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6
(잠수부원)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배달원이 호응한다]
(동백) 열 길 물속이야 어떻든 배는 고프고
[짜증 섞인 숨소리]
그 아파트가 얼마짜리인데 경매로 넘겨!
돈 나올 데 있다니까!
(동백) 고상이고 나발이고 돈은 아쉽고
(남자들) ♪ 후암산 정기 받은 옹산의 일꾼 ♪
[남자들이 계속 노래한다] (남자1) 얼른 갖다줘요
- (동백) 두루치기 금방 드릴게요 - (남자1) 아이, 예, 예
(동백)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동백의 정신없는 숨소리]
두루치기는 팔아야 한다
(용식) 이것들은 왜 해필 오늘 우승하고 지랄들이여, 그냥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야, 야, 저 새끼 저 깃발 뺏으라고, 저거, 어?
아, 교장 미친 거 아니여?
무슨 조기 축구회한테 교기를 줘?
[용식의 질색하는 한숨] (용식) 어제의 멘붕을 잊게 해 줄 것은
(용식) 오늘의 멘붕밖에 없을지도
[종렬의 한숨]
(종렬) 야, 그냥 타고 가라고, 좀
(필구) 아, 됐다고요
왜 자꾸 따라와요?
(종렬) 야, 내가 어디 가서 이렇게 빌빌댈 사람이 아니거든?
원래 너만 한 애들이
나랑 막 사진 찍자고 난리를 쳐야 정상이라고
걔들한텐 아빠가 아니겠죠
[한숨]
야, 내가 지금 너 아니어도 아주 죽겠거든? 어?
(종렬) 야, 너라도 나 좀 봐주면 안 되겠냐?
다이노스 블레이드 트리플 헌터 세트 사 왔다고!
[흥미로운 음악]
(필구) 아, 진짜 짜증 나
(필구) 팽이 가지고 사람 꼬시지 마요
팽이는 팽이고
아저씨는 아저씨고
난 그런 거 확실해요
[한숨 쉬며] 그래
참 확실하다
저기
내가 너한테 할 말이 좀 있는데
집중 좀 해 주면 안 될까?
그냥 말해요
귀로 팽이 치는 거 아니니까
[크게 숨을 들이켠다]
[침을 꿀꺽 삼킨다]
필구야, 이제
나랑 좀 살자
[팽이를 툭 떨어뜨린다]
(종렬) 난 뭐
돌려서 말하는 스킬도 없고
여덟 살 아들도 처음이고
[종렬의 한숨]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이제 아빠랑 좀 살자
(종렬) 아, 야, 나한테도 너한테
점수 딸 기회 정도는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여태 엄마랑은 살아 봤으니까 이제 나랑도 좀 살아 보면
내가
또 좋아질 수도 있는 거고 또
어, 누워서 똥 싸는 친구도
계속 보다 보면 정이 들 수도 있는 거고...
왜, 왜?
뭐?
[종렬의 당황한 신음]
아이, 너 왜 갑자기 가방을 풀어?
나 가방도 안 받을래요
[어두운 음악]
[필구의 못마땅한 숨소리]
(종렬) 아, 필구야
[물건이 툭 떨어진다]
(종렬) 아이... [필구가 코를 훌쩍인다]
아이, 필구야
[필구의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 엄마는 엄마고
팽이는 팽이지
내가 왜 엄마랑 못 살아요?
(필구) 아저씨 백 개, 천 개 줘도 엄마랑 안 바꾸고요
[흐느끼며] 이젠 거의 세상에서
아저씨가 1위로 싫어요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용식) 어휴
[용식이 코를 훌쩍인다]
(용식) 아유, 그냥, 저 짐승 같은 것들
하필 또 이, 오늘 또 이렇게 다 떠밀려 와, 그렇죠? 쯧
(동백)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용식) 정신없는 게 낫죠?
(동백) 이번 달 최고 매출을 찍었어요 [동백의 웃음]
(용식) 오, 예 [용식의 웃음]
(동백) 꼭 그날 같아요, 막, '운수 좋은 날'
김 첨지는 인력거를 달리고 동백이는 두루치기를 팔고
[동백의 웃음]
인생 참 치사스럽다
(용식) 씁, 저기, 동백 씨
아, 제가
동백 씨 어머님은 곰방 찾아올 테니께요
아무 걱정 하지 마셔요
용식 씨, 우리 엄마 찾으면
내가 절대로 용서 안 한다고 좀 전해 주세요
[쓴웃음]
치
사람을 막
애를 막 고아원에 갖다 버리고
(동백) 천 원 김밥 사서 막
소풍 가게 만들고
필구도 나 혼자 낳고
몸도 다 나 혼자 풀었는데
하, 이제 와서 픽
자기 혼자 죽는다고...
진짜 양심 없지 않아요?
[동백의 한숨] [애잔한 음악]
그깟 보험금으로 절대로 나 퉁 못 쳐 주니까
빨리 와서
살라고
그냥 내 옆에서 살라고 전해 주세요
[타이어 마찰 효과음] (동백) 아셨죠? 꼭 얘기해 줘야 돼요
[자동차 엔진 효과음] (용식) 예
[착잡한 한숨]
(동백) 아들은 어디다 가방을 버리고 왔고
[한숨]
(동백) 엄마는 사라졌고
나는 정신이 나갔는데 손은 움직인다
어휴, 독한 년
장사하고 가방 싸고 할 건 다 하네
[헛웃음]
(동백) 인생은 약간
(라디오 속 해설 위원) 케인, 그리고 손흥민 쪽으로
손흥민, 손흥민
손흥민 골! [라디오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온다]
(동백) 반자동이라 살아진다
아, 잘해, 잘해 [라디오에서 해설이 계속 흘러나온다]
[한숨]
(동백) 왜?
너 막 설레서 잠이 안 와?
[한숨] 치, 중국 가면 너무 좋아서 엄마 막
까먹고 그러는 거 아니지?
