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5
뭐 하는 새끼여, 이거?
[긴장감이 고조되는 효과음]
아, 얘 진짜 어떡하지?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어떻게 잡아 족치지?
[한숨]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아이, 동백 씨!
아니, 어디 갔다 오세요? 아유, 전화도 안 받으시고, 예?
(동백) [울먹이며] 용식 씨
(용식) 예? [용식의 당황하는 신음]
[동백이 흐느낀다]
아이, 왜, 왜, 왜, 왜, 왜? 뭔데 그래요, 뭔데 그래요?
(동백) [흐느끼며] 우리 엄마 진짜 싫어요
엄마가 진짜 싫어요, 진짜
엄마가
나한테 진짜 그거를 떼 달라고 왔을까요?
아이, 씨, 가 놓고 그런 엄마가 어디 있어, 이씨
엄마 진짜 짜증 나
[흐느낀다]
[부드러운 음악] [동백의 한숨]
(용식) 저 주세요
(동백) [한숨 쉬며] 무슨 복수가 이래요?
아유, 씨, 내가 다 죽겠네, 정말 골이야, 아유, 씨
[함께 한숨을 쉰다]
아이, 복수를 하셨으면 후련하셔야죠
동백 씨가 뭘 잘못했다고 죽겠어요?
딸 버려 놓고 이제 와서 신장 떼어 달라고 온 거면 진짜
[동백의 한숨] 고건 진짜 엄마도 아니쥬
아니, 아니, 아니 사람도 아니지, 응, 쯧
아, 고런 막장이 어디 있냐고
용식 씨
[울먹이며] 지금 남의 엄마 욕하는 거예요?
[용식의 한숨] [동백의 기가 찬 숨소리]
(용식) 동백 씨 [동백이 코를 훌쩍인다]
[동백의 속상한 숨소리]
동백 씨는 안 돼요
뭐가요?
동백 씨는, 씁
(용식) 이, 요, 쯧
시스템이 남들보다는 다소간
단순 명료하시고요
투명하셔 갖고요, 쯧
고, 이, 사람 미워할 사람이 못 돼요
[용식이 입소리를 쩝 낸다]
씁, 다음 생부턴 똑 부러지게 사시고요
이번 생에는 하던 대로 가시죠
자, 거기 고, 고, 고깃집 어디예요?
하, 진짜 우리 엄마 짜증 나
(용식) 어? 어어? 아이... [동백이 흐느낀다]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오준) 고깃집에선 바로 나가셨다고요
병원서 어머니 주민 번호 땄대유
(변 소장) 어휴, 향미 찾아야지
동백이 엄마 찾아야지
이젠 까불이까지 잡아야지
쟤도 참 고달퍼, 어?
아이고
몸으로 가스총 맞어, 칼 맞어, 쯧
이젠 맨손으로 불까지 꺼
저 정도면 거진 옹산의 타노스라고 봐야 돼야
아휴, 아니, 그러면, 자
지금 상황이요
어...
향미 씨 없어지고
어머니도 없어지고
그러면 동백 씨가
조석으로다가 혼자 계시네?
한 명 있잖아요, 필구
야, 인마, 필구는 한 명이라기보단
점 오라고 봐야지
[혀를 쯧 찬다]
안 되겄다
(동백) 예, 엄마도 없고 그냥 배달시켰어요
먹고 전화드릴게요
(용식) 쯧, 인구, 너
쯧, 너 요새 자판기 털어, 안 털어?
[어이없는 숨을 내뱉는다]
아이, 나 자판기 끊었다고요
어어, 어어? 표정이, 진짜여?
- 아, 진짜요 - (용식) 진짜로?
진짜!
그려? 쯧
그러면 기특하니께
아이, 참
아휴
(용식) 여기로 양념 한 마리
(인구) 아이, 씨
[스쿠터 시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흥미로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놀라는 신음]
(동백) 어, 깜짝이야 [용식의 놀란 신음]
어유
(용식) 아이, 아이, 동백 씨
(동백) 잠복하시는 거예요?
[용식의 당황한 신음]
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아셨어요?
나 닭 시킨 거는 어떻게 알았어요?
배달시켰어요
예, 먹고 전화드릴게요
(용식) 아, 예, 예, 그럼 얼른 치킨 드셔요
네 [통화 종료음]
[멋쩍은 신음]
[코를 훌쩍인다]
난 또 뭐, 식사도 못 하고 있나 했더니 1닭을 하셨네?
(용식) 아, 이...
저는요
이, 장염이 와도 밥은 꼭 먹어요
만사가 밥심이잖아요? [코를 훌쩍인다]
[사탕 까는 소리]
(용식) 저...
(동백) 아, 왜 자꾸 사탕은 까 줘요?
몇 개째야?
(용식) 이거, 이거, 이거 먹으면 기분 좋아져요
이거 계속 때려 넣고 기운 좀 차리라고요
저 기운 빠질 것도 없어요
좀 전에도 치킨 한 마리 먹었는데, 뭐
엄마 버리고 와서도 제가 치킨은 뜯고 앉았더라고요
[쓴웃음]
[아련한 음악]
그, 이, 동백 씨가 나빠서가 아니라요
다 그러고 사는 거지, 뭐 어떡해요?
뭐, 인생이 뭐, 연속극도 아니고
뭔 일 날 때마다 싸매고 드러누워요, 그러면?
그래서 다행이라고요
혼자였으면 냅다 이불 펴고 누웠을 텐데
덕분에 그냥, 그냥저냥 살아져요
[웃음]
(동백) 그, 사는 게
보조 배터리발로 가는 게 있잖아요
그럼에도 아들 밥은 챙기고 싶고
그럼에도 치킨은 맛있고
그럼에도 용식 씨 저녁은 걱정이 되고, 그냥
(용식) 이, 좌우지간, 어, 이, 필구
고다음이 치킨
이, 고다음 보조 배터리가
이, 저 황용식이라는 거죠?
[용식과 동백이 피식 웃는다]
[용식의 웃음]
동백 씨
어머니도
저녁 잡수고 계실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니
엄마는 못 먹을 거예요
엄만 못 먹어
(동백) 내가 엄마가 돼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그 내리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얍삽하고 막강한 건지
자식은 부모를 말려 죽여도
부모님 장례식장에서
어영부영 육개장 한술은 뜨잖아요?
(헬레나) 그걸 얼마에 팔게?
팔긴 뭘 팔어, 용식이 줄 것도 없는디
(동백) 엄마가 중국 말로도 '마마'래요
엄마, 마마, 마더
다 비슷하지 않아요?
