덮쳐 봐요
저기, 하, 근디 동백 씨
그, 우리 파출소도요
이렇게 한 번씩 놀러 오시고, 좀
이렇게 덮쳐 보고 좀 그래 봐요
[어색한 웃음]
내가 인터넷도 찾아봤는데요
하, 그, 투석도 사람 잡는 거더라고요
(동백) 아파서 이렇게 부은 거를
아, 어떻게 날 버리고 그렇게 살이 쪘냐고
구박을 막 했어요
[한숨]
근데 동백 씨
그, 신장요
진짜로 떼어 줘야 된다고 한다면
진짜 떼어 주실 거예요?
내가 안 떼어 줘도 아무도 나 욕 못 해요
[휴대전화 진동음]
(동백) 필구야!
필구야! [문이 달칵 닫힌다]
아유, 진짜, 너 엄마가 얼마나 쫄았는 줄 알아? [용식의 한숨]
(용식) 아유, 필구야, 너 왜
여기서 이렇게 쪼그리고 있어, 어? 어휴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비밀번호 왜 바꿨어?
(동백) 그거
너무 좀...
(필구) 이 아저씨가 왜 비밀번호 알아?
(용식) 아, 야, 하, 필구야, 고거는...
(필구) 엄마 이 아저씨랑 결혼할 거야?
[아련한 음악] 뭐?
엄마, 아들, 이렇게 사는 거보다
엄마, 아들, 아저씨 이렇게 사는 게 더 이상해!
(필구) 더 짜증 나고 더 머리 아프고 더 쪽팔려!
(동백) [등을 짝 때리며] 너 일로 와, 너!
너 누가 말...
너 그런 말 누가 쓰래!
(용식) 아이, 동백 씨, 아휴
(동백) 어른한테 그냥 아무 말이나 막 하고 너...
[속상한 숨소리]
너 그러면 엄마 막 속상해!
(필구) [용식을 탁 밀치며] 씨, 엄마가 속상해 봤자지!
[필구가 흐느낀다]
나는 엄마가 데리러도 안 오고
이 비밀번호도 바꿨을 때! 이, 씨
지구가 멸망한 거 같았어!
[흐느낀다]
(규태) 나 감옥 가면
논산 배 밭 당신 가져
내가 당신한테 줄 수 있는 건 [규태의 한숨]
고작
집이나 밭뙈기밖에 없네
당신이 감옥엘 왜 가?
당신 향미 안 죽였어
당신은 진짜로 나 믿는구나
(자영) 널 믿어서가 아니라
나를 믿어서야, 나를
내가 그날
걔 본 거 같아
[흥미로운 음악] 뭐?
(자영) 당신은 향미 낚시터 가는 둑길에서 봤다며?
나는 걔 낚시터에서 봤다고
그러니까 걔가
둑길에서 죽진 않은 거지
(규태) 아유, 당신, 저
향미 본 얘기를 왜 여기다 해?
형사들한테 해야지
걔들을 믿어?
걔들 지금 자기 앞가림만 급급해
그러니까 너 하나 엮어 보려고 그 난리지
(자영) 거기다 대고
노규태 전처가 사건 당일에 최향미 봤단 소리를 해?
(규태) 아이, 그렇다고 저 촌놈을 믿자고?
쟤 그냥
되나 가나 막가는 놈이야
난 약은 놈보단
막가는 촌놈이 낫다고 봐
그래서 너랑 결혼했고
그래서 내 발등은 찍었지만
아이, 씨
(변 소장) 어?
아니, 변호사님
(자영) '광수대보단 용식이'
이게 경찰청 유행어던데
여기 붙은 거 후회 안 하게 해 줘요
예?
(자영) 내가
24일 밤에
최향미 봤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스쿠터 엔진음]
(자영)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왜 쟤가 배달을 와?
[꼬르륵 소리가 난다]
(자영) 배가 고파서
동백이면 만둣국이나 시켜 먹으려 했더니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이혼을 앞두고도 식욕이 왕성하니
살 빼긴 텄지, 텄어
[자동차 시동음]
[자영의 피곤한 숨소리]
[피곤한 신음]
뭐야?