엄마는 용식 아저씨 너무 좋으면
나 까먹어?
아이, 씨, 머리 아파
하, 자꾸 머리 아파서 잠이 안 와
[휴대전화 진동음]
(동백)
[휴대전화 조작음]
(동백) 필구가 갑자기 아기가 돼서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동백) 용식 씨도 그만 집에 가요
용식 씨 엄마도 걱정해요
[웃음]
예, 예, 예
(동백) 엄마가 되기 전엔 모른다
(동백) 엄마의 무수한 밤이
얼마나 알알이 걱정이었는지
(덕순) 어이구, 배도라지즙은 왜 처먹지도 않어?
아, 이거 챙겨 먹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꼭 어미가 애걸을 하게 햐?
아이고, 자슥이 베슬이여, 베슬
왜 맨날 자기만 갑이고 나만 을이냐고
아이고, 참
아이고, 드러워
(용식) 엄마는 왜 그렇게 잠도 없고
(의사1) 아까 실려 왔던 분이지?
아이, 보호자 빨리 찾아야 될 거 같은데 [심전도계 비프음]
(의사2) 수치가 이 지경인데 버틴 게 용하죠, 뭐
정신력인지 뭔지
(용식) 왜 그렇게 마음껏 아프지도 못하고
(용식) 뭘 그렇게 맨날 노심초사 동동댄다
(화자) 너 일어나 봐, 일어나 봐
일어나 봐! 너 아빠 알면 너 죽어!
(제시카) 아, 안 무서워
아빠가 안 무서워?
(제시카) 이 마당에 뭐가 무서워?
이 마당이 뭔 마당인디?
뭐, 네 인생 쫑 나 불었냐?
(제시카) 아유, 나가!
일어나, 일어나 [제시카의 아파하는 신음]
- (화자) 너 일어나 봐, 일어나 봐! - (제시카) 아이, 씨
(제시카) 아, 왜!
(화자) 너
엄마 봐 봐, 응?
엄마 딱 봐!
너
어제 한 소리 뭐여?
[강조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내가 그년을
차로 밀어 버렸어
아, 몰라, 기억도 안 나
(화자) [제시카를 탁 잡으며] 너 차 수리는 왜 했어?
내가 주차장에서 다 봐 불었는디
어째 몰라?
[한숨]
상미야
너 엄마한테 왜 말을 안 해?
너 하와이 간다고 뻥치고
허벅지 빼서 이 가슴에 넣은 것도
결국은 자기 입으로 지껄이고 마는 년이
왜 말을 못 해?
[한숨]
[화자가 제시카를 탁 잡는다]
[불안한 한숨]
엄마
나 어떡해?
너 그날이지?
그날 맞지?
(화자) 아, 그래서 지금 어디냐고! [스쿠터 엔진음]
다 죽여 버릴 거야!
[제시카의 분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죽여 버릴 거야, 씨
이 미친년이 아니면
요 비밀이 샐 구멍은 없어요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제시카) 걔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
그 유명한 제시카의 품위 유지비인데
입단속 화끈하게 하셔야죠
(제시카) 그래서
화끈하게 해치웠어 [타이어 마찰음]
[와장창 소리가 난다]
[제시카의 긴장한 숨소리]
하, 아, 어떡해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한숨]
[휴대전화 진동이 연신 울린다]
[제시카의 다급한 신음]
[놀란 신음]
[겁먹은 신음]
[긴장한 숨소리]
(종렬) 아니, 맞는다니까
카메라 플래시가 팍 하고 터지더라고
어, 빨리 좀 알아봐 봐
[휴대전화 진동음]
잠깐만
어, 아니야, 얘기해
[긴장한 숨소리]
야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한 숨소리]
너, 너 죽었냐?
[향미의 아파하는 신음] [부스럭 소리가 난다]
(향미) 아이, 씨
[아파하는 신음을 내며] 아, 오빠
아이, 씨, 저 새끼 좀 잡아 봐
아니, 일단 나 좀 일으켜 봐
[향미의 거친 숨소리]
안 죽었구나
뭐래, 이, 씨, 죽었으면 좋겠냐!
아, 아니...
손이나 내놔!
어어, 어, 손...
어
[힘겨운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향미의 힘주는 신음]
[힘주며] 올려
[향미의 힘겨운 신음]
[끼익 소리가 난다]
[향미의 비명]
(향미) 야! [흥미로운 음악]
아이, 누가 온다
[끼익 소리가 난다]
[제시카가 코를 훌쩍인다]
저기요
(규태) 아이, 저기요
금방 사람을 치셨죠?
[떨리는 목소리로] 아, 진짜...
쟨 또 뭐야? 이, 씨 [규태의 술 취한 신음]
(규태) 선생님?
선생님, 술 드셨어요?
술...
아이, 그, 사고 난 거를 타면 안 되는데 [끼익 소리가 난다]
보험 회사가 오기 전까지, 그 [자동차 시동음]
저, 움직이면 손해가 후회막급일 텐데...
아, 이 양반아
어, 이, 야, 이 양반아!
(향미) 야, 쟤 뺑소니야, 뺑소니!
- (향미) 씨... - (규태) 아이
[향미의 힘겨운 신음]
[향미의 가쁜 숨소리]
(규태) 아유, 씨, 야, 아이, 씨
[강조되는 효과음] [규태의 힘겨운 신음]
야, 머리 묶어
나 무서워
[한숨 쉬며] 어, 왜?
(종렬) 어디면 뭐?
뭐?
뭐, 뭘 쳤다고? [제시카의 거친 숨소리]
(제시카) 아, 안 들려?
아, 사람 쳤다고, 사람!
네 차로 사람 쳤다고!
[짜증 섞인 신음]
저 차 번호 봤어?