무슨 주문 같은 건가 봐요
[정숙의 한숨]
아휴, 곰국 끓인 거를 잘 얼렸나 모르겠네
(동백) '이제부턴 덕순이, 정숙이 동백이로 살지 말고'
'엄마로 살아라'
그런 주문인가 봐요
[아기가 칭얼댄다]
(동백) '엄마, 엄마' 소리엔 다 바보가 돼
그렇게 평생 퍼 주면서도 그렇게 기꺼이인 걸 보면
(종렬) 그놈의 자식 하나가 천만 안티보다 무섭다
(승엽) 아이, 이렇게 글로벌하게 지원해 주는 선배가 어디 있어?
[웃으며] 애들이 다 수지맞았쥬, 뭐
그래서 일단 제 생각에는
6학년의 차승우
5학년의 권준형이
그리고 3학년의 윤지혁이
(종렬) 그...
꼭 고학년에서만 찾으셔야 되는 겁니까?
애들이 싹수가 도드라지거든요
뭐, 자기 의지도 있고 부모 여력도 되고
아이, 부모 여력 되는 애들을
제가 왜 굳이 유학을 보내 줘야 되는 겁니까?
[공이 배트에 딱 맞는다]
듣고 보니 바른말이네요
(승엽) 그럼 그, 5학년의 홍지담이라고...
저기, 다 됐고요
1학년 강필구로 하시죠
필구유?
저 강필구랑 결연 맺을게요
[승엽의 의아한 숨소리]
그, 필구는 쪼끔 저기 한데
뭐가 저기 해요?
제가 보기엔 걔가 딱 타고났던데?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유, 걘 안 가유
걘 자기 엄마 두고 전지훈련도 안 간다는 앤데
(승엽) [웃으며] 그 뭐, 뭔 유학을 가겄어유?
그냥 강필구로 하시죠
[승엽의 의아한 숨소리]
(승엽) 근데 보면
유독 필구를 애끼시네?
필구는 내 수제자인디
[한숨] (승엽) 필구 발굴은 사실상 제가 했고유
제가 알아서 키워 볼게유
저 필구 아비입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예?
제가 필구 친부라고요
(종렬) 그래서 아비가
내 자식 유학 좀 보내고 싶어서 이 쇼를 하는 거니까
스승으로서, 또 인간적으로서
좀 도와주십시오
옹산부터 메이저 리그까지
제가 다 해 준다고요
제가 라이온 킹을 키웠네유
[사자 포효 효과음]
(필구) 하, 뭐, 내가 애예요?
이런 걸로 봐줄 거라 생각해요?
게임하다가 내가 다 까먹어 줄까 봐?
절대, 네버
(종렬) 난 있잖아
이상하게 너랑만 있으면 울 아빠가 그렇게 보고 싶다
아, 그리고 학교 좀 오지 마요
애들이 아저씨 라이거스에서 잘렸다 그래요
아, 넌 진짜 왜 그렇게 날 싫어하냐?
내가 그렇게 싫은 이유 하나만 말해 봐
어떻게 하나만 말해요?
솔직하다, 그래, 참 솔직해
[게임기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그래, 너 지금 딱 그 표정
(종렬) 내가 그 표정으로 우리 아빠 진짜 많이 째려봤었거든?
너 나중에 그거 후회해, 정말
아저씨 아빠는 아저씨를 키웠겠죠
뭔 애가 또 이렇게 논리적이야?
[한숨 쉬며] 어떻게 싫은 이유를 하나만 말하래?
완전 뻔뻔하게
아이, 그러니까 다 말을 해 보라고 다 말해 봐!
[흥미로운 음악] 난 아저씨가 슈퍼맨인 것도 싫고요
그거는 하차할 거고
아저씨한텐 쫄바지만 입는 아줌마도 있잖아요
어른들 문제는 어른들이 알아서 할 거고
아저씨한텐 누워서 똥 싸는 애도 있으면서
나한테 왜 찝쩍대요?
누워서 똥 싸도 걔, 걔 네 동생이야
그리고 왜
나한테 사과 안 해요?
[애잔한 음악] 뭐?
엄마는 내가 수족구 걸려도
돈가스 튀겨 주면서도
나한테 맨날 맨날 미안하다고 하는데
(필구) 아저씬 한 번도 사과 안 했어요
[필구가 접시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난 진짜 몰랐다니까, 내가
널 진작에 알았다면 너 가만두지 않았다고
우리는요
숙제 안 해 오면 반성 의자에 1분
숙제 몰랐다고 하면 반성 의자에 5분 앉아 있어야 돼요
[필구의 한숨]
아이, 뭐, 나 그러면 나는 어떡하면 돼?
나 뭐, 뭐, 한 100분 앉아 있으면 돼? 그럼 돼? 어?
[한숨]
하, 쯧
[흥미진진한 음악]
(용식) 현장은
반드시 말을 한다
(용식) 그, 너한테, 그 청소 의뢰하던 그 번호 있잖여
그짝이 건물주겄지
(여자1) 그이는 규태가 알걸?
그, '성, 동생' 하면서 꽤나 붙어 댕겼어
(용식) 이짝으로 훑을 때는
이 창문이 열려 있죠?
근디 이짝으로 훑을 때는 창문 닫혀 있죠?
(용식) 연쇄 살인마 정남규도
과거 자기 사건 장소에 가서
살인을 추억하며 공백기를 버텼다고 했다
구린내를 피우는 놈들이
용의자다
(규태) 너, 한빛학원 파지 마
옹산에 피바람 불어
(용식) 현장은 반드시 말을 한다
(규태) 내일 내 사업장으로 와
내가 공소 시효 자문 좀 구하고
말을 하든가 할 테니까
(용식) 토낀 놈이 구린 놈이라고 말을 한다
[부스럭 소리가 난다]
(용식) 현장은 반드시 말을 한다
요까짓 걸 못 보냐고 치열하게 떠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조되는 효과음] 모든 사건은 세태를 반영하고
옹산 금타리 사태에
한 단에 7천 원이랴
금타리여, 금타리
(용식) 금값이 된 알타리 하우스엔 [손가락을 딱 튀긴다]
카메라가 달려 있을 수밖에
[드르륵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용식) 그리고 그곳엔
[흥미진진한 음악]
아니, 쟈는...
(용식) 아, 저, 아니, 저, 그게요
[벨크로를 찍 뜯으며] 씁, 저 CCTV요
저 CCTV를 쪼끔 좀 볼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변 소장) 용식아!
(용식) 아이, 또 왜 저랴, 또?
