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4
(남자1) 어, 회장님, 어디 가세요?
(변 소장) 시장서 불이 났는데
용식이가 좀 다쳤슈
동백이 구하려다 조금...
(주민) 아유, 저
아유, 아주 새까맣게 탔다니까
아유, 저, 아유, 사람인 줄도 모르겄어
[무거운 효과음]
[젊은 덕순이 울먹인다]
(젊은 덕순) [흐느끼며] 뜨거워서 어떡햐
뜨거워서
어떡햐
(순태) 황용식
[주변이 소란스럽다] 덕순아
이거 내가 20만 원 주고 지은 이름이다
[굿판 소리가 요란하다] [순태 누이1이 오열한다]
(순태 모) 아이고, 내 새끼...
[방울이 딸랑거린다]
(무당) 천수성의 장수 팔자가
[무당이 숨을 들이켠다]
과부살을 못 이기니!
[의미심장한 음악]
내 원통하고 내 절통해서
이대로는 못 가겄소
[순태 모가 흐느낀다]
아니제
인자 가야제
[사람들이 흐느낀다]
엄니
누이
나 인자 갈랑게
내 식구들 잘 좀 부탁허요
(순태 모) [오열하며] 아이고, 내 새끼
- (순태 누이1) 아유, 그래 - (순태 모) 아이고
(순태 모) 아이고, 순태야
(순태 모와 순태 누이1) [흐느끼며] 순태야
(순태 모) 순태야...
[가족들이 오열한다]
(순태 누이1) 순태야, 엄마
[가족들이 연신 오열한다]
(젊은 덕순) 규식이 아부지
(무당) 그려
날세, 이 사람아
나 인자 가야지
어째 나를 이렇게 붙잡는가?
우리 규식이 아부지가
왜 전라도 사투리를 쓴디야?
전라도 근처도 안 가 봤는디
(젊은 덕순) 왜 그짓말을 하고 그랴?
애 아부지도 아니면서 [순태 누이2의 다급한 숨소리]
(순태 누이2) 야, 규식아, 아유
(젊은 덕순) 나 때문에 죽었다고 [순태 누이2가 울먹인다]
내가 과부 팔자라 애 아버지 잡았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햐?
- (순태 누이1) 아이고, 아이고 - (젊은 덕순) 이, 천벌을!
[가족들의 만류하는 신음] [젊은 덕순의 원통한 신음]
(젊은 덕순) 천벌을!
(여자1) 49재도 안 치르고 문 여는 것 봐
(여자2) 저렇게 독하니까 남편을 잡지, 응?
과부 팔자 괜히 있어?
[물이 첨벙거린다] [여자들의 놀라는 신음]
(젊은 덕순) 팔자 드러운 년한테 물리고 싶지 않으면 꺼져!
(여자2) 이 여편네가 미쳤나, 그냥!
그럼 다 같이 슬퍼 죽어?
애 셋 데리고 굶어 죽으면 내 팔자가 들 센 겨?
(여자2) 네 팔자가 하도 박복해서 [여자1의 어이없는 신음]
우리가 딱해서 그랬지 뭐, 딴소리혔어?
뭘 박복햐?
너희들이 뭔데 내 팔자를 후려쳐?
(젊은 덕순) 야
너희들 아들 셋 있냐? 어? [여자들의 기가 찬 신음]
'아이고, 딱햐'
'아이고, 박복햐' 이러면서
너희들 인생 위안 삼고 싶거들랑
[성난 한숨]
두당 국밥 한 그릇씩은 사 주고 떠들어
[여자들의 짜증 섞인 신음] [여자들이 구시렁댄다]
(여자1) 아이고, 참
(여자2) 어유, 어유
[슬픈 음악]
두고 봐라
난 안 죽어
악착같이 내 새끼 살릴 겨
아, 엄마
아, 아가
[떨리는 숨소리]
아이고
(용식) 아유, 엄마
(덕순) 아이고, 이...
(용식) 아니... [덕순의 놀라는 숨소리]
아니, 얼매나 뜨거웠을까?
얼매나
아이, 엄마, 그냥 별거 아니랴 아유, 걱정하지 말...
아유, 여기요
(덕순) 아유, 이, 저기
야 이거 어떻게 해 준대요?
이걸 어떻게 해야 된대
(동백) 회장님 [용식의 난처한 숨소리]
- (동백) 회장님 - (덕순) 아이고, 이게...
(덕순) 살이 어쩧게 됐길래
이거를 이렇게 해 놓고, 잉? 이게...
- (덕순) 아이고 - (동백) 회장님
(동백) 놀라셨죠? 선생님이랑 얘기해...
넌 가라
(용식) 엄마!
(덕순) 넌 가
(용식) 아유, 엄마, 쫌! 쯧
[덕순의 떨리는 숨소리]
(덕순) 네가 생전에
이렇게 다치던 놈이 아닌디
[떨리는 숨을 들이켜며] 어휴
어이구, 어이구
(동백)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보아 온 대로 나이테가 생긴다
[덕순이 흐느낀다]
살면서 봐 온 게 싫었든 좋았든
인이 박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흐느낀다]
(동백) 그놈의 팔자 소리가 징그럽게 싫었어도
우리가 그저 겁쟁이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변 소장) 이러면 이거, 이거 100% 방화가 맞지
(오준) 소장님
[긴장되는 음악]
시장 CCTV는 먹통이고요
발화원으로 보이는 라이터 쪼가리가 나오긴 했는데
완전히 깨져서 지문이 나올랑가 모르겠어요
(변 소장) 그 라이터 혹시
또 초록색이디?
[쓱쓱 적는 효과음]
[흥식의 한숨]
시장에서 불났댜
(흥식) 알아?
[흥식의 한숨]
아빠
제발
응?
제발 아무것도 하지 좀 마, 제발
쫌
살았대
뭐?
(석용) 그러니께 불을 붙여 보면 아는 거지
사람이면 타 죽고
마녀면 안 죽어
[동백의 한숨]
(정숙) 먹어
(동백) 아, 청심환 챙겨 나올 정신에
옷이나 좀 제대로 입고 나오지 그랬어? [정숙의 당황한 신음]
이 봐 봐
신발도 이렇게 짝짝이로 가져왔어, 창피하게
얼마나 정신없이 뛰어나온 거야, 대체?
(정숙) 불은?
누가 지른 거 아니래?
(동백) 모르지
(정숙) 용식이는 흉 안 진대?
(동백) 모르지
내가 계속 들여다봐야지
(정숙) 왜, 여길 또 오게?
아니, 걔네 엄마가 너
무슨 자기 아들한테 씐 귀신 보듯 하던데 뭘 또 오냐?