[향미의 한숨]
[향미의 힘겨운 신음] (규태) 나 술 마셨는데
아, 이 오빠 어디 쓸데가 없어, 씨
땅콩만 처먹을 줄 알지, 이, 씨
아, 아파
야, 근데 너 진짜
저 차에다 막 치인 거야?
안 치였대도 치인 걸로 해
야, 너 정신 안 차리냐?
자해 공갈이 도로 교통을 좀먹어!
아, 어쨌든 쟤가 막 들이대니까
내가 피하려다 자빠진 거 아니냐고!
[향미의 짜증 섞인 신음] (규태) 너 그거는 그럼 왜 쓰는 거야?
그거 왜 써?
나 배달 가야 되거든?
아휴
이래 갖고 뭔 배달을 가, 또!
어차피 오삼은 덮밥인데 뭐, 문제 있어?
좀 비벼 줬나 보다 하겠지
[한숨 쉬며] 덮밥이 문제가 아니고
지금 네 상태가, 이 새끼야!
(규태) 이 피에, 땀에
그 덮밥 받는 놈도 놀라
나 이거 첫 배달이거든?
첫 배달부터 사고 치고 들어가면 면이 사냐?
나 동백이한테 빚도 갚아야 되는데?
네가 빚 갚는 개념이 있다고?
나 오빠 돈도 갚을 거야
나 내일부터 새 향미가 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잔잔한 음악]
(규태) 그러니까 새 향미고 나발이고
지금 무릎이 다 까졌는데
아유, 뭔 배달을 간다고 그렇게 깝치고 그러냐? 쯧 [향미의 힘주는 신음]
[향미의 분한 신음]
[씩씩거린다] [스쿠터 시동이 덜덜거린다]
야, 좀! 씨
[스쿠터 시동음] [기뻐하는 숨소리]
이거 봐
얘도 리셋이 된다니까?
이런 간당간당한 고물딱지도 다 시동이 걸리는데
나는 왜 못 해?
뺑이 치면 다 돼
화투도 49 파투가 있는데
내 인생도 다시 치면 되지
[스쿠터 엔진음]
철들면 죽는다는데
쟤 사람 되겠네
(종렬) [부지깽이로 탁탁 치며] 아이, 씨
야!
어디서, 어디서 사람을 쳤는데? 어?
어디서 무슨 사람을 쳤냐고!
너, 너 이거 뻥이지, 뻥?
[가쁜 숨소리]
[헛웃음]
전화 끊고 10분 만에 튀어 왔네?
너 또 옹산에 있었지?
아이, 너야말로 이 시간에 여기 갑자기 왜...
그년 죽이러 왔어
뭐?
최향미가 다 까발린대서
걔부터 죽여 버리려고
야, 네가 걔를 왜 만나?
아, 너까지 걔를 왜 만나!
오빠
나 제시카야
(종렬) 제시카가 뭔데?
제시카가 대체 뭔데, 저, 아이, 씨
미시즈 강종렬 제시카
자존감은 없고
자존심만 머리 꼭대기에 이고 사는 관종
너
지금 음주는 아니지?
[헛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훌쩍인다]
내가 잠깐 쫄았었는데
네가 10분 만에 와 버리니까 잘했다 싶어
그냥 잘 죽인 거 같아
(종렬) 야, 너 이거 다 쇼하는 거지?
나, 나 겁주려고 이거 다 쇼하는 거 맞지, 그렇지?
잘 찾아봐, 시체 어디 있나
박상미, 말 똑바로 안 해, 진짜! 씨
최향미든 동백이든 강종렬이든
나 무시하면 다 죽여 버릴 거야
나 건들지 마
나 같은 똥통이 터지면 지뢰라고
[기가 찬 숨소리]
[자동차 시동음] (종렬) 아, 야, 그냥 가면 어떡해?
[창문을 툭툭 두드리며] 야, 박, 박상...
야!
야!
아이, 진짜, 씨
아이, 씨
[자동차 엔진 가속음]
[훌쩍인다]
[한숨] [비가 주르륵 쏟아진다]
[흐느낀다]
[스쿠터 엔진음]
[긴장되는 음악]
(필구) 아, 진짜 배 아파
진짜 몰라
아, 배 아픈 거 같다고
- (동백) 화장실 갔다 왔지? - (필구) 응
(동백) 똥은 쌌어?
아침엔 등 아프다고 막 그러더니 이제는 배가 아파?
너, 어?
막 너무 멀리 가려니까
막 겁나서 그래? 어?
[한숨 쉬며] 엄마 계속 우리 집에 있을 거지?
딴 데 안 가지?
엄마가 어딜 가?
(동백) 얘는, 참
나 네 밤 자면 와
공항에서 다시 옹산으로 오는 거야, 옹산
우리 가게로
우리 집으로
알지?
[동백의 웃음]
멀리 가니까 막 엄마 다신 못 볼 거 같고 그래? 응?
(찬숙) 이거도 넣었어잉
(준기) 응
(필구) 아, 몰라, 아, 배 아프다고
[승엽의 힘주는 신음]
(용식) 너, 그, 옛날에
그, 장보람이한테 차였을 때
그때 나는 너 안 놀렸다
야, 이 미친놈아!
지금 보람이 얘길 왜 꺼내는 겨?
[용식이 입소리를 쩝 낸다]
(용식) 그리고 너 그, 접때, 그
술 취해 갖고 옥 장판에 똥 쌌을 때
그때도 나는 너, 너 네 누나한테 안 일렀어잉
그래서 뭐?
(승엽) 잉? 뭐?
(용식) 쩝, 각별히 챙기라고, 각별허게, 응?
우리 필구는 아주 백 많아서 좋겄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용식) 어유, 아유, 깜짝이야, 아유
아유, 어휴 [익살스러운 음악]
아, 필구! 아이, 필구
어, 야, 필구야, 너 등 아프다며? 어?
요 드, 등이 왜 아프지, 등이?
아, 등에서 날개가 튀어나오려고 하나?
[용식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맞는다니께? 분리 불안
아이, 우리 필구가 왜 그러겠어요?