스쿠터는 왜 실어 가?
(자영) 라이트도 안 켜고
어휴, 씨...
[자영의 못마땅한 신음]
(규태) 걔가 없어졌대
향미
(자영) 근데 걔가 없어졌다니까
나도 쌔하더라고요
(용식) 스쿠터를 실어 갔다는 거는...
(변 소장) 향미가 운전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건디
씁, 저기 그, 운전자 보셨어요?
(용식) 그러니까 그 트럭, 그 번호라든가
어둡기도 어두웠고
트럭이 라이트를 끄고 달렸어요, 이상하게
그럼 말이여
(변 소장) 그 라이트 끈 놈이 범인이네, 범인, 어?
자, 자, 자, 자
그 트럭만 찾아내면 게임 오버라고!
[용식의 탄성]
(정숙) 내가 왜 그 트럭을 봤지?
(용식) 예?
동백이 스쿠터 훔친 트럭
내가 그날 봤다고
까멜리아 앞요, 지금요
(동백) 이, 이 시간에 택시는 왜?
(정숙) 애 데리고 먼저 들어가
괜히 자꾸 쪽방에서 재우지 말고
(정숙) 아유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정숙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정숙의 놀란 신음]
아이, 저거 우리 건데?
아니, 향미는, 저게
[긴장되는 음악] 이제 아주 남의 스쿠터까지 팔아먹어, 저거?
응? 어떻게, 트럭 쫓아가요?
아유, 아니에요
일단 병원부터 가 주세요
(기사) 응, 그래요 [힘겨운 숨소리]
하, 향미 얘는 이제 전화도 꺼 놨네
아니, 돈 3천에 나하고 진짜 연을 끊겠다는 거야, 뭐야, 얘?
향미 이제 안 와
어?
안 올 사람 기다리지 말라고
(정숙) 다시는 안 올 애니까
(정숙) '스쿠터까지 팔아먹고 토꼈나 보다' 그랬지
그때 탄 그 택시 번호, 그
혹시 그, 기억하셔요?
이, 씨
(정숙) 택시 번호까지 기억하고 타는 사람이 어디 있냐?
배도 아파 죽겠는데
(변 소장) 그렇지, 그렇지
[자영의 한숨]
(자영) 택시 블랙박스에 트럭이 찍혔을 거 같은데
[용식의 탄식]
(규태) 옹산 택시부터 파 볼까?
우리 작은삼촌 택시 해
[함께 한숨을 쉰다]
[용식의 한숨]
종렬이한테 가 봐
길에 강종렬 있었어
예?
(용식) 강...
아유
[흥미진진한 음악] [탄성]
(용식) 노다지다, 노다지
[탄성]
(종렬) [부지깽이로 탁탁 치며] 어디 있어, 어디 있어? 씨
[종렬의 힘겨운 신음]
[종렬의 아파하는 신음]
어유, 어유, 어유! 씨
[아파하는 신음]
[종렬의 아파하는 신음]
(종렬)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뭘 친 거냐고, 이 박상미
박상미, 박상미야!
(정숙) 길에다가 차를 대고
[종렬의 분에 찬 신음]
(정숙) 미친놈처럼 꽥꽥대고 있더라고
[종렬이 소리친다]
[종렬의 힘겨운 신음]
(규태) [손가락을 탁 튀기며] 오케이!
일단 용식이는 종렬이 블박부터 확보를 하고
그리고 당신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해
나는 내 무고함을 국가를 상대로...
(용식) 자, 제 결론은유
[용식이 매직 뚜껑을 탁 닫는다]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그날 밤
향미 씨를 본 용의자들은
용의자가 아니라
목격자라고 봅니다잉
[탁탁 소리가 울린다]
[매직이 탁 떨어진다]
[날카로운 효과음]
나는 오광을 들었고요
이 패들 싹 다 맞추면
까불이, 딱
나옵니다
[긴장한 숨소리]
(변 소장) 그 문제집 파투여
여기 붙어
특진이여
[탁 소리가 울린다]
[어두운 음악]
(덕순) 최소한 여덟 살 아들은 없어야지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아, 혹이라도 없어야지, 혹이라도
(동백) 필구야
너 앞으로 절대 혼자 막 돌아다니고 그러면 안 돼
응?