(변 소장) 용식아!
용...
용식아
- 본인이 용식이? - (변 소장) 용식아
아, 예, 저, 그
- 옹산 파출소 황용식이라고 합니다 - (변 소장) 용식아
(용식) 저기, 다름이 아니고요
- (용식) 24일 날 밤의 녹화분을요 - (영심) 용식 씨
(여자2) 우리는 쭉정이 한 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봐요
(용식) 예?
내 곁에 일어나는 모든 범사를
사필귀정이자 업보로 보면
인생에 억울할 일은 없지
[변 소장의 가쁜 숨소리]
[연신 가쁜 숨을 내뱉는다]
내가 이 이치를 우리집 누렁이 덕에 배웠어요
영심아
(변 소장) 영심이네 마늘밭에나 가 봐
아니,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내가 왜 가요?
(용식) [한숨 쉬며] 그놈의 영심이, 영심이, 진짜...
[용식의 질색하는 신음] (덕순) 영심이가 너 하도 안 와서
아주 보면 죽인디야
[못마땅한 신음] 나 영심이네 안 가요
(용식) 아유, 그냥, 쫌
그놈의 좀 영심이, 영심이, 영심이! 쫌
(변 소장) 영심이가 투서를 넣었어
화병으로 과민성 대장염이 왔디야
[변 소장의 가쁜 숨소리] 되로 받으면
말로 멕여라
(영심) 저까짓 CCTV 카메라야, 뭐
보고 싶으면 영장 가져오면 되고, 어?
(용식) 아, 저, 그 누렁이...
[용식의 놀란 신음]
[변 소장의 당황한 숨소리]
(용식) 누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도
[딸꾹질한다] 기어이 업보로 돌아왔고
[격정적인 음악]
(자영) 요즘 이혼은 옵션이죠
(규태) 인과응보는 과학이다
전 갔다 왔어요
(규태) 내 마누라가 저렇게 폼 났었나? [규태의 한숨]
저렇게 잘 웃었나?
이혼 전문 변호사가 이혼했다면
마케팅에 좋은 건가?
[웃음] (규태) 내가 감방에 간다면
하, 저 미소도 못 보겠지?
(의뢰인) 안 외로워요?
[쓴웃음 지으며] 전 그게 제일 겁나서
외롭죠
(자영) 많이 외로워요
근데 이상하게
둘일 때보다 덜 외로워요
허깨비 붙들고 사는 게
더 외롭더라고요
(의뢰인) [웃으며] 근데 저, 그럼
우리 큰이모 아들이 있는데
한 번 갔다 오기는 했는데 애도 없고 회계사거든요?
(자영) 아...
(의뢰인) 사 자끼리 선이나 한번...
(규태) 여보! 여보...
여보
나 좀 상담 좀 해 주지?
여보 [규태가 코를 훌쩍인다]
[동백의 헛기침]
아, 네, 저기, 저는, 그...
네?
(성희) 그 여자를 왜 나한테 찾느냐고요
그 여자요?
(성희) 이젠 뭐, 잠적한 척해 보게?
그 여자가 나한테 전화하래요?
아니, 근데, 저기 엄마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헛웃음]
그래
그 엄마한테 좀 전해 줘요 쇼하지 마시라고
(성희) 조만간 내가 내용 증명 들고 직접 문안드린다고, 어?
[전화가 뚝 끊긴다] 네? 내용 증명이...
[전화가 뚜뚜 울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니
[한숨]
아니, 이 엄마는 대체 뭘 어쩌고 산 거야?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찬숙) 동백아
- (동백) 안녕하세요 - (찬숙) 어
(찬숙) 너 오늘 저기, 그
번영회 올 거지?
아, 그게 오늘이에요?
(찬숙) [종이를 사락 내밀며] 이게 오늘 안건인데
응, 너는 기냥 찬성에다 손들어, 알겄지?
아유, 네, 그, 씁, 음...
왜? 왜, 뻘쭘해 그랴?
번영회 회장님이 회장님이시니까 좀...
(찬숙) 야
계속 얼굴도 봐야 맴도 풀리는 거지
미운 놈이, 어? 등신처럼 쭈뼛대면
그 꼬라지는 더 보기 싫은 겨
제가 막 쭈뼛대는 거 같아요?
기냥 와서 미친 척 비벼댜
속없는 덴 장사 없어
[나른한 음악]
[덕순이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용식) 엄마
아유
아휴,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덕순) 너 술 마셨지?
으이구, 다친 놈이 술 처먹어?
하, 나 알타리 뽑다 왔어
뭔 알타리?
박영심 씨가, 응?
은혜 갚는 누렁이를 키우더라고
[놀라는 신음]
(용식) 아이, 이게 오리여, 타조여?
(덕순) 이거 메칠을 그냥 꼬박 우린 겨
이거 먹으면 새살 돋아나
아이, 오리랑 화상이랑 뭔 상관관계라고 또 오리를 또 잡았대?
너 옛날에 볼거리 왔을 때도
유황오리 먹고 다 나았어
참...
아유, 엄마가 얼마나 좋은 것만 멕였으면, 어?
엄마 때문에 내가 병가 한 번 없어, 병가를
[용식의 헛기침]
아이고, 속상햐
키울 때 숭 하나 안 지게 키웠는데, 기냥
뭐라는 겨? 엄마, 나 땜빵만 다섯 개여
너
엄니가 불구덩이에 있었어도
똑같이 구해 줬을 겨?
어어? 아, 말이라고 햐?
아, 뭐, 이 와중에 질투여?
나 이제 분명히 말해 두는디
너
나 구하지 마
(덕순) 나 구하면 아주 죽일 겨
(용식) [웃으며] 아이, 참 나
(덕순) 동백이도 구하지 마!
너 이제 갸랑 고만햐
딱 여기까지만 허고 말어
엄마
엄마 동백 씨 좋아했잖어, 아니, 아니
좋아하잖어, 응?
아, 뭐, 친구로는 콜이고 뭐, 메느리로는 뭐, 뻰찌여?
아, 엄마, 원래 이렇게, 뭐 얄팍한 사람이여?
잉, 나 얄팍햐
(덕순) 백이면 백한테 다 물어봐라
불구덩이에 뛰어들고 살인자나 쫓아댕기는 꼴을
어느 어미가 두고 보나
내가 뭐, 대단한 거 바려?
엄마
나 프러포즈했어
[의미심장한 음악]
아이, 뭐, 어떤 놈이 불을 안 무서워햐?
나도 아주 기냥 뜨거워 갖고 까무러칠 뻔했는디
근데 나는, 응?