(찬숙) 나 우리 준기, 쟤 외갓집에 한 달 맽기고 찾아왔을 때도
딱 저랬다니께?
뭐, 다시 보낼까 봐 그러는지 [차분한 음악]
하루 종일 나 따라댕기믄서 엉기고 치대고
뭐,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애 짓을 해 쌓더만
그게 그, 분리 불안이라는 겨
그거 냅두면 우울증 와
[한숨]
[필구의 한숨]
(필구) 이해를 못 해요?
(용식) 씁, 그, 단기 알바라도 하나 쓰시는 게
좀, 동백 씨도 편하고 제 마음도 편하고요
향미 곧 올 거예요
나는 왠지 향미가 금방 올 거 같은데?
[용식의 착잡한 한숨]
그럼 제가 이따 점심때 바로 갈게요
(동백) 저 오늘은 그냥 파업하려고요
(용식) 예?
필구 보내서 그런가
뭔가 긴장이 풀렸는지 막, 씁
몸살이 좀 올 거 같아요
아, 가만있어 봐요
(용식) 아유, 이거
아, 열나는디? 예?
아, 그러면 일단 저랑 지금 병원부터 가요, 예?
그냥 저 좀 잘래요
필구도 없고 그냥 죽은 듯이 좀 막
자고 싶어요
(용식) 요즘 동백 씨는
레프트, 라이트 어퍼컷을 맞고도 버티는
복서 같았다
[한숨]
(용식) 그럼 제가 이따 집으로 갈게요
저희 집에요?
필구도 없고요
아...
[발랄한 음악]
아니, 뭔 기회다 싶은 그런 게 아니고요
(동백) 네, 뭐...
(용식) 저 쓰레기 아니에요
(동백) 아, 그만 얘기하셔도 돼요
그럼 저 비밀번호 좀...
아, 주무실 때
그, 뭐, 죽이랑, 뭐 이렇게 약이라도 좀...
저 쓰레기 아니에요
(동백) 2580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어? 어디 가요?
아이, 네가 비번을 2580 같은 걸로 해 놓으니께 어떡해요!
아유, 씨 내가 빨리 까불이를 잡아야쥬
[변 소장의 긴장한 숨소리]
[용식이 숨을 카 내뱉는다]
(변 소장) 너 말이여
진짜 정체가 뭐냐?
아, 이, 이이는 또 어, 어쩧게 알어?
(용식) 아이, 저
옛날에 그, 나 택시 뛸 때요
고때 그, 뻑치기 하나 잡았었잖아요?
고때
(변 소장) 아
그때 구해 준 사람이구나
어이구, 어쩧게 그런 인연이, 응?
(용식) 아, 아니, 또 고건 또 아니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용식) 저, 손님, 손님!
저기, 저, 제가 지금 뭘 좀 봐 갖고요
저, 죄송해요
[타이어 마찰음] [복준의 놀란 신음]
- 저짝, 저짝, 저짝! - (용식) 예?
- 저기, 저짝! - (용식) 예?
- (용식) 어디, 어디, 어디? - (복준) 저짝! 저짝, 저짝
(용식) 아이, 아이, 저짝이 어느 짝인데요!
(복준) 저짝!
(복준) 음, 신장은 170대 초반
[흥미로운 음악] 어, 보통 체격의 남자
(용식) 예, 고거는 이제 제가 봐도 알겠는디
(복준) 음, 완벽한 직립은 아니고
약간 전방으로 구부정하게 걷는 모습
(용식) 예, 요, 고거는 이제 제가 봐도 알겠고요
(변 소장) 야, 인마, 너 몰랐잖여
어여 몰랐다고 햐
(용식) 뭐...
죄지으러 가는 놈이, 그
자기 주변을 한 번도 안 쳐다본다는 거는
골목 상황, 그, 카메라 위치까지 완전히 파악을 한 거고
카메라를 안다고유?
(복준) 뭐, 담 왔어?
고개를 누가 이렇게 하고 걸어?
[변 소장의 탄성]
(변 소장) 고개를 약간 이렇게 틀었네, 응?
야, 요, 요, 요 카메라를 좀 아네? 어? [용식이 호응한다]
흉기는 이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거
어, 뭐, 액자 와이어 같은?
무의식적으로 중요한 거는
더 익숙한 쪽에다 넣기 마련이기 때문에
왼손도 쓸 줄 안다는 거지
(용식) 씁, 기냥 아저씨가 아니긴 하네요
근데
이게 누군데?
[흥미로운 음악] (용식) 어, 그, 그게 뭐, 그
동네에 좀 도둑이 들어 갖고요 [용식이 코를 훌쩍인다]
음, 옹산에다가 액자 와이어면 걔잖아
(용식) 뭐, 뭐, 뭐요? 뭐
아, 뭐, 아자씨 뭐, 다 알아요?
용식아
(복준) 차분히 해, 차분히
까불지 말고
(변 소장) 야, 우리가 무슨 사설탐정도 아니고
이렇게 암암리에 움직여도 될까? 어?
(용식) 아, 그, 보고해 봐야
걔들도 별수 없이, 그 저 아저씨 찾아가라는 거고요
[한숨 쉬며] 260mm 그, 신발 파 보라고 할 때부터
나는 기냥 걔들을 믿지를 않어요
(변 소장) 야, 인마, 그래도 이제는, 저
이 스케일이 말이여
(용식) 아유, 거참
카메라에 어머니 찍혔잖어요, 예?
유일한 생존자, 전설의 까불이 [변 소장의 한숨]
살인마를 이긴 모성
이거를 걔들이 기냥 가만히 그냥 냅두겠어요?
[한숨]
동백 씨한테 개떼처럼 들러붙을 거라고요
이 나라에서
신상 한 번 털리면 끝이라고요
너 진짜
너, 너 진짜 잡을 수 있어?
[흥미진진한 음악]
학원장 누가 잡았어요?