아들이 저 지경이 됐는데 내가 이쁘겠어?
(동백) 그리고 뭐, 까놓고 말해서
내가 그렇게 '얼씨구나' 할 스펙은 아니지
왜?
(정숙) 고아라?
미혼모라?
고아인 게 네 탓이냐? 내 탓이지
아휴, 참
(동백) 뭘 이렇게 막 당당해? 치...
(정숙) 아니, 미혼모면 뭐?
네 미모에 이 시대에
그럼 수절이라도 했어야 오케이래?
생긴 애를 안 낳았어야 떳떳한 거야?
아휴, 참, 진짜
네가 꿀릴 게 뭐 있다고 유세를 떨어? 유세를 떨긴
싹 다 엎어 버릴라, 쯧
계산 좀 해 주세요
[정숙의 한숨]
엄마 지금 내 편 들어 주는 거지?
(정숙) 으이구, 제발...
[엘리베이터 알림음]
[의미심장한 음악]
(정숙) [작은 목소리로] 빨리 가, 얼른, 빨리 가
(동백) 응?
아니, 저, 그 안이 그, 기름 천지였다니께요, 예?
방화 맞대죠? 방화쥬? 방화
(변 소장) 아, 방화면 뭐?
누워 있는 놈이 그런 걸 왜 신경 써?
아이참, 쯧
(용식) 아유,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선생님
- (의사1) 예? - (용식) 아, 선생님, 저
이거, 이거 이거 좀, 좀 띠어 주실래요?
(동백) 아유, 왜, 또?
연탄 할아버지한테 뭐 팔아먹게? [정숙의 놀라는 신음]
어유, 진짜, 손아귀 힘은 진짜 장사네, 장사, 그냥 [어두운 음악]
[정숙의 다급한 숨소리]
아, 아프다니까?
너 진짜 한 번만 그 소리 하면
엄마 혀 깨물고 죽을 거야
오빠가 왜?
너 한 번만 오빠 소리 더 하면 엄마 너랑 진짜 못 살아
연탄 할아버지한테 팔아 버릴 거야
[당황한 숨소리]
(동백) 엄마, 그 아저씨 아는 사람이야?
엄마, 혹시 막 빚지고 막 그런 건 아니야? 어?
너 왜...
그래도 다행이다, 빚쟁이는 알아봐서
왜 그때를 다 기억해?
(정숙) 자식 속을 너무 몰라도 미치겠고
(변 소장) 아, 그냥 누워 있으라고!
(용식) 아, 제가 가야 된다니께요!
(변 소장) 아, 까불이가 동백이를 못 건들게 내가 책임을 지려니께
(덕순) 너무 알아도 죽겄다 [변 소장이 계속 만류한다]
(변 소장) 너 까불다 죽어!
(용식) 아이, 고 새끼가 동백 씨를 건드렸는데
[변 소장의 못마땅한 숨소리] 내가 어떻게 가만있어요!
- 아유, 쫌 - (변 소장) 안 돼야 [커튼이 탁 걷힌다]
네가 그래서 눈이 돌았구나
아유, 참, 그...
(덕순) 너 시방
까불이 쫓아댕기다 이 지경이 된 거였니?
동백이 때미?
그 팔자에는 또 까불이까지 붙었디야?
어어? 아유, 엄마!
[의미심장한 음악]
[자동차 시동음]
가자, 가자, 가자
하, 죄송해요, 감독님
제가 아무래도 이번 시즌은 좀 힘들 거 같아서요
(감독) 왜, 어깨 또 그래?
뭐, 어디 다쳤어?
아니면 쫄려서 그래?
아니요, 컨디션은 최상인데
출장 정지 먹을 거 같아서요
(감독) 뭐?
너 또 사고 쳤냐?
아니요
이제부터 칠 거 같아서요
(기자1) 야, 야, 살살 붙어, 살살
쟤 눈치 빤하다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기자1) 아, 저 강종렬, 저 꼴통 진짜, 이씨 [기자2의 가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뭐야?
저 새끼 뭐야, 저거?
미쳤네
[기자1의 놀란 비명]
[기자2의 겁먹은 신음]
(기자1) 야, 야, 야 가만있어, 가만있어, 가만있어
문 열지 마 [기자2의 겁먹은 숨소리]
(종렬) 백미러값 얘기 안 해요?
뭐 얼마?
딱 말을 하라고
통원 치료로 하면 감염 확률이 더 높다는디
어이구
(변 소장) 자기 엄만 기함해 자빠트리고
기어코 여길 기어 와야 돼야?
[변 소장의 한숨]
[한숨]
- (변 소장) 예, 어유, 안녕하세요 - (여자3) 아유
- (여자3) 아유, 예, 안녕하세요 - (변 소장) 저, 혹시, 그
(변 소장) 며칠 전 새벽녘에
저, 이런 옷 입은 여자분 못 보셨나요?
(여자3) 이거는, 씁,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변 소장) 아...
씁, 아이, 저, 그러면 저기, 저
CCTV 좀 확인해 볼 수 있을까요?
아, CCTV는 저번 주부터 화면이 나갔어요
(용식) 아하, 참... [긴장되는 음악]
저번 주부터요?
(여자3) 예
아, 그럼 저, 혹시
(변 소장) 그게, 저
화요일이나 수요일 중에 나간 거죠?
(여자3) 예, 맞아요
(용식) 예? 왜, 왜, 왜요?
[변 소장의 한숨]
- (변 소장) 아휴 - (용식) 왜, 왜, 왜?
(변 소장) 하이고, 야, 이거 미치겄다, 이거
야, 그 시장통 CCTV도
그때부터 먹통이라는 겨
예?
(용식) 아휴, 진짜
아, 이게... [용식의 한숨]
아, 이래도 이게 사고예요? 예?
[용식의 한숨]
[남자2의 힘겨운 신음]
[물이 첨벙거린다] (남자2) 어유, 이게 뭐여?
아유, 그냥 별걸 다 버리고들 앉았네, 진짜
어휴
[남자2의 한숨]
(용식) 어휴, 이...
[말을 더듬거리며] 헬, 헬멧은 뭘 또 이런 거를...
(용식) 이게
지, 진짜 피면요
머리에서 흐른 게 아니고
빼박 목이라고요
(변 소장) 뭐여?
저기, 소장님
파출소에서도 잠수 팀 부를 수 있어요?
(용식) 일단은 동백 씨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소장님
진짜로 향미 씨가 죽은 거면
고거 향미 씨가 동백 씨 대신에 배달 나갔다가 그렇게 된 거니께
동백 씨 심성에
배겨 내겠어요?