(용식) 돌아가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동백 씨 구했을 겨
아, 불구덩이가 안 무서운 걸 어떡햐?
같이 살아야지
[헛웃음]
사람 심보 참 벨수 없지?
네가 이랄수록, 이
자꾸 갸가 더 미워!
(찬숙) 우리는, 응
(회원들) 옹심이
(찬숙) 그렇쥬? 응, 오늘의 1번 안건은 [동백이 봉지를 부스럭거린다]
외부 파인애플 장사 규제 촉구
응, 또 2번은
오늘 특별히, 응, 동백이가 저, 대추를 갖고 왔네
박수 [찬숙의 어색한 웃음]
예, 예, 넘어가요, 넘어가요
뭐, 우리 저, 회장님
뭐, 따로 하실 말씀 없으세유?
[헛기침]
[회원들의 헛기침]
(재영) 어휴, 근디 여권이 갈라서니께
정국이 살얼음판이네
[회원들이 저마다 한숨을 내쉰다]
[회원들의 웃음]
(찬숙) 세상 어디에도 없어
[회원들이 저마다 호응한다]
우리는 옹산의 심장을 이고 가는 사람들, 뭐여, 우리가?
(회원들) 옹심이! [회원들의 웃음]
(찬숙) 그렇지, 자, 여기 반대 있어?
(애정) 없어, 없어, 없어 [회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찬숙) 혹시라도, 혹시나
- (재영) 얼레? - (귀련) 엄메? [지현의 짜증 섞인 신음]
- (애정) 어휴 - (지현) 만장일치는 또 텄다니께!
(찬숙) 동백이 너는 뭘 알고 드는 겨?
어?
너 기냥 회장님 계속 따라 드는 거지?
(동백) 저요? 그...
(재영) 쟤 은근히 정치적이여, 응?
(애정) 너 한번 얘기해 봐, 응?
도대체 왜 반대인가
[익살스러운 음악]
(동백) 그러니까 저는...
말해 봐
(귀련) 쟤 지금 안건이 뭔지도 모른다니께!
[재영의 한숨] 너 여적지 졸고 있었잖어
- (지현) 잉? - (찬숙) 졸았어?
아니요, 눈만 조금 감고 있었는데...
- (덕순) 응 - (재영) 어휴, 참
(귀련) 여기가 핵교냐? [회원들의 어이없는 신음]
그런 핑계를 왜 대야?
너 저, 딴소리하지 말고 너 왜 반대인지 빨리 말해 봐, 얼렁
그게...
저는 그...
왜가 왜 필요햐?
(덕순) 기냥 내가 허벅지 찔러서 들었다
뭐, 불만들 있어? [회원들의 한숨]
[회원들이 저마다 말한다] (찬숙) 거봐
그라믄!
회장님만 두 표를 행사하는 건데
그것은 민주주의의 겡우가 아니쥬
[회원들이 저마다 반대한다]
(덕순) 꼬우믄
너희들도 베프 새귀어
[회원들이 저마다 구시렁댄다]
동백이 너는 참 줄을 잘 섰다잉
(덕순) 야, 기냥 야랑 나랑은 그냥 세트로 생각햐
잉? 말하자면 일종의, 그 거시기, 뭣이냐, 그...
(찬숙) 됐슈, 그만해유 스톱이유
- (동백) 이, 이진, 성유리 같은 거 - (찬숙) 뭐랴?
델마와 루이스
[덕순의 웃음] - (지현) 성유리? - (찬숙) 어어?
김두한, 무옥이
(덕순) 잉, 맞어, 맞어 [회원들의 못마땅한 신음]
(재영) 폭군과 희빈이다, 이씨
- (재영) 에이, 씨 - (회원) 아유, 정말, 저렇게...
[덕순의 웃음]
[귀련의 한숨]
앞으로 너희들끼리 햐
(덕순) 노인네가 껴서 뭘 한다고, 어휴
- (덕순) 어휴 - (찬숙) 아, 회장님이 이탈을 하셔유!
[문이 스르륵 닫힌다] (찬숙) 일로 와유!
[회원들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동백) 회장님, 저 안 피하시면 안 돼요?
저 점수도 따고 싶고...
[한숨]
내 점수가 중허니?
뭣이 중헌디?
제가 가진 거 없고 애는 있고
진짜 탐탁지 않으시겠지만...
아니
나는 사실 싫다
싫어
[애잔한 음악]
(덕순) 용식이가 넘의 자식 키울 생각만 혀도 가심이 미어지고
너 쫓아댕기다 다치는 것도 억장이 무너져
그니께
네가 날 좀 봐주면 안 되겄니?
회장님, 근데요
저 용식 씨가 좋아요
많이 좋아요
[동백의 한숨]
진짜, 진짜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게 좋아요
용식 씨가 너무 따뜻해서
다신 혼자이고 싶지도 않고...
우리 용식이 참 따숩고 맑지
내가 그렇게 키웠어
(덕순) 시상 드러운 꼴은 내가 다 보고
갸 눈에는 여쁘고
맑은 것만 넣니라고 내 평생이 다 들어갔다고
근디
네가 왜 내 새끼 눈에 그늘 들게 햐?
제가 용식 씨한테 그늘이에요?
용식이는 너 아니면 속 시끄러울 일이 없는 놈이여
(덕순) 태평한 내 새끼랑 심란한 네 팔자가 섞여서
가문 밭에 퍼 주고 사는 거 좋다 할 어미가
시상 천지에 어디 있겄니?
(자영) 그러니까
못난 놈들 하는 짓은 [규태의 한숨]
빼놓지 않고 한 번씩은 했구나?
(규태) 아, 당신도 아시다시피, 그
[코를 훌쩍이며] 내가 사람 좋아하고 친목 좋아하니까...
(자영) [코웃음 치며] 그게 친목이야?
아니지
[코를 훌쩍인다]
참, 그
공소 시효는, 저...
공소 시효건 뭐건 간에
이제 와서 왜 자수를 하겠다는 건데?
아니, 그
(규태) 저...
뜸 들이면 상담 안 해 줘 나가
그냥, 뭐
[헛기침하며] 공사다망한 사정이 있는데...
(자영) 나가
[착잡한 한숨]
걔가 없어졌어
누구?
그
걔, 저...
향미
[의미심장한 음악]
(규태) [한숨 쉬며] 뭔 애가 하루아침에 없어져 갖고, 씨
지금 아주 여러 사람 골치 아픈데
사건이 접수가 된 거야?
경찰이 파기 시작했어?
사건?
뭔 사건?