카메라 누가 땄어요?
김복준 누가 섭외했어요?
내가 못 잡을 거 같어요?
점쟁이가 올해
꼴통을 조심하라고 하긴 했는디
내가 못 잡을 거 같어요?
잡을 거 같어
그럼 여기 붙어요
(변 소장) 그랴
내가 남은 여생을
너한테 한번 배팅해 본다
나를 특진을 시키든
내 옷을 벳기든
네 쪼대로 한번 해 봐!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조작음이 연신 들린다]
[부드러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동백 씨
저 가 볼게요
주무셔요?
[새근거린다]
[동백이 새근거린다]
[빗소리가 들린다]
[작은 목소리로] 동백 씨
지금 자는 척하시는 거쥬?
[용식이 입을 쪽 맞춘다]
(용식) 잔소리 말고요, 밥 먹고 자요
[용식의 힘주는 숨소리]
(용식) 제가 항시 말하죠?
세상만사 다 밥심이라고
남들은 다 이렇게들 사는 거죠?
걱정받는 거 되게 기분 좋네요
[용식이 달그락거린다]
걱정받고 걱정해 주고 사는 거, 그거
진짜 엄청난 거였네? [옅은 웃음]
(용식) 어휴
이까짓 거에 감동하지 마요, 예?
아직 쓰나미는 시작도 안 했으니께
[함께 웃는다]
딴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몸도 마음도 튼튼한가 했더니
다 이런 걸 먹고 살아서 그렇구나?
치...
[동백이 입김을 후 분다] (용식) 동백 씨
동백 씨가 [숨을 하 내뱉는다]
지금껏 어떤 세상에서 살았었는지
나 솔직히 몰라요 [용식의 웃음]
[아련한 음악] 근데 기냥 이제부터는요
'남은 생은 축제다' 각오를 하셔요
[피식 웃는다]
[용식의 웃음]
부잣집 고명딸처럼
타고난 상팔자처럼
씁, 아주 기냥 철딱서니 없게 사실 수 있도록 제가
이렇게 싹 다 세팅을 할 테니께
[함께 웃는다]
하, 뭐 말을 그렇게 해요, 짜증 나게
[한숨]
그 부잣집
외동딸, 막내딸 고명딸 같은 애들 있잖아요
(동백) 막 곱게 머리 땋고 학교 오고
막 옷에서도 항상 좋은 냄새 나는 그런 애들
[한숨]
끄떡하면 막 필통도 바꾸고
[울먹이며] 씨, 짜증 나게 예쁘게 웃는 그런 애들
나 막 하염없이 쳐다보고 그랬는데
기분은 거지 같은데
나도 좀 그렇게 살아 보고 싶었어요
세상 그늘 다 피해 가는 걔네같이 좀 살아 보고 싶었는데
[흐느낀다]
[코를 훌쩍인다]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용식) 등짝이 손바닥만 한 사람이
대체 뭘 짊어지고 살아온 건지 모르겠다
나는 동백 씨가 너무 좋고
[떨리는 숨소리] 너무 아프다
[흐느낀다]
(동백) 어휴, 짜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용식이 연신 코를 훌쩍인다]
[용식의 헛기침]
[용식과 동백이 숨을 하 내뱉는다]
[코를 훌쩍인다]
[헛기침]
(동백) 자기는 왜 울어, 자기는, 씨
아, 씨, 자기를 뭘 믿고 살래, 저러면서?
[동백이 흐느낀다]
[용식의 헛기침]
[용식이 새근거린다]
(동백) 잠이 와요?
남의 집에서 참 잘 주무시네?
[헛기침]
(용식) 떨려도 어떡해요?
잠은 자야지
눈을 꼭 감으면요
자대 배치 첫날에도 잠은 자요
지금이 자대 배치 첫날 아니잖아요
자꾸 말 걸지 마요, 나 자야 되니께
[동백의 한숨]
[동백이 입소리를 쩝 낸다]
(동백) 근데 용식 씨
[한숨]
동백 씨 아프다며요?
잠 안 자고 떠들어요?
그...
방아깨비 누나 말고요
아이, 지금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음, 씁, 그...
다른 분을 만나 보시기는 보신 거죠?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동백 씨
저요
그, 지프차의 엔진하고
세단의 매너를 같이 장착한 놈이라고요
아프다고 드러누운 사람한테
악세레다 밟는 그런 놈 아니라고요
[부드러운 음악] 허, 뭐래
[헛기침] (동백) 참...
그니께
사람 특색 없는 순돌이로 보지 마요
저 황용식입니다
어, 무슨 사람이 이렇게 중간이 없어?
[떨리는 숨소리]
이 상황에 중간이 되겄어요?
[숨을 들이켠다]
(용식) 요
요 강을 가만히 냅둘 거면요
발도 담그지를 말어요
(용식) 이, 완주를 안 할 거면 신발 끈을 동여매지도 말라고요
(동백) 그만 떠들어요, 그냥
(용식) 결국 잠은 자기가 잘 잤고
[피곤한 숨소리]
(용식) 나는 한숨도 못 잤다
참...
이기적인 여자여
이기적인 여자
[코로 숨을 들이켠다]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놈은 자꾸 간을 보고
나는 알려 줘야겠다
[콰직 소리가 난다]
건들면
[콰직 밟는다]
뒤지는 거라고 [숨을 후 내쉰다]
[동백의 가쁜 숨소리]
(동백) 아, 더워
[휴대전화 벨 소리]
아, 더워
[숨을 하 내뱉는다]
아휴, 네, 여보세요?
[놀란 숨소리]
예
어디요?
어, 그거 제 건데요?
[힘겨운 숨소리]
예, 그...