(변 소장) 야, 그래도 이게 진짜 까불이일 수도 있는데
아이, 동백이도 뭘 알아야 조심할 거 아니여
[착잡한 숨소리]
나 인제 동백 씨 좀 고만 조심시키고 싶어요
내가 동백 씨한테 배달 나가지 말라고 할 때도, 참 내
쯧, 기가 차더라고요
(용식) 내 자신이
동백 씨가 조심할 게 아니고
내가 그놈을 잡으면 되는 건디
내가 잡으면 되는 건디
왜 맨날 동백 씨가 몸 사리고 살아야 되냐고요
용식아
너 무데뽀고 우직한 거 내가 잘 아는데
넌 까불이랑 게임이 안 돼야
나는 잡어요
동백 씨한테 덤비는 놈
나는 잡을 때까지 잡어요
(동백) 엄마, 남들도 다 똑같이 살지?
(정숙) 남 사는 거는 왜 궁금해?
(동백) 아니, 남들도 다 똑같이 사는 게 힘들다 그러면
좀 덜 약 오를 거 같아서
인간들이 다 각개 전투지
안 힘든 놈이 어디 있어?
[동백의 한숨] 넌 그래도 술 취한 아비나
바람피우는 엄마는 없었잖아
그거 위로지?
[동백의 못마땅한 신음]
[동백이 혀를 쯧 찬다]
(동백) 뭐, 다 똑같다 그래도
까불이 때문에 배달도 못 하는 식당 사장은
나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정숙) 그까짓 까불이 내가 잡아 줘?
[동백이 부스럭거린다]
(동백) 마늘이나 까
내가 너 위해서 뭐든 한 가지는 해 준다니까?
잡아 줘 봐, 그럼
잡아 줘?
[놀라며] 아유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죽여 줘?
엄마, 혹시 막 전과 같은 그런 건 없지, 그렇지?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동백) 어? 그냥 얘기해도 돼
[정숙이 칼을 툭 떨어트린다]
[아련한 음악]
(기자1) 뭐, 별거에 내연녀까지는 뭐, 어떻게 수습을 하신다 쳐도
이, 혼외자는 이게 얘기가 좀 다르잖아요
[종렬의 어이없는 숨소리] 대한민국에서 혼외자 스캔들이면
집 앞 설렁탕집 가서 설렁탕 한 그릇 못 잡숴요
(종렬) 아, 내가 지금 당신 훈장질 듣자고 여기 앉아 있어?
그냥 액수만 딱 말을 하라고!
[키득거린다]
야, 너희들 이 짓 해서 돈 얼마 버니?
내가 그 돈 줄게
나 팔아서 버는 돈 그거 내가 주겠다고
[기자1의 웃음]
(기자1) 근데
쫄았죠?
상황 판단 못 하고 이렇게 반말 찍찍 해 대면
쫀 티 안 날 거 같아요?
[헛웃음]
이렇게 순수해서 뭘 어떻게 애걸하려 그러시지? [종렬의 한숨]
애걸을 내가 왜 해! 애걸을, 씨
(기자1) 그럼 어쩌시게?
뭐, 성깔대로 해 보시게?
[성난 한숨]
[떨리는 숨소리]
강종렬
남자네, 남자
아비가 아니고
[의미심장한 음악] [기자1의 비웃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성난 숨소리]
[차 문이 탁 닫힌다]
[연신 성난 숨을 내뱉는다]
[소리친다]
아이씨, 아이씨!
[거친 숨소리]
(기자1) 야, 밥이나 먹으러 가...
[떨리는 한숨]
[한숨 쉬며] 다 덮자는 건 아니고
(종렬) 별거설, 이혼설 다 단독으로 내시고
인터뷰도 그쪽이랑만 할게요
[옅은 한숨]
왜?
그러니까
애는 건들지 마요
내 자식값은 내가 돈으로든 뭐든 다 쳐줄 테니까
애는 놔두라고요
좀 더
심금을 울려야지
(기자1) 나는 태생적으로
너처럼 돈 많고 잘난 애들 보면 비위가 상해
(종렬) 기자님
내가 미우면
나랑만 붙어요
나 이때까지 애 위해서
걔 위해서 해 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애 인생에 그렇게 똥물 튀기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나만 밟아요, 나만
꿈틀도 안 대고
찍소리도 안 하고
밟혀 드릴 테니까
[애잔한 음악] 애는 좀
제발
지켜 달라고요
(기자1) 씁, 이제 좀
아비 같네
자, 그럼 강 선수, 내 말 잘 들어요 [종렬의 한숨]
앞으로 돈 얘기는
지금 이 눈빛
이 자세로만 나한테 하는 거야
알았어?
[힘주는 신음]
(기자1) 육개장 당긴다
[종렬의 한숨]
[자동차 시동음]
(동백) 아니, 누구신데요?
왜, 왜 그래? 무슨, 여기서 얘기해
(정숙) 아유, 가, 딴 데 가서 얘기해요
(동백) 아니, 누구세요? 무슨 일이신데요?
- (성희) 저요? - (정숙) 아유, 성희야
딸이에요 [의미심장한 음악]
(성희) 저 이 여자 딸이에요
[놀라는 숨소리] (정숙) 가자고
어디든 가서 얘기하자니까
그럼 엄마를 여기로 보낸 분이세요?
네?
치매 걸린 엄마가 자식한테 버려져서
(동백) 버려진 딸한테로 버려진 거잖아요
치매라고 했어요?
(성희) 염치는 있으신가 보네
하긴, 버린 딸한테 맨정신에 오기엔 좀 그러셨겠어요
[바퀴 구르는 소리가 난다]
(필구) 엄마
[한숨]
동백아
(정숙) 필구 데리고 들어가
(동백) [놀라며] 어머
(용식) 씁, 예, 그니께 이, 누님하고는
연락을 안 하신 지가 이제 꽤 되셨다는 거죠?
아, 저기, 그러면, 그
저기, 한국에 이, 다른 친척 분들은...
(혜훈) 혹시
누나한테 빚이 있나요?
아니, 제가 이, 빚 때문에 연락드린 것이 아니고요
지금 누님이 당장에
실종일 수가 있어요
근데 빚이 있대도
제가 변제할 의무는 없는 거잖아요
(혜훈) 그렇죠?
예?
[한숨]
[한숨 쉬며] 예, 누님 빚 없고요
(용식) 예
아니, 저, 그래도
가족이시니께요
좀 실종 신고라도 좀 하셔요, 예?
이게 저희가 이, 정황만으로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고요
실종 신...
[의미심장한 음악]
아,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그, 이, 누님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시죠?
아니, 아니, 아니
동생분 생년월일이 어떻게 돼요?