당신 뭐 알아?
[USB 인식음]
[문이 덜커덕 열린다] [뛰어오는 발걸음]
(용식) 어휴, 아, 소장님, 소장님!
아, 왜 갑자기 갖다줬대요? 이거예요?
아, 몰러
그냥 트럭 몰고 와서 주고 갔어
예? 아, 참 나
[웃음]
아, 뭐, 뭐, 나 일 시켜 가지고 뭐, 이게 마음에 걸렸대요?
(변 소장) 아, 몰라, 인마! 쯧
아, 그냥 너한테
효도하랴!
그 말만 전하랴
예?
박영심 씨가요?
영심아
이, 나여, 백두
[흥미로운 음악] 곽덕순이
너 오늘
내 아들 알타리 뽑게 혔니?
(덕순) 잉
그렸구나
응, 그려
네 사정은 알겄다
아, 근디
너 운전하니?
잉, 그람 지금 당장 CCTV 떠다
파출소 갖다줘
[영심이 빽빽거리며 말한다]
너 오늘
화상 입은 내 새끼
땡볕에서 뺑이 돌렸어
용식이
군대 선임한테 귀퉁배기 맞았을 때
나 군대로 닭 300마리 튀겨 간 여자여
용식이 뒤에 덕순이 있어
곽덕순이!
네가 용식이 건들믄 나는 멧돼지가 되는 거여
너의 앞날이 쑥대밭이 되기 싫거들랑, 영심아
지금 차 키 찾어
[포효하는 효과음]
(용식) 이, 가만 보면요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그, 내가 이렇게 막 그, 미움받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니께요 [한숨]
[용식의 웃음]
(용식) 학교 때도 그렇고요, 응?
그 군대 때도 그렇고
그, 박영심 씨도 봐 봐요, 그렇죠?
[용식의 웃음]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이, 나를 막 이렇게 오래 그, 미워하지를 못해요
[웃음]
사람 참, 그
호감, 호감
[용식의 웃음]
지랄허네
어?
야, 요, 요, 요
요 라이트 하나짜리가, 요거
[의미심장한 음악] 요거 스쿠터 같지 않냐? 응?
어두워 갖고...
(변 소장) 어?
곰방 좀 빠르지 않았나?
어? [용식이 호응한다]
[변 소장의 의아한 숨소리]
요건 기냥 봐도 과속인디?
아, 이까짓 길에서 왜 과속을 햐? 어?
[용식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씁, 야, 이거, 이거
이 차 번호 보여, 이거? 어?
이거...
강종렬이 차 같은디?
(변 소장) 뭐?
그, 걔가 그, 차 자랑한다고
막 이것저것 이렇게 막 바꿔 가지고 타고 댕기거든요?
씁, 아니, 그 종렬이가
왜 향미를 쫓아가?
[한숨]
아이, 나한테서 걔를 왜 찾냐고
[한숨]
그러면 24일 날 밤 10시경에
(용식) 어디 있었는데요?
강 선수
옹산에 있었죠?
당신, 지금
24일이라 그랬어?
24일이면 왜?
걔
죽었어?
왜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문이 쾅 닫힌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미쳤어, 미쳤어
너 걸신들렸냐?
너 이거 먹고 이거 뺀다고 또 얼마나 난리 치려고 그래?
너 술 먹는 거 보면 아빠한테 맞아 뒤져, 이년아
어휴, 이걸...
상미야
[숨을 카 내뱉는다]
(제시카) 엄마
나 정수기 CF 찍고 싶어
(화자) 야, 이 기지배야
지금 CF가 중요해?
중요해
나 그거 찍고 싶고
미시즈 강종렬 계속하고 싶어
[한숨]
내가 너 때문에 속상해 미치겠다
나 계속 주목받고 싶어
관심받고 싶어
[애잔한 음악]
나 이렇게 잘 산다고 계속 인정받고 싶다고
그게 뭐 나빠?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누구를 위해서?
너 왜 그렇게 남의 눈에 목을 매?
[떨리는 목소리로] 남들이 이쁘다고 안 해 주면
나 진짜 안 이쁜 거 같아
남들이 부럽다고 안 해 주면
내가 진짜 막... [한숨]
쩌리 같아
그냥 박상미는
[훌쩍인다]
아무것도 아닌 거 같다고
(향미) 넌 나랑 같은 과야
관심받고 싶어서 안달난 사랑받지 못한 년
근데 그거 들키면 안 되잖아
[긴장되는 음악] 그래서
(규태) [불안해하는 목소리로] 그, 아니
저기, 걔 핸드폰이 딱 호수 복판에서 뜨는 거야
아니, 아이, 옹산호에서 진짜 뭐라도 떠오른다 치면...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그러면 난 어떡해?
[한숨]
규태야
(종렬) 10월 24일
24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내가 그년을
차로 밀어 버렸어
(용식) 그러면 24일 날 밤 10시경에
어디 있었는데요?
[심란한 한숨]
[겁먹은 숨소리]
누나, 나 어떡해?
그렇게 금방 떠오르질 않아
사체라는 게
(경찰) 말씀을 하세요
(정숙) 그, 심증만 갖고도
살인자를 신고할 수 있나요?
(용식) 하, 난 왜 그, 자꾸 용의자가 하나가 아닐 거 같죠?
[용식이 혀를 쯧 찬다]
[차 문이 탁 닫힌다]
향미 씨가 진짜로 죽었다면요
고거
100% 까불이 짓일까요?
[변 소장이 혀를 쯧 찬다]
사람 아무나 죽이는 거 아니야
그냥, 아주 그냥 확 죽여 버리고 싶은 거랑
진짜 죽이는 거랑은 다르다고
[변 소장이 혀를 쯧 찬다]
- (변 소장) 야, 야, 야 - (용식) 아, 저, 그, 잉?
- (변 소장) 어휴, 새끼야, 씨 - (용식) 뭐, 아유
(용식) 아이, 됐슈, 아이
그, 잠수 팀은 돌고 있는 거죠?
(변 소장) 아이, 기다려 봐
[입소리를 쩝 낸다]
아, 그 라이터 깨끗한 거 확실해요?
야
거기다 지문 묻힐 놈 같으믄
6년 전에 벌써 잡혔겄지
[용식의 한숨]
(용식) 아, 저기
근디 만약에요
그 헬멧
스웨터
그, 노규태 핸들에서 나온 게, 그게
진짜 피라면요
급기야 그게
진짜로 향미 씨 피라면
[변 소장이 혀를 쯧 찬다] 그땐 진짜 우리 어떻게 해요?
