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12
(낙호) 너 잊었구나?
[용식의 못마땅한 신음] 내가 상기시켜 줄게
(향미) 놔! [낙호의 성난 신음]
[낙호의 아파하는 신음] [퍽 치는 소리가 울린다]
(동백) 꺼지라고 했지! 씨
이, 씨, 나 성격 있어!
얘도 성격 있고 사람 다 성격 있어! 이, 씨
[씩씩거린다]
"고양이 사료"
[낙호의 한숨]
(낙호) 아, 사람 미치게 하네
야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동백의 놀란 신음] 꺼지라 그랬지?
너도 오늘 죽자
어? 씨 [동백의 겁먹은 신음]
[낙호의 아파하는 신음] [우두둑거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낙호의 아파하는 신음]
[용식이 씩씩거린다]
[동백의 놀란 숨소리]
(용식) 너
지금 우리 동백 씨
멱살 잡은 겨?
[정숙이 씩씩거린다]
네가 먼저 얘 목 조른 거야
뭔 목을 졸라?
[동백의 힘겨운 기침]
나는 목 졸렸어
[날렵한 효과음]
[용식의 성난 한숨]
[성난 숨을 들이켠다]
허, 그럼 이제부터는
정당방위여, 그렇지?
아, 이 동네 것들 눈깔 왜 이래?
[가쁜 숨소리]
목격자는 없겠어요
[정숙의 호응하는 숨소리]
[정숙이 침을 탁 뱉는다]
[낙호의 아파하는 신음]
[성난 숨소리]
(낙호) 아니, 내가 진짜 둔기로 맞았다니까요, 둔기로
(변 소장) 저, 선생님, 저, 진정하시고, 응?
아, 뭐, 물론 뭐, 피해 정황이나 이 쪽수적인 면에서는
얼핏 다구리로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유
소장님
소, 소장님, 여기 만져 봐...
- (낙호) 하하, 아유, 씨 - (변 소장) 아, 예
(낙호) [울먹이며] 아, 저년이
아이, 저년이 그 흉기로 제 두부를 깠다니까요
(정숙) 너는 얘 목 졸랐어!
이 경부 압박, 살인 미수!
[아파하는 신음]
(변 소장) 앉으셔요, 앉으셔요, 예?
(오준) 소장님
[의미심장한 음악] (변 소장) 아, 뭐?
[낙호의 거친 숨소리]
아, 씨
(낙호) 아이, 제가 진짜
제가 법을 잘 압니다
[웃으며] 내가 나랏밥을 몇 년이나 먹었는데
소장님 [낙호의 웃음]
저, 합의로 가시죠, 합의로, 예?
시원하게 합의로! 제가 합의 봐 드릴게, 어?
[낙호의 웃음]
(변 소장) 야
너 나가
나가
- (낙호) 뭐요? - (변 소장) 나가
(변 소장) 딴 데 가서 고소혀, 야, 나가
(낙호) 아유
아, 이 동네는
경찰들까지 제정신이 없어
내가 말이여
딴건 다 사람 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디
그, 미수고 자시고 간에
죄명에다 살인, 강간 단 것들은
(변 소장) 내가 사람 취급을 안 햐
나가시라고, 응?
(낙호) 아이, 씨!
[낙호의 한숨]
나 사람 아니구나?
[낙호의 헛웃음]
(낙호) 잘됐네
이제 사람인 척 안 해도 되잖아
야
너 내 스펙 들었지?
너 똑똑히 봐 뒀다?
(용식) 야! [정숙의 당황한 신음]
너 지금 우리 동백 씨 협박허냐? 어!
어, 협박이야
(낙호) 잘 지키셔
나라고 맨날 미수에만 그치란 법 없잖아
안 그래?
이런, 씨...
야, 나랑 붙어
[풀벌레 울음]
여기
건들지 마
그 표정 뭐냐?
최향미한테 처음 보는 표정인데?
말일까지 올라갈 거고
오빠 여기 다시 올 일 없는 거야
맞지?
(낙호) 오늘만 사는 최향미한테
약점이 다 생겼네?
야, 좋다, 야
너한테 연고지가 다 생기고
[낙호의 웃음]
이제 뭐, 여기가 네 집 된 거야?
집은 무슨
나 저 언니랑 생판 남이야!
집이라는 게 별거냐?
마음 편하고 정 당기면 그게 집인 거지
남이라고
그냥 놔두라고
이제 너 찾는다고 뺑이 칠 필요는 없겠다, 야
[멀어지는 발걸음]
(동백) 향미야, 우리 고기 먹으러 가자
(용식) [코로 숨을 들이켜며] 하, 동백 씨
이제부턴요 제 옆에 착 붙어 댕겨요, 예?
아까 그 양아치 새끼도 그렇고요
그 고양이 밥 주는 놈도 그렇고
씁, 제가 지금 걸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니걸랑요?
(동백) 근데 저 연행되는 거 같아요
(정숙) 아이고, 빨리빨리 와! [용식의 웃음]
고깃집 문 닫아
[잔잔한 음악] (용식) 예!
(정숙) 다들 욕봤다
[용식의 감탄하는 숨소리] (동백) 엄마, 무슨 깡패야?
홍두깨를 갑자기...
아유, 진짜 미쳤나 봐
- 진짜 왜 저러는 거야 - (용식) 아유, 동백 씨
(동백) 아, 아, 미, 미안, 그...
어, 동백아! 일로 와
- (동백) 우리 아들 왔어? - (용식) 어, 아유, 필구!
[용식의 웃음] - (정숙) 얘들이 다 먹어 - (동백) 얼른 앉아
(동백) 학원 잘 갔다 왔어? 응?
(필구) 뭐야? 왜 갑자기 고기 먹어?
(정숙) 떠들지 말고 먹어
저 여편네 식탐 있어
(동백) 향미야
고기 좀 먹어, 얼른, 어?
(낙호) 집이라는 게 별거냐?
마음 편하고 정 당기면 그게 집인 거지
(향미) 참 이상한 집이 생겼다
(용식) [숨을 카 내뱉으며] 자, 그...
아유, 어머니, 술 안 드셔요?
(정숙) 나 술 먹여서 뭐 하게?
(향미) 딸을 버린 엄마
[용식의 웃음]
(향미) 애까지 품어 버린 촌놈
아이, 저, 저기요!
(용식) 저, 아기, 저기 사이다 좀 주셔요
(필구) 누나 또 다이어트해?
왜 안 먹어?
(향미) 쥐똥만 한 이 집의 오아시스
(동백) 향미야, 멍때리지 말고 고기 먹어
(향미) 그리고 이 모두가 사랑하는 [동백이 계속 권한다]
동백이
동백이, 동백이
- (용식) 동백 씨 - (동백) 네?
- (용식) 쌈... - (동백) 저요?
[째깍 소리가 울린다]
- (동백)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 (용식) 아유, 아유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 아니요, 아니에요 [동백의 웃음]
특급 쌈이에요
[용식의 웃음]
아유, 예, 어머니, 아유
[용식의 만족스러운 신음] [정숙과 동백의 웃음]
(동백) [놀라며] 너 머리 진짜 많이 길었다, 향미야
(향미) 응 [동백의 놀라는 신음]
왜 묻지도 않아요?
'그 깡패 새끼는 누구냐'
'넌 진짜 어디서 뭘 하고 굴러먹다 온 애냐'
물어야 정상이지
(동백) 뭘 물어?