너 엄마 말 진짜로 잘 들어야 돼, 알았지?
할머니 왜 안 와?
할머니 오실 거야
향미 누난 왜 안 와?
[당황한 숨소리]
다 엄마 편하라고 안 오는 거야?
뭐?
[한숨]
나 중국에 있으니까
엄마 편했어?
(동백) 그,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밥 좀 팍팍 먹어, 어?
근데
나 커서 결혼하면
엄마는 같이 안 살지?
원래 그런 거지?
왜? 엄마가 같이 살자 그럴까 봐 너 겁나?
[아련한 음악] 다들 같이 안 살잖아
할머니랑 사는 애는 거의 없으니까
(동백) 나도 눈치가 있지
야, 내가 뭐, 너 장가가면 거기 껴 달라 그럴까 봐 그러냐?
[한숨]
너 엄마한테 등짝 한 대 맞았다고
너 이러는 거지, 지금?
야
맞은 사람은 편하기라도 하지
엄만 잠도 못 자
어린이는 다 잘 자는 줄 알아?
(최면술사) 시계 째깍째깍 소리를 들으면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갑니다
점점
(용식) 물론 [용식의 한숨]
모두가 광은 아니었다
- (최면술사) 째깍째깍 - (변 소장) 그냥 예쁘게 봐 줘
- (최면술사) 째깍 - (변 소장) 오광 중의 하나로서
(변 소장) 자기도 뭐라도 좀 돕고 싶디야
그, 꼭 그, 공부 못하는 것들이
수능 전날에 분신사바 한다니께요?
- 어유, 참 - (최면술사) 뭐가 보이나요?
(규태) 향미가
[시계가 째깍거린다]
머리 위로 하트 쏘고 지나갔어요
열받아요
(변 소장) 아, 혹시 알어?
진짜 뭐라도 나올지
[놀란 숨소리]
뺑소니범이
차에서 내려요
어떤 여자애
여자?
쩝, 아이, 그, 뭐
그, 뭐여, 그, 제시카겄쥬
(최면술사) 자
천천히
차 번호를 한번 봅니다
4...
[의미심장한 음악]
8...
48?
48?
48...
8...
[의아한 숨소리]
48...
아이고, 씨
[문이 달칵 열린다] 어디서 많이 듣던 번호인디?
[익살스러운 음악]
488...
(용식) 아, 뭐, 뭐, 뭐? 뭐, 뭐
4885?
아유, 이, 씨
아, 뭐, '추격자'여?
[용식의 어이없는 한숨]
(용식) 아니, 그 CCTV에 잡힌 강종렬이 차는
4904인디!
488, 488은, 아유, 씨, 옘병, 씨
(변 소장) 야, 인마!
삽질도 수사의 일환이여, 쯧
아니,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지
꾸며 내길 뭘 자꾸 꾸며 냐!
아주 그냥 사상이 글러 먹었다니께요?
나는 그냥 '최면에 걸렸다' 내 스스로를 최면 걸었어! 무슨...
아유, 씨
[용식의 분에 찬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용식) 그리고
먹기 찝찌브리한 광도 있다
[헛기침]
[헛기침하며] 이, 이거
협조
[웅얼대며] 고마워요
[헛기침]
그거 주면 진짜 까불이 잡긴 잡는 거예요?
강 선수
(용식) 도시락 통으로 은행 강도 때려잡아 봤어요?
(종렬) 안 물어봤어요, 그건
(용식) 박스 테이프로 살인강도범 포박해 봤어요?
(종렬) 안 물어봤다니까요
까불이는 단지, 예?