[한숨]
아, 왜 저랴, 진짜?
나 자수하려고요
[동백의 한숨]
[한숨]
진짜 사기꾼
[한숨]
[알람이 계속 울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알람이 뚝 멈춘다]
[휴대전화 조작음]
엄마들은 뭔 꽃 사진을 이렇게 다 찍어 대?
참...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동백) 네? 어디라고요?
(규태) 그, 알아보니까 공소 시효가 딱 5년이더라고요
그날이 2014년 6월 29일이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변 소장) 아니, 2014년 6월 29일이믄
까불이가 금옥이 죽였던 날 아니여?
뭐...
당신 진짜 까불이여?
야, 인마
너 수사 그렇게 하는 거 아니랬지!
내가 사실은
그날 거기 있었어
(호영) 야, 그런데 너
왜 자꾸 이쪽으로 배달을 시키냐? 어?
여기가 배달시킬 데여?
(규태) 하, 내가 사거리까지 나가서 받아 왔다니까
[게임장이 요란하다] 소도 여물을 먹어야 고래를 잡지, 응?
(규태) 한빛학원 파지 마
옹산에 피바람 불어
(남자1) 아싸! 터졌어!
[남자1이 연신 기뻐한다]
[남자1의 환호성]
[남자1의 웃음]
아이, 뭐 하는 겨?
(진배) 그, 창문 열지 말라니께
(여자1) 언제부턴가는
[긴장되는 음악] 애들 돌아댕기는 꼴을 본 적도 없는데
씁, 그, 이상하게 간판은 2년을 가데?
[화재 경보음]
[사이렌이 울린다]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호영) 야, 불 꺼!
(규태) 불 꺼, 불 꺼
(호영) 아, 빨리... [사람들이 구시렁댄다]
[사이렌이 연신 울린다]
[호영의 한숨]
(직원) 어? 이거 2012년 건데
야, 넌 지금 그게 중요하니? 응?
학원에 카메라가 왜 있냐고 으이구, 씨
[긴장한 숨을 내쉬며] 경찰이 카메라 까 보자 그러면
하, 그땐 끝장이야
너랑 나랑 쇠고랑 차는 거야, 인마
[호영의 불안한 한숨]
저, 전 근데 알바인데요
알바라서 좋겠다, 그래
아휴, 야, 너, 알바
빨리 풀어 봐, 그거, 어?
(용식) 이 사건 난 날이, 예?
2014년 6월 29일인디
요 플래카드는
2012년 입시 요강이란 말이에요, 예?
씁, 아이, 근디 이런 데를 누, 누가 댕겨요?
(용식) 뭐를 가리려니께 급하게 내다 건 거 아니겠냐고요
[뿌듯한 웃음]
(변 소장) 이게 진짜 수사를 허긴 허네, 응?
[용식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용식) 자, 그래 가지고
그 학원 원장 어디 있어?
거, 당신 호형호제, 어디 있냐고?
그, 소장님 빨리, 빨리 수배해요, 그거, 예?
(변 소장) 이씨, 쯧
너희들이
이미 그를 가지고 있어
[의미심장한 음악]
도박은
(규태) 손모가지를 비틀어도 못 끊어
(용식) 일사부재리의 원칙
같은 죄로 다시 처벌하지 않는다
그거 이럴 때 쓰는 말 아니여잉
[흥미로운 음악] (용식) 증인 비밀 보장의 원칙
증인이 제공한
저거의
출처를 따지지 않는다
(변 소장) 야!
그,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말라고, 좀
[용식이 침을 꼴깍 삼키고 훌쩍인다]
친구여?
(규태) 형사여
야, 이...
형사를 데려왔니?
(변 소장) 아이, 저기, 저
저, 아이, 저...
- 진짜 형사야? - (변 소장) 아이, 저
(변 소장) 자, 진정하시고요
저기, 저, 그때 그 CCTV 자료를
혹시 아직 가지고 계실까 해서요
뭐, 출처나 그런 건 일절 토 달지 않기로
피차간에 약속을 하고요 [규태가 호응한다]
아, 뭐, 저도, 쯧 [헛기침]
뭐, 찜찜했어요
아, 뭐, 좀도둑이나 들어온 줄 알았지, 그, 뭐
살인이 일어난 줄 어떻게 알았대, 내가?
잉? [긴장되는 음악]
(변 소장) 아이, 비켜 봐요
아이, 그럼 혹시...
(호영) 아이, 그래, 뭐 [호영의 헛기침]
저도 그, 맴이 영 불편해 가지고유
그날 찍힌 건
아, 못 지우겠더라고유
(호영) 야, 그, 규태야
저기 그, 너희 형수 가게 가서
내 노트북 달라 그랴, 응?
그, 보면 저, 영화 폴더 있잖여
'고래 사냥'이라고, 응
그게
그날이유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덜컥 열린다]
[강조되는 효과음]
이제 게임 오버고
너 특진할 준비햐
내가 말혔쥬?
나는 잡을 때까지 잡어요
재밌다 [웃음]
(규태) '코난' 보는 거 같아
[규태가 키득거린다]
[변 소장의 호탕한 웃음]
[키보드를 탁 누른다]
[용식의 탄성]
(용식) 얘다!
왔다, 왔다! 어
얘라고, 얘라고, 얘, 얘, 얘
이거는 100%, 그냥 빼박!
[용식의 흥분한 숨소리] 아, 근데 뭐 이거 아, 알아보겠나?
(변 소장) 아, 이 정도가 어디여?
이만큼만 찍힌 것도 츰이라고, 지금!
이 정도면, 응?
이 정도면 키! 어, 어, 어
체격! 어, 걸음걸이
이거, 이거, 이, 싹 다 분석이 가능하다고, 이거를, 응?
그, 그, 그, 그, 그, 그 누구요? 그
그, '이것이 알고 싶다' 그, 이수정 씨
이수정 씨 불러요, 이수정 씨
아, 이거는 분석을 이렇게 싹 다 해야 된다고, 이거를!
야, 야, 이젠 말이여
이제 보고를 해야 돼야 일단 위에 보고부터 허고잉
[웃음] [키보드를 탁 누른다]
어? [키보드를 탁 누른다]
[의미심장한 음악] 잠깐, 또 누가 있는데?
어?
잉?
[어두운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수녀1) 애 생각해서라도 꽃을 봐야 된다고
이 꽃밭도 다 일구시고
여기 들어오는 식구들도 얼마나 잘 챙기셨는지
조 간사님 같은 분 없어요
[아련한 음악] 우리 엄마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데
딸이 어쩌고 사는진 아셨나 보네
[옅은 웃음]
근데 저희 엄마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아, 아는 옹산 수녀님이
(수녀1) 너무 좋은 분이라고 추천을 해 주셨어요
옹산요?