아, 그때 제가 그 스쿠터를 거기다 둔 걸 몰라서
(동백) [한숨 쉬며] 향미야
[의미심장한 음악]
[동백의 다급한 숨소리]
(동백) 제 그, 친구가 둔 거 같은데요
제가 지금 그거 찾으러 갈게요
[무거운 효과음]
(동백) 익숙함이 경계심을 이기는 순간 사고는 일어나고
[천둥이 우르릉 친다]
[향미의 짜증 섞인 신음]
(향미) 아주 나 배달을 못 가게 고사를 지내는구먼
[향미의 짜증 섞인 신음] (동백) 하늘이 아무리 비상등을 깜빡여 줘도
(향미) 동백아
언니가 6천 원 받아 간다, 받아 가!
하, 얘는 왜 이런 데다 스쿠터를 버리고 가?
사람 무섭게, 씨
(동백) 항상 그 발을 떼서 문제다
[동백이 버튼을 탁 누른다]
[긴장되는 음악]
[문을 달칵 닫는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아, 진짜로 뭘 죽인 거야, 뭐야, 이거?
하, 쯧
(용식) 그거 왜 찍어요?
(용식) 현장은 반드시 말을 한다
구린 놈은 반드시 현장에 다시 온다고
왜요? 뭐?
(용식) '여기서 무슨 사고라도 쳤나 봐요?'
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당신이 최향미를 쳤구나?
[헛웃음]
쳤지?
쳤으니께 왔지, 안 쳤으면 여길 왜 와?
내가 여기서 전봇대를 좀 쳤어요
(용식) [코웃음 치며] 전봇대를 쳤다고 여기 다시 와서
고걸 디다보고 있다고?
걔가 진짜 없어졌구나?
강종렬 씨
어차피 여기서 당신 차 다 찍혔고요
향미 씨는 실종이고
(용식) 같이 서로 좀 가시죠
참고인 조사로
(용식) 일단은
실종?
그럼 아직 죽은 건 아니네? [긴장되는 음악]
[쿵쿵 소리가 난다]
[부스럭 소리가 난다]
(용식) 아, 뭐, 앞에 타게?
뭘 친한 척 앞에 타려 그래요? 피차 뻘쭘하게
[문을 달칵 열며] 그럼 안전 운전 좀 해 보시든가
아이, 아, 내가 뭐 [종렬의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당신 기사여?
출발, 고
[헛기침하며] 뭐, 저, 뭐, 거, 뭐
뭐, 굳이, 뭐 내가 말해 줄 필요도 없지만...
그럼 말하지 마요
아니, 그래도 [헛기침]
굳이 내가 말을 해 주고 싶어서 하는 건디
아이, 뭐, 청첩장이라도 돌리시게?
결혼해요?
청첩장은 안 보내요
[한숨] [잔잔한 음악]
(종렬) 잘해 봐요
잘하라고
[용식의 코웃음]
(용식) 어련히 잘해요
대충 해도 그쪽보다는 나으니께
찍소리 허지 마시고
내 마음은 당신만 못해서 이렇게 된 거 같아?
나 동백이 6년 만났고
그 후로도 많이 생각했어요
아, 닥쳐요
어린놈 마음이 암만 펄떡대도
마음만 갖고 뭐가 되나?
그 수많은 변수와 타이밍들을 제치고
홈까지 뛰어야 결혼이더구먼
[비웃음]
변수니 타이밍이니, 뭐 고딴 거 다 그냥 핑계지, 뭐
나는
고런 쩌리적인 요소에다 내 인생 안 맽겨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해서 사는 게 몇이나 될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다
당신만 못해서 여차저차 사는 게 아니라고
타이밍 같은 거 우습게 보지 마요
뭔 말이 하고 싶은디?
(종렬) 잘하라고요, 잘
내 특기가 끝내기 홈런이고
수비가 실책하면
나도 기회 안 놓칠 거니까
[종렬과 용식의 한숨]
(용식) 아유, 그, 한창 좋을 때고 막 그런가 보다, 어?
고새를 못 참고 어떻게 톡을 딱 때려 놓으셨네, 또?
[웃음]
[긴장되는 음악]
(동백) 저녁때는 가게로 오세요
스쿠터 찾아가란 전화가 와서 스쿠터 좀 찾아갈게요
왜요? 또 뭐?
동백 씨
스쿠터에 번호 적어 놓은 적이 없는디?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이 여기저기서 울린다]
[무전기가 지직거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아휴, 참, 진짜...
[전화벨이 연신 울린다]
(오준) 예
(뉴스 속 기자) 오늘 오후
(오준) 옹산 파출소입니다
(뉴스 속 기자) 옹산호에서 발견된 30대 여성의 사체에서
5년 전 연쇄 살인범의 메시지가 나와
(뉴스 속 기자)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뉴스 속 기자) 희생자는 지역 음식점에서 일하던 최 모 여성으로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연쇄 살인의 가능성과 함께
모방 범죄나 원한 관계의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 갈 전망입니다
[용식의 힘겨운 숨소리]
(오준) 야
[오준의 다급한 숨소리]
까불이가 진짜로 동백이를 노렸단 거여, 뭐여?
왜 맨날 동백이 옆에서 일이 터지냐고, 씨 [다급한 신음]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예?
있어 봐요
(종렬) 아이...
- (종렬) 저기요! - (오준) 야, 빨리빨리!
[놀란 숨소리]
아이, 씨
(간호사1) 박상미 님!
박상미 님!
(의사1) 옹산, 거기서 또 여자 죽었다며?
- (간호사2) 진짜요? - (의사1) 어
[의사1과 간호사2의 놀라는 신음]
나 좀 일단
살려 봐요
[통화 연결음]
저 홍자영이에요
[자동차 엔진 가속음]
[휴대전화에서 중계가 흘러나온다]
[쿨럭거린다]
(은실) 아니, 왜 이젠 혼자 처먹지도 못해?
이혼당하고 집 뺏기고, 응?
턱주가리에도 구멍 났어?
수염 밀어, 수염!
머리는 왜 이 지랄로 다녀?
자기가 자연인이야, 뭐야?