아직 나 이 황용식이를 안 만났기 때문에
까불이일 수 있었던 거예유
네, 황용식 씨
잡고 말해요, 잡고
[헛기침]
아유, 뭐
뭐, 피차, 뭐 길게 말 섞을 필요도 없고
그, 저기, 그
그, 저, 동백 씨는유, 요즘에
(종렬) 아이, 그것도 안 물어봤다니까요?
아이, 내가 왜 그쪽한테 동백이 안위를 들어야 돼?
직접 가서 보면 되지
용식 씨 뭐, 나랑 친해?
나 동백이랑 친해
야, 기적의 논리구먼
그려, 가 봐요, 응
할 수 있는 거 다 해요, 응 [종렬의 헛기침]
(용식) 강 선수가 뭘 해도요
우리는 착 짱짱햐, 어?
예, 그러니까
결혼하고 말을 해요, 하고
어디 한번 그 수많은 변수들을 다 제치고
그때 가서 말씀을 하시라고
아유, 거, 자꾸 그, '변수, 변수'거리면
뭐, 이렇게 뭐, 속이 좀 편안해요? 응?
[코를 훌쩍인다]
나는 내 인생 그, 머리로 안 살고 내 쪼대로 살기 때문에요
뭐, 그, 웬만한 변수는 변수 같지도 않더라고
[용식이 코를 훌쩍인다] [용식이 혀를 쯧 찬다]
그, 하여튼 간에
이...
[웅얼대며] 고마워유
(수봉) 야, 한 번만 빌려줘
(대성) 아이, 누가 뺏는대?
아, 그냥 딱 한 번만 빌려 달라는 거지
(준기) 거의 뺏는 거지!
네가 자꾸 너희 형 얘기 하잖아
(대성) 얘기하든 말든 내 마음이지!
(준기) 네 마음만 있냐?
(대성) 야, 우리 형 6학년이거든?
거의 검은 띠거든?
[한숨]
(필구) 너희들은 이번 생 동안
머리 아파 본 적 없지?
(대성) 콧물은 나온 적 있는데
[대성이 코를 훌쩍인다]
[필구의 한숨]
가져가라, 가져가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수봉) 야, 강필구 요즘 왜 부자가 됐냐?
게임기도 벌써 세 개야
(대성) 야, 걔 부자 됐다고 나보다 세냐?
우리 형 6학년이거든? 거의 검은 띠거든?
[함께 키득거린다]
이렇게...
[대성과 수봉의 다급한 신음]
(정숙) 그럼 나는?
[의미심장한 음악]
(대성) 네, 네?
(정숙) 나는 몇 살로 보이니?
[멀리서 개가 짖는다]
너한테는
6학년 형아가 있겠지만
필구한테는 57세 할머니가 있어
오늘까지만 렌털
오늘 실컷 쓰고 내일 다시 돌려주는 거야
반드시
기억해
강필구 뒤에는 57세 할머니가 있어
항시, 언제나
호시탐탐
[멀리서 개가 짖는다]
(필구) 야, 다시 내놔!
[준기와 필구의 가쁜 숨소리]
- (준기) 아, 힘들어 - (필구) 야, 그거 도로 내놔
- (필구) 빨리 내놔 - (대성) 왜?
(준기) 얘 머리 아파서 잠깐 미쳤었나 보대
[준기의 가쁜 숨소리]
(대성) 저기, 저기요!
줬다 뺏는 건 얘인데?
[의미심장한 음악]
(준기) 누구인데?
(대성) 강필구네 57세 할머니
[정숙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바퀴 구르는 소리가 난다]
[종렬이 혀를 쯧 찬다]
뭐?
(종렬) 괜찮아?
엄청 무서웠지?
뭐, 나 죽었을까 봐 쫄았니?
아이, 겁도 더럽게 많은 애가 무슨 살인범까지 만나고 살아?
얼마나 놀랐겠냐고
[쓴웃음]
[아련한 음악] 하, 야, 나랑 같이 살자고 안 할 테니까
죽지만 마, 어?