- (변 소장) 고맙습니다 - (행원) 네
(변 소장) 아니, 뭔 비번을 동생 생일로 해 놔?
(용식) 거봐요, 맞죠?
향미 씨한텐 동생 말고 아무도 없다는 거예요, 이게
씁, 쯧
(변 소장) 야, 근데
요 메칠 거래 내역이 통 없다? 응?
(용식) 씁, 근디
이거는 뭐, 거진 보이스 피싱 수준 아니어요?
뭐, 돈 들어오는 족족 그냥 해외 송금에다가
어째 금액들이 다 이렇게...
(변 소장) 야, 금액이 저, 이, 저, 응?
이렇게 저, 38만 원 뭐, 이렇다는 건
이게 다 마음이라고
한 푼이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
(용식) 참, 씁, 근데 그, 고놈은요, 예?
그, 자기 누나 빚이 있나 고 걱정밖에 안 하더라니께요?
[용식이 혀를 쯧 찬다] (변 소장) 어휴, 싸가지 없는 새끼
어?
얘가 여기 또 있네?
누구?
어이?
아니, 이이가 여기서 왜 튀어나와?
[한숨 쉬며] 봐 봐요, 예?
모든 길의 끝에는 그, 한 놈만 나온다니께요?
[우아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은실) 얘
너 웃니?
하, 이혼해서 신났어?
(자영)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은실) 너 어디 가서 피해자인 척하지 마
[규태의 한숨]
(규태) 엄마, 좀 가
뭐, 결혼식이야?
왜 아들 이혼하는 데까지 쫓아와서 이래?
(은실) 까놓고
너 머리 좋고 집 기울고
얘 머리 나쁘고 집 잘살고
너도 구색 맞춰 결혼했던 거 아니냐고
어머니
저
규태 좋아서 결혼했어요
[애잔한 음악] [한숨]
자영아
만사가 깐깐해서 고달픈 저랑은 달리
솔직해서 귀엽더라고요
근데 왜 이혼을 왜 했어? 왜?
(은실) 웃기고 있네
너 까놓고 규태가 없는 집 아들이어도 결혼했을 거야?
이제 와서 이런 말씀 드리기 뭣하지도 않지만
제 선 자리가 최하 선박 회사 아들이었고요
(자영) 게다가 제가 생각보다 능력이 있어요
제가 능력이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몇 푼이 탐났겠어요?
뭐, 몇 푼?
야, 그럼 너 지분 뱉어 내
그건요, 어머니
제가 독박 부담 한 생활비를 여태 청약으로 부어 놨대도
제 게 맞아요
아드님이 생활비를 한 번도 댄 적이 없거든요
(은실) 아휴
아유, 야, 잘 갈라섰어 [규태를 토닥인다]
어차피 얘한테서 손주 보긴 텄고...
(규태) 아, 엄마! [은실의 놀란 신음]
저랑 어머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부디 다음번엔 말 잘 듣고
돈 좋아하는 며느님 만나세요
(은실) [당황해하며] 너, 너 지금 나 먹이는 거...
- (은실) 야, 야, 야, 야! - (규태) 아유, 그러니까
(규태) 왜 나 이혼하는 데까지 따라와서 이래!
(은실) 아, 이 새끼가 왜 나한테!
엄만 뭔데!
(규태) 엄마가 내 인생에서 여주인공이야?
[가쁜 숨소리]
자영이가 여주야, 자영이가!
나 내 인생 사는 거 보고 싶으면
엄만 이제 좀 조연으로 빠지라고, 좀, 씨
(은실) 아, 야! 저...
[말을 버벅댄다]
[규태의 착잡한 한숨]
(은실) 아유, 아이고
[의자 작동음] 자영이 저게 덩치도 좋아, 덩치도, 아유
엄마야!
왜?
여기 왜 껌이 붙어 있니?
뭐, 껌?
거기 껌 있어?
자영이가 여기 껌 붙일 애야?
하, 진짜
[은실의 어이없는 신음] 아휴
(은실) 어이구, 으이구, 으이구!
남의 차에다 껌이나 붙여 놓는 년이랑 왜 놀아나?
어휴, 정말!
아유, 걔...
[은실과 규태의 짜증 섞인 신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동백) 필구야
할머니가 너한테 필구라고 한 적 있어?
- 아니 - (동백) 아니지?
맨날은 아니고 엄마 없을 때만
뭐?
(필구) 엄마 있을 땐 동백이라 그러고
엄마 없으면 필구라고 잘해
왜?
할머니 치매 아니래
(필구) 할머니가 우리 셋 중에
사실 제일 똑똑하대
[흥미로운 음악] 누가 그래?
뭐, 다
다 그러던데?
- (재영) 금방 돼 - (정숙) 예
(찬숙) 야, 동백아, 너 살쪘다, 야
(동백) 저요?
- (찬숙) 어 - (동백) 저 살쪘어요?
(동백) 나 살 잘 안 찌는데 [재영의 웃음]
(재영) 엄마 밥에 장사 있어?
- (재영) 야, 너도 진짜 쪘다, 야 - (찬숙) 쪘어 [재영의 웃음]
- (동백) 정말요? - (재영) 응
(찬숙) 원래 삐쩍 곯아서 떼꼬챙이 같던 애들도
자기 엄마 집에 한 달만 넣어 놔 봐
집돼지 돼서 나오지 [재영의 웃음]
(재영) 너 그, 볼때기 살 오른 게
그게 다 엄마 밥살이라는 거야
[여자들의 웃음]
(정숙) 이놈의 떡집은 말이 많아서 오기가 싫어
- (찬숙) 응? - (동백) 아이
(동백) 제가 엄마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살이 안 쪘었나 봐요 [재영의 웃음]
(정숙) 동백아
우리 그냥 떡국 먹지 말자
(동백) 엄마
- (동백) 엄마, 돈 내야지, 돈 - (재영) 저기...
[정숙이 구시렁댄다]
(동백) 엄마!
(찬숙) 저게 어딜 봐서 치매여? [재영의 한숨]
아주 우리 엄마 때 생각하면 웃기고 있어, 아주
(재영) 연기하는 동백이 엄마나
참, 그거에 속는 동백이나
(재영) 진짜 치매를 본 적이 없는 겨
[아련한 음악]
하나도 안 썼네 [한숨]
뭐야, 진짜?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동백의 한숨]
(동백) 뭘 이렇게 붙여 놨어?
씁, 할머니가 오고 우리가 좀 편해지긴 했어
필구야
넌 할머니가 우리 집에 왜 온 거 같아?
밥해 주려고?
(성희) 아니야
어, 통화는 괜찮아
아니야, 별일은 아니고
그래서 병원에서는 뭐래?