[향미가 혀를 쯧 찬다]
(향미) 전부터 궁금했는데
언니, 나 왜 받아 줬어요?
나이도 경력도 이름도
다 구라인 거 알면서
[아련한 음악]
너 갈 데 없잖아
(향미) 저기
밖에 '알바 구함' 붙어 있던데
나 갈 데 없는 거 알아주는 건
일평생 언니가 처음이네
언니는 세상이 막 밝아요?
막 그렇게 보들보들해?
언니나 나나 인생 도긴개긴인데
왜 그렇게 혼자 곱냐고
(동백) 헛소리하지 말고
내가 시급 올려 줄 테니까, 응?
너 적금 들고, 또 저금도 해
(향미) 그 시급 올려서, 뭐
집도 사고 가족도 사요?
버려지고 못 배우고 돈 없고 백 없고
그럼 그냥 이번 생은 꽝인 거지
들고나온 게 개패인데 뭘 열심히 사는 척을 해?
더 구질구질하게
치, 인생 다 살았냐?
이번 생은 살아 봐야 아는 거지, 응?
애초에 꽝이라고
텔레비전에서 '불우 이웃, 결손 가정' 막 이러면
되게 도와줘야 될 것 같지?
근데 사실은 학교에서 지갑만 없어져도
(향미) 결손 가정 애들을 먼저 조진다고
언니도 잘 알잖아요
너 가지 마, 그냥 내 옆에 있어
(동백) 자, 한 입 해
(향미) 이래서 언니가 싫어
맨날 고구마는 왜 까 줘?
가지 마
너 가지 말라면 가지 마
내가 원래 쪽팔린 걸 모르는데요
언니가 자꾸 날 쪽팔리게 한다?
어휴
도긴개긴 상황에서 나만 개판 치고 산 것 같고
기분 구리다고
(동백) 사람들은 다 연약한 속살을 숨기고 산다
(향미) 그래서 나 그냥 갈래요
가야지
가야 돼
(동백) 근데 어떤 속은 너무 보여서 탈이고
(용식) 어떤 속은 너무 모르겠어서 죽겠다
[의미심장한 음악]
[용식의 헛기침]
(용식) 저기
흥식이 너, 그 아직도 이렇게 고양이 좋아하는 겨?
너 그, 씁, 어릴 땐가, 그
한 마리 키웠었잖여, 그렇지?
(용식) 30년을 본 놈이다 [흥식이 대답한다]
(흥식) 난 이상하게 고양이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용식) 아이고, 야, 너 근디, 너 그, 답답하겄다, 응?
이게, 응, 장갑을 그렇게 꼭 끼고 그렇게, 응?
(흥식) 아... [흥식의 멋쩍은 웃음]
그, 나는 괜찮은데
저, 사람들이 불편해해서
(용식) 응?
[용식이 호응한다]
(용식) 실수다
(흥식) 아부지! 저 출장 가요!
(용식) 안에 계신디 잠가도 돼야?
(흥식) 아... [흥식의 웃음]
이래야 제 마음이 더 편해서유
이, 세상이 무서우니까
(용식) 또 실수다
응, 그렇지?
(흥식) 저, 근데
어제 그 깡패 같은 남잔 뭐예요?
(용식) 나 참... [용식의 웃음]
(흥식) 눈빛이 진짜 안 좋던데
(용식) 응? 눈빛?
[용식이 호응한다]
야, 니가 눈빛도 알고잉?
(흥식) [웃으며] 아...
그, 사람 인상이라는 게 있잖아요
(용식) 얘는 눈빛이... [흥식의 웃음]
뭐 이렇게 소 눈깔이냐?
[용식의 한숨] (흥식) 저
그, 향미 씨는 괜찮아요?
어어, 어어
뭐, 고기 잡수고 뭐, 술도 잡수고
꽐라 되시고 [웃음]
아이, 뭐, 그, 뭐, 멘탈이 좀 씨냐? 쯧
어휴, 향미 씨 멘탈 안 세요
그냥 좀
괜히 속없는 척하시는 거지
어이
(용식) 너
향미 씨 좋아햐?
(흥식) 좋아하긴요, 뭘...
[흥식의 웃음]
- (용식) 어? 어? - (흥식) 하, 참
(흥식) 아이, 그, 사람 좋아하는 게 그렇게 쉽나? 참...
다 모르는 거지
(용식) 응? 응?
[웃으며] 참, 참...
(용식) 사람
정말 모르는 걸까?
(용식) '경찰은'
'국립 과학 수사원에 길고양이가 먹던 꽁치를 보내'
뭐, 이걸 국과수에 보내라고 나한테 시키는 겨?
'농약 성분이 있는지를 감식해 달라고'
(용식) 그, '의뢰했다'
야, 이, 참, 경찰이 잘했네, 이거는
(변 소장) 야!
(변 소장) 그랴, 그랴, 그랴, 응?
야, 여기서 농약이 나왔다고 치자잉?
잉?
그러면 그거 탄 놈은 어떻게 알 겨? 응?
아, 밥 준 놈이 탔는지 딴 놈이 탔는지 뭔 수로?
(용식) 이게 밥 준 놈 거니께
따로 분리해서 보내 주시고요, 이거는
지랄하고 있네, 씨
(용식) 아, 저, 씁
60년대생 그, 정숙이는, 그
빠딱빠딱 찾고 계시죠?
확, 씨
(변 소장) 나이도 모르는 정숙이를 어떻게 그렇게 뚝딱 찾어, 어?
이 땅에 정숙이가 6천이여, 6천, 쯧
(용식) 아, 참 나, 쯧
아, 그러면 그거, 거, 그
차기 사위가 알아 오면 되죠?
[흥미로운 음악]
(용식) 생년월일을 물어봐야 되는디
표정이 왜...
너 또 그거 얼마 주고 샀어?
- 예? - (정숙) 너 돈 많아?
(동백) 엄마, 아유, 진짜
(정숙) 야
야, 이, 이게, 만두가 이렇게 크면
장사해서 뭐가 남아?
아휴
어유, 하나가 띨하면
(정숙) 하나가 야무져야지
엎친 데 덮칠 게 뭐야? 쯧
[문이 스르륵 열린다] 너 꼭 둘이 친해야 되겠냐?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향미) 필구 앞으로 뭔 택배가 다 왔네?
(향미) [놀라며] 와, 대박, 이게 뭐야?
(동백) 공부는 언제 하라고 무슨 장난감을 이렇게 보냈어?
어?
(향미) 세상 시크하게 카드도 띡 보내셨네?
[헛웃음] 재수 없어, 진짜
(정숙) [캐리어를 스르륵 끌며] 어유, 같잖아 죽겠네
[정숙이 구시렁댄다]
(향미) 연봉 12억이면 카드 한도가 얼마일 거야?
[놀라며] 우리 필구 이제 금수저네?
(정숙) 500 하나 줘?
[용식의 헛기침]
(동백) 아이, 그러게 만둣국을 뭐 이렇게 퍽퍽 먹어요?
(용식) [웃으며] 아유, 맛있어 갖고요
[용식의 헛기침]
어휴, 아, 동백 씨
아이, 저도 [용식의 헛기침]
이, 돈이 좀 있어, 있, 있네, 있네요?
네?