어디 가서든 그냥 살기만 해
잘 살기만
(종렬) 동백아
내가 너 8년 만에 다시 봤을 때
네 손의 게르마늄 팔찌보다
손목 보호대 차고 있는 게 더 안 잊히더라
혼자서 애 키우고 장사하고 산 것도 미치겠는데
네가 왜
아이, 도대체 왜...
살인범을 다 만나고 사냐고?
네가 왜 그러고 살아야 되는데?
이번 생은 뭐, 무슨 극기 체험이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내가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서울 가자
(종렬) 인생 돈이 다가 아닌데
그래도 있으면 진짜 훨씬
진짜 훨씬훨씬 수월하더라
이렇게까지 열악하고 위험하게 말고
너도 그냥 좀 편안하게, 안전하게
좀 떵떵대고 살아 주면 안 돼?
내가 너 그렇게 해 주면 안 될까?
종렬아
나 너랑 있을 때
집세 걱정은 한 번도 안 했지만
나 안 편했어
(동백) 하나도 안 편했어
항상 불안하고 쫄리고
눈치 보이고
뭐가 막 그랬다
근데 나 요즘 편해
내 마음이 이렇게 막 기고만장한 적이 없었어 [종렬의 한숨]
그러니까 네가 나 좀 봐줘
네가 우리 좀 모른 척해 줘라
[한숨]
동백아, 그럼 내가
내가 그냥 끝까지 개새끼 할게
(동백) 응?
필구는 나 줘
난 내 자식이 살인범이 드나드는 술집에서 크는 거
진짜 하루도 못 참겠어
할머니가
우리 필구 잘 지내나
보고만 가려 그랬지, 비밀로
[멋쩍은 웃음]
할머니 왜 우리 집 안 오는데요?
왜?
할머니 엄청 보고 싶었어?
엄마가 할머니 기다려요
[아련한 음악]
엄마가 그래?
엄마가 할머니 좋아해요
엄마가 그래? 할머니 좋대?
그냥 내가 딱 보면 알아요
아, 엄마가 그런 건 아니구나?
(필구) 엄마가 할머니한테 짜증 내는 거
완전 다 뻥이에요
진짜 짜증 낼 때하고
눈썹이랑
콧구멍이랑
목소리랑 완전 다 달라요
할머니 가고 나서
막 밥 먹다가도
계속 계속 한숨 쉬고요
막 택배 아저씨가 문 두들기면
벌떡 일어나서 내다봐요
필구가 엄마 박사네
엄마는 내가 제일 잘 알지
할머니도
용식이 아저씨도 쨉이 안 돼요
[정숙이 피식 웃는다]
그러니까 빨리 집으로 와요
엄마는 한 번 울면 노답이니까
엄마가 왜 울어?
나 이제
아빠랑 살 거예요
뭐?
왜? 나 때미?
내가 너 혹이라고 해서?
(필구) 이거 다 할머니 줄게요
어, 왜 이걸 날 줘?
나 키 크라고?
[한숨]
우리 엄마
착해요
[아련한 음악]
[한숨]
우리 엄마 착해요
진짜 착해요
[필구의 한숨]
[문이 스르륵 닫힌다] [한숨]
너희들 모자가 곽덕순이를 잡는구나
잡어
[준기가 흐느낀다]
[착잡한 한숨]
너희 엄만 네가 책임져 줘
우리 엄마 멱살 못 잡게
왕따 못 시키게
[준기의 놀란 숨소리]
(준기) [울먹이며] 나 오락기 필요 없거든?
네가 없는데 오락이 무슨 소용이 있어?
[준기가 흐느낀다]
네가 서울로 놀러 와
언제?
몇 월 며칠?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지금 [오준이 키보드를 탁 누른다]
(오준) 24일 밤 23시 58분
트럭 번호 60...
33?
(오준) 잉, 6033
- (용식) 6033, 6033 - (오준) 확실하네
(변 소장) 어어?
그거 도난 차량인디?
(용식) 예?
야, 근데
왜 신고한 차주가
박흥식으로 나오냐?