[성희의 놀라는 숨소리]
몽실이 수술받아야 된대?
아, 우리 집 고양이도 담석 수술 받았잖아
네가 내 딸이니?
아니야, 아무것도
네가 꽃뱀 딸이야?
[의미심장한 음악]
전화 끊어
사람 투명 인간 취급 하지 말고
(성희) 아니야, 내가 다시 전화할게
어
사람 통화하는데 뭐 하시는 거예요, 버릇없이?
[헛웃음]
아직도 내가
너희 집 고양이만도 못하니?
고양이는 은혜를 알아요
은혜?
무슨 은혜?
내가 너희 집에서 식모살이 10년 하는 동안
(정숙) 너희 잘난 형제들 나 꽃뱀 취급 했잖아
근데 이제 와서 찾긴 왜 찾아, 뭐가 아쉬워서?
왜 그러세요, 엄마
법적으로는 우리가 자식이에요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용식) 아이고
[차 문을 탁 닫으며] 하필, 응?
때마침 지금 세차를 하고 계시네?
[규태의 한숨]
당신 나 좋아해? 응?
(규태) 아, 왜 쟤 자꾸 나 쫓아댕긴대요? 어? [변 소장의 멋쩍은 숨소리]
(변 소장) 다름이 아니고...
(용식) 별안간에 세차를 하신다?
왜? 뭐, 뭐, 뭐 인멸할 뭔가가 있으시니께?
(규태) 별, 아유...
(변 소장) 야, 인마
너 수사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여
아, '우리 집에 왜 왔니'여, 뭐여?
뭐 이렇게 단도직입적이여? [한숨]
[흥미로운 음악] [규태의 못마땅한 한숨]
[카메라 셔터음]
[규태의 못마땅한 한숨]
[카메라 셔터음]
(규태) 아, 내가 세차하는 거까지
그, 동네 순경한테 뭐, 허락을 받아야 돼?
[규태가 퉤 뱉는다]
황 순경님
옹산 정권 금방 바뀌어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처신 좀 잘 좀 하십시다, 예?
(직원) 아유, 어, 보조석 옆에 껌 붙은 건 다 뗐는데
(규태) 아유, 진짜
최향미 이거 진짜 또라이 아니야?
남의 차에 껌을 왜 붙여 놔, 껌을? 아유
(직원) 핸들에 뭔 얼룩인지 지워지질 않아
(규태) 핸들에 얼룩도 있었어?
[규태의 한숨]
(직원) 아유, 손에 뭐 묻히고 운전한 거 아니유?
(규태) 아, 내가 요걸 묻혔었나?
(용식) 이거
피 아니여?
[의미심장한 음악] (규태) 피라고?
피가 여기 왜 있어?
당신
피가 왜 여기 있냐고, 사람 무섭게!
(직원) [웃으며] 운전하다 코나 팠겄지
나는 원래가 코를 안 파는 사람이야!
노규태 씨!
24일 22시경
어디서 뭐 하셨어요?
잉
씁, 잠깐 같이 서로 가서 얘기 좀 하시죠
왜!
어, 운전하다 코 파면 구속이야?
[탁탁 소리가 난다]
(용식) 까불이 사건으로 득을 본 유일한
[파일로 탁 치며] 인물
잠수 탄 한빛학원 원장과 호형호제하던 유일한
인물
[규태가 혀를 쯧 찬다] 실종된 최향미에게
수차례 돈을 부친 유일한 인물
그리고 하필 [규태의 한숨]
이 시점에
핸들 깝데기에서 핏자국이 나온...
아이, 코나 팠겠지!
코나, 코나 팠겠지! 무슨...
(규태) 어휴, 씨
모든 길의 끝엔 노규태
당신이 있다고 [규태의 한숨]
(규태) 소장님!
나 얘 이거 탐정놀이하는 거
언제까지 이렇게 들어 줘야 돼요? 아, 진짜
(변 소장) 아, 향미가 연락이 안 돼 그려
협조 좀 해 주셔
(규태) 아이, 그, 뻔하지, 응?
누구 돈이나 갖고 튀었겠지
걔를 왜 나한테서 찾냐고
나는 걔랑 순전 무결한 사이인데! 무슨, 진짜
(용식)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24일 날 밤에
뭘 했냐니까요?
그건 왜 말을 못 하지?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송어 먹었다, 왜!
알리바이 증명할 수 있어요?
알리바이?
하, 씨
야!
우리 장모한테 전화해 봐, 어
(변 소장) 그, 맨날 노래하던 송엇집을
그, 노 사장네 장모님이 하셔
아이, 그래도, 저 대충 말이라도 좀 해 주셔
아이, 괜히 의심받아서 뭐 햐?
아, 진짜 생각이 안 나니까 그렇죠
(규태) 그날 내가 필름이 완전히 끊겨 가지고
집에도 어떻게 갔는가를 모르겠는데
뭔 향미를... [의미심장한 음악]
(규태) [술 취한 말투로] 죄송합니다, 장모님
자영아!
거참
[코를 훌쩍인다]
진짜 없는 거 맞죠?
우리 자영이는 진짜진짜로 여기 없죠?
[규태의 술 취한 숨소리]
(규태) 저기도 없는 거죠?
(자영 모) 없다고, 없다고! 어?
자네 자영이를 왜 여기서 찾아?
(규태) 죄송합니다
내가 쓰레기입니다
[규태가 훌쩍인다]
[울먹이며] 자영아!
(자영 모) 아유, 자, 이거 갖고 가, 가, 어?
대리 금방 온다잖아, 어?
[규태가 훌쩍인다]
(규태) 자영아, 사랑한다!
[자영 모의 다급한 신음]
[규태의 힘주는 신음]
[다가오는 엔진음]
[스쿠터 경적]
씨, 저게 진짜 사람을 우습게 봐, 이...
[다가오는 엔진음] (규태) 이게 다 최향미 때문이라고
어? 저것만...
[규태의 비명]
[긴박한 음악]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죽여 버릴 거야, 씨
[성난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
[와장창 소리가 난다]
[규태의 술 취한 숨소리]
[당황한 신음]
[겁먹은 신음]
[긴장한 숨소리]
야
[긴장한 숨소리]
너 죽었냐?
[향미의 아파하는 신음] [부스럭 소리가 난다]
(향미) 아이, 씨
[아파하는 신음을 내며] 아, 오빠
[긴장되는 음악] 아이, 씨, 저 새끼 좀 잡아 봐
아니, 일단 나 좀 일으켜 봐
[향미의 거친 숨소리]
안 죽었구나
[차 문이 탁 닫힌다]
[끼익 소리가 난다]
(변 소장) 왜?