(용식) 필구 가방 정도는 저도, 뭐
얼마든지 댈 수 있다고요 [용식의 웃음]
[헛기침하며] 제가 나름 공직이잖아요, 공직
[용식의 멋쩍은 웃음]
그리고 뭐, N빵이긴 혀도
백두게장, 나름 이, 상속남이고요
저도 요, 요, 요 옹산서는
꽤 이, 나름 잘나가네요, 제가요
[용식의 웃음]
[용식의 헛기침]
[부드러운 음악] [용식의 헛기침]
[용식의 한숨]
(용식) 아, 저, 솔직히요
솔직히 조금 좀 짜증이 나네요
[용식의 멋쩍은 웃음]
하필이면 그, 연봉 10...
연봉 12억짜리랑 제가 붙을 일이냐고요
아이, 대한민국서 고런 놈들 몇 명 없을걸?
그, 야구 쪼끔 한다고 그, 그, 12억을 틱 줘요?
나는, 씨, 1억도 없... 참... [동백이 입을 쪽 맞춘다]
아이, 짜증 나 죽겠는데 왜 손에다가 이렇게 해요?
입에다 해요
(동백) 용식 씨
저는 12억 아니라 1,200도 없어요
1,200도 없고, 그리고 뭐 가게도 빼야 되고
돈이 진짜진짜 궁한데도요
그 VIP 카드 보고 딱 한 가지 생각만 들던데요?
'아, 용식 씨가 왜 저렇게 만둣국을 막 팍팍 먹지? 삐졌나?'
[걱정하는 숨소리]
(용식) [웃으며] 아이참, 아니...
아, 전 막
삐지고 이런 놈 아니에요
[용식이 코를 훌쩍인다]
(동백) 아니, 어떤 여자가 매일 꽃을 받겠어요?
나는 용식 씨한테 맨날 꽃을 받고
그리고 또 용식 씨한테 쿨하게 만둣값 안 받을 사이면
꽤 럭셔리한 사이 아니에요?
그렇죠?
(용식) 어유, 기냥, 짜증 나, 기냥
응, 아유, 자기가 자기가 이쁜 걸 아는 겨, 응
씁, 아주 그냥 땡그라니 꿀빵같이 생긴 게
꿀빵요?
(용식) 이 요깟 풀때기가 2만 원씩이나 해요, 예?
참, 씁
아이, 목살 두 근 값으로 꽃을 사는 남자네요, 제가요
[용식의 웃음] (동백) 아이, 그렇게 자꾸
말로 안 하셔도 돼요
(용식) 말로 안 하면 어떻게 알아요?
(향미) 아, 그냥 돈으로 줘요
이제 꽃병도 없구먼, 뭘 자꾸 사 와?
(용식) 에? 아이, 꽃병이 왜 없어요, 꽃병이?
요, 에? 요
요...
어, 예, 요런 거, 요런 거, 예?
아이, 과자 통에다 꽃 넣으면 꽃병이죠 [용식의 웃음]
씁, 고무장화도 동백 씨가 신으면 섹시하신 것처럼요 [용식의 웃음]
아, 맨날 말만...
예? [동백의 웃음]
(향미) 아유, 나가 놀아요, 나가 놀아!
(용식) 뭐예요?
[용식의 당황한 신음]
[동백의 한숨]
향미야
(용식) 아이, 다람쥐여, 뭐여?
난 뭐, 도토리 모아 놓은 줄 알았네 [동백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동백) 아니, 너는, 이
라이터를 왜 이렇게 맨날 훔쳐?
몰라요, 외로워서 그런가?
그냥 뭐라도 훔치면 마음이 든든해
(동백) 아휴, 쟤도 참...
근디
여기 흐, 흥식이 자주 와요?
(동백) 흥식 씨야 뭐, 거의 맨날 오죠
꽃은 소주병에 좀 꽂아야겠어요
(용식) 예, 예, 예
[향미의 미심쩍은 숨소리]
근데 저번에
여기 라이터 자국 같은 거 있지 않았나?
[향미의 피곤한 신음]
(용식) 어, 저, 향미 씨, 향미 씨
이거, 이거 향미 씨가 이거 라이터로 이렇게 이렇게 했어요?
아, 실내 금연이에요
아니, 내가 그런 자국을 또 본 거 같아서
(향미) 근데
여긴 왜 이래?
(용식) 어디서요?
자기네 집 식탁을 라이터로 그래 놓기도 하나?
어, 어...
누, 어, 누, 누구네 식탁요?
긍게 향미 씨가 직접 보신 거예요?
아, 뭘 궁금해해? 그냥 친구네서 봤겠지
(용식) 아니, 하, 그니께 친구 누구요?
향미 씨가 뭐를 보기는 보셨다는 거죠, 지금?
(향미) 나도 프라이버시가 있거든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정숙) 최향미 씨!
너 앞으로 등기 왔단다
(정숙) 그러게 작작 까불었어야지
이런 애들이 진짜 내 초심을 지켜 준다니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까딱하면 철들 뻔했네
(종렬) '성장 단계별로'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슈퍼맨이 되어 주세요'
'성장 단계별로'...
[구두 소리가 또각 울린다]
- (종렬)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 (향미) 오빠!
(종렬) '슈퍼맨이 되어 주세요'
[종렬의 미심쩍은 숨소리]
(향미) 오빠!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슈퍼맨'...
(향미) 오빠!
(스태프1) 어떻게 오셨어요?
(향미) 버스 타고 왔는데요?
(스태프2) 여기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인데
(향미) 저 되게 관계자인데요?
(스태프2) 누구...
(향미) 오빠!
종렬이 오빠!
[헛웃음]
필구 아빠!
[한숨]
저거 그냥 죽여 버릴까?
(향미) 돈도 많으면서 왜 일을 어렵게 가요?
(종렬) 야
내가 너 같은 애들 상대 안 해 봤을 거 같니?
인생이 딱해서 한 번 적선해 주면
난 그대로 현금 지급기 되는 거잖아 내가 그 짓을 왜 해?
근데 나 제시카랑 인친인데
걔보고 메시지 확인 좀 하라고 해요
[헛웃음]
야, 꿈 깨
내가 급이 있지 너 같은 애한테 피를 빨리겠니, 내가?
급이 다른 양반이 뭘 내용 증명까지 쏘셔?
[한숨]
너 왜 그러고 사니, 진짜?
인생 참 딱하다
(향미) 근데 종렬아
뭐?
네가 천지 분간을 못 하니까
내가 말을 좀 깔게
[헛웃음]
가진 게 많은 사람이랑 개뿔도 없는 사람이랑 붙으면 있잖아
의외로 개털인 쪽이 이긴다?
(향미) 걔는 있잖아
잃을 게 없거든
오늘만 살거든
야, 넌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향미) 너 사실은 지금 아주 똥줄 타서 죽을 맛이지?
그거, 너
천벌 받는 거야
그러게 그 착한 동백이를 팽하는 게 아니지
똥 묻은 개가 왜 내 인생을 논해?
너 진짜 죽고 싶구나?
원래 이 정신 못 차리는 양아치 오빠들은
[은실의 한숨]
[은실의 못마땅한 한숨]
(향미) 똥을 자셔 봐야
똥, 된장을 구분하더라고
[한숨]
너 딱 잡아떼
걔 이혼 전문 변호사야
집이니 땅이니 다 털린다고
뭘 잡아떼!
왜 그렇게 아들을 그, 치사하게 키워?
이 새끼가 왜 나한테 소리를 질러?