아주 징글징글해 죽겠어, 아주 [휴대전화 벨 소리]
[은실의 못마땅한 신음]
[침을 꼴깍 삼킨다]
[겁먹은 숨소리]
[놀란 숨소리]
귀먹었어?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여보세요?
예
예?
[겁먹은 숨소리]
네
지금 나가겠습니다
왜?
뭐?
너, 너 또 사고 쳤어?
104동 아저씨가 주차하다 내 차 긁었대
(은실) 아유, 아유, 이 미친놈이
왜 그 전화를 그렇게 받아! 이, 씨
[익살스러운 음악]
[승강기 알림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남자2의 한숨]
(남자2) 네, 안녕하세요 [규태의 호응하는 신음]
(규태) 네
(규태) 군민들은 날 이렇게 신망하는데 [남자2의 한숨]
[남자2의 멋쩍은 웃음]
(남자2) 우리 마누라도, 이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싫어서
나랑 사는 거 같아요
[남자2의 웃음]
(규태) 핸들 커버에서 나온 건 진짜 피인가?
용식이 새끼는 왜 날 잡으러 안 오지?
피는 아니기 때문에?
(규태) 선생님, 그, 쓰레기장은 1층이거든요?
(남자2) 아아, 아아 [남자2의 웃음]
아, 예, 예, 예, 아하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음악]
[차 문이 탁탁 열린다]
- (형사1) 노규태 씨, 노규태 씨 - (형사2) 아
최향미 살해 용의자로 같이 좀 가시죠
[규태의 놀란 신음] (형사3) 갈게요, 가요, 갑시다
(형사1) 묵비권은 있지만 말 안 하시면 본인 손해시고요
- (규태) 아저씨, 저기, 아니, 선생님 - (형사3) 예
(규태) 근데 저, 잠깐, 저...
(형사1과 형사3) 아, 왜, 왜, 왜? [규태의 떨리는 숨소리]
지금 숨을 못 쉬겠거든요?
(형사1) 예, 변호사 선임하시고요 변명의 기회가 있을 겁니다
[형사들의 재촉하는 신음] (규태) 아, 지금 변명할게요, 지금
[형사3의 짜증 섞인 신음] 잠깐, 여기 서서 변명하면 안 돼요?
- (형사1) 예, 가서 하세요, 가서 - (형사3) 일단 가서 하세요, 가서
(규태) 아니, 제가 제가 어떻게 옹산호에 던져요?
[형사3의 짜증 섞인 신음] 아, 그리고 저는
걔를 못 들어요
(형사3) 아유, 아유, 가서 얘기하라니까 [규태의 다급한 신음]
아이, 정말
[타이어 마찰음]
[흥미진진한 음악]
[놀란 숨소리]
[벅찬 숨소리]
누나!
[형사들의 당황한 신음]
(규태) 단지 내에서 왜 드리프트를 타?
(자영) 지금 임의 동행 아니에요?
긴급 체포예요?
영장 나왔습니까?
증거 확실해요?
(형사3) 아유, 아니, 저, 누구신지...
대한민국 변호사고요!
(규태) 내 전처신데요
(형사1) 네? 전처요?
그깟 핸들에서 혈흔 한 스폿 나왔다고
그게 결정적 살해 증거가 돼요?
아이, 당신이 어떻게 핸들을...
(자영) 사법 경찰이
임의 수사에 대한 원칙을 무시하고
당사자가 피의 사실을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영장도 없고
임의 동행에 대한 설명도 동의도 없이!
[못마땅한 숨소리]
(형사3) 아니...
[형사1의 헛기침]
김명배 형사님은
수갑을 꺼내시고
(형사3) 아유... [형사3의 헛기침]
(자영) 오병헌 형사님은 신체를 구속하셨네요?
[형사4의 멋쩍은 숨소리] (형사1) 야, 명배야
수갑을 왜 꺼냈어?
(형사3) 아, 들고 있었...
이건 강제 연행, 불법 체포죠
[형사3의 헛기침] (규태) 이 누나가 이렇게
멋졌었나?
(자영) 정중하고 젠틀하게
임의 동행 하세요
최대 조사 6시간 제가 지금부터 시간 체크할 거고요
이 시간부로
변호는 제가 할 겁니다
(형사1) 아, 예
아니, 전처라시는 분이 뭐 이렇게까지, 하, 참...
전처라도 사랑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자영) 사랑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그럼 왜 드리프트를 탔떠?
(규태) 드리프트는 빼박이지
이 새끼가
(자영) 사람 죽일 새끼는 아니라는 거
나는 확실히 아니까요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사체 나왔댜
(석용) 이 시계에도
밥을 넣어 놨어, 그년이
[석용이 시계를 탁탁 친다]
(향미) 근데
[물이 조르르 쏟아진다] 여긴 왜 이래?
[덜컥 소리가 난다]
아, 깜짝이야
집에 또 누가 있어?
[끼익 소리가 난다]
아...
안녕하세요
[무거운 효과음]
(향미) 이 집엔 시계가 가는 게 없어요
(석용) 시계 밥 주지 마
(향미)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건전지로 밥값 내는 거니까
(석용) 밥 주지 마, 시끄러워
일부러 빼 두시는 거예요?
(석용)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석용이 건전지를 툭 내던진다]
시끄러운 년
그러게 그 시끄러운 걸 왜 또 데려와?
고양이 데려온 것도 모자라
(석용) 사람도 데려와?
[한숨 쉬며] 내 고양이
그만큼 죽였으면 됐잖아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이제 아무것도 하지 마
제발 가만히만 있으라고
(정숙) 왜 못 봐?
봤지
네 눈
그 사람 안 같은 눈
나는
내 눈이 너무 싫어
아빠랑 똑같아서 싫어
[사이렌이 울린다] (변 소장) 동백이 마지막 위치가 여기로 뜨는데
[긴박한 음악] 아휴, 참 나
아, 여기를 어디서부터 다 뒤져?