뭔 생각이 더 나?
(용식) 범행 장면이 팍 떠오르는구나, 잉?
근데 진짜로 향미가
실종이에요?
토낀 거 아니고?
아, 그, 웬만한 생활 반응이 없슈
입출금 내역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핸드폰 위치 추적은 해 봤어요?
아이, 요새, 그 개인 정보 법이 무서운 건디, 그
파출소에서도 이거 함부로 이렇게...
아, 뭘 알어?
그럼 일단 갑시다
(변 소장) 아, 어딜?
저기 오, 옹산 사거리 휴대폰 대리점을
우리 고종사촌이 해요
(규태) 걔가 내 돈 떼어먹고 토낀 놈도
그, 위치 추적으로 딱 잡아 줬거든
응
그, 저기, 저, 일단, 일단 갑시다, 응
[의미심장한 음악]
(규태) 얘가 왜 여기 있지?
(용식) 여기 사람이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디?
(변 소장) 아, 왜 사람이 호수 한가운데에...
향미가잉
(남자3) 마지막 위치는 거기로 뜰 수가 있어요
그, 핸드폰이 물에 빠지면 보통은 기지국 신호가 끊기는디
뭐
종료 버튼 안 누르고 물에 빠트리거나 아니면, 뭐
배터리를 강제로 뽑거나 하면 신호 잡히기도 해요
[떨리는 숨소리]
(규태) 그냥 저수지에 폰을 던지고 토낀 건 아닐까?
(용식) 아, 어떻게 저짝까지 던져요?
아, 뭐, 향미 씨가 뭐, 투포환 해요?
오리 배
(규태) 저기
배를 굴려서 나갔다면?
(남자3) 폰이 꼭 그, 한가운데에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뭐, 그 정도는 뭐, 쯧
오차, 오차, 응
진짜 향미가 오, 옹산호에 있을까?
(용식) 아, 그걸 왜 자꾸 나, 나한테
물어요, 아이, 씨, 쯧
야, 용식아
씁, 그 잠수 팀 한번 띄우려면 큰일인디
(변 소장) 어떡할 겨?
아이, 씨, 쯧
아, 그러면 사람이 저기 있다고 뜨는디
(용식) 그럼 뭐, 뭐 기냥 뭐, 냅둬유, 그러면?
[용식의 한숨]
아휴, 쯧 [규태의 떨리는 숨소리]
(용식) 그 헬멧이랑 그 타다 만 스웨터
그리고 그 핸들 깝데기
그거부터 일단 혈흔 검사 보낼게요
(규태) 아, 내 핸들을 왜 보내?
그 피가 향미일까 봐? 씨...
(용식) 아, 소장님, 그, 소장님은
그, 향미 씨 생활 반응 추적 좀 계속해 주시고요, 예
(규태) 아니, 나는
집에서 거미가 나와도 있잖냐, 그
어, 종이컵으로 살짝 떠다가 그, 정원 저 끄트머리
산속 연결된 데다 이렇게 내놔 줘, 어?
집에서 거미가 나오면 부자 된다는 꼭 그것 때문만이 아니라
[한숨]
거미도 생명이니까, 쯧
(변 소장) 아이고
아, 우리 사장님, 우시는 거 아니지?
(규태) 아니, 거미도 못 죽이는 내가 무슨, 그
어떻게 향미를 내가...
[규태의 속상한 신음] (변 소장) 참...
어디 나가지 마요, 잉?
(용식) 지금 상황에 어디 공항이라도 뜨면 출국 금지에다가
그, 도주 우려 영장 청구해요
[규태의 힘겨운 신음] (용식) 예?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변 소장) 야, 거미 한 마리도 못 죽이는 놈한테
왜 겁을 주고 그랴? 쯧
[규태의 힘겨운 신음] 일어나, 일어나
- (규태) 아휴 - (변 소장) 아이고, 참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규태의 힘겨운 한숨] (변 소장) 아이고, 진정해
아, 타요!
집에까지 바래다는 드릴 테니께
[다가오는 발걸음]
[용식이 봉투를 탁탁 턴다] (변 소장) 아, 저이는 왜 따라와 저랴?
[용식이 코를 훌쩍인다]
소장님, 이거 봐 봐요, 이거, 예?
여서 그, 뭔 일이 있긴 있었다니께요?
까딱하면 진짜 울겄는디?
(용식) 아휴
내가 죽였나?
[어두운 음악]
(규태) 솔직히
'그냥 콱 죽여 버릴까?'
그러긴 했어
[제시카의 불안한 숨소리]
(제시카)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 씨, 미치겠네, 진짜
아, 뭔 또 경찰까지 벌써 와?
[떨리는 한숨]
(용식) 그래 갖고, 그래 갖고, 예?
죽였다는 겨, 죽이고 싶었다는 겨?
걔가 비행기표를 끊어 달랬다
또 50을 달랬다, 또 30을 달랬다
(규태) 이건 무슨 저금통 배 갈라 가듯 그러니까
내가 내심적으로는
진짜 마빡이나 한 대 딱 치고 싶었던, 씨
적은 있었지만...
아이, 그니께, 음
죽였다고, 안 죽였다고?
내가 암만 술에 취해도 그랬을 거 같진 않은데
내가
죽였을까?
[답답한 신음]
(변 소장) 아, 뭐여, 이거?
[용식의 답답한 숨소리] 아이, 사건 개시도 하기 전에 자수부터 하시겄어
아, 좀 진정 좀 하셔!
(용식) 어어? 아, 왜 그, 용의자 역성을 다 들어 주고 그래요?
- 용의자? - (용식) 아, 이 냥반이, 이게
어리바리해 대는 게, 이게
이게 싹 다, 그 페이크일 수 있는 거잖아요!
야, 내가 형사 밥만 20년이여!
죄짓는 놈은 머리도 비상햐
머...
(용식) 아휴
아, 당신! 그러면 그 한빛학원은 말 안 햐, 응?
그 한빛학원 파면 그, 뭐, 옹산에 피바람 분다며?
아니, 그런 소리를 다 하셨어?
(용식) 예!
(규태) 황용식이 너
공소 시효에 대해서 좀 알아?
뭐?
[한숨]
내일 내 사업장으로 와
내가 공소 시효 자문 좀 구하고
말을 하든가 할 테니까
[아련한 음악]
[한숨]
[달그락 소리가 난다]
(정숙) 내일 아침에 동백이 학교 가기 전에
이거 한 사발 먹이면 좋긴 좋을 건데 [정숙의 힘주는 신음]
- 엄마 - (정숙) 이거 지금 끓여 봐도, 뭐 [물이 솨 흘러나온다]
(정숙) 아침에 될까 모르겠다
[정숙이 냄비를 탁 내려놓는다] 엄마 치매 아니지?