엄마
아빠가 맨날 뻥 까 가지고 엄마 오십견 왔었다며
근데 나보고 그냥 잡아떼래?
(은실) 그럼 뭐!
개털로 쫓겨날래?
이 집 명의도 걔 거잖아!
달라면 줘, 달라면 다 줘!
자영이한테는
뭐든 아깝지 않아
놀고 자빠졌네
(은실) 갑자기 순정파냐? [휴대전화 진동음]
있을 때 잘하지!
[구시렁거린다]
아이고...
아무튼 꼴값도 유전이다, 유전, 어유
왜 전화질해! 자꾸
왜 아빠 전화를 그렇게 받아!
[한숨] (규태)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인 걸까?
(규태)
(향미)
(규태)
나 죽인단 것들이 왜 이렇게 많아?
[의미심장한 음악]
(규태) 야, 타!
아, 누가 보기 전에 빨리 타라고!
아, 추워!
[규태의 가쁜 숨소리]
(규태) 너도 발 구르라고!
(향미) 아, 어디까지 가! 나 춥다고!
(규태) 너랑 다방에 있던 거
군수 서기의 처형이 다 봤대
내가 옹산의 정치권이고 어딜 가나 눈이라고!
(향미) 어, 아주 대권 잡으시겠네
(규태) 어, 어차피 이판사판 다 뽀록났고
나 너한테 한 푼도 못 줘
공갈 협박으로 널 고소라도 해야 내 무죄가 입증될 판이니까
나도 이제 막장이라고!
(향미) 아, 그렇게 떳떳한데 페달을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굴러?
[규태의 거친 숨소리]
너 내 마누라 포스 봤지?
너도 살고 싶으면 내 말 잘 들어
(규태) 너 증언해
아, 위증 말고 진실의 증언
별, 씨
그 말 하려고 오리 배 태웠어?
아, 그냥 톡해!
'모텔을 끊어 준 건 맞지만 방에 올라가진 않았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하지 않았다?
나는 네 룸 넘버조차 몰랐다, 어?
우리 자영이한테 석고대죄로 증언하라고!
양평 갈 땐 마누라의 마 자도 안 꺼내더니 [규태가 숨을 헉헉댄다]
(향미) 이제 와 '우리 자영이'냐?
남자들은 뒷북치는 거 어디서 배워?
너도 나랑 인생 엮이고 싶지 않을 거 아니냐고!
(규태) [가쁜 숨을 내쉬며] 진짜...
뭘 그렇게 기겁을 해?
어휴, 진짜...
[거친 숨소리]
[규태의 가쁜 숨소리]
(향미) 내가 먼저 옆구리 찔렀어?
오빠가 찝쩍댔잖아
아이 크림은 왜 줘?
(규태) 그거 네 거 아니야
동백이 거였지
어?
(규태) 아유, 버리지도 주지도 못할 거
너나 줬더니, 씨...
(향미) 그래, 누가 뭐래?
나도 원래 그런 줄 원래 알았어
어쨌든 수상 스키는 나랑 탔잖아
자기가 먼저 오빠 동생을 하자는 둥 주접을 떨고
까놓고
난 너랑 바람을 피우고 싶진 않았고
난 그냥 좀
좀 뭐?
좀 우쭐하고 싶었어
뭐?
(규태) 안이나 밖이나 나 깐히 보는 잘난 것들이 수두룩한데
그냥 넌 딱
나 같으니까 괜히 우쭐하더라고
얻다 비교해?
내가 오빠 같은 허접인 줄 알아?
넌 네가 꽤나 쿨하고 빠삭한 줄 알지? 너 안 그래
[헛웃음 치며] 오빠가 나에 대해 개코나 알아?
너 계속 보고 있잖아?
그냥
사랑 못 받은 똥강아지 같아
[의미심장한 음악] (규태) 어?
이, 손만 내밀어 줘도, 어?
'나 좀 봐 줘라, 봐 줘라' 그냥 배를 홀랑 뒤집어 깠다가
그냥 '적당히 좀 해라' 그러면
관심받으려고 그냥 온 집 안을 그냥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그런 딱한 애들
내가 너 잘못 건드렸다가 이 쑥대밭이 됐지 않냐, 어?
[규태의 한숨]
너
누군가한테 진짜로 아이 크림 받고 싶으면
그렇게 살지 마
네 인생 쪽팔리잖아
너나 나나 인생 그만 좀 쪽팔리고 살자, 어?
(향미) 그럼
동백이한테 왜 아이 크림 주려고 했는데?
하, 진짜로 한번 좀 묻자
너희들은 왜 다 동백이야?
걔랑 나랑 뭐가 달라?
걔나 나나 도긴개긴이지
도긴개긴 아니더라
걔는
내가 너 내쫓으면 가게 안 빼도 된다고 그랬는데
그냥 너 데리고 간대
뭐?
(규태) 의리가 집세 내 주는 것도 아닌데
계집애가 겁나게 우직하더라
너도
사람같이 그렇게 살아
어휴, 누가 누구한테 뭐라 그러냐, 씨
[휴대전화 진동음]
내가 사람같이 살면
짐승은 누가 해?
(향미) 딱 액수만 대라고
뭐?
내가 지금 3천이 어디 있어!
버는 족족 너한테 다 줬는데!
(정숙) 그래서 너는
둘 중에 누가 더 좋아?
가방 사 주는 아빠도 싫지는 않지?
난감한 질문 하지 마?
(필구) 누가 더 좋은 건 말고
누가 더 싫은 건 말할 수 있는데
(정숙) 어, 누가 더 싫어?
(필구) 거의 박빙이지만요
더 싫은 건 '슈퍼맨' 아저씨?
왜?
'슈퍼맨'
저 그거 다 봤어요
[차분한 음악]
그 아저씨가요
잠실의 최고의 딸 바보래요
(필구) 거기 나오는 애는 [정숙이 입김을 후 분다]
그럼 나랑 오빠 동생 사이예요?
(정숙) 뭐라고 하지?
'아'
(정숙) 저희 순대도 좀 더 주세요
(필구) 그 여자애요
누워서 똥 싸는 애
(정숙) 아이, 아기들은 다 그래
(필구) 걔를 엄청 예뻐하던데
걔보고 계속 공주래요
그냥 똥만 싸는 대머리던데
[웃으며] 그래서
배알이 꼬였어?
아니, 그냥 치사하잖아요
그러려면 걔만 예뻐하지 나한테도 찝쩍대고
아이고, 치사한 놈
아주 그냥, '슈퍼맨'에 나와 가지고 애 속을 왜 뒤집어 놔?
(필구) 그러니까 '슈퍼맨' 아저씨는 완전 싫고
용식이 아저씨는 보통 싫어요
[웃음]
아이고, 우리 필구는
아주 줄을 잘 서, 똑똑해
- (필구) 할머니 - (정숙) 왜?
(정숙) 우리 오락이라도 한판 하고 갈까?
내 이름 알면서
왜 엄마 앞에선 자꾸 나한테 동백이라고 해요?
[어색하게 웃으며] 애가
누구를 닮아 가지고 이렇게...
똑똑할 리가 없는데
[안내 음성]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제시카의 한숨] (화자) 더러운 새끼
아주 뻔질나게도 드나들었네
[제시카의 한숨] [내비게이션 조작음]
아이, 봐서 뭐 하게?
뭐 그렇게 막 닮지도 않았다니까?