[용식의 다급한 숨소리]
(용식) 동백 씨!
[가쁜 숨소리]
동백 씨!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 씨...
[용식의 가쁜 숨소리]
[문이 철컥 닫힌다]
동백 씨!
[용식의 가쁜 숨소리]
(용식) 아휴, 씨
[거친 숨을 연신 내뱉는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긴박한 음악]
[다급한 숨소리]
[동백의 다급한 숨소리]
[동백의 긴장한 숨소리]
[버튼을 탁탁 누른다]
(동백) 하, 어떡해
[휴대전화 알림음]
[다급한 숨소리]
[지직 소리가 난다]
[버튼을 연신 누르며] 저기요
[계속 지직 소리가 난다]
[긴장한 숨소리]
"전원"
[쿵 소리가 난다] [동백의 놀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동백의 겁먹은 숨소리]
[쾅 소리가 들린다] [놀라는 숨소리]
[겁먹은 숨소리]
[연신 쾅쾅 소리가 들린다]
[울먹인다]
[흐느낀다]
어떡해
(동백) 저기요!
여기 메가몰 지하 1층인데요!
[관리자가 말한다] (동백) 네! 지하 1층 맞아요!
얼른 와 주세요!
[울먹인다]
[용식의 다급한 숨소리]
[용식의 가쁜 숨소리]
[무전기 조작음] 메가몰, 메가몰
메가몰 지하 3층, 메가몰 지하 3층요
여기서 동백 씨 스쿠터는 찾았고요
[동백이 흐느낀다]
[동백의 힘겨운 숨소리]
[동백이 흐느낀다]
[애잔한 음악]
(향미) 어? 어디서 찾기도 잘 찾네?
남의 보물 상자를
(동백) 아휴, 이까짓 게 뭐라고 이걸 이렇게 훔쳐 모았니?
야, 향미야, 이거
나 10년 전에 쓰던 장갑이야
이 보푸라기 좀 봐라, 이거, 어?
버려!
몰라요
그냥 언니가 하면 다 예뻐 보여
(동백) [한숨 쉬며] 이렇게 훔쳐서 숨기지 말고
그냥 대놓고 입고 써
언니
사람 인생에 다음 판이 있다 치면요
난 언니 딸이나 할까 봐
내 인생 생각은 안 하냐, 너?
언니가 잔소리 징글징글 해 쌓고
막 사람을 귀찮게 해 버리니깐요
아주 사람 짜증 나고 기분 좋고 그렇네요
향미야, 있잖아
너 그렇게 남의 집에선 맥주 뽑아 마시면
그거 절도다? 알아?
남이라고 바로 선 긋는 거예요?
치...
가족이니까 돈 안 받는 거라고
(동백) 그러니까 너 어디 가서 사고 치지 말고
그냥 나한테 딱 붙어 있어
너 도벽도 끊고, 어?
술, 담배, 그런 거 다 끊고
너 똑 닮은 딸 낳는 거 나 그거까지 다 볼 거야
그러니까 그 맹한 얼굴로
좀 외롭지 좀 마라
이, 씨...
두 개밖에 없는 거지, 너? 어?
으이구, 진짜
[툭 소리가 울린다]
나 추워
오늘 저녁에 추어탕 해 줘요
언니가 다 갈아서 해 줘
[흐느낀다]
[한숨]
[코를 훌쩍인다]
[쿵 소리가 난다] [승강기 작동음]
[힘겨운 숨소리]
[애잔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경찰1이 말한다]
[한숨]
[경찰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변 소장) 아휴, 미치겠네, 진짜 [경찰들이 대화한다]
(오준) 아유, 미치겠네, 진짜
소, 소장님
[한숨]
[불안한 숨소리]
(경찰2) 어?
(변 소장) 아유, 용식아
[숨을 하 내뱉는다]
[울먹인다]
[용식의 한숨]
[안도하는 숨을 내뱉는다]
[동백이 흐느낀다]
향미 죽었죠?
금옥 언니처럼
[무거운 효과음]
엄마는요?
엄마는 소식 없죠?
하, 동백 씨
우리 필구 금방 와요
[긴장되는 음악]
(용식) 동백 씨는 이제
저요
그 새끼 그냥 죽여 버릴래요
(용식) 액셀을 밟았고
향미도
[울먹이며] 금옥 언니도 그렇게 죽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한숨]
(용식) 맹수의 공수 교대를 알렸다
자기가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는
알려 줘야죠
동... [난감한 신음]
그거는요, 제가
제가 되도록 법치적으로 알려 줄 거고요
저 이제 안 도망가요
내가 쫓아가서 족칠 거예요
아니, 동백 씨
자꾸 그, 사람...
족칠 생각 하시고 그러면 안 돼요
저 그놈 봤어요
[아이들이 저마다 떠든다]
(필구) 아저씨
우리 집에서 자요
세 밤만
[부드러운 음악]
알겠어요, 모르겠어요?
엄마는 혼자 나방도 못 잡거든요?
아, 이해를 못 해요?
[부드러운 음악]
(서장) 왜 적당히를 모르고 나대시냐고?
(형사5) [비웃으며] 자기가 까불이를 안다고 찾아왔어
내가 미칠 것 같아서 그래요
(규태) 쟤 그냥 막가는 놈이야
(자영) 난 약은 놈보단 막가는 촌놈이 낫다고 봐
(자영) 여기 붙은 거 후회 안 하게 해 줘요
(용식) 이 시간부로 까불이 사건 베이스캠프는 여기
옹산 파출소고요
(용식) 아직 나 이 황용식이를 안 만났기 때문에
까불이일 수 있었던 거예유 [종렬이 대답한다]
(용식) 대답을 아니하는 것 또한
수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저의 의지인데요
(용식) 나쁜 놈의 폭주는
우리 속의 가장 보통의 영웅들을 깨운다 [탁 치는 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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