어, 조 간사님이
성당 부설 유아원에서 돌보미 봉사를 하셨는데
(수녀1) 애들을 그렇게 제 자식처럼 살뜰히 보살펴 주시고...
그럼
그게 2014년 성 세베로 유아원...
아세요?
[한숨]
하, 우리 엄마 진짜 싫다
[한숨]
네, 용식 씨
저, 동백 씨가
뭘 좀 보셔야 될 거 같아 가지고요
왜요? 뭐, 저 또 놀랄 일 있어요?
나 이제 엄마가 전과가 있다 그래도 안 놀랄 거 같은데
범인이 찍혔다고요?
(용식) 아, 예, 근디
둘이 찍혔어요, 둘이
[긴장되는 음악]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흥식) 뭐 필요하신 거라도...
(정숙) 없는 게 없네
[정숙이 달그락거린다]
사람 죽일 흉기들이 아주 천지삐까리야
너지?
까불이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기억 안 나?
우리 그날 만났었잖아
그날
(아이들) ♪ 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 ♪
(동백) 아유, 귀여워 [금옥의 웃음]
필구 안녕, 엄마 성당 갔다 올게
[동백이 입소리를 쪽쪽 낸다]
[웃으며] 귀여워
[금옥의 웃음]
(동백) 어, 근데 아까 뭐라고, 언니?
(금옥) 아
(금옥) 야, 걔 진짜라니까?
(동백) 진짜겠지
동네에 언니 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
(금옥) [웃으며] 아니, 자기가 나를 안 좋아하면
왜 괜히 우산을 빌려주냐고
그러니까 사귀어 봐
우산도 못 빌려주는 김건모보다야 낫지, 뭐
야, 너 [동백의 웃음]
건모 오빠를 얻다 갖다 대?
[아이들이 계속 노래한다] (금옥) 아유, 나는 왜 자꾸
똥파리만 꼬이나 몰라
[금옥이 말한다]
[금옥과 동백의 웃음]
[툭툭 소리가 난다]
(수녀2) 정숙 씨
애인 왔잖아요, 애인
[웃음]
[아련한 음악]
(정숙) 말 왔다
빠방 주세요
오, 이것도 들어?
(수녀2) 어떻게 그렇게 필구만 예뻐하셔? [웃음]
(정숙) 여기 아니면 이렇게 예쁜 애를 어디서 보겠어요?
[어린 필구의 옅은 신음]
나 사는 건 똥통인데
네가 일요일 하루는 천국으로 만들어 주는 거 알아?
아이고, 세상에
잔머리도 어쩜 이렇게 동백이 닮았누?
엄마한테 할머니 얘기해 봤어?
[어린 필구가 장난감을 달그락거린다]
어떻게
만나도 될 거 같아?
(수녀2) 입술을 다 바르시네?
어디 가셔?
[웃음]
딸 만나러 가요
우리 딸
아, 날씨도 좋고
오늘은 꼭 봐야 될 거 같아서요
따님이랑 뭐, 어디 좋은 데 가시게?
[웃음]
우리 딸 팔자가 좋아서
일요일에는 꼭 피부 관리를 받더라고요
[문이 스르륵 열린다]
(신도) 안녕하세요
까불이 때문인가?
요즘 자꾸 신도들이 늘어요
(수녀2) 다들 불안한 거지
[정숙의 한숨]
[긴장한 숨소리]
[한숨]
[정숙의 긴장한 한숨]
왜 이렇게 목은 타?
[한숨]
[게임장이 요란하다]
(호영) 아니
이 집 쿠폰 모으냐?
응, 쿠폰 다 모아 가지고 다른 집...
(규태) 내 건 왜, 내 것만 이러지? 씨...
(호영) 야, 근데 저 벙거지 뭐냐?
계속 서 있네
저, 쫄려서 못 올라오는 거 아니야? 내가 내려가서 데리고 올까?
야, 야, 아니, 됐어, 됐어, 야, 응?
저렇게 소심한 손님 받아 봐야, 응?
나중에 돈 잃으면 그냥 개진상만 쳐
형, 나 들으라고 하는 거야?
[호영의 만족스러운 신음]
[규태가 후루룩거린다]
[용식의 한숨]
(용식) 공범이 있나 했더니
누군지 알아보시겠죠?
계속 동백 씨 주변에 계셨던 거 같아요
[의미심장한 음악]
그래서
그날 저를 보셨다고유?
[한숨]
왜 저라고 생각하세유?
한여름에 잠바 입고 마스크 쓰면
네가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해?
[덜커덩 소리가 난다]
[정숙의 한숨]
지은 죄가 많으니까 목이 타지
[탁 부딪는 소리가 울린다]
[정숙의 놀라는 신음]
(정숙) 아이고, 아이고, 죄송해요, 아이고
[당황한 신음]
[당황한 숨소리]
죄송합니다
[무거운 효과음]
(정숙) 그 습한 날, 스치고만 가는데도
래커 냄새가 코를 찌르더라
[다급한 숨소리]
(동백)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두운 음악]
엄마를 만들었다더니
(정숙) 엄마는
본능적으로 내 자식한테 해 끼칠 놈을 안다
[잘그락 소리가 난다]
(여자3) 아니, 금옥이 저건 노래를 왜 저렇게 크게 틀어?
저기요 [여자3의 짜증 섞인 신음]
지금 웬 남자 하나가 올라가지 않았어요?
(여자3) 네?
저기, 모자 쓴 남자 하나요
(남자2) 아무도 안 왔는데?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어서 일찍 닫는 거예요
[한숨]
[스위치가 탁 꺼진다]
(신도) 까불이 때문인가?
요즘 자꾸 신도들이 늘어요
[놀란 숨소리] [어두운 음악]
[정숙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탁 부딪는다]
[동백의 겁먹은 숨소리]
[정숙의 가쁜 숨소리]
(정숙) 동백이...
[쾅쾅 소리가 들린다]
[정숙의 거친 숨소리]
[정숙의 다급한 신음]
[정숙의 가쁜 숨소리]
[화재 경보음이 울린다]
(동백) 막 사이렌이랑
막 그, 스프링클러, 막
아, 막 문도 막 쾅쾅댄 거 같고, 그냥
(변 소장) 스프링클러가 너 살렸다
(동백) 그런데 세상에 그런 우연은 없다
뻐꾸기도 결국
제 자식 둔 자리는 못 떠났다
엄마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긴장되는 음악] 그러니까
[한숨]
못 보신 거네유
(흥식) 단지 그 냄새 때문에?