(용식) 빙고
빙고다 [탄성]
(형사6) 그, 허위 신고라도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예, 뭐
사체에서 DNA는 나왔다지
(형사6) 지금 아주 온 국민 DNA를 다 따야 될 판이거든요
[형사6의 웃음]
그냥 협조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예
(수사관) DNA 채취에 동의하십니까?
(흥식) 근데
거부할 수도 있는 거예유?
예, 예
그니께요, 예
저 새끼 또 눈깔은 또 왜 저랴, 저? 어이구
(용식) 아, 예
예, 성님, 그러면
저, 지금 바로 좀 협조 좀 부탁드릴게요
예, 예
[숨을 후 내뱉는다]
(변 소장) 야, 인마
누군데 그려? 어?
[긴장되는 음악] 어어?
야, 너, 너 총 차고 어디 가게? [문이 달칵 닫힌다]
야, 이 자식...
흥식이네요 [달려오는 발걸음]
(변 소장) 야, 인마
좀 작전 개념 있게 좀 움직여야지, 좀!
너 가서 뭐라 그럴 겨?
어?
트럭 니 거니께 '빵이다' 하고 총 쏘고 올 겨?
내 작전 언제나 속공이고요
옹산이 다 내 사람입니다!
아이고, 이게 진짜 뭘 믿고 이거, 지...
(변 소장) 어어?
쟈 필구 아니여?
(용식) 어?
너 어떻게 나한테서 필구 뺏어 갈 생각을 해?
네가 이럴 자격이 있냐?
야, 돈 많은 아빠면 뭐, 다 갑이냐?
아이, 지금이 무슨 '미워도 다시 한번' 시대냐?
법적으로도 양심적으로도 나 그럴 권리 없어
필구 안 뺏어, 그냥 돕게만 해 줘
(동백) 아이, 진짜, 씨
가게에 살인범이 드나드는 판인데 [동백의 한숨]
(종렬) 그냥 좀 믿고 맡겨 주면 안 될까?
애 안전한 게 제일이잖아
[아련한 음악]
(종렬) 세상에서 너 다음으로 필구 생각할 사람
나 아니겠냐?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문이 스르륵 열린다]
(동백) 어, 아들, 왔어?
너 됐어, 가!
너 이제 오지도 마, 진짜 [종렬의 한숨]
[종렬이 혀를 쯧 찬다]
잘했어? 응?
엄마
(동백) 응? 가서 손 씻고, 얼른
엄마가 카레 해 놨어, 필구야
카레는 됐고
나 이제 그냥
아빠랑 살래
[무거운 음악]
뭐?
그렇게 정했어
(용식) 야! 필구야!
[용식의 웃음]
너 왜 그냥 가, 어?
나 보러 온 거 아니여?
아저씨는 엄마 어디가 좋아요?
(용식) 응?
[멋쩍게 웃으며] 아이, 뭐를...
아이, 뭘 그런 걸 물어?
엄마 같은 욕심쟁이가 왜 좋아요?
엄마가 뭐, 무슨 욕심쟁이여?
엄마는 아들도 있고
이젠 엄마의 엄마도 있으면서
남편도 만들잖아요
난 엄마밖에 없는데
나는요
그냥 일곱 살 때가
더 좀 행복했던 거 같아요
내가
옹산 오기 전이니께?
[한숨] [애잔한 음악]
(변 소장) 아, 갸는 왜 사람 입에다가
그, 톱밥을 그렇게 자꾸 처넣는 겨?
(연구원) 근데 이번에는 그거보다 더 이상한 게 나왔어
[강조되는 효과음]
(용식) 괜찮으시겠어요?
(필구) 아빠랑도 좀 있어 줘야지
엄마는 내가 계속 아빠 없는 애면 좋겠어?
(동백) 엄마가 남편이 없다고
필구가 아빠가 없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
[동백이 흐느낀다]
(연구원) 하나는 아니고
하나는 맞더라고요
(형사3) 바로 신병 확보해서 움직이겠습니다
[용식의 가쁜 숨소리]
.동백꽃 필 무렵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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