엄마 나한테 왜 온 거야?
(동백) 응?
왜 왔는데?
[한숨 쉬며] 동백아
나 이제 엄마가 나 왜 버렸는지는 안 궁금해
그냥 왜 왔는지나 말해 봐, 어?
말했잖아
내가 너 위해서 뭐든
딱 하나
하나 해 준다고
그래서 했어?
(정숙) 응, 했어
[의미심장한 음악] 뭐 했는데?
나 이제 엄마가 좀 무서우려 그래
(동백) 가게에 오는 생판 남들보다 나 엄마 속을 더 모르겠어
내가 다 얘기할게
때 되면 말해 주려 그랬어
(동백) 아니야
나 그렇게 뻔하게 구구절절할 사연 알고 싶지도 않아
난 마음이 등신, 호구라 나 또 들으면 속이 물러 터져지겠지
[한숨]
[한숨]
내가 얼마나 엄마를 미워해야 되는지
나는 까먹고 싶지가 않아
그러니까 이제 와서 그 사연 팔지 마
나 하나도 안 궁금해
(정숙) 동...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이고, 등신
그럼 나가라고 그래야지
왜 그 말을 못 해?
[사이렌이 울린다]
(용식) [피식 웃으며] 아이, 그, 비록 손은 쓰리지만요
이, 동백 씨가 같이 이렇게 통원 치료도 댕겨 주시고 하니까
할 만은 하네요 [용식의 웃음]
뭔가 좀 간호받는 그런 기분도 들고요, 또
동백 씨가 저한테만, 이 걱정을 때려 붓는 그런 표정이시니께
[용식의 웃음]
(동백) 용식 씨
그, 철딱서니 없는 소리는 제 앞에서만 하시고요
회장님 앞에서는
너무 '동백이가 좋다, 좋다' 그러지는 마세요, 아셨죠?
(용식) 왜요?
(동백) 회장님 입장에서는 제가 더 미울 수가 있거든요
(용식) 엄마한테 동백 씨랑 결혼한다고 얘기할 건데요?
[놀라며] 아, 왜 그래요, 진짜?
[동백의 어이없는 숨소리]
(동백) 아니, 무슨 사람이 이렇게 작전 개념이 없어요, 어?
뭘 어제 청혼을 하고 오늘 선포를 하고 그렇게 되면...
씁, 동백 씨
씁, 제가 머리를 쓰고요
이, 작전을 짰다면요
씁, 옹산서 제일로 치명적인 여자가
저한테 넘어왔을까요?
아, 뭐래, 진짜
(용식) 저 은근 비상한 놈이에요
(동백) 진짜 비상해
비상한 김에요
오늘 밤에 저희 집에 좀 오실 수 있어요?
[부드러운 음악]
혼자 사시지 않아요?
혼자 사니께 오라는 거죠
엄마 있으면 왜 부르겠어요?
(동백) 음...
쩝, 동백 씨는요
씁, 그, 이상하게
이, 청초함과
(용식) 그, 이, 섹시함이
이, 공존을 해 갖고요, 씁
그, 착한 사람을 자꾸
이렇게 삐뚤어지게 멘, 멘들어요
[피식 웃는다]
[용식의 웃음]
그래도 제가 혼자 사는 남자인디, 쯧
(용식) 우리가 그, 씁, 그러한 입지 조건을
너무 이, 안 써먹었나 싶기도 하고요, 예?
쯧, 씁
또 그, 뭐, 청혼도 한 판에, 뭐
가릴 것이 있나 싶기도 하고
[헛기침]
(동백) 미쳤나 봐, 진짜
그러니께 오늘 밤에 우리 집에 오시는 거죠?
아이, 그래도 혼자 사는 남자 집에
어떻게 그렇게 막 오라고 막 그래요?
쩝, 제가요
더는 못 참겠어 가지고요
[용식의 한숨]
(동백) 근데
몇 시?
[익살스러운 효과음]
(용식) 아이, 왜 부르냐 묻지도 않고 뭔 몇 시부터?
(동백) 아이, 내가 나이가 몇인데
뭐 그걸 나를 왜 오라 그러냐고 막 이유를 묻는 것도 좀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숭 같고
[웃으며] 아, 그러니까 왜
오밤중에 사람을 막 오라 가라 해요, 용식 씨가!
딴 데서 얘기해요
(용식) 아이, 그러면 화상 입은 놈이
어떻게 머리를 혼자 감아요?
예? 안 그래요? [의사2의 새어 나오는 웃음]
아이, 뭐, 청혼도 한 판에
뭐,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동백의 한숨]
[용식이 입소리를 쩝 낸다]
이, 저도
3일은 못 참겠잖어요
[용식의 웃음]
아이, 동백 씨!
아이, 동백 씨!
[웃으며] 원래 우리 집 되게 오고 싶으셨나 봐요
[혀를 쯧 찬다]
저기...
예?
저, 전에 한 번
엄마하고 저 앞에서 뵌 적이...
아, 조정숙 씨...
드디어 같이 오신 거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동백) 그럼 저희 엄마가 오는 날이
그, 매주 목요일이 맞죠?
(동백) 엄마, 어디 가?
내일 밤에 돌아올 거야
이따가 동백이 데리러 가
아니, 엄마 어딜 그렇게 자꾸 다녀? 어?
(찬걸) 주 3회는 꼭 나오시게 신경 좀 써 주세요
(용식) 어, 어, 동백 씨
아, 어디 가셨었어요?
[동백의 기가 찬 숨소리]
(동백) 저...
(찬걸) 음, 그래서 오신 거 아니에요?
어머니가 말씀하시던데?
뭐, 왜, 왜, 왜, 왜요, 왜?
왜 또 이렇게 또 멍을 때리고 계셔요?
[한숨]
그냥 가요, 우리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동백) 오늘은 김장이야?
곰국 끓이고 김장하고 우리 엄마 바쁘네
(정숙) 냉동실의 멸치는 왜 이렇게 묵혀 둬?
다 꺼내 와
볶아 가지고 얼려 버리게
뭘 그렇게 바빠?
시간이 없어서?
나한테 뭘 막 많이 해 줘야 될 거 같아?
엄마
밥은?
우리 삼겹살 먹으러 갈래?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뭐 이렇게까지 멀리 와서 고기를 먹재?
[새가 지저귄다]
뭐
나랑 얘기하자고?
그래, 아휴
물을 거 있으면 빨리 물어봐
그, 지난번에 왔던 성희는...
안 궁금해
뭐?