아기 머리카락 몇 개 뽑아서 유전자 검사 하고
그걸로 소송 걸면 빼박이여
뭘 또 빼박이야?
그렇게 닮지도 않았다고
안 닮기는 뭣이 안 닮어? 갖다 박아 불었구먼
(제시카) 두루치기 1인분만
(필구) 두루치기 1인분요?
둘이 왔는데요?
정신 나간 년, 이 와중에 다이어트냐?
아유, 내가 돼지를 어떻게 먹어?
(화자) 그냥 2인분 주겠니?
근데 아가
너 몇 살이니?
한 여덟 살?
그람 몇 년생이지?
(정숙) 아가! 얼른 학원 가야지?
(제시카) 근데 여기는
술집인 거지?
일반 음식점인데요?
근데 아줌마
'슈퍼맨' 그 아줌마죠?
(화자) [놀라며] 얘가 안다
저번에 우리 학교 앞에도 왔었죠?
어?
(필구) 근데 돼지를 안 드시면서
두루치깃집에 왜 오신 거예요?
[긴장되는 음악] [제시카의 헛기침]
(제시카) [헛기침하며] 그, 저기
너희 엄만 언제 와?
(필구) 근데 우리 엄마 싸움 잘해요
(제시카) 뭐?
(필구) 어렸을 때부터 내가 주먹으로 코 때리라고 가르쳐 갖고요
[제시카의 놀라는 신음] [화자의 아파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어디다 손을 대?
[화자의 아파하는 신음] (제시카) 엄마!
(제시카) 미쳤나 봐, 진짜 이 아줌마!
(화자) 아유, 나
이 여편네가 미쳤나!
(정숙) 그래, 나 치매다!
(화자) 뭐, 뭐, 뭐요?
여기가 먼저야
어디서 유세야!
(화자) 이 여편네가 절로 터진 주댕이라고, 지금!
도장 찍고 산 것만 산 거야?
너보다 동백이랑 더 살았어
[헛웃음] (정숙) 법이 안 쳐주면
응, 꼬라박은 동백이 세월도 없던 게 되니?
하, 그럼 뭐, 지금, 뭐
조강지처라도 된다 그런 말씀 하시는 거예요?
참 내, 조강지처 너나 해
(화자) 그러니까 결국은 당신들이 우리 사위를 뺏어 먹겄다...
(정숙) 줘도 안 가져!
네 사위? 네 남편?
줘도 안 갖는다고
가서 전해!
절대 여기 와서 껄떡대지 좀 말라고
(화자) 껄떡대긴 누가 껄떡대!
추잡시러운 불륜 주제에 으디서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그래, 추잡스러운 불륜?
조선 땅에서 불륜이면 대권이 바뀌어!
(정숙) 고깟 야구질로 그냥 밥벌이 못 하게 해 줘?
백수 마누라 만들어 줄까?
(화자) 아, 야
치매라는 여편네랑 뭔 말을 섞어?
됐고, 그 여자 오면 그 가시내랑 얘기하자고
[화자의 성난 숨소리] (정숙) 깡 좋으면 또 와!
나 몸 사릴 것 없는 인생이고
동백이 위해서 뭐든 하나는 할 거니까
[침을 퉤 뱉는다] [혀를 쯧 찬다]
- (화자) 어휴, 참 - (제시카) 이상해
[흥미로운 음악]
[제시카의 짜증 섞인 신음] (향미) 하필 이 타이밍에
- (화자)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 (향미) 드디어
[제시카의 짜증 섞인 신음] 제시카다
(제시카) 티 나는 거 아니야?
[노크 소리가 들린다]
(향미) 최초 유포자
내가 강종렬 지라시 최초 유포자라니까?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인) 향미 요즘 바쁘네?
(직원) 그러게요? [주인의 웃음]
내가 뭔 얘기를 하려 해도 메시지 확인을 안 하시니까
[제시카의 한숨]
(제시카) 할 말이 뭔데요?
가만 보니까
이 상황에서 제일 똥줄 탈 사람은 제시카겠더라고요
(향미) 연봉 12억 강종렬, 1등 신랑감 강종렬
딸 바보 슈퍼맨 강종렬
CF 스타 강종렬
그 꿀 빠는 타이틀을 누가 제일 지키고 싶겠냐고
(화자) 넌 또 뭐니?
이혼할 거예요?
대차게 도장 찍으시게?
(향미) 자, 지금 중요한 건
강종렬이 동백이를 만났느냐 아니냐가 아니라고
언니가 미시즈 강종렬 타이틀을 지키느냐 마느냐지
(화자) 야, 네가 뭔데 타이틀을 지키네 마네...
(향미) 내가
언니가 겁날 얘기를 좀 해 줄게요
언니, 계속 '언니, 부러워요' 이런 댓글 받고 싶어요? 아니면 [의미심장한 음악]
'언니, 힘내세요' 이런 댓글 받고 싶어요?
까놓고 말해서
언니 팔로워 8만 명 중의 한 5만 명은
언니 고꾸라지길 바랄걸?
모두가 부러워하는 미시즈 강종렬의 SNS 인생을 유지하고 싶으면
유지비를 내셔야지
쪽팔리기 싫으면 돈을 내놔라?
(화자) 야, 동백이 걔 주변엔 왜 정상이 없니?
3천
오늘까지만 대폭 할인해서 딱 3천
(화자)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향미) 이 미친년이 아니면
요 비밀이 샐 구멍은 없어요
그 유명한 제시카의 품위 유지비인데
입단속 화끈하게 하셔야죠
(향미) 웬만하면 지금 돈 좀 쏴 줘요
나도 상황이 급하니까
[어이없는 숨소리]
(제시카) 야
나 제시카야
너 같은 거한테 안 놀아나
[코웃음]
- 나 같은 거? - (제시카) 그래, 너 같은 거
어디 가당치도 않은 하급 짝퉁 같은 것들
[의미심장한 음악] 쪽팔린 줄도 모르면서
인생 막 굴리고 사는 싸구려들
[코웃음]
야
넌 너랑 내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니?
뭐?
(향미) 넌 나랑 같은 과야
관심받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랑받지 못한 년
[코웃음]
인생 운 좋으면 제시카고
운 나쁘면 최향미인 거지
별거 있니?
[비웃음]
(제시카) 야!
너 진짜 죽을래!
나 돈 절대 안 보내!
(화자) 왜, 왜? 저년이 또 뭐라 하디?
[분한 숨소리]
다 죽여 버릴 거야
(향미) 하급 짝퉁?
어린년이 면전에 대고 팩폭을 하냐?
[한숨]
[휴대전화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향미) 필구야
손
(필구) 아, 내가 애야?
(향미) 좀 잡아 줘라
누나도 오늘 마음이 좀 후달리니까
네가 우리 집 보조 배터리잖아
[필구의 짜증 섞인 한숨]
(필구) 우리 집 식구들은 날 너무 귀찮게 해
[향미의 쓴웃음]
근데 내가 지금
우리 집이라고 했다, 그렇지?
[애잔한 음악] 진짜 가당치도 않게
(향미) 너 수학 학원 가는 거지?
오늘은 누나가 데려다줄게
아니, 내가 애냐고
필구 너, 수학 하지 말고 야구 해
(향미) 메이저 리거 돼서 네 엄마 호강시켜
너는 뒤통수 치지 말고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한숨]
그러니까 동백이 이게 문제잖아
왜 돈을 계속 여기다 놔, 왜?