치매시라고 하던디
(정숙) 왜 못 봐?
봤지
마스크니 모자니 쓰고 있어도
나 분명히 봤어
네 눈
그 사람 안 같은 눈
[한숨]
제 눈이
그래유?
네가 가게에 오고
그 찌든 래커 냄새가
확 끼쳤을 때부터
네 눈이 그렇게 비굴하게 웃고 있을 때부터
내 속이 이상하게 움찔댈 때부터
너겠구나 싶더라
흥식 씨, 끝나고 밥 먹고 가요
- (용식) 응, 그려 - (흥식) 아, 예
공밥은 왜 줘?
[한숨]
저 찜찜한 놈을 왜...
[칼로 서걱 썬다]
근데
심증이잖아유
결국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못 보신 거예유
(정숙) 그래
물증이 없지
그러니 경찰이 뭘 하겠어?
그런데 나는
헷갈릴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어
[흥식의 못마땅한 숨소리]
(정숙) 짐승의 어미도
자기 자식한테 해 끼칠 놈은
백 리 밖에서부터 알아
그리고 어미는
자기 자식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해
얼씬대지 말아
나 동백이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나는 해
뭐든지
(용식) 동백 씨, 괜찮아요?
왜 그, 한마디가 없으시고...
(동백) 그냥 좀...
(용식) 기분이 조금...
(동백) 아니요
이상하게 기분은 괜찮아요
그냥
좀 어이없게 승진한 거 같기도 하고
예?
[동백의 머뭇거리는 숨소리]
아니, 그냥 맨날 사는 게 좀
쪽팔리고 쫄리고 막 그랬는데
그놈의 고아 딱지
엄마한테도 반품당한 하자 같아서
근데요
이제 좀 내 인생이 덜 거지같이 느껴져요
[용식의 웃음]
나는 내가 유기견인 줄 알았는데
27년 만에 몸에서 인식 칩 같은 게, 그
나온 거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함께 웃는다]
용식 씨
나한테도 엄마가 있긴 있었던 거 같죠?
(용식) 그렇죠
[차 문이 탁 닫힌다]
[애잔한 음악]
(성희) 뭐, 숨으면 해결이 된대요?
아주 그때랑 똑같네
그때도 그 진단 받자마자 잠수를 타 버리는데
그 여자 수준을 알겠더라고
왜 그러세요, 엄마?
법적으로는 우리가 자식이에요
(성희) 가족이니까
우리 집으로 이런 것도 왔겠죠?
[헛웃음]
법적으로 엄마인데
아버지 장례식에도 가 보지 못하게 했니?
됐고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세요
(성희) 인풋은 우리 아빠 돈으로 넣고
아웃풋은 아줌마 딸이 받고
이게 리즈너블해요?
나 네 아버지한테 돈 받은 적 없어
[비웃음]
그럼 그 여자가 무슨 돈으로 먹고 자고 입었겠어요?
용돈도 아주 야금야금 어지간히 뜯어내셨겠지
네 아빠랑 사는 동안
나 계속 청소 일 하면서 내가 돈 벌었고
(정숙) 여기 네 아버지
돈 1원 한 푼 들어간 거 없어
내가 내 딸년 줄 돈
행여 그런 치사스러운 돈을 넣었을까?
됐고
법대로 가자고요
우리 호적상 가족이에요
내가
내 딸년한테 내 목숨값도 못 주니?
♪ 그 무렵일 거예요 ♪
♪ 그대라는 꽃이 핀 건 ♪
♪ 차가운 바람 속에서 ♪
♪ 따뜻하게 감싸 ♪
(정숙) 보험은? 보험은 들었냐고
그게 왜 궁금해? 엄마 보험 팔다 왔어?
(정숙) [웃으며] 아이, 아니
옛날에 내 옆에서
양말 장사하던 여편네가 서방 죽고서
보험으로 아파트에 들어가더라고요
보험이 최고야
보험은 한 방에 아파트라니까?
다 죽고 나서 받는 돈 최고는 무슨...
아, 그래도 그 집 아저씨한테는 최고지
죽고 나서 마누라한테는 빚 갚았으니까
27년을
못 먹인 내 딸년 밥값이라고 생각하면서
나 밥 굶어도
보험금 단 한 번도 안 밀리면서 20년을 부었어
[울먹이며] 개떡 같은 이 어미가
내 딸년 밥값 주고 죽겠다는데
[테이블을 쾅쾅 치며] 너희들이 뭔데!
너희들이 뭔데 이래!
너희들이 뭔...
(동백) 엄마는 내 신장을 떼 달라고 온 게 아니라
마지막 보험금을 주려고 온 거였다
동백 씨
(성희) 아프다며요?
늘그막에 꽃뱀으로 콩밥 먹이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처신시켜요
우리 큰삼촌이 검사인데 감히 누구 돈을 빼돌리려고...
감히, 씨...
이 미친년이!
감히
누구보고 꽃뱀이래?
[놀란 숨소리] [아련한 음악]
우리 엄마야
너 같은 년이 함부로 지껄일 내 엄마 아니라고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왜?
나 죽이러 쫓아왔니?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 겨울이 오면 ♪
♪ 생각나는 한 사람 ♪
♪ 하얀 꿈결처럼 ♪
♪ 세상을 물들이는 ♪
♪ 아닌 척해 봐도 ♪
♪ 태연한 척해 봐도 ♪
♪ 눈부신 널 보면 ♪
♪ 사랑인 걸 알 수 있어 ♪
♪ 너만이 내 사랑 ♪
(동백) 걱정받는 거 기분 좋네요
(용식) 나는 동백 씨가 너무 좋고
너무 아프다
(용식) 나는 알려 줘야겠다
(용식) 구린 놈은 반드시 현장에 다시 온다고
당신이 최향미를 쳤구나?
(뉴스 속 기자) 오늘 오후 옹산호에서 발견된 30대 여성의 사체에서
5년 전 연쇄 살인범의 메시지가 나와...
[타이어 마찰음] (형사) 최향미 살해 용의자로 같이 좀 가시죠
(흥식) 이제 아무것도 하지 마
(동백) 그, 친구가 둔 거 같은데요
제가 지금 그거 찾으러 갈게요
(용식) 동백 씨 스쿠터에 번호 적어 놓은 적이 없는디?
♪ 세상이 변해가는 ♪
.동백꽃 필 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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