나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하나도 안 궁금하댔잖아
여기, 저기, 포크 하나만 주세요
(동백) 감사합니다
엄마
아, 사이다도 하나만 주세요
그, 밥 배 채우지 말고 고기 먹어, 고기, 응?
먹고 소갈비도 하나 먹을까?
[애잔한 음악]
엄마, 어디 가든 밥을 잘 먹는 게 최고야, 어?
그래야 이쁨받지
얼른 먹어
[떨리는 숨소리]
(정숙) 여기 포크 좀 줄래요?
야
여기 사이다 좀 주세요
- (종업원) 네 - (정숙) 예
밥 배 불리지 말고 요 고기 먹어, 고기
다 먹고 소갈비도 먹을래?
(정숙) 자
어디 가서든 밥을 잘 먹어야 최고지
그래야 예쁨받지
그리고
엄마가 부탁이 있는데...
[흐느낀다]
(동백) 어서 먹어
밥을 잘 먹어야 예쁨받는다며
[흐느끼며] 너
너 어떻게...
너
어떻게 그거를 기억을 해?
그걸 어떻게 잊어?
버려지던 날 먹던 삼겹살
엄마가 주문하던 순서
사이다 시켜 주고 포크 쥐여 주면서 하던 말들
[떨리는 숨소리]
그날 엄마한테 나던 냄새까지
나 하나도 안 빼고 다 기억하고 있어
[숨이 컥 막힌다]
[떨리는 숨소리]
내가 얼마나 그날을 곱씹고 곱씹었는지
엄마 이제 알겠어?
[떨리는 숨소리]
(동백) 필구보다도 어린 계집애가
백 밤, 천 밤을 넘게 버려지던 날을
생각했어
[흐느낀다]
[정숙이 계속 흐느낀다]
근데도 이제라도 온 엄마를 미워할 수도 없는 내가
참, 기가 찼는데...
엄마
진짜로
나한테 왜 왔어?
[훌쩍인다]
[흐느낀다]
차라리 아프다고라도 하면 내가
좀 불쌍하기라도 했을 텐데
(찬걸) 음, 그럼
따님분은 오늘 검사를 받으시는 거예요?
네?
(찬걸) 그래서 오신 거 아니에요?
어머니가 말씀하시던데?
[슬픈 음악]
아이
내 딸이 나 죽게 내버려 두겠어요?
아, 지금도 얼른 신장 하나를 떼 준다고
그렇게 난리인데
오면 뭐, 검사를 해 보나 마나죠
딸이면 거의 100%잖아요, 그렇죠?
그렇긴 그렇죠?
[웃음]
[한숨]
이제 와서 버린 딸년 신장 떼 달라고 왔어?
키우지도 않은 자식 배 갈라서 그거를 떼 가고 싶었어?
[헛웃음]
맞아, 그래
그래, 맞아
아무나 자식 버리는 거 아니지, 그렇지?
(동백) 아유, 그래도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사람답지, 좀
그 어린애 속에 엄마가 27년간 못 박아 뒀던 말
내가 이제 돌려드릴게요
그걸 왜 다 기억하고 살았어?
(정숙) 그리고
엄마가 부탁이 있는데
엄마 이름이 뭐냐 그러면
모른다고 해야 돼, 꼭
부탁이야
엄마
내 마지막 부탁인데
누가 딸 이름 물어보잖아?
그럼 모른다고 해 줘, 꼭
부탁이야
[아련한 음악]
[매미 울음]
[정숙이 흐느낀다]
[정숙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용식) 아이, 동백 씨!
아니, 어디 갔다 오세요? 아유, 전화도 안 받으시고, 예?
(동백) [울먹이며] 용식 씨
(용식) 예? [용식의 당황하는 신음]
[동백이 흐느낀다]
아이, 왜, 왜, 왜, 왜, 왜? 뭔데 그래요, 뭔데 그래요?
(동백) [흐느끼며] 우리 엄마 진짜 싫어요
엄마가 진짜 싫어요, 진짜
엄마가
나한테 진짜 그거를 떼 달라고 왔을까요?
아이, 씨, 가 놓고 그런 엄마가 어디 있어, 이씨
엄마 진짜 짜증 나 [훌쩍인다]
[동백이 흐느낀다]
왜, 왜요, 왜, 뭐
어머니가 뭐, 뭐를 달래요?
그래서 뭐, 짜증 나 갖고?
아니요, 아니, 그게 아니고요
[한숨]
엄마가 계속 쳐다보는 거예요
사람 가는데 왜 자꾸 봐?
[흐느낀다]
(용식) 동백 씨
엄마가요
엄마가 나를 계속
봤어요
나는 27년을 거기서 기다렸는데
우리 엄마도
그럼 어떡해요?
[동백이 계속 흐느낀다]
(동백) 그럼 어떡해요?
[한숨]
[물이 첨벙거린다] [여자들의 놀라는 신음]
(젊은 덕순) 팔자 드러운 년한테
[아기가 흐느낀다] 물리고 싶지 않으면 꺼져!
[아기가 연신 울어 댄다]
[젊은 덕순의 힘주는 신음]
(젊은 덕순) 나 먹으려고 한 건디
같이 좀 드시자고
[젊은 덕순의 한숨]
[젊은 덕순이 혀를 쯧 찬다] [젊은 덕순의 힘주는 숨소리]
족발을 먹어야 젖이 잘 나와요
자, 자
어
[웃음]
[아련한 음악]
그래도 요 때가 나아
애 걷고 뛰기 시작하면 난리 나요
그러면 편하지 않아요?
[젊은 덕순의 웃음] [아기가 칭얼댄다]
(젊은 덕순) 아이고
참도 편한가 한번 보셔, 응?
첫애?
- 네 - (젊은 덕순) 응
아주머니는?
(젊은 덕순) 나는 셋째
[놀라는 신음]
(여자4) 아니, 애 둘까지 키우시면서 만삭에
장사까지 다 하세요?
(젊은 덕순) 한번 낳아 봐유
엄마는 다 해요
다 해
딸내미 이름이 뭐예요?
[아기가 옹알거린다]
동백이
동백이요
동백이?
[심장 박동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덕순) 너 이제 갸랑 고만햐
(용식) 엄마, 나 프러포즈했어
아, 불구덩이가 안 무서운 걸 어떡햐?
(용식) 같이 살아야지
(변 소장) 동백이 엄마 찾아야지, 향미 찾아야지
이젠 까불이까지 잡아야지
(용식) 현장은 반드시 말을 한다
(용식) 옹산에 있었쥬?
(종렬) 24일, 10월 24일, 24일...
(자영) 이제 와서 왜 자수를 하겠다는 건데? [규태의 심란한 숨소리]
경찰이 파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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