나 같은 쓰레기를 왜 받아 줘, 씨
[한숨]
(승희) 동백이 머리 그거는 고데기 아닌가?
(재영) 나도 걔 머리 좀 하고 싶던데
아, 걔가 요새 얼굴에 뭘 했나 벼
'저도 번영회 꼭 갈게요' 요러면서 빵끗 웃는데
(찬숙) 아주 시장통이 총 맞은 거 같았다니께유
갸가 요새 폈어요, 폈어, 어?
연애를 하더니 아주...
좋어?
(덕순) 신났어 [혀를 쯧 찬다]
(귀련) 아, 요따만한 치마를 입고 그냥
응뎅이를 쌜룩거리면서 그게, 야
[귀련의 웃음]
동백이가 참도 엉뎅이를 씰룩댔겄다
(덕순) 너는 금미 엉뎅이나 단속햐
- (귀련) 응? - (덕순) 갸가 그게 교복이여? 빤쓰지
- (덕순) 에이그 - (귀련) 우리 금미는
(귀련) 개성 있어서 그래유
(덕순) 개성 있어 빤쓰 입고 댕기면서
우리 변소간에다 꽁초 박아 놔? 고1이?
(재영) 아, 동백이 씹지 말어!
우리 회장님 영원한 베프여
[재영의 웃음] [문이 삐걱 열린다]
(준기) 엄마! 나도 전투 팽이 사 줘
(찬숙) 응, 엄마가 전투 팽이를 사 줘야 되는데 돈이 없어
(덕순) 야, 준기야
너 왜 요새 맨날 그냥 혼자 댕겨?
짝꿍이랑 안 댕기고?
(준기) 안녕하세요
(덕순) 필구랑 갈라섰어?
싸웠어?
(찬숙) 갈라서긴 뭘 갈라서요? 지금도 학원 같이 댕겨오는 길인데
[귀련이 중얼거린다] 둘이 아주 죽고 못 살아요
근디 왜 필구는 통 눈에 띄지를 않어?
돈가스는 쌓여 가는디
필구 이제 이쪽 길로 안 댕기는데요?
뭐?
(준기) 절로 돌아 다니는데요
그래서 좀 전에 갈라졌는데요
왜 절로 돌아 댕겨?
나 때문에?
두 모자가 아주 사람 속을 말려 죽일 작정을 했구먼
뭐, 금방 갈라섰어?
[흥미로운 음악]
[한숨]
(덕순) 너, 옹산 서열 1위가 누구여?
누구여?
할머니요
옹산 다 내 구역이여
어딜 가면 나랑 안 만나겄어?
아, 진짜 동네 왜 이렇게 좁아, 씨
맨날 피해 댕길 겨?
(덕순) 인생 돌파여
피할 수 없으면 쳐부숴야지
할머니를 쳐부수라고요?
돈가스를 쳐부수라고
(덕순) 너는 기냥 여러 생각 말고
기냥 돈가스나 먹어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덕순) 요새는 가방도 용하게 나온다, 야
핵교 댕길 맛 나겄어
그래도 학교 댕길 맛은 안 나요
엄마가 배달도 한다던디
장사 좀 된다디?
(덕순) 돈 좀 줬겄는디, 이놈이?
(필구) 그거 엄마가 사 준 거 아닌데?
아저씨가 사 준 건데
[덕순의 헛웃음]
자기 엄마 달구지는 바퀴가 나가는지 마는지
본척만척이더니
용식이 아저씨가 사 준 거 아닌데요
그람?
그람 어떤 아저씨?
(종렬) 야!
너 뭐야?
너 이제 무슨 뭐, 배달도 해?
아,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데? 얼마면 되는데?
[헛웃음 치며] 뭐, 원빈이 나셨네
너 택배는? 받았어?
(종렬) 그, 가게에 또라이는 있고?
뭐, 있으면 뭐?
아유, 너 들어와서 네 돈이나 가져가
(종렬) 야, 내가 지금 제시카 밀라노 유학비를
억으로 끊어 주게 생긴 판인데
내 자식 위해서 3천을 못 주겠냐, 진짜?
그럼 저 돈 가져다가 그 학비에 보태
[한숨] [문이 스르륵 열린다]
아, 그래, 아주 생큐다, 생큐
(종렬) 아이, 그래, 알았어
돈 받지 마, 받지 마, 그거, 어?
그걸 안 받아야지 내 속이 더 썩어 문드러지지, 아주
(종렬) 어휴 [어두운 음악]
(동백) 없다
[동백의 놀라는 숨소리] 돈이 없다
이놈의 팔자가
[동백이 울먹인다]
(동백) 또 장난을 친다
왜 또 같이 있어요, 왜
[한숨]
뭐, 어쩌다 뭐, 여차저차, 어영부영
어유, 이런 거 그냥 딱 싫다고 말했었잖아요
(용식) 나 진짜로
저 새끼랑 같이 있는 거 진짜진짜 싫어 갖고 말한 건디
(종렬) 뭐? 저 새끼?
(동백) 하, 그럼 어떡해요, 난들
[울먹이며] 아, 난들 어떡해
아, 내 인생에는 여차저차가 너무 많은 걸 어떡해
(종렬) 아, 야, 너 울게?
[동백이 흐느낀다] (용식) 아유, 동백 씨
아이, 내가 뭐, 몇 마디나 지껄였다고 콧구녕이 벌렁벌렁...
(동백) [흐느끼며] 아, 나 돈 털렸어요
(용식) 예?
(종렬) 뭔 돈? 내 돈?
(향미) 송금은 했고
내가 일단 내일 거 표부터 끊었거든?
저녁 비행기니까 한...
뭐?
아, 난 괜찮다니까?
일단 내가 간다고
너 혼자 어떻게 병 수발을 들어?
아, 왜 자꾸 오지 말래?
나도 이제 갈 데도 없는데!
(동백) 어, 씨, 자꾸만 일이 말려, 이, 씨
아, 왜 돈까지 털려?
나 쟤 돈 진짜 받기 싫은데, 씨
하, 난 그냥 안 되는 사람인가 봐요
(종렬) 아이, 그러게 돈을 받았으면 쓸 것이지
왜 냉장고에 박아 놔? 쯧
(용식) 아유, 진짜...
개놈, 개놈, 그냥 개놈, 그냥, 씨
개놈이에요, 예?
제가요, 제가 개놈이에요, 내가
아유, 내가 개놈이다, 진짜
아휴, 저, 아유, 내가 어떻게 동백 씨를 울렸지? 예? [동백이 흐느낀다]
나는 이, 동백 씨 한숨 쉬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창자가 싹 다 그냥 타들어 가는 기분인데
[동백이 흐느낀다] 동백 씨
울면 나 못 살아요
(종렬) 아주 지랄들 하고 있네
[한숨]
동백 씨, 그
뭐, 이, 뭐, 여차저차, 뭐, 뭐
내가 다 해결할게요, 예?
야
그게 네 돈이야?
네가 해결을 왜 해?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종렬) 넌 좀 제발 빠지라고!
우리? 우리?
이제사 우리?
(용식) 왜?
동백 씨 너무 이뻐? 응? [동백의 한숨]
이제사 보니까 동백 씨 너무 이뻐 가지고 그냥 뭐, 미치겄어?
미치겄지? 똥줄이 타지?
그래, 똥줄 탄다, 왜?
다신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강 선수님!
[흥미로운 음악]
(용식) 동백 씨
나랑 있어서 이쁜 겨
뭐?
(용식) 잘 한번 생각혀 봐, 어?
동백 씨 네 옆에 있을 때 거, 만날 울상이었지?
내 옆에 있으면, 어?
맨날 이뻐, 어?
드럽게 잘 웃어!
난 너랑 달러
나는 동백 씨
꿀만 빨다 늙어 죽게 할 겨
[동백의 웃음]
(동백) 아유, 진짜
[동백의 웃음] (용식) 괜찮아요? 손 줘 봐요, 동백 씨
- 야, 넌... - (용식) 손 좀 줘 봐요
쟤가 그렇게 좋냐?
(향미) 그놈의 1억 여태껏 보내고도 남았다고
정착금 1억이면 된다며?
하, 돈이야 내가 거기 가서 뭐든 해서 벌면 될 거 아니야
아, 네가 할머니 걱정을 얼마나 했다고?
내가 요양사 다 붙였고 수시로 들어와 볼 거거든?
나도 지금 상황이 급해서 한국 떠야 될 판이고
또 나도...
하, 나도 네 옆에 좀 있고 싶다고
근데 왜 자꾸 미뤄?
뭐? [애잔한 음악]
(혜훈) 나 누나 뭐 하고 사는지 대충 안다고
[혜훈의 한숨]
여기 와서 그 일 하게?
교민 사회 진짜 좁아
그래서 더 무섭다고
(혜훈) 그리고
수정이가 나 누나 있는 거 몰라 처갓집도 그렇고
쪽팔려서 말 안 했니?
너희들 집값, 생활비
이젠 걔 병원비까지 내가 다 대는데
네 마누라는 나 있는 것도 모르는구나
[헛웃음]
호구는 내가 진짜 호구였네
[한숨]
거기다, 누나
[한숨]
영어도 못 하잖아
(혜훈) 여기서 말 못 하면 진짜 힘들다고
넌 영어 잘해?
네가 영어 잘하는 건 누구 덕인데?
너는 나 쪽팔려 하면 안 되지
네가 그 쪽팔려 하는 그 일
내가 그 더러운 일 해서 네가 그 고귀한 유학생이 된 거야
(향미) 이 시궁창에서 내가 깨금발 들고
너 하나 머리 위로 아득바득 들쳐 올리고 있던 거라고
나도 너 같은 싸가지는 필요 없어
서로 연 끊고 살자
(종렬) 너희들이 살든 말든 그걸 누가 말리겠냐마는
거기서 내 자식은 빼 줘라
뭐?
(종렬) 너
쟤 좋아서 쟤랑 살고 싶으면 쟤랑만 살아
난 내 자식 딴 놈 밑에서 크는 꼴은 못 보니까
뭐, 못 보면 뭐, 네가 뺏기라도 하게?
네가 주게 되겠지
(정숙) 아가
(정숙) 아이고, 이거...
(덕순) 마침 잘 오셨네
뜨뜻한 방에다가 야구를 틀어 줬더니 잠이 들어 가지고
그래서 내가 데려다주러 왔다가 내가 시방...
안에 아빠...
(필구) 아니, 강종렬 아저씨 있는데
용식이 아저씨도
애 좀 데려가요
내가 애는 안 들었으면 싶은 야그를 좀 해야겄어서
아, 저기요, 아주머니
(덕순) 애 아빠가 드나드는 줄은 몰랐네
[어두운 음악] 나는 몰랐네
(정숙) 아주머니
아, 아니요, 사장님
그런 게 아니고요
아줌니
내가 아줌니 자식 안 귀하게 대한 적 없어요
(덕순) 아줌니 자식도 귀하지만
나는 내 자슥이 너무 귀해서
그래서 용식이가 저 안에 있는데 그냥 갈 수가 없어서 그래요
(종렬) 동백아
필구 메이저 리거 되고 싶대
너 그거 해 줄 수 있어?
애 운동 시키는 데 돈 얼마나 드는 줄 알아?
하, 필구 인생 너처럼 궁상맞아지는 꼴 볼 수 있겠냐고
학교에서 애들이 필구보고 두부 한모래
엄마 하나에 아빠 둘이라고
(동백) 뭐?
필구가 너랑 살면 그냥 두부 한모에 술집 아들이겠지만
나랑 살면 그래도
뭐, 금수저 꼬다리는 되지 않겠냐?
[용식의 분한 숨소리]
[용식의 탄식]
(용식) 당신 진짜 사람 아니네
동백 씨한테서 필구 뺏어갈 생각을 햐?
그래
네가 동백이 좋아하는 마음은
그건 내가 믿어 줄게, 근데
우리 제발 현실적인 얘기 좀 해 보자
너 내 자식 키울 수 있어?
말했지?
네 자식 아니라고
야, 네가 나보다 애를 위해서 뭘 더 해 줄 수 있는데?
친부보다 마음이 달릴 건 당연한 건데
딴건 되겠냐고
네 자식도 아닌 애 위해서 등골 빼 줄 수 있어?
- 강종렬 - (종렬) 여력은?
- 야! - (종렬) 여력은 되고?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미친놈!
(덕순) 얼빠진 놈
바보 천치 같은 놈!
왜 이딴 소리를 듣고 있어!
엄마
(덕순) 너는 왜 따라오니?
나 인제 너 싫다
미워
- (용식) 엄마! - (덕순) 왜! 이런 우라질 놈아
네가 그런 대접 받으믄 엄마 속에는 피멍이 들어!
아이, 엄마, 뭐 알어?
아, 뭐, 알지도 못하면서 좀!
뭘 몰러!
텔레비전에서 노상 나오는 그 잘난 이가 애 아빠고
야는 애 아빠 드나들게 하면서 용식이도 만나고
아유, 참, 그게 아니라니께!
이 등신은 전부 알고도 그러는걸?
회장님, 그...
네가 내 아들 속을 부처로 만드는디
내 속이 어떻겄니?
[덕순의 성난 숨소리]
(용식) 하, 참... [문이 스르륵 여닫힌다]
(향미) 신혼이라서 커플 잠옷 사 놨더니 [아련한 음악]
나나 다 입어야겠네
근데 있잖아, 할머니
덴마크는 병원비가 다 공짜래
사실은
나도 그냥 알면서 삥 뜯겨 준 거거든
뭔가 급하겠거니
그냥 좀 잘 살라고 속아 줬지
(향미) 서로 연 끊고 살자
(향미) 뭘 말이 심해? 잘했지
연 끊고 살려면
정을 떼 줘야지
할머니도 알잖아
걔가
좀 멍청이인 거
(어린 혜훈) 누나, 누나!
양말 신고 다니랬지?
(어린 향미) 감기 들면 콜록콜록해
누나도 콜록콜록해
(향미) 걔가 멍청이라 정이 많아 큰일이었잖아
그러니까 어떡해?
내가 정을 떼 줘야지
이제 자기 식구랑 잘 살아야지
사람답게
우리 혜훈이는
사람답게
[훌쩍인다]
[한숨]
[향미가 흐느낀다]
[용식의 한숨]
(덕순)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지
자식새끼 키우는 거 참 치사하고 아니꼽다
내가 참말로 속이 없어 입 다물고 있었겄니?
죄송해요
(덕순) 내가 너 타박하면 내 자식 가심이 시릴 텐디
내가 널 어떻게 함부로 할 수가 있겄니?
그게, 회장님이
그, 참, 많이 참고 계신 거 아는데
그게 제가 어떻게 잘 안돼 가지고...
너희들도 너희들 멋대로만 허는디
나도 이제 나 허고 싶은 대로 허고 살란다
참고 모린 칙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애 아부지는 내가 몰랐지
그게요, 회장님
그동안 계속 애 아빠를 만났던 건 아니고요
[한숨]
(덕순) 애 때문이라도 노상 얽힐 테고
아깨 보니께 그짝은 심정에 뭐가 그득그득 남았던디
동백아
이건 아니지
왜 내 새끼 가심에 골병들게 허니?
[울먹이며] 죄송해요, 회장님
(덕순) 죄송헐 짓 허지 마라!
[애잔한 음악]
너 바라기 하면서 내 아들 부처 되는 꼴 나는 못 본다
용식이가 유복자라 [한숨]
나한테는 유독 아픈 손가락이여
그거 하나 그늘 없이 키워 보려고 나는 참
일평생을 살얼음 바닥에서
법석 떨고 살았어
근디 이제 와 네 그늘을 내 자식이랑 나눠 지는 거
미안하지만 나는 참 싫다
[훌쩍인다]
그 짠한 얼굴로
마음 약한 애 속 태우지 말고
그 여쁜 얼굴로 자꾸 웃어 주지도 말고
용식이 냅둬라
더는 내 자식이랑
[무릎을 탁 치며] 얽히지 좀 말어
[동백과 덕순이 흐느낀다]
(용식) [작은 목소리로] 동백 씨
동백 씨
괜찮으세요?
(동백) [한숨 쉬며] 나, 하루가 참 기네요
(용식) 왜요, 왜요, 왜?
울 엄마 또 확 상처받을 말 했죠? 예?
치명상 입으신 거 아니에요?
회장님 지금 KO이실걸요?
[한숨 쉬며] 그러니까 오늘은 저 따라오지 마시고
얼른 들어가 보세요
(동백) 네, 저희가 원래 야식 배달은 안 하는데
아, 어...
아니에요, 제가 배달해 드릴게요
어디로요?
네
어...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동백) 그래도 나는 오늘을 다 살아야 한다
(정숙) 아이, 배달 가게?
(동백) 엄마, 오삼불고기를 매장 메뉴에 넣을까 봐
아주 반응이 핫하네?
(정숙) 아, 눈탱이는 그래 가지고 어딜 가?
왜 어울리지도 않는 억척을 떨어?
그냥 집에 들어가서 쉬어
이런 날은 바빠야 돼
내가 우는 날마다 셔터 내렸으면
우리 필구 학원 보낼 수 있었겠어?
아이고, 진상, 진상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닮고 키도 크고 예쁜 년이
왜 하필 팔자를 닮아?
팔자가 아무리 진상을 떨어 봐라, 내가 주저앉나
괜히 왔어, 괜히
차라리 안 보고
나 혼자 재갈을 물걸
(향미) 내가 아주 나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구나
암만 동백이라도 가만히 있겠냐고
[한숨]
그래도 어떡해?
갈 데가 없는걸
집이라는 게
진짜 사람 잡는 거네
[스쿠터 시동이 덜덜거린다] 어?
[스쿠터 시동이 덜덜거린다] [동백의 놀라는 신음]
저 언니 진짜 짜증 나
아유, 씨
아이, 씨, 망할 년
미순이 아주 나쁜 년이네?
[스쿠터가 연신 드르륵거린다]
(향미) 아, 비켜요
아, 시동도 못 걸면서 뭔 배달을 간다고 나서요?
뭐, 뭐, 네가 가게?
(향미) 그리고 앞으론 2인 이상만 배달한다고 딱 써 붙여요
오삼 하나가 뭐야, 하나가?
아, 다방에서도 한 잔은 배달 안 해
그러면 뭐, 오삼불고기는
혼자 사는 사람은 아무도 못 먹게? 치...
언니가 지금
[애잔한 음악] 남의 오삼 걱정할 처지예요?
너 울어?
아, 왜 묻지도 않아? 너 진짜 바보냐?
아이고
헛똑똑이, 헛똑똑이, 무슨
돈 3천 들고 튀지도 못할 거를 울기는, 치
도둑년 머리채라도 잡아야지
아, 왜 자꾸 사람을 쪽팔리게 해?
(향미) 너나 나나 인생 바닥인 거 쌤쌤인데
왜 너만!
너만 그렇게, 씨...
[향미의 한숨]
치, 너?
이제 그냥 막 말 놓는 거야?
나보다 언니지, 그렇지?
아이고, 94는 좀 너무 양심 없었어, 너
자기가 부모 사랑을 받아 봤어 세상 대접을 받아 봤어?
사랑받아 본 적도 없는 년이 뭘 그렇게 다 퍼 줘?
(향미) 왜 맨날 다 품어?
[한숨]
[향미가 훌쩍인다]
뭐야? 그거 내 팔찌 가져간 거야, 그거?
게르마늄 돈도 안 돼
뭐, 다 끊어지려 하는 걸...
[동백의 한숨]
너 기억하려고
그놈의 동백이 까먹고 살기 싫어서 가져갔다, 왜?
너 가게 이름 더럽게 잘 지었어
동백꽃 꽃말 덕에 네 팔자는 필 거야
[훌쩍인다]
꽃말이야 뭐, 다 좋지, 뭐
더럽게 박복한 꽃말도 있어
너 물망초 꽃말은 뭔 줄 알아?
물망초?
'나를 잊지 말아요'
너도 나 잊지 마
(향미) 엄마니 동생이니
다들 나 제치고 잘 사는데
너 하나는
그냥 나 좀 기억해 줘라
그래야 나도 세상에 살다 간 거 같지
왜 그래, 향미야, 무슨 일 있어? 어?
왜 그래?
(향미) 소맥에 짜글이 말아 놔
맛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네 돈은 갚고 갈게
[시동이 덜덜거린다]
[스쿠터 시동음]
(동백) [한숨 쉬며] 왜 이렇게 안 와?
길을 못 찾나?
[전화벨이 울린다]
(동백) 네, 까멜리아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예?
(남자) 배달 돼요?
(동백) 배달요?
아, 그게... [휴대전화 벨 소리]
(남자) 직접 오냐고
(동백) 예, 여보세요?
(남자) 이번엔
[남자가 쿨럭거린다] [휴대전화가 연신 울린다]
(동백)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기가 뚜뚜 울린다]
[삐 울리는 효과음]
(용식)
[애잔한 음악]
(변 소장) 이건 정황상 100% 튄 겨
(동백) 향미는 코펜하겐이라도 간 걸까? [카메라 셔터음]
(용식) 한빛학원 원장
노규태와 호형호제
(규태) 한빛학원 파지 마
옹산에 피바람 불어
(용식) 동백 씨가 그 야밤에 그, 배달을 나와 버리시면
(정숙) 걔 일평생 눈치 보고 살았어
죄 없는데 왜 너한테 꿀려야 돼?
(용식) 동백 씨를 더 좋아하는 게
동백 씨한테 빚진 거 아니잖아요
(동백) 먹고살 걱정도 없고 애 키울 걱정 없는
그런 분 만나야겠네요
(용식) 이제 편하게 살고 싶어요
우리 고만해요, 이제
.동백꽃 필 무렵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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